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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셧다운 최장기록 갱신…트럼프, 재해복구비로 장벽 건립

    미 셧다운 최장기록 갱신…트럼프, 재해복구비로 장벽 건립

    “우리나라의 많은 범죄는 여기를 통과하는 것 때문에 발생합니다. 강철이든 콘크리트든 상관없습니다. 장벽이 필요합니다.” 국경장벽 예산 갈등으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역대 최장기 수순에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남부 국경지대를 직접 찾아 장벽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멕시코 접경인 텍사스주 매캘런과 리오그란데를 차례로 방문해 안보 담당자들과 만남을 갖고 국경순찰대 활동 현장을 시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의 가장 신성한 의무는 국가를 지키는 것이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건 훨씬 쉬울 것”이라며 “우리는 장벽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이건 진정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것을 언급하면서 “내가 그걸 해냈다”며 “여기도 같은 것이 있다. 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끝내 에산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 정부가 국경장벽 건설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특히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139억달러(약 15조 5000억원) 규모의 육군 공병단 재해구호 기금 법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긴급사태 발생 시 대통령은 군사용 건설 프로젝트를 중지하고 그 자금을 전용할 수 있다. 의회는 지난해 홍수 등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와 텍사스, 캘리포니아 및 플로리다 등지의 재해복구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승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0일째를 맞은 셧다운이 얼마나 더 지속할 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모르겠다. 그건 내가 말할 수 없다”고 일관했다. 시카고트리뷴 등은 연방 공무원들이 피켓을 들고 속속 거리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리뷴은 “셧다운 사태가 지속되면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들이 첫 급료 지급일인 11일 급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 가운데 절반은 일시 해고 상태, 절반은 보수 없이 일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 동참한 민주계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77) 목사는 “이들은 장벽 보다도 일자리를 더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시위대는 “장벽 보다 일자리, 일시해고 없는 일터”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20여년간 연방 환경청 시카고 사무소에 근무했다는 크리스 블랙은 “일시 해고된 지 14일째다. 업무용 이메일조차 확인할 수 없어 난감하다”면서 업무 복귀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강 대 강’ 대치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셧다운 사태는 결국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역대 최장 기록을 깨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역대 최장 기록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21일(1995년 12월 16일~1996년 1월 5일)이다. 이번 셧다운은 부분 업무 중단이어서 약 75% 정도의 정부 예산은 편성이 된 상태이긴 하지만,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피해 확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방 공무원 80만 명이 일시적 휴직 등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인 신고나 이민 신청과 같은 대민 업무에서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한 평화의 땅…나만 알고 싶은 풍경 한 점 와인 한 잔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한 평화의 땅…나만 알고 싶은 풍경 한 점 와인 한 잔

    슬로베니아. 조금 낯선 나라다. 유럽 동남부에 자리한 나라인데 옛날에는 유고 연방에 속했다. 나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슬라브족들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로베니아에 관한 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면 김이듬 시인이 슬로베니아를 여행하고 쓴 여행기 ‘디어 슬로베니아’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에 교환 교수로 머물며 틈틈이 여행한 슬로베니아를 시인 특유의 감수성 어린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슬로베니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힐링’ 혹은 ‘위로’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 그것이 지닌 가식적인 느낌을 싫어하는 다소 까칠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온 후로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치유받았다. 바쁘게 뛰어다니며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자족과 평화를 길어 올렸다. 태생적 방랑자인 양 수없이 여행을 다니며 노마드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내가, 슬로베니아에서 고향에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수수하고 평화로운 삶의 길을 발견한 것이다.” 김이듬 시인의 이 감상이 가장 정확한 것임을 슬로베니아에 가보면 알게 되시리라.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 나라. 뉴스를 따라가기조차 버거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느린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라가 바로 슬로베니아다.슬로베니아는 발칸반도에 숨은 듯 자리잡고 있다. 면적은 전라도와 비슷하다. 인구는 2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라가 워낙 작다 보니 동서를 횡단해 봐야 고작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맨날 국경지대만 다니게 된다. 여기는 헝가리, 저기는 독일, 저기는 크로아티아와 국경이다. 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해체되면서 독립했는데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주인공 베로니카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조국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쓴 기자에게 슬로베니아를 설명하는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탄식한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라. 아무도. 이는 온당치 못한 국제적 무관심이다”라는 황당한 유서를 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를 찾는 여행자들은 수도 류블랴나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발음하기가 약간 까다로운 이 도시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라고 해봐야 28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날 가이드와 함께 류블랴나 거리를 걷는데 가이드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못 보던 사람들이 많지?”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 오늘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구나.” 그렇다. 류블랴나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인근 도시와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류블랴나로 온 것이다. 그러니까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30년째 살고 있는 그녀는 류블랴나 사람들 대부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류블랴나는 그만큼 작다.류블랴나 가운데 자리한 프레셰렌 광장은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오는 기차들이 정차하는 중앙역과 가깝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붐빈다. 프레셰렌이라는 이름은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인 프레셰렌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낭만주의의 선두주자였으며, 강렬한 문장으로 유명했던 시인이다. 그가 죽은 날인 2월 8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이날 전국적으로 그의 시를 읽는 낭송회와 콘서트, 연극 공연 등이 열린다고 하니 그에 대한 슬로베니아 국민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동상은 아득한 시선으로 어느 지점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시선이 닿는 지점에는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 율리아 프리미츠의 집이 있다. 평생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함께할 수 없었던 그들을 위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라는 의미로 이렇게 동상을 배치했다고 한다.광장 옆으로는 류블랴니차강이 흐른다. 강 양옆으로는 바로크 양식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대부분 레스토랑과 카페, 서점 등이다. 소란스럽지 않아 산책을 하듯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좋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트리플교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건축가 요제 플레치니크가 설계한 것으로 류블랴나 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류블랴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류블랴나 성이다. 9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가 1511년 지진으로 파괴된 후 17세기 초에 재건됐다. 성에 오르면 장난감 도시 같은 류블랴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슬로베니아를 일컫는 또 다른 별명이 있다. ‘유럽의 미니어처’다. 이 작은 나라 안에 유럽의 모든 것이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블레드 호수에서 2시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피란 지역. 또 다른 풍경을 보여 준다. 이탈리아와 면한 휴양도시인데 슬로베니아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가이드는 피란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을 꼽으라면 이곳일 거야.”●물 좋고 산 좋은 ‘유럽의 미니어처’ 유럽에서 유명한 온천지대 중 손꼽히는 곳이 슬로베니아다. 물이 좋기로 유명한 이 나라는 수로의 길이가 3만㎞에 달하고 수돗물은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또한 나라 곳곳에 흩어진 87곳의 샘에서 온천수와 광천수가 솟아난다.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한 온천 지대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다양한 질병에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크로아티아, 독일, 이탈리아 등 주변국부터 멀리 대만에서까지 치유 목적으로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라스코 온천 마을은 EDEN(European Destination of ExcelleNce)이 뽑은 ‘2013 유럽 최고의 여행지’로 뽑히기도 했다. 라스코 지역은 중세 시대 로마인들에게 발견된 이래 선교사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했던 곳으로 1854년 합스부르크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공식적으로 온천 지역으로 명명했다. 알프스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떠올리지만 슬로베니아도 발을 걸치고 있다. 줄리안 알프스라고 부르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북서부 산악지대다. 트리글라브 등 2000m 이상 고봉이 줄줄이 이어진다. 6월까지도 잔설이 남아 있을 정도다. 블레드 호수는 ‘줄리안 알프스의 진주’라고 불리는 곳이다. 둘레 6㎞의 작은 호수이지만 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졌다. 호수가 보여 주는 풍경은 정말이지 그림 같다. 푸른 물비늘을 일으키며 햇살을 반사하는 호수와 그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알프스 산맥은 방금 달력에서 오려낸 듯한 풍경을 보여 준다. 블레드 호수가 유명한 건 블레드 호수에 떠 있는 블레드섬 때문이다. 이 자그마한 섬은 슬로베니아에서 유일한 섬으로 전통 나룻배 ‘플레타나’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블레드 호수엔 플레타나가 23척뿐이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대 때부터 그랬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블레드 호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고 딱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숫자가 200년 넘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뱃사공 일은 가업으로만 전해지고 남자만 할 수 있다고 한다.●첫맛은 화이트·끝맛은 레드 ‘오렌지 와인 ’ 슬로베니아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 와인에 대한 찬란한 수식어를 붙이는데 슬로베니아 와인도 이 리스트에 한자리를 차지한다. 오렌지 와인이다. 많은 이들이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라고 오해하지만 당연히 포도로 만들었다. ‘제4의 와인’으로도 불린다. 몇 년 전 영국 와인저널 ‘디켄터’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머서가 자신의 칼럼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은 오렌지 와인일 것”이란 추측을 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레드 와인 양조 방식을 접목해 만들기 때문에 레드 와인의 풍부함과 화이트 와인의 상쾌함을 모두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첫맛은 화이트, 끝맛은 레드다. ●400세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 기네스북 올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도 슬로베니아에 있다. 드라바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마리보르는 슬로베니아 제2의 도시로, 생산되는 와인 중 90% 정도가 화이트 와인인, 그야말로 화이트 와인의 천국이다. 마리보르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한데, 그 자부심의 한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있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라 온 이 포도나무는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16세기에 지어진 올드 바인 하우스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화내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가이드가 내게 슬로베니아식 치킨을 맛보여 주기 위해 웨이터에게 10분 동안 치킨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는 시종일관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같으면 메뉴판을 던져 놓고 나갔을 텐데 말이다. 김이듬 시인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자유롭고 게으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려 가야겠다.”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에 낙관과 사랑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열렬함과 치열함이 아니라, 한낮의 따스한 햇볕과 한 줌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하는 사실을 말이다.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여행수첩 슬로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다. 뮌헨, 터키 등을 거쳐 가야 한다. 블레드는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등 인근 국가에서 도착하고 출발하는 국제선 전용 기차역이 따로 있다. 자세한 정보는 유레일 홈페이지(www.eurail.com/kr)를 참조하면 된다. 중부 유럽과 발칸반도를 잇는 주요 열차편도 류블랴나를 거쳐 간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비자는 필요 없다. 통용되는 화폐는 유로화.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 슬로베니아 소시지로 크라니스카 크로바사가 있다. 다진 돼지고기에 마늘과 소금, 후추 등을 넣어 양념한다. 식감이 탄탄하고 간이 짭조름하다. 라스코와 유니온은 슬로베니아 맥주의 양대 산맥. 두 맥주 모두 풍미가 강한데 라스코는 쌉싸름한 맛이 강하고, 유니온은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포티차라는 음식도 있다. 호두나 허브, 양귀비씨, 치즈, 꿀을 넣은 것으로 롤케이크와 비슷하다. 결혼식이나 부활절, 성탄절과 같이 중요한 행사나 공휴일에 먹는 전통음식이다.
  • [씨줄날줄] 조희연 ‘프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조희연 ‘프로’!/황수정 논설위원

    신참 기자였을 때 난감했던 일이 선배들의 호칭을 입에 익히는 거였다. ‘~님’을 붙이는 것은 암묵적 금기였다. 까마득한 선배들도 직함으로만 불렀다. 바깥에서 보자면 위아래도 모르는 살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불문율은 수평적 관계에서 기사를 고민하고 평가하려는 기초 작업이었다. 20년도 더 선배인 편집국장을 자연스럽게 평칭하기까지는 꽤 오랜 훈련(?)이 필요했다. 두말 필요 없이 언어는 의식을 담는 그릇이다. 위계 서열을 의식한 존칭은 은연중 행동과 판단을 제약한다. 그런 이유로 생산성이 떨어져서는 크게 손해인 기업체에서는 존칭 생략 문화가 자연발생적으로 자리잡는다. 어느 대기업은 임원과 평사원들이 서로를 “~님”이라 통칭하기로 이미 유명하다. 하룻볕이 무섭다는 군대에서도 계급장 다 떼고 “~님”이라 서로를 부르는 현실. 시절 따라 관계와 호칭에도 고민과 변화가 필요할 수는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겨울방학 중에 난데없이 ‘쌤(선생님) 논쟁’을 빚는다. 앞으로 학교 구성원들 사이 호칭을 ‘~쌤’이나 ‘~프로’ 등으로 통일하기로 하면서다. 교사들끼리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교사나 교장 선생님을 그렇게 부르게 하자는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직급과 직위로 나누는 호칭 문화와 위계적 관계 문화를 혁신하겠다”며 이런 내용을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 방안’이라고 내놓았다. 여론은 대번에 시끌시끌하다. 여과 없이 전하자면 귀를 의심하며 실소들을 터뜨리는 분위기다. “비속어와 외래어를 교육청이 혁신 방안이라고 앞장서 권유하느냐”, “바둑 기사도 아니고, 교사들이 왜 ‘프로’인가” 등 옮기기도 민망한 반응들이 끓는다. 국어사전에 ‘쌤’은 ‘‘쌤통’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포털사이트 오픈사전에도 있다. ‘선생님을 낮춰 부르는 느낌의 단어’라고. 이 블랙코미디 같은 혁신안을 내놓느라고 서울시교육청은 TF팀까지 만든 모양이다. 비판이 거세자 서울시교육청은 “호칭 가이드라인은 사제 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뒷수습에 진땀을 뺀다. 희망 학교들만 시범 실시하게 하겠다지만, 교육청 눈치를 살피지 않을 학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딴 건 몰라도 이 논란만큼은 왈가왈부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더는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전교조에서도 반대 논평을 냈을까. 호칭이란 인간관계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석되고 수용될 문제다. 아이들한테는 비밀에 부치자. 명색이 서울시교육청이 “선생님”을 공문 한 장으로 추방하려 한다는 사실은. 입바른 네티즌이 묻는다. “조희연 프로, 이거 웃자는 거지요?”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이란, 미국인 체포 강수에… 폼페이오 기습 이라크行

    이란, 미국인 체포 강수에… 폼페이오 기습 이라크行

    이란, 前 해군장교 구금…혐의 공개 안 해 美국무부 “시민안전 우선” 실력행사 예고 폼페이오 순방 일정 없던 바그다드 방문 “이란 제재 동참하라” 이라크 정부 압박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후 처음으로 미국인을 체포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란 정부는 혐의를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은 “우리 시민의 안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제재 전면 복원을 계기로 가뜩이나 악화된 양국 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시민권자 마이클 화이트를 마슈하드에서 체포했으며, 당일 이 사실을 테헤란 주재 미국 이익대표부 역할을 대행하는 스위스 대사관에 알렸다”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전했다. 화이트는 46세의 전직 미 해군 장교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反)이란 성향의 온라인 매체 이란와이어는 지난해 10월 “화이트가 마슈하드의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면서 “건강이 위독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일 “여자친구를 만나러 이란에 간 미 해군 전역자 화이트가 알 수 없는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7월부터 복역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과 국교가 없다. 따라서 국제경기, 국제회의 참석 등 예외를 제외하고는 미국 국적자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다. 일반인인 화이트가 어떻게 이란에 입국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화이트를 제외하고 현재 확인된 이란 내 미국인 수감자는 모두 4명이다. 3명은 미국·이란 이중 국적자이고 나머지 1명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미국 국적만 지닌 것으로 알려진 화이트가 체포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국무부는 “미국 시민권자가 구금된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 시민의 안전과 보안보다 우선순위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 NYT는 “화이트 투옥이 미국과 이란 간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당초 예정된 중동 순방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해 대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 등 이라크 정계 고위인사를 두루 만난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맞선 싸움의 중요성을 이라크 측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라크 정부는 경제·국방 부문에서 여전히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총선 이후 반외세·친이란 정파가 정국 주도권을 잡고 있어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은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이라크군을 전폭 지원했으며, 이라크 정부도 이란과 종파적으로 가까운 시아파가 주도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여기는 남미] 40도 웃도는 폭염…남미 동물원은 여름나기 작전중

    [여기는 남미] 40도 웃도는 폭염…남미 동물원은 여름나기 작전중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남미에서 동물원에 비상이 걸렸다. 불볕더위가 자칫 동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어서다. 브라질 리우에선 최근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도 힘들지만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도 더위에 지치긴 마찬가지. 특히 더위에 약한 맹수와 곰이 헉헉거린다. 브라질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리우동물원은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맹수와 곰에게 특식을 제공하고 있다. 바로 '얼음과자'다. 얼음과자라고 하지만 사람이 먹는 것과는 다르다. 곰에게 제공되는 얼음과자는 평소 곰이 즐기는 과일을 넣고 만든 커다란 얼음조각이다. 곰은 과일을 먹기 위해 얼음을 핥아먹으면서 더위를 식힌다. 동물원 관계자는 "과일을 갈아서 얼음과자를 만들 수도 있지만 빨리 녹아버려 버리는 게 많다"며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게 생과일을 넣어 만든 얼음조각"이라고 설명했다. 맹수에게 주는 얼음과자는 특별하다. 평소 즐겨먹는 먹잇감의 피와 고기를 섞어 만든 '육류 얼음과자'가 제공된다. 얼음과자는 일주일에 3번씩 제공되는 일종의 특식이다. 동물원의 코디네이터인 생물학자 로라 눈헤스는 "맹수와 곰들이 얼음과자를 마치 장난감처럼 여긴다"며 "특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여름철 특별작전(?)도 한창이다. 맹수와 곰이 지내는 사육장엔 살수시설이 설치돼 24시간 가동된다. 에어컨도 아낌없이 켜준다. 육식을 즐기지 않는 동물에게도 여름철 간식이 제공된다. 바로 얼린 코코넛이다. 관계자는 "동물들도 무더위에 지쳐 얼린 코코넛을 넣어주면 유난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물을 좋아하는 동물은 샤워(?)를 한다. 코끼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코끼리 사육사는 "더운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이지만 여름이면 코끼리도 더위에 매우 지친다"며 "하루에 최소한 2번 시원한 물로 샤워를 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남미 언론은 "브라질을 포함해 남미 전역에서 동물원마다 여름나기가 한창이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운 베네수엘라의 동물원들은 특별한 여름대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장난감·공구·라돈측정기까지…행복나눔 싹 틔운 ‘공유 수원’

    장난감·공구·라돈측정기까지…행복나눔 싹 틔운 ‘공유 수원’

    공유경제가 경기 수원시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공유경제는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활동이다. 생산설비,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 소비를 의미한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데 차량 공유업체 ‘쏘카’, 주차장 공유업체 등이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다. 시는 공유경제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하는 추세에 발맞춰 공공기관의 자산을 공유하는 판을 깔고 그 위에서 여러 사람이 물건·공간·재능 등 자원을 자유롭게 이용해 사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건 공유로 자원도 절약할 수 있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받는다.●물품·교통 등 4개 분야 30개 공유 사업 시는 지난해 5월부터 시민에게 라돈 측정기를 빌려주는 ‘실내 라돈 측정(알람)기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민 누구나 빌릴 수 있다. 대여 기간은 2일, 대여료는 1000원이다. 최근 일부 침대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자 발 빠르게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라돈 수치를 측정하고 싶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측정기를 20만원이나 주고 구입해야 하는 시민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공유 도시’를 만들어 가는 수원시가 그런 물건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플랫폼을 깔아 주고 있다. 현재 시가 제공하는 공유 서비스는 물품·공간·교통·지식재능 등 4개 분야 30개 사업에 이른다. 물품 공유는 라돈 측정기 공유 서비스 등 10개 사업인데 가정용 공구·장난감 공유 서비스가 특히 인기를 끈다. 가정용 공구 공유는 시내 곳곳에 있는 ‘공구도서관’에서 전동드릴, 절단기, 망치, 나무톱 등을 저렴한 비용(500~2000원)으로 빌리는 것이다. 지동 창룡마을창작센터 ‘금도끼 은도끼’ 공구도서관을 비롯해 권선1, 금곡, 매탄2·3, 서둔, 세류1·2, 인계, 정자2동 행정복지센터와 파장동문화센터 등 11곳에 필요한 공구를 거의 다 갖춰 놓았다. 장난감도서관은 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회비 1만원을 내면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만 5세 이하(장애아는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시민은 누구나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 조원점, 권선점, 호매실점, 정자점 등 9곳이 있다. ●회의실·텃밭·북카페 등 공간 나눔 서비스도 회의실, 강당, 북카페, 시민농장·텃밭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공유 서비스’도 있다. 시는 시청·구청·주민센터·도서관 등 95곳 190실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교양도서, 잡지 등을 볼 수 있는 북카페는 권선·팔달·영통구청에서 운영한다. 당수·천천동 시민 농장과 물향기·두레뜰·서호꽃뫼·청소년문화공원 텃밭은 소정의 임대료를 내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대여소 없는 공유자전거… 지자체들 벤치마킹 물품 공유 서비스는 공유자전거를 비롯, 재활의료장비·맑음우산·사무기기·도서 대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유자전거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다. 별도 스테이션(대여소) 없이 잠금 및 주차가 가능해 기존에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서비스와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수원시민 120만명 중 22만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2017년 12월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과 공유자전거 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무인자전거’를 도입했다. 최근 공유자전거 사업자인 모바이크는 한국 진출 1주년을 맞아 온·오프라인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34%가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네 번(11.1%), 일주일에 세 번(15.1%) 순으로 많았다. 일주일에 5회 이상 이용한다고 답한 응답자(1930명) 가운데 하루 2회 이상 이용하는 비중도 72.9%나 됐다. 이용 목적을 보면 출퇴근이 32%, 등하교가 25.9%였다. 공유자전거가 일상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나눌수록 행복한 주차공유사업’은 2018년 시 ‘베스트 시책 7’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화성시와 상생·협력의 길을 걷다-황구지천 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사업’, ‘실내온도 3℃ 낮추는 그린커튼’이 2, 3위로 선정됐다.시는 중앙침례교회, 수원제일교회, 수원영락교회, 숲과샘이있는평안교회, 영화교회와 ‘주차장 나눔 협약’을 체결하고 주차장 공유사업을 전개했다. 시 관계자는 “5개 교회는 예배 등 교회 방문자가 많은 시간을 제외하고 주차장을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모두 290면으로 주차난 해소에 큰 몫을 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참여한 교회에 대해 주차장 노면 포장·도색, 폐쇄회로(CC)TV·보안등 설치 등 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했다. 장안구 이목동 화장실문화전시관 해우재 옆에 있는 윌테크놀러지㈜와 협약을 맺고 해우재 방문객들이 주말과 공휴일에 윌테크놀러지의 주차장 70면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KT&G,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토지 무상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화서동 KT&G 수원공장 부지(대유평지구) 일부 토지와 세류초등학교 옆 LH 소유 토지를 주차장으로 조성했다. 시는 주차공유사업으로 공유주차장 7곳(530면)을 확보했다. 주택가 주차난 해소에 기여하면서 공유경제의 모범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승용차를 나눠 쓰는 ‘교통 공유’는 자동차를 30분 단위로 필요한 만큼 이용하고 정해진 주차장(73곳)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식재능 공유’인 사진 공유(http://photo.suwon.go.kr), 무료법률상담, 공공와이파이, 무료법률상담, 자전거 이동 수리센터 등도 시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市, 조례 만들어 활성화… 찾아가는 교육도 시는 ‘공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2016년 공유경제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찾아가는 공유경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조례에는 ‘공유경제 정보관리시스템 구축·운영’, ‘공유경제지원센터 설립’, ‘공유단체·공유기업 지정’ 등 다양한 정책안이 담겼다. 공유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공유경제 플랫폼 ‘공유 수원’도 운영하고 있다. 시의 물품·공간·교통·지식재능 공유 서비스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시 홈페이지(www.suwon.go.kr) 상단 ‘재정·경제’에서 ‘공유 수원’ 게시판을 클릭해 이용할 수 있다. 공유 수원 홈페이지에는 공유 단체·기업을 소개하는 ‘공유 공간’, 시민들이 공유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유 커뮤니티’ 게시판도 마련됐다. 염태영 시장은 “공공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주체들에게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 경제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유무형의 자원을 여러 사람이 나눠 사용하면 사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능숙한 꼬드김에 영상통화로 이어져“녹화됐다… 입금 안하면 유포” 겁박 중학생은 코묻은 돈까지 탈탈 털어내 ‘영상통화 스폰서’라며 여성 노리기도 “돈 없으면 몸으로 갚아” 성관계 압박 다정하고 달콤한 말을 건네던 그는 순식간에 ‘악마’로 돌변했다. 피해자들이 영상 유출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이면 더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끊임없이 돈을 갈취했고, 일부 여성에게 노예 부리듯 성폭행까지 일삼았다. 서울신문은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여명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피해자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범행 현장을 재연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범인에게 속았고, 어떤 협박을 당했는지 가감없이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취지다.●채팅 4시간 만에 80만원 뜯긴 24세 남성 군대를 갓 제대한 전승우(24·가명)씨가 카카오톡 아이디 ‘미향’과 처음 대화를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4일 오후 9시 18분이다. 채팅 앱에서 알게 된 미향이 영상통화를 하자며 카톡 아이디를 건넸고, 전씨가 따로 말을 걸었다. 프로필 사진 속 미향은 한눈에 봐도 대단한 미인이었다. “그런데 이걸로 영통(영상통화) 어떻게 해요? ㅋㅋ”(전씨) “페이스톡 ㅋㅋㅋ 몰라?”(미향) “알아 ㅋㅋ 바로 건다.”(전씨) 9초, 8초, 10초. 전씨가 세 차례나 짧은 페이스톡을 걸었지만, 미향은 번번이 화면이 안 보인다고 했다. 미향은 “‘시크릿톡’ 있어? 이걸 깔면 보일 거야”라며 ‘Secre Talk.rar’란 압축파일을 건넸다. 용량 474.84kb의 작은 파일이었다. “깔았는데 아무것도 안 뜨는데? 서버 점검 중이래.”(전씨) “정말 점검 중이네…. 오늘 점검하나 봐.”(미향) 하지만 전씨가 파일을 내려받은 순간 휴대전화는 이미 해킹당했고, 문자메시지 내용과 지인 연락처가 모두 미향에게 넘어갔다. 미향이 건넨 파일은 휴대전화 정보를 탈취하는 악성 앱이었다. 미향은 “다시 한번 해볼까?”라며 먼저 영상통화를 제안했다. 9초간 페이스톡을 진행한 뒤 “보인다 ㅎㅎ”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민낯이라며 수줍어하는 척도 했다. 이어 서로 벗은 모습을 보여주자며 능숙하게 리드를 했다. 전씨의 상반신에 문신이 있는 걸 보자 “난 타투 있는 남자 좋아”라며 애교를 부렸다. 두 사람의 페이스톡은 오후 10시 10분까지 약 1시간가량 총 12차례 진행됐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3분 22초간 이뤄졌다. 미향은 교묘하게 중간 중간 다양한 지시를 내렸다. 휴대전화를 고정해 전씨 얼굴과 은밀한 부위를 모두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부탁했다. 그래야 자신도 흥분된다고 했다. “님 자위하는 동영상 녹화 끝났고요. 휴대전화 모든 지인 번호 해킹됐습니다. 80만원 보내고 깔끔하게 삭제하겠습니까. 아니면 동영상 유포 진행할까요. 바로 답장 안 하면 당장 유포합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못 잡고 창피만 당하고 소문만 퍼질 겁니다. 생각 잘하세요.” 미향은 문자를 통해 본색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상황에 한동안 답을 못하던 전씨는 “합의하고 싶네요”라고 입력했다. 미향은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알려준 뒤 당장 전화하라고 했다. “10초 내로 전화 안 하면 유포합니다. 10, 9, 8….” 카운트다운을 하듯 몰아붙였다. 급해진 전씨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고 하자 1분 단위로 “빨리 구하라”고 재촉했다. 전씨는 미친듯이 전화를 돌려 지인들로부터 20만원을 빌렸다. 미향은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찍어준 뒤 당장 송금하고, 영수증을 사진으로 보내라고 했다. 제한 시간은 오후 11시. 딱 10분의 시간을 줬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미향의 재촉에 전씨는 넋이 완전히 나갔다. 급히 편의점 자동화기기(ATM)로 달려갔지만, 송금 방법을 몰라 허둥댈 정도였다. 미향은 “송금하는 방법도 몰라? 개OO. 유포해줄까”라며 더욱 거세게 나왔다. 20만원을 송금하자 나머지도 입금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60만원 빨리 구하세요. 30분…” “죄송합니다. 100통 넘게 전화했는데 다 (돈이) 없다고 합니다.” 전씨는 급기야 어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구했다. 미향은 또 다른 계좌번호를 줬다. 오전 1시 24분. 결국 전씨는 총 80만원을 보냈다. 미향과 카톡을 시작한 지 4시간 6분 만이었다.●‘노예’가 되어버린 15살 중학생 “그래서 얼마 있냐고. 대답 안 해?” “제발요. 지금 현금은 없어요. 체크카드에 1만 2000원 있어요.” 지난해 2월 몸캠피싱에 걸린 중학생 윤성진(15·가명)군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손이 닳도록 범인에게 빌었다. ‘김다은’이란 가명을 쓴 범인은 자신을 25살이라고 소개했고, 윤군은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다. 어느 정도 친해지자 김다은은 “영섹(영상을 통한 성관계) 할래?”라며 꼬드겼다. ‘심야톡.zip’란 파일을 보내 깔게 한 뒤 윤군 휴대전화를 해킹했다. “합의라는 건 빈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지금 당장 편의점 가서 만원짜리 문상(문화상품권) 사.” 문화상품권은 구하기 쉬운 데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몸캠피싱범이 자주 이용하는 거래 수단이다. 그렇게 범인들은 ‘코 묻은 돈’까지 탈탈 털었다. 김다은은 이후에도 윤군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돈 없으니까 몸으로 때워”라며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윤군에게 20대 여성으로 가장해 남성들이 많이 찾는 채팅 사이트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 닉네임은 ‘외로워’나 ‘놀아줘’를 쓰라고 했다. 또 ‘야하게 놀아요. 화끈한 밤 같이 보내요’ 등의 메시지를 건넨 뒤 남성들이 접근하면 김다은의 라인 아이디‘ekdms0322’를 알려주라고 했다. 윤군을 일종의 ‘노예’로 부리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낚으려 한 것이다. “일단 오늘은 (채팅) 앱 많이 깔고 내일부터 시작해. 앱 하나하나 들어가서 사람 끌어.”(김다은) “예 무조건 다 할게요. 살려주세요.”(윤군) “기억해. 잠수하는 순간 유포한다 영상. 내가 말 걸면 바로 답하고. 알았어?”(김다은) “절대 잠수 안 해요. 제발요.”(윤군) 윤군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돕지 않으면 학교는 물론 인생이 끝장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 윤군은 매일 4시간 동안(오후 8~12시) 온라인 호객 행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김다은은 윤군을 ‘노예’로 부리면서도 돈을 뜯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 내에 10만원 모으고. 알았지. 말 잘 들으면 유포 안 할게.” “최대한 구할게요. 용돈 당겨서 바로 받을게요. 10만 모으면 지워주시나요.” ●재력 과시한 남성에게 짓밟힌 21세 여성 “언제든지 그만둬도 돼요. 영통은 서로 부담 없고 사생활도 지킬 수 있잖아요.” 양아정(21·여·가명)씨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 메신저로 ‘paris’란 가명의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paris는 자신과 정기적으로 영상통화를 하면 1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은 강남에 사는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양씨가 “○○○에 산다”고 하자 그쪽에도 자기 가게가 있다고 했다. 양씨에게 계좌번호를 찍어달라고 해 당장 송금할 것처럼 연기했다. 양씨는 주저했다. “왜 저 같은 애랑 스폰을…. 예쁘고 몸매 좋은 애들 많은데.” “(영상통화 시) 성적인 거 위주로 시키겠네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영통하는 거 캡처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paris는 갖은 말로 양씨를 안심시켰다. “저는 얼굴, 몸매 안 보고 지금 할 분을 구하는 거라….” “유출 걱정하시는데 저도 다 보여드려요. 그냥 서로 즐기는 거에요.” 계속된 설득에 양씨가 경계심을 풀자 paris는 화질이 안 좋다며 카톡에서 대화하자고 했다. 대화 장소가 바뀌자 한층 적극적으로 나왔다. 양씨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난감해하자 얼굴을 보인 채 나체 사진을 찍도록 유도했다. “죄송합니다. 안 할래요. 아직 돈 보내신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돈이 너무 절실해 잠깐 잘못 생각했어요.” 양씨는 점점 심해지는 paris의 요구에 그만하자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paris는 “녹화 다 했으니 쇼부(협상) 치자”며 속내를 드러냈다. “지인이 보면 무슨 생각할까”라고 협박했다. “아정씨한텐 선택권이 없는 거 같은데. 1. 노예 2. 섹파(성관계 파트너) 3. 영통 셋 중 하나 고르세요. 빨리 말해요. 시간 없음.” 올가미는 단단했다. 벗어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그가 제시한 것 중 2번을 선택했다. 1번을 고르면 무슨 짓을 시킬지 두려웠고, 3번은 또 녹화를 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paris는 협박 수위를 높였다. 집단 성관계를 하고 한 번에 끝내자고 했다. 양씨가 단호히 거절하자 자신과 10차례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요구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사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paris는 양씨를 직접 만나는 게 불가능했다. 직업이 없이 친구집에 얹혀산다고 한 양씨에게 돈을 뜯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paris는 ‘아는 동생’을 양씨에게 보낼 테니 그와 성관계를 한 번 맺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아는 동생’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다른 조직원으로 추정된다. “오빠를 만나야 영상을 지울 수 있지 동생을 만나는 건 아무런 의미 없잖아요.” 양씨는 버티다 못해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왜 그러세요…. 만날게요. 날짜는 내일 연락드릴게요. (같이 사는) 친구가 (지금 집에) 와서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능숙한 꼬드김에 영상통화로 이어져 “녹화됐다… 입금 안하면 유포” 겁박 중학생은 코묻은 돈까지 탈탈 털어내 ‘영상통화 스폰서’라며 여성 노리기도 “돈 없으면 몸으로 갚아” 성관계 압박 다정하고 달콤한 말을 건네던 그는 순식간에 ‘악마’로 돌변했다. 피해자들이 영상 유출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이면 더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끊임없이 돈을 갈취했고, 일부 여성에게 노예 부리듯 성폭행까지 일삼았다. 서울신문은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여명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피해자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범행 현장을 재연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범인에게 속았고, 어떤 협박을 당했는지 가감없이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취지다.●채팅 4시간 만에 80만원 뜯긴 24세 남성 군대를 갓 제대한 전승우(24·가명)씨가 카카오톡 아이디 ‘미향’과 처음 대화를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4일 오후 9시 18분이다. 채팅 앱에서 알게 된 미향이 영상통화를 하자며 카톡 아이디를 건넸고, 전씨가 따로 말을 걸었다. 프로필 사진 속 미향은 한눈에 봐도 대단한 미인이었다. “그런데 이걸로 영통(영상통화) 어떻게 해요? ㅋㅋ”(전씨) “페이스톡 ㅋㅋㅋ 몰라?”(미향) “알아 ㅋㅋ 바로 건다.”(전씨) 9초, 8초, 10초. 전씨가 세 차례나 짧은 페이스톡을 걸었지만, 미향은 번번이 화면이 안 보인다고 했다. 미향은 “‘시크릿톡’ 있어? 이걸 깔면 보일 거야”라며 ‘Secre Talk.rar’란 압축파일을 건넸다. 용량 474.84kb의 작은 파일이었다. “깔았는데 아무것도 안 뜨는데? 서버 점검 중이래.”(전씨) “정말 점검 중이네…. 오늘 점검하나 봐.”(미향) 하지만 전씨가 파일을 내려받은 순간 휴대전화는 이미 해킹당했고, 문자메시지 내용과 지인 연락처가 모두 미향에게 넘어갔다. 미향이 건넨 파일은 휴대전화 정보를 탈취하는 악성 앱이었다. 미향은 “다시 한번 해볼까?”라며 먼저 영상통화를 제안했다. 9초간 페이스톡을 진행한 뒤 “보인다 ㅎㅎ”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민낯이라며 수줍어하는 척도 했다. 이어 서로 벗은 모습을 보여주자며 능숙하게 리드를 했다. 전씨의 상반신에 문신이 있는 걸 보자 “난 타투 있는 남자 좋아”라며 애교를 부렸다. 두 사람의 페이스톡은 오후 10시 10분까지 약 1시간가량 총 12차례 진행됐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3분 22초간 이뤄졌다. 미향은 교묘하게 중간 중간 다양한 지시를 내렸다. 휴대전화를 고정해 전씨 얼굴과 은밀한 부위를 모두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부탁했다. 그래야 자신도 흥분된다고 했다. “님 자위하는 동영상 녹화 끝났고요. 휴대전화 모든 지인 번호 해킹됐습니다. 80만원 보내고 깔끔하게 삭제하겠습니까. 아니면 동영상 유포 진행할까요. 바로 답장 안 하면 당장 유포합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못 잡고 창피만 당하고 소문만 퍼질 겁니다. 생각 잘하세요.” 미향은 문자를 통해 본색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상황에 한동안 답을 못하던 전씨는 “합의하고 싶네요”라고 입력했다. 미향은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알려준 뒤 당장 전화하라고 했다. “10초 내로 전화 안 하면 유포합니다. 10, 9, 8….” 카운트다운을 하듯 몰아붙였다. 급해진 전씨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고 하자 1분 단위로 “빨리 구하라”고 재촉했다. 전씨는 미친듯이 전화를 돌려 지인들로부터 20만원을 빌렸다. 미향은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찍어준 뒤 당장 송금하고, 영수증을 사진으로 보내라고 했다. 제한 시간은 오후 11시. 딱 10분의 시간을 줬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미향의 재촉에 전씨는 넋이 완전히 나갔다. 급히 편의점 자동화기기(ATM)로 달려갔지만, 송금 방법을 몰라 허둥댈 정도였다. 미향은 “송금하는 방법도 몰라? 개OO. 유포해줄까”라며 더욱 거세게 나왔다. 20만원을 송금하자 나머지도 입금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60만원 빨리 구하세요. 30분…” “죄송합니다. 100통 넘게 전화했는데 다 (돈이) 없다고 합니다.” 전씨는 급기야 어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구했다. 미향은 또 다른 계좌번호를 줬다. 오전 1시 24분. 결국 전씨는 총 80만원을 보냈다. 미향과 카톡을 시작한 지 4시간 6분 만이었다.●‘노예’가 되어버린 15살 중학생 “그래서 얼마 있냐고. 대답 안 해?” “제발요. 지금 현금은 없어요. 체크카드에 1만 2000원 있어요.” 지난해 2월 몸캠피싱에 걸린 중학생 윤성진(15·가명)군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손이 닳도록 범인에게 빌었다. ‘김다은’이란 가명을 쓴 범인은 자신을 25살이라고 소개했고, 윤군은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다. 어느 정도 친해지자 김다은은 “영섹(영상을 통한 성관계) 할래?”라며 꼬드겼다. ‘심야톡.zip’란 파일을 보내 깔게 한 뒤 윤군 휴대전화를 해킹했다. “합의라는 건 빈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지금 당장 편의점 가서 만원짜리 문상(문화상품권) 사.” 문화상품권은 구하기 쉬운 데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몸캠피싱범이 자주 이용하는 거래 수단이다. 그렇게 범인들은 ‘코 묻은 돈’까지 탈탈 털었다. 김다은은 이후에도 윤군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돈 없으니까 몸으로 때워”라며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윤군에게 20대 여성으로 가장해 남성들이 많이 찾는 채팅 사이트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 닉네임은 ‘외로워’나 ‘놀아줘’를 쓰라고 했다. 또 ‘야하게 놀아요. 화끈한 밤 같이 보내요’ 등의 메시지를 건넨 뒤 남성들이 접근하면 김다은의 라인 아이디‘ekdms0322’를 알려주라고 했다. 윤군을 일종의 ‘노예’로 부리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낚으려 한 것이다. “일단 오늘은 (채팅) 앱 많이 깔고 내일부터 시작해. 앱 하나하나 들어가서 사람 끌어.”(김다은) “예 무조건 다 할게요. 살려주세요.”(윤군) “기억해. 잠수하는 순간 유포한다 영상. 내가 말 걸면 바로 답하고. 알았어?”(김다은) “절대 잠수 안 해요. 제발요.”(윤군) 윤군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돕지 않으면 학교는 물론 인생이 끝장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 윤군은 매일 4시간 동안(오후 8~12시) 온라인 호객 행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김다은은 윤군을 ‘노예’로 부리면서도 돈을 뜯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 내에 10만원 모으고. 알았지. 말 잘 들으면 유포 안 할게.” “최대한 구할게요. 용돈 당겨서 바로 받을게요. 10만 모으면 지워주시나요.” ●재력 과시한 남성에게 짓밟힌 21세 여성 “언제든지 그만둬도 돼요. 영통은 서로 부담 없고 사생활도 지킬 수 있잖아요.” 양아정(21·여·가명)씨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 메신저로 ‘paris’란 가명의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paris는 자신과 정기적으로 영상통화를 하면 1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은 강남에 사는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양씨가 “○○○에 산다”고 하자 그쪽에도 자기 가게가 있다고 했다. 양씨에게 계좌번호를 찍어달라고 해 당장 송금할 것처럼 연기했다. 양씨는 주저했다. “왜 저 같은 애랑 스폰을…. 예쁘고 몸매 좋은 애들 많은데.” “(영상통화 시) 성적인 거 위주로 시키겠네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영통하는 거 캡처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paris는 갖은 말로 양씨를 안심시켰다. “저는 얼굴, 몸매 안 보고 지금 할 분을 구하는 거라….” “유출 걱정하시는데 저도 다 보여드려요. 그냥 서로 즐기는 거에요.” 계속된 설득에 양씨가 경계심을 풀자 paris는 화질이 안 좋다며 카톡에서 대화하자고 했다. 대화 장소가 바뀌자 한층 적극적으로 나왔다. 양씨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난감해하자 얼굴을 보인 채 나체 사진을 찍도록 유도했다. “죄송합니다. 안 할래요. 아직 돈 보내신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돈이 너무 절실해 잠깐 잘못 생각했어요.” 양씨는 점점 심해지는 paris의 요구에 그만하자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paris는 “녹화 다 했으니 쇼부(협상) 치자”며 속내를 드러냈다. “지인이 보면 무슨 생각할까”라고 협박했다. “아정씨한텐 선택권이 없는 거 같은데. 1. 노예 2. 섹파(성관계 파트너) 3. 영통 셋 중 하나 고르세요. 빨리 말해요. 시간 없음.” 올가미는 단단했다. 벗어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그가 제시한 것 중 2번을 선택했다. 1번을 고르면 무슨 짓을 시킬지 두려웠고, 3번은 또 녹화를 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paris는 협박 수위를 높였다. 집단 성관계를 하고 한 번에 끝내자고 했다. 양씨가 단호히 거절하자 자신과 10차례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요구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사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paris는 양씨를 직접 만나는 게 불가능했다. 직업이 없이 친구집에 얹혀산다고 한 양씨에게 돈을 뜯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paris는 ‘아는 동생’을 양씨에게 보낼 테니 그와 성관계를 한 번 맺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아는 동생’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다른 조직원으로 추정된다. “오빠를 만나야 영상을 지울 수 있지 동생을 만나는 건 아무런 의미 없잖아요.” 양씨는 버티다 못해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왜 그러세요…. 만날게요. 날짜는 내일 연락드릴게요. (같이 사는) 친구가 (지금 집에) 와서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나는 너의 야동이 아니다] 미녀와의 짜릿한 채팅… 눈치 챘을 땐 나는 이미 노예였다

    능숙한 꼬드김에 영상통화로 이어져 “녹화됐다… 입금 안하면 유포” 겁박 중학생은 코묻은 돈까지 탈탈 털어내 ‘영상통화 스폰서’라며 여성 노리기도 “돈 없으면 몸으로 갚아” 성관계 압박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는 여성이다. 그래서 남성은 피해자의 고통을 모른다. 아무리 근절을 외쳐도 절반뿐인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피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디지털 성폭력이 있다. ‘몸캠피싱’이다. 서울신문이 만난 몸캠피싱 피해자들은 “죽는 게 낫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 2014년엔 몸캠피싱을 당한 남자 대학생이 투신 자살했다. 피해 남성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피해자의 입장이 된 남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몰카나 국산 야동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 남성들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다정하고 달콤한 말을 건내던 그는 순식간에 ‘악마’로 돌변했다. 피해자들이 영상 유출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이면 더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끊임없이 돈을 갈취했고, 일부 여성에게 노예 부리듯 성폭행까지 일삼았다. 서울신문은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여명 서울시의원에게 제출한 피해자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범행 현장을 재연했다. 피해자들이 어떻게 범인에게 속았고, 어떤 협박을 당했는지 가감없이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취지다.●채팅 4시간 만에 80만원 뜯긴 24세 남성 군대를 갓 제대한 전승우(24·가명)씨가 카카오톡 아이디 ‘미향’과 처음 대화를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4일 오후 9시 18분이다. 채팅 앱에서 알게 된 미향이 영상통화를 하자며 카톡 아이디를 건넸고, 전씨가 따로 말을 걸었다. 프로필 사진 속 미향은 한눈에 봐도 대단한 미인이었다. “그런데 이걸로 영통(영상통화) 어떻게 해요? ㅋㅋ”(전씨) “페이스톡 ㅋㅋㅋ 몰라?”(미향) “알아 ㅋㅋ 바로 건다.”(전씨) 9초, 8초, 10초. 전씨가 세 차례나 짧은 페이스톡을 걸었지만, 미향은 번번이 화면이 안 보인다고 했다. 미향은 “‘시크릿톡’ 있어? 이걸 깔면 보일 거야”라며 ‘Secre Talk.rar’란 압축파일을 건넸다. 용량 474.84kb의 작은 파일이었다. “깔았는데 아무것도 안 뜨는데? 서버 점검 중이래.”(전씨) “정말 점검 중이네…. 오늘 점검하나 봐.”(미향) 하지만 전씨가 파일을 내려받은 순간 휴대전화는 이미 해킹당했고, 문자메시지 내용과 지인 연락처가 모두 미향에게 넘어갔다. 미향이 건넨 파일은 휴대전화 정보를 탈취하는 악성 앱이었다. 미향은 “다시 한번 해볼까?”라며 먼저 영상통화를 제안했다. 9초간 페이스톡을 진행한 뒤 “보인다 ㅎㅎ”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민낯이라며 수줍어하는 척도 했다. 이어 서로 벗은 모습을 보여주자며 능숙하게 리드를 했다. 전씨의 상반신에 문신이 있는 걸 보자 “난 타투 있는 남자 좋아”라며 애교를 부렸다. 두 사람의 페이스톡은 오후 10시 10분까지 약 1시간가량 총 12차례 진행됐다. 짧게는 10초, 길게는 3분 22초간 이뤄졌다. 미향은 교묘하게 중간 중간 다양한 지시를 내렸다. 휴대전화를 고정해 전씨 얼굴과 은밀한 부위를 모두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부탁했다. 그래야 자신도 흥분된다고 했다. “님 자위하는 동영상 녹화 끝났고요. 휴대전화 모든 지인 번호 해킹됐습니다. 80만원 보내고 깔끔하게 삭제하겠습니까. 아니면 동영상 유포 진행할까요. 바로 답장 안 하면 당장 유포합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못 잡고 창피만 당하고 소문만 퍼질 겁니다. 생각 잘하세요.” 미향은 문자를 통해 본색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상황에 한동안 답을 못하던 전씨는 “합의하고 싶네요”라고 입력했다. 미향은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알려준 뒤 당장 전화하라고 했다. “10초 내로 전화 안 하면 유포합니다. 10, 9, 8….” 카운트다운을 하듯 몰아붙였다. 급해진 전씨가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고 하자 1분 단위로 “빨리 구하라”고 재촉했다. 전씨는 미친듯이 전화를 돌려 지인들로부터 20만원을 빌렸다. 미향은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찍어준 뒤 당장 송금하고, 영수증을 사진으로 보내라고 했다. 제한 시간은 오후 11시. 딱 10분의 시간을 줬다. 사정없이 몰아치는 미향의 재촉에 전씨는 넋이 완전히 나갔다. 급히 편의점 자동화기기(ATM)로 달려갔지만, 송금 방법을 몰라 허둥댈 정도였다. 미향은 “송금하는 방법도 몰라? 개OO. 유포해줄까”라며 더욱 거세게 나왔다. 20만원을 송금하자 나머지도 입금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60만원 빨리 구하세요. 30분…” “죄송합니다. 100통 넘게 전화했는데 다 (돈이) 없다고 합니다.” 전씨는 급기야 어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돈을 구했다. 미향은 또 다른 계좌번호를 줬다. 오전 1시 24분. 결국 전씨는 총 80만원을 보냈다. 미향과 카톡을 시작한 지 4시간 6분 만이었다. ●‘노예’가 되어버린 15살 중학생 “그래서 얼마 있냐고. 대답 안 해?” “제발요. 지금 현금은 없어요. 체크카드에 1만 2000원 있어요.” 지난해 2월 몸캠피싱에 걸린 중학생 윤성진(15·가명)군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서 손이 닳도록 범인에게 빌었다. ‘김다은’이란 가명을 쓴 범인은 자신을 25살이라고 소개했고, 윤군은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다. 어느 정도 친해지자 김다은은 “영섹(영상을 통한 성관계) 할래?”라며 꼬드겼다. ‘심야톡.zip’란 파일을 보내 깔게 한 뒤 윤군 휴대전화를 해킹했다. “합의라는 건 빈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지금 당장 편의점 가서 만원짜리 문상(문화상품권) 사.” 문화상품권은 구하기 쉬운 데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몸캠피싱범이 자주 이용하는 거래 수단이다. 그렇게 범인들은 ‘코 묻은 돈’까지 탈탈 털었다. 김다은은 이후에도 윤군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돈 없으니까 몸으로 때워”라며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윤군에게 20대 여성으로 가장해 남성들이 많이 찾는 채팅 사이트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 닉네임은 ‘외로워’나 ‘놀아줘’를 쓰라고 했다. 또 ‘야하게 놀아요. 화끈한 밤 같이 보내요’ 등의 메시지를 건넨 뒤 남성들이 접근하면 김다은의 라인 아이디‘ekdms0322’를 알려주라고 했다. 윤군을 일종의 ‘노예’로 부리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낚으려 한 것이다. “일단 오늘은 (채팅) 앱 많이 깔고 내일부터 시작해. 앱 하나하나 들어가서 사람 끌어.”(김다은) “예 무조건 다 할게요. 살려주세요.”(윤군) “기억해. 잠수하는 순간 유포한다 영상. 내가 말 걸면 바로 답하고. 알았어?”(김다은) “절대 잠수 안 해요. 제발요.”(윤군) 윤군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돕지 않으면 학교는 물론 인생이 끝장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 윤군은 매일 4시간 동안(오후 8~12시) 온라인 호객 행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김다은은 윤군을 ‘노예’로 부리면서도 돈을 뜯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일주일 내에 10만원 모으고. 알았지. 말 잘 들으면 유포 안 할게.” “최대한 구할게요. 용돈 당겨서 바로 받을게요. 10만 모으면 지워주시나요.” ●재력 과시한 남성에게 짓밟힌 21세 여성 “언제든지 그만둬도 돼요. 영통은 서로 부담 없고 사생활도 지킬 수 있잖아요.” 양아정(21·여·가명)씨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 메신저로 ‘paris’란 가명의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paris는 자신과 정기적으로 영상통화를 하면 1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은 강남에 사는 사업가라고 소개했다. 양씨가 “○○○에 산다”고 하자 그쪽에도 자기 가게가 있다고 했다. 양씨에게 계좌번호를 찍어달라고 해 당장 송금할 것처럼 연기했다. 양씨는 주저했다. “왜 저 같은 애랑 스폰을…. 예쁘고 몸매 좋은 애들 많은데.” “(영상통화 시) 성적인 거 위주로 시키겠네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영통하는 거 캡처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paris는 갖은 말로 양씨를 안심시켰다. “저는 얼굴, 몸매 안 보고 지금 할 분을 구하는 거라….” “유출 걱정하시는데 저도 다 보여드려요. 그냥 서로 즐기는 거에요.” 계속된 설득에 양씨가 경계심을 풀자 paris는 화질이 안 좋다며 카톡에서 대화하자고 했다. 대화 장소가 바뀌자 한층 적극적으로 나왔다. 양씨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난감해하자 얼굴을 보인 채 나체 사진을 찍도록 유도했다. “죄송합니다. 안 할래요. 아직 돈 보내신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돈이 너무 절실해 잠깐 잘못 생각했어요.” 양씨는 점점 심해지는 paris의 요구에 그만하자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paris는 “녹화 다 했으니 쇼부(협상) 치자”며 속내를 드러냈다. “지인이 보면 무슨 생각할까”라고 협박했다. “아정씨한텐 선택권이 없는 거 같은데. 1. 노예 2. 섹파(성관계 파트너) 3. 영통 셋 중 하나 고르세요. 빨리 말해요. 시간 없음.” 올가미는 단단했다. 벗어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그가 제시한 것 중 2번을 선택했다. 1번을 고르면 무슨 짓을 시킬지 두려웠고, 3번은 또 녹화를 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paris는 협박 수위를 높였다. 집단 성관계를 하고 한 번에 끝내자고 했다. 양씨가 단호히 거절하자 자신과 10차례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요구에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사실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paris는 양씨를 직접 만나는 게 불가능했다. 직업이 없이 친구집에 얹혀산다고 한 양씨에게 돈을 뜯기도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paris는 ‘아는 동생’을 양씨에게 보낼 테니 그와 성관계를 한 번 맺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아는 동생’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다른 조직원으로 추정된다. “오빠를 만나야 영상을 지울 수 있지 동생을 만나는 건 아무런 의미 없잖아요.” 양씨는 버티다 못해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 진짜 왜 그러세요…. 만날게요. 날짜는 내일 연락드릴게요. (같이 사는) 친구가 (지금 집에) 와서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학대 의심 아동 100명 혼자 떠맡아… 한 달에 한 번 만나기 벅차

    학대 의심 아동 100명 혼자 떠맡아… 한 달에 한 번 만나기 벅차

    전국 62개 기관 年 2만 2000건 처리해야 “한 번 이동만 2시간” 상담원 업무 과중 가해 부모 위협·폭행에도 무방비 노출 사건 발생하면 “왜 못 막았나” 비난만한 번 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재차 폭행·방치당하는 ‘아동 재학대 사건’이 잊을 만하면 또 터지고 있다. “막을 수 있는 사건을 방기했다”는 비난이 관계 기관에 쏟아지는데 사정을 들여다보면 사회복지사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복지사 1명이 많게는 100곳이 넘는 학대 우려 가정을 살펴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1일 경기 의정부에서 친엄마인 이모(34)씨의 폭행·학대 탓에 숨진 A(3)양은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찰 대상이었다. 아이가 숨지기 전날 학대 정황을 발견한 복지사가 집을 찾아가려 했지만 이씨의 거부 탓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 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관리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현장 복지사들도 할 말은 있다. 과도한 업무량 탓에 아이 한 명 한 명 신경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학대 우려 가정을 관리하는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2곳인데 지난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2만 2000여건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기관 1곳당 354.8건씩 맡아야 하는 셈이다. 안혜은 전남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매년 새 사건을 500건 정도 접수한다”면서 “해마다 업무가 누적돼 아동학대 사례에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담원 1명당 40~100개 가정을 돌봐야 한다. 지역으로 가면 사정이 더 열악하다. 아동학대 예방 기관수는 적은데 지역 면적은 넓으니 관리가 어렵다. 김성민 경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관할 내 가장 멀리 사는 아동을 만나려면 차로 2시간이나 가야 한다”면서 “한 달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 아동이 생길 수밖에 없어 야근이나 초과 근무하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주된 가해자인 부모 중 다수는 기관의 개입에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강제 개입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사례별로 아동학대의 위험도를 판단해 차등 개입하는데 부모의 거부나 위협 탓에 승강이를 벌이다가 시간만 흘려보내는 일이 많다. 또 복지사들은 부모에게 구타당하는 등 폭행에도 수시로 노출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사례관리 강제 규정이 없어서 기관에 오지 않거나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털어놨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 교수는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복지사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해 업무가 가중된다”면서 “인력을 충원하고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사회·국가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도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범부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아동학대대응과를 연말까지 신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1월 중 복지부 내 아동학대대응팀을 승격시켜 범부처적인 지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유시민, 고칠레오 공개…“4년 뒤에는 낚시터에 앉아 있지 않을까”(영상)

    유시민, 고칠레오 공개…“4년 뒤에는 낚시터에 앉아 있지 않을까”(영상)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7일 오전 11시에는 가짜뉴스를 바로잡는 ‘고칠레오’ 방송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번 방송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사회로 유 이사장이 최근 불거진 자신의 정계복귀설 관련 입장을 전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차기 대권 유력주자로 올라 있는 본인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난감하다”고 말문을 연 뒤, “내가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면 ‘야… 기분 좋다!’ 할 수도 있는데, 10여년 정치를 해본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곤혹스럽다. 국민은 대통령 후보든 국회의원 후보든 정치 할 사람 중에 골라야 하는데, 하지도 않을 사람을 (여론조사에) 넣고 하면, 일정한 여론 왜곡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이 “차기 대선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경우도 있다. 조금만 더하면 대통령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 않나”라고 묻자 유 이사장은 “안 되고 싶다. 선거에 나가기도 싫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그는 “차기 대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실제로 출마를 하고, 또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겪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치를 은퇴할 때 이미 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하루 24시간, 일 년 365시간이 을이다. 저만 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도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통령이 됐다고 쳐보자. 대통령 자리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가의 강제 권력을 움직여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을 저는 안 맡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유 이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조언한 일화도 언급했다. 그는 “2009년 4월 20일 막무가내로 봉하마을 대통령댁에 가서 3시간 정도 옛날 얘기를 하면서 즐겁게 놀다가 왔다”며 “그때 제게 ‘정치하지 말고 글 쓰고 강연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 정치는 누가 하느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정치는 정치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하면 되지. 자네는 다른 것을 할 수 있잖아’라고 답했다. 대통령을 하면서 무지하게 외로우셨던 것 같다”며 “또 제가 정치를 잠깐 했는데, 잘 되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인정해준 것도 아니었고, 제가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때 그냥 말씀 들을 걸’이라는 후회도 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4년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해 “3년 반쯤 후에 대선이 있다. 그때 되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무도 완수하고, 날씨만 좋다면 낚시터에 앉아있지 않을까”라며 “정치인의 말은 못 믿는다고 하는데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 이것은 제 삶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마무리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박종해 “1년 동안 제대로 놀아볼게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박종해 “1년 동안 제대로 놀아볼게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갖고 잘 논다는 말을 들었어요. 상주음악가로서 연주하면서 ‘제대로 놀아보자’라는 의미에서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부제를 붙여봤습니다.” 2019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박종해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주음악가 프로그램 부제인 ‘플레이그라운드’(놀이터)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제대로 놀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박종해는 “7살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게 됐는데, 낯선 곳에서 친구도 없고 학교에 다녀오면 집에 있는 피아노밖에 할게 없었다”며 “나에게 피아노는 ‘장난감’이었다”고도 했다.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박종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국립음악대학에서 유학을 하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연주자다. 지난해 게자 안다 콩쿠르 준우승으로 다시한번 음악가로서 날개를 단 그는 올해 금호아트홀에서 모두 5번의 무대를 갖는다. 박종해는 “어느 연주회든지 1회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연속성을 담기가 어려웠다”며 “옛날부터 시리즈로 연주하는 것을 원했는데 상주음악가로서 5번의 연주회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주음악가로서 첫 무대인 10일에는 고도프스키 르네상스 모음곡 1권 가운데 일부 곡을 비롯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9번과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등을 선보인다. 슈베르트의 후기 소나타 3곡 가운데 첫번째 작품인 19번을 선곡한 이유에 대해 박종해는 “30대가 되면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연주였다”며 “더불어 앞으로 10년 안에 베토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꼭 연주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종해는 객석에서 즉흥적으로 던지는 주제를 변주하는 형식의 ‘즉흥연주’ 공연으로도 관객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5월 9일 ‘세상의 모든 변주’라는 제목으로 베토벤 에로이카 변주곡과 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 동료 음악가인 전민제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등을 선보인다. ‘세상의 모든 변주’ 공연은 금호아트홀이 오는 5월부터 현재 위치한 광화문에서 금호아트홀 연세로 옮김에 따라 새로운 연주회장에서 마련된다. 새 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첫 상주음악가가 된 것에 대해 박종해는 “새로운 홀이 더욱 애틋한 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유시민 “노무현 전 대통령 조언…선거 나가기 싫다”

    유시민 “노무현 전 대통령 조언…선거 나가기 싫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7일 “선거에 나가기 싫다”며 정계복귀설을 부인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노무현재단을 통해 공개한 팟캐스트 방송 ‘고칠레오’를 통해 “제가 만약 다시 정치를 하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실제 출마를 하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겪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이사장은 특히 “대통령 자리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가의 강제 권력을 움직여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을 저는 안 맡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다 을이 되는 것”이라며 “저만 을이 되는 게 아니라 제 가족도 다 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선출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유 이사장은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올라 있는 본인의 모습에 어떤 느낌이 드나’라는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질문에 “난감하다”며 웃었다. 이어 “제가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면 ‘기분 좋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제가 10여년 정치를 해본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되게 곤혹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조언한 일화를 언급했다. 유 이사장은 “2009년 4월 20일 막무가내로 봉하마을 대통령 댁에 가서 3시간 정도 옛날 얘기를 했다”며 “그때 제게 ‘정치 하지 말고 글 쓰고 강연하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사회의 진보를 이룩하는 데 적합한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이유는 너무 한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목적인데 나의 행복은 어떻게 했는가”라는 노 전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하며 “대통령을 하면서 무지하게 외로우셨던 것 같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또 ‘지지층이 제발 출마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다른 좋은 분이 많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민이 왕인 시대니까 왕이 부른다는 뜻 아닌가”라며 “옛날 왕조 시대에는 진짜 가기 싫으면 어떻게 했나. 아프지도 않은데 드러눕고 정 안되면 섬에 가고. 여러 가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 이사장은 4년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해 “3년 반쯤 후에 대선이 있다”며 “그때 되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무도 완수하고 날씨만 좋다면 낚시터에 앉아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는 “정치인의 말은 못 믿는다고 하는데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제 삶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에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이사장이 방송을 업로드하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은 이날 구독자가 50만명에 육박했다. 알릴레오 첫 방송 조회 수도 200만회를 돌파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직장인 절반 “조카 장난감 탐낸 적 있다”

    직장인 절반 “조카 장난감 탐낸 적 있다”

    직장인 절반은 조카 장난감을 탐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을 위해 장난감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10명에게 ‘키덜트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자녀 또는 조카의 장난감이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탐나는 장난감(복수응답)으로는 ‘캐릭터 상품’(30.9%)이 가장 많았고 ‘레고’(23.7%), ‘한정판 상품’(17.7%), ‘로봇’(14.4%), ‘건담’(12.7%) 순이었다. 기타 의견으로 ‘인형’, ‘게임기’ 등도 있었다. 직장인 절반 이상은 ‘본인을 위한 장난감을 산 적이 있다’(53.6%)고 답했다. 남자가 53.2%, 여자는 46.8%로 큰 차이는 없었다. ‘키덜트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를 묻자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이 93.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이유는 ‘옳고 그름이 아닌 개인 취향이기 때문에’(66.3%)라는 의견이 많았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서’(17%), ‘아직 동심을 잃지 않은 것 같아서’(15.9%), ‘나중에 재테크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0.5%) 순으로 나타났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집사부일체’ 사부 “따뜻한 새해 만들라” 미션에 거리로 나선 멤버들

    ‘집사부일체’ 사부 “따뜻한 새해 만들라” 미션에 거리로 나선 멤버들

    ‘집사부일체’ 멤버들이 새해를 맞아 거리로 나섰다. 6일 방송되는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멤버들이 새해를 맞이해 거리로 나선 모습이 공개된다. 이 날 방송에서 공개될 2019년 첫 번째 사부는 멤버들에게 “‘따뜻한 새해’를 만들라”는 미션을 줬다. 사부의 미션을 받고 고민하던 멤버들은 2인 1조로 나뉘어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상윤과 양세형은 미션 도중 만난 초등학생의 순수하고도 난감한 질문에 진땀을 흘렸고, 이승기와 육성재 또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 온몸으로 의사 소통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새해부터 다양한 연령,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난 멤버들은 온몸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따뜻한 새해’를 넘어 ‘뜨거운 새해’를 만들었다는 후문. 한편, SBS ‘집사부일체’는 6일 오후 6시 25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뽀통령’ 누른 ‘지니언니’가 과학자들 모임에 나타난 이유는?

    ‘뽀통령’ 누른 ‘지니언니’가 과학자들 모임에 나타난 이유는?

    나이 지긋하고 항상 심각한 표정만 짓는 이들로 알려져 있는 과학자들이 잔뜩 모여있는 자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지니언니’가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와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ICT대연합)이 4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2019 과학기술인 및 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1인 크리에이터로 유명한 ‘지니언니’ 강혜진(30)씨가 ICT분야를 대표하는 방송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강 씨는 130만 명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에서 유아동 장난감을 소개하고 이용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키즈 크리에이터이다. 캐리소프트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캐리앤토이즈’에서 1대 캐리언니로 활동하며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을 밀어내고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 ‘캐통령’(캐리+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강씨가 등장한 유튜브 영상은 2016년 누적 조회수, 광고수익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강씨는 ICT 분야 방송인, 1인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참여해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좋아하는 일로 많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즐겁다”며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서 활동해 ‘K-크리에이터’라는 분야가 열리고 있는 만큼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강씨 외에 과학기술계를 대표해서는 서울과학고에 재학 중인 방유진(19)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정연희(38) 연구원이 참석했다. 지난해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참여해 금메달을 수상한 방 군은 “넓은 시야와 통합적 탐구를 통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꿈을 밝혔으며 국내 순수기술로 개발 중인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누리호 75t 엔진 시험발사체 성공에 일조한 정연희 연구원은 “누리호가 2021년 1.5t급 탑재체를 싣고 700㎞ 궤도에 안착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과학기술-ICT 신년인사회는 매년 초 과학기술인과 정보방송통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교류를 하는 행사이다. 이날 신년 인사회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명자 과총 회장 등 주요 인사 6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김명자 과총 회장은 “2019년 새해 과학기술 혁신으로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리스크를 해소하고 경제성장-사회통합-환경정의가 조화된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내 아이에 ‘독성괴물’ 사줬나”… 학부모들 패닉

    “내 아이에 ‘독성괴물’ 사줬나”… 학부모들 패닉

    25개 ‘생식기 이상 초래’ 붕소 기준 초과 “아이들이 무슨 죄… 모조리 버렸다” 분통젤리처럼 끈적하고 고무처럼 길게 늘어나는 어린이 장난감 ‘액체괴물’(슬라임)에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뒤늦게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미 액체괴물을 갖고 논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보니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3일 한국환경보건학회에 따르면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2017년 8월부터 10월까지 2개월간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액체괴물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1만명 가운데 4580명(45.8%)이 최근 3개월 내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2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의 사용 경험률이 66.6%로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수팀이 시중에 판매되는 액체괴물 30개의 붕소 함량을 측정한 결과 25개(83.3%) 제품에서 기준치(30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8개 제품은 1400㎎/㎏을 넘어섰다. 붕소 화합물에 과다 노출되면 어린이 발달, 생식 계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준치는 올해부터 적용된다. 기존 제품은 기준치를 넘어도 규제 대상이 안 된다. 또 액체괴물에선 가습기 살균제에 쓰였던 방부제의 일종인 ‘CMIT·MIT’ 성분과 간과 신장의 손상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소화기·호흡기 장애를 일으키는 ‘폼알데하이드’도 대거 검출됐다. 지난해 2월부터 액체괴물 등 어린이 완구류에는 CMIT·MIT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일부 제품에서 관련 성분이 나왔다. 이에 국가기술표준원도 지난달 21일부터 해당 제품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렸지만 전량 회수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황모(36·여)씨는 “최근 액체괴물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렸다”면서 “싸구려 제품이라 몸에 좋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독성물질 덩어리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42)씨도 “호기심에 액체괴물을 먹었다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면서 “어른들이 잘못했지 아이들이 무슨 죄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학부모는 “유튜브에 올라온 액체괴물 영상을 보고 아이들이 액체괴물에 빠졌다”며 유튜브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액체괴물 사운데 사용 연령을 만 14세 이상으로 표기한 제품은 어린이 제품이 아니어서 주의사항을 표시할 의무가 없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이런 제품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골목식당’ 청파동 피자집 사장 태도에 뿔 난 손님들 “이걸 어떻게 먹어”

    ‘골목식당’ 청파동 피자집 사장 태도에 뿔 난 손님들 “이걸 어떻게 먹어”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피자집이 불친절한 태도와 제대로 만들지 않은 음식으로 보는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청파동 피자집이 신메뉴를 준비해 시식단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식단을 맞이하기 전 조보아는 피자집을 방문해 “오늘은 어떤 것을 준비하셨냐”고 물었다. 이에 사장은 “잠발라야라는 미국 남부지역의 음식과 멕시코풍의 닭국수를 준비했다”고 답했다. 이어 피자집에 숙명여대 학생들로 구성된 10명의 시식단이 방문하게 되었다. 이는 회전율 빠른 메뉴를 정할 것을 권했던 백종원이 내 준 과제였다. 가게에 메뉴판이 없자 시식단은 메뉴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피자집 사장은 메뉴를 설명하지 않고 “시판되는 요리가 아니라 메뉴판이 없다. 시식만 하시고 가면 된다”고 답했다. 백종원은 “진짜 장사라고 생각하고 손님처럼 대해야 하는데 촬영 중인 걸 인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자집 사장은 새로운 메뉴의 레시피를 계속 확인해가면서 천천히 요리를 했다. 세 번째로 가게에 들어 온 시식단은 요리가 한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결국 시식을 포기했다. 결국 닭국수 요리는 요리 시작 45분 만에 나오게 됐다. 그러나 오랜 시간 방치된 나머지 면이 불어서 나오게 됐다. 이를 본 시식단은 “이걸 어떻게 먹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시식단이 “국물을 더 줄 수 있냐”고 묻자, 사장은 “시식용이라 원래는 드릴 수 없다. 그러면 다른 분들이 못 드신다”고 말한 뒤 주방에서 냄비째 들고 나와 국물을 더 추가했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요리에 대한 부족한 기본 상식을 본 백종원은 “저게 말이 되냐”며 분노했다. 또한 시식단이 “사장님. 면이 떡이 져서 퍼지지가 않는다”고 말하자, 사장은 “제가 펴드릴 순 없고 먹기 거북하시면 남기실래요?”라고 답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결국 시식단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뒤적거렸다. 이를 보던 사장은 “면밀하게 살펴보시네. 집에 가서 해 드시려고?”라고 말해 가게 분위기를 또 한 번 냉랭하게 만들었다. 사진=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커피야 부탁해’ 채서진, 발랄부터 오열까지 “연기력 갱신ing”

    ‘커피야 부탁해’ 채서진, 발랄부터 오열까지 “연기력 갱신ing”

    배우 채서진의 물오른 감정연기가 몰입을 높였다. 지난 29일 방송된 채널A 주말특별기획 ‘커피야 부탁해’에서는 고운(채서진 분)이 현우(용준형 분)와 사이가 틀어지게 되는 전개가 이어졌다. 이날 채서진은 현우(용준형 분)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기로 했지만, 커피를 먹지 못해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다음 날 아침 현우를 마주하게 된 채서진은 미안한 마음에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해 짠함을 불러일으켰다. 아니나 다를까 상처받은 현우가 채서진의 해명을 들은 채도 안하자 두 사람 사이는 어색해졌고, 채서진 역시 현우의 씁쓸한 반응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대신 자리에 앉아 눈치를 보며 자책했다. 이 가운데 채서진의 실수로 웹툰 연재가 펑크 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여기서 현우의 독설에 참지 못하고 폭풍 오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쏟아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울음을 참으려 숨을 참아내는 채서진의 눈물 연기는 더욱 현실적이라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그런가 하면 채서진의 뒤를 밟던 예나(길은혜 분)가 그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정체 발각에 놓인 채서진은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채서진 주연의 채널A ‘커피야 부탁해’는 오늘 밤 7시 40분 11-12회 연속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반으로 잘라 봐 완전히 잘 보여

    [그 책속 이미지] 반으로 잘라 봐 완전히 잘 보여

    반쪽이 별꼴/마이크 워렌 지음, 조나단 우드워드 사진/조영은 옮김/늘봄/140쪽/2만 9500원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드라이버로 전자제품을 분해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십개 부품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에 감탄하고, 이리저리 살피며 작동원리를 파악하는 게 재밌었을 터다. 물론 가끔 부품을 잃어버리거나 엉뚱한 곳에 끼워 고장도 냈겠지만. ‘반쪽이 별꼴’은 분해하는 일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물건을 아예 반으로 잘라버린 것. 그랬더니 분해한 것보다 오히려 더 생생하게 사물을 볼 수 있다. 사진 속 무선드릴은 앞부분의 키레스 척, 뒤쪽의 전기자와 자석의 모양까지 그대로다. 아래쪽의 전원 버튼과 충전지 연결 부위 등도 새롭다. 미국 유튜브 채널 ‘컷인하프’ 제작자인 저자가 58가지 물건을 잘라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고압물분사절삭기(워터제트)로 자른 온풍기, 다리미 등의 가전제품, 볼링공 야구공 낚싯대 등 스포츠 장비, 카메라 무전기 노트북 등 전자제품, 비디오 게임기 조이스틱 마트료시카 등 장난감과 솔방울 소라고둥 등 물건이 속살을 드러낸다. ‘별꼴이 반쪽’이란 말이 무심하게도, 반으로 잘라보니 그야말로 ‘반쪽이 별꼴’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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