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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최고 인구밀도 가자지구, 코로나19 감염 연일 최고치

    세계최고 인구밀도 가자지구, 코로나19 감염 연일 최고치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 지역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찍으면서 열악한 생활환경과 빈곤율로 고통받는 가자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자지구는 지난달 난민촌에 사는 가족이 첫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이 지역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봉쇄 및 통행금지 등 엄격한 격리조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높은 인구밀도, 보건 미비 등으로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NBC뉴스는 지난 11일 현재 1631명의 감염자 및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확진자 115명, 사망자 1명은 격리시설 내에 있었지만, 나머지는 봉쇄된 가자 지구 내 지역사회 안에서 발생해 향후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13일 전했다.현재 가자지구 내에는 팔레스타인 주민 약 200만명이 살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이스라엘이 남쪽으로는 이집트가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양국 모두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 지도부에 대해 안보상 우려를 언급하고 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가자지구 내에는 중환자실 내 침대 97개뿐이고 병실 안에 환풍기 정도만 있어 코로나19의 발병 결과가 참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내 5개 병원이 있지만 이 중 3개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만 받고 있고, 열악한 현지 의료 시스템에 이미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모하마드 아스푸 박사는 “우리는 매우 스트레스받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자지구는 약 365㎢의 면적 안에 약 200만명이 살고 있어, 전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1㎢ 안에 5000여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인구의 40%가 15세 미만이지만, 지난해 세계은행(WB) 청년층 실업률은 60%, 빈곤율은 39%에 이르는 등 경제상황은 최악이다. 이스라엘과의 분쟁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물자 유입 통제로 의료장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기는 하루 3~6시간 정도만 제한적으로 들어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발생 한 달도 안 돼 이미 가자지구 지역사회에 큰 타격을 입혔다. 올해 들어선 빈곤율이 53%에 이르며 전체의 75%가 넘는 가구가 사회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력거꾼인 아드함 유수프 조럽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운전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라며 “칸 유니스시에 있는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며 아내, 세 자녀를 돌보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 때때로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뒤져 찾은 음식들을 갖다 주기도 한다는 그는 “아무도 우리들의 비참한 상황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절망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그리스 새 난민촌 짓는다지만 주민들과 난민들 반발, EU 설득 난제

    그리스 새 난민촌 짓는다지만 주민들과 난민들 반발, EU 설득 난제

    그리스 정부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과 다음날 두 차례 화재로 전소된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를 대체할 새 영구 수용시설을 건립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기존의 모리아 캠프에서 거주해온 1만 2600여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모리아 캠프에는 2757명만 수용할 수 있었는데 정원의 다섯 배 가까이 초과해 여러 문제를 낳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난민 35명이 방역 지침을 어기고 잠적한 뒤 몇 시간 만에 화재가 발생해 이들이 방화하지 않았나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모든 것이 불 탄 뒤로는 난민들이 도로나 주차장 바닥에서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영구 시설을 만든다는 것이어서 섬에 원래 살던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은 물론, 그리스 본토나 다른 유럽 국가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난민들의 의사에 반(反)하고, 그리스의 재정 형편을 감안하면 유럽연합(EU)의 적극적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 적지 않은 반론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새 수용시설 건설에는 일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키리아코스 총리는 EU이 역내 난민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모리아 캠프 화재는 하나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는 모두를 각성하게 하는 경고음”이라며 “유럽은 난민 문제 해결에 또다시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가 EU의 난민 대응 시스템을 개선할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얘기인즉 아라비아 반도와 북아프리카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들을 1만 2000명 정도 수용하면서 이들의 신원 확인 및 망명 심사를 차분하고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EU 차원에서 종합 관리하자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앞장서서 EU 10개 회원국이 당장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부모가 없는 미성년 난민 400명을 분산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이 정도로 인도적 의무를 다했다고 EU 회원국들이 버틸 수 있다는 점도 그리스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섬에서 내보내 달라”… 그리스, 항의하는 난민에 ‘최루탄 진압’

    “섬에서 내보내 달라”… 그리스, 항의하는 난민에 ‘최루탄 진압’

    화재로 갈 곳 잃은 난민들 길거리서 생활열악한 섬 아닌 새로운 장소로 이주 희망음식·식수 부족… 여성·아이 더 고통받아당국, 이번주 내 새 임시 캠프 마련 계획 獨·佛 등 10개국 미성년 400명 분산 수용EU 회원국 난민 정책 갈등의 불씨 될 듯두 차례에 걸친 대형 화재로 전소된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에서 이주민과 경찰 간 충돌까지 벌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유럽 최대 난민촌의 비극에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난민 수용 정책에 결단을 내릴 시점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BBC·CNN 등에 따르면 그리스 현지 경찰은 이날 섬이 아닌 타지로의 이전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난민 시위대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발사했다. 그리스 경찰은 “시위에 나선 난민들과 경찰 사이에 소규모 충돌이 발생,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정원이 2700여명인 모리아 캠프에서는 5배 가까이 되는 1만 3000여명의 난민이 최악의 거주환경 속에 수년간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았다. 이마저도 지난 8일과 9일 연이은 화재로 캠프 전체가 소실되면서 난민들이 당장 몸을 누일 곳이 모두 사라졌다. 화재 직전에는 코로나19 감염자 35명이 한꺼번에 나와 난민들 사이에선 죽음의 공포마저 고조됐다.다행히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갈 곳 없는 난민들은 길거리, 폐기물처리장, 주유소, 과수원 등에서 노숙을 하고 있으며 음식·식수 부족으로 인한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중동·아프리카 지역 70여개국에서 온 난민 가운데 어린이·여성도 6000여명이나 된다. 당국은 이번 주초까지 새 임시 캠프 ‘카라 테페’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난민들은 열악한 섬이 아닌 새로운 장소로의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 이날 난민들은 “자유”라고 외치며 “천막도, 레스보스도, 그리스도 싫다”, “코로나가 모든 생명을 죽인다”, “우리는 평화와 자유를 원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치켜들고 임시 캠프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를 따라 시위를 벌였다. 현지 주민들 역시 “난민들을 섬에서 내보내라”며 구호물자 트럭을 막아서는 등 갈등도 만만찮다. EU 차원의 지원 없이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그리스 정부는 “(거처를) 옮겨 달라는 난민들의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약 1000명의 이주민을 취약계층 위주로 섬 서부 시그리에 정박된 페리호 및 2대의 해군함정에 임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EU가 난민 수용과 새 거주시설 건설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화재 이후 독일·프랑스 등 EU 10개 회원국은 미성년자 400명을 분산 수용하겠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을 뿐이다. 그동안 난민 대량 종착지인 이탈리아·그리스가 “부유한 북부 국가들이 부담을 더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EU 내에서 난민은 해묵은 갈등 원인이었다.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들도 EU 리더 격인 독일 정부에 “캠프 화재 참사는 실패한 유럽 난민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독일 내에서도 난민 수용을 놓고 좌우 진영 간 의견이 엇갈리는 형국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그리스 난민캠프 전소, EU 10개국 “미성년 400명 나눠 수용”

    그리스 난민캠프 전소, EU 10개국 “미성년 400명 나눠 수용”

     유럽연합(EU) 10개국이 최근 대형 화재로 전소된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난민캠프에 머무르던 미성년자 400명을 데려가기로 했다고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밝혔다.  AFP 통신과 영국 BBC에 따르면 제호퍼 장관은 이날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 부위원장과의 공동기자회견 석상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100∼150명 정도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독일과 프랑스는 EU 차원에서 400명의 미성년자 난민 수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네덜란드는 이미 50명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했고, 핀란드는 11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나라들은 몇 명을 받아들일지 논의하고 있다고 제호퍼 장관은 전했다. 독일 언론은 스위스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이 논의 중인 나라들이라고 전했다. 이들 미성년자들은 부모나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이다.  앞서 전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 차원에서 400명의 미성년자 난민 수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AFP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에서 패널 토론에 참석해 “예비 단계로 우리는 (EU 회원국들이 화재가 난 난민캠프의) 미성년 난민을 수용할 것을 그리스에 제안했다”면서 “다른 조치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EU가 난민 문제에 책임을 더 나눠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코르시카 섬에서 열린 지중해 정상회담에 참석해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은 말뿐이 아니라 연대의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게해에 있는 레스보스섬은 여자 동성애자를 뜻하는 영어 ‘레즈비언’이 유래한 섬이다. 기원전 600년 무렵 인류 최초의 여자 시인 사포와 그녀를 숭배하는 모임이 동성애를 즐겼는데 그녀가 이 섬 출신이란 점 때문에 붙여졌다. 그리스 본토보다 터키 이즈미르 항구에 훨씬 더 가깝지만 엄연히 그리스 땅이다.  이곳에는 이 나라 최대의 난민 수용시설인 모리아 캠프가 있다. 최대 수용 정원은 2757명이지만 지난 8일 첫 화재가 발생했을 때 네 배가 넘는 1만 260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난민 정보 사이트 인포미그런츠(InfoMigrants)에 따르면 이 캠프의 난민 가운데 70%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며 시리아와 아프리카 콩고까지 무려 70여개국 출신들이 뒤섞여 있다. BBC의 동영상을 보면 중앙아시아 출신 난민도 눈에 띈다. 그런데 이곳에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과 다음날 잇따라 화재가 일어나 시설 대부분이 사라져 많은 난민들이 도로 바닥, 벌판, 주차장 바닥 등에서 풍찬노숙을 하고 있다. 처음 불이 났을 때 최대 시속 70㎞의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다. 일부 난민은 갓난아이를 안고 불을 피해 밖으로 내달렸고, 급히 끌어모은 생필품을 자루에 담아 유모차로 실어나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이민당국 관계자는 “모리아 캠프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다. 9일 오전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일어나 남아 있던 텐트들마저 홀라당 타버렸다. 다만, 두 차례 큰 불에도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 외에 다치거나 숨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방화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그리스 정부가 이 캠프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5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뒤 격리될 예정이던 난민들이 소요를 일으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캠프 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불이 시작됐다”면서 “난민들이 진화를 시도하는 소방관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장 이번 화재로 거처를 잃은 수많은 난민을 어디에 수용할지가 난제로 떠올랐다. 그리스 당국은 이재민이 된 난민 약 2000명을 페리와 두 척의 해군 함정에 나눠 임시 수용하기로 했다. 페리 블루 스타 키오스는 섬의 수도 격인 미틸레네로부터 100㎞ 떨어진 레스보스 섬의 시그리 항에 정박해 있는데 1000명 정도를 수용하게 된다.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 장관은 모리아 캠프 근처에 새로운 수용시설을 세우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새 캠프 조성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레스보스 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전투경찰을 추가 파견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모리아 캠프가 현재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공중보건은 물론 국가안보와도 결부돼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그리스 최대 난민 캠프 화재… 유럽, 1만명 거처 마련 비상

    그리스 최대 난민 캠프 화재… 유럽, 1만명 거처 마련 비상

    9일(현지시간) 그리스 에게해의 레스보스 섬에서 발생한 두 번째 화재로 모리아 난민캠프에 수용됐던 난민들이 피신하고 있다. 전날 일어난 첫 번째 화재로 캠프 대부분이 전소되고 난민 1만명이 갈 곳을 잃었다. 그리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갈 곳 없는 난민들의 거처 문제로 유럽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틸레네 AP 연합뉴스
  • 한국인, 코로나 걱정 세계 최고… 10명 중 9명 “중대 위협”

    한국인, 코로나 걱정 세계 최고… 10명 중 9명 “중대 위협”

    한국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9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14개국 1만 42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한국인의 89%가 `코로나19 확산’을 국가의 중대한 위협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국 중에서 코로나19에 대해 걱정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본(88%)과 미국(78%), 영국(74%), 캐나다(67%) 등이 뒤를 이었다. 퓨리서치센터는 “정부가 유행병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전염병 확산을 주요 위협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코로나19 사태 외에도 기후변화와 테러, 해외 사이버 공격, 핵무기 확산, 세계 경제 상태, 빈곤, 국가나 민족 간 오랜 갈등, 대규모 이주 등 9개 항목에 대해 각국 국민이 얼마나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지 해마다 추적 조사했다. 이 중 한국은 코로나19를 비롯해 해외 사이버 공격(83%), 글로벌 경기(83%), 국가나 민족 간 갈등(71%), 대규모 난민 이주(52%)를 중대한 위협으로 보는 비율이 14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핵무기 확산의 경우 10명 중 8명(79%)이 주요 위협으로 봤는데 이는 일본(87%)에 이어 두 번째다. 조사 대상 14개국 중 유럽 국가 대부분은 가장 큰 걱정거리가 기후변화였다. 벨기에와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은 코로나19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주요 위협 요소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역대 가장 높은 비율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는 소득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남성보다 여성의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만델라를 변호했던 백인 변호사 비조스 93세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만델라를 변호했던 백인 변호사 비조스 93세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명 인권 변호사이자 피부색을 뛰어넘어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법정에서 변호했던 조지 비조스가 9일(이하 현지시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고인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가 엄연했던 시절에도 피부색을 따지지 않고 만델라 대통령을 적극 변호했고 나중에 새로운 헌법을 설계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그의 죽음을 알리며 “예리한 법 감정을 지닌 그가 떠나 한 나라로서 너무 슬픈 일이다. 우리 민주주의에 끼친 기여가 막중했다”고 기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유족들은 “자택에서 평온하게 자연사했다”고 알렸다. 넬슨 만델라 재단은 “남아공 역사에 또 한 명의 거인이자 정의를 향한 지구촌의 투쟁이 스러졌다”고 애도했다. 만델라와의 만남은 요하네스버그에서 처음 이뤄졌는데 비조스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는 친구들과 여러 인물들을 변호하기 위해 여러 차례 법정을 들락거리며 친해졌다. 1956년에 반역 혐의로 만델라가 기소됐을 때 변호인단에 처음 합류했다. 그 뒤 만델라와 다른 반(反) 아파르트헤이트 활동가들이 1964년 종신형을 선고받은 리보니아 재판 때도 만델라를 변호했다. 만델라가 지금도 유명한 법정 진술을 통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원고를 작성할 때 옆에서 “필요하면”이라고 적어넣어 준 것이 비조스였다. 만델라 재단은 비조스가 변호사로서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며 둘의 우의가 70년 이상 지속돼 전설급이었다고 돌아봤다. 말년에는 둘이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억을 공유하며 그들의 인생에 의미가 있었던 장소들을 찾아 드라이브를 하는 것을 커다란 낙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2013년 먼저 세상을 등진 만델라는 자서전 ‘자유로의 긴 여정(Long Walk to Freedom)’을 통해 고인을 “통찰력 있는 마음과 공감의 본능을 겸비한 남자”라고 일컬었다. 고인은 원래 그리스 태생이었다. 열세 살에 2차 세계대전 난민으로 남아공에 건너왔다. 이주하기 전 그와 부친은 일곱 명의 뉴질랜드 병사들이 나치가 점령한 그리스에서 탈출하도록 도왔다. 전쟁 통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게에서 일하느라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뒤 만델라가 졸업한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에서 변호사 수업을 받고 요하네스버그 법원에 취직했다. 백인들의 소수 통치가 끝난 뒤 새 헌법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진실과화해위원회에 속해 아파르트헤이트 기간 살해된 활동가들의 가족을 대변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변호했던 주요 재판 가운데 2012년 남아공 경찰에 의해 살해된 34명의 남아공 광원 유족들에게 정부 보상을 받아내게 한 일이 있다. 세 권의 책을 썼다. 1998년 ‘No One to Blame?: In Pursuit of Justice in South Africa’, 2011년 ‘Odyssey to Freedom. South Africa’, 2017년 ‘65 Years of Friendship’이다. 아레스 다플로스, 리타와 결혼했는데 2017년 11월 그녀의 90회 생일을 앞두고 사별했고, 세 아들을 남겼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국, 타국보다 작은 피해에도 ‘코로나19 걱정’ 최고”

    “한국, 타국보다 작은 피해에도 ‘코로나19 걱정’ 최고”

    퓨리서치센터 14개국 설문조사 결과타국보다 작은 피해에도 ‘중대위협’ 인식조사대상국 전반적 최대걱정은 기후변화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14개국 국민 1만4천2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한국인의 89%가 ‘감염병 확산’을 국가의 중대한 위협으로 꼽았다. 14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 뒤를 일본(88%), 미국(78%), 영국(74%), 캐나다(67%)가 뒤를 이었다. 퓨리서치센터는 감염병 확산 외에도 기후변화, 테러, 해외 사이버 공격, 핵무기 확산, 세계 경제 상태, 빈곤, 국가나 민족 간 오랜 갈등, 대규모 이주 등 9개 항목에 대해 각국 국민이 얼마나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지 매년 추적 조사했다. 이 중 한국은 감염병을 비롯해 해외 사이버 공격(83%), 글로벌 경기(83%), 국가나 민족 간 갈등(71%), 대규모 난민 이주(52%)를 중대한 위협으로 보는 비율이 1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또 핵무기 확산의 경우 10명 중 8명(79%)이 주요 위협으로 봤는데, 이는 일본(87%)에 이어 대상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조사대상 14개국 중 유럽을 중심으로 한 8개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후변화였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과 캐나다는 코로나19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주요 위협 요소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역대 가장 높은 비율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이나 교육 수준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도 주요 불안 요소로 꼽혔다. 14개국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세계 경제 상태에 우려를 표했는데, 이는 2018년과 비교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한국은 83%가 이를 위협으로 봤는데, 14개국 중윗값인 58%를 크게 웃도는 비율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자국의 현재 또는 미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답변한 이들이 세계 경제 상황을 주요 위협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6월 10일부터 8월 3일까지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유선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조사 대상 지역에 따라 ±3.1~4.2%포인트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코로나에 화재까지… 완전히 불탄 그리스 최대 난민 수용소

    코로나에 화재까지… 완전히 불탄 그리스 최대 난민 수용소

    8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 모리아 난민수용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난민들이 화염에 휩싸인 난민촌을 탈출하고 있다. 이 화재로 시설이 모두 불탔다. 1만 2000여명이 머무는 그리스 최대 난민 캠프인 이곳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수 나와 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레스보스 AP 연합뉴스
  • “왜 거기서 나와?”…차량 루프박스에 숨어 밀입국한 男(영상)

    “왜 거기서 나와?”…차량 루프박스에 숨어 밀입국한 男(영상)

    자동차 주인도 몰래 루프박스에 숨어 영국으로 밀입국한 남성이 경찰에 적발됐다. BBC의 7일 보도에 따르면 BBC 소속 기자 존 헌트는 개인적인 일로 켄트주의 한 주차장에 서 있다가, 옆에 주차된 차량 지붕 위에서 작게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불법적인 상황이 있다고 의심한 BBC 기자와 일행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주차돼 있던 검은색 차량의 루프박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경찰이 루프박스를 열었을 때, 안에서는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흑인 남성이 웅크린 채 누워있었다. 경찰은 이 남성을 루프박스 밖으로 나오게 한 뒤 곧장 구금하고 조사를 시작했으나 국적과 나이 등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밀입국한 남성이 타고 있던 차량의 소유주는 프랑스 칼레에서 바다 터널을 이용해 영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확인됐다. 칼레는 프랑스 북서부 연안에서 영국으로 가는 주요 길목에 있는 항구도시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의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들어갈 때 주로 이용하는 통로로 알려져 있다. 차량 소유주는 “칼레항에서 떠나 영국에 도착했을 때 검문을 받았고, 수비대가 차량을 점검했다. 당시 현장에는 수색용 개와 레이더도 있었는데, 나는 별 탈 없이 통과됐다”면서 공범 혐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난민들이 처한 곤경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매우 충격을 받았다. 내 자동차 루프박스에서 사람이 나온 상황은 보고도 믿지 못할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이민자들의 위험한 밀입국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아프리카 말리 국적의 17세 소녀는 스페인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자동차 대시보드 안에 숨어있다가 적발됐다. 당시 이 소녀는 심각한 탈수 및 방향감각 상실 증상을 보였었다. 지난해 11월에도 역시 스페인에서 10대로 추정되는 남녀 두 명이 자동차 대시보드 및 뒷좌석에 숨어 몰래 밀입국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장교가 ”다 쏴“ 지시”…미얀마군, 로힝야족 학살 최초 증언 영상 나왔다

    “장교가 ”다 쏴“ 지시”…미얀마군, 로힝야족 학살 최초 증언 영상 나왔다

    2017년 미얀마 정부군이 저지른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대학살 당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다 쏴라”는 장교 상관들의 명령을 이행했다는 탈영 군인 2명의 영상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8일(현지시간) AP·뉴욕타임스(NYT)는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가 해당 영상 증언을 확보했으며, 이는 미얀마 정부군이 벌인 대학살에 직접 참여한 군인들의 최초 공개 고백이라고 전했다. 대량학살과 강간, 방화가 자행됐다는 증언이 로힝야 난민 피해자가 아닌 가해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 셈이다. 탈영한 이등병인 묘 윈 툰은 영상에서 “당시 학살에 가담해 희생자들을 감방탐과 군사기지 인근 집단 무덤에 매장했다“고 말했다. 역시 이등병인 자우 나잉 툰은 “동일한 시기에 ‘아이나 어른이나 눈에 보이는 대로 죽여라’는 상관 명령을 따랐다”며 “약 20개 마을을 소탕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작전에 참여한 지역은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타웅바자르 지역의 마을이다. 군인들의 증언은 방글라데시에 은신 중인 로힝야 난민들에게서 제기된 인권유린의 구체적인 주장과 일치한다고 NYT는 전했다. 두 군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들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과 방화, 강간을 증언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다수의 현지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증언에서 제공한 집단묘지의 행방을 확인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학살지 대부분이 불태워진 이유로 학살 사실 자체를 거듭 부인해 왔다. 이 영상은 반군 민병대가 녹화한 것으로, 두 사람은 지난달 미얀마를 탈출해 7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이송됐다. 이들은 구류상태에 들어갔고, 향후 법정에서 증언을 하거나 증인 보호에 들어갈 수 있다. ICC는 현지 군인과 지도자들, 미얀마 정치인들이 로힝야족 대량 학살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앞서 아프리카국 감비아가 지난해 ICC에 미얀마를 인종 말살 혐의로 제소한 상태다. 미얀마 독립 직후부터 시작된 정부군의 로힝야족 학살은 2017년 서부 리카인주에 거주하던 무국적 난민들을 화염방사기 등 무력으로 공격하며 극에 이르렀다. 당시 목격자와 생존자들은 “노인들은 목이 잘렸고 어린 소녀들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 8월부터 한 달 사이 어린이 730명을 포함, 최소 6700명의 로힝야족이 숨졌다고 추정했다. 유엔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약 200개의 로힝야 정착촌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이사회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얀마에서 대량학살 행위가 발생하거나 재발할 우려가 있으며, 이를 방지·조사하고 효과적인 법률을 제정해 집단학살을 처벌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의 실권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지난해 12월 대량학살 혐의에 대해 군부를 지지하고 정부의 박해 행위를 비난하지 않는 등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도 받고 있다. 미얀마와 로힝야족의 갈등 관계는 역사적으로 복잡다단한 측면이 있다. 미얀마 및 방글라데시에 걸쳐 거주해 온 로힝야족은 불교국인 미얀마의 영국 식민지배 당시 민족분리정책으로 주요 민족인 버마 민족을 통치하는 제2지배계급 노릇을 하며 버마족과는 앙숙이 됐다. 영국에 이어 일본이 식민 통치할 때도 일본에 협조하는 등 버마족 입장에서는 ‘앞잡이’ 노릇을 했다. 미얀마는 1947년 독립 이후 조직적으로 로힝야족 탄압에 나섰고, 2017년 대대적 토벌로 70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그러나 100만명까지 늘어난 방글라데시 난민촌이 로힝야족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또다시 보트 피플이 되어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7개월간 바다 떠돌던 로힝야족 난민 300명 구조

    7개월간 바다 떠돌던 로힝야족 난민 300명 구조

    7개월 동안 바다를 떠돌다 구조된 약 300명의 로힝야족 난민들이 7일 인도네시아 아체주 록세우마웨에 도착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현지 군경과 적십자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을 임시 거처로 이동시켰다.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더 나은 삶을 찾기 위에 난민촌에서 나와 목숨을 건 항해를 하고 있다. 록세우마웨 AP 연합뉴스
  • 폭우·폭염 더 심해지는데… 왜 인간은 30년째 안 변하나

    폭우·폭염 더 심해지는데… 왜 인간은 30년째 안 변하나

    폴터/빌 매키번 지음/홍성완 옮김/생각이음/412쪽/1만 9000원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와 성격이 갈수록 크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폭염과 홍수로 재앙 수준의 이재가 생기고 동물이 떼죽음당한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 일 아니니 상관없다´며 데면데면 살아간다. 1989년 `자연의 종말´을 통해 지구온난화 위험을 처음 알린 뉴요커 기자 출신 국제환경운동가 빌 매키번이 30년 만에 심각성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휴먼 게임의 위기, 기후변화와 레버리지´라는 부제의 책 `폴터´(FALTER)를 통해서다. 30년 전보다 기후변화가 훨씬 더 심각해지고 빨라졌지만 실천적 관심은 여전히 냉랭하다며 다소 암울한 시선을 이어 간다. “이제 우리는 정말로 미지의 세계에 있다.” 2017년 봄 세계기상기구 책임자가 이전의 모든 온도 기록을 깬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던진 말이다. 빌 매키번은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실제 아는 것을 벗어났다´며 예측불허의 이상 현상들을 늘어놓는다. 그해 여름만 하더라도 대서양 허리케인이 이전엔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동부 쪽으로 뻗어갔고 멕시코와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대신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맹위를 떨쳤다. 허리케인 말고도 예상을 뒤집는 기후변화의 실상은 도처에 흔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열 번의 더위 중 아홉 번은 2000년 이후 발생했다. 시원한 태평양 연안의 북서부마저 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아 이제는 포틀랜드 가정의 70%가 냉방을 한다. 1960년대부터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한 인도에선 폭염 관련 사망률이 150%나 증가했다.그렇다면 30년 전부터 제기돼 온 기후변화의 위협은 왜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기후변화를 몰고 온 지구 대기 변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다. 저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도록 지난 30년간 방해 공작을 일삼은 `레버리지´(모든 인간 삶인 `휴먼 게임´을 위협하는 세력이나 힘)로 세계적인 화석 연료산업의 횡포를 든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집권 시기부터 권력을 거머쥔 많은 이들이 석유나 가스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들은 1990년 이후 각종 싱크탱크와 위장 단체를 만들어 이전 수십 년간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전 세계에 배출한 사실을 숨긴다. 저자는 이 시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단언한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또 다른 레버리지로 컴퓨터 발달이 불러온 인공지능(AI)과 로봇, 배아복제, 극저온 같은 신기술을 든 점이다. 저자는 월가에선 다양한 기술 제한을 통해 AI 거래자의 시장 붕괴 시도를 저지한다면서, AI가 과도하게 스마트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시대의 가장 공학정책적 과제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후변화와 신기술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봤다. 시리아 국민은 오랜 가뭄을 벗어나려 유럽 난민이 되는 길을 선택하고, 미국에서 흑인은 폭력의 대상이 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취약계층이 타격을 받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여러 해 동안 힘과 체격, 부와 지능을 향상시켜 온 사람이 암이나 버스처럼 보다 큰 힘에 쓰러질 수 있는 것처럼 문명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한 저자는 역설적인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인간 연대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황혼에서조차 `휴먼 게임´은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아프리카에 관심 없던 트럼프 “에티오피아 지원금 끊어라”

    아프리카에 관심 없던 트럼프 “에티오피아 지원금 끊어라”

    트럼프, 취임 이후 아프리카 한번도 방문 안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으로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아프리카 문제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에티오피아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에티오피아가 세우는 대규모 댐이 하류 국가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이유였다. 미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단과 이집트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거대한 댐 건설을 추진하는 에티오피아에 대해 미국의 해외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최대인 이 댐의 저수총량은 740억t으로 계절성 폭우가 쏟아진 지난 7월부터 물을 담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는 환호했지만 이집트와 수단은 우려하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 청나일강에 댐 건설에 하류, 물부족 우려 자금 지원 중단 조치는 미국의 중재로 에티오피아가 수단과 이집트와의 10일간의 협의에도 합의문 채택에 실패한 지난달 28일 나왔다. 협상 기간에도 에티오피아는 물을 방류하지 않고 저수량을 계속 늘려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 에티오피가는 댐의 첫 2개의 수력발전 터빈을 가동하기 위해 저수량을 계속 늘려왔다. 미국은 그동안 에티오피아가 수단과의 국경선 근처인 청나일강에 높이 145m의 초대형 수력발전 댐 건설하면 하류 국가들이 수량 부족 위협을 받는 것을 우려해 왔다.나일강을 공유하는 이집트는 심각한 물부족에 실존적 위협이라고 칭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46억 달러를 투입한 댐은 빈곤에 빠진 수백만 국민을 위한 개발 엔진”이라고 주장한다. 중간에 위치한 수단은 댐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값싼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지원중단금 에티오피아 예산 약 10분의 1 미국의 자금 중단 세부 내역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원 중단 금액은 에티오피아 연간 예산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1억달러로 알려졌다고 영국 BBC가 미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금 지원 중단에 에티오피아는 지역과 국경 안전, 건물 신축 등은 영향받지만 에이즈, 난민 지원 등과 관련된 자원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 방문은커녕 아프리카 이슈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번 에티오피아 자금 지원 중단은 이례적인 조치라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댐 문제는 아프리카 이들 3개국에서 매우 심각하고, 지역 강국인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국이 주도한 중재 협의가 거절한 에티오피아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한 채찍이라고 BBC가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에 주재하는 피츰 아레가 에티오피아 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을 일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117년 외교 관계가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닌 이슈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伊 난민 수용소의 코로나 확진 산모 헬리콥터 안에서 출산

    伊 난민 수용소의 코로나 확진 산모 헬리콥터 안에서 출산

    유럽으로 이민을 희망하는 이들이 북적대는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의 보호시설에서 산모가 산통(産痛)이 시작돼 병원으로 후송되는 헬리콥터 안에서 아기를 낳았다. 이름이나 연령, 출신 국가가 공개되지 않은 이 산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그녀가 수용돼 있던 람페두사 수용소는 수용 능력의 10배를 초과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당국은 지난 1일 분만이 임박했다고 판단해 헬리콥터로 한 시간 걸리는 시칠리아섬의 수도 팔레르모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하기로 했는데 절반쯤 이르렀을 때 헬기 안에서 안전하게 분만했다고 전했다. 산모는 아기와 나란히 입원 치료 중이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으로 여러 국경들이 봉쇄되면서 아프리카나 중동 등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오는 이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변에 당도한 이민 희망자는 1만 9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00명의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유엔은 올해 바다를 통해 유럽에 당도한 이들이 4만명을 조금 넘겼으며 북아프리카를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려다 44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이날도 유엔의 특별 요청을 받아들여 해상을 표류하다 구조된 353명을 태운 선박의 시칠리아 기항이 허용됐다. 반면 27명의 이민 희망자들을 태운 유조선 입항 허가는 거부돼 또다시 재고해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됐다. 마에르스크 에티앙 호는 지난달 초 몰타의 요청을 받아들여 표류하던 이들을 구조했다며 난민들의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호소했다. 시칠리아 섬 당국과 중앙 정부는 심각하게 갈등을 빚고 있다. 넬로 무수메치 시칠리아주 지사는 아프리카에서 밀려드는 이민 희망자들을 처리하는 데 정부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난민기구는 지난달 29일 수백명의 이민 희망자와 망명 희망자들이 지중해 해상의 선박에 갇혀 있다며 안전하게 정박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국제이주기구와의 공동 성명을 통해 “사람 목숨부터 구하는 게 인도주의”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에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영국의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가 자금을 지원한 구조선 ‘시와치 4호’가 정원을 한참 초과했다며 49명을 옮겨 실었다. 이 배를 운영하는 시민단체는 1일 팔레르모 기항을 승인받았다고 전했다. 앞의 임산부와 한 명의 미성년자 등 27명이 탑승한 유조선은 여전히 바다에 머무르고 있으며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과 안전한 기항을 요구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호텔 르완다’의 영웅 루세사바기나, 테러 혐의로 전격 체포

    ‘호텔 르완다’의 영웅 루세사바기나, 테러 혐의로 전격 체포

    할리우드 영화 ‘호텔 르완다’(2006년 개봉)의 실제 주인공인 폴 루세사바기나(66)가 르완다 당국에 전격 체포됐다고 영국 BBC가 31일(현지시간) 전했다. 루세사바기나는 후투족 출신으로 1994년 80만명의 투치족과 온건 후투족이 도륙당했던 르완다 대학살 때 수도 키갈리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밀 콜린스 호텔로 원수처럼 지내던 투치족 1268명을 피신시킨 뒤 대학살 100일 동안 보호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학살은 그해 4월 6일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키갈리 상공에서 격추돼 사망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은 후투족 출신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1만명, 한 시간에 400여명, 1분에 7명 넘게 죽었다. 전쟁이나 재앙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이웃에 멀쩡히 살던 이들을 공격해 목숨을 빼앗는 참혹한 일을 저질렀다. 루세사바기나는 아내가 투치족 출신이란 이유도 있었지만 이웃의 고난을 외면할 수 없다며 투치족 사람들이 호텔로 피신해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다 받아줬다. 그리고 군부 지도자들에게 뇌물을 줘 눈감아 달라고 하는 등 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르완다의 쉰들러’로 불리며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받은 것도 이런 공로와 평화를 위한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르완다 당국이 국제 체포영장에 의거해 그를 키갈리에서 체포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수갑을 찬 그가 호송차에서 내려 르완다수사국(RIB) 본부에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그를 어디에서 체포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2011년에도 정적인 폴 카가메 대통령 정부로부터 테러조직에 뒷돈을 댔다는 이유로 체포될 위기에 몰렸으나 벨기에 망명 중이어서 기소되지 않았다. 물론 그는 당시에도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2000년 취임한 카가메 대통령이 자신을 모략을 빠뜨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르완다 학살 생존자들의 모임인 이부카는 과거에도 대학살 기간에 난민들을 피신시킨 루세사바기나의 선행에 부풀려진 대목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루사세바기나는 야당을 결성해 콩고민주공화국에 무장조직을 키운다는 의심이 줄곧 제기됐다. 최근에도 민족해방전선(FLN)이란 반군 조직이 에드가 룽구 잠비아 대통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재판이 진행 중인데 룽구 대통령은 루세사바기나와 막역한 사이다. 물론 룽구 대통령의 대변인은 혐의 사실을 일절 부인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학살의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등 긍정적 역할도 했지만 야당 인사를 감옥으로 보내거나 망명하게 만드는 등 강압적인 통치 스타일로 악명 높다. 2007년 루세사바기나는 대학살에 가담한 투치족 반군 조직인 르완다 애국전선(RPF) 일부 성원을 유엔 전범 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난 그저 보통 사람이다. 하지만 난 늘 인권을 옹호해 왔다. 누구도 그들을 대변할 이들이 없는 수백만명의 르완다 사람들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PF는 카가메 대통령이 창설해 후투족 정부군과 1990년부터 내전을 벌여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정치·기독교·미디어, 그 파괴적 삼각 동맹

    [강남순의 낮꿈꾸기] 정치·기독교·미디어, 그 파괴적 삼각 동맹

    “드디어 문재인을 벌써 하나님이 폐기처분했어요. 지금 대한민국은 누구 중심으로 돌아가냐,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 있어….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전광훈의 발언이다. 그는 후에 “‘하나님 까불지 마! 나한테 죽어’라는 말의 본심은 ‘문재인 저 ○○ 빨리 죽여 달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광훈은 ‘증오의 레토릭’을 애국 행동으로 포장한다. ‘세계기독청’이 완성돼 세계 각처에서 온 사람들의 회비와 면세점 수입까지 계산하면 한 달에 ‘1조원’이 생긴다고 하는 전광훈은 능숙하고 기만적인 기독교 사업가다. 8월 15일 집회에 오지 않으면 “인간으로 살 필요가 없다”며 “주민등록증을 회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혐오와 공포, 이 두 가지가 바로 전광훈 레토릭을 구성하는 핵심이다.그런데 ‘전광훈’은 단지 예외적 존재인가. 유감스럽게도 나는 도처에서 무수한 ‘전광훈들’을 본다. 예수를 내세우면서 자본주의적 욕망을 펼치는 사업을 하는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두 가지, 즉 권력과 물질적 이득이다. ‘전광훈들’과 같이 대중을 선동하는 기독교 사업가는 스스로 자생할 수 없다. 기생해야 하는 다른 권력은 바로 극우 정치와 미디어이다. 극우 정치·기독교·미디어의 기생적 동맹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전광훈이 주도하는 집회에 등장해서 “전광훈 목사님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만세”라고 외쳤다. 이어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강한 정치권력을 행사해 온 황교안이 연단에 등장해서 악수한다. 환호하는 청중 앞에서 세 사람은 미소를 띠며 사진을 찍는다. 극우 기독교 사업가와 정치인이 각자의 권력 확장을 위해서 서로에게 기생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이 장면은, 극우 미디어를 통해서 사진과 함께 선동적 제목을 붙인 기사로 확산된다. 이렇게 해서 진실을 왜곡시키고 혐오와 공포의 정치를 확산시키는 극우 정치·기독교·미디어의 ‘파괴적 삼각 동맹’은 비로소 완성된다.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나치가 파괴했던 한 유대인 회당을 방문했다. 교황은 그 자리에서 “독일과 유럽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던 20세기에, 신이교주의(neo-paganism)에서 태동된 광기적 인종차별주의 이데올로기가 일어나서 유럽의 유대인들을 몰살시키는 정권을 탄생하게 했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나치 치하에서 벌어진 ‘인류에 대한 범죄’를 ‘신이교주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교황의 말은 당시 히틀러 치하의 정치와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가 맺은 파괴적 동맹관계를 보지 못하게 한다. 마치 전광훈을 ‘이단’으로만 치부하면 한국 기독교의 복합적 문제들이 가려진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히틀러는 자신의 권력 확장을 공고히 하고자 ‘적극적 기독교’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독교 운동을 전개하고 1936년 독일의 국가교회를 탄생시켰다. 성서의 자리에 ‘나의 투쟁’이, 십자가의 자리에 꺾어진 십자가 (하켄크로이츠)인 ‘나치 문양’이 대체됐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나는 독일민족과 국가의 지도자인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하고 복종할 것을 맹세합니다. 신이여 도와주소서”라는 선서를 했다. 독일의 기독교인들은 히틀러를 지지하는 다수의 ‘적극적 기독교’의 교인들과 히틀러에게 저항하며 디트리히 본회퍼를 중심으로 구성된 소수의 ‘고백교회’ 교인들로 이분화됐다. 히틀러는 다수 기독교인의 협조와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권력욕망을 성취했다. 끔찍한 ‘인류에 대한 범죄’가 히틀러라는 한 개인에 의해서만 저질러진 것이라고 보면 안 되는 이유이다. “기독교인들은 나를 사랑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말이다. 트럼프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조차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시시때때로 신과 성서를 들먹이고, 교회 앞에서 성서를 손에 들고서 기자들이 사진 찍게 하는 연기를 한다. 자신에게 표를 주었던 극우 기독교인들에게 자신이 성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이미지를 확인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 장치가 없었다면 트럼프의 이러한 가식적 이미지 메이킹은 확산되지 못한다. 히틀러와 트럼프가 사용한 미디어와의 기생적 동맹 관계는 매우 유사하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을 통제하고자 “거짓말하는 언론”(lying press)이라는 개념을 시시때때로 차용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한다. 히틀러는 ‘국가 대중계몽선전부’를 만들어서 요제프 괴벨스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괴벨스는 이 부처를 통해서 신문, 잡지, 책, 공공 집회, 예술, 음악, 영화, 라디오 등을 통제하고 나치 정권을 확고히 하는 기능을 하도록 했다. 모든 미디어를 나치 정권의 권력 확장을 위한 도구로 만드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트럼프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뉴미디어를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을 불신하도록 선동하고 유리한 것만을 부각하는 방침을 쓰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의 맨 앞장에 선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여성·난민·성소수자·타 종교·‘빨갱이’ 혐오 등 혐오 정치를 기반으로 극우 보수 정치인들과 공동 전선에 선다. 이러한 기독교인들은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았고, 지금은 현 대통령을 ‘종북 빨갱이’라며 탄핵을 외쳐댄다. 히틀러는 유대인, 외국인, 성소수자, 공산주의자에 대한 혐오를 무기로 삼았다. 트럼프도 난민·흑인·외국인·여성·이슬람·성소수자 혐오 등 다양한 혐오의 가치를 무기로 삼는다. 혐오의 대상을 ‘위협적 존재’로 부각하는 전략은 매우 유사하다. 위협적 존재를 ‘공동의 적’으로 삼은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들은 히틀러에게, 그리고 트럼프에게 지지를 모아 준다.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혐오 가치를 극대화하고 혐오의 대상을 ‘공동의 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독교의 신과 성서를 소환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전광훈’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보수기독교 역시 신과 성서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난민·타 종교·‘빨갱이’·여성 혐오를 먹고 산다. “중국이 기독교를 박해해서 하나님이 화가 나 전염병으로 중국을 심판한다” 또는 “차별금지법 때문에 하나님이 한국을 세균으로 벌을 내린다”라고 설교하는 목회자들이 도처에 있다. 이들은 전광훈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인류의 역사에서 야욕에 찬 정치인들은 언제나 기독교를 이용하고, 비판적 성찰이 부재한 반지성주의에 빠진 기독교인들은 그러한 정치인들과 동맹을 맺은 기독교 지도자의 선동에 넘어가서 이용당한다. ‘전광훈’이라는 이름은 한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문제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질병을 드러내는 표면적 예일 뿐이다. 전광훈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전광훈과 함께했던 정치인들이나 정당은 그와 선 긋기를 하고, 그를 ‘문제가 있는 개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전광훈식의 기독교, 그와의 동맹적 관계를 맺는 정치인들, 그리고 미디어의 파괴적 삼각 동맹이 왜 등장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보지 못하게 한다. 도대체 한국 사회 전반에 어떠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가. 비판적 물음이 결여된 공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구성원이 될 때, 종교·정치 영역에서 비판적 사유를 작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판적 사유의 부재, 질문을 억누르는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사유기능은 정지된다. 그들은 다만 ‘선동’될 뿐이다. ‘자유’라는 동전의 이면은 ‘책임’이다. 종교적 자유란 이름으로 공공세계에서 무책임한 행동들을 하며 구체적인 사회적 해를 끼칠 때, 그 종교는 개인과 사회에 파괴적이다. 개인의 종교적·정치적 자유는 공공선을 해치거나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최소한의 책임성이 수반될 때 비로소 존중받을 수 있다. 기독교 사업가의 선동에 ‘아멘’을 부르짖는 대중들은 자신의 행위를 성찰하지 못한다. 이미 사유기능을 마비시키는 종교적 마약을 흡입했기 때문이다. 교육·정치·종교·미디어 등 특정한 한 부분에서의 개혁은 사회 전체 개혁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결코 충분조건이 아니다. 각 영역이 총체적으로 변화돼야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각각의 권력 확장과 이득의 극대화를 위해 뭉친 극우 정치·기독교·미디어의 파괴적 삼각 동맹을 끊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 동맹 관계가 지속될 때 종교는 마약이 되고 미신이 되며, 그 종교가 위치한 사회 속에 성숙한 민주정치와 미디어가 뿌리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개혁은 상호의존적’임을 기억하자.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 ‘난민 구조선’에 자금 지원…비밀리에 출항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 ‘난민 구조선’에 자금 지원…비밀리에 출항

    영국 국적의 ‘얼굴없는 예술가’로 알려진 뱅크시가 난민을 돕기 위한 구조선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뱅크시는 북아프리카를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구하기 위한 배에 자금을 보탰다. ‘루이 미셸’이라는 이름의 이 배는 프랑스 페미니스트 무정부주의자의 이름을 딴 구조 선백으로, 지난 18일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의 한 항구에서 비밀리에 출항했다. 이 배 안에는 수색과 구조 작업에 능숙한 난민 구조 활동가들이 탑승했고, 27일 리비아 인근에서 여성 14명과 아이 4명 등 89명의 난민을 구조했다.뱅크시가 난민 구조 임무에 참여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수천 명의 난민을 구조한 NGO 단체 보트의 선장이었던 피아 클램프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메일에서 “신문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읽었다. 나는 영국 출신의 예술가”라고 소개한 뒤 “(난민 구조를 위한) 새 배를 살 때 자금을 보태고 싶다. 방법을 알려 달라”고 적었다. 피아 클램프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처음엔 뱅크시의 이메일이 그저 장난인 줄 알았다”면서 “뱅크시는 정치적인 관여가 아닌 난민 구조에 관련된 재정적 지원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뱅크시의 자금을 지원받은 루이 미셸호가 비밀리에 출항한 이유는 난민을 위협하는 특정 조직이나 단체를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번 난민 구출 작전은 난민들을 데려다 학대하고 민병대로 팔아넘기는 세력이 존재하는 리비아에서 이뤄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리비아 해안 경비대는 바다를 건너는 난민들을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돈을 받고 팔아넘기고 있으며, 이렇게 붙잡힌 난민들은 인간 이하의 모진 고문과 학대, 강간을 당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뱅크시가 이 배에 지원한 자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루이 미셸호 외벽에는 구명조끼를 입은 소녀가 하트 모양의 안전 부표를 잡고 있는 뱅크시 특유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뱅크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난민 80여 명을 태운 뱅크시의 루이 미셸호는 지중해 중부에서 난민들이 하선하기에 안전한 곳을 찾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려 20년 동안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뱅크시는 공공장소에 남몰래 작품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에 맞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을 ‘새로운 영웅’으로 표현한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민족은 근대 정치 부산물? 유전자가 끄는 자연 본능!

    민족은 근대 정치 부산물? 유전자가 끄는 자연 본능!

    18세기 근대화 혁명 거쳐 ‘민족’ 개념 만든 유럽 제국시절에도 민족은 서로 뭉치며 흥망 이어가 인간은 이방인보다 같은 유전자 가진 친족 선호국가 분쟁·이념 싸움도 민족 개념으로 극복해야 한때 우리는 ‘백의민족’이라는 말로 한 민족임을 과시했다. 민족이나 민족주의에 관해 거부감이 아주 크지는 않다는 말이다. 유럽은 조금 다르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근세에 나왔다거나, 18세기 프랑스혁명이나 산업혁명과 더불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교구 단위로 느슨하게 연결된 소규모 농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결속하기 위한 사회적 통합의 노력이자 정치적 과정에 따른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민족이 자본주의와 산업화, 도시화, 대중 정치 참여, 인쇄술 등과 같은 접착제로 이어 붙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아자 가트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석좌교수는 ‘민족’을 통해 이런 주장을 반박한다. 전작 ‘문명과 전쟁’, ‘전쟁과 평화’에서 전쟁이라는 틀로 세계사를 설명한 저자는 이번엔 민족이라는 틀로 역사를 풀어낸다. 저자는 우선 민족을 ‘친족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뚜렷한 의식을 지니고 국가 내에서 정치적 주권이나 자치권을 가졌거나 이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역사를 더듬어 민족의 기원을 찾는다. 수렵 채집 집단에서 시작한 친족 집단이 씨족을 거쳐 부족으로 발전한 과정, 기원전 1만년 전에서 5000년 전 사이에 부족 조직이 대규모 종족으로 거듭나고 국가가 형성된 과정, 고대 이집트와 중국을 오가며 여러 민족의 흥망을 분석한다. 우리가 아는 그리스의 도시국가는 평소 자주 대립했지만, 외세 위협이 닥쳤을 때는 민족을 중심으로 서로 동맹을 맺기도 했다. 또 제국은 영토 내에 있던 민족을 없애려 했지만, 오히려 민족 국가의 결속을 자극했다. 제국은 학교, 보편 군역, 미디어, 언어 교육 등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무력이나 회유로 민족을 지배하려 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35년을 견뎌 낸 우리로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인간 본능에는 집단을 이루려는 성향이 있다. 인간은 이방인보다 자신과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을 더 선호하도록 진화했다는 사회생물학이 그 근거다. 부족국가에서 현대의 유럽에서 생겨난 민족국가들까지 살핀 저자는 민족이 근대적 혁명으로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선동한 촉매제로 작용했다고 결론 짓는다. 현재로 눈을 돌린 저자는 민족주의적인 원인으로 발발하는 전쟁을 우려한다. 민족 통일과 민족 독립을 외치며 중동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유럽 전반에 폭력적 테러가 이어진다. 난민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를 두고 유럽 나라들 간 의견이 충돌한다.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앞으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한다. 전 세계 유례없는 민족 해방운동인 3·1운동으로 광복을 맞은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국부(國父)가 누구냐를 두고 패를 갈라 싸우고, 이번 광복절에는 또다시 친일을 두고 쪼개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뿐인가. 종교를 내세워 광장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었던 날 이후 사회는 다시 감염병 공포에 휩싸였고 갈등이 이어진다. 책은 분열한 사회를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다시 이을 수 있는지 고민하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원고지 10만장에 담긴 ‘청년 방민호의 꿈’… 세상 모든 글을 품다

    원고지 10만장에 담긴 ‘청년 방민호의 꿈’… 세상 모든 글을 품다

    오래고도 거센 장마 끝자락에 서울 인사동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는 또래이고, 공동 경험을 여럿 나눈 동료이고, 서로의 성정을 잘 알고 있어 이야기의 핵심을 집약해 가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삼 그를 만나기로 한 건 이번에 그의 신작 ‘경원선 따라 산문여행’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책에 얽힌 이야기, 그동안 걸어온 문학 인생 이야기며 앞으로 매진해 갈 분야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방민호는 세상이 다 아는 비평가요, 근대문학 연구자다. 그런데 그는 근자에 들어 시와 소설 등 창작 부문에 가없는 열정을 부여하면서 존재 전환 과정을 부단히 치르고 있다. 논리적 해석과 창의적 작업을 겸하면서,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창작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가는 중이다. 나는 언젠가 ‘시’야말로 방민호의 양도할 수 없는 존재론적 원적(原籍)이라고 적었다. 기억과 고백의 양식인 서정시가 그에게 맞춤한 장르일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시집 ‘숨은 벽’(2018)은 그러한 속성을 여지없이 충족시키면서 지난날에 대한 깊은 회감(回感)을 충실하게 보여 준 바 있다. 언제나 선하게 글썽이는 눈을 가진 그가 들려준 내면 토로의 한 정점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장소성의 원형을 찾아 ‘경원선 따라 산문여행’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시간적으로는 일제강점기를, 공간적으로는 서울에서 의정부, 철원을 지나 원산 역에 이르는 철로를 따라 그 코스를 안내하는 책이다. 거쳐 가는 역마다 그 당시 문인들의 경험이 담긴 수필, 화제를 담은 글들, 신문 기사들이 친절하게 제시된다. 일례로 경원선을 타고 청량리역에 내린 사람들 가운데 역병 걸린 사람이 있었는데 방역 문제로 시끄러웠던 장면은 우리 시대를 환기하는 시의성조차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철로를 따라 걷는 시대 여행이다. 일찍이 그가 수행했던 ‘대전’, ‘서울’의 탐사 이후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퍽 새로운 방식으로! “저는 예산에서 났지만 대전에서 성장해 대전을 고향처럼 생각해요. 스무 살 때 서울에 와서 대전과 서울의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 후 ‘장소’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그래서 그는 연구서 ‘서울문학기행’(2017)과 장편소설 ‘대전 스토리, 겨울’(2017)을 통해 서울과 대전의 지리적 탐사를 완결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책이 그동안 가졌던 북한문학 연구의 관심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했다. 체제의 변화에 따른 북한문학 연구가 그동안 이루어져 왔지만, 방민호는 그것을 장소라는 지역학적 맥락에서 수행하려고 한다. 중요한 역사성을 가진 북한 도시와 문학의 관련성을 따지려는 것이다. ‘개성-해주-평양-정주-원산-청진’이 전인미답 상태로 남아 있지 않은가. “또 하나는 경원선과 경의선 철로와 그 일대를 중심으로 문학과의 연관성을 탐구하려고 해요. 철도는 근대성을 상징하지 않습니까? 철도와 함께 열린 공간들에 관심이 많아요.” 경의선 쪽도 곧 준비된다고 한다. 특별히 그쪽은 한국 근대문학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 줄 듯하다. “북한은 저개발 상태가 오래돼 오히려 장소성의 원형이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사 크게 변했다 해도 현재 안에는 과거가 들어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탐구하고 싶어요.”●다장르 안에 흐르는 타인의 목소리 그동안 방민호는 원고지 10만장가량의 글을 썼다. 세상의 모든 글쓰기에 청춘과 중년의 세월을 바쳤다. 언어를 내놓는 방식도 다양해 평론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연구물로 확장됐고, 시와 소설과 산문으로 줄기차게 뻗어 갔고, 이제는 꼼짝없는 다장르 종사자가 됐다.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글쓰기 작업에 다장르를 껴안고 가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그래도 최종적 글쓰기의 욕망은 어디에 있을까? “한 분야에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편력을 보이는 자의식이 있어요. ‘쪽모이’라는 우리말이 있어요. 여러 조각을 모아 더 큰 조각을 만드는 일을 말하는데, 저는 여러 쪽을 모아도 전체가 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 나름으로 삶의 전체성과 우주의 무한성 같은 데 도전하려 합니다.” 그는 인간은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고 모두 나름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창작에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비평과 연구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들어 천천히 창작 쪽으로 귀환해 부지런히 시와 소설을 썼다. 스스로도 시인의 기질을 인정하지만, 그는 자신이 걸어온 궤적의 산문성이 내러티브에 대한 운명을 요청한다고 했다. 인생이란 무엇인지를 산문적 드라마로 엮어 제시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시와 소설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저를 이루고 있고, 또 연구나 비평과의 긴장 속에서 그것이 통일돼 글쓰기를 해 가는 것이 저의 인생이 될 것 같아요.” 물론 무엇으로 남을지는 시간만이 알려 줄 것이다. 다만 그는 상아탑의 대학교수로 남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인생은 그렇게 여러 태도들이 공존하고 통합하는 것 아니겠는가. 글쓰기의 즐거움도 다 다를 것 같다. “작가 연구를 즐겨요. 작가의 정신과 영혼과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매력을 느껴요. 비록 낡은 방식이지만 작가에게서 텍스트의 본질을 읽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그는 작가의 가슴속에 들어가 그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을 논리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했고 그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을 이야기할 때조차 타인의 목소리를 빌려 하는 성정의 사람이다. 첫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2010)에서 우리는 서정시를 쓸 때조차 타인을 대변하는 그를 만나게 되지 않는가. 자기만족에 끝나는 시와 소설을 쓰지 않고, 타인의 목소리가 들어와 주인 역할을 하는 작품을 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다가온다.●모순의 복합성과 ‘청년 방민호’의 꿈 방민호는 장르의 다양성 못지않게 연구 대상의 프레임이 넓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 그는 이광수, 채만식, 이태준, 이효석, 이상, 박태원, 김남천, 황순원, 손창섭, 최인훈 같은 작가들에 대한 독보적 연구를 남겼다.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제가 하는 연구나 행동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 같아요. 또 특정 작가에 대해서도 비판이냐 옹호냐, 좌냐 우냐, 이런 질문을 받곤 해요(웃음).” 그러나 그는 문학이란 그러한 이념적 구획으로 나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나 이념이라는 유기체를 포함하면서도 넘어서는 전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때 우리는 ‘근대’라는 복합성을 관통하고자 하는 그의 진정성과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오해받는 두려움 때문에 그러한 전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의 믿음이, 이념적 귀속성을 구구절절 따지는 한국 사회의 풍토에서 훨훨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이처럼 단일한 프레임으로 착안할 수 없는 모순의 복합성이랄까 하는 것들을 방민호는 지속적으로 탐구해 간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방민호 자신의 실존적 자의식이 투영돼 있다. 그가 요즘 공들여 접근하는 ‘탈북문학’ 역시 방민호만의 그러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독보적 범주일 것이다. 북한문학과도 다르고, 한국 근대문학과도 다른 제3지대 ‘탈북문학’에 대한 그의 목소리는 인간 탐구라는 문학 본연의 기능에 대한 기대로 차 있다. “반체제문학, 난민문학, 증언문학으로 생각해 봅니다.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나 가오싱젠의 ‘나 혼자만의 성경’은 소련과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 아래서 삶의 심층을 들여다보았지요. 갈 길이 멀지만, 탈북문학도 그러한 가능성을 함축한 귀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그는 인간다움을 생각하던 ‘청년 방민호’의 상(像)을 이렇게 여전히 고집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서사가 많을 것 같다. “다음은 ‘대전 스토리, 겨울’의 주인공 ‘이후’가 세월이 지나 다시 서울로 돌아와 강의교수라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동시대적 표상이 될 것 같습니다.” 구상은 어느 정도 진척이 됐고, 앞부분을 고쳐 쓰다가 얼마 전 제대로 된 틀이 잡혔다고 한다. 방민호 특유의 약소자(弱小者)의 삶에 대한 탐사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리라 기대해 본다. “저는 제가 가장 낡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요즘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제가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지금도 제가 낡은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낡음 속에서 씨앗을 만들어 싹을 틔울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제 화두는 바로 그 ‘씨앗’이에요.” 그는 이러한 씨앗 찾기에 정신적 모델이 됐던 김윤식 교수의 연구 스타일을 떠올리고, 자유로운 방임의 가르침을 부여했던 박동규 지도교수의 넉넉함을 환기하고, 생의 고비마다 도움을 준 오현 스님을 잊지 않으면서, 겸허함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글쟁이 방민호’를 생각한다. 겸허와 성실로 채워져 갈 원고지는 방민호의 또 다른 도약을 가져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쪽모이를 완성한 ‘청년 방민호’의 꿈을 환하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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