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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미·중·일 삼각파도 헤쳐갈 외교역량 절실하다

    일본 아베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어 평화헌법 해석을 변경,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길을 열었다. 1981년 이후 지속된 역대 정부의 헌법 해석을 수정,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상황에서는 일본도 무력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1945년 태평양 전쟁 이후 70년간 이어져 온 전후 질서의 틀을 깨고 사실상 언제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의 등장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맞물려 동북아시아를 ‘뜨거운 평화’, 핫 피스(Hot Peace) 체제로 몰아넣고 있다. ‘무력충돌 없는 대치’의 냉전 체제를 벗어나 국지적으로라도 언제든 무력충돌이 가능한, 위험한 평화의 시대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중국과 일본의 무력 충돌을 넘어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 가능성일 것이다. 아베 정부는 그동안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 자위대가 출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으나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개입 가능성을 닫아 놓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황차 북한의 급변사태나 한반도 통일로 가는 여정에서의 혼란을 틈타 일본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여지를 열어놓게 되는 셈이다. 눈을 돌려보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더욱 심상치 않다. 내일로 다가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만 해도 양국의 표면적 우호 무드와 달리 기실 우리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인 게 현실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양국 공조나 경제협력 확대와 같은 통상적 차원의 의제 뒤로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위중한 선택이 우리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미·일 동맹과 중국의 대치 속에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중국은 역내 주도권 강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에게 불참을 종용한다. 캐럴라인 앳킨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이 지난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국 고위관료에게 직접 이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논란도 여전하다. 미국은 최근 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독자적으로 주한미군에 배치할 뜻을 밝혔다. 이에 중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 시 주석의 방한을 통해 우리 정부에 이를 거부하도록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AIIB든 사드든 우리로서는 어느 편도 들기 어려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동북아 전후 70년 체제가 대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이제 우리 외교전략도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미·중·일 삼각 대치를 헤쳐갈 능동적 자주 외교가 절실하다. 획일적이고 전면적인 협력에서 사안별, 선별적 협력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반사외교’의 틀을 깨고, 외부 압박을 역이용해 주도권을 넓혀 나가는 전략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것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도 있겠으나, 그런 전략적 사고와 능동적 외교 행보가 아니고선 우리 외교는 100여년 전 구한말에서처럼 설 땅을 잃는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체제의 2기 외교안보팀은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 국가 개조·국회 소통·조직 정비… 숙제 밀린 ‘정홍원 2기’

    국가 개조·국회 소통·조직 정비… 숙제 밀린 ‘정홍원 2기’

    정홍원 국무총리는 26일 청와대의 사의 반려 발표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소집해 총리로서의 유임 입장과 각오를 밝혔다. 지난 4월 27일 사의 표명 뒤 만 60일이 지나 ‘시한부 총리’의 꼬리를 떼고, ‘정홍원 2기’를 새롭게 출발한 셈이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국가 개조’를 최대의 과제로 내세웠다. 심기일전과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면서 국가 개조라는, 쉽지 않은 화두를 풀자는 주문이다. 정 총리는 “마지막 힘을 다하고 필요 시 대통령께 진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공직사회 개혁, 부패 척결,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가 개조에 앞장서면서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 개조를 위한 주요 과제를 공직사회에 다시 한번 주문한 것이다. 오후에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의 말을 전하면서 공직자들이 국가 개조의 주역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정 총리 앞에는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총리 후보자 낙마로 흐트러진 민심과 느슨해지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는 공직사회를 추스르고, 국정 공백을 메워 나가야 하는 과제들이 쌓여 있다. 정 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 장관들에게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공직자윤리법’과 ‘부정청탁방지법’, 재난대응 체계 혁신을 위한 ‘정부조직법’과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을 위한 ‘세월호보상특별법’, ‘범죄수익은닉처벌법’ 등의 국회 통과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국가 개조를 위한 적폐 해소의 내용을 담은 관련 법들이 줄줄이 국회에서 막혀 있는 상황을 해결해야 공직개혁, 세월호 참사 마무리 등이 실마리를 찾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이번 주 안에 관련 중점 법안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정 총리의 국회 방문 일정을 국회와 조율하고 있으며 이르면 30일쯤 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을 만나 중점 법안 통과 및 국가개혁 조치 등에 대한 지원을 호소할 생각이다. “후임 총리를 구할 능력이 없는 정부의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웃는 야권을 다독거리며 야권 등 국회와 매끄러운 소통 채널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정 총리의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총리실 관계자는 “과도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긴 국정 공백과 일부 부처들의 밀린 일들을 총리실이 중심이 돼서 확실하게 챙기고 새 장관 부임이 늦어져 어정쩡한 부처들에 대한 독려를 강화하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관심병사 등급 변경 지휘관 임의로 못한다

    관심병사 등급 변경 지휘관 임의로 못한다

    군 당국은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유사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주먹구구식 관심병사관리 방식을 개선하고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현재 대대장 이상 지휘관이 임의대로 관심병사 등급을 변경해 왔던 관행을 개선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관심병사 등급을 변경하려면 전문 심사관의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표준화된 인성검사 평가서를 통해 관심병사를 판별하는 제도는 군내 사건 사고를 줄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지만 등급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군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만든 인성검사 평가서를 이용해 식별한 관심병사를 A급(특별관리대상), B급(중점관리대상), C급(기본관리대상)으로 분류한다. 22사단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탈영한 뒤 검거된 임모(22) 병장은 신병교육대에서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으나 지휘관 판단에 의해 GOP 투입 직전인 지난해 11월 한 단계 낮은 B급으로 조정됐다. 현재 군은 관심병사를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입 신병의 경우 전입 2~3주 후 1개월 이내, 일·이병은 6개월에 1회, 상병·병장은 연 1회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B급 관심병사였던 임 병장의 사례처럼 이 같은 관리 방식의 개선이 실제 예방책이 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군사 전문가는 “심리 상담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보다 신세대 장병들이 적응하기 쉽게 병영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은 이와 함께 현재 240명인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을 2017년까지 350여명으로 늘려 연대급 부대에 1명씩 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관심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그린캠프나 비전캠프 운용 방식도 심리치료 전문가 등을 추가 투입해 전문 상담 기능을 높이기로 했다. 군은 현재의 병영생활 상담관 인원으로는 군 전체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병영 상담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방지역의 경우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가 크다는 점도 난제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총기 사고가 발생한 고성을 포함한 전방은 오지라는 인식이 강해 채용을 해도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21일 총기 난사로 사망한 장병 5명의 장례식을 오는 27일 22사단이 주최하는 가운데 치른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포스코, 3대 난제를 뚫어라

    포스코, 3대 난제를 뚫어라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게 된 권오준(64) 포스코 회장의 양어깨가 무겁다. 탄탄했던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계열사를 정리하기로 한 마당에 정부로부터 동부 패키지 인수를 압박받고 있다. 거기에 철강 본연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나섰지만 중국의 저가공세, 철강 수요 산업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 재무구조 개선, 철강시장 빙하기라는 3대 난제가 권 회장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20일 거래를 마친 포스코의 주가는 28만 8000원으로 지난 3월 14일 권 회장이 취임한 이래 주가가 3.97% 올랐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18일 동양파워를 4311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이를 통해 본 권 회장의 100일 성적표는 썩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더 많다. 포스코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최상으로 유지했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는 1994년 ‘AAA’ 등급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또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연쇄적으로 신용등급이 깎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포스코의 철강 수익성이 낮아 등급이 떨어졌을 뿐 다른 계열사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이 지난 18일 1000억원 규모의 4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한 결과 600억원어치만 신청이 들어왔을 정도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도 난관에 부닥쳤다. 권 회장은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업설명회를 열고 철강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를 줄이는 등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등 동부 패키지 인수 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생기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임 회장들이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해 내실을 키우겠다는 의도와 달리 외부 환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단순히 계열사 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연구소 출신의 권 회장이 내부 직원들을 통제해 구조조정 효과를 잘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철강 산업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수년간 철강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건설 및 조선업과 같은 수요산업들의 철강재 수요 감소에 따는 판매량 감소와 철강재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들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하나님의 뜻과 역사해석의 문제

    [김일수 樂山樂水] 하나님의 뜻과 역사해석의 문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몇 가지 말과 글이 국회의 총리인준 절차를 앞두고 정치적 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물론 문제된 말들은 기독교 신앙체계 안에서 신학적 논쟁 내지 신앙의 색깔논쟁에 충분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지식인의 역사인식과 책임의식, 지성과 세계개방성, 보편성과 특수성의 조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도 흥미있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일제식민지배와 한국전쟁과 같은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난제들을 하나님의 뜻과 섭리라는 시각에서 뭉뚱그려 이해하려 했다는 점이다. 우선 이 같은 섭리신앙은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을 믿지 않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생소한 것이어서 그것에 입각한 역사해석 자체가 반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창조사역과 창조세계에 대한 그분의 주권적인 통치를 부인하면 자연과 인간세계의 모든 역사적인 사건진행은 결국 우연이나 운명 또는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에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라 해서 의견충돌이 없을 수 없다. 하나님의 뜻과 일하심은 신묘막측(神妙莫測)해서 사람의 지식이나 지혜로 단정할 수 없는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이나 일본의 난징대학살을 섣불리 하나님의 뜻으로 돌린다든가,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하나님의 성전(聖戰)으로 해석한다면, 민족갈등이나 종교 간 갈등 내지 문화충돌을 자초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이여, 그의 판단은 측량치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 누가 주의 마음을 알았느뇨, 누가 그의 모사(謀士)가 되었느뇨. 누가 주께 먼저 드려서 갚으심을 받겠느뇨.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롬 11:33~36).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의 비밀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하물며 존재보다 더 심원한 곳에 계신 하나님의 뜻을 역사이해에 경솔하게 끌어다 쓴다면 화를 자초하기가 쉽다.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우리 민족의 결점으로 첫째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점을 꼽았다. 그래서 시(詩 )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 되었고, 그 결과 착함과 날쌤과 조심성 있고 너그러운 옛 기상들이 시들었으며, 역사 발전이 중간에 변경되어 고난의 역사로 치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이 고난을 우리 민족의 병을 고쳐 주려고 든 사랑의 매로 이해했다. 모든 역사적 사실은 해석된 사실이다. 그리고 그 해석작업은 어느 초인(超人)이나 소수의 천재들의 독단적인 주관이나 전유물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호소통과 공감의 눈높이, 그리고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좇아가는 정신들의 상호주관적인 대화 마당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하나님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주시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겸손히 묻고 또 조심스럽게 깨달아 가야 한다. 그리고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고난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가는 동시대의 아픈 이웃들을 포용하며, 희망의 지평으로 함께 걸어가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 이런 류의 역사해석에는 부득불 하나님의 의(義 )와 참사랑이 드러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비극들 속으로 찾아오신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의 손길처럼, 총리 후보자 개인에게도 개입하시는 깊은 뜻이 어디엔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지식은 지역적, 시대적, 문화적, 민족적, 당파적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한계를 보편적인 인간존중 및 하나님 앞과 역사 앞에서 져야 할 예언자적, 도덕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뛰어넘으려는 치열한 정신적 노력을 우리는 지성이라 부른다. 시련들을 지혜롭게 뛰어넘어 훌륭한 지성적 국무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 [사설] 여야 7월 재·보선 앞서 6월국회 돌아보라

    19대 후반기 국회가 이번 주 본격 가동에 들어가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6·4 지방선거는 야당의 ‘세월호 정권 심판론’과 여당의 ‘박근혜 대통령 구하기’가 격돌했지만 민심은 어느 쪽에도 승리나 패배를 안겨주지 않은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다. 여야가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하라는 국민들의 명령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야는 국가가 처한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주요 국정 어젠다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국회는 내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고, 오는 11~12일에는 후반기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들을 계획이다. 그러나 원구성 협상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보위원회를 상임위원회화하고, 법안소위원회를 복수화하는 문제와 관련해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여전하다. 여야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예결위 상설화 방안에 합의해야 한다. 지난해 활동을 마친 국회 예산·재정개혁특위는 예결위의 상설화에 잠정 합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행정부가 수개월간 머리를 싸매며 작업한 나라살림 계획을 연말연시에 졸속 처리하는 폐단은 국회 개혁 차원에서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원구성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난제가 많아 험로가 예상된다. 세월호 국정조사 활동부터 국무총리 및 각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 일정이 만만찮다. 국가개조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무엇보다 총리 후보자부터 제대로 골라야 한다. 개혁성과 도덕성을 갖춘 ‘흠결없는’ 인물을 발탁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도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위는 모레까지 사전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진상 규명 작업에 들어간다. 여야는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정쟁을 촉발해서는 결코 안 된다. 무엇보다 기관보고를 하기에 앞서 청문회 증인 명단을 국조실시계획서에 명시할지 여부에 대해 신속히 타협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국회는 ‘세월호 국회’라 할 수 있다. 국정조사 특위 활동 이외에도 처리해야 할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정부조직개편법, ‘김영란법’, ‘관피아법’, ‘유병언법’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인 정부조직 개편안은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당·정·청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기 이전 긴밀한 협의를 갖고 최종안을 조율해야 한다. 교육부총리제의 실효성 여부도 세밀하게 따져보고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정부조직 개편 입법예고안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7·14 전당대회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미니총선’급인 7·30재·보선에는 여야의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태세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조짐이다. 세월호 쇼크의 여파다. 6·4 지방선거가 ‘무승부’로 끝난 만큼 여야는 재·보선에 정면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조사를 재·보선과 연계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제2 세월호 방지 대책을 법제화하는 데 진력하는 것만이 민생을 위한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꿈속의 짝 찾아 바다 건넌 소녀 평생해로 부부 역사가 된 사랑

    꿈속의 짝 찾아 바다 건넌 소녀 평생해로 부부 역사가 된 사랑

    얼추 2000년 전쯤이다. 인도 아유타국(아요디아)의 공주가 극동의 작은 나라 가락국을 찾아 긴 항해를 시작한다. 하늘이 정해준 피앙세, 김수로왕을 찾아 나선 길이다. 공주의 이름은 허황옥. 16세(추정) 가녀린 소녀가 벌인 대항해의 여정은 삼국유사 ‘가락국기’편을 통해 조금씩 세상에 알려졌다. 신화와 역사가 뒤섞인 소녀의 여정이 이제 테마길로 태어날 예정이다.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알알이 맺힌 ‘허황옥 신행길’이다. 부산과 경남 창원(옛 진해)을 거쳐 김해에 닿은 소녀의 여정을 따라가 봤다.  옛 가락국의 수도, 김해에 들면 물고기 조각상이 종종 눈에 띈다. 이른바 신어(神魚) 신앙을 상징하는 조각들이다. 수로왕릉 정문의 문설주에도 두 마리 신어가 조각돼 있다. 물고기는 인도 드라비다어로 ‘가야’, ‘가라’ 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500년 동안이나 실재했으나 역사 속에선 완벽하게 사라진 나라 가야의 국호 또한 이 단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 신어 신앙의 중심에 허황옥이 있다. 우리나라 첫 국제결혼·연상연하 커플  허황옥의 고향은 인도 갠지스강 중류의 아유타국이란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아유타에선 쌍어문장(雙魚紋章)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경찰 계급장, 택시 번호판 등에도 쌍어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 이 신어 사상이 허황옥을 통해 가락국에 전파됐다는 것이다.  먼저 김수로와 허황옥 사랑이야기의 얼개를 살피자.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이니 이야깃거리도 많을 터. 그 내용이 삼국유사의 ‘가락국기’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허황옥의 아버지, 그러니까 인도 아유타국의 왕이 꿈을 꾼다. 천제가 나타나 배를 타고 동쪽 끝까지 올라가 닿는 나라에 딸의 배필이 있다고 알려준다. 왕은 곧바로 허황옥을 배에 태워 보낸다. 서기 48년께 일이다. 이때 동행하는 인물이 오라버니 장유화상이다. 현 김해 장유신도시 명칭도 장유화상 이름에서 따왔다.  이때부터 16세 소녀의 대항해가 시작된다. 허황옥은 ‘돌배’ 위에 파도를 잠재운다는 ‘파사석’을 싣고 가락국으로 향한다. 같은 시기, 가락국의 왕 김수로도 비슷한 꿈을 꾼다. 수로왕은 꿈에서 자신의 배필이 멀리서 배를 타고 올 것이라는 천제의 가르침을 듣는다. 수로왕은 신하 유천간을 망산도로 보내 피앙세를 맞는 한편, 자신은 명월사 인근에 행궁을 차리고 허황옥 일행을 기다린다. 그 명월사가 있던 곳이 현 명월산 자락의 흥국사(명월사 터가 따로 있다는 주장도 있다)다. 그리고 마침내, 둘은 이곳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이때 수로왕의 나이 6세. 무려 2000년 가까이 앞서 요즘 ‘대세’라는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탄생한 셈이다.  수로왕과 허황옥은 10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을 낳는다. 이 가운데 첫째 아들은 2대 거등왕에 오르고, 둘째와 셋째는 허왕후의 요청에 따라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된다. 여태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가 결혼을 하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나머지 7명의 아들은 장유화상을 따라 승려가 된다. 그곳이 바로 경남 하동의 지리산 자락에 있는 칠불사다. 두 딸 중 첫째는 신라 석씨 왕의 시조가 되고, 둘째 딸은 일본국 초대 천황의 모후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둘의 러브 스토리는 여기서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제 그들의 실제 흔적을 좇을 차례다. 들머리는 망산도다. 허황옥 일행이 첫발을 디뎠다는 섬이다. 망산도는 경남 창원과 부산의 경계에 걸쳐 있다. 현재 대부분의 검색 사이트에서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는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 속한다. 그러니까 망산도를 둘러싼 땅은 창원, 망산도와 주변 바다는 부산으로 보면 틀림없겠다.  망산도는 작은 섬이다. 주변 땅이 간척되기 훨씬 이전, 그러니까 신화의 시대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로운 섬이었을 게다. 망산도는 흘낏 봐선 진면목을 알 수 없다. 섬 안에 들어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바다 쪽에서 보는 망산도의 바위들은 정말 독특하다. 하나같이 거북의 등껍질처럼 쫙쫙 갈라졌다. 필경 풍화작용이 진행 중일 터. 돌로 태어나 2000년 전 신화 시대의 아득한 이야기를 후세에 전한 뒤, 먼지가 되어 홀연히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유주암, 유주비각 등 설화와 관련된 유적들도 망산도 주변에 산재해 있다.  망산도 앞의 정자 유주정에 앉아 있자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곧잘 눈에 띈다. 결혼 이민으로 꾸려진 다문화 가정 또한 부산 서쪽과 김해 일대에 펵 많다고 한다. 이 지역은 2000년 전에도 ‘국제적 항구’였으니 허황후 이야기는 결국 ‘오래된 미래’에 대한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허황옥이 실제 인도 아유타에서 왔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유주비각에 새겨진 ‘보주태후(普州太后) 허황옥’이란 문구는 이 같은 의구심을 부채질했다. 이와 관련해 김병모 한양대 명예교수의 해석이 명쾌하다. 김 교수는 저서 ‘허황옥 루트’를 통해 허황옥이 몰락한 아유타 왕국의 후손이고, 그들이 정착한 곳이 중국 보주, 현 쓰촨성 안웨현(安岳縣)이란 견해를 편다. 보주는 신어신앙을 가진 소수민족이 살던 곳으로 전해진다. 당시 허황옥의 선조들이 다스렸던 아유타 왕국이 정정불안으로 붕괴됐고, 유민으로 전락한 지배층이 보주 지역으로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이 해석이라면 허황옥의 인도 공주설과 중국 출신설 등 상충되는 두 난제가 자연스레 해소된다. 첫날밤 보낸 명월사의 후신 흥국사  긴 항해 끝에 뭍에 닿은 소녀는 하늘이 점지한 피앙세를 만나기 위해 길을 재촉한다. 산 넘고 물 건넌 허황옥은 이윽고 부산 지사동의 명월산에 닿는다. 허황옥은 자신의 옛것을 버린다는 뜻에서 입고 있던 바지를 벗고 산신령께 폐백을 올린 뒤 수로왕과 첫날밤을 보낸다. 수로왕은 허황옥의 빼어난 자태를 달에 비유해 산 이름을 명월산이라 짓고, 첫날밤을 보낸 자리에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명월사도 짓는다. 그 명월사의 후신으로 추정되는 곳이 바로 흥국사다.  흥국사 극락전엔 명월사 석탑에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기단 면석이 남아 있다. 부산박물관에서 펴낸 ‘명월사지(현 흥국사) 현장조사 보고서’는 “석탑 기단 면석에 조각된 보살상 옆으로 천의(天衣)자락이 위로 날고 있는 모습으로 미뤄볼 때 9세기대에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고 있다. 기단 면석이 허황옥의 인도 도래설을 뒷받침하는 인도 남부의 사왕석(蛇王石) 문화라는 일부의 주장을 부정하는 결과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명월사가 실재했다는 근거로도 인식된다. 가락국 태평성대 이룬 봉황대  이튿날, 수로왕과 허황옥은 현 김해 응달동 태정마을을 거쳐 가락국의 수도 김해로 환궁한다. 현재의 봉황대로 추정되는 곳에 정착한 이들은 평생 해로하며 가락국을 태평성대로 이끈다. 수로왕과 허왕후가 근거지로 삼은 곳이었던 만큼, 김해엔 강력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글로벌 국가 가야’의 위상을 새길 만한 유적지가 많다. 수로왕릉(사적 제73호)과 수로왕비릉(사적 제74호)이 첫손 꼽힌다. 특히 수로왕비릉이 인상적이다. 수로왕릉에 견줘 규모는 작지만 무게감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허왕후가 인도에서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도 허왕후릉 바로 앞에 전시돼 있다.  수로왕비릉 옆은 구지봉이다. 6개의 알에서 태어난 가야의 왕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김수로왕의 건국신화 시작점이 바로 이곳이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놓아라’라는 고대가요 ‘구지가’가 불리워진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 ‘달마야 놀자’의 주무대였던 은하사도 볼만하다. 장유화상이 세웠다는 절집으로, 대웅전 수미단에 쌍어문양이 남아 있다. 아울러 가락국 외부를 둘러쳤던 분산성과 성벽 안쪽의 해은사, 가락국 2대 거등왕이 신선을 초대해 국정을 논했다는 초선대, 가락국 왕자들의 탯줄을 묻었다는 태정마을 등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들이다. 글 사진 부산·창원·김해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 서김해으로 나와 금관대로, 분성로를 따라 가면 김해 민속박물관이다. 박물관 주변에 구지봉과 수로왕비릉 등이 몰려 있다. 김수로왕릉과 봉황대 등은 예서 각각 한 블록씩 떨어져 있다. 경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다. 망산도를 먼저 보려면 남해고속도로 가락 나들목으로 나와야 한다. 부산 신항 방면으로 가다 창원의 용원버스정류장을 찾아가면 된다. 서울에서 하루 세 차례 고속버스도 오간다. 흥국사는 망산도에서 12㎞ 정도 떨어져 있다. 산속에 있어 걷거나 승용차로 가야 한다. 맛집: 김해 구산동 쪽에 보리밥집 골목이 있다. 김해 문화의 전당 옆 내외동 먹자골목에선 돼지뒷고기를 맛볼 수 있다. 동상동 전통시장 음식단지엔 칼국수로 이름을 날리는 집들이 여럿 늘어서 있다. 수로왕릉 옆 김해 한옥체험관에서 맛보는 한정식도 좋다.
  • ‘편안한 임플란트’ 치과의사 실력이 좌우한다

    ‘편안한 임플란트’ 치과의사 실력이 좌우한다

    치과의원에서 위턱 어금니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오모(50·여)씨는 해당 병원이 폐업을 하는 바람에 사후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당 의사가 외국 연수차 출국해 그동안 다른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그 의사마저 교체됐기 때문이다. 의사뿐만 아니라 병원의 상호까지 바뀌었다. 임플란트를 한 이후 입술부위에 감각이상을 보였던 오씨는 해당 병원에 항의했지만 병원 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의사가 반영구적이라고 선전한 임플란트가 시술 두 달 만에 풀려버린 황당한 일도 있다. 이모(62)씨는 임플란트 시술 두 달 후 나사가 네 번이나 풀려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치아가 빠져 다른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다시 받고 치료비 전액을 환급받았다. 두 사람의 예처럼 임플란트 시술로 부작용을 겪은 사례는 수천여건에 달한다. 치과 시술별 분쟁 가운데 임플란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상위권이다. 부작용이 따르지 않는 의료 행위는 없다고 하지만 임플란트의 경우 유독 많아 최근 5년간 소비자 피해상담이 3배 이상 급증했다. 2008~2012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임플란트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만 총 4700여건이 넘는다. 1개당 100만~300만원의 진료비가 드는 고가의 시술인데 반해 부작용이 커 만족도를 보장하기 어려운 셈이다. 임플란트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환자 입장에선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시술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일단 의사를 잘 만나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은 수술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치과의사의 시술 능력이 치료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즉 치과 의사의 숙련도와 노하우에 따라 임플란트의 성공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의사의 경력, 시술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좋다. 특히 시술 전 환자의 구강상태, 치조골 상태, 신경의 위치 등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는 곳인지, 부작용에 대한 사전설명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의 전신질환이나 병력 등을 고려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좋은 의사를 찾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임플란트는 전문의 제도가 없어 병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의사 경력만으로는 임플란트 시술 능력을 가늠할 길이 없다. 임플란트 관련 전문과목은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철과, 치주과 등으로 일단 해당 과목을 전공한 의사를 찾아가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부작용 없는 100% 완벽한 임플란트 시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임플란트 환자 대부분은 잇몸 질환과 염증으로 치아의 뼈가 녹아 병원을 찾기 때문에 임플란트를 심을 때 가용할 수 있는 남은 뼈가 그리 많지 않고, 시술 과정에서 자잘한 신경들을 잘라낼 수밖에 없어 신경손상의 위험이 크다. 또 턱뼈에는 큰 신경관이 지나가는데, 이 신경관을 피해 임플란트를 얼마나 깊숙이 심느냐가 관건이다. 가늘고 짧은 임플란트를 심으면 시술이 쉽고 시간이 절약되지만 이씨처럼 두 달 만에 나사가 풀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시술 후 제대로 관리를 못 해도 염증이 생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임플란트 시술로 인한 장점이 부작용 위험성을 상회할 때 임플란트 시술을 권고한다. ‘부작용도 없고 반영구적이니 임플란트 시술을 하세요’가 아니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임플란트를 하면 지금보다는 편해지니 시술을 하세요’가 정답인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소비자에게 마치 치료효과가 보장되는 것처럼 ‘정확한 진단과 시술’, ‘부작용 최소화’, ‘통증 없이’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렴하게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병원을 찾을 것이냐, 기왕 할 것 비싸도 잘하기로 소문난 병원을 선택할 것이냐’는 문제도 난제다. 돈 많은 환자들이야 망설임 없이 일반병원보다 3배 이상 비싸도 임플란트 관련 전문의가 포진한 대학병원을 선택하겠지만, 일반 환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울대 병원의 경우 임플란트 1개당 458만원을 받고 있다. 일반 치과 가운데서도 바가지 상혼 없이 진료하는 병원은 얼마든지 있다. 의사의 경력과 시술 능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가격은 150만~2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최근 임플란트 적정수가를 101만 3000원으로 발표한 보건복지부도 75세 이상 노인의 임플란트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려고 협상을 통해 임의로 정한 가격일 뿐 이른바 ‘권장소비자가격’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족한 수가를 때우기 위해 환자에게 과잉 진료를 해 문제가 된 적도 있어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형 네트워크 치과 병원이 한때 ‘반값 인플란트 치료비’를 내세워 붐을 일으켰지만, ‘저가·저질 의료’ 논란에 휩싸여 제재를 당한 사례도 있다. 인천의 한 치과의사는 “저렴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부작용이 생겨 방문한 환자들을 보면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치아까지 치료를 해놓은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국산과 수입산 중 어떤 임플란트를 쓸지 고민하는 환자도 많지만 답은 없다. 국산 임플란트는 외국산에서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안전성과 연결되는 임상 기간이 짧다. 한국보다 앞서 임플란트를 생산해온 외국의 제품은 가격이 비싸지만 임상 기간은 길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임플란트 식립재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의사를 믿고 보는 수밖에 없다. 특정 브랜드의 임플란트를 고집해 시술을 받은 후 부작용이 생길 경우 오히려 환자가 그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단순히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라 나에게 더 잘 맞는 임플란트를 선택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웜홀’로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 전송 가능”

    “‘웜홀’로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 전송 가능”

    이른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웜홀’ 을 통해 과연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자 루키 버처 교수가 웜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고있다. 그간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웜홀(worm hole)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벽에 생긴 구멍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통과하면 적어도 수학적으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웜홀이 존재한다고 해도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인간은 물론 작은 물질 자체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인가를 통과 시킬만큼 웜홀이 길지않고 금방 붕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처 교수는 이에대한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바로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다면 펄스(pulse) 정도는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킵 손 박사의 이론에 근거한다. 손 박사는 음에너지인 카시미르 에너지를 사용하면 매우 불안정한 터널같은 웜홀을 보다 안정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버처 교수는 “만약 카시미르 에너지의 양이 웜홀 내부에 충분히 존재한다면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 수 있다” 면서 “내 계산으로는 일부의 웜홀 내부에 충분한 카시미르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조건이 구비된 웜홀이라면 펄스에 메시지를 담아 과거 혹은 미래로 웜홀이 붕괴되기 전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웜홀’ 로 과거 혹은 미래로 메시지 전송 가능” (英 연구)

    “‘웜홀’ 로 과거 혹은 미래로 메시지 전송 가능” (英 연구)

    이른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웜홀’ 을 통해 과연 미래 혹은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자 루키 버처 교수가 웜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놔 관심을 끌고있다. 그간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웜홀(worm hole)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벽에 생긴 구멍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통과하면 적어도 수학적으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웜홀이 존재한다고 해도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인간은 물론 작은 물질 자체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인가를 통과 시킬만큼 웜홀이 길지않고 금방 붕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처 교수는 이에대한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바로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다면 펄스(pulse) 정도는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과거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 킵 손 박사의 이론에 근거한다. 손 박사는 음에너지인 카시미르 에너지를 사용하면 매우 불안정한 터널같은 웜홀을 보다 안정되게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버처 교수는 “만약 카시미르 에너지의 양이 웜홀 내부에 충분히 존재한다면 웜홀이 그 넓이만큼 길 수 있다” 면서 “내 계산으로는 일부의 웜홀 내부에 충분한 카시미르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조건이 구비된 웜홀이라면 펄스에 메시지를 담아 과거 혹은 미래로 웜홀이 붕괴되기 전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르노그룹, LG화학과 손 잡았다

    르노그룹과 LG화학이 차세대 전기자동차에 탑재할 배터리 연구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전기차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주행거리 연장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선도업체가 협력기로 하면서 전기차 기술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1일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르노그룹 티에리 볼로레 최고경쟁력책임자는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에서 LG화학 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만나 ‘차세대 장거리 전기차 공동개발 업무협약’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르노가 새로 선보이는 장거리 전기차에는 LG화학의 고에너지밀도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갈 전망이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현재 최대 150㎞ 수준인 1회 주행거리를 300~400㎞로 늘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도 2020년까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00㎞ 갈 수 있는 2000만∼3000만원대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유럽 업체들이 그간 전기차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2016년 이후에는 독일 전기차가 대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1∼2년 내 배터리 공급업체를 20여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에리 볼로레 르노 최고경쟁력책임자는 “LG화학과의 차세대 배터리 공동 개발로 르노가 추진하는 다양한 전기차 사업이 한발 더 나아가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생명의 窓] 현대의학의 난제와 겸허한 건강관리/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

    [생명의 窓] 현대의학의 난제와 겸허한 건강관리/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

    의학의 역사는 가장 이질적인 것으로부터 가장 동질적인 것을 향해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이질적일수록 더욱 치료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아무리 무시무시한 기생충이라 할지라도 구충제 한 알로 치료가 가능하고, 미생물에 의한 감염도 항생제가 개발된 이후에는 꽤 다루기 쉬운 질병이 됐다. 이제 현대의학이 남겨 둔 난제들은 가장 동질적인 것이다. 자기 몸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하는 암, 그리고 시간에 따른 자기 몸의 노화는 현대 의학의 대표적인 숙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병환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10일 이 회장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급성 심근경색 진단하에 심장 혈관 확장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한다. 심정지가 온 이후 재빠른 심폐소생술이 시행돼 뇌손상 등의 장기 손상이 최소화될 수 있었고, 심장 시술도 몇 시간 이내에 이뤄졌기 때문에 천만다행 회복세라고 한다. 심장질환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심정지 발생 초기의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면 예후를 향상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및 조속한 병원 후송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다.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제세동기를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인 대국민 교육과 보다 신속한 병원 후송 시스템을 위한 지원 및 전략 마련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 회장은 1999년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암, 그중에서도 폐암은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한다. 폐암과 담배와의 연관성이 밝혀진 이후 금연을 시도하는 젊은 남성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간접흡연의 위해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공공장소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 폐암 치료를 위해 많은 약제들이 개발됐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암 치료가 어렵고도 힘든 이유는 자기 몸의 세포에서 변이된 암세포는 기생충이나 미생물의 세포와 달리 자기 몸의 세포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파괴할 목적으로 개발된 약제라 할지라도 자기 몸의 정상 세포들을 일정 부분 파괴할 수밖에 없다. 유전자 분석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표적 치료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중에는 림프암의 글리벡처럼 탁월한 약제들도 속속 등장해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탁월한 약제라 할지라도 자신의 유전자형과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고, 모든 약제가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높은 치료 비용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다만 의학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았을 때 앞으로의 암 치료는 개인의 유전자형에 따른 맞춤형 치료로 점점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모든 질병을 한 번에 해결하는 기적의 치료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겸허한 마음으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적극적인 태도가 질병을 이기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건강을 놓치지 않고 잘 관리하는 것이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규칙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최선의 의학이다.
  • “치매 7초마다 발생… 치료약 5~10년내 나올 듯”

    “치매 7초마다 발생… 치료약 5~10년내 나올 듯”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치매는 한국이나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5~10년 안에는 치매치료약이 개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뇌과학 분야 전문가인 케이 조 영국 브리스톨대학 석좌교수는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연구개발비는 암 치료 및 연구비의 1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형적인 연구개발의 개선를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브리스톨대에서 열린 한국여기자협회와의 워크숍에서 “영국의 치매환자는 80만 명, 한해 치료비만 230억 파운드(약 40조원)에 이른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3700만명으로 추정되며 7초마다 새 환자가 발병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치매는 진행이 더디고, 현재까지는 치료약이 없고 진행속도만 늦추는 약만 나와 있지만 효과 대비 너무 비싼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치매에 대한 연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와 대학, 기업 등 3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궁극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면서 “동시에 다국적 연구중심병원 간 협력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국 정부처럼 치매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고 사회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013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2015년까지 치매 조기 진단과 연구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렸다. 이 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브리스톨대는 정부로부터 5년간 1200만 파운드(약 208억원)를 지원받아 치매환자를 위한 스마트 헬스 케어 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제러미 타바레 교수는 “초·중기 치매환자들이 요양병원이 아닌 자기 집에서 생활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존의 각종 센서 장치들을 활용해 환자의 행동을 모니터하면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의사나 간병인, 구급인력이 즉시 대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체온과 맥박, 혈압은 물론 전기·가스·물 사용량을 항시 체크하고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해 환자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인데 환자와 가족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해결해야 할 난제다. 타바레 교수는 “대학 구내에 집을 하나 구해 센서네트워크를 설치해 자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5년 안에 실용화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 헬스 케어 홈이 치매 치료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브리스톨(영국)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 사업 급물살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 사업 급물살

    1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경북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 사업이 그동안 지지 부지했던 토지·보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사업시행자인 경산지식산업개발㈜는 다음 달 초부터 1단계 사업구역인 경산시 하양읍 대학리 109만㎡의 토지 및 물건 소유자 496명을 대상으로 보상금 지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산지식산업지구개발은 빠른 시일 내에 보상을 마무리한 뒤 오는 7월 차세대건설기계부품단지 조성을 위해 선 착공하고, 내년 1월 본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3월에는 단지 분양을 시작한다. 이 사업은 당초 지난해 6월 실시계획 승인과 제1차 토지보상계획(284만 3000㎡)을 공고했었다. 하지만 대출약정이 이뤄지지 않아 토지 보상이 지연돼 소유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등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후 지난 8일 최대 난제였던 경산지식산업개발과 투자사 간 대출약정이 전격 체결됐다. 경산지식산업지구 개발 사업은 대학리와 와촌면 소월리 일대 총 부지 391만 6000㎡에 사업비 1조 363억원을 들여 차세대건설기계부품 단지 및 첨단 메디컬센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2020년 완공되면 1조 41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6230억원의 부가가치효과, 1만 2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경산시 관계자는 “경산지식산업개발 등과 긴밀한 협력으로 관련 행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등의 노력 끝에 본격적인 토지 보상이 이뤄지게 됐다”면서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서울 지하철 연결·부산 신공항·경기 버스공영제 ‘판박이’

    서울 지하철 연결·부산 신공항·경기 버스공영제 ‘판박이’

    민선 5기 지역 공약 가운데 폐기됐거나 추진이 지지부진한 공약 중에는 이번 6·4 지방선거 후보들이 다시 들고나온 정책들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후보들은 대형 개발 공약을 내걸지만 상당수가 구호에 그치고 다음번 선거 때 다시 거죽만 바꾼 판박이 공약이 나오는 악순환이 확인된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 중 지하철 노선 간 직결운행 검토는 결국 백지화됐지만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저마다 이와 유사한 정책들을 내놨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서울을 엑스축으로 관통하는 ‘지하철 3, 4호선의 직결운행’을 교통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황식 전 총리가 내놓은 강남~시청 10분대 연결을 위한 신분당선 조기 착공 역시 이와 비슷한 취지다. 새누리당의 부산시장 후보인 서병수 의원은 동부산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앞서 허남식 현 시장도 신재생에너지산업(기반 구축 산업)을 추진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민선 6기 때 실현 전망도 밝지 않다. 신공항 유치는 허 시장도 3선 임기 동안 추진해 왔던 과제지만 부지 선정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여태껏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역 민심을 외면할 수 없어 서 후보를 비롯해 박민식, 권철현 후보는 물론 무소속 후보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공약 중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USKR) 조성은 목표를 달성치 못하고 공약 내용 일부만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부 장관 출신인 새누리당 경기지사 예비 후보 정병국 의원이 이를 다시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지사의 5대 핵심 공약이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구축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지역 공약에도 포함됐지만 수조원대 예산이 소요돼 시행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13조원의 예산 중 확보된 금액이 없는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사한 공약이 야권 후보들 위주로 쏟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진표 후보는 경제성이 없는 GTX의 B, C노선은 폐지하고 A노선(동탄~수서)만 살리자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예산 확보가 난제다. 비슷한 공약으로 원혜영 후보가 버스 공영제, 김 후보가 버스 준공영제를 약속했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다. 김 지사의 남북 협력 기반 조성 사업은 성과가 구체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이번에 경기지사에 출마한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도 통일 특구 경기도 실현 7대 정책(정 의원), DMZ생태관광벨트 조성(원 의원) 등 유사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상준 박사 “향후 주름제거술의 대세는 ‘PDO 리프팅’”

    이상준 박사 “향후 주름제거술의 대세는 ‘PDO 리프팅’”

    피부과와 성형외과 치료의 한 축을 이뤄온 분야가 주름치료다. 노화는 물론 과도한 다이어트나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 주름을 적절하게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관련 분야 의료계의 중요 과제였다. 주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주름제거술의 대세는 이른바 체내에서 서서히 녹는 실인 PDO(Polydioxanone)를 이용한 리프팅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됐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인 이상준(사진) 박사는 최근 이같은 지견을 담은 전문의용 임상지침서 ‘녹는 실 리프팅의 정석’을 집필, 출간했다. 전문의들에게 PDO 리프팅의 술기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 책이지만 주름제거술의 향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리프팅 시술법이 국내외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 실의 표면에 돌기를 만들어 주름 부위의 피부를 잡아주도록 하는 이른바 ‘압토스 실 리프팅’이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돌기가 만들어진 실을 피부조직에 삽입해 늘어진 피부를 주름 반대방향으로 당겨 고정시키면 실 주변에 섬유조직이 형성돼 주름 부위의 피부를 보다 탄탄하게 지지해 주는 방식이었다. 초기에 주름제거술을 받은 사람 중 상당 수가 이 시술을 받았다. 문제는 이같은 실 리프팅의 경우 효과는 기대한 만큼 나타났지만 피부 조직에 삽입된 실 때문에 반복 시술이 어렵고, 체내에 실이 계속 남아있게 된다는 점이었다. PDO 리프팅은 압토스 실 리프팅에서 드러난 이런 문제를 기능적으로 보다 완벽하게 보완하는 장치를 갖췄다. 체내에서 아주 서서히 용해되는 실에 돌기를 새겨 리프팅을 해주면 늘어진 피부를 효과적으로 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실 주변에서 왕성하게 콜라겐 합성이 유도돼 리프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상준 박사는 “특히 늘어진 ‘마리오네뜨 라인’과 같은 부위에 PDO 리프팅으로 시술을 하면 이전의 방식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리프팅이지만 실이 가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체내에서 서서히 용해되는 실을 사용하기까지 10여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고 PDO 리프팅으로 주름제거의 난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얼굴형이나 피부 타입에 따라 시술이 정교하게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준 박사는 “사람의 얼굴에는 팔자주름, 눈가주름, 목주름 등 매우 다양한 주름이 있는데, 이런 주름은 발생과 역학적 변화 추이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면서 “같은 PDO 리프팅이라도 어떻게 치료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을 전문의들이 참고하도록 책에서 상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상준 박사는 “이전에 안면거상술로 주름을 치료한 환자들이 불과 2~3년 후에 다시 피부가 늘어지고, 귀 앞의 흉터는 흉터대로 남는 모습을 보며 의료인으로서 안타까웠던 게 사실”이라면서 “다행이 근래 들어 수술 대신 레이저 치료가 보편화 됨으로써 이런 부담은 줄었지만 피부가 많이 늘어진 환자에게는 역시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녹는 실을 이용한 리프팅으로 보완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이것이 바로 발전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PDO 리프팅이 주름 치료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주름 부위의 피부를 벗겨내 당겨주는 안면거상술은 수술 부담과 수술 후 붓기가 상당 기간 지속돼 사회 생활에 어려움이 따른 데다 수술 후 진행되는 노화에 대처하기가 어려워 단명한 치료법으로 여겨졌다. 이런 안면거상술을 레이저 치료가 대체했다. 초창기 레이저 박피에 이어 박피와는 다른 레이저 치료법이 꼬리를 물고 개발돼 최근에는 프렉셔널 방식의 리프팅이나, 고주파나 초음파를 이용해 피부의 콜라겐 재합성을 유도하는 방식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치료 과정이 간편해지고 효과가 보장되는 이런 치료법도 나름의 한계가 있었다. 공통적으로는 주름이 많고 골이 깊거나, 피부가 많이 처진 경우 치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PDO 리프팅 치료의 개발을 이끌었다는 게 집필진의 설명이다. ‘녹는 실 리프팅의 정석’ 저술에는 이상준 박사외에도 같은 병원의 장가연·서동혜 원장과 고려대의대 피부과 유화정 교수, 골드성형외과 이원석 원장 등이 참여해 다양한 임상 경험을 녹여 넣었다. 이상준 박사는 “의료 기술은 특정인의 전유물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면서 “국내외의 많은 전문의들이 이 실기 지침서를 활용해 보다 향상된 치료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술 없이 주름을 치료해 온 이상준 박사는 지금까지 ‘울쎄라’ ‘써마지’ ‘이프라임’ ‘더블로’ ‘울트라스킨’ ‘펠레베’ ‘리펌’ ‘서브라임’ 등 다양한 글로벌 치료법의 임상을 주도한 키닥터(Key Doctor)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학회 등에서 SCI 상위 등급의 연구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13년에도 ‘주름울쎄라’ ‘주름토털써마지’ ‘튼살레가또’ ‘겨드랑이땀 미라드라이’ 등을 다룬 SCI급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노력으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주름과 흉터 분야의 ‘국가대표 의료기술’ 대표병원으로 선정되었는가 하면 전 세계에 단 두곳 뿐인 ‘울쎄라 베스트 닥터’로 뽑히기도 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모닝 브리핑] 이정희 “北은 천안함 희생자에 조의를”

    [모닝 브리핑] 이정희 “北은 천안함 희생자에 조의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23일 “남북관계의 난제였던 금강산 사건, 연평도 사건, 천안함 사건에서 희생된 모든 이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조의 표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은 진보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주목된다. 이 대표는 또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안전 보장 확약도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북한 측의 안전 조치를 촉구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野 핵방호법 처리로 ‘새 정치’ 가능성 보여라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3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과 독일 방문을 위해 어제 출국했다. 5박7일의 이번 유럽 순방에서 박 대통령은 이틀간 진행될 핵안보회의 참석 외에 한·미·일과 한·중, 한·독일로 이어지는 정상회담, 그리고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의 남북통일 관련 연설 등 굵직한 외교 활동을 벌이게 된다.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정들이다. 한데 이런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떠난 박 대통령을 민망하게 하는 것이 여야 정치권이 아직껏 매듭을 풀지 못한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이다. 박 대통령은 오늘 저녁 개막하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선도연설을 통해 핵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국제 핵안보체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박 대통령이 대표하는 대한민국은 이를 위한 준비가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것처럼 2년 전 서울에서 열린 2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는 회의 개최국으로서 ‘핵테러억제협약’과 ‘핵물질방호협약’의 2014년 발효를 주창했고, 참가국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이를 이행할 것을 다짐하는 ‘서울 코뮈니케’를 채택한 바 있다. 서울 회의를 전후로 ‘핵테러억제협약’은 92개국이, ‘핵물질방호협약’은 70여개국이 비준을 마친 상태다. 우리도 2011년 12월에 두 협약에 대한 국회 비준을 마쳤다. 문제는 이 비준서를 제출하려면 이에 맞춰 국내법, 즉 원자력방호방재법을 개정하고 이 같은 사실을 함께 통보해야 하는데 지금 이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이라는 난제를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들 두 협약의 즉각적인 발효가 시급한 처지다. 북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해서는 물론 북한 핵물질의 반출과 이에 따른 테러 및 사고 위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적인 핵테러 및 핵방호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외에 올해 예정된 반핵 관련 다자간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이 핵방호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2년 동안 정부는 대체 뭘 하다가 이제서야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대표까지 모두 나서 야당에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지 딱한 노릇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이 법안을 여야 간 쟁점이 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과 연계시켜 주고받자고 버티는 것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를 지난 2년 동안 마비시켜 온 방송법 개정안의 쟁점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각 방송사의 편성위원회 구성 문제다. 민주당은 이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새누리당은 방송사의 편성 자율권 침해, 위헌 가능성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을 둘러싼 대립처럼 보이지만 기실 여야 모두 방송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익과 직결된 현안을 다분히 정치적 사안인 방송법 개정의 볼모로 삼는 것은 민주당이 누누이 다짐했던 초당적 외교 협력과도 맞지 않고 통합신당이 내세운 새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핵안보정상회의 개막까지 한나절밖에 남지 않았다. 민주당은 핵방호법 개정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2) 아파트(중)

    ●박정희·전두환 정권이 만든 ‘아파트 공화국’의 흑역사 풍수학자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가 “이제 모든 국토는 도시다”라고 선언하자 사회학자 전상인(서울대 교수)은 “사실인즉 우리나라 모든 도시는 아파트이고 따라서 모든 국토가 곧 아파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산비탈과 논두렁, 밭두렁 일색이던 우리 땅이 ‘아파트 천지’로 변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의 눈에 처음 들어오는 경관은 산이나 강이 아니라 아파트가 됐다. 상전벽해(桑田碧海)에서 ‘상전금지’(桑田地)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좋든 싫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 출신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 두 대통령의 의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작금의 아파트공화국은 박정희·전두환의 의지와 그를 맹신하는 추종자들이 내놓은 합작품이다. 박정희가 기획하고 전두환이 연출했다. 박정희가 ‘아파트지구 지정’을 통해 서울 강남을 아파트 숲으로 변하게 했다면 전두환은 ‘택지개발촉진법’으로 대한민국을 아파트 밀림으로 만들었다. 아파트 발전사와 주거사회학, 아파트 문화사를 두루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거혁명은 5·16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가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에 오른 1961년 시작돼 5~9대 대통령을 지내고 1979년 10·26사건으로 시해된 18년 동안 진행됐다. 그의 경제이데올로기는 ‘건설입국’(建設入國)이었고 그에 편승해 아파트는 지배적 주거 형태로 등극했다. 보릿고개에서 막 벗어난 신생 대한민국의 목표가 ‘먹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전환된 시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독재자의 선택이었다. 관계 당국의 조건 없는 정책지원과 아파트 건설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직 폭발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의식주생활은 너무나도 비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인 면이 많았음은 주지하는 바입니다. 여기에 생활혁명이 절실히 요청되는 소이가 있으며 현대적 시설을 완전히 갖춘 마포아파트의 준공은 이러한 생활혁명을 가져오는 데 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인구의 과도한 도시집중화는 주택난과 더불어 택지가격의 앙등을 가져오는 것이 오늘의 필연적인 추세인 만큼 이의 해결을 위해선 앞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이러한 고층아파트 주택의 건립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바입니다.” 1962년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의 치사 중 일부다. 박정희의 ‘생활혁명론’은 앞으로 집권기간 동안 그침 없이 추진될 ‘아파트 입국’의 미래를 웅변한다. 육사 8기생으로 혁명주체세력의 한 명이었으며 대한주택공사(지금의 LH) 총재를 두 번 지낸 장동운이 아파트 전도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동운은 미국 군사학교 유학시절 잡지에서 본 대단지 아파트 사진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뭔가 새로운 것’을 찾던 김종필 등 혁명세력에 알렸다. 아파트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빈민굴’이라는 인식 탓에 그의 추진력과 혁명세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마포아파트 부지 확보와 건설자금 마련 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장동운은 두 번째 주공 총재 임기 중이던 1968년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이라는 우리나라 아파트건설사에 획을 긋는 대표 작품을 남겼다. 일본신문 광고의 80%를 주택광고가 차지하는 것을 보고 중산층 아파트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사상 첫 모델하우스의 등장과 아파트 분양제도의 도입이라는 신기원을 기록했다. 이후 현대건설 등 민간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아파트 건설시장은 비등점을 향해 치달았다. 1994년 폭파된 남산 외인아파트도 장동운의 작품이었다. 1970년 박정희에게 외국인 바이어 거주용 아파트의 필요성을 건의하자 박정희는 지도 위에 한남동 외인주택에서 남산공원까지 줄을 쫙 그으면서 “이 선 안쪽으로 아파트를 세우시오”라고 분부했다는 것이다. 남산 중턱에 16층, 17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2개 동 450가구가 들어섰다. 남산 하얏트호텔(지금의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어부지리로 생겼다. 1972년 외인아파트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가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피용 헬기 포트를 시찰하다 눈에 거슬리는 군사시설이 보이자 “철거하고 호텔을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하얏트호텔의 탄생 비화이다. 개발연대 남산에는 ‘3대 흉물’이 있었다. 외인아파트와 남산맨션, 하얏트호텔이 그것이다. 외인아파트는 남산 제모습찾기 사업으로 사라졌지만, 남산을 병풍처럼 막아선 하얏트와 남산맨션은 건재하다. ●김현옥·양택식·구자춘 3인 ‘아파트 도시’ 밑그림 혁명세력을 등에 업은 주공이 마포아파트와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의 성공으로 서울에 아파트의 싹을 틔웠다면 꽃은 세 명의 서울시장이 피웠다. 주공은 주공아파트, 서울시는 시민·시범·시영아파트로 독재자의 입맛을 돋웠다. 박정희의 전폭적 신임을 바탕으로 서울에 건설바람을 일으킨 김현옥(1966~1970), 양택식(~1974), 구자춘(~1978) 등 세 명의 시장이 재임한 12년 동안 ‘아파트 도시’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김현옥의 시민아파트, 양택식의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잠실주공아파트, 구자춘의 반포아파트가 대표적이다. 김현옥은 판잣집을 철거하고 철거민을 근교로 집단이전시킨 뒤 철거 터에 시민아파트를 지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와 1971년 광주대단지 폭동사건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한강변을 아파트 택지로 조성했다. 한강상류에 소양강댐이 건설돼 물난리 걱정이 사라지고 북한과의 체제 경쟁으로 강북지역에 대한 안보불안감이 높아진 게 일조했다. 양택식은 김현옥이 벌려 놓은 난제를 꼼꼼히 처리했다. 여의도개발과 시범아파트의 분양 성공은 서울시의 만성적인 재정난을 타개했을 뿐 아니라 아파트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시켰다. 구자춘의 뚝심이 강남을 아파트로 뒤덮게 했다. 1975년 3월 4일 서울시 연두 순시에서 박정희는 강북 인구의 강남 분산을 지시했다. “영동이나 잠실을 막연하게 개발하는 것은 서울시의 인구증가 정책밖에 안 된다. 획기적인 방안을 내놔라”라는 것이었다. 구자춘은 시내에 흩어져 있던 고속버스터미널을 반포로 옮기고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것을 결심한다. 관료 출신으로 매사 신중했던 양택식과 달리 군 출신인 김현옥, 구자춘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외에 상전이 없는 듯 행동했다. 관계부처 장관과의 협의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허벌판’ 강남을 아파트지구로 지정하는 일도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권력자의 지시를 받은 지 1년여 후인 1976년 7월 5일 구자춘은 천호대교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를 구획정리가 한창인 영동지구로 안내한 자리에서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을 보고했다. 개인의 건축허가 행위가 금지되고 아파트만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 끝나자 대통령은 아파트지구 지정계획이 그려진 도면 위에 특유의 사인을 했다. 이른바 윤허였다. 이때 반포·압구정·청담·도곡·이수·잠실·이촌·서빙고·원효·여의도·화곡 등 11개 지구 236만평이 아파트지구로 지정됐다. 개인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누구도 가타부타할 수 없었고 나머지는 통과의례였다. 10여년 후 11개 지구에는 680개동 5만 가구분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강남은 아파트 쑥대밭이 됐다. ●탈아파트 시대 성큼…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박정희의 시대가 지고 전두환의 시대가 왔다. 박정희와 추종자들의 아파트 입국 노력은 1980년대 전두환 시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은 서슬 퍼런 국보위를 통해 주택 500만호 건설이라는 경천동지할 공약을 내놓았다. 1981년부터 10년간 3조 6000억원을 투입해 아파트 151만호 등 주택 500만호를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존재하던 대한민국 주택의 총량이 500만호였으니 그 배포를 짐작할 만하다. 공약을 시행하는 수단인 택지개발촉진법이 1981년 시행됐다. 전두환·노태우 시대를 관통한 아파트를 위한, 아파트에 의한, 아파트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택지개발촉진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제정 공포된 6000여개의 법률 중 가장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택지개발예정지구라는 이름으로 어떤 땅이나 수용해 택지로 개발할 수 있고, 다른 법과 처분의 적용이 일체 배제되는 법이다. 이후 20년 동안 1억 1380만평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이 시기 남아 있던 모든 녹지는 택지로 변했다. 개포·고덕·목동·상계·중계지구가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가 건설된 것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전두환의 ‘주택 500만호 건설’과 노태우의 ‘주택 200만호 건설’ 공약에서 ‘주택’이란 아파트의 다른 이름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도 예의 ‘아파트 해법’으로 주택수요를 충족시켰다. 나아가 부의 축적과 차별적 지위를 제공함으로써 중산층의 욕망을 채워줬다. 아파트 건설 업체들도 재벌그룹으로 성장하도록 배를 불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택 열 채 중 여섯 채가 아파트로 둔갑했다. 고밀도 초고층 아파트 덕분에 2008년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섰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집 부족에서 벗어나는 대역사가 이룩된 셈이다. 아파트는 고질적인 주거문제를 해결했지만 저출산·고령화와 나홀로 가구의 증가 등 산적한 문제 앞에 노출돼 있다. 아파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선임기자 joo@seoul.co.kr
  • 한국 개신교계 연합기관 통합에 일단 청신호

    한국 개신교계 연합기관 통합에 일단 청신호

    한국 개신교계의 큰 과제인 연합기관 통합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의 통합 제의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한영훈 목사)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때문이다. 그러나 각 연합기관의 입장조율과 이단 문제 해결 등 난제가 적지 않아 실제 통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통합과 관련해 물꼬를 튼 것은 지난 17일 강원도 속초 현대수콘도에서 열린 한교연 임원 워크숍이다. 한교연은 워크숍에서 “한국 교회가 하나되는 것은 우리가 가장 바라는 일”이라며 “한기총이 2011년 7월 7일 임시총회 당시로 돌아가 66개 교단과 19개 단체의 권위를 회복하고 개혁정관을 수용한다면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즉각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비록 ‘조건부 대화 수용’이긴 하지만 한교연이 한기총의 통합 제의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에 앞서 한기총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교연과의 통합을 공식 제안한 데 이어 통합을 위한 9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7일에는 한기총 명예회장단이 홍 목사의 통합 추진 결정에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개신교계에 통합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홍재철 목사는 최근 한교연 임원회의의 ‘조건부 대화 수용’에 대해 한 개신교 교계지와 인터뷰를 통해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한교연과의 통합이 이뤄지면 통합 대표회장을 세우고 통합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올 연말에 대표회장을 선출한 뒤 대표회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최근 이 같은 통합 논의에도 양 연합기관 간 입장 차가 커 향후 추이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한교연이 통합 대화 수용의 전제로 내건 조건은 한기총으로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다. 한교연이 제시한 이른바 ‘7·7 개혁정관’은 대표회장 1년 단임제를 바탕으로 교단 추천과 가·나·다군의 순번제 선임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기총은 부정선거 문제로 비켜났던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복귀하면서 개혁정관을 폐기한 데 이어 홍 목사의 대표회장 집권 후 대표회장 임기를 2년 연임이 가능하도록 대폭 개정했었다. 여기에 이단 문제도 좀처럼 실마리를 풀 수 없는 난제로 꼽힌다. 한기총은 통합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단 문제에선 물러설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교연 소속 목회자들도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집단을 마음대로 해제한다면 한기총과는 연합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단 문제가 양 단체 통합의 가장 큰 관건인 셈이다. 이처럼 통합 논의가 확산되자 개신교계에는 기대가 증폭되는 가운데 교회의 회개와 갱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6일 한교연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교회 연합운동 대토론회’에서도 섣부른 통합 논의에 대한 반성이 쏟아졌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김재성 부총장은 “목회자들의 명예욕과 권력에 대한 욕구가 세상의 것을 닮아 간다면 교회는 희망이 없을 것”이라면서 “깨끗하고 겸손한 연합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관들이 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가 최근 24개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슷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에서 연합단체의 필요성에 ‘필요하다’는 응답이 89.2%로 압도적이었지만 한국교회 연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도자들의 교권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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