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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 만에 다시 출근… ‘제2의 무쏘’ 만들 생각에 떨려

    11년 만에 다시 출근… ‘제2의 무쏘’ 만들 생각에 떨려

    쌍용자동차 마지막 복직 대상자 35명이 지난 4일 일터로 돌아갔다. 2009년 쌍용차가 2646명을 구조조정한 지 10년 11개월 만이다. 이들은 두 달 교육을 거쳐 7월 1일부터 현장에 배치된다. 길고 지난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복직 투쟁은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 14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5월에 복직한 조문경(57), 김성국(52), 이민영(44)씨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복직자들은 교육을 받으면서 현장에 적응하려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2년 쌍용차에 입사한 이씨는 “빨리 현장에 돌아가 차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차량 정비사로 일하다 1994년 입사한 조씨는 “처음 회사 들어갔을 때는 주어진 일을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항상 있었는데 현장을 11년 동안 떠나 있었으니, 작업 속도나 과정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좀 두렵다”고 말했다. 복직 노동자 교육을 맡은 강사가 이들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냐”였다. 건설 현장 일용직이나 자영업으로 입에 풀칠하느라 바빴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11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김씨는 “충남 천안, 경기 안성 등에서 노가다(막일) 현장도 뛰고,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도 했다”면서 “시설관리공단에서 일할 때도 있었는데 잠을 재워 주고 4대보험도 나와서 좋았다”고 기억했다. 이씨는 “일하느라 전국에서 제주 빼고는 다 가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낙인 탓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라는 타이틀은 주홍글씨처럼 이들을 따라다녔다.조씨는 “쌍용차에 다녔다는 이력을 알고 나면 그만두라고 하더라. 그러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막노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출금을 갚기도 막막했다. 적금이나 애들 앞으로 들어 둔 얼마 안 되는 보험까지 모조리 해약했다”고 회상했다. 2009년 4월 8일 회사가 인력 감축을 발표할 때만 해도 해고는 실감나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전체 인원(7130명)의 36%인 2646명이 쫓겨날 것이라는 얘기가 돌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너 아니면 내가 해고”될 판이었다. 어느 날 해고를 알리는 ‘노란 봉투’가 날아왔다. 조씨는 “사장이 주는 상도 받고 성실히 일했는데, 나까지 잘리진 않겠지 생각했었다”면서 “상 받은 사람들도 한꺼번에 잘렸다”고 말했다. 이씨도 해고 통지를 받자마자 “‘내가 왜 대상이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함께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의 동생은 “형 거야”라면서 노란 봉투를 건넸다. 그의 동생 역시 일자리를 잃었다.날벼락 같은, 납득할 수 없는 해고를 통보받은 1000여명의 노동자들은 평택 공장에서 77일간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보다는 물리적인 충돌만 부각됐다”고 기억했다. 당시 시위에 투입된 경찰특공대는 크레인을 타고 공장 옥상에 진입해 방패와 진압봉을 휘둘렀고 수십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은 유독성 최루액과 테이저건 등 대테러 장비와 헬기까지 동원하는 등 전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경찰이 쌍용차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50명의 ‘인터넷 대응팀’을 운영하고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직접 청와대 고용노동 담당 비서관에게 전화해 공장 진입을 승인받은 사실 등은 2018년에야 밝혀진 사실이다.해고 노동자들은 경찰의 강제 진압이 남긴 트라우마와 싸워야 했다. 조씨는 경찰에 두들겨 맞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여러 번 봤다. 그는 “세어 보니까 27대를 맞았다. 원 없이 맞았다”면서 “뒤쪽으로 끌려가서 니킥으로 가슴을 맞기도 했다”고 했다. 이씨는 “첫날에는 정신이 없으니 아픈 줄 몰랐는데, 다음날부터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고 했다. 김씨는 위독한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파업 현장에서 일찍 나왔지만, 헬기 진압 장면을 목격한 뒤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는 “집에서 공장이 보이는데 헬기 소리가 귀에서 맴돌았다”면서 “유서를 쓸 생각도 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와 가족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승섭 교수팀의 ‘2015 함께 살자 희망 연구’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50.5%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걸프전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48.0%)보다 높은 비율이다. 2018년 발표된 쌍용차 해고자 배우자 실태조사에서는 해고자 배우자(28명)의 절반인 12명(48.0%)가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하락과 사회적 지지의 단절 속에서 해고자는 모든 부담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감내했다”면서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 입안자의 책무이자 역할”이라고 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정부 고용센터로부터 구직 과정에서 실질적 도움을 받은 경우는 9.1%에 불과했고, 60%는 친구나 지인,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다.경찰은 2019년 강제 진압과 관련해 노조에 사과했지만 당시 노동자들이 새총으로 쏜 너트와 볼트에 기중기·헬기 등이 파손됐다며 해고 노동자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철회하지 않았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노조 지부장은 “폭력 진압에 대한 사과는 받았지만 지연 이자를 포함해 100억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 문제를 같이 처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2016년 (경찰의 손을 들어 준) 2심 판결이 내려진 뒤에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온 만큼 대법에서 빠르게 파기 환송을 해 법리를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70m 높이 굴뚝에서 89일간 머물고, 두 팔꿈치, 양 무릎, 이마까지 바닥에 대는 오체투지 행진도 했다. 노력 끝에 2016년 18명을 시작으로 2017년 19명, 2018년 79명이 복직했다. 2020년 복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47명까지 163명(12명 휴직)이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로 돌아가지 않거나, 세상을 떠나거나 정년을 넘겨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도 있다.복직을 선택한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김씨는 명예회복을 꼽았다. 2014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쌍용차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9개월 뒤 ‘양승태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김씨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4, 5년쯤 지나니까 ‘그만하자’고 했다. 내가 옳았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옛날처럼 동료들과 원만하게 지내면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회사를 사랑해서 마지막까지 좋은 차를 만들고 싶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더라”면서 “전국을 다니면서 일하면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지만 가족들과 평택에서 자리 잡고 지내고 싶었다”고 했다. 쌍용차의 존속은 안갯속이지만, 복직자들은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져 도로를 누비던 차를 떠올렸다. 김씨는 평생 무쏘의 거북등(차체)을 만들었다. 2002년 뉴렉스턴 조립 라인에서 일을 시작한 이씨는 차도 뉴렉스턴만 몰았다. 품질관리(QC)와 조립 라인에서 일했던 조씨는 동료들 이야기를 듣더니 쌍용차 대표 모델의 역사를 줄줄이 읊었다. “2001년 렉스턴이 처음 양산될 때는 대한민국 상위 1% 차였죠. 저는 뉴 훼미리를 팔 때쯤 입사했는데, 무쏘가 히트를 칠 때는 품질 관리에서 일했습니다. 그다음에 체어맨이 나왔는데….” 글 사진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꼭 40년 전 오늘 광주는 다시 계엄군에게 넘어갔다. 끝까지 전남도청에서 저항하다 죽어간 시민군 중에는 몇 명의 학생이 있었다. 문재학, 박성용, 안종필. 빡빡머리 고교생들을 조명한 서울신문의 특집 기사를 읽다가 한강 작가의 장편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현실의 그들처럼 소설의 주인공도 10대 ‘아그’이기 때문이다. 짧은 생(生)은 항상 억울하고 원통하다. 더욱이 국가권력에 의한 죽음은 죽은 자뿐만 아니라 산 자에게도 무거운 숙제다. ‘오월의 사회과학’에서 광주의 진실을 학문적으로 밝힌 정치학자 최정운은 5·18이 모든 이에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라고 확언한다. 금남로의 죽음이 없었다면 독재는 계속되었을 것이고 지금의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무거운 부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년이 온다’가 5월마다 찾아오는 ‘계절풍’ 베스트셀러인 사정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미증유의 참극을 다룬 소설의 주인공이 왜 중학생일까. 10대가 가장 정의감이 강한 시기이기도 하고 사건의 비극성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당시 광주시 인구 7명 가운데 1명이 학생이라는 인구학적 특성도 감안하지 않았을까. 여러 풀이가 있겠지만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화려강산(華麗江山)이 현실의 광주에서는 피로 돌변한 까닭을 에두르지 않고 묻는 인물이 중3 동호다. 국군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 주고 태극기로 감싸는지 궁금하다. 죽음이 예고된 도청의 시민군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피해 버리면 되는데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나는지 온통 의문투성이다.  소설 말고 여타 기록에서도 시민들은 태극기와 애국가에 필사적으로 집착한다. 한낱 ‘도륙된 고깃덩어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또는 반란군이 죽인 것이기에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존재증명을 위해서다. 국가(國歌)를 제창하고 국기를 펄럭이는 것은, 일종의 ‘내전’을 감행한 폭력과 야만의 나라를 새로운 나라로 바꾸어 내면서 국민주권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는 것이 김종엽 한신대 교수의 평가다. 여기서 광주는 희생자가 아니라 건설자로 승화된다.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다시 정초하는 주인공들이어서다. 물리력으로는 더이상 정치적 갈등을 풀 수 없다는 광주의 교훈이 있었기에 2016년의 촛불이 가능했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정 절차가 작동했다. 실로 한 세대 전에 뿌려진 유혈의 씨앗이 무혈의 결실을 거둔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차원은 차치하고 실존적 차원에서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운 대목은 ‘왜 그들은 남아서 죽었을까’다. 동호의 말마따나 ‘꽃 핀 쪽으로’ 가지 않고 캄캄한 죽음의 세계를 선택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내면에 들어 있는 도덕법칙에 대한 소명의식이 세속적 부와 권력은 물론 생명까지도 상대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절대적인 숭고함을 느끼는 순간, 생존본능이라는 자연법칙마저 극복하고 불가능한 용기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최정예 특수부대의 압도적 폭력에 맞서면서 시민들은 자신의 목숨과 공동체의 삶이 일치하는 이른바 ‘절대공동체’를 경험했다. 광주의 진실은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뛰어넘게 했다. 만약 모두가 무기를 두고 떠났다면 광주의 10일은 폭도의 시간으로 회칠되고 반역의 도시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십자가를 짊어진 시민군들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는 부활할 수 있었다. 개 끌리듯 끌려간 그들이 ‘죽음을 넘고 시대의 어둠을 넘은’ 것이다. ‘유리같이 연약한’ 인간들이 총탄을 맞고 사라지더라도 그들이 보았던 밤하늘의 별, 그들이 보여 줬던 빛나는 양심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때 그곳에서 스러진 영혼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기념하자. 그렇게 사회적 애도, 역사적 조문을 치를 때 우리의 사람됨과 시민됨은 복구되는 것이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정승민의 막론하고] ‘넘어 넘어’ 오는 진실들

    꼭 40년 전 오늘 광주는 다시 계엄군에게 넘어갔다. 끝까지 전남도청에서 저항하다 죽어간 시민군 중에는 몇 명의 학생이 있었다. 문재학, 박성용, 안종필. 빡빡머리 고교생들을 조명한 서울신문의 특집 기사를 읽다가 한강 작가의 장편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현실의 그들처럼 소설의 주인공도 10대 ‘아그’이기 때문이다. 짧은 생(生)은 항상 억울하고 원통하다. 더욱이 국가권력에 의한 죽음은 죽은 자뿐만 아니라 산 자에게도 무거운 숙제다. ‘오월의 사회과학’에서 광주의 진실을 학문적으로 밝힌 정치학자 최정운은 5·18이 모든 이에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라고 확언한다. 금남로의 죽음이 없었다면 독재는 계속되었을 것이고 지금의 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무거운 부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년이 온다’가 5월마다 찾아오는 ‘계절풍’ 베스트셀러인 사정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미증유의 참극을 다룬 소설의 주인공이 왜 중학생일까. 10대가 가장 정의감이 강한 시기이기도 하고 사건의 비극성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당시 광주시 인구 7명 가운데 1명이 학생이라는 인구학적 특성도 감안하지 않았을까. 여러 풀이가 있겠지만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화려강산(華麗江山)이 현실의 광주에서는 피로 돌변한 까닭을 에두르지 않고 묻는 인물이 중3 동호다. 국군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 주고 태극기로 감싸는지 궁금하다. 죽음이 예고된 도청의 시민군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피해 버리면 되는데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나는지 온통 의문투성이다.  소설 말고 여타 기록에서도 시민들은 태극기와 애국가에 필사적으로 집착한다. 한낱 ‘도륙된 고깃덩어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또는 반란군이 죽인 것이기에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존재증명을 위해서다. 국가(國歌)를 제창하고 국기를 펄럭이는 것은, 일종의 ‘내전’을 감행한 폭력과 야만의 나라를 새로운 나라로 바꾸어 내면서 국민주권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는 것이 김종엽 한신대 교수의 평가다. 여기서 광주는 희생자가 아니라 건설자로 승화된다.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다시 정초하는 주인공들이어서다. 물리력으로는 더이상 정치적 갈등을 풀 수 없다는 광주의 교훈이 있었기에 2016년의 촛불이 가능했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헌정 절차가 작동했다. 실로 한 세대 전에 뿌려진 유혈의 씨앗이 무혈의 결실을 거둔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정치적 차원은 차치하고 실존적 차원에서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운 대목은 ‘왜 그들은 남아서 죽었을까’다. 동호의 말마따나 ‘꽃 핀 쪽으로’ 가지 않고 캄캄한 죽음의 세계를 선택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내면에 들어 있는 도덕법칙에 대한 소명의식이 세속적 부와 권력은 물론 생명까지도 상대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절대적인 숭고함을 느끼는 순간, 생존본능이라는 자연법칙마저 극복하고 불가능한 용기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최정예 특수부대의 압도적 폭력에 맞서면서 시민들은 자신의 목숨과 공동체의 삶이 일치하는 이른바 ‘절대공동체’를 경험했다. 광주의 진실은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뛰어넘게 했다. 만약 모두가 무기를 두고 떠났다면 광주의 10일은 폭도의 시간으로 회칠되고 반역의 도시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십자가를 짊어진 시민군들이 있었기에 민주주의는 부활할 수 있었다. 개 끌리듯 끌려간 그들이 ‘죽음을 넘고 시대의 어둠을 넘은’ 것이다. ‘유리같이 연약한’ 인간들이 총탄을 맞고 사라지더라도 그들이 보았던 밤하늘의 별, 그들이 보여 줬던 빛나는 양심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때 그곳에서 스러진 영혼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기념하자. 그렇게 사회적 애도, 역사적 조문을 치를 때 우리의 사람됨과 시민됨은 복구되는 것이다.
  • 박지성·손흥민도 유튜브에선 크리에이터가 된다

    박지성·손흥민도 유튜브에선 크리에이터가 된다

    축구장 벗어난 축구 다양한 콘텐츠 제작유명 선수들도 출연 나서자 팬들에 인기은퇴 후 새로운 진로로 뜬 직업 ‘유튜버’종목 기존 틀 깨면서 무한한 진화 선보여분야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유튜브는 축구계도 예외는 아니다. 축구는 팀당 11명의 선수가 직사각형의 운동장 안에서 상대 골대에 골을 넣어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지만 유튜브에선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기존의 틀을 파괴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때론 쉽게 보기 어려운 선수들마저 유튜브에 등장해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한다.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는 축구로 다양한 실험을 펼친다. 35m 밖에서 축구공을 차서 농구 골대에 넣기, 36m 높이에서 떨어지는 공 트래핑하기 등 기상천외한 콘텐츠를 발굴해 제공한다. 손흥민, 박지성, 이강인 등 해외축구 스타들과의 콘텐츠도 만들어낸다. 슛포러브 뿐만 아니라 감스트, 석꾸축꾸, 김진짜, 고알레 등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축구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 유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시대가 아니었다면 방송사가 제공하는 영상으로만 축구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쳤겠지만 지금은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저들이 능동적으로 소비하고 주도하는 시대로 바뀌었다.유튜브 시대는 은퇴 선수들에게 ‘유튜버’라는 새로운 진로도 열어줬다. 과거 전통적인 구조에서는 은퇴 후 코치 합류를 거쳐 대한축구협회나 축구 감독으로 일하는 단계를 밟았을 선수들이 지금은 과감히 남다른 길을 가고 있다.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는 은퇴 후 유튜버로 변신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가 운영하는 ‘꽁병지tv’는 구독자 33만명을 거느린 중견 유튜브 채널이다. 김병지 정도의 경력을 가진 선수라면 프로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직행할 수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유튜버로 변신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유튜브 시대에는 이천수처럼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 인물들이 재조명 받기도 한다. 역시 활발한 유튜브 출연으로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한 이천수는 과거 자신의 문제가 됐던 행동을 오히려 직접 보고 해명하는 영상을 통해 흑역사를 웃음 거리로 소화시키기도 했다. 과거였다면 논란을 일으켰던 선수들이 미운털이 박힌 채 대중이 뇌리에 남았겠지만 유튜브 시대에는 이들이 스타로 자리잡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스포츠가 경쟁하는 상대방과 무대, 경쟁을 위한 규칙이 세세하게 정해져 있었다면 유튜브는 스포츠의 기존 틀을 파괴하면서 종목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열린세상] 안심밴드, 청소년의 재범방지용으로 쓴다면/양중진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

    [열린세상] 안심밴드, 청소년의 재범방지용으로 쓴다면/양중진 수원지검 부부장 검사

    ‘우리 애가 진짜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 나쁜 길로 빠졌어요.’ 소년사건을 대할 때 부모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혼자라면 저지르지 않았을 범죄를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저지르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집단심리에 기댄 범죄다. 반만 맞는 대목이다. 뒤집어서 친구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그 친구가 우리 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친구의 탓만이 아닌 우리 아이의 잘못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은 틀렸다. 청소년기는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모하게 행동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좋은 행동일 수도, 나쁜 행동일 수도 있다. 잠잠해질 듯하던 코로나19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집단시설이나 공중밀집장소에 가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의 손목에 안심밴드를 부착해 위치를 파악하도록 했다. 집단시설에 격리하는 대신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되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소년범에 대한 보호관찰 현장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바로 야간외출제한이다. 청소년 범죄가 대부분 밤에 일어나는 점에 주목해 야간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판사가 보호관찰을 선고하면서 부가적으로 붙이게 된다. 야간외출만 제한하는 일종의 일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다. 보통은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집에 꼭 있으라는 내용이다. 준수 여부는 오후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체크한다. 받는 사람의 음성을 분석해 대신 전화를 받을 수 없게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단 전화를 받은 청소년에게는 다시 전화를 하기 어렵다. 외출제한을 지키지 않는 청소년을 감시할 필요도 있지만, 지키는 청소년의 수면권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전화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휴대전화 대신 장소가 고정된 집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벨소리로 인해 다른 가족의 수면에도 영향을 준다. 일단 전화를 받은 청소년은 외출의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친구들로부터 끊임없이 유혹의 전화도 걸려온다. 마음속 악마가 ‘외출만 했다가 아무 일 없이 돌아오면 되지’라고 시도 때도 없이 꼬드긴다. 일단 유혹에 넘어가 외출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청소년 여러분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1980년대까지 오후 10시 무렵만 되면 TV와 라디오에서 어김없이 나오던 공익광고다. 어떻게 이런 멘트가 나오게 되었을까. 실제로 재범을 저지른 청소년들의 범행시간대를 분석해 보니 공익광고가 이해되고도 남았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8시간의 심야시간대에 저지른 범죄가 50%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사건이나 차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하다 무고한 대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10대들의 교통사고도 심야시간대에 일어났다. 남들이 활동하지 않는 시간대에 친구들끼리 어울리다가 범죄의 유혹에 빠진 것이다. 검사실에 온 부모들은 친구 탓에 덧붙여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얼마 동안이라도 친구들을 못 만나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도통 집에 붙어 있질 않아요.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감시할 수도 없고요’라고. 자가격리를 어긴 사람에게 안심밴드를 부착한 사례를 보면서 문득 직업적 호기심이 일었다. 소년범에 대한 야간외출제한에도 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선 전자발찌처럼 24시간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야간에 집에서만 부착하므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 일이 없다. 밴드로 인해 범죄자라고 낙인찍힐 일이 없는 것이다. 또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로 인해 잠에서 깰 일도 없다. 무엇보다 심야시간 내내 외출하지 않게 잘 지켜줄 수 있다. 청소년들을 범죄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좀더 효율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안심밴드가 대안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 전남대, ‘1980년 전남대총학생회와 박관현’ 발간

    전남대학교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1980년 당시 총학생회 활동을 정리한 ‘1980년 전남대 총학생회와 박관현’을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 전남대 학생운동권의 형성을 시작으로 ▲1980년 전남대 총학생회의 활동과 5·18민중항쟁의 발발 ▲비상계엄의 확대로 인한 고통(도피, 구금, 고문, 사회적 낙인 등) ▲박관현 총학생회장의 리더십 ▲1980년 이후 총학 구성원들의 삶(박관현 기념사업, 관련 장학재단 등)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전남대 5·18 연구소 최정기 소장과 김형주·유경남 전임연구원, 양라윤 학예연구사(5·18민주화운동기록관)가 공동 집필했다. 저자들은 기존의 연구 성과와 자료를 집대성하고, 1980년 총학생회 구성원 17명과 총학 이외 7명 등 모두 24명을 심층 면접했다. 최영준 관현장학재단 이사장은 “1980년 박관현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남대 총학생회는 학내·외 민주화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서 광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끌어냈지만, 정작 5·17 비상계엄확대로 상당수가 예비검속으로 체포되거나 피신해야만 했다”며 “항쟁의 전면에 나서지 못했던 부끄러움과 성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활동과 경험을 지금이라도 담담하게 기록으로 남기고자 5·18연구소와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관현 열사는 5·18 당시 도청 앞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감됐으며, 옥중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단식투쟁을 벌이다 1982년 10월 단식과 고문 후유증 등으로 숨졌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문 대통령 “혁신기술로 재배한 장미, 국민과 나누고 싶어”

    문 대통령 “혁신기술로 재배한 장미, 국민과 나누고 싶어”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고온극복 혁신형 쿨링하우스’에서 농촌진흥청이 육성한 우리 품종의 장미 꽃다발이 청와대로 배달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국민과 꽃다발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UAE에 우리 품종의 장미 뿐 아니라 쿨링하우스 설비와 시스템도 함께 수출되는 것”이라며 “원예농가의 소득 증가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농업 플랜트 수출의 효자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올린 장미 꽃다발 사진에 대해 “붉은빛이 도는 노란 장미는 옐로우썬, 꽃송이가 큰 것은 화이트뷰티, 병충해에 강한 분홍색 장미는 엔틱컬이라고 한다”며 “노란 장미는 완벽한 성취를 뜻하고 하얀 장미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꽃말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모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 기술로 재배한 장미 꽃다발처럼 희망이 아름답게 꽃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온라인 진행된 한국문화 유튜브 홍보 채널 MCN 개국식의 영상 축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지역과 인종 차별·낙인·혐오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바이러스”라고 경계했다. 김 여사는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마음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 서로를 응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여사는 “상생과 연대로 오늘을 이겨내는 한국을 알리는 여러분의 기사와 사진은 용기와 희망을 전하며 세계는 하나라는 것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운영하는 MCN 채널은 외국인 유튜버 100명이 한국 소식을 24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전세계에 알리는 채널이다. 이번 행사는 개인 SNS로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외국인으로 구성된 코리아넷 제9기 명예기자단 발대식과 함께 진행됐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태원 다시 찾아주세요” 이태원 특별방역 실시한 용산구

    “이태원 다시 찾아주세요” 이태원 특별방역 실시한 용산구

    “서울시민이나 관광객들이 다시 이태원을 찾아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확산지라는 낙인 때문에 대낮에도 유령 도시 같아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방역복을 입은 무리가 등장했다. 일부는 소독약이 담긴 통을 등에 메고, 일부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쥐고 골목 곳곳을 돌았다. 분무통을 든 사람들은 바닥부터 식당 외부 손잡이까지 빼놓지 않고 약을 뿌렸다.  이태원은 외국인을 포함해 한해 1000만명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지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손님이 끊겼고, 한산한 거리에는 문을 닫은 상점이 눈에 띄었다. 이태원 중심 상점가인 이태원로에도 ‘코로나19로 임시 휴업합니다’라고 써붙인 식당이 많았다. 일부 카페나 식당은 영업 시간을 단축했다. 한 카페 종업원은 “이태원이 코로나 19 온상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낮에도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한참 줄 서야만 먹을 수 있던 유명 맛집마저 자리가 텅텅 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용산구는 이날을 ‘이태원 방역의 날’로 정하고 관내 16개 동 전체에서 소독과 청소를 실시했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은 이태원 1·2동, 한남동, 보광동은 집중 방역 지역으로 지정해 공무원과 용산구새마을협의회원 등 100여명을 투입했다. 특히 이태원동은 세계음식문화거리, 퀴논길, 녹사평역과 이태원역, 서울디지텍고와 이태원2동 주민센터 인근의 경리단길 등 상권이 있는 골목마다 빠지지 않고 소독을 마쳤다. 동네별로 3~4구역씩, 한 구역당 3~7명이 방역과 청소를 실시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직접 빗자루를 들고 한남동주민센터~나인원한남~용산공예관으로 이어지는 이태원로54길 일대를 쓸었다. 이곳은 ‘한남동 카페거리‘로 불리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성 구청장은 길거리 구석구석 쌓여 있는 담배꽁초를 쓸고 쓰레기를 주웠다. 성 구청장과 함께 자원봉사에 동참한 한남동 주민 강정자(69·여)씨는 “이태원 클럽 문제가 터진 이후 동네 주민들이 무서워서 집 앞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방역을 계기로 동네 산책이라도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는 이태원 클럽 11곳에 대한 방문자 1만 2189명 전수 조사에 전 직원을 투입하는 등 발생 초기부터 발빠르게 대처했다. 주말에도 대부분 직원들이 출근해 전화를 돌리고 방문자를 찾아 나섰다. 한남동주민센터 앞 공영주차장에는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추가로 설치했다. 추가 확진자는 줄어 들고 있다. 용산구 선별진료소 검사 인원은 지난 12일 891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점점 줄어 전날인 19일에는 103명이었다. 성 구청장은 “안심하고 이태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수시로 방역을 실시하겠다”며 “이태원을 다시 찾아달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시험용 인식되는 5·18… 현재로 이어지는 나눔과 배려 가르쳐야”

    “시험용 인식되는 5·18… 현재로 이어지는 나눔과 배려 가르쳐야”

    교사들이 말하는 교과서 속 5·18과 대안 교재엔 민주화운동 단편적 나열돼 한계 사건 깊게 다루는 ‘계기수업’ 통해 보완 문답식 인정교과서로 생생한 역사 습득 “40년째 왜곡·막말 바로잡아야 인식 변화”40년 전 그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싸운 역사는 오늘날 청소년에겐 ‘시험 범위’가 돼 버렸다. 서울신문이 만난 10대 대부분은 5·18민주화운동을 과거 사건으로 여겼다. 5·18의 역사적 의미를 묻는 말에는 한참을 망설였다. 건강한 시민을 길러 내야 할 학교는 5·18 영령이 남긴 민주 정신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 걸까. 해답을 찾기 위해 현직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3명을 만났다. 김영주(40·14년차) 광주여고 교사, 박래훈(42·16년차) 전남 순천 별량중 교사, 이희정(34·2년차) 강원 원주 북원중 교사다. 김씨와 박씨는 올해 광주교육청의 5·18 인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이씨는 원주에서 광주까지 정기적으로 연수를 받으러 다닐 정도로 더 생생한 수업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이 태어나기 한참 전에 일어난 5·18을 옛날 사건으로 느끼는 건 당연하다”며 “과거의 정신이 현재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지난해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주먹밥이 선정됐듯이 5·18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의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않은 시민들의 나눔과 배려”라면서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라고 말했다. 이씨는 “5·18은 박제된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반민주적인 요소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도록 하는 힘”이라며 “학생들에게도 이런 현상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가르치려면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교사들은 현재 교과서와 현장의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현재 근현대사 교과서에는 5·18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이 단편적 사건으로 각각 나열돼 있다”며 “학생들에게 ‘또 독재하고 또 저항한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씨는 “교과서에는 당시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 직전까지 저항한 민중의 희생과 성숙한 시민 의식, 자치 능력이 치밀하게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사건을 심도 있게 다루는 계기수업이 부족한 교과서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 광주·전남 지역 학교들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인정교과서를 개발해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씨는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5·18 등 계기수업 자체를 불편하게 여긴다”면서 “교사 입장에선 학교 관리자가 ‘지역 정서에 맞지 않다’며 눈치를 주면 아무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역 특색과 교사 개인의 역량을 살린 다채로운 수업이 많아지면 좋겠다”며 “광주가 5·18이라면 대구는 2·28민주운동, 제주는 4·3사건, 강원은 분단과 통일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계기수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생생한 역사를 가르치려면 교사가 먼저 배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정교과서의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박씨는 “광주교육청에서는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5·18 연수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면서 “5·18을 모르는 교사가 얼마나 되나 하겠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면 단순히 아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교사가 자세히 알아야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5·18 인정교과서는 학생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단 최근의 관점까지 포괄한 것”이라며 “사건 이후 트라우마, 역사 왜곡, 다른 나라와의 연대, 청소년과 여성의 입장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를 모두 5·18이라는 소재로 얘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40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5·18 왜곡과 막말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5·18 특별법 제정으로 진실이 드러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발포 명령자도 모른다.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니 역사 왜곡이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교육 현장에서도 청소년에게 5·18의 가치를 바르게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과 혐오, 5·18에 대한 ‘낙인’은 청소년이 아니라 기성세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우리 사회 전체가 잘못된 역사에 대해 사죄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5·18 교육? 지금의 우리와 연결고리 찾는 데부터 시작해야”

    “5·18 교육? 지금의 우리와 연결고리 찾는 데부터 시작해야”

    현직 역사교사 3인이 말하는 “5·18 교육 이렇게 하자” 단순 서술 아닌 스스로 묻고 답해야‘주먹밥’처럼 나눔과 배려 가치 연결 교사도 적극적 학습하되 독선 경계해야왜곡·막말 처벌하는 정부 역할도 필요40년 전 그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이들이 싸운 역사는 오늘날 10대 청소년에겐 ‘시험 범위’가 되어버렸다. 서울신문이 만난 많은 청소년이 민주화 운동을 과거의 일로 여겼고, 내용도 제대로 몰랐다. 현재 학교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주고 있을까. 미래 세대에게 5·18을 포함한 민주화 운동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현직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3명을 만났다. 김영주(40·14년차) 광주여고 교사, 박래훈(42·16년차) 전남 순천 별량중 교사, 이희정(34·2년차) 강원 원주 북원중 교사다. 김씨와 박씨는 올해 광주교육청의 5·18 인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이씨는 강원도에서 광주까지 정기적으로 연수를 받으러 다닐 정도로 더 생생한 수업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교과서 단편 서술 한계…스스로 생각하는 수업 필요” 근무 지역도 기간도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으로 “학교 수업에서 단순히 과거 기록을 전하는 데서 벗어나 현재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어나기도 전이니 당연히 옛날 사건으로 느껴지겠지만, 과거의 정신이 현재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주먹밥이 선정됐듯, 5·18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신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웃의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않고 나선 시민들의 나눔과 배려”라면서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라고 말했다.이씨는 “5·18은 박제된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반민주적인 요소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도록 하는 힘”이라면서 “학생들에게도 이런 현상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가르치려면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사들은 현재 교과서와 현장의 한계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현재 근현대사 부분에서 5·18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이 단편적 사건으로 각각 나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한 흐름인데도 시민들의 역량이 축적되는 과정을 알 수 없고, ‘또 독재하고 또 저항한다’는 인상만 줄 수 있다”면서 “민주화 운동끼리 연결 지점이 없어 피해 내용 중심으로 서술된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교과서에는 당시 계엄군의 도청 진압 직전까지 저항한 민중의 희생과 성숙한 시민 의식, 자치능력이 치밀하게 나오지 않는다”면서 “단순 사건 나열만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민주화 운동은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교육할 수 있는 계기수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5·18 기념재단과 함께 인정교과서를 개발해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김씨는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5·18 등 계기수업 자체를 불편하게 여긴다”면서 “교사 입장에서 학교 관리자가 ‘지역 정서에 안 맞다’며 눈치를 주거나, 일괄적으로 강요하는 교육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업을 준비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독선에 빠지지 않게 관리하고 소통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계기수업 격차 커…지역 특색 살려야 이씨는 “지역과 교사 개인마다 역량이 차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오히려 이런 특색을 살려 다채로운 수업이 많아져야 한다”면서 “광주가 5·18이라면 대구는 2·28 민주운동, 제주는 4·3사건, 강원은 분단과 통일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전문성을 보장하도록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학생들에게 생생한 역사를 가르치려면 교사가 먼저 나서서 배워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정교과서의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박씨는 “광주교육청에서는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5·18 연수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면서 “5·18을 모르는 교사가 얼마나 되나 하겠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면 단순히 아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교사 스스로 자세히 알아야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정교과서는 학생들 스스로 질문, 응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단 최근의 관점까지 포괄한 것”이라면서 “사건 이후 트라우마, 역사 왜곡, 다른 나라와의 연대, 청소년과 여성의 입장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를 모두 5·18이라는 소재로 얘기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40년이 지나도록 계속되는 왜곡과 막말 등에 대해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박씨는 “5·18 특별법 제정으로 진실이 다 드러났다고 하지만, 당장 발포 명령자도 모른다.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으니 역사 왜곡이 반복되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이런 역할을 다 해야 교육 현장에서도 청소년에게 5·18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고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지역 차별적인 인식이나 5·18에 대한 ‘낙인’은 청소년이 아니라 기성세대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오히려 미안하다”면서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우리 사회 전체가 잘못된 역사를 사죄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5·18 최후항쟁 유공자 이연씨 묘소 찾아

    문재인 대통령 5·18 최후항쟁 유공자 이연씨 묘소 찾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치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추모탑 헌화 후 제 2묘역에 묻힌 고 이연씨의 묘지를 찾았다. 이씨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상무충정작전이 펼쳐졌던 옛 전남도청과 광주YMCA 5·18 최후항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민주화운동으로 수차례 투옥된 큰형 이강 씨의 영향을 받은 듯 이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고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1980년 전남대학교에 입학했다. 그해 5월 18일 비상계엄이 확대되자 이씨는 선배들과 함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시민군과 총격전 끝에 광주 외곽으로 물러간 계엄군이 다시 진압작전을 펼 것이라는 소식에도 그는 옛 전남도청과 이웃한 YWCA를 사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27일 새벽,어둠을 틈타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시작됐다. 그는 죽을 각오로 계엄군과 총격전을 벌였지만 가지고 있던 구형 총기의 노리쇠가 고장나면서 계엄군에게 붙잡혔다.이때 17명이 숨지고 이씨와 함께 전남도청과 YWCA 등에서 200여명이 붙잡혔다. 이씨의 둘째 누나 이정씨도 전남도청에서 취사반장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진압작전 직전 빠져나와 목숨을 구했다. 그는 곧바로 군부대로 끌려가 가혹한 구타를 당해야 했다. 특히 남민련 사건으로 구속돼 있던 큰형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며 유독 심한 가혹행위가 이뤄졌다. 그는 매일같이 끌려나가 혼절해 돌아왔다. 그러던 와중에도 다른 수감자들이 서로 먹을 것이 부족해 다투자 자신의 몫을 대신 전해주기도 했다고 그와 함께 수감됐던 이들은 전한다. 이씨 가족들은 최후 진압작전이 끝난 뒤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그의 생사를 걱정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씨 가족들은 그가 두달 뒤 이씨가 재판에 넘겨진다는 한 장의 통지서를 받고서야 행방을 알게 됐다. 군 부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던 그는 재판을 받고서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그는 5·18 최후항쟁에서 숨진 동료들에 대한 죄책감에 평생을 힘들어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출소한 뒤 ‘폭도’라는 낙인이 찍혀 학교를 더는 다니지 못하게 된 이씨는 다시 시험을 치러 서강대학교에 입학,야학 활동 등을 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이후 서울에서 삶을 이어간 이씨는 58세가 되던 지난해 7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제2묘역에 안치됐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서부이촌동 등 허가없이 매매 못해… “투기 차단” “다른 용산 몰려”

    서부이촌동 등 허가없이 매매 못해… “투기 차단” “다른 용산 몰려”

    정부가 서울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와 인근 한강로동, 서부이촌동(이촌2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 13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인근 지역 집값이 꿈틀대며 잠잠해진 서울 집값을 자극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동부이촌동(이촌1동)은 대상에서 빠졌다. 오는 20일부터 이 지역에서 주거용(18㎡), 상업용(20㎡) 토지는 물론 주택과 상가 거래 시에도 대지지분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허가를 받아 거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고 용산 정비창 부지와 용산구 한강로동, 서부이촌동 일대의 정비사업 구역 중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13곳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총 0.77㎢이며 용산 정비창 전면 1·2·3구역을 포함해 서부이촌동 중산아파트, 이촌 1구역, 한강로 1가 한강로 및 삼각맨션, 한강로 2가 신용산역 북측 1·2·3구역, 국제빌딩 주변 5구역, 한강로3가 용산역 전면 1-2구역, 빗물펌프장 등이 해당된다. 지난 6일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15일 공고돼 20일부터 발효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용도별로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구입할 때 미리 토지 이용 목적을 명시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역에서 18㎡를 초과하는 주거지역 또는 20㎡를 초과하는 상업지역의 토지를 구입하려면 사전에 용산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 없이 거래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 계약은 무효가 된다.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 가능하며 2년간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 중심의 그린벨트 지역이 아닌 서울 도심 한복판의 주거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이라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볼 만큼 강력한 규제책”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법령상 허가 기준 면적(주거지역 180㎡)의 10%인 18㎡만 넘어도 허가 대상이 되게끔 제도를 강화한 것이라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서울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추후 범위 및 면적이 확대된다면 부동산경기 침체 예고 시그널로 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오히려 ‘바로 여기가 투자할 곳’이라는 낙인을 찍어 더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결국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입지의 가치만 부각되고 시장에선 억누를수록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며 “지정 구역과 인접한 지역으로 투자자본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시장 거래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 허점을 노린 편법 거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거래방식 자체를 일반 매매가 아닌 상속·증여 등으로 바꾸면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 대상 토지에 대한 예외사항을 악용한 허위 근저당 설정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체계적인 사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놓고 개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거나 무산되면 토지 소유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본다”면서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던 광명, 시흥 일대에서 사업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고 2014년 허가구역에서 풀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홍대 술집, 이성애자 식당이라 안해”…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

    “홍대 술집, 이성애자 식당이라 안해”…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박한희 변호사가 “‘게이’가 방역에 필요한 정보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한희 변호사는 1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게이’를 부각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같이 극복하자는 게 아니고 감염된 사람을 찍어내고 이슈화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난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위기이기도 하고 특히 이게 사회적 소수자, 사회 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올 수 있다”며 “특히 언론 보도가 재난이 어떤 특정 집단이나 특정 산업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초점을 두고 방역이나 이런 것을 도움이 되는 보도나 다 같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감염이 된 사람의 어떤 집단의 개인을 약간 찍어내고 좀 더 이슈화시키고 그 사람들을 소모시키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면서 약간 조회수만 올리려는 목적으로 하는 보도들이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8일 나왔을 때 국민일보에서 단독으로 게이클럽이라는 것을 헤드라인에 붙였다. 이게 사실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확산 된 건 맞지만 클럽이 성소수자 클럽인지 아니면 그냥 비성소수자 아니면 그냥 일반 시민 클럽인지는 상관이 없는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홍대 술집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는데 그때는 이성애자 식당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말하자, 박 변호사는 “꼭 그걸 그렇게 하지 않는데 성소수자는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방역에 필요한 정보도 아니고 오히려 이게 낙인 효과를 가지고 온다. 마치 성소수자들의 문제고 성소수자들이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비난을 받게 되는 어떤 효과를 만들어서 사실 더 숨게 만든다. 이걸 단독이라고 이렇게 보도하면서 신문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떤 화제를 일으키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익명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익명 검사가 지금 하는 방식이 이름을 묻지 않고 그냥 일련번호로만 사람을 표기하고 전화번호만 받는 거다. 이런 식의 방식들이 개인이 과도하게 노출될 우려가 없기때문에 좀 더 안심하고 검사받을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변호사는 불안감 때문에 코로나19 검사를 꺼리고 있는 이들을 향해 한 마디했다. 박 변호사는 “이게 어찌 됐든 본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다 같이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고 검사를 받고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에 조금 약간 두려움은 있다고 하더라도 함께 맞서나갔으면 좋겠다”며 “그걸 위해서 대책본부도 꾸려져서 저희가 인권 침해 상담도 받고 정보기관과 연계해서 구제방안들도 얘기하고 있으니까 함께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는 남중, 남고를 거쳐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우울증을 겪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커밍아웃을 결심하고 2013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 후 성 정체성을 공개했고, 로스쿨 졸업 후 그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서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변호사가 됐다. 그는 2017년 방송된 EBS ‘까칠남녀’의 성소수자 특집방송에 출연해 “난 아직도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1번. 난 수술하지 않았고, 앞으로 수술 계획도 없다”며 “한국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으면 성별 정정 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며 “수술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성별 정정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교사가 페미니즘 가르쳐” 학부모 300만원 손해배상

    “교사가 페미니즘 가르쳐” 학부모 300만원 손해배상

    페미니즘 가르친 교사에게 ‘남혐’ 낙인근무하는 학교 앞서 피켓시위 벌이기도1·2심 “정신적 고통 줬다”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교사에 파면을 요구한 학부모 단체에 대해 대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에게 3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뉴미디어 매체 ‘닷페이스’와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이후 학부모 단체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9월까지 A씨를 파면하라는 성명을 발표함과 동시에 그가 근무하는 학교와 관할 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 단체는 A씨가 동성애에 대한 옹호와 남성 혐오를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들에게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말을 한 적이 없으며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얘기와 함께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여준 게 전부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A씨는 학부모 단체를 상대로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그가 학부모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3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1심은 “학부모 단체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성명서에 발표하고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은 A씨에게 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A씨는 아직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퀴어문화축제에 관해 얘기함으로써 학부모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2심도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항소의 이유가 없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박쥐 먹는 中” 비난했던 브라이언 애덤스 결국 사과

    “박쥐 먹는 中” 비난했던 브라이언 애덤스 결국 사과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록스타 브라이언 애덤스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을 비판했다가 사과했다고 BBC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덤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쥐를 먹고 재래시장에서 동물을 팔고, 바이러스를 만든 탐욕스러운 녀석들 덕분에 세계가 멈췄다”는 글을 올렸다. 당초 예정됐던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의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되자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그는 “바이러스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거나 희생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도 썼다. 하지만 그의 트윗이 퍼지며 곧바로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중국계 캐나다인 사회정의위원회’의 에이미 고 위원장은 방송에 출연해 “매우 무책임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우상이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증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티모시 카우필드 캐나다 보건법정책연구회장도 “애덤스의 트윗은 낙인찍기이자 혐오 조장”이라며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이같은 유명인사의 공격적인 메시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애덤스는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의 트윗을 삭제한 뒤 “엊그제 내 게시물에 불쾌함을 느낀 이들에게 사과한다”는 글을 이튿날 다시 올렸다.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는 단지 재래시장에서의 끔찍한 동물 학대가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다는 점과 채식주의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당국 “부정확한 진술은 사회에 위협…확진자에 대한 비난도 문제”

    당국 “부정확한 진술은 사회에 위협…확진자에 대한 비난도 문제”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학원 강사가 역학조사에서 직업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것과 관련해 방역당국이 “부정확한 진술은 사회를 위협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이 개인정보 노출 위험으로 검사를 꺼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동선 공개 대상을 축소해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인천 학원강사 확진 사례를 언급하며 “부정확한 진술이 반복된다면 2차, 3차 감염의 확산을 막을 수 없고, 신천지 사례처럼 우리 사회 전체가 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학원강사 A씨는 5월 2~3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미추홀구 보건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은 뒤 9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거짓 진술은 방역 노력에 커다란 구멍 만든다” 그러나 역학조사 과정에서 A씨는 학원강사임을 밝히지 않고 무직이라고 진술했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A씨가 학원강사임을 파악하고 추적한 결과 중·고등학교생 등 8명의 추가 확진자를 찾아냈다. 이들 중 2명은 각각 지난 주말 교회 예배를 다녀온 것이 확인돼 당국이 현재 교회 2곳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총괄조정관은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방역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추가 감염 확산 이후에야 대응할 수 있게 돼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노력에 커다란 구멍을 내게 된다”면서 “비난이 두려워 역학조사에서 거짓을 말하는 것은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확진자·접촉자에 대한 무분별한 낙인찍기 멈춰 달라” 방역당국은 그러나 개인이 거짓정보를 진술하게 되는 것은 뒤따르는 비난과 차별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확진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멈춰줄 것을 당부하고, 당국도 동선공개 시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괄조정관은 “국민 여러분은 확진 환자나 접촉자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낙인찍기를 멈춰 달라”면서 “방역당국은 익명검사와 함께 확진자 동선 공개 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동선 공개 방식을 새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초 환자 동선공개 때만 상호명 공개해 개인정보 보호 방역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이날부터 최초 환자 동선을 공개할 때에만 상호명과 같은 특정 가능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후에는 추가 확진자가 같은 업소를 방문하더라도 상호명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태원의 특정 클럽을 방문했더라도 이미 확진자가 발생한 곳으로 공개가 된 장소라면 동선 공개에서는 ‘이태원 유흥시설’로 표기된다. 김 총괄조정관은 “증상이 의심되는 분은 방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당국은 검사 과정이나 확진 이후에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으므로, 4월 24일~5월 6일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을 다녀온 분은 조속히 진단검사를 받아달라”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전국에서 약 2만명이 진단검사를 받았고, 이날 낮 12시 기준 관련 확진자는 총 119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0시 기준보다 8명 추가됐다. 방역당국은 신용카드 사용 내역 조회, 기지국 접속자 파악, 경찰과의 협조를 통해 연락이 닿지 않는 클럽 방문자를 추적하고 있다. 김 총괄조정관은 “개인이 유흥시설 출입명부를 거짓 정보로 작성한 것에 대해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가능하다면 개인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할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쥐 먹어서”... 중국 비난했다가 꼬리 내린 록스타

    “박쥐 먹어서”... 중국 비난했다가 꼬리 내린 록스타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록스타 브라이언 애덤스(사진)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을 비판했다가 사과했다고 BBC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덤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쥐를 먹고 재래시장에서 동물을 팔고, 바이러스를 만든 탐욕스러운 녀석들 덕분에 세계가 멈췄다”는 글을 올렸다. 당초 예정됐던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의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되자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그는 “바이러스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거나 희생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도 썼다. 하지만 그의 트윗이 퍼지며 곧바로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중국계 캐나다인 사회정의위원회’의 에이미 고 위원장은 방송에 출연해 “매우 무책임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우상이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증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티모시 카우필드 캐나다 보건법정책연구회장도 “애덤스의 트윗은 낙인찍기이자 혐오 조장”이라며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이같은 유명인사의 공격적인 메시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애덤스는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의 트윗을 삭제한 뒤 “엊그제 내 게시물에 불쾌함을 느낀 이들에게 사과한다”는 글을 이튿날 다시 올렸다. 그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나는 단지 재래시장에서의 끔찍한 동물 학대가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다는 점과 채식주의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처벌만으론 청소년 범죄 못 막아… 성장할 기회 줘야”

    “처벌만으론 청소년 범죄 못 막아… 성장할 기회 줘야”

    20여년 현장서 뛴 청소년 지도 전문가 “아이들 비행은 사회 시스템 무너진 탓 부처간 장벽 허물고 맞춤형 솔루션 마련 소년원 나온 후 안정된 사회 복귀 도울 것”“가정 내 불화부터 사회적 낙인까지 여러 굴곡을 거친 소년원을 나온 이후 어떻게 악순환을 끊고 사회에 안착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달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을 추천제가 아닌 공모제 방식을 통해 임명했다. 위기 청소년에 대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법무부의 의지가 엿보인 변화였다. 공모 절차를 통해 임명된 김기남(47) 신임 이사장은 지난 20여 년간 청소년수련관, 청소년이동쉽터 등 이른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위기 청소년 지도 전문가다. 김 이사장은 지난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현장에서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분들을 지원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위기 상황의 아이들을 하나하나 어떻게 돌볼지를 고민해 볼 생각”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소년보호협회는 소년원 출원생 등 위기 청소년의 비행을 예방하기 위해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직업훈련 등 사회 정착과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도 협회 1층에 있는 카페에서는 소년원 출원생들이 일하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일 뿐 아니라 고객을 응대한다.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출원생들이 사회를 직접 접하고 성장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김 이사장은 “위기 청소년들이 사회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협회의 빈 공간을 활용해 공유 주방을 조성하려고 한다”면서 “사회에 열린 공간 속에서 출원생들이 성공 모델을 보면서 일하고,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했다. 물론 김 이사장 역시 위기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전 뺑소니 사망사고’ 등과 같이 사회적 분노를 일으킨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무작정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사회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비행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신 부처를 넘나드는 아이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부처들은 학교 밖 청소년, 가출 청소년, 범죄소년 등을 다 따로 규정짓지만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보면 가출 청소년들이 삐끗 잘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등 결국 이들은 같은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협회 차원에서 소년원 출원생 등의 아이들을 위해 법적·제도적 부분부터 각 가정 내 문제까지 두루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김 이사장은 “부처간 장벽을 허물고, 아이 하나 하나에 맞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탈탈 터는 신상… ‘아우팅’은 처벌됩니다

    탈탈 터는 신상… ‘아우팅’은 처벌됩니다

    SNS 통해 인신공격·혐오 댓글 번져 연락 안 닿는 2000명 검사 주저할 듯 과거 아우팅 땐 수백만원 벌금·실형 홍석천 “두려워도 검사받아야” 권고성소수자들의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 공포가 코로나19 방역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지목된 이태원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란 이유로 확진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인신공격이 잇따르자 클럽 방문자들이 검사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타인에 의한 강제 아우팅은 향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12일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이태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A(29)씨 등 확진환자와 확진환자 주변 인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정보가 퍼지기 시작했다. 신상정보 뒤에는 확진환자들의 성적 지향에 대한 추정과 혐오성 발언도 잇따랐다. 이에 A씨는 “클럽은 호기심에 방문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면서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익명 검사’ 등 대안을 내놨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검사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이름 대신 보건소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확진 판정 시에도 불필요한 동선 공개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12일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환자 수는 102명이다. 하지만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5500여명 중 2000명가량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클럽에 다녀갔음에도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 벌금 등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나 아우팅은 더 무겁게 처벌된다. 2018년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채팅 앱에 올린 피해자의 성적 지향 글과 사진을 확대해 인쇄한 유인물 5장을 한 대학 강의실에서 배포한 B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4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골프장 캐디로 일하던 여성을 직장 단체 채팅방에서 동성애자라고 비방한 C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강제 아우팅과 더불어 강요나 협박 등의 범행이 함께 이루어진 경우에는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성소수자들 내부에서도 스스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커밍아웃’한 방송인 홍석천씨는 자신의 SNS에 “성소수자는 정체성이 알려지는 게 두려운 게 사실이지만 본인과 가족, 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면서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하길 간곡히 권한다”고 밝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7개 단체는 이날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 당국과 소통하며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낙인 없이 안전하게 검사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탈탈 터는 신상… ‘아우팅’은 처벌됩니다

    SNS 통해 인신공격·혐오 댓글 번져 연락 안 닿는 2000명 검사 주저할 듯 과거 아우팅 땐 수백만원 벌금·실형 홍석천 “두려워도 검사받아야” 권고 성소수자들의 ‘아우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 공포가 코로나19 방역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진원지로 지목된 이태원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란 이유로 확진환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인신공격이 잇따르자 클럽 방문자들이 검사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타인에 의한 강제 아우팅은 향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12일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이태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A(29)씨 등 확진환자와 확진환자 주변 인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정보가 퍼지기 시작했다. 신상정보 뒤에는 확진환자들의 성적 지향에 대한 추정과 혐오성 발언도 잇따랐다. 이에 A씨는 “클럽은 호기심에 방문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면서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익명 검사’ 등 대안을 내놨다. 실제 서울시의 경우 검사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이름 대신 보건소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확진 판정 시에도 불필요한 동선 공개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12일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환자 수는 102명이다. 하지만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5500여명 중 2000명가량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클럽에 다녀갔음에도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 벌금 등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신상공개나 아우팅은 더 무겁게 처벌된다. 2018년 동성애자들이 이용하는 채팅 앱에 올린 피해자의 성적 지향 글과 사진을 확대해 인쇄한 유인물 5장을 한 대학 강의실에서 배포한 B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4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골프장 캐디로 일하던 여성을 직장 단체 채팅방에서 동성애자라고 비방한 C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강제 아우팅과 더불어 강요나 협박 등의 범행이 함께 이루어진 경우에는 대부분 실형이 선고됐다. 성소수자들 내부에서도 스스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커밍아웃’한 방송인 홍석천씨는 자신의 SNS에 “성소수자는 정체성이 알려지는 게 두려운 게 사실이지만 본인과 가족, 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면서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하길 간곡히 권한다”고 밝혔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7개 단체는 이날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 당국과 소통하며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낙인 없이 안전하게 검사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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