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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저 1100m서 ‘기적의 물’을 캔다

    해저 1100m서 ‘기적의 물’을 캔다

    인류 역사에서 물과 관련된 기적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최근에도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물과 관련된 수많은 기적의 치유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 웨일스의 홀리웰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의 잠잠 우물은 종교적 성지로, 일본의 벳푸 온천과 프랑스의 엑스 레뱅, 영국의 바스, 독일의 비스바덴 온천은 수치료, 즉 대체의학의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물과 관련된 기적의 체험사례라는 게 대부분 과장이거나 거짓이었지만 그렇다고 현대 과학이 경이롭게 여기는 ‘물의 기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강릉시 심곡·금진 해저온천수가 답이 될 듯하다. 해저 1100m에서 용출되는 이 온천수는 프랑스의 루르드처럼 질병의 치유력에 대해 상당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들어 언론 보도나 입소문을 통해 꽤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여러 궁금증을 안고 지난주 그 현장을 다녀왔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영동고속도로에서 동해고속도로로 진입해 옥계IC를 벗어나자 일망무제의 동해가 가슴을 열고 맞는다.IC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곧장 금진 포구에 닿는다. 지척에 정동진이 있는 자그마한 이 포구를 굽어보는 산자락에서 최근 입소문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이른바 ‘기적의 물’ 해저 온천수가 솟구쳤다. 강원도와 강릉시가 이곳 온천원 보호지구의 진입로를 잘 닦아놨다. 개발이 한창인 현장에 들어서자 ‘큐어하우스(KURE HOUSE)’란 명패를 내건 말끔한 신축 건물이 눈길을 끈다. 이곳이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알려진 금진 해저온천이다. 김정득 큐어하우스 대표는 “특별한 치료체계 없이 이 물을 1일 수차례씩 한 달가량 마시는 것만으로도 암의 진행이 억제되고, 치솟은 혈압과 혈당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며, 심장병 증상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아토피 피부염과 탈모, 무좀까지 낫는다는 체험사례가 수집된 것만 수천 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 각종 실험결과 효능 뛰어나 물론 이런 단순 체험사례만으로 이 온천수의 위력(?)을 믿으라고 하기엔 뭔가 석연찮다. 그래서 각계 전문가들이 이 물의 비밀을 풀겠다고 나섰다. 연세대 원주의대 생화학교실 김현원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물박사’. 그는 심곡·금진 온천수의 생리활성효과 연구를 통해 “이 물이 각종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분석 결과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여타 ‘기적의 물’들보다 빼어나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또 생리활성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 온천수와 해수, 해양심층수로 배추를 재배한 결과 해수와 해양심층수를 준 배추는 이내 시들었으나 이 물을 준 배추는 일반 배추보다 왕성한 생육 실태를 보였다. 이 온천수가 가진 짠맛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짠맛을 내는 나트륨과 쓴맛을 내는 마그네슘은 해수에 비해 적은 반면 단맛을 내는 칼슘은 해수보다 5배나 많아 소금과는 전혀 다른 이온화된 짠맛을 보인다.”며 “사람이 마셔도 갈증 등 이상 증세를 거의 나타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 동해권 새 건강아이콘 탄생 김 대표도 이 온천수의 성분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FDA 산하 검사기관인 ANRESCO와 일본 식품분석센터, 중국 칭화대학과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에 의뢰, 이런 연구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름대로 특화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강릉 동인병원은 이 온천수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앞서 강릉시와 강릉대학,KIST 강릉분원과 동인병원이 참여한 산업화 협약도 체결됐다. 또 강원도는 온천수가 용출된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92의1 일대 87만평을 온천원보호지구로 지정했다. 이른바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벨트인 동해권에 새로운 건강 아이콘이 탄생한 셈이다. ■ 해저심층 온천수란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 해저 온천수는 이미 알려진 해양심층수, 즉 깊은 곳의 바닷물을 걸러 음용하는 해양심층수와는 달리 해저 1100m의 암반층에서 용출된다. 따라서 생성과정은 물론 성분 또한 전혀 다르다. 이 온천수는 발견 후 구전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처음에는 수도권과 강원지역의 가톨릭 성직자들이 음용을 시작해 특정 질병 치유효과가 확인되면서 전국에서 물을 구하려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개신교와 불교 쪽은 물론 최근에는 운동선수들까지 이 물을 음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에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육상선수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코오롱·한국체대 마라톤팀 등 수많은 단체들도 앞다퉈 이 물을 마시게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오고 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동물실험 결과 이 온천수는 음용수로서의 적합성과 안전성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온천수로는 드물게 빼어난 활성산소 제거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온천수의 질병 치유력 역시 이 연장선에서 이해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온천수는 고생대 암반 지층에서 형성된 물로 용출 온도는 33.7도를 보이고 있으며, 지하 1100m에서 용출된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성분과 효과 연세대 원주의대 생화학교실 김현원 교수는 심곡·금진의 온천수를 이렇게 요약했다.‘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치유능력을 갖는 물들이 여럿 있는데, 특히 심곡·금진의 물은 미네랄 농도와 다양성에 있어서 비교할 만한 물을 찾기 힘들며, 그 성분이나 효과 면에서 세계적인 희소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온천수는 일반 광천수에 비해서 칼슘과 마그네슘의 농도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그 함유비가 체내 흡수에 매우 적합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 “실제로 이 온천수에서는 항암 및 항산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셀레늄이 500ppb(ppb는 10억분의1) 정도 관찰되는데, 광천수에서 농도 100ppb를 넘는 셀레늄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의학적으로 셀레늄은 다양한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온천수에는 셀레늄이 완전히 이온화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셀레늄뿐만 아니라 게르마늄, 스트론튬, 망간, 아연, 구리, 코발트, 바나듐 등 희귀 미네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 온천수가 드러낸 특정 질병에 대한 치료 및 예방효과. 김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항암 및 간 보호효과, 혈당강하 효과를 보였다.”며 “특이하게도 이 온천수가 짠맛을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혈압을 올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물을 마신 많은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이 정상으로 환원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당뇨를 비롯한 다양한 성인병 환자들이 이 물을 마시고 치유되었음을 증언하는 사례도 많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미네랄 농도가 매우 높아 현재의 먹는 물 관리법 상 음용수로 인정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외국의 경우 미네랄 농도가 높은 물을 의료용 광천수로 분류해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런 전향적인 기준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희귀난치병 정복과 도전](15)쇼그렌증후군

    [희귀난치병 정복과 도전](15)쇼그렌증후군

    이름도 생소한 쇼그렌증후군(Sjogren’s Syndrome)은 류머티즘과 유사한 자가면역 질환이다. 류머티즘과 다른 것은 류머티즘의 경우 면역체계가 주로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는 대신 쇼그렌증후군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외분비선을 공격해 점액질 분비샘과 침샘, 눈물샘이 손상된다는 점이다.“이 질환이 직접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일단 증상이 오면 삶의 질이 말이 아니죠. 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눈과 입 등 신체에 지속적인 손상을 가해 후유증이 남기도 하고요.”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윤종 박사는 이런 쇼그렌증후군을 ‘인체 면역시스템의 교란이 낳은 문제 질환’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쇼그렌증후군은 종류에 따라 1차와 2차로 나뉘는데,1차는 2차 쇼그렌증후군의 증상이 없이 단독으로 발생해 주로 눈과 입에 영향을 주는 경우이고,2차는 류머티즘관절염, 루푸스, 다발성 근염, 경피증, 다발성 결절 동맥염과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이 질환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여성이며 특히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인체 호르몬 체계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쇼그렌증후군은 연령에 관계없이 발병한다. 그러나 중년 여성이 이 질환에 특히 취약하다. 미국의 경우 조사된 400여만명의 환자 중 90%가 여성이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임상사례 등을 종합하면 25만∼50만명가량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여성 중에서도 특히 폐경기 여성의 유병률이 압도적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피로감과 미열, 몸살 등 비전형적인 전신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귀밑의 침샘이 붓거나 아프고,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눈과 입이 마르기 시작합니다.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눈과 구강이 마르는 증상이 관찰됩니다.” 대표적 증상인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분비되지 않는 만성적 안구 건조상태를 말한다. 눈물이 잘 분비되지 않아 안구 표면이 손상되고, 다시 정상적인 눈물 분비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아침에 눈이 뻑뻑하거나 충혈되고, 건조한 곳에 있으면 눈이 화끈거리며, 눈꺼풀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 또 햇빛 아래서 눈을 뜨기가 어렵거나 콘택트렌즈 착용이 어려운 것이 안구건조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구강 건조 말고도 입안이 타는 듯한 느낌, 미각의 변화와 함께 먹거나 씹기가 어려우며, 구강점막 염증, 충치 증가, 계속된 곰팡이 감염이나 침샘 부종을 보이는 구강건조증은 침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충치, 치주염, 구강점막염과 같은 구강 질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식도 운동이 감소해 가슴앓이가 생기거나 위산의 역류, 소화액 분비의 감소로 인한 소화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쇼그렌증후군이 의심되면 혈액검사를 통해 체내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즉 자신의 인체조직을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추가로 건빵테스트와 같은 안구 및 구강의 건조증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하게 된다. 더 정확한 검진을 위해서는 구강조직 생체검사를 하기도 한다. “진단에서는 1. 안증상 2. 구강증상 3. 안증후 4. 조직병리상의 문제 5. 침샘검사 결과 6. 자가항체의 존재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 가운데 4 또는 6항이 양성이면서 6개 항목 중 4개 이상에 해당되거나 3∼6 항목 중 3개에 해당하면 1차 쇼그렌증후군,1 또는 2번 항목이 양성이고 3∼5항 중 2개에 해당되면 2차 쇼그렌증후군으로 판정합니다.” 이 박사는 쇼그렌증후군의 치료에서 특히 ‘꾸준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질환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증상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질환도 다른 자가면역 질환과 같아 지금 단계에서 완치를 거론할 수는 없다.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마춤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상의 완화와 합병증 방지를 치료의 주요 목적으로 삼는다.“1차성 쇼그렌증후군은 안구건조증을 완화하기 위해 눈에 인공 누액을 자주 넣거나 레스타시스처럼 염증을 완화하고 눈물 생성을 돕는 치료제를 쓰기도 합니다. 또 평소 물을 자주 마시거나 무과당 껌을 씹어 침 분비를 촉진시키도록 권하며, 질 건조증 때문에 고통을 받는 여성이라면 윤활 젤리나 질정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억제제를 이용한 치료가 좋은 효과를 보이기도 하며, 새로 개발된 약제들이 속속 임상에 도입돼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기도 하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루푸스, 다발성 근염 등에 이어 나타난 2차성 쇼그렌증후군은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서 동시에 보존 치료를 병행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숙지해야 할 문제도 많다. 이 박사는 치료 중에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감기약이나 이뇨제, 고혈압 치료제, 항우울제 등 일부 약물을 잘못 사용할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쇼그렌증후군이 2004년부터 희귀난치질환으로 등록돼 치료비를 지원받는 특례 적용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환자는 20%의 치료비만 부담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단 과정과 치과치료의 경우에는 아직 보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현실적으로 침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구강관리가 필요한 쇼그렌증후군 환자에게 치석 제거를 위한 정기적인 스케일링은 필수적이지만 아직 이 분야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 : 이윤종 박사(분당서울대병원 류머티스내과)
  •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1) 세포사멸 세계적 권위자 최의주 고려대 교수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1) 세포사멸 세계적 권위자 최의주 고려대 교수

    ‘세포가 나고 죽는 비밀을 벗겨 난치병 정복에 나선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 세포사멸연구센터. 네 벽면은 물론 책상 위에도 연구 논문이 사람 키 높이만큼 첩첩이 쌓인 한 연구실.‘세포 사멸(死滅)’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최의주(50)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인기척에도 아랑곳없이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만큼 어지럽고 엉망인 곳도 없을 겁니다. 허허.” 그러나 그의 연구는 일목요연하고 명쾌했다. 그는 지난달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2006 국가석학(Star Faculty)’ 10명 중 한 사람이다. 세포가 탄생하고 죽는 과정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 수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겸손하게 손사래친다.“제 연구를 인정받은 것은 기쁘지만, 그냥 상을 홍보하기 위한 과찬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세요.” 그는 지난 13년간 ‘세포는 왜 죽어야 하는가?”란 질문에 끊임없이 답을 얻으려고 시도해왔다.1990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세포신호전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까지 세포의 생성과 사멸 과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96년 6월에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연구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국제과학논문색인(SCI)에 등재된 논문에만 100회 이상 인용될 만큼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 교수는 요즘 ‘스트레스에 대한 세포 죽음’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세포는 염색체 돌연변이, 구조 변화 등 각종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컨대 자외선, 감마선, 항암제 등 특성 독성 물질을 통해 ‘DNA 손상’을 겪는다. 세포의 죽음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세포의 죽음은 세포신호 전달과정으로 생겨나며 질병의 원인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요. 세포 죽음의 원리를 밝히면 난치병의 원인이 되는 주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최 교수는 세포 죽음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우리 몸에는 때나 머리카락처럼 세포 죽음이 일어나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뇌와 같이 세포 죽음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죠. 그런데 이 현상이 거꾸로 일어나면 여러 질환이 생겨나게 됩니다.” 최 교수는 치매나 파킨슨병·퇴행성 뇌질환·뇌졸중·심근경색 등은 비정상적인 세포의 죽음으로, 반면 암은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아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세포의 비정상적 생성과 죽음을 일으키는 유전자 등을 조절하면 치료제 개발의 정확한 ‘타깃’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공계 위기는 세계 석학도 절감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최 교수는 “보다 쉬운 길을 택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쩔 수 없지만, 정부의 지원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모두 기여도 측면에서는 동등한데, 정부 지원은 응용과학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룹 형태 위주의 과학기술 지원 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21세기 프런티어 사업’같이 연구 지원 대상을 그룹화시켜 놓으면, 이제 막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시작하려는 젊은 연구자들이 정작 하고 싶은 연구를 하지 못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과학은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에요. 한번 해봄직한, 정말 후회하지 않는 분야죠. 과학은 솔직하거든요. 뿌린 만큼 거둘 수 있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최의주 고려대 교수 1957년 서울에서 출생한 최 교수는 1976년 경기고,1980년 서울대 약학대를 졸업했다.1982년 KAIST 석사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90년 하버드대에서 생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93년 귀국한 뒤 97년부터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를 맡고 있다.2002년 한국과학상,2003년 생명약학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4) 건선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4) 건선

    주변에 흔하다고 여기는 것이 건선이다. 이거 한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은 질환이다. 습하고 햇볕이 강한 여름 동안 잠잠하다가도 건조하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증상이 재발한다. 정확한 국내 통계는 없지만 전 국민의 1%는 건선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유병률 2%에는 못미치지만 확실히 흔한 질환이다. 문제는 건선의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건선이 난치질환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건선은 틀림없는 난치질환이며, 따라서 완치보다 유지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잘 관리하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삼습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류지호 원장은 건선의 난치성을 ‘한번 오면 평생을 같이 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이같이 설명한다.“전염성이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다른 질환과는 엄연히 구별되지만 피부에 생기는 붉은 구진과 허옇게 일어나는 각질은 스트레스와 함께 참기 어려운 불편을 주기 때문에 환자들이 못견뎌하지요.” 건선은 신체 부위 곳곳을 가리지 않고 생기지만 팔꿈치와 무릎, 엉덩이, 머리 등 외부에 노출돼 잘 부딪히는 곳에서 주로 생긴다. 가려움증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밤이 되면 견디기 어려운 가려움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머리 건선은 허연 비듬과 함께 부스럼까지 만들어 곤혹스럽게 하기 일쑤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은 되지는 않지만 방치하면 순식간에 인체의 다른 부위로 확산된다.“건선을 가볍게 생각해 방치하면 전신성 농포성으로 발전하며, 이게 관절이나 눈, 심장, 소화기 등으로 전파되면 훨씬 치료가 어렵고 고통이 큽니다. 따라서 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관리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임상 경험으로 보자면 환자 10명 중 1명 정도는 손가락과 무릎에 건선성 관절염이 생기더군요.” “원인은 불명확합니다만, 학계에서는 유전성과 환경요인, 개인적인 체질과 영양 섭취의 불균형을 주로 거론합니다. 또 피부를 지나치게 자극해 피부의 생화학적 변화가 오는 것도 한 원인으로 보지요. 이 밖에 상처와 기후, 건성 피부, 스트레스와 약물 부작용 사례도 간혹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원인으로 피부 각질층의 세포가 정상보다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게 되면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특유의 각질이 생기게 됩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양태는 비교적 간단하다. 피부에 생긴 작고 붉은 구진이 점차 커지면서 하얀 각질에 덮힌 병소가 드러나며, 각질을 제거하면 피가 나는 것도 특징이다. 건선은 습진이나 양진, 표재성 진균증 등 다른 질환과 유사한 점이 많아 반드시 전문의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환자의 70% 정도는 30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 연령대별 발병률은 20대-10대-30대 순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치료 반응이 더디고, 증상도 훨씬 심하다.“건선은 성인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남녀 관계없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나타납니다. 서구의 유병률이 우리나라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미뤄 서구화된 식생활과 환경 요인이 발병에 작용한다는 혐의를 강하게 갖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은 다양하다.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병변은 판상형, 여기에서 발전해 동전 형태가 되면 화폐상, 전신에 농포가 생기는 전신성 농포성, 손발이나 머리 부분에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국소성 농포성, 붉은 구진 부위의 각질이 계속 떨어져 나가는 박탈성도 있다. 건선은 초기에는 쌀알 크기로 시작하지만 방치하면 손바닥만 한 병변으로 커지거나 물방울 정도의 농포로 번지기도 한다. 이런 유형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른 질환보다 진단이 쉽다. 건선의 문제는 재발이 잦고 만성화되기 쉽다는 점이다. 호전되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악화되는 등 수시로 상태가 변해 여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여간이 아니다. 따라서 꾸준한 치료가 치료의 관건이다.“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치료법은 국소 및 전신치료, 광선치료, 엑시머 레이저 치료법 등을 적용하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몇가지 치료법을 병용해 치료 효과를 높입니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국소치료다. 스테로이드 제제와 비타민D 유도체, 피부보습제를 사용한다. 이 중 스테로이드 제제는 부작용이 있어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광선치료는 단파장 자외선B를 환부에 쪼이는 치료법으로 치료 기간은 길어질 수 있으나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이런 일반적인 치료법 외에 최근에는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임상적으로는 주 1∼2회씩 10∼20회 정도 치료를 받으면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데, 효과가 빠른 것이 장점입니다.” 류 원장은 건선이 만성 피부질환으로, 재발이 잦고, 완치도 어려워 환자의 치료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실제로 증상이 빨리 호전되다가도 한 순간 폭발적으로 다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완치를 겨냥한 치료보다는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증상을 개선한 뒤 이 상태가 지속되도록 하는 유지치료가 최선입니다. 이 단계가 되면 한달에 한번 꼴로 병원을 찾아 상태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치료 번거로움도 훨씬 덜하지요.” 건선의 난치성이 인정돼 치료비는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건선 나으려면 돈 좀 써야 한다.’는 말도 옛말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엑시머 레이저치료가 보험 적용을 받아 그만큼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확대되고 부담도 크게 줄었다. 류 원장은 끝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의 폐해를 거론했다.“민간요법이 모두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단번에 건선을 뿌리뽑겠다는 생각은 과욕입니다. 자칫하면 뜻밖의 부작용으로 엉뚱한 고생을 할 수도 있으므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류지호 아름다운 나라 피부과 원장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3) 다운증후군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3) 다운증후군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프랑스 영화 ‘제8요일’에서 다운증후군을 앓던 주인공 조르주는 마침내 날개를 달고 뛰어내려 ‘천사의 죽음’을 택한다. 그임죽음이 자신의 의지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정신박약의 일종인 다운증후군은 우리나라에도 흔한 질병이다. 실눈의 눈꼬리가 위로 치켜지고, 코는 납작하며, 입이 작고 혀가 입 밖으로 비죽이 밀려나오는 특징을 보인다. 또 머리가 납작하고, 눈과 눈 사이가 멀며, 짧은 손가락은 안으로 자꾸 말린다. 경희의료원 성형외과 양원용(대한성형외과학회 차기회장) 교수는 지능장애 때문에 흔히 백치로도 불리는 이런 다운증후군의 증상을 이렇게 설명한다.“평균 지능지수가 50 안팎으로, 침착성이 없고, 호기심이 강하며, 아무나 잘 따릅니다. 또 엉뚱한 흉내와 농담으로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합니다. 선천성 심장판막증과 발육장애 등 매우 특이한 용모와 증상을 가진 질환입니다.” 정확한 국내 통계는 없으나 일반적인 유병률은 신생아 600∼700명당 한 명꼴로 태어난다. 주로 고령(35세 이상)의 초산부에게서 태어날 확률이 높다. 서양에서는 이 병을 가진 아이의 눈꼬리가 몽골인과 닮았다고 해서 ‘몽고증’이라고도 부른다. 양 교수는 최근의 고령임신 경향으로 다운증후군 유병률이 높아질 것을 경계한다.“신생아 700명당 1명꼴로 태어나므로 정상인이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산모가 고령일수록 이런 아기를 가질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며, 남성의 나이가 50을 넘어서 아이를 가질 경우에도 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젊은 임신부가 늘고 있어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원인은 염색체 이상이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정상인보다 1개가 많은 47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유전질환으로, 어머니가 관련 인자를 가진 경우에는 15%, 아버지가 가진 경우에는 4% 확률로 나타나며 특히 어머니의 21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아이는 100%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게 된다. “아이가 47개의 염색체를 가졌다면 그 다음 아기도 1%의 확률로 이 병을 갖게 되며, 염색체 수는 정상이나 위치가 바뀐 전위의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8%로 높아집니다.” 따라서 임신부는 적극적으로 태아 염색체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염색체 전위라면 부부가 지체없이 염색체 검사를 받아야 한다.“모든 임신부가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진단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혈청검사, 초음파검사와 융모막검사로 임신 12주 이내에 얼마든지 진단이 가능합니다.” 양 교수는 다운증후군이 다른 선천성 기형에 비해 발생 빈도가 높은데도 이들에 대한 교육 및 재활시설이 태부족한 현실을 개탄했다.“그뿐이 아닙니다. 사회적 인식과 이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겪는 불편과 고통과 클 수밖에 없지요.” 선천성 질환이어서 치료는 환자가 갖고 태어난 신체적 증상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안면 성형이나 혀 절제술 등이 그것이다. 제한적이지만 이런 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적극적인 사회 복귀와 정상적인 생활을 돕는다. 큰 혀를 항상 내밀고 생활하는 경우에는 혀의 일부를 절제함으로써 여기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한다. 혀를 내민 환자는 대부분 공명장애 때문에 발음이 어눌하며, 편도선과 아데노이드 염증질환이 잦고, 심하게 코를 골기도 한다. 또 충치가 심하고 턱이 불균형성장을 하게 되는데,3∼4세 무렵에 혀 절제술을 시향하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안면 성형은 다양하게 이뤄진다. 발육 부진으로 코가 납작한 환자는 양 눈 사이가 더 멀어보이고 눈 안쪽에 주름이 잡히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코뿌리를 높여 해결한다. 또 눈썹이 안쪽으로 나 각막을 찌르거나 발육 부진으로 광대뼈가 평평한 경우, 목에 지나치게 많은 지방이 축적된 경우, 변형된 귀와 힘없이 처진 아랫입술도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물론 이전 특성을 가졌다고 다 수술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 기술이 발전해 흉터 등의 부담이 없을뿐더러 환자의 용모나 인상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 이상으로 큽니다. 그러나 지능이 너무 낮아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없는 환자라면 수술을 받아도 실제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더러는 수술이 무의미할 정도로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없지 않고요.” 수술 시기는 일반적으로 취학 전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혀 절제술은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인 3∼4세 무렵에 해주는 게 좋다.“적기에 수술을 하면 환자가 자신의 용모나 신체 기능에 자신을 가져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연령대를 지나친 환자의 수술 치료가 어렵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제든 환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수술치료가 가능하지요.” 아직 정책적 지원이 흡족한 수준은 아니다. 얼마 전 혀 절제술이 보험 대상이라는 판례가 나왔다. 이에 따라 혀 절제술 환자는 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심장재단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수술치료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양 교수는 이런 당부로 말을 맺었다.“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다운증후군 아동들의 사회 적응력이 가장 높습니다. 이스라엘 부모들이 자식들에 대해 가장 적극적이고 헌신적이기 때문입니다. 다운증후군 아동들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떳떳이 자립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더 따뜻해야 하고,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을 껴안아야 합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세밑 선물/송한수 출판부 차장

    “○○○소주를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말 잦은 술자리로 고객님의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앞섭니다.” 해괴한 우편물이 사무실에 배달돼 한참 웃음꽃이 피었다. 선물과 함께 동봉한 A4 한쪽 분량의 편지에는 애주가로 남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구구절절 그득했다. 선물을 받은 주인공은 “거 참, 이상한 사람들이네.”라며 민망한 자리를 벗어나려 애썼지만 “아무래도 궤짝으로 재어 놓고 마시는 모양”이라는 여직원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연말에 몸을 해치지 말기를 바란다는 편지는 “앞으로 더욱 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편지 내용을 두고 말들이 많이 오갔다. 술 많이 마셔줘서 감사하다면서 걱정은 왜 하느냐는 등등. 말끝에 누군가가 “약국에서 담배 파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지구촌에 다시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자 묘하게도 입맛이 씁쓸해졌다. 그나마 끝맺음이 위안을 주었다.“한병당 3원을 적립, 난치병 어린이를 돕습니다. 소복소복 눈이 내리면 고객님 가슴에 사랑이 피어나길….”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2) 루푸스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2) 루푸스

    “수년 전, 당시 스물아홉 살 여자 환자가 있었어요. 다른 병원에서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는데, 갑자기 뇌압이 올라 두통과 구토증, 시력 소실에다 의식까지 가물가물해 응급실로 들어 왔더군요. 당시로서는 바이러스성 뇌막염인지, 루푸스성 뇌막염인지 확인이 되지 않아 뇌척수액 검사 등을 해보니 루푸스성이더군요. 워낙 위중한 응급상황이라 3일 동안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충격 주사요법을 시행했지요. 만약 의료진의 판단이 잘못됐다면 죽을 수도 있는 조치였는데, 다행히 잘 치료돼 지금은 소량의 약제만으로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확실한 치료법은 없지만 얼마든지 관리가 가능한 질환, 이게 바로 루푸스입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국내·외에서 솝꼽히는 류머티즘 질환 전문의인 한양대 류머티즘병원 배상철(류머티즘내과) 원장은 이런 사례로 루프스를 설명한다. 루푸스(Lupus)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를 말한다. 관절과 근육은 물론 피부, 신경조직, 폐와 신장, 심장과 조혈기관에서까지 면역체계 이상을 일으키는 ‘무서운’ 자가면역 질환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의료계에서는 우리나라에 40만∼50만명가량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혈병보다 높은 발병률이다. 이 가운데 자신이 루푸스를 가졌다고 아는 사람은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루푸스는 인종과 성별, 나이를 가리지 않고 생기는데, 특히 15∼45세의 가임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무려 10배나 발병률이 높습니다.” 아직까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류머티즘관절염과 흡사한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점은 의학계의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이다.“일부 학자들은 가족 중에 루푸스 환자가 있을 경우 발병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들어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예컨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직접 이어지는 형태의 유전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 심한 과로와 스트레스, 고혈압이나 특정 심장질환, 발작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투여하는 약물 등이 꼽힌다.“이런 요인 말고도 아주 중요한 원인으로 추정하는 것이 바로 자외선입니다. 환자 중에 햇빛에 특별히 만감한 환자가 40%나 되며, 이들 중에 과다한 일광 노출로 증상이 악화된 예는 아주 많습니다.” 증상은 무척 다양하다. 흔히 감기에 동반되는 고열과 식욕감퇴, 체중감소, 피로감에다 임파선 비대, 탈모 등이 나타나며, 조금만 부딪혀도 쉽게 멍이 들고, 얼굴 등이 잘 붓는다. 가장 확실한 증상은 코를 중심으로 양 뺨에 나타나는 붉은 반점이나 나비형 발진, 햇빛에 노출된 뒤에 나타나는 발진 등이며, 찬물에 닿으면 손끝이 하얘지기도 한다.“그렇다고 환자 한 사람이 이런 증상을 모두 보이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병이 활성기인데도 감기로 착각할 정도로 가벼운 증세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이상하다 싶으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지요.” 진단은 환자가 겪는 증상과 임상의사의 소견이 중요하다. 여기에다 면역 이상의 원인인 자가항체를 확인하는 혈액검사로 확진이 가능하다. 물론 치료는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조기발견해 완치됐거나 별 불편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환자도 많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5년 생존율이 50∼60%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다양한 약제와 치료술 개발로 10년 생존율이 90%에 이른다.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치료 약제로는 아스피린 등 진통소염제류와 항말라리아성 치료제, 스테로이드 제제, 면역억제제 등이 사용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아스피린만을 처방하지만 증상이 심한 활성기에는 강력한 항염증성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한다. 이뮤란, 사이톡산 등 면역억제제는 심각한 상황에서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된다. 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억제제를 투여할 때는 특히 골다공증, 백내장 등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약제가 치료의 전부는 아닙니다. 루푸스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과 적당한 운동, 그리고 균형잡힌 식사가 중요합니다. 또 감염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요. 사소한 감염 때문에 치명적으로 증세가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배 원장은 특히 루푸스와 햇빛, 자외선과의 상관성을 상세히 설명했다.“햇빛이나 형광 불빛에 노출돼 루푸스 발진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는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오전 10시∼오후 4시)의 외출을 삼가는 게 좋고, 불가피하다면 긴 옷을 입고, 노출 부위에 선크림을 발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루푸스의 여성 유병률이 높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체내에 비정상적인 항체가 많거나, 증세에 따른 체내 호르몬 체계의 변화와 약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결정을 해야 한다. 치료비의 80%는 건강보험으로 지원되며 ‘루이사(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등 환우회가 조직돼 환우들 간 정보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배 원장은 특별히 조기진단과 조기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병증이 넓게 번지기 전에 찾아내 치료하면 훨씬 쉽게 치료할 수 있고, 정상 생활로의 복귀도 빠르지요. 그러나 병증이 확산, 심화된 상태에서는 치료가 쉽지 않아 환자가 겪는 고통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배 원장은 환자들도 완치 기대를 버리지 말고 담당 의사와 항상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지라고 충고했다.“솔직히 10∼20년 전만 해도 루푸스 확진에만 2년 정도가 걸렸던 걸 생각하면 지금이야 약제나 치료술이 놀랄 만큼 발전했고, 또 전 세계 의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어 그 성과에 저도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 천주교 기부·나눔 단체 ‘한마음’ 탄생

    천주교를 중심으로 각급 행정기관과 기업체, 복지단체 등이 함께 하는 시민 자선단체가 탄생한다.8일 오후 7시30분 천주교 수원교구청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활동에 들어가는 기부와 나눔운동 단체 ‘한마음’(상임대표 최덕기 주교).1989년 추계주교회의에서 제안된 천주교 실천운동 ‘한마음한몸운동’을 시민사회운동 차원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종교와 직업, 소속과 상관없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단 경기도내 행정기관과 기업체, 복지단체부터 시작해 활동범위를 전국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첫 행사는 성탄절 전날인 24일 경기지역의 천주교민 70여만명이 일제히 자동응답전화(ARS) 릴레이 나눔에 동참하는 자선운동. 이를 시작으로 서류와 실제상황이 다른 독거노인이나 청소년 가장 등 행정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틈새구호대상총조사’를 실시해 경제적 지원과 현장 봉사활동을 하는 ‘맞춤별 나눔 운동’을 벌인다. 개인이 갖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기관이나 단체에 연계해 주는 ‘한마음은행’도 눈에 띈다. 한마음측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버리고 사람과 사람을 통해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전파하는 운동으로 희귀난치병 어린이 지원, 동남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 대상의 국제구호운동, 새터민을 돕는 ‘한겨레나눔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8일 창립대회에서는 홍창진 신부가 본부장으로, 중견배우 김지영씨와 탤런트 최재원씨가 홍보대사로 위촉된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1) 신경병증성 통증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1) 신경병증성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가 이런 기록을 남겼다.‘지금까지 내가 겪은 이 병의 통증 가운데 기록한 것만 수백가지가 넘는데 나는 지금 또 새로운 통증을 느끼고 있다.’ 통증. 인체가 느끼는 이 감각은 안팎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의 작동음이다. 따라서 이 메커니즘이 종료되면 당연히 통증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상식에 반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신경병증성 통증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교실 윤덕미 교수는 이를 ‘신경계 교란’으로 정리한다. 도움말: 윤덕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 “신체의 생리적인 이상 말고도 신경 자체의 오작동이 통증을 유발합니다. 사고나 병으로 말초신경이 끊어지거나 망가져 피부 부위에는 감각이 없는데도 환자는 밤낮없이 통증을 호소합니다. 다시 말해 신경병증성 통증이란 신경섬유 손상으로 통증을 전달하는 말초·중추신경이 통증 통제센터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고, 이 때문에 통증의 원인이 없는데도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대목이지요.” 말이 통증이지 강도가 상상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산이나 마취없이 수족을 절단할 때의 고통보다 더한 통증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통상 치통이나 관절통의 통증 강도를 20으로 보면 신경병증성 통증은 평균 40에 이른다. 중증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통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바꾸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실제로 2004년에 열린 세계통증연구회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통증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수면장애를 비롯, 대인관계의 와해, 성격장애 등을 초래, 결국 사회생활의 파국으로 이어진다. 통증의 유형도 무척 다양하다. 크게는 외부 자극이 없어도 느껴지는 자발통과, 자극이 가해질 때 느끼는 유발통으로 구분한다. 자발통은 화끈거리거나 날카롭게 쑤시는 느낌, 감전된 듯 저릿거리는 느낌으로 올 때도 있고, 더러는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유발통은 보통 사람은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 즉 가볍게 만지거나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이 있는가 하면 정상인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강하게 통증을 느끼는 통각과민 상태도 있다. 정확한 유병률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한 조사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요통이나 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의 50∼60%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통증을 느낀다. “주변에 환자는 많지만 정말 통증이 심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100명 중 10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질환 자체가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인 경우는 드물지만 더러는 통증의 고통 때문에 우울증이 와 자살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통증 자체가 주관적 느낌인 탓에 진단도 간단치 않다. 환자의 자세한 병력 청취가 중요하며, 통증의 특성 및 지속 시간 등이 진단의 실마리가 된다. 원인질환을 잡아내기 위해 임상검사실 검사나 영상검사, 근전도, 체열 촬영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를 종합해 통증의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진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질환은 다양한 원인만큼 표준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치료의 핵심은 증상과 증후를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기존 진통소염제로는 통증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항경련제나 항우울제, 항부정맥제처럼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약제를 주로 사용하지요. 이런 약제도 환자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약제의 종류와 용량을 지속적으로 조절해 환자에게 가장 편하고 부작용이 적은 수준을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양한 약제가 있지만 1차 약제로는 항경련제와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된다. 항경련제로는 지금까지 카바마제핀(성분명 테그레톨) 등이 많이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부작용 문제를 크게 해소한 가바펜틴 류가 주로 사용된다. 약물 외에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신경차단술, 물리치료, 심리치료, 신경자극술, 약물펌프 등이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경우 이런 통증에 지나치게 관대해 대부분 병이라고 여기지 않고 당연히 오는 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그냥 참고 견딘다는 사실이다. “물론 자신이 견딜만 한 통증이라면 견디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자가진단에 의존해 근거없이 ‘별 거 아니다.’고 단정하거나, 엉뚱하게도 진통제의 부작용을 내세워 고통을 마냥 견디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의식은 두가지 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질환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것이고, 둘째는 약제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하다면 당연히 약제를 적절히 사용해 병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그 ‘통증’은 엄밀히 말해 증상이 아니고 질환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들은 ‘바람만 스쳐도 아파서 못 견디겠다.’고들 말하지만 이 증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동안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통증의 양태는 사람마다 다른데도 보험 적용이 가능한 약제의 적응증 범위가 너무 좁아 의료진과 환자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윤 교수는 “최근 들어 부작용을 크게 줄인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됐으나 건강보험에서 제시한 처방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어 이런 약을 처방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며 “환자들이 겪는 ‘흔적없는 고통’을 감안해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전향적인 인식과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Seoul in] 난치병 청소년에 4236만원 전달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난치병 청소년 20명에게 치료비 4236만원을 전달했다. 치료비는 10월13일 강북구민운동에서 열린 난치병청소년 돕기 제8회 한마음콘서트의 티켓 판매수입과 후원금, 삼각산예술회관 공연수익금으로 마련했다. 난치병 청소년들은 소아백혈병, 월름씨 종양, 모야모야병, 터너증후군, 척수 뇌수염 등을 앓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나 수술을 받지 못해 왔다. 문화공보과 901-6322.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0) 강직성 척추염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10) 강직성 척추염

    “일반인들은 염증성 질환이라고 쉽게들 여기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척추관절과 천장관절, 견관절, 고관절 등에 염증이 발생해 통증과 강직이 나타나 결국 몸이 통나무처럼 굳어지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치료도 쉽지 않습니다.” 강남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당부로 말문을 열었다. 그가 말한 천장관절은 엉치 등뼈와 장골(腸骨) 사이에 있는 관절로 몸통과 다리 사이를 잇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생각해 보세요. 척추관절과 천장관절, 견관절, 고관절 등은 큰 근육과 연결돼 사실상 인체의 모든 동작과 관련이 있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염증은 이런 큰 관절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 관절과 이어진 인대나 근육에도 생겨 환자를 괴롭힙니다.” 일반적인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0.1%로 보지만 우리나라엔 이보다 적은 1만명가량의 환자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추산이다. 희귀하다지만 만만찮은 유병률이다. 문제는 이 병이 한창 젊은 20대 남성에게 많다는 사실이다. 환자의 대부분이 20대 이하이며, 남자가 여자보다 5배 가량 많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효율적인 치료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의학적 접근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병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이 병은 류머티즘과 유사한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의학계에서는 인체 유전자 가운데 ‘HLA-B27’이라는 조직적합 항원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잘 발병하는데, 여기에 착안해 원인을 찾으려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특정 세균에 의한 인체 면역체계 교란설도 이런 연구 결과의 하나입니다.” 박 교수가 임상적으로 관찰한 증상은 청소년과 성인에게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일반적으로 16세 이하에서는 발목, 무릎, 고관절 부위의 관절통으로 시작해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나면 척추나 천장관절로 염증이 진행합니다. 이보다 더 어린 소아에서는 인대와 힘줄이 붙은 관절 부위에 염증이 잘 생깁니다. 이에 비해 성인의 경우에는 허리나 엉치 부위의 통증과 강직감이 일반적인 증상이고, 견관절과 고관절에도 통증이 생기지만 소아와 달리 다리 부위의 작은 관절에는 잘 침범하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런 통증과 강직은 동·서양에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서양인과 달리 한국 등 동양인의 경우에는 전체 환자의 30∼40%에서 다리 부위의 작은 관절에 통증과 강직이 침범할 정도로 흔하다. 그런가 하면 환자의 25∼30%에서는 안과 질환인 포도막염이 나타나고, 드물게는 폐의 섬유화, 대동맥판 역류, 부정맥 등 치명적인 후유증이 동반되는데, 이 질환 사망의 주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강직성 척추염이 보이는 가장 두드러진 특이 증상은 염증성 천장골염이다. 천장골염은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보인다. 염증이 서서히 진행되고, 허리와 엉치의 통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된다. 주로 40세 이하의 젊은 남자에게서 나타나며,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뻣뻣했다가 활동을 시작하거나 운동을 하면 나아지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진단이 쉽지는 않다. 증상이 유사한 다른 질환과의 판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임상 병력과 진찰 소견,X레이로 진단이 가능하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적합 항원인 HLA검사를 해야 한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치료가 쉬울 리 없다.“일차적인 치료의 목표는 통증과 강직감 해소에 둡니다. 척추가 굳어 활동 장애가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이를 위해 약물·수술요법을 적용하는데 어느 방법을 적용하느냐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결정합니다.”약물요법에는 소염진통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소염진통제를 장기적으로 투여하게 되면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약물은 최소한, 운동은 꾸준히’의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소염진통제로 증상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관절 손상을 줄이기 위해 2차 약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사용하기도 하나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염증 유발물질의 발현을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개발돼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병증이 심각하게 진행돼 불가피한 경우에 선택하는 치료법이다.“수술은 염증으로 척추관절 유착이 오거나, 이 때문에 활동이 어려운 경우,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척추 변형이 심한 경우, 고관절 통증으로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 받는 경우에 고려합니다.” 여기에 적절한 운동 요법을 더하면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예후는 좋은 편이다.“진행성의 경우 통증과 강직이 요추에서 시작돼 흉추, 경추로 확대되지만 규칙적인 운동 요법을 통해 최소한 관절 변형은 막을 수가 있습니다. 또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고요. 빨리 발견한 환자는 규칙적인 운동 요법만으로도 삶의 질이 크게 나아집니다. 따라서 이런 병증을 가진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삶을 의미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봐야지요.” 그렇다고 모든 운동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자유형과 배영 위주의 수영과 약간 빠른 걷기, 자전거 타기와 테니스, 배드민턴 등은 권장하지만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유도, 검도, 격투기나 관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는 볼링, 골프, 당구 등은 피해야 한다. 건강보험에서 치료비의 80%를 지원하며, 빈곤층은 소득에 따라 나머지 20%도 마저 지원하기 때문에 개인의 치료비 부담은 거의 없는 편이다. 잘 치료받으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박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을 갖고도 미국에서 유명한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리코 브로냐의 말을 소개했다.“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러면 위대한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박성환 강남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 유전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서로 훨씬 많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0.1%의 유전자 차이가 면역력 등 신체 조건의 차이를 불러오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0.3%, 또는 1% 이상까지 유전자가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어떤 이는 난치병에 걸리거나 특정 약물에 취약하지만 다른 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 의대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거 연구소 등 13개 연구소는 백인종과 황인종, 흑인종 등 270명의 유전자 3000개를 해독한 결과, 이들 유전자의 10% 이상이 증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발간된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간 유전자는 무려 30억개의 코드를 갖고 있으므로 완벽한 해독에는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CCL3L1 같은 유전자가 흑인에게서 많이 증식되며 에이즈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혈액의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는 동남아시아계에서 특히 많이 증식됐으며,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정 유전자의 증식 횟수와 다양성은 치매나 파킨슨씨병과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90%의 유전자가 증식되지 않는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19세기 그레고어 요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폐기해야 할 정도의 획기적인 것이라고 미국 휴스턴 배일러 의대의 제임스 럽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멘델의 법칙처럼 부모로부터 단지 2개의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증식된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를 갖게 된다. 유전자의 증식 횟수도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이 때문에 인간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다. 인간 유전자와 99% 동일하다고 알려졌던 침팬지도 실제로는 인간과 96%만 닮은꼴이어서 ‘한참 먼 친척’으로 밝혀졌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에이즈, 파킨슨씨병, 치매 같은 난치병 및 다운증후군 등의 유전질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암에 취약한 사람의 유전자를 파악해 미리 진단할 수도 있다. 생거 연구소의 매튜 헐레스는 “연구진이 이번에 확인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9)뮤코다당체 침착증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9)뮤코다당체 침착증

    “인체의 대사 과정에 작용하는 수많은 효소 중 한 가지라도 결핍되면 관련 대사작용이 모두 중단되는데, 이 때 부분적으로 분해된 이른바 ‘뮤코다당(多糖)’이 세포와 조직에 쌓여 병증으로 발전하는 질환이 뮤코다당체 침착증(이하 뮤코다당증)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진동규 박사. 유전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 국내 관련 환자 70∼80%를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결국 이런 현상이 세포 손상을 일으켜 가시적인 증상, 이를 테면 아이의 외모가 변하고 이어 몸의 기능과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뮤코다당증을 설명했다. 뮤코다당증(MPS·Mucopolysaccharide)은 뮤코다당이 비정상적으로 체내에 축적되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이다.“아이가 MPS를 가졌더라도 태어날 때는 정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생후 1년 가량이 지나면서 점차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증상은 MPS의 종류와 환자의 연령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치료가 필요한 증상의 시작은 보통 귀의 감염, 콧물, 감기 등입니다.” MPS는 유전성이면서 동시에 진행성 질환이다.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구체적이고 심각해진다.“병증을 가진 모든 아이는 조악한 얼굴 형태에다 정도는 다르지만 관절 등 골격계 변형으로 신체활동에 심각한 제한이 따르게 됩니다.”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기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가 하면 시력장애를 유발하는 각막혼탁, 간과 비장의 비대와 이로 인한 심장과 혈관 압박, 성장 지체, 뇌수종 등이 나타난다. 또 피부가 두꺼워지고, 몸에 털이 많아지며, 만성 중이염에 나중에는 정신지체까지 오게 된다. 최근 이 병증이 부쩍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병증과 무관하지 않다. 이 질환이 주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독감에 잘 걸리고, 한 번 걸리면 병원 문턱이 닳도록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가 어린 아이여서 부모들이 겪는 심신의 고통은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치료받지 않는 중증 환자 대부분이 10∼20세에 죽음을 맞는다는 점도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다. 아직 정확한 국내 유병률도 파악되지 않아 전국적으로 수백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만 추산될 뿐이다. 환자의 90% 이상이 어린이나 청소년이며 18세를 넘긴 환자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 병의 원인이 체내 특정 효소의 결핍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 이후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돼 지금은 환자에 따라 부족한 효소에 따라 같은 뮤코다당증이라도 1∼9형(5,8형은 사용하지 않음)으로 구분하고 있다. 헐러증후군으로도 불리는 1형은 상염색체 열성질환으로 서구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다. 헌터증후군으로 알려진 2형은 국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관절이 굳고, 성장이 더디며, 특징적으로 머리가 커져 육안으로도 쉽게 증상을 판별할 수 있다. 산 필리포증후군인 3형은 중추신경계 증상을,4형인 모르퀴오증후군은 저신장 등 특징적인 골격계 이상을 보인다. 마로토-라미증후군으로 명명된 6형은 심폐 합병증으로 20세를 넘기기가 어려우며,7형인 슬라이증후군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으며,9형은 특징적으로 관절 부위의 연조직 종괴가 나타난다. 진 박사는 “이렇듯 종류가 많고, 유형에 따라 치료법과 증상이 제각각이어서 일률적인 패턴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진단이 어렵지는 않다. 전문 소변검사와 효소검사를 거치면 대부분 확진이 가능하다. 치료제 개발도 가속화되고 있다.1·2·6형은 리소소옴 효소제가 나와 활용되고 있으며, 진 박사팀도 산자부 지원으로 우리나라에 환자가 많은 2형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질환의 특성상 완치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적용하는 치료도 주로 보존치료법이지요.”예컨대 보존치료란 관절에 문제가 드러나면 관절을 유연하게 해주고, 감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호흡기에 문제가 나타날 경우 기도를 확보하거나 산소공급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더러 심장이나 눈에 문제가 생기면 외과적인 수술을 하기도 한다.“엄밀하게 말하자면 현재의 치료법은 병 진행을 제어하는 단계라기보다 드러난 증상에 대해 대증적 치료법을 적용하는 단계라고 보는 게 옳다고 봐야죠. 희망적인 사실은 1·2·6형에 이어 3·4형 치료제도 임상연구 중이라 머잖아 치료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더라도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적절하게 의료기관의 관리를 받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삶의 질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본래적으로 질병을 갖고 삽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잘 관리하고 치료받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듯 이 병도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완치가 아니라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진 박사는 특히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를 강조했다.“제가 관리하는 환자들을 봐도 조기치료를 받는 환자와 성인 환자의 치료 예후가 확연하게 다릅니다. 당연히 조기치료를 받는 환자의 예후가 좋은데, 이런 경우 같은 환자라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지요. 또 지금은 산전진단을 통해 미리 문제의 소지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반드시 산전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환이 산정특례에 해당돼 치료비 중 80%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해 주며, 나머지도 각 지자체 등에서 지원해 환자들이 치료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런 병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치료비 걱정 때문에 병원 찾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진 박사는 “지금의 치료법으로도 얼마든지 증상을 완화, 개선시킬 수 있으므로 환자와 가족이 희망을 갖고 이 질환을 봐줬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근육병 소년의 ‘희망가’

    근육병 소년의 ‘희망가’

    “저 때문에 무릎이 상한 엄마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최광훈 선생님의 발명품을 빨리 장만해 부모님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부산 강서구 녹산동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손승민(15)군은 희귀난치병인 근육병 환자다. 중증이다. 팔을 들어 밥숟갈만 겨우 뜰 정도다. 손군은 엄마 변은(42)씨한테 늘 미안하다. 자기보다 15㎏이나 더 나가는 아들(키 170㎝ 체중 65㎏)을 매번 전동 휠체어에 태우느라 무릎에 관절염이 생겼다. 손군에게 큰 희망이 생겼다. 지난 15일 서울신문 사회면에서 ‘근육병 딛고 발명왕 된 최가이버’ 최광훈(49)씨의 발명 기사를 읽은 것이다.(서울신문 11월15일자 12면 보도) 최씨는 중증 장애인을 침대나 바닥에서 끌어올려 휠체어로 옮겨주는 ‘천장 고정식 간편 호이스트’ 장치를 20만원 정도의 가격대로 개발했다. 손군은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최광훈님이 발명한 장치와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있지만 너무 고가여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발명품이 언제 상품화되는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꼭 알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갑작스레 발병한 손군은 자기 병보다도 부모님을 더 걱정하는 효자다. 한창 성장할 때 80㎏까지 몸무게가 불자 엄마 힘들다며 2년간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15㎏을 뺐다. 손군의 아버지 손태열(46)씨는 “아들이 기사를 보고 너무 기뻐하며 ‘이메일을 보내며 아빠 연락처를 가르쳐 줬으니 연락이 오면 꼭 좀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해 가슴이 찡했다.”고 했다. 손군의 사연을 들은 최광훈씨도 크게 기뻐하며 손군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씨는 “재활공학서비스 연구센터와 조속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줬으면 한다. 근육병도 줄기세포나 유전공학 쪽으로 많이 연구가 되고 있으니 힘들지만 좀 더 열의를 갖고 재활노력을 하면 좋은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격려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8) 재생불량성 빈혈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8) 재생불량성 빈혈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에서 혈액을 생산하지 못하는 이른바 ‘골수부전’ 상태를 말한다. 단순한 빈혈의 곁가지 질환쯤으로 알아서는 곤란한 질환이다. 필요한 만큼의 피를 체내에서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생 수혈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혈연간 이식이라도 거부반응이 10%나 된다. 비혈연간 이식의 경우에는 거부반응률이 최고 30%까지 높아진다. 여의도 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종욱 박사는 “성공적인 골수 이식 말고는 완치를 말할 수 없는 질환이 바로 재생불량성 빈혈”이라고 설명한다.“가장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이는 치료법은 골수이식입니다. 혈연간 골수이식의 경우 성공률이 90%나 되니까요. 이런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면역제제를 이용하는데 이 경우 70%는 정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 경우 30∼40%에서 병증이 재발한다는 것입니다.” 흔치 않은 병이지만 우리나라의 유병률은 인구 100만명당 5.1명으로 유럽의 2명보다 2배 이상 높다.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동양인의 경우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확률이 높아서가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인이 불분명한 특발성이 대부분이다. 발병 추세도 우리나라와 서구가 다르다.“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20∼30대 연령층의 환자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프랑스 등 유럽권에서는 50세 이후 환자가 대다수입니다. 원인으로 꼽히는 바이러스 감염 실태나 기타 방사선, 항암·항생제, 벤젠 등 유기용매나 살충제 등의 사용 조건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증상도 일반적인 빈혈보다 다양하고 치명적이다. 계속 이 박사의 설명을 듣자.“이 질환의 경우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백혈구가 감소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 등 감염질환에 잘 걸리고, 혈소판이 줄면 지혈장애가 오지요. 여성의 경우 생리가 그치지 않고 하혈로 이어진다든지, 코피나 치과에서 이를 뽑은 후 지혈이 안 되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겪은 뒤에야 자신이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진단 방법은 골수검사가 일반적이다. 골수조직을 검사해 골수세포의 충실도, 즉 조혈세포의 숫자가 줄어든 사실을 확인하는 진단법이다.“이 검사에서 말초혈액과 골수조직 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해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골수조직의 조혈모세포가 25% 이하이면서 말초혈액의 절대과립구 수가 500/㎣ 이하, 혈소판 수가 2만/㎣ 이하 정도면 중증으로 보게 됩니다.” 중증의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출혈이나 세균 감염에 의해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 현재까지 임상적으로 적용하는 치료법은 골수이식과 수혈, 면역 억제제 투여 방식이 대표적이다. 주로 50세 이전의 중증 환자가 대상인 골수이식은 혈연간 이식의 경우 성공률이 90%를 웃돌지만 비혈연간 이식은 70∼80% 선으로 조금 낮다.“골수이식이 어려운 환자의 표준치료이기도 한 면역 억제제 투여는 환자의 70% 정도에서 혈액학적 개선이 나타나지만 문제는 이 가운데 30∼40%는 재발한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중증이 아닌 환자의 경우 보조적인 치료로 수혈하게 되는데 이게 또 간단치 않습니다.” 지속적인 반복 수혈을 통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혈이 반복되면서 체내에 축적되는 철분이 문제가 된다.“10회 정도만 수혈받아도 체내에 축적된 철분이 많아져 철중독증으로 발전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철의 독성이 발현돼 심장과 간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는가 하면 췌장의 베타세포를 파괴해 당뇨병을 부르기도 합니다. 그걸 알지만 수혈을 안 할 수가 없으니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사실 철중독증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생불량성 빈혈의 대표적인 2차 질환이다. 이 박사는 “인체에는 불행하게도 과잉 철분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체내에 축적된 철분은 암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활성산소 생성을 촉진하고, 자체적으로 산화해 조직을 손상시키는가 하면 불용성 철 화합물인 헤모시데린이 체내 조직에 침착해 독성을 만들어 냄으로써 구체적으로 생명을 위협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철중독을 치료하는 킬레이션 요법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주사 주입이나 경구용 약제를 투여해 축적된 철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가장 최근에는 엑스자이드(성분명 데페라시록스·노바티스)라는 경구용 제제가 출시됐는데 기존 표준치료제였던 데페록사민 계열의 약제에 비해 효과는 비슷하면서도 안전성을 크게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약제는 지난 3월 식약청으로부터 국내 시판허가를 얻었다. 치료 비용도 간단치 않다. 골수이식의 경우 공여자가 있어도 최소한 2000만원 이상의 목돈이 들며, 면역억제제도 1사이클 투여 비용이 300만∼4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다행히 재생불량성 빈혈에 대해 정부가 희귀난치병으로 구분해 환자 부담은 20%뿐이다. 그나마 혈액 암협회나 일부 병원에서는 나머지 치료비도 지원해주고 있어 사실상 치료비 부담은 크지 않다. 이 박사는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골수이식이지만 갈수록 자녀 수가 줄면서 형제 등 가족간 골수 공여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 적용할 수밖에 없는 비혈연간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문제와 합병증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치료효과가 높은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갈수록 환자들의 삶의 질은 두드러지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근육병 딛고 발명왕 된 ‘최가이버’

    근육병 딛고 발명왕 된 ‘최가이버’

    14일 수원시 경기도의회 1층 로비. 서울 서초장애인자립센터 소장 최광훈(49)씨가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자기가 개발한 특수 기계장치에 대해 부지런히 설명하고 있다. 최씨는 근육병을 앓고 있는 1급 중증장애인. 재활공학서비스 연구지원센터가 개최한 이번 ‘재활 보조기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천장 고정식 간편 호이스트’를 개발해 발명상(해피 아이디어상)을 받았다. 최씨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양손 엄지손가락과 안면근육뿐이다. 폐횡경막이 약해 산소 흡입량이 적은 탓에 수시로 가스통에 든 간이산소를 마셔야 한다. 늘 연탄가스를 마신 것처럼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남의 도움이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어 욕창이 생기기 일쑤다. 건설교통부 7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1983년 10월 어느날, 예비군 훈련을 가려고 군화끈을 묶는데 다리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후 점차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지더니 얼마 후에는 걷다가 쓰러지는 일이 잦아졌다. 대구, 군산, 창원 등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 침술원을 모두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병명조차 몰랐다.1988년 가산을 거의 탕진하고 나서야 희귀난치병인 근육병이란 걸 알게 됐다. 염색체 이상으로 온몸의 근육세포가 점점 소멸되고 힘이 빠져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이번에 발명한 기구는 몸을 못 가누는 중증 장애인을 침대나 바닥에서 끌어올려 휠체어로 옮겨주는 장치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6년 전 개발에 나섰다.“덴마크나 일본에서 중증 신체장애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장애인을 들어올리는 일을 하다 심각한 허리디스크에 시달리는 바람에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실제 제 아내(44)와 아들(18)도 저 때문에 허리 통증을 앓는 것을 보고 발명을 마음 먹게 됐죠.” 작동버튼을 누르면 천장에서 벨트가 아래로 내려오고 이 벨트를 몸에 착용한 뒤 다시 버튼을 누르면 몸을 1m가량 공중으로 띄워 올려 휠체어로 이동시켜 앉혀 준다. “이런 장치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하지만 200만원이 넘는데다 부피가 커서 보통 저소득층으로 좁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영세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죠.” 최씨가 개발한 제품은 기존 제품의 10분의1인 20만원이면 살수 있고 부피도 가벼워 설치도 쉽다. 그의 다음 개발목표는 중증 장애인들이 급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첨단 음성인식 기능이 내장된 휴대전화다.“정보기술(IT) 최고 선진국인 우리나라 기술에 장애 경험을 덧붙인 휴대전화를 개발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수원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英 ‘맞춤아기’ 세계 첫 탄생

    선천성 질병을 물려받지 않도록 인공 수정 이후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 검사를 거친 건강한 ‘맞춤 아기’가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태어났다. 유전 질환을 가진 부모도 마음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나 버려지는 배아가 생명 윤리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있다. BBC인터넷판은 14일 프레디 그린스트리트와 토머스 그린스트리트 쌍둥이 형제가 2주전 런던 가이스 앤드 성토머스 병원에서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아이의 부모는 난치병인 낭포성 섬유증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이 병에 걸려 고생하는 다섯살 난 쌍둥이 딸을 두고 있었다. 쌍둥이의 부모는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 질병에 걸렸는지를 검사하는 ‘착상전 유전자 진단(PGH·pre-implantation genetic haplotyping)’ 검사를 받았다.PGH는 낭포성 섬유증뿐만 아니라 헌팅턴병, 척수성 근위축증, 듀센 근이양증 등 최대 6000종의 질병을 유전자 검색을 통해 미리 알아낸다. PGH는 배아의 유전자 결함을 발견하는 사전 이식 유전 진단법(PGD·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보다 진보한 것이다.PGD는 200여종의 유전질병을 검진할 수 있지만,PGH는 30배나 많은 숫자의 질병을 판별해 낸다. 게다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배아세포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검사해 보다 빨리 질병을 찾아낸다. 또 건강한 어머니에게서 아들에게 유전될 수 있는 X염색체성 열성유전형 질병도 진단될 수 있다. 유전병이 있는 혈통에서 그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도 질병이 있는 배아 판별이 가능하다. 영국 의료진은 그린스트리트 부부의 배아가 낭포성 섬유증에 걸렸는지를 검사한 후에 건강한 배아만을 골라 엄마의 자궁에 이식했다. 가이스 앤드 성토머스 병원은 올 6월 새 배아 검사법 개발을 발표했다. 연간 100여 부부 이상에게 이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발표 당시 치명적 유전병을 가진 부부 5쌍이 새 검사법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임신중이었다. 킹스칼리지 부인과의 피터 브로드 교수는 “자궁 이식 전 배아 유전자 검사는 계속해서 아기를 유산했거나 혹은 심각한 선천성 질병으로 고통을 받거나 사망한 아기를 둔 가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단체인 생식윤리논평의 조세핀 퀸타발은 “어떤 배아는 죽고 어떤 배아는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사들이 앉아서 결정한다는 사실은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배아 검사를 우려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7) 만성폐쇄성 폐질환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7) 만성폐쇄성 폐질환

    30여년간 애연가로 지내왔던 김모(52)씨. 평소 건강했던 김씨는 일주일 전부터 지속적인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이 느껴졌다. 일교차가 심한 가운데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 김씨는 오랫동안 즐기던 담배가 약간 맘에 걸렸다. 하지만 경미한 감기증상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 없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구입해 복용했다. 한동안 감기약을 복용했지만, 결국 김씨는 호흡곤란이 더 심해져 병원을 찾아 진단한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확인됐다. 이미 몸이 붓고 손끝 청색증과 함께 성기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처럼 겨울철이면 감기증상으로 알고 병원을 찾았다 심각한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만성폐쇄성폐질환. 병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이름이지만 암이나, 심장병처럼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보면 암보다 더 치명적인 난치병이다. 송정섭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여의도 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에게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증상과 예방법 등을 들어봤다. # 폐암보다 심각한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COPD)이란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에 의해 기도가 서서히 폐쇄돼 결국 호흡을 하기 힘들게 되는 질환이다. 무서운 것은 폐암처럼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환자가 잘 모르는 상태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환자가 자각증상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대부분이다.COPD가 심각한 질환임에도 초기에는 진단되지 않거나, 천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유럽에서도 COPD환자의 25%만이 제대로 진단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암의 경우 1∼4기 단계별로 완치 확률이 있지만 COPD는 완치가 불가능, 치료는 진행속도를 늦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번 손상된 폐 기능은 다시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인데 조기진단과 병의 악화를 막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 40세 이상이 대부분 현재 COPD는 AIDS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다.WHO는 2020년쯤에는 사망원인 3위, 장애원인 5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심장질환,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4번째 주요 사망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3년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이하 호흡기학회)가 전국 성인남녀 9243명을 대상으로 한 ‘COPD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45세 이상 성인의 17.2% (남성 25.8%, 여성 9.6%)의 유병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담배를 피우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있는 잠재환자의 92%가 병원진료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흡기학회가 전국 주요병원 7곳을 대상으로 COPD 환자의 증가를 조사한 결과 2000년 1만 5295명에서 2004년에는 1만 9887명으로 5년간 약 30% 증가했다.5년간 COPD 진단환자 수 총 8만 9290명 중 40대 이상 남성이 7만 1503명으로 80%를 차지하고 있어 40세 이상의 남성이 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원인과 증상 COPD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흡연, 대기오염, 작업장에서의 유해가스 노출, 유전적 요인 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환자의 80∼90%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흡연으로 기관지 내에서 먼지 등을 걸러주는 섬모운동이 방해되고, 점액분비선의 증식 및 비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OPD는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 흡연 시작 후 20년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COPD환자수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COPD는 기침, 천명, 반복되는 폐 감염 및 객담, 호흡곤란이 주된 증상이다. 중증의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 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의 호흡량이 부족해져서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심한 호흡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게 되고, 더욱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청진기로 색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해지면 이마저도 없어지게 된다. 더구나 COPD는 40세 이후에 발병하기 시작하며, 증상이 심해지면 간단한 걷기도 힘들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종종 천식 증상과 혼동하는데 천식이 밤에 기침이 많은데 비해 아침 기침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 예방과 치료법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매년 11월17일 ‘폐의 날’에는 COPD의 위험을 알리고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캠페인을 펼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COPD 강좌, 폐기능 무료 검사, 건강상담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유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COPD는 진폐증처럼 완전하게 치료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금연 등 예방에 힘써야 한다. 치료는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넓혀주고, 최소한도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기관지확장제, 항생제 등의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장기 투병중인 환자에게는 산소치료가 일반적이다. 급속도로 악화될 경우에는 정맥절개술을, 커다란 공기주머니(대기포)가 있을 때는 기종의 수술적 제거도 고려된다. 한림의대 정기석 교수는 “45세 이후에는 담배를 끊어도 손상된 폐의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폐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과 함께 등산, 달리기, 줄넘기 등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도움말:송정섭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6) 혈우병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6) 혈우병

    상처 등으로 일단 출혈이 시작되면 아예 지혈이 안되거나 되더라도 매우 더뎌 몸을 망가뜨리는 혈우병은 오랜 기록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생소한 질환이다. 탈무드에 ‘할례 중 출혈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그 무서운 유전성 때문에 영국과 러시아 등 유럽의 왕가를 충격에 빠뜨린 질병이기도 하다. 오로지 남자에게만 생길 뿐 여성은 발병 유전자를 가졌어도 병증이 거의 발현되지 않는 ‘남자의 병’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정형외과적 혈우병 수술 기록을 가져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의 역사’로 불리는 유명철(정형외과·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장) 박사는 이런 혈우병을 두고 “인류에게 가장 많이 알려졌으면서도 너무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고 말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표적 유전질환이지만 발병 과정은 대단히 복잡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아직도 일부에서는 혈우병을 두고 병이 생기면 스무살을 넘기기 어렵다느니, 전염된다거나 피가 나쁜 병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인체는 출혈, 즉 피가 혈관 밖으로 흐를 때면 이를 멈추게 하는 지혈메커니즘을 가동한다. 먼저, 출혈 부위의 혈관을 축소시켜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을 좁힌다. 다음에는 혈소판이 엉겨 손상된 혈관 벽을 틀어막고, 그 혈소판 덩어리들이 혈관 벽에 안전하게 들어붙을 수 있도록 피브린망이 형성되어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 피브린망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물질이 바로 단백질 성분인 혈액응고인자다. 인체에는 13가지 정도의 혈액응고인자가 있는데, 일단 지혈 메커니즘이 작동하면 이 응고인자들은 마치 사슬처럼 서로에게 작용해 맨 나중에는 제1 응고인자인 피브리노겐이 나서 피르린망을 형성하게 돕는다. “이 과정에서 제8 응고인자가 부족해 지혈이 되지 않는 경우를 혈우병A(8인자 결핍증), 제9 응고인자가 부족해 지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혈우병B(9인자 결핍증·크리스마스병)라고 합니다. 결국 어느 한 인자가 부족해 피브린망이 형성되지 않으며, 이 때문에 손상된 혈관벽을 막고 있던 혈소판이 쉽게 떨어져 나가 출혈이 계속되는 병증을 혈우병이라고 하지요.” 혈우병 중에서도 응고인자의 활성도가 1% 미만인 경우를 중증,1∼5%이면 중등증,5% 이상이면 경증으로 구분한다. 문제는 혈우병이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신체 특정 부위에서 출혈이 시작된 뒤에야 ‘지혈 불능’임을 알게 되는 게 대부분이다. 출혈 부위가 관절이면 관절 통증, 뇌 부위면 뇌경색, 장 출혈이면 혈변과 빈혈증세가 나타나는 식이다.“실제로 출혈이 계속 반복돼 하복부에 30㎏이나 되는 피가 고여 있는 20대 초반의 환자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술로 생명을 건졌는데, 수년 뒤 장출혈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등록된 환자는 1863명, 미등록 환자가 300여명 정도이며, 환자는 아니지만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이 중 혈우병A가 전체의 75%가 넘는 1413명이고 혈우병B는 295명이다. 나머지는 폰 빌레브란트병 등 혈우병과 유사한 질환자들이다. 혈우병은 아직도 완치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질환이나 적절하게 응고인자를 투여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과거에 비하면 치료 여건이 엄청나게 바뀌었죠. 예전에는 고가의 수입 응고인자가 공급조차 되지않아 아예 정상인의 피를 수혈하는 방식으로 치료했는데,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녹십자가 우수한 응고인자를 생산해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녹십자의 응고인자 생산량이 세계 10위권 안에 드니까요.” 유 박사는 적어도 국내 혈우병 치료에 있어 녹십자의 공적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국내 유일의 혈우재단도 녹십자가 출연해 설립됐습니다. 이후 사지 불구 환자를 3만 5000여명이나 치료했고, 수술 사례도 250건을 넘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혈우병에 대해 잘못된 생각들을 하고 있다. 예컨대 연필을 깎다가 손끝만 베어도 치명적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 따위가 그렇다.“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증의 환자라도 그 정도의 상처는 얼마든지 지혈이 가능하지요. 문제는 내부 출혈입니다. 뇌나 장기, 인후부의 출혈은 사망으로 연결되기 쉽고, 골반과 대퇴부를 잇는 장요근 출혈은 하지마비로 이어지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우병 환자의 출혈이 가장 잦은 부위는 무릎, 발목, 팔꿈치 등이다. 이 부위가 일상적 활동으로 인한 피로감이 가장 심한 곳이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유 박사가 유전성 혈액 질환인 혈우병 전문가가 되고, 또 한국혈우재단 이사장까지 맡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인체의 이런 부위에서 출혈이 반복되면 골격 등의 조직이 쉽게 망가지게 되는데, 혈우병 환자 중에 사지마비 환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환자는 정형외과적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지요.” 진료는 혈우재단에 설치된 전문 의원이나 전국 10개 지정병원에서 받을 수 있으며, 지정병원이 아니면서도 진료를 해주는 병원도 전국에 10여곳이나 된다. 환자는 평생 고가의 응고인자 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국산 제제의 경우 한 병 값이 29만여 원에 이른다. 다행히 정부의 희귀난치병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로 환자는 약값의 20%만 부담하면 되며,2001년부터는 나머지 20%도 정부의 의료비 지원사업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없다.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 하는 대목이다. 유 박사는 “그러나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혈장분획 제제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유전자 재조합제제의 경우 보험급여 기준이 1988년 이후 출생한 혈우병A 환자와 모든 혈우병B환자에 국한돼 있으며, 월 10회로 제한된 처방 회수도 출혈이 잦은 중증 환자에게는 어려운 대목”이라며 이의 개선을 촉구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두여보의 두字엔 사연도 많아

    두여보의 두字엔 사연도 많아

    『두 여보 모시고 보름씩 10년』-69년 3월 16일자 「선데이서울」특종기사가 영화화되었다. 『여보』(신봉승(辛奉承)각본·유현목(兪賢穆)감독)란 작품. 한 여자가 두 남편을 모시고 보름씩 10년을 살아온 기구한 여인의 실화인데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지엔 이야기 못지않게 기구한 역정을 겪어야 해서 또한 화제. 우선 「시나리오」심의에서 다섯 차례나 반려를 당했다. 영화 검열에서도 재고(再考) 삼고(三考)끝 다섯차례의 검열을 받았다. 영화 한편 개봉하는데 이처럼 곤란을 받기는 방화사상 기록. 가위질은 심히 받지 않았다고는 해도 어지간히 검열관을 주저케 만든 작품이다. 그만큼 제작자쪽도 속을 태웠다. 2월 28일 개봉날짜까지 이 영화는 상영허가가 나오지 않아서 개봉관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필름」이 나오지 않아서 다급해진 극장쪽은 몰려든 관객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야했다.무엇이 이 영화를 이렇게 고경(苦境)에 빠뜨렸나? 이 작품의 문젯점은? 한 여자가 두 남자와 동서(同棲)한다는 점에서 윤이문제가 크게 논의된 것같다. 한 남자가 두 여자와 동서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란 점에서 색다른 문젯거리가 된 것 같다. 사실상 『여보』란 제목부터가 가위질을 당한 삭제작품이다. 제작자 쪽은 당초 「선데이 서울」의 기사제목을 그대로 옮긴 『두 여보』로 영화 제목을 삼았다. 『여보』와 『두 여보』의 「이미지」는 사뭇 딴판인 것이지만 「두」자 하나를 떼어버리면 불륜(不倫)이 배제되는 편리함이 있다. 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런일이 현실 속에서 가능할까?』 작품을 상식적인 기준에서 판단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일부이처(一夫二妻)의 소재라면 존재할 수 있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는 용납 안된다는 한국적 현실에 바탕을 둔 사고방식. 전자라면 방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미워도 다시한번』등 전형적인 「멜로·드라머」가 있고 검열관들도 신경을 쓰지 않을만큼 대범하게 받아들여졌다. 이 문제를 사회적 측면으로 따져 본다면 한국은 아직도 남성본위(男性本位)의 봉건사상에 젖어있다는 증거도 됭 수 있다. 그러나 『여보』 의 소재를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더라도 실존하고 있는 실화다.영화속에서는 현존하고있는 얘기가 아니라 반세기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전설처럼 그 배경을 바꿔놓았다. 상식 또는 현실성(現實性)이 문제가 되자 슬쩍 시대 배경을 바꿔 도피의 길을 만든 것 같다. 『두 여보』의 주인공 김춘자(金春子)씨(가명 35·영화속에서는 문 희(文 姬))는 경남(慶南)통영(統營)군의 어느 산간마을에서 10년동안 두 남편을 섬겨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를 부도덕하다고 욕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녀는 두사람의 남편을 섬겨야 하는 사랑과 동정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남편도 똑같이 김여인을 소유할 권리와 자격이 부여돼 있다. 이 희귀한 얘기를 좀더 상세히 살펴보자. 두 남자는 41세의 朴모씨(영화속에서는 김진규(金振奎))와 38세의 崔모씨(김성옥(金聲玉) 분(扮)). 직업이 뱀잡이, 즉 땅꾼이다. 김여인의 아버지가 땅꾼이 었고 두 사나이는 김여인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뱀잡이를 배운 「제자」 들이다. 김여인은 20게 때 두 사람중 나이가 위인 박씨에게 시집을 갔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1년. 1년이 지난 뒤 기구한 운명의 씨가 뿌려졌다. 박씨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굽어지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됐고 난치병이란 굴레가 씌워졌다. 그래서 박씨는 말없이 집을 떠났고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김여인은 최씨와 재혼을 했다. 최씨 역시 남몰래 김여인을 사랑했던 터 두사람 사이엔 2년 동안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 2년후에 옛 남편이 돌아왔다. 집을 나간지 5년동안 외딴 섬에서 병을 고치고 그리운 아내를 찾아 집에 돌아온 것.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일어났다. 김여인은 돌아온 남편을 버릴 수 없다고 나섰고 최씨 또한 김여인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공서(共棲)생활이 결정된 건 김여인의 아버지가 주재한 가족회의에서다. 어느 쪽도 배반 할 수 없는 의리와 사랑. 그래서 한 남자가 보름씩 김여인과 교대 근무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 약속은 10년니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것. 세상의 이목이 두려운 이들의 공서(共棲)생활은 인적이 드문 외딴 산골짜기에서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들은 그들의 얘기가 영화화 했다는 소식에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더라는 것. 제작사쪽은 『쌀가마니라도 보태 줘야겠다』고 선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명사회에서는 자칫 추악한 애기로 타락할 소재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 그대로 원시적인 생활 무대위에 설정 된 영화는 신비감마저 준다는 것. 남녀의 애정에관한 자세가 차라리 순수성을 보여준다는 평판이다. 「뱀잡이」를 산삼 캐는 사람들로 바꿔놓은 것도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영화속의 두 남자는 영감(靈感)에 의해 생활하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아버지(황해(黃海))는 두 사위에게 과욕(寡慾)을 가르친다. 욕심은 멸망을 낳는다는 교훈. 욕심이 없기 때문에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정하게 공유(共有)할 수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추악, 부도덕한 얘기가 될 것 같은 소재가 신비감마저 풍기는 문제작으로 등장했다. [선데이서울 70년 3월 8일호 제3권 10호 통권 제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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