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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격동기의 리더십/장현규 미래연구소장

    [기고] 격동기의 리더십/장현규 미래연구소장

    리더십은 흥망성쇠의 길목에서 늘 주목의 대상이 돼 왔다. 국가든 기업이든 변화의 폭이 크고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시기일수록 좋은 리더십에 대한 기대는 각별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라면 성공한 리더십을 기약하기 마련이지만, 아쉽게도 후대에 귀감이 되는 리더십은 흔치 않다. 현실의 리더십은 희망을 주기도 하고 고통을 주기도 하며, 성공한 역사와 실패한 역사의 운명을 바꿔 놓기도 했다. 리더십의 시대적 함의를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입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한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격변의 과정을 지나 왔다. 일제 침략으로 망국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고, 남북분단과 6·25 전쟁의 참화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는 저력을 발휘해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를 열었다. 단기간에 압축 성장한 모범국가라는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다시 격동기에 접어들고 있다. 밖으로는 동북아 질서재편을 둘러싼 각축전이 치열하고, 안으로는 성장, 안보, 통합의 난제들이 가중되고 있다. 산업화의 성공이나 민주화의 추억이 미래를 약속하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위기의 징후가 중첩되는 시대적 격랑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마저 무너질 수 있다. 성공한 역사는 도전에 대한 적극적인 응전의 과정이다. 19세기 말과 지금은 100여년의 시차가 있지만 국내외 상황의 구조적 맥락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우리는 그동안 다양한 모습의 리더십을 경험했다. 어두운 절망의 순간도 있었지만 보람찬 시대도 있었다. 때로는 리더십의 품격을 떨어뜨린 시기도 겪었다. 용두사미와 형용모순은 실패한 리더십의 공통점이었다. 리더십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만 리더십의 참된 가치를 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에서 리더십은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리더십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희망을 줄 수도 있고 혼란과 좌절을 초래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바로 여기에 격동기 리더십의 함정이 숨어 있다. 변화의 갈림길에서 권모술수가 현실을 미화하고 호도하는 데 악용될 수 있고, 독선과 불신은 리더십의 모래성이다. 리더십은 언제든 자기 배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최근 기업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들의 치부가 드러나 관련 기업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일각에서는 ‘CEO 리스크’까지 들먹이며 앙앙불락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정치 리더십이다.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정치 리더십의 혼돈과 맞닿아 있다. 알량한 정파주의가 득세하는 정치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자초하는 지름길이다. 리더십은 편협한 도구적 합리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편성의 가치를 지향할 때 역사 발전과 공동체에 기여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리더십이 현실과 이상, 기대와 절망의 쌍곡선이었음을 보여준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의 알찬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을 모으고 분산된 힘을 결집시키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리더십의 명암은 격동기에 더욱 확연하게 대비된다.
  • 대한민국 이념 갈등, 오스트리아 ‘중도 통합’에 답 있다

    대한민국 이념 갈등, 오스트리아 ‘중도 통합’에 답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계, 시민사회, 지식인 그룹 등이 모두 양보 없이 첨예한 이념대립으로 갈등만 연출할 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선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가 힘듭니다. ‘중도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 교육부장관을, 노무현 정부 때 교육부총리를 지낸 안병영(72) 연세대 명예교수(행정학)는 스스로의 이념적 지향성을 ‘중도 개혁’에 둬 왔다. 하지만 중도의 공간이 빈약한 풍토에서 그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우파는 그를 좌파로 여겼고, 좌파는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래서 더 자유로운 측면도 있었다”고 회고했지만 중도 세력이 설 자리가 없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그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 2006년 정년퇴임 뒤 강원 고성에서 7년째 귀농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최근 펴낸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문학과지성사)는 중도 통합 리더십의 실현에 대한 그의 오랜 염원을 담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그는 “요즘 정치인들은 당리당략과 눈앞의 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 자기를 던져야 하는데 그런 희생정신과 대타협 문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참고할 모델로 중도 개혁 정치를 통해 유럽의 변방국가에서 강소부국으로 도약한 오스트리아를 제시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나온 안 전 부총리는 1965~1970년 장학생으로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당시 유럽의 주변부에 위치한 지정학적 요건과 2차 대전 이후 전승국들에 의해 분할 점령돼 공산화 위협을 받는 등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오스트리아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통일과 경제발전, 정치적 민주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배경에 관심을 가졌다. 2011년 여름 오스트리아를 수십년 만에 다시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중도 통합형 오스트리아 국가모델’ 이론을 정립하고 집필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모델은 현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의 독창적인 이론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모델을 관통하는 정신으로 ‘합의’와 ‘상생’을 꼽았다. 특히 이념갈등에서 벗어나 좌우가 대연정을 구성해 국정을 관리하는 ‘합의제 정치’와 노사정이 협의를 통해 경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파트너십’이 오스트리아의 번영을 이끈 쌍두마차라고 분석한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성공은 이념적 양극화와 정치적 극한 대결로 점철됐던 제1 공화국의 실패 위에서 이룩한 성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오스트리아 모델을 그대로 우리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정답도 아니고, 올바른 태도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갈등 관리와 체제 통합, 미래 비전과 관련해 오스트리아 모델에서 창조적 상상력과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중도 통합형 국가모델은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에 치우친 영·미의 처방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의 진보적 처방보다 우리에게 더 적합하다”고 했다. 책은 2011년과 2012년 겨울에 절반씩 원고를 집필해서 2년에 걸쳐 완성했다. 텃밭 100평과 과수원 200평의 농사를 아내와 단둘이 짓느라 농번기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안 전 부총리는 “농한기에는 오롯이 집필에 열중하고, 농번기에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글쓰는 환경은 아주 좋다”며 웃었다. 이어 “서울에서 살 때는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곳에선 내가 온전히 내 삶을 주관할 수 있는 데다 자연이 주는 영감과 충족감이 대단하다”고 귀농생활 예찬론을 펼쳤다. 조만간 귀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인생 3모작’에 관한 책을 낼 예정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격랑의 동북아, ‘균형추 한국’ 입지 세워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과 이에 따른 동북아의 갈등은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구역에 포함시킨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당면 과제를 넘어 항차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 경쟁이 군사적 대결로까지 치닫는 상황을 포함한 다각도의 시나리오 앞에서 어떤 외교 항로를 택할 것이냐의 중장기 난제까지 아우르는 고차 방정식을 제시한 것이다. 북의 무력도발 위협 앞에서 미국과 중국, 나아가 일본과의 협력을 필수 불가결의 안보 조건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바로 이것이라고 내세울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역사가 말해주듯 국제 질서는 오로지 힘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 힘의 핵심은 군사력과 경제력이다.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두 거대 강국이 외교적 대립을 넘어 군사적 대치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우리의 운신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두고 샌드위치 신세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상황이라느니 하는 자조적 인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교안보 당국을 향해 이어도를 진작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금껏 뭘 하고 있었느냐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국력의 한계를 한탄해서도, 섣부른 책임론으로 국론을 갈라서도 안 될 시점이다. 외교당국뿐 아니라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이 모두 냉정한 자세로 지혜를 모아 국가적 해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단기적으로 방공식별구역 문제는 중국이 우리의 수정 요구를 거부한 이상 상응 조치가 불가피하다. 이미 우리가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어도를 포함하는 쪽으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조정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중국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협상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치다. 일본이 이를 빌미로 독도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그런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자세는 우리의 외교 입지를 더욱 좁힐 뿐이다. 이번 중국의 ADIZ 설정은 미국과 일본의 대응을 시험한 것이면서 한국에 선택을 물은 것이기도 하다. 분명한 답을 보내야 한다.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발전한 한·중 관계이지만, 대한민국 안보의 기본틀은 한·미 동맹이며,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도전에도 분연히 맞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보내야 한다. 동북아에 있어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길은 미국과 중국 그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중립이 아니다. 오히려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에 적극 대응한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균형추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멀고 험한 길이다. 정부의 치밀한 시나리오와 대책, 그리고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 [전문] 안철수 기자회견 “새정치 추진위 출범, 정치세력화 시작’

    [전문] 안철수 기자회견 “새정치 추진위 출범, 정치세력화 시작’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겠다면서 정치세력화를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면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안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이제 저는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가칭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출범, 공식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어도 해상에서는 미국과 중국과 그리고 일본이 방공식별구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패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일본은 중의원에서 특정 비밀보호법을 통과시키며 공공연한 무장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어도를 실효지배중인 우리는 그곳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조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핵무장을 지속하는 북한까지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치는 극한적 대립만 지속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은 또 어떻습니까?. 육아와 교육 거주와 일자리 노후문제에 이르기 까지 어느하나 엄중하지 않은 문제가 없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4천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에 환호는 커녕, 오히려 한숨 소리만 더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정치에서 국민의 삶이 사라진 탓 입니다. 이제는 현실 정치인이 된 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도 여기에 무한책임을 느끼며,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반성의 바탕위에서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첫 걸음을 디디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세계사에서 기득권과,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양극화 되었던 냉전은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이념. 소득. 지역. 세대 등 많은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거기다 냉전의 파괴적인 유산까지 겹쳐 나라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소망하는 정치는 민생정치요 생활정치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가치 있는 삶의 정치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오늘 날 전 세계가 바로 이 삶의 정치의 경쟁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삶의 정치란 바로 기본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국가 목표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따라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정치개혁을 비롯한 경제사회 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금 우리는 그 구체적 정책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정의의 실현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의 핵심은 공정입니다. 공정은 기회의 평등과 함께 가능성의 평등을 담보하면서 복지국가의 건설을 지탱해주는 중심가치입니다. 복지는 해석과 방법논쟁으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복지는 이념투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좌우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실질적 복지로 삶의 정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또 평화는 인권과 함께 우리가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이며 정의와 복지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환경입니다. 그리고 평화통일정책의 수립과 실천은 헌법의 명령이며 천년 넘게 통일국가를 유지해온 조국에 대한 우리세대의 역사적 사명입니다. 이것이 기본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패권을 지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조용한 아침의 나라도 아닙니다. 아무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군사력과, 매력적인 문화의 힘을 가진 역동적인 중견국가입니다. 더욱이 우리 국민은 백척간두에서 나라를 살려낸 경험이 풍부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가지 난제를 모두 이루어냈습니다. 나라를 절대빈곤에서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고 피와 땀과 눈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아시아 최초의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각자 존중의 대상이지, 적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극단주의와 독단론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정치공간이며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논의구조,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은 국민의 힘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마음을 정성껏 읽고 국민의 소리를 진심으로 듣겠습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을 찌르는 링컨의 말입니다. 그 세 가지 가치를 한데 담아 가는 길을 “국민과 함께” 로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들과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정부 외교의 세 가지 갈림길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박근혜정부 외교의 세 가지 갈림길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는 국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지율 60%의 주요인이다. 일단 정상외교의 ‘그림’이 좋았다고들 한다. 이제부터는 실적을 내야 한다. 난제가 많다. 남북, 한·일 갈등이라는 단·중기적 문제부터 미·중 사이에서의 균형잡기 같은 장기적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남북관계:6자회담은 동북아안보포럼 정부는 북한과의 신뢰와 정상적인 관계를 강조한다. 그러나 대외관계에서는 신뢰보다 이해(利害)가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을 전적으로 신뢰하는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과 중국 공안의 탈북자 북송은 정상적인가. 북한은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지도 모른다. 북한을 돕거나 북한에 굴복해서가 아니다. 미·중·일·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기 위해서 평양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남북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간접적인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 6자회담이 방법이 될 수 있다. 6자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제안한 대로 동북아안보포럼의 역할은 할 수 있다. 한·미·일 세 나라는 북한 측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바꾸고 미·일을 설득하면 6자회담은 열릴 수 있다. 그러려면 유연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그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일관계:한가지만 합의하라 박 대통령의 마음속이 궁금하다. 한·일 간의 긴장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의 대화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그 과정에서 미국의 오해를 부르지 않기 위해 일본을 이용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가장 중요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51.6%의 지지로 100%의 권력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서 10대0으로 이길 수는 없다. 통상적인 외교의 결과는 5대5다. 6대4면 꽤 성공이다. 2월 ‘다케시마의 날’ 행사부터 8·15까지, 해마다 반복되는 역사의 악재들이 내년에도 길게 이어질 것이다. 손 놓고 그 시기를 지나치면 내년 가을이 된다. 임기의 중반으로 넘어간다. 내년 3월 네덜란드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한·일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다. 일단 만나서 싸우고 한 가지만 합의하라. 다음에 또 만나자고. 양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분발해야 한다. 두 정상이 역사와 영토, 경제와 통상, 동북아 안보협력 문제를 각각 분리해서 대응할 수 있는 분위기와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한·미 vs 한·중:진실의 순간은? 명(明)이냐, 청(淸)이냐?미국이냐, 중국이냐? 성급하고 어리석은 질문에는 대꾸할 필요도 없다. ‘진실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북이 통일할 때쯤이면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그때가 와도 우리는 대답할 필요가 없다. 미국도 우리의 친구고 중국도 우리의 친구다. 미·소관계와 미·중관계는 다르다. 미·소가 군사적 경쟁관계였다면 미·중은 글로벌 패권을 다투면서도 지역안보와 경제·통상에서 협력하는 관계다. 우리는 두 나라의 경쟁보다는 협력 쪽에 가담해야 한다. 2011년 한·중·일협력사무국이 서울에 문을 열었을 때 미국은 한·미·일협력사무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노력하면 한·미·중·일협력사무국까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미·중·일협력사무국 같은 것은 탄생하기 어렵다. 한국이 없는 동북아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 전략적 가치를 장기적인 한·미·중 3국 관계에 담을 수 있는 외교력이 우리에게 필요할 뿐이다. dawn@seoul.co.kr
  • 통합 앞둔 청주 - 청원 상생협약 ‘삐걱’

    통합 앞둔 청주 - 청원 상생협약 ‘삐걱’

    내년 7월 통합을 앞두고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추진하는 상생협약 사업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25일 시에 따르면 청주교통과 동양교통 노조가 단일요금제 거부운행에 돌입했다. 두 회사 버스 80여대는 이날부터 ‘구간요금을 받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운행에 나서 곳곳에서 요금 시비가 벌어졌다. 단일요금제는 지난해 5월 시작했다. ㎞당 107원의 추가 구간요금을 없애고 청주·청원 전 구간이 1150원으로 단일화됐다. 사업 시작 1년여가 지나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시·군이 지원하는 구간요금 손실금이 줄었기 때문. 양 지자체는 버스회사 6곳의 연간 손실금을 102억원(시 80%, 군 20%)으로 추정해 지원하다 최근 버스승객 숫자 등을 실측, 손실금을 71억 4000만원으로 감액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올해 별도의 용역을 통해 다시 손실금을 결정하고, 과다 지급된 것은 환수하기로 버스업계 대표와 합의된 사항”이라며 “구간요금을 받으면 버스 1대당 4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청주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청원군 이전 협약도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2025년까지 옥산면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지만 중도매인 1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다른 곳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2020년이 되면 3차 우회도로가 개통되는 등 옥산면의 접근성이 개선된다며 맞서고 있다.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은 “상생협약은 사회적 합의를 거쳤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지자체와 의회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혐오시설은 청주지역에 배치한다’는 것도 이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는 청주권을 대상으로 제2쓰레기매립장 1차 공모를 했으나 희망 주민들이 없어 무산됐다. 향후 청원군민들이 유치에 나서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않으면 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美기업 2곳 내년 국내시장 상장”

    “美기업 2곳 내년 국내시장 상장”

    “내년에 코스닥에 상장할 미국 기업이 최소 두 곳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증권시장 상장 설명회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온 최홍식(51·부이사장) 코스닥본부장은 지난 15일 현지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최근 2~3년간 여러 나라 거래소들이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쏟아왔습니다. 홍콩거래소 같은 경우엔 올해에만 미국 쪽에서 무려 80여 차례나 상장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설명회 몇 번으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장래를 위해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 활동을 펼 계획입니다.” 그는 해외 기업 유치의 장점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고 환(換)리스크가 없이 다른 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해외 기업 상장 유치는 난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공시를 한국어로만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장 문턱까지 갔던 기업들이 번역 비용이나 소송 때 필요한 비용 등이 겁나 막판에 포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만 아직 자국어 공시를 고집하고 있는데 해외 소재 기업에 대해 영문 공시를 가능하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는 “향후 유치를 위해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부문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집중 공략할 것”이라면서 “꾸준히 실적을 내는 우량기업들을 발굴해 외국기업은 불안하다는 투자자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새너제이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강서 주민들의 마음 열기 위해 생활정치를 열다

    강서 주민들의 마음 열기 위해 생활정치를 열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자신의 정치인생을 되돌아보는 책 ‘가슴을 열면 마음이 보인다’를 펴냈다. 출판기념회는 20일 구민회관에서 열린다. 민선 2기 강서구청장을 지내고서 17대 총선 도전장을 던져 국회에 입성했던 노 구청장은 2011년 지방선거에서 5대 강서구청장에 당선돼 구정에 복귀했다. 노 구청장은 이번 책에서 자신이 겪었던 정치적 역경과 보람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총 4부로 나뉜 책의 1부에서는 40대 젊은 구청장의 모습이 그려진다. 주민 참여를 통한 생활행정을 기치로 시민들 삶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청년 구청장의 패기가 느껴진다. 화곡동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가로공원길 고압송전탑 철거를 성사시키기까지의 여려운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난제를 해결했을 때의 뿌듯함을 알린다. 제2부는 17대 국회의원으로서 벌인 각종 입법 활동이 주를 이룬다. 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지방세법 개정 국회의원’ 노현송의 이력이 펼쳐진다. 제3, 4부에는 민선 5기 구청장의 이력이 담겨 있다. 마곡 개발과 고도제한 완화, 그리고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 노선 연장, 방화대로 조기개통 등 구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할 도시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 구청장의 땀과 열정이 돋보인다. 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받는 ‘의료문화관광벨트’ 조성을 위한 포부로 대미를 장식한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아웃바운드 관광산업 새로 보기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아웃바운드 관광산업 새로 보기

    1962년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만 5184명이었고 관광수입은 462만 달러였다. 해외로 나간 우리 여행객은 1만 242명이었고 관광지출은 217만 달러였다. 2012년 외국에서 1113만명이 관광을 와서 141억 달러를 쓰고 갔다. 국내에서 1378만명이 해외로 나가 157억 달러를 지출했다. 50년 만에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인바운드 관광산업은 방문객이 733배, 관광수입은 3052배로 늘어났다. 우리가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관광산업은 여행객이 1354배, 관광지출이 7235배가 되는 등 폭발적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1인당 소득은 약 300배 증가했다. 1999년까지 38년 동안 인바운드 관광은 아웃바운드 관광을 능가했다. 여행수지는 항상 흑자여서 관광산업은 효자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2000년 인바운드가 입국 532만명에 수입 6811만 달러가 되고, 아웃바운드는 출국 551만명에 지출 6174만 달러가 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아웃바운드는 인바운드를 압도해 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매년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억 달러 이상 관광적자가 발생하게 되자 아웃바운드 관광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심지어 악덕처럼 매도되기도 한다. 저축은 미덕이고 소비는 필요악이라는 오랜 관성적 사고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제는 아웃바운드 관광을 보는 시각과 이해가 바뀌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1인당 생산은 2만 2589달러, 실질구매력은 3만 1950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경제력이 뒷받침되기에 해외여행이 가능했던 것이고, 경제 규모가 커지고 소득이 늘수록 아웃바운드 관광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한 해 인구의 27.4%가 해외여행을 했으며, 2018년에는 40%인 2000만명이 해외관광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1만 5152개의 여행업체가 있는데, 이 중 62%에 달하는 9417개 사가 해외여행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인바운드 중심에서 홀대받아온 아웃바운드 관광정책이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소치이다. 위생, 청결, 안전, 예절, 교통, 안내, 언어, 가격,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 잠자리 등 수용태세는 관광의 만족과 직결된다. 해외여행객들에게 여행지 수용태세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여 소비자주권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영리 위주의 여행사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객관성이 담보되도록 공적 투입이 필요해 보인다. 돈 많이 드는 아웃바운드관광은 국력의 간접적 과시가 되고, 세계를 누비는 관광객들은 걸어 다니는 홍보판이기도 하다. 여행자 권익만큼 중요한 것은 여행에서 비상식적 일탈이 없도록 하며, 이미지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한류가 쌓아온 성과가 덧없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좋은 방편이 된다. 도시의 미관, 청결, 질서가 좋아지고 시민의식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날처럼 의식교육이나 집체적 계도 없이 이렇게 된 원인을 많은 전문가들은 해외여행의 학습효과에서 찾고 있다. 시민들의 비용과 자각으로 난제가 풀리니 바람직한 일이다. 부정적 시각을 털고 해외여행의 순기능을 키워내는 정책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륙횡단의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나 북극항로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데는 선제적인 시베리아 체험이나 북극해 크루즈 상품의 연구·개발이 큰 도움이 된다. 북한 땅으로 백두산을 가고, 평양에 관광센터를 짓고, 금강산이 있는 남북 고성을 국제자유관광지대로 만드는 일들 또한 창조적 도전의 기회로 성큼 다가왔다. 아웃바운드 관광산업을 새롭게 보자. 해외관광의 소비와 지출을 국력 상승으로 선순환시키는 기능을 해내도록 변환시키는 일에 우선순위가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는 북방으로 뻗어 나가는 첨병이 되고, 창조적 성장동력이 되도록 새로운 소명을 부여할 때이다.
  • 휘어지는 메모리 개발… ‘입는 컴퓨터’ 앞당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소프트혁신소재연구센터 김태욱 박사팀이 광주과학기술원 지용성 박사과정 학생과 함께 휘어지고 비틀어지는(플렉시블) 64비트 메모리 어레이 소자 구현에 성공했다. 휘어지는 상황에서도 데이터 저장·삭제 기능이 구현되기 때문에 ‘입는 컴퓨터’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 동안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주목 받았지만, 메모리와 같은 다른 부품도 휘어지는 상황에서 동작할 수 있어야 ‘입는 컴퓨터’ 개발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휘어지는 상황에서도 데이터 구동이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쪽 방향으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과거 격자 구조로 제작된 메모리 소자들끼리 일어나는 간섭 현상 때문에 휘어지는 상황에서 데이터가 정확한 위치에 저장·삭제되지 않는 게 플렉시블 메모리의 상용화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탄소나노복합체를 기반으로 한 유기 메모리 소자와 전류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유기 다이오드를 층층이 쌓아 데이터 재생·삭제 조절을 가능하게 했다. 김 박사는 “인접 소자들로부터의 간섭이 해결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자가 휘어진 상태에서 ‘KIST’ 글자를 저장해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번 연구는 기존 구조의 유기 메모리 소자 연구의 최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휘어지는 전자소자 및 부품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 난이도 전문 강사들에게 물어보니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 난이도 전문 강사들에게 물어보니

    지난 27일 제2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제1, 2차 시험이 동시에 시행됐다. 올해 출제된 문제를 놓고 학원가에서는 제1차 시험은 대체로 평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제2차 시험은 풀기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제2차 시험 전 과목 곳곳에 지엽적인 문제가 나와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합격자는 다음 달 27일 발표된다. 먼저 ‘부동산학개론’의 경우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가 다수 나와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하선 공인단기 강사는 “지난해 시험과 난이도가 유사하다”면서 “특히 계산 문제는 기본 공식만 알아도 답을 구할 수 있을 만큼 평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동산학개론에서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는 ‘부동산 투자론’ 관련 문제가 지난해보다 난도가 낮았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난제가 더러 있었다. 김 강사는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부동산업 해당 사항을 고르는 문제는 그동안 시험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개념을 활용한 문제”라면서 “메자닌 금융(mezzanine financing·리스크가 큰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위해 금리 외에 성공 보수를 받는 금융상품)에 관한 문제는 금융상품에 대한 질문이어서 체감 난도를 상승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강사는 앞으로 기본 수험서 외에 일반 시사상식 및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학습도 추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과목을 놓고 정동근 공인단기 강사는 “지난해에는 문제가 어렵다기보다 지문이 깔끔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지문이 나름대로 괜찮았다”면서 “난이도도 지난해와 비슷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평소 3개씩 출제됐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관련 문제가 올해는 오히려 각 1개로 줄면서 “의외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정 강사에 따르면 올해 시험에 새로 등장한 개념은 없었지만 신선한 지문은 발견할 수 있었다. 44번 문제(A형 기준)는 갑이 을에게 토지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을 지문으로 제시했다. 정 강사는 “착오와 오표시 무해의 원칙(비록 표시가 잘못됐다 하더라도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 원래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상대방이 이해한 경우 해가 되지 않는다는 원칙), 이중 양도 개념을 묶은 복합적인 사례를 활용한 문제”라면서 “이는 이제까지 다른 시험에서도 보기 힘든 고급스러운 문제”라는 평을 내렸다. 신준선 공인단기 강사는 올해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공인중개사법령)과 중개 실무’ 과목에 대해 “그동안 다른 제2차 시험 과목에서의 저조한 점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이른바 ‘효자 과목’으로 불려왔는데 올해는 그런 부분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출제자의 의도가 엿보였다”면서 “최근 몇년 동안 출제된 문제들과 비교했을 때 올해 시험 문제는 매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신 강사는 지엽적인 문제가 난도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주택거래 신고와 관련해 신고 위반 기간과 실제 거래가격에 따른 과태료 부과기준금을 물은 27번 문제(A형 기준)는 법령 세부규정을 다룬 만큼 수험생들에겐 낯선 영역의 문제다. 4번 문제(A형 기준)는 법령 용어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풀 수 있던 문제였다. 단순한 조문 암기로는 한계가 있었다. 신 강사는 “올해 문제가 만일 출제 경향으로 굳어진다면 세부규정 학습은 물론 법 조문을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공시에 관한 법령 및 부동산 관련 세법’ 과목에서도 익숙지 않은 개념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헌진 박문각공인중개사 랜드스타(이하 박문각) 강사는 “상속세, 증여세 등을 아우르는 세법 영역에서 서류 송달 중 공시송달(상대방의 주소 또는 근무지 등을 몰라 서류를 보낼 수 없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는 송달 방법)을 물은 78번 문제, 양도소득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70번 문제, 취득세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질문한 79번 문제(이상 A형 기준) 등은 지금까지 출제되지 않아 수험생들이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출제 경향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이 하 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09년 제20회 시험까지는 세법에서 단편적인 문제가 출제된 반면 제21회 시험부터는 종합적인 내용을 묻는 추세로 변했다”면서 “계속 문제가 어렵게 나온다면 앞으로는 지엽적인 문제를 제외한 기본 문제에서 누가 실수하지 않느냐가 고득점 획득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공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부동산 공법) 과목을 담당한 김희상 박문각 강사는 선택지 중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많이 나왔다는 점을 올해 시험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부동산 공법에서 가장 큰 출제 비중을 차지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함께 건축법, 주택법 등 나머지 출제 대상 법률에서도 ‘긍정형’ 문제가 주로 나와 지난해보다 정답을 고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공법은 다루는 법률 수가 많은 만큼 시험 범위가 방대하다. 그런데 법 조문뿐만 아니라 시행규칙까지 나온다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문제를 풀기 녹록지 않다. 이번 시험에서 나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관리처분계획 내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희상 강사는 “기본에 충실한 공부만으로도 70점 이상은 도달할 수 있다”면서 “범위가 많다고 해서, ‘공포의 공법’이라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하나의 유럽 20년] 獨 독주·유로화 불신 가장 큰 난제로… ‘유럽시민’ 아직 멀었다

    [하나의 유럽 20년] 獨 독주·유로화 불신 가장 큰 난제로… ‘유럽시민’ 아직 멀었다

    “우리는 독일의 유럽이 아니라 유럽의 독일을 원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은 1953년 함부르크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유럽 내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목표를 제시했다. 통일을 이끈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 역시 이 말을 공식석상에서 자주 인용했다. 유럽연합(EU)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슬로건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체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가장 큰 화두는 독일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때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는 1951년 독일을 끌어들여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출범시켰다. 전쟁의 근본이 되는 석탄과 철강을 공동관리 영역으로 묶어 후환을 없앤 것이다. 이후 1965년 유럽공동체(EC)가 탄생했고 로마조약 등 수많은 조약과 회원국 확대를 거듭해 현재의 EU 모습이 갖춰졌다. 탄생 배경이 무색하게 현재 EU의 가장 큰 고민은 ‘독일의 독주’다. 정치력에서 독일을 앞서며 EU의 맹주를 자처했던 프랑스는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은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독일은 전범국가라는 인식을 60년 만에 완전히 벗어던졌고, 호황까지 구가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 유럽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EU대표부 한국대사관 김희상 참사관은 “독일이 현재 EU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 잡아도 50% 이상”이라며 “앞으로도 독일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작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는 EU에 대한 반감이 크다. 독일인 수잔나 셰퍼(28·여)는 “독일의 경제성장은 국민들이 실업급여와 수급기간을 줄이고, 복지혜택을 낮추는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한 결과”라며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지, 방만하게 국가를 운영한 다른 나라 정치인들을 도와주는 데 세금을 쓰면 안 된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다른 EU 국가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탈리아인 다니엘라 반니(33·여)는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역내 장벽이 없어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혜택을 입었고, 독일이 벌어들인 돈 대부분이 EU 국가들의 것”이라며 “독일이 유럽의 중국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라고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EU가 처한 또 다른 위기는 EU의 근간인 유로화에 대한 불신이다. 한때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것으로까지 여겨졌던 유로화는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독일인 65%는 유로화가 없으면 더 잘살 것 같다고 답했고, 심지어 49%는 EU 소속이 아닌 독일이 좋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는 유로화가 탄생한 마스트리흐트조약을 놓고 오늘 다시 투표한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64%에 달했다. EU 28개국 중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17개. 내년 라트비아가 추가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에 가입한다. 하지만 나머지 EU 회원국 대부분은 유로존 가입에 소극적이다. 재정위기가 유로화 때문이라는 시각 탓이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빨리 경제위기에서 탈출했다는 점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KOTRA 부다페스트무역관 관계자는 “EU에 늦게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EU에 가입하는 순간 독자 행동이 어려워지면서 개별 국가들이 감내해야 하는 외교적 마찰도 빈발하고 있다. 한 예로 EU는 경제규모가 큰 우크라이나를 주요 교역상대로 삼으려고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를 못마땅해하는 러시아는 EU 대신 순회의장국인 리투아니아에 보복 조치를 가하고 있다. EU 차원에서 공식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리투아니아는 속만 태우고 있다. EU가 유럽 내 장벽은 철폐했지만, 이민자 등 외부인에 대한 장벽은 더욱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 국가는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저소득층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으로 화살을 돌리며 국민의 비난을 피하고 있다. EU는 마스트리흐트조약 발효 20주년인 올해를 ‘유럽시민의 해’로 선포했다. 본격적으로 ‘유럽시민’이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EU 공식 여론조사 기관인 ‘유로바로미터’는 “EU 회원국 국민 62%는 자신이 유럽 시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서 유로화에 대한 지지율은 51%였다. 하지만 이 같은 EU의 발표는 구성원들의 생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안드레아 만츠 독일 자를란트대 교수는 “스스로 어느 나라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유럽 시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사실상 0%”라며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자신의 언어를 쓰고 사는데, 어떻게 동질감을 느끼겠나”라고 반문했다. EU 한가운데에 위치한 비회원국 스위스는 특히 냉소적이다. 스위스인 페어 뢰트만(44)은 “자체적으로 잘 살아가는 강소국들은 유로존에 가입할 경우 돈만 많이 내고 기득권은 모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EU에 가입하려고 시도도 하지 않겠지만, 유럽인보다는 스위스인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 사진 브뤼셀·프랑크푸르트·부다페스트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백내장·노안·난시… 레이저로 한방에

    기존의 칼이나 초음파 대신 정교한 레이저를 이용해 백내장과 노안, 난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신개념 치료법이 국내에서 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칼이나 초음파를 이용해 백내장 수술을 시행해 왔으며, 국내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임상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란안과 임승정·이영기 원장은 최근 서울 세란안과에서 국내외 안과 전문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펨토 세컨드레이저 백내장수술’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최신 펨토레이저를 이용한 백내장 수술 사례와 함께 레이저 치료기전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심포지엄에서 임 원장은 “펨토레이저는 머리카락 직경의 100분의1 길이에 1000조분의1초 동안 레이저를 조사하는 첨단 장비로, 백내장은 물론 백내장과 동반된 노안이나 난시 치료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며 “의사가 직접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칼이나 초음파를 레이저가 대체함으로써 그동안 백내장 수술의 난제로 꼽혔던 수정체 분쇄나 수정체낭 절개 과정에서 획기적인 정밀도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305안을 대상으로 백내장과 노안 교정술을 동시에 시행한 결과 수술 6개월 후 원거리 나안시력은 0.91, 근거리 나안시력은 0.81로 측정돼 기존 수술에서 얻어진 원거리 시력 0.88, 근거리 시력 0.80보다 우수한 효과를 확인했으며,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사용하는 백내장 수술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인 ‘섬유성 후낭혼탁’(후발 백내장)의 발생 빈도가 기존 방식의 4분의1로 줄었다. 임 원장은 “이 수술을 위해서는 10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치료 성과가 뚜렷하지만 현행 포괄수가제에서는 기존 백내장 수술보다 비싼 치료비를 받을 수 없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백내장에 난시나 노안이 겹친 환자에 한해 장비 소모품인 ‘콘’ 비용만 부과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집단적 자위권 vs 전작권 전환 재연기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집단적 자위권 vs 전작권 전환 재연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동북아 지역의 외교·안보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집단적 자위권을 매개로 한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밀월은 한·중 및 미·중 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며 동북아 역학 구도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끼어 버린 우리로서는 ‘전략적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진단과 함께 한국의 ‘전략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짚어 본다. “한·미 간 안보 이익은 ‘인치’(미국 입장)로 잴 때와 ‘센티’(한국 입장)로 잴 때마다 달라지게 됐다.”(한 외교소식통 발언) “일본은 웃으면서 우리의 빰을 때려 왔다. 여전히 그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한 정부 당국자의 발언) 전 세계에 산개한 ‘동맹 구조’를 재디자인하려는 미국의 전략하에 치밀하게 세팅된 일본의 재무장 수순이었다. 지난 3일 미·일 양국이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추인하는 장면을 지켜본 한반도의 인식이다. 이로써 2차 세계대전 후 지속된 전후 60년간의 역내 안보 질서는 근본적인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미·일 군사적 결속이 중국 견제 수단이 되면서 한·미 동맹을 자산으로 중국을 견인하고 일본과 과거사 전쟁을 벌이는 한국으로서는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미·일 공동성명의 핵심 키워드인 ‘더 강고한 동맹’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사적 일체화 체제를, ‘더 많이 공유하는 책임’은 일본 내 불문율이었던 방위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1%로 유지하는 ‘황금률’을 주변국을 개의치 않고 깬다는 예고와 다름없다. 미·일은 내년 말까지 양국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고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위한 주변사태법(일본 주변 지역에서 미·일 간 군사협력 방안을 규정한 법률)을 손본다는 계획이다. 동아시아에서의 막대한 안보 비용 부담을 덜고, 일본을 역내 안보의 ‘대리자’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과 과거의 군사적 대국 위상을 다시 갖겠다는 아베 정권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새로 구축되는 미·일 안보동맹으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적 대결 구도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일이 대치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충돌이다. 동북아 대결 구도가 본격화되면 자칫 미·중이 주고받는 체스판의 종속 변수로 휩쓸릴 수 있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의 고립을 원한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의 ‘동맹 블록화’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요구가 우리 측 입지를 상당폭 상쇄시키며 동맹 비용을 가중시키는 전략적 오판이 됐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적 논리와 정서가 더 크게 작동한 점이 지적된다.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요구한 시점은 미 국무부와 국방부 인사가 올해 우리 측에 집중적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 방침을 타진해 온 시기와 맞물린다. 정부 관계자는 “올 초부터 서울과 워싱턴 양쪽에서 몇 차례에 걸쳐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며 “미국은 미·일 동맹 강화가 지역 안보에 기여한다는 뜻을 설파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방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 4월에 연이어 방한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 9월 방한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이 우리 측에 미·일 간 컨센서스를 밝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은 북한 핵위협을 이유로 한국에 대해 미·일 동맹과 묶는 3국 군사체제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실질적으로 연동될 가능성이 커 결국 한국이 미·일 군사체제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편입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으로는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상대로 한 우리 외교의 운신 폭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다자적 틀 속에서 각국의 양자적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복합적 안보 질서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며 “대미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일본이 미국과 함께 한반도 안보에 깊이 개입하는 구조가 되면 우리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동북아 영토 갈등과 美의 입장

    동북아시아에서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는 영토 갈등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성가신 난제이면서도 역으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이중적 측면을 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영토 갈등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충돌이다. 근래 들어 국력이 급신장한 중국이 센카쿠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물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센카쿠 영유권과 관련한 미국의 공식 입장은 “다른 나라의 주권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으며 당사자끼리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중국과 일본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일 방위조약의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즉 센카쿠가 어느 나라 땅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지만 센카쿠 때문에 중·일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일본 편을 들어 중국과 싸우겠다는 뜻이다. 결국 이는 센카쿠 주권 문제에 대해 일본 편을 드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센카쿠 문제가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미·중 관계의 파국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한 쪽으로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반면 센카쿠 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것은 ‘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돌아선 미국 정부에 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자연스럽게 확대해 주는 장점이 있다. 센카쿠 이슈를 핑계로 주일 미군기지 이전 등 양국 간 군사적 이슈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기 쉬운 측면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큰 난제는 독도 문제다. 일본의 억지 영유권 주장에 따라 독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은 “외국의 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을 묶는 공동전선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미국 입장에서는 거의 주기적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독도 분쟁이 달가울 리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팬택, 야심작 ‘베가 시크릿노트’ 공개

    팬택, 야심작 ‘베가 시크릿노트’ 공개

    “우리는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큰 파도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고로 존재한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R&D센터에서 열린 ‘베가 시크릿노트’ 공개 행사. 행사 시작을 알리는 배우 이병헌의 해설 영상엔 팬택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행사에 앞서 이준우 대표도 “직원 내몰고 편한 사람 없을 것”이라면서 “빈자리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미안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을 공개하는 행사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지만 생사의 갈림길에 선 팬택의 현실이다. 최근 경영악화로 고전 중인 팬택이 신제품 ‘베가 시크릿노트’를 통해 재기를 노린다. 베가 시크릿노트는 최근 경영악화로 직원 800여명에 대해 무급 휴직을 단행하고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처음 내놓은 스마트폰이다. 다음 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본격 출시되는 베가 시크릿노트는 대표적인 패블릿폰(스마트폰+태블릿 합성어)에 속한다. 시크릿노트라는 이름처럼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지문 인증을 통해 특정 앱과 사진, 동영상 등 사적인 콘텐츠를 숨길 수도 있게 했다. 특정 연락처를 숨기는 ‘시크릿 전화부’ 기능도 추가했다. 등록한 특정인은 연락처부터 문자메시지, 통화 명세까지 숨길 수 있다. 팬택은 보안성을 강화한 새 제품이 개인은 물론 기업간거래(B2B) 시장에도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5.9인치 화면으로 패블릿폰을 지양했다. 경쟁 기종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7인치)와 LG전자의 뷰(5.2인치) 시리즈보다 화면이 크다. 팬택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내장형 펜(V펜)을 탑재해 메모를 쉽게 했다. 펜을 꺼내면 펜과 관련한 응용 프로그램이 뜨고, 덮개를 닫아도 앞면 작은 창에 메모할 수 있도록 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00프로세서에 3GB램, 1300만 화소의 카메라, 3200㎃h(밀리암페어시) 배터리 등 최신 부품을 장착해 경쟁기종과 사양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PC를 거치지 않고 카메라나 MP3 등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USB 기능도 스마트폰 최초로 구현했다. 팬택은 이 제품으로 기존 월 15만대 수준이었던 판매량을 20만대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이 목표가 성공하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어느 정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팬택 측은 기존 모델의 판매량을 고려하면 신제품이 월 8만대 이상만 팔려도 20만대 목표를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선 보조금이 27만원 이하로 묶이며 그동안 비교적 저가로 판매되던 팬택 제품 가격이 경쟁사와 비슷해져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택은 이번 제품의 가격을 90만원대로 잡고 있다. 갤럭시노트3가 출고가(106만 7000원)보다는 낮지만, LG전자 뷰3(89만 9800원)보다는 높다. 자칫 좋은 평을 받고도 판매가 부진했던 ‘베가 아이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국내 시장이 이미 삼성전자과 애플 2강 구도로 굳어진 것도 난제다. 그나마 LG전자는 자금력을 동원해 마케팅에 주력할 수 있지만, 팬택은 그만한 실탄도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이 팬택에 대한 투자 의사를 국내 대기업들에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성적에 따라 투자 성사도 달라질 수 있다. 판매 목표를 묻는 질문에 박창진 팬택 부사장은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상징적으로 국민의 1%가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미래 에너지를 찾아서… 에너지 올림픽 열린다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미래 에너지를 찾아서… 에너지 올림픽 열린다

    에너지 분야의 올림픽으로 3년마다 열리는 세계에너지총회가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다. 이번 총회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 중 가장 큰 행사이다. 대구시는 2008년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에너지협의회 집행이사회에서 올해 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올해 총회는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이라는 주제 아래 화석연료에서부터 신재생, 원자력, 셰일가스 등 지속 가능한 미래의 에너지를 준비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 ▲미래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 ▲기후 변화로 대변되는 환경 문제 등 전 세계가 직면한 3대 난제를 진단한다. 1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4일부터 나흘 동안 본 프로그램이 열린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북미 등 42개국 54명의 에너지 관련 장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에너지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문제, 셰일가스 대규모 개발 등 시의성 있는 주제들도 다뤄진다. 92개국에서 100여명의 에너지 분야에 종사하는 차세대 리더들이 에너지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미래 에너지 리더 프로그램’과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에너지산업 발전사를 개발도상국 참석자들과 공유하는 ‘개발도상국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번 총회에는 113개국 600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가등록했으며 현장등록을 포함하면 참가자는 7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0 몬트리올 총회의 사전등록인원 4000여명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규모 면에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인들의 참여가 가능한 전시회의 관람자도 2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기고] 기초연금과 국가미래/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기고] 기초연금과 국가미래/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기초연금 정부안이 9월 26일 발표됐다. 정부안의 핵심은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고, 국민연금 소득이 있는 노인은 일부 감액하여 최소 10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안이 나오자마자 대통령의 공약 파기,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정부안이 국민연금 성실 납부자나 미래세대를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기초연금안 마련을 위해 구성된 행복연금위원회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표해서 논의과정을 지켜보고 의견을 개진하였던 경험으로 지금의 여러 논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연금을 왜 지급하는지를 생각해보자. 현재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수급자가 되는 65세 이상 분들은 산업화·민주화 시대의 중추세대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사회발전을 견인한 세대이지만, 다른 한편 사회 발전과 가족 부양에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 정작 자신의 노후설계는 하지 못하고 빈곤한 노후에 방치된 세대이기도 하다. 대부분 노인이 무연금자이거나 저연금자이고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보다 3배 이상 높아 더 이상 국가가 노인빈곤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안이 현 세대 노인을 좀 더 두텁게 보호한 것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기초연금을 왜 모든 노인이 아니라 소득상위 30%를 제외하고 지급하는지이다. 나라 곳간 사정이 여유 있다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공약도 지키고 생색도 나겠지만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미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0년에 대략 500만명이던 노인인구는 2040년에 거의 3배인 1600만명으로 증가하여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준다면 2040년 한 해만 150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가 재정으로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액수이며 미래세대에도 과중한 부담을 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안이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장기가입자나 미래세대를 차별하는지 여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기초연금액은 그에 비례하여 일부 감소하지만, 반면 국민연금액은 그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실제로 받는 공적연금 총액은 가입기간에 따라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필자는 정부안이 미래세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래세대는 현세대보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현세대가 유리하지만, 국민연금 급여액과 연계되는 기초연금은 미래세대가 좀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정부안이 대선 공약을 완벽히 구현한 것도 아니고, 모든 계층의 국민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한 점도 있다. 하지만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한계에서 현세대 노인 빈곤 문제 해소와 미래세대 안정적 공적연금 보장이라는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려 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국민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의 방법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진 후 미래세대에 제대로 물려줄 수 있는 기초연금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에 도움될 것” 환영… “사업장별 시행 다를 땐 中企직원 차별 우려”

    노동계는 7일 정부와 새누리당이 주당 최대 근로 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키로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하면 국내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근로시간이 줄면 노동 생산성이 올라가고 산업 재해는 줄어드는 등 노동 현장의 난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 대변인은 “다만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늦춘다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상대적 차별을 받는다”면서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근로시간 단축 시점을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도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 한도에 포함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당 근로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강 대변인은 “정부가 임금·복지 등에 차별을 받지 않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지만 약속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면서 “우선 민간 부문의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 문제를 개선해야 노동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 시간 단축으로 주말에 근무하던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주당 최대 노동 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전체 근로자의 6.7%인 62만여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자 임금이 노사 협의로 깎이지 않고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정부·서울시, 경복궁 옆 부지 개발 머리 맞대라

    정부와 서울시가 경복궁 동쪽 송현동의 옛 미국 대사관 직원숙소 부지를 개발하는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이곳에 지속적으로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변에 3개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어 허가가 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달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학습 환경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은 지을 수 있도록 새로운 방침을 내놓았다.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서울시가 도심 명소와 연계되는 상징성을 지닌 북촌의 거점공간으로 공익적 활용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부 방침의 변화에 따라 대한항공이 교육청 승인을 받더라도 서울시가 북촌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관광호텔은 지을 수 없다. 정부와 서울시가 내세우는 이유는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한국을 상징하는 한옥으로 최고급 호텔을 서울 중심부에 짓겠다는 계획이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불어 관련 규제가 해제되면 모두 2조원에 이르는 투자 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서울시가 호텔 건립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 일대를 전통문화의 멋을 간직한 세계적 명소로 가꾸어 나가는 데 호텔이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듯하다. 교육 환경도 그렇지만, 늘어나는 전통문화의 수요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에 고급 호텔을 지어 경복궁과 북촌, 인사동을 비롯한 지역의 연계성을 차단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국가 경쟁력 증대와 도시의 문화적 활성화 차원에서 각각 타당성이 있는 만큼 입씨름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상대가 원하는 개발 방안의 장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설득해 나갈 때 난제도 쉽게 풀리는 법이다. 무엇보다 사업주체인 대한항공은 감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주변의 전통문화와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는 호텔 건립 및 주변 개발 방안을 하루빨리 제시해 시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서울시도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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