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낙태죄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노인성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다이소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상업화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 아이폰
    2026-07-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26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왜 의사·여자에게만 돌 던지나… 낙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왜 의사·여자에게만 돌 던지나… 낙태,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한국에서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은 불법이다.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범죄로 규정했다. 다만 1973년 모자보건법을 만들어 성폭력에 의한 임신, 유전적 질환 등 극히 일부 경우에 한해 예외를 뒀다. 불법 낙태가 적발되면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법은 이렇게 엄하지만, 낙태율은 1000명당 29.8명(2005년 기준)으로 낙태 허용 국가인 캐나다(13.7명)보다 훨씬 높다. 법대로 하자면 상당수 산부인과 의사들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공포한 데 반발해 낙태 수술 거부를 선언했다. 파장은 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 의사 처벌 강화를 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복지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라며 낙태 수술 거부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석(59)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을 지난 13일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김 회장은 서울 강서구에서 24년째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개원의다. 지난 7월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맡고 있다.→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미뤘는데도 낙태 수술 거부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혼란과 건강권 보호 등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의지 없이 임시방편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행정처분을 유예했으니 이제는 연간 수십만 건씩 이뤄지는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복지부는 헌재 판결이 나면 개정안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방관자적인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당장 의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정확한 기준의 개정안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문화된 법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우리는 그 법을 지킬 것이다. →복지부는 이전에도 불법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게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처벌 강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번 개정안이 왜 문제가 되는가. -이전에도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건 맞지만, 재판 결과가 유죄로 나와야 행정처분이 이뤄졌다. 이제는 개정안에 확실하게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이 돼서 즉시 처벌이 가능해졌다. 자격정지 몇 개월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낙태 수술을 한 여성이나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은 게 문제의 본질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45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엔 산아제한 때문에 보건소에서 낙태 수술을 권할 정도로 일반적이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국민이나 의사나 낙태 수술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였다. 형법에는 낙태 수술을 한 여성과 수술한 의사를 처벌한다고 돼 있고 한 해 수십만 건의 불법 낙태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처벌은 드물다. 그런데도 유명무실해진 법을 내세워 불가피하게 수술을 택한 여성과 이를 도와준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나. -산부인과 의사들은 모자보건법에서 허용된 낙태 사유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이 많은데도 어느 정권이나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산모의 상황에 따라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태아와 관련한 사유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일례로 무뇌아처럼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라도 현행법에서는 낙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반면 유전이 되는 정신 장애가 아닌데도 정신질환 부모의 낙태를 허용해 정신장애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라는 조항도 매우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낙태죄 처벌 강화에 따른 부작용이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처벌 강화로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음성화가 더 심각해져 돌이킬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안전하지 않은 수술로 여성의 건강이 위협받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낙태를 금지한 필리핀이나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 낙태 수술로 인한 모성사망이 많다는 자료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회는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다. 낙태 합법화에 대한 반대나 찬성은 의사 회원 각자가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낙태 수술을 합법화하라는 게 아니라 입법 미비에 따른 혼란이 심각하니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다. 다만 일선 의료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낙태를 해야만 하는 경우를 자주 봐 온 의사의 입장에선 외국의 사례처럼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어느 쪽이든 공론을 거쳐 법이 만들어지면 의사는 지켜야 한다. →불법 낙태약인 미프진 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낙태가 불법인데 미프진을 합법화하라는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다. 미프진은 외국에서도 산부인과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인터넷에서 미프진 불법 유통이 만연하면서 하혈 등 부작용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가짜 약까지 나돈다. 그런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낙태 처벌을 강화하겠다면서 왜 미프진 통용은 방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루빨리 실태조사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산부인과의 어려움도 클 것 같다.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없는 지역도 상당수에 달한다는데. -합계출산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산부인과도 덩달아 위기에 몰렸다. 그로 인한 분만 인프라의 붕괴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분만 산부인과는 전국 600여곳으로, 지난 1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50여개 시·군·구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는 통계도 있다. 산부인과 전공의 배출도 감소 추세다. 저출산뿐만 아니라 분만 사고 시 의사의 책임이 무거운 점도 분만을 꺼리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예전엔 산부인과 의사들이 태아와 산모, 두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밤낮없이 일했다. 요즘은 낙태 수술로 비도덕적 의사로 낙인찍히고, 분만 사고로 폐업 위기에 몰리는 이중고로 자괴감이 크다. 산부인과 간판 대신 피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클리닉 병원이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 산부인과 의사가 한 명도 없다. 분만 인프라가 망가진 걸 알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안이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외국 사례처럼 산부인과의 진료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은 2006~2010년 약 3조원을 투입해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섰다. 의사와 산모에게 분만 지원금을 주고 산부인과에 진학하는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뇌성마비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험금 등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이 모든 책임을 떠맡는 실정이다. 분만에 따른 여러 가지 의료사고는 불가항력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났을 때 산모와 산모 가족이 가장 힘들겠지만, 의료진도 어렵다. 저출산 정책에 많은 재원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에서 산부인과의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분담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분만을 포기하는 경우는 대부분 의료사고를 경험한 이후다. 산부인과의 저수가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coral@seoul.co.kr
  • 이은애 “위장전입 의혹 죄송… 사적 이익 없었다”

    이은애 “위장전입 의혹 죄송… 사적 이익 없었다”

    한국당 “8차례 위장전입… 지명 철회” 다운계약서 지적엔 “세금 납부할 것” 이영진 후보자 “흉악범엔 사형선고”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사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렇다 할 도덕적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헌법적 가치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은애 후보자가 1991년 이후 8차례 위장전입한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주변에서 살면서 친정집이 있는 마포구 주변으로 수차례 주소를 이전했다. 특히 결혼한 이후인 1993년엔 마포구에 있는 부모님 지인의 집으로 전입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청와대 인사 검증 기준에도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사람은 추천을 못 하게 돼 있다”며 “이 후보자의 주민등록이 어머니의 (부동산 관련) 딱지장사에 이용됐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 “어머니가 주민등록을 관리했다, 사적 이익을 얻은 바는 없다”면서도 주소지를 옮긴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계속되는 추궁에 그는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하려다 파혼 위기까지 간 상황에서 주소지 이전에 대해 친정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다는 가정사를 털어놨다. 이 후보자는 “여하를 막론하고 주민등록 관리를 못한 건 제 잘못이다, 송구스럽다”고 했다. 2001년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매입하며 실거래가액보다 2억여원 낮은 가격에 신고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 후보자는 “(내지 않은 세금을) 납부할 방법이 있다면 납부하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낙태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행법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형제에 대해선 “폐지 쪽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 후보자는 사형제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고 극악무도한 흉악범이 있을 수 있으니 사형선고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교사와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사안에 대해 그는 “동성애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과 동성애를 비판할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옳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2009년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뒤 2011년 법관으로 재임용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 중립성에 충분히 의심할 만한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낙태는 권리인가, 범죄인가…헌재 결정 앞두고 다시 불붙은 논란

    낙태는 권리인가, 범죄인가…헌재 결정 앞두고 다시 불붙은 논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늦춰지면서 낙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에 포함시킨 의료법 시행규칙 시행을 헌재 결정 이후로 미룬 뒤 곧 새 재판부를 꾸리게 되는 헌재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여성단체들이 오는 29일 형법 269조 낙태죄를 삭제하자는 의미로 269명의 피켓 퍼포먼스를 예고하는 등 장외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2년 합헌 결정 후 6년 만에 기로에 선 낙태죄 찬반의 주요 논리를 짚어 봤다.■폐지 찬성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낙태율 급증, 근거 없는 우려” 낙태죄를 둘러싼 쟁점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간 우선권 문제, 임신 중단율 증가의 문제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 등은 현행 낙태죄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1953년 제정 이래 형법 269조와 270조는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여성과 의사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단 모자보건법 14조에서 예외를 둬 강간, 준강간, 근친상간, 유전적 질환 등의 경우 임신 24주 내 낙태를 허용한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이러한 모자보건법의 예외 조항이 지나치게 좁아 모든 임신중절을 처벌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이로 인해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본다. ●“태아 생명·여성 자기결정권, 대립 구도로 봐선 안 돼” 낙태죄 폐지 집회를 주최하는 여성단체 비웨이브 측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 임신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권리 침해”라며 “그동안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당연한 의무로 생각한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낙태죄 위헌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429명도 헌재에 보낸 의견서에서 “임신한 여성과 태아는 신체적, 사회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로 여성은 출산 이후 무겁고 장기적인 책임을 진다”면서 “무엇보다 임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 기본권의 대립 속에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낙태죄를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여성계는 두 권리를 대립적으로 보는 이분법적 사고가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은 비윤리적”이라는 낙인을 찍는다고 비판한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측은 “여성이 임신 중지를 결정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라며 “이 대립 구도는 여성이 자신의 삶, 파트너나 가족과의 관계, 사회경제적 여건에 대한 고려 등 출산 결정 과정에서 겪는 복합적 고민을 단순화한다”고 지적했다. 강명신 강릉원주대 교수(보건학·윤리학)도 “두 가지를 대립된 권리로 보고 한쪽만 고집하면 낙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면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선진국처럼 임신 주기를 구분해 초기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후반부로 갈수록 생명권을 존중하는 방식도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낙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낙태 허용 국가 낙태율, 금지국보다 낮아” 낙태죄 폐지 찬성 측은 낙태 허용으로 낙태율이 급증하리라는 우려도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국제 비교에 따르면 낙태 허용 국가의 낙태율이 금지국보다 낮게 나타나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은 “낙태죄로 더욱 위협받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보다 불법 낙태에 노출된 여성들의 생명권”이라고 반박한다. 불법 수술, 불법 낙태약 복용 등 낙태를 위해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고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한국 등 전 세계 여성에게 먹는 낙태약을 보내는 국제단체 ‘위민 온 웹’(Women on web)의 레베카 곰퍼츠 대표는 “낙태죄가 있는 한 돈이 있는 여성들만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의 보편적 건강권을 위해 누구나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폐지 반대 “태아 생명권 존중해야” “허용땐 남성들 낙태 강요 늘 것”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현행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 의견도 덩달아 거세지고 있다. 양측 의견은 6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다퉜던 공방 그대로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낙태죄 합헌 유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의료계, 종교단체 등에서는 폐지 측의 주장이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독립적 개체인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태아, 독립된 개체… 여성 자기결정권의 ‘자기’ 범위 밖” 낙태죄 합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태아의 생명권’을 타협할 수 없는 사안으로 꼽고 있다. 태아가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으로 봐야 하며 이를 죽이는 것은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측은 “태아는 여성 몸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한 인간”이라면서 “태아의 생명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자기’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왕재 서울대 의과대 해부학실 교수는 “주 수에 상관없이 수정되는 순간 생명”이라면서 “수정된 난이나 수정된 지 일주일 됐거나 태어났거나 다 생명으로 볼 수 있다”며 낙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 측도 지난 5월 진행된 낙태죄 위헌 헌법소원 공개 변론에서 “임신 12주 전까지는 태아가 독자적 생명 능력이 없는 생명체”라는 주장에 대해 “발달의 연속성은 생명의 특징”이라면서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들은 낙태법 폐지가 오히려 여권 신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낙태가 당연한 선택지로 마련되면 오히려 남성의 책임이 덜해지는 우려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가피한 낙태를 위한 장치로 이미 모자보건법의 예외적 낙태 시술 조항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부소장은 “낙태죄 폐지가 여권 신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남성에게 책임이 덜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낙태를 강요당하는 일도 많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측도 “낙태법 변경은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걱정 없이 양육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헌·개선 문제 구별… 초기 낙태 등 국회서 처리해야” 이에 낙태를 둘러싼 여러 사회문제는 낙태법 폐지가 아닌 관련법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법무부 측은 공개 변론에서 “낙태죄 위헌 문제와 낙태죄 개선 문제는 구별돼야 한다”면서 “12주 초기 낙태, 사회경제적 이유 허용 여부 등은 입법 영역의 문제로서 국회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측은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야 할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은숙 순천향대병원 교수도 “현행 낙태죄로 여성과 의사만 처벌받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한 사람은 (무책임하게) 끝나 버리고, 한 사람만 옭아매인 상태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2년 헌재는 합헌 4명, 위헌 4명 의견(1명 공석)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사익인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마주보기] OECD 35개국 중 25개국 허용…전 세계적 증가 추세

    [마주보기] OECD 35개국 중 25개국 허용…전 세계적 증가 추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나라 중 25개국은 인공임신중절(낙태)을 허용하고 10개국은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7개국은 의사와 상담하고 숙려 기간을 거친 뒤 낙태를 할 수 있다. 노르웨이, 캐나다 등 18개국은 제한 없이 본인 요청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다. 반면 아이슬란드, 영국 등 4개 국가에서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한다. 뉴질랜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칠레, 폴란드, 한국 6개국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할 수 없다.낙태죄 폐지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면서 OECD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첫 번째는 아일랜드다. 지난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를 개정했다. 낙태 시술을 한 여성에게 최장 14년의 징역형을 가했던 헌법 조항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아일랜드가 낙태금지 국가에서 제외된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안에 대체입법까지 통과되면 OECD 국가 중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는 9개가 된다”고 말했다. 국교가 가톨릭인 폴란드 역시 한국과 비슷하게 성폭행, 근친상간, 임신부의 생명 위협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한다. 폴란드 집권당이 한술 더 떠 2016년 10월 예외 조항까지 없애는 낙태전면금지법을 발의하자 10만여명의 시민들이 ‘검은 시위’로 분노를 표출해 법안을 폐기했다. 최규진 인하대 의대 교수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칠레에서도 낙태죄 폐지 운동이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금요칼럼] 거꾸로 가는 보건복지부의 시계/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거꾸로 가는 보건복지부의 시계/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 중 하나는 ‘시간 이동’이다. 대표적인 영화가 1985년 최고의 흥행을 이끈 미국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다. 평범한 고등학생 마티는 어느 날 이웃집 과학자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의 과거로 이동해 위기에 처한다.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그가 겪는 시련과 모험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후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는 테마는 수많은 창작물에서 등장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국내에서 개봉됐다. 이 역시 시간을 거슬러 점점 더 어려지는 한 남자가 겪는 행운과 불행을 다뤘다.시간 이동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극의 정도가 뚜렷한 만큼 흥미도 커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 국가의 어떤 정책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어떤 경험이 될까?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공상영화(fantasy)가 될까? 아니면 돌아가기 싫은 과거와 관련된 범죄영화(thriller movie)일까? 어쩌면 끔찍한 공포영화(horror movie)가 될 수도 있을까? 보건복지부의 임신중단 관련 정책을 보면 나는 한여름에도 오싹함을 느낀다. 수십 년 동안 사문화되어 온 낡은 법규를 어느 날 갑자기 ‘저출산대책’이라고 내놓는가 하면, 최근에는 낙태는 부도덕한 행위이므로 시술 의사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루 만에 거둬들이긴 했다지만, 여전히 그 ‘정책’은 주요 카드의 하나로 해당 부서 공무원의 책상 위에 놓여 있을 것이다. 임신중단 금지, 현행 법제에서는 낙태죄 처벌로 불리는 이 정책의 전개를 공포물로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여성 등 젊은이들이 느끼는 공포감이다. 몇 해 전 인공 임신중절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다. 중요한 사회학적 문제여서 종종 토론 주제가 되지만, 학생들 대다수가 필요성에 대해 찬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깊은 토론을 위해 나는 일부러 반대편 입장에 섰다. 임신중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하나, 생명에 대한 존중이 먼저 아니겠냐고. 결과는 40대1로 교수인 나의 참패였다. 교수로서 필자의 논리적 설득력을 의심하거나 학생들이 불손한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독자들이 계시겠지만, 다행히 학생들과 필자의 관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 순간 “우리가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고 묻던 학생들의 그 서늘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00% 완벽한 피임도 불가능하고, 그나마 있는 피임법에 대한 학습기회도 입시위주 교육에서 실종돼 버린, 합법적 성관계가 인정되는 결혼 연령이 서른 살을 훌쩍 넘어버린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행복해질 수 있느냐고 묻던 눈빛들. 그것은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큰 분노를 담고 있었다. 둘째, 최근의 낙태죄 처벌은 이명박 정부에서 ‘리바이벌’됐지만, 그것의 뿌리는 박정희 시대까지 거슬러 오른다. 출산을 억제하려고 국가가 가혹한 통제정책을 썼던 아픈 시간들. 마을마다 불임시술 여성 숫자를 할당받은 보건소 직원들이 가난한 농가의 사립문을 밀고 들어가던 기억들. 위생도 엉망인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위험천만한 수술을 받고 후유증에 시달린 여성들. 한국 여성정책의 역사에서 박정희 정부의 반강제적 출산억제정책은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다. 그때는 아이를 낳지 말라고, 지금은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국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의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복지부의 낙태죄 처벌 강화는 박정희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제를 떠오르게 한다. 여성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성의 몸을 정책의 도구로 삼았지만, 여성에게 결코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국가. 복지부의 시계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백 투 더 박정희 권위주의 정부’인가? 문재인 촛불 정부가 답할 차례다.
  • 최영애 신임 인권위원장 “첫번째 책무는 혐오·차별 해소···낙태죄도 들여다 볼 것”

    최영애 신임 인권위원장 “첫번째 책무는 혐오·차별 해소···낙태죄도 들여다 볼 것”

    최영애 인권위원장 취임식 “저의 첫 번째 책무는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권 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최영애(67)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제8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최 위원장은 “지금 인권위는 시민사회로부터 지난 10년간 용산 참사 등 심각한 인권 현안들을 수차례 외면하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면서 “인권 보호 의무를 진 인권위가 일련의 인권침해 과정에서 오랜 시간 침묵하며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데 대해 신임위원장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그간 인권위가 개입하지 않은 여러 문제에 대해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후 기자 간담회에서 인권위가 그동안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갈등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문제를 들여다 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 문제를 아이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 이렇게 이분법 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낙태 문제 등을 여성 문제라고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 행복추구권, 인격권 이런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차별금지법 필요성을 두고 사회적 합의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폭넓은 장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 출범 이후 첫 여성인권위원장으로, 최초로 시도된 공개모집 인선 인권위원장이다. 임기는 오는 2021년 9월 3일까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해묵은 낙태죄·현대車 노조·국보법… 헌재 ‘사이다 결정’ 내릴까

    해묵은 낙태죄·현대車 노조·국보법… 헌재 ‘사이다 결정’ 내릴까

    새 재판부로 공 넘어간 낙태죄 ‘핫 이슈’ 가장 오래된 현대차 노조 업무방해건 한정위헌 전망 속 사법농단 맞물려 주목 ‘軍 동성애 관련 형사처벌’ 위헌 가능성 국보법 8수째… 전향적 결정 나올 수도 전기료 누진제, 국민 눈높이 반영 관심헌법재판관 5명이 교체된 후 다음달 출범하는 6기 재판부가 심리할 주요 사건은 낙태죄를 포함해 각종 사회 이슈와 연관돼 있다. 30주년을 맞은 헌재가 앞으로 결정할 사건을 국민 관심사에 맞춰 선정했다.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인 규범통제형, 공권력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과 법원에서 직접 청구하는 위헌법률 심판으로 나눠 뽑았다. 29일 헌재에 따르면 당초 5기 재판부가 선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낙태죄는 새 재판부로 공이 넘어갔다.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헌재는 지난 5월 공개변론을 열어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과 태아의 생명권도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이라는 법무부의 입장을 들었다. 이진성 헌재 소장 등 재판관 6명이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어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가장 오래된 사건인 현대차 노동조합의 업무방해 사건은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지며 관심사로 떠올랐다.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법원행정처가 대응책을 마련한 사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 밝혀졌다. 노조가 특근 등 연장·휴일근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청와대 100m 이내 집회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은 앞서 결정된 유사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 헌재는 외교기관, 국회, 총리공관, 법원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위헌법률 심판사건에는 일명 ‘군 동성애 사건’으로 불리는 군대 내 성추행 형사처벌 사건이 눈에 띈다. 헌법 재판관으로 지명된 이석태 변호사가 대리인 단장을 맡았다. 군형법은 항문성교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군대 밖에서 동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육군 대위도 이 법 조항을 근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결정에서 근소한 차이(5대4)로 합헌 결정이 난 데다, 이 변호사가 재판관으로 합류하면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이성 군인 간 항문성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조항은 헌재의 8번째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메일 계정으로 4건의 이적표현물 문서파일을 전송받은 뒤 또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석태 변호사가 민변 회장 시절부터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해 왔고, 남북 간 화해 무드 등을 반영해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사건도 있다. 네트워크 병원들은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보건복지부 등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할 수 있다고 맞선다. 헌재는 2016년 공개 변론을 열었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생활과 밀착한 사건들도 있다.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사건은 2014년부터 4년째 심리 중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사건에 대해 위헌법률제청한 법원은 “전기요금은 조세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현행 전기사업법은 전기요금의 실질적 내용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름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나 헌재 어느 곳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헌재는 위헌 결정을 해야 하고, 정부도 생활 패턴에 맞게 누진제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사할린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대일청구권협정 부작위 사건은 6년째 헌재에 계류돼 있다. 유사한 사건인 일본군 위안부 대일 배상청구권 관련 행정부작위 사건은 2011년 5년 심리 끝에 헌법에 반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뉴스 in] 헌재 선고 앞둔 주요 사건 10선

    [뉴스 in] 헌재 선고 앞둔 주요 사건 10선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1일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신문은 헌재가 현재 심리 중인 주요 사건을 꼽아 봤다. 대통령 탄핵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까지 각 분야에서 중요한 결정을 남긴 헌재가 어떻게 바꿔갈지 기대되는 사건들이다. 당초 이달 선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낙태죄뿐만 아니라 국민 기본권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 [사설] 낙태죄 헌재 결정에 앞서 의사 처벌 강화 섣부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어제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 규칙을 공포한 데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가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심리를 진행하는 와중에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규칙 공포를 강행한 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강간, 근친상간, 유전학적 질환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수술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간 낙태 건수 16만건(2010년 기준) 중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지만,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받는 건수는 연간 10건 안팎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낙태죄 폐지가 한 달 만에 23만명의 동의를 얻은 건 이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2012년 합헌 판단 이후 6년 만에 열린 낙태죄 공개 변론을 계기로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현행 법제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생명권 간 균형과 조화를 꾀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때문에 복지부가 지금 시점에서 낙태 수술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를 강행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적어도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
  • ‘낙태죄 폐지 집회’ 비웨이브 “낙태죄 논의 유보, 文대통령 비판 당연”

    ‘낙태죄 폐지 집회’ 비웨이브 “낙태죄 논의 유보, 文대통령 비판 당연”

    “헌재 여성재판관 2명, 큰 의미 없어빠른 심사로 1명의 고통이라도 줄여야낙태죄 폐지 땐 집회도 사라질 것”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집회가 지난 25일부터 주말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소원 공개 변론이 연기되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반면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며 낙태죄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 운영진에게 낙태죄 반대 이유와 집회 계획을 들어봤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낙태죄 폐지 집회를 열고 있다.→25일 16차 시위에서 처음 문재인 대통령 사퇴 요구가 등장했다.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불법 낙태 수술을 포함한 것은 행정부 수반이자 최고 권력자인 문 대통령의 의지와 관련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미룬 것도 결국 부담이 됐기 때문이 아니겠나. 정부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자제해왔지만 문 대통령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 대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 →여성 헌법재판관이 2명으로 늘어나면 오히려 전향적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여성 재판관이 2명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9명 중에서 2명일 뿐이다. 절반 정도 된다고 하면 그런 이야기가 가능할 수 있지만 1명이나 2명이나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위헌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낙태죄에 고통받는 여성들을 한 명이라도 줄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복지부는 ‘비도덕적 의료행위’ 규정이 처벌 강화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2016년 첫 시위 계기가 이 규정 때문이다. 당시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 수술을 포함하고 의사면허 정지를 12개월로 늘린다는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예고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개정안을 재검토 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처벌이 명문화됐다. 그 과정도 공개되지 않아 당사자인 여성들은 물론 의료계도 시행 이후에 알게 된 건 문제라고 본다. →낙태죄 위헌 결정이 나오면 집회를 그만할 생각인가? -우리는 소멸하기 위해서 달려간다. 낙태죄 폐지가 달성되면 ‘비웨이브’ 는 없어질 것이다. 9월에 헌재에서 위헌 결론이 나면 집회를 쉬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미뤄지면서 더 집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 달에도 집회를 계획 중이다.→낙태죄를 폐지하면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소한 여성 개인에게 출산에 대한 선택권을 주자는 거다. 낙태죄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 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국가가 출산율 저하 문제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여성이 가진 몸의 권리에 개입하고 있다. 낙태를 선택한 여성을 낙인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나 다른 집단과 연대 생각은 없나 -없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낙태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정치색이 없어야 여성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참가를 돕는 것 뿐 조직은 없지만, 단일 주제로 소액 기부를 받아 운영해왔기 때문에 2년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본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국가가 여성들 요구 역행” 연이틀 집회 임신중단 합법화·먹는 낙태약 도입 촉구 안희정 무죄판결 규탄 시위도 2주째 열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집회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을 미룬 데 이어 최근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여성계는 “국가가 여성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주의 단체인 ‘페미당당’과 ‘위민온웹’은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초기 임신중절 약물인 ‘미프진’의 도입을 주장했다. 미프진은 임신 9주 이전까지 복용 시 임신중절 성공률 90%를 나타내는 이른바 ‘먹는 낙태약’으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앞서 여성단체 ‘비웨이브’는 지난 25일 같은 장소에서 ‘내가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제16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모였다. 검은 옷을 입고 나온 회원들은 ‘나는 아기 자판기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참가자 30여명은 계란을 깨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것은 살인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복지부가 낙태 수술 의사 처벌을 강화한 것은 여성을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임신을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자궁을 가진 여성에게 있다”면서 “낙태를 많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출산 선택권을 여성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난 17일부터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단 수술을 포함하는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불법 낙태 수술을 하면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게 된다. 의료계 일부도 반발하고 있다. 인도주의의사협의회는 “낙태죄가 위헌 심의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여성들의 요구에 역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는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2주째 열렸다. 시민단체 ‘헌법 앞 성 평등’이 주최한 이 집회에는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등 100여명이 참여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 ●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 ●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다양성 강화된 헌재… 사상 첫 女재판관 2인 시대

    새달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임기 끝나 與 ‘대국민 추천’… 진보 1~2명 늘 듯 보수적 성향을 가진 판사 일색이던 헌법재판관에 순수 재야 변호사와 여성 법관이 지명되면서 6기 헌법재판소의 색깔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와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여성 법관이 헌법재판관이 되면 헌재가 진보적 색채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석태 변호사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했다. 대법원장과 대통령 몫으로 지명되는 헌법재판관은 인사청문회만 받으면 국회 표결 없이 임명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30년 사상 처음 입성한다는 점이다. 현재 재판관은 검사 출신 안창호 재판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다 판사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 이선애 재판관도 판사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2012년 조용환 변호사가 당시 야당(현 민주당)에 의해 처음으로 순수 재야 출신 헌법재판관으로 추천됐지만 국회에서 선출 동의안이 부결돼 낙마했다. 2007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 송두환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됐지만 판사 생활을 8년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에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김선수 변호사가 순수 재야 출신 최초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법조계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각각 진정한 의미의 변호사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5기 헌법재판소의 임기가 9월에 마무리되면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 후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국회 추천 몫인데 이 중 1~2명은 진보적 인사가 내정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는 여야가 각각 1명을 지명하고, 여야 합의로 나머지 1명을 선출한다. 민주당은 이날 대국민 추천을 시작하는 등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안 재판관 후임으로는 관례에 따라 검사 출신이 추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9명 중 지난해 3월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이선애 재판관을 제외하고 모두 문 대통령 임기 중 교체되는 점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인 유남석 재판관을 임명했다. 내년 4월에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도 교체된다. 이들은 대통령 지명 몫인 만큼 교수, 변호사 등 다양성을 반영하는 인사가 후임이 될 수 있다. 이은애 수석부장판사가 최종 임명되면 2003년 전효숙, 2011년 이정미, 지난해 이선애 재판관에 이어 네 번째 여성 재판관이 된다. 여성 재판관 2명이 동시 재임하는 것 또한 헌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여성 재판관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판사는 젠더법연구회 회원으로 여성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여성의 종중원 자격’, ‘호주제 위헌 사건’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낙태죄 위헌 소원 등 젠더 이슈와 관련된 사안에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교수·연구자 430명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현 재판부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다음 기수로 판단을 넘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교수와 연구자 429명이 헌재에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원치않는 임신으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 여성들이 많은데 판단을 다음 기수로 미룬다는 건, 여성의 고통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헌재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이날 발언에 나선 김은희 젠더법학·사회학 연구자는 “헌재가 낙태죄 헌법소원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가 책임을 입법부에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결정을 미룬 동안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건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미풍양속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낙태죄를 폐지하면 성관계가 문란해질 것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관계가 좀더 민주적으로 변했듯,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과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난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지 6년 만에 이 문제를 다시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진성 소장 등 현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헌재는 여전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편파 수사 이어 편파 판결” 절망에 빠진 여성들

    “편파 수사 이어 편파 판결” 절망에 빠진 여성들

    지난 13일 ‘홍대 누드모델 몰카’ 피고인 안모(25·여)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데 이어 14일 안희정(54)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편파 판결’ 비판이 들끓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여성단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오는 25일 예정했던 ‘성폭력 성차별 끝장 집회’를 18일로 앞당겨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25일에는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들만 참여하는 낙태죄 폐지 집회가 열릴 계획이다.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규탄하는 여성 집회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 혐오 커뮤니티인 ‘워마드’ 회원 50여명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여해 “홍본좌(안씨를 지칭) 무죄, 안희정 유죄”를 외쳤다. 한 워마드 회원은 인터넷에 ‘문재인 탄핵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워마드 운영자의 게시물을 보고 현장에 나왔느냐는 질문에 “트위터 공지를 보고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안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을 보고 집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SNS에서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또 여성단체들과 네티즌들은 김씨에 대한 ‘2차 가해성 게시글’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안희정 무죄’ 판결을 계기로 여성들의 반발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공무원 이모(33·여)씨는 “이렇게 되면 직장 내 모든 성희롱도 무죄가 되겠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피해자만 참고 넘어가라는 의미냐”고 따졌다.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많다. 직장인 유모(34·여)씨는 “지위가 높은 남성과 여성이 법적으로 다투는 일은 사실상 게임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여대생 이모(22)씨는 “여성들이 무기력감을 느껴 미투 운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골든벨 모자이크 논란…KBS “공영방송 원칙” 무슨 문구기에?

    골든벨 모자이크 논란…KBS “공영방송 원칙” 무슨 문구기에?

    KBS2 ‘도전 골든벨’ 측이 모자이크 논란에 대해 “공영방송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해명했다. 7일 오전 ‘도전 골든벨’ 측은 “청소년들이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며 “하지만 공영방송은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이슈의 경우, 한 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원직을 지켜야 하고, ‘청소년 출연자가 이러한 이유 다툼에 휘말려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해 항상 녹화 전에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 취지를 벗어나는 멘트는 자제하라’고 사전 고지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학생이 작성한 글, 사진, 개인정보 등이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해당 학생에게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 또한 건강한 토론의 영역에서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리고 이번 사례를 통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일 방송된 908회 ‘도전 골든벨’에서는 안양 근명여자정보고 편이 전파를 탔다. 이 중 한 학생의 정답판에 적힌 문구가 모자이크 처리돼 눈길을 끌었다. 해당 학생은 SNS를 통해 “‘도전 골든벨’에 나가서 ‘동일 범죄, 동일 처벌’과 ‘낙태죄 폐지’를 써뒀는데 그걸 다 가려버렸다. KBS 편집팀인지, 위에서 지시를 내렸는지 잘 알았고, 나는 그게 정치적 발언인 줄은 몰랐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하 모자이크 논란에 대한 ‘도전 골든벨’ 측 공식입장 전문이다. 도전 골든벨은 퀴즈를 통해 청소년들의 재치와 생각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합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정치적·종교적·문화적 이슈의 경우, 한 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하고, ‘청소년 출연자가 이러한 이슈 다툼에 휘말려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하여, 항상 녹화 전에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 취지를 벗어나는 멘트는 자제하라’고 사전 고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에 따라 8월 5일 방송분에서 최후의 1인의 답판에 적힌 글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 현재 해당 학생이 작성한 글, 사진, 개인정보 등이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해당 학생에게 피해가 우려됩니다. 이 또한 건강한 토론의 영역에서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례를 통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워마드, 이번엔 ‘낙태 인증’…태아훼손 사진 올려

    워마드, 이번엔 ‘낙태 인증’…태아훼손 사진 올려

    남성 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인 ‘워마드’의 엽기적 행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낙태한 태아를 훼손했다는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 13일 워마드 자유게시판에는 ‘낙태 인증’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올라온 사진에는 난도질당한 남자 태아가 훼손된 상태로 수술용 가위와 나란히 놓여있다. 게시자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바깥에 놔두면 유기견들이 먹을까 모르겠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들은 게시자의 생명을 조롱하는 태도에 호응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젓갈 담가먹고 싶다” “밥이랑 먹기 좋다” “오늘 저녁은 낙태비빔밥” 등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게시물에 올라온 ‘태아 훼손’ 추정 사진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우선 워마드에 올라온 사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태아 훼손이 사실이라면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워마드는 성 소수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남성을 혐오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남성혐오와 여성우월주의를 외치는 인터넷 사이트다.특히 최근에는 낙태에 반대하는 천주교 등을 겨냥한 게시물도 올라왔다. 지난 10일에는 한 워마드 회원이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예수를 모욕하는 낙서와 함께 성체를 불태워 훼손한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여성인권 정책마다 반발하는데 천주교를 존중해 줘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적었다. 12일에는 또 다른 회원이 임신 중절이 합법화 될 때까지 매주 성당을 불태우겠다는 방화 예고를 올렸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워마드에서 유통되는 차별·비하, 모욕, 반인륜적·패륜적 정보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를 비롯한 혐오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내용의 청원만 수십 건 등록된 상태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성체 훼손’ SNS 뜨거웠다

    ‘성체 훼손’이 지난주 트위터 화제의 키워드로 선정됐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일어난 논란 때문이다. 트위터는 다음소프트와 함께 지난 6~12일 트위터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어휘들 중 한 주를 관통하는 이슈라고 판단된 ‘성체 훼손’을 화제의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0일 워마드의 한 회원은 천주교 신자들이 ‘주님의 몸’으로 신성시하며 미사 때 받아 모시는 ‘성체’에 빨간 글씨로 예수를 모독하는 글을 쓴 뒤, 불에 태워 훼손한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다. 워마드는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천주교에 대해 적개심을 갖고 있다. 게시물은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에 급속히 퍼지며 논란을 낳았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워마드의 도 넘은 혐오, 어떤 차별도 해결 못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남성 혐오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천주교의 성체를 훼손한 사진이 올라와 파문이 번진다. 예수의 몸을 상징하는 성체에다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독하는 욕설을 쓴 뒤 이를 불태우는 사진이다.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과 여성 사제를 두지 않는 남성 중심 교리를 정면으로 조롱하는 표시다. 익명의 인터넷 공간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몰상식적인 분노 행위를 일삼을 수 있는지 충격적이다.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뜻의 워마드는 그동안 과격한 남성 혐오 글로 자주 논란을 빚어 왔다. 흉측한 사진과 예수를 “꽃뱀”이라 언급한 비난 글까지 등장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게시자 처벌과 워마드 사이트 폐쇄를 촉구하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고 국제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핵심 교리를 모독한 사건인 만큼 바티칸 교황청에 공식 보고하는 절차를 실제로 진행 중이다. 문명사회의 상식으로 따지자면 이런 나라 망신이 또 없다. 성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적 논의는 어떤 순간에도 존중되고 지지받아 마땅하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불평등을 강요하는 사회는 더이상 방치할 수도 존속할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을 훼손한다면 동의를 얻기 어렵다. ‘미투 운동’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최근 불법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일일 집회에 6만명이 모였던 것이 단적인 방증이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도를 바꿔 양성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요구와 시민들의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이런 분위기를 페미니즘 운동의 윤활유로 십분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성 평등은 어느 한쪽 성이 다른 한쪽을 증오해 쟁취하는 전리품이 아니다. 여성의 불편과 불이익을 강요하는 법과 제도의 손질이 시급하다. 하지만 무차별적 남성 혐오는 더이상 묵과될 수 없다. 혐오 사회의 불씨를 댕기는 도 넘은 개인의 일탈 행위들은 성평등 사회를 오히려 후퇴시킬 뿐이다. 익명에 숨어서 쏟아내는 폭력적 혐오 언행을 표현의 자유라며 보호할 수 없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