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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난민신청 1만 6173명…전년 대비 62% 급증

    지난해 난민신청 1만 6173명…전년 대비 62% 급증

    지난해 우리나라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이 총 1만 617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62.7% 증가한 역대 최대 수치다.법무부는 20일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지난해 우리나라 난민신청 및 처리현황을 발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난민신청 건수는 2012년 1143명, 2013년 1574명, 2014년 2896명, 2015년 5711명, 2016년 7541명, 2017년 9942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 대비 62.7%가 증가한 1만 6173명을 기록했다. 난민신청의 급증은 사증면제 제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증면제 제도는 국가 간 협정으로 입국허가 없이 일정 기간 우리나라에 체류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사증면제 협정을 체결한 카자흐스탄(2496명)·러시아(1916명)·말레이시아(1236명) 등 3개국에서 지난해 난민인정을 신청한 비율은 전체 56%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1199명), 인도(1120명), 파키스탄(1120명) 순으로 난민인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실제로 난민으로 인정된 비율은 극히 낮다. 지난해 난민심사가 완료된 3879명 가운데 3.7%인 144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514명은 인도적 사유로 체류를 허가받았고, 나머지 3221명은 모두 불인정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1만 7159명이 1차 심사를 기다리고 있고, 2772명이 2차 심사(이의 신청)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 4월 14일부터 난민인정 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1994년부터 2013년 6월 말까지 20년간 난민신청자는 5580명로 연평균 280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 7월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해까지 5년 6개월간 난민신청자는 총 4만 3326명으로 연평균 7877명으로 늘어났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공무원 81명이 2만명 떠맡아…졸속 심사에 기댄 난민 운명

    “담당자 잦은 인사에 전문성도 결여” 우리 정부가 난민 심사 인력을 올해 두 배 이상 늘렸지만 이미 크게 늘어난 난민 신청자를 제대로 심사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1명이 260여명을 떠안아야 하는 업무 과부하는 물론 공무원 보직 순환도 심사의 전문성을 떨어뜨려 심층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로 지적된다. 세계난민의날을 나흘 앞둔 16일 난민인권센터의 국내 난민 현황 통계 분석과 법무부 통계 등을 종합하면 지난 4월 기준 난민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인원은 2만 1341명에 이른다. 현재 담당 공무원은 모두 81명이다. 1명당 263명을 맡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38명에 불과했던 전담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렸지만 쌓여 있는 심사 대상자를 살펴보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당초 법무부 계획대로 올해 안에 91명까지 증원된다 해도 1명당 234명꼴이다. 난민 신청은 1차 심사와 2차 이의신청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1만 9931명(12월 기준)의 심사 결과 대기 인원 가운데 각 지역 출입국외국인청에서 1차 심사 중인 사람은 1만 7159명에 달했다. 또 난민 심사 신청을 하고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10.6개월이 걸렸다. 난민인권센터는 “심도 있는 심사와 사실 조사가 필요하고, 신청자들이 겪은 박해 진술에 자주 노출되는 등 강도 높은 업무 특성이 담당 공무원 숫자에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1차 심사에서 빠진 정보나 통역의 오류 등을 보완할 기회를 주는 2차 심사를 맡는 난민심사위원회 또한 인력난에 버겁게 운영되는 실정이다. 난민위원회는 15명의 공무원과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연간 4~6회 열린다. 지난해 위원회가 심사한 건수는 2613건으로 회당 500~600건을 한꺼번에 심사한 셈이다. 심사 담당자들의 전문성도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수년에 한 번씩 부서를 옮기는 보직 순환 제도 탓에 난민 담당 공무원이 정기적으로 바뀌어 전문성 있는 심사 제도 운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심사 결과가 나온 3879명 중 난민 인정자는 144명(3.7%)에 불과했고, 올해 4월까지 1238명 중 19명(1.5%)만 난민 인정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3년 7월 난민법 시행 이후 인정률이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보직 순환으로 인해 난민 심사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쌓아 난민 심사를 할 수 있는 토대가 적극적으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민혁이가 아버지와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민혁이가 아버지와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직계 보호자 아버지 난민 인정돼야”“민혁이 아버님은 고국으로 돌아가면 죽습니다. 공정한 심사로 난민으로 인정해 주세요.” 10대 청소년들이 난민 친구의 아버지를 돕기 위해 10일 일일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란 난민 소년 김민혁(16)군과 김군의 친구 4명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제협약인 난민협약과 국내법인 난민법에 의해 규정된 ‘가족 재결합’ 원칙에 따라 민혁이의 직계 보호자인 아버지는 당연히 난민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이슬람 율법에 따라 개종을 중죄로 여기는) 이란으로 귀국하면 (기독교로 개종한) 아버지의 생명은 보장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군의 아버지 A씨는 11일 난민 재심사를 받는다. 김군과 9년지기라는 박지민(잠일고 1년)군은 “내가 돕지 않아 민혁이가 잘못된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면서 “이 자리에 나온 건 작게는 민혁이 아버지를 위해, 크게는 가혹한 난민 심사 시스템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어서다”라고 말했다. 김군은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 이 자리에 왔다”면서 “난민을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차별이 아닌 존중으로 대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2010년 일곱 살 때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김군은 기독교로 개종했다. 2016년 처음 난민신청을 했지만 불인정됐고 행정소송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김군은 중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지원을 받아 재심사 절차를 밟았으며 지난해 10월 끝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1차 신청 때 아들과 마찬가지로 불인정 처분을 받았던 A씨는 역시 소송을 진행하다가 상고를 포기하고 올해 2월 재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이번에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이란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에 올해 고등학생이 돼 흩어졌던 김군의 친구들이 다시 뭉쳤다. 김군은 11일 아버지에 대한 난민 재심사가 열리는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별관 앞을 지킬 예정이다. 심사는 2시간가량 진행되며 2주 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글 사진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정부, 난민 신청자 생계비 지원액 동결

    정부가 해마다 늘려오던 난민 신청자 생계비 지원액을 동결했다. 법무부는 7일 관보를 통해 2019년 생계비 지원액을 고시했다. 영종도에 있는 난민지원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난민 신청자는 가구 수에 따라 최소 월 43만 2900원(1인 가구 기준)에서 최대 138만 6900원(5인 가구 기준)까지 차등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난민지원시설을 이용하는 난민 신청자는 비이용자의 50% 이하를 지급받게 된다. 단,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 금액은 감액될 수 있다. 법무부는 지원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1인 가구 신청자에 대해 월 지급액을 지난 2015년 40만 9000원에서 2016년 41만 8400원, 2017년 42만 8000원으로 조금씩 증액해 왔다. 센터 이용자도 70%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지원액을 43만 2900원으로 증액하면서도 센터 이용자는 50%만 받을 수 있도록 바꾼 데 이어, 올해에는 지원액을 동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지난해 8억 1700여만원에서 올해 7억 9300여만원으로 줄었다”면서 “지난해에도 예산 부족으로 일부 신청자에겐 지원액 전체를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동결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난민법 시행령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난민 신청자에게 신청서 제출일로부터 6개월까지 예산 범위 내에서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신청자가 생계비를 받진 못한다. 지원 여부 및 금액은 난민 신청자의 국내 체류기간, 취업활동 여부, 난민지원시설 이용 여부, 부양가족 유무, 생활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난민 신청자 1만 6173명 중 1765명이 생계비 지원 신청을 했지만, 실제 지원받은 신청자는 624명에 불과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강서 PC방 살인범 엄벌’ 백만 청원 첫돌파···국민 공분, 공포 반영

    ‘강서 PC방 살인범 엄벌’ 백만 청원 첫돌파···국민 공분, 공포 반영

    서울 강서구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같은 청원 참여자 수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공분, 치안 불안과 공포를 보여주고 있다. 23일 오후 7시 17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10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지난 17일 이 게시물이 올라온 지 불과 엿새 만이다. 김성수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이 청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이래 역대 최다 참여자를 기록했다. 이 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청원 마감일인 내달 16일까지 얼마나 더 많은 인원이 청원에 참여할지 관심을 끈다.앞서 올해 7월 마감한 ‘제주도 불법 난민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에 71만 4000여 명, 지난해 12월 마감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61만 5000여명이 참여한 바 있다. 이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는 이달 14일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신모(21)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김성수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인의 형량을 낮춰주는 ‘심신미약 감경’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처럼 여론이 들끓는 것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후 심신미약을 주장해 감형을 받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8세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두순이 꼽힌다.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복역 중이다. 당시 조두순은 8세 여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줬음에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또 김성수에게 두 차례 상해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김성수는 2009년 10월과 2011년 9월 각각 벌금 50만 원과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의 허술한 초동 대응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따갑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속보]‘종교 박해 우려’ 이란 학생, 난민 인정 받았다

    [속보]‘종교 박해 우려’ 이란 학생, 난민 인정 받았다

    법무부, 심사 통해 19일 통보건강보험 가입 등 사회권 보장청와대 국민청원 통해 사연 알려져개종에 따른 박해 가능성을 우려하며 난민 신청한 이란 출신 학생에 대해 법무당국이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학교 친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을 올려 3만여건의 공감을 받았던 학생이다. 이 학생은 앞으로 안정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고, 건강보험 가입 등의 사회적 권리도 가지게 된다. 19일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를 통해 이란 출신 A(15)군에 대한 난민지위를 인정했다. 난민 신청자는 ▲난민 인정 ▲인도적 체류 허가 ▲난민 불인정 중 하나의 판정을 받는다. 난민 지위가 인정되면 난민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우리 국민과 동등한 사회권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고 지역 건강 보험 가입,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지정 등이 가능하다. A군은 7살이던 2010년 사업하는 아버지 B(52)씨와 함께 고향인 이란 테헤란을 떠나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를 거쳐 현재 서울의 한 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교 측은 “학령기를 한국에서 보낸 까닭에 A군은 이란어는 말만 할뿐 읽을 줄 모르고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더 익숙하다”고 전했다. 중학교 때 반장을 할 만큼 잘 적응하고 있다.A군이 난민 신청을 한 이유는 종교적 박해 가능성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무슬림이라 이슬람 율법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지만 한국에서 친구들과 교회·성당에 다니다 천주교로 개종했다. 아버지도 A군이 전도해 천주교 신자가 됐다. A군 측은 “독실한 무슬림인 고모가 통화 중 ‘네가 개종하고도 사림이라 할 수 있느냐’고 소리친 뒤 연락을 끊었다”면서 “고향에 돌아가면 박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 99%가 이슬람교도인 이란에서 다른 종교로 개정한 이슬람교도는 배교(背敎)죄로 최대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논리다. A군은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지만 ‘개종했더라도 이란 당국이 주목할 활동을 하지 않아 박해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불인정됐다. 이후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 기각(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어 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 판결을 받았다. A군의 사연은 학교 친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지금껏 3만여명의 지지를 받았다. 친구들은 이후 서울출입국·외국인청과 청와대 앞에서 A군의 난민 인정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학교 교사와 성당·교회 등에서는 500여만원을 모금해 A군에게 전달했다. A군이 다니는 학교 학생회는 이날 ‘이름은 잊혀지고 사건은 기억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친구의 난민 인정을 환영했다. 학생들은 “이제 우리는 우리의 친구가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이란 친구뿐 아니라 그를 돕는 우리 학생들 모두 같은 이유로 잊혀 지길 원한다”면서 “다만 여전히 불안한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줬던 조희연 서울 교육감도 입장문을 내고 “포용력 있는 법 판단으로 제2의 고향인 대한민국 서울에서 행복한 학교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어려움에 처한 외국 친구에 대해 어른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인류애를 행동으로 보여준 같은 학교 학생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의 아버지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현재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제주 예멘인 339명 수도권 등 이동 가능… 난민 인정은 ‘0’

    앞서 1년 인도적 체류허가 포함 총 362명 출도 제한 해제… 체류지 변경땐 신고해야 “경제적 목적·범죄 혐의있어” 34명 불인정 올해 제주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339명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체류가 추가로 허가됐다.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보류 결정됐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481명(신청 포기 3명) 중 앞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23명을 뺀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번에도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었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에게 부여한 체류 허가 기한은 모두 1년이다. 이들의 제주도 출도 제한 조치도 이날 해제됐다. 이로써 지난달 14일 같은 허가를 받은 23명을 포함해 예멘인 국내 인도적 체류자는 362명으로 늘어났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에겐 향후 예멘 국가정황이 호전되거나 국내외 범죄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될 경우 체류허가 취소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진다. 이들은 출도 제한 조치 해제로 이슬람커뮤니티 등이 있는 수도권 등으로 대거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출입국청은 이들이 체류지 변경 시 새로운 체류지를 관할하는 출입국·외국인 관서에 신고해야 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더라도 체류지는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민 불인정 34명은 예멘 내전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3국에서 출생한 뒤 그곳에서 계속 살았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등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되는 자, 범죄 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자 등이다. 이들이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절차 종료 때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으나 제주도 출도 제한 조치는 유지된다. 결정 보류 대상은 어선원으로 취업해 조업 중이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하지 못한 16명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59명이다. 난민 신청자에 대해서는 난민 인정, 인도적 체류 허가, 불인정, 보류 등이 결정된다. 이 중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법상 난민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추방할 경우 생명,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난민협약에 가입한 대다수 국가는 영국의 인도적 보호, 일본의 인도적 배려에 대한 체류 허가, 미국의 임시보호 지위, 호주의 송환 시 중대한 해가 우려되는 자를 위한 보호비자 등 우리나라의 인도적 체류 허가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예멘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보호를 제공할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 한편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난민 인정자가 1명도 없다는 사실이 당혹스럽고 인도적 체류 허가자도 얼마든지 송환될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였다”며 “난민은 정무적 고려 속에 활용될 대상이 아니라 명확한 보호의 대상이며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내린 34명에 대한 불인정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제주 예멘인 난민신청자 339명 인도적 체류허가…난민 인정은 ‘0’

    제주 예멘인 난민신청자 339명 인도적 체류허가…난민 인정은 ‘0’

    올해 상반기 제주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339명에 대해 추가로 인도적 체류가 허가됐다.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심사 결정이 보류됐다. 정부의 이런 결정이 나오자 난민 지원 단체에서는 난민 인정자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올해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총 481명(신청 포기자 3명) 중 앞서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23명을 제외한 458명에 대한 심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심사 결과 339명은 국내 인도적 체류가 허가됐고, 34명은 단순 불인정, 85명은 심사 결정이 보류됐다. 지난달 14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23명을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난민 신청자 가운데 362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심사에서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없었다. 인도적 체류자는 1년 동안 체류가 가능하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더라도 향후 예멘 국가 정황이 호전되거나 국내·외 범죄사실이 발생 또는 발견될 경우에는 체류 허가 취소 등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진다. 또 인도적 체류자의 경우 제주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한하는 이른바 ‘출도제한’ 조치도 해제된다. 출도제한 해제 후에도 외국인 등록과 체류지 신고제도, 멘토링 시스템 등을 통해 인도적 체류자의 체류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제주출입국청은 설명했다. 이번 심사에서 단순 불인정 결정을 받은 34명은, 제3국에서 출생한 뒤 그곳에서 계속 살아왔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등 제3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 신청한 것으로 판단되는 자, 범죄혐의 등으로 국내 체류가 부적절한 자 등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85명은 어선원으로 취업해 조업하고 있거나 일시 출국해 면접하지 못한 16명과, 추가 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69명이다. 제주출입국청은 추가 조사 대상자 중에는 난민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만한 타당성이 있는 이들도 일부 있으며, 아직 심사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출입국청은 심사 과정에서 난민심사 전담 공무원에 의한 심도 있는 면접, 면접 내용에 대한 국내외 사실 검증, 국가 정황 조사, 테러 혐의 등 관계기관 신원 검증, 엄격한 마약검사, 국내외 범죄경력 조회 등을 했으며, 중동 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도 광범위하게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난민 지원 단체에서는 ‘법무부는 단순불인정결정을 철회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심사를 실시하라’는 입장문을 통해 제주출입국청의 결정을 비판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이번 심사에서) 난민인정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에 더해 34명에 대해서 단순 불인정 결정을 내려 차후 잠정적인 강제송환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면서 “예멘은 유엔이 지정한 ‘우리 세대의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처한 곳으로, 국제전 양상으로 전화하며 점증하는 폭격과 전투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하거나 피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가 스스로 밝혔듯 예멘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보호를 제공하라는 유엔난민기구의 권고 뿐만 아니라 미국도 예멘의 상황을 고려하여 미국 체류 예멘인들에 대한 임시보호지위를 전원 지속적으로 연장하고 있는 등 다른 국가들도 예멘 난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어떤 법적 근거로 34명을 송환의 대상으로 삼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전쟁 속 폭격과 기아, 박해의 위험은 법무부의 심사결과에 따라 난민들을 피해서 찾아가지 않는다. 난민으로 불인정 받은 34명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339명은 모두 똑같은 위험에 놓인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34명에 대한 불인정 결정 철회 ▲일률적인 인도적 체류 허가를 철회하고 법적 기준에 따라 재심사를 통해 난민 인정 결정을 할 것 ▲인도적 체류자 처우에 관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 등을 법무부에 촉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외국인에 대한 마음의 벽 허무는 정책/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월요 정책마당] 외국인에 대한 마음의 벽 허무는 정책/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우리나라는 서구사회에 비해 비교적 초기 단계의 난민 유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난민법 폐지’ 국민청원이 역대 최다인 71만 4875명을 기록하고, 현재도 난민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직접적으로는 일시에 몰려 온 이질적 문화권의 외부인들에 대한 두려움, 유럽에서의 난민 관련 사건사고 소식으로 인한 불안감, 경제적 목적의 부진정 난민신청자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난민법과 난민심사 인적·물적 인프라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이외에 일부 외국인 관련 정책에 대한 국민 역차별 논란, 건설현장 등 불법취업으로 인한 국민 일자리 잠식,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하기만 하면 ‘계속 거주요건’도 없이 지방참정권을 행사하는 제도의 문제점 등 외국인 유입과 관련해 그간 누적된 불만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부족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난민과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합리적 근거 없이 증오한다는 뉘앙스가 내포돼 있는 ‘혐오’라는 표현을 모든 난민반대 국민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난민·외국인 반대 정서를 ‘혐오’로만 단정 지으면 표현 자체에 대한 논박으로 찬반 국민 사이의 간극만 넓어질 뿐,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혐오’보다는 ‘정서’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2017년 체류외국인은 218만명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으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이 이 땅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지원과 배려를 하는 것은 필요하나,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시혜적 지원의 대상으로만 처우하는 방식은 역차별 논란을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반외국인 정서를 낳고 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원칙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이다. 외국인 유입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제이주기구(IOM) 등에서 강조하듯이 외국인의 체류질서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무부는 외국인들의 기초법질서 위반 사례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피로감이 커져 가고 있어 경찰·지방자치단체 등과 관련 대책을 추진 중이다. 중장년층의 마지막 피난처인 건설현장에서의 불법취업 외국인에 의한 우리 국민의 일자리 잠식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추석 전에 특별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부진정 난민신청자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난민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난민심사 인적·물적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외국인 체류허가·정착 수수료 등으로 이민·통합기금을 조성해 이를 수익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외국인 행정에 투입함으로써 외국인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줄이고 있는데, 우리도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한 해 외국인 관련 징수금액은 수수료, 범칙금 등에 한정하더라도 1153억원에 이른다. 부존자원도 없고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국가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외부와의 교류와 개방은 어쩌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류와 개방에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외국인에 대해 마음을 열 수가 있다. 균형 있게 정비돼 ‘잘 관리되는(well-managed) 외국인 정책’이야말로 반난민·외국인 정서를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책이 아닐까 싶다.
  • “난민혐오 그만” “가짜난민 추방” 보신각 마주 보고 찬반집회

    “난민혐오 그만” “가짜난민 추방” 보신각 마주 보고 찬반집회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등 300여명 “결국 어떠한 지원도 없는 난민 불인정” 서울 종로타워 앞에선 100여명 시위 “알카에다의 ‘자살테러특공대’ 양성”제주 예멘인 23명이 지난 14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취득하면서 가라앉았던 난민 찬반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인정이 아니다”라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고, 난민 반대 측은 “난민 인정은 물론 인도적 허가 체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주민인권센터, 난민인권센터 등 30개 시민단체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300여명의 참가자들과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 등은 “난민 혐오에 반대한다”, “난민법 개악 시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23명에 대해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준 결정은 결국 ‘난민 불인정’이다”라면서 “체류 허가를 받은 이들은 어떠한 지원도 없이 정기적으로 체류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생활만 허용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쟁의 한복판에서 죽음의 공포를 피해 한국을 찾은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우리나라 난민법에서 인정하는 난민은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 문제로 박해를 받거나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는 사람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23명은 난민법에서 인정하는 다섯 가지 사유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태양(19·연세대)씨는 “국제적 기준으로는 전쟁이나 내전도 난민 사유에 들어가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종로타워 앞에서는 100여명이 참가한 난민 반대 맞불집회가 열렸다. 난민대책국민행동은 “법무부 1차 심사에 따라 예멘인들이 가짜 난민임이 밝혀졌다”면서 “이들을 즉각 송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카에다는 각국이 10대들을 덜 경계하고 인도적 임시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이용해 ‘자살테러특공대’로 양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3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취득한 직후부터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글이 쏟아지고 있다. 난민 반대 청원에는 7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공동대표는 “인도적 체류로는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예멘인들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열악한 사회보장 지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최근 정치인들이 난민법 개정안을 마구 내놓으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면서 “정당 차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심사기간 단축’·‘체류지역 제한’… 난민 관련 법안 ‘봇물’

    ‘심사기간 단축’·‘체류지역 제한’… 난민 관련 법안 ‘봇물’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회에서는 난민 심사와 관련된 법안의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난민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방안부터 난민신청자의 체류지역을 제한하자는 법안까지 여러 각도의 접근이 나왔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제주 난민 사태가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한 올해 5월 이후 모두 7건의 난민법 개정법률안·폐지안이 발의됐다.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20일 난민 브로커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난민 심사기간과 이의신청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9일 발표한 개정안은 난민 신청자에게 제공되는 특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난민 소송을 제기하면 판결 확정 때까지 체류할 수 있는 규정과 난민 신청만 해도 생계비, 주거·의료·교육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유민봉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난민신청자의 체류지역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유 의원의 법안은 난민신청자의 체류지를 난민인정 신청서를 제출받은 해당 지방출입국 등으로 한정하고 무단으로 이탈하면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 의원은 “난민의 인권을 중시하는 시각과 정부 통제를 강조하는 시각이 접점을 찾아서 난민법이 개정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먼저 국민 불안 요인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한 개 조항에 대해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난민주거시설 거주자가 난민주거시설 이외의 장소로 이동할 때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무사증 입국 외국인은 난민 인정신청을 제한하고 난민신청자의 처우는 의료지원으로 축소하도록 했다. 난민심사시간과 이의신청 기간은 2개월로 줄였다. 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지난 13일 난민 브로커에 대한 처벌,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난민 인정 심사 회부 제한 등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난민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난민신청자가 사회적 수용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 난민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폐지안을 발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난민 심사 전반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난민 신청자가 대한민국의 안전이나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법무부 장관이 난민 심사에 회부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거짓서류를 제출하거나 오로지 경제적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경우도 심사에 회부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사설] 사회적 약자 보듬는 포용력 절실하다

    성소수자들의 최대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그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19회인 이 축제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우리 사회 성소수자들의 인권에 주목하자는 취지로 해마다 열린다. 매년 규모가 커져 올해는 역대 최장거리인 4.0㎞ 거리 행진도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길 건너편에서는 난민대책국민행동의 난민법 개정·폐지 촉구 집회가 뜨거웠다. “국민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앞세운 이들은 제주 예멘 난민 강제송환, 난민법·무사증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성소수자의 권리와 난민 문제는 결코 쉽게 마침표가 찍히지 못하는 뜨거운 사회 쟁점이다. 그제 광화문의 두 집회를 일과성 행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올해 퀴어문화축제에는 13개국 대사관과 주한 유럽연합, 지역 커뮤니티 등 105개 단체가 참여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을 지양하자”는 참가자들의 외침이 뜨거웠으나 반대쪽의 목소리도 여전히 거셌다. 종교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려 오후 내내 양쪽의 신경전이 팽팽했다. 성소수자들의 권리 보장은 말처럼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포용적 시각을 견지한 서구에서조차 여전히 성소수자들의 인권 보호는 사회적 불씨를 떠안은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 상황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아량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성소수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사실상 현실은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기초 작업조차 돼 있지 않다. 성소수자들을 음지에서 움츠리게 하니 그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하기가 어렵다. 난민 문제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는 지구촌의 공통과제를 이런저런 위험 부담이 걱정된다고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대책이 부단히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근 거없이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외국인 혐오증을 잠재울 수 있다. ‘다름’을 ‘틀림’과 구분해 인정하는 문화야말로 문명사회의 시민 성숙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순간 인간존중의 배려는 깊어진다. 무차별적 차별과 혐오로 사회 약자들을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지 않은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 예맨 난민반대 2차 집회…“난민법 폐지 청원, 청와대 응답해야”

    예맨 난민반대 2차 집회…“난민법 폐지 청원, 청와대 응답해야”

    예멘인들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2차 집회가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인터넷 카페 ‘난민반대 국민행동’은 이날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예멘 난민수용 반대, 무사증·난민법 폐지’ 2차 집회를 열고 난민법과 제주 무사증(무비자) 제도 폐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난민법 폐지 국민청원 참여자가 최근 70만명을 돌파했지만, 청와대는 국민 목소리를 외면한 채 침묵하고 있다”며 “평범한 국민인 우리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두고 “이들은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이 아니라 취업을 목적으로 한 경제적 이주민”이라며 “이를 알면서도 이들을 입국시키고 난민이라 거짓 선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유럽의 많은 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여 참혹한 범죄에 노출됐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라며 “국내에서도 주변에 이슬람국가(IS) 가입을 권고한 난민신청자가 구속되고 제주 예멘인 사이에 칼부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난민 브로커가 활개 친다는 것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국민 생명과 안전, 행복을 누릴 권리가 파괴되고 있다”며 “우리는 브로커와 결탁해 취업과 지원금 수급 목적으로 입국하는 가짜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은 “우리는 난민법 개정을 바라지 않는다”며 “개정안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지 말고 난민법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두걸의 시시콜콜] 사람 사는 세상

    [이두걸의 시시콜콜] 사람 사는 세상

    “살인기술 배운 한국인들 아웃! 과격시위테러범 한국인 아웃! 국민은 안전을 원한다.” 얼마 전 인터넷 대안언론 ‘직썰’에 올라온 만화 한 편이 눈길을 잡았다. 제목은 ‘완벽한 난민의 조건’이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실수’로 한국에서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한국인들은 집단 난민이 되어 제3국을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 순간, 외국인들이 난민 처지가 된 한국인들의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대화를 나눈다. 그중 한 명이 한국 난민에 대해 측은한 감정을 드러내자 다른 이가 이렇게 맞받아친다.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는 야만족이다. 그 사람들을 받아주면 우리 반려견들을 다 잡아먹을거다.” 한국인들의 ‘과격성’도 근거가 된다. “한국 남자들은 모두 군대에서 훈련받은 살인병기들인데다 시위할 때 노인들마저 가스통을 들고 나올 정도다. 대통령까지 쫓아낸 이들이 폭동을 부리면 어떻게 되겠냐.” “돈독 오른 한국인들이 들어오면 우린 일자리를 다 뺏길 것”이라는 주장도 펼친다. 결국 이들은 “한국인들이 들어오면 큰일난다”며 의견을 모은다. 작가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당신은 완벽한 난민이 될 수 있을까요?”난민 문제는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 특히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14일에는 난민수용 반대 집회가 전국에서 열린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과 제주에서 열렸던 1차 집회와 달리 광주, 전북 익산 등으로 장소도 확대됐다. 이들의 주장은 놀랍도록 간명하다. “예멘인들은 유엔난민협약상 난민도, 난민법상 난민도 아니기에 강제 송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이 섰으니 정치인들도 빠질 수 없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난민 수용 반대 의사를 이미 밝힌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집회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어김없이 색깔론도 등장했다. ‘진박’ 김진태 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지난 11일 열린 ‘난민대책 이대로 좋은가? 난민법 개정을 위한 국민토론회’가 그 현장이었다. 김 의원은 “전 세계의 좌파들이 똘똘 뭉쳐서 기존의 질서를 흔들어 보려는 게 바로 난민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법사위에서 난민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앞서 법무부는 난민심사를 강화하고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토론회에서는 “난민이 우리 딸들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래서 (남자들이) 장가도 못 간다. 베트남에서 (여성을) 데려오고 있다”(김승규 전 국정원장)는 기이한 주장도 나왔다. 집권한 지 1년이 지나도록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난민과 인연이 깊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흥남철수 때 미군 수송선을 타고 거제도로 탈출한 피난민 출신이다. 지난해 6월 미국 순방 도중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장진호의 용사들과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촛불혁명을 계기로 집권한 현 정부는 높은 인권의식도 드러낸 바 있다. 청와대는 지난 3월 마련한 대통령 개헌안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했다. “사람이면 우리 국적이 아니라도 외국인이나 망명자를 다 포함한다”는 취지였다.13일 마감된 난민신청 허가 폐지 국민청원에는 71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청와대는 30일 이내에 이에 답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해 문 대통령이 표방했던 ‘사람 사는 세상’의 진면목은 어떨지 몹시 궁금해진다. “피난민의 아들인 문 대통령이 예멘 난민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침에 보기 좋게 응수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6850만명… 2초당 1명씩 죽음의 땅에서 탈출하다

    [글로벌 인사이트] 6850만명… 2초당 1명씩 죽음의 땅에서 탈출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 내 난민(難民) 수가 지난해 3만 3000명으로 급감했다. 2016년 9만 7000명에서 66% 줄어든 수치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미 국무부 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7일(현지시간) 이같이 밝힌 퓨리서치센터는 “미국 내 난민 수가 나머지 전 세계 국가에 정착한 난민 수보다 적어진 것은 4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이 입국을 허용한 난민 수는 미국의 2배 수준인 6만 9000명이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1일부터 ‘난민 쿼터’(4만 5000명)제를 시행한 데 따른 결과라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난민법이 시행된 1980년 이래 미국이 입국을 허용한 난민의 수는 매년 평균 9만 4000명인데, 지난 1년간 반 토막 수준으로 제한한 것이다. ‘반(反)난민’ 기조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을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난민 수상’으로 불릴 정도로 ‘난민포용책 옹호론자’였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도 최근 연정 붕괴 위기에 놓이자 “모든 이민엔 질서가 따라야 한다”면서 일보 후퇴를 시사했다. 유럽은 ‘난민 문제를 해결 못하면 유럽연합(EU) 분열을 막지 못한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먼 나라 얘기인 줄로만 알았던 난민 문제가 지난 5월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몰려오자, 국내에서는 난민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0만여명이 참여하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 이슈가 이토록 불거진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봤다.UNHCR이 집계한 난민, 국내 피란민, 무국적자 등 보호 대상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850만명에 이른다. 2차 세계대전 때의 난민 수인 5000만명을 웃돈다. 전 세계 인구 110명당 1명이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것이다. 하루에 4만 4500명, 2초당 1명꼴로 난민과 국내 피란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40만명은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조약) 제1조에 따른 난민으로 볼 수 있다.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모국에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전쟁·재난 피란민은 난민 인정 안 돼 전쟁이나 내전,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피란민은 엄격하게 따지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조약에서 규정한 5가지 이유로 박해받아 모국을 떠난 것이 아니라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이스라엘 등 난민신청 승인률이 낮은 국가들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전 세계 난민 3분의2를 배출하는 나라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소말리아 5곳이다.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팔레스타인 난민 약 500만명을 제외한 통계다. 이들 국가들은 분쟁과 극단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11년 발발해 8년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시리아는 최다 난민 배출국이 됐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파르게 난민의 수가 늘었다. 630만명이 전쟁을 피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 난민이 됐고, 620만명은 국내에서 피란민이 됐다.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과 알아사드 대통령을 돕는 러시아,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 시리아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이란 등이 개입되면서 대리전의 양상으로 상황이 치닫고 있다. 난민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다. 수단의 서쪽 끝 분쟁지인 다르푸르를 보면 2003년부터 아랍인들로 구성된 중앙정부에 저항하는 부족들의 무장봉기로 약 270만명이 고향을 떠났다. 난민의 폭발적 증가는 심각한 국제분쟁이나 내전 등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된 현상이다. 1999년 코소보 사태 때는 86만 7000명이 알바니아·보스니아 등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979년 소련 침공 이후 난민이 대량 발생했다. 탈레반 정권 집권과 내전으로 인해 1990년대에는 무려 630만명이 조국을 떠났다. UNHCR은 지난달 발간한 올해 ‘2018 글로벌 트렌즈’ 보고서에서 “적어도 몇 개 나라만이라도 분쟁을 해결한다면 난민 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빈곤 탈출을 꿈꾸며 조국을 등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엔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00만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기아와 실업, 유행병 확산 등을 못 이겨 모국을 떠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추산치는 160만명이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출신은 주로 정부의 부패, 빈곤과 범죄 위협 등 사회적인 이유로 고국을 등졌다. 이들 숫자는 2011년 1만 8000명에서 지난해 29만 4000명으로 6년 새 16배나 늘었다. 소말리아, 케냐, 남수단 등에서는 식량 위기를 부르는 가뭄 등 환경 재난도 탈출 행렬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WP)은 지난 3월 물 부족, 흉작,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기후난민이 2050년까지 1억 40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현상이 발행하는 지역은 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과 남아시아, 중남미 등 3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레바논 전체 인구 20%가 난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국가들에만 난민들이 더 몰리는 건 아니다. 전체 난민의 85%는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된다. 80%는 그중에서도 출신국 근처 나라에 체류한다. 터키나 레바논이 대표적인 난민 수용국이란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레바논의 난민 비율은 전체 주민의 20%에 육박한다. 100만여명의 난민을 받아들여서다. EU와 난민 협정을 맺은 터키는 350만명을 수용했다. ‘터키가 유럽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유럽과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난민으로 위장해 잠입하거나, 남미의 마약 조직이 가족으로 위장해 도피하는 경우를 우려한다. 난민·이민자 출신이 테러나 범죄에 연루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경의 빗장을 더 굳게 걸어 잠그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정세 불안으로 중동, 북아프리카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럽 정계는 상당한 지각변동을 겪었다. 난민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난민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복지 ‘무임승차’ 등을 주장한다. 정치 변방에 있던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이 이 같은 논리를 펼치며, ‘반(反)난민’ 정책을 내걸고 득세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 “이탈리아는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 없다”고 외치는 마테오 살비니 정권이 들어섰다. 2013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수는 70만명에 이른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서는 지난해 10월과 지난해 4월 각각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포퓰리즘 세력이 주류 정치를 장악했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3국은 다음주 내무장관 회담을 열고 아예 남부 난민의 이동 루트를 폐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반기 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는 EU 안에서 난민지위 신청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유럽 국가로의 난민 신청을 유럽 밖에서 한 뒤 승인된 경우에만 입국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견고한 장벽을 세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과 동일한 것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구촌 공동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UNHCR에 따르면 지난달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한 난민 7명 중 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38명당 1명이던 지난해보다 사망률이 크게 뛴 배경에는 난민 길목을 걸어 잠그는 유럽 국가들의 반난민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고 UNHCR은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난민 수용 반대’ 靑 청원, 역대 최다 경신

    ‘난민 수용 반대’ 靑 청원, 역대 최다 경신

    예멘 난민들의 입국을 계기로 촉발된 난민수용 반대 청원이 6일 기준으로 63만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달 13일부터 게시돼 있다. 이 청원 글은 불과 5일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받아,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답변을 들을 요건(한달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을 충족했다. 이같이 난민수용을 둘러싼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비서실에 현황파악을 지시하기도 했다. 청원 동의는 역대 최대 동의를 얻었던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61만 5354명) 기록을 가뿐히 넘겼다. 청원글 동의 기간이 한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난민 반대 청원의 동의 기록은 80만에 육박할 수도 있다. ‘난민은 제주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서 줄여야 한다’(7만 6000여명), ‘제주 체류중인 예멘 난민 추방 청원’(3만 7500여명), ‘예멘 난민 수용하기로 한 제주도의 도지사를 탄핵하고 제주도 특별자치도 지위를 해체해달라’(3만 1000여명) 등 비슷한 내용의 청원도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불안감 자연스럽지만 ‘혐오의 시선’ 해결에 아무 도움 안 돼

    갑자기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로 몰려와 난민 신청을 하는 광경을 본 한국인들에게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추후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미 발생한 상황이니 앞으로를 ‘우려’하며 대책을 세우려 노력하는 자세는 합리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혐오’는? 국제이주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는 악성 루머에 휩쓸려 현 상황을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세는 이미 불거진 난민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 난민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난민 신청 불법으로 싸잡는 건 무리”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5일 “대량의 예멘인 난민 신청이 이뤄졌다는 이례적인 상황 때문에 극단주의적인 태도에 여론이 휩쓸리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최근 예멘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기류가 부각된 여론조사는 다문화·이민자에 대해 점점 관대해지는 것으로 나타나던 기존 여론조사 추세와 정반대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선 예멘인들을 집단으로 싸잡아 이들이 불법 난민신청을 한 것처럼 보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는데, 불법 신청 여부는 정부가 난민법에 근거해 개인별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난민 발생국이던 한국, 의식은 제자리”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 감정이 예멘인 난민 신청자에게 투영된 모습”이라면서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시기까지 난민 발생국이던 한국이 이제 난민 수용국이 됐지만, 그 기간 동안 의식의 변화가 크지 않았던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독일 등 유럽 등지에서 무슬림 난민의 강력범죄를 접한 경험이 무슬림에 대한 경계심을 부추겼겠지만, 정작 이미 외국인 노동자 등의 지위로 국내에 들어온 많은 무슬림들이 강력범죄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외국인 범죄 확대는 루머” 해명 법무부는 이날 철저한 난민심사를 약속하는 동시에 그간 예멘인 난민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외국인 범죄가 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해 체류 외국인 수가 전년 대비 약 6.4% 늘었지만, 외국인 범죄는 약 17.6%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유럽 지역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 현상과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해 미국은 약 2만 3000명, 독일은 약 25만 6000명에게 난민 또는 보충적 지위를 부여해 우리와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안전 찾아 도망쳤다…예멘에 남으면 학살자 되거나 죽음뿐”

    [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안전 찾아 도망쳤다…예멘에 남으면 학살자 되거나 죽음뿐”

    지난 5월 제주에서 발생한 예멘인 ‘난민 태풍’이 수많은 오해와 우려를 동반하며 대한민국을 덮쳤다. 서울신문은 예멘인들이 초기부터 머물러 온 ‘태풍의 눈’, 제주 B호텔을 찾았다. 나지(29·가명), 하단(20·가명), 그리고 와셀(32·가명). 기자들과 연령대가 비슷했다. ‘내일’ 없는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지친 몸을 누이는 방에 찾아가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것들을 직설적으로 물었다. “여성을 강간하고 테러를 하는 사람들이란 우려도 있다”는 말에 큰 눈이 더 커졌다.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예멘 난민에게 궁금한 점 기민도 기자(이하 기 기자) ‘전쟁’이 아니라 ‘돈’ 때문에 온 거 아니냐는 의심이 많다. 왜 하필 한국인가. 나지 우리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엔 인권보장에 서명하지 않았고, 우리가 오래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예멘은 전쟁 상태여서 처음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할 수도 없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 달 정도는 살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엔 나가게 한다. 우린 안전을 찾아 도망쳤다. 와셀 말레이시아에서 다른 나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예멘인들은 직업을 찾고 생명을 지키려고 말레이시아에 갔지만, 실패했다. 한국에 대해 알게 되고, 제주도에 비자 없이 갈 수 있다고 들었을 때, 제주도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위대한 나라이고 인권 국가라고 들었다. 하단 나는 예멘에서 바로 한국으로 직행했다. 예멘에서는 어린아이한테도 사람을 총으로 죽이라고 강요했다. 한국의 제주도만 비자 없이 갈 수 있다고 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류재민 기자(이하 류 기자) 의사나 엔지니어까지 와야 했나. 나지 예멘에 남으면 다 죽을 것 같았다. 남아 있으면 싸우게 할 테고, 싸우기 싫다고 하면 죽일 테니까.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겠나? 우린 직업을 구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만 온 게 아니다. 안전하게 살고 싶어 찾아왔다.나상현 기자(이하 나 기자) 난민 중에 여성이나 아이들이 별로 없는 이유는 뭔가. 나지 여성이나 아이와 함께 탈출하는 건 정말 어렵다. 먼 거리를 걸어야 하고, 충분한 돈도 필요하다. 1인당 1500달러(약 167만원)는 필요한데 가족이 많으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여성이나 노인은 싸우게 하지 않으니까 집에만 머물면 된다. 하지만 젊은 남성은 끌려가서 싸워야 하니까 도망쳐야 했다.류 기자 가짜 난민도 섞여 있다는 걱정도 있다. 브로커를 통해서 온 거 아닌가. 나지 말레이시아에서 친구들이 도와줘서 왔다. 가짜 문서, 가짜 난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양은 하양이고, 검정은 검정이다(White is white, black is black, my name is my name), 한국 정부는 모든 문서를 철저히 검토하고 확인한다. 거짓말을 하면 다 걸러질 것이다. 와셀 난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난민 인정 심사가 잡혀 있다. 문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 기자 무슬림들은 여성을 강간하고 테러를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지 잘못을 저지르는 무슬림은 극소수다.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부당하다. 하단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달라. 외국에 있는 한국인 몇몇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당신들을 모두 비난하면 어떻겠나. 와셀 무슬림에 대한 오해는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슬림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뉴욕에 200여명의 예멘인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기회를 잡고 싶어서 왔는데 왜 문제를 일으키겠나. ●예멘인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 나 기자 한국에서 가장 힘든 점이 뭔가. 나지 일과 돈이다. 우린 오늘 당장 어떻게 자고, 내일은 또 어떻게 살아갈지가 걱정이다. 언제 돈을 벌게 될지 모르겠다. 가장 큰 걱정은 한국 정부가 ‘나가라’고 통보하는 것이다. 하단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것도 힘들다. 기 기자 일은 하고 있나. 나지 일주일 동안 어부로 일했다. 2명만 필요하면서 5명이나 고용한 다음에 금방 그만두게 하더라. 1주일이나 일했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 와셀 아직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출입국사무소와 난민센터에 가봤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다. 하단 어부 일을 했는데 멀미가 너무 심하고 계속 구토를 해서 결국 그만뒀다. 열흘 일했는데 선주가 이틀치 급여만 줬다. 류 기자 출도(제주도 밖으로 이동) 제한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지 (손으로 방 모양을 그리며) 어느 날 갑자기 이 방에서 나갈 수 없는 대신 최소한의 음식과 물만 주겠다고 말하면 어떨까?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는 2주만 머물면 다른 도시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에만 남아 있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식업, 어업, 요식업 3가지 종류의 직업만 가질 수 있게 했다.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와셀 한국에 올 때만 해도 숙소를 마련해 주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고 들었다. 막상 도착하니 다른 도시에 가지 못한다고 통보받았다.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하단 바닷일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정부는 “제주에 남아 있되 이 일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으니까 너무 혼란스럽다. ●예멘에서의 삶, 그들의 이야기 나 기자 전쟁 이전의 예멘은 어떤 모습이었나. 나지 아주 살기 좋고 안전한 나라였다. 직업도 쉽게 가질 수 있었다. 전기도 통하고, 물도 깨끗했다. 그런데 이젠 모든 게 암울해졌다. 와셀 전쟁 이전엔 한국과 예멘 간 교류도 많았다. 사업가나 여행자들이 쉽게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전쟁이 모든 걸 바꿔 놓았다. 하단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지금은 도망칠 수밖에 없다. 기 기자 당신들은 무슨 일을 하다 왔나. 나지 대학을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했다. 와셀 인도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지부티와 예멘 등에서 은행 회계사로 근무했다. 하단 고등학생인데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학생인데도 싸우기를 강요당했다. 나 기자 난민법상 ‘전쟁으로부터 도망쳤다’는 사실만으로는 난민으로 인정이 안 된다. ‘박해받을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하단 단순히 ‘그냥 전쟁에서 도망쳤다’가 아니다. ‘억지로 총을 들게 하고, 따르지 않으면 죽이려고 하는 집단으로부터 도망쳤다’가 맞다. 내가 예멘으로 돌아가면 반군으로부터 학살을 강요받고, 거부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다. 류 기자 일부 한국인들은 당신들이 무슬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두려워하고 있다. 나지 우리를 무서워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오해하는 것도 괜찮다. 그래도 난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할 거다. 한국의 규칙을 지키고, 옳은 걸 따르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일 것이다. 그럼 언젠가는 ‘무슬림도 괜찮네’라고 말해 주지 않을까. 우린 절실하다. 하단 한국인들이 무슬림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들었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좋아한다. 와셀 외국에 처음 나갔을 때, 첫날부터 그 나라의 문화를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서 하나하나 고쳐 나가겠다. 기 기자 앞으로 바람이 있나. 나지 한국인처럼 되고 싶다. 한국은 빠르게 성장한 국가다. 많이 배우고 싶다. 예멘은 경제 성장이 아직 더디다. 직업을 얻어 가족을 지원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나부터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와셀 내전이 끝나 다시 예멘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고 싶다. 그전까지 한국인들에게 무슬림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고 한다. 하단 일자리 구해 돈을 벌어 가족에게 보내고 싶다. 나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지 한국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와셀 문을 열어 줘서 감사하다. 하단 모든 것에, 모두에게 감사하다. 제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제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이었나/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는 과연 단일민족이었나/김성곤 논설위원

    그리스 아테네의 전성기 때 인구는 3만여명이었다고 한다. 신생국이었던 로마는 기원전 6세기 세르비우스 톨리우스 왕 시절 전체 인구가 8만 3000명이었다고 에드워드 기번은 그의 역작 ‘로마제국 흥망사’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런 로마는 기원전 130년경 동원할 수 있는 군사만 46만 3000명에 달했다. 반면 아테네의 인구는 2만여명으로 쪼그라든다. 왜 그랬을까. 로마는 시민의 기준을 로마의 성벽 안에 가두지 않고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감이 붙자 적이든 노예든 로마에 보탬이 되는 것은 모두 수용하고, 시민권 혜택도 속주민에게까지 확대한다. 반면에 그리스인들은 쇠락해 가면서도 외부 문물에 대해 폐쇄적이었다. 이런 폐쇄성 때문에 인구는 줄고, 본토는 피폐해졌다.13세기 초 몽골의 인구는 100만명이었다. 칭기즈칸은 여기서 뽑은 10만명의 군사로 세계 정복에 나선다. ‘복종하면 민족도, 종교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인구 6000만명의 송나라를 정복한다. 세계사적으로 흥한 나라는 대부분 포용적이었다.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은 앵글로색슨은 물론 유럽, 아프리카, 한국을 포함한 동양계까지 인종의 용광로다. 그들의 역동성은 오늘날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트럼프가 지금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원상복귀할 것으로 본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이 우리 사회에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난민이 아니라 제도를 악용해 난민으로 가장했다는 주장에서부터 탈레반이나 헤즈볼라 등이 숨어들어와 우리 사회에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 무턱대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전쟁과 종교 등의 차이로 위협받는 약자를 보호하고,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소수다. 2013년 7월 1일부터 난민법이 발효됐지만, 우리는 난민 판정에 인색하다.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만 2733명의 난민 신청자 가운데 난민 판정을 받은 사람은 고작 706명(2.1%)에 불과했다. 올 들어 제주를 통해 입국한 예멘인 549명 가운데 486명이 제주출입국청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는 출국하거나 이미 제주도를 벗어났다고 한다. 아마 이들도 극소수만 난민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사회는 또 양분돼 갈등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원칙이 정해졌으면 한다. 일제는 우리를 침탈했고, 나중에는 우리말과 문화 말살 정책까지 폈다. 수십만 명의 동포가 고국을 등지고 만주, 러시아, 심지어는 중앙아시아까지 난민으로 떠돌았다. 그때 저항 수단은 우리의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단일민족’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기저에 남아 있는 것이 ‘순혈주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수천 년 역사를 통해 다양한 이민족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 민족의 30%가량이 귀화인이라고 한다. 한국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성씨는 5582개에 달한다. 이 중 한국 전래의 성씨는 270여개에 불과하다. 최근 새롭게 추가돼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성씨도 4075개나 된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한국인의 피에서 중국과 몽골, 일본, 남방계의 DNA가 검출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우리를 복합민족국가라고 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민족주의 이론가인 르낭(1823~1892년)은 지구상에 순수한 종족이란 극소수에 불과하고 심정적 민족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난민을 받을 때 적법성과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법 위에 있는 것이 인권이다. 그 과정에 피부색이나 종교, 출신 국가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시대는 변해서 우리는 세계화 속에 살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예멘 난민 때문에 우리 사회의 통합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설령 예멘 난민 때문에 우리에게 다소의 불편이 따르고 잃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춰서 얻는 이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젠 순혈주의의 틀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자. sunggone@seoul.co.kr
  • 제주 체류 예멘인, 난민 인정 받기 ‘바늘구멍’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자격 안 돼” 2012년이후 2000명 중 1명 인정 제주 예멘인 난민 신청자에 대한 난민 심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난민 심사관을 기존 3명에서 4명을 추가 배치해 7명의 심사관이 난민 인정 심사를 벌이고 있다. 아랍어 통역 전문가도 2명을 더 배치한 4명이 투입돼 당초 6~8개월 걸릴 게 3개월 만에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내전을 피해 제주에 온 이들이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 규정한 ‘난민’의 정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난민 협약에서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그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라고 규정한다. 강영우 조사과장은 “이들처럼 ‘내전으로 인해 피란한 자’ 등은 난민 협약이 규정한 난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들이 처한 구체적 과거 사실을 면접과 진술서를 통해 확정하고 이를 근거로 앞으로 예멘에서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등 엄격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빙성 확보 등을 위해 이들의 진술서 등을 서로 비교, 확인해야 하는 등 난민 심사에 예상보다 시일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에서는 2012년 난민법 제정 이후 중국인 등 2000여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단 1명만이 법정소송 끝에 인정받았다. 중국에서 북한이탈 주민을 돕다가 체포 구금당하기도 했던 중국인 A씨는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자 취소 소송을 제기, 1·2심에서 승소해 지난달 10일 제주 첫 난민으로 확정됐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체류비자인 F2비자를 받아 투표권을 제외한 취업의 자유, 건강보험 가입 등 내국인과 같은 사회보장을 받는다. 이용호 영남대 교수(국제법)는 “난민 인정 심사는 매우 엄격하며 구체적인 판단 기준 등이 외부에 알려진 것도 없다”며 “선별적으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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