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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바이러스처럼 보지 않을까… 환자에겐 더 힘든 ‘낙인’ 트라우마

    나를 바이러스처럼 보지 않을까… 환자에겐 더 힘든 ‘낙인’ 트라우마

    3번 스트레스 심해 심리 안정제 등 투여 17번 “정신적 힘들었는데…” 감사 편지 전문가 “자가 격리자·환자 편견 없애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13일 기준 593명이 가족과 제대로 접촉하지 못한 채 2주 동안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막아 격리자의 가족과 사회를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이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은 질병보다 더 크다. 전문가들은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이 확진환자와 격리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며 ‘낙인찍기’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차·3차 감염을 일으켰던 3번 확진환자(54·남)는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3번 환자가 입원했던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3번 환자분이 많이 힘들어했다”며 “불안과 스트레스 증상이 심해 입원 뒤 정신과 협진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했고 정신·심리 안정제도 투여했다”고 밝혔다. 백종우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격리자와 환자들이 ‘사람들이 나를 바이러스처럼 보지 않을까, 내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지 않을까’라는 불안, 가족과 지인에 대한 미안함, 격리에 따른 고립감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종식된 이듬해 서울 강동구가 격리 대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했고 17.6%는 격리해제 후 6개월이 지나서도 이런 감정을 호소했다. 자가격리경험자가 겪은 부정적 경험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었다. 2015년 메르스 백서에는 “격리해제 후 열흘이 진짜 힘들었다. 집에 있지 왜 나오냐고 다들 피하거나 바쁘니 다음에 보자고. 그게 서러웠다”는 경험담이 기록돼 있다. 당시 많은 확진환자와 격리자들이 주위 회피, 자녀 등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경험했다. 이번에도 16번 확진환자(42·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이를 토대로 신상 털기가 어김없이 재현됐다.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이 나서 심리 상담을 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다른 이들을 지키고자 스스로 격리를 선택한 이들과 환자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면 개인과 공동체에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은 깊은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 교수는 “이들이 오히려 ‘격리를 통해 가족과 사회안전을 지키는데 일조했다’라는 것을 사회가 알아줘야 우리 사회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날 퇴원한 17번 확진환자(37·남)는 의료진에 “독한 독감을 앓은 것 같다”며 “창문 하나 없는 방에서 지내는 정신적으로 힘든 저를 정성을 다해 돌봐주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감사 편지를 남겼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진영 행안부 장관, 코로나19 대응 시흥시 천막시장실 찾아 격려

    진영 행안부 장관, 코로나19 대응 시흥시 천막시장실 찾아 격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전 경기 시흥시를 방문해 코로나19 일선에서 대응하고 있는 현장 인력들을 격려하고 지역 주민들을 응원했다. 이날 진 장관을 포함해 김희겸 경기1부지사 등은 시흥시의 대응사례를 살펴보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첫 일정으로 진 장관은 시흥시 매화동 천막시장실을 찾았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매화동에 천막시장실을 만들고 일상 업무와 회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천막시장실에서 진 장관은 시흥시 코로나19 현황 및 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오익현 시흥경찰서장과 길영관 시흥소방서장, 박명희 시흥보건소장, 윤봉한 매화동주민자치회장과 함백규 매화동통장협의회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시흥시는 지난 1월 28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 지난 9일 시흥시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는 방역과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함께한 매화동주민자치위원들과 통장협의회는 “코로나19 발생지역이라는 낙인효과로 인해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통장협의회가 주축이 돼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으니 곧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임 시장은 “통장협의회를 포함해 많은 유관단체분들이 지역을 위해 힘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 시민여러분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일정으로 참석자들은 확진환자가 다녀간 음식점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임 시장은 “이미 여러 차례 소독과 방역을 했고 안전한 것이 확인됐으니 시민 여러분도 안심하고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마지막 일정으로 역시 확진환자의 이동경로에 포함된 마트를 찾아 시민들을 만나고 직원들을 격려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진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빈틈없이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日 크루즈 대처에 WHO 우려…입항허가·여행객 돌봄 촉구

    日 크루즈 대처에 WHO 우려…입항허가·여행객 돌봄 촉구

    WHO “크루즈 승객 위해 일본 정부 등과 접촉” 세계보건기구(WHO)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관련해 선박의 자유로운 입항 허가(free pratique)와 모든 여행객을 위한 적절한 조처를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밤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어제 중국 밖에서 확인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48명 가운데 40명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든 승객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와 국제해사기구(IMO), 선주 등과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크루즈선 3척의 통관이 지연되거나 입항을 거부당했다”면서 “종종 증거에 기반한 위험 평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 보건 규정’(IHR)에 따라 선박의 자유로운 입항 허가와 모든 여행객을 위한 적절한 조처의 원칙을 강조하는 코뮤니케(공동 선언문)를 IMO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5개국으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 호의 자국 항구 정박과 승객 하선에 동의한 캄보디아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듣기로 웨스테르담 호에는 코로나19 의심 환자나 확진자가 없다고 한다”면서 “이것은 우리가 지속해서 촉구해온 국제적 연대의 한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개인이나 국가 전체를 낙인찍는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해칠 뿐”이라면서 “지금은 낙인이 아니라 연대를 위한 시간”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중국 신규 확진 수치 안정됐지만 조심해야”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6시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자 수가 1114명, 확진자는 4만 4730명이며, 중국 외 지역에서는 24개국에서 사망자 1명, 확진자 441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중국에서 최근 일주일 사이 신규 확진자 수가 안정됐지만, 이는 극히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어떠한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최근 중국에 도착한 WHO 주도의 국제 조사팀 선발대가 좋은 진전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브리핑에 배석한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가 안정화했으며, 발병지인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덜 공격적이고 속도도 줄었다고 전했다. 라이언 팀장은 “그것은 우리에게 (확산) 방지의 기회를 제공한다”면서도 “코로나19의 시작과 중간, 끝을 예견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백신 3∼4개월 후 임상시험 전망” 이와 함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1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린 ‘코로나19에 관한 연구 및 혁신 포럼’의 성과도 소개했다.그는 전 세계 과학자와 정부 관계자 400여명이 참여한 이번 포럼을 통해 연구 단체들은 시급한 사안에 대한 연구에 바로 착수하기 위해 자금 지원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코로나19의 근원과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상 시험을 조정하고 그것들이 일관되고 지속해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마스터플랜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는 포럼에서 4개의 백신 후보가 논의됐다면서 “이들 백신에 임상 개발 전 단계인 초기 단계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는 이 가운데 일부 백신이 3∼4개월 후에는 임상 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의 제약업체 ‘모더나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백신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기생충’이 곧 내 이야기” 한국에만 있는 ‘반지하’가 상징하는 것

    “‘기생충’이 곧 내 이야기” 한국에만 있는 ‘반지하’가 상징하는 것

    4관왕 ‘기생충’의 배경 반지하에 관심 쏠려한국에만 존재하는 공간 반지하에는 분단과 도시화, 빈부격차 담겨 있어누군가에겐 영화 아닌 외면 못하는 현실“내 이야기 같아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기생충’은 스크린 속에만 존재하는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에요. 반지하에 사는 저한테는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라고요.” 직장인 김수혜(가명·30)씨는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에 반지하 셋방을 얻었다.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10만원. 반전세로 힘들게 구한 보금자리다. 도통 익숙해지지 않은 곰팡내, 창문으로 예고없이 침투하는 자동차 배기가스, 누군가 언제든 방 안을 훔쳐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김씨를 괴롭힌다. 영화 속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 가족의 몸에서 같은 ‘냄새’가 나고, 식탁 위에 꼽등이가 기어다니는 설정은 김씨에겐 현실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10일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휩쓴 뒤 반지하라는 거주형태에 외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쓰지 않는 물건을 넣는 창고, 세탁실 쯤으로 인식되는 서양적 사고로 보면 주거지로서의 반지하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기생충의 영어 자막을 만든 번역가 달시 파켓은 반지하를 ‘세미-베이스먼트’(semi-basement)라는 흔치 않은 영어 단어로 표현했고, 영국 BBC는 반지하를 소리 나는 대로 ‘banjiha’로 옮기며 고유명사로 대접했다.반지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개념이다. 분단과 급격한 도시화, 빈부격차라는 우리 현대사의 그림자가 반지하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반지하는 1970년대 전쟁에 대비해 피할 공간을 마련하라는 국가 정책으로 생긴 공간”이라면서 “주거용 장소가 아니었지만 산업화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돼 주거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이들이 반지하에 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지하층의 요건이 완화되면서 지하 거주공간은 더욱 늘어났다. 기존 지하층은 한 층의 3분의 2 이상이 지표면 밑으로 묻혀야 했지만, 규제가 완화돼 2분의 1 이상만 묻히면 지하층으로 인정됐다. 결과적으로 지하를 덜 파도 지하층을 분양할 수 있게 돼 지하주거는 활기를 띠었다. 방을 많이 만들어 세입자를 받으려는 건물주에게 반지하는 수익 창출의 공간이었다. 윤형중 LAB2050 정책팀장은 “가난하지만 안정된 주거 환경을 갖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망과 방을 만들면 만들수록 이익이 되는 건물주의 욕망이 맞물리며 반지하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지하 거주 가구는 36만 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1.9%에 해당한다. 지하에 거주하는 36만 가구 중 약 23만 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다만 반지하에 사는 사람을 점차 줄고 있다. 반지하 가구 비율은 2005년 3.69%(58만 7000가구)에서 2010년 2.98%(51만 8000가구), 2015년 1%로 낮아졌다.건물의 최하층에 있는 반지하는 가장 낮은 사회계급을 상징한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도시 빈민의 최후 선택지가 되기 마련이다. 영화 속 반지하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박 사장(이선균)의 대저택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엄청난 폭우에 기택의 집은 침수되고 화장실이 역류해 온 가족이 이재민이 되지만 박 사장은 다음날 미세먼지가 비에 씻겨나갔다며 정원에서 여유를 즐긴다. 윤 팀장은 “건축단계부터 반지하를 거주공간으로 생각했다면 하수도를 더 깊게 설치해 폭우에도 역류와 같은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지하를 빈곤의 상징으로 낙인찍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도시사회공학을 전공한 박동욱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반지하를 빈부격차의 상징으로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실제 그 공간에 사는 주민들이 빈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부정적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한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반지하는 최근 수년 사이 옥탑방, 고시원과 함께 ‘지옥고’로 불리며 청년 주거문제의 상징이 됐다”며 “영화가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에볼라·메르스… 감염 공포 앞에서도 의료진들의 희생 빛났다

    에볼라·메르스… 감염 공포 앞에서도 의료진들의 희생 빛났다

    ‘45일 후 전 세계 25억 2137만 109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고 5294만 8793명이 사망한다.’ 포브스가 지난 6일 기사에서 언급한 인공지능(AI)의 예측이다. 물론 해당 기사에서 의사들은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은 낮아지고 있으며 날씨, 인구이동통제, 방역 등의 변수가 있다고 반박했다. 인류의 각종 방역 노력이 배제된 수치라는 의미다. 하지만 다소 황당한 AI의 이런 전망은 인간이 극도의 공포심에 사로잡혀 아예 손을 놓는다면 전염병이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인류를 잠식할지를 알려준다. 실제 신종 코로나의 거대한 공포 앞에서 인류는 생존을 위한 이기심을 발휘했다. 반면 페스트,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 전염병의 파고를 넘어 온 인류는 강하다. 이타적인 희생과 협력은 강한 무기다.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 각국의 의료진이 보여 준 노력은 인류의 심금을 울렸다.●AI, 45일 후 전세계 5295만명 사망 예측 ‘생존을 위한 이기심과 남을 위한 희생’이라는 양면의 민낯 중 한쪽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류의 두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은 기술 발전, 환경파괴, 고령화 등으로 전염병에 점점 취약해지는 지구를 위해 필요하다. 전염병 방역의 기본은 ‘질병 확산의 삼각형’(epidemic triangle)으로 불리는 ‘병원균, 확진자, 발병 지역’의 통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3일 신종 코로나 발병 보고를 받고 31일에야 공개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의 보건위원회는 이날 “사람과 사람 간에 퍼졌다는 증거는 없다”고 공표했다. 결국 지난달 23일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하기까지 신종 코로나는 빠르게 확산됐다. 공산당 우한시위원회의 한 서기는 “태국에서 확진환자가 나온 1월 12∼13일에라도 우한의 교통을 봉쇄했다면…”이라고 때늦은 후회를 했다. 시기를 놓친 통제로 우한시도 소위 ‘버려진 도시’처럼 돼 버렸다. 병원은 부족한데 확진환자는 넘치고, 1000명씩 누워 있는 임시 병원은 외려 전염 통로라는 지적이 나오며, 봉쇄 조치로 인근 도시의 병원에 갈 수도 없다. ●中 부실 대응 도마에… 중국인 혐오증까지 중국 당국의 초기 정보 통제는 공산당의 통치 안정, 경제 충격 등이 감안됐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보다 먼저 고려하지 못한 공산당의 부실한 위기대응 능력에 각국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난달 중순 ‘무증상 감염’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면서 중국인 혐오 현상은 더욱 커졌다. 일본 상점들은 ‘중국인 출입금지’를 써 붙였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신종 코로나에 대해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현했다. 각국은 전세기를 띄워 우한 내 자국민을 철수시켰지만 이들을 보균의심자로 보는 여론에 각국으로 귀국한 교민들이 잠복기(최대 2주)를 보낼 숙소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도 우한 지역민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 가디언은 1월 말 베이징의 각급 주민위원회가 집마다 두드리며 우한 체류 경험자가 있는지 조사했다고 전했다. “모든 지역은 가족이고 서로를 부양해야 한다”는 베이징시 관리의 주장은 공허했다. 전염병의 공포는 돈벌이로 변질됐다. 매점매석을 통한 마스크 가격 급등은 일반적이다. 중국 언론이 발열, 기침 등을 다스리는 전통 의약품 ‘솽황롄’(雙黃連)을 신종 코로나 치료법으로 소개하자 ‘짝퉁 약’도 유통됐다. 가짜뉴스도 퍼졌다. 우한의 한 사스 전문가는 따뜻한 소금물로 콧구멍과 목구멍을 매일 아침과 밤 헹궈 줄 것을 추천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소금기가 신종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광욕, 헤어드라이기로 손 말리기 등도 거짓이었다. 심지어 인도 정당 ‘힌두 마하사브하’ 대표는 불 앞에서 힌두교 의식과 함께 소의 오줌이나 똥을 몸에 바르라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 발병 원인을 둘러싼 소위 ‘블레임 게임’(책임 씌우기)도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정보가 에이즈바이러스(HIV)와 일부 유사하다며 우한에 있는 중국과학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힘을 얻었다. 이에 이곳의 한 연구원은 “목숨을 걸고 실험실과 무관하다”고 맞섰다. 중국인 대부분이 박쥐를 먹는 것처럼 묘사하며 책임을 지우는 현상도 에이즈로 동성애자가, 에볼라로 흑인들이 지탄을 받았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이성은 빛났다. 각국이 발원지 이름을 넣어 ‘우한 폐렴’으로 부르던 것을 신종 코로나라는 제 이름으로 바꾼 것은 우한 지역민의 낙인효과를 감안할 때 작지만 큰 첫걸음이었다. 전 세계에서 성금과 방역물품 기부도 잇따랐다. 지난 1일까지 모인 후베이성의 누적 사회 기부금 접수액은 69억 위안(약 1조 1800억원)이었다. N95 마스크 50만개, 기타 일회용 의료 마스크 185만개, 보호안경 7만개 등도 들어왔다. 지난 5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일본, 태국 등 21개국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안후이성의 한 남성이 경찰서에 걸어 들어와 500개의 마스크를 놓고 급히 도망가는 동영상이 중국 온라인에 퍼졌다. 의료진의 희생도 이어졌다. 지난 5일 우한에서 자가용 차량으로 의료진의 출퇴근을 돕던 한 자원봉사자(54)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밤낮으로 차량 탑승자의 체온을 측정하며 일하던 28세 의사도 이날 과로로 사망했다. 중국 산둥성 허쩌에서는 지난 4일 신종 코로나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한 의사가 10분 만에 결혼식으로 올리고 병원으로 돌아간 이야기가 전해졌다. 지난달 27일 인민일보는 우한대 소속 인민병원의 여성 간호사 샨시아(30)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두피가 보일 정도로 짧게 깎았다고 보도했다. ●국경 없는 전염병 피해… 공동방역 체계 필요 문제는 미래 대응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오랜 기간 세계는 공황과 방치의 연속이었다”며 “우리는 발병에 돈을 쏟아넣고 끝난 뒤에는 그것을 잊고 다음 발병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인간의 자연침략으로 동물은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신종 코로나 전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박쥐 등 야생동물 식용을 막으면 좋겠지만 전 세계 76억명이 배고픔에 허덕인다. 지난 7일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284.27㎢로 지난해 1월(136.21㎢)보다 2배로 늘었다. 열대우림이 사라지며 자연에서 분리된 이름 모를 바이러스들은 인간을 새 숙주로 삼곤 한다. 실제 전염병의 발생 주기는 10년에서 5년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 비행기를 통한 인구 이동은 바이러스 확산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각국이 택한 방법은 고립과 국경 차단이지만 외려 불법체류자들이 늘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이 더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피치 못해 쓰는 방법’으로 부른다. 게다가 각국의 전염병 대처능력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핵위협방지구상(NTI)과 존스홉킨스대학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9년 세계보건안전지수(GHS)에 따르면 195개 국가 중 1위인 미국은 83.5점이었지만 중국은 48.2점으로 51위였고 북한은 17.5점으로 193위에 불과했다. 한국은 70.2점으로 9위였다. 미국이나 한국 등 방역 선진국이 스스로를 잘 관리해도 세계는 밀접해졌고 전염병의 피해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 내 다국적 기업들이 매장, 사무실, 공장 등을 닫았고 한국에서는 대학이 개학을 연기하고 확진환자가 다녀간 극장, 식당, 백화점, 사옥 등이 문을 닫았다. 대륙별로 혹은 지역별로 긴급재난구조본부 등의 공동방역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마늘 섭취·소염 연고, 예방 효과 없어요”

    “마늘 섭취·소염 연고, 예방 효과 없어요”

    “확진환자 방문 시설 장기 폐쇄 불필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를 등에 업은 각종 근거 없는 소문이 횡행하자 국내 보건 전문가들이 국민들에게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보건 분야 학술단체인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10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들이 범람해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응역량을 분산시켜 유행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마늘 섭취, 진통·소염 연고 바르기, 중국산 수입식품 배척과 같은 해결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더 크다”면서 “비누로 손 씻기, 기침예절, 발열·기침 환자의 마스크 착용, (의심환자의) 신속한 선별진료소 방문과 해외 여행력을 정직하게 공개하는 것 등이 현재까지 검증된 예방수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확진환자가 방문한 시설과 직장환경의 적정 소독으로 충분하며 장기간 폐쇄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외국인 입국 제한에 있어서는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거나 환자와 접촉자를 비난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확진환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서 “오히려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낙인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신속한 진단과 환자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 시민에게는 “보건소에 자발적 신고를 하고 검사 결과에 따른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취중생]신종코로나에 불안한 우리가 대처하는 법

    [취중생]신종코로나에 불안한 우리가 대처하는 법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지 않나요?” 지난 주 서울 중구 명동의 길거리에서 취재하다 만난 한 시민의 말입니다. 국민 2명 중 1명이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치명적이라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응답자의 49%가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치명력이 클 것이라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1%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망률을 4~5%로 추정하는데, 이는 사스(10%)나 메르스(30~40%)보다 훨씬 낮습니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신종 코로나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7%는 ‘신종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두고 온 생업, 감염 공포, 사회적 낙인과 차별…격리자가 겪는 불안 병원에, 아산과 진천에, 자신의 집에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 클 겁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4개의 국립정신건강의료기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구성된 신종코로나 통합심리지원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 중인 우한 교민들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중단한 학업과 생업에 대한 걱정, 우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대표적입니다. 아이와 함께 입소한 이들은 격리 장소에서 아이를 돌보는 어려움도 겪습니다. 이들은 비록 신종코로나 감염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을지라도 혹시라도 양성으로 바뀌지는 않을까, 여전히 안심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바깥의 상황을 궁금해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방 한 칸에서 홀로 지내는 14일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신종코로나로 격리된 모든 이들은 외로움과 무료함, 걱정과 싸워나가야 합니다.격리 해제도 끝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5 메르스백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당시 자가격리자 가운데 17% 이상은 격리 해제 6개월이 지난 후에도 불안, 우울, 분노, 죄책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영향도 컸습니다. 이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피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격리가 해제됐음에도 “집에 있지 왜 나오냐”는 말을 듣고 학교 등 일상에서도 특별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르스 당시 완치된 확진자도 사람들이 메르스 병력을 알아볼까,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않을까 계속해서 두려워했습니다. 메르스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메르스 백서’를 만들었지만 온라인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사례로 실린 사람들이 자신이 특정될까 불안해 공개를 꺼렸던 이유가 큽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례자들이 불안해 해 온라인에서 백서를 전부 내렸다”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감염병 공포…신체건강만큼 중요한 정신건강 신종코로나 유행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확진자와 그 가족, 격리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챙기는 것은 더 이상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면 오랜 기간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신종코로나 통합심리지원단은 격리된 우한 교민을 위해 다양한 심리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아산과 진천에 격리된 교민 701명 모두는 한국에 도착한 첫 날 심리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검사지가 수합된 365명의 심리 분석이 완료됐습니다. 분석이 완료된 365명 가운데 1%는 ‘고위험군’, 31%는 ‘관심군’으로 분류됐습니다. 나머지 68%는 ‘안정군’에 속합니다. 스트레스, 신체증상, 우울, 불안, 자살위험 다섯 가지 척도가 전부 정상이면 ‘안정군’, 한 가지라도 정상에서 벗어나면 ‘관심군’, 세 가지 척도 이상이 위험이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통합심리지원단은 관심군 이상에 속하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전화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안정군이라 하더라도 통합심리지원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하는 교민도 있었습니다. 현재 아산에는 4명, 진천에는 3명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아산과 진천의 격리시설에서는 매일 오전 10시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진행하는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방송에서는 통합심리지원단이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가 전달됩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정일우씨도 교민들을 응원하는 내용의 녹음을 마쳤습니다. 이 외에도 교민들에게는 정신건강에 대한 안내 책자와 컬러링북, 마사지볼 등 심리안정용품이 전달됐습니다. 신종코로나 확진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지원도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치료가 우선인 확진자들은 완치 후 퇴원까지 마치면 심리지원을 받게 됩니다. 이는 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립건강정신센터(전 국립서울병원)에서 발간한 ‘메르스 심리지원-17주 간의 활동기록’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당시 운영된 메르스 심리지원단은 완치 후 퇴원자 125명을 대상으로 총 381건의 전화상담과 대면상담을 진행했습니다. 125명 가운데 15명(12%)은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되기도 했습니다. 자가격리자와 일반 국민들도 언제든지 원할 때 정신건강핫라인(1577-0199)을 통해 신종코로나로 인한 불안을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자가격리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소책자도 곧 배포될 예정입니다. 확진자가 하루하루 늘어가는 감염병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불안할 땐 언제든지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영화같은 인생 살다 간 할리우드의 터프가이

    영화같은 인생 살다 간 할리우드의 터프가이

    美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 103세 별세 아들 마이클 “정의 헌신한 박애주의자” 1950~60년대 美영화의 황금기 이끌어 ‘챔피언’ ‘OK 목장의 결투’ 등 다수 출연 헬기사고·뇌졸중 극복 입담 뽐내기도20세기 할리우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별세했다. 103세. 고인의 아들이자 역시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인 마이클 더글러스는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부친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는 “아버지는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보낸 배우이자 정의와 대의를 위해 헌신하며 우리 모두가 우러러볼 수 있는 기준을 세운 박애주의자였다”고 애도했다.더글러스는 1916년 가난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이 ‘이수르 다니엘로비치’였던 그는 부모가 이민을 오며 쓴 ‘뎀스키’라는 성을 이어받아 쓰다가 군복무와 배우 생활을 계기로 현재 이름으로 다시 개명했다. 1946년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1949년 영화 ‘챔피언’으로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열정의 랩소디’, ‘해저 2만리’, ‘OK 목장의 결투’ 등에 출연한 그는 1950~60년대 남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당대 최고의 배우로 활약했다.그는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린 할리우드 영화인들을 복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52년 자신이 설립한 영화 제작사에 당시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로마의 휴일’의 스타 작가 돌턴 트럼보를 고용했고, 이는 매카시즘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다른 영화인들이 업계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 더글러스로서는 위기에 처한 스타 작가를 적은 비용으로 고용한 셈이었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아 함께 만든 ‘스파르타쿠스’ 등은 큰 성공을 거뒀다. 고대 로마 노예의 반란을 다룬 이 영화로 당시 큐브릭은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친구인 트럼보를 지원한 일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선택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91년 헬기 사고로 척추수술을 받았고, 1995년 뇌졸중으로 언어장애를 겪는 등 위기도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사회자 앤 해서웨이에게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영화를 할 때에는 왜 앤 같은 배우가 없었냐”고 입담을 뽑내며 건재함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91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1999년 미국영화배우조합(SAG)에서 각각 평생 공로상을 받았고, 1996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들 마이클이 시상자로 나선 가운데 명예상을 받았다. 그는 작가로도 활동하며 자서전 ‘넝마주이의 아들’을 비롯해 ‘악마와 춤을’, ‘브루클린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같은 책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클의 부인이자 그의 며느리인 할리우드 스타 캐서린 제타 존스는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아버지, 평생 당신을 기억할게요. 벌써 당신이 그립습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나타나는 순간 코 막아” 신종코로나 인종차별 심각

    “나타나는 순간 코 막아” 신종코로나 인종차별 심각

    백인 친구 오기 전까지 택시 문 안 열어줘..신종코로나 인종차별…손흥민도 피해유엔 구테흐스 총장 “감염된 유엔 직원 없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유럽과 미국 일부 국가에서 동양인을 표적으로 한 인종차별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아시아계 택시 기사를 호출하는 승객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동양계 승객들이 승차를 거부당하는 등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버와 리프트를 이용한 고객들의 인종차별 경험담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지난 주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리프트 택시를 호출했지만, ‘백인’ 친구가 오기 전까지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우버와 리프트 측은 자사가 차별 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승객이나 운전자를 퇴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실제 확인된 개별 사례나 회사에 접수된 신고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독일 쾰른의 한 아시아 식료품점에서는 한 여성이 딸과 물건을 사러 왔다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성급히 가게를 나간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또 영국 런던의 대중교통에서는 동양인들이 가까이 앉자 몇몇 승객들이 옷으로 코를 막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역시 인종차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손흥민은 지난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9~2020 EPL 25라운드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26분 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영상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두 차례 작게 기침한 것에 대해 현지 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됐다”며 인종 차별성 댓글을 달았다.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동양인 인종차별 논란에 유엔은 이번 사태를 이유로 무고한 사람들에 함부로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유엔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회견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관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을 비롯해 영향을 받은 모든 나라에 강한 국제적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희생자와 무고한 자들에 대한 낙인찍기를 막기 위해 강한 관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WHO가 적절한 시점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국제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중국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는 나라들에 적극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최선의 역량과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유엔 직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남산 다크투어 뜨나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남산 다크투어 뜨나

    4일 현재 누적 관객 숫자 430만명을 기록 중인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남산 다크투어가 조명받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10·26 사태를 영화화한 ‘남산의 부장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성이 다분한 소재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작품은 오히려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한 한국적 느와르에 가깝다는 평가다. 영화 제목은 남산에 있던 중앙정보부의 역대 부장들을 가리키는데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시대 ‘대한민국의 2인자’로 군림했다. 남산에는 중앙정보부의 본관 외에도 별관과 사무동, 체육관, 중앙정보부장 공관 등 수많은 시설이 있었다. 박정희 시대에 거대한 남산은 바로 중앙정보부와 같은 말이었기에 ‘남산의 부장’이란 책이자 영화 제목이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남산에 세워진 중앙정보부 본관은 1994년 국가안전기획부(옛 중앙정보부)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인수했다. 서울시는 본관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재 서울연구원)으로 이용하다 서울유스호스텔로 용도를 변경했다. 중앙정보부 6별관은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사무동은 대한적십자사, 실내체육관은 남산창작센터, 5별관은 서울시청 남산청사, 중앙정보부장 공관은 문학의 집으로 각각 이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보부의 흔적들을 이어 ‘민주길’로 이름붙이고 남산 탐방코스로 조성했다.기자가 찾은 날에도 남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중앙정보부 5별관을 무심히 지나쳐 소릿길 터널로 들어섰다. 뮤지컬 연습 등에 이용되는 연습실을 갖춘 남산창작센터와 서울시청 남산청사를 잇는 소릿길 터널은 84m로 통로 끝에는 대형 철제문이 달렸었다고 한다. 서울시청으로 이용되는 5별관은 중앙정보부 건물 가운데 가장 악명높은 곳으로 지하실에서 고문이 자행됐다. 중앙정보부 당시에는 4~5평 넓이의 취조실이 10여 개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철거되고 지하광장으로 그 흔적만 남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모습이 등장한다. 소릿길 터널에는 공포를 낳았던 철문을 제거하고 대신 버튼을 누르면 철문 소리, 타자기 소리, 물소리 등을 차례로 들을 수 있는 체험장치를 설치했다. 서울유스호스텔 관계자는 “‘남산’은 고문을 당하고 간첩으로 낙인찍힌다는 의미였기에 중앙정보부 이후 만들어진 국가안전기획부도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자 내곡동으로 옮겼다”며 “영화 개봉 이전부터 역사현장을 순례하는 답사단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현대판 흑사병” “퍼주기 의료지원”… 中혐오 부추기는 보수 야당

    “현대판 흑사병” “퍼주기 의료지원”… 中혐오 부추기는 보수 야당

    야당, 중국인 입국금지 등 초강경 대응 요구 미확인 유튜브 동영상 등 공개석상 언급 中과의 갈등 야기할 지나친 정치화 우려 불안 조성 말고 국제관계 신중히 고려를보수 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 ‘중국 관광객 본국 송환’ 등 초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거나 외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발언까지 나와 보수 정당이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9일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자가 삽시간에 50만명이나 돌파한 사실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고질적인 중국 눈치 보기에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도 “현대판 흑사병이라고 할 수 있는 우한 폐렴 환자가 전 세계에서 4000여명이 확인됐는데 대통령은 뒷북 치듯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며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제적 규정과 외교적 파급 관계 등을 모두 따져야 할 전면 입국 금지 문제를 중국에 대한 ‘눈치 보기’라고 매도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발병국 출신의 입국을 제한한 경우는 없다. 인도적 사안인 의료지원을 마치 ‘퍼주기’로 규정한 발언도 나왔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200만개와 의료지원을 하겠다는데 중국은 세계 주요 2개국(G2)을 자처하는 국가”라며 “자국민 보호를 해야 할 정부가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멀쩡한 사람이 그냥 쓰러지고, 우한 시내의 병원에 사람이 바글바글 앉아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괴담’을 재생산하기도 했다. 야당이 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특정 국가 국민을 ‘잠재적 감염자’로 낙인 찍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 정당이 매사를 정권 심판론으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바람몰이도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국민이 불안을 야당이 대신 전할 수는 있지만 (입국 금지 등) 판단은 국제 관계 등까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국민청원 의식했나…中 혐오 부추기는 보수정치

    국민청원 의식했나…中 혐오 부추기는 보수정치

    보수 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 ‘한국 체류 중국 관광객 본국 송환’ 등 초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단 이 과정에서 ‘중국 포비아’(공포증)를 조장하거나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발언들이 함께 담기며 보수 정당이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9일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자가 삽시간에 50만 명이나 돌파한 사실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고질적인 중국 눈치 보기에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도 “현대판 흑사병이라고 할 수 있는 우한 폐렴 환자가 전 세계에서 4000여 명이 확인됐는데 대통령은 뒷북 치듯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며 “중국 눈치 보기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제적 규정과 외교적 파급 관계 등을 모두 따져야 할 전면 입국 금지 문제를 중국에 대한 ‘눈치보기’라고 매도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발병국 출신의 입국을 제한한 경우는 없다. 인도적 사안인 의료지원을 마치 ‘퍼주기’로 규정한 발언도 나왔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200만개와 의료지원을 하겠다는데 중국은 세계 G2(주요 2개국)를 자처하는 국가”라며 “자국민 보호를 해야할 정부가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멀쩡한 사람이 그냥 쓰러지고, 우한 시내의 병원에 사람이 바글바글 앉아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괴담’을 재생산하기도 했다. 또 정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중국에 대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했는데 문재인 정권 주사파들은 피가 진한가 이념이 진한가”라며 “북한도 국경을 폐쇄한다는데 공산당도 하지 않는 사대주의를 멈추라”고 덧붙였다. 야당이 재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특정 국가 국민을 ‘잠재적 감염자’로 낙인 찍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9일 현재까지 58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치권이 재난 이슈를 총선 표심 잡기에 활용하는 듯한 것처럼 비춰지는 점도 문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 정당이 매사를 정권 심판론으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바람몰이도 어느정도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며 “공당이라면 국민 정서에 편승해 불안감을 고조시킬 게 아니라 ‘우리가 집권 세력이라면 정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국민이 불안을 야당이 대신 전할 수는 있지만 (입국 금지 등) 판단은 국제 관계 등까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EU “한국, FTA 노동 규정 위반”

    유럽연합(EU)이 한국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노동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심의하는 전문가 패널에 ‘한국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20일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제13장 노동·환경)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패널에 의견서를 보내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EU는 “현 국회에서 비준안의 통과는커녕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며 “현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비준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지적했다. EU는 또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의 일부 조항이 결사의 자유를 제한해 ILO 핵심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1991년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 협약과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제105호 협약 등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노사 양측의 입장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EU가 한국의 한·EU FTA 위반 여부를 가릴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고, 지난해 12월 말부터 한·EU 패널 각 1인과 제3국 국적의 의장 1인을 포함해 총 3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활동에 착수했다. 전문가 패널은 3개월 내에 보고서를 채택하는데, 이 보고서에 한국이 한·EU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담기면 한국은 FTA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 조항을 위반한 ‘노동권 후진국’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설을 빼앗긴 노동자들… 다시 삶, 희망을 외치다

    설을 빼앗긴 노동자들… 다시 삶, 희망을 외치다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설 연휴에도 차디찬 길 위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부당한 해고와 위험한 노동 현장에 맞서 긴 싸움을 이어 온 장기 농성자들이다. 서울신문은 23일 그들에게 경자년 새해 소망을 물었다. 칼바람에 곱은 손으로 꾹꾹 눌러쓴 바람은 하나였다. ‘노동자가 존중받는 안전한 세상’ 말이다. 지하철역 계단 앞에 선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갈색 종이봉투 뒷면에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없길”이라고 적었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던 아들 용균씨를 잃은 뒤 어머니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싸웠다. “여전히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새해에도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싸워야죠. 그래야만 내 가족, 내 이웃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사측이 전원 고용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천막을 지키는 이민아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 조합원과 이명금 공공연대노조 부지회장, 전서정 칠서톨게이트 지회장은 “새해 소원은 직접 고용”, “2020년에는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경자년엔 노숙 생활 청산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쓴 종이를 들었다.올해 초 복직할 예정이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 46명은 갑작스러운 사측의 통보 때문에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조문경 쌍용차지부 조합원은 “해고자란 낙인을 지우고 싶다. 함께 살자”고 바랐다. “저희 모두의 바람을 담았습니다. 어서 함께 땀 흘려 일하고 싶어요.”노동조합을 탄압한 삼성의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는 이재용씨는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씨가 있는 철탑 아래 천막을 지킨다. 이씨는 “이재용은 감옥으로… 김용희는 땅으로”라는 손글씨를 들었다. “용희씨가 새 둥지처럼 좁은 공간에서 230일 가까이 지냈어요.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 때문에 무척 힘들어합니다. 사측의 횡포에 희생된 많은 분이 집으로 돌아가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1월 목숨을 끊은 문중원 기수는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분향소를 마련한 시민대책위원회 등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지난 22일까지 오체투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고인의 부인 오은주씨는 “갑질과 부조리로 죽지 않길. 존중과 정의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지난해 7월 시작된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의 해고 노동자 농성도 반년째로 접어들었다. 14년 전 해고된 간호사 박문진씨의 설날 소망은 “노동자 민중들의 해방된 세상”이다. 4·15 총선은 “적폐 청산하는 날”이 되길 원했다. 박씨와 노조는 병원의 노조 탄압 진상조사를 비롯해 재발 방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김진영 노조 지부장 등이 단식에 동참했다.설요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는 과중한 업무와 실적 스트레스로 지난해 12월 목숨을 끊었다. 뇌병변 장애인인 그는 고용노동부가 위탁운영하는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 업무를 맡았다. 장애인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에도 고용부는 장애인 지원가들이 할당된 업무를 채우지 못하면 수당을 환수했다. 설씨가 생전에 일하던 기관의 대표인 박대희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중증 장애인이 죽지 않고 당당하게 노동할 수 있는 나라가 2020년 대한민국의 모습이길” 바란다고 적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지난 22일 서울역에 49재 분향소를 세웠다. 설날인 25일 이곳에서 합동 차례를 지낼 계획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악마 같은 음주운전

    악마 같은 음주운전

    미국프로농구(NBA) 애틀랜타 호크스의 포워드 챈들러 파슨스(31)가 음주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AP통신은 파슨스가 지난주 미국 애틀랜타주에서 연습을 끝내고 돌아가던 중 교차로에서 3중 추돌사고를 당해 뇌와 허리 등을 심하게 다쳤다고 21일 보도했다. 이 사고를 낸 운전자는 음주 운전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슨스의 변호인 측은 “파슨스가 뇌진탕과 허리 디스크, 관절와순 등의 증세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또 “파슨스는 현재 길에서 벌어진 이 같은 난폭한 행동들로 이어진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미 댈러스 매버릭스 시절부터 ‘유리몸’으로 낙인이 찍혔던 파슨스는 최근 몇 시즌 동안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비롯해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된 그는 이번 시즌 역시 단 5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의의 교통사고까지 당하면서 파슨스는 선수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1년 마르세유를 홈으로 하는 프랑스 클럽 숄레 바스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파슨스는 그해 드래프트 2라운드를 통해 휴스턴 로키츠의 유나폼을 입고 NBA에 데뷔한 뒤 댈러스 매버릭스,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거쳐 지난해 애틀랜타에 둥지를 틀었다. 4개팀에서 뛰면서 통산 기록은 440경기 평균 12.7득점 4.5리바운드 2.7어시스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NBA 챈들러 파슨스, 음주 차량에 선수생명 위기

    NBA 챈들러 파슨스, 음주 차량에 선수생명 위기

    미국프로농구(NBA) 애틀랜타 호크스의 포워드 챈들러 파슨스(31)가 음주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AP통신은 파슨스가 지난주 미국 애틀랜타주에서 연습을 끝내고 돌아가던 중 교차로에서 3중 추돌사고를 당해 뇌와 허리 등을 심하게 다쳤다고 21일 보도했다. 이 사고를 낸 운전자는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슨스의 변호인측은 “파슨스가 뇌진탕과 허리 디스크, 관절와순 등의 증세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또 “챈들러는 현재 길에서 벌어진 이같은 난폭한 행동들로 이어진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미 댈러스 매버릭스 시절부터 ‘유리몸’으로 낙인이 찍혔던 파슨스는 최근 몇 시즌 동안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비롯해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 애틀란타로 트레이드 된 그는 이번 시즌 역시 단 5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의의 교통사고까지 당하면서 파슨스는 선수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1년 마르세이유를 홈으로 하는 프랑스 클럽 숄레 바스케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파슨스는 그해 드래프트 2라운드를 통해 휴스턴 로키츠의 유나폼을 입고 NBA에 데뷔한 뒤 댈러스 매버릭스,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거쳐 지난해 애틀랜타에 둥지를 틀었다. 4개팀에서 뛰면서 통산 기록은 440경기 평균 12.7득점 4.5리바운드 2.7어시스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절망의 ‘빨갱이’ 주홍글씨 72년 만에 지웠다

    절망의 ‘빨갱이’ 주홍글씨 72년 만에 지웠다

    재판장 “사법부가 위법 저질렀다” 사과 유가족 “정의로운 판결 내려준 분께 감사” 김영록 도지사 “특별법 제정 강력 촉구”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아 군사재판에서 희생당한 민간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억울하게 희생된 지 72년 만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김정아)는 20일 열린 여순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여순사건 당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군 14연대에 협조해 반란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받아 사형당한 장환봉(당시 29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도 지난달 장씨에 대해 “내란 및 포고령 위반의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장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돼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국방경비대 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하자 정부가 대규모로 파견한 토벌군의 진압 과정에서 주민 1만 1000여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2011년 장씨의 딸인 장경자(75)씨 등은 여순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당한 민간인 3명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해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희생자들이 경찰에 의해 불법으로 연행돼 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종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은 방청석에 시민 200여명이 몰려올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김정아 부장판사는 “이들은 좌익도 아니고 우익도 아닌 오로지 국가에 의해 희생된 선량한 피해자들”이라고 울먹이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사법부 구성원으로 위법을 저질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걸어야 하는 길이 아직 멀고도 험난하다”며 “억울한 사람들이 이 사건과 같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장경자씨는 “아버지가 너무 그립다. 절망과 슬픔 속에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채 살아온 통한의 세월이 72년이나 됐다”며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준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된 사실이 밝혀졌고, 전남도와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1만여명이 넘는 지역민이 희생됐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야가 힘을 모아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사이…‘요즘 중1 범죄’ 어찌할까요

    형사처벌과 보호처분 사이…‘요즘 중1 범죄’ 어찌할까요

    2018년 촉법소년 7364명… 77% 4대 범죄 청소년 강력사건 발생 때마다 논란 반복“만 13세 범죄지능 높아… 처벌 강화 필요해” “범죄자 낙인만 찍혀 사회화 어려워진다”“2006년생 학생들을 엄중 처벌해 법의 무서움을 깨우치게 해야 합니다.”(2019년 9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중) 지난해 9월 경기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심한 폭행을 당해 코피를 흘리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가해자인 9명의 중학생은 피해자보다 한 살 많은 만 13세였다.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한다. 가혹한 집단 폭행을 한 소녀들이 처벌 대신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울분을 터뜨렸다. 분노는 국민청원으로 표출됐다. 하루 만에 20만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지난 15일 교육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며 촉법소년 논란이 뜨겁다. 죄를 지어도 벌하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만 14세였다. 독일법을 따른 영향이다. 다만 만 10~14세인 촉법소년은 구치소가 아닌 소년심사분류원에 송치되고, 법원에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촉법소년 기준은 2007년 ‘만 12세 이상’에서 ‘만 10세 이상’으로 한 차례 개정됐지만 만 14세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보는 쪽에서는 만 13세면 형사적 책임을 지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주장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요즘 13~14세는 이미 범죄에 대한 정보를 얻고 학습할 정도로 ‘범죄 지능’이 높다”고 말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7364명으로 2015년(6551명)보다 12.4% 증가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 중 살인과 강도 등 4대 강력범죄가 전체의 77%에 달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가해 학생의 경우) 이미 학교나 가정의 통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어 형사처벌을 강화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데 반대하는 이들은 ‘낙인 효과’로 소년범의 사회화가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교육적 접근을 먼저 고민해야 할 교육부가 엄벌주의를 주장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일탈 행동의 책임을 해당 학생에게만 묻는 것이 타당한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처벌만능주의”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는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기에 앞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자 교수는 “(만 13세에 해당하는) 중학교 1학년에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학업 중단 가능성이 커질 텐데 이들을 제대로 교육할 방안도 교육부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년법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곧 국가나 사회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여러 논쟁에도 만 14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김소영 서울시의원, 교통방송 재정 건전성 및 자율성 우려 표명

    김소영 서울시의원, 교통방송 재정 건전성 및 자율성 우려 표명

    김소영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바른미래당, 비례)은 2020년을 맞아 재단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tbs 교통방송의 재정 건전성 및 자율성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재단 설립 이전의 교통방송의 법적 지위는 ‘서울시 교통본부 소속 사업소’였다. 서울시의 한 부서로서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고 있었다. 이로 인해 서울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자율성 침해, 방송의 사유화, 편파방송 논란이 일어 오랜 기간 동안 논의가 진행됐고, 공공성, 공정성, 독립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미디어 재단 tbs’로 독립재단화를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교통방송의 독립재단화에 있어 핵심은 재원을 어떻게 확보해 서울시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가이다. 교통방송이 미디어재단으로 독립하지만 매년 약 4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소영 의원을 비롯한 서울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은 ’19년 임시회, 정례회 등에서 교통방송 FM의 상업광고 허용여부에 관해 수차례 지적했으며, 교통방송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사전조율이 수월히 진행되고 있으며, 반드시 성사시킬 것을 시민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19년 12월 26일 방통위의 tbs 방송사업자(법인분할) 변경허가 승인 내용 안에 상업광고 허용은 없었다. 변경허가 조건으로 6개월 이내에 서울시로부터 독립적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방안 등을 제출하고, 차기 재허가 시 이행실적을 제출해 심사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공적재원 운영의 적정성 및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위원회 설치를 권고 받았다. 김소영 의원은 “재단 설립 이후에도 서울시로부터 출연금을 받으며 재정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반해 교통방송은 상업광고 허용이라는 장담할 수 없는 공약(空約)을 내세웠고,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 의원은 “방통위의 변경허가조건에 따라, 교통방송은 단기적으로 상업광고 없이 서울시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독자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상업광고 허용 승인을 받기 위한 노력과 상업광고 허용 승인 이후에 대한 계획 또한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교통방송이 재정 독립을 이루지 못한다면 재단에 대한 출연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는 소중한 시민 세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재단 남설, 방만하고 미진한 경영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명표 ‘재도전 펀드’ 지방정부 최초 출범

    이재명표 ‘재도전 펀드’ 지방정부 최초 출범

    경기도가 사업에 실패한 기업의 재기를 돕기 위해 150억원 규모의 ‘경기 재도전 펀드’를 조성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경기도는 9일 도청 상황실에서 농협은행, 신한은행, 성균관대, 킹고투자파트너스, 어니스트벤처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이 같은 내용의 ‘재도전 투자조합 결성 협약’을 체결했다. 경기 재도전 펀드는 자금 확보 등으로 재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 기업 등에 투자해 새로운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민선 7기 경기도가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재창업 기업들을 위해 펀드를 운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지방정부가 운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펀드는 경기도가 80억원, 킹고투자파트너스와 어니스트벤처스 19억원, 농협은행 29억원, 신한은행 10억원, 성균관대 10억원 등을 출자해 총 150억원 규모로 운용된다. 펀드 운용은 출자에 참여한 벤처캐피털 회사인 킹고파트너스와 어니스트벤처스가 공동으로 맡는다. 운용 기간은 2027년 12월까지 8년이다. 협약에 따라 조성된 자금 중 70% 이상이 도내 유망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되며, 이중 80억원 이상은 사업 실패 후 재기 가능성이 높은 도내 재도전 기업에 투자될 예정이다. 투자 한도는 기업 1개사당 최대 15억원이다. 협약 기관들은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개발과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하고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각종 정보도 제공해 해당 기업의 경쟁력과 창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협약식에 참석해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한번 실패하면 낙인을 찍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다”며 “야구에서도 삼진이 돼야 아웃인데 첫 배트를 잘못 휘둘렀다고 다시는 타석에 못 들어오게 하면 게임이 안 된다. 이제는 합리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통계로 봐도 처음 창업하는 것보다 재창업하면 생존율이 높다”며 “이번 펀드가 젊은 세대,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가자”고 성공을 기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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