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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기관 기관장·감사 44%가 ‘낙하산’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는 대통령 선거 공신이, 다른 상임 임원은 관련 부처 출신이 주로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1일 공공기관 임원의 과거 경력을 토대로 한 ‘공공기관 지배구조에 관한 분석’을 발표했다. 연구소는 2009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297개의 임원 2295명의 경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 상임직 임원 중 ‘대선 관계 인사’의 선임 비율이 평균 32.5%로 나타났다. 위평량 상임 연구위원은 “학계 교수 출신 및 공공기관 출신의 관련 활동 기록이 충분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과소 측정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상임직 중에서도 ‘노른자위’로 분류되는 기관장 및 감사위원에는 44.7%가 ‘대선 관계 인사’로 분석됐다. 비상임직 임원에서 ‘대선 관계 인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7.9%로 상임직보다 낮았다. 특히 정계 출신 인사 가운데 65.3%가 인수위원회와 대통령 선거 운동 및 취임 준비 등과 관련해 공식 직책을 갖고 활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 관련 인사들이 ‘공식 직함’에 매달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공공기관 인사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집단은 정치권임을 다시 증명한 것이다. 상임 임원 중 관계 출신은 23.5%를 차지하는데 이 중 소속 정부부처 출신 공무원이 69.8%를 차지했다. 공공기관은 고위 관료들의 ‘낙하산’ 자리인 셈이다. 상임 임원진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집단은 공공기관 출신으로 34.7%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전무, 상임이사 등에 해당 기관 출신이 폭넓게 포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직위는 기관장이 선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최고경영자는 외부에서 오고 실무 경영진은 내부에서 발탁되는 구조다. 또 규모가 큰 상위 공기업 및 다른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임원들이 퇴직한 뒤 자회사 및 계열사로 이동하는 경우도 공공기관 출신의 비중을 높였다. 위 연구위원은 “정계·관계·공공기관의 삼각 생존구조가 공공기관 개혁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모든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 추천을 주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의 민주적 구성과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부총영사와 갈등 단초… 자신의 치부 드러날까 우려

    부총영사와 갈등 단초… 자신의 치부 드러날까 우려

    ‘상하이 스캔들’이 급부상한 데는 당시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김정기 총영사와 J 부총영사의 갈등이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상하이 마타하리 덩신밍’과 H 전 영사와의 내연관계가 까발려질 경우 자신의 치부 또한 드러날 수 있다는 김 전 총영사의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J 부총영사가 지난해 9월부터 덩과 H 전 영사의 불륜을 눈치채고 조사를 벌이려 했으나 김 전 총영사가 이를 사실상 제지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총영사관 관계자는 “총영사가 비호해서 덩과 관련된 일을 해결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전 총영사가 덩의 비자 부정발급을 알고도 덮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전 총영사의 행보에 대해 J 부총영사가 자체 조사를 통해 상당부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덮으려는 상관의 입장을 J 부총영사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는 결국 국가정보원으로 보고돼 국정원이 덩에 대한 내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는다. MB(이명박 대통령)맨인 김 전 총영사와 외부에 알려져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는 총영사관 상층부의 분위기에 대해 J 부총영사가 일을 내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H 전 영사와 덩의 불륜이 지난해 9월 총영사관 내에서 처음 문제가 됐을 때 김 전 총영사를 비롯해 박모 부총영사 등은 문제 삼지 않으려 했다. 총영사관의 한 인사는 “김 전 총영사는 별 문제 삼지 않았고, 박 부총영사는 ‘한 식구인데, 이런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된다.’며 쉬쉬했다.”고 귀띔했다. 2개월 뒤인 11월 덩과 관련된 한 통의 투서가 총영사관에 접수되며, H 전 영사와 덩의 불륜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을 때도 김 전 총영사는 투서 내용을 조사하기보다는 덮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J 부총영사가 반기를 들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덩에게 비자가 불법 발급된 사실을 파악했다. 국정원은 비자가 불법 발급된 만큼 다른 정보나 문건 등이 덩에게 넘어갔을 것으로 보고 내사에 착수했다. 이때 MB 선대위 명단, 총영사관 비상 연락망(대외보안) 등 보안 문서나 현 정부 인사들의 개인정보 등이 넘어간 것을 파악했다. 한 정부 인사는 “특히 국정원은 H 전 영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점과 강금실 전 장관의 수행비서였다는 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H 전 영사가 갖고 있는 VIP(노무현 전 대통령) 비공개 발언록, 강 전 장관과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의 금전 출납(비자금) 기록 내역 등 참여정부 때 작성된 문건이나 인사들의 정보가 덩에게 유출돼, 중국 측으로 넘어가지 않았는지를 조사했다는 것이다. 총영사관의 한 인사는 “덩과 H 전 영사가 함께 살았던 집에 참여정부 때의 문서 등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사진 중 거실에 비치된 책꽂이에는 여러 파일 철과 문서 등이 수두룩했다. J 부총영사에 대한 교민들의 신임은 두터웠다. 한 교민은 “김 전 총영사는 만나기도 어려울뿐더러 덩과 관련된 건에 대해서는 덮으려고만 했다. 하지만 J 부총영사는 면담도 해주고 사실관계도 파악하려 했다.”고 말했다. 덩의 남편 J씨도 “만약 (이번 일로) 제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J 부총영사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총영사관의 한 인사는 “J 부총영사는 김 전 총영사가 나이도 어린 데다 MB의 연줄을 타고 ‘낙하산’식으로 부임해 달가워하지 않았다.”면서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로 지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총영사가 적극적으로 덩을 비호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덩과 영사들의 추문이 드러난 뒤에도 김 전 총영사는 ‘덩은 한·중 관계에 매우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조용한 해결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김 전 총영사 재직 시절 상하이를 다녀간 국내 정치인들은 대부분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당서기와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을 면담했다. 중국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는 상하이의 경우, 외국 귀빈의 왕래가 잦아 당·정 최고지도자 면담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지만, 김 전 총영사는 덩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면담을 성사시켜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상하이 총영사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전 총영사는 본래의 총영사관 업무보다 그쪽(정치권) 사람들의 의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도 말했다. 상하이 박홍환특파원·서울 김승훈기자 stinger@seoul.co.kr
  • [사설] 실직자 줄 돈으로 고용부 ‘자리’ 만드나

    내년 3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문을 여는 잡월드(종합직업체험관)의 자리를 두고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관련부처 장관이나 지역 연고가 있는 고위층 인사와 연줄이 닿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초대 기관장이나 핵심자리를 자처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전문성이라곤 고용노동부나 그 주변에 밥줄을 걸치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퇴직 공무원들이 대거 몰리면서 ‘낙하산 월드’가 돼 버린 일본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잡월드는 지난 2003년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단기대책과는 별도로 청소년 직업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장기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불과 20일 만에 내놓은 대책이 일본의 ‘나의 직업관’이라는 직업체험관을 본뜬 잡월드 건립이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검토보고서를 보면 비금전적 효용이 건립비용의 절반에 불과하고 산업인력관리공단, 직업능력개발원, 중앙고용정보원 등과 기능이 중복되는 등 타당성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난 해소를 핑계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강행됐다. 재원과 규모, 각종 시설은 실패로 결론난 일본의 직업체험관을 그대로 베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은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아동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직업·진로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어린 시절의 직업체험이 청년실업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적지 않다. 따라서 2191억원이나 쏟아붓는 잡월드가 제 구실을 하려면 첫단추를 제대로 꿰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구성원부터 전문가들로 채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세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결국 문을 닫은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민간경영기법의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 유사기관과의 기능 중복문제도 사전 조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일부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일고 있는 잡월드 건립 움직임도 미리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윤용로 외환은행장 후보, 관료-국책銀-민간銀 ‘트리플 크라운’

    윤용로 외환은행장 후보, 관료-국책銀-민간銀 ‘트리플 크라운’

    하나금융지주가 계열사 외환은행을 이끌 첫 선장으로 윤용로(56) 전 기업은행장을 선택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앞둔 하나금융은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열어 윤 전 기업은행장을 외환은행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확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윤 행장 후보는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을 지낸 잘나가던 관료 출신에다 국책은행장, 민간은행장 자리에 오르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됐다. 관료 출신이 국책은행 등 금융공기업 사장을 맡는 ‘낙하산 인사’는 흔한 일이지만, 민간 금융기관의 ‘간택’을 받는 것은 객관적인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하나금융이 라이벌 관계였던 기업은행의 전 행장을 영입한 것도 화제다. 기업은행은 윤 후보가 이끌었던 지난 3년 사이 업계 4위인 하나은행을 자산과 순이익 면에서 앞질렀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의 자산은 139조원으로 기업은행(165조원)보다 적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조 290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3년 만에 ‘1조 클럽’을 달성했지만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9851억원에 머물렀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 나선 데에는 기업은행이 불러온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이번 인사에 대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은행 관계자는 “윤 후보의 경영관리능력은 이미 검증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후보는 행정고시 21회에 수석 합격한 뒤 재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쳤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김진표 전 부총리,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가장 일 잘하는 경제관료 3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이었을 때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을 맡은 윤 후보는 수협의 부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정부 말인 2007년 12월 기업은행장에 취임한 윤 후보는 이듬해 5월 이명박 정부의 재신임을 받았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 CEO 중 윤 후보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다. 윤 후보는 오는 29일 외환은행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그의 과제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의 계열사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해 반발이 큰 직원들을 껴안고 성공적으로 인수 후 통합(PMI)을 추진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외환은행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털어내는 일이다. 하나금융은 인수 후에도 외환거래 1위인 KEB(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살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외환은행 직원 1인당 생산성도 업계 최고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경영하면서 대외 이미지는 부정적인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은 좋지만 ‘외국물’이 많이 들었고 시장에서 매각 대상으로만 평가된 것이 외환은행의 단점”이라면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환은행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은행으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신노협 “차기회장 낙하산 반대”

    신한금융그룹 노동조합 협의회(신노협)는 31일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제주은행 등 5개 신한금융 계열사의 노조로 구성된 신노협은 성명서를 통해 “낙하산 인사는 그룹의 이익보다는 정권이나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고 자신의 보신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권이나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낙하산 인사를 지정해 내려 보낸다면 결단코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 막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금융권 CEO 인사 임박… 관치 부활?

    금융권 CEO 인사 임박… 관치 부활?

    오는 3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인사를 앞두고 ‘관치 바람’이 일고 있다. 2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민유성(왼쪽) 산업은행금융지주회사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중도하차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민 회장의 임기는 오는 6월이지만 다음 달 정기주총에서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민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차관급이 낙하산을 타고 오던 산업은행에 영입된 최초의 민간인 CEO다. 2008년 6월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민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는 곧잘 제동이 걸렸다. 민 회장은 24일 자신의 중도사퇴설에 대해 “물러난다든지, 다른 곳으로 간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억측”이라면서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물러날 의사가 없음에도 자꾸 그런 소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하지만 물러나라는 얘기 자체가 금시초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정기주총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부행장 9명 가운데 5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산업은행 측은 “임기 만료에 따른 교체”라면서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민 회장이 영입해 프라이빗뱅킹 영업을 맡겼던 구안숙 부행장도 지난해 12월 물러났다. 강만수(오른쪽)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금융지주사 CEO로 갈지도 관심거리다. 민 회장의 중도하차설이 현실로 이뤄지고, 과거처럼 관료 출신이 후임으로 간다면 관치의 부활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함바 게이트] “前지자체장이 함바 싹쓸이 소문 파다… 권리금 수억대”

    함바 업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함바 비리는 지방자치단체장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업자들은 거물급 함바 브로커로 알려진 유상봉(65·구속기소)씨 외에 시·도마다 그 지역의 건설현장을 장악한 함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업자들은 또 수도권 전직 지자체장인 A씨가 재직 시절 자신의 친인척들로 이뤄진 ‘낙하산’을 내려보내 그 지역 함바 운영권을 싹쓸이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10일 신축 아파트 및 빌딩의 건설현장이 밀집한 인천 송도와 경기 김포 등지에서 함바를 운영하고 있는 업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역마다 존재하는 브로커들은 해당 지역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해 입찰에서 함바 운영권을 따낸 뒤 큰 이윤을 남기면서 실제 운영업자들에게 운영권을 팔아넘기고 있다. 운영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시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 등도 함바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9일 소환돼 서울동부지검에서 장장 12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조정근 웅지건설 대표는 지자체장이던 A씨와 오래 전부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 대표는 충남 서천 출신으로 재인충남도민회장을 맡아 왔다. 조 대표는 또 A씨 재직 시절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에 귀빈으로 참석하고, 재인충남장학재단의 장학금 전달식에 A씨를 초대하는 등 각별한 관계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유씨는 알지도 못하고 조 대표는 지역활동을 하면서 공적인 일로 알게 된 사이”라고 관계를 부인했다. 함바 운영업자들은 이처럼 브로커들이 정·관계 인맥을 통해 함바 운영권을 미리 싹쓸이하기 때문에 이들을 통하지 않으면 함바를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에서 함바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자는 “정상적인 함바 운영에는 권리금이 없지만 실제로는 전체 함바 중 70%가 브로커들에게 권리금 형식으로 웃돈을 얹어주고 운영권을 따낸다.”면서 “아파트 건설현장이면 브로커에게 권리금으로 가구당 10만원가량을 계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합정동 아파트 신축현장의 함바 관계자는 “현장사무소에 1억~2억원가량 주고 브로커들에게도 2억원씩 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면서 결국은 건설현장 인부들만 질이 떨어지는 음식을 먹어야 해 피해가 고스란히 인부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영준·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 은행 민영화 본궤도 진입하려면

    해묵은 ‘은행 민영화’가 본궤도에 들어서려면 뒷짐만 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계획에는 적극적이었다가 정작 실행에서는 주저하는 금융당국을 채찍질하려면 결국 청와대가 민영화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매각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관료들의 부담을 사회·정치적으로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금융 매각 재추진과 관련, 정부가 내부적으로 공적자금 확보와 금융산업 재편 가운데 더욱 중요한 기준을 서둘러 정하라고 주문한다. 청와대의 정책순위 결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래야 정부에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서 매각의 판세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정부가 매각할 우리금융 지분을 살 수 있는 주체가 많지 않다.”면서 “이제 분할 매각 등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적자금 회수라는 당위성은 있지만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정부 정책이 계속 늦어지게 되면 이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이 쌓이게 된다.”며 빠른 결정을 주문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경우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민영화 작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산업은행의 경우 서둘러 수신기능 확보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로부터 답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직자들의 태도가 우선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관치 금융에서 벗어나는 것도 신속한 민영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20일 물러나는 윤용로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누가 선정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차기 행장은 기업은행의 23년 숙원인 민영화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승자독식 대한민국 실업탈출 아직 멀었다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강준만 지음, 개마고원 펴냄)는 한동안 한국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로 유명했던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의 ‘한국 생활사’ 작업이다. 강 교수의 ‘한국 생활사’는 전화, 커피, 축구, 입시, 어머니 등 일상을 주제별로 나눈 통시적 저술 작업으로 이번 주제는 제목 그대로 실업이다. ‘한국 생활사’는 전 18권인 강 교수의 ‘한국 현대사 산책’이나 전 17권인 ‘미국사 산책’보다 더 많은 40여권의 책을 예정하고 있다. ‘영혼이라도’는 해방정국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실업의 역사와 슬픈 구직 수난사를 살펴 실업 문제 해결이 단순히 ‘방법’이 아니라 ‘철학’과 ‘자세’에 있음을 제시한다. 왜 구직에 철학이 등장할까. 우리나라는 ‘1등만 기억하는’,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식의 승자독식 문화가 강고하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이런 문화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나 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 피자, 롯데마트 치킨 논란에서 보듯 누군가 제아무리 ‘기막힌 방법’을 마련해도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해결책은 내놓기 어렵다. 따라서 저자는 실업 문제를 넓고 깊게 보기를 권한다. 실업 문제는 그 어떤 이념도 뛰어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운영과 작동방식의 문제란 것이다. 기존의 좌우 이념의 틀을 벗어나 승자독식 문화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고 공존공생의 자세를 찾지 않으면 영원히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1945년 8월 15일 이후 해방정국에서 우익 청년·학생 단체가 엄청나게 많이 생겨났다. 이는 당시의 대규모 실업과 심각한 경제난 때문이란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청년단의 폭력 행사는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방편이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학생과 30%가 넘는 실업률은 4·19 혁명을 촉발시킨 요인이었다. 5·16 쿠데타 역시 주동자들의 실업 문제가 큰 원인이었다. 강 교수는 정치란 ‘그 주체들이 고급 일자리를 얻기 위한 투쟁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아무리 정교한 법과 제도라도 공기업과 정부 산하단체의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결국 실업을 경제적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원수와도 같이 살자’는 자세를 갖춰야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는 절규를 해소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충북도 또 낙하산인사 논란

    이시종 충북지사의 수행비서가 도 산하기관인 충북체육회 직원으로 특별 채용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도에 따르면 이 지사 취임 이후 최근까지 수행비서로 일했던 A(44)씨가 체육회 경기 훈련팀 직원(6급)으로 발령 났다. 비서실 근무가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낸 뒤 곧바로 체육회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체육회 6급은 도청 공무원 6급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A씨가 6급으로 채용되면서 그 자리에 있던 체육회 직원은 5급으로 승진했다. 도는 초등학교 때부터 탁구 선수로 활동한 A씨가 전국체전 충북 대표로 뛰었고, 코치 경력도 있어 전문가 영입 차원에서 기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A씨는 이 지사 국회의원 시절에는 비서관으로, 민선 5기 출범 이후에는 도청 비서실 직원으로 채용됐다. 이번 체육회 직원 채용 과정에선 모집 공고도 없었다. 앞서 이 지사는 6·2 지방선거 당시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백상진씨 등 측근 3명을 보좌관과 충북인재양성재단 사무국장 등으로 채용해 ‘자기 사람 심기’ 논란을 불러왔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금융지주 이사·임원 14%가 ‘낙하산’

    국내 4대 금융지주사(계열사 포함)에 현재 재직 중인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은 곳은 우리금융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와 집행임원의 20.8%가 정부 및 감독당국자 출신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참여정부 말기(30.5%·2007년 12월) 때보다는 다소 줄었다. 19일 전자공시와 민주당 우제창 의원 등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사와 계열사에 임원 또는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출신은 45명으로 전체(322명)의 14.0%였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21명(전체 6.5%)이 금융위·금감원 출신이다. ●우리금융 20.8%로 가장 많아 금융그룹별로 민영화가 진행 중인 우리금융에 정부·당국자 출신이 가장 많았다. 이사와 집행임원 77명 가운데 16명이 정부 및 감독당국 출신이었다. 참여정부 말기(59명 중 18명)에 견줘 소폭 감소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도 14.5%가 공무원 및 금감원 출신이다. 금융지주사 전환이 가장 늦었던 KB금융은 11.2%, 재일교포의 종잣돈으로 설립된 신한금융은 10.4%가 과거 ‘상부기관’ 출신이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한금융의 경우 참여정부(6.3%) 때보다 정부·당국자 출신이 다소 늘었다. 금감원·금융위 출신들은 4대 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 감사직을 독차지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에 모두 이들로 채워졌다. KB투자증권, KB자산운용, KB신용정보 등도 금융감독 당국 출신들이 싹쓸이했다. ●금감원·금융위 ‘경력세탁’ 취업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4급 이상)와 금감원(2급 이상) 퇴직자는 2년간 업무와 관련된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금감원의 일부 직원들은 퇴직 전 본인 업무와 관련 없는 교육업무를 맡는 방식의 ‘경력 세탁’을 통해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2006년부터 올 8월까지 퇴직한 금감원 2급 이상 간부 88명 가운데 84명이 금융기관에 자리를 마련했다. 금감원 측은 올 초부터 이런 편법을 없애기 위해 교육업무를 각 해당국에 이관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공직자를 영입하는 이유는 공직 세계에 넓게 퍼져 있는 인맥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전문가를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꼭 낙하산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경두·이경주기자 golders@seoul.co.kr
  • ‘빅3’ 모두 등기이사직 유지… 갈등 불씨 여전

    ‘빅3’ 모두 등기이사직 유지… 갈등 불씨 여전

    라응찬(72)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30일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공식 사퇴함에 따라 류시열(72) 신한금융 비상근이사가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한시적으로 신한금융을 이끌게 됐다. 류 회장을 포함한 8명의 사외이사는 특별위원회(특위)를 만들어 조직을 추스르고 차기 회장 선임을 논의하기로 했다. 라 회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 본점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고객과 주주, 임직원에게 너무 많은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등기이사직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한 사태는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라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빅 3’가 모두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4일 금융감독원 제재와 라 회장, 신 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라는 큰 변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일동포 이사 ‘류회장 특위 참여’ 반대 특위는 조직 안정과 차기 후계구도 논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형식상으로는 비상업무체제를 총괄하는 이사회 아래에 있지만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방안을 만들거나 지배구조 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된다. 특위 위원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류시열 회장은 이사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기극복과 성장에 대한 기반 확보, 투명하게 새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일을 하는 곳”이라면서 “이사회에서는 일주일 전 소집 통고 등 번거로운 일이 많아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특위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위가 ‘빅 3’를 제외한 이사회 멤버로 꾸려진 것에 대해 관계자들 간 이견이 첨예하다. 신 사장은 당초 중립적인 인사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이사회와 특위가 다른 것이 뭐냐.”면서 불만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회장이 특위에 참여하는 것을 놓고도 사외이사 간 의견이 달랐다. 이사회에서 멤버들은 류 회장이 직무대행을 하는 데는 만장일치였으나 류 회장이 특위에 참여하는 안을 놓고는 7대4로 의견이 갈렸다.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이 반대했고 신 사장이 기권했다.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은 이날 이사회 이후 멤버들끼리의 늦은 오찬에도 불참했다. 향후 특위의 활동이 원활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빅3’ 모두 檢 칼 맞을 땐 큰 소용돌이 이날 이사회 결과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무엇보다 ‘빅 3’가 모두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지난 9월 11일 약식 기자간담회에서는 “누군가는 사태를 수습해야 하지 않나.”라면서 회장직 유지 의사를 내비쳤지만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놓고 금감원과 검찰이 전방위로 압박해 오자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회장직 사퇴가 사태 수습을 위한 제스처일 뿐 내년 3월 주총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신 사장 역시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퇴진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현재 신한은행에서 438억원을 대출받은 것과 관련해 신한은행으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된 국일호 투모로그룹 회장이 구속돼 있고 신 사장도 이번 주 중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이 행장과 라 회장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함께 사용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빅 3’가 모두 검찰의 칼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어 신한금융이 더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 ●금융권 “관치 개입 경계해야” 금융권에서는 ‘빅 3’가 동반퇴진하게 될 경우 관치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부 출신들이 지배구조 안정에 실패한 만큼 외부 관료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신한금융이 공모 방식을 도입해도 낙하산 인사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모 방식이 상대적으로 투명하지만 상당수 금융공기업에서 볼 수 있듯 낙하산 인사를 포장해 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풍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오는 것도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면서도 “신한금융의 전통과 특성을 전혀 모르는 관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떠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떠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너무나 행복했던 인생 2막이었습니다. 이제 3막을 열어야죠.” 세계 4대 영화제라는 칸(프랑스), 베니스(이탈리아), 베를린(독일), 모스크바(러시아) 영화제도 해마다 10월이면 부산을 주목한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이다. 영화제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은 단연 ‘미스터 킴’이다. 해외 영화인들 사이에 애칭이 되다시피한 ‘미스터 킴’ 김동호(73). 그가 올해를 끝으로 15년간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함을 내려놓는다. 20일 서울 남산동 영화제사무국에서 이삿짐을 꾸리고 있는 ‘늦깎이 영화인’을 만났다. →지난 15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칸의 여왕’ 쥘리에트 비노슈와 막춤을 춰 화제가 됐는데. -원래 파티 때 해외 손님들과 막춤을 추곤 했다. 그런데 5년 전 술을 끊고 나니 (맨정신에) 잘 안 춰지게 되더라. 올해는 마지막이니까 내심 춤 생각이 있었는데 쥘리에트가 마이크를 잡자마자 “미스터 킴과 춤 추러 (부산에) 왔다.”고 하는 바람에 냅다 췄다. 하하. →(영화제가 끝나) 시원섭섭하시겠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그만뒀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다. 지금도 섭섭하다기 보다 굉장히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 물러나는 일도 드물지 않은가. →15년을 돌아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항상 돈이 문제였다. 정부 예산과 스폰서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재단법인을 만들고 기금 출연도 하는 등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해 놓고 떠나야 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내년 문을 여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두레라움’ 예산 확보에 주력하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영화제 초기에는 ‘이름값’이 없어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다던데. -나보다는 프로그래머들이 고생했다. 영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대부분 거절하거나 특별 상영료를 요구했다. 첫회 때는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작)가 거의 없었다. 3~4회로 접어들면서 자발적인 출품이 밀려들었다. 올해는 출품작 306편 가운데 153편이 해외에서 첫 상영을 하는 작품이었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1996년 1회 개최 때 대형 스크린이 야외상영장 무대에 올라가는데 정말 뭉클했다. 영화제가 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는데…. ‘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2001년 6회 때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신임 위원장이 부산을 찾았을 때도 행복했다. 우리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느낌이었다. 그해 12월 1일 베를린에서 9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모여 영화제 정상회담을 열었는데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를 통틀어 우리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영화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주요 9개국(G9)이다. →부산영화제가 인생 2막이라면 1막은 공직일 듯싶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게 됐나.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시절, 영화법 개정(1984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영화에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1988년 영화진흥공사(영진공·현 영화진흥위원회) 사장을 맡으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불붙게 됐다. →영진공 사장으로 취임하자 영화계가 노골적으로 냉대했다고 들었다. -‘낙하산’이라며 영화감독협회가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개의치 않고 두세달 동안 영화인을 만나고 또 만났다. 친 정부 인사든, 비판적인 인사든 가리지 않았다. 영화인들 경조사라면 원근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고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차츰 가까워졌고 영화인들의 숙원이었던 종합촬영소도 (경기 남양주에) 세웠다. 영진공을 그만 둘 때는 떠나지 말라고 반대하더라. 올 때도 반대, 떠날 때도 반대였다. 허허허. →언제부터 ‘아! 내가 영화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부산영화제가 제 궤도에 들어서며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을 때다. 1998년 쯤이었다. 그때 비로소 내가 영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인데 문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게 다소 의외다. -대학 3학년 때 군 입대를 했다. 행정고시나 사법시험을 치를 형편이 되지 않았다. 제대하고 바로 취직을 해야 했다. 1961년 5·16 직후였는데 제일 먼저 공고가 나온 게 문공부였다. 시험 보고 합격한 게 그만 평생 직장이 됐다. →요즘 국내 영화계가 이념 논란으로 대립 양상을 띠고 있는데. -무의미한 논쟁이다. 영화에서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사회나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왼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갈등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본다. →외국과 비교할 때 임권택 감독을 제외하고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노장 감독이 없는 것 같다. -맞다. 외국에 비하면 우리 영화계는 너무 조로했다. 포르투갈 거장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은 103세인데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우리 영화인들은 50대가 지나면 연출 활동을 대부분 접는다. 투자자나 제작자들이 흥행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나이 많은 원로 감독들에게 작품 위촉을 안 하고 원로 감독들은 제작 기회가 없으니 새로운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여러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재용 감독의 ‘정사’에 처음 출연했다. 한국계 중국 감독인 장률 감독이 이리역 열차 폭파 사고를 다룬 ‘이리’에서도 옛날 애인을 만나러 가는 노신사로 잠깐 나왔다. 가장 최근엔 임권택 감독의 요청으로 ‘달빛 길어올리기’에 출연했다. 제지업을 하다 쫄딱 망해 산속에 은둔해 사는 사람 역할이다. 이번엔 대사도 많았다. 허허허. NG(실수)도 많이 냈다. →막강 인맥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타이거 클럽은 어떻게 결성됐나. -해마다 평균 10~20개 영화제를 다니다 보니 인맥이 자연스럽게 넓어지더라. 가장 절친한 사람들이 타이거 클럽이다. 내 이름의 ‘범 호’(虎)자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화제 호랑이 엠블럼에서 이름을 땄다. 허우샤오시엔 타이완 감독, 사이먼 필드 전 로테르담영화제 집행위원장, 네덜란드 영화저널리스트 피터 반 뷰어렌,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회원이다. 영화제 끝나고 밤새 술잔을 기울이다 만든 모임이다. 세계 영화계의 ‘주당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하하. 기타노 다케시 일본 감독, 왕자웨이 중국 감독 등과도 친하다. →술 끊었을 때 타이거 클럽 회원들이 많이 섭섭해했겠다. -내가 보스라 괜찮다. 하하. 피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들은 소주를, 나는 백색 라벨의 특제 소주(맹물)를 마신다. 영진공 사장 때 남양주 종합촬영소 건립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을회관에서 주민 100여명과 일일이 한잔씩 주고받은 적도 있다. (기자가 놀라자) 요즘 젊은 친구들도 1인당 소주 5병 정도는 마시지 않나? 알코올 도수도 낮아졌는데…. 우리 나이로 70세 되던 해인 2006년 1월 1일부터 술을 끊었다. 계속 마시다간 명대로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정신 좀 차리자는 생각도 했고…. →지금까지 만나본 여배우 가운데 최고를 꼽자면. -허허,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닌데…. 제일 처음 만난 배우는 강수연씨다. ‘아제아제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 같이 갔다. 그때부터 친하게 지낸다. 미모로 보나, 활달하고 포용력 있는 성격으로 보나, 술 실력으로 보나 (강수연씨가) 최고인 것 같다. →외람된 얘기지만 부산을 포함해 국내 영화제를 둘러싼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영화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뚜렷한 색깔과 정체성을 확보하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정권이나 단체장이 바뀔 때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어려운 주문이지만 예산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때 영화제가 오래 존속할 수 있다. →갖고 계신 인맥이 너무 아깝다는 얘기들이 많다. -영화제는 떠났지만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도울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에 잭 발렌티 미국영화협회장이라는 양반이 있었다. 변호사 출신인데 40년 가까이 회장을 하며 미국 영화 세력을 확장시키는 데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미국 영화에 지배당하는 나라에서는 악명이 높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영화 행정가를 키워야 한다. →인생 3막 계획은. -최근 책(‘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을 냈는데 시간과 지면 제약으로 수록하지 못한 중요 영화제가 많다. 틈틈이 보완해 내년에 새 책이나 증보판을 낼 계획이다. 부산영화제도 정사와 야사를 아우르는 기록을 남길 생각이다. 그러고도 시간이 나면 무비 카메라를 배워 기록영화 하나쯤 시도해 볼까 한다. 생각해둔 게 해외 거장 인터뷰다.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란)은 흔쾌히 응해줄 것 같다. 하하 →농반진반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정·관계는 전혀 관심없다. 지금 이 나이에 말도 안 된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1937년 강원 홍천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1961년 문화공보부 주사보로 공직 입문 ▲1988~92년 영화진흥공사 사장, 1992년 예술의전당 사장 1992~93년 문화부 차관, 1993~95년 공연윤리심의위원장 ▲1996~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2005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 ▲2010년 칸 등 각종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기사장(2000년),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오피시에(2007년) 수훈, 정부 황조근정훈장(1993년), 은관 문화훈장(2005년) 등 수훈 ▲홍명자씨와의 사이에 1남 2녀
  • ‘돈독’ 못 버리는 금융권

    ‘돈독’ 못 버리는 금융권

    금융권 임직원들의 연봉과 퇴직금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연봉 1억원을 넘게 받는 직원이 전체 직원의 40%에 이르는가 하면 연봉의 2~3배를 명예퇴직금으로 주는 회사도 있다.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지만 당사자들은 전년도에 비해 삭감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1인당 생산성을 기준으로 꼼꼼히 따져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지난해에도 전체 직원의 40% 이상이 연봉 1억원을 넘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정무위 배영식(한나라당) 의원이 거래소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억~1억 5000만원을 받은 고액 연봉자는 2007년 271명에서 2008년 228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80명으로 대폭 늘었다.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2007년 38.9%에서 2008년 32.3%, 지난해 40.1%로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배 의원은 “특히 1억 2000만원이 넘는 초고액 연봉을 받은 직원은 2008년 28명에서 지난해 76명으로 늘었고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또 지난해 자기개발휴가 7일과 경로효친휴가 3일 등 특별휴가 제도를 만들어 연차휴가 보상금으로 1인당 600만원을 지급했다. 또 직원 자녀의 사설 학원비로 1인당 연간 120만원씩 주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연봉자 비중이 늘어난 것은 2008년분 성과급이 지난해 지급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지난해에는 월급이 동결됐고 올해는 5% 더 삭감됐기 때문에 연봉 수준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KB국민은행은 파격적인 희망퇴직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은행은 최근 노동조합과 합의를 통해 희망 퇴직자에게 ▲최대 36개월치 기본급 ▲자녀 2명까지 대학 학자금 ▲KB금융지주 계열사 일자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은행권 최고 수준의 조건이다. 기본급 18~26개월을 특별퇴직금으로 주는 게 일반적이다. 직전 최고 수준이던 신한은행은 최대 30개월치 기본급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이런 조건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인력 구조조정이 KB금융 조직 효율화의 주된 변수로 떠오르면서 조직 내부의 반발이 거세자 잡음 없이 인력을 감축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희망퇴직 비용이 증가하면서 구조조정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채용을 전혀 안 한다고 가정했을 때 적어도 3년가량 돼야 퇴직 처리 비용 만회가 가능하다.”면서 “채용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3년 이후에야 수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퇴직 조건은 은행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국민은행 노사 협상 내용이 업계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은행권 전반적으로 퇴직 조건 수준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신용사업 부문에 공적자금 1조 1518억원을 출자형식으로 수혈 받은 수협 중앙회는 국정감사에서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가 도마에 올랐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은 “2004년 이후 퇴직 임원에게 공로금 명목으로 19억 6000만원을 지급했다.”면서 “신용 대표이사 등이 받은 성과급 총액도 2005년 이후 12억 69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4년 이후 임직원들이 110억원의 자녀 학자금을 지원받았고 지난해 1인당 명예퇴직금은 평균 2억 500만원”이라면서 “공적자금 상환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임직원들이 자기 몫을 챙기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수협 관계자는 “임원 성과급은 신용부문에 제한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은 의무 도입토록 양해각서(MOU)에 규정되어 있다.”면서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정착시켜 궁극적으로는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정서린·오달란기자 argus@seoul.co.kr
  • 까맣게 잊혀진 금통위원 1인

    까맣게 잊혀진 금통위원 1인

    ‘기억 속에 사라진 1인.’ 청와대와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가 애써 잊고 있는 듯하다. 잊어도 괜찮다면 한국은행법 개정을 통해 1명을 줄여도 좋지 않을까. 국민 세금을 아낄 수 있으니 ‘낙하산 인사’보다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행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공석 1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이 국감에서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한 자리가 6개월째 공석이다. 한국은행 설립 이후 60년 동안 한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금통위는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원회·대한상의·전국은행연합회의 장이 추천한 5인으로 이뤄진다. 기관 추천인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 4월 대한상의가 추천한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물러난 뒤 상의는 아직까지 새 금통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 측은 “금통위원 추천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추천권에 대한 메커니즘을 모르고 비판하지만 상의도 금통위원 추천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먼저 나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엔 청와대에 의중을 한번 타진해 봤지만 돌아온 메시지는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금통위원을 낙점해온 청와대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선거와 개각 등으로 새 금통위원에 대한 후보군 정리가 안 된 탓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회의’ 이후 논공행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말만 무성하다. 아직 느긋함이 엿보이지만 이성태 전 총재 시절 거의 사문화된 열석 발언권을 활용할 정도로 금통위에 관심이 많았던 것과 사뭇 대비된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에는 의장을 포함한 금통위 6인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금통위 의장인 김중수 한은 총재마저 ‘장기 공석’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니 청와대가 급하게 여길 이유가 없다. 또 친(親)정부 성향의 인물이 적지 않다 보니 기준금리를 둘러싼 표 대결도 자신한다. 정부 인사 가운데 금통위원만 후순위로 밀린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금통위원이 이런 푸대접을 받을 정도로 위상과 역할이 약하지는 않다. 예우는 차관급으로 전용차(체어맨)와 기사, 전담 비서가 제공된다. 연봉은 세전 기준으로 3억원대이며 한은이 만들어내는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이른바 금융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명예직이다. 전직 장관들도 마다하지 않는 자리다. 또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중대과실로 한은에 손해를 끼친 때에는 금통위원에게 연대 배상책임을 묻는다. ‘6인 금통위’는 지난 6개월간 별다른 사고 없이(?)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해 왔다. 1명이 부족하다 보니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7월에는 금통위 본회의가 김 총재와 강명헌 금통위원의 출장으로 의결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새 금통위원의 임명 지연으로 정부도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금통위원의 임명 방식을 바꾸자는 여론도 적지 않다. 국회엔 금통위원의 기관 추천을 폐지하고, 인사청문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자치단체 재단 설립 붐… 취지는 참 좋은데

    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재단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속성이 요구되는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이를 전담할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지자체의 산하기관 전락과 퇴직 공무원 및 단체장 측근 기용을 위한 자리 만들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는 민선 5기 핵심정책 추진을 위해 충남희망교육재단, 충남문화재단, 충남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500억원 기금 조성을 목표로 내년 말 출범 예정인 충남희망교육재단은 서울학사건립, 취업교육, 청소년교류 등을 맡게 된다. 문화예술 업무를 총괄할 충남문화재단은 대백제전 수익금 100억원 등 총 155억원을 마련해 2011년까지 구성될 예정이다. 충남복지재단은 도와 시·군이 7대3 비율로 기금을 출연해 설립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천의료관광 재단 설립을 추진한다. 오는 12월까지 재단설립 지원 조례를 만들고 내년 상반기까지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는 재단이 설립되면 해외 자매우호도시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연간 2000명 수준인 외국 의료관광객을 2014년까지 2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는 강화도의 풍부한 역사문화유산을 적극 보존 활용하기 위해 강화역사문화재단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는 내년 1월까지 문화재단을 구성하고, 경북도는 복지서비스 정책 개발 등을 수행할 경북행복재단을 내년 초 출범시킬 예정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충북과 대구·경북은 정부와 함께 첨단의료산업기술진흥재단을 만들고 있다. 기초단체들도 재단 설립에 동참하고 있다, 청주시는 복지정책 연구개발과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담당할 청주시 복지재단을 내년 하반기까지 설립할 예정이고, 원주시는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 설립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지자체가 많은 기금을 출연하는 등 설립을 주도하면서 재단이 산하기관으로 전락하거나 낙하산 인사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충북도의 경우 퇴직한 도청 간부 공무원과 이시종 지사 측근이 충북신용보증재단과 충북인재양성재단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경북행복재단 사무처장은 도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이 맡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재단 설립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재단이 생기면 퇴직을 앞둔 고위 공무원들은 대환영일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전문가를 기용하지 않거나 지자체가 재단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재단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면서 “운영의 독립성과 인사의 독립성이 확보될 때 재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1급이상 고위직 사수 부처간 ‘신경전’ 치열

    1급이상 고위직 사수 부처간 ‘신경전’ 치열

    정부 부처 간 고위직 자리 확보를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1급 이상의 고위직 자리가 빌 경우 연쇄 승진효과가 크기에 그 결과에 따른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30일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1급, 차관급 등의 고위직 신규 임명자가 종전과 달리 타 부처 출신들이 많아지는 등 부처 간 인사 경계가 약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외청장과 산하기관장에 대한 임명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국토해양부 간에는 미묘한 갈등마저 감지된다. ●연쇄 승진 효과 커 희비 엇갈려 지난 8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장에 한만희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승진 임명됐다. 행복청은 국토부 산하 외청이나 전임 정진철 청장은 행안부 출신이다. 행안부는 국토부 출신인 한 청장이 임명되자 내심 차장을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행안부는 국토부에 국장 자리를 요구했지만 국토부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청 국장은 3명으로 현재 지역주민 보상 및 이주 대책 등을 담당할 지역정책관에 행안부 유상수 국장이 파견돼 있다. ●행안부-국토부 외청장 임명 등 갈등 국토부는 도시건축 및 기반시설국으로 업무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에 따라 행안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8월에 밀렸던 행안부가 9월 대반격을 벌였다. 제22대 대한지적공사 사장에 김영호 전 행안부 차관이 취임했다. 지적공사는 2008년 행정자치부에서 국토해양부로 감독권한이 이관됐지만 행안부 출신 인사들이 줄곧 수장을 맡아 왔다. 전임 이성열 사장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출신이다. 국토부는 이 전 사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부 인사 기용을 시도했지만 행안부와 힘겨루기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에 앞서 현 정부초기 장수만 전 조달청장이 국방부 차관, 김대기 통계청장이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수원 특허청장도 지식경제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외청선 “상급부처 인사해소용” 불만 이와 함께 청단위 기관에서는 상급부처의 밀어내기식(낙하산) 인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장 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일부가 상급부처의 인사 해소용으로 제공되다 보니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외청으로서는 승진 기회가 줄어들고 업무를 모르는 간부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도 막대하다. 더욱이 내려온 간부들이 눌러앉고, 낙하산 인사가 본청 국장으로 직접 내려오는 행태가 벌어지면서 위상이 말이 아니다. 통계청 기획조정관에 기획재정부 인사가 승진 임명됐다. 통계교육원장 등을 거쳐 내려오던 요식절차마저 생략한 채 대놓고 자리를 차지했다. 정부 외청의 한 관계자는 “외청 국장자리가 상급부서의 인사해소처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올라갈 사람은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고 대부분 본부에서 물먹은 인사들을 배려하는 자리가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서울 이재연기자 skpark@seoul.co.kr
  • 공기업사장 인사청문회 도입 추진

    전국의 지방의회가 지자체의 공기업 대표 자질 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28∼29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리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협의회에서 ‘지방공기업 대표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한 지방공기업법 개정 건의안’을 공식 안건으로 채택한다. 의장단협의회는 이번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 등에 공식 제출키로 하는 등 이 문제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건의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동안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인 산하 기관장의 인사권 침해 논란과 함께 의회와 집행부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커 보인다. 윤봉근 광주시의회 의장은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 재정상태가 어려워진 것은 공사·공단 등 지방공기업의 부실경영과 방만한 운영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지방공기업 사장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사검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모든 지방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공기업 대표에는 단체장의 선거를 도와준 퇴직 공무원 등이 낙하산식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국 125개 지방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74.4%인 93명이 해당 지방자치단체 등의 퇴직 공무원이다. 전문 경영인 등 외부인사가 CEO를 맡고 있는 경우는 32곳(26%)에 불과했으며,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모든 공기업 대표가 퇴직 공무원으로 채워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회는 이 같은 정실·보은인사 등 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막고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사전에 검증해 지방공기업의 경영합리화와 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 향상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제주도만 ‘제주도 특별자치도 설치법’에 따라 환경부지사와 감사위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등 각 지방 광역의회들은 그동안 꾸준히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상위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히 좌절됐다. 전북도의회는 2004년 의원발의로 ‘전북도 공기업 사장 등의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회조례’를 제정했으나 전북지사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효력을 잃었다. 광주시의회도 최근 원 구성을 마친 뒤 관련 조례제정을 검토했다가 비슷한 이유로 그만 뒀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사실상 인사 청문회’를 추진키로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의회 교통위원회는 다음달 5일 열리는 김익환 신임 서울메트로 사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김 사장의 경영 방침과 자질 등을 검증해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기아차 부회장 출신인 김 사장은 지난달 31일 임기 3년의 서울메트로 사장에 새로 임명됐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은 다른 지방과 달리 자산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등 시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지자체 측은 “인사권은 단체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광주시의 한 간부는 “이미 선거를 통해 위탁받은 단체장의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한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열린세상] ‘공기업 악순환’이 ‘공기업 선진화’ 되려면/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공기업 악순환’이 ‘공기업 선진화’ 되려면/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 단일기업 중 빚이 가장 많은 기업은 어디일까? 단연 지난해 10월1일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다. LH의 부채규모는 올해 정부예산 293조원의 40%에 달하는 118조원인데, 더욱 문제인 것은 이 중 75조원은 금융부채로 매일 이자만 100억원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이자만 100억원을 물고 있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파산을 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LH 임직원들은 사실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기업 빚은 결국 정부가 갚아 줄 수밖에 없다고 굳건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전력은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직원 1인당 평균 1800만원씩 성과급을 지급했고, LH 역시 직원 1인당 평균 16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당연히 이들 공기업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지만, 한전과 LH는 공기업의 성과급은 급여의 일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공기업들이 막대한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최고 등급인 S등급, LH는 A등급을 받았는데, 공기업 평가항목에서 공기업 재무상태 점수는 3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부의 공기업 평가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어마어마한 빚을 진 공기업들도 정부가 시키는 일만 해서 재정부 평가만 잘 받으면 성과급 잔치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공기업의 악순환 고리는 끊어지지 않게 된다. 적자투성이 공기업이 아무리 경영성과가 나빠도 그 공기업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한전은 유가가 올랐지만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릴 수 없어서 부채를 지게 된 것이라고 강변한다. LH는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 혁신도시, 행복도시 등 국책사업과 신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할 수 없이 빚을 진 것이지 자신들의 경영관리 실패나 도덕적 해이라고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견고한 것은 포퓰리즘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당국, 공기업, 공기업 노조의 공생관계 때문이다. 포퓰리즘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당국은 정권 차원의 대중영합적 정책을 공기업에 떠넘기고, 공기업은 이러한 포퓰리즘 정책을 수행하느라 빚더미에 앉게 되지만 그 공기업은 정부 정책에 최대한 순응했기 때문에 기재부 평가를 잘 받게 되고 직원 대상 각종 복지혜택도 늘려 ‘실리’를 챙기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에는 공기업 노조도 많은 역할을 한다. 이명박 정부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핵심인 성과연봉제 도입도 공기업 노조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또 일단 낙하산 기관장이 선임되면 대부분의 공기업 노조는 임용반대 집단행동을 하고 경영 자율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단임제 기관장은 이러한 문제를 조용하게 해결하려고 단체협약이나 이면합의를 통해 노조의 과도한 각종 요구를 들어주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러다 보니 얼마 전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일부 공기업 노조간부들이 각종 납품 및 인사 등 회사경영에 개입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사례까지 생기기도 한다. 정부당국, 공기업, 공기업 노조의 악순환적 관계를 종식시켜 공기업을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당국 스스로 대중영합적 국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맡겨 공기업 부채를 심화시키는 것부터 자제해야 한다. 즉 공기업을 정부기관의 뒤처리나 하는 역할에서 해방시켜야만 방만 공기업의 임직원이나 노조가 더 이상 자기반성 없이 오로지 정부 탓만 하면서도 온갖 ‘실리’만 챙기는 것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공기업 평가시 공기업 재무상태에 대한 평가비중을 대폭 상향조정하고, 재무상태가 나쁜 공기업에 대한 제재시 당해 공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고, 감독 정부기관에 대한 제재도 동시에 해야 정치권이나 감독청이 온갖 재정부담을 공기업에 전가시키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현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의 기본 틀을 민영화로 하기에 역부족이라면 지금이라도 공기업 재정건전화 방안을 현실적으로 수립하여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 [사설] 퇴직공무원 재취업도 공정잣대 들이대야

    정부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퇴직후 산하기관으로 옮기는 ‘낙하산식’ 재취업이 여전하단다. 국회 보건복지위 정하균(미래희망연대) 의원이 15개 부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그제 공개한 내용을 보면 지난 5년간 장·차관을 비롯해 1∼3급 공무원 259명이 산하기관에 재취업했다. 이들 고위공직자들이 받는 평균연봉도 927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해 50명이 넘는 고위공직자가 자리보전식 일자리를 받아 억대연봉을 챙기는 셈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과 실직자가 넘치는데 공직사회엔 제식구 봐주기와 철밥통 관행이 여전하니 부끄럽다. 낙하산식 인사의 폐해는 두말할 것 없이 조직의 기강·사기며 효율성 저하일 것이다. 국민혈세를 받아 살며 운영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이라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의 모범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 공직사회에 봐주기식 낙하산 인사며 회전문식 재취업이 만연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인정할 만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고위 공직자의 산하기관 채취업까지 문제삼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관으로 모셨던 공직자가 버티고 있는 산하기관에 대한 정부 부처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부실·방만 경영과 줄서기 인사의 폐단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다. 적자경영을 하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노조 입막음을 위해 타협을 일삼는 공기업·공공기관이 수두룩하다. 민간기업·업체들조차 고위공직자 모시기에 혈안이 된 것도 방패막이의 방편임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공정한 인사와 엄정한 감독·관리없는 정부·공직사회의 혁신과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기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고위공직자라도 민간인과 투명하게 경쟁하고 공정하게 뽑을 수 있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퇴직 공무원들의 전문지식 활용이란 허울좋은 구색부터 버려야 공직사회의 인사원칙과 운영이 제대로 설 것이다. 먼저 고위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 조건과 범위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공과를 냉엄하게 따져 묻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공무원의 제식구 봐주기식 온정주의와 철밥통의 안이한 자세는 공정한 사회를 앞당기기는커녕 멸시와 조롱만 더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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