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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한국 천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보수적인가

    [김성호의 종교로 읽는 세상] 한국 천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보수적인가

    “동성애자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비참해져선 안 된다. 나는 동성애 커플 보호 장치로서 시민결합법을 지지한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로마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커플’ 지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가톨릭의 오랜 가르침과 명백히 모순된다’는 보수 측과 ‘역사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진보 측 입장이 엇갈린다. 전통을 뒤엎는 가톨릭 최고수장의 발언에 전 세계 천주교계가 뒤숭숭하다.가톨릭 근본교리를 허물 발언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중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6년 임기를 마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뒤를 이어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새 의장주교로 선출됐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가 부의장,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서기를 맡아 의장을 보필하며 한국 천주교를 이끌게 됐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로마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교황을 정점으로 한 교황청의 사목과 행정 지침을 한국 교회에 전달·집행하고 한국 천주교의 사목·신행 방향을 결정짓는, 한국 천주교 최고의 의사 결정기구라 할 수 있다. 주교회의의 결정사항은 그대로 한국 천주교회의 실천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게 관행이다. 그런 만큼 한국 천주교계는 새 수장을 맞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전 김희중 의장 체제와 사뭇 다른 지도부 성향 때문이다. 윤리 전공인 이용훈 주교는 천주교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교회일치에 치중하며 개혁적 행보를 이어 온 전 의장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실제로 주교회의는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방향성을 둘러싼 ‘소리 없는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지난달 16일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있었던 신임 의장단 기자회견은 한국 천주교계의 새로운 행보를 확실하게 예시한 자리였다. 회견에서 주된 관심사는 단연 최근 큰 이슈인 ‘낙태죄 폐지’였다. 이 주교를 비롯한 의장단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생명수호와 낙태반대’라는 변함없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반발해 “여성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집단운동에 나선 천주교 여성 평신도들의 항의에 대해선 “교회 안에서 잘 가르치지 못한 탓으로, 책임을 느낀다”며 “생명수호와 낙태반대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주교회의 차원에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낙태 절대반대’ 말고도 새 지도부는 생태 환경 보호 등 전통과 윤리의 중시와 집행에 집중했다. 그런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보수성 짙은 우리 천주교 새 지도부의 출범 시점에 터져 나온 교황의 메가톤급 개혁 발언이 한국 천주교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세계 천주교 수장은 이제 동성애를 인정하자는데 한국 천주교 새 지도부는 낙태죄를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물론 낙태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앨프리드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는 지난달 정부가 조건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낙태 합법화 추진에 대한 가톨릭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천주교계가 목숨처럼 지켜 허물 수 없다던 그 천부의 영역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동성애 커플을 지지한다는 교황의 폭탄 선언 말이다. 이성 간 결합만 인정하던 전통을 허물고 ‘더불어 살아가자’는 현실의 ‘생명 존중’ 요구에 눈과 귀를 트고 있는 것이다. 교황의 ‘동성애 지지’에 한국 천주교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교회의 교리만 고집할 게 아니라 세상 속 사람들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천주교 여성 신자들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향한 종교계 연대 움직임도 일고 있는 판국이다. 1984년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 땅을 밟자마자 가장 먼저 ‘순교자의 땅’이라며 땅바닥에 입을 맞췄다. 1만명에서 많게는 2만명의 순교자를 냈다는 그 한국천주교의 뿌리는 누가 뭐래도 평신도다. 이제 그 뿌리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kimus@seoul.co.kr
  • 교황은 ‘동성애 커플 지지’… 보수 성향 한국천주교 대응은

    교황은 ‘동성애 커플 지지’… 보수 성향 한국천주교 대응은

    “동성애자들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비참해져선 안 된다. 나는 동성애 커플 보호 장치로서 시민결합법을 지지한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로마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커플’ 지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가톨릭의 오랜 가르침과 명백히 모순된다’는 보수 측과 ‘역사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진보 측 입장이 엇갈린다. 전통을 뒤엎는 가톨릭 최고수장의 발언에 전 세계 천주교계가 뒤숭숭하다. 보수 성향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출범첫 회견서 ‘생명수호와 낙태반대’ 강조 가톨릭 근본교리를 허물 발언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중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6년 임기를 마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뒤를 이어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새 의장주교로 선출됐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가 부의장,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서기를 맡아 의장을 보필하며 한국 천주교를 이끌게 됐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로마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교황을 정점으로 한 교황청의 사목과 행정 지침을 한국 교회에 전달·집행하고 한국 천주교의 사목·신행 방향을 결정짓는, 한국 천주교 최고의 의사 결정기구라 할 수 있다. 주교회의의 결정사항은 그대로 한국 천주교회의 실천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게 관행이다. 그런 만큼 한국 천주교계는 새 수장을 맞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전 김희중 의장 체제와 사뭇 다른 지도부 성향 때문이다. 윤리 전공인 이용훈 주교는 천주교 전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적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교회일치에 치중하며 개혁적 행보를 이어 온 전 의장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실제로 주교회의는 새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방향성을 둘러싼 ‘소리 없는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있었던 신임 의장단 기자회견은 한국 천주교계의 새로운 행보를 확실하게 예시한 자리였다. 회견에서 주된 관심사는 단연 최근 큰 이슈인 ‘낙태죄 폐지’였다. 이 주교를 비롯한 의장단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생명수호와 낙태반대’라는 변함없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반발해 “여성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집단운동에 나선 천주교 여성 평신도들의 항의에 대해선 “교회 안에서 잘 가르치지 못한 탓으로, 책임을 느낀다”며 “생명수호와 낙태반대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주교회의 차원에서 준비하겠다”고 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 커플 지지”변화·균열 앞에 한국천주교 대응 주목 ‘낙태 절대반대’ 말고도 새 지도부는 생태 환경 보호 등 전통과 윤리의 중시와 집행에 집중했다. 그런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보수성 짙은 우리 천주교 새 지도부의 출범 시점에 터져 나온 교황의 메가톤급 개혁 발언이 한국 천주교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세계 천주교 수장은 이제 동성애를 인정하자는데 한국 천주교 새 지도부는 낙태죄를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물론 낙태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앨프리드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는 지난달 정부가 조건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낙태 합법화 추진에 대한 가톨릭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천주교계가 목숨처럼 지켜 허물 수 없다던 그 천부의 영역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동성애 커플을 지지한다는 교황의 폭탄 선언 말이다. 이성 간 결합만 인정하던 전통을 허물고 ‘더불어 살아가자’는 현실의 ‘생명 존중’ 요구에 눈과 귀를 트고 있는 것이다. 교황의 ‘동성애 지지’에 한국 천주교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교회의 교리만 고집할 게 아니라 세상 속 사람들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천주교 여성 신자들의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향한 종교계 연대 움직임도 일고 있는 판국이다. 1984년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비행기에서 내려 한국 땅을 밟자마자 가장 먼저 ‘순교자의 땅’이라며 땅바닥에 입을 맞췄다. 1만명에서 많게는 2만명의 순교자를 냈다는 그 한국천주교의 뿌리는 누가 뭐래도 평신도다. 이제 그 뿌리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초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대선 족집게’ 노샘프턴 주민 …“성격 보고 투표하지 않아”

    초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대선 족집게’ 노샘프턴 주민 …“성격 보고 투표하지 않아”

    2020년 미대선 초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의 노샘프턴 카운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20년 이후 이 카운티 승자가 미국 대선을 이기는 풍향계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세 번의 예외는 있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두 번 연속 지지했다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돌아선 곳이다. 미국 3141개 카운티 가운데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돌아선 곳은 206곳에 불과하다. 노샘프턴 카운티 주민들의 속내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성격을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이스턴 시 법원에 마련된 조기투표장에는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서 우편투표 용지를 우체통에 넣고 있다. 도시의 그림같은 풍경 속에 트럼프 대통령과 도전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사인 보드가 비교적 골고루 세워져 있다. 선거인단이 20명인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겨야만 하는 경합주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노샘프턴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3.5%포인트 차인 5464표차로 이기면서 주 전체로는 0.72%포인트 차(4만 4332표)의 신승을 거두었다. 노샘프턴 카운티는 제조업과 농업지역으로 인구 30만이다. 인구 76%가 백인이지만 최근 인근 뉴욕과 뉴저지에서 히스패닉과 흑인의 유입이 급증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다양해지고 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등록 유권자는 421만, 공화당 등록 유권자는 351만이다. 그러나 제3후보 및 무등록 유권자가 130만명에 이른다. 앞서 2016년엔 민주당 등록 유권자 422만, 공화등 등록 유권자는 330만, 무등록 유권자가 120만이었다.바이든에게 이미 투표했다는 기업 분석가 셀린 먼로(48)는 “트럼프는 우리를 분열시키고, 독재자처럼 행동하면서 우리의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훼손시키는 등 지도력 부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이사 온 흑인 여성인 먼로는 “선거는 항상 두 명의 나쁜 사람 가운데 덜 나쁜 사람을 뽑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4년을 더 한다고 생각하니 역겹다. 건강보험, 경찰의 폭력성, 노동자·유색인종·소수소자의 권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려한다”고 말했다. 반대 쪽에 있는 사람이 중학교 교사 킴 부셰(58)다. 그는 트럼프와 공화당 후보에게 이미 투표했다고 밝혔다. 부셰는 “나는 성격을 보고 투표하지 않고 경제와 야당을 보고 투표한다. 바이든 쪽에는 정부가 더 많이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과 같은 사회주의자들이 너무 많이 얼씬 거린다”고 주장했다. 낙태와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을 지지한다고 밝힌 백인 여성인 부셰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중동에서 성취한 것은 환상적이지만 3년 반 동안 언론의 공격을 받아왔다”고 대변했다. 정치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31일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바이든이 전국적으로 7.8%포인트 우위를 보이지만 펜실베이니아에서는 4.1%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직접 방문유세를 했다. 바이든은 기후변화를 호소하면서 부동표 잡기에 나섰다.공장 노동자 로버트 프라이(32)는 기독교인의 의무로서 처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걱정하지만 낙태와 동성 결혼에 대한 기독교의 가치를 지키고자 공화당에 투표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바이든의 말이 오락가락해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서 “트럼프는 과장하는 고집쟁이이지만 팬데믹을 잘 못 다루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과는 달리 펜실베이니아에는 20만명 이상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고, 8800여명이 사망했다. 실업률은 8.15%로 팬데믹 이전의 두 배에 이른다. 풀뿌리 시민 활동가 이반 가르시아는 “히스패닉 공동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편 투표의 순수성에 대해 공격하기 때문에 대부분 직접 투표하는 중요 그룹”이라며 “모든 투표는 집계되어야 하고, 11월 3일 이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후보인 타라 즈린스키(45)는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무엇을 하라는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한다”며 “그게 이 카운티가 중요하고, 펜실베이니아가 경합주로 남아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성경들고 유세장 나온 수녀들, 트럼프도 “자매님” 관심...가톨릭 표심 어디로?

    성경들고 유세장 나온 수녀들, 트럼프도 “자매님” 관심...가톨릭 표심 어디로?

    대선 전 마지막 주말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핵심 경합 주에서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서만 4곳을 돌며 유세를 펼쳤고,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주 2곳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등 필승 의지를 다졌다. 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 위스콘신, 미네소타 3곳을, 바이든 후보가 아이오와, 미네소타, 위스콘신 3곳을 찾아 표심잡기에 공을 들였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유세장을 찾은 지지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특히 30일 미시간주 트럼프 대통령 유세 현장에는 수녀 5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AP통신은 이날 미시간주 워터포드타운십 오클랜드카운티국제공항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유세 현장에 미시간주 하틀랜드타운십 성모성심회 도미니카수녀 5명이 참석해 박수갈채를 쏟아냈다고 전했다.나이가 지긋한 수녀 5명은 수녀복을 입고 유세장에 등장했다. 유세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 수천 명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수녀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코로나19 투병에 관해 설명하다 직접 수녀들을 지목해 연설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매님들, (그때 나는) 정말 기분이 별로였다. 하지만 ‘리제네론’을 맞고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마치 신이 내 어깨를 어루만진 것 같았다”고 말해 수녀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트럼프 유세장에 수녀가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4일 오하이오주 서클빌 유세 때는 단체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마스크를 맞춰 쓴 수녀 3명이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서 성경책을 들어 보이며 환호하는 수녀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 유권자 사이에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한 유권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포드) 사이의 성 추문을 언급하며 “임신한 아내를 두고 불륜을 저지른 것에 대해 수녀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선거캠프가 가톨릭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한 가짜 수녀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종교만 놓고 보면 미국인 46%는 개신교 신자, 22%는 가톨릭 신도다. 장로교 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미국 양대 종교인 개신교와 가톨릭의 막강한 정치력에 힘입어 당선됐다. 트럼프 지지자 상당수는 개신교 백인 복음주의자다.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때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한 것은 개신교 지지자를 의식한 다분히 의도적 제스쳐였다.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 52%도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조금 다르다. 상대 후보인 바이든 후보가 독실한 가톨릭 신도라는 점이 큰 변수다.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딸을 잃고 아들마저 암으로 먼저 보낸 바이든 후보가 신앙에 의지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이 때문일까.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는 가톨릭 유권자의 표심이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EWTN-리얼클리어가 8월 27일부터 9월 1일까지 12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톨릭 유권자의 바이든 지지율은 53%, 트럼프는 41%로 조사됐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처럼 가톨릭 인구가 많은 주요 격전지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가톨릭 유권자 잡기에 몰두 중이다. 낙태 등 민감 사안에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하며 기존 기독교 복음주의자 지지자는 물론 가톨릭 유권자까지 끌어안았다. 낙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바이든 후보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태아 생명권을 주장하고 있다. 30일 위스콘신 유세에서는 “당신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지지자 말에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있지 않으냐”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전 세계 가톨릭 신도 13억 명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애와 연대’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놓은 만큼, 가톨릭 표심이 어느 쪽을 향할지 막판까지 대혼전이 예상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문소영 칼럼] “말려지지 않는 사람들”

    [문소영 칼럼] “말려지지 않는 사람들”

    TV프로그램 중 ‘나는 자연인이다’가 있다. 홀로 사는 늙은 남자가 주인공이다. 산과 들에서 채집하고, 화전을 일구거나, 낚시로 물고기를 잡고 닭을 쳐서 단백질도 공급한다. 늙은 남자가 홀로 요리하고 청소하는 모습은 궁상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고 수도관도 없으니 정부로부터의 간섭에서도 자유롭다. 사실 남성들의 판타지에 가깝지만, ‘자연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 다수의 남성들이 본방을 사수하며 ‘나도 언젠가는 자유롭게!’와 같은 꿈을 꾼다. 그러나 잠시 돌아보면 세상을 등진 그 자연인에게 돌봐야 할 아내나 가족들은 없는 것일까, 의심이 생기지 않는가. 평소 저리 바지런히 일하고 협력한다면 항상 환영받고 사랑받았을 텐데 싶기도 하다. 또 남의 땅이나 국유지에서 탈법에 가까운 채집 활동이나 화전을 일군 것은 아닌가 싶어서 걱정도 되고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이 자유인인 ‘늙은 남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려다가도 괘씸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자본주의에서 돈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고통이 남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진대, ‘그림자 노동’인 집안일과 돌봄 노동, 육아 등으로 온종일 시달리는 여자의 입장, 특히 늙은 여자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자연인에는 여자 주인공이 출현하지 않나’ 하는 의문도 생기지 않는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외교부의 해외여행 자제 요청에도 요트를 사러 미국행을 감행했다는 보도를 보고, 정부 차원의 큰 악재가 터졌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한이틀 시끌시끌하더니만, 강 장관이 국회에서 “말린다고 말려지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뒤로, 강 장관의 ‘남편 리스크’는 싹 사라져 버렸다. 젊은 세대는 논란거리라고 평가했지만, 50대 이후 남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더는 왈가불가하지 않았다. 여러 경로로 만난 50대 이상 남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니 아내의 만류에도 거침없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인으로 사는 남편에 대한 부러움도 있었고, ‘마누라가 장관이더라도 무슨 상관이냐’는 반발도 깔려 있었다. 평소 진영에 따라 홍해가 갈라지듯이 입장이 갈리던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해서는 너그럽기 짝이 없었다. “남자는 늙어도 철이 없어서…” 하면서 쓱 넘어가는 것이었다. 만약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는 일을 장관의 아내가 했더라면 한국 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하고 상상해 보았다. 하루이틀 만에 사건이 가라앉지도 않을 것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주장은 일부종사를 강요받는 아내의 미덕일 뿐, 남편의 자유로운 영혼은 늘 존중받고 추앙받는 세상인 것인가. 그러고 보면 한국 사회는 여성들에게 진정 가혹했다. 고위직도 다르지 않다. 김영삼 정부에서 황산성 환경처 장관은 국회 답변 과정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진이 1면에 보도되면서 건방지다는 비난에 시달리다가 10개월 만에 교체된 일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장상 국무총리 지명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시어른들이 해서 본인은 모른다고 답변했다가, 자신의 잘못을 감히 시어른들에게 떠민다는 괘씸죄에 걸려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 강금실 법무장관은 자신의 지휘를 받기를 거부하던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이 문제가 돼 초대 여성 법무장관직에서 1년 5개월 만에 물러나야만 했다. 출세한 여성들도 이럴진대, 나머지 한국 여성들의 삶은 ‘지옥에서 사는 사계절’ 같기도 하다. 남자친구가 동영상을 유출하려고 해 무릎 꿇고 빌었던 구하라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노브라를 탓하며 혐오 댓글을 배설하는 누리꾼에 시달리던 설리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한국 남성들은 자기 몫의 역할은 하지 않은 채 사랑과 관심이라고 포장해, 여성의 몸과 자기선택권에 대한 간섭질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폐지를 선언한 낙태죄를 그 취지를 살리지 않고 정부가 되살리는 입법안을 내는 것은 그런 차원에서 부당한 일이다. 태중의 생명권이 소중하다면서, ‘태아의 아빠’조차 돌보지 않아 홀로 책임을 안은 여성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는 왜 이해가 부족한 것인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여성을 위해 배우자와 연인의 외조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자유인을 빙자해 그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여성의 판단과 결정권은 모든 영역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여성도 ‘말린다고 해도 말려지지 않는 사람들’로 거듭나야 한다. symun@seoul.co.kr
  • 함께한 남친, 남편 됐지만 그날 돌아가도 같은 선택

    함께한 남친, 남편 됐지만 그날 돌아가도 같은 선택

    결혼 생각 없어 남자친구와 낙태 결정요양 없이 레지던스서 몸 겨우 추슬러“낙태, 여성 생애 전체 영향 주는 경험 처벌로 통제하려는 제도 재고했으면 ”민서영(40·가명)씨는 14년 전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미역국을 끓여 줬던 남자친구는 지금의 남편이 됐다. 민씨 부부 사이에 아이는 없다. 그날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민씨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26살 때 6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피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주가 지나자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테스트기로 확인해 보니 두 줄(임신 양성 반응)이 떴다. 임신과 결혼 생각이 없던 민씨는 남자친구와 상의 후 아이를 지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수술 비용은 남자친구가 마련하고, 병원은 민씨가 알아봤다. 여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 낯선 지역을 헤맸던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다. 수술 후 몸조리는 사치였다. 민씨는 “낙태도 출산과 마찬가지로 요양이 필요한데 그런 서비스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돈이 없던 민씨 커플은 적당한 레지던스를 빌려 몸을 추슬러야 했다. 민씨가 낙태를 고민했을 무렵 미혼인 직장 동료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남자친구와 결혼 계획이 있던 동료는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직장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다. 얼마 후 그 동료가 자연유산으로 태아를 잃자 따뜻한 위로가 쏟아졌다. 임신도 낙태도 숨겨야 했던 민씨의 사정과 너무 달랐다. 떠나보낸 아이를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던 민씨는 4년 전 절을 찾아가 아기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임신과 낙태를 겪으면서 민씨는 임신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임신 초기부터 호르몬 변화 등 많은 증상이 나타났다. 민씨는 “밤에 잠을 자는데도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생생하게 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점이 큰 무게로 느껴져 낙태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민씨의 낙태 사실을 모른다. 동성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이 큰 힘이 됐다. 민씨는 “임신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낙태를 해본 여성도, 하지 않은 여성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다”고 전했다. 그는 “낙태는 여성의 몸을 넘어 생애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험”이라면서 “처벌로써 낙태를 통제하려는 제도를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낙태 약물 요법 허용 모자보건법 입법예고

    낙태 약물 요법 허용 모자보건법 입법예고

    약물요법으로 낙태 시술을 허용하도록 한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약사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낙태약 조제권을 누가 갖는지를 두고서다. 의료계는 “낙태약은 전문의 관리하에 사용하지 않으면 위험성이 있다”며 “의약분업을 갖고 싸울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회장은 28일 “먹는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은 외국에서도 의사 관리하에 처방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초음파 확인을 거쳐 임신 초기 7주 이내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는 약품으로 산부인과 전문의 관리하에 조제되지 않으면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의약분업 원칙에 예외를 둘 정도로 불가피성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헌수 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약사법상 의사의 직접 조제 범위는 약국이 없는 지역이나 재해 발생 지역 등 불가피한 부분으로 제한돼 있다”면서 “의약 대결로 볼 문제도, 수익의 문제도 아니며 환자 개인정보를 중요하게 취급하는 건 의사나 약사나 똑같다”고 강조했다. 낙태약만 의약분업에서 제외하는 것은 자의적인 처사라는 주장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약물 도입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 등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수술만 허용하는 현행 인공 임신중절의 정의 규정을 약물이나 수술 등 의학적 방법으로 구체화해 시술 방법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낙태는 모든 여성의 문제…“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낙태는 모든 여성의 문제…“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

    [#나는낙태했다-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5> 삶을 송두리째 바꾼 신중한 선택 67 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은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민서영(가명·40)씨는 14년 전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미역국을 끓여줬던 남자친구는 지금의 남편이 됐다. 민씨 부부 사이에 아이는 없다. 그날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도 민씨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26살 때 6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중 피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주가 지나자 몸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테스트기로 확인해보니 두 줄(임신 양성 반응)이 떴다. 임신과 결혼 생각이 없던 민씨는 남자친구와 상의 후 아이를 지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수술비용은 남자친구가 마련하고, 병원은 민씨가 알아봤다. 여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 낯선 지역을 헤맸던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다. 수술 후 몸조리는 사치였다. 민씨는 “낙태도 출산과 마찬가지로 요양이 필요한데 그런 서비스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돈이 없던 민씨 커플은 적당한 레지던스를 빌려 몸을 추스려야 했다. 민씨가 낙태를 고민했을 무렵 미혼인 직장 동료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남자친구와 결혼 계획이 있던 동료는 임신 사실을 공개하고 직장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다. 얼마 후 그 동료가 자연유산으로 태아를 잃자 따뜻한 위로가 쏟아졌다. 임신도 낙태도 숨겨야 했던 민씨의 사정과 너무 달랐다. 떠나보낸 아이를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던 민씨는 4년 전 절을 찾아가 아기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임신과 낙태를 겪으면서 민씨는 임신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임신 초기부터 호르몬 변화 등 많은 증상이 나타났다. 민씨는 “밤에 잠을 자는데도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 생생하게 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점이 큰 무게로 느껴져 낙태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민씨의 낙태 사실을 모른다. 동성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이 큰 힘이 됐다. 민씨는 “임신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낙태를 해본 여성도, 하지 않은 여성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낙태는 여성의 몸을 넘어 생애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험”이라면서 “처벌로써 낙태를 통제하려는 제도를 다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연락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낙태죄 개정을 앞두고 임신중절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과 윤리적인 비난 사이에서 남몰래 꽁꽁 숨겨둔 이야기를 clean@seoul.co.kr 으로 들려주세요.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의 선택은 죄가 아니라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겠습니다.
  • 발달장애인·낙태 등 기획기사 빛나… 개별 사안 기계적 균형 탈피해야

    발달장애인·낙태 등 기획기사 빛나… 개별 사안 기계적 균형 탈피해야

    서울신문은 27일 제132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10월 주요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 보도를 논의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8, 9월 서면으로 대체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현장 회의가 재개됐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지면 비평을 했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을 비롯해 박준영(변호사),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년),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김준일(뉴스톱 대표), 정성은(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위원이 참여했다. 이달에는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 ‘낙선 6개월 라이더가 된 청년 후보’, ‘코로나 블랙-발달장애인 가족의 눈물’, ‘코로나 장기화의 그늘-필수노동자 현주소’, ‘#나는낙태했다-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 등 굵직한 기획이 쏟아지며 호평을 받았다. 다만 1면 제목과 사설 등에서 서울신문만의 색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김숙현 국제면이 그동안 아쉽다고 생각했던 지역의 안배 문제나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향상됐다. 다음달 3일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와 이번 달의 전반적인 뉴스는 그와 관련한 기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간간이 프랑스 참수 사건, 태국 왕실을 둘러싼 논란, 중동 소식 등도 전달해 조화로웠다. 5일자 ‘뉴스를 부탁해’ 코너에서 ‘국민 알권리냐 감시자산 보호냐…軍 첩보공개 득과실’ 기사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전문성이 녹아 있었다. 20일자 ‘지지율 거품 꺼진 스가…한 달 새 12%P 하락’ 기사는 스가 일본 총리가 베트남을 순방하는 사진을 게재해 본문 내용과 맞지 않아 아쉬웠다. 21일자 ‘“남편 약점, 내가 덮는다”… 백인 여성표 놓고 ‘영부인 전쟁’’ 기사는 타 언론사에서는 보지 못한 방향으로 접근한 독창성이 돋보였다. 22일자 ‘14% 늘어난 아동착취… 씁쓸한 초콜릿’이라는 기사도 미 대선 관련 기사들 틈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항미원조’ 발언에 대해 26일자 ‘씨줄날줄’에서 짧게 언급했는데 더 적극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성은 발달장애인, 낙태 등을 주제로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시리즈 기획기사가 많았다. 21일자 ‘“그날 이후 나를 미워했지만… 아이 낳고, 안 낳고는 내 선택”’이라는 기사에서는 라일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줬다. 12일자 ‘매일 괴성 지르는 아들에게 ‘아빌리파이’밖에 줄 수 없었다’는 기사도 김남연씨 모자의 자가격리 일지를 세밀하게 그려 냈다.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기사를 발굴한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만, 편집이나 가독성 측면에서는 아쉬웠다. 8일자 ‘이보희의 TMI-코로나 시국에 결혼을 한다고?’라는 기사도 기자가 실제로 결혼하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결혼식 관행을 돌아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인상 깊었다. 또 6일자 ‘음악이 항일 무기… 중국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중국의 3대 악성’’ 기사는 우리가 잘 모르던 정율성이라는 독립운동가에 대해 소개해 줘서 좋았다. 칼럼 중에서는 ‘이종수의 헌법 너머’가 쉽게 쓰면서도 주장이 분명하고 예시를 적절히 활용한 수준 높은 글이라 매번 유익하게 읽고 있다. 또 22일자에 한국 농업사의 권위자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이 굉장히 작게 처리됐는데 관련한 이야기를 더 담아내지 않아 아쉬웠다. 박준영 기존 언론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주로 몇 명이 죽었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등 잔혹한 인권 침해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으로 소비됐는데, 26일자 ‘“형제복지원 30년 전 악몽 남편 아픔 덜어 주고 싶어” 그래서 아내는 투사가 됐다’는 기사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향후 형제복지원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랑인 수용 역사를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현재의 장애인·노인요양시설에서 이뤄지는 인권 침해 등 시설 수용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16일자 ‘죽음까지 차별… 인간의 권리 평등한가요, 33년 만에 ‘형제복지원 재판’ 눈물바다’라는 기사도 의미 있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경우에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그가 다음달 2일 과연 법정에 나오는지, 촬영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만 보도가 쏟아졌다. 그보다는 흉악범이 교화가 가능한지, 어떻게 이런 범죄자가 탄생하게 됐는지 등 다양한 관점을 살펴봤으면 한다. 김준일 서울신문은 균형을 맞추려고 고심하는 게 기사와 논조에서 많이 보인다. 그러나 개별 사안에 대해 전부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도 든다. 어느 것 하나 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여론시장의 흐름은 주목 경제로 옮겨 가고 있는데 시장성을 외면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제목도 너무 무난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언론사 전반의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신문에서 칼럼은 읽어도 사설은 읽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신문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혁신이 없는 게 사설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의 변화를 줄 때가 오지 않았나 한다.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김봉현 사태’에 대한 서울신문의 단독이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후에도 후속 기사들이 보도돼 여론을 주도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또 대형 사건의 경우 중간에 상황을 정리해 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한다. 처음부터 꾸준히 기사를 읽지 않은 이상 한 번 놓치면 어떤 사건인지 따라가기 힘든데 여전히 대다수의 언론사들이 당일 발생 기사에 치중하다 보니 읽는 사람만 계속 읽고 아닌 사람은 쭉 안 읽게 된다. 유승혁 시사상식을 잘 모르는 젊은 독자층에게는 5일자 미국 대선 관련 기사나 23일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발언 관련 기사처럼 번호를 매겨 사안을 소분류해 설명하는 기사가 유용하다. 23일자 독감 백신 관련 Q&A 기사도 일문일답 형식으로 궁금증을 적절히 짚었다. 또 서울신문 코너 중 ‘포토다큐’는 사진 위주로 주제를 전달해 신선하다. 단순한 접근이지만 이미지가 갖는 힘은 강하다고 생각한다. 5일자 ‘코로나19로 바뀐 명절 풍경’ 관련 기사에서는 젊은층의 나 홀로 캠핑과 노년층의 우울한 추석을 대비하는 등 독자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짚은 기사들이 인상 깊었다. 이번 달에는 기획기사가 넘쳤다. 기자들이 발품을 판 흔적이 보였다. 다만 다양한 기획이 번갈아 게재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뒤쪽 지면에 배치된 기획은 집중도가 떨어졌다. 또 청년 정치인 기획은 낙선한 청년 정치인들의 근황만 나열되고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문제는 없는지 등 구조적인 분석이 부족해 아쉬웠다. 김만흠 다양한 기획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낙선한 청년 정치인 기획도 좋았다. 그동안 정치 기사는 이미 온라인에서 전날 저녁 읽은 것 이상의 내용이 없어 아쉬웠는데 시도 자체가 신선했다. 10월은 정치 이슈가 많다 보니 역으로 다른 언론사와의 차별화 지점이 적었다. 1면 톱기사 제목도 문제의식을 담은 제목보다는 발언을 직접 인용한 제목이 늘었다. 국정감사 기간 추미애·윤석열 공방, 월성 1호기 문제 등을 제외한 다른 사안들은 전부 묻혀 버렸다. 박스 기사로라도 현장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중요 위원회별 혹은 국감 대상별로 정리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이는 향후 국감에서 지적한 사항을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재점검할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독감 백신 사망자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사례와 대비해 좀더 깊이 있게 다루면 좋겠다. ‘조기영의 세상터치’ 만평은 칼럼이나 기사 못지않게 날카로운 분석을 해줘 눈에 들어왔다. 정리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대법 보수화’ 완성한 트럼프… 막장 대선 드라마 시작되나

    ‘대법 보수화’ 완성한 트럼프… 막장 대선 드라마 시작되나

    52대48로 통과… 151년 만에 소수당 첫 0표각 지지층 결집 속 대법 놓고 전쟁 가능성배럿 “양당·개인적 호불호 없이 일할 것”해리스 “6200만명 투표 속 인준 강행 야비”대선이 불과 1주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48)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26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다.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대법원의 보수화 재편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이번 대선의 개표 과정에서 혼란이 불거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 22일 법사위를 거친 배럿 대법관 인준안을 찬성 52, 반대 48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내 이탈표는 수전 콜린스(메인주) 의원이 유일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해 151년 만에 처음으로 소수 정당으로부터 찬성을 단 한 표도 얻지 못한 인준 사례가 됐다.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인 배럿 대법관은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승자가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 판사의 대법관 지명을 강행했고, 불과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인준이 처리됐다.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배럿 대법관의 취임 선서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중대한 날”이라며 “학령기 아이들의 엄마가 처음으로 대법관이 된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럿 대법관은 같은 자리에서 “오늘 밤 엄숙한 선서의 핵심은 (특정 집단에 대한)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또 양당이나 개인적 호불호와 상관없이 내 일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원 보수화도 최종적으로 완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미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브렛 캐버노 대법관을 잇달아 임명했다. NBC 방송은 이날 인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며 낙태, 총기규제, 의료보험 등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법관 인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미칠 영향이다. 배럿 대법관이 논란이 예상되는 대선 우편투표의 접수·개표기한 연장 관련 사건에 참여할 경우 선거 결과까지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도 이미 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우편투표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대선 결과는) 결국 대법원에 갈 것”이라며 “우리가 대법관 9명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00년 대선 때 승부의 추가 된 플로리다 재검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5대4로 재검표를 막으면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전례가 있다. 배럿의 인준 강행이 향후 더 큰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소수 정당으로부터 단 한 표의 찬성도 얻지 못한 채 인준된 것은 151년 만에 처음”이라며 “대법관 공천 전쟁이 얼마나 격렬해졌는지 보여 주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대법관 정원을 늘려 진보성향 대법관을 절반 이상으로 만들자는 민주당 일각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아직 이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공화당은 코로나19 부양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대법원 지명자를 밀어 넣는 것을 선택했다. 6200만명 이상이 이미 투표를 한 상황에서 말이다”라며 “야비하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美대선 막판 변수… 보수로 기운 대법

    대선이 불과 1주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48)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26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다.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대법원의 보수화 재편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이번 대선의 개표 과정에서 혼란이 불거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됐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원은 본회의에서 지난 22일 법사위를 거친 배럿 대법관 인준안을 찬성 52, 반대 48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내 이탈표는 수전 콜린스(메인주) 의원이 유일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했다. 배럿은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승자가 후임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 지명을 강행했고, 불과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인준이 처리됐다.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배럿 대법관의 취임선서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학령기 아이들의 엄마가 처음으로 대법관이 된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럿 대법관이 향후 수십년간 보수 성향의 판결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며 낙태, 총기규제, 의료보험 등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급증한 우편투표로 인해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정 공방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대통령을 결정해야 할 경우 배럿의 조기 인준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수술 한 달 후 낙태죄 헌법불합치… “죄 아니었구나” 눈물 펑펑

    수술 한 달 후 낙태죄 헌법불합치… “죄 아니었구나” 눈물 펑펑

    ‘김▲▲, 6, X, X.’ 지난해 3월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누운 정현주(25·가명)씨의 눈에 환자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명단이 들어왔다. 정씨처럼 낙태를 위해 병원을 찾은 여성들이었다. 숫자는 임신 주 수를, 뒤에 적힌 O·X 표시는 돈이 들어가는 영양제 수액과 자궁 유착방지제 사용 여부를 뜻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두 가지 약제를 모두 쓰겠다고 한 사람은 정씨 한 명뿐이었다. 정씨는 “나도 수술을 받아 마음이 아프지만, 이름 뒤 X가 표시된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씁쓸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중 갑작스레 임신이 됐다. 항우울제를 처방해 준 의사는 “(해당 약의) 동물 실험 결과에서는 기형아 출산이 확인됐지만 사람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했다. 현행법상 장애가 있어도 낙태는 불법이라는 말도 했다. 정씨의 마음은 수없이 바뀌었다. 그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임신 9주차가 됐다. 사회초년생이었던 정씨는 만약 아픈 아이가 태어난다면 무사히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 뒤늦게 임신중절을 결심하고 찾아간 병원은 정씨의 고민에 무관심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9주면 비용이 180만원입니다.” 임신 주 수에 따른 비용, 정씨의 몸은 그들에겐 숫자와 비용에 불과했다. 수술 부작용에 대해 메모하고 싶었지만 의사 설명을 듣는 동안 필기는 금지됐다. 병원은 약과 수술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비밀 유지 각서와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류만 두어 장 내밀었다. 정씨가 5만원, 10만원, 20만원짜리 영양제의 차이를 물었지만 “비싼 게 성분이 더 좋아요”라는 무성의한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정씨는 수술 후 악몽에 시달렸다. 차가운 수술대에 눕는 꿈을 계속해서 꿨다. 자신이 항우울제를 먹는 바람에 모든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한동안 정신과도 가지 못했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정씨는 그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판결이 난 후 수술을 했다면 고민을 덜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부터 ‘내 행동이 죄가 아니구나’란 안도감과 홀가분한 감정도 들었다. 정씨는 병원에서 본 어린 여성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임신중절 수술을 받으러 온 아이를 보면서 ‘몸에 좋지도 않은 수술인데…,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는데…’ 계속 걱정이 됐다. 정씨는 “지금은 수술해도 보호 수단이 전혀 없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적어도 합법적인 의료 시스템 안에서 수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수술 한 달 후 낙태죄 헌법불합치…“눈물만 계속 흘렀습니다”

    수술 한 달 후 낙태죄 헌법불합치…“눈물만 계속 흘렀습니다”

    [#나는낙태했다-모두가 알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 <4> 수술 명단에 적힌 수많은 이름들 67 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은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김▲▲, 6, X, X’ 지난해 3월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누운 정현주(가명·25)씨의 눈에 환자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수술 명단이 들어왔다. 숫자는 임신 주수를, 뒤에 적힌 O·X 표시는 영양제 수액과 자궁유착방지제 사용 여부를 의미한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O, O’라고 표시된 사람은 정씨 한 명뿐이었다. 정씨는 “나도 수술을 받아 마음이 아프지만, 이름 뒤 X가 표시된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씁쓸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중 갑작스레 임신이 됐다. 평소 피임을 열심히 했는데도 소용없었다. 정씨의 항우울제를 처방해준 의사는 “(해당 약의) 동물 실험 결과에서는 기형아 출산이 확인됐지만 사람은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했다. 현행법상 장애가 있어도 낙태는 불법이라는 말도 들었다.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임신중절 수술을 하거나 아이의 장애 가능성을 감안하고 낳거나. 정씨의 마음은 수없이 바뀌었다. 그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임신 9주차가 됐다. 아직 사회초년생이었던 정씨는 만약 아픈 아이가 태어난다면 무사히 잘 키울 자신이 없었다. 뒤늦게 임신중절을 결심하고 찾아간 병원에서는 정씨의 고민에 무관심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9주면 비용이 180만 원입니다.” 몇 주에 비용이 얼마다. 정씨의 몸은 ‘숫자’로 치환됐다. 병원은 간단한 메모조차 불가능한 곳이었다. 수술 부작용에 대해 메모하고 싶었지만, 설명을 듣는 동안 필기는 금지됐다. 몸에 쓰이는 약이 무엇인지, 처방받은 항생제는 어떤 것인지, 영양제는 어떤 종류인지 병원은 그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다. 병원은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은 채 비밀 유지 각서와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류만 두어 장 내밀었다. 정씨가 5만 원, 10만 원, 20만 원짜리 영양제의 차이를 물었지만 “비싼게 성분이 더 좋아요”라는 무성의한 답이 돌아왔을 뿐이다. 정씨는 수술 후 악몽에 시달렸다. 차가운 수술대에 눕는 꿈을 계속해서 꿨다. 자신이 항우울제를 먹는 바람에 모든 일이 일어난 것 같아 한동안 정신과도 가지 못했다. 정씨의 마음 한 켠에는 아기의 마지막 초음파 사진을 받지 못한 안타까움이 남았다. 병원 측은 초음파 사진에 병원 이름과 날짜가 찍혀있단 이유로 사진 제공을 거부했다. 정씨가 “병원과 날짜가 적힌 부분만 자르고 가져가겠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날의 일은 정씨의 기억 속에만 남고, 세상에 없었던 일이 됐다. 수술 한 달이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정씨는 그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판결이 난 후 수술을 했다면 고민을 덜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부터 ‘내 행동이 죄가 아니구나’란 안도감과 홀가분한 기분도 들었다. 정씨는 아직도 수술했던 병원에서 본 어린 여성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수술을 받으러 온 아이를 보면서 ‘몸에 좋지도 않은 수술인데…,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는데…’ 계속 걱정이 됐다.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형편없는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속상했다. 정씨는 “지금은 수술을 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적어도 합법적인 의료 시스템 안에서 수술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연락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낙태죄 개정을 앞두고 임신중절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과 윤리적인 비난 사이에서 남몰래 꽁꽁 숨겨둔 이야기를 clean@seoul.co.kr 으로 들려주세요.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의 선택은 죄가 아니라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겠습니다.
  • 올해 미 대선의 축소판은 위스콘신주, 왜?

    올해 미 대선의 축소판은 위스콘신주, 왜?

    미국 대선에서 주요 경합주로 꼽히는 위스콘신주가 올해는 특히 미국 전체 정치사회 지형을 담아놓은 축소판으로 대선 승패의 가늠자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을 들어 코로나 2차 대유행의 진원지가 된 데다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나 입법부는 공화당, 대법원은 보수 성향 우위인 구조여서 올해 미국의 정치지정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위스콘신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오하이오 등과 함께 주요 경합주였지만, 최근 대선 결과는 주로 민주당 우위였다. 1992년 대선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당선된 이후 2012년까지 6번의 대선에서 내리 민주당이 이겼다. 그러나 2016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여론조사 열세를 딛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0.77%포인트 차 대역전극을 펼치며 기존 구도가 깨졌다.여기에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지만 입법부 전체적으로는 공화당이 우위인 구도이다. 대법원 역시 공화당 성향이 다수파이다. 행정부와 입법·사법부가 반분된 양상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대선은 동부 지역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파란 깃발이, 농촌 지역이 밀집한 서부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붉은 물결이 지배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역 유권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표심을 정한 만큼 중간 부동층 비율이 미미하기 때문에 ‘레드 미라지’(공화당 승리 착시 현상)나 ‘블루 버블’(민주당이 우위로 보이는 현상)도 선거 당일엔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만큼 위스콘신의 향배는 표심 결집 및 투표율을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 석패의 결정적 요인은 흑인 유권자 투표율 하락이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트럼프가 1%포인트도 안되는 근소한 차이로 클린턴 후보를 누르는데 흑인 표심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8월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다시 경찰의 흑인 아빠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도시 거주 흑인 유권자들이 일치감치 표심을 정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반면 낙태 반대 기독교인 밀집 커뮤니티의 트럼프 지지세도 무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인구 4만 4000명의 폴크 카운티는 그 중 격전지로 지목된다. 지난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몇백 표 차이로 승리했지만, 8년 뒤인 2016년엔 거의 2배 차이로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다. 워싱턴 포스트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8% 포인트 앞서고 있다. 10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위스콘신주의 향배에 따라 인근 러스트 벨트로 묶인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주의 향배도 함께 움직일 수 있어 막판까지 두 후보 모두 예의주시하며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상대에게 임신했다고 하자 “넌 낙태 경험 늦은 편이네”

    상대에게 임신했다고 하자 “넌 낙태 경험 늦은 편이네”

    “전 여친들 몇번 했는데 별거 아니래”남자는 ‘실수’… 여자는 ‘관리 못한 탓’달력엔 늘 수술 날짜 ‘잊지 않기’ 표시 “너는 낙태 처음이야? 전 여자친구들이 몇 번 했는데, 별거 아니래.” 10년 전, 최수진(가명·35)씨가 임신 테스트기에서 빨간 두 줄을 확인했을 때 상대방은 이렇게 말했다. 오랜 친구였던 남성과의 ‘썸’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최씨는 “예기치 못한 임신 자체도 두려웠지만, 그보다 임신중절 여성을 바라보는 주위의 남성중심적인 인식이 더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상대방은 책임을 회피하며 오히려 최씨에게 수술이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최씨는 “임신 이후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내게 ‘낙태 경험이 늦은 편’이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며 “깊게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너무 큰 상처였다”고 돌아봤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 탓에 당연히 부모님에겐 말할 수 없었다. 최씨가 임신하기 몇 달 전, 공교롭게 친오빠의 여자친구가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 최씨는 그때 엄마가 한 말을 잊을 수 없다. 최씨는 “둘이 같이한 건데 엄마가 오빠에겐 ‘남자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고, 여자 쪽이 ‘몸 관리를 못 했다’고 탓하더라”면서 “같은 자식인데도 아들한테는 ‘실수’라고 하고, 딸인 나에게는 ‘네 잘못’이라고 할 것 같아 무서웠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불법’의 경험은 신체 변화로 제일 먼저 나타났다. 최씨는 당시 직장에 수술 날 딱 하루 휴가를 썼다. 수술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출산과 비슷한 수준인 데도 산후조리는 꿈도 못 꿨다. 수술이 끝난 뒤, 갈 곳이 없어 상대방과 함께 모텔을 찾았을 때 그는 하혈하는 최씨에게 또 성관계를 요구했다. 다음날엔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해야 했다. 수술 이후 제대로 된 처치나 진료를 받지 못하자 두 달 만에 몸무게가 10㎏이 빠졌다. 아직도 수술 경험은 트라우마다. 그는 “수술대에 누워 있는데 너무 울어서 형광등 불빛이 계속 뿌옇게 보였던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며 “임신에 대한 책임은 남녀 둘 다 져야 하는데 왜 여자만 모든 죄책감과 처벌을 짊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술 날짜는 매년 ‘잊지 않기’라는 글과 함께 달력에 적어놓는다. 혼자만 아는 일이지만, 잠시나마 배 속에 있었던 아기를 잊지 말자는 생각에서다. 그는 현재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며 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단체에서 여성폭력 등을 배우면서 임신중절이 자신만의 잘못이 아니란 걸 서서히 깨달았다. 그는 “낙태죄는 여성의 몸을 국가가 법으로 통치하겠다는 뜻”이라며 “임신의 모든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만 지우는 부당한 구조와 잘못된 시선이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임신은 둘이 했는데…왜 책임은 여자만 지나요

    임신은 둘이 했는데…왜 책임은 여자만 지나요

    67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은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너는 낙태 처음이야? 내 전여친들이 몇 번 했는데, 별거 아니래.” 10년 전, 최수진(가명·35)씨가 임신테스트기에서 빨간 두줄을 확인했을 때 상대방은 이렇게 말했다. 오랜 친구였던 남성과의 ‘썸’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최씨는 “처음부터 상대방은 콘돔을 거부하는 등 피임에도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예상치 못한 임신 자체도 두려웠지만, 그보다 임신중절 여성을 바라보는 주위의 남성중심적인 인식이 더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남자, 가족, 병원…누구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상대방은 책임을 회피하며 오히려 최씨에게 수술이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최씨는 “임신 이후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내게 ‘낙태 경험이 늦은 편’이라는 황당한 말을 했다”며 “깊게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너무 큰 상처였다”고 돌아봤다. 그런데도 병원에선 수술을 원하면 상대방을 데려오라고 했다. 진료 과정에서는 ‘왜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며 타박했다. 수치심과 모멸감이 들었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 탓에 당연히 부모님에겐 말할 수 없었다. 최씨가 임신하기 몇 달 전, 공교롭게 친오빠의 여자친구가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 최씨는 그때 엄마가 한 말을 잊을 수 없다. 최씨는 “둘이 같이 한 건데 엄마가 오빠에겐 ‘남자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고, 여자 쪽이 ‘몸 관리를 못했다’고 탓하더라”면서 “같은 자식인데도 아들한테는 ‘실수’라고 하고, 딸인 나에게는 ‘네 잘못’이라고 할 것 같아 무서웠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갑에 넣어뒀던 ‘수술 후 주의사항 안내문’을 우연히 엄마에게 들키자 끝까지 친구 거라고 잡아뗐다. 대충 눈치는 챘을 것 같지만, 도저히 스스로 말할 용기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불법’의 경험은 신체 변화로 제일 먼저 나타났다. 최씨는 수술 당시 직장에 딱 하루 휴가를 썼다. 수술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출산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산후조리는 꿈도 못 꿨다. 수술이 끝난 뒤, 갈 곳이 없어 상대방과 함께 모텔을 찾았을 때 그는 하혈하는 최씨에게 또 성관계를 요구했다. 다음날엔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해야 했다. 수술 이후 제대로 된 처치나 진료를 받지 못하자 두달 만에 몸무게가 10㎏이 빠졌다. 수술 아픔 남았지만 “여성폭력 반대” 인권운동 앞장 아직도 수술 경험은 트라우마다. 그는 “수술대에 누워있는데 너무 울어서 형광등 불빛이 계속 뿌옇게 보였던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며 “임신에 대한 책임은 남녀 둘다 져야 하는데 왜 여자만 모든 죄책감과 처벌을 짊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술 날짜는 매년 ‘잊지 않기’라는 글과 함께 달력에 적어놓는다. 혼자만 아는 일이지만, 잠시나마 뱃속에 있었던 아기를 잊지 말자는 생각에서다. 그는 현재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며 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단체에서 여성폭력 등을 배우면서 임신중절이 자신만의 잘못이 아니란 걸 서서히 깨달았다. 그는 “낙태죄는 여성의 몸을 국가가 법으로 통치하겠다는 뜻”이라며 “임신의 모든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만 지우는 부당한 구조와 잘못된 시선이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연락 부탁드립니다서울신문은 낙태죄 개정을 앞두고 임신중절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과 윤리적인 비난 사이에서 남몰래 꽁꽁 숨겨둔 이야기를 clean@seoul.co.kr 으로 들려주세요.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의 선택은 죄가 아니라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겠습니다.
  • 김종철 “사기 피의자 말에 아전인수 말고 정책경쟁하자”

    김종철 “사기 피의자 말에 아전인수 말고 정책경쟁하자”

    김종철 신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금기’를 깨고 있는 정의당이 21일 창당 8주년을 맞이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거대 양당이 산업재해와 과로사, 낙태죄를 앞에 두고 정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본자산제, 전국민고용 및 소득보험 등 과감한 진보정책과 ‘진보진영의 금기’인 연금 통합, 행정구역 통합 이슈를 제시하며 여야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가 정책 경쟁을 통해 정체된 지지율을 극복하고 거대 양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희대의 사기 피의자(‘라임 사태’의 핵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가 오늘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양대 정당이 아전인수와 내로남불을 부끄러움도 없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쟁을 그만두고 보통 사람들을 위한 다른 토론을 하자. 정책 경쟁을 하자”고 강조했다. 과제도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1년 후에 대통령 선거, 3개월 후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며 “단단한 정의당을 만들어 거대한 도전을 반드시 승리로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으면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협조,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에 대한 비판 의견 등을 전달하며 정책행보를 이어갔다.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으로 출발해 이듬해 당명을 바꾼 정의당은 원내정당 중 가장 오래 당명을 유지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정책경쟁 내세우며 8주년 맞은 정의당… ‘금기 깨는 중’

    정책경쟁 내세우며 8주년 맞은 정의당… ‘금기 깨는 중’

    과감한 정책과 금기 깨는 정책 앞세워‘정책경쟁’ 연일 강조하는 김종철김종철 신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금기’를 깨고 있는 정의당이 21일 창당 8주년을 맞이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거대 양당이 산업재해와 과로사, 낙태죄를 앞에 두고 정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본자산제, 전국민고용보험·소득보험 등 과감한 진보정책과 ‘진보진영의 금기’인 연금 통합, 행정구역 통합 이슈를 제시하며 여야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가 정책 경쟁을 통해 정체된 지지율을 극복하고 거대 양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희대의 사기 피의자(‘라임 사태’의 핵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가 오늘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양대 정당이 아전인수와 내로남불을 부끄러움도 없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내로남불, 아전인수 정쟁을 그만두고 보통 사람들을 위한 다른 토론을 하자. 정책 경쟁을 하자”고 강조했다. 과제도 분명히 밝혔다. 김 대표는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1년 후에 대통령 선거, 3개월 후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며 “단단한 정의당을 만들어 거대한 도전을 반드시 승리로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념사에서 진보정당의 주춧돌을 놓고 세상을 떠난 이재영 민주노동당 정책실장, 오재영 정의당 원내대표 정무수석, 노회찬 정의당 전 원내대표 등을 언급했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했던 이들의 역사가 정의당 8주년에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의미다. 기념식에는 심상정, 이정미, 김세균 전 대표도 함께했다. 2012년 10월 ‘진보정의당’으로 출발해 이듬해 당명을 바꾼 정의당은 원내정당 중 가장 오래 당명을 유지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아이를 낳는 것도, 낳지 않는 것도 내 선택입니다”

    “아이를 낳는 것도, 낳지 않는 것도 내 선택입니다”

    67 년간 여성의 몸을 옭아맨 형법상 낙태죄의 개정 시한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임신중절(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씨름하며 ‘불법’ 낙인은 거두지 않는 사이 여성들은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다. 서울신문은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며 가슴에 묻었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공개한다. 직업도,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낙태는 죄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이자 책임이었다고. 프리랜서 작가 박유진(가명·23)씨에게 원래 낙태란 ‘죄’였다. 학교에서는 성교육 시간에 여학생만 음악실에 모아놓고 자극적인 낙태 동영상을 보여줬다. 길거리에선 자주 ‘낙태는 살인’이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시위를 했다. “내 몸은 내가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하던 그가 바뀐 건 실제 자신이 예기치 않은 임신을 하고나서다. 5년 전, 생리가 늦어지자 불안한 마음에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임신 4주 진단을 받았다. 우리 나이로 19살, 미성년자인 그에게 닥친 인생 최대 위기였다. 나이도 어린데다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반면 평소 ‘낙태는 여성의 선택’이라던 당시 남자친구는 “네 결정에 따르겠다”면서도 함께 병원을 알아보거나, 수술 비용을 보태지 않았다. 집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던 그는 한 달 월급에 가까운 수술비를 홀로 부담해야 했다. 병원은 미성년자에겐 낙태 수술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보호자나 파트너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씨는 유일하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은 두 살 많은 성인 친구의 신분증을 빌려서 겨우 수술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술 절차나 후유증에 대한 병원 측의 자세한 안내는 없었다. ‘불법 수술이라서 도중에 잘못되면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들었다. 수술은 5분 만에 끝났다. 수술 후 1년은 ‘나를 미워하는 시간’이었다.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두렵고 무서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수술 후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지만, 낙태했다는 사실을 들킬까봐 상세한 진찰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약만 겨우 받아 도망치듯 병원을 빠져나왔다. 죽은 듯이 살았지만, 언제까지 이 경험을 가슴속에만 담아 둘 순 없었다. 박씨는 “더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친구 한명에게 낙태 사실을 얘기했는데, 우려와 달리 친구가 지지를 많이 해줬다”며 “이후 용기를 내고 내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한번 시작한 이야기는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왔다. 그는 현재 수술 경험을 담은 책을 만들고 있다. 낙태는 숨겨야 할 일도, 잘못도 아니라는 걸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서다. 그는 “어렸을 때는 낙태가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서 “직접 부당함을 경험하면서 나를 힘들게 한 건 잘못된 제도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때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지난 경험 덕분에 더 좋은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것도 변화다. 박씨는 “언젠가는 아이를 갖고 싶다”면서 “아이를 낳는 것도, 낳지 않는 것도 선택의 영역이다.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되고 내 몸에 대한 권리가 보장될 때 임신·출산도 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연락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낙태죄 개정을 앞두고 임신중절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속 인터뷰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적 처벌과 윤리적인 비난 사이에서 남몰래 꽁꽁 숨겨둔 이야기를 clean@seoul.co.kr 으로 들려주세요.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한 여성의 선택은 죄가 아니라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겠습니다.
  • [열린세상] ‘너나 잘하세요’/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너나 잘하세요’/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젠더와 미술’을 주제로 한 강의 시간에 낙태법과 관련한 토론이 있었다. 놀랍(지 않)게도 낙태를 격렬하게 반대한 사람은 거의 남학생이었다. 다수의 여학생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고, 소수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낙태에 반대하는 근거는 하나같이 ‘생명 존중’이었다. 비록 세포 형태라지만 엄연히 생명인데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는 거다. 나는 남자들이 그토록 생명을 존중하는지 솔직히 몰랐다. 그에 따르면 낙태를 찬성한 여성들은 모두 생명을 경시하는 나쁜 사람이다. 누군가 “손톱도 세포예요. 머리카락도요”라고 했다. “정자도 배출되면 대부분 죽어요. 그것도 생명인데”라고도 했다. 웃음이 퍼졌다. 나는 “임신은 혼자 하는 게 아니지만, 여성만 처벌받는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낙태로 인한 상해를 온몸으로 겪어 낼 뿐만 아니라 죄책감 등 심리적 고통까지 감내해야 하고, 범죄자가 돼 법적 처벌까지 받을 위험에 처하지만 여기서 남성은 빠져 있다. 그는 어디에 있을까. 그러자 한 남학생이 “책임지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어떻게? “돈 대면 되잖아요!” 순간 쏟아지던 야유. 수업이 끝난 후 그는 ‘이상한 주제로 자신이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도록 했다’며 나를 원망했다. 얼마 전에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는, ‘대법관 아홉 명을 모두 여자로 해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놀라지만, 그 아홉 명 모두가 남성이었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여기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책임을 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선량한 남성을 위해서 말이다. 지금까지는 낙태를 한 여성에게만 책임을 물었으니 정자를 제공한 남자의 책임도 물어 임신한 여성과 똑같은 처벌을 받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섹스를 할 때 콘돔 착용을 거부하는 남자에게 징역 6개월이나 벌금을 물게 한다면? ‘정자 통제법’을 만들어 함부로 자신의 정자를 남발하지 못하는 법을 제정한다면? 이게 말이 안 된다면,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에 개입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 만약에 최소한 국회의원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훔쳐보고 성적 대상화만 할 줄 알았지 여성의 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남성들이 모여 함부로 떠들어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기를 낳아라, 낳지 말아라, 낙태하면 처벌하겠다. 국가가 여성의 몸을 향해 휘두르는 권력은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아간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내가 결정할 수 없고,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하고 심각한 결정에서 소외된다. 임신중단을 한 여성과 의료진을 처벌할 근거가 되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에 헌법불합치 판정이 내려졌지만, 정부가 내놓은 형법 개정안은 다시금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로 읽힌다. 주수를 정해 14주까지는 허용해 줄게, 나머지는 사유가 충분하지 않는 한 안 된다고 다시 막는다. 하지만 서지현 검사도 지적했듯이 그 14주니 24주니 하는 시간은 기준점도 불명확하고 과학도, 그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것일까. 여성의 몸은 또다시 권력이 충돌하는 전쟁터로 남겨진다. 낙태를 허용하면 여성들이 성적으로 문란해지고, 낙태를 밥 먹듯이 하리라는 우려가 있다. 한마디만 하자. ‘너나 잘하세요.’ 지금껏 낙태법이 있었지만 낙태는 공공연히 이루어졌고, 실제 그 법으로 실형을 받은 사람은 드물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는 뜻이다. 다만 그 법을 유지하면서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한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낙태를 허용하면 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게 걱정인가? 이미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나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키울 궁리나 하는 게 좋겠다. 나는 인구가 더 줄어도 상관없으리라는 입장이지만, 정 그게 문제라면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행복이 되고 누구도 경제적 불안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기대나 희망이 있다면 법으로 겁박하지 않아도 인구는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런데 대체 인구는 누구를 위해서 늘어나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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