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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매일 참여연대 공동캠페인-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

    ■참여연대 회견 지상중계. “우리나라는 더이상 ‘ROTC’가 아니어야 합니다.이는공익제보를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장인 김창준(金昌俊) 변호사는 25일 ‘부패척결을 위한 공익제보 활성화 시민행동 선포’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를 ‘ROTC’라고 부른다는 세간의우스갯소리를 먼저 소개했다. ‘ROTC’란 ‘총체적 부패 공화국(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이라는 뜻이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90년대 대표적 내부고발자인 이문옥(李文玉·현 민주노동당 부대표) 전 감사관과 이지문(李智文·현 내부고발자보호센터 소장) 전 중위도 참석,공익제보자 보호시대의 출범을 감격스럽게 지켜봤다. 참여연대는 이날 회견을 통해 변호사 20명을 포함,교수·노무사 등 80여명에 이르는 공익제보지원단을 꾸리겠다고밝혔다. 참석자들은 오는 6월까지 공적 자금과 벤처 비리 관련 제보가 쏟아질 것을 기대했다.군납 비리와 건강보험 운영을둘러싼 문제점도 접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참여연대와 공동으로회견을 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총연합(위원장 車奉정·전공련)은 “오는 3월 24일 노조 출범에 앞서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를 출범시켜 부패 척결을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공련 안병순(安秉淳)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은 “부패방지위원회의 출범도 중요하지만 공무원 스스로 의식개혁과 자정(自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부패 척결은 요원하다.”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내부의 강력한 감시자와 고발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련은 다음달 중 대규모 설문 조사를 통해 공직자의비리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근절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공익제보자 10계명. ◆가족과 상의한다. 내부고발 후 심적으로 가장 심한 고통을 겪는 이들은 가족이다. ◆조직 내부에 부정·부패를 조정,시정하는 절차가 있다면 그 절차를 먼저 밟는다. 섣불리 내부 고발에 나섰다가 시정은커녕,조직이 부정을 은폐할 기회를 주고 자신은 신분이 노출돼 고립될 수 있다. ◆동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본다. 뜻을 같이하는동료가 있다면 문제해결 과정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언제든지 당신의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 ◆매일 기록을 남긴다. 기록은 조사과정이나 법정에서 큰효과를 발휘한다.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하게 정리한다. 상담자는 이 문서를 토대로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고,당신의 신뢰성을 점검한다. ◆증거를 최대한 모아야 한다. 증거자료의 확보는 당신의주장을 공론화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도움을 줄 만한 시민단체,언론사,국회 등을 알아본다. 당신의 뜻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 때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 보복 가능성,대응방안,문제해결 수단을 함께 점검한다.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제보 사례를 감안할 때 고발당하는 조직이나 사람들은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왔다. ■공익제보자 보호헌장. ◆국민 누구도 진실을 증언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받지 아니한다. 국민은 자신이 목격한 부정을 공개했다는 이유로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국민은 부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어떠한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 부패를 거부하거나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행위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부패 척결을 위한 용기있는 행위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국가는 공익제보자에게 보복행위를 가하는 조직과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는 공익적 노력에 합당한 실질적인 보상을 통해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거대한 조직의 보복 앞에 직면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것은 공공선을 지향하는 모든 국민의 의무이다. 사회 각계각층은 공익제보자에게 가해지는 배신자라는 ‘편견’과 ‘조직의 보복’,일체의 ‘신분상 불이익 조치’를 막기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익제보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노력을 다한다. 공익제보자는 자신에게 닥칠 고난과 어려움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고도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한다. ■내부고발 지원체계. 대한매일과 참여연대가 함께하는 공익제보 캠페인은 내부고발의 활성화와 ‘양심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의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부패방지법 제정과 공익제보의 공론화에힘써온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단장 金昌俊 변호사)은효과적인 캠페인 진행을 위해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공익제보자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내부고발 환경조성을 위해 시민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공익제보자 지원 프로그램=공익제보지원단은 우선 내부고발자의 신분보장과 법적 대응을 위해 20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할 계획이다.현재까지 박원순,이상희,고지환,장유식,최수영 변호사 등 13명이 변호인단에 참가했다.변호인단은 1인 1건 책임제로 운영되며 무료 소송에 나선다. 과거 내부고발을 경험했던 인사들과 사회 원로로 구성된‘양심지원모임’은 공익제보자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극복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양심지원모임에는 신광식 공익제보단 실행위원(약사),박상증 참여연대대표,이문옥 전 감사관,이지문 전 중위 등이 참여한다. ◆공익제보서바이벌 북=공익제보에 대해 고민하는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생존전략을 담은 ‘서바이벌 북’은 오는 4월 초 발간돼 전국의 관공서와 공공기관에 배포된다. 공익제보의 중요성과 의의 및 대상,행동수칙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제보 처리절차,고발자 보호조치,보상규정,사례분석 등도 책 내용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책을 꾸미기 위해 현장의 공직자,공익제보자 보호단체 활동가,부패방지위원회 관계자 등을상대로 수차례 공청회도 갖는다. ◆공익제보 환경조성 캠페인=네티즌에 대한 공익제보 홍보와 청렴교육을 위해 사이버캠페인(www.yangsim.org)을 전개한다. 웹사이트에는 공익제보에 대한 정보를 총망라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인터넷 제보도 받을 예정이다.또한 청년층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야후’,‘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와 사이버 캠페인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공직사회의 내부고발을 독려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담당할 전문강사단 ‘교육·홍보 지원모임’도 꾸려진다.이 모임에는 내부고발제도를 학문으로 정착시킨 박흥식 중앙대 교수,권진관 성공회대 교수,김성천 중앙대 교수,이상수 자치정보화지원센터 수석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공익제보단 김창준 단장은 “제보가 접수되는 즉시 지원변호인단과 양심지원모임이 가동된다.”면서 “제보단은아직 미흡한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과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이문옥 前감사관의 소감.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면 공직사회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공익제보에 나서야 합니다.”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 캠페인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공익제보자 보호헌장’을낭독한 이문옥(李文玉·63) 전 감사관은 줄곧 상기돼 있었다. 지난 90년 감사원의 대기업 부실 감사를 폭로해 한국 사회에서 내부고발의 물꼬를 텄던 이씨는 “12년 전 밤새워눈물을 흘리며 고민하던 그날이 생각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직장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기도 했던 이씨는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을 갖게 될 것으로 확신했다.”면서 “용감한 고발자들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후배들의 용기를 촉구했다. 정부중앙청사 주변에서 펼쳐진 거리캠페인에 동참한 이씨는 앞으로 내부고발자들을 위해 상담활동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또 부패방지위원회가 부패척결기구로서의 역할을제대로 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작정이다. 이창구기자. ■‘軍투표비리 폭로' 이지문씨. 지난 92년 14대 총선 당시 군 부재자 투표 비리를 폭로했던 이지문(李智文·34) 전 중위는 “부패방지위원회 출범과 ‘호루라기 불기 운동’은 역사와 사회 발전을 향한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 내부고발자보호센터를 만들어 활동을 벌여왔던 그는 “이제 공익제보자 보호가 본격적인 사회 이슈가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그러나 “오늘 발효된 부패방지법은 한계도 많고 부패 방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반쪽짜리법”이라면서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을지 모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미흡하긴 하지만 이제 시작인 만큼 부패방지위원회의 활동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면서 “만약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법 개정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중위는 “부패방지위원회도 시민단체와 함께 일한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따끔한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98년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부패구조 척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록삼기자.
  • 맑은사회 만들기-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 내부고발자는 ‘사회의 소금’

    ■캠페인에 거는 각계의 목소리. ‘공익 제보자는 정의로운 제보자’ 9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오랜 숙원인 민주화를 이끌어 냈지만 각종 부정 비리 사건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뿌리깊은 부패 구조의 사슬을 끊기 위한 내부 고발자의 용기있는 행동은 그동안 종종 조직내 따돌림의 대상이 됐다.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이끌기 위해 조직의 부정과 비리를 세상에 알렸지만 정작 ‘배신자’와 ‘소영웅주의자’로 낙인찍혀 조직에서 쫓겨났고 감옥에 가야 했던 것이다. 군부재자 부정투표를 폭로한 이지문(李智文·현 내부고발자보호센터 소장) 중위,재벌의 비업무용 투기성 부동산 보유감사 내용을 폭로한 이문옥(李文玉·현 민주노동당 부대표)감사관,국군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밝힌 윤석양(尹錫洋) 이병 등. 이들은 다수의 조직원들이 부정과 불의에 대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을 때 ‘왕따’를 자처한 내부 고발자들이다.하지만 역사는 이들을 ‘정의로운 사람’으로 기억한다. 이들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사실상 공개투표로 진행됐던군대내 부재자 투표를 진정한 비밀투표로 바꿨고,재벌들의비정상적인 부동산 투기를 세상에 밝혀 부(富)의 불공정하고 과도한 집중에 경종을 울렸다.또 군사정권 이래 90년대까지 지속되던 군의 민간인 사찰 행태에 종지부를 찍는 성과를거뒀다. 정부도 25일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姜哲圭) 출범과 부패방지법 발효를 계기로 이들을 ‘공익 제보자’로 분류하고,공익 제보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기로 했다.공익 제보자에 대한 포상 및 보상 규정도 마련했고 공직자는 물론 민간인 제보자도 법적 보호를 받는다.공익 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부패방지위의 권한이 제한적이나마 인정되는 등 내부 고발자 보호 규정도 만들어 졌다. 그러나 ▲내부 고발을 실질적으로 조사하고 보호할 수 있는 특별 조사국 설치 규정 ▲보복 행위에 대한 입증책임 문제▲보복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보상 금액 현실화 규정 등이 누락되거나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안고있다.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매일이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는 캠페인에 나선것도 민간과 공공기관,시민사회 등 사회 전반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조직 내부의 부정과 비리,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고 공익을위해 과감하게 제보를 할 때 투명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기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특히 “공익 제보자라는 이유로직장에서 쫓겨나거나 감옥에 가야 하는 ‘제2의 이문옥’,‘제2의 이지문’이 등장해선 안된다.”며 내부 고발자 보호체계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랐다.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 정책실장은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부패방지위원회가 적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지만 향후 활동에 기대가 크다.”면서 “가시적,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사회 전반을 투명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로 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부패국민연대 유한범(柳韓範) 정책실장은 “내부 고발을활성화시켜 전 사회적인 부패 척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면서 “내부 고발자는 이제 조직의 배신자가 아니라‘사회의 소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창구 박록삼기자 youngtan@ ■김창준 참여연대 지원단장 “”공직 곳곳 호루라기 소리 기대””. “내부 고발자가 조직의 배신자가 아닌 사회의 영웅이 될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공직사회 곳곳에서 호루라기가 울리길 기대합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김창준(金昌俊·48·변호사) 단장은 누구보다도 부패방지위원회의 출범과 공익제보 캠페인을기다려 왔다. 그는 참여연대 창립 초기인 95년부터 공익제보지원단을 이끌며 부패방지법 제정에 앞장섰다. 김 단장은 24일 “부패방지법 제정과 위원회의 출범으로 1차 목표는 달성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며,갈길이 멀다.”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그는 “부패방지위원회가 내부 고발에 대한 조사권을 갖지 못하는 등 미흡한 점은 많지만 고발자의 신분을 법이 보호하고 나선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과거처럼 내부 고발자가 온갖 불이익을 당하다 끝내 조직에서 쫓겨나는 불상사를 막을 제도적장치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발자의 신분 보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김 단장의 생각이다.그는 “조직 전체가 내부 고발자를 ‘왕따’시키는 한 내부 고발 문화가 정착되기 힘들다.”면서 “꾸준한 공익제보 캠페인을 통해 사회와 공직사회 내부의 인식을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과 부패방지위원회가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상호보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지원단에 접수된 내부 고발 사례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적극 알리는 동시에 위원회의 활동을 항상 지켜보고 독려할 계획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매체비평] 언론인 윤리규정 강화하자

    언론인과 언론사가 윤태식 로비사건으로 인해 벤처비리의공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언론윤리가 땅에 떨어진 것은 많은 이유가 있다.먼저 윤리를 바라보는 언론계의 시각 전반에 문제가 있다.언론사 자체가 윤리규정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윤리규정을 위반하는 언론인에 대하여 매우 관대하다. 최근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취재보도과정에서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는 불가피하며,윤리규정을 지키다 보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언론인들이허다하다. 공익의 이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도 좋다는 발상이다. 또 취재원 관리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비윤리적 행동은 불가피하거나 심지어 바람직하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은 윤리적이라야 한다.언론인과 언론이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결단이나 엄격한 자기관리가매우 중요하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모든 언론인이행동을 하면서 일상적으로 비추어보는 객관적인 준거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신문윤리강령이나 실천요강,그리고 각 언론사의 기자윤리강령 같은 언론윤리규정은 있다.그러나 그러한 규정들이 언론인들의 일상생활을 규율할 만큼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언론이 좀더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윤리규정의 강화가필요하다.기존 윤리규정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어서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맞는 말이다.외국 언론사들은 윤리규정이 매우 구체적이다. 가령 취재원과 식사를 같이 할 때,선물을 받을 때,취재여행을 할 때 등 다양한 경우에 대해서 어디까지는 용납이 되고어느 수준 이상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로 규정되어 있다. 규정된 금액 이상은 무조건 뇌물로 규정되고 그 기준을 어긴 기자는 비윤리적 기자로 낙인찍는 것이다.신분에 불이익이 있음은 물론이다.언론인은 윤리적이라야 한다는 추상적규정방식보다 어느 수준 이상이면 비윤리적이다라고 규정하는 구체적 방식이 효율적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혹자는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인 개개인의 윤리의식이문제라고도 한다.이러한 말은 부분적으로맞기도 하지만 사안의 선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일 수 있다.규정을 명확하게해 놓아야 언론인들이 행동하기 쉽다. 언론인들의 비윤리와 부정부패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그것못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고 크다.언론의 비윤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윤리규정의 강화가 필요하며,강화된 윤리규정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그리고 윤리규정에 대한 언론인들의 가치부여와 일상생활화가 필요하다. ▲류한호 광주대교수 언론정보학
  • 뒤틀린 ‘교육 특구’ 강남/ (하)폐해·대책

    “요즘 아이들을 보면 정말 걱정스럽습니다.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워요.틀에 짜인 공부는 잘 하지만 새로운환경에는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해 버립니다.” 서울외국어고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강병재(姜秉載·42)교사는 사교육 열풍이 거세지면서 아이들이 점점 더 대학에 가기 위한 ‘기계’가 되어 간다고 한탄한다. [요즘 아이들은 ‘쭉정이’]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이 몰려든다는 외국어고.하지만 명문대에 많이 진학한다는 교내외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강교사의 생각이다. “학원에서 외고 입시공부에만 매달리던 아이들이 대거 입학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학원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원리를 응용해야 하는 문제를 내면손도 대지 못합니다.초등학교 때부터 미리 교과과정을 떼는선행학습과 반복학습에 익숙할 뿐 기초 중학 과정을 제대로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그런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를찾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이런 현상은 해가 거듭될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학원 과외를 많이 받은 강남 출신 학생들이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어려서부터 학원 과외에 의존해온 결과다.이들의 특징은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이해력이 떨어지며 ▲공부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해하며 ▲모든 것을 교사에게 의존하려 한다. 그는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과외는 필요하지만 남들 따라 하는 과외는 아이를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학부모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력의 부재는 대학까지 이어진다. 교재 없이 학생들의사고력을 유도하는 강의를 하는 대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교재가 없어서 불만’이라는 이유에서다.한신대 사회학과 김종엽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영어 회화는 잘 하지만 대학에서 정작 필요한 독해력은 크게부족해 대학원에서조차 원서를 교재로 쓸 수 없을 정도”라면서 “스스로 해야 하는 연구조사 능력은 거의 제로 수준”이라고 밝혔다. [과외 효과 있나] 그렇다면 어려서부터 과외를 받은 학생들이공부를 과연 잘 할까.단국대 사범대 이해명(李海明·58)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학업성적 결정이론’에 따르면 과외의 효과가 있는 아이들은 지능지수(IQ) 90∼110의 중학생,그것도 3%의 학생들만 효과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48개 중고교에서 3349명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과외수업 유무와 종류,3년간 학업성적을 분석한 이 조사에서 과외의 ‘효험’을 본 학생은 중학생의 3%에 그쳤다.오히려지능과 노력,가정·사회환경 순으로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대책은 없나] 최근 몇 년 사이의 사교육 ‘열풍’은 길을잃은 교육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이교수는 “교육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책을세우는 교육부부터 자성해야 한다.”면서 “평준화 정책을대폭 수정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현실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교육기관인 하자센터 전효관(全烋寬·38) 부소장은 “서울 강남의 대치동을 비롯한 우리 사교육의 문제점은 정보화 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능력을 전혀 길러주지 못한다는점”이라면서 “정부는 건물 짓고 학생 수 줄이는 외형에 치중하지 말고 현재의 자원을 어떻게활용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종태(李鍾泰·46) 박사는 “사교육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평가체제를 완전히 바꿔 학생들의 진정한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평가 모델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부적응 사례- 부모 과욕이 아이 병원 내몰아. 아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교육이 아이들을 병원으로 내몰고 있다.신체적인 질병이 아니다.부모의 욕심과 예외를인정하지 않은 교육 현실에 아이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멍이 들고 있다. 서울 강북에 사는 지훈(3·가명)이가 소아정신과를 찾은것은 지난해 말.친구들을 떠밀거나 때리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유치원 교사의 충고때문이었다.지훈이는 1등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심지어 유치원에서 나갈 때 가장 먼저 신을 신어야 직성이 풀렸다. 지훈이의 증세는 의외로 심각했다.병원에서 지능 검사를받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안절부절했다.옆에 앉아있는 엄마의 눈치를 슬슬 살피며 초조해하던 지훈이는 결국 정답을가르쳐 달라며 의사를 조르기 시작했다.지훈이의 증상은 ‘수행불안’.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증세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인은 엄마에게 있었다.무심코 가르쳐온 공부가 스트레스일 뿐,지훈이는 엄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어려서부터 혼자 영어책과 비디오를 통해 매일 6시간씩 공부했다는 지훈이는 두 돌 때부터 영어학원에다녔다.영어는 곧 잘 하지만 지훈이 또래에 갖춰야 할 사회성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인 성철이(15·가명)는 우수한 두뇌 때문에적응하지 못한 경우다.IQ 145에 집중력도 뛰어난 ‘수재’로 성적도 우수했다.다만 한문은 매번 0점이었다. 성철이가한문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왜 글씨를 달달 외워야하나’는 것이었다.합리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고 틀린 한자를 100번 쓰라는 ‘벌’을 내린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었던성철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고민하던 희철이의 부모는 친척이 사는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했다.우수한 아이가 적응할 수 없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영재’는 고사하고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혀 재능을꽃피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 이모씨는 최근 답답한 마음에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희철(11·가명)이를 데리고 병원을찾았다.IQ 138에 집중력도 정상인데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했다.이씨가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희철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다는 사실이었다.‘멍청한 아이’와 함께 다니면 같이 멍청해진다는 이유였다. 겉으로 보면 희철이는 단지 ‘공부 못하는 아이’였다.항상 무표정한 얼굴에 수업 중에도 집중하지 못했다.학교 숙제도 엄마가 다그쳐야 했다.책가방도 혼자 챙기지 못했다. 엄마의 야단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항상 불안해했다. 의사의 처방은 ‘1년 간 공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국영수는 물론 예체능 과목까지 밤9시가 되도록 다니던 학원공부를 전부 그만두고 학교 숙제만 했다.그러자 이번에는불안해하던 엄마 이씨가 우울증으로 드러누웠다.하지만 의사의 충고를 받아들인 이씨의 결정은 옳았다.6개월이 지나자 희철이가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책가방도 혼자 챙기고할 일을 알아서 했다.결국 이씨는 대치동을 떠났다.남보다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몇자 더 가르치려다 아이 인생 망칠수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申宜眞·38) 교수는 과열되고 있는 사교육 열풍을 이렇게 비유했다.아이의 장래를위해 시키는 공부가 오히려 아이의 평생을 망칠 수 있다는주장이다. 특히 만 5세 미만의 조기 교육은 아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간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인격의 70%가 형성됩니다.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능력,즉 감정 및 충동 조절 능력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인내심 등을배우는 시기죠.하지만 조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런것을 배울 기회가 없습니다.욕구를 발산하지 못하고 경쟁만하다 보면 결국 공격적인 아이로 변하게 됩니다.” 공부의 중압감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나이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그는 “예전에는 외래 환자의 10%에 불과하던 만 5세 미만의 아이들이 요즘에는 30%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조기 교육이 아이들의 자아상인 셀프 이미지(selfimage)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아이들이 남과 비교하면서 ‘나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분야에 따라 뇌의 발달 속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창의적인아이들이 적지 않지요. 하지만 부모들은 뒤처지지 않으려면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적인 조기 교육은 아이의 가능성을 죽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해입니다.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결과천편일률적이고 체제에 순응할 줄만 아는 기계적인 인간을만들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어려서 사회성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 전체가 흉흉해질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는 남의 것을 베끼기나 하는 영원한이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천기자
  • 집중취재/ 가정경제 붕괴위기(3.끝)마구잡이 카드 발급 추방

    신용불량 문제를 풀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없다.카드사용자 등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금융당국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풀 수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분수에 맞는 소비생활부터 해야 한다.소비의 지혜를 터득하지 못하면 언제라도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카드회사는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자제하고 부정사용 금액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책임진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담합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단호하게 처벌함으로써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신용사회의 정착은 이처럼 ‘삼위일체’ 위에서만가능하다. ◆느슨한 대책=신용불량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흐지부지된 사례들이 적지 않다.금융당국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해온 카드사의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막기 위해 길거리 모집행위를 규제하기로 했었다.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국은 카드사들이 신용카드의 본래기능인 결제서비스보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대출위주(영업비중 65%)로 운용하면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고 보고 있다.때문에 대출 등 부가업무의 비율을 50% 이내로 낮추려 했으나 이 역시 규개위가 ‘영업자유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정부의 관련기관끼리도 인식이 다르고 협조가 잘 안됐다는얘기다.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은행연합회로 모으려던 계획도 업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정부는 지난해 6월 은행엽합회에서 개인 등의 신용정보를 통합관리하도록 신용정보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그러나 업계의 로비로 ‘카드사가 동의할 때만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이 들어가 사실상 사문화됐다. ◆우량정보 제공 꺼려=정부부처간 이견도 신용사회 정착에 걸림돌이다.벌금과 과태료의 경우,행정자치부·법무부 등 관련부처에서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배된다”며 자료제공을 꺼리고 있다.과태료를 내지않아도 대부분 사면(赦免)되는 등 제재도 ‘솜방망이’다.‘양심불량자’들이 크게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량정보도 관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납세실적이나 소득 등 우량정보는 금융회사들이 고객이탈 등을 이유로 제공을 꺼려 아예 한곳에 집중이 안되거나,알아내도 검증할방법이 없다.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우량정보 제공시 고객동의 여부를 분명히 하고,정보제공에 따른 금리인하 적용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 워크아웃제=신용불량자들에게는 ‘워크아웃’제도의 적용으로 불량정도에 따라 구제의 길을 터주자는 대안도 있다.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화의,법정관리 등여러 대책이 있다.부채규모가 수입범위를 넘어 부실해진가계에도 비슷한 구제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현재개인의 경우,기업청산에 해당되는 파산선고 이외에 다른구제방안이 없다. 금감원은 여기에 부정적이다.제도취지와 관계없이 원리금 만기연장,이자율 인하,채무면제 등 신용불량자에 대한 ‘워크아웃 조치’를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 등 선결 과제가한두가지가 아닌데다,이런 대증요법으로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정확한 신용평가 유도=금감원은 대신 정확한 신용평가시스템 구축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신용불량자와 우량자를 제대로 변별할 수 있어야 신용사회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예컨대 신용불량자가 일반대출 연체금을 자기월급을 아껴 갚는 경우와,빌린 돈으로 갚는 경우를 보자. 돈을 갚은 건 마찬가지이나 자금조달 등 그 성격은 다르다.때문에 금융기관에서 신규대출 판단시 두 경우를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이같은 평가시스템을 바탕으로 신용불량자 등록을 강화하고 해제나 삭제는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신용불량자 양산의 한 원인인 카드 수수료 및 연체금리에 대한 대책을 최근 내놨다.시중금리보다약 4배 이상인 카드사들의 현금수수료,할부·연체금리를앞으로는 ‘부당 공동행위’로 규정,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물릴 방침이다.시정명령을 어기면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금감원도 카드사를 상대로 특별검사에 착수한 상태다.검사결과를 토대로 소비자보호 조항을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 ■선진국 신용관리 어떻게. 미국 등 선진국은말 그대로 신용사회다.신용이 있으면현금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다.금융소비자들에겐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면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돼있다.신용사회의 정착이 소비자들의 마음가짐이나 소비행태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미국=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같은 개인별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있다.이 번호는 은행에 구좌를 개설하거나 세금을 낼 때 등 돈과 관계된 일에 사용된다.개인의 각종 재정기록은 신용조사기관에서 관리한다.이름과 주소변동 상황을 비롯해 ▲어느 은행에 어떤 구좌가있는지 ▲어떤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지 ▲기간내 카드대금의 완불여부 등을 상세히 관리한다.이런 관리를 통해 개인별 신용점수가 나온다.점수가 높으면 싼 이자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점수가 낮거나 신용기록이 좋지 않으면 대출받기도 힘들고 빌리더라도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처음 미국에 가면 신용기록이 없어 카드를 2년 정도 발급받지 못한다.카드를 발급받아 연체하지 않고 잘 사용하면 곳곳에서 카드이용을 권유받게 된다.연체했을 경우,우리나라처럼 전화독촉같은 건 없다.대신 편지로 ‘얼마의 금액이 연체됐고,언제까지 납부하라’고 알려준다. ◆일본=소(小)학교시절부터 신용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철저하게 받는다.재학중 금융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현장을 체험함으로써 신용을 배운다.신용을 지키지 못하면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직업이 확실하지 않거나,은행거래를오래하면서 신용을 인정받지 못하면 신용카드 발급은 엄두도 못낸다.카드를 사용하다가 연체하면 한두차례 은행에서 지정일에 입금시켜 달라고 안내를 해준다.그러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카드를 이용할 수 없게 되고 대출도 받지 못하게 된다. ◆독일=철저한 신용사회다.동네 슈퍼마켓에서 현금이나 카드없이도 생필품같은 것을 신용만으로 구입할 수 있다.며칠 뒤 슈퍼마켓에서 관련 영수증을 보내오면 은행계좌로대금을 입금하면 된다.서로 믿는 풍토가 뿌리내려 있다. 대금결제시스템은 그 나라의 국민성과 어느 정도 관련이있다.그러나 카드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신용사회를 만들려면 소비자나 금융회사,금융당국 3자가 긴밀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어느 나라나 같다. 박현갑기자
  • 대한매일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작/ 할아버지의 오동나무-김은수

    할아버지의 슬레이트 집은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있었다.금모래가 질펀한 강변을 따라 녹푸른 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강에서는 늘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헌 장판을 씌워 만든 평상에서 강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집 안팎으로 빼곡이 들어찬 어린 오동나무들을 손질하는 것이 할아버지의 낙인 것만 같았다.뒷산 꼭대기엔 장송들이 우람하게 서 있고 주위는 온통 솔 향이 넘실대건만 할아버지는 오동나무를 심어 기르면서 집 둘레에 있던 소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리셨다. “소낭구는 햇빛 욕심이 많아서 안돼.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 묘목들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어.”사실 오동나무가 우뚝 자라려면 창이가 할아버지의 큰아드님만큼 나이를 먹어야 할까? 창이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어렴풋하게 시간을 재고 있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지극정성으로 오동나무를 돌보셨다.그런 까닭에 줄기마다 통통하니 물살이 오르고 오동잎은 사뭇 푸르렀다. 촉촉한 바람이 할아버지의 흰 머리칼을 헝클고 지나갔다. “할아부지,우리 공기놀이하자.”창이는 점을 치려고 두 손을 비틀어 모아 눈가에 갖다 대었다. “가새,바위,보재기.”할아버지가 나무 껍질 같은 손을 천천히 내민다. “히히...내가 먼저여.”할아버지는 히죽 히죽 웃으며 조약돌을 풀어 던졌다. 창이는 할아버지와 공기놀이를 할 때면 여간 신이 나질 않았다.할아버지가 너무 늙으셔서 오래 못하는 섭섭함이 따르긴하지만.그럴 때면 창이는 더 하자고 조르지도 않았다.할아버지는 한 번 뱉은 말은 두말이 필요 없는 고집쟁이니까. 할아버지에게 야속한 마음이 먹어질 땐 창이는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고집쟁이 할아방구 같으니라구.”언제인가 뒤뜰 오동나무 응달엔 하얀 꽃이 피어났다.가냘픈줄기 마저 백짓장처럼 하얀 그 꽃은 언제나 고개를 땅으로숙이고 있었다.꽃잎에 이슬이라도 맺히면 창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낙엽들이 흩어져 쌓인 곳에,가을 날 어머니를 하늘 나라로 보낸 그 슬픔이 남모르게 하얀 수정초로 피어난 것만 같았다.오두마니 그 곳에 앉아 하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창이는 자꾸만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그래서 마당으로 뛰쳐나와 한없이 강을 바라보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늘 한결 같았다.샛바람이든 하늬바람이 불든 강물은 새처럼 활짝 펼쳐 올린 날개 선으로 상 하류를 엇갈려 흐르고 있었다. “시간은 유수 같거늘….윗물과 아랫물이 구분이 없으니…. 예전과 지금이 함께 있는 듯하구나.”할아버지가 혼자소리로 하던 어려운 말이 어슴푸레 강바람에 섞여 불어왔다. 할아버지는 아득한 시절을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을씨년스러이 굳게 닫힌 작은 방으로들어가셨다.창이는 감히 가까이도 못 가보고 방안에서 새나오는 가야금 소리를 훔쳐 들어야 했다.할아버지의 가야금 소리는 늘 생가지 같은 다리를 길게 모은 두루미가 날개 짓도못해보곤 사라지듯 뚝 그쳤다.소리는 그렇게 끝났는데 할아버지는 방 안에서 감감 나오지를 않으셨다. ‘어두운 방안에서 할아버지는 무엇을 하고 계신 거지?’어느 날 창이는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살금살금 다가가 문 창호지에 귀를 대고 들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방에서 잠이 드셨나?’창이는 검지에 침을 묻혀 창호지 위를 살살 문질렀다.콩알만하게 구멍이 뚫리자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거무룩한 방 안에서 할아버지는 가야금을 끌어안고 고개를숙이고 계셨다.어두움을 삼키는 듯 할아버지의 야윈 어깨는가늘게 떨었다.할아버지도 뒤뜰에 핀 하얀 꽃 같은 아픔을지니고 사시는 가 보았다. 창이는 서럽게 핀 수정초를 쳐다보다간 냉큼 회 벽을 보고돌아앉았다. 돌 틈에서 까만 돌을 주워 들고 창이는 회 벽에 아기 새를그렸다.언제인가 눈 먼 아기 새처럼 울고 있을 때 처음 보는 할아버지는 창이를 따듯한 품에 보듬어 주셨다.그렇게 안긴 인연으로 할아버지는 창이를 양자로 들이시고 큰아드님의집에서 나와,수십 년 전에 살던 시골에서 창이와 함께 지내는 터였다.창이는 아기 새 옆에 키 작은 오동나무를 그리고그 다음,가야금을 드리운 할아버지를 그렸다.얼핏 보면 동그라미와 작대기가 얽혀 있는 낙서 같지만 창이는 제 마음을담뿍 담아냈다. 신작로까지 내려가는 샛길 귀퉁이는 창이네 마당과 이어져있었다.샛길 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오는길인지 중노인 한 분이 버들잎새를 입 끝에 물고 마당을 기웃거렸다. “계슈우?”중노인에게서 날아온 버들잎이 뱅그르르 돌다간 댓돌,할아버지 신발 위에 살포시 앉았다.할아버지는 방문을 활짝 열고내다보았다. “아이구 이 사람아...”중노인은 할아버지를 보더니 입 언저리에 곰살궂은 웃음을걸고 두 팔을 번쩍 치켜올렸다.그리곤 단풍잎같이 손바닥을펼치곤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사뿐사뿐 춤을 추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도 중노인의 춤 장단에 맞추어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며 버선발로 걸어나오셨다. “기별도 없이 우짠 일이여어?”할아버지는 노랫가락을 붙여 물으셨다. “부평초 같은 이내몸 바람 따라 와았소.”“그려.그려.잘 왔네.”안부를 노래로 물으며 할아버지와 중노인은 얼싸 안고 춤사위를 벌렸다. 창이는 뒤뜰에서 쪼르르 달려 나와 희한한 광경에 입을 벌리고 웃었다. “창이야.어여 절 드려라.할아버지 친동생이나 진배없어.”창이는 중노인을 향해 땅바닥에 털썩 앉듯 서투르게 절을 했다. “네가 바로 갸 구나.”할아버지는 윗도리 속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창이에게 내미셨다. “얼른 아래께에 내려가서 소주 두어 병만 사오너라.”그러자 중노인이 배죽배죽 웃으며 안 저고리에서 술병을 꺼내 들고 찰랑찰랑 흔들어 보였다. “으이구….도깨비 같은 눔.”할아버지의 술판은 점점 여물어만 갔다.한바탕 술판이 무르익지니 강 저편에는 노을이 풀리고 있었다. “성님,가얏고를 다시 만들어보오.”할아버지는 맥없는 한숨을 뚝 떨구었다. “예끼….가당치도 않지.그게 언제 적 일인데….”“성님이 가얏고를 좀 잘 지었소? 형수님이 그렇게 가시지만 않았어도….”고개를 젓는 중노인의 이마엔 금방 움푹한 주름이 패였다. 할아버지는 엷은 노을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창이는 오동나무까지 휘휘 울리다 그쳤던 할아버지의 가야금 소리를 떠올렸다. 그 옛날 할아버지는 이 곳 강가에서 가야금을 만들며 사셨다고 한다.할아버지의 소원은 영영 시들지 않는 소리 꽃을 피우는 가야금을 만드는 거였다.할머니 또한 가야금 타는 솜씨가 빼어나 두 분은 가난했지만참 행복하게 사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독한 가난으로 할머니가 세상을 뜨신 이래 할아버지는 두 아드님을 데리고 도시로 나가셨다고 했다.그 후에도 할아버지는 이곳으로 돌아올 날만을 꿈꾸며 사셨다고 했다. “다시 가얏고를 지을 수만 있다면 오죽 좋겠는가.허나 이젠 늦었네.가슴은 그대로라고 친들 손이 너무 굳어먹어서…쯔쯔.”“그래도 그 솜씨가 어디 갔겠소? 다시 만들어 보오.나두 성님이 만든 가얏고 소리가 그리워서 그러오.”중노인은 할아버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얏고 임자는 제가 다리를 놓아 드리지요.”할아버지는 눈을 감고“꿈이라도 꾸어봄세….”그러더니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머뭇머뭇 말을 이었다. “여보게,실은 말일세.내가 그 분을 만난 적이 있다네.”“누구요?”할아버지는 중노인에 귓속말을 했다.그러자 중노인이 눈을크게 떴다. “우륵님을?”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에이….성님도….연세가 드니깐 별 농을 다 치네.허허허….”중노인은 할아버지를 힐끔 흘겨주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초겨울,찬바람이 문밖에서 잠을 깨우는 이슥한 새벽이었다. 창호지에 뿌리는 달빛처럼 아득하게 가야금 소리가 들려왔다.창이는 잠결에,씨익 미소짓다간 눈을 떴다. 할아버지가 두루마기를 두르고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게 보였다. 창이는 이상한 생각에 조용히 일어나 할아버지를 뒤따라 나갔다.여느 때와는 다른 걸음걸이로 할아버지는 마당을 가로질러 샛길로 성큼성큼 사라졌다.창이도 얼른 샛길 쪽으로 달려갔다.할아버지는 어느새 산비탈로 옷자락을 날리며 오르고 있었다.바람에 날아가 듯한 뒷모습이었다. “할아버지.할아버지.”아무리 불러도 할아버지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꼬부랑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찬바람이 낙엽을 휘날리고 발목은 가시가 할퀴는데 얼마나쫓아 왔을까? 창이는 언제인가 할아버지가 들려준 산도깨비가 떠올라 할아버지를 죽자고 따라 올라갔다.고개 하나를 넘자 장다리 장송들이 하늘을 우러르다 잠이 든 까뭇한 벼랑이 나왔다.거기를 벗어나니 강바람이 불어왔다. 쏴아…. 달빛은 밝기만 한데 할아버지는 큰 바위로 올라가 겨울,강바람을 온전히 맞고 서 계셨다.할아버지의 머리칼과 두루마기자락이 마구 휘날렸다.그 때,창이가 꿈결에서 들었던 가야금 소리가 은은히 스쳐갔다. 할아버지는 바위에서 넙죽 절을 하였다.그리고 강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바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가야금의 소리 꽃이 하늘로 강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동녘이 밝아왔다.창이는 할아버지가 되돌아간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해 걸었다.내내 얼떨떨하였다. 마당에 들어서니 벌써 할아버지는 두루마기를 벗고 키 작은오동나무 숲을 돌아보고 계셨다.짚 옷이 입혀진 어린 나무줄기 마다 할아버지는 따듯하게 어루만졌다. “새벽부터 어딜 갔다 오는 겨?”할아버지는 천연덕스레 물으셨다.할아버지의 입김이 소로로오동나무 사이로 말려 들어갔다. “똥 누러.”차마 할아버지를 뒤쫓아 갔다오는 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창이를 꼭 끌어안으셨다. “내게 가장 큰 바람은 우리 창이가 우람한 오동나무처럼 잘 자라는 거여.”할아버지는 유유히 남한강을 바라보고 계셨다. 창이는 회 벽에 여우비가 내리면강 모래밭에 드리우곤 하던 무지개를 더 그려 넣었다.
  • 은행권 우량고객 잡기 경쟁

    1년째 국민은행에 급여이체를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최근 무보증으로 500만원을 대출받았다.급여이체 3개월 이상이면 받을 수 있는 무보증대출 혜택을 받은 것이다.자영업자 이모씨(38)도 최근 기업은행에서 신용대출 3,000만원을 받았다.기업은행과 첫 거래였지만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신용상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돼 대출이 쉽게 이뤄졌다. 최근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개인신용이 좋은우량고객을 붙잡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개인고객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강화되면서 신용만 검증되면 거래가 없어도 대출이 가능해졌다.거래실적이 좋다면 금리·수수료 감면 등 각종 혜택도 따라붙는다.신용이곧 돈인 ‘신용사회’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고객을 잡아라= 국민·기업·서울·하나·한빛은행등 대다수 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CSS는 개인신상·거래정보 등을 담아 등급화한 신용평가시스템이다.은행들은 CSS를 1∼10등급으로 세분화,거래가 없는 고객이라도 등급에따라 최고 5,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해준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말 새로운 ‘개인신용평점시스템’을개발,신규 고객이라도 1,000점 만점에 일정 점수가 넘으면신용대출을 해주기로 했다.은행측은 카드·백화점 등과의거래정보를 추가하는 등 평가기준을 세분화해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추가대출 등의 혜택을 준다.국민은행은 CSS를통한 개인 신상정보가 뒤떨어져도 1년간 대출연체가 없는경우 등 거래행태가 건전하면 신용등급을 높여 금리혜택을 준다. ●단골고객이 ‘왕’=조흥은행은 지난해말 ‘CHB단골고객제도’를 새로 도입,꾸준히 거래하는 우량고객에게 수수료면제와 대출금리 우대,전문 상담직원 전담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하나은행은 최근 거래실적에 따라 VIP고객을선정,CSS 등급에 상관없이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해 주는 ‘하나종합통장대출’을 시작했다.서울은행은 거래실적에 따라 평점 100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2,000만원까지 신용대출을 해주며 수수료 면제나 감면,대여금고 사용등 각종 혜택을 준다.한빛은행은 거래실적에 따른 우수고객 100만명을 선정,신분증만으로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한빛 베스트론’을 판매 중이다. 국민은행은 이달말부터 연 19%로 고정됐던 연체대출금리를 신용에 따른 ‘차등 대출금리+8%포인트’로 바꿔 시행한다.신용등급에 따라 최저 6%의 대출금리를 적용받아 최고 5%까지 금리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사회 앞당겨야= 은행연합회는 오는 3월부터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 전에 일부 연체대금을 갚으면 금액에 해당되는 기간만큼 등록일이 늦춰지도록 신용정보관리규약을개정했다.신용을 조금이라도 쌓으면 신용불량자로 쉽게 낙인찍히지 않도록 하는 대비책이다.기업은행 심사부 이규옥(李揆玉)팀장은 “고객들이 신용을 개인자산으로 생각하고잘 관리한다면 금융서비스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받을 수있다”며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금융권과 고객이 함께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대한광장] 패거리 문화와 얼굴

    대학 다닐 때 지금의 나만한 나이를 먹은 여자를 보고서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사람 같지 않다는 느낌은 한 인간이 한 인간이게 하는 얼굴의 표정과 개성,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와 억압적인 독재 하에서 그 어느 곳에서도 자기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아줌마들의 슬픈 현실을 철없는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이다.한 노인이 군인들이 가득 탄 버스에 타면서 ‘사람이 한 명도 없네'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에서 획일화된 군인들 또한 같은 운명이었음을 알 수 있다.어쨋든 그때의 기억 때문에 요즈음 젊은이들을 만날 때면 꿈과 생기를 잃어버리고 시류와 이해관계에 모든 것을 맡겨버린,얼굴 없는 존재로 보이지는 않는지 새삼긴장하게 된다. 이제 세상이 많이 달라졌으니 사람들은 자기만의 얼굴을 갖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공적인 부분에서는 답보상태인 것 같다.개인적인 취향이나 사적인 관계에서는 자기 스스로의 의견이나 안목이 뚜렷해졌지만,사회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선택에 있어서는그 사람의 연고를 알면 더이상 물어 볼 것도 없다. 한 인간으로서의 자기 안목이나 합리적인 판단은 존재할 틈이 없이 집단정서와 패거리의 이해관계에 자신을 그저 내맡기는 것이다.그다지 큰 이해관계를 가질 것 같지 않은데도 (때로는 자신에게 불리한데도)사람들이 이렇듯 자기자신을 포기하고 집단정서 속에 안이하게 숨어버리는 그 뒷면에는,집단에 대한 권력을 가진 자들이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나서는 자들을 집요하게 왕따시키고 처단하는 폭력적인 위협이 자리잡고 있다.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자발적인 신념의 외양을 갖추게 되면 굳이 위협을 할 필요도 없이 집단정서는 확대재생산되게 된다. 배타적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관철하려는 패거리 이기주의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갇혀 있는 상황인지라,자기자신만의 얼굴을 간직해 나가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지역감정의 역풍을 가슴으로 안고 부산을 지킨 노무현 의원이나,당론으로부터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는 김원웅 의원과김홍신 의원,오랜 세월 굳어진 정치관행을 벗어나기 위해 정치개혁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오고 있는 민주당 젊은 의원들의 노력은 평가받을 만하다. 건강보험과 관련한 집단이기주의적인 대치상황에서 이해관계를 훌쩍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여준 일부 의사들이나,각 직역에서의 개혁과정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까지 패거리이기주의를 넘어서서 대승적으로 행동해온 사람들 또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지켜가기 위한 아름다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그뿐인가.공동체의 연대를 파괴하는 패거리 정서와 거리를 두고 어렵게 자기 선택을 지켜가는 모든사람들이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분들이라 믿는다. 합리적인 자기 규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은 터무니없는 지역감정이나 무조건 팔이 안으로 굽는 직역이기주의나 학연,연고에 휩쓸리지 않는다.이렇게 자기 안목을 가지고 자기 중심을 지키는 건강한 시민들이 많아져서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킬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의견들이 백가쟁명하면서도 합리적인 토론으로 조정돼 가는 생기있고 성숙한 사회가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 당장은 천편일률적인 집단정서를 자극하면서적극적으로 악용하는 자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출세한다고 해도그 인생은 얼굴 없는 자가 남의 얼굴을 지우면서 산 쓸데없는 인생밖에 되지 않는다. 마흔의 턱을 넘어서면서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고민으로 주름이 깊게 팬 얼굴이든,중노동으로 핏기없이 핼쑥한 얼굴이든,소외돼 그늘진 얼굴이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다만 나 자신이 또 우리 모두가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을 일 대일로 마주하고 당당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자신만의 얼굴을 갖게 되기를 진심을 실어 빌어 본다. ▲박주현 사회평론가·변호사
  • 韓銀, 이경식 전 총재 초상화 건다

    한국은행에 이경식(李經植) 전 총재의 초상화가 걸린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역대 총재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별관 8층 강당에 이 전 총재의 초상화도 새해 1월1월부터 걸기로 했다.지금까지 20명의 총재를 배출한 한은은 역대 총재들의 초상화를 한 줄로 죽 걸어놓았지만 유독 이 전 총재의 자리에는 3년째 ‘수선중’이란 팻말만 붙어있었다. 지난 97년말 은행감독원을 금융감독원에 떼준 ‘한은법 개악의 주범’으로 낙인찍어 노동조합에서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드디어 ‘수선’을 끝내고 초상화가 걸리게된 것. 변성식(邊盛植) 노조위원장은 “초상화 사건이 많이 회자되면서 중앙은행 독립에 대한 한은의 강한 의지와 그 누구든 중앙은행의 권위를 훼손할 경우 직원들의 냉엄한 심판을받는다는 상징적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판단해 전철환 총재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전 총재는 취임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대승적 화합’을 강조하며 “이제 그만 이 전 총재의 초상화를 걸자”고 노조를 설득해 왔다.‘조직 이기주의’로 보는 일각의 시각과 내년 3월에 총재 임기가 끝난다는 점도 노조의 마음을 돌려놓은 한 요인이다. 지난 상처를 잊고 새 출발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안미현기자 hyun@
  • ‘신용불량’ 대졸자 는다

    은행 등에서 학자금을 빌려 쓴 대졸 미취업자들이 취업난 속에 제 때 돈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돼취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우여곡절 끝에 취업 기회를 찾더라도 취업을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것이다.19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전국의 대학생과 대졸 미취업자 3만2,000여명이 331억여원의 학자금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다.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서울 K대를 졸업한 이모씨(28)는 대학 3학년때인 98년 부모의 사업 실패로 졸업 후 2년에 걸쳐 갚기로하고 은행에서 학자금 500여만원을 빌렸다.하지만 졸업 후취업을 하지 못해 월 30만원에 가까운 원리금을 1년이 넘도록 못갚아 신용불량자 리스트에 올랐다.이씨는 “가뜩이나일자리 잡기가 힘든데 이제는 신용불량자가 돼 취업은 어림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S기업 인력관리팀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일부 회사는 신용불량자 여부를 확인해 면접 시험에서 불합격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취업이 어려운 지방대 학생들의 연체는 더 심각하다. 전남 K은행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신용불량 상태에 놓인대졸 미취업자와 총 연체금이 2만 3,978명에 33억여원으로해마다 두배씩 급증하고 있다.연체 비율도 일반 가계대출의8배에 이른다.대구 D은행도 지난달 말까지 98명이 1억 4,800만원을 연체했다. 내년 2월 경기도 S대를 졸업할 예정인 김모양(24)은 “취업하면 갚는다고 생각하고 3학년 때 900만원을 빌렸다”면서“취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된 선배들을 보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신용불량자 낙인’이 문제로 지적된다.은행 내규상 대출금 상환을 3개월이상 연체하면신용불량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지방 B은행 학자금 대출 담당자는 “미취업자들에게 독촉을 해보지만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손실처리를 하고 신용불량자로 분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더욱이 은행과 제2금융권이 부모의 동의 없이도 대출을 해주는데다 경쟁적으로 각종 경품까지 내세워 신용불량자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취업 실패→신용불량자→취업실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전문가들은 특히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신용불량자 분류보다는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는 특단의 조치가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학자금 대출의 연체 규모는 가계 대출 등과 구분이 안돼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해 큰 문제”라면서 “학자금 대출의 신용불량 연체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취업할때까지 상환을 연장해주는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금융특집/ 개인파산 막는 카드사용 이렇게…

    연말 흥청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무이자할부 판매를 이용하던 김현미씨(29세·회사원)는 문득 ‘이렇게 과소비를 일삼다 신용불량거래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카드사들이 연말 매출을 늘리기 위해 현금서비스및 무이자할부서비스 등 이벤트를 활발히 펼치면서 회원들이 결제능력을 계산하지 않고 카드를 남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국민카드측은 “결제가 어려워질 때는 각 카드사의 리볼링제도나 대환현금서비스를 이용해볼만 하다”고 조언한다.또 수시로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불량 거래자 양산은 급성장하는 카드업계의 어두운 그림자다.경기침체에 따른 실업급증 등이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그러나 이같은 외부환경도 문제지만 카드 사용자 역시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적용된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르면 카드이용 금액 5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 때문이다.카드론의 경우는 금액과 상관없이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그대로 ‘신용불량’이 된다.사소한 부주의로 연체했다가는 당장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금융거래에서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를 잘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제규모에 맞게 계획을 세워 이용하는 것이다.불가피하게 결제능력 이상을 사용했을 때는 각 카드사의 리볼빙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다.리볼빙제도는 매월 이용금액의 5∼10%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잔고로 남겨놓은채 매월 갚아나가는 방식이다.금리는 현금서비스처럼 연 15∼21%로 비싼 편이다. 연체기간이 두 달을 넘지 않았을 때는 카드사의 대환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현금서비스 이용 범위에서 연체한 카드대금을 갚을 수 있다.카드사를 방문하거나 카드사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만약 여러 장의 카드를 대금결제를 위해 돌리고 있는 회원이라면 틈틈이 각 카드사의 홈페이지를 찾아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해보는 것도 신용불량을 막는 방법이다.신용거래와 대출거래 내역,신용불량 여부를 무료 또는 유료로 확인할수 있다. 문소영기자
  • 소년원생에 ‘편견 극복’ 의술편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의식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문제아’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야 하는 소년원생들에게 도움이될 것으로 믿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건소장 임용에서 탈락,국가인권위원회에 제1호 진정서를 접수시켰던 이희원(李熙元·39)씨는 춘천소년원 의무과장(서기관)으로 임용된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특별채용시험을 통해 3급 장애인인 이씨를 의무과장으로채용한 법무부측도 “소년원생들이 이씨로부터 장애극복 노력을 배우기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른쪽 다리 마비 장애로 3급 장애 판정을 받은 이씨는 처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다.대구 달성고와 서울대 의대를 다닌 이씨는 활달한 성격의 ‘평범한’ 학생이었다.의대 본과4학년 때 과로 등이 겹쳐 뇌출혈로 쓰러진 뒤 수년에 걸친재활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했으나 다리가 마비되는 장애를얻었다. 이씨는 그후 공부를 계속,91년 첫 직장을 제천보건소에서얻었고 94년에는 결혼해 1남1녀도 뒀다. 이씨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온 것은 지난 7월 제천시 보건소장이 과로로 순직하면서.이씨는 10년 동안 제천보건소에서 근무해왔고 성실함을 인정받아 98·99년에는 제천시장과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후임 보건소장‘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제천시측은 장애를 이유로 이씨의 보건소장 승진임용을 거부했다.이씨는 “나에게 첫 직장을 준 제2의 고향이제천시인데 어떻게 ‘15만 시민의 건강을 장애인에게 맡길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장애인 차별에 울분을 토했다. 이씨는 곧바로 사표를 낸 뒤 대학은사인 서울대 의대 김용익(金容益) 교수와 상의해 지난달 2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제1호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이씨는 “제천시의 임용 거부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만큼 시측으로부터 장애인 차별 인정과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매체비평] 탐사 저널리즘이 부족하다

    14년만에 밝혀진 진실,‘수지 김 사건’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 땅에 확인시킨 언론사적 사건이었다.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공조직이 한인간의 불행한 죽음을 어떻게 날조시키며 간첩으로 몰아갔는가를 밝혀낸 것은 정보기관도 수사기관도 아니었다.이정훈이라는 한 민완저널리스트의 끈질긴 기자정신이 밝혀낸 탐사저널리즘(investigative reporting)의 개가였다. 국민의 기억속에 잊혀졌던 ‘수지 김 간첩사건.’ 믿었던남편에게 살해당한 한 불우한 여인을 부도덕한 국가기관은간첩으로 조작했고 그 가족들은 피눈물의 세월을 살아야했다.분단의 현실에서 간첩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면 살아도 이미 죽은 목숨이다.한국언론들은 당시 안기부의 발표만 충실하게 보도했을 뿐이다.그렇게 잊혀져 갔을 뻔했다.그러나 이 기자는 취재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끝까지 추적해서 마침내진실이 조작됐음을 주장하게 됐고 그 결과 현재 새롭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유린당한 인권수호에 앞장서지 못했던 대다수 언론을 부끄럽게 한 사건이자 묻혔던 진실을 파헤쳐 수사기관을 움직이게 하는 언론의 힘을 입증한 사건이다. 그동안 한국언론이 발표저널리즘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사이 탐사저널리즘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속보성에만 함몰되는 사이 정확성과 심층성은 뒤로 밀려난 것이다.그 결과인권의 수호자는커녕 오히려 인권을 유린하고 신용권을 훼손하는 일이 속출했다.민사소송 1심에서 해당 언론사는 비록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무지한 언론의 ‘포르말린 보도’는 무고한 번데기 회사를 파멸시켰다.소외되거나 억울한 사람의하소연을 들어주고 국가의 주요정책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위해서 탐사저널리즘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 정부의 최대 취약분야이자 감시의 사각지대인 외교와 해외주재 한국대사관 문제는 발표내용조차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21세기는 국가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외교력이 곧 국력이라고 할만큼 외국은 외교력을 보강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에서 마약범죄자가 사형당한 사건에서 보여준 한국외교부의 거짓말·무능만 한풀이하듯 몇차례 보도하고 이미 끝난 것처럼 별다른 추적도 하지않고 있다.어떤조사결과가 나왔는지 관련자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간단하게 넘어가고 있다.이 부분이야말로 언론의 탐사보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주중대사관의 한심한 일처리 사건은 우연이 아니다.이미 그 전 해에 과테말라 한국대사가 현지 교민의 사기사건과 횡령에 휘말려 한국으로 ?i겨온 일이 있다.그리고 불과 한두달사이에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가 팔레스타인 금지구역에서상습도박을 하다가 사실상 한국으로 추방당한 사건도 있었다.국가적 망신차원을 너머 이런 일부 대사들의 행태가 한국외교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그 결과 국제협상이니 국제회담이니 ‘국제’말만 나오면 항상 불평등,불이익이라는말이 따라다닌다.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뒤집어 쓴다. 탐사저널리즘은 끈기와 시간을 요구한다.때로는 효율성 차원에서 뒤로 밀릴 수도 있다.그러나 권위지의 탐사저널리즘은 개인의 인권을 수호하고 국가의 주요정책을 바꾸기도 한다.이정훈 기자의 탐사저널리즘은 높?? 평가돼야 하고 외교분야에 대한 무심한 한국언론의 보도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김창룡 인제대교수 언론정치학?
  • ‘민족·민주 선언집’ 3권 재출간

    대한매일 김삼웅(金三雄·58)주필은 칼럼니스트 말고도 대외적으로 알려진 직함이 여럿 있다.현대사연구가,친일문제연구가,그리고 ‘사료수집가’이다.서울 정릉 김 주필의 자택서재에는 1만여 권이 넘는 장서를 비롯해 각종 근·현대사관련 자료들이 소장돼 있다.그동안 김 주필은 30여 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했는데 장서와 자료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최근 김 주필은 이미 나왔던 책 세 권을 재출간했다.‘한국 근현대사 100년자료집’이라는 큰 제목 아래 ‘항일민족선언’‘민족·민주·민중선언’‘서울의 봄 민주선언’ 등이 그것.이 모음집에는 각각 일제시기와 유신·5공 정권등 격동기에 나온 각종 시국선언문을 비롯해 성명서,유서,호소문,결의문,경고문,양심선언,법정변론,진술서 등이 들어 있다.김 주필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이 땅의 양심세력이 우국하는 마음,구국하는 자세에서 남긴 ‘양신의 언어’들을사료적인 가치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0년대 초 출간된 이 책들은 출간 이후 한동안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혀 판매 및 재출간 금지로 절판됐었다.이후 독자들의 재출간 요구가 줄기차게 있었으나 마땅한 출판사가 없어 재출간이 여의치 못했다가 이번에 ㈜한국학술정보의 도움을 얻어 다시 나왔다. 과거 신민당 등 야당의 당보 제작책임자를 지낸 김 주필은신민당의 당보 ‘민주전선’은 물론 한때 기자로 근무했던‘사상계’ 원본 등을 보관하고 있다.전자의 경우 국내외를통틀어 원본 전체 소장자는 손을 꼽을 정도다.동학당 격문에서부터 80년대 민주화운동 선언문에 이르기까지 근 100년간의 ‘양심의 목소리’를 모아온 김 주필은 그 자신 민주화투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김 주필은 “민주화운동사료관이정식으로 개관하면 원본자료를 모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정운현기자
  • 집중취재/ 대학가 불법복제 실태

    “협조해 주세요. 입구를 막으면 어떡합니까.” “잘못도 없는데 왜 남의 영업점에 와서 방해하는거야.”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명륜동 S대 정문 앞.불법 복사·복제물을 단속하는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 직원들과 복사점 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10여분간 밀고당긴 끝에 겨우 들어간 복사점 안에는 비수기임에도 ‘Y영어교실’‘경제학원론’ 등 불법 복제책 20여권이 쌓여 있었다.주인은 불법 복제책들을 단속반 앞에서 찢은 뒤 ‘더러워서…’라고 욕설을 뱉으며 문을 걸어 잠겄다. 단속반장인 이모씨(41)는 “지난 8월에는 성남 K대 구내 복사점에 단속하러 갔다가 주인이 밖에서 문을 걸어잠근 뒤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한 적도 있다”면서 “사법권이 없는 센터 직원들로서는 단속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학가의 불법 복사·복제 행위는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에 성행한다.여러 대의 복사기와 제본기를 갖춘 대학가 복사점들은 전공과 교양서적을 가리지 않고 매일 수천권씩 복제한다.대학 강의실에 놓인 책의 90% 이상이 불법 복제품이다.서울 K대 인근의 복사점 주인은 “1년 장사는 학기초에다 한다”면서 “불법 복제가 다반사로 이뤄지는 마당에 학생들이 단체로 수십부씩 복사를 요구하면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낮에 학생들이 전공서적이나 원서의 복사를 맡기면 밤에 승용차나 택배로 배달하는 등 단속반과 복사점 사이에 숨바꼭질도 벌어지고 있다. 올 2학기 150명이 수강하는 서울 M대의 회계론 전공강좌.교재로 채택된 ‘현대 원가관리회계’를 간행한 D출판사는 150부가 필요하다는 전공교수의 말만 믿고 책을 찍었지만 실제팔린 책은 7부에 불과했다.나머지는 모두 복제품으로 대체된 것이다.지방 J대의 경우 300명이 수강하는 ‘미시경제학’의 교재도 30여부만 팔렸을 뿐이다.또다른 대학의 500명이수강하는 ‘취업과 진로’라는 강좌의 교재 역시 38부만 팔렸다. 책이 많이 팔리면 책값이 떨어지겠지만 불법 복제본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다 보니 출판 단가를 맞추기 위해 책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등 학술서적 출판사대표 이모씨(54)는 “원본과 복제본이 2,000∼3,000원만 차이 나도 복제본만 유통된다”면서 “경찰이나 검찰에 신고해도 유야무야되거나 당사자끼리 합의하라는 식으로 팔짱만 끼고 있다”고 분통을터뜨렸다. 이 때문에 학술서적 전문출판사들은 요즘 존립의 기로에 서있다.반품률이 85%에 이르는 등 출판사의 손익분기점인 1,000부는 고사하고 500부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원서의 불법 복제는 우려 수준을 넘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학술출판사인 미국의 맥그로힐(McGraw-Hill) 한국 지사 이승주 대표(48)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보호에서 최악의 국가로 낙인 찍혔다”고 주장했다. 맥그로힐측이 올해 각 의대와 병원을 대상으로 시장조사한끝에 1만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들여온 ‘해리슨 내과학’ 서적은 1,000여부밖에 팔리지 않아 창고에는 재고만 잔뜩 쌓여 있다.15만원인 책값은 8만원으로 떨어졌지만 복사본이 5만∼6만원에 나돈 탓이다. 지난 3월 전세계 출판사 310개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미국출판협회의 고소로 국내출판사 대표가 구속된 것은 불법복제의 천국인 한국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출판협회가 한국에 대해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에 진출한해외출판사 중 일부는 불법 복제가 판치는 한국 풍토에 염증을 느껴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전문가 제언- “저작물 보호 특별법 제정을”. 전문가들은 불법 복사·복제 등 사회 전반에 성행하고 있는 저작권 침해 행위는 창작 의욕을 꺾는 등 우리 사회의 창의적 지식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국제적으로 통상 문제 등을야기할 수 있는 만큼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최경수 연구실장은 “저작물 불법 복제에 대한 친고죄 적용을 폐지하는 대신 불법 복제와 유통을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특별법 제정이어렵다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처럼 관계 공무원이 불법 복제물을 감시·수거·폐기할 수 있는 규정을 출판법이나 저작권 관련법에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그는 “불법 복제물로 인한 피해 당사자인 저자들이 저작권 행사에 무관심한 것도 문제”라면서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등 관련 단체의 감시·관리 능력이 취약한 만큼 ‘학술물 무단복제 관리기구’를 저자와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개혁시민연대 도정일 공동대표(경희대 교수)는 학술서적의 보호와 지적 생산 인프라의 유지 및 확대 방안으로 도서관 확충을 제안했다.도 대표는 “미국의 경우 수천개의 도서관들이 학술서적을 제도적으로 흡수해 지적 인프라와 학술출판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도서관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술서적 구입을 꺼리는데다,도서관 수도 600여개에 불과해 지식 인프라 기능을 제대로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학계에서도 기초학문의 위기에 대해서는 목청을 높이면서 정작 보다 기본적인 학술서적 출판과 보호에는 무관심하다”면서 “저작권 보호를위해 정부뿐 아니라 학계와 출판업계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저작권 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영업행위를 한 복사업소 주인에 대해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불법 복사업체가 물게 된 최고 벌금액수는 500만원에 불과하다. 안동환기자
  • 넘치는 신용불량자… 300만명 육박

    자영업자 김모씨(48)는 올해 초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대출금을 갚지못해 신용불량자 리스트에 올랐다.카드빚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1,000만원을 빌렸다가 연 400%의 고금리 독촉에 시달리게 됐고,결국 아내와 이혼,가정파탄까지 맞았다.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일정기간 갚지 못해 정상적인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면서 우려의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신용불량자의 증가는 결국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성장의 둔화를 가져올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용불량자 급증=97년 149만명이던 신용불량자는 올 9월말 현재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경기불황속에서도 금융권이 개인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는데다 신용카드 사용마저 눈에 띄게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일반은행의 가계여신 비중은 99년말 29% 수준이었으나 올 8월 41%로 높아졌고,신용카드 연체율도 99년말 6.77%에서 올 8월에는 9.07%로 상승했다. ◆사회문제로 비화=신용불량자가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고 사채 등을 이용한뒤 고금리 연체로 인해 협박에 시달리거나 이혼·파산 등 등으로 치닫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로낙인찍힌 뒤 사채를 쓰다가 독촉에 시달려 자살을 기도하거나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이대로방치하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9월 금감원 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사채사용 피해는 2,329건으로,이중 83건이 사채업자의 폭력행사에 따른 피해로 나타났다. ◆제도보완 시급=신용불량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개인신용정보가 축적되고 신용평가시스템이 강화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신용정보에 따라 연체 등 신용정보를 바로 파악해 알려주면 신용불량 등록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또 남발되는 카드발급 기준을 강화하고,대출한도액을 줄이는 등 금융기관 스스로가 신용평가 기능을 강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금감원 관계자는 “연체가 상환되면 신속하게 기록을 없애고 금융거래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현행 신용불량정보관리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전효찬(全曉贊)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금융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신용불량자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기관을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새 영화/ ‘라이방’

    허름한 동네 호프집에 택시기사인 세 남자가 모인다.순허풍쟁이같아도 마사지 업소에서 어렵게 일하는 연변처녀를진심으로 아껴주는 해곤(김해곤).툭하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외삼촌 자랑으로 주변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학락(최학락).“한국 언론은 믿을 수가 없어 CNN만 본다”며 대졸학력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낙인 준형(조준형).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입에 올리는 화제란 여자 얘기에,정력 자랑에 늘상 그렇고 그런 소리들 뿐이다. ‘걸어서 하늘까지’(1992년)로 감독데뷔해 ‘게임의 법칙’,‘본투킬’,‘남자의 향기’를 연출해온 장현수 감독이작정하고 사람냄새 진하게 풍기는 영화를 내놨다. ‘라이방’(11월3일 개봉)은 흠집 투성이의 바닥인생들을스크린속으로 끌어모아,마치 인물 다큐멘터리를 찍듯 신산(辛酸)한 ‘사람살이’ 자체에 카메라를 똑바로 들이댔다.연극배우 출신인 세 배우들의 실명을 그대로 극중 주인공 이름으로 쓴 것도 그래서이다. 여름 한더위를 무료한 농담으로 보내는 게 일이던 이들에게 갈등이 찾아온다.회사의 상무가 이들에게 돈을 빌려 야반도주하자,준형을 중심으로 ‘한탕’작업에 들어간다.동네 점쟁이 노파의 집을 터는 과정에서 이들이 벌이는 해프닝은 코미디 드라마 뺨친다. 제목은 유명 선글라스 브랜드인 ‘레이밴’의 베트남식 발음이다.“따가운 햇볕 같은 현실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은유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뭣 하나 제대로 풀리는 일 없는 신산한 인생들.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어설픈 동정을 기대하지 않는다.깃털같은 유머 속에 삶에 대한 강렬한 풍자를 깐 뒤 믿음직한 희망까지 덤으로 쥐어주는,아주 모처럼 만나는 ‘속이 꽉 찬’우리영화다.
  • [기고] 보통사람들의 아이 지키기

    지난 10월 15일 자녀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아동학대근절을 위한 가족모임’을 결성하였다.이는 성폭력 피해사실을 되도록 은폐하려고만 하는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풍토를 생각할 때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소위 ‘더럽혀졌다’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버리는 방식으로 성폭력에 대처해 왔다.그런데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순박하고 보통 사람들보다 더 여려보이기까지 한 이분들이 신문에 얼굴과 이름을 밝히면서까지 피해자가족모임을 결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 전 보도된 대한매일과 MBC ‘PD 수첩’등에서 피해자가족들은 자신과 자신의 아이가 당한 일이 너무도 끔찍하고 가슴 아팠다고 하면서,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되겠지만,만약 이후에도 제2 제3의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그들만이라도 자신들이 병원·경찰·검찰·법원 등에서 느꼈던 고통과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모임을 결성했다고 했다. 정부 여당이 최근 성폭력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성폭력 피해자 의료지원체계의 개선 및 경찰수사과정에서의 피해자인권개선강화 대책들을 발표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한다.그렇지만 아직도 병원의 성폭력 피해자진료거부,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법원의 재판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이 개선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야된다는 것이 이 분들의 생각이다.더 나아가 이 분들은 정부와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이 당한 피해 때문에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해 정신과 전문치료를제공하고, 피해 어린이들과 가족의 치료와 교육을 위한 관련센터의 건립 등도 추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모임의 구성은 1996년 영국 브리턴에서 열렸던여성폭력 국제회의의 정신을 한국에 구현한 일대 ‘사건’이다. 이 회의의 화두는 ‘폭력과 여성의 시민권(Violence and Women’s Citizenship)’이었다.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과어린이들이 각종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데,이것은 여성과 어린이들의 정치적,사회적 힘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이다.만약성인 남성들이 매일 성폭력을 당한 뒤 병원에서 진료도 못 받고 경찰과 검찰,법원 등에서 재차 인권침해를 겪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여도 그 나라의 정부가 건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사실들을 단지 엽기적인 일회성 사건으로만보도하고 이 사태의 본질을 방치하는 언론이 계속 명맥을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러한 문제를 국내 정치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다루지않고 단지 주변적인 테마로 취급하면서 가끔씩 ‘립 서비스’하듯 애도의 제스처만 쓰는 정치인들이 다음에 당선될 수있을까? 여성들과 자신의 아이, 아내,누이동생의 안전을 생각하는 남성들이 단합하여 자신들의 요구사항들을 정치적,사회적으로 관철시킬 때만이 성폭력을 포함한 여성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의의 중심 메시지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피해자 가족모임의 결성은 새로운 정치의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비범한 보통사람들인 이 분들께 갈채를 보낸다. 김영희 민주당 정책전문위원
  • 원인종씨 조각전 선화랑서 “”산은 몸이요 몸은 산이로다””

    산을 주제로 조각하는 작가 원인종(45ㆍ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의 네번째 개인전이 선화랑에서 열린다.23일∼11월4일. 이번 전시는 제15회 선미술상(2000년) 수상전으로 ‘몸-산’‘관악산’‘청계산’ 등 최근작들이 선뵌다. 원인종은 자신이 산을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치악산이 손닿을 듯 바라보이는 원주에서 태어나 자랐다.치악산의 원시성은 나의 가슴과 머리 속에 낙인처럼 찍혀져 있어 내 생각의 방향을 지배한다.결국 산은 나로 하여금 자연이 내포하고 있는 아득한 공간감과 시간성,거대한 질량감을 깨닫게 해 주었던 것이다.” 원인종에게는 산이 곧 몸이요 몸이 곧 산으로 느껴진다.자신의 몸 모습과 산의 형태를 동일시한 ‘몸­산’은 알루미늄이나 철로 캐스팅(주조)된 다른 작품들과 달리 셀 수없이많은 수의 ‘머리 잘린’ 못이 빼곡이 거꾸로 세워져 만들어졌다.따라서 못의 뾰족한 부분이 표면을 이룸으로써 산은 열려진 형태가 되고 육감적으로 보인다. 그것은 떨어져서 보면 부드럽게 다가오지만 만지면따가운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이런 특징은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인간을 부르지만 죽음을 초래하기도 하는 산,다시 말해 자연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반영한다. 이런 이중적 산밑에 몸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그러니까 20여년전부터 과천 남태령에 살면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안겨주는 파괴와 손상을 온몸으로 확인했다. 정착할 당시 한적한 시골이던 과천에 동물원이 들어서고 아파트숲이 조성되면서 산들은 곳곳이 할퀴고 찢겨나갔다.파괴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남태령은 이를 단적으로상징한다. 어디 그뿐일까.말 그대로 맑고 깨끗한 청계산이 하루가 다르게 도시에 포위돼가는 모습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과천,분당,안양 등 수도권 도시가 덩치를 키워가면서 청계산은 고독한 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녔던 대학의 뒷산인 관악산을 소재로 한 작품도 여러점 출품됐다. 관악산의 정상이 푹 패인 모습을 한 것도 있고 마치 축소해서 만든 듯한 외양을 보이는 것도 있다. 출품작 대부분은 알루미늄 재료로 만들어졌다.“차갑거나따뜻하지 않고 고급도 저급도 아닌 중립적 재료 알루미늄이마음에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02)734-0458. 유상덕기자 youni@
  • “조선족도 자유왕래 허용을”

    “불쌍한 죽음이었지만 절대로 헛된 죽음으로 묻혀서는안됩니다.”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밀입국자 질식사 사건으로희생된 25명에 대한 추도식이 열린 14일 서울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에서는 조선족들의 피맺힌 절규가 울려 퍼졌다. 희생자들의 위패에 조화를 바치는 300여명의 조선족 동포들은 “우리도 재미동포,재일동포들처럼 자유롭게 조국을오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르짖었다. 추도식에서는 불법체류자로 낙인이 찍혀 숨죽이며 살아가는 조선족 6명이악몽과도 같았던 밀입국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두차례에 걸쳐 목숨을 건 밀입국 시도 끝에 한국에 온 김모씨(49)는 “지난 98년 9월 밀항선이 고장나는 바람에 47일 동안이나 망망대해에서 표류했다”고 전했다.김씨 일행은 제주도에서 붙잡혀 중국으로 추방됐으며,김씨는 여권브로커에게 1,000만원을 주고 지난해 밀입국했다. 김씨는 “캄캄한 돼지우리 같은 곳에서 6명이 생수 한병으로 하루씩 견뎠다”면서 “죽은 사람을 수장하는 일은밀입국자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모씨(39·여)도 지난 7월 밀입국한 오빠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1주일간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배밑에서 지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4대가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남모씨(66)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도,아무것도 모르는 두살 된 손녀도 모두 불법 체류자일 뿐”이라며 절규했다. 남씨는 “한국정부가 우리를 추방하더라도 우리는 산더미같은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밀입국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선족 대변지인 동북아신문과 추도식을 공동개최한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徐京錫) 목사는 “밀입국,불법체류,강제추방,재차 밀입국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조선족의 자유왕래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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