전면등판 앞둔 박근혜, 난파선 한나라 구할 ‘카드’ 뭘까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사퇴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재창당 작업을 주도할 전망이다. 끝까지 버티던 홍 대표의 퇴진 결심을 이끌어 낸 것도 박 전 대표이고, 탈당설이 나돌던 몇몇 쇄신파 의원들을 설득한 것도 박 전 대표인 만큼 이제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은 2007년 7월 대선 후보 경선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박 전 대표가 어떤 위치에서 당을 이끌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당장 새 대표를 뽑을 환경이 되지 않는 만큼 과도체제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물론 쇄신파도 “박 전 대표가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는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비대위나 ‘재창당 준비위원회’나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
한나라당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대표의 잔여 임기(2012년 7월)가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최고위원 선거 득표 순으로 대표직을 승계해야 한다.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 중 나경원 최고위원(3위)만 사퇴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어 대표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비록 임시기구이지만 권한이 막강한 비대위를 꾸리고,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뜻을 황 원내대표가 집행하는 형식이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박 전 대표와 대립해온 인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외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에 오를 수도 있다. 또 비대위가 총선준비위원회로 전환돼 공천까지 주도할지, 아니면 비대위 기간을 최소화한 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고쳐 대선 주자들이 총출동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 새 대표를 뽑을지 미지수다.
가장 큰 관심은 박 전 대표가 어떤 쇄신책을 들고 나오느냐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기득권 포기 및 재창당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천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고, 계파를 실질적으로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 해체 과정에서 친박계 일부를 ‘읍참마속’할 가능성도 있다. 당의 주요 포스트에는 친박계가 아닌 쇄신파를 전면에 내세워 이미지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매진하기 위해 지역구 불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정두언·김성식·정태근 의원 등 쇄신파들이 주장해온 개혁 정책을 과감하게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반발하는 이들이 나올 게 뻔하다.”면서 “최대한 포용하겠지만, 끝까지 반대하면 갈라설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친이계 일부가 탈당하려고 하면 굳이 잡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