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난민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178
  • “中 탈북자 구금, 강제송환 늘어...北 1100만명 굶주려“

    “中 탈북자 구금, 강제송환 늘어...北 1100만명 굶주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로 북송하는 것은 ‘박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농르풀망 원칙’에 어긋난다”며 중국 당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퀸타나 보고관은 “어떤 이유에서든 본국으로 송환됐을 때 고문과 학대에 직면하게 된다면 ‘현지 난민(유학 등으로 현지에 체류하다가 본국의 정치적 급변 등으로 난민이 된 사람)의 원칙’이 적용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엔의 인권 논의는 북한의 시스템을 위협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권익을 높이는 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가족들에게서 ‘지난 6개월간 중국이 탈북자를 구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이들을 강제북송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2016년 8월 임기를 시작한 퀸타나 보고관은 “지난 3년간 북한 인권 상황이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한 가운데 식량난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퀸타나 보고관은 우려했다. 그는 “북한 인구의 약 40%인 1100만명이 굶주리고 있다”면서 “약 14만명의 아동이 영양부족 상태이고 이 가운데 3만명은 사망 위험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공 배급시스템에 차별이 만연해있고 일반 주민이나 시골 농민들은 어떤 배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농민들이 개인 경작지에서 혜택을 얻지 못하면서 식량난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이 시장 활동을 규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앞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 주민의 40%인 1000만명 이상이 식량 위기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도 8월 보고서에서 북한 어린이 14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의 올해 대중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24일 보도했다. VOA가 국제무역센터(I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북한의 대중 누적 무역적자는 14억 달러(약 1조 6800억원)로 나타났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대중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20억 달러보다 많아진다. 대중 무역적자가 증가한 이유는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산 제품 수입이 유엔 대북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월평균 대중 수입은 2014∼2017년 2억 4000만∼2억 900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제재가 본격화된 2018년에는 1억 8000만 달러로 하락했다. 올해에는 월평균 2억 달러를 넘기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문화마당] 한계를 선언하는 일에 관해/이양헌 미술평론가

    [문화마당] 한계를 선언하는 일에 관해/이양헌 미술평론가

    요즘 필자를 휘감는 고민은 ‘예술작품이 재현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는 어디일까’다.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작품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묘사하고, 또한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작품이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트라우마, 난민이나 소수자의 타자성 등을 표상하는 일이 가능한지에 대한 재현의 윤리에 관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특정한 작품이 점유하고 있는 구체적인 영역과 범주, 그 한계를 묻는 일이다. 미술관에 걸린 한 점의 회화나 최근 출간된 소설집,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인 연극을 보면서 독자들은 무엇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우선 각각의 작품이 가지는 고유한 의미를 연상할 수 있지만, 작품에 창작자의 주관이 깊게 개입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작품이 단순히 창작자의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소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품은 개인에서 출발했지만 보편적인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명의 창작자가 만들어 내는 작품은 실제로 특정한 시공간을 초과해 보편적인 무언가를 재현할 수 있는가? 이를 판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최근 젊은 소설가들의 몇몇 작품들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 내는 몇 편의 단편소설에서 주인공들이 때때로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출판사와 관계된 일을 하거나 시간강사로 등장한다. 그리고 소설 안에서 상류층을 재현할 때는 그 묘사가 너무 전형적이어서 따분하고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필력이 좋은 소설가들임이 분명한 이들의 작품에서 왜 이러한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가? 아마도 그 이유는 작가 스스로의 경험과 삶의 방식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실제 작가로 생활하고, 출판사와 대면할 기회가 많으며, 시간강사로서의 경험이 많았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상류층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는 아마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문학 장르의 소설가들이 경제적으로 상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도 그 근거가 된다. 한 명의 소설가가 재현할 수 있는 세계란 어쩌면 그 자신의 생활 세계, 소득, 취향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예술가들을 단순히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분류해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의 의심, 사실은 한 명의 예술가가 묘사할 수 있는 재현의 범위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한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말하고 싶다. 예술작품이 창작자를 초과해 보편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유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예술을 특권화하면서 단지 그것을 맹신하게 하거나 박제화할 우려가 있다. 우리는 때때로 예술작품이 개인의 경험을 초과해 세계의 원리와 심층 구조, 추상적 개념 등을 지시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한 명의 예술가가 구현할 수 있는 재현의 범위란 사실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작품은 언제나 창작자와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러한 사실은 한계에 의한 불가능성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한계를 선언함으로써 예술은 신화화나 감각적인 차원으로 환원되는 대신 보다 다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천구의 운행 속에서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떠올려 보라. 적막한 밤의 시간을 비추는 일은 하나의 별이 아니라 오직 별들의 집합으로만 가능한 것처럼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한 작품들도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유의미한 재현의 지도를 그려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인류가 언제나 별자리를 다시 그리며 그 빛을 따라 미지의 땅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100년 오롯이… ‘광장’에 나온 한국미술

    과천·서울·덕수궁 3곳서 동시 연계 진행 이한열의 낡은 운동화·김환기 작품 등 1900~2019 시대별 대표작 450여점 전시 “격동의 현대사에 대응해 왔던 미술 담아”가을 햇살이 드는 통유리 앞으로 빛바래고 군데군데 얼룩진 흰색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 낡은 천막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청년이 피 흘리며 축 늘어진 다른 청년을 부축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 모습 아래에는 짧고 강력한 구호가 적혀 있다. “한열이를 살려내라!”시선을 바닥으로 내리면 짝 잃은 낡은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운동화에 적힌 상표는 ‘TIGER’. 걸개그림 속 쓰러진 청년이 당시 신고 있던 운동화다. 오른쪽 벽면에는 노동해방과 투쟁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가로 17m, 폭 21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도 있다. 최루탄 가스 매캐한 1980년대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홀이다.지난 20일로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과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를 과천과 서울관, 덕수궁 등 3곳에서 동시에 연계 진행하고 있다. 1969년 10월 20일 경복궁 뒤뜰 옛 조선총독부 미술관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현대미술관이 3개 관에서 통합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지난 100년 개화와 일제강점, 해방, 한국전쟁, 군부독재, 민주화, 그리고 시민의 촛불집회로 ‘살아 있는 정권’까지 끌어내리는 등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를 지나왔다. 그러나 지금도 국민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갈려 한쪽은 서울 서초동 사거리로, 또 한쪽은 광화문광장에 몰려 저마다의 ‘정의’를 외치고 있다. 권력에 맞선 민중의 저항은 언제나 광장에서 출발했다. 현대미술관이 광장을 주목한 이유다. 현대미술관은 광장을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주는 거울”이라고도 정의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450여점의 작품을 시대별로 구성했다. 1900년부터 1950년대를 조명한 1부는 덕수궁관에서, 1950년대부터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2부는 과천관에서, 2019년 현재 광장과 개인의 의미에 집중한 3부는 서울관에서 각각 펼친다. 지난달 개막한 3부 전시는 2020년 2월 9일 막을 내리고, 1·2부는 지난 17일 동시 개막했다. 각각 내년 2월 9일과 3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1부 전시에서는 개화에서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이라는 역사 속에 ‘의로움’을 지켰던 인물과 그들의 유산을 소개한다. 을사늑약이 강제로 맺어지자 낙향해 우국지사 초상 연작을 그린 석지 채용신(1850~1941)과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그림을 그린 의병 출신 화가 박기정(1874~1949) 등 작가 80여명의 작품 130여점과 자료 190여점을 선보인다. 이중섭과 비견됐으나 월북하면서 평가절하된 작가 최재덕의 ‘한강의 포플라 나무’(1940년대)와 ‘원두막’(1946)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예술가들의 눈으로 본 전후 50년을 다룬 2부 전시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1961)에서 따온 ‘한길’, ‘회색 동굴’, ‘시린 불꽃’ 등 7개 주제로 구성했다.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와 동백림 간첩 조작사건으로 수감됐던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노가 각각 옥중에서 쓰고 그린 ‘이마주’(image·1968) 육필 악보와 그림 ‘구성’(1968) 등 작가 200여명의 작품 300여점과 자료 2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3부 전시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광장의 의미와 개인, 또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청년의 정체성과 욕망을 다룬 작품을 비롯해 젠더, 난민 등 타인과의 공존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도시와 거주지를 주제로 회화, 영상, 설치 작업 등을 선보여 온 송성진 작가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는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경험을 우리 사회의 상황과 연결한 작품 ‘1평조차’(1平潮差)를 선보인다. 작품은 개인의 생존 투쟁이 일상화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저마다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 12명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됐다. 윤범모 관장은 “20세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미술은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했는지를 오롯이 미술관에 담았다”고 이번 대규모 기획전을 설명했다. 글 사진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손잡은 푸틴-에르도안… ‘쿠르드軍 철수·공동순찰’ 잇속 챙겼다

    손잡은 푸틴-에르도안… ‘쿠르드軍 철수·공동순찰’ 잇속 챙겼다

    쿠르드, 국경 30㎞ 밖 150시간內 철수 터키, 시리아 일부 요충지 통제권 획득 러, 미군 떠나자 최대 중재자로 급부상 美, 전면적 시리아 철군 사실상 공식화 공화당 반대 결의안 발의 등 비판 거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함께 시리아 북동부 국경 문제 해결 방안을 합의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미국이 빠져나간 이 지역의 중재자 자리에 앉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은 다시 비판의 표적이 됐다. CNN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10개 항으로 이뤄진 양해각서를 체결, 발표했다. 두 정상은 23일 정오부터 러시아 헌병대와 시리아 국경수비대 병력을 해당 국경지대에 진입시키고 쿠르드 민병대(YPG)가 국경 이남 30㎞까지 철수하도록 150시간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또 오는 29일 오후 6시부터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 헌병대와 터키군이 공동 순찰을 시작하기로 했다. CNN은 두 정상이 지난 8년간의 시리아 내전 종결이라는 공동의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만났다고 분석했다. 내전에서 러시아는 정부군을, 터키는 반군을 지원했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은 셈이다. 이에 따라 터키는 자국에 몰려왔던 시리아 난민들을 이 안전지대에 이주시킬 수 있게 됐다. 또 시리아 일부 요충지에 대해 통제권도 획득했다.러시아는 이 지역의 중재자로 확실히 자리잡게 됐다. 시리아를 넘어 중동 전체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자칫 인종청소로 흐를 수 있었던 유혈사태를 종결시킨 공도 국제사회에서 일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년간 무수한 피를 흘려 가며 뺏고 빼앗겼던 만비즈 등 이 지역 요충지에 ‘공짜’로 입성해 통제권을 행사하게 됐다.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미국은 또다시 전방위 비판에 직면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시리아 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결의안 발의를 주도했다. 결의안엔 터키와 쿠르드 사이 지속적인 휴전이 이뤄질 때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백악관 초청을 철회할 것, 중동에서 미군이 추가로 의미 있는 철수를 하기 전엔 대통령이 의회에 해당 지역 테러단체 격퇴를 보고할 것 등 내용도 담겼다. 한편 시리아에서 철수한 미군이 자국에 주둔하는 걸 승인하지 않았다고 이라크군이 밝힌 가운데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군의 이라크 재배치는 본국으로 돌아오기 전 임시 조치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분명히 밝히지 않았던 본격적인 철군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스퍼 장관은 “병력의 일시적 재배치는 궁극적으로 병력이 집으로 돌아오는 단계일 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병력에 대해 시리아 남쪽 지역에 머물도록 재가한 상태이며, 우리는 ISIS(이슬람국가, IS의 옛 이름)와 다른 세력이 시리아 핵심 유전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추가 병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푸틴과 에르도안의 합의 직후 “지난 17일 미국이 터키와 합의한 대로 터키에 가해진 제재를 풀 시간이 2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면서 “그리고 시리아에서 나갈 시간도 한 시간 31분 남았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푸틴-에르도안, 미국이 빠져나간 틈 타 실속 모두 챙겨

    푸틴-에르도안, 미국이 빠져나간 틈 타 실속 모두 챙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터키 접경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로부터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와 두 나라 군의 합동 순찰에 합의했다. 터키의 군사 작전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는 러시아 군사경찰과 시리아 정부군을 함께 투입해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유도하도록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내일(23일)부터 우리의 프로젝트를 이행할 것”이라며 “150시간 이내에 테러 세력인 YPG(쿠르드 인민수비대)와 중화기들은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 밖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두 나라 군이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시리아-터키 국경으로부터 폭 10㎞에 걸친 터키의 군사작전 구역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나라 외무장관은 두 정상의 언론 브리핑 뒤 10개 항으로 합의된 양해각서를 각각 낭독했다. 각서는 러시아와 터키가 이 같은 합의 이행을 감독하고 검증할 공동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해각서에 언급된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는 터키가 그동안 주장해 온 ‘시리아 내 안전지대’(완충지대)의 폭과 일치한다. 터키는 그동안 유프라테스강 동쪽의 시리아 국경을 따라 길이 444㎞, 폭 30㎞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곳에서 YPG를 몰아낸 후 360만명에 달하는 자국 내 시리아 난민 가운데 100만명 이상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약 6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회담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서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철수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지난 9일부터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시리아 북동부 도시들을 점령한 터키군은 지난 17일 미국의 중재로 시리아 정부와 손잡은 쿠르드와 닷새 동안 조건부로 휴전하기로 합의해 22일 밤 종료됐다. 이어 러시아와 합의해 쿠르드 민병대에 안전지대에서 철수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해 주고 그 뒤에는 양국이 함께 안전지대 운영을 감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빠져나간 공백을 파고들어 입지를 넓히는 한편 터키의 시리아 점령지 확대를 막고, 터키는 쿠르드족을 시리아 북동부에서 몰아내 최대 안보 위협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이슬람국가(IS) 세력의 부활을 막는 안전장치를 러시아와 함께 확보하는 실리를 모두 챙겼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쿠르드, 시리아 요충지 철수하자… 미군 국경 넘어 이라크로 이동

    쿠르드, 시리아 요충지 철수하자… 미군 국경 넘어 이라크로 이동

    쿠르드 라스알아인서 떠나… 합의 이행러, 터키 내 시리아 난민 통제 조건으로 푸틴·에르도안 오늘 ‘완전 휴전’ 합의할 듯 펠로시, 초당적 대표단 이끌고 중동 방문 트럼프 “오바마 아무것도 안 해… 난 했다”시리아 쿠르드족이 북동부 국경 요충지 라스알아인에서 철수했다. 이 지역을 3일간 공격한 터키와 맺은 합의 이행을 위해서다. 시리아 주둔 미군 일부도 국경을 넘어 이라크 북부로 철수했다. AFP통신, AP통신 등의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은 전날 쿠르드 당국 발표대로 라스알아인에서 완전히 떠났다. 터키군이 도시를 포위한 가운데 수십대의 차량이 쿠르드 전사들과 민간인을 싣고 빠져나갔다. 쿠르드 고위 관리인 레두르 칼릴은 AP통신에 “이제 라스알아인에 우리 전사는 한 명도 없다”며 “아직 다른 지역에서는 철수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터키 TV는 도시를 빠져나간 차량이 86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날 철수는 쿠르드의 첫 번째 합의 이행 조치다. 칼릴은 앞으로 동부 라스알아인부터 서부 탈아브야드까지 120㎞ 구간, 폭 30㎞ 지역에서 순차 철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르드족이 합의를 끝까지 이행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17일 미국의 중재로 합의했지만 양측은 당일부터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서로를 비난했다. 20일엔 쿠르드 민병대의 공격으로 터키 병사 1명이 사망하고 다른 1명은 부상했다는 터키 발표도 있었다. CNN은 합의에 대해 양측 어느 쪽도 ‘휴전’이라고 칭하지 않았으며, 진정한 휴전은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소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체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P 보도에 따르면 터키는 국내 시리아 난민을 이주시키고 싶어 하는 해당 지역을 결국 러시아군에 넘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시리아 정부군이나 쿠르드 민병대가 남아 있을 경우 난민들이 이주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터키는 이 지역에서 이들이 모두 철수하길 바란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푸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 터키가 모두 신뢰하는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시리아 북부에 주둔했던 미군 일부도 21일 국경을 넘어 이라크 북부로 이동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사 기자가 미군을 태운 군용 차량 100여대가 시리아 북서부에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도후크주의 사헬라 국경 검문소를 지나는 장면을 이날 목격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리아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회동 자리를 박차고 나간 민주당 1인자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 의장이 초당적 하원 대표단을 이끌고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에 이어 20일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등은 지난 19일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를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대표단의 중동 방문은 연방의회가 본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정책과 별개의 외교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펠로시는 오바마가 왜 모래에 레드라인을 그렸는지, 이후 시리아와 모두의 존경을 잃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알아내야 한다”며 “나는 뭔가를 했다, 58발의 미사일. 오바마의 실수로 100만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터키 대통령, 트럼프 편지 휴지통에…“휴전합의 이행 없으면 작전 재개”

    터키 대통령, 트럼프 편지 휴지통에…“휴전합의 이행 없으면 작전 재개”

    “다음주 화요일 저녁까지 약속 지키면 안전지대 문제 해결돼” 시리아 북동부에서 5일간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휴전 조건이 완전히 이행되지 않으면 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르드 군이 안전지대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다음 주 화요일 저녁 군사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 주) 화요일 저녁까지만 약속을 지킨다면 안전지대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120시간이 끝나는 순간부터 작전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터키군은 안전지대에 머무를 것”이라며 “그곳 상황에 터키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설치할 안전지대에 관해서는 “폭은 32㎞에 달하고 길이는 444㎞가 될 것”이라며 “안전지대 안에 12곳의 감시초소를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와 마주한 국경을 따라 터키군이 관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명 이상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터키는 지난 8월 미국과 안전지대 설치 논의에 착수한 이후 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결국 터키는 9일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의 민병대(YPG)가 자국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라고 주장하며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가 군사 작전을 개시하자 14일 터키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터키와 쿠르드의 휴전 중재를 위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터키에 급파했다. 전날 펜스 부통령을 만난 에르도안 대통령은 120시간 안에 안전지대에서 YPG가 철수하고 터키군이 안전지대를 관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휴전에 합의했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일부 언론이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받은 편지를 휴지통에 버렸다고 보도한 데 대해 “그 편지가 정치적·외교적 예법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상호 존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문제 삼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바보가 되지 말라”며 군사작전 개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영국 BBC는 터키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편지를 휴지통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터키, 쿠르드 민병대 철수 전제로 시리아 북동부 닷새 휴전에 합의

    터키, 쿠르드 민병대 철수 전제로 시리아 북동부 닷새 휴전에 합의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YPG)가 철수할 시간을 주기 위해 닷새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17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회담 후 두 나라가 닷새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쿠르드 민병대원들이 안전지대에서 철군한 이후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완전히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터키의 작전은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YPG가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하는 것이 조건이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측은 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YPG의 철수가 완료된 뒤 모든 군사작전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 중”이라며 “그들은 철수에 동의했고 이미 철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마줄름 코바니 YPG 사령관은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 등 접경 마을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터키가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안전지대의 관리는 터키군이 맡게 된다. 이것은 지난 8월 두 나라가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한 이후 터키가 요구해온 조건을 미국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미국과의 회담에서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길이 480㎞, 폭 30㎞에 이르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터키군이 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안전지대에 주택 20만채를 건설해 자국 내 시리아 난민 100만명 이상을 이주시킬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에서 대단한 뉴스가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군사 활동을 개시하자 14일 터키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터키와 쿠르드의 휴전 중재를 위해 펜스 부통령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터키에 급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1시간 30분 펜스 부통령과 일대일로 만난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과 회담했다.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해 미국의 동맹으로 입지를 다졌다. 터키는 YPG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보고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여겨왔다. 터키는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해 ‘평화의 샘’ 작전을 시작해 중화기와 제공권을 앞세워 탈 아브야드와 라스 알아인 등 시리아 북동부의 요충지를 점령했다. 터키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쿠르드족은 사실상 ‘독립국 건설’의 꿈을 접고 지난 13일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 뒤 양측은 유프라테스강 서쪽의 요충지 만비즈에 병력을 집결하며 대치해왔다. 아흐레의 교전으로 시리아 북부에서 민간인 218명이 숨졌으며, 650명 이상이 부상했다. 전쟁의 참화를 피해 살던 곳을 떠난 피란민은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SDF의 185명이 전사했으며, 친(親)터키 반군 연합인 시리아국가군(SNA) 164명, 터키군 9명이 사망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권력놀음에 취한 교단 총회… 신도들 안중에도 없었다”

    “권력놀음에 취한 교단 총회… 신도들 안중에도 없었다”

    “사회적 이슈 논의 드물어… 참담·부끄러워” 명성교회 세습 허용한 예장통합 총회에 “돈·권력에 굴복한 최악의 총회” 꼬집어“평신도의 목소리는 실종된 채 목사·장로들만의 권력 놀음으로 전락한 모습에 가슴 아프고 부끄럽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실천연대) 공동 대표인 방인성 목사(65·함께여는교회 담임)는 16일 기자와 만나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잇따라 진행된 개신교 각 교단 총회를 지켜보며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함께 느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개신교 각 교단 목회자·평신도로 구성된 초교파 단체인 실천연대는 2005년부터 해마다 주요 개신교단 총회 진행을 감시하는 참관단을 파견해오고 있다. 이번 가을 총회기에도 각 교단 총회에 30여명의 참관단이 총회 의제와 진행절차, 결의 내용을 모니터링했다. 이를 보고서로 작성해 각 교단에 배포할 예정이다. “평신도들의 기도와 헌금을 토대로 열리는 최고 의결체인 총회는 응당 평신도들의 신앙과 삶을 향상시키는 쪽에 치중해야 합니다. 이번 총회는 교회의 기득권 수호 같은 교회 내 이슈에 기운 ‘비즈니스 미팅’의 성격이 짙습니다.” 모든 총회에선 사회적 이슈며 여성, 난민, 성소수자, 이주민, 청년층에 대한 논의가 드물었고 평신도들의 신앙 고백과 대사회 이슈에 대한 선언문은 찾아보기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부자 세습을 사실상 허락한 예장통합 총회에 대해선 “돈과 권력에 굴복한 최악의 총회”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총회에서 세습의 부당함을 결의했고, 총회 재판국에서 세습무효 판결이 나왔는데도 이번 총대(각 교회에서 총회에 파견한 목사·장로)들은 5년 뒤 명성교회 세습을 가능한 쪽으로 결정하는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장로교 최대 교단인 예장합동을 놓고서도 날을 세웠다. “예장합동 교단은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아 비판받아 왔는데 이번 총회에서는 여성 안수와 관련한 헌의안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이번 총회에선 어느 교단을 막론하고 여성 총대들의 발언이 거의 없었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평신도들은 안중에 없이 교권 강화와 기득권 유지에 치우친 교회와 그 교회들의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방 목사는 평신도들이 적극 나설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래야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인 교회, 특히 교단 총회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명성교회 세습 건과 관련해 세습 철회 연대운동을 벌여나간다고 밝혔다. 세습에 반대하는 교회·신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1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해 16일 현재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허락한 이번 예장통합 총회 결의의 부당함을 사회법으로 해결할 방침도 밝혔다. “흔히 종교개혁은 하느님도 손을 못 댄다고 해요. 목사들이 하느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다는 개신교계의 우스갯소리를 요즘 특히 절감합니다.” 교회 개혁운동에 20년 넘게 몸을 담아 온 방 목사는 정년(70세)까지 5년이 남았지만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올해 말 조기 퇴진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글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트럼프 뒤늦게 “터키 경제 제재” 나섰지만… 꼬여버린 중동 정세

    트럼프 뒤늦게 “터키 경제 제재” 나섰지만… 꼬여버린 중동 정세

    美, 118조원 무역협상 중단·철강관세 인상 국방장관 등 터키 관료 3명 블랙리스트에 터키, 경제 타격에도 ‘지역패권’ 이득 판단 시리아 정권도 쿠르드 손잡고 통치 연장 佛·英은 ‘IS 재기’ 우려에 병력 철수 고심 美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사우디 불안감시리아 북부 철군을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시리아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선언하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슬람국가’(IS) 재기 가능성에 유럽이 고심하는 등 트럼프식 ‘발빼기 외교’가 중동 정세를 더욱 얽히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철강 관세를 지난 5월 인하하기 이전 수준인 50%까지 인상하고, 1000억 달러(약 118조원) 규모인 터키와의 무역 관련 협상을 즉각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행정명령에 금융 제재와 자산 동결, 미 입국 금지 등의 조치들이 포함될 것이라며 “이번 명령은 미국이 심각한 인권유린 및 휴전 방해에 가담하거나 추방된 이들의 귀환을 막는 자들, 강제로 난민들을 송환하거나 시리아의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위협하는 자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추가로 부과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미국 내 자산 동결 대상에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 등 터키 각료 3명을 올렸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는 터키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터키는 이미 대외 자금조달력 약화와 낮은 저축률 등 만성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고, 이번 제재는 해외 터키 기업들에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하지만 터키로서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 기회에 지역패권을 확고히 하는 것이 더욱 큰 이득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공백’에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두 주체는 터키와 시리아 정권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터키에 맞서기 위해 적대 관계였던 쿠르드족과 손잡으며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아버지 뒤를 이어 2000년부터 시리아를 통치해 온 알아사드 정권은 자신을 비판해 왔던 미국이 자발적으로 이 지역에서 손을 떼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터키군과 쿠르드·시리아 정부군은 15일 유프라테스강 서쪽 만비즈에서 대치했다. 시리아 북부가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은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맞서 시리아를 지원하는 세력이 “러시아나 중국이든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든지 누구든 나는 괜찮다. 우리는 7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지만 미 정가에서는 이 같은 태도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아닌 ‘트럼프 퍼스트’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트럼프 집권 이후 동맹 관계의 ‘원칙 없는 결정’을 비판했던 친정 공화당은 개전 6일째가 돼서야 경제 제재를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더욱 불신을 드러낸 모습이었다. 불신이 커진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날 프랑스 대통령실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군 철수에 따라 IS의 부활 위협이 커졌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작전 수행을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 등도 결국 병력을 철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같은 관측에 미국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사설] 국제사회 ‘쿠르드 희생’ 막는 중재 적극 나서야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독립된 국가 건설을 꿈꾸던 쿠르드족(族)이 전쟁에 휘말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 미군을 철수시키자 때를 놓칠세라 터키가 눈엣가시였던 이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군의 계속된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유엔은 3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 전 쿠르드족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했다. 쿠르드족은 IS 박멸전에 15만명을 동원해 1만 1000명이 사망하는 희생을 치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 우리 이익이 되는 곳에서만 싸울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미군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가 낳은 비극이자 미국 언론도 지적한 ‘동맹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이 발생한 것이다. 쿠르드족은 자신들을 터키로부터 지켜 내기 위해 적대관계에 있던 시리아 정부와 동맹을 맺었다. 이 시리아 정부를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정세가 예측할 수 없는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극도의 혼란을 틈타 구금돼 있는 IS 대원과 가족 약 800명이 탈출해 IS를 재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터키에 35억 달러 규모의 패트리엇3 미사일 판매를 승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의 상황이 악화되는데도 ‘불개입·고립주의’를 외치며 터키 제재만 외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터키가 공격을 멈출지는 의문이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아랍연맹과 유럽 국가들이 중재에 나설 것을 요청했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미온적이어서 유엔 안보리의 성명 채택에도 실패했다. 더이상 쿠르드족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국제사회는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쿠르드 손잡은 시리아 정부군 북부로 진격… 터키와 충돌 임박

    쿠르드 손잡은 시리아 정부군 북부로 진격… 터키와 충돌 임박

    트럼프 미군 1000명 철수 명령 현실화 국경 남쪽 난민촌 전투로 IS 포로 탈출 쿠르드 전사 440명 사망·13만명 피란길 ‘토사구팽’ 위기에 처한 쿠르드족과 손을 잡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부 군대가 미군이 철수한 북부 국경마을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쿠르드를 겨냥해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터키와의 충돌이 임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은 버스와 픽업트럭을 타고 락까 북부지역에 도착했다. 유프라테스강 너머 동쪽의 탈타메르에도 정부군이 진입했다. 알아사드 정부군이 들어선 것은 내전에서 이 도시를 반군에게 빼앗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한 시리아 고위 관리는 “우리 군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CNN, BBC 등은 전날 쿠르드 자치정부 당국과 시리아 정부가 북부 국경지역에 정부군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쿠르드족은 ‘적’이었던 시리아 정부와의 ‘동맹’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미군 철수 결정으로 이 지역을 공격하려는 터키군에게 사실상 길을 열어 줬기 때문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 총사령관인 마즐룸 코바니 장군은 지난 10일 미국 고위 외교관인 윌리엄 로벅을 만나 “당신들은 우리를 팔아 버렸다. 이는 부도덕한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 터키의 공격을 제지하지 않으면 시리아 정부 및 러시아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시리아 북부에 남아 있던 모든 영향력을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최대 후원자인 러시아에 양도했으며 이로 인해 터키와 시리아 양국이 충돌하고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망령이 부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군의 대규모 철군도 현실화됐다. 앞서 미국은 철수 규모가 1000여명 중 50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논란을 진화하는 데 나섰지만 이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대부분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고 시사했다. 외신들은 1000여명 전부 철수할 것이며 이미 이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역 중령이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인 공화당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하원의원은 대통령의 철군 조치에 관해 “우리는 그들(쿠르드족)을 늑대들에게 맡긴 것”이라며 “이것이 전 세계 우리 동맹들에 보내는 메시지는 정말로 나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경 남쪽 약 35㎞ 지점에 있는 난민촌 인근에서 격렬한 전투가 일어났고 이를 틈타 IS 포로들이 탈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IS 지지자 785명이 경비병을 공격하고 탈출했다고 밝혔다. 북부 도시와 마을에선 적어도 13만명이 피란을 떠났다. 터키 측은 지난 9일 작전 시작 뒤 쿠르드 전사 44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며 SDF는 5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287일 만에 공항 탈출 네 아이 아빠 루렌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287일 만에 공항 탈출 네 아이 아빠 루렌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한국 땅’ 첫 주말 임시 숙소 사용법 익혀 난민 불인정 땐 3년 넘게 재판 가능성 대법 판결 전까지 취업 불가 “도움 절실”“네 아이를 위해서 하루빨리 일을 구해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난민 심사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제1터미널을 전전해야 했던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47) 가족이 지난 11일 마침내 공항을 나서며 287일간의 ‘감금 생활’을 끝냈다. 서울고법이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덕택이다. 이들이 짐을 푼 경기 안산의 구세군 이주민 쉼터는 한 달만 묵을 수 있는 임시 거처지만 루렌도와 아내 보베테(40)는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건강하게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겠다는 소박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한국 땅을 밟은 루렌도 가족의 첫 주말은 정착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마련하고 적응 방법을 배우느라 분주했다. 12일에는 쌀과 양파 등 먹을 것 위주로 장을 봤다. 이제까지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돌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쉼터에 있는 가전제품으로 밥하고 빨래하는 법도 익혔다. 13일 오후에는 난민 지원 활동가들과 원활하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현재 가족의 건강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다. 이들은 가림막도 없이 소파를 이어붙여 만든 침대에서 9개월 가까이 생활했다.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캐리어 바퀴 소리 등이 수시로 귀를 괴롭히는 공간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탓에 아이들은 새벽 2시까지 잠들지 못하기 일쑤였다. 신선한 음식보다는 공항 내 패스트푸드, 시리얼과 가루우유로 끼니를 때웠다. 이 탓에 아이들은 공항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고기를 먹고 싶다”고 외쳤고 첫 식사로 삼겹살을 먹었다. 이들을 지원하는 홍주민 목사에 따르면 루렌도는 혈압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고 보베테는 치아와 우울증 문제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점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15일에는 온 가족이 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는다. 루렌도 가족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일시적 체류를 허가받았다. 앙골라에서 온 이들은 지난해 12월 28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앙골라 정부가 콩고 출신을 차별하고 박해했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난민이 아니라고 본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입국을 불허해 난민 지위 심사를 받을 기회도 갖지 못했다. 국내 활동가들의 지원을 받아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 불복 소송을 제기한 루렌도 가족은 지난 4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다행히 지난달 27일 항소심에서 이겨 입국의 길이 열렸다. 법무부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루렌도 가족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해야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렇다 해도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심사 결과 난민 지위가 불인정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인도적 체류 자격을 얻어 1년마다 이를 연장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다시 대법원까지 최장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부부는 구직 활동을 할 수 없다. 정부의 지원도 없다. 오로지 주변 도움으로 생활을 이어 가야 한다. 홍 목사는 “루렌도 가족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이들을 위해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287일 공항살이 끝낸 루렌도씨와 네 아이…아직 ‘임시’ 대한민국

    287일 공항살이 끝낸 루렌도씨와 네 아이…아직 ‘임시’ 대한민국

    ‘한국 땅’ 첫 주말 임시 숙소 사용법 익혀 겨우 공항 나왔지만 대법 판결 등 남아 3년여 취업 불가… “도움의 손길 절실”“네 아이를 위해서 하루빨리 일을 구해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난민 심사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제1터미널에서 지내야 했던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47) 가족이 지난 11일 마침내 입국하며 287일간의 공항 생활을 끝냈다. 서울고법이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덕택이다. 이들이 짐을 푼 경기 안산의 구세군 이주민 쉼터는 한 달만 묵을 수 있는 임시 거처지만 루렌도와 아내 보베테(40)는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건강하게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겠다는 소박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한국 땅을 밟은 루렌도 가족의 첫 주말은 정착에 필요한 물품을 마련하고 적응 방법을 배우느라 분주했다. 12일 루렌도 가족은 쌀과 양파 등 먹을 것 위주로 장을 봤다. 이제까지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돌보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또 쉼터에 있는 가전제품으로 밥하고 빨래하는 법도 익혔다. 13일 오후에는 난민 지원 활동가들과 원활하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한국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루렌도 가족의 건강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다. 이들은 24시간 불을 밝히는 공항에서 잠을 청해야 했고, 신선한 음식보다는 공항 내 패스트푸드 등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이 탓에 아이들은 공항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고기를 먹고 싶다”고 외쳤고 첫 식사로 삼겹살을 먹었다. 이들을 지원하는 홍주민 목사에 따르면 루렌도는 혈압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고 보베테는 치아와 우울증 문제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점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15일에는 온 가족이 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을 받는다. 루렌도 가족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일시적 체류를 허가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8일 앙골라에서 인천공항에 온 뒤 “앙골라 정부가 콩고 출신을 차별하고 박해했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이 아니라고 판단, 입국을 불허해 난민 지위 심사를 받을 기회도 갖지 못했다. 국내 활동가들의 지원을 받아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 불복 소송을 제기한 루렌도 가족은 지난 4월 1심에서 패소했지만 다행히 지난달 27일 항소심에서 승소해 입국의 길이 열렸다. 법무부 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루렌도 가족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해야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그렇다 해도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심사 결과 난민 지위가 불인정될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인도적 체류 자격을 얻어 1년마다 이를 연장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다시 대법원까지 최장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부부는 구직 활동을 할 수 없다. 정부의 지원도 없다. 오로지 주변 도움으로 생활을 이어 가야 한다. 홍 목사는 “루렌도 가족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이들을 위해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이 가을 내 속을 달래 주는 순대씨

    이 가을 내 속을 달래 주는 순대씨

    춥고 배고프던 시절, 서민들의 든든한 식사 겸 안주였던 ‘순댓국’이 이제는 동네 구석구석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30년 전만 해도 가축시장이나 재래시장 근처에서 돼지 부산물에 각종 채소를 섞어 팔던 ‘싼 국밥’이 대중화됐다. 우리나라가 아니면 좀처럼 맛보기 힘든 전통음식이기도 하다.용인의 백암순대국밥, 천안의 병천순대국밥, 포천의 무봉리순대국 등 체인사업으로까지 발전하며 중국집보다도 많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도축장이 많기 때문인지, 순댓국집은 유난히 경기 북부에 많다. 그중 인구가 가장 많은 고양시와 행정중심지인 의정부에는 각각 100여곳에 이르는 순댓국집이 있다. 순댓국은 돼지 뼈를 긴 시간 우려 만든 육수에 순대와 내장, 허파, 간, 염통, 머리 고기 등 각종 돼지 부산물을 ‘백화점식’으로 넣어 끓여 먹는 국밥 형태의 음식이다. 핏물을 뺀 돼지 뼈와 대파, 통마늘, 생강 등을 함께 넣어 24시간가량 푹 끓인다.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하며 부추로 만든 겉절이를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김영성(식품공학박사) 신한대 식품조리과학부 학장은 “순댓국은 나쁜 병균을 몰아내고 납, 수은 등 우리 몸에 유해한 독을 풀어 줄 뿐 아니라 비타민 F라 불리는 리놀산을 비롯한 많은 종류의 비타민이 다량 함유된 건강식”이라고 말했다. 리놀산은 혈액의 콜레스테롤양을 줄여 동맥경화, 심근경색, 고혈압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댓국에 풍부한 단백질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선조들의 지혜의 산물이다.서울신문은 10일 뜨끈한 국물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을 맞아 해당 지역 공무원들이 추천하는 순댓국집을 소개한다. 이들 음식점의 공통점은 같은 장소에서 20~40년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국물을 내고 고기를 삶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냄새 잡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돼지 뼈로 오랜 시간 육수를 내고 김치, 깍두기는 직접 담근다. 대부분 식자재가 같고 조리 방식이 비슷해 어느 집이 더 맛있다는 말은 사실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지역 공무원들이 맛있다고 꼽는 집은 한 곳에서 오랜 세월 그들과 동고동락했고 양이 푸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양 원당 또와순대국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전통시장 입구 2층 상가 건물에 있다. 30년 전 원당 리스상가 지하에서 오설매(72·여)씨가 창업했다. 초창기부터 같이했던 김옥련(68·여)씨가 1년 반 전 인수해 여전한 맛을 자랑한다. 순댓국 맛의 핵심은 불쾌한 돼지 냄새를 잡는 것. 김씨는 “깨끗하게 손질하고 피를 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방은 완전히 개방했다. 위생과 청결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양념을 아끼지 않은 김치와 깍두기 맛도 일품이다. 일산 지역에서는 ‘조박사가만든족발과순대국’과 일산시장 초입 ‘중앙식당’ 등이 입소문이 나 있다. ●파주 봉일천순대국 오랜 세월 한 곳에서 장사를 해 온 묵직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2년여 전 금촌 방향 통일로변으로 이전해 식당 내부가 깔끔하다. 약 반세기 전에는 소시장이 있던 봉일천교 입구에 있었으나 봉일천사거리를 거쳐 이곳으로 확장 이전했다. 맑은 국물에 당면 순대 2개, 옛날 순대 2개, 살코기, 내장 등 각종 돼지 부산물이 들어간다. 해장에 좋은 얼큰순댓국이 별도로 있고, 맛보기순대가 철판에 나온다. 순댓국을 불편해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다. 금촌에 있는 ‘큰손집’은 장단 피난민 출신으로 파주시청 공무원과 토박이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양주골전통순대국 양주시 유양삼거리 근처 ‘순대촌’에 있다. 이 마을에는 예부터 순대를 직접 만들어 먹던 관습이 아직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양주골전통순대국집이 있다. 이명률(61)씨가 1998년 개업했다. 주메뉴인 순댓국뿐 아니라 소고기선지해장국도 많이 찾는다. 자칫 방심하면 잡내가 나기 때문에 한약재를 넣어 2~3번 삶기를 반복한다. 언제나 최고급 ‘곱’을 골라 구입하고 속재료도 재래시장에 나가 직접 만져 보고 씹어 본 후 산다. 이런 정성을 인정받아 2006년 양주시가 ‘모범음식점’으로 선정했다. 같은 마을에 자리한 ‘유양리토종순대국’, ‘원조할매순대국’, ‘양주순대국전문’ 등 다른 집도 저마다 단골손님이 있다. ●포천 미성식당 포천시청 뒤편에 있다. 5년 전 타계한 주정숙씨가 1980년 떡볶이로 시작했으나 이듬해 손자(우경호)가 태어난 후 순댓국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아들 우종운(74)씨와 손자 경호(38)씨 부자가 가업으로 이어받았다. 국물이 다른 집보다 조금 더 맑은 느낌이 난다. 맛을 내려면 머리뼈와 잡뼈를 오래 끓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매일 14~15시간을 끊인다. 밥을 국물에 말아 나가는 ‘토렴식’ 순댓국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15회 이상 토렴을 한다. 국물이 약해지면 판매를 중단한다. 일반인들에게는 43번 국도변 ‘무봉리순대국 본점’이 더 잘 알려졌다. ●동두천 그집순대국 동두천에서는 창업한 지 몇 년 안 된 집들이 강세다. 그집순대국은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조리법을 고수한다. 누린내 없이 고소한 육수를 만들기 위해 국내산 사골과 살코기에 한약재를 넣어 24시간 동안 우려낸다. 주재료인 돼지고기는 물론 쌀, 김치 등 모든 식자재를 국내산만 사용한다. 순댓국과 잘 어울려 단골 반찬이 된 김치와 깍두기는 매일 담근다. 양파와 자체 개발한 소스가 곁들여져 이 집만의 특별한 맛을 낸다. 매년 주변 홀몸노인들에게 음식 대접도 하는 ‘착한 가게’로 소문나 있다. 동두천중앙역 앞 ‘청년순대국’은 정말 20대 젊은이가 사장이다. 깊고 풍부한 맛과 넉넉한 인심이 할머니 못지않다.●의정부 윤할머니순대국 의정부경전철 흥선역 인근에 자리한 허름한 식당이다. 큰길가에 ‘순대국’이라고만 쓰여 있어 초행길인 사람은 근처에서 헤매는 경우가 있다. 주메뉴보다 먼저 나오는 겉절이 형태의 배추김치와 깍두기 사촌 격인 섞박지 맛이 일품이다. 보통 순댓국집에서는 간을 맞추는 용도로 맑은 새우젓이 나오는데, 이 집에선 양념 새우젓이 나온다. 주인공인 순댓국은 뽀얀 국물에 고기가 뚝배기 밖으로 삐져나올 만큼 가득하다. ‘회룡전통순대국’은 어린이를 위한 메뉴가 있어 가족 외식에 좋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터키, 시리아 181곳 파상 공습… 지상군 네 갈래로 국경 넘어

    터키, 시리아 181곳 파상 공습… 지상군 네 갈래로 국경 넘어

    시리아 북동부 국경도시에 대한 공습·포격을 시작한 터키군이 9일(현지시간) 쿠르드족을 겨냥한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터키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에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은 ‘평화의 샘’ 작전의 일환으로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터키군은 트윗을 남긴 직후 지상군 투입을 위해 공습과 곡사포 공격으로 181개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안보 관계자는 “터키군이 네 갈래로 나뉘어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이 중 두 곳은 탈아브야드 인근이며 다른 두 곳은 라스알아인 부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국방부는 홈페이지에 작전 개시 사실을 알리며 한국이 기술과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생산한 K9 자주포의 파생형으로 추정되는 T155의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0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구체적인 근거 없이 “현재도 우리 전 부대의 개입으로 작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쿠르드족 무장요원 10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민주군(SDF) 대원이 최소 16명 숨졌다고 밝혔고, 쿠르드 민병대는 터키군의 지상 공격을 격퇴했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개전 이후 정확한 전황과 사상 규모는 추후에 확인될 것으로 관측된다.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 개시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터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작전은 유엔헌장 51조에서 규정한 ‘자위권’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테러리즘 전투에 관한 결의안의 틀 안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영토 보전을 존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인과 무고한 사람, 역사적·문화적·종교적 건물, 작전 지역의 사회기반시설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면서 “작전의 계획 및 시행 과정에서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요새, 참호, 은신처, 무기, 차량, 장비 등만 표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터키와 이번 공격에 반대하는 국제사회 간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은 유엔 안보리가 10일 터키 군사작전 문제를 논의할 긴급회의를 열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의는 벨기에, 프랑스, 독일, 영국, 폴란드 등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연맹도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갖는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를 비판한 유럽연합 등을 향해 “우리 작전을 침략으로 간주하면 국경을 열어 (시리아) 난민을 보내겠다”고 성토했다.한편 가디언은 이번 공격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도박이라고 분석했다. IS 격퇴에 지대한 공을 세운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이 정당성을 얻기 어려워지자 터키 정부는 공격의 방점을 IS로 급격히 돌렸다.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터키인들의 여론과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인도주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면할 수 있는 과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터키軍 시리아 북동부 지상작전 시작, 쿠르드족 이해 위한 세 가지 지도

    터키軍 시리아 북동부 지상작전 시작, 쿠르드족 이해 위한 세 가지 지도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 도시를 공습·포격한 터키군이 지상 작전도 시작했다. 터키 국방부는 9일 밤(현지시간) 트위터 글을 통해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SNA)은 ‘평화의 샘’ 작전 중 하나로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경을 넘은 지상 병력의 규모와 공격 지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AP 통신은 익명의 안보 관계자를 인용해 “터키군이 네 갈래로 나뉘어 시리아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의 무스타파 발리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SDF 전사들은 탈 아브야드를 향한 터키군의 지상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터키군과 SNA가 시리아 북부에서 PKK와 YPG, 이슬람국가(IS)에 대한 ‘평화의 샘’ 작전을 방금 시작했다”고 밝혔다. 터키 국방부는 외신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작전은 유엔헌장 51조에서 규정한 ‘자위권’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 테러리즘 전투에 관한 결의안의 틀 안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시리아의 영토 보존을 존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선 ‘유프라테스 방패’ 작전과 ‘올리브 가지’ 작전과 마찬가지로 작전의 계획 및 시행 과정에서 오직 테러리스트와 그 요새, 참호, 은신처, 무기, 차량, 장비 등만 표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간인과 무고한 사람, 역사적·문화적·종교적 건물, 작전 지역의 사회 기반 시설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작전 개시 선언 이후 터키군은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를 시작으로 터키 접경 시리아 국경도시에 공습과 포격을 가했다. 이어 터키 국경에서 30㎞가량 떨어진 카미실리와 아인 이스사, 코바니 등도 지상군 진격에 앞서 공습과 포격을 받았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터키군의 초기 공격으로 적어도 민간인 8명을 포함해 1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 도시를 떠나는 피난민들의 모습도 목격됐다.영국 BBC는 이번 공격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네 가지 지도를 제시했는데 그 중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를 보면 쿠르드족이 아나톨리아 평원부터 터키 동부에, 그리고 이라크 북부에 널리 산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를 보면 이번 작전의 명분을 테러 세력 소탕으로 삼았는데 사실 테러리스트들은 시리아 북서부에 활동 근거를 두고 있다. 세 번째는 이번 공격으로 삶의 근거지를 잃고 피난을 떠날 주민들의 숫자와 IS 전사들의 가족 수용소를 표시하고 있다. BBC는 민간인 피해와 함께 SNA가 억류하고 있는 IS 포로들과 그 가족들을 얼마나 계속 붙들어 둘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일부와 민주당,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터키의 쿠르드 공격 길 터준 트럼프 돌연 “터키 선 넘으면 경제 파괴”

    터키의 쿠르드 공격 길 터준 트럼프 돌연 “터키 선 넘으면 경제 파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터키를 위협했다.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지역을 공격하려는 터키의 계획에 길을 터주기로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을 도와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피를 흘린 시리아 쿠르드족을 토상구팽시킨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했는지 7일(이하 현지시간) 터키가 “선을 넘으면” 터키 경제의 “흔적조차 없애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화가 단단히 난 듯한 글을 잇따라 올려 “이전에도 강하게 언급했는데 또 되풀이한다. 터키가 대단하고 필적할 수 없이 지혜로운 내 결정을 (악용해) 한계를 넘는 어떤 짓을 벌이면 터키 경제를 완전히 파괴하고 흔적조차 없애버릴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터키는 유럽과 다른 나라와 함께 가야 한다. 조심해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지난해 미국이 같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의 상품 몇 가지에 대해 관세를 올리고 고위 관료들을 제재한 것을 예로 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터키의 군사작전을 사실상 허용한 자신의 결정은 국무부와 국방부 고위 관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려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외교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안에서도 반대가 거셌다.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트럼프 대통령을 늘 지지했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등이 일제히 IS 격퇴에 앞장선 쿠르드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안할 것이며, 인접 지역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셤 대변인은 쿠르드 민병대의 앞날에 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시리아 북동부 사태를 논의했으며, 다음달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인 미군 1000여명이 같은 날 터키 접경지대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주축을 이루는 시리아민주군(SDF)은 “터키군의 침공은 쿠르드가 주도해 IS를 격퇴한 시간을 되돌리고 생존한 IS 지도자들을 다시 활동하게 할 것”이라며 “터키의 군사작전이 IS의 부활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YPG를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터키는 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로 여기고 있으며, 최고의 안보 위협 세력으로 보고 있다. 이브라힘 칼른 대통령실 대변인도 “시리아 영토 보전의 한 부분으로서 ‘시리아 안전지대’ 계획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며 “하나는 테러 요소를 제거해 우리 국경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리아 난민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뒤 지금까지 360만명이 터키로 넘어왔는데 이들의 귀환에 안전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쿠르드족 섬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터키는 큰 틀에서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했으나, 안전지대의 규모와 관리 주체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안전지대 내 터키군의 군사작전이 임박한 상황이다. 터키는 이미 두 차례 시리아 영토로 진격해 군사작전을 벌인 바 있다. 지난 2016년 8월 터키군은 ‘유프라테스 방패’ 작전을 개시해 시리아 북부의 알밥·다비끄·자라불루스 등을 점령했고, 지난해에는 ‘올리브 가지’ 작전을 통해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도시 아프린을 점령했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에서도 여러 차례 YPG 소탕작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과 주둔 미군의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bsnim.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차별금지법’,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강남순의 낮꿈꾸기] ‘차별금지법’,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하는 차별금지법 개신교 보수단체 ‘동성애’ 이유 줄곧 반대 예수가 말한 ‘서로 사랑’은 원수까지 포함 연대 않고 ‘혐오’ 강화는 예수 정신에 위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 중요 ‘예수 믿는다’는 기독교인들 입법 앞장을2007년 이후 ‘차별금지법’ 입법이 여러 차례 시도되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입법이 시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언제 입법이 가능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차별금지법’ 입법에 가장 큰 반대 세력은 개신교 그룹이다. ‘차별금지법’ 입법을 반대하는 개신교 그룹들의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차별금지법’ 통과는 ‘하나님이 반대’하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에이즈가 폭증’할 것이며, 따라서 이 ‘사회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이유이다. 이러한 개신교 보수 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은 물론 ‘학생인권조례’ 제정까지 전국 곳곳에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주요 관심은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 금지 항목이다. 그런데 이들이 ‘동성애 반대’의 근거로 삼고 있는 성서에서, 정작 예수의 가르침에 관한 인용은 없다. 기독교를 태어나게 한 중심인물인 예수의 가르침에서 이러한 ‘동성애 혐오’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과연 있느냐는 물음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적 지향’을 근거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반(反)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인 것인가. 1896년 미국 캔자스주 한 교회의 담임목사인 찰스 셸던은 ‘그의 발자취를 따라서: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설교집을 출판한다. 이 책은 셸던 목사가 매주 흥미로운 연속극처럼 쓴 설교 모음집이다. 이 책은 5000만 권 이상이 팔려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의 하나라고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의 부제인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ould Jesus Do)의 약자인 ‘WWJD’는 티셔츠, 팔찌, 스티커 등의 상품으로 등장했고 ‘WWJD 산업’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이 WWJD는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예수는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둘째, 예수는 종교적 배경이나 성별 또는 장애 여부 등에 근거한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 ‘모든’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가르친다. 예수는 ‘제자됨’의 증표가 무엇인가를 제시하는데, 그것은 바로 ‘서로 사랑’이다. 예수는 ‘당신들이 나의 제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증표는 바로 서로 사랑하는 것’(요한복음 13장 34~35)이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기독교인이라면 그들의 중대한 책임적 과제는 혐오가 아닌 ‘사랑의 원’을 구체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예수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웃은 물론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과제와 책임임을 역설한다. 그에게 ‘이웃과 원수 사랑’의 가르침은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무조건적 사랑’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의 ‘서로 사랑’이란 무엇인가. 기독교 안에서 이 ‘서로 사랑’이라는 가르침은 식상할 정도로 상투화된 구호가 돼 버렸다. 교회에서 기도로, 예문으로, 설교로 이 가르침은 반복되고 암송되지만 정작 이 가르침이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어떠한 구체적이고 실천적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성찰은 부재하다. 책임적으로 예수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예수가 ‘서로 사랑’을 예수의 제자됨의 증표라고 할 때, 이 ‘서로’는 누구인가. 이 ‘서로’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기독교인 또는 이성애자뿐인가. 아니면 이슬람교, 불교 등 기독교가 아닌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성소수자들, 장애인, 여성, 고아,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도 포함되는가. 예수가 ‘이웃 사랑’만이 아니라 소위 ‘원수 사랑’도 해야 함을 가르칠 때, 이 ‘서로’란 결국 ‘모든’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둘째, ‘사랑한다’란 무슨 의미일까. 사랑의 행위는 낭만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회정치적 정황과 연계돼 있다. 이 사회의 주변부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의 조건이나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소수자’(the Least)들에게 환대와 책임적 돌봄을 하는 것을 예수는 소위 ‘최후심판’의 ‘기준’으로 제시한다(마태복음 25장).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 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에 근거한 그 어떤 차별도 금한다는 것이 그 주요 정신이다. 이 ‘차별금지법’의 정신은 예수의 ‘서로 사랑’의 정신, 그리고 ‘이웃은 물론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의 정신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떠한 사회정치적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도록 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는 사람과 연대하지 않고, 오히려 혐오를 강화하는 것은 예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성서는 ‘모든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는 ‘존재론적 평등성’의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창세기 1장 27절). 이러한 ‘모든 인간의 평등성’에 대한 이해는 ‘존재’라는 현대의 인권 사상을 실천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가 있는 건물 옆 공터에서 한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국가인권위 해체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시위는 단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는 매우 계획적이고 조직화된 시위였다. 단상의 배경 플래카드에는 시위의 목표를 “대한민국 갉아먹는 국가인권위 즉각 해체하라”라고 집약해 놓았다. 주변에 놓인 플래카드나 피켓들을 통해 이들이 국가인권위 해체를 주요한 사명으로 생각하며 열성을 다해 매일 시위하는 기독교 단체임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의 시위장면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이날 시위현장에서 이들이 국가인권위 해체를 주장하는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부추김으로써 국가 안보를 무너뜨리고 둘째, ‘맹목적 동성애를 옹호’함으로서 ‘청소년 에이즈 폭증’을 가져오며 셋째, ‘불법체류 난민 인권에는 버선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하는 일들은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적 용어로 하자면 대한민국에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자유, 평등,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일들이다. 기독교의 중심에 있는 예수는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존귀한 존재로 바라보며 정의, 사랑, 환대, 책임의 삶을 살아갈 것을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인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어떻게 타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가’가 예수의 가르침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차별금지법’, 예수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예수는 ‘모든’ 사람이 귀한 사람으로 존중되며, ‘모든’ 사람들의 삶에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세상을 위하여 소위 ‘죄인들과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하는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아주 작은 출발점이다. 기독교의 중심인 예수 정신과 그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한다면, ‘예수를 믿는다’는 기독교인들이야말로 이 ‘차별금지법’ 입법에 앞장서야 한다. 오직 그러한 ‘서로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예수 믿는 이들을 보면서, 이 사회는 비로소 그들이 ‘예수의 진정한 제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포퓰리즘에 등 돌린 민심… 유럽의 극우당, 전성기는 끝났다

    포퓰리즘에 등 돌린 민심… 유럽의 극우당, 전성기는 끝났다

    지난주 그리스 북부의 번화가 메소지온 거리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 일꾼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건물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걸 전부 들고 나와 차에 실었다. 뜯어내다 만 간판엔 ‘황금’(Golden)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고 ‘새벽’(Dawn)만 남았다. 건물은 최근 몇 년 동안 그리스를 넘어 유럽을 강타했던 신나치 정당 황금새벽당을 상징해 왔다. 하지만 이제 너덜너덜한 깃발과 부서진 간판이 이 극우 정당의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2010년 아테네 시의회 입성, 2012년 국회 진출, 2015년엔 7% 득표율로 제3당까지 올랐던 이 정당은 지난 7월 2.93%를 득표해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국가 지원금을 받지 못해 건물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가디언, 폴리티코 등 외신은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들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잇달아 진단했다. 유럽에서는 사회·경제적으로 고통받던 서민들이 전통적 정당·의회 정치와 유럽연합(EU)에 반감을 가지면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반세계주의 등을 내세운 극우 정당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극우 정치세력은 소득 불평등과 실업, 이민자 증가와 저숙련 일자리 부족 현상으로 불안에 빠진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줬다. 소셜미디어는 가짜뉴스를 증폭시켜 이들의 효과적인 선거운동 도구가 됐다. 2010년 초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극우 정치세력은 최근 수년 새 급격하게 성장해 2017년 전후로 유럽 대부분 국가 의회에서 의석을 얻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전체의 4분의1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이들은 지금도 범유럽 정치세력으로 조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스트리아 조기 총선 결과는 유럽에서 극우 정당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예시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2015년 서유럽을 관통한 난민 이슈를 타고 인기를 거둔 자유당은 2017년 총선에서 보수 국민당과 연정을 이뤄 부총리, 국회부의장 등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점유율이 약 10% 포인트 떨어지며 무너졌다. 당 대표이자 부총리였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는 자신이 일으킨 부패 스캔들 탓에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참패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는 극우 동맹당을 이끌며 지난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 내무장관과 부총리에 올랐다. 최근까지 인도주의 단체의 난민 구조선을 자국 항구에서 몰아내며 반이민 정책을 강행해 왔다. 그는 EU 회원국 내 다른 극우 정당들과 연합해 유로화에 반대하는 범유럽 연합체 조직을 추진했다.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조기 총선을 통해 총리가 될 생각으로 이탈리아 연정을 붕괴시켰다. 하지만 오성운동은 그가 주장한 조기 총선을 거부하고 중도좌파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당연히 살비니와 동맹당 인사들은 모든 공직을 내려놓고 정부에서 물러났다.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약 18%의 지지율로 파란을 일으킨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결국 당을 주류 정치권으로 끌어올린 뒤 2017년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나란히 결선에 진출해 약 34%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올 초 노란조끼 운동의 격렬한 시위에 힘입어 마크롱 대통령을 흔들었음에도 그의 지지율을 빼앗아 오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 뒤 ‘국민연합’으로 당명을 바꾼 국민전선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정당 중 1위를 차지해 승리한 듯 보이지만 2014년 선거보다 훨씬 적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스페인에서 지난 4월 무려 24개 의석을 확보하며 처음 국회에 입성한 극우 복스당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성폭력 관련 법률들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2017년 10월 분리독립이 무산된 카탈루냐 지역에 대해 자치권 회수를 주장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사회당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정부 구성에 실패했음에도 인기를 잃지 않고 있으며, 복스당은 여론조사에서 계속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영국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을 격파했다. 그러나 보수당의 의제를 선점했으면서도 지난 6월 자국 보궐선거에서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추진에 성공, 보수당의 잔류파를 쳐내고 진정한 브렉시트당을 만들길 기대했지만 이 계획도 실행이 어려워졌다. 최근 독일 지방선거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브란덴부르크주와 작센주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어느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폴리티코는 독일 주류 정당들이 지방의회나 국회 어디에서도 AfD에 권력을 주지 않기로 결심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11% 정도 득표하며 2017년 총선 득표율(12.6%)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폴란드와 헝가리에선 아직 극우 포퓰리즘이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폴란드를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 대표는 인종주의적 포퓰리즘과 가톨릭 국가주의, 사회보수주의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에서 과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체코에선 극우 성향의 총리가 공산주의 몰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선 진보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럽 유권자들은 극우 포퓰리즘 정책이 빈곤과 사회 불평등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의 무서운 상승세가 꺾이게 된 공통의 이유다. 시민들은 달콤하게 들렸던 말들이 가짜뉴스였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반자유주의적이고 극단주의로 흐르기 쉬운 정책과 언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이런 인식 전환의 이유는 각 나라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프랑스의 경우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안정돼 여권이 견고한 지지를 받아서다. 오스트리아에선 자유당의 부패 스캔들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스에선 황금새벽당 당원 69명이 살인 사건 등 폭력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극단적인 이유도 있지만, 포퓰리즘 정권의 긴축정책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극우 세력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었던 이민자·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의 최우선 의제에서 밀려났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유럽을 강타한 이상고온현상과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호소 등으로 유럽의 의제가 기후변화 쪽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은 극우 포퓰리즘을 견제하기보다 녹색 이슈를 선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극우주의가 다시 팽창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불평등, 긴축과 난민에 관한 두려움, 세계화·자동화에 따른 실업 등 포퓰리즘이 들어섰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그대로 남아 분노의 정치에 싹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정치세력은 주류 정치 무대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폴리티코는 이들이 더이상 의제를 정하기 위해 권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난민·이민과 같이 언제든 뜨거워질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선 이미 의제가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난민과 유로존 내 이민자들을 잘 받아들일 방법을 고민하던 유럽은 이제 타당한 난민 신청도 허가되기 어려운 진입장벽과 ‘유럽요새’를 강화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흐름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썼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