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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애 “위장전입 의혹 죄송… 사적 이익 없었다”

    이은애 “위장전입 의혹 죄송… 사적 이익 없었다”

    한국당 “8차례 위장전입… 지명 철회” 다운계약서 지적엔 “세금 납부할 것” 이영진 후보자 “흉악범엔 사형선고”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사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렇다 할 도덕적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헌법적 가치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은애 후보자가 1991년 이후 8차례 위장전입한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주변에서 살면서 친정집이 있는 마포구 주변으로 수차례 주소를 이전했다. 특히 결혼한 이후인 1993년엔 마포구에 있는 부모님 지인의 집으로 전입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청와대 인사 검증 기준에도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사람은 추천을 못 하게 돼 있다”며 “이 후보자의 주민등록이 어머니의 (부동산 관련) 딱지장사에 이용됐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어머니가 주민등록을 관리했다, 사적 이익을 얻은 바는 없다”면서도 주소지를 옮긴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추궁에 그는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하려다 파혼 위기까지 간 상황에서 주소지 이전에 대해 친정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다는 가정사를 털어놨다. 이 후보자는 “여하를 막론하고 주민등록 관리를 못한 건 제 잘못이다, 송구스럽다”고 했다. 2001년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매입하며 실거래가액보다 2억여원 낮은 가격에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 후보자는 “(내지 않은 세금을) 납부할 방법이 있다면 납부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낙태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형제에 대해선 “폐지 쪽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 후보자는 사형제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고 극악무도한 흉악범이 있을 수 있으니 사형선고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교사와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사안에 대해 그는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과 동성애를 비판할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옳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2009년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뒤 2011년 법관으로 재임용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 중립성에 충분히 의심할 만한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낙태는 권리인가, 범죄인가…헌재 결정 앞두고 다시 불붙은 논란

    낙태는 권리인가, 범죄인가…헌재 결정 앞두고 다시 불붙은 논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늦춰지면서 낙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포함시킨 의료법 시행규칙 시행을 헌재 결정 이후로 미룬 뒤 곧 새 재판부를 꾸리게 되는 헌재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여성단체들이 오는 29일 형법 269조 낙태죄를 삭제하자는 의미로 269명의 피켓 퍼포먼스를 예고하는 등 장외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2년 합헌 결정 후 6년 만에 기로에 선 낙태죄 찬반의 주요 논리를 짚어 봤다.■폐지 찬성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낙태율 급증, 근거 없는 우려” 낙태죄를 둘러싼 쟁점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간 우선권 문제, 임신 중단율 증가의 문제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 등은 현행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1953년 제정 이래 형법 269조와 270조는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여성과 의사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단 모자보건법 14조에서 예외를 둬 강간, 준강간, 근친상간, 유전적 질환 등의 경우 임신 24주 내 낙태를 허용한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이러한 모자보건법의 예외 조항이 지나치게 좁아 모든 임신중절을 처벌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이로 인해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본다. ●“태아 생명·여성 자기결정권, 대립 구도로 봐선 안 돼” 낙태죄 폐지 집회를 주최하는 여성단체 비웨이브 측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 임신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권리 침해”라며 “그동안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당연한 의무로 생각한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죄 위헌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429명도 헌재에 보낸 의견서에서 “임신한 여성과 태아는 신체적, 사회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로 여성은 출산 이후 무겁고 장기적인 책임을 진다”면서 “무엇보다 임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 기본권의 대립 속에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낙태죄를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여성계는 두 권리를 대립적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가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은 비윤리적”이라는 낙인을 찍는다고 비판한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측은 “여성이 임신 중지를 결정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라며 “이 대립 구도는 여성이 자신의 삶, 파트너나 가족과의 관계, 사회경제적 여건에 대한 고려 등 출산 결정 과정에서 겪는 복합적 고민을 단순화한다”고 지적했다. 강명신 강릉원주대 교수(보건학·윤리학)도 “두 가지를 대립된 권리로 보고 한쪽만 고집하면 낙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면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선진국처럼 임신 주기를 구분해 초기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후반부로 갈수록 생명권을 존중하는 방식도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낙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낙태 허용 국가 낙태율, 금지국보다 낮아” 낙태죄 폐지 찬성 측은 낙태 허용으로 낙태율이 급증하리라는 우려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 비교에 따르면 낙태 허용 국가의 낙태율이 금지국보다 낮게 나타나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낙태죄로 더욱 위협받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보다 불법 낙태에 노출된 여성들의 생명권”이라고 반박한다. 불법 수술, 불법 낙태약 복용 등 낙태를 위해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고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한국 등 전 세계 여성에게 먹는 낙태약을 보내는 국제단체 ‘위민 온 웹’(Women on web)의 레베카 곰퍼츠 대표는 “낙태죄가 있는 한 돈이 있는 여성들만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의 보편적 건강권을 위해 누구나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폐지 반대 “태아 생명권 존중해야” “허용땐 남성들 낙태 강요 늘 것”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현행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 의견도 덩달아 거세지고 있다. 양측 의견은 6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다퉜던 공방 그대로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낙태죄 합헌 유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의료계, 종교단체 등에서는 폐지 측의 주장이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독립적 개체인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태아, 독립된 개체… 여성 자기결정권의 ‘자기’ 범위 밖” 낙태죄 합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태아의 생명권’을 타협할 수 없는 사안으로 꼽고 있다. 태아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으로 봐야 하며 이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측은 “태아는 여성 몸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한 인간”이라면서 “태아의 생명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자기’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왕재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실 교수는 “주 수에 상관없이 수정되는 순간 생명”이라면서 “수정된 난이나 수정된 지 일주일 됐거나 태어났거나 다 생명으로 볼 수 있다”며 낙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측도 지난 5월 진행된 낙태죄 위헌 헌법소원 공개 변론에서 “임신 12주 전까지는 태아가 독자적 생명 능력이 없는 생명체”라는 주장에 대해 “발달의 연속성은 생명의 특징”이라면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들은 낙태법 폐지가 오히려 여권 신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낙태가 당연한 선택지로 마련되면 오히려 남성의 책임이 덜해지는 우려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가피한 낙태를 위한 장치로 이미 모자보건법의 예외적 낙태 시술 조항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은 “낙태죄 폐지가 여권 신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남성에게 책임이 덜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낙태를 강요당하는 일도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측도 “낙태법 변경은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걱정 없이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헌·개선 문제 구별… 초기 낙태 등 국회서 처리해야” 이에 낙태를 둘러싼 여러 사회문제는 낙태법 폐지가 아닌 관련법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법무부 측은 공개 변론에서 “낙태죄 위헌 문제와 낙태죄 개선 문제는 구별돼야 한다”면서 “12주 초기 낙태, 사회경제적 이유 허용 여부 등은 입법 영역의 문제로서 국회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측은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야 할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은숙 순천향대병원 교수도 “현행 낙태죄로 여성과 의사만 처벌받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한 사람은 (무책임하게) 끝나 버리고, 한 사람만 옭아매인 상태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2년 헌재는 합헌 4명, 위헌 4명 의견(1명 공석)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사익인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마주보기] OECD 35개국 중 25개국 허용…전 세계적 증가 추세

    [마주보기] OECD 35개국 중 25개국 허용…전 세계적 증가 추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나라 중 25개국은 인공임신중절(낙태)을 허용하고 10개국은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7개국은 의사와 상담하고 숙려 기간을 거친 뒤 낙태를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캐나다 등 18개국은 제한 없이 본인 요청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다. 반면 아이슬란드, 영국 등 4개 국가에서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한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칠레, 폴란드, 한국 6개국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할 수 없다.낙태죄 폐지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면서 OECD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는 아일랜드다. 지난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를 개정했다. 낙태 시술을 한 여성에게 최장 14년의 징역형을 가했던 헌법 조항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아일랜드가 낙태금지 국가에서 제외된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안에 대체입법까지 통과되면 OECD 국가 중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는 9개가 된다”고 말했다. 국교가 가톨릭인 폴란드 역시 한국과 비슷하게 성폭행, 근친상간, 임신부의 생명 위협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한다. 폴란드 집권당이 한술 더 떠 2016년 10월 예외 조항까지 없애는 낙태전면금지법을 발의하자 10만여명의 시민들이 ‘검은 시위’로 분노를 표출해 법안을 폐기했다. 최규진 인하대 의대 교수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칠레에서도 낙태죄 폐지 운동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금요칼럼] 거꾸로 가는 보건복지부의 시계/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거꾸로 가는 보건복지부의 시계/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 중 하나는 ‘시간 이동’이다. 대표적인 영화가 1985년 최고의 흥행을 이끈 미국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다. 평범한 고등학생 마티는 어느 날 이웃집 과학자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의 과거로 이동해 위기에 처한다.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그가 겪는 시련과 모험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후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는 테마는 수많은 창작물에서 등장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국내에서 개봉됐다. 이 역시 시간을 거슬러 점점 더 어려지는 한 남자가 겪는 행운과 불행을 다뤘다.시간 이동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극의 정도가 뚜렷한 만큼 흥미도 커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국가의 어떤 정책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어떤 경험이 될까?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공상영화(fantasy)가 될까? 아니면 돌아가기 싫은 과거와 관련된 범죄영화(thriller movie)일까? 어쩌면 끔찍한 공포영화(horror movie)가 될 수도 있을까? 보건복지부의 임신중단 관련 정책을 보면 나는 한여름에도 오싹함을 느낀다. 수십 년 동안 사문화되어 온 낡은 법규를 어느 날 갑자기 ‘저출산대책’이라고 내놓는가 하면, 최근에는 낙태는 부도덕한 행위이므로 시술 의사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루 만에 거둬들이긴 했다지만, 여전히 그 ‘정책’은 주요 카드의 하나로 해당 부서 공무원의 책상 위에 놓여 있을 것이다. 임신중단 금지, 현행 법제에서는 낙태죄 처벌로 불리는 이 정책의 전개를 공포물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여성 등 젊은이들이 느끼는 공포감이다. 몇 해 전 인공 임신중절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다. 중요한 사회학적 문제여서 종종 토론 주제가 되지만, 학생들 대다수가 필요성에 대해 찬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깊은 토론을 위해 나는 일부러 반대편 입장에 섰다. 임신중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나, 생명에 대한 존중이 먼저 아니겠냐고. 결과는 40대1로 교수인 나의 참패였다. 교수로서 필자의 논리적 설득력을 의심하거나 학생들이 불손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독자들이 계시겠지만, 다행히 학생들과 필자의 관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 순간 “우리가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고 묻던 학생들의 그 서늘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00% 완벽한 피임도 불가능하고, 그나마 있는 피임법에 대한 학습기회도 입시위주 교육에서 실종돼 버린, 합법적 성관계가 인정되는 결혼 연령이 서른 살을 훌쩍 넘어버린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행복해질 수 있느냐고 묻던 눈빛들. 그것은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큰 분노를 담고 있었다. 둘째, 최근의 낙태죄 처벌은 이명박 정부에서 ‘리바이벌’됐지만, 그것의 뿌리는 박정희 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출산을 억제하려고 국가가 가혹한 통제정책을 썼던 아픈 시간들. 마을마다 불임시술 여성 숫자를 할당받은 보건소 직원들이 가난한 농가의 사립문을 밀고 들어가던 기억들. 위생도 엉망인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위험천만한 수술을 받고 후유증에 시달린 여성들. 한국 여성정책의 역사에서 박정희 정부의 반강제적 출산억제정책은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다. 그때는 아이를 낳지 말라고, 지금은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국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의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복지부의 낙태죄 처벌 강화는 박정희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제를 떠오르게 한다. 여성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성의 몸을 정책의 도구로 삼았지만, 여성에게 결코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국가. 복지부의 시계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백 투 더 박정희 권위주의 정부’인가? 문재인 촛불 정부가 답할 차례다.
  • 최영애 신임 인권위원장 “첫번째 책무는 혐오·차별 해소···낙태죄도 들여다 볼 것”

    최영애 신임 인권위원장 “첫번째 책무는 혐오·차별 해소···낙태죄도 들여다 볼 것”

    최영애 인권위원장 취임식 “저의 첫 번째 책무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권 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최영애(67)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제8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최 위원장은 “지금 인권위는 시민사회로부터 지난 10년간 용산 참사 등 심각한 인권 현안들을 수차례 외면하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면서 “인권 보호 의무를 진 인권위가 일련의 인권침해 과정에서 오랜 시간 침묵하며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데 대해 신임위원장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그간 인권위가 개입하지 않은 여러 문제에 대해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후 기자 간담회에서 인권위가 그동안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갈등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문제를 들여다 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 문제를 아이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 이렇게 이분법 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낙태 문제 등을 여성 문제라고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 행복추구권, 인격권 이런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두고 사회적 합의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폭넓은 장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 출범 이후 첫 여성인권위원장으로, 최초로 시도된 공개모집 인선 인권위원장이다. 임기는 오는 2021년 9월 3일까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여기는 중국] 발암 물질로 건설된 알리바바 기숙사…직원 사망 충격

    [여기는 중국] 발암 물질로 건설된 알리바바 기숙사…직원 사망 충격

    알리바바(Alibaba)에서 제공한 직원 기숙사에서 독소에 중독돼 사망한 37세 남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베이징 출신의 사망자 왕 씨는 지난 4월 알리바바와 근로계약을 맺고, 항저우에 소재한 직원용 기숙사에 입주한 뒤 2개월여 만에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사망 원인은 포름알데히드 중독에 의한 백혈병이었다. 2세 자녀와 아내는 베이징에서 거주, 왕씨 홀로 항저우 직원용 기숙사에 입주한 바 있다. 피해자 왕 씨가 알리바바 취업 직후 사망하자, 그의 가족들은 사망원인이 회사 측에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그가 살던 기숙사를 찾았다. 문제는 그가 거주했던 기숙사 동료들 역시 해당 시설 입주 직후 크고 작은 질병을 얻어 퇴사한 사례가 상당했다는 점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왕 씨의 아내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항저우 시 공안국에 알리바바에서 제공하는 시설물에 대한 조사를 의뢰, 공동 기숙사 벽면, 바닥재 등의 건축자재에서 ‘포름알데히드’ 등 독극물의 농도가 기준치의 10배 이상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결국 회사에 입사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업체가 제공한 숙소에서 배출된 포름알데히드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피해자 왕 씨는 급성 백혈병과 임파구계암 등 복합적인 질병을 얻어 사망하게 된 셈이다. 사망자 왕 씨는 해당 시설에 입주한 뒤 2주 후부터 이유 없이 코피가 흐르고 열이 나는가 하면 얼굴이 창백해지는 등의 증상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당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 측은 직원용 기숙사 시설을 건축한 뒤 5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신입 직원을 대상의 거주물로 다수의 건축물을 임대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중국 암등기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건축 또는 신규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시설물의 경우 실내 공기 중 포름알데히드 오염 농도는 기준치의 약 5~7배 이상 높게 측정된다. 특히 주택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경우에도 최소 6개월 이상 실내 통풍을 지속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알리바바 측이 제공한 기숙사 시설의 경우 빠르면 5일, 늦어도 건축된 지 일주일 내에 모든 시설물이 직원에 제공됐다는 점이다. 피해자 왕 씨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사례와 같이 회사 측에서 제공하는 숙소로 인해 질병을 얻은 직원의 숨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망자 왕 씨의 아내는 그가 사망한 항저우 시 법원에 사건을 의뢰, 알리바바 측에 의한 사망과 피해 보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알리바바 측은 직원용 기숙사 시설에 대한 전면 조사를 실시, 숙소 시설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품질관리부서에 의한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시중에 떠도는 ‘완공 후 5~7일 내에 분양 완료’라는 설은 소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리바바 소속 품질관리부서 측은 “건축물 완공 후 최소 28일 이상 통풍, 환기 등의 과정을 거친 채 기숙사로 활용해오고 있다”면서 “회사가 제공한 기숙사 시설에서 배출된 독소에 의한 중독 또는 사망 등의 문제는 발생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직원용 기숙사 시설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건축 자재는 인간에게 무해한 재료이며, 불합격된 재료로는 건축 자재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탓에 건축물 오염에 의한 사망설은 지나친 추측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같은 변론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사내 직원 A씨는 “회사가 직접 진행한 기숙사 시설에 대한 전면 조사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불과 2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으며, 당시에는 회사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생활하던 임신한 직원이 백혈병에 걸리며 낙태 후 퇴사하는 사례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측이 주장한 건축물 자재에 합격증을 갖춘 친환경 재료를 주로 사용한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입을 열였다. A씨는 “회사가 자재 선택부터 관리, 감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친환경 소재 여부 검사가 과연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합격증 역시 회사에서 발부하는 것으로 회사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반론했다. 한편, 포름알데히드는 WT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실내 공기 중 포름알데히드의 함유량이 안전기준치는 입방미터당 0,1mg이다.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인간의 폐와 혈액 등의 손상은 빠르게 진행되며, 특히 인후암, 백혈병 등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포름알데히드는 어린이 백혈병 환자의 약 90%가 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백혈병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2030 세대] 선택할 권리/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선택할 권리/한승혜 주부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하나로 끝내려다 오랜 고민 끝에 둘째를 낳았고,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지만 셋째는 언감생심으로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인생이란 장담할 수 없기에 언제 ‘실수’를 하게 될지 모른다. 몸의 주기가 바뀔 수도 있고 피임기구가 불량일 확률도 있다. 그렇게 만에 하나 계획에 없는 임신을 한다면.낙태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이, “낙태가 허용되면 부도덕하고 무절제한 성관계로 인하여 무책임한 임신이 증가하고, 뱃속 태아를 간단히 없애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 우려한다. 정말 그럴까?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다. 한 번은 가슴에서 무언가 발견되었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찜찜하지만, 그냥 넘어갔다. 치과에 가는 걸 미루는 아이처럼. 하지만 다음해에 조금 커졌다고 하여 결국 맘모톰 수술(유방에 구멍을 뚫어 조직을 제거?검사하는 것)을 받게 되었다.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매우 겁이 났고, 생각보다 더 아팠다. 아마 피할 수 있었으면 피했을 것이다. 커지지만 않았다면 지금까지 그대로 두었을지도 모른다. 수술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이다. 하물며 ‘혹’을 떼낼 때조차. 낙태도 엄연한 수술이다.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다. 볼에 난 뾰루지를 짜거나 정수리의 새치를 뽑듯이 즉흥적으로 가볍게 할 행위가 아니다. 낙태가 허용된다고 하여, “어라, 임신이네, 낙태해야지”하면서 단숨에 병원으로 향하여 수술을 받고 상쾌한 기분으로 나올 여성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는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행정처분 개정안을 발표했다. 불법 낙태를 집도한 의사는 1개월간 자격을 정지하는 내용이다.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수술 자체를 전면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질병의 사회역학을 다룬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저자 김승섭 교수는 이야기한다. “낙태를 규제한다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수가 줄어들 리는 없습니다. 결국 법을 우회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요. 낙태수술은 과거보다 더 높은 비용으로 은밀히 진행될 것이고, 많은 여성이 위험하기 그지없는 낙태 방법에 의존하게 되겠지요.” 1965년, 루마니아에서는 낙태를 전면 금지하면서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했다. 이후 불법시술을 받은 많은 여성이 합병증을 앓다가 사망하였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방치돼 죽거나 불행한 생을 보냈다. 잠시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 출산율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시민들은 후에 혁명을 일으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만에 하나 또다시 임신을 하게 된다면. 곤란한 이유가 수백 가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리 간단히 결정하지만도 못할 것이다. 다만 어떤 쪽이든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며, 나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도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 해묵은 낙태죄·현대車 노조·국보법… 헌재 ‘사이다 결정’ 내릴까

    해묵은 낙태죄·현대車 노조·국보법… 헌재 ‘사이다 결정’ 내릴까

    새 재판부로 공 넘어간 낙태죄 ‘핫 이슈’ 가장 오래된 현대차 노조 업무방해건 한정위헌 전망 속 사법농단 맞물려 주목 ‘軍 동성애 관련 형사처벌’ 위헌 가능성 국보법 8수째… 전향적 결정 나올 수도 전기료 누진제, 국민 눈높이 반영 관심헌법재판관 5명이 교체된 후 다음달 출범하는 6기 재판부가 심리할 주요 사건은 낙태죄를 포함해 각종 사회 이슈와 연관돼 있다. 30주년을 맞은 헌재가 앞으로 결정할 사건을 국민 관심사에 맞춰 선정했다.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인 규범통제형, 공권력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과 법원에서 직접 청구하는 위헌법률 심판으로 나눠 뽑았다. 29일 헌재에 따르면 당초 5기 재판부가 선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낙태죄는 새 재판부로 공이 넘어갔다.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헌재는 지난 5월 공개변론을 열어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과 태아의 생명권도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이라는 법무부의 입장을 들었다. 이진성 헌재 소장 등 재판관 6명이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어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가장 오래된 사건인 현대차 노동조합의 업무방해 사건은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지며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법원행정처가 대응책을 마련한 사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밝혀졌다. 노조가 특근 등 연장·휴일근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청와대 100m 이내 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은 앞서 결정된 유사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 헌재는 외교기관, 국회, 총리공관, 법원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법률 심판사건에는 일명 ‘군 동성애 사건’으로 불리는 군대 내 성추행 형사처벌 사건이 눈에 띈다. 헌법 재판관으로 지명된 이석태 변호사가 대리인 단장을 맡았다. 군형법은 항문성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군대 밖에서 동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육군 대위도 이 법 조항을 근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결정에서 근소한 차이(5대4)로 합헌 결정이 난 데다, 이 변호사가 재판관으로 합류하면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이성 군인 간 항문성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조항은 헌재의 8번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메일 계정으로 4건의 이적표현물 문서파일을 전송받은 뒤 또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석태 변호사가 민변 회장 시절부터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해 왔고, 남북 간 화해 무드 등을 반영해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사건도 있다. 네트워크 병원들은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등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할 수 있다고 맞선다. 헌재는 2016년 공개 변론을 열었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생활과 밀착한 사건들도 있다.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사건은 2014년부터 4년째 심리 중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사건에 대해 위헌법률제청한 법원은 “전기요금은 조세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현행 전기사업법은 전기요금의 실질적 내용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름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나 헌재 어느 곳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헌재는 위헌 결정을 해야 하고, 정부도 생활 패턴에 맞게 누진제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사할린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대일청구권협정 부작위 사건은 6년째 헌재에 계류돼 있다. 유사한 사건인 일본군 위안부 대일 배상청구권 관련 행정부작위 사건은 2011년 5년 심리 끝에 헌법에 반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뉴스 in] 헌재 선고 앞둔 주요 사건 10선

    [뉴스 in] 헌재 선고 앞둔 주요 사건 10선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1일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신문은 헌재가 현재 심리 중인 주요 사건을 꼽아 봤다. 대통령 탄핵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까지 각 분야에서 중요한 결정을 남긴 헌재가 어떻게 바꿔갈지 기대되는 사건들이다. 당초 이달 선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낙태죄뿐만 아니라 국민 기본권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 [사설] 낙태죄 헌재 결정에 앞서 의사 처벌 강화 섣부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어제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 규칙을 공포한 데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가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심리를 진행하는 와중에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규칙 공포를 강행한 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강간, 근친상간, 유전학적 질환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수술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간 낙태 건수 16만건(2010년 기준) 중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지만,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받는 건수는 연간 10건 안팎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낙태죄 폐지가 한 달 만에 23만명의 동의를 얻은 건 이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2012년 합헌 판단 이후 6년 만에 열린 낙태죄 공개 변론을 계기로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현행 법제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생명권 간 균형과 조화를 꾀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때문에 복지부가 지금 시점에서 낙태 수술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를 강행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적어도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
  • 산부인과 의사들, 인공임신중절 수술 거부키로···“입법 미비 해결하라”

    산부인과 의사들, 인공임신중절 수술 거부키로···“입법 미비 해결하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보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지난 17일 공포한 것에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발한 것이다. 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을 받을 이유는 없다”며 “입법 미비 법안을 앞세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고집 앞에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행정규칙 개정의 근거가 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유전학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은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면서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 대해서는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며 해당 임신부에게는 가혹한 입법미비”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불법 인공임신중절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오히려 임신중절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해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당장의 입법 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 전문의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1.7%(1651명)가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낙태 수술거부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낙태죄 폐지 집회’ 비웨이브 “낙태죄 논의 유보, 文대통령 비판 당연”

    ‘낙태죄 폐지 집회’ 비웨이브 “낙태죄 논의 유보, 文대통령 비판 당연”

    “헌재 여성재판관 2명, 큰 의미 없어빠른 심사로 1명의 고통이라도 줄여야낙태죄 폐지 땐 집회도 사라질 것”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집회가 지난 25일부터 주말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소원 공개 변론이 연기되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반면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며 낙태죄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 운영진에게 낙태죄 반대 이유와 집회 계획을 들어봤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낙태죄 폐지 집회를 열고 있다.→25일 16차 시위에서 처음 문재인 대통령 사퇴 요구가 등장했다.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불법 낙태 수술을 포함한 것은 행정부 수반이자 최고 권력자인 문 대통령의 의지와 관련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미룬 것도 결국 부담이 됐기 때문이 아니겠나. 정부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자제해왔지만 문 대통령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 대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 →여성 헌법재판관이 2명으로 늘어나면 오히려 전향적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여성 재판관이 2명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9명 중에서 2명일 뿐이다. 절반 정도 된다고 하면 그런 이야기가 가능할 수 있지만 1명이나 2명이나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위헌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낙태죄에 고통받는 여성들을 한 명이라도 줄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복지부는 ‘비도덕적 의료행위’ 규정이 처벌 강화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2016년 첫 시위 계기가 이 규정 때문이다. 당시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 수술을 포함하고 의사면허 정지를 12개월로 늘린다는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예고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개정안을 재검토 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처벌이 명문화됐다. 그 과정도 공개되지 않아 당사자인 여성들은 물론 의료계도 시행 이후에 알게 된 건 문제라고 본다. →낙태죄 위헌 결정이 나오면 집회를 그만할 생각인가? -우리는 소멸하기 위해서 달려간다. 낙태죄 폐지가 달성되면 ‘비웨이브’ 는 없어질 것이다. 9월에 헌재에서 위헌 결론이 나면 집회를 쉬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미뤄지면서 더 집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 달에도 집회를 계획 중이다.→낙태죄를 폐지하면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소한 여성 개인에게 출산에 대한 선택권을 주자는 거다. 낙태죄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 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국가가 출산율 저하 문제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여성이 가진 몸의 권리에 개입하고 있다. 낙태를 선택한 여성을 낙인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나 다른 집단과 연대 생각은 없나 -없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낙태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정치색이 없어야 여성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참가를 돕는 것 뿐 조직은 없지만, 단일 주제로 소액 기부를 받아 운영해왔기 때문에 2년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본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국가가 여성들 요구 역행” 연이틀 집회 임신중단 합법화·먹는 낙태약 도입 촉구 안희정 무죄판결 규탄 시위도 2주째 열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집회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을 미룬 데 이어 최근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여성계는 “국가가 여성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주의 단체인 ‘페미당당’과 ‘위민온웹’은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초기 임신중절 약물인 ‘미프진’의 도입을 주장했다. 미프진은 임신 9주 이전까지 복용 시 임신중절 성공률 90%를 나타내는 이른바 ‘먹는 낙태약’으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앞서 여성단체 ‘비웨이브’는 지난 25일 같은 장소에서 ‘내가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제16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모였다. 검은 옷을 입고 나온 회원들은 ‘나는 아기 자판기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참가자 30여명은 계란을 깨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것은 살인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복지부가 낙태 수술 의사 처벌을 강화한 것은 여성을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임신을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자궁을 가진 여성에게 있다”면서 “낙태를 많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출산 선택권을 여성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난 17일부터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단 수술을 포함하는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불법 낙태 수술을 하면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게 된다. 의료계 일부도 반발하고 있다. 인도주의의사협의회는 “낙태죄가 위헌 심의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여성들의 요구에 역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는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2주째 열렸다. 시민단체 ‘헌법 앞 성 평등’이 주최한 이 집회에는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등 100여명이 참여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 ●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 ●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英 잉글랜드, 가정에서 임신중절약 복용 허용하기로

    英 잉글랜드, 가정에서 임신중절약 복용 허용하기로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스 지역에 이어 앞으로 잉글랜드 지역 여성도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약을 복용해 낙태를 할 수 있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금년 말까지 16세 이하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의 가정 내 임신중절약 복용을 허용하도록 관련법을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년 영국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여성이 낙태를 하며, 이들 중 약을 복용해 유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은 10주가 되기 전 진료소나 병원에 방문해 72시간 이내에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을 복용한다. 문제는 두 번째로 복용하는 미소프리스톨이 통증과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병원에서 약을 복용한 뒤 언제 출혈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함을 안고 귀가하거나 귀가 도중 출혈이 발생해 불편함을 겪어왔다. 당국 최고 의료 책임자 데임 샐리 데이비스는 "낙태는 어려운 경험일 수 있기에 여성이 가능한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결정은 여성이 무해하고 위엄 있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보장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움직임을 지지하고 나선 의료계측도 "간결하고 실용적인 조치가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것이며 우리가 여성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라며 새 움직임을 반겼다. 반면 반 낙태 행동단체(SPUC)의 존 데간은 "이는 집에서 'DIY'(스스로 하는) 낙태를 가능하게 하며, 앞으로 낙태를 경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임신 중절법과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가디언, 셔터스톡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다양성 강화된 헌재… 사상 첫 女재판관 2인 시대

    새달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임기 끝나 與 ‘대국민 추천’… 진보 1~2명 늘 듯 보수적 성향을 가진 판사 일색이던 헌법재판관에 순수 재야 변호사와 여성 법관이 지명되면서 6기 헌법재판소의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와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여성 법관이 헌법재판관이 되면 헌재가 진보적 색채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석태 변호사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했다. 대법원장과 대통령 몫으로 지명되는 헌법재판관은 인사청문회만 받으면 국회 표결 없이 임명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30년 사상 처음 입성한다는 점이다. 현재 재판관은 검사 출신 안창호 재판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다 판사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 이선애 재판관도 판사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2012년 조용환 변호사가 당시 야당(현 민주당)에 의해 처음으로 순수 재야 출신 헌법재판관으로 추천됐지만 국회에서 선출 동의안이 부결돼 낙마했다. 2007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 송두환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지만 판사 생활을 8년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에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김선수 변호사가 순수 재야 출신 최초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법조계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각각 진정한 의미의 변호사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5기 헌법재판소의 임기가 9월에 마무리되면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 후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국회 추천 몫인데 이 중 1~2명은 진보적 인사가 내정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는 여야가 각각 1명을 지명하고, 여야 합의로 나머지 1명을 선출한다. 민주당은 이날 대국민 추천을 시작하는 등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안 재판관 후임으로는 관례에 따라 검사 출신이 추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지난해 3월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이선애 재판관을 제외하고 모두 문 대통령 임기 중 교체되는 점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유남석 재판관을 임명했다. 내년 4월에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도 교체된다. 이들은 대통령 지명 몫인 만큼 교수, 변호사 등 다양성을 반영하는 인사가 후임이 될 수 있다. 이은애 수석부장판사가 최종 임명되면 2003년 전효숙, 2011년 이정미, 지난해 이선애 재판관에 이어 네 번째 여성 재판관이 된다. 여성 재판관 2명이 동시 재임하는 것 또한 헌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여성 재판관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판사는 젠더법연구회 회원으로 여성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여성의 종중원 자격’, ‘호주제 위헌 사건’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낙태죄 위헌 소원 등 젠더 이슈와 관련된 사안에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교수·연구자 430명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현 재판부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다음 기수로 판단을 넘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교수와 연구자 429명이 헌재에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원치않는 임신으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 여성들이 많은데 판단을 다음 기수로 미룬다는 건, 여성의 고통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헌재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이날 발언에 나선 김은희 젠더법학·사회학 연구자는 “헌재가 낙태죄 헌법소원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가 책임을 입법부에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결정을 미룬 동안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건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미풍양속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낙태죄를 폐지하면 성관계가 문란해질 것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관계가 좀더 민주적으로 변했듯,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과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난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지 6년 만에 이 문제를 다시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진성 소장 등 현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헌재는 여전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편파 수사 이어 편파 판결” 절망에 빠진 여성들

    “편파 수사 이어 편파 판결” 절망에 빠진 여성들

    지난 13일 ‘홍대 누드모델 몰카’ 피고인 안모(25·여)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데 이어 14일 안희정(54)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편파 판결’ 비판이 들끓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여성단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오는 25일 예정했던 ‘성폭력 성차별 끝장 집회’를 18일로 앞당겨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25일에는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들만 참여하는 낙태죄 폐지 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여성 집회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 혐오 커뮤니티인 ‘워마드’ 회원 50여명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여해 “홍본좌(안씨를 지칭) 무죄, 안희정 유죄”를 외쳤다. 한 워마드 회원은 인터넷에 ‘문재인 탄핵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워마드 운영자의 게시물을 보고 현장에 나왔느냐는 질문에 “트위터 공지를 보고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안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을 보고 집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SNS에서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또 여성단체들과 네티즌들은 김씨에 대한 ‘2차 가해성 게시글’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안희정 무죄’ 판결을 계기로 여성들의 반발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공무원 이모(33·여)씨는 “이렇게 되면 직장 내 모든 성희롱도 무죄가 되겠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피해자만 참고 넘어가라는 의미냐”고 따졌다.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많다. 직장인 유모(34·여)씨는 “지위가 높은 남성과 여성이 법적으로 다투는 일은 사실상 게임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여대생 이모(22)씨는 “여성들이 무기력감을 느껴 미투 운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골든벨 모자이크 논란…KBS “공영방송 원칙” 무슨 문구기에?

    골든벨 모자이크 논란…KBS “공영방송 원칙” 무슨 문구기에?

    KBS2 ‘도전 골든벨’ 측이 모자이크 논란에 대해 “공영방송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해명했다. 7일 오전 ‘도전 골든벨’ 측은 “청소년들이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며 “하지만 공영방송은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이슈의 경우, 한 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원직을 지켜야 하고, ‘청소년 출연자가 이러한 이유 다툼에 휘말려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해 항상 녹화 전에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 취지를 벗어나는 멘트는 자제하라’고 사전 고지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학생이 작성한 글, 사진, 개인정보 등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해당 학생에게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 또한 건강한 토론의 영역에서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리고 이번 사례를 통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방송된 908회 ‘도전 골든벨’에서는 안양 근명여자정보고 편이 전파를 탔다. 이 중 한 학생의 정답판에 적힌 문구가 모자이크 처리돼 눈길을 끌었다. 해당 학생은 SNS를 통해 “‘도전 골든벨’에 나가서 ‘동일 범죄, 동일 처벌’과 ‘낙태죄 폐지’를 써뒀는데 그걸 다 가려버렸다. KBS 편집팀인지, 위에서 지시를 내렸는지 잘 알았고, 나는 그게 정치적 발언인 줄은 몰랐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하 모자이크 논란에 대한 ‘도전 골든벨’ 측 공식입장 전문이다. 도전 골든벨은 퀴즈를 통해 청소년들의 재치와 생각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정치적·종교적·문화적 이슈의 경우, 한 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하고, ‘청소년 출연자가 이러한 이슈 다툼에 휘말려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하여, 항상 녹화 전에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 취지를 벗어나는 멘트는 자제하라’고 사전 고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에 따라 8월 5일 방송분에서 최후의 1인의 답판에 적힌 글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현재 해당 학생이 작성한 글, 사진, 개인정보 등이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해당 학생에게 피해가 우려됩니다. 이 또한 건강한 토론의 영역에서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례를 통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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