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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천지, 국회의원들에 “공포 떨지 않게 정책 세워 줘” 호소문

    신천지, 국회의원들에 “공포 떨지 않게 정책 세워 줘” 호소문

    “신천지도 보호받아야 할 국민…명단 제출했는데” 억울 “고의 은폐할 이유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의 전국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1일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 지도자들을 상대로 “성도들이 불안해하거나 공포에 떨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담긴 정책을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신천지는 이날 여야 국회의원, 각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호소문을 발표한 뒤 “보호받아야 할 국민 속에서 신천지 성도를 배제하지 말고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하는 정공법을 택해달라”며 이렇게 밝혔다. 신천지는 “보건당국의 요청에 따라 국내외 전 성도 명단과 교육생 명단을 제출했고, 현재는 전 성도 전수조사를 위해 모든 교회 사명자들이 각 보건소와 협력해 성도님들께 전화를 드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명단을 문제 삼아 신천지예수교회를 앞다퉈 고발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을 향한 낙인찍기, 혐오, 비방을 제발 멈춰달라”면서 “지금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총력을 다 할 때”라고 당부했다.신천지에 따르면 지자체가 신천지를 고발하겠다는 사례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미성년자가 생략된 채 명단이 넘어간 경우, 2월 27일 추가 제공된 교육생 명단이 공개된 경우, 주소지가 불명확한 경우, 지자체의 신천지 신도 명단 대조과정에서의 착오 등이 있다. 신천지는 또 신천지 신도가 아닌 사람을 확진자로 분류한 뒤 제출한 명단에 없다고 신천지를 고발하겠다는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고, 관련 시설을 은폐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신천지는 “성도 가운데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을 위해서라도 고의적 은폐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시설 중 공터, 토지, 혹은 개인 소유 사택 등 과 폐쇄, 미보고 등으로 미처 확인이 안 된 곳은 파악 되는대로 즉시 당국에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대기업 아니고 그저 신앙 위해 모인 사람들…범죄 집단화 멈춰 달라”그러면서 신천지가 정부 등에 명단을 제출하는데 있어 문제가 발생한 경위를 설명했다. 신천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국 74개 교회를 폐쇄하면서 행정이 중단돼 단 기간에 주소 등의 변경사항을 재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는 최상의 시스템 체계를 갖춘 정당이나 대기업이 아니고, 그저 신앙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역량 부족을 뭔가 숨기는 듯 묘사해 신천지를 범죄 집단화 하는 시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신천지는 “부족한 역량이지만 인천과 광주 등에서는 지자체와 팀을 구성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최대한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면서 “해당 지자체로부터 격려도 받고 있다. 신천지 성도들을 몰아세우지 말고,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협조에 나설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신천지 국내 신도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90%가량 조사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조사가 안 된 신도들이 있고, 일각에서는 이들을 ‘연락두절자’라고 표현하고있다.광주 “정부서 받은 신천지 명단과 7210명 차이…제출 안하면 고발” 신천지 “자가격리하고 검사 받으라 권유 중”광주시는 이날 신천지에 필요한 신자와 교육생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고발 조치 하겠다고 경고했다. 광주시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현황 브리핑에서 “신천지로부터 직접 제출받은 숫자와 정부로부터 전달받은 명단을 비교해보니 신도 3835명과 교육생 3375명 내용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3만 2093명으로 추정되는 전체 명단과 7210명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김종효 광주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은 “전체 명단을 확보해야 누가 대구에 갔는지, 기존 확진자와 접촉했는지, 현재 증상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오늘까지 제출 안 하면 감염병 관리 및 예방에 관한 법률 18조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천지는 “경찰력을 동원하겠다 하기 전에 조사에 응한 절대 다수의 신천지 성도들을 믿고 다른 성도들을 권면할 기회를 달라”면서 “현재도 우리 성도들은 밤을 새가며 전 성도가 자가격리를 준수하고 검사를 받을 것을 적극 권유하고 전화로 체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 “질본서 받은 명단과 540명 차이…고위 누락시 강력 법적 조치”경남도도 이날 질병관리본부가 신천지로부터 제출받아 통보한 도내 교인 명단에 누락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해 조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전날까지 질본에서 받은 도내 교인 명단 8617명을 기초로 전수조사한 결과 도와 시·군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명단 9157명과 540명 차이가 난다고 발표했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와 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 경남 확진자 17명 가운데 8명만 질본 명단에 있고, 나머지 9명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도는 설명했다. 김경수 지사는 “이러한 명단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면서 “고의로 명단을 누락한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김 지사는 “신천지 측 제출 명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신천지 교인을 관리하고, 질본 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확진자와 자진 신고자를 포함해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 측이 질본에 제출한 교인 명단 8617명을 조사한 결과 8524명이 응답하고, 93명이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이 가운데 증상이 의심되는 89명을 확인했고, 이들 중에 이미 확진자로 관리하는 5명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언론, ‘신천지 진원지’ 무분별 비난… 신분 드러내기 힘들 것” “신앙 이유로 핍박 받은 성도 1500명 넘어”“최근 2명 부녀자 목숨 잃는 등 희생자 3명”신천지는 그러면서 신도들이 검사를 거부하는 등의 행위가 신천지를 몰아세운 정치지도자들과 언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천지는 “성도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을 받은 일부 성도들로 인한 감염자 발생에 대해서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정치지도자들과 언론이 무분별하게 ‘신천지가 진원지’라고 비난할수록 우리 성도들은 두려움 속에 쉽게 신분을 드러내기 힘들 것이란 점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신천지 성도 중에는 신앙을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폭행과 핍박 심지어 생명의 위험에 처한 이들이 많다”면서 “이단상담소에 끌려가 감금, 폭행 등 불법행위에 피해를 입은 우리 성도들이 1500명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핍박 속에 남편과 아버지에 의해 이미 2명의 부녀자가 목숨을 잃었고 지난 2월 26일 세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신천지는 현재 경기도 소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이날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취중생] 약 11년 만의 쌍용차 복직,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취중생] 약 11년 만의 쌍용차 복직,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지금도 솔직히 불안불안해요. 약속이 지켜질지는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익명을 요청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A씨는 지난 2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A씨는 복직 대상인 쌍용차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 46명 중 한 명입니다. A씨에게 조심스럽게 복직 소감을 물었습니다. A씨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기쁘지만은 않다”고 털어놨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확산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쌍용자동차 노사(쌍용차, 쌍용차 노동조합)가 지난 24일 ‘쌍용차 해고 노동자 46명을 오는 5월 부서에 배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쌍용차 노사는 현재 유급 휴직 중인 해고 노동자 46명을 오는 5월 부서에 배치하고, 2개월 간 현장 훈련 및 업무 교육을 실시한 뒤 오는 7월 1일 현장에 배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해고 노동자들도 놀랐습니다. 해고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같은 날 “회사의 발표는 2018년 9월 노·노·사·정(쌍용차지부, 쌍용차 노조, 쌍용차,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 즉 국민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대해 어떤 사과도 없는 발표”라면서 “당사자들을 두 번씩이나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켜지지 않은 사회적 합의 앞서 노·노·사·정은 2018년 9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단계적으로 채용하는 내용의 ‘해고자 복직 합의서’에 합의한 적이 있습니다. 쌍용차는 복직 대상 해고 노동자의 60%를 2018년 말까지 채용하고, 남은 해고 노동자를 지난해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고 노동자 71명이 지난해 1월 경기 평택 쌍용차 공장으로 돌아갔습니다. 단 지난해 상반기 중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한 해고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6개월 간 무급 휴직으로 전환한 후 지난해 말까지 부서 배치를 완료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46명은 재입사 방식으로 지난해 7월 1일 쌍용차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복귀를 앞둔 해고 노동자들은 하던 일용직 노동을 그만두거나 집을 이사했고, 가족들과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딸과 아들에게 ‘첫 월급을 받으면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쌍용차는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이 46명의 휴직을 유급 휴직으로 전환하면서 휴직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휴직 종료일은 나중에 노사 합의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복귀 날짜를 기다리던 해고 노동자들에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10년 8개월 만에 받은 사원증 해고 노동자 46명은 지난 24일~25일 토론을 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오는 5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서 ‘즉각 부서 배치‘를 계속 요구하자는 의견부터 회사가 발표한 내용을 받아들이자는 의견, 받아들이더라도 회사가 또다시 약속을 어기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 등이 나왔습니다. 오랜 시간을 토론한 끝에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25일 “현장으로 들어가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46명 전체가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 파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물론 재발 방지 약속도 없는 회사의 일방적인 발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도 “부서 배치 일정을 못박았다는 점에서, 아쉽고 부족한 점은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쌍용차는 지난 27일 이들에게 사원증을 발급했습니다. 사원증이 들어 있던 봉투에는 ‘2019년 12월 30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었습니다. 예정대로 지난해 12월 31일 부서 배치가 완료됐다면 하루 전날 지급됐을 사원증입니다. 이렇게 받은 사원증을 찍고 정문 게이트를 통과하기까지, 무려 10년 8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피 말리는 희망고문은 계속됐다 하지만 그 세월 동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2009년 6월 해고를 당한 뒤로 화물차 운전기사 일을 하다가 2015년에 회사가 ‘단계적 복직’을 약속해서 일을 그만뒀어요. 희망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복직이 안 되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했죠. 2018년 9월 노·노·사·정 합의 소식을 듣고 엄청 울었어요. ‘이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거든요. 지난해 상반기 복직 대상자인줄 알았어요. 아니라고 해서 또 기다렸죠. 그런데 결국 휴직 기간이 연장되면서 지난해 말에 또 복직을 못했어요. ‘회사가 사람을 피를 말려 죽이려는 건가’ 싶더라고요.” (쌍용차 해고 노동자 A씨) 또 다른 쌍용차 해고 노동자 B씨도 “아직은 글쎄요. 이런 일(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을 하도 당하다보니, 제가 진짜로 오는 5월 부서 배치를 받는 그날까지 계속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옛날에 공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가 최근 소식을 듣고 ‘형님, 축하해요’라고 말하는데, 차마 ‘고맙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웃기만 했다.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현실은 해고 노동자들을 더욱 괴롭게 만듭니다. B씨는 “‘쌍용차를 다녔다’고 말하면 사업장에서 ‘어서 오십시오’하는 것도 아니고···.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A씨도 “다른 회사를 들어가려고 해도 ‘쌍용차 해고자’라는 낙인이 찍혔는데, 누가 써주겠어요?”라면서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인력사무소를 나가도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가 없고,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요즘 문을 연 식당들이 별로 없어서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이제 기다림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희망고문이라고 하잖아요. 그동안 ‘되겠지’ 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10년 넘게 흘렀어요.”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끝이 아니다 앞서 경찰은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2009년 5~8월 평택 공장 점거 농성을 할 때 피해를 입었다며 16억 8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013년 11월 1심 재판부는 쌍용차지부 조합원 등 100여명이 경찰에 약 14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2016년 5월 2심 재판부도 경찰 손을 들어 줬습니다. 2심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액은 약 11억원. 1심 판결 후 배상금에 대한 이자가 붙어 쌍용차지부 조합원 등 100여명이 갚아야 할 돈은 24억원이 넘습니다. 회사가 제기한 손해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합하면 갚아야 할 돈은 100억원대에 이릅니다. 지난 2018년 8월 28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쌍용차지부가 쌍용차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해 2009년 5~8월 평택 공장에서 진행한 파업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은 테러범 및 강력범 진압 과정에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할 대테러 장비인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를 테러범도, 강력범도 아닌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용했습니다. 또 파업 기간에 헬기 총 6대를 동원해 헬기 출동 횟수 296회 동안 최루액을 211회(총 약 20L) 투하했습니다. 최루액의 주성분인 CS(화학명은 올소클로로벤질리덴 밀로노 나이트릴)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입니다. 또 경찰특공대까지 투입이 됐는데, 경찰특공대는 2009년 8월 5일 경찰청장의 사용 금지 지시를 위반해 대테러 장비인 다목적 발사기를 쌍용차지부 조합원에게 발사하는 등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진상조사위는 “이 사건에서 이뤄진 경찰력 행사는 경찰력 행사에 요구되는 최소 침해의 원칙 등에 반해 적정하지 않고, 또 경찰력 행사로 인해 노조원들이 입은 피해 역시 상당하나 이에 대해 아무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국가(경찰)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가압류 사건을 취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후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7월 쌍용차 노동자들을 비롯해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 화재 참사,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취하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6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쌍용차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려면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과 함께 국가(경찰) 손해배상 소송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면서 “경찰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생존권을 위협해 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즉시 취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이란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은 쌍용차가 2009년 4월 8일 경영난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37%에 달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쌍용차지부 노동자들은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해 파업을 결의했고, 같은 해 5월 22일 평택 쌍용차 공장을 점거했습니다. 이 ‘옥쇄 파업’은 같은 해 8월 6일까지 77일 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쌍용차는 같은 해 6월 8일 노동자 976명에게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같은 해 8월 6일 쌍용차와 쌍용차지부는 교섭을 통해 976명 중 468명은 무급 휴직으로 전환하고, 남은 508명 중 159명을 정리해고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쌍용차는 2013년 454명의 무급 휴직자를 복직시켰고, 2015년 12월 노·노·사(쌍용차지부, 쌍용차 노조, 쌍용차) 3자 합의에 따라 2016년 40명, 2017년 62명, 2018년 3월 26명 등 단계적으로 해고 노동자를 복직시켰습니다. 이후 2018년 9월 사회적 합의로 71명의 해고 노동자가 복직했고, 남은 해고 노동자 46명이 예정대로 오는 5월 부서 배치가 완료된다면 10년 넘게 이어진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쌍용차가 정리해고를 결정하고,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등 30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신천지 두번째 공식 입장…“마녀사냥 극에 달했다” [전문]

    신천지 두번째 공식 입장…“마녀사냥 극에 달했다” [전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28일 두번째 공식 입장을 통해 “신천지를 향한 마녀사냥이 극에 달하고 가족 핍박으로 한 성도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신천지를 향한 비난과 증오를 거둬달라”고 주장했다. 신천지는 이날 오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대변인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히며 “종교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단지 기성 교단 소속 아니라는 게 죽어야 할 이유냐”고 따져 물었다. 이 단체는 “신천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았다. 일상 생활을 한 피해자”라며 “(전 신도와 교육생) 명단 공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강변했다. 신천지가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입장문을 내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단체는 23일 낸 입장문에서도 “우리는 피해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코로나 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호소문 어려운 시기 이 고통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국민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고자 국내외 전 성도, 부속기관, 교육생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고 당국의 모든 조치에 역량을 총동원해 협조하고 예방과 치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먼저, 현재까지 현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보건당국의 요청에 따라 전 성도 24만5천605명의 명단을 보건당국에 제공하였습니다. 25일에 국내 21만2천324명, 26일에 해외 3만3천281명 모두 제공하였습니다. 교육생에 대해서는 정식 신천지예수교회 성도가 아니기 때문에 신천지예수교회에서 임의로 제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27일 명단 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조건하에 명단 제공을 요청하였기에 현재 교육생 6만5천127명(국내 5만4천176명, 해외 1만951명)의 명단을 파악하여 즉시 제공하였습니다. 이 명단은 보안을 전제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26일부터 각 17개 시‧도에서 신천지예수교회 성도에게 전화 조사를 시작했으며 유증상자부터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신천지예수교회가 의도적으로 성도수를 은폐한다는 점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지금의 위기를 인식하고 국민들과 성도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사실에 입각하여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를 비방하는 단체 소속원이, 신천지예수교회가 보건당국에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 또는 은폐했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죄로 고발한 내용은 신천지예수교회에서는 보건당국에서 요청하는 대로 적극적으로 자료 제공을 하고 있고, 협력하고 있기에 사실이 아닙니다. 또 횡령/배임으로 고발한 내용은 2019년도에 신천지예수교회를 비방하는 단체와 그 소속원들이 신천지예수교회 대표 등을 횡령/배임죄로 고발하여 과천경찰서에서 조사하여 혐의 없는 것으로 현재 안양지청에 송치되어 있습니다. 중복된 고발입니다. 하지만 신천지예수교회를 향한 마녀사냥이 극에 달하고 이로 인한 가족의 핍박과 폭력으로 한 성도가 죽음에 이르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입장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을 향한 저주와 증오를 거두어주십시오.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가짜뉴스를 동원한 일부 언론의 비방과 탄압을 즉각 중단해주십시오. 신천지 성도라는 이유만으로 2007년과 2018년 이미 2명의 성도가 가족으로부터 살해를 당한데 이어 2월 26일에는 울산에서 신천지 성도란 이유만으로 남편의 폭력과 핍박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평소 신천지 성도라는 이유로 가정폭력을 당해온 울산교회 집사님은 사망 직전에도 종교 문제로 폭력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8일 만에 핍박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기성교단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까?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실규명을 촉구합니다. 종교 문제, 가족 간 문제로 덮으려 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고 판단해주십시오. 신천지예수교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일상생활을 해 온 국민이자 피해자입니다. 명단공개가 의도적으로 늦춰지거나 숨긴 것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이러한 명단 공개가 신천지예수교회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신천지 성도 중에는 신앙을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폭행과 핍박 심지어 생명의 위험에 처한 이들이 많습니다. 이는 소위 이단상담소에 끌려가 감금, 폭행 등 불법행위에 시달리는 우리 성도들이 연 1백여 명에 달하는 현실이 입증합니다. 이러한 핍박 속에 남편과 아버지에 의해 2명의 부녀자가 목숨을 잃었고 지난 26일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입니다.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을 받은 일부 성도들로 인한 감염자 발생에 대해서는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연일 신천지를 진원지라고까지 표현하며 극렬한 비난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신천지 성도임을 밝히며 선뜻 나서기가 두려운 이들이 많았을 겁니다. 국민여러분의 이해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들은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정부와 지자체의 방침에 충실히 따랐던 평범한 대한민국의 국민일 뿐입니다. 신천지예수교회는 여러분의 질책과 차가운 시선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성도들은 그 질책과 시선이 무섭고 두려운 평범한 이웃이란 사실을 꼭 알아주십시오. 이번 사태 이후 신천지 성도를 향한 해고통보를 비롯한 직장 내 핍박과 괴롭힘, 가정 핍박, 낙인, 비방 등의 피해사례가 현재 4천여 건이나 보고됐습니다. 신천지 성도들을 향한 저주와 핍박을 이제 멈춰주십시오. 가짜뉴스와 추측성 보도, 기존 비방자들의 말에 의존한 일방적 보도를 즉각 중단해주십시오. 성도 개인의 위축된 행동을 마치 바이러스를 고의적으로 퍼뜨리기 위한 것처럼 부풀려 신천지를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을 당장 걷어주십시오. 우리는 성도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입니다. 또한 난무하는 가짜뉴스와 기성교단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이단’ 프레임에 대해서도 평소처럼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한 신천지예수교회 성도는 2명이고,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핍박에 의해 사망한 성도가 1명 발생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 역시 코로나19의 피해자라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성도님들께는 총회본부를 비롯한 전국 교회 사역자들이 각 지역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성도님께 전화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보건당국과 각 지역자치단체에 협조하는데 모든 총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노무현 비하사진’ 교학사 “노무현시민센터에 5000만원 후원”

    ‘노무현 비하사진’ 교학사 “노무현시민센터에 5000만원 후원”

    붙잡힌 도망 노비 얼굴에 盧합성해 수험서 실어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KBS 드라마 ‘추노’에서 붙잡힌 도망 노비의 얼굴에 낙인을 찍는 장면과 합성해 비하한 사진을 교재에 담아 논란을 일으켰던 출판사 ‘교학사’가 노무현시민센터에 5000만원을 후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무현재단(이사장 유시민)은 27일 노 전 대통령 비하 사진을 교재에 담은 출판사 ‘교학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종결됐다고 밝혔다. 재단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재단소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집단소송인단이 교학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다”면서 “피고(교학사)가 노무현시민센터 후원계좌에 5000만원을 송금할 것과 원고(유족)의 선택에 따라 조선·중앙·동아일보 중 한 곳에 사과문을 게재하거나 3000만원을 센터에 추가 송금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내용은 원고의 청구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이번 결정이 노 전 대통령을 부당하게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일삼는 이들에게 일종의 경고로서 작용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단 측 관계자는 언론매체에 “교학사도 이런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했다고 법률대리인단이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와 집단소송인단 1만 7264명은 노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합성사진을 수험서에 게재했다며 지난해 5월 교학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코로나 격리’에 지친 우리… 격려해 주는 ‘마음의 방역’ 필요해

    ‘코로나 격리’에 지친 우리… 격려해 주는 ‘마음의 방역’ 필요해

    지난달 20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첫 확진환자가 나온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방역당국과 시민들은 처음 겪는 미지의 감염병과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감염병 자체와의 싸움 못지않게 이제는 감염병으로 인한 공동체와 시민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고민해야 할 때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포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심리방역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 사람들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입원 치료나 격리 생활, 위험 노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생기는 감염병 스트레스는 정신적으로는 불안과 공포, 불면, 주변에 대한 의심, 과도한 경계, 무기력증 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어지럼증, 두근거림 등으로 나타난다.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지며 외부활동도 줄어든다. 무기력해지거나 낯선 이들을 경계하기도 한다. 심리방역이란 이처럼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자와 격리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를 보면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감염병 치료가 끝난 뒤 환자와 그 가족의 정신건강을 보살필 필요가 있다. 민범준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음의 고통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미리 예방하거나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감염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본 의료진이나 행정지원 요원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쉽지는 않겠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충분한 신체활동을 이어 가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계·의심… 마음의 고통 더 커져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우선 코로나19가 미지의 대상이기 때문에 공포와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몰입하지 않아야 한다. 불안해지면 위험에 대비하려 하고 수시로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볼 수 있지만 온종일 인터넷에 빠져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불안감만 더 키울 수 있다. 그보다는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기본적인 위생 준칙을 지키는 게 자신을 보호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져 두통, 가슴 통증, 피로감, 어지러움, 소화불량,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럴 땐 평소의 생활패턴을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밤에 충분히 잠을 잔다. 가벼운 운동이나 심호흡, 스트레칭, 명상도 긴장 이완에 도움이 된다. 특히 방역당국이 제공하는 정확한 정보를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안감을 덜고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거나 부정확한 소문에 휘둘리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행동은 본인은 물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불안과 짜증, 분노 등 다양한 감정반응을 보일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신뢰할 수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어른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아이들은 감염병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고, 인터넷을 통해 온갖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거짓 소문에 노출될 수 있다. 때문에 부모나 어른들은 침착하고 안정된 태도와 어투로 감염병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정확한 소문을 전하거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끔 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에 따르면 감염병 유행 시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불안, 공포, 건강염려증, 우울감, 불면증을 겪기도 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야뇨증이나 손가락 빨기, 공격성, 짜증, 과잉행동 사례도 있다. 이럴 때 어른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트레스 반응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한편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궁금증을 성실하게 풀어 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어른들이 먼저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하고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녀에게 정서적 안정을 심어 주는 버팀목이 된다. ●가해·피해 낙인보다 함께 대처하는 자세 필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격리 조치된 사람들은 당장 자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격리는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며 격리대상자에게는 격리를 준수해야 할 법적 윤리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대상자와 가족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타인한테서 받는 거부감과 비난, 그로 인한 고립감이 심리적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격리된 상황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화상통화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걱정과 불안을 솔직하게 나누며 고립감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를 서로 확인하며 불안감을 다독일 수도 있다. 민 교수는 “격리 조치된 분들에 대해 주변사람들과 우리 사회가 고마워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격리 해제 이후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이 무엇일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격리된 아동이거나 혹은 주변에 확진 판정을 받은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자녀의 경우에는 부모나 교사, 주변 어른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격리 중인 아동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격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격리 조치의 취지를 정확하면서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도와줘야 한다. 격리가 끝난 자녀 또는 친구들이 심한 불안이나 짜증, 지나친 행동을 보일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한다. 백종우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은 “불안이 있어야 적극적인 대처와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선 신종 감염병에 대한 불안 그 자체는 순기능이 있다”면서 “반면 지나친 불안과 공포로 적대감을 조장하는 것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오히려 공동체를 파괴하고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같은 편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확진환자나 격리대상자를 차별하거나 낙인을 찍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격리 해제 이후 직장이나 학교에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감염병 공포에다 사회적 낙인까지 동반되면 환자와 가족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불면증이나 적응장애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과 사회가 우리 모두의 일이니 같이 받아주고 응원하고 돕는다면 함께 불안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어느 누구도 일방적인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니다. 모두 함께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한국인의 민낯, 바이러스보다 빨리 번지는 혐오

    한국인의 민낯, 바이러스보다 빨리 번지는 혐오

    신천지 세무조사 요구… 도넘은 청원 사회서 격리된 약자들 안전망 늘려야 특정 지역과 집단, 개인에 대한 혐오가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퍼지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초반 중국인을 향했던 혐오가 이제는 대한민국 내부를 향한다. 방역망을 강화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봉쇄’라는 용어가 대구에 대한 ‘지역적 봉쇄’로 오인돼 논란을 빚었고, ‘우한 폐렴’처럼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한 고등학생은 “질병 하나 때문에 지역감정이 이렇게나 거세질 줄은 몰랐다”며 “대구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이미 전국에서는 대구를 심리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청원자는 “대구의 모든 시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무섭다”며 “먼저 대구 사람들의 인권을 중요시해달라. 대구발 코로나라는 단어도 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의 원인이 된 신천지 교회에 대한 혐오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신천지 강제 해체 청원’에는 이날 기준으로 66만명이 동참했다. 이 밖에도 ‘신천지가 관련 감염자의 치료와 격리 비용을 부담하라’는 청원부터 신천지교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오고 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만약 코로나19의 다수 전파가 신천지 교회가 아닌 천주교 성당이나 기독교 예배당, 법당에서 일어났다면 청와대에 강제 해체를 청원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 장애인 거주시설, 요양시설이 바이러스에 노출돼 노인과 사회적 약자가 희생되면서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고리도 드러나고 있다. 정신병원인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는 벌써 7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현재 확진환자 113명 중 83명이 청도대남병원에 격리돼 치료받고 있다. 방역당국은 환자들이 오랜 병동 생활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데다, 환기도 잘되지 않는 폐쇄 병동의 특성 때문에 중증과 사망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칠곡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밀알사랑의집’ 확진환자 급증에 이어 경북 예천군 중증장애인 시설 극락마을에서도 확진환자가 나왔다. 정신병원 폐쇄병동과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은 돌봄과 치료의 기능을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회로부터 격리된 곳이기도 하다. 시설과 병동에서 생활하는 정신 장애인과 중증장애인, 요양병원의 노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먼저 마련했다면, 집단 감염위험으로부터 이들이 조금은 더 안전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고인들은 죽고 나서야 폐쇄병동을 나올 수 있었다”면서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폐쇄병동에 집단 수용해왔던 사회의 폭력을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우리가 만만하냐”… 어설픈 당정청에 TK 발칵

    “우리가 만만하냐”… 어설픈 당정청에 TK 발칵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었지만 오해 소지가 큰 ‘봉쇄’라는 표현이 튀어나오면서 민심 달래기 효과는커녕 오히려 거센 역풍만 맞은 꼴이 됐다. 여당 대변인의 발표가 혼선을 일으키자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까지 뒷수습에 나섰으나 끓어오른 대구·경북의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언은 이날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당정청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나왔다. 홍 수석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경북 청도 지역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정책을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막기로 했다”고 밝혔다.  봉쇄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는 “최대한 이동 등의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한 방역 조치를 마치 강제적인 ‘출입 봉쇄’처럼 설명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수석대변인이 브리핑 과정에서 방역상 봉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수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당장 대구·경북 지지층이 두터운 미래통합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대구 코로나’란 표현으로 대구 시민에게 큰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대구 봉쇄’라는 말까지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냈고, 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까지 나서 “오해받을 봉쇄 조치 발언, 배려 없는 언행을 일절 삼가 달라”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은 전체의 80%를 웃도는 700여명 확진환자가 발생한 곳이다. 앞서 김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영남 지역 의원들은 코로나19 사태 및 민심 수습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봉쇄 발언 논란’으로 지역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모(47·여)씨는 “대구 사람들은 현재 아주 절제된 상태에서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며 정부의 방침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아무 잘못도 없는 대구 사람들을 마치 중죄인처럼 취급하는 봉쇄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달성군에 사는 박모(55)씨는 “정부가 처음부터 중국 사람들의 입국을 막았다면 현재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은 무서워 건드리지 못하고 대구·경북은 만만하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대구를 방문해 의료진·공무원과 지역 상인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대응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열고 “대구·경북 시민 여러분 힘내 달라. 우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담 병원인 대구의료원에서는 의료진을 격려했고 남구청에서 취약계층 지원 상황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일정을 마무리한 뒤 “대구·경북 지역의 일이라고 대구·경북에만 맡기지 않겠다”며 “대구·경북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 지원 의지도 전례가 없다. 믿고 함께 가 보자”고 말했다. 서울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서울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할리우드 대표 보수’ 이스트우드 “블룸버그가 최선”

    ‘할리우드 대표 보수’ 이스트우드 “블룸버그가 최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보수주의자 클린트 이스트우드(89)가 민주당 대선 주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스트우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블룸버그를 당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일 중 일부는 지지한다면서도 “(트럼프가) 트윗을 하고 사람들 이름을 부르며 낙인을 찍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고 더 고상하게 행동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그가 그런 수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스트우드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말하며 “미국 국내 정치가 너무 고약해졌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스트우드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했다. 당시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묻는 말에 “어려운 문제지만 트럼프를 택할 것”이라며 “힐러리가 오바마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2012년 대선 때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깜짝 등장해 빈 의자를 갖다 놓고 당시 재선에 도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설정하고 신랄한 비판을 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6년엔 아예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 서부에 있는 인구 약 4000명의 소도시 카멜바이더 시장이 돼 2년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오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부터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 예정인 블룸버그 전 시장은 경선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에 대한 중도 대안으로 자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민주당원이었지만 2001년 뉴욕시장 선거에선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 2009년 무소속 후보로 3선에 성공했으며 2018년 민주당에 다시 입당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트남 공산 정권에 맞선 반체제 승려 틱 쾅 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트남 공산 정권에 맞선 반체제 승려 틱 쾅 도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베트남의 공산 정권에 대항해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워 여러 차례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천거됐던 반체제 승려 틱 쾅 도가 열반에 들었다. 세속 나이 92. 지난 2003년 이후 사실상 호치민의 투 히유 탑에서 연금 생활을 견뎠던 스님이 지난 22일 밤 입적했다고 고인이 창건한 베트남 연합 불교 교회(UBCV)가 밝혔다고 AFP 통신이 23일 전했다. 1928년 11월 27일 북부 타이 빈 지방에서 태어난 고인은 생애 대부분을 공산 정권에 맞서 싸우는 데 보냈다. 지난해 4월 고인은 미리 유서를 작성했는데 “간단한 장례를 사흘을 넘기면 안된다. 화장 후 재를 바다를 흩뿌려 달라”고 주문했다. 이 나라에서는 조문객들이 부의를 전달하는 것을 관례로 여기는데 UBCV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다. “유언도 없으며, 생애를 요약한 추모사도,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몸짓도 하지 말고 오직 기원만 해달라.” 그가 공산주의에 반감을 갖게 된 것은 10대 시절 그에게 가르침을 준 고승들이 인민법정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였다. UBCV 파리 지부가 펴낸 전기에 따르면 스님은 “당시 그곳에 난 광신과 불관용에 최선을 다해 싸우고 폭력을 쓰면 안된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좇아 정의를 추구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고 적었다. 30년 가까이 감옥을 들락거리고 연금 당하며 감시 당하며 지냈다. 공산 정권은 그를 “반혁명적 행동”을 한다고 낙인 찍었다. 그는 국가의 통제 아래 두려는 정권의 제안을 뿌리쳤다. 정부가 통제하는 베트남 불교 교회에 가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UBVC는 1980년대 초반부터 불법 단체로 규정됐다. 2001년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청원’이란 글을 썼는데 다른 종교적 배경을 지닌 30만명 이상이 지지한다고 공표했다고 국제 종교자유의 미국위원회(USCIRF)는 전했다. 나아가 4년 뒤에는 남북 반체제 인사들의 대동단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공로를 인정 받아 이듬해 노르웨이 라프토 인권상을 수상했는데 선정 이유로 “베트남 공산 정권에 맞서 30년 동안 평화적인 야당 운동을 펼쳐온 용기와 지속적인 노력”이 꼽혔다. 이렇게 완고한 그의 성품은 기성 종교와 불편한 관계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USCIRF는 미국 국무부에 베트남을 “특정한 걱정을 안기는 나라”로 규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응하지 않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감염병 퇴치와 공동체의 협조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감염병 퇴치와 공동체의 협조

    한 편의 긴 재난영화 같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면서 사태가 진정되는 듯하더니 지역사회 전파로 위기가 확대돼 다시 공포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미 관광업 등 여러 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이 위기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큰 걱정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과도한 도시화 등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비슷한 위기가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위기는 그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야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를 비롯해 전 지구화 시대의 모든 위기는 한마디로 예측불허다. 요즘 많이들 얘기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이미 2005년에 존 이오애니디스는 ‘왜 발표된 연구 결과의 대부분은 틀릴까’라는 논문에서 의학연구 결과의 대부분이 오류이며 정보가 많을수록 예측이 맞을 가능성이 낮음을 논증했다. 이는 도움이 안 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모든 정보가 과거의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로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시대, 이것이 전 지구화 시대다. 유행성 감염병 환자는 대부분 도시지역에서 발생한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기회가 적은 전원지역과 달리 도시에서는 사람들과 접촉하고 또 많은 사람이 함께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에 감염병의 유행이 도시활동을 크게 위축시키고 곧바로 도시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도시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이번 사태는 환경 문제에서 비롯된 감염병이 우리의 생활을 제약하고 그것이 다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기의 순환고리를 드러냄으로써 경제 위기가 금융의 문제나 생산성 저하 등 경제 자체의 문제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그러면 이렇게 환경·사회·경제 등 도시 지속가능성의 모든 측면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얼까.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번 위기의 경험은 그 답을 암시해 준다.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지 한 달 만에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을 보면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는 데 국가와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공적 부문이 환자 발생을 확인하고 감염경로를 추적해 격리 등의 조처를 하는 데 지역공동체의 협조가 꼭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공적 부문은 감염병 유행 초기에 지역공동체들을 대상으로 위기에 대한 이해와 지역공동체 단계에서의 대처 방식에 관해 교육을 해야 한다. 지역공동체가 이에 따라 자기 지역의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바이러스 전파 방지를 위한 수칙을 잘 지켜 감염 확산을 억제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허위정보를 차단하는 등 위기관리의 최전선에 나설 때 감염병 위기의 사회적·경제적 악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다. 특히 위기가 종식된 뒤 일상으로 돌아온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stigma)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도시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도시를 구성하는 지역공동체의 개입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이 의학적 문제일 뿐 아니라 지역공동체와 여러 공적 부문, 그리고 전문가들이 거버넌스를 이루어 대처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말해 준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적 부문과 긴밀히 소통하며 감염병 전파를 차단하고 구성원을 보호하는 건전한 지역공동체로 조직된 도시라면 어떤 감염병 위기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리라. 예측 불허 위기의 시대,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배려와 소통으로 결속된 지역공동체다.
  • 하루 수백명 확진, 불안심리 최고조… 앞으로 최대 열흘 중대고비로 판단

    하루 수백명 확진, 불안심리 최고조… 앞으로 최대 열흘 중대고비로 판단

    정세균 총리·靑참모진들 주말에 건의 文대통령, 전문가 의견 등 수렴해 결론 “주의 조치 28일 만에 뒷북 격상” 비판 “신종플루 땐 6개월이나 걸렸다” 반론청와대가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것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 증가 추세와 팽배한 불안심리를 막아 내기 위해서는 국정역량을 쏟아붓는 총력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세균 국무총리도 위기 단계 격상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었고, 청와대 참모진도 주말 사이 이런 입장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이 전문가 의견까지 수용해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심각’ 단계 발령은 2009년 75만명의 환자가 발생했던 신종플루 사태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가 주의 조치를 내린 지 28일 만에야 심각 조치를 내리면서 일각에서는 다소 실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2009년 당시 첫 환자가 발생한 5월 이후 6개월 만인 11월에 심각 단계로 상향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이 그리 늦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전문가 사이에서는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위기 경보를 올리는 데 신중한 태도를 취해 왔다. 심각으로 격상하면 ‘코로나19 오염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고, 항공기 운항 조정, 대중교통 운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경제침체 역시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격상을 결정한 것은 향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변희수 前하사 성전환 후 법적 여성으로 인사소청

    변희수 前하사 성전환 후 법적 여성으로 인사소청

    변희수(22) 전직 육군 하사가 성전환을 이유로 전역 조치 된 것에 대해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19일 군에 따르면 변희수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냈다. 성별 정정 절차가 완료된 변 전 하사는 육군 인사소청에 법적 여성으로 참여한다. 인사소청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서 복무한 변 전 하사는 지난해 휴가 기간에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변화에 대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달 22일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이 남성 성기의 유무를 기준으로 군인의 자격을 판별하고, 여군을 앞세워 변 전 하사와 여군을 함께할 수 없는 존재처럼 낙인찍었다”고 반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단독] ‘셀프 무고교사’라는 이상한 죄 받은 자, 벌금 200만원만 내고 실형 피한 회장님

    [단독] ‘셀프 무고교사’라는 이상한 죄 받은 자, 벌금 200만원만 내고 실형 피한 회장님

    약식명령의 두 얼굴약식명령은 처벌받는 당사자의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두 얼굴을 드러낸다. 서류로 이뤄지는 판결은 사회적 약자들에겐 억울함에 대해 항변할 기회를 갖기 힘든 제도이지만 권력층과 부유층엔 별다른 조사 없이 벌금만으로 죗값을 해결하는 고마운 제도가 된다. ●재소자 신분에 형 더 받을까 봐 자백 2017년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 후 사기·배임죄로 수감 중이던 전장훈(59·가명)씨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의 죄명은 무고 교사. 하지만 무고의 대상이 전씨 본인이었다. 사업 파트너인 이모씨가 검찰에서 “전씨가 시켜 전씨를 무고하게 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씨가 ‘셀프 무고’를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씨는 자신의 어음 채무를 면제받기 위해 전씨를 어음 위조범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어음 위조가 허위로 드러나면서 이씨는 전씨를 무고한 혐의를 받게 됐다. 이씨는 무고죄를 벗기 위해 어음 위조라는 무고를 시킨 당사자로 전씨를 지목했다. 이와 관련, 전씨는 “이씨가 사업 부도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던 나에게 무고 혐의를 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씨가 자신에 대한 무고 교사를 자백했다며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전씨의 셀프 무고가 논란이 됐다. 검찰의 약식기소를 넘겨받은 판사가 2018년 9월 전씨 사건을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전씨는 지난달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에서 검사가 ‘사기죄로 복역 중인 당신 말을 누가 믿어 주겠느냐’, ‘형이 더 추가되고 싶냐’고 위협하며 자백을 요구했다”면서 “형기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내가 나를 무고한 것으로 자백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재소자 신분이었던 전씨의 불리한 처지와 사건을 손쉽게 종결하려 한 검찰의 편의주의가 맞물린 결과로 본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에서 한 전씨의 자백이 돌이킬 수 없는 증거가 됐다. 그는 출소한 후 “내가 나를 무고하도록 시키는 사람이 상식적으로 있겠느냐. 그리고 그걸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형량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검사의 압박이 없었다면 자백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심을 요구했지만 거부됐다. 한 변호사는 “판사도 검찰의 약식기소 내용이 이상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상식적이지 않은 사건이었다”면서 “결국 경미한 사건으로 여겨 범죄자로 다시 낙인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인데도 정식재판 요구 못 한다는 법 약식명령은 재력가에게는 처벌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중견 건설업체 사주인 C회장은 2018년 오피스텔 빌딩을 건축하려는 용도로 토지 매입 협상을 벌였다. C회장은 해당 토지에 인도가 포함돼 있는 만큼 매도인에게 매입 비용을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 통상 부동산 매매에서 토지에 인도나 공도가 포함될 경우 보상 비용은 지자체와 해결한다. 이를 이유로 매도인 측 협상 대리인인 변호사 A씨가 기존 매매가를 고수하자 C회장은 A씨를 상대로 욕설과 폭언, 협박 등의 실력 행사에 나섰다. A씨가 욕설과 폭언이 녹음된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하며 C회장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약식기소돼 2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다. A씨는 약식명령 당사자만 정식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자신이 겪은 피해 사건을 정식재판을 통해 다툴 수도 없었다.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변호사는 “C회장으로선 푼돈(벌금 200만원)으로 실형을 받을 수도 있는 형사사건을 정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단독] 고2때 채팅 상대 욕했다고 벌금 30만원…범죄경력서 요구하는 기업엔 ‘내 일’은 없다

    [단독] 고2때 채팅 상대 욕했다고 벌금 30만원…범죄경력서 요구하는 기업엔 ‘내 일’은 없다

    ‘전과자’ 주홍글씨 찍힌 청년 장발장들한성수 (25·가명)씨는 2014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절도죄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보기에 한씨의 범죄 수법은 교묘하고 계획적이었다. 한씨는 주유소가 정회원에게 리터(ℓ)당 50원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에 착안해 비회원의 주유를 정회원이 한 것처럼 할인 차액을 빼돌렸다. 그가 편취한 할인 차액은 5000원, 4800원, 2100원, 5050원 총 1만 6950원이었다. 한씨는 그 돈으로 삼각김밥을 사 한끼를 해결했다. 동일 수법으로 네 차례 범행을 반복한 건 의도적인 범죄로 인정됐다. 청년의 철없는 ‘도둑질’로만 보이던 이 사건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한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샘 근무를 일주일에 여섯 차례나 했지만 주유소 사장은 임금 지급을 미뤘다. 초과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포함해 체불 임금은 300만원까지 불었다. 당시 대학교 1학년이었던 한씨가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자 사장은 절도 혐의로 그를 맞고소했다. 한씨는 체불 임금을 포기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사장의 회유를 거부했다. 한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사장이 야간근무자 식대도 주지 않았다”며 “할인액을 돈통에서 빼 컵밥이나 김밥을 사먹는 건 같이 일하던 관리자도 묵인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장이 체불 임금을 신고하자 보복으로 절도범으로 고소한 것”이라며 “벌금을 내기 위해 고금리 사채도 알아봤다”고 울분을 토했다.●기초수급 청년, 주운 휴대전화 되팔다 ‘빨간줄’ ‘청년 장발장’들은 소액 벌금에도 삶이 휘청댔다. 1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이민석(30·가명)씨는 학업을 중단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씨는 수년 전 길에서 습득한 휴대전화를 되팔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숨진 어머니의 병원비마저 막막했던 때였다. 이씨는 “검찰의 수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불안에 떨었고 학업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전수 분석한 장발장은행 대출자(2015년 2월~2020년 1월) 792명 중 20대는 107명(13.5%)이었다. 이 중 직업이 없다고 답한 대출자가 40명(37.3%), 단기 아르바이트는 32명(29.9%)이었다. 청년 장발장들은 취업도 쉽지 않다. 벌금형 기록은 주홍글씨의 낙인효과를 일으킨다. 대다수 기업들은 취업 예정자들에게 본인 확인용 범죄· 수사경력회보서를 제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 경찰서가 발급하는 본인 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기간이 지나 실효(失效)된 처벌기록뿐 아니라 수사기록까지 포함시킨다. 지난해 운전기사 채용을 앞두고 회사의 요구로 범죄경력회보서를 제출했던 임희도(25·가명)씨는 취업에 실패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채팅 상대에게 한 욕설로 받은 벌금 30만원 전과 때문이었다. 임씨는 “벌금형이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고 후회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취업을 원하는 기업들이 회보서 제출을 요구해 발급을 받는 청년층 사례가 많다”면서 “채용자의 이력을 확인하려는 기업의 요구와 수사기관의 회보서 발급 시스템으로 사실상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실효법은 범죄경력 자료와 수사경력 자료를 법이 허용한 목적을 벗어나 취득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악용되는 것에는 속수무책이다. 또 다른 경찰관은 “사용 목적을 숨긴 채 회보서 발급을 요구하면 의심스럽긴 해도 (발급을)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본인 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13만 7000건에 달한다. ●벌금형 선고로 유학도 이민도 막혀 약식명령의 벌금형 선고로 유학이나 이민이 막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관 제출이 불가한 본인 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를 요구하는 캐나다의 경우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5년 이내 범죄 기록이 있으면 비자 발급을 거부한다. 또 10년이 지났더라도 범죄 경력이 2건 이상일 경우 해당 대사관이 별도의 사면 절차를 거쳐 비자 발급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 정부도 소액 절도와 사기 등을 부도덕범죄(CIMT)로 분류해 입국금지 사유에 포함시킨다. 법무법인 한별 관계자는 “부도덕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본인이 저지른 범죄명과 그 범죄의 구성 요건이지 정식 재판과 약식명령을 차별하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의 경우 벌금형만으로도 취업, 유학, 해외 근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오늘의 눈] 무엇이 내 이웃을 ‘조커’와 ‘장발장’으로 만드는가/고혜지 탐사기획부 기자

    [오늘의 눈] 무엇이 내 이웃을 ‘조커’와 ‘장발장’으로 만드는가/고혜지 탐사기획부 기자

    ‘피고인을 벌금 ○○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100,000(일십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짧은 두 문장의 약식명령에 인생이 무너지는 도시의 범법자들이 있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거나 저소득층이다. ●치료비도 없는 정신질환자, 범죄만 ‘차곡차곡’ 기자가 만난 전과 5범의 이수찬(49·가명)씨는 영화 속 악당 ‘조커’를 떠올리게 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약자였다가 복지 사각지대에서 악당으로 변질된 조커처럼 이씨 역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어머니와 형까지 세 식구 모두 정신장애 3급으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한다. 그들 셋이 받는 90만원 정도로는 한 명 병원비도 감당이 어렵다. 때문에 이씨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이씨는 충동 장애가 심해지면 무전취식, 폭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의 범죄 이력과 벌금은 쌓여만 갔다. 의지할 곳 없던 조커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무서운 악당으로 거듭났던 것처럼 이씨 역시 벌금이나 노역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그는 “누가 시비를 걸어오면 ‘저거 한 번 치고 교도소 갈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생이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비단 이씨만 조커가 아니었다. 오늘의 가난과 상처가 내일의 범죄를 잉태하고, 오늘의 범죄가 내일 가난의 굴레가 된다. 약자들은 이 악순환 속에서 불편, 위험, 비참함을 거듭하면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사회에 대한 증오까지 싹틔우고 있었다. “위법한 자들을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사법기관의 엄중함에는 관용이 결여돼 있다. 가난이 만들어 낸 사법적 약자들을 구제하고 법의 빈틈을 메우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은접시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하고 은촛대마저 내어주는 미리엘 주교가 많지 않다. 어느 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 조사에서 본인 사정을 다 말할 수 있는데 경찰서에 와선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먼저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를 한마디라도 물어보면 될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인 피의자에게 수사 단계부터 무료로 법률 조력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만난 피의자들은 “수사 과정에 나를 변호해 줄 존재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만큼 경찰 조사라는 첫 단추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후 사법 절차가 줄줄이 꿰어지기 때문이다. 약식명령 제도가 효율을 추구할지언정 인권을 무시하며 수사마저 간결해선 안 되는 이유다. ●범죄 정당화할 수 없지만, 징벌만이 정의 아냐 조커와 장발장의 범죄 행위는 결코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징벌만으로 정의는 완성되지 않는다. 용서와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이는 피폐한 삶 속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가치들이다. 가벼운 벌금형에도 막다른 길로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법적 조력과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질 때 비로소 가난과 범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hjko@seoul.co.kr
  • [오늘의 눈] 무엇이 내 이웃을 ‘조커’와 ‘장발장’으로 만드는가/고혜지 탐사기획부 기자

    [오늘의 눈] 무엇이 내 이웃을 ‘조커’와 ‘장발장’으로 만드는가/고혜지 탐사기획부 기자

    ‘피고인을 벌금 ○○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금 100,000(일십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짧은 두 문장의 약식명령에 인생이 무너지는 도시의 범법자들이 있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거나 저소득층이다. ●치료비도 없는 정신질환자, 범죄 만 ‘차곡차곡’ 기자가 만난 전과 5범의 이수찬(49·가명)씨는 영화 속 악당 ‘조커’를 떠올리게 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약자였다가 복지 사각지대에서 악당으로 변질된 조커처럼 이씨 역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어머니와 형까지 세 식구 모두 정신장애 3급으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한다. 그들 셋이 받는 90만원 정도로는 한 명 병원비도 감당이 어렵다. 때문에 이씨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다. 이씨는 충동 장애가 심해지면 무전취식, 폭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의 범죄 이력과 벌금은 쌓여만 갔다. 의지할 곳 없던 조커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무서운 악당으로 거듭났던 것처럼 이씨 역시 벌금이나 노역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그는 “누가 시비를 걸어오면 ‘저거 한 번 치고 교도소 갈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생이 거칠어졌다”고 말했다. 비단 이씨만 조커가 아니었다. 오늘의 가난과 상처가 내일의 범죄를 잉태하고, 오늘의 범죄가 내일 가난의 굴레가 된다. 약자들은 이 악순환 속에서 불편, 위험, 비참함을 거듭하면서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사회에 대한 증오까지 싹틔우고 있었다. “위법한 자들을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사법기관의 엄중함에는 관용이 결여돼 있다. 가난이 만들어 낸 사법적 약자들을 구제하고 법의 빈틈을 메우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은접시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하고 은촛대마저 내어주는 미리엘 주교가 많지 않다. 어느 경찰서 형사과장은 “경찰 조사에서 본인 사정을 다 말할 수 있는데 경찰서에 와선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먼저 정상 참작할 만한 사유를 한마디라도 물어보면 될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인 피의자에게 수사 단계부터 무료로 법률 조력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만난 피의자들은 “수사 과정에 나를 변호해 줄 존재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만큼 경찰 조사라는 첫 단추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후 사법 절차가 줄줄이 꿰어지기 때문이다. 약식명령 제도가 효율을 추구할지언정 인권을 무시하며 수사마저 간결해선 안 되는 이유다. ●범죄 정당화할 수 없지만, 징벌만이 정의 아냐 조커와 장발장의 범죄 행위는 결코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징벌만으로 정의는 완성되지 않는다. 용서와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이는 피폐한 삶 속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가치들이다. 가벼운 벌금형에도 막다른 길로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법적 조력과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질 때 비로소 가난과 범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hjko@seoul.co.kr
  • ‘1만 6950원 절도’ 청년의 눈물…알고보니 임금체불 피해자

    ‘1만 6950원 절도’ 청년의 눈물…알고보니 임금체불 피해자

    [2020 서울신문 탐사기획-法에 가려진 사람들]1부 - 가난은 어떻게 형벌이 되는가 한성수(25·가명)씨는 2014년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절도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전과자가 됐다. 법원이 보기에 한씨의 범죄 수법은 교묘하고 계획적이었다. 주유소가 정기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에 한해 리터당 50원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활용한 한씨는 비회원들의 주유를 회원이 한 것처럼 속여 할인 차액을 빼돌렸다. 그가 편취한 할인 차액은 5000원, 4800원, 2100원, 5050원 총 1만 6950원으로 삼각김밥 등을 사 한끼를 해결하는 데 썼다. 그가 동일 수법으로 네 차례 범행을 반복한 건 범죄가 의도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청년의 철없는 ‘도둑질’로만 보이던 이 사건에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한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샘 근무를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했지만 주유소 사장은 그에게 월급을 주지 않았다. 한씨는 ‘조금만 기다려보라’는 사장의 말만 믿었지만 초과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포함해 체불임금은 300만까지 불었다. 한씨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손님들의 할인 차액에 손을 댄 이면에는 사장의 임금 체불이 있었던 셈이다. 당시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한씨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자, 사장은 절도 혐의로 그를 맞고소했다. 한씨는 체불임금을 포기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사장의 회유도 거부했다. 한씨는 지난달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장은 야간근무자 식대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할인액을 돈통에서 빼 컵밥이나 김밥을 사먹는 건 관리자가 묵인했던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장이 체불임금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절도범으로 고소한 것”이라며 “임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벌금을 내기 위해 고금리 사채도 알아봤다”고 말했다. 장발장은행 대출 13.5%는 20대 서울신문이 만난 ‘청년 장발장’들은 소액 벌금에도 삶이 휘청댔다. 한씨가 70만원 벌금을 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1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민석(30·가명)씨는 학업을 중단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씨는 수년 전 길에서 습득한 휴대전화를 되팔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뇌종양으로 숨진 어머니의 병원비를 떠안았던 절박한 시점이었다. 이씨는 “검찰의 수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불안에 떨면서 학업도 포기했던 막막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전수분석한 장발장은행 대출자(2015년 2월~2020년 1월) 792명 중 20대는 107명(13.5%)이었다. 이 중 직업이 없다고 답한 대출자가 40명(37.3%), 아르바이트 중인 사람은 32명(29.9%)이었다.청년 장발장들은 취업 등 미래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벌금형 기록은 낙인 효과를 일으킨다. 상당수 기업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취업 예정자들에게 본인확인용 범죄·수사경력회보서를 제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 경찰서가 발급하는 본인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기간이 지나 실효(失效)된 처벌기록 뿐 아니라 수사기록까지 포함된다. 서울에 사는 임희도(25·가명)씨는 지난해 운전기사 채용에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회사 측이 요구한 범죄경력회보서를 제출했다가 취업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했다.그가 저지른 범죄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채팅 상대에게 욕설을 해 받은 벌금 30만원이 유일했다. 임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범죄를 저지른 건 잘못이지만 벌금형이 평생 꼬리표로 따라 다니게 될 줄 몰랐다”고 후회했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취업을 원하는 기업들이 회보서 제출을 요구해 발급을 받는 청년층 사례가 많다”면서 “채용자의 과거 이력을 확인하려는 기업의 요구와 수사기관의 회보서 발급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인데도 기업은 ‘범죄경력’ 요청 현행 형실효법은 범죄경력자료 또는 수사경력자료를 법이 허용한 목적을 벗어나 취득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지만 악용되는 건 속수무책이다. 또 다른 경찰관은 “사용 목적을 숨긴 채 회보서 발급을 요구하면 의심스럽긴 해도 (발급을) 거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거들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본인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는 13만 7000건에 달한다. 약식명령 선고를 받고 해외 유학이나 이민길이 막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관 제출이 불가능한 본인확인용 범죄경력회보서를 내라고 요구하는 캐나다의 경우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5년 이내 범죄가 있으면 모든 비자 발급을 거부한다. 또 10년이 지났더라도 범죄 경력이 2건 이상이라면 해당 대사관이 별도의 사면 절차를 거쳐 비자 발급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 정부도 단순 절도와 사기 범죄 등을 부도덕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CIMT)로 보고 입국금지사유에 포함시킨다. 법무법인 한별 관계자는 “부도덕범죄(CIMT)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본인이 저지른 범죄명과 그 범죄의 구성요건이지, 정식재판과 약식명령을 차별하지 않는다”면서 “청년들의 경우 취업, 유학, 해외 파견근무 등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이제는 정당정치에서 시민정치로

    [이종수의 헌법 너머] 이제는 정당정치에서 시민정치로

    총선이 임박해 있고, 늘 그래왔듯이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요란하다. ‘자유’, ‘민주’, ‘정의’, ‘평화’ 등등…. 이렇듯 모두가 공감하는 단어들을 가져다가 이름붙인 정당들이 행하는 정치에 정작 아무런 감동이 없다. 오늘날의 대의제민주주의에서 주권자들의 축제여야 할 선거에서 정당들만 갖은 변죽을 울린다. 그들만의 잔치다. 우리네 정당정치에서 그간 소속의원 빌려주기 등의 편법이 있었는데, 선거법 개정이 있고서 이번에는 급기야 ‘위성정당’이라는 별종(別種)까지 등장했다. ‘관제정당’이 그렇듯이 국민이 만든 정당이 아니라 정당이 만든 정당이다. 어쨌든 현행 정당법 제2조는 정당을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편법이라도 여하튼지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려는 꼼수다. 게다가 이 위성정당으로 내보내려고 딱히 해당(害黨)행위가 없는데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소속 의원들을 제명시키고, 제명된 당사자들 역시 흔쾌하기만 하다.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정당도 처음에는 의회 안에서 몰래 음모(陰謀)를 꾀하는 단체쯤으로나 여겨져서 핍박을 받았었다. 그래서 독일의 헌법학자 하인리히 트리펠은 정당에 대한 헌법의 입장 변화를 적대시에서 무시로 그리고 합법화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선거철이 되면 정당들은 늘 환골탈태를 말하지만, 한때 음모단체로 낙인찍혔던 태생적 DNA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인류의 발전이 그래왔듯이 분업의 미덕에 따른 책임정치가 대의제민주주의의 유일한 장점이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책임 전가에다 통폐합과 당명 변경 등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정당과 정치인을 찾기가 어렵다. 어디 그뿐인가. 정당들에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세금이 나간다. 명색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기에 원칙적으로 당비 등의 자체 수입으로 운영돼야 마땅한데도, 대부분 정당들이 국고보조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을 두고서 처음에는 정당의 국가로부터의 독립성 훼손과 지급액수에 따른 정당들 간의 격차 심화를 우려해서 위헌으로 판단했으나, 이후에는 선거준비기관으로서의 공적 기능을 인정해 입장을 번복하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이른바 ‘상대적 상한선’이 그것인데, 정당에 당비 등 스스로 충당한 재원 액수를 초과하는 국고보조금 지급은 여전히 위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혹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거의 백화점식으로 망라한’ 다양한 정치자금제도를 갖추고 있다. 예컨대 소득세 연말정산에서 10만원까지의 정치후원금액은 세액공제로 전액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후덕한 제도까지 갖추고 있다. 낸 돈을 그대로 돌려받으니 결국 기부가 아닌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필자는 오래전부터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총액을 선거에서의 전체 투표율과 연계시키자고 주장해 왔다. 낮은 투표율은 그 자체로 정당정치의 실패를 뜻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페널티라도 있어야, 정당들이 그나마 더 많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모으려고 애쓰지 않을까 싶어서다. 헌법학에서 정당의 기능은 국민과 국가 사이를 중개하는 도관(導管)으로 설명된다. 즉 국민의 뜻을 국가의사로 매개하는 역할이다. 이 도관이 깨끗해야 국민의 의사가 왜곡 없이 국가의 정책결정에 연결된다. 녹슨 낡은 도관에 아무리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도 수도꼭지에서는 더러운 녹물만 나올 뿐이다. 헌법은 정당에 정치적 의사형성에 대한 국민의 참여를 요청하지만, 헌법재판소도 그간 수차례 경고해 왔듯이 정당의 정치독점이 주어진 현실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그렇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낙천?낙선운동을 금지하면서 그저 가만히만 있다가 투표소로 가기를 기대한다. 정치학계에서는 여전히 이른바 ‘정당강화론’이 대세인 듯한데, 이제는 정당을 대체하는 다른 도관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싶다. 즉 정당 말고도 예컨대 외국의 경우처럼 유권자연합 등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도적으로 열어 주어야 한다. 이로써 낡은 정당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나 비로소 시민정치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당들끼리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다른 정치주체들이 정당정치에 맞서면서 경쟁적 민주주의가 복원되기를 바란다.
  • 정부 “EU와의 FTA 노동 규정 위반 없어”

    정부가 한국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노동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심의하는 전문가 패널에 “한국은 FTA 조항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제13장 노동·환경)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패널에 지난 14일 의견서를 냈다. 의견서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1991년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 협약과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제105호 협약 등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포함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내놨다. 노동부는 이를 토대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만들어 지난해 10월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EU는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EU는 지난달 20일 전문가 패널에 의견서를 보내 “현 국회에서 비준안의 통과는커녕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EU 패널 각 1인과 제3국 국적의 의장 1인을 포함해 총 3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활동 중이며, 다음달 말까지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 한국이 한·EU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담기면 한국은 FTA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 조항을 위반한 ‘노동권 후진국’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확진자 28명 중 퇴원한 7명… 그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확진자 28명 중 퇴원한 7명… 그들에겐 특별한 게 있다?

    46.9세·입원 13.1일… 기저질환은 없어 바이러스처럼 보지 않을까 트라우마도 TF, 에이즈 치료제 하루 2회 투약 제안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환자 가운데 퇴원한 환자가 7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확진환자(28명) 가운데 25%가 완치됐다. 별다른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서도 퇴원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몸의 면역체계가 작동한 데 힘입었다. 대체로 조기에 격리치료에 들어간 것도 도움이 됐다. 아직 퇴원하지 못한 환자들 역시 1명을 빼고는 모두가 상태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완치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현재 퇴원환자 7명의 평균 연령은 46.9세다. 이들 중 최고령자는 8번 환자(63·여)이고 최연소는 11번 환자(25·남)였다. 확진일부터 퇴원일까지 평균 입원 기간은 13.1일이었다. 17번 환자(38·남)가 8일로 가장 짧았고 3번 환자(54·남)가 18일로 가장 길었다. 호흡곤란으로 산소공급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있었던 반면 입원 내내 발열 등 가벼운 증상만 나타난 환자도 있는 등 증상도 천차만별이었다. 방지환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 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은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하다”면서 “감기를 보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합병증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퇴원환자들의 명확한 공통점은 치료에 영향을 미칠 만한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요인은 환자들이 면역력으로 이겨 내는 원동력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환자 중 오늘(13일) 퇴원 예정인 환자는 없지만 퇴원을 고려하는 분들이 계속 한두 분씩 있다”고 말했다. 전체 확진환자 중 최고령인 25번 환자(74·여)나 폐기저질환이 있는 16번 환자(43·여)를 포함해 치료 중인 환자들 모두 상태가 안정적이다. 정 본부장은 폐렴으로 산소공급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1명 있지만 그 역시 중증은 아니라고 밝혔다. 퇴원자들에겐 앞으로 퇴원할 환자들까지 포함해 사회적 낙인이라는 또 다른 공통점도 갖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등이 나서 심리 상담을 하고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다른 이들을 지키고자 스스로 격리를 선택한 이들과 환자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면 개인과 공동체에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은 깊은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종우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격리자와 환자들이 ‘사람들이 나를 바이러스처럼 보지 않을까, 내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키지 않을까’라는 불안, 가족과 지인에 대한 미안함, 격리에 따른 고립감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종식된 이듬해 서울 강동구가 격리 대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했고 17.6%는 격리해제 후 6개월이 지나서도 이런 감정을 호소했다. 자가격리 경험자가 겪은 부정적 경험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었다. 이번에도 16번 확진환자(42·여)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이를 토대로 신상 털기가 어김없이 재현됐다. 백 교수는 “이들이 오히려 ‘격리를 통해 가족과 사회안전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을 사회가 알아 줘야 우리 사회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차·3차 감염을 일으켰던 3번 확진환자(54·남)는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앙임상TF는 그동안 쌓인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치료 지침인 ‘코로나19 치료원칙’을 내놨다. TF는 구체적 항바이러스 치료로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를 하루 2회, 두 알씩 주는 것을 제안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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