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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사이언스] ‘폭군’ 티라노사우루스렉스 28년 중 18년 ‘청소년’으로 산다

    [달콤한 사이언스] ‘폭군’ 티라노사우루스렉스 28년 중 18년 ‘청소년’으로 산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온 티라노사우루스렉스, 줄여서 ‘티렉스’로 불리는 이 공룡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육식공룡 중 가장 힘세고 포악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660만년 전에 멸종한 티렉스는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공룡이면서 동시에 고생물학자에게는 영원한 호기심과 탐구의 대상이다. ●수학 지수함수 모델로 생존 패턴 등 분석 과학기술의 발달로 티렉스에 대한 많은 비밀이 풀리고 있지만 그들의 생존과 노화 등 생애주기의 규명은 줄곧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생물학자가 아닌 공학자가 물질 특성을 분석할 때 이용하는 수학 모델을 통해 티렉스의 생애주기를 풀어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원병묵 교수는 사람의 노화 패턴을 해석하는 지수함수 모델을 이용해 티렉스의 생애주기를 분석한 결과 파충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공룡의 생존 패턴이 파충류보다는 조류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1일자에 발표했다. 원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수학모델을 이용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그레고리 에릭슨 교수팀이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티렉스의 생존율 곡선을 다시 계산했다. 티렉스의 수명은 28년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 모델을 적용할 경우 유아기는 2년, 성년기는 8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기는 무려 18년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기 후반엔 하루 2㎏씩 ‘폭풍 성장’ 특히 청소년기 후반인 14~18세 때는 몸무게가 하루에 2㎏씩 꾸준히 증가해 덩치가 커지면서 다른 육식공룡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것은 생존에 매우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기가 길어 새끼를 낳고 기르는 종족 보존의 기간도 길어졌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생존·노화 패턴 타조와 닮았네 티렉스의 노화 패턴은 타조나 매처럼 몸집이 큰 조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파충류의 조상인 공룡이 해부학적으로는 조류와 가깝다는 사실은 밝혀진 바 있다. 그렇지만 생애주기나 성장 패턴이 비슷하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규명됐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수학적 기법은 ‘수정된 늘어진 지수함수’다. 늘어진 지수함수는 치약이나 샴푸, 마요네즈, 액정과 같은 연성 물질의 성질과 특성을 분석할 때 사용된다. 원 교수는 “공룡이 왜 거대한지, 어떤 식으로 노화가 진행되는지 등 공룡에 대한 고생물학계의 난제를 푸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마포 이기면 서울 이기리

    마포 이기면 서울 이기리

    4·13총선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에 시선이 쏠린다. 역대 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편중되지 않았던 마포구 유권자의 표심이 바로 ‘민심의 현주소’라는 인식에서다. 이는 ‘인물’ ‘구도’ ‘바람’의 영향에 따라 선거 판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도 돼 여야 모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마포갑… 인지도 vs 토박이 마포갑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이 당내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게 되면 현역 의원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일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험지 차출론’에 따라 부산 해운대에서 마포갑으로 출마지를 옮긴 안 전 대법관의 대외적 ‘인지도’냐, 마포갑에서 아버지 노승환 전 의원(5선)에 이어 재선을 지낸 노 의원의 ‘토박이 프리미엄’이냐가 대결의 포인트다. ●與내분… 친박 안대희 vs 친이 강승규 그러나 여야 대결 구도를 예단하긴 이르다. 마포갑 18대 의원을 지낸 새누리당 소속 강승규 전 의원은 안 전 대법관을 경선을 통해 꺾고 본선에 진출하겠다며 칼을 갈고 있다. 노 의원 측도 국민의당에서 인지도 높은 후보를 출격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포을… 현역 정청래 수성할까 마포을에서는 현역인 정청래 더민주 의원의 수성이냐, 새누리당 후보의 탈환이냐가 관전 포인트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역 비례대표인 황인자 의원과 영입 인사인 최진녕 변호사, 18대 의원을 지낸 김성동 전 의원이 1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공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여당에는 공천 내홍으로 인한 본선 경쟁력 약화가, 야당에는 야권 분열로 인한 표의 분산이 최대 난제로 인식되고 있다. 여야는 그동안 마포를 놓고 뺏고 빼앗기는 혈전을 벌여 왔다. 최근 네 차례의 총선에서 각각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가까스로 승리할 때 마포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후보도 1~2% 포인트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을 때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어김없이 당선됐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40대7의 압승을 거뒀을 때는 한나라당 후보가 배지를 달았다. 이처럼 마포는 그동안 선거의 ‘바로미터’이자 서울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해 왔다. 그만큼 고정 지지층이 적고 부동층이 많은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마포를 차지하는 정당이 48곳의 ‘서울 대전’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한 것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삼성 직업병 예방위원회, 타 기업으로 확산되길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 등이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이 9년여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삼성전자와 피해자 가족, 시민단체 등은 그제 반도체 직업병과 관련해 사과와 보상, 재해 예방 등 3가지 쟁점 가운데 재해 예방 대책에 합의했다. 아직 사과와 보상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어 완전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이르다. 하지만 갈등의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오랜 기간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 다른 기업이나 산업 분야에서도 있을 수 있는 난제에 대한 갈등 관리의 좋은 사례가 됐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들 3자가 향후 직업병 예방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직업 환경을 진단하는 ‘옴부즈맨위원회’ 설치다. 이 위원회는 직업병 역학조사와 전현직 근로자들에 대한 조사 등을 담당한다. 조사 후 보고서와 권고 사항도 발표한다. 우리 기업에 옴부즈맨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사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근로자 150명 이상의 사업장에는 옴부즈맨위원회를 두게 돼 있다고 한다. 즉 이 위원회가 근로자들의 애로 사항과 민원 등에 대해 회사 측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노사 간 갈등을 사전에 방지해 왔다. 위원회 설치로 근로자들의 직업병 문제가 일시에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위원회가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달려있다. 또 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회사 경영진이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는가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위원회 구성은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일 뿐이다. 일각에서 삼성 측의 보상과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토를 다는 것도 그래서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원회 설치는 산업 현장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이기에 다른 기업으로 확산돼야 한다.
  • ‘카카오’ 문어발, 괜찮아요?

    ‘카카오’ 문어발, 괜찮아요?

    카카오의 ‘광폭 행보’가 어디까지 향할지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PC에서 모바일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긴 카카오는 택시, 대리운전, 인터넷은행 등에 이어 음원 플랫폼으로까지 과감하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금융, 문화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종합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굳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다음카카오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후의 행보는 ‘모바일’에 방점을 찍은 몸집 불리기다.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의 성공을 바탕으로 고급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범했고 모바일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로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모바일 감귤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파머 제주’로는 농산물 유통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어 금융업에까지 발을 내디뎠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로 지난해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아, 모바일을 통한 ‘원스톱 금융’의 시대를 연다. 카카오의 다음 행보는 콘텐츠 사업이다. 카카오는 지난 11일 음원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모바일 공룡’과 국내 1위 음원플랫폼의 만남은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가요계까지 뒤흔든 일대 사건이다.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모바일과 콘텐츠를 결합한 사업 확대를 위한 승부수다. 앞서 카카오톡 동영상 서비스인 ‘카카오TV’, 짤막한 ‘스낵컬처’ 서비스인 ‘1분(1boon), ‘카카오페이지’ 등 모바일 콘텐츠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카카오의 이번 빅딜은 기존 콘텐츠 사업들의 차원을 넘어서는 강력한 ‘한 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멜론은 점유율 60%에 달하는 강력한 1위 사업자다. 카카오는 멜론의 결제 수단으로 카카오페이를 탑재하는 등 카카오의 기존 모바일 서비스에 음원을 결합할 수 있다. 또 아이유 등 로엔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케이팝 가수들의 콘텐츠를 카카오TV, 다음TV팟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주요 사업들의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카카오의 난제인 만큼, 유료 가입자가 360만명에 달하는 멜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높은 인수 금액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대금은 총 1조 9000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모든 현금을 쏟아붓는 ‘베팅’이 카카오의 향후 투자 여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핵무장 실제론 어려워…정무적 발언으로 이해”

    “핵무장 실제론 어려워…정무적 발언으로 이해”

    7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무적 발언’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평가와 현실적으로도 핵무장론이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내놨다. 북한의 핵실험 때마다 나오는 주장이지만 핵을 보유함으로써 오히려 경제적·외교적으로 고립될 가능성 등 역효과를 우려하는 의견이 보수·진보 전문가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정치권 핵무장론 실무차원에서 난제” 우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무장론을 정치적 발언 이상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대체적이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핵무장론에 대해 “고뇌에 찬 발언으로 이해한다”면서 “정무적으로 논의가 가능하지만 실무 차원에서는 난제”라고 평가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국가가 핵무장을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는 없다”면서 “현재 국제 질서 속에서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가의 ‘핵 위상’을 높이고 중국을 적극적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게 할 수 있다면 핵무장론 주장 자체로서는 의미가 있다”고도 평가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주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고 희망사항으로 여론을 자극한다는 의미로는 발언할 수 있다”면서 “정치적인 면을 고려해서 나온 발언일 것”이라고 했다. 핵무장론의 파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남성욱 교수는 “핵무장은 우리 스스로의 결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동북아 등 국제사회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속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면서 “논의가 증폭되면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남측의 핵무장론은 북한의 핵 보유에 명분을 주게 되고 동북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과 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해법에 대해 우선 국제 공조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대체적이었다. 김용현 교수는 “국제사회의 공조 속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중국과의 공조 속에 대북 설득과 압박,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우 교수는 “비대칭 위협을 억제하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핵에는 핵으로 맞서는 것이지만 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전제한다면 첨단·재래 무기 시스템으로도 상당 부분 대응할 수 있다”면서 “전술핵 재반입이라든지 핵 잠수함의 동해 배치 등 동맹 차원에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첨단·재래 무기로 부분 대응할 수도”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너무 즉흥적으로 발언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대응 수단은 말밖에 없다”면서 “정책적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관망할 필요도 있다”는 온건론을 제시했다. 강동완 교수도 “우리에게는 ‘대북심리전’이란 비대칭전력이 있다”면서 “핵을 핵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인권, 대북방송 등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과학인재 40만명 늘려… 1%급 과학자 300명 발굴

    과학인재 40만명 늘려… 1%급 과학자 300명 발굴

    2020년까지 국내 과학기술 인재가 40만명 늘어난 220만명으로 확대된다. 과학기술인연금이 사학연금의 90% 수준까지 높아지는 등 종사자에 대한 처우도 개선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7일 ‘제10차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개최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3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과 ‘제3차 연구성과 관리·활용 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계획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누그러뜨리고 도전적 과제 해결에 나설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지난해 180만명이었던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2020년까지 22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2017년까지 세계 톱 1% 정상급 과학자도 300명 발굴할 계획이다. 과학기술 인재의 취업과 창업 역량도 강화된다. 구인과 구직자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일과 경험을 넓힐 수 있는 산업현장 실습 프로그램 시행대학도 지난해 13개에서 2020년 60개까지 늘리고 지역특화 산업학과 17개를 신설하고 창업 학위과정도 새롭게 운영한다. 이공계 대학의 교육과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K-MOOC’나 산업연계 교육 선도대학 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학제 간 융합전공 신설, 미래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적 연구,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육성 강화도 추진키로 했다.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를 위한 외국인의 기술 창업기반 확충과 외국인 유학생의 중소기업 인턴십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2014년 956개였던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2020년 2000개까지 늘려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경력 단절을 막는 데 활용키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학기술인 재교육을 위해 과학기술인 경력개발센터를 설치한다”며 “미래 수학, 과학 교육 표준안도 개발해 초·중등 단계 때 받은 이공계 교육이 대학과 연계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제3차 연구성과 관리·활용 기본계획은 연구성과가 기업체나 산업 현장에 이전돼 상용화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우선 연구성과 확산을 위한 사업 예산이 전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14년 2.9%에서 2020년 4.5%까지 늘릴 계획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총 R&D 비용은 63조 7000억원으로 미국의 8분의1, 일본의 4분의1 수준이다. 기본계획은 또 정부출연구기관이 보유한 연구 장비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을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공공 연구성과를 활용한 연구소 기업은 2014년 53개에서 2020년 15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고급 연구원의 연구역량 개발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우선 사용하도록 한 국내 우선실시 제도나 공공 R&D 성과를 중소기업에 우선 이전하도록 한 제도를 활성화해 특허 및 기술의 해외 진출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6년 만에 흑자… 밀양 송전선로 건설 등 성과 조환익 한전 사장 1년 더 연임

    6년 만에 흑자… 밀양 송전선로 건설 등 성과 조환익 한전 사장 1년 더 연임

    조환익(66)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년 연임한다. 한전 사장이 연임하는 것은 박정기·이종훈 전 사장 이후 세 번째다. 5년 연속 적자였던 한전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밀양 송전선로 건설, 본사 나주 이전으로 인한 에너지밸리 구축 등 굵직굵직한 난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지난 4일 산업부로부터 연임에 따른 인사 절차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통보받았다. 한전은 6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2월 초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조 사장의 연임을 확정짓는다. 한전 관계자는 “6일 이사회에서 ‘연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안’을 승인할 계획”이라면서 “한전 지분의 과반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내정한 만큼 연임은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주총에서 연임안이 승인되면 산업부 장관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하고 다음달 중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질 전망이다. 연임이 확정되면 지난달 16일 3년 임기가 만료된 조 사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기가 1년 연장된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조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수출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 등 3대 공기업 사장을 지낼 만큼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산업부 차관을 지내 개각 때마다 산업부 장관 후보로도 자주 물망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한전 사장으로는 지난해 서울 강남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등으로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조 사장 이상의 성과를 낼 만한 적임자가 마땅히 없다는 말도 나왔다. 조 사장은 2013년 여름 블랙아웃(대정전사태)이 우려되는 전력수급 위기를 무리 없이 넘겼고 같은 해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한전을 6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밀양 송전선로 건설 때는 40차례나 현장을 찾는 뚝심을 보여 줬고, 본사 나주 이전, ‘빛가람 에너지밸리’ 조성 등 미해결 난제도 잡음 없이 해결했다. 덕분에 지난해 10월 한전 주가는 1989년 상장 이후 최고가(5만 3300원)를 찍기도 했다. 한전은 글로벌 전력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3대 국제신용평가사(무디스, 피치, S&P)로부터 ‘AA’ 등급을 받았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독약 든 상자에 갇힌 고양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라고?

    [사이언스 톡톡] 독약 든 상자에 갇힌 고양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라고?

    내 소개를 하기 전에 수수께끼 하나만 풀어 보자고. 재미있을 거야.완전히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와 치명적인 독약인 청산가리가 담긴 병이 있어. 청산가리가 담긴 병 위에는 망치가 있고, 그 망치는 방사능을 측정하는 가이거 계수기와 연결돼 있지. 방사선이 감지되면 망치가 떨어져 청산가리병이 깨지고, 청산가리 가스를 마신 고양이는 결국 죽게 될 거야. 가이거 계수기 위에는 시간당 50%의 확률로 핵붕괴를 하는 우라늄 입자가 놓여 있어. 우라늄이 붕괴되면서 방사선을 내뿜어 가이거 계수기를 작동시킬 확률은 50%잖아. 그렇다면 고양이가 살아 있을 확률과 죽어 있을 확률도 50%겠지. 당신은 상자 속의 상황을 전혀 파악할 수 없어. 앞서 이야기한 정보만으로 1시간 후 상자 속 고양이는 어떻게 돼 있을지 생각해 보라고.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1935년 독일에서 발간한 ‘자연과학’이란 과학저널에 쓴 ‘고양이 패러독스’야. 흔히 ‘슈뢰딩거의 고양이’ 문제라고도 부르지. 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어빈 슈뢰딩거(1887~1961년)라네. 내가 세상을 뜬 지 딱 55년이 됐군.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을 발전시켜 파동방정식을 제안하고 파동역학을 만들어 양자물리학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텄지. 그 덕분에 193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네. 자, 앞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볼까. 답이 뭐라고 생각하나. 혼란스럽다고? 당연하지. 답을 쉽게 얘기할 수 있다면 물리학적 재능이 무척이나 뛰어난 사람이지. 일반적으로 상자 속 고양이는 죽었거나 살아 있거나 어느 한 상태라는 답을 하겠지. 그렇지만 코펜하겐 학파로 불리는 양자물리학자들은 상자를 열어 관측을 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죽은 상태와 살아 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라는 답을 내놨지. 사실 이런 설명은 상식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많은 과학자가 여러 형태의 실험으로 사실임을 증명했다네. 하지만 난 그런 확률적 해석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어. 고양이 패러독스도 양자물리학의 확률론이 말도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는데, 도리어 양자물리학을 잘 설명하는 하나의 사례로 자리잡아 버렸지 뭔가. 참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것 같아. 아인슈타인 박사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지. 그렇지만 우리는 무조건 ‘우리가 맞고 너희가 틀리다’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상대편과 끊임없는 토론을 하며 주장을 펼쳤지. 그 덕분에 양자물리학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며 지금처럼 발전한 거야. 과학만 그렇겠나. 사회 모든 분야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집이나 아집을 버리고 상대와 토론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니겠나 싶구먼.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게 뭐여?

    [김일수 樂山樂水] 책임을 통감한다는 게 뭐여?

    새해를 앞두고 위안부 문제에 관해 한·일 양국이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간 정치·외교적 갈등의 뇌관이었던 난제 중 하나가 이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의 여론도 그 결과에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데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 요인이 묻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합의문에 들어 있는 이른바 ‘창조적 모호성’이라는 외교 전문가들의 수사(修辭)가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는 간극이 커 보인다는 게 문제다. 이 모호성을 풀어내어 보통 사람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끌어내리지 못한다면 외교 문서는 허구성을 은폐하는 기교요 기술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그들을 지탱시켜 온 시민단체 그리고 일반 국민들까지 납득시킬 수 있는 겸허한 설득 작업이 뒤따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1인당 위자료 1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조정 신청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행해 왔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속에 이에 대한 법적 책임도 포함됐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는 청구권 협정과 달리 소멸하지 않은 채 아직도 법적 책임으로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인이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국제법의 규율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당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전쟁과 반인도적 만행에 대한 책임에 인색한 일본을 우리는 경제적 대국일지는 몰라도 정치적 대국의 반열에 들기에는 아직 먼 나라로 인식해 왔던 게 사실이다. 독일과 비견되는 일본의 섬나라 기질이 안쓰럽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번 합의안에 든 책임 통감을 놓고 일본은 도의적 책임으로, 우리나라는 법적 책임으로 각각 인식한다는 보도를 접했을 땐 한 편의 소극(笑劇)을 보는 듯하다. 앞머리에 사안이 분명하게 설정돼 있고, 이어서 책임 문제와 사죄 그리고 반성이 뒤따르고, 그래서 10억엔을 재단에 출연하겠다는 점이 언급된 문건이 합의문의 기본 틀이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그 책임은 법적인 의미를 벗어날 수 없다. 무엇인가 사안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어떤 형태의 금전적 부담을 그에 대해 진다는 것은 법적 책임의 구조이지 단순한 도의적 책임의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의적 책임에 사과는 흔히 있을 수 있지만 금전적 부담의 짐을 보탠다는 것은 법과 도덕의 오랜 구별 기준에 비추어 보아도 생경한 것이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과 배상금이라 못 박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틀은 법적 문제 해결의 구조이지 도의적 책임 수준의 구조는 아니다. 왜 배상금이 이 정도냐는 불만을 피해 당사자들이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추스르고 보듬어야 할 몫은 앞으로 우리 정부의 몫이다. 일찍이 일본 법률가들은 법적 의미에서 치러야 할 죗값(Schuld)을 의미하는 독일 말을 책임이라고 번역해 썼고, 책임(Verantwotung)에 해당하는 독일 말을 답책(答責)아라고 쓰기도 했다. 대답을 바르게 해야 할 몫이라는 의미에서 윤리적·철학적 담론의 책임을 그렇게 표현해 왔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에 수식어가 붙지 않은 ‘책임’이란 문언은 통상적으로 법적 책임인 것이며, 도의적 책임을 말하려면 책임 앞에 도의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상례에 맞다. 역사적으로 어둡고 슬픈 난제를 풀어 가려는 마당에 외교적 합의문을 놓고 저쪽은 도의적, 이쪽은 법적 책임이라 하자 그게 창조적 모호성이라는 거다, 이런 식으로 국민 앞에 설명하려 드는 외교 당국자들의 행태는 우습다기보다 차라리 측은해 보인다. 피해자 할머니들, 일본대사관 앞에 떨고 앉아 있는 소녀상, 수요 집회 참가자들의 차가운 반응도 얼렁뚱땅 해치우려는 그런 관료적 행태가 낳은 필연적 소산이 아닐까 한다.
  • [사설] 日 망동 없어야 위안부 합의 이행 가능하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24년 묵은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했지만 합의 이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비롯한 국민 여론이 이번 합의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 내 우익세력 등의 망동(妄動)이나 망언이 재발할 경우 양국 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잖아도 국내 시민단체와 야당을 중심으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한계론을 제기하며 마뜩잖아하는 상황에서 합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돌발적인 발언이나 행동이 나온다면 국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양국은 그제 외교 수장 간 담판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약속했다. 더이상 이 문제로 한·일 양국 관계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그동안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간 위안부 문제를 이번에야말로 완전하게 해결하자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고 본다. 물론 앞으로도 과거사나 독도 등을 놓고 양국 간 갈등은 수시로 돌출할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위안부 문제만큼은 갈등 요소에서 제외되는 것이 이번 합의의 취지에도 맞다. 단 거기에는 엄연하고도 엄중한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 공동 기자회견문에 쓰여 있는 대로 일본 정부가 밝힌 조치들을 착실하게 이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했다. 또 아베 신조 총리는 총리 자격으로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지원 계획을 명문화했다. 이 같은 조치들의 대전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시키고, 그들에게 입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다. 단순히 선언과 지원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진정성 없는 사죄와 진심이 담기지 않은 지원은 피해 할머니들을 또다시 욕보이는 일이다.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그 같은 전쟁 범죄자들의 위패 앞에 지도자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추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은 그야말로 말 따로, 행동 따로, 이율배반적인 거짓 선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여기에 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라도 나온다면 피해 할머니들과 우리 국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합의 무효를 요구할 것이 뻔하고, 우리 정부로서도 불가역적 해결 약속을 지킬 도리가 없는 것이다. 벌써 암울한 전조들도 엿보인다.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가 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실을 밝혔다. 양국 간 합의를 무색하게 한다. 보수층을 달랠 의도였다면 용납하기 어렵고, 그렇지 않다면 경거망동이다. 이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정부가 ‘외교적 담합’ 비난을 자초하면서까지 위안부 문제 합의에 몰두한 것은 그만큼 한·일 관계의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망동과 망언이 재발해선 절대 안 된다.
  • [사설] 한·일 위안부 문제 앙금 걷고 미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된 지 24년 만에 실질적인 해법을 찾았다. 한·일 외교장관은 어제 오후 서울에서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총리의 사과,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 등의 최종 합의안을 내놓았다.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증언한 이래 양국의 최대 난제 중의 난제로 자리잡았던 현안이다. 합의 내용은 24년간 과제를 해결하는 역사적 돌파구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사의 큰 사건으로 평가할 만하다. 더욱이 1993년 8월 처음으로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며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던 이른바 ‘고노 담화’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의미와 형식은 다르다. 담판의 성과에 따라 한·일 국교 50주년인 올해 양국은 과거사의 한 족쇄를 풀고 협력과 우호의 파트너로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이날 회담을 갖고 12차례에 걸친 국장급 협의에서 정리한 핵심 쟁점을 1시간 10분가량 최종 조율해 타결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위안부 책임을 공식 인정했다. 또 부인해 왔던 ‘당시 군의 관여하에’라는 고노 담화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강제성도 적시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전했다. 지금껏 비뚤어진 역사관 탓에 한국과 마찰을 빚었던 전후 세대 총리인 아베 총리의 인식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라고만 규정함에 따라 법적 책임인지, 도의적 책임인지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합의의 한계일 수밖에 없다. 양국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재단 설립도 합의했다. 재단은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기금은 일본 정부가 예산에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설립과 출연 주체를 분리한 공동 책임이다. 일방적인 형식을 배제했다. 일본이 1995년 기부금과 정부 예산 1억엔으로 설립해 2002년 중단한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깨기 위한 대안인 셈이다. 이 때문에 법적 배상이 아닌 보상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일 양국은 경제 협력을 비롯해 전반에 걸친 관계 발전을 위한 새 물꼬를 텄다. 약속대로 국교 50주년인 올해를 넘기지 않고 역사적 담판을 이뤘다. 이제 합의 내용에 대한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안부 피해자 46명에 대한 설득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최종적 및 불가역적(不可逆的·쉽게 변하지 않는) 해결이라는 양국의 합의도 피해 당사자들이 수용하지 않는 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또 기시다 외무상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밝힌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협상 타결 뒤 발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납득할 만한 설명도 필요하다. 소녀상은 정부도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는 상징물이다. 일본은 소녀상에 집착하면 할수록 역사적 합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대신 합의 내용을 신속하고 성실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조건인 까닭에서다.
  • 최대 난제 물꼬로 양국 관계 개선… ‘책임 통감’ 표현은 모호

    최대 난제 물꼬로 양국 관계 개선… ‘책임 통감’ 표현은 모호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위안부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한·일 양국이 타협을 통해 관계 개선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면 과거사 문제의 중대 고비를 넘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 문제 등을 놓고 더 넓은 의미로 한·일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사과의 주체가 일본 정부라는 점은 분명히 이전보다 진전된 결과”라며 “한·일 간의 큰 난제인 위안부 문제를 타결했다는 것은 양국에 앞으로도 발생할 돌발 악재들을 관리해 나갈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한·일 관계의 모멘텀이라 부를 만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기금을 전부 부담하고 나머지 책임은 우리 정부에 맡긴다는 것은 제3자가 보기에 일본의 역할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한국이 수용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면서 “내일이라도 한·일 양국의 화해를 바라는 미국이 이에 대한 환영 성명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정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우리 측이 주장해 온 일본 국가권력에 의한 강제성이나 범죄성에 대한 배상은 약하지만 일본이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만들기 위해 의미 있는 사과 표시를 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한 만큼 일본 정부의 책임성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통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는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갈등의 핵심이라는 점을 예의주시해 왔다”며 “미국이 이번 회담 타결을 위해 일본과 한국 양측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에는 법적 책임은 명확히 하지 않는 대신에 총리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총리의 사과가 개인의 사과인지 국가 단위의 법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사과인지 애매모호하다”면서 “일본 내각의 결의 등 입법 행위가 없는 사과는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 알맹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 끊임없이 위안부 관련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받으려는 노력인데 일본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제스처를 보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자행했던 언론플레이에 대해 과연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으며, 양국 정상이 면죄부를 줄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강제 동원 등 과거사 문제를 이번 위안부 문제 타결로 일거에 해소하는 듯한 분위기는 아쉽다”며 “일본 전후세대들에게 훗날 교훈으로 전할 내용을 발표문에 남겨 놨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새누리, 정치 신인 10~20% 공천 가점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 공천 관련 기본 원칙을 보고했지만 곳곳이 지뢰밭이어서 공천심사위원회 구성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에서 정치 신인에게 10%, 여성 신인에게 20%의 가점을,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최소한 20%의 감점을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비례대표의 여성 할당 비율은 현행 50%에서 ‘60% 이상, 3분의2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험지차출’ 등으로 영입한 인재는 현행 당헌·당규의 단수추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참여경선의 국민·당원 비율, 결선투표 방식, 현역 의원 자격심사 강화(일명 컷오프) 등 세 가지 안건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단수추천 방식, 지역구 여성 신인 추천 비율 등도 난제다. 우선 단수추천을 보면 ‘영입한 인재를 포함해 공천 신청자 중 능력이 월등한 경우 단수추천’ 조항에 대해 계파별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 명망가도 관례상 경선을 치를 것인지 혹은 무조건 단수추천할지에 따라 김무성 대표가 선을 그었던 전략공천의 의미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가점을 부여하는 정치 신인의 범위도 논쟁거리다. 정무직 장관 또는 청와대 수석 출신도 신인으로 간주할지에 따라 이른바 ‘청와대 키즈’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또 경선 비율에 대해 이인제 최고위원은 “(국민 반영 비율이 50%보다) 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친박근혜계는 상향 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정인봉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경합 중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 대해 김 대표가 험지출마를 고리로 직접 조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세 명 모두 우리 당에 필요한 분들인데 (한 사람만 공천받으면) 그것은 당의 손실”이라며 “조금 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닻 올린 與 공천특위 “연내 룰 결론 낼 것”

    새누리당 공천특별기구 위원장을 맡은 황진하 사무총장은 22일 “올해 안에 공천 룰과 관련해 기본적인 결론을 내겠다”고 시한을 제시했다. 우선추천지역, 결선투표 등 계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공천 룰이 공천심사위원회 구성 전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 총장은 이날 비공개 첫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기구 공식 의제는 ▲후보자 경선 방식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 관련 룰 ▲후보자 자격심사 기준 ▲여성·장애인·청년 외 소수자 배려 방식 등 4가지”라고 밝혔다. 특위 의결 방식은 “사안별로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원장 지휘 아래 다수결로 (의결)하는 식”이라고 황 총장은 설명했다. 위원들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고 룰 논의를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했다. 전략공천과 컷오프 여부는 일단 공식 의제에서 제외됐으나 황 총장은 “특위 위원들이 추가로 의제를 제시할 경우 위원들의 동의 아래 논의가 가능하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최대 난제는 우선추천지역 선정 및 험지출마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대구·경북(TK), 강남 등 여권 강세 지역도 우선추천지역을 적용해야 하고, 1차 경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예외 없이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비박(비박근혜)계는 반대하고 있다. 한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문대성(부산 사하갑) 의원은 이날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문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목도한 현실 정치는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하는 곳이었다”며 “체육인으로서 지키고 싶은 삶의 원칙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19대 총선 당시 박사 논문 표절로 논란이 불거지자 당선 9일 만에 탈당했다가 지난해 2월 복당했다. 사하갑은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출마를 타진하고, 김장실 비례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들썩여 왔다. 여당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공기업 사람들 한국지역난방공사]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 이견 해결해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으로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했지만 이후 실적이 악화됐다. 2013년에는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방만경영 공기업이라는 낙인도 찍혔지만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공기업 개혁의 모범 사례로 회자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당면한 난제 중 하나는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GHP)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추진하는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는 광역 열배관망을 구축해 수도권의 미이용 열에너지를 소매 집단에너지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2013년 사업계획이 수립되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면서 내년부터 광역 열배관망 공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도시가스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며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저가 열원 활용을 통해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지역난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스업계는 중복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지역에는 기존 지역난방 배관망과 도시가스 배관망이 설치돼 있어 열배관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중복에 중복 투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회 사장의 거취도 불분명하다. 내년 말까지 1년 가까이 임기가 남아 있지만 지난해부터 내년 총선 출마설이 불거져 왔다. 출마 예정자들은 총선 90일 전인 내년 1월 13일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경영 공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출신의 사장 취임은 ‘낙하산’이라는 오명과 함께 한국지역난방공사에 적잖은 논란을 가져왔다. 김 사장은 2013년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인 서청원 의원에게 밀린 뒤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방만경영 공기업으로 지정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개혁을 이끌며 정치인 출신 사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국정감사 때 김 사장의 매제가 서울지사에 채용되고 육사 동기가 임기 만료 후 재고용되는 등 측근의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남북경협, 주변국 공조해 차근차근 추진해야

    정부가 어제 남북 관계가 경색되기 전인 2008년 이전 수준으로 경제협력을 복원하고 점진적으로 북한에 시장경제를 도입해 나간다는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10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가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은 ‘대한민국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으로 4단계 남북경협 구상을 건의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중장기 전략위원회에서 이를 심의, 의결한 것이다. 경협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 경제협력을 ‘현 상황(1단계)→2008년 이전 수준 복원(2단계)→제한된 시장경제 실험(3단계)→시장경제 본격 도입(4단계)’의 4단계로 진행하는 전략이다. 최종 목표는 ‘평양∼개성∼남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남북 경협 벨트’의 구축이다. 궁극적으로 동북아 정치·외교의 불안 요소인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저성장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자는 의미다. 전제 조건인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 쉽지 않은 과제라 현실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 핵 보유를 정권 유지의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핵·경제 병진전략’을 선언한 김정은 정권이 핵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최근 들어 시장화와 사(私)경제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북한 장마당은 2010년 200개에서 2015년 406개로 2배 이상 늘었고 19개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는 등 대외개방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최근의 북한 변화에 맞춰 남북 경협을 국가 경제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은 기존의 한반도 프로세스 등의 대북 전략에서 다소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 문제는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적 사안이라는 복잡성을 안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최우선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정책 변화가 필수 조건이지만 언제까지나 남북 관계가 여기에 묶여 제자리를 맴돌 수는 없다. 북핵·미사일 문제와 남북경협을 분리 접근할 필요성 역시 끊임없이 제기된 상태다. 남북 경협이 제한된 현재 상황에서 중국·러시아 등과의 삼각협력과 역내 다자기구를 활용하면서 우회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을 통해 북·중 접경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도모하고 북한의 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방안도 주목된다. 전경련이 지난 9월 ‘남북경제교류 신(新)5대 원칙’을 제시하며 남북교류 활성화를 촉구한 것도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전체의 경제개발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의 동북아 전략은 지금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단선적인 외교안보적 해법으로 동북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가는 데 역부족이었다. 대담한 발상의 전환 없이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뿐이다. 그 변화의 단초는 지금 남북과 중국, 러시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동북아의 경제개발 기류다. 남북 경협을 포함해 동북아 모두 윈윈하는 경제적 접근법으로 북핵 문제라는 외교안보적 난제를 풀어 가는 ‘역발상’도 생각해 볼 시점이다.
  • [한상균 체포 안팎] ‘현대판 소도’ 끝났지만… 번뇌에 빠진 조계종

    조계종단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장기 은신사태 종결과 함께 고민에 빠졌다. 경찰이 한 위원장을 강제 연행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눈앞의 난제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당장 ‘현대판 소도’로 인상 지어진 은신처 조계사에 대한 입장 정리가 큰 과제이고, 화쟁위원회(화쟁위)의 위상과 역할 점검도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불교 1번지’라는 조계사 경내의 공권력 투입을 둘러싼 불교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최후의 은신처’ 조계사에 대한 종단의 입장 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종단 안에 ‘내 집을 찾아든 절박한 중생을 어떻게 내치느냐’는 포용론이 적지 않지만 엄연한 범법, 수배자를 번번이 숨겨주는 처사에 대한 반발과 피로감이 폭발 직전 상황에 이른 때문이다. 1994년 철도노조 집행부를 비롯해 이번 한상균 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수배자들이 조계사를 은신처로 택해 숨어들면서 조계종단은 번번이 심한 갈등과 고초를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신도들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숱한 수배자들의 조계사 은신이 있었지만 신도들이 나서 은신자를 끌어내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계사 신도회의 한 임원은 “더이상 수행도량을 은신처로 방치할 수 없다”며 신도회에 이번 사태가 정리되는 대로 재발 방지 선언을 하자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고 귀띔했다.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운동 관련 수배자들의 은신처에서 노조파업 시위 주도자들의 단골 피신처로 바뀌면서 성당의 동의 없는 ‘집회 불허’를 선언한 명동성당처럼 아예 수배자들의 은신을 원천 봉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서울광장] 일대일로와 시안 그리고 북한/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대일로와 시안 그리고 북한/오일만 논설위원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은 2049년 건국 100주년을 향한 중국의 ‘현대판 대장정’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대장정(大長征·1934~1936년)을 통해 신중국의 초석을 닦았다면 5세대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화부흥의 꿈(中國夢)을 실현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개국을 거대 경제권으로 묶는 일대일로 구상은 ‘21세기 신(新)실크로드’로 불릴 만하다. 2049년 완공을 목표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이 구상은 2020년까지 아시아 인프라 수요만도 7조~8조 달러(약 7744조~8850조원)로 추정된다. 중국이 직면한 생산 과잉의 모순을 한꺼번에 해결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에 놓인 주변국들을 위안화 블랙홀로 끌어들인다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노림수인 것이다. 중국은 국운과 직결된 만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시 주석의 고향이자 육상 실크로드의 시발점인 산시성 시안(西安)도 그랬다. 중국의 성장 동력이 서부로 향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까지 세워져 한·중 경협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지난 1일 이곳에서 ‘일대일로 전략과 한·중 협력 세미나’가 열렸다. 주(駐)시안 총영사관과 시안교통대가 공동으로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한·중 간 상생의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다양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주목을 끈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접목하는 방안이다. 이강국 시안 총영사는 두 사업의 상호 보완성과 창조적 접목에 주목한다. 그는 “중국 정부가 구상하는 일대일로는 주변국들의 협력 속에 창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무한하다”고 지적했다. 주변국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중국의 전략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세미나에서 일대일로를 통해 북한을 개방시키는 방안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시 주석이 지난 7월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를 전격 방문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였다. 시 주석은 당시 중국~북한~러시아 3국 간 경제협력으로 추진 중인 장지투(창춘·지린·투먼)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경 지역을 개방해 동북아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상하는 실크로드를 따라 낙후된 동북 3성의 개발을 도모하면서 북한까지 포괄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원동욱 동아대 교수(중국학)는 “일대일로 프레임으로 남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것은 북방경제의 고리로서 북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러시아~한반도를 잇는 고속철도망 건설이나 나진~훈춘~블라디보스토크 경제지대 건설 등을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일대일로를 향한 북한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지난달 ‘나선(나진·선봉)경제특구’ 종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4년 동안 표류해 온 발전 계획을 확정하면서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 모델을 도입했다. 일대일로 구상과 접목시켜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겠다는 일종의 구애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중국 백두산 지역에서 국내 기업이 생산한 생수가 중국 훈춘과 북한 나진항을 거쳐 부산항에 도착한 것은 일대일로 구상과의 연계 가능성을 한층 밝게 한다. 강승익(시안 한인회장) 신화국제물류 대표는 “일대일로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연결되면 획기적인 물류비용 절감 효과로 기업의 경쟁력은 몇 단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동북아 전략은 지금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단선적인 외교안보적 해법으로 동북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 가는 데 역부족이었다. 대담한 발상의 전환 없이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뿐이다. 그 변화의 단초는 지금 남북과 중국, 러시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동북아의 경제개발 기류다.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접목하는 경제적 접근법으로 외교안보적 난제를 풀어 가는 ‘역발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oilman@seoul.co.kr
  • “상가임대차 계약기간 5년→10년 늘려 달라”

    “상가임대차 계약기간 5년→10년 늘려 달라”

    서울시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률 등 핵심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달라며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에 요청해, 또 다른 중앙정부와 대립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이미 ‘청년수당 50만원’과 ‘자치조직권 강화’ 등을 두고 각각 복지부와 행정자치부 등과 갈등해 왔다. 2일 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최대 4년 동안 주거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신규로 만들고 그 권한을 지자체에 주라고 국토부에 촉구했다. 또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현재 ‘9% 이내’인 임대료 인상률을 지자체 등이 ‘조례’ 등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대료 급등으로 원주민이 떠나는 사례를 막으려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의 일환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기간이 늘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1989년 주택임대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해 서울 전셋값이 23.7%가 폭등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반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 출신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앙정부 관계자는 “시가 총선을 앞두고 청년일자리, 전·월세 가격 및 상가 임대료 급등 등 난제를 선심성 정책으로 풀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전 대통령 국가장과 난민 아이의 주검/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전 대통령 국가장과 난민 아이의 주검/이인재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정책관

    지난 한 주 동안 우리나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리는 슬픔에 휩싸였다. 고인은 4반세기에 걸친 우리나라 민주화 대장정의 거산(巨山)이었다. 권위주의 통치를 종식시키고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도입했으며, 아울러 불행했던 과거사를 정리하려 했던 시도는 국민들의 뇌리에 깊숙이 남아 있다. 한편 지난 9월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바다를 건너다 익사해 해변에 쓸려 나온 빨간색 반소매 티셔츠의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에일란 쿠르디의 가슴 저린 주검 사진이 필자에게는 우리 국민이 함께 치러낸 장엄했던 국가장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다가온다. 국민과 난민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쟁이나 재난을 당해 일정한 거처 없이 이리저리 떠도는 사람들 즉 국가가 지켜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국민이 바로 난민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도 비슷한 아픔이 있었다. 36년 동안의 피나는 대일항쟁, 6·25전쟁과 분단으로 점철된 동족상잔의 비극이 그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억제함으로써 주권과 평화를 수호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몫이다. 그 무엇보다도 국가가 먼저 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1930년대 세계 6위 부국에서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추락한 아르헨티나나 전후 경제 대국에서 후진국으로 쇠퇴한 필리핀(11월 26일자)과 달리 우리는 전후 최빈국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구어 낸 세계속의 한국이 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가 지구촌을 뒤흔든 이 시점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조사되기도 했다(서울신문 11월 18일자 넘베오닷컴의 발표). 뿐만 아니라 2009년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한국이 통일되면 2050년까지 독일, 프랑스,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통일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 서울신문 11월 6일자). 하지만 어떤 국민이든 난민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고령화 세대의 복지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 내야 하는 몹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저성장, 고령화, 이념·세대·지역 간 갈등 등 사회적 난제들도 부지기수다. 지정학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고 국제 정치·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주요 2개국(G2) 체제 속에도 끼어 있다. 박근혜 정부가 3년 6개월 동안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개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과 각종 정상회담을 통해 절실하게 외교적 성과를 도출했던 것은 열강 속에 ‘끼어 있는’ 우리나라의 처지를 발전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서울신문 11월 3∼6일자). 이제 개인의 이익과 정파의 이익에만 매몰돼 국가의 미래를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가 ‘통합과 화합’이었다. 그 메시지는 치열한 국제 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절박한 시점임을 강조한 잠언으로 다가온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서울신문이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국가 의식을 견지해 내는 내용을 중장기적인 기획 기사나 캠페인을 통해 꾸준히 제기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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