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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방암 예방 피임약 나온다

    섹스혁명을 일으킨 먹는 피임약이 나온 지 50년 만에 피임과 유방암 예방을 동시에 하는 새롭고 안전한 피임약이 5년안에 출시될 수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가 연구한 새로운 피임약은 여성의 생리를 멈춰 생리증후군(PMS)을 없앨뿐 아니라 유방암과 혈전(血栓)증에 걸릴 수 있는 기존 피임약의 부작용도 없다. 이는 새로운 피임약이 기존의 것처럼 여성 호르몬이 아니라 미페프리스톤을 함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페프리스톤은 ‘RU486’으로도 알려진 사후피임약, 일명 낙태약 물질이다. 때문에 에든버러대의 데이비드 베어드 생식 내분비학 교수는 “반낙태 운동가들의 반대가 새로운 피임약이 5년안에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최대의 장애”라고 우려했다. 1956년 4월 먹는 피임약이 처음 탄생한 이후 현재 전세계에서 여성 8500만명이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 중 90%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한 복합 피임약을 먹는다. 에스트로겐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합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5%가 유방암이 생긴 반면, 복용하지 않은 여성은 4%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약점을 없애 프로게스테론만을 함유한 ‘미니필’이 나왔지만, 이는 피임률이 떨어지고 과다출혈의 부작용이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프로게스테론을 수용해서 여성의 몸이 호르몬에 반응할 수 없게 된다. 임신한 여성이 많이 복용할 경우 유산하게 되나, 소량의 경우에는 배란과 임신을 막게 된다. 새 피임약의 미페프리스톤 양은 1회 복용에 2∼10㎎인 반면 사후피임약의 미페프리스톤 양은 600㎎이다. 스코틀랜드, 남아프리카, 중국, 나이지리아 등에서 여성 97명을 대상으로 한 새 피임약의 실험결과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국 순례객들 태극기 흔들며 정추기경 연호

    한국 순례객들 태극기 흔들며 정추기경 연호

    정진석(74) 추기경이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의 서임 예식에서 한국인 두번째로 가톨릭 추기경에 공식 임명됐다. 추기경을 배출한 65개국 가운데 2명 이상의 추기경이 나온 곳은 30개국뿐이다. 정 추기경은 이날 교황 베네딕토 16세로부터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성직자가 쓰는 작은 모자)와 비레타(주케토 위에 쓴 세 개의 각이 있는 모자)를 수여받았다. 추기경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서임식은 교황이 15명의 신임 추기경 임명장을 낭독하면서 시작됐다. 새 추기경들의 이름이 차례로 선포됐고 대표자가 감사 인사를 올렸다. 교황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은 추기경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것과 함께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평화, 가톨릭 교회의 자유와 복음 선포, 하느님의 백성을 위해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론했다. 새 추기경들은 교황의 강론 후 신앙고백과 교회에 대한 충성을 서약했다. 정 추기경은 25일 교황과 함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서임 축하 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추기경 반지를 받는다.27일 교황을 다시 알현한 뒤 30일 서임 축하 순례단과 귀국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정 추기경의 이름을 8번째로 선포했다. 교황이 ‘니콜라스 정진석’을 부르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 추기경은 주케토와 비레타를 수여받기 위해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추기경의 상징 복제를 완벽하게 갖추었다. 성 베드로 광장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협의회 한홍순 회장 등 한국 순례객 300여명이 단상 우측 아래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정 추기경의 이름을 불렀다. 일부 순례객은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정 추기경은 23일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이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는 표지이며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국민 전체가 가정의 행복을 누리며 모두가 생명을 존중하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생명 존중이야말로 인권의 첫째”라고 지적했다. 그는 낙태와 저출산을 주요 문제로 들었다. 평양 교구장을 겸직하고 있는 정 추기경은 또 “남북한이 서로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이 열려야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북한 방문과 관련,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정 추기경은 “해방 후 공산주의 치하에서 천주교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행방불명돼 현재까지 생사를 알 수 없다.”면서 “북한에 성직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티칸 연합뉴스
  • [독자의 소리] 개인 질병정보 유출이 더 위험하다/이귀현

    요즈음 언론을 통해 우리국민 3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중국인들에게 리니지 게임의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다시 한번 개인정보의 철저한 보호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개인정보는 단순한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둥에서부터 통장계좌번호, 통장비밀번호 등에 이르기까지 중요도가 다를 것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질병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질병정보에는 감기 등 단순한 질병치료의 정보가 있는가 하면 유전질환, 정신질환, 성병, 임신 및 낙태 등 타인에게 유출되면 개인간의 갈등과 사회적 혼란을 을으킬 수 있는 많은 중요 치료력들이 들어있다. 이런 정보들이 유출되면 가족간의 갈등은 물론 파혼, 이혼, 실직, 인신공격 등의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보면 민간의료보험사들이 건강보험공단이 구축한 개인 질병정보의 진료기록 열람권을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국가가 구축한 질병정보를 제공하라는 주장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터무니없는 요구인 것이다. 개인질병 정보 유출이 가져오는 엄청난 파괴력을 정부나 보험업체들이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이귀현 <전남 목포시 상동>
  • 美에 ‘가톨릭 도시’ 세운다

    도미노 피자 체인점의 창업주인 토머스 모너건(68)이 2억 3000만파운드(약 3900억원)를 들여 미국에 ‘가톨릭 도시’를 건설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어릴 적 수녀 품에서 자라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모너건은 지난 1998년 총 10억달러(약 1조원)로 추산되는 피자 체인점을 처분했다. 그후 라디오 방송국과 초등학교 건설 등 종교와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에 수백만달러씩을 퍼부었다. 피자 판매 하나로 일확천금을 모았던 그가 구상하는 이른바 ‘가톨릭 천국’은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에서 북서쪽으로 140㎞ 정도 떨어진 애브 마리아의 뉴플로리다 타운에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당초 채소 농장이었던 이 도시에선 엄격한 가톨릭 교리를 준수하고 낙태와 포르노, 피임 등 반(反) 가톨릭 행위들이 모두 금지된다. 또 이곳 약국들에서는 콘돔이나 피임약 판매가 통제된다. 케이블 TV도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를 방영할 수 없다. 새로운 가톨릭 예배당도 들어서고 40년 만에 첫 미국 가톨릭 대학이 건설된다. 미 시민단체들은 모너건의 이같은 ‘가톨릭 도시’ 건설이 인권을 침해한다며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새 도시가 가톨릭 교리를 강제적으로 요구할 경우 소송을 제기,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모너건은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신경쓰지 않겠다면서 ‘가톨릭 천국’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관리들은 “새 도시 개발로 침체돼 있던 이 도시에 대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환영하고 나섰다.워싱턴 연합뉴스
  • 中여대생 ‘기녀일기’ 인터넷 강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이번엔 20세 여대생의 `기녀일기(妓女日記)’가 중국의 인터넷을 강타하고 있다. 인터넷에 올리는 개인의 성 경험담은 2004년 `무쯔메이(木子美)’를 시작으로 `푸룽제제(芙蓉姐姐)’, 여공산당원 `무무’에 `야야’`와와’까지 매번 엄청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며 잊혀질 만하면 하나씩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기녀일기의 주인공 샤오산(曉)은 후난성의 한 외국어대 3학년 학생이다. 스스로 “셀 수 없는” 섹스 파트너가 있었고 2차례의 낙태 경험을 가졌다고 소개하고 있다.“못 생기고 몸매도 좋지 않은” 상황은 무쯔메이나 푸룽제제와 비슷하다. 본래는 순진하고 평범한 여성이었으나 대학교 1학년때 단 한차례의 경험으로 임신과 낙태를 경험한 뒤 이같은 길을 걷게 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성 개방 풍조와 함께 `스타’ 지향주의를 꼽기도 한다.jj@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공화당 쇄신할 개혁기수

    ‘오하이오주 술집 주인의 아들에서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로.’ 3일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경선에서 깜짝 승리를 거둔 존 베이너(56·오하이오주) 의원은 부패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여당의 개혁기수로 평가된다. 베이너는 1차 투표에서는 원내대표 대행인 로이 블런트 의원에게 뒤졌으나, 결선 투표에서 122-109로 역전승을 거둬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미 의회 중간선거가 11월로 예정된 가운데 부패 스캔들로 얼룩진 공화당의 기존 이미지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당내 분위기에 따라 베이너 새 대표를 중심으로 개혁 바람이 일 전망이다. 베이너는 ‘당 정신과 비전의 쇄신’을 내세웠으며, 경선 승리 후 “국민들이 바라는 소득증대와 고용증진, 국가 안보 문제 등에 진력하도록 당을 쇄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너의 친구들은 그를 ‘미국판 성공 스토리’라고 부른다. 베이너는 반(反)낙태운동이 뜨거운 오하이오의 가톨릭 가정에서 12명의 형제와 함께 자랐다. 동성 결혼과 낙태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1990년 처음 의회에 진출했다. 의회 부패 스캔들을 폭로해 ‘7인의 갱’으로 꼽혔다.1994년 하원 당내 서열 4위인 공화당 콘퍼런스 의장에 올랐으나 1998년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뉴트 깅리치 의장과 함께 물러났다. 때문에 그의 대표 당선을 놓고 미국 언론들은 ‘느린 컴백’으로 평가했다. 한때 의회 복도에서 담배 회사로부터 받은 수표를 동료들에게 건네주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일을 후회한다고 밝힌 베이너는 로비스트에 관한 규제를 강화했다. 불법 선거자금 모금 혐의로 기소돼 물러난 톰 딜레이 전 공화당 원내대표는 로비스트인 잭 아브라모프 비리 스캔들에도 깊숙이 연루됐기 때문이다.베이너는 1일 로비스트인 전직 의원의 의회 체육관 사용을 금지시켰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부시 국정연설 멀 담았나

    부시 국정연설 멀 담았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재임 중 5번째 국정연설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과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지난해 제 2기 취임사에서 밝힌 대외정책의 기본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라크 조기 철군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포기 및 대북강경책 등 대외정책의 기존 방향을 밀고나갈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또 국제무대에서 강력한 미국의 지도력을 강조하고 대외경제력 강화, 석유 수입의 점진적 감축과 대체 에너지 개발, 사회보장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역대 제 2 임기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지지를 확보하고 공격적으로 선거 쟁점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의료 등 사회보장제도 개선과 관련, 초당적 위원회 구성을 제의했으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주문했다. ●폭정 종식과 북한 문제 부시 대통령은 이날 ‘폭정 종식’이 미국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토 안에 안주한다고 안전할 수 없다.”면서 안보와 관련한 적극적인 공세 정책을 확인했다.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의 근본 해결책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강조한 것이다.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의 유지가 예상된다. 그러나 달러화 위조와 돈세탁을 둘러싼 대북 금융제재의 강화속에서도 전과 달리 북한을 자극할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부시는 “미국은 전 세계의 폭정 종식이라는 역사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 도덕적 논란을 부추겨온 부시 대통령은 인간복제는 ‘의학적 연구의 남용’이라며 미 의회가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금지 대상으로는 실험 목적의 배아 생성과 이식, 인간과 동물의 이종 결합, 인간배아의 판매와 특허 등을 들었다. ●경쟁력 제고 방안 과도한 석유 의존을 줄이기 위한 ‘대체에너지 구상’과 ‘미국 경쟁력제고구상(ACI)’ 등을 제시했다.ACI를 위해 물리학 분야의 핵심연구 프로그램에 10년간 투자를 두배 이상 늘리고, 연구개발비 세제감면 혜택 영구화, 수학·과학 등 기초교육 강화 등을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석유 중독’에 빠져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동지역 수입석유를 2025년까지 75% 이상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위한 배터리기술 투자도 약속했다. 중국 등에 대한 무역보복, 경제에 대한 정부역할 확대 등을 일축하면서 자유무역, 시장개방 등의 대외 무역정책을 계속할 것을 재확인했다. 또 감세, 이민법 개정, 의료보장·보험제도 개혁 등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범죄율과 낙태율 하락 등을 들어 미국 사회가 ‘조용한 변모’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재임기간 중 보수이념 정치의 성공을 주장하면서 경제면에서도 감세 등을 통한 친 성장정책의 타당성을 거듭 역설했다. ●부시 68차례나 박수받아 이날 부시 대통령은 52분간의 연설 도중 68차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은 그의 국정연설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중진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는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서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연설 모두(冒頭)에서 “상호 존중과 선의의 정신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등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연설중간 수차례 기립 박수로서 지지를 표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는 등 양당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숨진 한 해병대원의 부모와 미망인이 참석한 가운데 그가 죽기전 작성한 편지를 낭독,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여성의 몸과 인권/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

    1960년대의 정부는 인구과밀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명목하에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였다. 피임의 대상자는 주로 여성들이고 모자보건법에 의하면 낙태는 불법이지만, 공공연히 시행되었다. 그 당시 피임, 낙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정보제공은 없었으며, 낙태에 대해 선택권과 생명권에 대한 논쟁은 학자들 간에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인구감소는 국가의 노동력 부족으로 연결된다는 판단하에 정부는 강력한 출산장려 정책을 수립하며, 아동보육시설의 확충, 육아휴직제의 확대실시 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저출산의 원인, 자녀출산이 가지고 오는 제반 현상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고, 고령화가 경제발전에 부담을 가져오기 때문에 자녀출산을 많이 해야 한다는 담론이 지배적이다. 또한 황우석 교수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1개의 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난자가 천개 이상 사용되었다고 하지만, 난자의 생성과 제공이 여성의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이것이 생명윤리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논쟁은 실마리조차 꺼내기 어려웠다. 정부와 여론 창출 집단들은 남성의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복제 배아의 어미가 되는 것에 대해 찬사를 보냈고, 이들을 ‘성녀’로 칭하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숭고한 여성으로 미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뒤늦게나마 여성단체에서 여성의 몸과 인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였지만, 미리 하지 못한 이유는 대세의 흐름이 너무 강해서 말을 꺼내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이세 가지 현상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국가의 성과주의와 경제성장제일주의라는 대세에 밀려 여성의 몸의 중요성을 판단하거나 인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아제한, 출산장려, 난자기증에 대한 암묵적 찬사는 정책의 목표, 대상 그리고 성과는 다르지만 경제정책 달성의 도구가 되어버렸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인권과 지위향상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전되었으며, 이에 대해 유엔에서도 모범사례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난자제공에 있어서 이것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를 미리 제공하지 않고, 이에 동참하는 여성은 국가발전에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으로 보여주었다. 여성은 자기 몸의 세포를 사용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결정권을 통제받은 점을 볼 때,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침해는 자성과 담론을 통해 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심화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의 지위향상이 제도나 법의 측면에서는 기반을 닦았다고 한다면, 몸에 대한 권리의식은 법과 관행과의 괴리가 매우 크다. 앞으로 한국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낙태할 자유가 아니라 자녀를 낳을 자유이고, 난자를 기증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며, 양육을 위한 사회보장이라고 할 때, 이러한 권리 틀이야말로 재생산 정책의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양질의 보건의료와 정보 및 관련 서비스에 대한 여성의 접근 기회를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당분간 저출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인구증가 정책은 단순하게 국민들에게 자녀를 많이 낳으라고 계도해서 성과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제반 인프라가 구축된 가운데서 모두의 축복을 받고 태어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는 자녀의 출산 여부, 그리고 난자 기증의 결정에 있어서 여성자신이 책임을 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논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여성의 몸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
  • [서울광장] 진보는 정책으로 말해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보는 정책으로 말해야/이목희 논설위원

    부끄러운 고백부터 하겠다. 동료·선배들은 나를 ‘생활진보’라고 놀린다. 경력이나 품성은 보수로 비치는데 논설 발제나 토론에서 진보인 척한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어서 별 반박을 않고 있다. 기자생활을 20년 이상 하면서 가슴에 담은 게 있기 때문이다.“어느 편이 옳은지 장담할 수 없을 때, 그래도 세상이 변하는 쪽을 택하는 게 낫더라.” 진보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개량주의자의 이미지는 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독설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앰브로스 비어스는 진보와 보수를 멋지게 구별했다.“존재하는 악한 것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보수주의자이고, 구악을 새로운 악으로 대체하려는 이가 진보주의자다.” 진보와 보수를 선악의 개념으로 따질 수 없을 것이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다만 긴 역사의 호흡으로 판단하면 변화를 좇는 것이 평균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수년전 일부 동료, 선후배들이 이념성향 분석에 응한 적이 있었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설문 문항을 준용했다. 사회복지 확대, 사형제, 국가보안법, 낙태, 양심적 병역거부, 간통제 등 사회 이슈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었다. 가장 진보적인 쪽을 0, 반대 쪽을 10으로 상정했다. 설문 답변을 통해 나타난 응답자들의 이념성향은 6안팎이었다고 기억한다. 중도보수였던 셈이다. 이 결과를 보여주기전 스스로 생각하는 이념지수를 물었더니 중도진보를 나타내는 4가 많았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이념성향을 2라고 주장했는데 개별 이슈 설문결과는 8로 나타나기도 했다. 생활진보도 문제가 있고, 의식과 실제에서 이념편차가 나타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러나 가장 역겨운 것은 ‘콘텐츠 없는 진보’다. 미국 학자 토머스 쿤이 제창한 패러다임의 변화까지는 못가더라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공부하고, 실천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반면 얼치기 진보주의자를 양산하고,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는 ‘무늬만 진보’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측면이 있다. 1970,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한 교수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면서 토론회에 연일 얼굴을 내미는 일부 소장 학자들의 실제 연구성과가 엉망이어서 학교가 골치를 앓는다.”고 꼬집었다. 그들의 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과거 민주·개혁을 이끌던 중진·원로 학자들이 오히려 보수진영으로 돌고 있다고 걱정했다. 올해초 몇몇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이 진보쪽보다 많아졌다. 참여정부 초기와는 반대 현상이다. 참여정부 핵심으로 등장한 386정치인들,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가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할 대목이다. ‘행태적 진보’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됐다. 유 의원은 보수파뿐 아니라 진보파도 반대하고 나선 뜻을 헤아려야 한다. 유 의원은 정치인 가운데 국민연금 등 복지분야에서 아는 것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도 개혁성과 전문성,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뭐든지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양 강조하는 그의 어법이 문제다. 지식이 깊은 전문가는 절대 단정해서 말하지 못한다. 그가 복지부 장관으로서 다시 ‘싸가지 논란’을 일으킨다면 참여정부 개혁은 더욱 곤궁에 빠지고,‘진보는 그런 것’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정동영·김근태에 이어 유시민을 내각에 불러 차세대로 키우면 뭘 하겠는가. 진보·개혁 정부에서 양극화가 깊어지고, 남북관계가 어려워진다면 만사 끝이다. 진보·개혁은 톡톡 튀는 말재주로 성공하지 못한다.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으로 나와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국제플러스] “中남성 2020년 4천만명 결혼못해”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의 남녀 성비(性比) 불균형으로 2020년이 되면 약 4000만명의 중국 남성이 배우자를 구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7일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통계를 인용, 여아 100명당 남아 119명이 출생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중국의 성비 불균형은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 때문으로, 지난 1980년대 도입된 한 자녀 정책과 결합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국가인구계획생육위원회 장웨이칭(張維慶) 주임은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법률과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성비 불균형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태아 성감별과 낙태 등을 엄격히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나눔세상] 세밑 덥힌 시각장애 아줌마

    [나눔세상] 세밑 덥힌 시각장애 아줌마

    새해 사흘 전인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에 탤런트 김혜자씨가 어떤 사람의 성금 50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 김씨를 통해 세계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돈을 보낸 사람은 서울 마포에 사는 유용임(55)씨였다. 유씨는 시각장애인이고 그 돈은 남편의 사망보험금이었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양로원에도 성금 유씨는 이 500만원 외에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과 고아원에 각각 500만원, 양로원에 200만원을 기부했다. 모두 1700만원. 부자들에게는 큰 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지난해 12월 남편 김창호씨가 병으로 사망하면서 나온 보험금 전액이다. 마사지사인 유씨와 한푼두푼 어렵사리 모았던 재산을 사기당하자 남편은 홧병을 얻어 세상을 떴다. 남편의 목숨과 바꾼 돈과도 같은 1700만원을 선뜻 내놓기까지, 유씨의 인생역정은 기구하기만 했다. 그중에서도 1000만원을 아이들 몫으로 기부한 데는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나 동반자가 된 남편과의 사이에 1971년 아기가 생겼다. 끼니 잇기조차 어려웠을 때 아기가 생기자 덜컥 겁이 났다.“혹시 아이도 장애를 안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자신은 세살 때 홍역으로 시력을 잃은 후천성이었지만 남편은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이었다. 동냥으로 돈을 마련해 낙태수술을 했다. 뱃속에서 거의 다 자란 아기를 떼어내 가슴에 묻었다. ●입양한 아이도 시각장애… 佛로 입양 보내 다행히 마사지 일자리를 얻어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 무렵 우연히 어린 미혼모를 알게 됐다. 가슴 속 아기를 다시 낳는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사내아이를 입양했다. 지금 서른네 살이 된 아들 영주였다. 영주가 여덟살 되던 해 유씨에게 다시 불행이 찾아왔다. 공사장에서 놀던 아이 머리에 근처에 서 있던 철문이 넘어져 덮쳤다. 상처가 아물어가던 즈음, 영주는 자꾸만 눈을 비볐다.“엄마, 눈이 점점 안 보여.” 부모 자식이 모두 맹인이 될까 겁이 났다. 몸에 좋다는 건 닥치는 대로 먹였다. 조금 회복은 됐지만 키우는 데 자신이 없었다.1979년 말 입양기관을 찾아갔다. 입양아인 영주는 프랑스의 한 가정으로 다시 입양되어 갔다. 남편의 보험을 들면서 보험금을 받을 사람을 영주 이름으로 해두었다. 영주가 외국에 있어도 앞이 안 보여 아픈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죄스러운 엄마의 마음이었다. 남편이 죽고 보험금을 받았지만 영주가 어디 있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생활이 더 어려워진 유씨가 써도 욕할 사람은 없었겠지만 사회에 내놓기로 했다.“제 돈이 아니니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건 당연하지요.” ●“새해에는 굶는 아이 없었으면” 유씨는 이런 사연이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워 인터뷰를 거절해 왔다. 생각이 바뀐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단체들이 실제로 도움을 주는 것도 없이 생색내기 겉치레 자선행사를 하는 것을 보고서였다. 자신의 사연을 보고 돈을 아껴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한푼이라도 더 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2006년에는 모든 아이들이 굶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의안(義眼)을 하고 있어 눈물이 나오지 않는 유씨. 고아원에서 자란 유씨의 마음 속에서는 불우한 어린이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동구민주화 촉발 ‘보수적 평화론자’

    “하느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소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善終)을 앞두고 마지막 남긴 한 마디였다. 그것도 이탈리아어가 아닌 모국 폴란드어로. 교황이 아닌 인간 ‘카롤 보이티와’가 평생을 가슴 깊이 모셨던 주에게 건네는 말 같다. 1978년 교황에 올라 지난 4월2일 84세의 일기로 서거할 때까지 요한 바오로 2세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머감각도 뛰어나 찰리 채플린처럼 지팡이 돌리기 묘기도 곧잘 선보였다. 그는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했다. 세계를 걱정하고 가엾은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일이 그것이었다. 폴란드 자유노조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등 동유럽 국가들의 가톨릭 전통을 되살리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남미나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정치·종교적 분쟁이 시끄러운 나라들을 기꺼이 방문해 왕성한 외교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임해서인지 한국을 비롯해 130여개국을 방문,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가톨릭 세계주의자’로 불렸다. 오늘날 가톨릭적 윤리관의 전매 특허가 된 낙태와 동성애, 안락사 등의 반대에 있어 요한 바오로 2세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하지만 피임 등 여성의 권리를 제약하고 재임 중 교단 성희롱 스캔들이 있었다며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시복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5년간의 유예기간을 없애고 곧바로 기적 사례 등을 접수해 성인 추대 절차를 밟도록 명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美보수화 지탱 ‘사법대통령’

    19년간 미국 사법부의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윌리엄 렌퀴스트 연방 대법원장도 올해 세상을 등졌다. 지병인 갑상선암이 악화돼 지난 9월3일 80세로 마감했다. 렌퀴스트가 떠난 미국 사회는 한층 보수주의로 다져져 있었다.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하고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법원장에 앉혀 그는 33년간 보수 성향의 판결로 대법원을 이끌었다. 이민자 우대, 총기 규제, 낙태, 동성애 등을 줄곧 반대해 소수 인종과 진보 진영에는 숱한 좌절감을 안겼다. 때로는 9명의 대법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견해를 내놔 별명이 ‘외로운 순찰대원’이었다. 렌퀴스트의 판결은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강력한 힘을 발했다.1999년 ‘특별검사법’ 제정을 지지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조사하게 했고,2000년 플로리다주 대선투표 재검표 논란에선 5대4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블랙먼, 판사가 되다/린다 그린하우스 지음

    많은 사람들은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박빙의 대결을 벌인 공화당 부시와 민주당 고어 두 후보. 백악관의 주인은 플로리다 주의 개표 결과에 따라 결정날 상황이다. 재개표 여부를 두고 여러 차례 법정절차가 이어진다. 국정 공백으로 야기될 혼란에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가운데 연방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나선다.‘더 이상 재검표를 진행하지 말라. 부시의 당선 확정이다. 고어는 승복한다. 만약 그가 승복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일은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다. 옳든 그르든 대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않은 사람은 미국 국민 자격이 없다. 연방대법원엔 아홉명의 종신 판사가 재직한다. 그래서 판사 한 자리의 임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요란한 것이다.‘아홉명의 늙은이’가 나라를 망치기도, 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 대법원 판사의 행적에 대한 국민 관심은 지대하다. ‘블랙먼, 판사가 되다’(린다 그린하우스 지음, 안기순 옮김, 청림출판 펴냄)는 1973년 역사적인 ‘로 대 웨이드’(Roe v.Wade) 판결의 판결문을 썼던 해리 블랙먼(1908∼1999)의 첫번째 전기이다. 흔히 ‘낙태 판사’로 알려진 블랙먼의 법조 인생과 사법철학을 조명한 저술. ●美 연방대법원 종신판사로 24년간 재직 저자는 뉴욕타임스 연방대법원 출입기자 출신으로, 지난 1988년 대법원 취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블랙먼이 소장했던 엄청난 분량의 문서에 접근했던 최초의 기자였던 그는 이같은 자료와 블랙먼의 구술을 바탕으로 블랙먼의 삶과 대법원 재임 중 일어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엮어냈다. 특히 법률 사건 뒤에 가려진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고 낙태, 소수민족 우대정책, 사형, 성차별 등과 같은 논쟁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판사로서의 블랙먼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방대법원은 현명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홉명의 판사들이 사건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다른 판사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설득한다. 특히 블랙먼이 판사석에서 보냈던 24년 동안, 그들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두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일을 거듭했다. 국방부 문서사건, 로 대(對) 웨이드 사건, 닉슨 도청테이프 사건, 바크 대 캘리포니아 대학 이사회 사건, 가족계획협회 대 케이시 사건 등이 결렬한 논쟁을 거쳤다. ●보수성향에서 진보의 최전선으로 특히 대법원 판사 지명때마다 진보냐 보수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데, 이를 가르는 한 획이 ‘낙태’와 ‘사형제도’에 대한 지명자들의 태도나 성향이다. 해리 블랙먼 또한 리처드 닉슨이 지명할 당시 미국 중서부 출신의 온건한 보수주의자라는 평이 나왔고, 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블랙먼은 나이 예순에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가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진보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책은 블랙먼이 닉슨 대통령에게 지명된 1970년부터 24년간 대법관을 지내면서 그가 참여한 중요한 판결의 논의과정을 블랙먼의 눈과 글을 통해 조명했다. 1973년 블랙먼이 판결문을 작성한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는 그 이전 100년간 낙태를 범죄로 간주한 미국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그래서 이 판례엔 항상 ‘그 유명한’,‘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다. 평생 불려온 ‘낙태판사’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저자는 지명 당시 보수파로 분류됐던 블랙먼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새로운 생각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자연스럽게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진보주의자가 된 과정을 추적한다. ●‘로 대 웨이드´ 계기로 여성권리 위해 투쟁 이 과정에서 자신을 대법관으로 추천했던 친구 워렌 버거 대법원장과 가깝고도 불편한 관계를 그린 부분은 인간 드라마로서의 흥미를 돋운다. 블랙먼은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코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블랙먼을 중심으로, 우리와는 다른 미국 사법체계가 움직이는 원리, 사법체계의 정점에 있는 연방대법원의 일상을 유명 대법관들이 등장하는 일화와 함께 풀어놓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거리에서 짓밟히는 ‘가출 청소년’

    올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A(18)양은 지난 5년이 악몽같다. 중학교 1학년 때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했다. 어린 소녀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은 없었고 결국 생활비를 벌기 위해 회당 10만∼3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했다. 낙태를 하기도 하고 성매수자로부터 폭행도 당했다. 지난해 청소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쉼터에 입소했지만 아직까지 심리상담을 받으며 치료 중이다. ●성폭력 가해자는 친구·선후배가 46% 성매매나 성폭력에 노출된 가출 청소년은 A양만이 아니다. 가출 청소년 절반 이상이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3∼20세 가출청소년 4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 61.8%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간 피해 경험도 전체 28.1%나 됐다. 남자친구가 주는 돈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B(17)양.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돈이 떨어질 무렵 20대 남자와 채팅을 했다.B양은 법대 출신이며 홀어머니와 살고 있으니 어머니 말동무도 돼줄 겸 들어와서 살라는 이 남자의 제안을 믿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강간을 당했다. 성폭력 가해자는 친구·선후배가 46.4%로 가장 많았고 B양의 경우처럼 채팅이나 거리에서 만난 사람이 37.9%, 용돈이나 잠자리 등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 사람이 16.1%로 그 뒤를 이었다. 가출 청소년은 성폭력뿐만 아니라 성매매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전체 43.4%가 성매매를 제안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24.7%는 실제로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친구와 단순히 놀고 싶은 마음에 가출한 C(17)양도 성매매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밥과 잠잘 곳, 거기다 용돈까지 준다는 쪽지를 받고 약속장소에 나갔다.C양을 기다린 것은 돈 10만원과 성관계 요구였다. 강간 피해를 경험한 경우는 61.8%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피해 경험이 없는 경우는 9%만이 성매매를 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 유형은 티켓다방 등 ‘고용형’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형’이 3배 가량 많았다. 성매매 동기(복수응답)로는 ‘가출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가 52.3%,‘가출 후 잘 곳을 제공해준 사람이 원해서’가 48.6%,‘가출 후 용돈을 준 사람이 원해서’가 37.6%,‘친구가 권해서’가 22%를 차지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걸프전 참전군인보다 높아 강간 피해나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란 외상으로 경험될 만큼 심각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때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부모님의 무관심을 견디지 못했던 D양은 가출 후 티켓다방에서 일했다. 결국 팔에 상처를 내 자해를 하는 등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강간 피해를 입은 경우 심각도가 43.18, 성매매 경험자의 경우 41.31로 나타났다. 이는 걸프전 참전군인의 34.8, 아동기 성적 학대 경험을 가진 성인 여성의 30.6보다 높은 수치다. 청소년종합지원센터 김주영 긴급구조팀장은 “성매매의 경우 단순히 제안을 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출 청소년들은 큰 피해를 입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까운 상담센터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지구촌](2)윤리논쟁

    [이슈로 본 2005 지구촌](2)윤리논쟁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발명품으로 복제개 ‘스너피’를 선정했다. 오늘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은 전쟁도, 경제도 아닌 바로 동성애·낙태와 같은 ‘도덕적 이슈들’이다. 그만큼 지구촌은 지금 줄기세포 연구와 동성 결혼, 안락사, 사형제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 간에 한치 양보 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줄기세포 논쟁 첨예화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대단한 과학적 성과라는 평가와 함께 윤리 논쟁을 촉발시켰다. 배아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인식에서다. 시카고 선 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황 교수가 난자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음에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연구를 밀어붙였다.”고 지적하고 프랑스에서 행해진 안면이식수술 일명 ‘페이스 오프’와 황 교수 사례 등을 생명윤리학의 과제로 제시했다. 황 교수 연구에 자극받은 미 의회가 줄기세포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재개하자고 나섰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기독교 보수층을 의식,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가 10년간 30억달러의 공채를 발행키로 하는 등 주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원은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도 올해만 10억엔을 지원하는 등 세계 각국의 경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도덕 이슈가 부각되는 데는 공화당의 선거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보수진영에게 여성의 낙태권은 이라크전보다 더 비윤리적이다. 때문에 응급피임약의 처방전을 없애자는 미 식품의약국의 논의는 답보 상태다. ●동성 결혼 합법화 봇물 부시 정부가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단골 메뉴에 동성애가 빠질 수 없다. 지난해 대선 때는 동성 결혼 금지를 연방헌법에 넣으려고까지 했다. 캔자스주는 명문화에 성공,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금지되는 주는 14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버몬트주, 지난해 매사추세츠주에 이어 지난 4월 코네티컷주가 동성 간 ‘시민결합(civil union)’을 허용했다. 유럽에선 스위스와 영국이 올해 동성결합을 허용해 팝가수 엘튼 존과 조지 마이클이 네델란드나 벨기에, 뉴질랜드로 이민가지 않고도 각각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스페인은 지난 4월 동성 부부의 입양도 허용했다. ●끝없는 사형 폐지 논란 미국에서는 지난 2일 1000번째 사형 집행에 이어 13일 노벨상 후보 사형수 스탠리 투키 윌리엄스의 사형으로 사형제 존폐 논쟁이 뜨겁다. 중국에선 해마다 1000여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7일 마약소지 혐의로 구속된 호주 청년을 교수형에 처한 싱가포르의 ‘가혹한’ 사형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안락사 논란도 진행형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은 지난 10월 취임하자마자 의사의 도움에 의한 ‘조력 자살’의 합헌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오리건주가 시행 중인 ‘존엄사법’이 위헌이라는 부시 정부의 제소에 따른 것이다. 올초 ‘테리 시아보 사건’은 안락사 논쟁에 불을 댕겼다.15년째 급식튜브로 연명하고 있는 테리의 튜브를 제거해 달라는 남편의 소송에 부시 대통령이 특별법까지 만들어 ‘구명’에 나섰지만 연방대법원은 “아내가 원했다.”는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에서도 지난 3월 환자를 안락사시킨 의사에게 살인죄가 적용돼 논란을 일으켰고, 네델란드의 안락사법은 유럽연합(EU) 통합의 걸림돌로도 등장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7·9급 공무원 시험 완전정복] 행정학 문제

    ●행정학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정부관 1. 의의 사회에는 이념상의 스펙트럼이 있기 마련이다. 대별한다면 ‘진보주의-중도-보수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진보주의는 좌파, 보수주의는 우파로 부른다. 정당은 이러한 정치적 이념을 중심으로 결성된 정치적 결사체이다. 미국의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 일본의 사회민주당 등은 진보주의 정당이라고 볼 수 있으며, 미국의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 일본의 자유민주당 등은 보수주의 정당이다.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간에는 인간관, 가치 판단, 시장과 정부에 대한 평가 등에서 차이가 있다. 2. 진보주의 정부관 진보주의는 인간의 비현실적인 냉혹함과 계산방식 때문에 경제인(homo economicus)의 인간관을 부정하고,‘욕구’,‘협동’,‘오류 가능성(fallibility)’의 여지가 있는 인간관을 갖는다. 진보주의자들은 자유(freedom)를 옹호하며, 그들의 자유는 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실질적인 정부의 개입을 허용한다. 진보주의자들은 효율성과 공정성, 번영 및 진보에 대한 자유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되, 시장의 결함과 윤리적 결여를 인지한다. 이러한 시장실패는 가능한 정부의 치유책으로써 수정될 수 있다고 본다. 진보주의자의 정부관을 보면 많은 영역에서의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지지하고, 좀 더 많은 정부 지출과 규제를 선호한다. 진보주의자들은 경제문제에 대한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정부개입을 선호하기 때문에 복지국가·혼합 자본주의·규제된 자본주의·개혁주의 등의 입장을 견지한다. 일반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은 다음을 선호한다. (1)소외집단을 돕기 위한 정책, 즉 가난한 사람들, 소수 민족, 여성들을 위한 기회를 확보하고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선호한다. (2)의료보장, 소비자 보호, 공해 없는 환경 등과 같은 목적을 증진시키기 위해 경제에 대한 더 많은 정부규제를 선호한다. (3)과세 제도를 통해 부자들로부터 가난한 사람들로의 소득 재분배 정책을 선호한다. (4)낙태 금지를 위해 정부권력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며, 공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반대한다. 3. 보수주의 정부관 보수주의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합리적인 경제인의 인간관을 갖는다. 보수주의자들은 자유를 강조하며, 그들의 자유는 정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기회의 평등과 경제적 자유를 강조하고 소득, 부 또는 기타 경제적 결과의 평등은 경시한다. 보수주의자의 이상적인 정의는 교환적 정의(commutative justice)이지 배분적 정의가 아니다. 따라서 평등·공정과 같은 가치 판단과 갈등 관계에 있을 때에는 자유를 선호한다. 보수주의자의 시장에 대한 견해를 보면 자유시장(free market)의 이점에 대한 굳은 신념을 갖고 있으며, 자유시장의 어떠한 결함도 보수주의자의 신념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보수주의자의 정부관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을 신봉하고 정부를 불신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의 자유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경제조건을 악화시키는 전체적 횡포라고 믿는다. 이들이 정부가 필요하다고 믿는 경우는 개인에 의한 강요와 폭력의 방지, 외적으로부터의 방어, 재산권과 법적 계약의 집행, 통화 체계의 보수주의적 운영 규제, 특정 공공재의 공급, 최소한의 사회보장의 확보 등이다. 보수주의자들은 경제문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지속적으로 반대하며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옹호한다.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들은 다음을 선호한다. (1)소외집단의 이름으로 하는 정책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보수주의자들은 정부 개입이 없는 강력한 경제로부터 소외집단이 가장 혜택을 받는다고 믿는다. (2)일자리, 의료 보장, 공해 규제 등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 규제를 줄이고 시장에 더 많은 의존을 한다. (3)높은 자본 투자율을 확립하기 위해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세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4)낙태 금지를 위해 정부 권력을 사용하는 것을 찬성하며, 공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선호한다. (자료:새행정학, 대영문화사, 이종수 외.2004.p35∼36 인용) ●문제 진보주의 정부관에 대한 설명으로 부적절한 것은 (1)과세제도를 중시한다. (2)소외집단의 정책을 선호한다. (3)일자리나 의료보장 등은 시장경제를 활성화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4)여성정책에 관심이 높다. ●해설 및 정답 진보주의적 정부관은 1990년대 뉴거버넌스나 참여주의와 관련이 깊다. 진보주의자들은 효율성과 공정성, 번영 및 진보에 대한 자유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되, 시장의 결함과 윤리적 결여를 인지한다. 이러한 시장실패는 가능한 정부의 치유책으로써 수정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과세정책이나 소외집단, 여성정책 등을 선호하며, 실질적인 정부개입을 중시한다.(3)은 보수주의 정부관으로서 일자리, 의료 보장, 공해 규제 등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하려는 정부규제를 줄이고 시장에 더 많은 의존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답 (3)
  • [여담여담] 줄기세포 연구 ‘사회적 합의’를/박정경 국제부 기자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극단적인 각광과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고 당장 국부를 쌓아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 만방에 떨칠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가 하면, 하층 여성이 양계장 닭이 되어 생명 따윈 언제든 조작해 쓸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란 우려까지 현대과학을 보는 관점이 탈이념 시대의 이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최대 쟁점은 단연 줄기세포 연구였다. 유권자들은 전통적 이슈인 전쟁이나 세금 문제는 ‘복잡하게’ 느끼고 ‘선악’이 불분명해 물타기가 돼 있는 반면, 동성애나 낙태 등 윤리 문제는 점점 더 양대 정당의 지지자를 너와 나로 가르고 있다. 당시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척수마비 ‘슈퍼맨’의 죽음을 계기로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조지W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똘똘 뭉침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 연구가 낙태를 수반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화당이 언제까지 자신할지는 의문이다. 알츠하이머로 사망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미망인 낸시 여사 등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실용주의가 강한 한국에선 보수주의자가 줄기세포 연구를 더 지지한다. 부시를 ‘전쟁광’으로 경멸하는 진보 진영도 줄기세포 연구에서만큼은 닮은 점이 있다. 각각 종교와 생태주의의 이름으로. 때론 ‘생명’조차 상대적인 개념인가 보다. 가치관의 혼돈을 보면서 문득 깨닫는 것은 어떤 내용이든 ‘사회적 합의’에 대한 갈망이다. 가치의 상대성을 목격했다면 아집을 버리고 조금만 더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을까. 만약 연구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면 그에 따른 지원과 통제를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는 과학자 개인에게 윤리를 내맡겨선 안된다. 난자 기증만 해도 그렇다. 기증과 매매, 보상 개념이 정비돼 있지 않다. 기증이 활발한 사회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기증도 없지 않다. 기자도 과거에 얼떨결에 골수기증 서약서를 썼다. 그런데 나중에 골수 채취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뜨끔했던 적이 있다. 물론 환자를 생각한다면 참아야 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전 정보가 있었더라면 비로소 ‘숭고한’ 행위가 됐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박정경 국제부 기자 olive@seoul.co.kr
  • 2005 뜬별 & 진별

    2005 뜬별 & 진별

    2005년도 저물어간다. 언제나 그렇지만, 욱일승천의 기세로 올 한해를 자신의 해로 만든 부류는 누구인가. 반대로 급전직하의 참담함을 맛본 부류는 또 누구일까. 서울신문은 연말 특집으로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인 이른바 승자(Winner)와 패자(Loser)를 선정했다. ■ 존 매케인 vs 칼 로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올해 ‘세계의 정치 수도’인 워싱턴에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같은 확실한 승리자와 패배자를 탄생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공화당 내에서는 존 매케인을 비롯한 중도적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상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권력 기반인 ‘텍사스 사단’은 눈에 띄게 힘을 잃었다.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 전과 같은 안보 이슈에서는 철저하게 부시 대통령을 옹호하고 지원하며 보수성을 과시해왔다. 매케인 의원은 그러나 최근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억류된 포로에 대한 고문을 반대하는 입법을 주도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중도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민주당측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올 한해 매케인 의원이 직접 제출한 법안과 결의안만도 80건에 이른다. 또 미 상원 의원들은 법안을 제출할 때 정치적 영향력이 큰 매케인 의원이 함께 서명해주기를 원해 그의 서명이 들어간 법안 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같은 노력이 인정을 받아선지 지난 10월말 퓨 리서치 센터가 공화·민주당원 및 무소속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2008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공화당에서 2위를 기록한 루돌프 줄리아니 역시 중도적 성향의 정치인이다. 반면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사단 가운데서도 중심 인물이었던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유출한 ‘리크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의 신임도 떨어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로브의 힘이 빠지면서 한때 탄력을 받았던 ‘보수세력 장기집권론’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역시 텍사스 출신으로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부터 법률 자문을 해온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도 2005년이 오욕으로 점철된 해였다. 마이어스는 부시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지명됐지만, 부족한 경력과 불투명한 성향 때문에 논란이 빚어지자 스스로 물러났다. 마이어스의 상원 인준을 앞두고 ▲판사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앨 고어 등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기부했던 적이 있고 ▲낙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보수층으로부터 사실상 외면당했다. dawn@seoul.co.kr ■ 도요타 vs GM 도요타자동차는 내년 3월 결산에서 일본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액이 20조엔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익도 3년 연속 1조엔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자동차업계 1위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부진과 경영악화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급기야 릭 왜고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내년부터 북미지역 공장 9곳을 폐쇄하고 2008년까지 종업원 3만명을 줄이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11월 주가는 한때 18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올 한해 도요타와 GM의 엇갈린 성적표다. 그래서 ‘빠르면 2006년 도요타가 GM을 넘어선다.’는 예상도 나온다.2008년이었던 도요타의 목표보다 2년 빠른 것이다. 도요타는 내년 예상 판매대수를 900만대로 잡고 있고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GM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일시적이기는 하나 도요타가 북미시장 점유율에서 GM을 추월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이제 ‘기업’ 이상의 위치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도요타 배우기’ 열풍이 분 지 오래다. 순이익 1조엔은 이른바 빅3라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순이익을 전부 합친 것의 2배 가까운 규모다. 일본 언론은 “도요타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주고 있다.”며 ‘일본경제 부활의 구세주’로 묘사하고 있다. 도요타의 힘은 낭비요소를 없앤 생산방식에서 비롯된다. 세계적 부품업체들과의 유기적 협조,50년간 노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노사관계, 철저한 품질 및 인적관리 시스템도 승승장구의 비결이다. 조 후지오 도요타 부회장은 “글로벌시대에는 국가별로 현지 문화 및 고객 기호에 부합하는 고품질 저가격 제품 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성공 비결을 역설했다. 반면 GM의 추락은 미국 제조업의 쇠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던 GM의 신용등급은 ‘정크 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다 아성으로 여겨졌던 북미시장마저 일본 경쟁업체들로부터 위협받자 왜고너 회장이 직접 북미시장을 챙기기에 나섰다.‘직원용 할인가격’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는 ‘제살깎기식’ 무한경쟁에 나섰지만 추세를 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GM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우선 낮은 소비자 만족도를 들 수 있다. 과다한 직원 복지후생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GM은 차를 한대 만들 때마다 1500달러씩의 후생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래서는 도저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오프라 윈프리 vs 마이클 잭슨 “그녀가 출마한다면 미국 정치의 심장과 얼굴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지난주 미주리주에서 ‘오프라를 대통령으로’란 문구가 새겨진 물품만을 파는 가게를 낸 패트릭 크로의 말이다. 물론 윈프리는 출마를 거부했지만, 여성이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큰 선행으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이미 전세계 여성들의 친구이자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21년 동안 전세계 121개국 이상의 여성들이 그녀의 토크쇼를 보며 울고, 웃고, 열광하고 있다. 윈프리는 가난한 사생아로 태어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17살때 미인 선발대회 왕관을 썼고 3살도 안돼 책을 읽었다. 지난해 토크쇼 방청객 전원에게 자동차를 나눠주는 깜짝쇼를 연출한 데 이어 올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이 닥치자 연방 정부보다 재빨리 구호활동에 나섰다. 루이지애나주 슈퍼돔으로 달려가 이재민들을 안고 위로했으며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특히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나중에 토크쇼에 초청,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 등 210만달러 어치의 선물을 안겨줬다. 하지만 같은 흑인으로 팝의 제왕이었던 마이클 잭슨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해였다. 아동 성추행 소송사건에 휘말리면서 전세계 매스컴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법정 출두를 미루다가 체포 영장을 발부하겠다는 판사의 경고에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제이 레노, 매컬리 컬킨 등 유명 인사들의 대량 증언과 고액 변호사를 앞세워 결국 소송에서는 승리했지만 자택인 네버랜드를 팔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 곤궁에 처했다. 변호사 비용만 500만달러를 썼으며, 빚은 4억달러가 넘는다. 잭슨은 미성년 아동과 같은 침대에서 잔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적 접촉은 부인했다. 비록 재판관은 그가 무죄라고 선언했지만, 잭슨이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세계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던 잭슨은 아동 성추행 재판으로 팝의 제왕에서 언론의 웃음거리로 단숨에 추락했다. 팬들은 그가 음악활동을 재개할 것을 바라고 있지만, 대중은 이제 잦은 성형수술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그의 코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연세대생 131명·부모 122명 조사해보니 이념성향 보수화 뚜렷

    연세대생 131명·부모 122명 조사해보니 이념성향 보수화 뚜렷

    대학생들의 의식구조가 ‘보수’ 쪽에 크게 치우쳐 있음이 실증 연구로 확인됐다. 특히 행동방식은 예전처럼 ‘강경’에 가까워 부모세대의 ‘온건한 보수’와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 연세대생 131명과 이들의 부모 122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태도를 조사한 결과, 대학생들 사이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이념적 보수화 경향이 분명했다고 4일 밝혔다. ●‘자본주의가 노동자 착취´에 66%가 “NO” 가장 보수적인 쪽을 1, 가장 급진적인 쪽을 14로 놓았을 때 대학생들의 ‘급진·보수’ 지수는 4.65로 부모세대의 3.89와 큰 차이 없이 뚜렷한 보수성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지수 8 이상이어야 급진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대학생들의 성향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또 가장 보수적인 쪽을 7, 가장 급진적인 쪽을 21로 보았을 때 대학생은 13.52로 강경한 쪽에 위치했다. 반면 부모들은 15.22로 온건 성향이 더 강했다.14 미만은 강경,14 초과는 온건으로 본다. 이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영국 심리학자 아이젠크의 사회 태도 검사를 실시했다. 아이젠크의 검사는 ▲자본주의의 도덕성 ▲사유재산제도 ▲기간산업의 국유화 ▲병역 의무 ▲낙태 등 50가지 문항에 대해 찬·반 여부를 조사한다. 세부항목에서 대학생들은 ‘자본주의가 노동자를 착취하는가.’라는 사회주의 명제에 66%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그렇다.’는 답은 7명 중 1명꼴인 14.5%에 그쳤다. 기간산업이 국유화되면 관료화와 능률저하 등을 초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69.5%가 ‘그렇다.’고 해 사회주의 시스템에 부정적인 견해가 뚜렷했다. ●“정치운동 목표 상실·취업난 탓” 분석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이 보수화되는 이유로 문민정권의 정착으로 대학가 정치운동의 목표가 사라졌고 취업난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약화된 것을 꼽고 있다. 또 진보적이라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제난이 지속돼 정치적 실정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든다. ●“시장경제·민주주의 옹호로 봐야” 그러나 대학생들의 보수화는 과거 독재에 대한 선호와는 상관이 없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건전한 보수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사를 진행한 이 교수는 “대학 사회에서 이념 논쟁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면서 “대학생들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홍성태 교수는 “한국 사회의 ‘보수화’라는 말에는 여러 함의가 있기 때문에 ‘보수화=친일=독재=반공=친박정희’라는 등식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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