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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아, 너도 지는 해 아쉬우냐

    섬아, 너도 지는 해 아쉬우냐

    신선(仙)들이 내려와 놀다(遊) 갔다는 섬. 전북 군산의 선유도다. 섬은 머지않아 다리를 통해 뭍과 연결된다. 바다 먼 곳에서 늘 고고하게 지내던 섬에 사람과 자동차가 쏟아져 들어올 터. 그때도 섬은 옥골선풍의 자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육지와 연결된 섬은 더이상 섬이 아니다. 외형만 바뀌는 게 아니라 고유 문화와 자연, 여러 습속들까지 급속히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섬’ 선유도의 ‘유통기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상전벽해를 앞둔 선유도를 서둘러 찾은 건 이 때문이다. 내년에도 똑같은 해넘이 풍경을 맞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선유도 선착장에 배가 닿는다. 을씨년스런 바람 한 줄기가 외지인을 맞는다. 떠들썩할 거란 기대는 없었다. 겨울에 찾은 섬이니 당연하다. 게다가 평일, 그것도 오후 막배 아닌가. 소매를 잡아끄는 민박집 호객꾼이 없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썰렁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흉물처럼 생각됐던 전동 카트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때 섬 관광용으로 이용됐던 탈것이다. 사고의 위험이 높아 늘 민원이 제기됐었는데 얼마 전부터 섬 내 이용이 금지됐다고 한다. 한데 일부 카트는 매각됐지만, 일부는 섬 여기저기 버려져 또 다른 흉물이 되고 있다. 카트가 사라진 자리는 자전거와 스쿠터가 빠르게 점령해 가고 있다. 익숙지 않은 풍경은 또 있다. 선착장 주변에 소형 버스들이 여기저기 주차돼 있다. 노선버스는 아니다. 주민들은 섬 관광시장을 선점하려는 외지인들이 세워 둔 차라고 했다. 한두 해 안에 연도교와 각종 도로공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고군산군도의 관광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둔 이들이 유리한 자리를 앞서 확보하려는 ‘심모원려’에서 이처럼 차를 세워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데 섬에 도로가 생긴다고 관광버스가 뒤따라 생겨야 하는 건지는 의문이다. ●무녀도·방축도 등 63개 섬 모여 이룬 고군산군도 선착장에서 보면 공사 중인 교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왁자지껄한 세상이 불과 수백m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섬은 여전히 태평하다. 선유도가 속한 이 지역을 ‘고군산군도’라고 한다. 섬들이 무리 지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고군산’(古群山)이라는 명칭에는 사연이 있다. 섬 안내판에 적힌 내용은 이렇다. 예전 이 일대는 군산도, 또는 군산진(群山鎭)으로 불렸다. 조선 태조가 왜구를 막기 위해 수군부대인 만호영을 설치하면서부터였다. 한데 세종 때 와서 수군진이 옥구군 북면 진포(현 군산시)로 옮겨 가게 됐고, 기존의 군산도는 옛 군산이라는 뜻에서 고군산이라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즉 원래 군산은 선유도이고, 지금의 군산은 ‘신’군산이란 얘기다. 고군산군도는 63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무녀도와 방축도, 관리도 등이 에워싸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선유도를 ‘섬 속의 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선유도가 유명세를 타면서 ‘선유도=고군산군도’라는 등식이 정설처럼 굳어졌지만 사실 선유도는 여러 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군산항에서 37㎞나 떨어져 있던 몇몇 섬들은 조만간 뭍과 연결된다. 토대는 새만금방조제다. 무려 34㎞에 이르는 이 거대한 구조물은 고군산군도 동쪽의 신시도와 야미도를 경유지 삼아 바다를 육지로 편입시켰다. 신시도에서 무녀도까지는 불과 수백m 거리. 두 섬을 다리로 이으면 진작 무녀도와 연도교로 연결돼 있던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등도 줄줄이 뭍과 연결된다. 그 공사가 지금 진행 중이다. 2009년 시작돼 2012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시공업체의 파산 등 여러 이유로 늦춰지고 있다. 신시도 쪽에서 보면 먼저 신시교(450m)가 있고, 그 다음이 주교량인 단등교(1280m), 가장 끝이 무녀교(245m)다. 교량의 중심인 단등교는 주탑 높이 105m의 현수교다. 주탑이 하나뿐인 현수교로는 세계 최장이라고 한다. ●기암절벽이 우뚝한 장자도·대장도 각종 공사가 중단된 선유도와 주변 섬의 분위기는 다소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선유도는 여전히 아름답다. 곳곳에 기암절벽이 우뚝한 장자도와 대장도의 자태도 인상적이다. 무녀도는 다른 섬에 견줘 볼거리가 많지 않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그래서 더 드물다. 한데 바로 그 덕에 섬마을 특유의 분위기는 여태 잘 살아 있다. 작은 다리 하나 건너 선유도와 이웃한 섬인데도 무녀도의 마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마을 안쪽의 옛 염전 등을 어슬렁대다 보면 종종 갯것들을 손질하는 주민들과 만난다. 말만 잘 하면 석화 손질하는 할머니에게 시원한 굴 한 점 얻어먹는 건 일도 아니다. 선유도 일대에도 군산시에서 조성하고 있는 ‘구불길’이 놓여 있다. 코스는 두 개다. 전체 길이는 21.2㎞로 8시간 이상 소요된다. A코스는 선유도선착장을 출발해 망주봉-대봉전망대-몽돌해수욕장-선유도해수욕장-장자대교-장자도-대장도-초분공원-선유도선착장(12.4㎞) 순으로 걷는다. 다만 직벽구간이 많은 망주봉의 경우 오르기 힘들고 위험한 만큼 군산시 측에서 서둘러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B코스는 선유도선착장-초분공원-장자대교-선유봉-옥돌해수욕장-선유대교-무녀도염전-무녀봉-선유대교-선유도선착장(8.8㎞) 순이다. ●한적한 곳 찾는다면 소박한 풍경 ‘선유 1구’ 고군산 구불길은 선유도와 주변 섬들을 빠짐없이 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데 어느 한 코스만 걸을 경우 빼놓아선 안 될 명소들을 여럿 놓치게 된다. 따라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코스를 조정하되 망주봉과 대봉전망대, 선유봉, 무녀도 등은 반드시 코스에 넣는 게 좋겠다. 특히 망주봉과 선유봉, 대장봉, 무녀봉 등은 모두 왕복 한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산이라고 하기엔 낮고 능선도 완만하다. 고군산군도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으니 한두 봉우리는 꼭 오르길 권한다.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드문 선유1구 쪽 풍경도 예쁘다. 기도등대 등 소박한 풍경들을 빠짐없이 돌아보는 게 좋겠다. 해넘이 풍경도 선유1구 일대에서 감상하는 게 낫다. 망주봉이 첫손 꼽히는 일몰 명소다. ‘선유8경’ 가운데 제1경인 선유낙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망주봉을 오르기 부담스럽다면 대봉전망대나 선유봉 등에서 안전하게 저녁 풍경을 완상할 수도 있다. 글 사진 군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천, 또는 군산나들목으로 나와 군산연안여객선터미널을 찾아간다. 계절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겨울철엔 하루 네 번 선유도까지 여객선이 운항한다. 50분 소요되는 월명여객선(462-4000) 소속 진달래호는 오전 9시, 오후 1시 각각 출항한다. 1만 6650원. 약 1시간 30분 소요되는 한림해운(461-8000) 소속 옥도훼리호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각각 출항한다. 1만 3500원(이상 편도). 차를 싣고 가는 페리호는 없다.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 주차할 경우 하루에 5000원을 받는다. 야미도에서 새만금유람선(464-1919)을 타고 선유도 등 고군산군도를 한 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 선유도 안에 자전거와 스쿠터를 빌려주는 집들이 많다. 자전거는 한 시간에 3000원, 스쿠터는 2만원 정도 받는데, 겨울철 비수기이니만큼 ‘흥정’의 여지가 많다. 숙박과 자전거를 연계하는 경우도 있다. 잘 곳: 선유도 선착장 주변에 민박은 물론 횟집을 겸한 펜션까지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좋은 집을 고르기보다 불편한 집을 잘 가려내는 게 요령이다. 아직 섬이다 보니 난방과 온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집들이 있다. 이런 집들을 피하려면 호객꾼에게 이끌리지 말고 직접 확인하는 게 좋다. 편의성 때문에 선유도 숙박을 고집하곤 하는데, 외려 장자도나 대장도 쪽에 운치 있는 숙소들이 있다. 숙박비는 겨울철 비수기라 ‘흥정’의 여지가 있다. 시설에 따라 4만~6만원 정도면 무난하다.
  • [新국토기행] 전남 순천시

    [新국토기행] 전남 순천시

    <볼거리> 물과 숲으로 둘러싸인 전남 순천은 남도의 부드러운 대지의 기운을 받아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조상들의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고풍이 간직돼 있어 곳곳이 힐링의 명소다. 교통이 편리하고, 도심에도 유명 관광지가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순천은 다양한 문화재를 종류별로 보유한 유일한 도시다. 순천만, 선암사, 승선교, 송광사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 ‘미슐랭’으로부터 최고 점수인 별 세 개를 받았다. [낙안읍성] 조선시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1983년 민속마을(사적)로 지정됐다. 성곽 높이 4m, 둘레 1410m 안에 초가 108가구가 정겹게 살아간다. 500여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한국 영화,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한국의 옛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짚으로 만든 짚물공예체험,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열매·잎·풀과 황토로 하는 천연염색, 대장간 체험 등이 있다. 외국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관광명소다. [송광사]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국사를 배출한 한국 삼보 사찰 중 하나다. 목조삼존불감 등 희귀 불교 문화재가 많다. 우리나라 대표 불교박물관인 성보박물관이 있다. 부속 암자인 천자암에는 천연기념물 제88호로 지정된 곱향나무 두 그루 쌍향수와 사찰에서 국재를 모실 때 몰려든 대중에게 나눠 주려고 밥을 저장했던 목조 용기인 바사리 구시 등이 있다. 송광사는 평생 무소유로 살다 가신 법정 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산속 암자 불일암은 1975년부터 법정 스님이 혼자 지내면서 수많은 글을 집필한 곳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는다. [선암사] 신라 말기인 서기 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 무지개 모양의 보물 400호 승선교와 강선루에 이르는 숲길 양옆에는 참나무, 삼나무 등의 많은 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아름다운 사찰의 옛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최고의 산사로 꼽을 정도다. 선암사는 매화 피는 봄철이 으뜸이다. 선암매로 불리는 매화 50여 그루는 200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선암사에는 꼭 봐야 할 세 가지로 철불, 보탑, 부도가 있다. 산비탈에 있는 녹차 야생차밭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귀한 차로 대접받는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 3만 9600㎡(약 1만 2000평) 부지에 200여채가 들어선 대규모 오픈 세트장이다. 1960년대 순천읍내, 1970년대 서울 변두리, 1980년대 변두리 번화가 등을 지었다.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으로,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준다. 이웃과 따뜻하게 숨 쉬는 모습이 담겨 있어 갈수록 인기다. SBS ‘사랑과 야망’, KBS ‘제빵왕 김탁구’ 등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주무대로 주목받는다. [순천만] 세계 5대 연안습지의 하나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에서는 순천만을 이렇게 표현했다. 순천만 갈대는 4계절 색깔이 다르다. 봄은 보리색, 여름은 초록색, 가을은 은빛이다. 겨울은 앙상하게 남은 누런 갈대들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준다. 용이 누워 있는 모양을 한 용산의 전망대는 필수 코스. 순천만의 유명한 S자 수로와 낙조, 수많은 철새를 볼 수 있다. 매년 8만~12만 마리의 철새가 온다. 흑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30종과 먹황새·뜸부기 등 희귀 조류의 천국이다. 순천만을 30분간 돌아보는 생태체험선 ‘에코피아’는 예약해야 탈 수 있다. [순천만정원] ② 지난해 440만명이 찾아와 성공한 대회로 평가받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이 지난 4월 순천만정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순천시가 미래 100년을 만들어갈 새로운 도약으로 삼고 있다. 개장 6개월 만에 300만명을 돌파했다. 111만 2000㎡ 규모의 정원이 주는 편안함과 싱그러움 덕에 최고의 힐링 장소가 됐다. 봄에는 튤립, 철쭉동산, 유채꽃, 꽃양귀비, 여름에는 물놀이체험, 호수정원,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눈꽃 얼음 등 계절별 맞춤형 테마로 운영된다. 2~5m 높이로 설치된 국내 유일의 무인궤도차를 타면 순천만 인근과 동천 등을 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소요시간은 20여분.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먹거리> 전남 순천은 연중 풍성한 농작물을 수확해 좋은 음식을 만들기에 최고 적합한 조건을 지닌 고장이다. 남도의 건강한 토양에서 재배되는 각양각색의 농산물은 훌륭한 식재료로 손색이 없다. 한정식과 백반은 나오는 반찬의 가짓수에 놀라고, 그 맛에 한번 더 놀라고, 마지막으로 값을 치를 때 또 한번 놀란다. 임금님이 순천 한정식을 맛봤더라면 수라상을 거절하고, 순천의 음식을 택했을 것이라는 약간의 과장 섞인 이야기도 흔히 나오는 말이다. [순천한정식] 남도 맛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보통 토하젓·정어리젓·새우젓 등 각종 젓갈을 비롯해 음식 가짓수도 15개가 넘는다. 한끼 6000~7000원 하는 기사식당만 해도 고등어조림, 김치찌개 등 15개 이상 반찬이 나온다. 정통 한정식집 대원식당은 4인 기준 한상에 8만~10만원이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상다리가 휠 정도의 20여 가지 음식에 눈이 동그래진다. 이 식당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순천을 찾을 정도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직원이 재료와 먹는 방법을 알려줘 고향의 어머니가 주는 느낌을 받는다. 1966년부터 장천동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 찾은 손님은 몇 년이 지나도 단번에 기억하는 주인 이혜숙(64)씨의 눈썰미에도 놀란다. [짱뚱어탕] 순천만은 썰물 때 광활하게 펼쳐지는 갯벌이 아름답다. 바로 이곳에 청정한 갯벌을 상징하는 짱뚱어가 산다. 도마뱀처럼 잽싸게 갯벌 바닥을 돌아다닌다. 색깔도 거무튀튀한 게 메기를 닮았다. 무척 영리해서 그물을 피해 다닌다. 솜씨 좋은 낚시꾼들이 홀치기 낚시로 한 마리씩 잡을 뿐이고, 양식도 어려워 그 수가 많지 않다. 짱뚱어는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지만 겨울잠을 자기 전에 영양분을 비축하는 가을에 가장 맛이 좋다. 짱뚱어를 100마리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일찍부터 순천에선 보양음식이었다. 1980년대 언론에 소개되면서부터 순천의 별미가 됐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한 달을 사는 짱뚱어의 특징 때문에 스태미너 음식으로 알려졌다. 청정 갯벌이 줄어들면서 순천만을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짱뚱어는 전골로 끓이거나 그냥 구워 먹는다. 순천에서는 탕으로 즐겨 먹었다. 추어탕처럼 삶아 체에 곱게 거른 뒤 육수에 된장을 풀어내 시래기, 우거지, 무 등과 함께 걸쭉하게 끓여낸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 순천만 인근 식당들은 짱뚱어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댄다. [화월당] 순천에는 1928년부터 3대째 이어오는 전통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빵집이 있다. 찹쌀떡과 볼 카스텔라 딱 두 종류만 판매한다. 택배로 주문하면 사나흘 만에야 올 정도로 제품이 달린다. 매장으로 찾아가더라도 오후 늦은 시간엔 빵이 동난다. 화월당은 1920년 현재의 자리에 일본인이 문을 열었다. 1928년부터 점원으로 일하던 조병연씨의 아버지가 광복 때 인수했다. 특히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레시피를 고수한다. 화월당 찹쌀떡은 크기가 프랜차이즈 제과점 등에서 파는 것보다 50% 이상 더 크다. 피가 얇고 대신 팥소의 양이 많다. 하얀 떡살이 물렁물렁하면서 씹히는 게 부드럽다. 볼 카스텔라는 테니스 볼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죽을 얇게 펴 카스텔라를 만든 뒤 팥소를 넣고 말아 공 모양으로 빚는다. 방부제는 물론 떡이 딱딱해지는 걸 막는 첨가제도 넣지 않는다. [웃장 국밥] 순천 웃장 하면 국밥이다. 먼 곳에서 먹으러 오는 이들도 많다. 순천 웃장 국밥은 맛도 있지만 다른 곳과 차별화돼 있다. 국밥보다 먼저 수육이 나온다. 6000원짜리 국밥 두 그릇 이상 주문하면 1만원 상당의 수육이 공짜로 나온다. 100년 된 동외동 순천 웃장에 있는 국밥골목에는 가게가 15개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만 쓴다. 냉동실에 들어가지 않은 돼지머리 고기, 콩나물, 야채 등의 싱싱한 재료만을 사용한다. 일반 국밥과는 달리 돼지 창자인 곱창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삶은 돼지머리에서 발라낸 살코기만 쓴다. 국물 맛이 깔끔하고, 뒷맛이 개운한 게 특징이다. 순흥식당은 35년, 상원·신화식당은 30년 됐으며 대부분 10~20년 이상 된 식당들로 특유의 맛을 자랑한다. 주말이면 대형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황영기·김기홍·윤종규 등 KB회장 후보군 9명 확정

    고객 수 3000만명, 총자산 300조원의 KB금융 그룹을 이끌 최고경영자(CEO) ‘입성 경쟁’이 본궤도에 올랐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일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3차 회의를 열어 회장 후보 9명을 엄선했다. 9명(이하 가나다순)은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CFO),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겸 이사회의장, 이철휘 서울신문 대표이사 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1명은 본인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기, 김기홍, 윤종규, 김옥찬, 지동현씨는 KB 출신이다. 이철휘, 양승우, 이동걸씨는 외부 출신이다. 회추위는 당초 11명을 선정했으나 2명이 고사 의사를 표명해 9명으로 정했다. 그러나 명단이 공개되고 나서 이철휘 사장도 “추천된 것에 대해서는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번 KB회장 후보는 사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후보가 8명으로 압축된 셈이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과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탈락했다. 회추위는 KB의 자체 CEO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B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내부 임원과 헤드헌팅사를 비롯한 전문기관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 등 기초 후보군 84명을 놓고 심사했다. 사외이사들이 1~5순위를 각각 적어내 점수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9명을 추려냈다. 이날 회의는 오후 4시 30분에 시작해 8시쯤 끝날 예정이었으나 10시가 다 되어 끝나는 등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추위는 이날 압축한 후보들에 대해 곧바로 평판 조회에 들어갈 방침이다. 평판 조회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오는 16일 4차 회의를 열어 상위득점자 4명 안팎을 골라낼 계획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관피아’ 등 외부 인사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회추위원들과 만나 “KB금융의 조직 안정과 통합을 위해 내부 출신 인사가 반드시 회장 후보가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외부 인사가 선임되면 강경 투쟁을 벌이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회추위는 이달 말까지 최종 후보 1명을 정해 다음달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최종 회장 후보는 회추위원 3분의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역사 살아 숨쉬는 우리 고장으로 시간여행 떠나요] 용산, 문화재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역사 살아 숨쉬는 우리 고장으로 시간여행 떠나요] 용산, 문화재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

    “용처럼 생긴 인왕산 줄기가 무악재와 만리동 고개를 넘어 한강에 머리를 박은 용처럼 보여 ‘용산’이라고 부릅니다. 또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옛 용산에선 8경이 유명했습니다. 청계산 아침 구름, 관악산 저녁 안개, 현 용산전자상가에서 횃불을 켜고 개를 잡는 모습, 동작나루 범선, 밤섬 낙조, 노량진 행인, 흑석동 귀승(歸僧), 한강 백사장이죠.” 24일 강성기(63) 용산문화탐방 해설사는 이렇게 프로그램 소개를 시작했다. 지난해 시작한 탐방은 올해 지방선거와 세월호 참사 등으로 미뤄졌다가 지난 19일 원효로 4가 심원정에서 마련됐다. 연말까지 10회 열린다. 무료다. 심원정은 임진왜란 때인 1593년 명나라와 왜군 장수가 화의를 한 곳으로 현재 정자를 복원해놨다. 탐방에는 20명이 참가했다. 정원을 웃돌아 5명은 다음 회차로 밀렸다. 참가자들은 충무공 남이(1441∼1468)장군 사당, 풀과 나무를 뜻하는 새나무터에서 유래한 곳으로 김대건(1822~1846) 신부가 순교한 새남터, 조선 정조대왕의 맏아들 문효 세자를 모신 효창원도 방문했다. 이들은 원효로 4가 성심여중고등학교 내 서울용산신학교와 원효로성당에 특히 놀라움을 보였다. 각각 1892년, 1902년 프랑스의 코스트 신부가 설계·감독해 세워졌다. 용산신학교는 우리나라 첫 신학교다. 원효로성당은 고딕풍의 19세기 말 건축양식을 간직해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요청이 있어야 개방하는 효창동 효창공원 의열사도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엔 일왕 히로히토를 저격한 이봉창(1900~1932),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이동녕(1869~1940), 도시락 폭탄으로 일본군 총사령관 등에게 본때를 보인 윤봉길(1908~1932) 의사 등 순국선열 7위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KB사태’가 남긴 문제점] (중) 정부의 ‘낙하산 근절 의지’ 시험대

    [‘KB사태’가 남긴 문제점] (중) 정부의 ‘낙하산 근절 의지’ 시험대

    KB사태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금융권 인사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결사항전을 결심한 데는 (회장후보추천위원인)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얻어 정정당당하게 회장으로 뽑혔다는 자존심도 크게 작용했다”면서 “정권이나 현직 모피아(재무부+마피아)들에게 빚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까 억울함이 더 컸던 것”이라고 전했다. 임 전 회장은 행정고시 20회로 정통 모피아로 분류된다. 자신을 ‘차원이 다른 모피아’로 생각하는 임 전 회장은 이번 사태를 ‘서로 다른 줄을 잡고 내려온 두 개의 낙하산이 부딪친 결과’라는 세간의 해석에 몹시 불쾌해한다. 하지만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정권과 연관이 없었다면 회장에게 그렇게 강하게 반기를 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9일 서울 중구 명동 KB지주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후임 회장 인선 절차 등을 논의했다.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대한 빨리 인선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중순까지 최종 후보 1명을 추려 오는 11월 14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계획이다. 현직에서 물러난 한 모피아는 “KB사태의 출발점은 정치권에서 다른 사람을 심기 위해 (임 전 회장을) 흔든 데 있다”면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임 전 회장) 자신도 모피아를 배경으로 그 자리에 앉은 만큼 후배(신제윤 금융위원장)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비켜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낙하산 윤리’라는 희화화된 표현 밑바닥에는 낙하산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깊숙이 배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눈먼 떡고물(주인 없는 금융사 수장 자리)을 먹으려는 정치권과 관료집단의 이런 인식과 행태를 뿌리뽑지 않고서는 KB사태 재발을 막기 어렵다”면서 “낙하산 인사를 원천 차단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일절 입김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B회장 후임 인선이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근절 의지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지주사 체제는 은행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은행장은 (회장에게) 휘둘리려 하지 않으려 하고 회장은 그룹을 장악하려 한다”면서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회장이 행장을 겸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은행 못지않게 증권, 보험 등 비(非)은행업도 균형 있게 키우자며 도입한 게 지주사 체제인데 정착 과정에서 삐걱댄다고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시키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과 KDB금융지주가 회장·행장 겸직 체제이지만 ‘민영화’와 ‘무늬만 지주사’라는 각각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어차피 국내 지주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현실론 측면에서 겸직 체제가 낫다는 것일 뿐, 반드시 그것이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장과 행장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회장과 행장을 따로 둘 경우 회장에게 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사장단 인사권을 확실히 주고 그 대신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면 이사회가 ‘경영진 거수기’나 ‘정권 방패막이’ 역할에서 벗어나 경영 감시와 견제라는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책임자인 사외이사들이 회장 인선 작업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언론에 거론된 차기 회장 후보들에게 “(낙하산 고리를 끊으려면) 내부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한다”며 회장직을 고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자필 편지를 일일이 보내기도 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씨줄날줄] 대영제국의 분화/구본영 이사대우

    ‘브레이브 하트’. 요즘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일면서 생각나는 영화다. 하지만 멜 깁슨과 소피 마르소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줄거리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엊그제 영화의 OST를 다시 듣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스코틀랜드 악기인 백파이프의 애절한 선율과 함께. 이 영화의 구성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본 지도 오래됐지만, 스코틀랜드 독립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다지 와 닿지 않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2003년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유명한 숀 코네리가 독립하기 전에는 스코틀랜드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국제부 데스크를 맡고 있던 필자에겐 코네리가 스코틀랜드인임을 알게 된 것 이상의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 이상으로 영국에서 벗어나려는 스코틀랜드인들의 열망이 뿌리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주민 여론조사에서 분리독립 찬반 비율이 51대49로 나오면서다. 대영제국에 낙조가 드리워진 지는 오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대양 육대주에 널려 있던 식민지가 대부분 독립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란 명성도 옛말이 됐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보수당 마거릿 대처와 ‘제3의 길’을 내세운 노동당 토니 블레어 집권기간 반짝 회복세였던 ‘늙은 제국’의 위용은 다시 곤두박질칠 참이다. 영국의 국호는 ‘그레이트 브리튼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다. 1707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합치면서 쓰게 된 그레이트 브리튼이란 말은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더는 쓸 수 없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의 4개 구성 요소는 본래 이질적이다. 개신교 대 성공회나 가톨릭, 앵글로색슨 대 켈트 등 종교·민족 갈등이 뒤엉켜 있다. 오죽하면 난동을 일삼는 축구팬을 일컫는 훌리건이란 말이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간 경기에서 유래했겠는가. 물론 오는 18일 찬반 투표 이후 영국이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은 성급하다. 분리독립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영국 조야는 분리독립 시 스코틀랜드도 큰 경제위기를 맞게 된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체첸공화국이나 티베트 및 신장 자치구 독립운동에 직면하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수당 정부나 야당인 노동당 수뇌부 모두 스코틀랜드인에게 ‘연합왕국’ 잔류에 따른 비전을 심어주지 못해 화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서로 네거티브 비방전을 일삼으며 정작 국민에게는 이렇다 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 동반 추락 중인 우리 정치권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구본영 이사대우 kby7@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명인·명물을 찾아서]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한국 최초 민간 수목원’, ‘아시아 최초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인증’,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관광지 100선’.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에 붙여진 수식어들이다. 푸른 눈의 미국인 민병갈(Carl Ferris Miller·1921~2002)씨가 “내가 죽거든 묘를 쓰지 말고 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유언을 남긴 지독한 한국 사랑과 나무 사랑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명품 수목원이다. 회원 등에 한해 빗장을 열던 이곳울 개방한 지 5년이 지났다. 개방 뒤 방문객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개방 전 연간 1만명에 그쳤던 게 2009년 3월 개방한 그해 모두 15만명이 찾았다. 이듬해 16만명에서 2011년 19만 5000명, 2012년 24만 2000명에 이어 지난해 28만 5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수진 홍보팀장은 “다 아는 곳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웃었다. 수목원은 천리포해수욕장과 붙어 있다. 수목원 출입문을 지나자 곧 수국이 반긴다. 연못 주변을 둘러싸고 ‘여름 잔치’를 즐기는 듯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무더위에 지친 눈이 시원해진다. 산성이나 알카리성 등 토질에 따라 꽃 색깔이 핑크나 연보라로 달리 피는 것도 흥미롭다. 연못 왼쪽으로 가다 보면 실바티카니사가 거대한 초록빛 우산처럼 녹음을 드리운다. 북미가 원산인 이 나무는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뻗어 안으로 들어가면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연인들이 좋아해 ‘연인 나무’라는 애칭이 붙었다. 뙤약볕을 피하기에도 좋다. 더 가다 보면 작은 언덕배기에 태산목 ‘리틀 젬’이 향기로운 꽃들을 달고 있다. 목련이다. 봄에 핀다는 상식을 뒤엎고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20㎝가 넘는 꽃송이가 태산처럼 크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이 수목원에서는 ‘민병갈 나무’라고도 부른다. 그가 숨진 뒤 유언을 따르지 못하고 양지 바른 곳에 묘를 썼다가 사후 10년 만에 이 나무 아래 수목장을 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두 연못에는 세계적 희귀 수련인 아마조니카빅토리아와 가시연꽃 등 각종 수련과 연꽃이 수놓는다. 하늘나리, 참나리, 원추리 등은 물론 곧추선 줄기에 보랏빛 고운 꽃을 달고 있는 리아트리스까지, 봄보다 더 화려한 여름정원이 쭉 펼쳐진다. 이 수목원의 가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 5755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7000여종보다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목련류는 400여종으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2020년 국제목련학회 총회가 이곳에서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양에서 귀신 쫓는 나무로 알려진 호랑가시나무 등 희귀 식물이 수두룩하다. 환경부는 2006년 9월 가시연꽃, 노랑붓꽃, 매화마름, 미선나무 등 멸종위기 4종을 지키고자 이곳을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했다. 이 수목원은 인간과 식물이 더불어 공존하는 모범 생태계를 보여준다. 한 시간 넘게 걸으며 들을 사그락사그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들의 노래, 전망대 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는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낙조도 장관이다. 다음달 17일까지 여름꽃 축제가 열린다. 민병갈 추모 사진전도 계속된다. 인접한 만리포·천리포해수욕장은 물론 신진도항, 안면도 등 태안반도를 찾은 이들이 잠시 들러 눈 호강하기 좋은 명소다. 수목원 안 숙박시설에서 자면서 밤새 운치를 만끽할 수도 있다. 입장·숙박 모두 유료다. 개방된 수목원은 민씨가 조성한 모두 59만여㎡의 7개 비밀정원 중 하나(6만여㎡)일 뿐이다. 민씨는 1945년 광복과 함께 미군의 초급장교로 인천에 첫발을 디딘 뒤 전국을 돌아다니다 이곳 황무지를 사들였다. 1970년부터 전 재산을 쏟아부어 미국, 영국 등 35개국 식물학회 등에서 다양한 식물을 수집한 지 30년 만에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키웠다. 평생 독신이었던 그는 1979년 ‘민병갈’로 이름을 바꾸고, 이곳에 묻혔다. ‘나무와 꽃의 보고’인 이곳은 이제 산림청장을 지낸 조연환 원장과 50여명의 직원들이 가꾼다. 조 원장은 “방문객 중 많은 사람이 회원에 가입해 후원할 만큼 수목원이 사랑받고 있다”며 “나무가 행복하고 찾은 사람도 행복한 공존을 꿈꾼 설립자의 철학처럼 자연의 섭리대로 수목원을 관리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지자체 손해 끼친 회계직원 변상하라”

    계약 체결을 잘못해 지방자치단체에 6억 4000만원의 손해를 발생시킨 경남 의령군 회계관리 직원들과 이를 지시한 부군수(경리관) 등에게 감사원이 그 가운데 일부를 개인 변상하라고 판정했다. 감사원은 이들 관련 직원 5명이 “채권 양도방식의 계약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없으며, 지방재정 조기집행이 국정과제로서 독려되는 상황이었다”며 손해금액 가운데 일부인 1억 7000만원의 변상 판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부군수의 잘못된 지시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지 않은 회계책임자들에게 부군수보다 더 많은 책임을 물었다. 감사원은 회계책임자 3명에게 “선금지급을 할 때 문제점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서면이나 이에 상당하는 방법으로 이유를 명시해 그 회계관계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뜻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의령군에 각각 3600만여원을 변상하도록 판정했다. 또 이와 별도로 이들 3명과 잘못된 지시를 한 부군수가 함께 의령군에 5164만여원을 변상할 것을 지시했다. 부당한 지시를 내린 부군수보다 회계책임자들의 책임을 더 무겁게 물도록 한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의령군 회계관리 직원 3명 등 5명은 의령군이 2009년 농경문화 홍보전시관 건립공사 추진 당시 계약 상대인 건설업체가 은행 대출을 받으며 공사금 8억원에 대한 채권을 은행에 넘긴 사실을 알고도 공사대금을 해당 건설사의 하도급 업체에 지급했다. 관련 법규에 따라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주려면 채권은행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업무 담당자들은 이를 알고도 지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0년 의령군이 해당 건설사와 공사계약을 해지한 뒤 8억원을 상환받지 못한 은행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돈을 변제받고, 신용보증기금은 의령군에 소송을 제기해 의령군이 6억 4000만원을 물게 됐다. 감사원은 “공사대금 8억원을 은행에 우선 변제해야 하는데도 채권승낙조건에 어긋나게 은행에 전혀 변제하지 않고 건설회사와 하도급업체에 선금 또는 기성금 등으로 지급해 공사대금을 전액 지출하고도 다시 신용보증기금에 배상해 의령군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정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인천공항고속도 영종대교 휴게소 9일 오픈

    인천공항고속도 영종대교 휴게소 9일 오픈

    9일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영종대교에 휴게소가 문을 연다. 국토부는 인천공항이 우리나라의 관문 노릇을 하는 만큼 외국인 이용객도 많을 것으로 보고 다른 휴게소와 차별화된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우선 휴게소 전면 광장에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을 형상화한 24m 크기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다. 곰 조형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세계 기네스북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에게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한류문화 콘텐츠 매장, 한국 디자이너 보석 매장 등을 입점시키고 피규어(사람이나 영화 캐릭터 등을 본뜬 인형) 전시관, 캐릭터 상품점 등도 마련된다. 국내 최초로 운영해 온 ‘느린 우체통’(우편물을 1년 뒤 배달해 주는 우체통)을 느린 우체국으로 확대해 잊혀져 가는 편지 쓰기 문화를 되살리고 방문객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특히 고속도로 이용자 외에 지역 주민이나 경인아라뱃길을 찾은 관광객도 걸어서 이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아라뱃길 경인항 인천터미널 근처에 진입 통로를 마련했다. 휴게소의 판매 시설은 매일 오전 8시∼오후 8시, 주유소는 오전 6시∼오후 10시 문을 연다. 국토부는 “영종대교 휴게소는 영종대교와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산을 품은 섬 사람도 함께 품었네…경남 통영 사량도

    산을 품은 섬 사람도 함께 품었네…경남 통영 사량도

    섬의 이미지는 고독이다. 뭍과 단절된 거리가 길수록 더욱 그렇다. 한데 경남 통영의 사량도는 달랐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엔 밀려드는 사람으로 섬이 물에 잠길 정도라던가. 평일에도 오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그만큼 섬 내 분위기도 들떠 있었다. 그 탓에 섬 특유의 적요한 맛은 덜했지만 풍경만은 더할 나위 없이 멋졌다. 섬의 이미지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기 충분할 정도로. 섬은 곧 산이다. 난바다에 불쑥 솟아 평지를 찾기 힘들다. 사량도는 그 명제에 더없이 충실하다. 섬에 논은 달랑 한 곳. 답포마을 어귀의 ‘주먹만 한’ 논배미가 전부다. 나머지는 산, 그것도 죄다 선 굵은 암봉들이다. 마을과 마을은 자드락길로 이어져 있다. 산등성이 에두른 길을 따라 걸으면 트레킹이요, 길의 등줄기를 차고 오르면 곧 산행인 셈이다. 사량도는 윗섬(上島)과 아랫섬(下島), 수우도 등 유인도와 크고 작은 8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섬인 상도와 하도 사이엔 ‘동강’(桐江)이라 불리는 해협이 흐른다. 갈지자로 흐르는 해협은 꼭 뱀을 닮았다. 예전엔 이 해협을 ‘뱀 사’(蛇)자를 써 ‘사량’(蛇梁)이라 부르기도 했다. 섬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사량도를 찾는 이 가운데 열에 아홉은 섬 산행이 목적이다. 윗섬의 한가운데를 지리산(398m)과 불모산(400m), 옥녀봉(303m) 등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공룡의 등뼈 같은 암릉을 따라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종주산행의 총거리는 약 7㎞. 4~5시간은 족히 걸린다. 면사무소가 있는 금평리에서 옥녀봉까지만 다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산행시간은 2시간 안팎으로 확 줄어든다. 물론 그 대가로 지리산에서 가마봉 등을 거치며 맞는 장쾌한 풍경은 포기해야 한다. 지리산은 윗섬에 있다. 내년쯤이면 윗섬과 아랫섬을 잇는 연도교가 완공될 터. 머지않아 무시로 두 섬을 오가며 거친 자연을 즐길 날도 올 게다. 통영 가오치항에서 배를 타면 윗섬 금평리에 닿는다. 뱃머리에서 맞는 섬의 첫인상이 강렬하다. 나라 안 대부분의 섬이 성난 고양이처럼 등줄기를 곧추세운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사량도는 그게 도드라졌다. 공룡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스테고사우루스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섬 위로 쭉쭉 솟은 연봉들이 녀석의 등뼈를 빼닮았다. 여기서 팁 하나. 섬에서 1박을 할 경우 해넘이를 어디서 맞을 것인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예컨대 통영에서 오후 5시 배를 타고 들어간다면 배에서 해넘이를 맞게 된다. 사파이어빛 바다와 주황빛으로 물든 하늘이 더없이 빼어나다. 섬 안에선 돈지마을이 첫손 꼽히는 낙조 감상지다. 돈지마을에서 내지마을로 가는 자드락길도 일몰 감상 최적지로 꼽힌다. 산행 들머리는 돈지마을이다. 내지마을에서 오르는 경우도 흔한데, 두 길은 어차피 지리산 정상 못미처 합류한다. 주민들은 지리산을 ‘새들산’이라고도 부른다. 새들은 ‘사다리’를 뜻하는 사투리 ‘새드래’의 변형으로 보이는데 하늘로 뻗친 산의 자태가 사다리를 닮았다는 뜻인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야 할 정도로 험한 산이란 뜻인지는 불분명하다. 지리산은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칼날 같은 암릉 사이를 기다시피 해야 하는 구간이 수두룩하다. 달바위와 가마봉, 옥녀봉을 품은 불모산 쪽도 마찬가지. 향봉과 연지봉에 두 개의 출렁다리가 놓이기 전만 해도 종주산행에 예닐곱 시간이 걸릴 정도로 난코스였다.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거나 직벽에 세워진 계단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내려가야 하는 구간도 있다. 물론 그 맛에 암릉을 타기는 하지만, 철책과 계단 등 각종 안전시설물이 조성된 요즘도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돈지마을에서 30분 남짓 숲길을 오르면 난데없이 하늘이 뻥 뚫린다. 바로 여기부터 풍경의 잔치가 시작된다. ‘방울 토마토 같은 해가 넓고 파란 바다 위로 떠오르고, 고만고만한 섬들과 포구가 그럴싸하게 어우러졌다’라고 쓰고 싶었지만, 아뿔싸 사위가 미세먼지로 자욱하다. ‘세계의 공장’을 이웃으로 둔 탓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바다는 파란빛을 잃었고 다도해는 희뿌옇게 흔적만 남았다. 그나마 가까이 도열한 암릉들의 장쾌한 풍경이 아니었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뻔했다. 산행코스는 지리산과 달바위를 거쳐 가마봉과 옥녀봉을 순서대로 찍는다. 여느 산처럼 조붓한 맛은 없지만 바위절벽 늘어선 악산(岳山)답게 시종 다이내믹한 풍경을 선사한다. 가마봉 아래 직벽 바위에 ‘걸린’ 철제 계단을 덜덜 떨며 내려가면 지난해 놓인 보도 현수교(출렁다리)가 산객들을 반긴다. 향봉과 연지봉 등 2개 구간에 각각 39m, 22.2m로 놓여졌다. 출렁다리가 없었다면 밧줄에 의지한 채 두 암봉을 거푸 오르내렸어야 할 터. 생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종주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는 옥녀봉이다. 딸이 자신을 범하려는 짐승 같은 아버지에 맞서다 끝내 몸을 던졌다는 곳. 옥녀봉은 예부터 섬 주민들이 경원시했던 공간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옥녀봉에 구조물을 세우는 걸 용납하지 않는단다. 옥녀봉에 해발고도를 알리는 표지석 대신 관광객들이 하나둘 쌓은 돌탑이 세워져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섬 일주도로도 잘 조성돼 있다. 길이는 17㎞쯤 된다. 걸어서는 4~5시간, 차로는 30분 남짓 걸린다. 자전거로 돌아보는 이들도 많다. 수단이 무엇이건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게 좋겠다. 산자락에서 굽어보는 풍경과 길에서 마주하는 섬은 사뭇 다르다. 글 사진 통영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 통영 가오치항(647-0147), 사천 삼천포항(832-5033), 고성 용암포(673-0529)에서 각각 여객선이 출항한다. 가오치항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홀수 시간에 운항한다. 사량도 금평리 선착장까지 40분 남짓 소요된다. 어른 5000원(이하 편도 기준), 초등학생 2500원이다. 차는 경차 1만 1600원~중대형 1만 6200원. 상도와 하도를 오갈 때는 1100~2200원이다. 사량수협 홈페이지(www.saryang-suhyup.co.kr) 참조. 가오치항에서 통영행 버스는 오전 8시 40분~오후 6시 40분 짝수 시간 40분에 출발한다. 부산교통 645-2080. 고성 용암포에선 하루 4회(주말, 공휴일 5회) 내지마을까지 운항한다.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경차는 8000원, 승용차 1만원. 운전자 1인은 무료다. 20분 정도 소요된다. 사천 삼천포항에서는 오전 8시 10분 첫 배를 시작으로 하루 4회, 주말과 휴일에는 6회(11~2월) 운항한다. 1688-2054. 사량도에 닿으면 먼저 배 시간과 함께 사량도 마을버스 운행시간을 확인한 뒤 등반시간을 짜야 한다. 사량면사무소 650-3620. →맛집 요즘 대구가 잘 잡힌다. 3~4명이 먹을 경우 대구회 8만~10만원. 볼락회 5만원. 해산물 모둠 1만 5000원이다. 가격은 내지마을 포장마차촌이 다소 저렴한 편이나 대체로 별 차이는 없다. →잘 곳 면사무소가 있는 금평리에 민박을 겸하는 식당들이 많다. 대개의 경우 사량도 서쪽의 내지나 돈지를 산행 들머리 삼아 금평리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섬 산행 명소인 만큼 마을 곳곳에 펜션도 많다. 사량도펜션넷( www.saryang.net) 참조. 사량도에서 가장 큰 숙소였던 사량섬유스호스텔은 최근 영업을 중지했다. 혼자 섬을 찾은 이라면 사량여관(642-6056)이 무난하다. 시설은 낙후됐지만 숙박비가 저렴하고 선착장이 가깝다.
  • 해돋이에 눈이 ‘희희’ 맛있는 음식에 입은 ‘낙락’

    해돋이에 눈이 ‘희희’ 맛있는 음식에 입은 ‘낙락’

    한국관광공사가 새해 1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도시 일출 명소’가 테마다. 여건상 먼 일출 명소까지 가지 못하는 도시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며 한 해의 결의를 다지라는 뜻이다. 일출 명소 주변 맛집과 볼거리 등을 꼼꼼하게 챙겼고 추천 여행 코스도 제시했다. 해맞이 명소 관련 정보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http://korean.visitkorea.or.kr)에 자세히 나와 있다. #유달산 일출과 목포 5미(味) 유달산은 항구 도시 목포의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오르기도 어렵지 않다. 대략 30분 안팎이면 정상인 일등바위에 닿는다. 장쾌한 풍경을 손쉽게 눈에 담는 게 미안할 정도다. 일등바위에 서면 남쪽으로는 다도해가, 북쪽으로는 도시 풍광이 진경산수화처럼 펼쳐진다. 특히 겨울철 월출산 너머로 펼쳐지는 해돋이가 장관이다. 일출 명소로 분류되긴 했지만 해넘이도 그에 못지않게 빼어나다. 목포를 감싸듯 길게 이어진 고하도와 용오름길, 삼학도에 들어선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달리도 해양유물전시관, 공룡 알 화석이 전시된 목포자연사박물관, 다순구미 마을 등도 함께 돌아보는 게 좋겠다. 여기에 목포 5미(세발낙지, 홍탁삼합, 꽃게무침과 꽃게장, 민어회, 갈치조림)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오감 만족 목포 여행이 된다. 관광공사에서 추천한 1박 2일 여행 코스는 첫째 날 고하도 용오름길→목포근대역사관→이난영공원→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낙조대 일몰, 둘째 날 유달산 일출→목포근대역사관→이훈동정원→구 목포일본영사관→갓바위→해양유물전시관→목포자연사박물관→목포종합수산시장, 목포시서남권수산물유통센터 순으로 돌아보는 것이다. 목포시청 관광과 (061)270-8432. #도시 품은 새해 일출, 대구 앞산 대구 앞산은 남구와 수성구, 달서구 등에 걸쳐 있다. 오래전부터 도심 해맞이 명소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주변이 도시 자연공원으로 꾸며진 데다 도심에서 멀지 않아 해마다 160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1월 1일엔 산성산 정상(항공무선표지소 입구 헬기장)에서 7시 10분부터 해맞이 축제도 열린다. 일출 예상 시간은 오전 7시 35분. 모든 참가자에게 따뜻한 어묵과 커피, 녹차 등이 제공된다. 모둠 북과 타악 합주 등의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약령시는 대구에서 첫손에 꼽히는 볼거리다. 남성로 일대에 약재상이 밀집해 있으며 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도 들를 만하다. 약전 골목 인근에 난 샛길(진골목)로 빠지면 근대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약령시에서 멀지 않은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손꼽히는 상설 재래시장이다. 호떡, 만두, 칼국수 등 먹거리가 가득하다. 앞산으로 가는 길목에 형성된 안지랑 곱창거리와 앞산 카페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음식 골목이다. 관광공사 추천 1박 2일 코스는 첫째 날 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근대 골목 투어→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앞산 카페거리→안지랑 곱창거리, 둘째 날 앞산 일출→서문시장→83타워→스파밸리 순으로 도는 것이다. 대구시청 관광문화재과 (053)803-6512. #한강과 마천루 너머 해돋이, 서울 선유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은 한강과 도심의 마천루를 바라보며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대중교통과의 연결 동선이 편리해 노약자, 장애인 등이 새해 일출을 즐기기에 맞춤하다. 보행자 전용 다리인 선유교는 특급 해돋이 감상 포인트다. 양화대교 너머 LG ‘쌍둥이 빌딩’ 사이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섬 주변엔 겨울 철새가 많다. 특히 눈 내린 뒤 섬이 설국으로 변하면 해돋이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선유도는 뭍이었다. 야트막한 언덕이어서 ‘선유봉’이란 이름도 얻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이후 채석장 등으로 쓰이면서 마구 파헤쳐져 섬의 형태로 변하게 됐다. 선유도에서 절두산순교성지와 또 다른 일출 명소인 하늘공원도 지척이다. 1박 2일 코스는 첫째 날 선유교 일출→선유도공원→절두산순교성지→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둘째 날 망원시장→합정동 카페거리→하늘공원 순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선유교 일출→선유도공원→절두산순교성지→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하늘공원 순으로 돌아보면 근사한 일출 여정이 된다. 선유도공원 (02)2634-7250. #첫 일출과 도시 전망을 한곳에서, 대전 보문산 경부선 대전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해돋이와 멋진 도시 전망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 보문산이다. 일출 감상 포인트는 보문산성 장대루다. 등산로는 야외 음악당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보문산성까지 30~40분 걸린다. 보문산 입구에서 중턱의 야외 음악당까지는 포장도로라서 차량 접근도 가능하다. 추위로 꽁꽁 언 몸은 칼국수로 녹인다. 대전은 칼국수 골목이 따로 형성돼 있을 만큼 칼국수집이 많다. 사골칼국수, 멸치칼국수, 얼큰이칼국수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전역 앞 신도칼국수는 대전시가 인증한 ‘3대, 30년 전통 업소’다. 사골 국물에 들깨가루를 듬뿍 넣은 칼국수가 유명하다. 성심당 튀김소보루도 맛보자. 바삭한 소보루빵(곰보빵)의 식감과 팥소의 달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하루 1만개씩 팔린다는 ‘전설적인’ 빵이다. 은행동 ‘으느정이 문화거리’는 꼭 둘러볼 것. 대전의 명동이라 불리는 곳으로 길이 214m, 폭 13.3m 규모의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영상 구조물 ‘스카이로드’가 자랑이다. 매일 저녁 30분씩 네 차례에 걸쳐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인다. 월요일은 쉰다. ‘효’를 주제로 세워진 뿌리공원을 곁들인 일정도 괜찮다. 첫째 날 성심당→스카이로드, 둘째 날 보문산 일출→뿌리공원→대전 오월드를 돌아보는 1박 2일 일정이 무난하다. 대전시청 관광산업과 (042)270-3973.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낙하산 인사·파벌싸움·주인의식 부재 ‘12년 곪은 상처’ 터졌다

    낙하산 인사·파벌싸움·주인의식 부재 ‘12년 곪은 상처’ 터졌다

    KB국민은행은 자산 286조원에 28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은행이다. 하지만 요즘 만신창이가 됐다. 그동안 쌓여 온 비리와 부실, 불통과 비효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과거 하늘을 찔렀던 직원들의 자부심도 땅에 떨어졌다. 2001년 11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통합 국민은행이 출범한 지 만 12년. 오랜 낙하산 인사와 내부 파벌싸움, 주인의식 부재 등이 키운 국민은행의 위기는 다른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들보다 ‘CEO(최고경영자) 리스크’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당시 강정원 행장과 황영기 회장의 불협화음, 뒤이은 불명예 퇴진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4대 천왕’으로 꼽힌 어윤대 전 회장 등도 낙하산 논란을 불렀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반복된 낙하산 인사가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당선자는 최근 사태에 대해 “금융지주 출범 후 KB금융과 은행이 낙하산의 놀이터가 됐고 관치가 득세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낙하산 인사들은 국민은행 특유의 기업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단기 성과주의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속된 낙하산 인사는 조직 내부 통제력의 약화로 이어졌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낙하산 인사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고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비리와 부실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결국 오랫동안 쌓여 온 관치금융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대등 합병 이후 쌓여 온 파벌 다툼과 그로 인한 주인의식이 없는 조직문화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금융계 인사는 “아직까지도 국민은행에서는 ‘국민 출신’끼리, ‘주택 출신’끼리만 통한다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는 CEO가 바뀌면 직원의 80%가 자리를 이동한다고 할 정도로 조직 운용의 장기적 비전이 없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충실하기보다는 사내 정치에 급급하게 되고 한탕주의 풍조가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늦게 민영화돼 공공기관 특유의 방만한 문화가 다른 은행들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주인 의식 부재는 이번 사태를 겪는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임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사태에 대해 “주인의식이 없어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지난 27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금융사고는 몇몇 개인의 잘못이 아닌 은행장인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직원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조직을 대표한다는 주인으로서 자부심이 없어서인지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보고서도 정확도가 떨어지고 면피성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신한이나 하나은행같이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점을 현 사태의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올 7월 임 회장과 이 행장 선임과 관련해 낙하산 논란이 일자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한이나 하나처럼 조직이 안정되고 강력한 내부 1인자가 있는 곳이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계 인사는 “신한이나 하나는 늦게 시작한 만큼 특유의 파이팅 기질이 있지만, 국민은행은 오랫동안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28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객신뢰 및 임직원 윤리 회복을 위한 실천 결의’ 행사를 가졌다. 이 행장은 “이번 사태는 관련자 몇 명의 처벌과 대국민 사과 등으로 적당히 얼버무릴 사안이 결코 아니다”면서 “은행장을 포함한 모든 경영진과 2만2000명 직원 모두가 책임을 느끼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국민은행 내부 고위 관계자조차 “이번 사태는 10년 이상 누적된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면서 “어지간한 자정 결의와 경영 쇄신 노력으로는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태 해결 노력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다. 윤석헌 교수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있어야 내부 구성원들이나 외부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감사 부서는 부실 사태나 위법 적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장이 직접 책임지는 준법감시부에서 비리문제를 책임지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쉼을 품은 나… 가을의 선물 남도 단풍

    쉼을 품은 나… 가을의 선물 남도 단풍

    여기저기서 단풍 예찬이 한창이다. 일상이 바쁜 당신, 어떻게든 시간을 내 가 보고는 싶은데 명소가 너무 많다 보니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고민을 덜어 주는 단풍 명소들이 있다. 언제 가도 아름답고 단풍철이면 더 고혹적인 곳, 전북 고창의 선운사와 전남 장성의 백양사다. 명소를 넘어 ‘단풍의 전설’이 돼 가는 두 절집을 다녀왔다. 지난주에도 절정은 아니었다. 절집 안팎을 둘러친 ‘애기단풍’들은 이제야 발그레해지기 시작했다. 두 절집 간 거리도 멀지 않아 1박 2일로 묶어 돌아볼 수도 있다. ‘애기단풍’들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까지 한껏 무르익은 자태를 선보일 듯하다. 남도 단풍은 이제부터가 절정이다. ‘구름 속에서 참선하기’(선운·禪雲)란 애당초 글렀다. 사방을 둘러친 단풍 숲의 자색이 이리 고우니 참선은 고사하고 정신줄 놓지 않게 꽉 붙들어 매야 할 판이다. ‘호남의 내금강’ 선운산 이야기다. 선운산은 낮다. 최고봉이 불과 336m다. 그 주변으로 300m 안팎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크레용팝’의 춤사위처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도 근동에선 내금강 운운하며 제법 명산 대접을 받는다. 수려한 산세와 웅장한 암벽 등 산에 깃든 옹골찬 풍경 덕이다. 산의 원래 이름은 도솔산이었다. 불가의 시선으로 보자면 미륵보살이 머무는 정토(淨土)다. 산 아래로 흐르는 개천은 도솔천, 그 주변은 도솔계곡이다. 이게 선운산으로 바뀌었다. 도솔산 들머리를 타고 앉은 절집 선운사가 명찰의 반열에 오르면서 주변 산의 이름마저 바꿔 놓은 거다. 높이로만 따진다면 선운산의 체급은 경량급이다. 한데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는 중량급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절정은 역시 단풍철이다. 선운사 주변 도솔계곡 일대가 물감을 칠한 듯 붉고 노랗게 변한다. 이 장면을 도솔천이 또 한번 비춰 낸다. 감동 두 배의 풍경이다. 산이 높지 않으니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동네 야산을 산책하는 것보다 조금 더 힘을 쓰는 정도다. 예닐곱 시간씩 걸리는 선운산 일주산행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선운사에서 도솔계곡 안쪽으로 들어가 도솔암~내원궁~낙조대~천마봉을 거쳐 다시 도솔암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호한다. 풍경과 역사를 고루 엿볼 수 있는 핵심 코스다. 거리는 주차장에서 천마봉까지 약 4.7㎞. 빠른 걸음으로 3시간 안팎에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선운사와 도솔암, 내원궁 등을 천천히 돌아본다 해도 4~5시간이면 충분하다. 개중엔 도솔암 내원궁까지만 보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한데 천마봉 오르는 길에서 굽어보는 풍광을 놓친다면 단언컨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도솔암 뒤편 산자락을 10분 남짓 오르면 낮은 산이 선사하는 큰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도솔계곡이 왜 국가 지정 명승이 됐는지도 여실히 알게 된다. 선운사 주차장에서 보행자 전용 통로를 따르면 곧 일주문이다. 여기 단풍도 좋다. 노란 은행나무와 애기단풍 등이 잘 어우러졌다. 길은 도솔계곡과 절집 담장 사이로 이어진다. 울긋불긋 제 빛깔을 내는 단풍나무도 있긴 하나 선운사 단풍의 백미로 꼽히는 도솔계곡 주변의 거목들은 여태 푸른빛을 띠고 있다. 이번 주말쯤 완전히 붉어진 뒤 이달 중순까지는 절정의 자태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선운사의 아침은 사진작가들이 연다.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면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작가들로 도솔계곡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진작가들 가운데는 홍콩,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도 있다. 남도 단풍의 빼어난 자태가 인근 나라들에도 알려진 것. 바야흐로 ‘단풍 한류’가 도래하려는 게다. 사진작가들처럼 특정한 시간대에 선운사를 찾지 않아도 되는 여행자라면 점심 무렵 방문하기를 권한다. 머리 위까지 올라온 해가 도솔계곡 이곳저곳에 고르게 볕을 비출 때라야 단풍의 제 빛을 감상하기 좋다. 느릿느릿 선운산 단풍을 눈에 담은 뒤엔 낙조대에 오른다. 물론 해 지기 전에 올라야 한다. 운이 좋다면 멀리 서쪽 바다 너머로 펼쳐지는 기막힌 저물녘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선운사를 휘휘 돌아 계곡 옆으로 나오면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과 만난다. 길은 평탄하다. 야트막한 오르막은 있지만 된비알은 없다. 무엇보다 단풍 든 풍경과 동행할 수 있어 좋다. 도솔암까지 줄곧 이런 길이 이어진다. 선운사길은 보은길 혹은 소금길로도 불린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백제 위덕왕 24년(577) 검단선사가 선운사를 창건할 당시 선운산 주변엔 산적들이 들끓었다. 검단선사는 이들에게 소금 굽는 법을 가르쳐 도적질을 그만두게 했다. 양민이 된 산적들은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검단선사에게 보은염(報恩鹽)을 보냈다. 그때 소금을 운반했던 길이 바로 선운사길이라는 거다. 지금도 선운사 일대에선 이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선운산은 문화재를 여럿 품고 있다. 동백나무숲(184호), 장사송(354호) 등은 천연기념물이고 선운사 대웅전(290호)과 도솔암 마애불(1200호) 등은 보물이다. 도솔계곡 자체가 ‘보물’이기도 하다. 국가지정 명승(54호)이다. 이 모습은 계곡 밖에서 봐야 한다. 도솔암에서 천마봉 쪽으로 난 철제 계단 옆의 무명 바위가 전망 포인트다. 벼랑 위에 아슬아슬하게 기댄 도솔암 내원궁과 늙은 호박처럼 동글동글하게 어깨를 마주한 암벽들, 그 아래로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도솔계곡 단풍들이 눈에 들어찬다. 절정의 풍광이다. 예서 천마봉까지는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천마봉 정상은 너른 너럭바위다. 다리쉼하기 딱 좋다. 내원궁은 도솔암 위쪽, 천마봉 맞은편에 있다. 이번 단풍 여정에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곳이기도 하다. 내원궁은 수령이 오래된 단풍나무들이 에워싸고 있는 작은 암자다. 단풍나무 잎은 어린아이 손톱만 하다. 이른바 애기단풍이다. 한데 나뭇잎들이 파랗다. 저 나무들이 죄다 붉은 옷으로 갈아입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객이 쏟아내는 탄식으로 암자 앞 뜨락이 가득 찰 판이다. 내원궁까지는 161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108번 참회하고 53번 선지식을 친견하는 심정으로 디뎌야 마음이 정갈해진다는 뜻에서다. 내원궁에서 마주하는 천마봉과 낙조대 등의 풍광도 제법 옹골차다. 도솔암의 자랑은 마애불이다. 내원궁을 떠받친 암벽 칠송대(七松臺)의 한쪽 벽면에 조각돼 있다. 높이는 13m, 너비는 3m다. 고려 초에 유행한 거불 양식이 잘 살아 있는 미륵불이다. 여태 선명한 얼굴과 두 손을 보자니 수백년 세월이 새삼스럽다. 불상의 배꼽에는 검단선사가 봉해 둔 비결이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미당시문학관이 있는 선운리 돝움볕마을(안현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마을 뒤편 산자락이 국화와 구절초 등으로 화사하게 단장됐다. 시인 서정주의 묘도 이 산기슭에 있다. 온통 샛노란 국화꽃밭에 서면 벽화마을로 이름난 돝움볕마을과 그 너머 하전갯벌 등이 아슴아슴 펼쳐진다. 선운사에서 8㎞쯤 떨어져 있다. 대산면 성남리 일대에서도 오는 18일까지 국화축제(063-564-9779)가 열린다. 그야말로 수억 송이의 국화와 만날 수 있다. 입장은 무료다. 글 사진 고창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으로 나가 선운사 방면으로 좌회전하고 다시 삼인교차로에서 좌회전해 곧장 가면 선운사다. 선운산관리사무소 (063)560-8681. 백양사는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으로 나와 담양 방면으로 9.6㎞를 달리다 장성군 북하면 소재지에서 891번 지방도로를 타고 4㎞ 정도 더 가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백양사무소 (061)392-7288. →맛집 선운사 주변은 죄다 장어구이집이다. 어림잡아 40곳은 족히 넘는다. 연기식당, 할매집, 신덕식당, 산장회관, 명가풍천장어 등이 알려졌다. 백양사 초입 별궁민속식당은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풍미회관은 한정식, 단풍두부는 두부전골, 산골짜기는 꿩샤부샤부로 각각 이름났다. →잘 곳 선운사 초입에 선운산 관광호텔(063-561-3377)과 선운사 유스호스텔(063-561-3333)이 있다. 송악모텔, 청원모텔 등도 깔끔하다. 백양사 쪽에선 백양관광호텔(061-392-2114), 은혜가족호텔(061-392-7200) 등이 깨끗하다.
  • 바람도 쉬어가는 억새 명소5선

    바람도 쉬어가는 억새 명소5선

    억새를 찾을 때다. 비슷한 시기 절정을 이루는 단풍이 현란한 빛깔로 장삼이사들의 가슴을 달뜨게 만든다면, 억새는 은은한 빛깔로 달뜬 가슴을 차분하게 가라 앉힌다. 억새는 보는 시간대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불리는 별칭도 달라진다. 동틀 녘부터 해가 머리 위에 머무는 오후까지는 ‘은억새’라 불린다. 볕에 반사된 억새꽃이 희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해질 무렵엔 황금빛으로 변한다. 이름도 ‘금억새’로 바뀐다. 이는 억새 감상에 적합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힌트이기도 하다. 전국의 억새 명소를 모았다. 열흘 붉은 단풍은 드물지만, 억새는 달포 넘게 고운 자태를 이어간다. >>‘분지 위 탁트인 전망’ 명성산 억새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세 가지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눈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깔을 보고, 귀로는 바람결에 사각대는 노랫소리를 담고, 손으로는 부드러운 억새꽃의 감촉을 느껴야 한다는 거다. 호사가들의 말이긴 하나 따라 해서 나쁠 건 없지 싶다. 수도권에서는 명성산이 첫손에 꼽힌다.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억새밭은 정상 언저리 능선에 걸쳐 있다. 산정호수 주차장에 차를 두고 등룡폭포 쪽으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명성산 삼각봉에서 내려온 분지 위에 펼쳐진 억새밭이 장관이다. 면적만 20ha(약 6만 평)에 달한다. 탁 트인 전망이 장쾌하고, 능선 아래로 기암과 초원이 번갈아 펼쳐진다. 발 아래 늘어선 산정호수의 자태도 넉넉하다. 27일까지 명성산억새꽃축제가 열린다. 억새밭에 세워진 빨간 우체통이 이채롭다.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정확히 1년 뒤에 배달된다. 팔각정에선 사물놀이, 댄스스포츠 등 흥겨운 잔치판이 열리고, 산정호수에선 미2사단 군악공연 등이 이어진다. 인근 맛집으로 관인면 냉정리 샘물매운탕이 꼽힌다. 메기매운탕만 파는 집인데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는 맛보기 힘들다. (031)533-6880. >>‘억새 바다’ 울주군 간월재 울산 울주군의 간월재(900m)는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68m)의 능선이 내려와 만난 자리다. 두 산의 능선을 타고 내려온 억새들이 간월재에서 거대한 억새의 바다를 펼쳐낸다. 바람이 산자락을 간질일 때마다 하얗게 물결치는 모습은 영락없는 파도다. 최근 ‘영남 알프스’의 1000m급 고봉들을 연결한 29.7㎞짜리 ‘하늘억새길’이 선을 보였다. 하지만 당일 여정을 선호하는 수도권 등산객들에겐 간월재에서 신불산 억새평원을 다녀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들머리는 등억리다. 오르는 길은 다소 벅찬 편.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등억리에 온천단지가 조성돼 있다. 산행 피로를 풀기 좋다. 울주까지 가서 슬도(瑟島)를 안 보고 올 수는 없다.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 끝에 있는 작은 섬인데, 모래가 굳은 사암으로 이뤄진 무인도다. 섬 주변 바위마다 뚫린 작은 구멍들에 파도가 칠 때마다 차르륵 차르륵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지어 졌다. 슬도까지 연륙교가 놓여져 있어 쉬이 오갈 수 있다. 작천정 옆 작천정휴게소는 피라미매운탕이 맛있는 집. 삼남면 교동리에 있다. (052)262-1662. 언양읍 외곽엔 언양불고기집들이 몰려 있다. >>‘꽃이 된 밭’ 정선 민둥산 강원권에서는 정선의 민둥산(1119m)이 첫손 꼽힌다. 60만㎡에 이르는 산자락이 죄다 억새밭이다. 정상 언저리엔 나무 한 그루 없다. 예전 화전민이 일구던 밭이 고스란히 억새밭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들머리는 증산초등학교다. 오르는 길은 급경사 코스(2.6㎞)와 완경사 코스(3.2㎞)로 나뉜다. 두 코스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힘든 건 매한가지다. 발구덕 마을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다. 예서 정상까지는 900m 정도에 불과하다. 된비알이 계속되기는 하지만 30분 안팎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다만 억새꽃축제가 열리는 11월 3일까지는 발구덕 마을로 향한 도로가 통제된다. 정선의 최고 인기 메뉴는 곤드레밥이다. 증산초교 정문 근처 민둥산 가든(033-592-3000), 신동읍 예미리 외곽 도로 앞에 있는 정원광장식당(378-5100), 화암약수 주차장 인근의 두메산골(563-5108) 등이 소문났다. 정선역에서 가까운 동광식당(563-3100)은 황기를 넣어 만든 왕족발과 메밀콧등치기국수를 잘 한다. >>‘서해의 등대’ 홍성 오서산 충남에선 홍성의 오서산(791m)이 가장 앞줄에 선다. 근동에서 가장 높아 ‘서해의 등대’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빼어나다. 정상에 서면 멀리 원산도와 삽시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천수만과 안면도도 손에 잡힐 듯하다. 억새밭은 정상에서 북쪽의 740m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곳곳에 산재한다. 민둥산 등에 견주자면 규모는 작지만 서해와 어우러진 풍광만큼은 어느 억새 명산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억새밭을 붉게 물들이는 서해 낙조가 빼어나다. 이 풍경과 마주하기 위해 오후 3∼4시에 오르는 등산객들도 많다. 광천읍에서 가까운 담산리 상담마을에서 시작해 정암사를 거쳐 오르는 게 일반적인 산행 코스다. 오서산 동남쪽의 명대계곡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다. 산길이 수려하고 경사도 가파르지 않다. 두 코스 모두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산 뒤 보령시의 청라은행마을에 들르는 것도 좋겠다. 수령 100년이 넘는 토종 은행나무 3000여 그루가 마을 곳곳을 감싸고 있다. 26~27일 단풍축제도 열린다. 제철 먹거리를 찾는다면 천수만의 ‘천북 굴단지’가 제격이다. 굴칼국수, 굴밥 등 갖가지 굴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쪽빛 바다’ 품은 장흥 천관산 전남 장흥 천관산(723m)은 팔도를 통틀어 억새 명산으로 인기가 높다. 단순히 억새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석같은 기암들이 널렸고, 그 뒤로 크고 작은 섬들을 끌어 안은 쪽빛 바다가 밑그림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억새밭은 동쪽 연대봉과 서쪽 환희대 사이 약 1㎞의 주능선에 펼쳐진다. 장천재∼장안사∼연대봉∼장천재의 원점회귀산행이 억새 탐승에 최적이다. 장흥에선 먹거리를 탐해도 좋다. ‘남해의 보물’ 득량만에서 다양한 갯것들을 쏟아 내기 때문이다. 워낙 먹거리가 다양해 계절을 구분 짓는 게 부질없지만 굳이 꼽자면 석화(굴)와 장흥삼합 등이 앞줄에 선다. 용산면 남포마을에 굴구이집들이 많다. 일출명소로 유명한 소등섬을 보며 굴 구워 먹는 재미가 각별하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 장흥삼합은 장흥 읍내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수문해변의 바지락회무침도 일미다. 싱싱한 바지락을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썩썩 비벼 낸다. 따뜻한 밥에 올려 비벼 놓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불그스름해지는 한반도 그 멋에 취하리

    불그스름해지는 한반도 그 멋에 취하리

    단풍이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 이달 초 설악산에서 불붙은 단풍은 백두대간을 따라 남녘으로 진군하며 곳곳의 산자락을 원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단풍의 남하 속도는 하루 20~25㎞. 새달 중순쯤 해남 두륜산에 붉은 등불을 켤 때까지 원색의 행진은 계속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www.knps.or.kr)과 기상청(www.kma.go.kr) 등의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단풍 상황과 절정 시기 분포도 등을 게시하고 있다. 단풍 산행을 계획중이라면 먼저 시기와 단풍 상황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떠나는 게 좋겠다. ■18~21일: 설악산, 오대산 첫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이른다. 절정은 산의 80%가 물들 때다. 기상청 등은 지난달 26일 설악산 대청봉(1708m)에서 시작된 단풍이 소청봉(1500m)을 물들인 뒤 11일께 공룡능선과 대승령 서북주릉까지 내려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19일께 해발 500m의 한계령과 미시령, 흘림골까지 물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절정은 18일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쯤엔 천불동과 수렴동계곡, 십이선녀탕 일대, 새달 3일엔 설악산 소공원까지 단풍이 내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오대산 단풍은 기상청 예보 보다 다소 앞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올라가는 ‘선재길’이 단풍 명소로 손꼽힌다. 도로가 개설되기 전 불자들이 오갔던 길로, 오대천을 따라가는 좁은 숲길이다. 거리는 6㎞쯤.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들도 어렵지않게 단풍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상원사에서 중대사, 적멸보궁,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3.5㎞ 코스도 이름났다. 아름다운 절집을 품고 있는 길로 약 1시간 40분 소요된다. ■24~27일-북한산, 속리산, 한라산 중부와 제주의 단풍 명산들은 대부분 이 기간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산 단풍은 백색 암봉과 어우러진 은은함이 일품이다. 산천탐방지원센터~사모바위(2.5㎞, 1시간 40분), 육모정공원지킴터~백운대(3.6㎞, 2시간), 교현탐방지원센터~우이탐방지원센터(우이령길, 4.5㎞, 2시간) 등 구간의 인기가 높다. 북한산 둘레길도 추천 코스. 힘들이지 않고 울긋불긋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속리산은 들머리부터 법주사 초입까지 1㎞가량의 오리숲 단풍이 압권이다. 높이 70m, 길이 50m의 금강 구름다리로 유명한 대둔산(063-263-9949)은 기암단애와 불붙는 단풍의 조화가 빼어나다. 지리산 뱀사골 단풍도 이맘때 절정을 이룬다. 뱀사골에서 간장소까지 왕복 코스(4~5시간), 성삼재나 피아골에서 출발해 뱀사골에 이르는 코스(각 8시간) 등이 붉고 노란 잎으로 뒤덮인다. 계룡산도 충청권에서 손꼽히는 단풍명소다. 특히 ‘춘마곡 추갑사’란 말이 전할 만큼 갑사 인근의 가을 풍경이 빼어나다. 오리숲이라 불리는 갑사 진입로와 용문폭포 등이 널리 알려졌다. ■28~11월 2일-청량산, 적상산, 주왕산 덕유산 줄기인 적상산(赤裳山)은 단풍 물든 자태가 여인의 치맛자락 같다는 산이다. ‘단풍 치마’를 헤치며 오르는 6㎞ 산길이 백미. 적상호와 안국사 등에서 굽어보는 풍경도 여느 명산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 특히 가을이면 곧잘 끼는 물안개 덕에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안국사까지 승용차로 오를 수 있다. 덕유산국립공원 적상분소 (063)322-4174. 청량산은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단풍이 빼어난 곳. 주왕산, 월출산과 함께 나라 안 ‘3대 기악’(奇嶽)의 하나로 꼽힌다. 청량산 맞은편의 축융봉(845m)이 가장 이름난 풍경 전망대다. ‘육육봉’(六六峯)이라 일컫는 청량산 12봉 중 스스로를 제외한 나머지 11봉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선 어풍대도 빼어난 단풍 명소다. 청량산도립공원 (054)679-6653. 주왕산에선 제1폭포 앞 학소대, 대전사에서 제3폭포로 이어지는 4㎞의 주방천이 단풍객들로 북적인다. 주산지도 빼놓을 수 없는 곳. 새벽에 찾아가면 물안개 위로 신기루처럼 떠 있는 단풍의 숲과 마주할 수 있다. ■11월 3~9일: 내장산, 강천산, 선운산 나라 안 첫손 꼽히는 단풍 명소인 내장산은 새달 6일쯤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공원입구~내장사(3㎞·1시간), 공원입구~백양사(2.3㎞·1시간 30분) 등의 코스가 인기다. 내장사 뒤편에서 서래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절경이다. 특히 내장사에서 백양사에 이르는 탐방로는 평지여서 가족 탐방객에게 적합하다. 전북 순창의 강천산은 584m의 야트막한 산이다. 하지만 단풍철엔 내장산에 견줄 만큼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매표소에서 구름다리까지 이어지는 단풍 산책길이 인기가 높다. 평탄한 계곡길을 따라 구장군 폭포까지 다녀오는 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강천산군립공원 (063)650-1533. 전북 고창의 선운산도 단풍 곱기로 소문난 곳. 선운사 입구부터 시작되는 4㎞ 계곡과 도솔암 주변의 단풍이 특히 인기 높다. 낙조대와 도솔암을 둘러 보고 선운사 계곡으로 내려오는 3시간 30분 짜리 등산 코스도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다. 선운산도립공원 (063)563-3450. 아울러 월출산은 새달 4일, 무등산은 6일 각각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11월 10일~: 두륜산, 한려해상국립공원 땅끝 해남엔 가을 소식이 가장 더디게 닿는다. 중부 이북에서 단풍 절정기를 놓친 사람들이 부러 두륜산을 찾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두륜산 단풍은 여러 빛깔의 잎들이 선사하는 풍부한 색감이 특징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가을 산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두륜산도립공원 (061)530-5543.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선 고흥 팔영산이 첫손 꼽힌다. 8개의 아름다운 봉우리와 기암절벽 사이로 선홍빛 단풍이 절경을 펼친다. 정상에 서면 여자만과 다도해의 그림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쪽에선 경남 남해의 금산이 단풍 명소로 입소문 났다.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진도-해海 그리고 서화가무書畵歌舞

    진도-해海 그리고 서화가무書畵歌舞

    진도에선 알게 된다. 왜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왜 소리꾼이 창을 하고, 왜 시인이 시를 쓰는지를. 씹어도 삼켜도 내려가지 않는 응어리를 진도 사람들은 ‘예술’이라 했다. 바다도 울고 칼도 울고 해海 용산역에서 KTX로 3시간을 달려 목포에 내렸다. 호남선의 시작과 끝을 찍는 목포역은 개청 100주년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1913년 태어난 목포역은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겪으며 1세기를 무던히 견뎌냈다. 목포에서 다리 하나만 넘으면 진도다. 진도대교를 넘는 순간, 바다가 흐느껴 울었다. 생명줄을 잡고 있는 존재만이 운다. 그래서 진도대교가 길게 누워 있는 ‘울돌목’은 그냥 바다가 아니다. 좁고 깊은 골짜기를 낀 울돌목의 파도는 제 존재를 증명하고자 부지런히 온몸을 비틀고 꼬았다. 바다의 연주에 맞춰 칼의 노래가 들렸다. 충무공 이순신이 울돌목을 굽어봤다. 순우리말 울돌목을 한자로 대치하면 ‘명량鳴梁’이 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명량을 이용해 이순신은 왜구의 배 330척을 물리쳤다. 그가 거느린 배는 고작 13척뿐이었다. 영웅담은 과대 포장되기 마련이지만, 이순신의 이야기에선 왠지 모를 진정성이 느껴졌다. 허깨비를 좇는 정치에 죽을 뻔하고, 백의종군하던 중 모친상을 당하고, 전쟁 도중 아들을 잃었다. 그건 할리우드 영화 속에 나오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로 피눈물을 흘린 인간의 이야기였다. 매년 울돌목에선 명량대첩일인 음력 9월16일을 기점으로 ‘명량대첩축제’가 열린다. 올해 9월27일부터 9월29일까지 울돌목에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마음으로 싸운 이순신을 만날 수 있다. 진도의 바다는 우는 것도 모자라 시커먼 제 속을 드러냈다. 검게 타들어 간 진도의 가슴은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를 잇는 바닷길이다. 길이 2.8km, 폭 40m의 이 길을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바다 위에 갈색 뱀이 구불구불 기어가는 것만 같다. 뱀의 비늘이 알록달록해 보이는 건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 때문이다. 진도군은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35번이나 치렀다. 지난 4월 나흘간 개최된 올해 축제에는 무려 51만명이 다녀갔다. 매년 4~5월경 잠깐 열렸다가 닫히는 ‘찰나의 길’인지라 여름에 찾은 바닷길은 행방불명이었다. 바닷길을 지켜본 동상 두 개가 ‘기적을 믿어라’고 했다. 목격자는 멀리서 바닷길을 지켜보는 피에르 랑디 동상과 다른 하나는 축제 현장을 지키고 선 뽕할머니 동상이다.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였던 피에르 랑디는 진도의 바닷길을 보고서 ‘모세의 기적’이라 프랑스에 전했고, 그 덕분에 프랑스 신문에 진도가 소개될 수 있었다. 피에르 랑디는 실존 인물이지만 뽕할머니는 전설 속 인물이다. 호랑이가 득실거리는 빈 마을에 혼자 남겨진 뽕할머니가 이웃 섬으로 도망간 가족을 그리워하자 용왕이 ‘길’을 내주었다는 전설은 신비의 바닷길의 모태가 됐다. 신비의 바닷길┃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 신비의 바닷길 74 홈페이지 miraclesea.jindo.g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풍경 앞에선 붓이 춤춘다 서화書畵 진도의 바다 옆에는 늘 논이 따라다녔다. 바다 너머 논, 논 너머 바다…. 물과 흙이 진도 사람을 빚어냈을 것이다. 진도에선 보이는 대로 툭 찍어내는 사진이 아니라 뭉툭한 연필로 쓱쓱 그리고 고운 물감으로 덧칠한 풍경화가 갖고 싶었다. 사물 하나 제대로 스케치하지 못하는 아둔한 손을 원망했다. 재주 없는 외지인의 마음이 이러한데, 진도에 살았던 사람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진도의 미술관은 진도 출신의 작가와 진도의 풍경이 담긴 그림 위주로 전시를 꾸리고 있었다. 서예가 장전 하남호 선생이 사비를 들여 만든 남진미술관은 아늑하고 소담했다. 미술관 정원에는 색이 고운 토기와 조각품이 가득 메워져 있고 별관에는 분청사기, 백자, 청자 등이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미술관 본관으로 들어가면 책에서 봤던 역사 속 인물들이 걸어 다닌다. 이름만으로 무게가 느껴지는 추사 김정희와 한호 한석봉의 글씨를 알현하고, 대원군 이하응의 박력이 느껴지는 글씨도 볼 수 있다.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무정 정만조, 고균 김옥균, 계정 민영환 등의 작품도 미술관 곳곳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미술관의 벽면 한쪽을 크게 메운 그림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다산 정약용의 ‘홍매도’다. 다산의 유배지는 진도가 아니라 강진이건만 정약용이 그린 매화 그림은 진도에까지 진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진도의 그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련의 흔적을 밟아야 한다. 운림산방은 진도 출신의 허련이 여생의 끝자락을 보내던 화실이다. 이곳을 지키는 건 연꽃이 동동 떠 있는 호수와 의젓한 소나무, 하늘거리는 배롱나무 등이다. 운림산방은 배우 배용준과 전도연 주연의 영화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허련은 평생 한 스승를 우러러봤다. 허련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 준 추사 김정희 말이다. 추사는 중국 원나라의 4대 화가로 손꼽힌 ‘대치’ 황공망과 견줄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린다 하여 제자의 호를 ‘소치’라 지어 주었다. 소치 허련이 운림산방에 기거하게 된 결정적 계기도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의 죽음 때문이었다. 허련은 스승을 만나러 제주도까지 찾아가곤 했다는데, 스승을 향한 사랑은 운림산방에서도 느껴진다. 심지어 운림산방은 뜻밖의 선물을 내어 놓았다.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를 본 것이다. 메마른 소나무와 잣나무가 마주 보고 꼿꼿하게 선 세한도에는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글씨가 숨어 있었다. ‘서로 오래 잊지 말자’는 이 말은 귀양살이 중이던 추사가 중국에서 책을 구해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띄우는 감사의 인사다. ‘예술 혼’은 세월의 바람 앞에서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소치 허련에 이어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인 허림, 임전 허문, 허진 등 소치의 집안은 5대에 걸쳐 화가를 배출했다. 호수 오른편에 보이는 소치 기념관에선 소치 집안의 가계도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피는 같을지언정, 각자 그려낸 그림의 느낌은 천차만별이었다. 한집안에서 태어난 작가들의 그림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남진미술관┃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하미길 39 문의 061-543-0777 운림산방┃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315 문의 061-543-0088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진도 Q&A Q.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갤러리가 있다? 그림을 전시하고 커피와 케이크를 파는 갤러리형 카페는 봤어도 그림을 전시하며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곳은 생전 처음 봤다. 진도니까 가능한 일이다. 우초 박병락 선생이 운영하는 ‘작은 갤러리’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자 음식점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수제비와 파전. 진도의 바다를 표류하던 각종 해산물이 수제비와 파전에 들어 있다. 노란 색감이 퍼지는 막걸리도 진도의 특산품인 ‘울금’으로 만들어져 독특하다. 울금은 생강과 식물로 울금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카레의 주원료가 된다. 우초 선생의 그림은 진도스럽다. 진한 먹으로 그려낸 작품에선 검정빛 개펄이 살아 있다. 소나무 너머의 바다, 갯벌의 변화, 낙조 등 작품의 주제는 진도를 비켜가지 않는다. 작은 갤러리┃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죽림리 300 문의 061-544-0071 Q. 진도개? 진돗개? ‘진도개’는 진도를 알리는 일등공신이다. 1993년 5살짜리 진도개 백구가 대전으로 팔려갔으나 주인을 잊지 못하고 7개월간 팔백리길을 달려 옛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얘기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진도개 테마파크에서는 똑똑한 진도개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명연기부터 조련사의 어깨 위에 올라가는 고난이도 묘기도 부린다. 여기서 잠깐! 진돗개와 진도개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사이시옷 맞춤법을 따르자면 ‘진돗개’가 맞지만 진도 사람들은 진돗개를 ‘진도개’라 부른다. 1963년 진도개가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될 당시 진돗개가 아니라 진도개로 등재됐기 때문이란다. 진도개라는 단어에는 ‘진도개’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진도 군민의 자부심이 배어 있는 셈이다. 진도개 테마파크┃주소 전남 진도군 진도읍 동외리 홈페이지 dog.jindo.go.kr Q. 홍주는 섞어야 맛있다? 진도의 특산품은 헤아리기 어렵다. 꼬들꼬들하고 튼실한 돌미역,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불리는 구기자, 한겨울에도 잘 자라는 대파 등…. 수많은 특산품을 비집고 진도 토속주인 ‘홍주’가 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됐다. ‘지초’라는 약초를 가미해 색을 낸 홍주는 이름 그대로 새빨갛다. 도수가 무려 40도를 웃돌기 때문에 주당이 아니라면 그냥 마시기 쉽지 않다. 맥주잔에 맥주를 70% 가량 채운 뒤 홍주를 약간 부으면 마치 맥주 위에 해가 뜬 것 같은 ‘일출주’가 된다. 맥주가 든 맥주잔 안에 홍주가 든 소주잔을 넣으면 ‘일몰주’. 또한 투명한 사이다와 홍주를 섞으면 접점 부분이 분홍빛으로 바뀌어 상당히 곱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핏방울 터트리듯 노래하더라 가무歌舞 “진도 앞에선 서화가무를 자랑하지 마시오”라는 충고는 허풍이 아니었다. 예술이라는 향수를 얼마나 뿌린 것인지, 나중에는 예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특유의 진도 내음이 풍겨 왔다. 아리랑마을 관광지 내 아리랑체험관에서 아리랑은 물론이고 사물놀이, 진도씻김굿 등을 간접 체험했다. ‘지잉’ 징이 울면 바람이 불고, ‘둥둥’ 북이 울면 구름이 따라왔다. ‘꾕꾕’ 꾕과리가 소리치면 천둥이 밀려왔고, ‘덩기덕’ 장구가 움직이면 비가 쏟아졌다. 논밭을 일궈 살기 위해 그들은 악기를 쳤다. 자연을 ‘적’이 아닌 ‘동지’로 만드는 우리 민족의 지혜다.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에서 전승된 ‘남도 들노래’는 아예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남도 들노래 하면 지산면 인지리의 조공례 할머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소리에 미친 조공례 할머니의 윗입술은 “노래하지 말라”는 남편의 돌팔매에 찢겼다. 책 <곽재구의 포구기행>에서 곽 시인은 입술이 찢기던 순간을 “그날 흘린 피가 꼭 매화꽃잎처럼 송이송이 서럽고 고왔는디”라 묘사한다. 윗입술이 찢기고도 ‘핏방울 터트리듯’ 노래한 그녀는 남도들노래 창 기능 보유자중요무형문화재 51호가 됐다. 농사지으랴, 밥하랴, 아이 키우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진도의 부녀자들은 때론 손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남도들노래와 함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강술래의 탄생기다. 이곳저곳 정처 없이 진도를 염탐하다 보니, 해日와 이별할 시간이 오고 있었다. 해와 만나고 헤어지는 건, 먹고 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 아니던가. 그러나 진도에선 해조차 특별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듯 진도의 해는 애잔하게 바다의 품에 안긴다. 떠나가는 해를 보려 세방낙조 전망대로 달렸다. 일몰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공백기를 달래 준 건 진도군립민속예술단의 공연이었다. 중중모리 가락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관람객의 몸 사위를 따라 흘렀다. “고초장, 된장, 간장, 뗏장, 아이고 아니로구나. 초장화, 초장화, 초장화, 장화초, 장화초 아이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흥부가> 중 화초장 대목. 부자가 된 동생 흥부에게서 ‘화초장’을 빼앗아 온 놀부가 화초장을 ‘고초장’이라고 했다가 ‘초장화’라고도 했다가 정신없이 소리 질렀다. 흥부가가 끝나기 무섭게 북을 맨 세 사람이 등장했다. 양손에 북채를 쥐고 북을 장구처럼 양쪽으로 치는 ‘진도북놀이’는 잔가락이 많기로 유명하다. 두 손에 북채를 들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심장도 북의 장단에 맞춰 쿵쿵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쩌렁쩌렁 울리던 소리가 자취를 감출 무렵, 해가 서서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숨을 멎을 듯 말듯 해가 어느 순간 바다에 스며들었다. 아리랑마을 관광지┃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아리랑길 95-5 문의 061-544-8839 세방낙조┃주소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 세방낙조로 문의 061-544-0151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진도군청 www.jindo.go.kr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
  •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주말 인사이드] 모래찜질·해수욕 뜨거운 낮… 늑대와 여우 탐색전 뜨거운 밤

    찜통더위에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 인파도 끊이지 않는다. 태양이 내리쬐는 드넓은 백사장과 탁 트인 바다가 손짓한다. 역동적이다. 델 듯한 뙤약볕과 해 질 녘 낙조, 바다가 만들어 내는 시원한 해조음은 여름철 바닷가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해수욕장의 낮과 밤 풍경 역시 사뭇 다르다. 뜨겁게 달구어졌던 백사장은 밤이면 젊음의 열기로 꽉 찬다. 줄 잇는 축제와 공연은 피서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전국 최대 자연 물놀이장인 부산 해운대구 우1동 해운대해수욕장의 속살을 살짝 들춰 봤다. 광복절 휴일인 지난 15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선 환경미화원들이 힘차게 하루를 열었다. 어둠이 어스레히 묻어나오는 동트기 직전의 오전 4시. 이들은 밤새 백사장에 묻혀 있다가 반쯤 얼굴을 내민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페트병, 맥주병, 비닐봉지 등을 치우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비치 클리너 차량도 백사장을 고르고 쓰레기를 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청소에는 평일 100여명, 주말과 휴일 150여명이 투입된다. 하루 수거량은 3~5t에 이른다. 이수섭 해운대구 청소계장은 “늦어도 오전 7시까지 새벽 청소를 끝낸다”며 “좋아진 기초질서 의식 덕택으로 배출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은 4교대로 24시간 해수욕장을 지킨다. 작업이 끝날 무렵 ‘원반의 불기둥’이 저만치 바다밑을 박차고 솟구친다. 날이 훤해지자 아침 운동과 산책에 나선 간편복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댄다. 인근 식당들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 업주는 “피서철엔 아침 식사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빨강·노랑·파랑 등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해변을 가득 덮으면서 본격적인 손님맞이 채비에 나선다. 3000여개가 일제히 들어선다. 진짜(?) 물놀이가 시작되는 정오부터 햇볕에 달궈진 백사장은 모래만큼이나 많은 인파로 빼곡해진다. 이날 해운대 백사장을 찾은 인파는 50만명을 웃돌았다. 임해행정봉사센터 관계자는 “이어진 무더위에 휴일이라 평소보다 많다”고 말했다. 물살을 가르며 신바람을 일으키는 제트스키는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저만치 날려 보낼 만했다. 모래찜질을 하는 아저씨·아줌마, 비키니 차림의 여성, 곁눈질하는 청년,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 일부 젊은이들은 열심히 가꾼 구릿빛 몸을 한껏 뽐내며 이리저리 백사장을 왔다 갔다 한다. 검게 탄 피서객들은 짠물을 뒤집어써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상인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연방 흐르는 이마의 땀을 훔쳐 내면서도 잔뜩 웃음을 머금고 있다. 한 파라솔 대여업자는 “최근 매출이 껑충 뛰었다”며 웃었다. 동네 사람도 눈에 띈다. 이도인(37·해운대구 우동)씨는 “가까이 살아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챙겨 왔다”고 말했다. 어스름 어둠이 찾아들면 해수욕장은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피서객들은 한낮의 열기에 복수라도 하듯 밤을 한껏 즐긴다. 백사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한다. 가족, 친구, 연인, 대학 동아리 등 다양하다. 젊은 남자들은 부나방처럼 짝을 찾아 나선다. 오가는 여성들을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늑대와 여우’들의 탐색전이 치열하다. 동그랗게 모여 앉은 여성들 주변에는 항상 두세 무리의 ‘늑대’들이 어슬렁거린다. 한 늑대는 “적금도 넣고 보험도 들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리며 건전한 직장인임을 강조하며 접근했다. 살포시 웃는 여우 또한 호감을 보이면서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 김모(25·회사원)씨는 “해운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며 지나가는 여성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인근 호텔과 호프집, 노래주점과 클럽 등에서도 바깥 못잖은 질펀한 놀이가 이어진다. 더러는 추태로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인 이들은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는가 하면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해 안전사고 우려도 키웠다. 술병, 안주, 포장지 같은 쓰레기도 이곳저곳에 나뒹굴었다. 노점상 등도 해수욕장의 무질서를 부추긴다. 술, 젊음이 어우러지다 보니 갖가지 충돌도 발생한다. 해운대 바다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연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운대해수욕장에 무질서와 혼란만 난무하는 건 아니다. 백사장 곳곳에서는 음악 동아리들이 연주와 마술 공연 등으로 피서객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입추를 한창 넘겼지만 아직 한여름인 해운대해수욕장은 낭만과 젊음, 열망과 환희뿐만 아니라 무질서와 추태도 따뜻하게 감싸며 어루만지고 있다. 인고의 세월을 겪어 온 넉넉한 어머니 같은 바다에게 못난 자식이나 잘난 자식이나 소중하기는 다 마찬가지다. 많은 것을 감춰 주고 새로운 것을 잉태한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순천정원박람회] 정원을 품은 순천만

    [순천정원박람회] 정원을 품은 순천만

    바람이 분다. 갈대가 넘실댄다. 언제 가더라도 변함없는 순천만이다. 그러나 최근 황금빛 일색이던 지상에 오만가지 색이 등장했다. 꽃이 가득한 정원이 들어섰다. 순천 정원박람회의 시작이다. 지속가능한 자연 보전을 꿈꾸다 모든 것은 순천만에서 시작됐다. 순천이 알려진 것도, 순천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도, 그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 환경 보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도 말이다. 순천만은 지난 2003년 이후 연간 관광객이 약 1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늘었다. 10년 만에 30배라니. 순천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야 하는 관광지가 됐다. 문제는 관광객을 따라 순천만으로 무분별하게 침투하려는 사업자들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 순천 정원박람회 개최가 확정됐다. 순천만과 시내 사이에 대규모의 정원을 조성해 거대한 울타리 역할을 하도록 한 것. 박람회 관계자로부터 엄중한 취지를 듣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박람회장에 들어설 때는 마냥 마음이 들떴다. 꽃구경 기대에 몸이 달싹였다. 평소 비실용적이라는 이유로 꽃다발 선물을 꺼리던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다. 물론 박람회장의 꽃을 꽃다발과 동급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네모난 정원 속 지구 박람회장은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동천을 기준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나뉜다. 서쪽에는 한국정원과 편백숲이, 동쪽에는 10여 개의 세계정원과 테마정원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쪽으로 입장하든 관람에는 지장이 없지만 서쪽부터 관람하기로 했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정원’이라는 개념을 체험하기 위해선 가장 한국적인 정원부터 봐 둬야 할 것 같았다. 한국정원은 꽤나 소박했다. 낮은 담장엔 눈에 익은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창덕궁의 부용정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했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리네 궁의 풍경이다. 좁은 공간에 방문객이 몰려 다소 북적였지만 그만큼 인기 있는 정원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망대까지 잰걸음으로 다녀온 후 서둘러 ‘꿈의 다리’로 향했다. 이 다리는 동쪽으로 건너가기 위한 관문과도 같아서 늘 사람들이 오간다. 그러나 바삐 지나던 발걸음도 반드시 한번은 멈춰 서게 되는데 벽면을 도배한 14만5,000여 점의 그림 때문이다. 그림도 삐뚤, 글도 삐뚤, 영락없이 어린이들의 그림이다. 대부분 무심히 발길을 옮기며 훑어보는 것에 그쳤지만 할아버지 한 분이 그림 앞에 한참동안 서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차례차례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다리를 설계한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 또한 많고 많은 그림 중 적어도 하나쯤은 누군가의 시선을 잡을 수 있으리라 잠작했을지도 모른다. 박람회장의 동쪽으로 넘어오면 그야말로 꽃천지다. 영국정원, 일본정원, 네덜란드정원 등 10여 개의 세계정원이 호수정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져 있다. 동선은 자유롭다. 10여 개의 정원 중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불쑥 들어가 마음껏 구경하면 된다. 양산백과 축영대의 전설이 담긴 중국정원에 발길이 머물렀다가 베르사유궁전을 연상케 하는 프랑스정원으로 옮겨 가는 식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네덜란드정원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풍차 때문이다. 미니어처마냥 크기는 작지만 축제 분위기를 내기에는 그만한 게 없다. 풍차 아래에는 울긋불긋한 튤립이 만개해 있다. 한낮의 햇살이 한 떨기 한 떨기마다 내리꽂혀 원색의 튤립은 더욱 진하게 제 색을 뽐낸다. 기념사진에 무관심한 이들도 이쯤 되면 단숨에 무너져 버린다. 나 역시 어쩐지 멋쩍지만 인파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몇년 뒤 발견하면 필시 촌스럽기 그지없을 꼭 그런 사진을 말이다. 상관없다. 그것이 축제가 아니던가. 용산전망대에 올라야만 하는 이유 해질 무렵에야 순천만에 도착했다. 안개가 많았고 날이 흐렸다. 구름도 많아 일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어쩌랴. 안개야말로 순천만의 특징인 것을. 무진교를 건널 때는 자연스레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이 떠올랐다. 소설의 배경인 ‘무진’이 순천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순천만의 풍경이 마치 ‘어디에도 없는 곳’인 무진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안개 자욱한 곳으로 묘사되는 무진처럼 순천만의 풍경도 겹겹이 안개에 싸인 채 아득하게 멀어진다. 무진교 너머 갈대밭에서는 갈대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빗살무늬를 그려낸다. 좀더 높은 곳에서 순천만을 굽어보기 위해 용산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까지 함께 오르던 해설사의 손가락 끝에 엄나무, 굴피나무, 생강나무가 걸렸다가 멀어진다. 중턱쯤 올랐을까. 산허리에서 작은 전망대를 만났다. 올라가는 길 내내 무성한 나무에 가려져 있던 순천만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야의 오른쪽이 나무에 가려져 있었다. “용산전망대에 오를 때까지는 탁 트인 전경을 보지 못하죠. 다만 높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순천만을 볼 수 있답니다.” 해설사가 알려주었다. 자연은 한번에 모든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발길을 재촉했다. 늦장을 부리다 일몰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내내 ‘S’라는 알파벳과 ‘낙조’라는 단어가 맴돈다. 물이 빠져 선명하게 새겨진 S자 물길, 그 위에 내려앉은 선홍빛 낙조가 가히 장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일행 중 한 명은 용산전망대에 오를 때마다 그 광경을 보았노라 자랑을 한다. 그 탓에 한 발짝 옮길 때마다 피로물질이 사라지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다. 40분 정도 걸리는 산행을 마치고 이윽고 정상에 도착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이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일몰은커녕 언제 해가 지는지도 모르게 어두컴컴해질 것 같았다. 일찌감치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에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끝이었다. 반나절짜리 뜨내기 손님에게는 불평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대부분 발길을 돌렸지만 미련 때문인지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일몰이라는 환상을 걷어낸, 있는 그대로의 순천만을 바라봤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담백한 맛이 있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속에서 새들과 식물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윽고 어둑해진 순천만은 가없이 넓어 보였다. 아니 실제로 순천만은 넓다. 하마터면 나는 이 드넓은 순천만 앞에서 좁디좁은 물길 하나만을 보고 갈 뻔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전은경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순천만 정원박람회 조직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순천 정원박람회 주제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 기간 4월20일~10월20일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하절기는 오후 7시) 입장료 1일권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박람회 티켓 소지자 할인혜택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낙안읍성민속마을,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순천자연휴양림 무료입장, 송광사, 선암사 입장료 50% 할인 문의 1577-2013 www.2013expo.or.kr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 집을 떠날 때면 가장 먼저 숙소 걱정부터 하게 된다. 순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에코그라드는 구시대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여느 관광호텔과는 달랐다. 객실은 널찍하고 깨끗했다. 특급호텔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푸짐한 조식 덕에 점수를 보태게 된다. 오믈렛, 토스트, 샐러드가 주를 이루며 한식파를 위한 밥과 국도 준비돼 있다. 객실료 디럭스 더블 1박 16만5,000원(조식 불포함), 조식 1인당 1만6,500원 주소 순천시 조례동 1587-4 문의 061-811-0000 www.hotelecograd.com
  • 철거위기 대구 동구 아양철교, 박물관·카페 갖춘 관광명소 변신

    철거위기 대구 동구 아양철교, 박물관·카페 갖춘 관광명소 변신

    철거 위기에 놓인 철교가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난다. 창조적 발상의 결과다. 대구 동구 신암동 아양철교는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아양철교는 동구청 옆길을 따라 300m쯤 북쪽에 있는 금호강 다리다. 이곳에 영상다리박물관, 전망대, 카페, 영상원 등 2층 구조물이 들어선다. 또 철교 중간에는 자전거도로를 겸한 인도가 설치된다. 지역에서는 “강 위에서 낙조를 보고 명상할 수 있는 독특한 시설이어서 앞으로 명소가 될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양철교는 5년 전만 해도 철거될 운명이었다. 동대구역~경북 영천 구간의 대구선 철도 중 대구 도심 구간 노선이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아양철교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여기에다 관리 부서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도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양철교를 철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재만 동구청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양철교는 대구 산업화의 역사를 간직한 구 대구선 유일의 철교”라며 “철거보다는 리모델링을 통해 대구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 청장은 전국 건축디자인과 조경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아양철교 활용 공모전’을 열었다. 공모전에는 서울대 등 전국 58개 대학과 사업체가 응모했다. ‘휴식과 패션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된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전 세계에 하나뿐인 타임 브리지로 만들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청장은 또 사업 타당성 확보를 위해 롯데를 포함한 16개 업체에 사업에 대해 자문하고 투자 참여를 설득했다. 아양철교 사업에 대한 이 청장의 행보는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더 가속화됐다. 곳곳에 장애물도 있었다. 지역 경제 전문가들은 수익 구조가 불투명한 아양철교 명소화 사업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전문 기관에 의뢰한 안전점검 결과도 ‘D등급’으로, 긴급한 보수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도 동구청이 계획한 3층 규모의 시설은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이 같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 청장은 철교 안전문제는 구조 보강으로 해결하고, 3층을 2층으로 규모를 축소해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밀고 당기는 싸움을 했다. 이 청장은 7번이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을 방문해 사업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허가를 내주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 청장은 “창조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열정이 필요하다.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결합될 때 창조가 이뤄진다. 아양철교 리모델링 사업이 그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파란 눈의 한류 전도사들 “한국 문화체험 GO!”

    파란 눈의 한류 전도사들 “한국 문화체험 GO!”

    한류를 좋아하는 러시아 학생과 시인 등이 충남 홍성을 시작으로 한류 원형 체험에 나섰다. 대학생과 시인, 수필가 등 20~40대 초반의 러시아 한류 팬과 박정곤(39) 모스크바 고리키국립문학대학교 교수 등 원정대 6명은 12일 홍성군 장곡면 산성리에 도착, 전통 한옥인 중요민속자료 제198호 조응식 가옥에 여장을 풀었다. 이들은 이날 밤 마을 주민들과 만나 한국의 전통문화와 풍습 등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박 교수는 “K팝 등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지난달 나에게 ‘K팝과 드라마가 한류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국으로 직접 가서 원형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해 일반인까지 참여했고, 각자 자비를 들여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착 이튿날 아삭이 고추를 따고 딸기밭을 정비하는 등 농촌체험을 한다. 종가인 조응식 가옥에서 절하는 법과 차 마시는 법, 전 부치기 등 전통 예절을 배운다. 이어 서부면 속동마을 앞 갯벌에서 각종 바다 체험을 하고 김좌진·한용운 생가 등 유적지도 둘러본다. 서부면 궁리에서는 아름다운 낙조를 촬영하는 시간도 갖는다. 신주철 홍성군 관광계장은 “홍성이 서해안의 중심도시인 데다 전통문화와 갯벌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관광을 한꺼번에 해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첫 방문지로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여행을 ‘푸른 눈의 신 한류 리포트’라고 이름 지었다. 주러 한국대사관·문화원이 자료제공 등 후원을 했다. 이들은 14일 홍성을 떠나 오는 22일까지 열차와 버스를 이용해 전남 순천, 부산 해운대, 경북 경주·영주, 강원 속초·평창·춘천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총 2000여㎞의 대장정을 펼친다. 귀국 후에는 이번 원정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러시아 방송과 인터넷, UCC 등을 통해 한류의 원형과 한국을 알릴 예정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여행에 나선 러시아인들이 한국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행사를 계속 마련하고, 원하는 러시아인들이 많은 만큼 규모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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