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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카소·샤갈… 나치 약탈 1조 4300억원어치 미술품 찾았다

    독일 나치 정권이 1930~40년대에 약탈한 세계 유명 화가의 작품 1500여점이 뮌헨 소재 한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시사주간지 포커스를 인용해 한때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 파울 클레, 막스 베크만, 에밀 놀데 등의 일부 미술품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포커스에 따르면 이들 예술 작품의 가치는 10억 유로(약 1조 4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커스의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후에 발견된 약탈 예술품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들 작품은 2011년 초 독일 세관 당국이 나치 시절 유명한 미술품 거래상인 힐데브란트 구를리트의 아들 코넬리우스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고 포커스는 전했다. 당국은 당시 탈세 혐의를 받고 있던 코넬리우스의 뮌헨 소재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1500여점의 예술 작품을 찾아냈다. 은둔 생활을 해 온 코넬리우스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작품을 한두 점씩 내다 팔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발견된 작품 중 일부는 나치가 ‘퇴폐 예술’로 낙인 찍어 압수한 것이고, 다른 작품은 구를리트가 유대인 예술품 수집가들로부터 강탈하거나 헐값에 사들인 것들이다. 발견된 작품 가운데 마티스가 그린 ‘여인의 초상’은 프랑스의 저명한 예술품 거래상인 폴 로젠버그의 소유였다. 로젠버그의 손녀이자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전 아내이기도 한 안 생클레르는 가족과 함께 현재 나치 약탈 예술작품 반환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야망의 함정(AXN 밤 10시 50분) 맥디어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졌지만, 현재 바에서 불법 카지노를 가진 주드 그래프턴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모든 것은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는 주드. 과연 그의 말대로 그는 정당방위로 사람을 죽인 것일까. 한편 킨로스, 클라크의 도움으로 알시어 샌더슨 사건을 해결할 단서가 발견되는데…. ■응답하라 1994(tvN 밤 8시 40분) 성나정(고아라) 남편의 이름은 김재준으로 밝혀진다. 과연 다섯 명의 미래 남편 중 김재준은 누구일까. 한편 학교 체육대회를 앞둔 ‘신촌하숙’ 아이들에게 뜻밖의 불청객이 찾아온다. 컴퓨터공학과 축구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운동장을 찾은 나정. 하지만 경기보다 더 나정을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나타나는데…. ■브레인 게임(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0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몸속의 근육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쓰지 않으면 퇴보한다. 프로그램은 생각의 유연성과 집중력, 그리고 기억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우리가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능력을 상실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본다. ■문화갤러리 예감(국회방송 밤 8시 30분) ‘마포 사는 황부자’, ‘빨간 마후라’ 등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부흥기를 이끈 한국 재즈 1세대, 그룹 ‘자니 브라더스’ 출신의 유일한 남성 재즈보컬리스트 김준을 만나본다. 또한 서양미술사 최고의 미남으로 불렸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무명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깊게 파헤쳐본다. ■펀치 드렁크 러브(KBS2 밤 9시 30분) 7명이나 되는 누나들한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 비행 마일리지를 경품으로 준다는 푸딩을 사모으는 것이 유일한 낙인 그는 어느날 아침, 거리에 내동댕이 쳐진 낡은 풍금을 발견하곤 사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뜻하지 않게 신비로운 여인 레나를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행운담을 들려준다.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2 - 데코로라 어드벤처(애니맥스 오후 3시 30분) 야자나무 섬에 도착한 지우와 친구들은 팬지에게 포켓몬에 얽힌 전설의 보물이 무인도 근처에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지우와 친구들은 포켓몬 기자인 팬지가 이전에 해적박물관으로 취재갔을 때 발견했던 숨겨진 보물 암호에 의지해 보물찾기에 나선다.
  • [김종면 칼럼] 성숙한 지방자치 元年을 기대한다

    [김종면 칼럼] 성숙한 지방자치 元年을 기대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어렵게 부활한 지방자치제도를 스스로 비하하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이를테면 미국의 한 주보다도 작은 손바닥만 한 나라에서 지방자치는 무슨 지방자치냐 하는 식이다. 우리 주제에 무얼 할 수 있겠느냐는,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엽전 의식의 발로다. 하지만 지금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를 했다간 시대에 뒤떨어진 무식쟁이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지방자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도지사 같은 자리가 과거 관선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대권 코스로 여겨질 정도가 됐으니 그것도 지방자치의 힘이라면 힘이다. 큰 꿈을 꾸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지방자치는 성공을 반올림하는 매혹적인 희망의 사다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정작 지방자치의 주인공인 주민은 지방자치의 매력을 얼마나 피부로 느끼고 있을까. 기껏해야 지방선거 때나 지방자치를 실감하는 것은 아닐까. 정부가 최근 지방자치 부활의 계기가 된 1987년 제9차 헌법개정일(10월 29일)을 지방자치의 날로 정하고 새 출발을 다짐한 것도 그런 문제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독립독행하지 못하는 신세다. 우리는 여전히 경험의 학교에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 이제 ‘성숙한 지방자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때다. 지방자치담론이 아무리 풍성해도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지난주 공식 출범한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방분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시대의 소명을 다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원회는 자치·국가사무 구분체계 정비,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성 강화, 교육자치 개선, 자치경찰제 도입, 특별·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 개편, 주민자치회 도입을 6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분명한 것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 국가사무와 자치사무의 비율 또한 그 수준이라면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할 자치’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기관위임사무 등을 폐지해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사무의 독립을 확보해야 한다. 국세와 지방세 구조가 정말 왜곡된 것이라면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6대 과제 중에서도 중핵이라 할 만한 이 두 가지 근본 과제부터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대증요법이 아니라 병의 원인을 직접 다스리는 원인요법만이 빈사의 지방자치를 살릴 수 있다. 어느 지방정부도 방만한 재정운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몇 달 전 박근혜 대통령이 축제를 지적하며 지방재정의 전면 공개를 주문하자 일각에서는 자치살림에 대한 간섭이냐며 뜨악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안타깝게도 축제는 예산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전국 지자체의 행사·축제 예산이 매년 1조원 가까이 되고, 지방세 수입만으로는 자체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지자체가 절반이 넘는데 행사와 축제성 경비는 늘어나고 있으니 이게 방만 운영이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축제가 아니면 사람을 끌어들일 방도가 없는 궁박한 지역이 한둘이 아니다. 축제는 이미 생존차원의 비즈니스다. 그러나 불요불급한 낭비성 유사·중복 축제도 적지 않은 만큼 절제는 필요하다. ‘축제 없는 지자체’ 를 운영할 각오라도 하라.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면 행사·축제의 원가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지자체의 정보공개율은 2.3%로, 중앙부처의 4분의1 수준이다. 지방정부의 역량을 애써 낮게 보려는 시선이 엄존하는 마당에 책잡힐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정부 3.0이다. 지방 3.0의 정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대로만 하면 된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조적 혁신에 나설 때 성숙한 꿈의 지방자치는 비로소 현실이 될 것이다. jmki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후설(한국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 엮음, 한국고전번역원 펴냄) 후설은 목구멍(喉)과 혀(舌)라는 뜻으로 왕명 출납을 맡은 승정원의 별칭이다. 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번역팀이 ‘후설’(喉舌)이란 이름으로 일기의 정수만을 골라 책을 펴냈다. 승정원일기는 정7품 관원인 주서들이 임금을 수행하면서 보고 들은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국정의 이모저모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국보 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이런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을 겪으면서, 또 영조대와 고종대에 화마를 치르며 많은 분량이 소실됐다.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은 인조 이후의 조선왕조 288년치 기록이다. 그런데 이 분량만도 무려 3245책, 2억 4300만자로 왕조실록의 5배가량이나 된다. 단일 서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이다. 292쪽. 1만 2000원. 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 최만원 옮김, 갈무리 펴냄) 국제 공통어인 에스페란토에 얽힌 희망과 고난의 역사를 담았다.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 박사는 인종, 언어, 종교 등의 경계를 넘어 누구나 소통할 언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창안한 언어가 바로 에스페란토다. 에스페란토는 ‘만국공통어’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내걸었지만, 가시밭길을 걸었다. 좌우파나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숱한 탄압을 받았는데 이유는 다양했다.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의 좌파적 성향이 문제가 됐고, 유대주의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정치 상황에 이용당하기도 했다. 서유럽 국가에서는 초기 에스페란토 지지자들이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통합을 위해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고 선언했다가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낙인찍혔다. 독일 정치학자인 저자는 의사소통의 권리가 인권의 하나로 여겨지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에스페란토의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 628쪽. 3만원.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김삼웅 지음, 현암사 펴냄) 여천(汝天) 홍범도(1868~1943)의 서거 70주기를 맞아 평전이 출간됐다. 독립전쟁의 전설로 불리는 홍범도는 평양에서 천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포수 출신으로 사격 실력이 뛰어난 데다 신출귀몰해 간도와 극동 러시아의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나들면서 일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독립투쟁 사상 가장 빛나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도 실은 그가 주도했다. 하지만 해방 후 남북에서 모두 철저히 배제된다. 남쪽에선 그의 볼셰비키 입당 경력이 문제가 됐다. 북쪽에선 김일성 우상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또 공산 정부 수립이 아닌 민족 독립을 위해 항일운동을 벌였다는 논리에 휘말렸다. 책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쫓겨나 1943년 10월 75세를 일기로 생을 달리한 홍범도에 대해 유해 귀환 논의조차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한다. 312쪽. 1만 8000원. 광신(알베르토 토스카노 지음, 문강형준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시대의 광신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인가, 이에 저항하는 몸짓인가.’ 책은 이런 물음에 답을 준다. 책의 주인공은 ‘관용과는 담을 쌓았고 소통은 불가능하며 어떤 논쟁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오직 상대편의 관점이나 생활방식이 뿌리 뽑힐 때라야 비로소 안도하는’ 광신자들이다. 역사에서 그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등장했다. 천년왕국운동, 노예폐지론자, 농민 혁명가, 아나키스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물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까지 인류는 수많은 광기의 역사를 경험했다. 심지어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가 광기를 부채질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들의 신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순히 비이성적인 병리 현상으로만 치부해야 할까. 책은 모든 급진적인 시도에 ‘광신’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말고, 정면으로 맞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454쪽. 2만 2000원.
  • 박대통령, 내주 감사원장·검찰총장 동시 인선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주에 공석 상태인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에 대한 인선을 동시에 진행할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감사원장은 26일로 공석 두 달째가 된다는 점에서, 검찰총장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포함해 굵직굵직한 사건 수사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동시에 인선을 마무리 짓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조직 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2일부터 9일까지 프랑스와 영국, 벨기에 그리고 유럽연합(EU) 순방 일정이 잡혀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성용락 감사원장 대행의 감사위원 임기가 오는 12월 15일까지인 상황에서 감사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으로 임명되기까지 약 한 달이 예상되는 만큼, 순방 이후에 감사원장 후보를 지명할 경우 자칫 감사원 업무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 11인 이하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감사원은 성 대행을 포함해 5명의 감사위원이 있는데, 성 대행의 임기가 끝날 때 후임 감사원장이 임명되지 않는다면 감사원 구성 자체가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감사원장 후보로는 김희옥 동국대 총장과 차한성 대법관 겸 법원행정처장, 성낙인 서울대 교수 등이 압축된 상태로 박 대통령의 최종 낙점만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동물의 왕국? 편견의 왕국!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보다

    동물의 왕국? 편견의 왕국!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보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존 리더 지음/남경태 옮김/김광수 감수/휴머니스트/992쪽/5만 3000원 아프리카는 역동적이다. 대륙에 포함된 국가는 54개인데, 언어는 약 2030개다. 지구상에 통용되는 언어의 3분의 1쯤 되는 숫자다. 유전적 다양성도 풍부하다. 평균 신장이 가장 큰 마사이족과 가장 작은 피그미족이 공존하는 게 좋은 사례다. 게다가 인간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진화를 거듭해왔는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은 대체로 단편적이다. 아프리카 하면 황폐한 사막, 약육강식으로 점철된 ‘동물의 왕국’, 저개발과 야만이 판치는 땅이란 이미지가 퍼뜩 떠오른다. 그나마 알고 있는 지식마저 편향적이다. 우리가 여태 접해 온 아프리카의 역사가 다른 대륙, 예컨대 유럽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그럴싸하게 표현한 듯한 ‘검은 대륙’ 별칭 또한 따지고 보면 인간의 어둠이 존재하는 땅이라는 유럽 쪽의 낙인에 다름아니다. 진보적 사관의 아프리카 출신 학자들이 ‘아프리카의 눈’으로 역사를 보긴 하지만 이 또한 이데올로기의 그늘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에 견줘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는 한결 균형 잡힌 시각에서 쓰여졌다. 작가이자 사진기자인 저자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오랜 기간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살았다.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 인류학과 명예 연구교수로 재직할 정도로 이론적 기반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기자 경력을 가진 만큼 아프리카를 대단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번역자는 책을 ‘아프리카 평전’이라 했다. 대륙 자체에 인격을 부여하고, 출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연대기 형식으로 정리했다는 뜻이다. 책은 아프리카의 자연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대륙의 탄생과정과 지리, 기후 등의 외양을 기술하는 데 책 앞부분의 4분의 1 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 뒤에야 비로소 등장한다. 이는 저자가 일반적인 역사 서술 방식이 아닌, 폭넓은 문명사의 관점에서 아프리카를 기술하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책이 가진 미덕 가운데 하나는 학제 간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정해진 방향이나 해석의 틀을 거부하려면 폭넓은 지적 토양이 필요할 터. 책은 지질학, 지리학, 고고학, 고생물학, 언어학, 인류학, 농업경제학, 기생충학 등 방대한 학문 영역을 종횡무진 오간다. 저자는 이처럼 각 학제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아프리카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명료하게 짚어낸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160兆 빚’ 에너지공기업, 순금 등 퇴직잔치

    160조원이라는 빚더미에 올라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퇴직자들에게 순금 열쇠, 상품권, 여행비 등을 1인당 최고 300만원까지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꼴찌 수준의 등급을 받은 에너지관리공단이 여전히 ‘황금빛 퇴직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원전비리 온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연수를 명목으로 여행비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24명에게 기념패와 별도로 순금 열쇠를 기념품으로 지급했다. 순금 열쇠의 가격은 1개에 150만원으로 공단은 퇴직자 기념품 전달에만 410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원전 비리 집단으로 낙인찍힌 한수원은 ‘빚잔치’ 규모도 남달랐다. 한수원은 같은 기간 퇴직자 357명에게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과 100만원 상당의 국내 연수 비용을 지급했다. 총지출액은 10억 7100만원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160兆 빚’ 에너지공기업 순금·상품권 등 퇴직잔치

    ‘160兆 빚’ 에너지공기업 순금·상품권 등 퇴직잔치

    1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라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퇴직자들에게 순금 열쇠, 상품권, 여행비, 가전제품을 1인당 최고 300만원까지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꼴찌 수준의 등급을 받은 에너지관리공단이 여전히 ‘황금빛 퇴직잔치’를 벌이고 있었고, 원전비리 온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연수를 명목으로 여행비를 지원해 주기도 했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24명에게 기념패와 별도로 순금 열쇠를 기념품으로 지급했다. 순금 열쇠의 가격은 1개에 150만원으로 공단은 퇴직자 기념품 전달에만 4100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공단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낙제 수준인 D등급을 받아 경영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원전 비리 집단으로 낙인찍힌 한수원은 ‘빚잔치’ 규모도 남달랐다. 한수원은 같은 기간 퇴직자 357명에게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과 100만원 상당의 국내 연수 비용을 지급했다. 총지출액은 10억 7100만원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부채가 24조 7000억원으로 경평영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한전의 발전그룹사인 중부발전·남동발전도 퇴직자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서부발전과 남부발전은 지난해 8월까지 순금 1냥짜리 기념품(가공비 포함 300만원 상당)을 주다가 지난해 9월부터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감사원장 후보 김희옥 유력

    감사원장 후보 김희옥 유력

    양건 전 감사원장 사퇴 후 50여일간 공석으로 남아 있는 신임 감사원장에 김희옥(65) 동국대 총장이 급부상하면서 1순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신임 감사원장 후보가 현재 2∼3명으로 압축된 상황이며, 이 가운데 검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김 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 총장은 동국대 법학과를 나와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구지검 차장검사,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등을 거쳤다.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에 이어 헌법재판소 재판관(2010년 12월)까지 35년간 법조 외길을 걸었고, 2011년 3월 동국대 총장에 취임했다. 김 총장 외에 성낙인 서울대 교수와 차한성 대법관 겸 법원행정처장도 거론되고 있다. 성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에서 법대 교수를 했고, 서울대 법대 학장과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을 거친 뒤 현재 경찰 행정의 심의·의결 기구인 경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 대법관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당시 육군 법무관으로 담당 검사를 맡기도 했다.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대선 캠프 출신이면서도 개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감사원장 후보에 김희옥 동국대 총장 유력

    감사원장 후보에 김희옥 동국대 총장 유력

    양건 전 감사원장 사퇴 후 50여일간 공석으로 남아 있는 신임 감사원장에 김희옥(사진·65) 동국대 총장이 급부상하면서 1순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신임 감사원장 후보가 현재 2∼3명으로 압축된 상황이며, 이 가운데 검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김 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 총장은 동국대 법학과를 나와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대구지검 차장검사, 서울동부지검 검사장 등을 거쳤다.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에 이어 헌법재판소 재판관(2010년 12월)까지 35년간 법조 외길을 걸었고, 2011년 3월 동국대 총장에 취임했다.  김 총장 외에 성낙인 서울대 교수와 차한성 대법관 겸 법원행정처장도 거론되고 있다. 성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영남대에서 법대 교수를 했고, 서울대 법대 학장과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을 거친 뒤 현재 경찰 행정의 심의·의결 기구인 경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 대법관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당시 육군 법무관으로 담당 검사를 맡기도 했다.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대선 캠프 출신이면서도 개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충돌·파행… 올 국감도 구태 ‘판박이’

    충돌·파행… 올 국감도 구태 ‘판박이’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실시하는 2013년 국정감사 첫날인 14일 여야는 곳곳에서 충돌했으며 일부 파행이 빚어졌다. 해마다 파행을 거듭해 ‘불량 상임위’로 낙인찍혔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올해도 6년째 파행을 이어갔다.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놓고 여야가 맞붙어 교육부 등에 대한 국감은 오전 내내 열리지 못하다가 오후 3시가 돼서야 국감을 시작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대거 4대강 사업 증인으로 나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으며, 보건복지위에서는 기초연금 논란으로 여야 의원 간 설전이 이어졌다. 안전행정위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쟁점이 됐다. 이처럼 여야가 지난 수개월 이상 벌여 온 정치 공방이 국감장으로 그대로 옮겨지자 이번 국감도 과거를 답습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감사를 하는 국감이 아니라 밀린 이야기를 하는 국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의회에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가 국감에서 피감기관을 앞에 두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감이 개시된 이후라도 여야가 실질적인 국감을 위해 해법 모색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무위원회에서 “단계적으로 교학사를 포함한 8종의 역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보완을 조속한 시일 안에 하겠으며 중기적으로는 (교과서) 검정심사제도를 개편하는 방안까지 병행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국보 285호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을 위한 ‘가변형 투명 물막이’(카이네틱댐)가 내년 상반기 중 설치될 전망이라고 보고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에 환영을 표시한 것에 대해 “우리뿐 아니라 일본 재무장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나라가 많아 일본의 재무장을 묵인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 측의 언급 내용에 미·일 안보조약 범위 내에서라는 표현이 있다. 백지수표를 위임하겠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미·일 안보조약 범위 내에서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15일에는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을 상대로 각각 법제사법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안전행정위 등 12개 상임위에서 국감이 진행된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女교사, 제자 이마에 ‘루저’ 썼다 결국…

    女교사, 제자 이마에 ‘루저’ 썼다 결국…

    어린 학생에게 황당하고 끔찍한 체벌을 가한 교사가 파면됐다. 교장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카자흐스탄 북부 잠빌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 뒤늦게 최근에야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한 여교사가 수업 중 학생을 체벌한다면서 가위를 들고 앞머리를 잘라버렸다. 앞머리가 잘려 훤히 드러난 학생의 이마에 여교사는 볼펜으로 ‘루저’(패자)라고 적었다.교사는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피해학생에게 서슴없이 끔찍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교사는 “이마에 적은 글을 누구도 지워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루저’로 낙인(?)이 찍힌 학생은 수업을 포기하고 학교를 뛰쳐나가 약 1.5km 떨어진 숲에 숨어 있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교사는 학생들에게 회유하며 입단속을 시켰다. 교사는 “오늘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않는다면 모든 학생들에게 최고의 점수를 주겠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면서 교사는 결국 옷을 벗었다. 피해자 측 신고를 받은 검찰은 사건수사에 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현지 교육당국에 문제의 교사를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당국은 “교사가 교육자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했다”며 파면결정을 내렸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케이블 하이라이트]

    ■코리올라누스:세기의 라이벌(스크린 밤 11시) 코리올라누스는 기원전 5세기경 로마 전설의 장군이다. 로마가 볼스키족의 도시 코리올리를 공략하면서 보여준 그의 뛰어난 용맹 덕분에 지명에서 나온 코리올라누스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는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음에도 집정관으로 임명되는 순간에 적의 모함으로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마는데…. ■20세기 미소년(QTV 밤 11시) 가수 문희준은 가수 데니안에게 당했던 차별대우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고, ‘핫젝갓알지’ 멤버 모두가 그동안 하지 못한 깊은 속마음을 서로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상낙원 괌으로 떠난 다섯 남자들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환상적인 괌 바다에서 즐기는 ‘크루즈 투어’와 함께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골프 국선도를 만나다(J골프 밤 9시) 바르지 못한 스윙법과 잘못된 자세로 인해 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고유의 심신 수련법인 국선도를 소개한다. 임경택 법사가 매주 주제가 되는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알려준다. 또한 현재 프로 골프 선수나 일반인들이 직접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본다. ■크리미널 마인드3:데이트 폭행 살인(FOX 밤 11시) 낯선 남자의 데이트 신청에 응했던 FBI 요원 가르시아. 하지만 남자는 갑자기 돌변하며 가르시아에게 총을 쏜다. 의료진들은 상처 부위를 찾지 못해 더욱 수술에 애를 먹는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FBI 범죄행동 분석반은 동료를 살해하려 한 범인을 찾아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닥터 제이슨(OCN 밤 11시) 서로를 위해 지켜야 할 3가지 규칙이 있다. 밤사이 제이슨의 또 다른 자아가 클럽에서 폭행을 휘두르고, 제이슨은 그 피해자와 병원에서 대면하게 된다. 한편 또 다른 자아의 옛 연인이 제이슨을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의 옛 연인이자 제이슨의 또 따른 자아인 이언을 막아 달라고 부탁한다. 제이슨은 약을 이용해 그녀와 함께 이언을 없앨 계획을 꾸민다. ■변신자동차 또봇:내 친구 또봇(애니맥스 오전 10시) 딩요는 길에서 우연히 노마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노마. 딩요는 노마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노마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돌봐주기로 한다. 한편 훤빈이 알의 공격으로 파손된 옥토봇을 보며 희죽에게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다.
  • 서울대 논문지도 교수 변경제 ‘빛 좋은 개살구’

    서울대가 서울대인권센터의 권고로 대학원생의 논문지도 교수 변경 제도의 표준 양식을 마련하고 완화된 규정을 신설해 시행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지난해 말 대학원생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자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대학원생이 기존 지도 교수로부터 직접 승인을 받지 않아도 변경하고자 하는 교수나 학과(부)장 중 한 명에게 승인을 받으면 지도 교수 변경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학위수여 규정 5조에 ‘학과(부)장은 학생의 논문지도 교수가 선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하지만 그나마 마련된 표준 양식이 권고 사항이어서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 해당 단과대학이나 교수가 이를 거부하면 뾰족한 제재 수단이 없는 셈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7일 “(논문지도 교수 변경 제도의) 표준 양식을 단과대학에 무조건 따르도록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학생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교수가 거부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수변경 신청이 용이하지 않으면 인권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수들이 지도 교수 변경 신청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는 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교수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학생은 학과나 학계로부터 낙인찍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학교가 학생인권 개선에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석사 과정의 이모(26·여)씨는 지도 교수 변경과 관련, “실질적으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교수가 학생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이상 같은 학과에 있는 교수끼리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만약 교수들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해당 학생의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사 과정의 유모(26)씨도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과연 몇 명이나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대학원생총협의회 측은 “대학원에서 지도 교수는 논문 심사뿐 아니라 학생이 해당 학문 분야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면서 “이 때문에 대학원생들은 문제가 있어도 참거나 지도교수를 변경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감내한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넌 루저야!” 제자 이마에 ‘루저’라고 쓴 여교사 파면

    “넌 루저야!” 제자 이마에 ‘루저’라고 쓴 여교사 파면

    어린 학생에게 황당하고 끔찍한 체벌을 가한 교사가 파면됐다. 교장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카자흐스탄 북부 잠빌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 뒤늦게 최근에야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한 여교사가 수업 중 학생을 체벌한다면서 가위를 들고 앞머리를 잘라버렸다. 앞머리가 잘려 훤히 드러난 학생의 이마에 여교사는 볼펜으로 ‘루저’(패자)라고 적었다.교사는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피해학생에게 서슴없이 끔찍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교사는 “이마에 적은 글을 누구도 지워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루저’로 낙인(?)이 찍힌 학생은 수업을 포기하고 학교를 뛰쳐나가 약 1.5km 떨어진 숲에 숨어 있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교사는 학생들에게 회유하며 입단속을 시켰다. 교사는 “오늘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않는다면 모든 학생들에게 최고의 점수를 주겠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면서 교사는 결국 옷을 벗었다. 피해자 측 신고를 받은 검찰은 사건수사에 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현지 교육당국에 문제의 교사를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당국은 “교사가 교육자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비윤리적 행위를 자행했다”며 파면결정을 내렸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월드 톡톡] “담배 완전 퇴출” 아일랜드의 꿈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금연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일랜드가 2025년까지 ‘담배 없는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담배 애호가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아일랜드 보건부는 최근 이 같은 ‘담배 없는 아일랜드’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12년 동안 흡연을 대폭 줄일 수 있는 60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담배 판매는 계속하지만 가격을 크게 올리고, 어린이가 차에 타고 있을 때는 흡연을 전면 금지토록 했다. 또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즉석에서 벌금을 물리며 담배 판매처를 제한하고 담배 자판기를 전면 없애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연 국가’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제임스 라일리 아일랜드 보건부 장관은 “흡연은 예방 가능한 사망의 주원인”이라며 “해마다 최소 5200명, 전체 사망자의 5분의1이 흡연에 의한 질병으로 죽고 있다”고 밝혔다. 라일리 장관은 흡연 인구가 전체 5% 미만이면 금연 국가로 본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의 현재 흡연자는 22% 정도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미 2004년 세계 최초로 사무실, 주점 등에서 금연을 시행하는 등 ‘담배와의 전쟁’을 벌여 왔다. 이 같은 금연 정책은 97%라는 높은 순응률에다 3726건의 흡연 관련 사망을 예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흡연가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흡연가 단체 관계자는 “흡연을 ‘비정상화’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라며 “이는 합법적 상품(담배)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낙인 찍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흡연자들은 세금을 통해 정부에 기여하고 있다”며 “담배를 죄악시하면 흡연자들이 암시장으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구본영 칼럼] 언제까지 선진 독일을 부러워만 할 건가

    [구본영 칼럼] 언제까지 선진 독일을 부러워만 할 건가

    내리 3선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지구촌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요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사다. 이 수더분하게 생긴 여성에게 전 세계에서 선망의 눈길이 쏠리는 까닭은 뭘까. 어차피 침대 머리맡에 사진을 꽂아둘 만한 매력 만점의 ‘핀업걸’도 아닌데…. 메르켈 정부의 눈부신 경제적 성취보다 더 부러운 게 있다. 독일 정치의 놀라운 통합성과 안정성이다. 이번에 메르켈이 이끈 기민당·기사당 중도우파 연합이 압승했다고 하지만 과반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니 중도좌파인 사민당이나 녹색당과 ‘적과의 동침’ 격인 대연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향후 독일 정정을 불안하게 보는 전문가는 없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정쟁 없이 절충하는 문화가 일찌감치 정착된 까닭이다. 이것이야말로 분단국 서독이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룩하고 선진국 클럽에서도 최우등생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우린 어떤가. 십수년째 선진국 문턱에서 맴돌고 있다. 최근 대니얼 튜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이 쓴 한국 평전을 읽고 얼마간 위안은 얻었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의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원제: Korea, the impossible country)란 책이다.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으로 부를 만한 경제성장과 함께 지난 25년간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가 잘 정착된 나라”라는 평가가 담겨 있었다. 이처럼 외부에선 한국을 산업화·민주화를 함께 일군 나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내부는 극단의 정치적 대립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유신헌법이 철폐되고 5공까지 지속됐던 ‘체육관 선거’도 막을 내렸는데도 그렇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5년 단임을 못 박아 어느 대통령도 장기 독재를 하려야 할 수도 없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세계 정치사를 통틀어 소수당에 가장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여당이 그 어떤 안건도 맘대로 처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가 50일 넘게 노숙하면서 장외투쟁을 하느라 그런 대단한 권한을 스스로 내던졌다.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면서다. 물론 야당 입장에선 댓글이 북한의 사이버 침투와 종북세력의 준동을 막는 차원을 넘어 선거에 개입한 흔적이란 혐의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 몇달 동안 수백개(설령 수천개라 하더라도)의 댓글을 달았다고 선거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듯싶다. 하루에도 좌·우, 친여·야로 갈려 지향점이 다른 수억개의 댓글이 명멸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말이다. 그 사이 민주당 지지율은 반토막 났다. 48% 대선 득표율이 20%대로 가라앉았다.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국정원법 개정 등 개혁안인들 결실을 볼 리 만무하다.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3분의1 수준이란 건 뭘 말하나. 댓글 사건을 기화로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통령을 불통 이미지로 낙인 찍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나, 민주당도 민심을 잃었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공멸의 정치다. 이쯤 되면 후진국형 정치가 산업화-민주화에 이은 선진화의 길목에서 최대 걸림돌이 아닌가. 결국 선진국 진입의 장벽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메르켈이나 독일 여당처럼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기초연금 공약 축소를 사과하는 대통령에게 “히틀러의 말이 생각나게 한다”고 야유하는 치졸한 야당은 정작 독일엔 없다. 야당은 대통령이 실족하기만을 바라는 것으로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순 없다. 견실한 대안을 내놓고 국민으로부터 점수를 따는 경쟁을 펴는 게 독일식 선진 정치의 요체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kby7@seoul.co.kr
  • 셰브첸코는 구단주 애완동물”이라던 에투, 본인은?

    셰브첸코는 구단주 애완동물”이라던 에투, 본인은?

    ‘득점기계’라는 별명을 가진 ‘발롱도르’ 수상자. 당당히 프리미어리그에 등장했던 안드레이 셰브첸코가 첼시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2006년, 당시 바르셀로나 소속이던 사무엘 에투는 셰브첸코에게 모욕적인 말을 남기며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비난을 샀다. 어떤 의도로 그 말을 했는지를 떠나, 동료선수에게 하기에는 심한 말이었다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그 에투가, 그 첼시 유니폼을 입고, 같은 감독의 지휘아래 중요한 일전에서 팬들과 언론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상대팀은 5라운드까지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는(1실점) 지역 라이벌 토트넘(현재 2위)이다. 에투의 앞으로의 커리어에 큰 갈림길이 될 수 있는 경기다. 이 경기에서 득점을 한다면, 전성기의 기량이 아주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그는 EPL 데뷔 첫 달인 9월을 무득점으로 마감하게 되며(4경기 연속) 언론과 팬, 그리고 첼시 최고의 권력자이자 토레스를 총애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에투는 데뷔전이었던 에버튼과의 경기 시작 전 자신만만한 성격답게 방송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 여유가 사라지는 데는 28분이면 충분했다. 골키퍼가 자리를 비운 상황, 전성기의 그였다면 가볍게 성공시킬 수 있는 완벽한 찬스에서 날린 슛이 골문을 커버하러 들어왔던 가레스 베리의 다리에 막혀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에투는 총 3경기 선발출전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같은 기간, 그를 직접 영입한 무링요 감독 또한 선수기용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다른 팀이라면 3~4경기쯤 골 못 넣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EPL 최고의 2선을 지녔다고 자부하는 첼시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설상가상으로, 캐피털원컵에서 선발 기회를 잡은 포지션 경쟁자 토레스는 1골 1도움을 기록 MOTM(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되며 선발 자리를 노리고 있다. 토레스가 첼시에서 아무리 부진하더라도, 영국 팬들이 그를 기다려주는 이유는 그들이 리버풀 시절 토레스의 기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투는, 셰브첸코가 그랬듯이, 영국에서 입증된 것이 없다.에투의 첼시에서의 성공여부는 또 다른 한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바로 그를 직접 영입한 무링요 감독이다. 과거 셰브첸코가 부진했을 당시는 무링요 감독은 비난에서 빗겨갈 수 있었다. 셰브첸코는 “감독이 아닌 구단주가 원해서 영입된” 선수로 낙인 찍혔으며 때때로 경기력이 부진할 때도 “셰브첸코 영입으로 인해 팀워크가 깨졌다”는 면죄부가 주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에투는 자신이 직접 영입한 선수이며 심지어 지휘해본 경험도 있는 선수다. 또한 첼시는 결코 돈이 부족한 구단이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내서 더 뛰어난 공격수를 노릴 수도 있는 첼시이지만 무링요는 첼시의 현재 공격수와 에투면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고, 뛰어난 공격자원인 루카쿠를 에버튼으로 임대까지 보냈다. 시즌 초반 골 부족으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계속된다면 그 책임이 온전히 감독 본인의 것이 되는 것이다. 영국 현지에서도,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팬들로부터 “토레스가 에투보다 낫다”라거나 “에투를 도대체 왜 영입한 거야”라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투는 올해 33세(만 32세)다. 세계 정상급 공격수가 전성기를 지나면 얼마나 폼이 떨어질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첼시 팬들이다. 발롱도르 수상자 셰브첸코의 몰락을 직접 지켜봤기 때문이다. 한국시간 28일(토) 오후 8:45분에 열리는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 냉정한 시험대에 오른 에투가 골을 기록하는지 여부는 프리미어리그 6R 최고의 관심사인 동시에, 첼시와 무링요 감독의 이번 시즌 행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요소이다. 만일 그가 비성공적인 첼시 커리어를 보내게 된다면, 셰브첸코에게 했던 “첼시로의 이적은 실수였다”는 말은 그 자신에게로 돌아올 수 있다.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종로(하)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종로(하)

    >>세운상가와 물거품이 된 녹지축 조성계획 우리가 흔히 세운상가라고 부르는 상가는 하나의 건물이 아니다. 종로에서 퇴계로에 걸쳐 남북으로 1㎞에 이르는 8개 동의 거대한 건물군이다. 종로변 세운상가(현대상가)에서 시작해 청계천로를 건너면 대림상가로 이어지고 을지로 쪽 삼풍상가와 풍전호텔을 지나 만나는 마른내길을 건너면 나오는 신성상가와 진양상가가 퇴계로에 면하는 어마어마한 구조물이다. 아파트도 흔치 않던 시절인 1966년 6개 건설업체와 개인 지주 모임 등 8개 업체가 분할 시공해 1970년 초 완공했다. 언필칭 동양 최대였다. 종로, 청계천로, 을지로, 퇴계로 등 도심을 동서 방향으로 관통하는 4개의 큰길을 남북 방향으로 거스르는 모양새 자체가 파격이었다. 한때 ‘도시 속의 도시’로 칭송받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역린(逆鱗)은 ‘도시의 괴물’로 낙인찍혔다. 과거 없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법. 세운상가에도 당대사가 담겨 있다. 세워진 지 50년이 지난 시점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건물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세운상가는 처녀가 애를 낳은 것 이상으로 말 못할 태생의 비화를 간직하고 있다. 세운상가 터는 일제가 미군공습 때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개공지(疏開空地)로 비워 놓은 공터였다. 일제는 서울시내 19곳에 이르는 소개도로에 대한 대대적인 건물 철거작업을 시행했는데 그때의 유산이다. 종묘 앞~필동, 서울역~회현동, 필동~신당동, 서울역~충정로, 서울역~갈월동, 원남동~동대문~광희문 등이 주요 소개도로였다. 덕분에 해방 후 퇴계로, 의주로, 율곡로, 청파로 같은 큰길을 쉽게 낼 수 있었다.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은 1966년 6월 20일 “종묘 앞에서 대한극장 앞 사이의 무허가건물 일체를 철거 정리하고 도로용지 일부에 민간자본을 유치해서 산뜻한 건물을 짓겠다”라는 계획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해 허락을 얻었다. 공병장교(예비역 준장) 출신답게 전격적인 철거 작전을 실시했다. 당시 신문보도를 보면 인현동 지역의 무허가 상가주택 1100채가 자진 철거하거나 강제 철거됐다. 다른 지역의 철거 대상 무허가 건물도 1000채를 넘었다. 무려 2200채의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는 사상 최대의 작전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불과 두 달 만인 1966년 8월 말 도로용지를 제외한 너비 50m, 길이 893m, 총면적 4만 4737㎡(약 1만 3533평)의 부지가 조성됐다. 기공식날 김 시장은 세운상가라는 휘호를 남겼다. ‘세운’(世運)이라는 작명은 ‘세계의 기운이 모인다’는 뜻이었다. 1970~1980년대 세운상가는 장사동·입정동·산림동의 기계공구상가, 부품상가와 함께 국내 전자산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1987년 용산 전자상가가 세워지기 전까지 한국의 실리콘밸리였다. 최초의 개인용 PC를 개발한 삼보컴퓨터와 ‘아래아 한글’의 한글과 컴퓨터 등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음향기기 관련 기기를 사거나 수리하려면 세운상가로 가야 했다. 전자제품과 컴퓨터, 업소용 게임기, 불법 성인물과 해적판 등의 천국이었다. 도청장치와 감시카메라 업체는 지금도 호황을 누린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이 건물은 민자 유치를 통한 지역정비, 상가와 주택이 결합한 고급 주상복합이었다. 뿐만 아니라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보행 데크로 연결하고 차량과 보행자를 분리하는 첨단 건물이었다. 그러나 시공사와 조합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통에 시대를 앞서 가던 보행 데크 개념 등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미완의 실패한 건물이 됐다. 2003년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창경궁~종묘~세운상가~퇴계로~남산~한강까지 서울의 녹지축을 복원키로 하면서 철거 대상으로 지목됐다. 실제 2009년 현대상가가 철거돼 녹지축이 일부 조성됐지만 ‘남산르네상스’를 부르짖던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면서 또 한 번 미완인 상태로 남았다. 1층을 도로로 사용하고 상부에 주상복합을 짓는 세운상가의 설계 형태는 이후 낙원상가에도 재연됐지만, 보편적인 도심개발 형태로 정착되지 못했다. 어쨌든 세운상가는 도심재개발사업의 초기 사업모델을 제시했고 이후 서울 도심부의 경관적 측면, 기능적 측면에서 다양한 논란을 일으킨 ‘문제적’ 건물로 남았다. 세운상가는 판잣집과 집창촌 철거 같은 시대적 소임을 다했지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나 역사의식 없이 이뤄진 즉흥적인 바벨탑 쌓기가 도시에 얼마나 큰 상처인지를 보여주는 증좌(證左)로 남았다. 김수근은 자신의 설계목록에서 세운상가를 빼곤 했다. >>세계 최대 집창촌 종삼 소탕 ‘나비작전’과 동대문운동장 종묘와 사창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외람스럽게도 한국전쟁 이후 20년 동안 종묘 앞에는 ‘종삼’(鍾三)이라는 이름의 세계 최대 규모의 집창촌이 기생하고 있었다. 1966년 그때로 되돌아가 보자. 종묘 앞에서 대한극장에 이르는 너비 50m, 길이 1㎞에 무려 4만 9586㎡(약 1만 5000평)의 공지에 2200여동의 무허가 판잣집과 집창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판잣집이라기보다 천막집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세운상가가 들어선 바로 그 자리다. 1950년 초 종묘 앞에 국회의사당을 짓는 계획이 문화재관리국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문화재관리국이 조선왕조의 정신적 고향인 종묘 앞에 국회의사당을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자 전주이씨 양녕대군파인 이승만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남산 조선신궁 자리에 건립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1968년 종삼을 소탕하려는 ‘나비 작전’이 펼쳐졌을 때 종삼의 범위는 종로3가와 4가, 단성사 뒷골목, 종묘 앞 일대를 중심으로 낙원동, 봉익동, 훈정동, 와룡동, 묘동, 권농동, 원남동은 물론이고 길 건너 남쪽의 관수동, 장사동, 예지동까지 암세포처럼 퍼져 있었다. 당시 서울시가 현재의 낙원상가부터 종로5가까지 조사해 보니 윤락여성 1368명, 포주 11명, 바람잡이 17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낙원동 등 한옥지구(고급), 종묘 앞 등 무허가 건물지대(하급), 종묘 건너편 소개도로 터(최하급) 등 3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지역을 현장 답사하던 김현옥 시장과 중구청장 일행에게 윤락여성이 접근해 유객 행위를 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흥인지문(동대문)은 종로의 끝이자 도성의 동쪽 관문이었다. 동대문종합시장(동대문쇼핑타운)은 18세기 영조의 청계천 준설 때 퍼낸 흙이 쌓여 생긴 인공산(假山)이 있던 자리였다. 1899년 전차가 다니면서 전차의 차고지로 쓰였다. 전차가 사라진 1970년 종합시장건물이 들어섰고, 시장 뒷골목에 책 도매상가들이 모여 ‘대학천’이라는 책골목 길을 형성했다. 서적도매상의 산실인 대학천은 동숭동 옛 서울대 문리대에서 청계천 쪽으로 흐르던 하천 이름이다. 1977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 생기기 전 동대문종합시장 한쪽에는 동대문고속버스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의 전면 개통과 함께 고속버스시대가 열린 터였다. 고속버스 기사와 안내양이 지금의 항공기 승무원처럼 각광받던 때였다. 서울 도심에는 버스회사에 따라 동대문을 비롯하여 서울역 앞, 관철동, 충무로 등 6개의 고속버스터미널이 어지럽게 난립하고 있었다. 동대문터미널은 이용 인원이 가장 많은 ‘메이저’ 터미널이었다. 한남대교와 장충단공원을 거쳐 직선코스로 도심에 진입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조건이었지만 강남 개발과 강북 인구 분산이라는 대세에 밀려 사라졌다. 주차장 터에는 6성급 메리어트호텔이 지어지고 있으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중앙청과 서울시청,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은 1950~1970년대 우리 사회의 바로미터였다. 중앙청이 정치의 무대였다면, 시청 앞은 정치가 시각화되는 장소였다. 또 서울운동장은 스포츠제전의 장이기에 앞서 정치의 장이었다. 경기대 건축대학원 안창모 교수는 “시청 앞 행사를 보면 당시 정치적 화두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운동장은 스포츠시설이었지만 스포츠보다는 정치의 무대로 사용된 기록이 많았다. 야구장이 있던 곳은 1882년 임오군란의 현장이다. 본래 훈련도감의 군대 주둔지였으나 이를 신식군대인 별기군의 훈련장으로 사용했는데 사건 당시 구식 군대의 습격을 받은 일본인 교관이 숨지면서 임오군란을 촉발한 곳이다. 숨 가빴던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격동의 시절 서울운동장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84회 생일축하 행사(1959년 3월 26일)가 열린 지 두 해 뒤 4·19혁명 1주년 행사(1961년)가 열렸고 이듬해에는 5·16 1주년 행사(1962년)가 열렸다. 운동장이 시대의 거울이었다. 훈련도감 훈련장~경성운동장~서울운동장을 거쳐 동대문운동장이었던 자리에 2009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조성됐다. 그 중심에 이라크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내년 3월 완공을 앞두고 자태를 드러냈다. 마치 외계 비행물체를 연상케 하는 전위적인 금속 질감의 건물 외형이 생경하다. 600년 동안 서울을 지켜온 보물 1호 흥인지문과 외계 물체의 기 싸움이 궁금하다. joo@seoul.co.kr
  • [문화마당] 난파음악상 파문을 보며/임형주 팝페라 테너

    [문화마당] 난파음악상 파문을 보며/임형주 팝페라 테너

    최근 문화계에서 큰 이슈를 몰고 온 사건이 벌어졌다. ‘난파음악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한 작곡가가 홍난파의 친일 행적, 역대 수상자들의 공정성 시비 등을 이유로 사상 처음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난파음악상’은 지난 1968년 작곡가 홍난파(1898~1941)를 기리기 위해 제정돼 국내 음악계에서 그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는 상이기에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더욱이 ‘난파음악상’의 주관사는 부랴부랴 수상자를 변경했는데, 그 소프라노 또한 상을 거부하는 바람에 언론매체의 문화면과 사회면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설왕설래 속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이 사건을 보며 음악가인 필자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이 사건 발단의 진정한 ‘주인공’인 작곡가 홍난파 선생이었다. ‘봉선화’, ‘고향의 봄’, ‘옛 동산에 올라’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작곡가인 홍난파 선생은 2000년대 들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 그리하여 근래 들어 졸지에 ‘국민 작곡가’에서 ‘친일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친일 행적’이 확인되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까지 ‘친일의 잔재’라 울부짖으며 ‘청산’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우리와 비슷한 다른 국가를 예로 들어보자. 나치에 가담했다고 판명난 불멸의 독일의 국보급 작곡가 ‘바그너’나 오스트리아의 전설적 지휘자 ‘카라얀’, 현재 이 두 음악가의 음악작품 또는 음반이 금지곡으로 지정되거나 판매금지 되고 있나? 아니다. 오히려 독일의 바이로이트에서는 해마다 여름 시즌이면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까지 열며 오래전부터 그를 기리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홍난파 선생처럼 ‘친일’로 낙인 찍힌 한국의 ‘이사도라 던컨’ 무용가 최승희(1911~1967) 선생에 대해 말해보자면, 그녀는 일제강점기에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갖은 고생을 하며 무용을 익혔다. 그 후 일본에서 조선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일반인들은 해외로 나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그 시절 전 세계 각지를 돌며 성공리에 순회공연을 하기까지 했다. 일제강점기, 언제 어떻게 그 ‘전통’과 ‘맥’이 끊길지 모르는 ‘한국무용’ 기법을 작품에 녹여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북한 김일성의 ‘러브콜’을 받아 월북하였고 북한 정부의 엄청난 지원 속에 활발한 예술활동을 펼치다, 결국 남한과 북한 모두에 버림받은 비운의 무용가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시선을 ‘예술’이란 틀 안에 맞춰 보았을 때 피와 땀, 혼이 서린 그들의 ‘예술작품’까지도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모조리 청산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필자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제강점기에 이 땅에 태어나 지금처럼 음악가로 살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고문을 받으며 죽어가는 가족들을 내팽개치고서 이 한 몸 바쳐 무조건적인 희생정신으로 ‘민족 음악가’ 혹은 ‘애국지사’, ‘독립운동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무척 어렵고 힘든 질문일 것이다. 아울러 ‘친일’, ‘종북’으로 낙인찍힌 그들의 ‘예술세계’, ‘예술작품’만큼은 좀 더 넓은 시야와 색다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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