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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국판 엔론’ 대우조선 비리, 회계법인 처벌해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저지른 분식회계 규모는 10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남상태 전 사장을 구속한 데 이어 후임인 고재호 전 사장을 어제 소환해 조사했다.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대우조선해양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만 29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분식회계의 문제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가짜 회계장부로 수십조원의 사기 대출을 받아 금융기관, 나아가 국가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2013년부터 2조 6000억원을 대우조선에 빌려줬다. 이런 배경에서 분식회계에 가담한 회계법인과 자회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산은의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7대 기업 중 하나였던 엔론은 실적을 뻥튀기하다가 2004년 공중분해됐는데 엔론의 분식을 묵인했던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도 엄한 처벌을 받아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어제 이런 일을 상기시키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한국판 엔론 사태’로 규정, 관련 인물과 기관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능력보다 마치 권력의 전리품 같은 인사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강만수 산은 회장, 이번 정부의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의 낙하산 인사가 대우조선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조금도 틀림이 없이 맞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금융감독기관 등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해당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이고 회계법인 대표와 감독을 게을리하고 수조원을 빌려준 홍 전 산은 회장 등 또한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한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인 이른바 ‘서별관회의’의 실체와 회의 내용도 밝혀져야 한다. 더민주 홍익표 의원은 같은 날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정상화 지원 방안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주장에 즉각 반박했지만 밀실에서 이뤄진 결정 과정은 앞으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참석한 당정 인사들도 정치적·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앞으로 국회와 검찰이 해야 할 일이다.
  • 한국거래소 노조 낙하산 인사 항의

    한국거래소 노조 낙하산 인사 항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 ‘낙하산 인사폭탄, 추락하는 자본시장’이라고 쓴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거래소는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이은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 임명안을 처리했다. 연합뉴스
  •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천송이 코트 → 은행 마감시간 → 성과연봉… 금융개혁 ‘온도차’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천송이 코트 → 은행 마감시간 → 성과연봉… 금융개혁 ‘온도차’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말했다. “뒷산(부실 대기업)이 무너지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개울가 정비(성과연봉제 도입)만 외치고 있다.” 그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시(부실 기업 구조조정) 상황에서 지휘관이 군인들 연봉을 논의하자는 게 이치에 맞느냐”고도 했다. 일의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금융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금융소비자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서울신문이 온라인리서치 전문회사인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전국 만 20세 이상 금융소비자 480명을 조사한 결과 ‘고객 위주의 금융서비스 제공’(37.3%)을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낙하산 및 관치금융 차단’(32.3%), ‘금융규제 완화 및 철폐’(11.5%)가 뒤를 이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금융개혁 과제들이 주로 규제 완화나 성과주의 도입 등 금융당국과 금융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금융산업은 민간 영역인데 정부는 여전히 금융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융사도 소비자도 공감할 수 없는 금융개혁만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금융사,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제각각 다르니 시각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김상조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반론도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이동제, 안심전환대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간편결제 등 금융당국이 자부심을 느끼는 ‘금융개혁 성과물’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뜨뜻미지근하다. 설문에 참여한 금융소비자들이 한 번이라도 접해 본 서비스는 ‘간편결제’(46.5%)가 가장 많았다. 반면 올해 처음 도입된 ISA나 은행 창구에서 주거래 은행을 갈아탈 수 있는 계좌이동제는 10명 중 1.3명꼴로 이용해 봤다는 결과가 나왔다. 1993년 금융실명제법 도입 이후 23년 만에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도 계좌 개설이 가능토록 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는 이용자가 5.0%에 불과했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흥행과도 직결되는 서비스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된 데다 아직은 수요가 크지 않은 탓도 있어 보인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금융소비자의 필요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해외 사례를 참고하거나 정책적 필요(가계부채 안정, 금융사 건전성 강화 등)에 따라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금융개혁 상품이 정작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때 ‘천송이 코트’ 논란을 가져왔던 간편결제(공인인증서 폐지)가 금융개혁이라고 했다가 또 어느 날은 은행 영업시간을 도마에 올리더니 지금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금융개혁의 최대 과제인 것처럼 떠든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도 정부에 ‘등 떠밀려’ 관련 상품들을 줄줄이 내놨지만 금융사별 차별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하나의 ‘붕어빵 상품’을 양산한 셈이다. 한 은행 부행장은 “금융사끼리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지만 ISA나 계좌이동제 등 정책 상품은 실적을 잘 쌓아 정부에 잘 보여야 한다는 심적 압박도 크다”고 토로했다. 고객을 위한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차별화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금융사들이 실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고백이다. 그렇다 보니 금융당국에 대한 소비자의 점수도 짰다. ‘못하고 있는 편’(26.3%). ‘아주 못한다’(5.8%) 등 금융위원회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32.1%로 긍정적 평가(‘잘하고 있는 편’ 5.6%)를 크게 웃돌았다. 이런 시각은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에도 그대로 투사된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개혁에 ‘반대한다’(22.1%) 또는 ‘잘 모르겠다’(56.7%)고 응답한 78.8%는 반대 이유로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지는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3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57.1%)이 반대(42.9%)보다 많았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이나 금융사 간 경쟁을 부추겨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이 우려돼서’(51.5%)였다. 적지 않은 소비자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보다 소비자 보호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에 더 주목했다는 점은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연내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도 비슷한 이유로 ‘우려’가 많았다. ‘기존 거래 은행 대신 인터넷은행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없다’(14.4%) 또는 ‘고민해 보겠다’(47.1%)가 65.1%나 됐다. 그 이유로는 ‘보안(해킹)에 대한 우려 때문’(53.6%)이 가장 많았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개혁의 주요 명제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 보호’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 것”이라며 “2014년 카드사 고객 정보유출 사건에서 경험했듯이 아무리 좋은 제도와 서비스라고 해도 고객 보호에 실패하면 도리어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쓰라린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금융소비자 대다수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금융사에 대해 ‘보통 이상’(88.2%)의 점수를 줬다. 다만 거래 금융사에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낮은 (예금) 이자, 저조한 수익률’(56.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논란이 됐던 ‘붕어빵’ 은행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에 대한 불만(19.4%)도 적지 않았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실 기업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해 경쟁력부터 제고하겠다는 금융당국도,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금융사도, 서비스와 수익률을 개선해 달라는 소비자 요구도 결국은 다 금융개혁”이라면서 “뭘 먼저 하고 나중에 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한 가지 방향으로 금융개혁을 규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광우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는 “아무리 금융개혁을 외쳐도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추진 동력을 상실한다”면서 “금융산업의 의미와 금융개혁의 절실함을 소비자들이 절감하기 위해선 정부 홍보도 중요하지만 초·중·고교 시절부터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조선·해운 구조조정 국정조사 요구서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국회에 제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소속 의원 100여명은 1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 진상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발의를 주도한 더민주 민병두·박광온 의원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가진 한계점, 낙하산 인사 등을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과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목숨을 건’ 북한의 원산 에어쇼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목숨을 건’ 북한의 원산 에어쇼

    에어쇼(Air Show). 사전적 정의로는 각국의 항공산업 관련기업과 기관이 참가해 최신 기술과 신제품을 뽐내고 주최국의 공군력을 과시하는 목적에서 열리는 행사를 말한다. 각 기업과 공군이 자국의 최신 기술과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이니만큼 에어쇼에는 각국의 최첨단 전투기와 무기들이 총출동해 바이어들과 관람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100년 전통의 파리 에어쇼를 필두로 영국의 판버러 에어쇼나 UAE의 두바이 에어쇼, 중국의 주하이 에어쇼 등이 세계 각국 공군 및 항공산업 관계자, 관람객들에게 유명한 에어쇼로 각광받고 있다. 아마 머지않아 한반도에도 이러한 에어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명한 명물(?) 에어쇼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원산 에어쇼’가 그것이다. 에어쇼는 ‘미끼 상품’ 원산은 북한의 행정구역 상 강원도에 위치한 항구도시이자 김정은의 고향으로 최근 북한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자신의 고향인 원산을 각별히 아끼며 이곳에 외화벌이를 위한 대규모 관광거점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김정은은 UN의 대북 사치품 거래 제재를 뚫고 유럽에서 최고급 자재와 장비들을 들여와 원산을 ‘별천지’로 꾸미고 있다. 우선 자신과 측근들이 이용할 초호화 별장 여러 채를 짓고 인근 바닷가에 척당 100억 원이 넘는 호화 요트가 즐비한 선착장을 만들었다. 최고급 마감재와 서비스 시설을 갖춘 마식령 스키장을 만들어 자신이 직접 리프트를 타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고, 전방 공군기지로 운용되던 갈마비행장에 홍콩의 유명 건축업체를 불러들여 현대적 시설을 갖춘 국제공항을 건설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은 원산에 하루 20시간 이상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수만 명의 병력과 주민들을 동원해 원산군민발전소를 건설하고 있고, 원산과 그 일대 주요 관광지를 잇는 도로와 각종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원산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자신과 특권계층의 ‘럭셔리 라이프’를 위한 시설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심과 더불어 원산을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만들어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이 이토록 공을 들인 원산에서 ‘국제 에어쇼’를 개최함으로써 원산 개발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으려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영국의 한 언론을 통해 오는 9월쯤 북한이 강원도 원산에서 첫 에어쇼를 개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이 보도를 말도 안 되는 루머로 취급했었다.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로 낙인찍혀 고립된 나라가 도대체 무슨 역량으로 에어쇼를 개최하며, 설령 개최하더라도 과연 누가 그 에어쇼를 찾아가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러한 비아냥거림과 달리 북한은 제법 진지했다. 영국 언론에서 보도가 나오기 무섭게 관영매체와 관광업체를 통해 9월 실시되는 에어쇼를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2016’으로 명명하고 구체적인 행사 일정과 관련 관광 상품을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당국이 내놓은 홍보물에 따르면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2016’ 행사는 9월 2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박 3일간 원산국제비행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명칭은 국제친선항공축전으로 국제 행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행사에 참가 의사를 밝힌 국가는 없기 때문에 시작부터 끝까지 북한 당국의 통제 하에 진행되는 ‘원맨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내놓은 관광 상품은 이렇다. 첫날 아침 원산국제비행장에서 북한공군 항공기들의 에어쇼와 지상 전시 기체를 관람하고, 오후에는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 여객기들의 시범 비행과 지상 전시 기체 관람이 이루어진다. 물론 개별 관람은 불가하며, 사진 촬영도 허가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행사 둘째 날인 25일에는 고려항공 여객기에 탑승, 30분간 체험 비행을 갖고, 다시 원산국제비행장으로 돌아와서 북한군 특수부대의 낙하산 강하 시범을 관람한다. 이후 주기장에 전시한 모형항공기들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며, 추가 비용을 내면 명사십리 해안이나 의림폭포 등의 인근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행사 마지막 날 오전에는 갈마공항에서 열풍선(열기구) 대회와 태권도 시범을 관람하고, 오후에는 원산 인근 송도원 해안을 방문한 뒤 숙소로 돌아와 대기하다가 폐막식 불꽃놀이를 관람하고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북한을 떠나는 것이 이번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2016’ 행사의 전체 계획이다. 북한이 지정한 2개 여행사를 통해서만 신청이 가능한 이 ‘에어쇼’는 3박 4일짜리 기본 상품부터 10박 11일짜리 상품까지 다양한 일정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여행 상품의 내용을 면밀히 뜯어보면 에어쇼는 단순히 미끼상품에 불과할 뿐, 북한은 관광객들의 외화를 긁어모을 다양한 ‘옵션상품’을 행사 일정 중간중간에 끼워 넣고 있다.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기본 상품은 3박 4일짜리 일정으로 1인당 가격인 1345유로(약 180만원)이며, 보험 및 북한비자 발급비용은 별도다. 이 상품을 신청할 경우 앞서 소개한 에어쇼 일정만 관람할 수 있을 뿐, 이 행사에 ‘옵션’으로 끼어 있는 다른 일정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에어쇼 기간 내내 행사장 안에서는 평양맥주나 대동강맥주 등을 파는 맥주축전이 열리며, 정규 일정 이외에 강원도 예술단의 특별공연 관람, 원산만 크루즈 탑승체험, 울림폭포 또는 명사십리 관광, 송도원 야외 원형극장 영화 관람, 열풍선 탑승체험, 여객기 탑승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옵션 상품’은 각각 150~300유로(약 20만~40만원)의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여기에 더해 자선모금 퀴즈대회와 자선복권 판매 행사도 관광 기간 중 연일 계속된다. 공식적으로 이 자선 행사를 통해 모금된 돈은 인근의 고아원에 기부될 것이라고 북한 당국은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돈이 고아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 행사를 ‘항공축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에어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 행사를 찾는 관광객이 항공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첫날뿐이며, 그나마 볼 수 있는 항공기라는 것도 다른 나라 같으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골동품들이다. 호기심에 이 행사를 찾는 관광객은 체류 기간 내내 안내원의 손에 이끌려 각종 옵션 상품을 경험하며 지갑을 열 것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고, 원산을 떠날 무렵 그 관광객의 지갑은 무척이나 얇아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관광객이 원산을 무사히 떠날 수 있다면 그것조차도 다행이다. 원산에는 이 행사를 찾는 관광객의 신변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이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에어쇼 북한이 인터넷을 통해 9월 에어쇼 관광 상품을 홍보하기 시작하자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관계당국에서는 즉각 부정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각국은 최근 북한 당국이 부당한 이유로 외국인을 불법 구금하는 등 북한을 방문했을 경우 신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국민의 북한 방문을 불허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자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걸핏하면 ‘공화국 전복 음모 혐의’나 ‘간첩 혐의’ 등의 죄목을 씌워 억류하기 일쑤다. 해당 죄목을 선고 받은 외국인들은 단지 성경책을 소지했거나 호텔이나 관광지에서 안내원 또는 보위지도원 이외의 다른 주민에게 말을 걸고 사진을 찍었을 뿐이지만 북한은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해 장기간 억류하며 석방 조건으로 보석금이나 정치적 협상을 요구하는 인질극을 종종 벌여왔다. 과연 이러한 신변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산 에어쇼를 관람하려는 외국인이 몇이나 될까? 설령 북한 당국이 원산 에어쇼를 찾은 관람객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에어쇼에서의 사고 가능성이다. 북한 당국이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에어쇼 첫날인 24일 아침에 북한공군의 주요 항공기들이 행사장 상공에서 다양한 공중 기동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 공중 기동에 동원되는 기체들은 수십 년 이상 된 노후 기체들이다. 이날 시범 비행 예정인 기종은 북한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MIG-21과 MIG-29, Su-25 공격기와 MD500 헬기, 그리고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와 헬기들이다. 과연 이 항공기들은 별 탈 없이 시범 비행을 보여줄 수 있을까? MIG-21은 북한이 180여 대를 운용하고 있는 주력 전투기로 구소련이 1950년대 후반에 개발한 기종이다. 북한은 1966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했고, 전체 보유 기체 가운데 1/3은 중국제 ‘짝퉁’인 J-7이다. 북한 공군이 보유한 기체 가운데 1960년대에 도입된 기체는 대부분 퇴역한 것으로 알려졌고, 북한은 1985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190여 대를 추가로 도입했지만, 적지 않은 수가 중고 기체여서 북한 공군 MIG-21의 평균 기령은 30~40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이 에어쇼에 비교적 상태가 좋은 기체가 동원된다고 하더라도 30년 넘은 노후 기체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북한공군의 최신예 기종이라는 MIG-29도 상황은 별반 다를 바 없다. MIG-29는 우리 공군의 F-16에 비견되는 우수한 전투기지만, 우리 공군의 F-16이 최신 개량을 적용해 강력한 작전 능력과 우수한 안정성을 가진 것과 달리 북한의 MIG-29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기체다. 북한공군이 보유한 기체는 1985년과 1989년 구소련에서 직수입한 다운그레이드 기체 22대와 1993년까지 북한에서 조립 생산한 기체 2대 등 24대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비용 부품 부족으로 실제 가동되는 기체는 10~15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기체 수명 자체도 24~32년 정도 된 노후 기체인데다가 부품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지 오래되어 특별한 행사 때가 아니면 비행 훈련 자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와 부품 부족으로 비행 경험이 부족한 조종사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전투기를 몰고 수백, 수천 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행사장 상공에서 곡예비행을 벌인다면 과연 누가 이 행사장을 찾으려 들까?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안전 문제가 전투기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행사에 동원되는 고려항공 소속 여객기들도 낡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당국은 소개 자료를 통해 이 행사에 일류신 IL-18과 IL-62, IL-76 기종과 투폴레프 Tu-134, Tu-154 기종, 안토노프 An-24 등의 기종이 전시 및 시범 비행에 동원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들 모두 노후화가 심각한 기체다. 이 가운데 IL-18 기종과 AN-24 기종은 1966과 1969년에 도입되어 50년에 가까운 기령을 자랑하며, 그나마 좀 상태가 낫다는 Tu-134 기종은 1976년과 1984년 도입해 평균 기령이 30년을 넘는다. 김정은의 전용기로 유명한 IL-62는 1981~1988년에 도입되어 주로 장거리 노선을 소화하며 기체 노후도가 심각하며, 그마나 신형 기종인 IL-76은 곧 취항 25주년을 맞는다. 앞서 언급된 기종들 모두 기체 노후 및 정비·감독 등의 불량을 이유로 유럽연합(EU)에서 EU 회원국 취항을 금지하고 있는 문제 기체들이며, 심지어 중국조차도 고려항공의 Tu-134와 Tu-154, IL-62에 대해 추락 위험성을 제기하며 자국 영공 운항 금지 조치를 취했을 정도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기종들이다. 물론 고려항공 여객기들이 모두 이런 고철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도입한 Tu-204나 AN-148과 같은 기종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체들은 몇 안 되는 북한의 국제선 노선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에서는 이 기종들을 구경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산 에어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북한을 제외한 해외 각국이 안전상의 문제로 취항을 금지한 낡은 여객기를 타는 탑승 체험 등에 추가 비용까지 내면서 스스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굳이 탑승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지상에서 이 위험한 노후 여객기의 이착륙과 시범 비행을 지켜보아야 하니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다. 이처럼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2016’ 행사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상에서는 북한 당국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불법 억류 위협은 물론, 언제 행사장 상공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노후 비행기들의 추락 위협이 기다리고 있고, 하늘에서는 탑승한 항공기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에 떨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탑승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돈이 정말 많고 언제든지 ‘불귀(不歸)의 객(客)’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모험가라면 모르겠지만, 주변에 이 행사 참가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만류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사설] 망신 자초한 홍기택 휴직, 후속대처 잘하길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지난 27일부터 돌연 6개월 휴직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홍 부총재는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AIIB 이사회에 구두로 휴직을 알린 데다 지난 25일 AIIB 첫 총회에도 불참했다. 개인 사정으로 휴직할 수는 있지만 홍 부총재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다. 홍 부총재를 둘러싼 현 상황에 비춰 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총회에 참석했다가 진리췬 AIIB 총재에게서 들었다니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AIIB는 올 1월 중국 주도 아래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국제금융기구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큰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에 대응할 목적으로 설립된 탓에 우리 정부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어렵사리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분담금은 37억 달러로 57개 회원국 중 중국·인도·러시아·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그런데 홍 부총재는 AIIB의 최고위험관리자(CRO)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고도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휴직해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홍 부총재는 박근혜 정권 인수위원 출신으로 정부 출범과 함께 산은 회장에 오른 ‘낙하산’ 인사다. 회장을 맡는 동안 조선·해운업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미루다 결국 위기를 맞았다는 책임론의 휩싸여 있다. 대우조선의 1조 5000억원 분식회계를 묵인해 주고 4조 2000억원을 신규 지원했다. 대우조선 임직원에게 877억원의 부당 격려금 지급을 허락하는 등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홍 부총재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들러리 신세”라며 대우조선 지원의 결정을 청와대와 금융위원회에 떠넘겼다. 무책임의 전형이다. 홍 부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은 인사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는 산은 회장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둔 지난 2월 AIIB 부총재로 영전했다. 당시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에다 정권 실세들의 밀어주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적임자가 아니었던 만큼 추천한 사람들의 책임도 만만찮다. 정부는 후임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막대한 부담금을 내면서 다른 나라에 부총재 자리를 뺏긴다면 국가적인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AIIB 부총재에 정치적 고려가 아닌 전문성 있는 인사를 엄선해 더이상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공기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공모 잡음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차기 이사장 선임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9일 공동성명을 통해 “권력의 양지만을 좇는 정치인과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개발사업자는 JDC 이사장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마감한 JDC 이사장 공모에는 지난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새누리당 후보, 정치인, 지역 언론사 사주이자 개발업체 대표, 대학교수 등 모두 9명이 응모했고 이들 중 특정인이 이미 이사장으로 낙점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 단체는 “JDC가 진정 국민의 공기업이라면 권력의 입맛에 맞는 논공행상식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 공공성을 두루 갖춘 인사가 새로운 리더가 돼야 한다”며 “차기 이사장 후보군 중 적임자가 없다면 재공모라도 실시해 제주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JDC 차기 이사장 논란이 불거진 이때를 계기로 JDC의 제주도 산하기관 이전 등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DC 노조도 이례적으로 JDC 임원추천위원회에 전문성, 도덕성, 행정경륜 등을 갖춘 전문가가 이사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JDC의 제주도 이관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지난 28일 제주시민사회연대회의와 정책간담회에서 “JDC는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 등을 통해 연간 1000억원 순익을 내고 있지만 100% 제주도민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며 “정부 공기업으로 계속 존속해서는 안 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며 제주도 이관문제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JDC 이관 문제는 이번 20대 국회에서 앞으로 대선 이후에 정치적인 큰 차원의 정책결정, 큰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기 3년의 JDC 차기 이사장은 임원추천위가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복수의 이사장 후보를 기획재정부에 추천하면 다음 달 15일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와 대통령 재가 등을 거친 후 국토부 장관이 최종 임명할 예정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교통정체 걱정 끝? 1인승 헬기 등장…드론으로도 활용

    교통정체 걱정 끝? 1인승 헬기 등장…드론으로도 활용

    일반 가정에서 이동 수단이라고 하면, 현재 자동차나 오토바이, 혹은 자전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헬리콥터라는 선택을 더 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물론 지금도 자가용 헬기를 소유한 사람도 있겠지만, 값비싼 데다가 크고 이착륙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캐나다 항공업체 ‘에어빈치’(AIRVINCI)가 개발하고 있는 헬기(모델명: N2725N)이 상용화되면 하늘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꽤 많아질 것이다. 에어빈치 헬기는 폭 7피트(약 2.1m)에 못 미쳐 일반적인 차고에 둘 수 있으며, 소형 활주로 역시 필요치 않아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이착륙할 수 있다. 물론 조종석에 탑승하지 않고 무인항공기(드론)로 이용할 수 있어 화물 운송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속 70k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이 헬기는 엔진 두 기를 탑재하고 있어 비행 시 안정감 있게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며 만일 비행 도중 엔진 한 기가 고장이 나도 나머지 한 기로 충분히 착륙할 때까지 비행을 계속할 수 있다. 비상 시에는 낙하산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행 시 새떼와 같은 혹시 모를 장애물로부터 탑승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조종석에는 강화 안전 막이 설치돼 있다. 물론 분사 추진기 형태의 개인용 비행장치로 제트팩이 개발돼 있지만, 이번 개인 헬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탑승자가 조종석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어빈치의 설립자 타렉 이브라힘은 “처음에 모두가 미쳤다고 말했지만, 나 자신이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브라힘은 이를 꿈으로만 끝내지 않고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항공기 엔진 업체와 계약해 현실화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에어빈치는 현재 시제품 제작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번 여름에 무인 시험 비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는 실제로 사람을 태운 유인 시험 비행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 가격 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용화되면 매일 출퇴근에 이용하는 자가용 외에도 버스나 택시 등 교통수단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에어빈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AIIB 부총재 홍기택 첫 연차총회 실종사건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차이나 월드 호텔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첫 연차총회가 열렸다. 창립 6개월 만에 열리는 총회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4개국에 대한 1호 투자를 의결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57개 회원국 대표들과 대표를 수행하는 각국 공무원들로 호텔은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내 회원국 대표로 기조연설을 했고, 내년 총회 개최지로 제주도가 선정됐다. 하지만, 한국 공무원들의 얼굴에는 야릇한 불안감이 흘렀다. 한국 몫으로 AIIB 부총재 자리를 꿰찬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등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색이 역력했다. 홍 부총재는 얼마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부실 지원은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고 주장했다. 홍 부총재가 등장하면 기자들이 달라붙어 대우조선 부실 문제를 물을 게 뻔하고, 나타나지 않으면 잔칫날에 주인이 사라진 것과 같은 꼴이 되는 고약한 상황이었다. 이날 홍 부총재는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홍 부총재는 AIIB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AIIB가 채용한 개인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유 부총리도 ‘홍 부총재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만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정말로 홍 부총재는 한국과 상관없는 AIIB 소속의 개인에 불과할까?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보자. 한국은 미국의 반대에도 AIIB 가입을 결정했다. 미국 중심의 금융 패권에 도전장을 낸 중국은 한국의 가입에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AIIB의 5개 부총재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려고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중국은 프랑스의 거센 반발에도 리스크 담당 부총재 자리를 한국 몫으로 돌렸다. 투자금 환수가 불투명한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투자를 하는 AIIB 특성상 리스크 담당 부총재는 핵심 요직이다.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수주를 다툴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훗날 AIIB가 북한 투자에 나설 때를 가정한다면 AIIB에 부총재가 있느냐 없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낙하산’으로 산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낙하산’으로 AIIB에 입성한 홍 부총재가 지금 AIIB에서 한국의 위상을 오히려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첫 총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부총재가 한국 검찰과 국회로 불려다니기라도 한다면 AIIB는 그 자리에 다른 국가의 대표를 앉힐지도 모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데스크 시각] 산은을 때리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안미현 금융부장

    [데스크 시각] 산은을 때리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안미현 금융부장

    산업은행이 흠씬 두들겨 맞고 있다. 맞아도 싸다.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 가까이 장난을 치는데도 전혀 몰랐고, 퇴직 임원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에 급급했다. 그 어떤 말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런데 너덜너덜해져 가는 산은을 보면서 께름칙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대우조선이 부실해진 게 어디 산은만의 잘못인가. 성동조선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게 어디 수출입은행만의 잘못인가. 대우조선을 살리자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권 차원의 판단이었다. 정부는 산은과 대우조선의 ‘부실한’ 자료를 믿고 지원을 결정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적나라한 실상이 제대로 보고됐다 한들 ‘정리’를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대우조선보다 훨씬 고용 규모가 작은 성동조선조차도 은행들이 손 떼려 하자 정치권은 앞다퉈 압력을 넣었다. 그랬던 정치권이 산은과 수은의 부실 관리를 가장 앞장서 힐난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이번 기회에 산은을 없애자고 했다. 시장의 구조조정 역량이 부족해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국내 금융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다음 얘기가 더 흥미롭다. “산은이라는 큰 버팀목이 없어지면 신한은행이 (징후가 안 좋은 기업 대출을 회수하며) 빠져나갈 것이다. 그다음 하나은행이 손을 털 것이고 우리, 국민은행이 뒤를 따를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아 뒤집어쓰는 은행은 아마도 농협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시장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선·해운에 물린 대표적 은행은 산은, 수은, 농협이다. 다른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물린 돈이 적다. 왜 그럴까. 국가경제 혹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며, 조선소 한 곳에 딸린 식솔이 수백 수천 명이라며, 이 정도의 기업을 다시 키우려면 더 큰 돈이 들어간다고 읍소해도 시중은행들은 회생 가능성이 낮다며 냉정하게 곳간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떠안은 곳이 국책은행이요,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덜 치밀하고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농협이었다. 은행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은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거다. 당장은 일감도 없고 갚을 능력도 없어 보이지만 다시 살아날 것도 같다. 이 기업이 살아나면 믿고 기다려 준 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씌워 준 고마운 은행이 된다. 거꾸로 망하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방만한 은행이 된다. 중간에 대출을 회수한 은행이 우산을 빼앗은 차가운 은행이 되는 것도, 리스크 분석이 뛰어난 선진 은행이 되는 것도 종이 한 장 차이다. 물론 분석 능력이 뛰어나면 그만큼 실패 확률이 줄겠지만 어느 구름에 비 올 지 모르는 여건 속에서 싸워야 하는 기업의 명운이란 오판 가능성을 늘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가 철저히 따져야 하는 것은 그 판단이 적중했느냐가 아니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근거와 정당성이다. 정책금융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도 고민해야 한다. 개발금융 시대가 끝났으니 정책금융을 없앨 거면 과도기 고통을 감내할 정권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되면 근본적인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산은, 수은,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모든 정책금융기관을 올려놓고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이는 현 정권의 몫은 아니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주자들이라면 지금부터 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정권 출범 뒤에는 늦다.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수많은 재편 시나리오가 오갔지만 만만한 산은만 떼었다 붙였다 했다. 이번에도 산은 하나 만신창이로 만드는 데서 끝낸다면 시행착오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hyun@seoul.co.kr
  • 낙하산 훈련 중 소총 떨어뜨린 특전사…엿새째 ‘실종’

    낙하산 훈련 중 소총 떨어뜨린 특전사…엿새째 ‘실종’

    특수전사령부 예하 모 부대에서 낙하산 강하훈련 중 소총 1정을 분실했으나 엿새째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군에 따르면 지난 13일 특전사 예하 모 부대가 낙하산 강하훈련을 위해 C-130 수송기를 타고 경기도 광주에 있는 훈련장으로 이동하던 중 A 하사가 700여m 상공에서 K-1 소총 1정을 떨어뜨렸다. 지상으로 떨어진 K-1 소총에는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아직 이 소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공중에서 떨어지다 보니 수색 범위가 상당히 넓다”면서 “군 수송기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비행기 추락…더민주 이학영 의원 아들 등 사망 ‘비보’

    경비행기 추락…더민주 이학영 의원 아들 등 사망 ‘비보’

    민간 조종사 교육용 경비행기가 17일 추락해 교관과 교육생 등 3명 숨진 가운데 사망자 중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아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후 3시 9분쯤 전남 무안군 현경면 수양리 야산의 밭에서 4인승 경비행기(SR20)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이 의원의 아들 등 3명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2명은 사고지점 인근 밭에서, 1명은 비행기 안에서 숨져 있었다. 이 의원 측은 “아들이 사고기에 탑승하고 있던게 맞다”면서 “사후 처리 등을 위해 현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계기 비행 중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원 측은 교육용 비행기에 대해 기체를 지탱하는 낙하산을 장착한 최신 기종이라고 홈페이지에서 홍보했다. 교육원 관계자는 “통상 조종석에 교육생이 앉고 옆에 교관이 탑승한다. 교관석에도 조종장치 있다”며 “교육생 중 누가 조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둘 다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체결함 또는 조종 미숙·부주의가 있었는지 등 원인조사는 국토부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대우조선 부실 방치한 산은 책임 엄중히 물어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에는 산업은행의 부실 감독과 무능력이 결정적 뒷받침이 됐다.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 주주인 산은이 대우조선의 방만 경영을 방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미리 점검하는 장치가 있는데도 산은이 손 놓고 있어 준 덕에 대우조선은 1조 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대우조선이 지금까지 굴러온 것도 신기하다. 막대한 분식회계로 영업이익을 뻥튀기한 대우조선은 임직원들에게 마구잡이로 성과급을 돌렸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급여를 깎아도 모자랄 판국에 눈먼 돈인 양 마구 써댄 것이다. 영업손실이 3조원을 넘었던 지난해 임직원 격려금으로 877억원을 퍼쓰는데도 산은은 전혀 제동을 걸지 않았다. 이뿐이 아니다. 조선업과 아무 관련도 없는 자회사를 문어발식으로 세우고 인수하는데도 산은은 못 본 척했다. 감독은커녕 출자 회사들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해 대주주랍시고 가당찮은 갑질까지 일삼았다. 그런 신선놀음을 할 시간에 최소한의 감독 역할만 했더라도 대우조선의 부실은 단속할 수 있었다. 무책임한 기업 관리가 통했던 배경은 간단하다. 전문 경영을 하려야 할 능력이 없는 권력 낙하산 인사들이 산은의 요직을 꿰찬 관행부터 명백한 한계다. 애초에 전문성을 요구받지도 않은 낙하산들이 굳이 낯 붉혀 가며 관리 기업의 부실을 감독하고 책임 경영에 땀을 뺄 이유가 없다. 대우조선의 차장급 직원 하나가 8년간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려 초호화 생활을 하다 구속됐다. 무한 방임하는 감독 기관 밑에서 눈먼 돈 빼먹는 파렴치가 없기를 바란다면 그게 오히려 비상식적이다. 지난해 5조원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에 밀어넣은 혈세가 7조원이다. 방만 경영을 계속한 부실 기업을 왜 국민 혈세로 살려야 하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비판이 괜히 쏟아지는 게 아니다. 제 역할을 못 하는 산은을 정책 금융기관으로 계속 대접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늑장 면피 감사로 비난을 자초한 감사원은 전·현직 산은 행장 등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만 요구했다. 이 와중에 대우조선 노조는 파업까지 결의했으니 차라리 파산시키라는 성토가 커진다. 정부가 총체적 부실 덩어리를 어떻게 수술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난파선에서 흥청망청 혈세 잔치판을 벌인 대우조선과 그런 행태를 눈감아 준 산은 경영진부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사설] 공공기관 개혁 강도 더 높여야 한다

    정부가 어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116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A(우수) 등급의 성적표를 받은 공공기관은 20개(17.2%)로 2014년에 비해 5개 늘었고 E(아주 미흡) 등급 공공기관은 6개에서 4개로 줄었지만 D(미흡) 등급 공공기관은 9개로 동일했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490조 5000억원으로 2014년(507조 2000억원)보다 16조 7000억원 감소했다. 공공기관 부채 비율이 191%를 기록해 처음으로 200% 밑으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적극적인 부채 관리 노력의 결과로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주는 등 일부 경영 실적도 나아진 측면은 평가받을 만하다. 정부는 지속적인 공공 개혁의 성과라고 밝히면서 경영평가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점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335개 공공기관 수장의 지난해 업무추진비 집행 금액이 56억 6082만원으로 전년보다 3.8% 늘었다. 2014년에 전년보다 10% 이상 줄였던 업무추진비를 슬그머니 올린 것이다. 경영실적이 나빠져도 업무추진비를 대폭 늘린 기관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부채 비율 감소가 재무건전성에 도움이 되지만 경영의 건전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경영평가를 의식해 수치를 꿰맞추는 보여 주기식도 없애야 할 관행이다. 공공기관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공공기관의 철밥통을 깨자는 성과연봉제 도입도 지지부진이다. 업무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화해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노조는 업무평가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변화의 물꼬를 튼 뒤 점진적으로 합리적 방안을 찾으면 된다.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는 정부와 정치권의 이율배반적 행태도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올해 상임감사·감사위원에 대한 평가에서 우수등급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4·13 총선 이후 공공기관 감사 등의 자리에 여당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내려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근절이 바로 공공기관 개혁의 출발점일 수 있다.
  • [2015 공공기관 경영평가] ‘낙하산 감사’ 역시나… 29명 중 한 명도 80점 못 넘어

    쟈니 윤·강춘자 감사 ‘60점 미만’ 기관장 중 현명관·김학송 A등급 김석기·최연혜 의원이 이끌었던 공항공사·철도공사는 1계단 하락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올해 처음 시행된 상임감사 및 감사위원 직무 평가 결과 29명 가운데 한 명도 ‘우수’(80점 이상)를 받지 못했다. 공공기관 감사는 대부분 ‘낙하산 인사’로 구성된다. 특히 현 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히는 쟈니 윤(본명 윤종승) 한국관광공사 감사와 강춘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감사는 ‘미흡’(60점 미만) 평가를 받았다. 윤 감사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강 감사 역시 대선 당시 광주·전남지역 외곽조직인 전남희망포럼 회장을 지냈다. 낙하산 논란 속에 수장이 임명된 기관이 무조건 나쁜 성적을 받아든 것만도 아니다. 박 대통령의 원로 측근 모임인 이른바 ‘7인회’ 멤버로 알려진 현명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경영평가 C등급에서 올해 A등급으로 수직상승했다.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임금피크제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낙천에 따라 3선을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 한국도로공사의 수장으로 취임했던 김학송 사장도 2년 연속 A등급을 받고 있다. 반면 올해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김석기, 최연혜 의원이 지난해까지 이끌었던 한국공항공사와 철도공사는 각각 A에서 B, B에서 C로 한 단계씩 떨어졌다. 취임 초기에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열심히 하다 선거를 앞두고 경영보다는 정치에 더 신경을 쓴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리더십에 따라서 임직원들이 얼마나 더 열심히 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조직 전체의 운영 측면에서 개인보다는 시스템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관장의 행보를 평가결과와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산은 다시 쪼개는 것은 답 아냐… 지금은 구조조정 집중할 때”

    “산은 다시 쪼개는 것은 답 아냐… 지금은 구조조정 집중할 때”

    산업은행이 다시 ‘문제’다. 정책금융을 떼냈다가 다시 붙인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구조조정 고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산은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과 STX조선의 법정관리행 등으로 역할 한계론에 부딪힌 것이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인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들러리”라고 누워서 침 뱉기 식 내부고발을 한 것도 수술론에 다시 불을 댕겼다. 산업은행 재편론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정책금융공사(정금공)와 산은을 다시 쪼개야 한다”는 주장과 “(정금공과 산은으로 되돌아가는) 도돌이표는 정답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산은을 수술하는 것은 정책금융 재편과 근본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당장은 ‘급한 불’(구조조정)을 끄는 데 집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구조조정 실무기구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한 뒤 중장기적으로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투자은행(IB) 업무 가운데 회사채 발행 주관이나 인수·합병(M&A) 자문, 사모투자펀드(PEF) 업무 등 민간 영역과 겹치는 부분은 축소해야 한다는 데엔 크게 이견이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정책금융을 분리해 산은을 민영화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 교수는 “정권이 바뀌며 도로 원위치 됐지만 (경제상황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가정했을 때)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금공·산은 분리 후 산은 민영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이제 와 정금공을 단순히 다시 떼내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업무와 기능이 중복되는 정책금융기관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조선·해운·철강 등 전방위 업종에 걸쳐 부실기업에 긴급처방이 필요한 비상상황”이라며 “역할 재편론을 섣불리 제기하며 산은의 힘을 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전문인력과 경험이 가장 많은 산은이 구조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역량을 집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도 “구조조정 흐름이나 속도가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산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때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굵직한 대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졌던 이연수 당시 외환은행 부행장은 “조선·철강·건설 등 우리 경제를 이끌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요동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업 M&A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상업논리가 우선인) 민간이 섣불리 책임지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산은이 ‘산업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단기간 자본 차익을 목표로 기업을 사고파는 사모펀드가 구조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정책금융 재편이 필요하다는 데엔 다들 공감한다”면서도 “정권 말기에 누가 총대를 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산은을 이대로 내버려두자는 얘기는 아니다. 성 교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의 용처를 밝히고 타임테이블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산은 임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산은 발언권을 보장해 주고 회의 내용은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어디까지 면책이 인정되는지 등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을 정권 전리품처럼 여기는 구태부터 끊어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수장’이 내려오다 보니 산은의 경쟁력이 더 약해졌다는 것이다. 산은 무용론도 여전하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은이 주요 역할을 했던) 개발금융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금융권 고위 인사는 “시장의 역량과 준비가 덜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통스럽더라도 이번 기회에 산은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은이라는 큰 버팀목이 없어지면 죽으나 사나 시장에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틈을 타 외국계가 시장을 잠식하고 혼란이 있겠지만 감내해야 할 과도기”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의 산은 민영화가 실패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방법론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정책금융공사를 만들어 놓고는 사장에 정책금융 경험이 약한 관료(진웅섭)를, 철저히 상업화하겠다던 산은에는 뼛속까지 관료(강만수)를 보냈으니 잘 될 리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與 “사퇴한 메트로 감사, 문재인 측근” 野 “추악한 네거티브”

    與 “사퇴한 메트로 감사, 문재인 측근” 野 “추악한 네거티브”

    文, 히말라야 트레킹 위해 출국… “걷고 비워서 채워 돌아올 것”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13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이 서울메트로의 ‘낙하산 감사’였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주장했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사고 직후 사퇴한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는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며 “지하철 운영과 관련 없는 인사가 어떤 경위로 임용됐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민경욱 원내대변인도 “지 전 감사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서울시민캠프’ 상임대표로, 또 ‘문재인을 사랑하는 경희인의 모임’ 회장을 맡아 활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 한정우 부대변인은 “새누리당 주장은 무리하다 못해 무례하다”면서 “개원 첫날부터 추악한 네거티브나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2년 대선 당시 자발적 지지 의사를 밝힌 인사들이 모여 만든 게 ‘시민캠프’였고 캠프의 광역별 대표단, 본부장단, 실무단만 하더라도 2000여명에 이른다”면서 “‘경희인의 모임’도 자발적 모임이다. 최측근이 수천명에 이른다는 것인데 허황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네팔로 출국했다. 3주가량 머물며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예정이다. 그는 출국 직전 트위터에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복무할 때 했던 ‘천리행군’을 떠나는 심정이다. 많이 걸으면서 비우고 채워서 돌아오겠다”고 남겼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정진석 원내대표 “구의역 사망사고 책임자 문재인 최측근”

    정진석 원내대표 “구의역 사망사고 책임자 문재인 최측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3일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서울메트로의 낙하산 인사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야말로 서울메트로에서 벌어진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회의에서 “구의역 사고 직후 사퇴한 전 감사 지용호 씨는 문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하철 운영과 관련 없는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가 어떤 경위로 서울메트로 감사에 임용됐는지 확인하겠다”면서 “서울메트로 상층부에 서울시장 측근과 더민주 관계자가 포진했다는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갑자기 새누리당 책임론을 들고 나오며 제2의 세월호를 운운했다”면서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문 전 대표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구의역에서 숨진 19살 김 군은 서울메트로의 탐욕과 이를 방치한 박 시장의 관리 부실로 숨진 것“이라면서 “박 시장이 이 사건 때문에 대국민 사과까지 했고 서울메트로는 수사 당국의 불법행위를 조사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메트로는 협력업체 퇴직자 취업 비율을 강제해 매달 440만 원을 지급했고, 그 때문에 비정규직인 19살 김 군은 140만 원에 불과한 급여를 받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새누리당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구의역 사고가 남긴 사회적 숙제/이상일 언론인

    [열린세상] 구의역 사고가 남긴 사회적 숙제/이상일 언론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모(19)씨 사고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한다. 김씨 사고 직후 시민들은 추모행진에서 ‘친구야, 너의 잘못이 아니야’란 손팻말을 영정처럼 들고 나왔다. 이런 문구는 보는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하면서 사회가 그를 죽음으로 내몬 공범이란 인식을 깔고 있다. 김씨 사고 후 원인과 처방은 봇물처럼 터져 나와 혼란스러울 정도다. ‘2인1조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거나,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하청기업에 퇴직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원청기업의 철밥통이 문제다, 서울메트로에 내려간 서울시장의 낙하산 인사가 문제다, 스크린도어 작업의 하청보다는 서울메트로 직영운영을 검토한다는 등…. 청년 한 명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렇게 다양하고 거센 사회적 논의가 제기된 것은 우리 사회가 적어도 개인의 삶과 죽음에 사회구조적인 인과관계가 작용했음을 본격 인식하게 된 계기다. 이는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발전과 도약으로 삼을 수 있는 기대를 갖게 한다. 반면 동시에 너무 사회적 논의가 넓어진 탓에 아무런 개선 없이 흐지부지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작년 8월 말에도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직원이었던 조모씨(사고 당시 28살)가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사망했는데 아무런 실질적인 변화도 없이 또 김씨가 판박이 사고로 희생됐다. 따라서 같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제3, 제4의 김씨 사고가 빈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무엇부터 손을 대고 착수해야 할까. 특히 시민들은 사망한 김씨가 어린 나이에 기관사가 될 꿈을 키우며 컵라면을 먹으며 일했다는 대목에서 울컥한다. 시간제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 8시간 혹은 9시간의 근무시간 중에는 점심을 먹을 시간이 따로 책정이 되지 않아 화장실에 가서 초코파이나 빵 한 조각으로 때운다고 한다(책 ‘이런 시급 6030원’에서). 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라는 요구가 기업에 주는 부담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 해도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인간적으로 최소한의 권리인, 점심을 챙겨 먹을 시간을 제공하는 일은 사회가 당장에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김씨 사망의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인 스크린도어 작업의 기본적인 매뉴얼인 ‘2인1조 근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지 문제다. 반면 생명이나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의 압박적인 근무 분위기에 눈을 돌리면 문제를 쉽게 풀기 어려울 것이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 여유인력을 되도록 적게 운용하려는 것이 기업의 속성인 탓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김씨 사망이 시민들의 포스트잇 추모와 시위로 연결된 사회적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김씨 등 비정규직의 대극점에서 전직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스크린도어 회사에서 진을 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긴 점에 시민들은 분노한 것이다. 같은 기업 안에서 쥐꼬리만 한 생계비 수준의 급여에 목숨을 건 청년들과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에 보장해주는 급여를 받는 계층이 공존한다는 현실이 기막힌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런 현실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 때 ‘해피아’(해수부+마피아)란 신조어가 나온 이후 이번에 ‘메피아’란 말이 등장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피아’가 나온다면 다른 분야, 다른 구석에는 그런 문제가 없으리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노조가 퇴직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하청기업에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제안을 하고 경영층이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사례는 다른 분야에서 또 없을까. 기득권층의 지나친 이익추구를 제어하는 시스템이 사회에 부족하다. 김씨 사망을 계기로 박 시장은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서울메트로 직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합리화로 세부적인 업무를 분사화하거나 외주화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 메뉴다. 외주 기업이 문제가 됐다고 그 대안이 직영일 수는 없다. 경영합리화에 끼어든 사익 추구를 막는 것이 해법일 것이다.
  • [사설] 12조 붓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더 센 자구책 내놔야

    정부가 조선·해운업계에 12조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행 등이 대출 형식으로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정부가 현물출자를 통해 1조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결국 조선·해운업계의 부실경영으로 누적된 엄청난 부채를 국민이 떠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인 조선·해운업의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 때마다 부담을 떠안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정부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더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과제를 국민으로부터 받았다. 이를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초고강도의 자구계획 실천이 불가피하다. 경영진의 부실경영 및 도덕적 해이 근절도 필요하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도 중단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금액을 쏟아부어도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국책은행에 대한 혹독한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지난해 4조 20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국내외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고, 인건비를 30% 절감하는 내용의 추가 구조조정안을 제출했다. 기존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비상상황임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진한 감이 있다. 산업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임원 연봉을 5% 삭감하고, 직원들의 올해 임금 상승분을 반납하겠다고 한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엄청난 부실 채권을 안고 있으면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사실을 고려하면 삭감 폭을 더 늘려야 한다. 자구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이다. 그동안 국책은행들은 경영 감시 등을 빌미로 지원 기업에 퇴직 임직원들을 끊임없이 내려보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소속기업의 국책은행에 대한 로비 창구로 변질됐다. 이는 국책은행의 부실을 가속화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부실경영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도 꼭 필요하다. 국민 혈세를 지원받으면서도 방만경영을 하고, 부실을 은폐하는 경영진을 처벌하지 않고는 기업이 살아날 수 없다. 검찰이 어제 대우조선해양의 전 경영진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의 방만경영, 회계조작을 통한 부실 은폐, 도덕적 해이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곪을 대로 곪은 기업의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구제금융이 아니라 ‘연명금융’이 될 게 뻔하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제금융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본인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혈세를 동원한 구제금융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 만약 실패한다면 이 같은 폭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구조조정에 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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