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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왕따 학교, 선생님이 지시? “오줌 지리는 아이도” 충격

    제주 왕따 학교, 선생님이 지시? “오줌 지리는 아이도” 충격

    제주 왕따 학교 선생님이 따돌림 지시? “오줌 지리는 아이도” 충격 제주 왕따 학교 제주에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숙제하지 않은 학생의 왕따(집단 따돌림)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담임교사의 사과와 담임 교체, 담임교사의 다른 학교 전출 등의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전달했다. 학부모들 주장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숙제하지 않거나 발표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학생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는 왕따”라고 낙인찍었다. ‘1일 왕따’가 된 아이는 온종일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해서도 안 되고 다른 학생들 역시 왕따가 된 아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도록 했다.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 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점심때에도 5분 안에 밥을 먹고 자리에 앉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간을 늘려 ‘5일 왕따’ 제도까지 생겨났다. 2명의 학생이 지난 2일부터 5일간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자체 조사한 결과 학생 24명 중 10여명이 왕따 처벌을 당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해당 교사를 담임에서 교체하고 교감이 해당 반의 임시 담임을 맡도록 조치한 뒤 자체조사에 착수했다. 학부모 A씨는 “학교에서 두 달 동안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전혀 몰랐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 분통 터진다”며 “왕따 제도 때문에 밤에 오줌을 지린다든지 악을 쓰거나 새벽에 일어나 가방을 싸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 아이도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사는 지도 과정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교장은 “왕따 제도를 운용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해당 교사는 아이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이를 운영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진위를 떠나 교사의 입에서 ‘왕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교사의 해명을 받은 뒤 절차대로 다음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7∼8일 이틀간 학교에 병가를 낸 상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메르스 추가 확진 나흘째 ‘0’… 12일까지만 버텨라

    메르스 추가 확진 나흘째 ‘0’… 12일까지만 버텨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 확진자가 나흘째 나오지 않았다. 추가 사망자도 없고 퇴원자는 2명 늘어 모두 97명이 됐다. 한 달 남짓 전국을 공포로 뒤덮었던 메르스의 끝이 보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일 메르스 확진자가 전날과 동일한 182명이라고 밝혔다. 메르스 추가 확진자는 지난달 28일부터 발생하지 않고 있다. 메르스가 이대로 진정세를 유지하다 이달 중순쯤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메르스 환자 발생 위험이 커 집중관리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지난달 중순 11곳에서 현재 7곳으로 줄었다. 최근까지도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 투석 환자가 메르스에 노출된 강동경희대병원, 접촉자가 5000명에 이르는 강동성심병원, 구리 카이저병원, 강릉의료원, 아산충무병원, 건국대병원 등이다. 이 병원들의 격리 기간은 이달 12일까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어제 934건의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고, 이 중 의심환자에 대한 검사는 30건 내외였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위험한 강동성심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에서도 발열 등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나왔으나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치사율은 이틀째 18.1%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치료 중인 52명 가운데 12명의 상태가 불안정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 보건당국은 메르스 치사율이 10% 안팎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미 2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본 의료기관을 지원하고자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 선지급 대상은 감염병관리기관과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병원 138곳이다. 올해 2월부터 3개월간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의 한 달치 평균 금액을 먼저 지급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메르스 환자로 인한 강제·자진 폐쇄와 메르스 낙인 효과로 의료계의 연쇄 파산이 우려된다”며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료인에 대한 지원을 추경예산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대 온 시진핑 서재엔 ‘문·사·철 & 한·중·일’

    서울대 온 시진핑 서재엔 ‘문·사·철 & 한·중·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7월 서울대 특별 강연에서 약속했던 도서 1만권 기증식이 1일 서울대 성낙인 총장과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교내 관정도서관에서 열렸다. 중국 측이 자체적으로 선정해 서울대에 전달한 도서 가운데는 ‘문화 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문·사·철’(文史哲) 서적이 상당수였고,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다룬 책들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증 규모는 책 9279권과 DVD 755점 등 총 1만 52점이다. 기증 도서 목록을 살펴본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문학·역사·철학 등 ‘문사철’ ▲중화인민공화국의 건립 과정과 배경을 다룬 근현대사 ▲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의 정치·경제·사회 ▲향후 중국의 비전 등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한·중·일 3국의 과거사와 연계된 저서들이 눈에 띄었다. 이 중에는 1931년 ‘만주사변’이나 1937년 ‘난징대학살’처럼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다룬 책들이 많았다. 문 원장은 “‘일본 전범 자백서’ 등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과정에서 일본이 저지른 침략 만행에 대해 다룬 책들이 눈에 띈다”며 “이런 책들을 집중 배치한 데는 나름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서울대 특별 강연에서 임진왜란 등을 언급하며 “중국과 한국은 일본의 야만적인 침탈 때 서로 도왔던 사이”라면서 한·중 양국의 대일 항쟁 역사를 환기시킨 바 있다. 중국 고전인 ‘사기’ ‘자치통감’ 등과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꼽히는 루쉰(迅) 전집, 베이징 자금성의 유물 내역을 기재한 ‘자금성 소장 자료 소개 총서’ 등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중국의 외교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한국 화교의 역사와 현상 연구’, ‘한국고려사연구’ 등 한국 관련 저술 및 한국어 책도 200권에 달했다. 서울대는 도서 분류 작업이 끝나는 오는 9월 중앙도서관에 별도의 ‘시진핑 주석 방문 기념 자료실’을 만들고 기증 도서들을 비치할 계획이다. 한편 추 대사는 이날 기증식 후 ‘한·중 관계의 최근 상황과 중국 국내외 정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일부 국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한국 관광에 대한 주의경보를 발령했지만 중국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자국의 한국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승민 사퇴 기로] “劉 고민·결단 기회줘야” 김무성, 고도의 줄타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유승민 원내대표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정치지도자 중 한 분이기 때문에 고민과 결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들마저 유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 압박을 가하는 동안에도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겠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기도 했다.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 김 대표의 고도의 ‘줄타기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헤게모니’ 싸움판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 양 계파 사이 완충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 있다.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받자 “당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친박계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김 대표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기기 어렵다. 파국을 막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라며 친박계와도 주파수를 맞췄다. 전날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 입장도 사퇴 쪽”이라고 밝힌 것도 김 대표의 의중을 친박계 목소리에 힘을 더 싣는 데 이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이날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고,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어서 내보내는 것 또한 동료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며 ‘중립지대’를 지켰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이슈&논쟁]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재 추진

    [이슈&논쟁]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재 추진

    주요 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지역감정 조장 발언 등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이 추진돼 찬반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은 특정 지역·사람을 비하하거나 모욕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별도로 새정치민주연합도 같은 취지의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혐오표현은 이미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 가능하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종북’ 등 혐오표현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싸움과 사회적 분열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지역감정 조장 발언 제재 입법화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어봤다. [贊] “사회적 분열 막기 위해 입법 필요” 박지웅 법무법인 민본 변호사 독자들도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폄하발언이 어떤 자리에서건 한번씩은 오가는 것을 체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다. ‘빨갱이’, ‘종북’ 역시 마찬가지다. 약간의 진보적인 사회 방향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면 ‘빨갱이’, ‘종북’이라고 한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분단 60년,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의 한 단면이다. 우리 사회의 언어표현 중 숨 막히게 하는 두 가지 표현이 있다면 ‘종북’과 ‘지역감정’이다. 특정 정치·사회적 행위에 대해 종북이라 낙인찍으면 합리적인 논의는 끝나고 감정싸움만 남는다. 지역색도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최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지역 폄하 발언, 분단사회의 감정을 악화하는 종북 발언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일베(일간베스트의 줄임말) 등에서의 혐오표현들이 일반인에게 끼치는 사회적 악영향이 심히 크다는 것이다. 나아가 선거에서의 특정지역에 대한 폄하발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은 새누리당 진영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필자는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한다. 우선 ‘종북’ 또는 ‘지역감정조장’의 표현행위가 갖는 차별적 언행 내지는 혐오표현을 통해 얻고자 하는 사회적 분열의 해악은 심히 크다.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우리 헌법 제21조 4항에서는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다. 표현행위가 한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를 넘어, 사회 공동체의 통합적 질서를 해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표현행위보다 중요한 민주주의·공화주의적 사회질서를 지켜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국가들이 ‘혐오표현’이 인종·민족·국가적 갈등과 세계대전 참사의 주범이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해서 규제를 하고 있는 까닭이다. 나아가 공직선거에서의 종북·지역감정 발언은 선거구민 유권자의 눈을 가린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괜찮은 공직후보자 역시 종북이나 지역감정의 논쟁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선출기회를 박탈당한다. 이러한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이 현행법상으로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이미 사적으로 특정인을 지목한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법은 정치인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행위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함께 처벌하고 있어서 문제다. 새로운 입법은 혐오표현으로서 해악이 큼에도 특정 대상을 지목하지 않아 처벌을 회피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아 온 혐오 표현행위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미진했던 논의를 진전시키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명예훼손이나 모욕행위에 대한 형벌을 두고 있지만 이번 입법으로 실제로는 처벌되지 않을 표현임에도 과거의 선례들에 따라 시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 또 표현은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혐오표현의 대상과 범위의 문제 역시 분명하게 규정돼야 한다. 어떠한 표현이 혐오표현인가 명확히 규율하지 않으면 법률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온갖 트라우마로 뒤덮인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발언들이 이제 힘을 잃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가장 좋은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따라 이와 같은 표현행위가 힘을 잃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느 정도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사회의 합리적인 선택이자 결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역분열·이념대립이란 사회적 질병에 필요한 것은 상처를 아물게 할 연고이지, 상처를 덧나게 할 손톱은 아닌 것이다. [反] “표현자유 침해 소지… 처벌 무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역감정 조장발언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사람을 비하하거나 모욕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다음에 설명할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조건들이 선결되지 않는 한 폐기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자유권규약의 유권해석기관인 유엔자유권위원회는 2011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제34호를 통해 명예훼손 규제 등에 대해서 “진위 판명이 불가한 명제에 대해서는 규제가 적용되어서는 아니 되며 형사처벌은 특히 그러하다”고 밝혔다. 진위 판명이 불가한 명제란 바로 견해와 감정의 표현을 말한다.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편 유엔자유권규약의 제20조는 ‘인종, 국적, 종교에 따른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이하 인종차별선동발언)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감정이나 견해의 표명에 대한 민형사적 규제는 지양되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인종차별선동발언은 규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감정 조장발언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기 이전에 첫 번째로 모욕죄부터 폐지돼야 한다. 우리나라 모욕죄는 검찰이 기소에 개입해 최고 징역 1년까지 부과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제도다. 이는 감정표현에 대한 형벌규제에 해당되며 앞서 언급한 유엔자유권위원회의 일반논평 3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다. 모욕죄는 타인에게 분노할 자유를 파괴한다. 둘째, 혐오표현 규제를 형사벌로 만들어서는 아니 된다. 자유권규약 20조를 아무리 적극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인종차별선동발언에 대해서만 형사벌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무관한 지역혐오표현 규제를 형사벌로 만들면 일반논평 34호를 위반한다. 셋째, 우리나라의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차별발언이 차별행위로 이어질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이 있는 표현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인종차별선동발언 외의 감정표현에 대한 규제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해석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감정표명에 대한 민형사 규제 모두에 반대하는 일반논평 34호를 감안하면 혐오를 드러내는 모든 표현을 비형사적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유엔자유권규약이 특별히 인종차별선동발언에 대한 규제를 요구한 이유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이 인종학살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발언은 실제 차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장애인 학생을 계속적으로 장애를 사유로 놀린다면 장애인 학생에 대한 차별행위로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참고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는 이미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고 우리는 이를 디딤돌로 ‘차별표현의 차별행위로의 전환가능성’ 이론을 따라 규제 대상을 확대해나갈 수 있다. 넷째, 차별금지법을 동시에 또는 먼저 제정해야 한다. 차별행위 자체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 못하면서 차별표현을 금지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절도를 금지한 후에야 ‘절도를 선동하는 발언이 절도라는 불법적인 해악을 발생시킬 위험이 높아 규제한다’는 논리가 세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치적 신념에 따른 차별 또는 지역출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 자체가 없다. 최근에 호남인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이 알려졌었지만 아무런 법적 제재수단이 없었다. 그런데 ‘호남인을 채용하지 말라’는 말부터 제재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 [서울광장] 한국판 ‘문화대혁명’/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판 ‘문화대혁명’/오일만 논설위원

    권력을 쥐게 되면 뇌 구조가 바뀐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 등의 호르몬이 정상인보다 더 많이 분출된다. 이들 호르몬은 권력자를 보다 강한 인간으로 변화시키지만 터널에 갇힌 것처럼 시야가 좁아져 타인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공감 능력이 약화되고 공격적 성향도 비례적으로 높아진다. 뇌 신경심리학자인 이언 로버트슨 교수의 연구 결과다. 최근 ‘유승민 파동’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 심리학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 대통령과 입법부 사이의 갈등이 원인이지만 본질적으로 권력을 쥔 자들 사이의 투쟁적 요소가 짙다. 야당 시절부터 정면승부에 강했던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집권당 실세들을 다룰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런 싸움에서는 최고 권력자의 심리가 가장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12분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배신의 정치를 응징하라’로 정리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정치적 멘토는 누가 뭐래도 박 대통령이다.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시켰고 2005년 보궐선거에서 당선시켜 정치적 기반을 제공했다. 그런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고 경제민주화와 법인세 인상 등을 주장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기조 자체를 부인했다. 가장 민감한 역린(逆鱗·용의 노여움)을 건드린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은 권력을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옆에서 명령과 복종을 통해 움직이는 권력 메커니즘을 배운 그에게 배신에 대한 응징은 권력 유지를 위한 필수조건임에 틀림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 박 대표에게 대들었다가 “친박에 좌장은 없다”는 한마디로 19대 공천에서 탈락한 것은 유명한 사례다. 유승민 파동이 일어난 시점도 곱씹을 대목이다. 메르스 사태로 현 정부의 무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하는 시점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점차 떨어지는 국정동력을 충전하고 이탈 조짐을 보이는 집권당 내부를 다잡는 다목적 카드로 인식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들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 줄 심산인 것 같다. 일벌백계의 희생양을 통해 내년 총선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역사에 정통한 박 대통령이 선택한 권력투쟁 방식이 2인자 류사오치(劉少奇)를 제거했던 마오쩌둥(毛澤東)의 수법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모두 대구가 고향인 것처럼 후난(湖南)성이 동향인 두 사람은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신중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마오가 심혈을 기울였던 대약진 운동이 실패하고 궁지에 몰리자 자신의 권력을 넘봤던 류사오치 국가주석을 주자파로 낙인 찍어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당시 마오는 절대 추종자들인 홍위병을 동원해 ‘사령부를 포격하라’(주자파)는 명령으로 정적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되찾았다. 박 대통령 역시 지지세력인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동원했다. 당내 실권파인 비박(비박근혜)을 끌어내려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권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유 원내대표가 제거될 경우 박 대통령의 다음 목표는 비박 최고실세인 김무성 대표가 될 것은 자명한 권력의 이치다. 박 대통령의 승부처 역시 절묘했다. 모든 국민들에게 TV로 생중계됐던 국무회의를 선택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국민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는 말은 내년 총선에서 낙선시켜야 한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공교롭게도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대구 동구을이다. ‘은혜를 모르는 유승민, 배신자 유승민, 당장 사퇴하라’는 현수막들이 그의 지역구에 걸렸다는 뉴스를 보면서 밤잠을 설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권력이 비정하다고 하지만 야만적인 문화대혁명의 수준으로 우리 정치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슬픈 일이다. oilman@seoul.co.kr
  • 그리스 식품 사재기 ‘혼란’… 최소 15개국 디폴트 우려

    시중 은행의 영업 중단 및 예금 인출 제한을 골자로 한 자본규제를 발표한 그리스에서는 29일 주유소마다 기름을 가득 채우려는 차량이 100m 이상 늘어서는가 하면 카드 대신 현금만 받는 음식점이 생겼다. 식료품 사재기도 발생했다. 혼란이 길어지면 그리스 경제가 마비를 넘어 파탄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할 16억 유로의 디폴트(채무불이행) 1차 고비를 하루 앞둔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채권국 대표 격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합의를 호소했다. ●치프라스, 유로존 정상들에게 시한 연장 요청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에게 구제금융 연장안 거부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요청 서한을 보냈다. 메르켈 총리는 소속 정당인 기독민주당(CDU) 창당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 어렵더라도 우리는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며 그리스와 채권단 간 대타협을 호소했다. 파국을 막으려는 두 정상의 노력은 막판 반전을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리스 디폴트가 실현될 경우 최소 15개국에서 디폴트 우려가 제기되는 ‘비관적인 나비효과’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회자됐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골고루 위기 징후가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이미 그리스 자본규제 발표 후 개장한 한국 등 세계의 증시는 일제히 휘청거렸다. 29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1.4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4%, 일본 닛케이지수는 올해 최대 하락 폭인 2.88%, 대만 자취안지수는 무려 6.73%가 떨어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국제 유가도 하락했다. 그리스발 충격이 증시,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잠재적인 경제위기국, 즉 ‘포스트 그리스’ 취급을 받으며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디폴트 우려가 높은 Caa1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국가는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벨라루스 등 9개국이다. 그리스와 함께 자메이카, 쿠바,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은 한 등급 더 낮은 Caa2 등급으로 묶였다. Ca 등급인 우크라이나는 무디스로부터 가장 디폴트 우려가 높은 국가라는 낙인을 받았다. 저유가 여파로 생활필수품 부족 사태에 처한 베네수엘라 역시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채무 변제 측면에서 삐걱거리고 있는 소국 그레나다와 푸에르토리코 등도 디폴트 선언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국제 자금 이동 예측성 줄어 신흥국 더 부담 그리스 디폴트로 인해 국제 자금 이동의 예측성이 줄어들며 신흥국은 한층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서 자본 유출 및 통화가치 급락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생명의 窓] 메르스가 남긴 과제/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메르스가 남긴 과제/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메르스 사태가 한 달을 지났다. 이제는 진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대형 병원에서의 대규모 감염 사태는 더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확진 환자가 산발적이고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종식 선언은 적잖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 종식 기준을 적용해 보면 모든 환자가 완전히 회복되거나 사망으로 인해 퇴원해야 하고, 그날로부터 최대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이 경과할 때까지 새로운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아야 국제사회를 향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 새 환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부적으로야 메르스 걱정을 덜겠지만, 외국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다시 찾게 하자면 치료 중인 일부 불안정한 환자를 고려해 볼 때 긴 싸움이 예상된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은 확산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공포도 관리 대상이다.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면 초기 대응의 성패가 곧 전체 국면을 결정함을 알 수 있다. 일단 초기 대응에 실패해 상황이 나빠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이미지나 신용도에도 엄청난 마이너스를 초래한다. 앞으로 재평가될 것이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아쉬운 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컨트롤타워 부재다. 이로 인해 정보 공개, 가용 자원의 대대적인 투입 등 초기 대응이 일사불란하지도, 신속하고도 효과적이지도 못했다. 둘째는 병원 내 감염에 대한 과소 평가였다.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보는 것처럼 슈퍼전파자를 통한 병원 내 감염이 대부분의 환자를 양산했음에도 병원정보 공개 등 적극적인 조치가 따르지 못했다. 셋째는 한국의 예외적 상황에 대한 수용 불가 자세다. 발생 초기에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사례에서 비롯된 게 전부였는데, 그 정보만으로 우리의 예외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외적인 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함에도 계속 중동 사례로만 우리 상황을 대처하려는 미숙함이 큰 화를 자초했다. 넷째는 특정 인맥 또는 학회의 전문가 문제다. 방역 당국 측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특정 전문가 집단이 전면에서 행세함으로써 방역 당국의 오판을 바로잡기는커녕 동조한 측면이 있다. 방역 당국이 저지른 연속적인 헛발질, 의사 결정권자의 이해되지 않는 상황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다섯째는 일부에서 확인된 성숙한 시민의식의 부재다. 역학조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점, 격리 대상자인데도 스스로 격리를 해제한 점, 메르스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여행객이 돼 방문 지역을 초토화한 점 등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몰상식이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나 구급 요원의 자녀들을 낙인찍는 행위도 성숙한 사회가 보일 태도는 아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오래지 않아 종식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메르스와 같은 사태가 이번만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대비하자면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제도 정비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도 배우지 못한다면 언제든 우리는 새로운 위험에 또다시 빠질 것이다. 두 눈 부릅뜨고 정부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 보건·시민의식 어떻게 바꾸나

    메르스 확산 사태는 우리 사회에 큰 교훈을 남겼다. 공동체를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 부족과 정부 조치에 대한 불신이 부채질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 메르스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들의 무책임한 행동, 의료진 가족들을 낙인찍고 차별하는 행위 등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이기적인 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교육 과정을 통한 감염병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식과 병원 소비자 교육, 윤리와 책임의식 강화 등이 시민의식을 성장시키는 기초 토대라고 입을 모은다. 25일 보건교사회 등에 따르면 2009년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해 학교 보건수업이 2012년부터 의무교육에서 제외됐다. 과거 보건수업은 1년에 한 학기 의무수업이 17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학교 재량에 따라 보건수업이 진행되면서 보건수업 실시율은 2010년 73.6%에서 2013년 49.1%로 급감했다. 최미혜 서울시보건교사회장은 “전염병 예방 및 병원 소비자 교육 등에 대한 보건교육을 의무화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키울 수 있도록 윤리와 인성 교육을 확대하고 봉사활동 등을 통한 공동체 의식 체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병원 쇼핑’ 현상과 응급실 문화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관 동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급한 환자가 아닌데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줄인다든지, 병원 자체적으로 병문안 인원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전염병 감염 사태의 경우 자가 격리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격리에 따른 사회적 불이익 등이 없어야 한다”며 “현재 자가 격리자들에 대한 심적·물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전염병이 확산돼도 학습 효과로 인해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현장 블로그] 의무 다한 우주인 이소연 ‘유승준 낙인’ 찍어야 하나

    병역 기피로 국내 입국이 거부됐던 유승준(39)씨가 최근 인터넷TV방송으로 “입국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그에게 찍혀 있는 ‘낙인’이 지워지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학계에도 유씨처럼 국민적 미움을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37)씨입니다. 이씨는 최근 한 언론 보도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지난 13일 국제우주대학(ISU)이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 개최한 ‘여름우주학교 2015’(SSP 2015)에 참가해 우주인으로서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입니다. 2004년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 프로젝트’ 시작부터 2008년 4월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각종 실험을 진행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과학기자로 이씨를 위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볼까 합니다. 프랑스에 있는 ISU는 국제우주연맹(IAF)에서 운영하는 정식 대학입니다. 이씨가 참가했다는 SSP는 1988년부터 매년 여름 전 세계 우주항공 선진도시를 순회하면서 9주간 우주 전문가나 대학원생, 교수 등을 대상으로 우주항공 관련 주제를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이씨는 이전에도 초빙강사나 프로그램 패널로 여러 번 참가했습니다. 이씨가 욕을 먹는 이유는 우주인 배출 사업에 투입된 260억원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였는데 미국으로 이른바 ‘먹튀’를 했다는 정서적 반감입니다. 이씨가 우주인으로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으로 의무복무해야 하는 기간은 2년이었습니다. 계약상으로는 2010년까지만 근무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2년까지 근무했습니다. 항우연은 우주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입니다. 엔지니어보다는 우주 홍보대사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는 이씨가 항우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을 겁니다. 이씨가 2년 의무복무 기간을 끝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사실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한국은 그에게 260억원을 투자했고 일정 수준 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해 미국으로 갔습니다. 주식투자의 원칙 중 ‘손절매’란 게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관점을 달리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메르스 꺾이나] ‘메르스 주홍글씨’ 왕따·눈총…두 번 우는 격리해제·유족들

    평범한 주부였던 A(36)씨의 삶은 ‘코호트 격리’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메르스와 상관없이 입원했던 서울의 한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오며 불가항력적으로 격리됐다가 최근 퇴원했지만 이제는 ‘메르스 왕따’가 됐다. 입원 전에는 매일 동네 아기 엄마들과 수다를 떨고 틈틈이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격리 기간 동안 외롭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그는 퇴원만 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퇴원 하루 만에 산산조각 났다. 아르바이트 매장에서는 “손님도 줄었고, 퇴원한 지도 얼마 안 됐으니 당분간 쉬라”고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찾아간 어린이집에서는 눈칫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통화한 친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 “격리돼 있다 나왔으니 두 달 뒤쯤 만나자”는 말조차 상처가 됐다. ●일부 “격리 해제 자녀 등교 막자” 마녀사냥 24일 국립서울병원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피해 유가족과 격리 해제자들은 ‘사회적 낙인’을 가장 힘들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서울병원이 지난 16일부터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을 발족해 60여명의 유가족과 격리 해제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벌인 결과다. 그 결과 이들은 바이러스 보균 또는 타인 전파 가능성이 있는 잠복기(14일)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집에만 머무르는 등 쉽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메르스로 인해 격리됐던 점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피해 유가족과 메르스 공포와 싸웠던 격리 해제자들이 사회적 낙인에 두 번 상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 “이전처럼 똑같이 대하는 게 중요” 대전 건양대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 B씨와 그의 가족도 사회적 낙인에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B씨는 16번째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격리됐다. 이후 14일 만에 일상생활로 돌아왔지만 이웃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B씨 부인은 매일 울면서 “사람들이 다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무서워서 외출할 수 없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들 역시 친구들의 놀림에 힘겨워하고 있다. B씨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B씨 가족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다른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격리 해제자를 향해 ‘스스로 신원을 밝히라’는 글이 올라오거나 격리 해제자의 자녀 등교를 막자는 식의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민영 국립서울병원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장은 “메르스로 인한 유가족 혹은 격리자는 우울, 무기력, 죄책감, 분노에 휩싸여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걱정보다는 이전과 다름없이 똑같이 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슈퍼전파자는 확진이 늦었다

    슈퍼전파자는 확진이 늦었다

    한 명의 환자가 여러 명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한 이른바 ‘슈퍼전파자’들은 공통적으로 비(非)전파 환자보다 발병 후 확진이 늦고 폐렴 등의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갑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국내 메르스 확진자 가운데 2명 이상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1번째(68), 6번째(71), 14번째(35), 15번째(35), 16번째(40) 환자 등 5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런 공통점을 보였다고 23일 밝혔다. 9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76번째 환자(75·여)는 조사 당시 자료가 수집되지 않아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5명은 감염돼 증상이 시작되고서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평균 8.2일이 걸렸다. 메르스를 전파하지 않은 나머지 환자가 평균 4.6일인데 비해 3일 이상 늦다. 발병 후 확진이 늦어지면서 격리조치도 그만큼 지연돼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여지가 많았다. 또 메르스로 폐렴이 시작되면 기침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더 잘 퍼지게 되는데, 5명은 전원이 폐렴 증세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폐렴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 바이러스 증식이 상당히 활발하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 가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80명 넘게 감염시킨 14번째 환자는 이날 완치돼 퇴원했다. 보건당국은 워낙 많은 이들을 감염시킨 탓에 이 환자가 슈퍼전파자의 낙인 효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심리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14번째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국내 첫 환자에게 감염됐으나,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때까지 보건당국은 환자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민 95% “감염 병원 공개 늦어 확산”… 비밀주의의 실패

    국민 95% “감염 병원 공개 늦어 확산”… 비밀주의의 실패

    국민 10명 중 9명꼴로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 등 보건당국의 메르스 감염·경유 병원 공개가 늦어 국민 불안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인식은 의료 전문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80%)와도 거의 일치한다. 국민과 의료 전문가가 동일하게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즉각적으로 병원 명단을 공개했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병원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한 시점은 지난 7일이다. 21일 서울신문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메르스 감염 병원 공개 시점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94.7%는 ‘늦었다’고 답했다. 반면 ‘적절했다’는 응답은 3.3%, ‘공개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1.3%에 그쳤다. 메르스 확산 초기에 보건복지부는 해당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감염자 발생 병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비밀주의 정책이 첫 발병 이후 삼성서울병원의 대규모 확진 환자 발생 사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또 메르스 예방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국민 홍보가 적절했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부족했다’고 답한 사람이 63.7%로 가장 많았다. ‘부족했다’를 선택한 응답자가 22.4%로, 전체 응답자의 86.1%가 당국의 메르스 홍보 내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이어 ‘보통이다’가 10.2%, ‘그렇다’가 3.1%, ‘매우 그렇다’는 0.6%에 그쳤다. 서울신문 설문조사에 응답한 의료 전문가들도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확진 환자가 발생했을 때 평택성모병원만 공개했더라면 조기에 종식될 수 있었다”면서 “정부가 뒤늦게 공개한 시점에는 감염 병원이 상당수 늘어나 혼란도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중에서는 단 1명만 비공개를 지지했다. 이 전문가는 “병원을 공개한 것은 그 병원 입장에선 처벌이 된다”며 “그 병원을 가지 말라고 낙인을 찍는 행위이고, 공개를 한다면 확진 환자 발생 병원들을 ‘치료 병원’으로 선정해 공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공개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한 셈이다. 기타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15%) 중에서는 “병원 공개는 전염병 확산 방지의 부수적인 문제”라면서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했던 의심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게 메르스 확산을 키운 주된 요인”이라고 봤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너를 기억해(KBS2 밤 10시) 천재 프로파일러와 그를 관찰해오던 경찰대 출신 수사관의 사랑이야기.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괴물, 잠재적 살인범이라는 판정을 낙인처럼 받은 한 남자 아이가 있다. 그런 남자 아이를 의심하며 관찰하다 어느새 습관이 되어 남자 아이의 스토커가 되어 버린 여자아이도 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른이 돼 만난 남자와 여자는 원수처럼 수사현장에서 만난다. ■MBC 다큐스페셜(MBC 밤 11시 15분) 호국보훈의 달 특집으로 대한민국 육군, 해군, 해병대에서 현재 복무 중인 여군들의 모습을 담았다. 우리나라 여군의 시작은 1950년 6·25 전쟁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대 그녀들은 변변한 장비도 없이 그저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군대를 지원해 들어갔다. 시간이 흘러 올해로 분단 65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들에게 대한민국 여군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신분을 숨겨라(tvN 밤 11시) 수사 5과 팀 건우(김범)와 태인(김태훈)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맞닥뜨린다. 다행히 목숨을 건 태인의 과감한 선택으로 수사 5과는 한 차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마침내 정선생(김민준)의 숨통을 완전히 틀어쥐기 위해 한 건물에서 은밀한 위장 잠입 작전에 들어가는 건우와 수사 5과 팀. 과연 완벽한 잠입이라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 [사설] ‘메르스와의 전쟁’ 전사들에게 힘 모아 줘야

    어제 황교안 국무총리의 지시로 보건 당국이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 명 규모의 군 의료인력 추가 투입을 결정했다.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한 민·관·군이 총력 대응에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을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피로가 누적되고 피해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엊그제 삼성서울병원의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게 단적인 사례다. 그런데도 사이버 공간 일각에선 의료진과 가족들에 대한 신상털기가 횡행하고 있단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사들을 전폭적으로 성원해야 할 판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메르스 사태 초반 정부는 혼란을 부추긴다는, 설득력 없는 명분으로 환자를 진료한 병원 이름을 숨기는 등 비밀주의를 고수했다. 그 대가는 컸다. 정부는 병원에 책임을 떠맡기고 일선 의료진들도 위험성을 과소 평가해 격리 대상자 관리에 허점이 생기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정부도 의료기관들도 분투하고 있다. 어제 보건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하루 사이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각 1명에 그치고 격리자 수는 큰 폭으로 줄었으며 격리 해제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아직 마음 놓을 단계는 아니지만 일말의 서광은 비친 셈이다. 저명한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엊그제 한국의 메르스 확산 기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종식까지는 몇 주 더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지 않은가. 중동에서 발원한 메르스는 우리가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감염병이다. 이제는 최일선에서 ‘메르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할 때다. 그런데도 어제자 본지 보도를 보면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 격리된 건양대 병원 의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와 학원 이름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단다. 사이버상에서 비전문적 괴담을 퍼뜨리는 것도 모자라 의료진 가족들에 대한 낙인찍기까지 자행하고 있다니 혀를 찰 일이다. 메르스는 환자가 많은 데다 막힌 공간인 병원에서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을 통해 전염된다는 게 과학적인 소견이다. 이미 격리된 병원 종사자들의 가족들을 오염원인 양 치부해 사회 활동에 제약을 주는 것은 무지에 기반한 인권 테러인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미 한국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메르스 사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여행·교역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잖아도 중국인 관광객, 즉 유커들이 발길을 끊는 등 메르스 후유증이 막심하다. 우리 스스로 과도한 공포증을 부추기는 언행을 자제해야 할 근거다. 서민 경제가 메르스 직격탄을 맞고 신음 중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어제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근본 대책은 메르스 사태가 한시 바삐 종식되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당정이 진작에 그런 인식을 가졌어야 했다. 당분간 정부의 모든 역량을 메르스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의료진뿐 아니라 ‘질병수사관’ 격인 역학조사관들도 인력·예산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필요한 조치를 하는 데 실기하지 말기 바란다.
  • “네 아빠 메르스지… 가족이 피멍듭니다”

    “네 아빠 메르스지… 가족이 피멍듭니다”

    #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9일로 31일째가 됐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메르스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의 정신적·육체적 고통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을 괴롭히는 것은 비단 메르스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극단의 이기주의와 무책임한 입방아에서 비롯된 편견과 따돌림이라는 괴물이 그들을 울린다. 의료진과 가족들에 대한 이른바 ‘신상 털기’가 인터넷 공간에서 난무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해 대전 건양대병원으로 온 16번째 환자를 치료하면서 고통을 겪게 된 A교수와의 2시간에 걸친 전화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저는 대전 건양대병원의 호흡기내과 의사입니다. 매일 고글과 방호복, 장갑을 착용하고 2개 병동에 메르스로 ‘코호트 격리’된 환자와 보호자 등 50명을 돌보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우리 병원 간호사 1명이 메르스 환자 심폐소생술 이후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감염 두려움은 커지고, 체력은 점점 고갈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제 직업은 환자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가족은 저의 직업으로 인해 고통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만 보면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21일 전이었습니다. 40대 남성이 발열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저는 이 남성의 증세가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중동을 다녀온 것도 아니었고, 당시만 해도 정부가 확진 환자 발생 병원에 대해 비공개 방침을 고수해 제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습니다. 이 남성이 내원한 지 사흘째인 지난달 30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그를 즉각 격리 조치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한 16번째 환자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호흡기내과 의사 3명이 즉각 격리됐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의 고통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자녀들의 학교와 다니는 학원까지 낱낱이 파헤친 정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습니다. 정신적 고통은 실시간으로 엄습해 왔습니다. 제가 격리돼 있는 동안 가족들은 못난 남편, 못난 아빠 때문에 눈물만 흘렸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메르스 아빠’를 둔 제 아이들에게 시선이 쏠렸습니다. 교실에 몰려들어 “너네 아빠 메르스 의사지”라고 다그친 아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통학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큰아이는 집 앞에서 내리지 못하고 먼 거리를 걸어와야 했습니다. 둘째·셋째 아이의 학교는 제가 격리 해제될 때(4~12일)까지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벌써 3주째, 큰아이는 서럽게 웁니다. 자신을 메르스균으로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상처가 된다고 합니다. 막내는 매일 밤 아내에게 “내일 친구들이 놀리면 뭐라고 해야 되느냐”고 묻습니다. 제 마음도 무너지지만 저는 마음을 다잡고 묵묵히 병원 일을 합니다. 공포에 시달리며 저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메르스 증상이 없습니다. 메르스 검사에서 세 차례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아내는 우리 아이들 가슴에 낙인찍힌 또 다른 공포와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사회적 낙인에 정작 우리 가족이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대한민국 호흡기내과 의사인 저는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독박(讀博) 육아일기](13) 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육아’라는 공통점 만으로도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엄마들이지만, 대화를 하다 꼭 편이 갈려 부딪히는 사안들이 있다.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모유수유 vs 분유수유, 전업맘 vs 직장맘.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폭발적인 댓글을 통해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게 전업맘과 직장맘인 것 같다. 옳고 그름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인데도 이상하게 꼭 감정적으로 어긋난다. 특히 어린이집을 보내는 문제에서 그렇다. 솔직히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전업주부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지. 그래서 입소 1순위 맞벌이인데도 임신한 상태에서 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야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언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을 때까지만 해도 불만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400번대에 머물던 대기번호가 이제서야 100번대 후반으로 당겨졌다. ●전업맘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이유 비록 1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육아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에 대한 이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니, 거의 어린이집 예찬론자 수준이다. 육아나 보육 관련 기사에 꼭 등장하는 댓글들, “하루종일 집에서 노는 엄마들이 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느냐?”거나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엄마들이 커피나 마신다”는 등의 내용을 보면 격한 거부 반응이 든다. 항변할 말들이 줄줄 새나온다. 전업맘들이 왜 어린이집에 보내냐는 생각 자체가 육아의 ‘ㅇ’자도 모르고 하는 말 같다. 물론 아이를 엄마가 보살피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다. 겨우 여자 아기 한 명이었지만, 이 아기를 낳고 돌쟁이를 만들기 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친정 엄마는커녕 그 어떤 ‘찬스’도 쓰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아이와 함께했다. 물론 정말 사랑스럽고 행복했지만 몇 달 만에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 상황에서는 아이도 예뻐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나는 화를 아이에게 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앉아 있는 몇 분 동안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일상이 매일, 그것도 혼자. 숨통이 필요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혼자 보낸 첫 날, 처음으로 집에 혼자 있게 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어린 아기를 보내기 시작한 죄책감에 당분간 딱 한 시간만 보냈는데, 한 시간 내내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 TV의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넋을 놓고 봤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기가 무척 걱정이 됐다. 그런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뒤에 만난 아기는 더 반가웠고, 그래서 더 많이 안아주고 애정을 표현했다. 출퇴근 시간도 없는 전업 육아의 삶에 단 몇 시간의 쉬는 시간을 용납하지 않은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도 사람인데, 자유를 허락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에 단순히 엄마가 쉬기 위해 보낸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고 해서 엄마들이 ‘논다’는 것은 더 큰 오산이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그동안 아이와 함께 있느라 미뤄두었던 집안일이 산더미였다. 복직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그 다음 네 시간. 이런 식으로 시간을 늘렸는데 사실 네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해서 마음이 편하거나 실컷 놀았던 적은 하루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 어려웠던 병원 진료, 은행 및 관공서 업무도 처리해야 했고, 장도 봤다. 아이의 식사와 간식, 남편의 저녁식사 준비 등 오후 내내 일정이 빡빡했다. 매일 밤 그렇게 잠을 못자 피곤하고 힘들었으면서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 동안 늘어지게 자보지도 못했다. 할 일은 많고 마음도 마냥 편하진 않았다. ●전업맘에게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허(許)하라 그리고 많은 전업맘들이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 그 시간에 학원을 다니거나 재취업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전업맘에게 어린이집에 아예 보내지 말고 애만 보라는 것은, 전업맘은 직장맘이 될 기회,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 조차 갖지 말라는 소리로까지 들린다. ’엄마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수다나 떤다’는 흔한 댓글에 특히 불만이 많다. 내게는 엄마들과 어울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육아였다. 친정이 멀리 있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친구들이 없어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육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인터넷 카페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이 돌을 앞두고 드디어 어린이집 엄마, 동네 엄마들과 커피 한 잔을 하게 된 날은 저녁까지 충전이 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유식, 발달상황 등 아이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고민하던 아이의 문제를 다른 아이들도 다 겪었다는 걸 알고 위안을 삼았다. 혼자서만 끙끙대던 문제들이 풀리면서 스트레스도 풀렸다. 육아 기간에는 같은 아이 엄마들 말고는 딱히 만날 사람도, 친구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피로를 풀기도 한다. 왜 유독 엄마들의 수다에는 날이 서야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엄마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어린이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말 그대로 ‘보육 기관’이라는 것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물어볼 데도 마땅치 않았던 초보 엄마에게 보육교사들은 든든한 전문가였다. 혼자였기에 아무리 엄마라도 부족할 수밖에 없던 점들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채워주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 맞춰 잘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집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놀잇감으로 아이를 자극시켜 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노력해도 삼시 세 끼 식사와 간식까지, 매일 다른 메뉴에 영양가 있는 식단을 만들어 먹이기가 쉽지 않았는데 적어도 어린이집에서 점심 한 끼는 다양한 반찬들을 먹어볼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방식도 잡혀갔다. 아직 아기이지만 친구들, 언니오빠들과 어울리며 놀고, 친구에게 장난감을 나누어주는 모습은 하루종일 나와 단 둘이 있었을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어린이집은 엄마인 나에게 더 의지가 되었다. 전업맘의 자녀라고 해서 이런 보육 기관의 도움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엄마의 양육이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서 마치 양육을 포기한, 소홀한 엄마처럼 생각하는 것은 또다른 횡포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 문제에 있어서 안타까움이 아예 없을 순 없었다. 회사 동료들끼리 “어린이집에선 맞벌이가 을(乙)”이라는 말을 손뼉을 쳐가며 주고 받다 보면 괜한 서운함 마저 든다. 분명한 건 안타까움과 서운함의 대상이 전업맘은 아닌데도 알 수 없는 박탈감이 든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직장맘들은 차별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아…국공립은 5.7%에 불과 그런데 숫자상으로는 어린이집 정원이 아이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모두 4만 3742곳. 정원은 총 180만 659명이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149만 6671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전국 시·도 지역에서 모두 어린이집 정원이 현원보다 많았다. 이렇다 보니 대기 400번대에 머물러 있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 전체 어린이집 4만 3742곳 중에 국공립 어린이집은 2489곳(5.7%)에 불과했다. 가정 어린이집이 2만 3318곳(53.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민간 어린이집(1만 4822곳·33.95%)였다. 지금도 집 근처 가정 어린이집에 문의하면 곧바로 입소할 수 있는 곳들이 상당수이다. 그럼 왜 그렇게 국공립 어린이집에 집착할까. 그나마 직장맘이 눈치를 덜 보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급한 대로 집에서 가까운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면 절반 이상이 전업맘의 자녀들이다. 전업맘 자녀들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전업맘 자녀들이 많으니 거기에 맞춰지는 어린이집의 일정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등하원 시간부터 그렇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법정 보육시간에 맞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그러나 복직을 앞두고 여러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상담을 갔을 때 마치 정해진 대본이라도 있는 양 똑같은 설명을 들었다. 오전 10시 전후로 아이들이 등원을 한다는 것과 법적으로는 오후 7시 30분까지지만 오후 3, 4시가 넘으면 아이들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내 아이만 끝까지 남아 봐달라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내가 보육교사라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아이 한 명 때문에 매일 퇴근이 늦어진다면 곱게 봐지지 않을 것 같다. 해 뜨기 전에 등원해 해 떨어질 때까지 내 아이 혼자만 남아 있는 장면도 걱정스럽지만, 같은 직장맘인 보육교사를 괴롭혀 그들이 또 내 아이에게 눈칫밥을 먹일까 두렵다. 아이를 가장 보편적인 등하원 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에 보내느라 앞 뒤로 나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 이모님도 구해야했다.오후 4시에 데려와도 남아 있는 아이들이 몇 명 안 된다. 나 하나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맡기는 비용만 어린이집 40만 6000원(0세·정부 지원)에 이모님 월급으로 내 월급의 절반 정도가 든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도, 나를 독박육아 직장맘으로 만들어 버린 친정 엄마를 또 다시 원망했다. 어린이집이 휴원을 결정하기 전부터 휴원을 하지 말길 기도했고, 휴원 통보가 나오자 막막했다.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를 배치해 맞벌이 자녀들을 봐주겠다고 배려했는데도 마음은 무거웠다. 매일 “오늘은 과연 몇 명이나 등원할까”를 걱정했다. 혹시 우리 아이만 나올까봐였다. 어린이집 수첩에는 계속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 어린이집의 여름·겨울방학, 교사들의 교육·연수기간, 부모 참여수업 등 어린이집과 회사, 베이비시터 이모님까지 모두에게 미안해 하며 마음 졸일 날들이 수도 없이 남아있다. ●전업맘·직장맘 편 가르고 싸우게 하는 보육정책 올해 초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지난 1월 22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엉뚱한 발표를 했다. “전업맘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런 발표가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전업맘들이 너도 나도 어린이집에 보내서 어린이집에 자꾸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또 직장맘들에게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게 아닌데도 마치 ‘나 편하자고’ 아이를 떠맡긴 전업맘들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 세웠다.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이더라도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제도가 확실히 마련되고 또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한다. 보육 기관들이 부모의 취업 여부와 관계 없이 법정 보육시간을 무조건 지키도록 하려면 그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이 충당돼야 한다. 화장실에 못 가 방광염에 시달릴 정도로 바쁘게 아이들을 돌보면서 한 달에 겨우 100만원 안팎의 돈을 받는 보육교사들에게 내 아이를 12시간 내내 붙잡고 있어 달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지난 1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는 앞으로 계속 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직장맘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나’대신 ‘엄마’라는 이름을 택하고 아이들을 보살피는 전업맘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영원히 ‘집에서 아이나 보며’ 살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같았다.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정작 전업맘과 직장맘을 서로 싸우게 만드는, 그래서 모두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무슨 주문처럼 외치지만 “전업맘은 무조건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 바탕인 곳에서 그 길은 멀어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 [메르스 비상] “혹시 나도 메르스?”… 격리자 4856명 ‘예기불안’ 시달린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모(54)씨는 지난 5일 저녁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병원에서는 아내가 갈비뼈를 다쳤다며 진통제를 맞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뒤 보건소에서 2주간 부부가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당시 병원 응급실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었던 것. 다행히 두 사람에게는 아직까지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주일여 동안 두 사람은 극도의 정신적 불안에 시달렸다. 최씨는 “덜컥 메르스에 걸려 사경을 헤매거나 자식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며 “면역력을 높이려고 하루에 비타민 알약을 5개씩 입안에 털어넣고 뉴스에서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소식을 접하면 TV를 꺼버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메르스 격리자 규모가 5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이들이 겪을 ‘예기불안’(豫期不安·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자택과 시설에 격리된 사람은 모두 4856명으로 전날보다 842명 늘었다. 전문가들은 격리 및 메르스 감염 우려에 따른 스트레스로 격리자들이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해하거나 분노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우울증 등을 앓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장애를 가진 사람은 메르스 사태가 본인 탓이라는 생각을 극단적으로 할 수 있고, 불안장애(병적인 불안, 공포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질환)가 있는 사람은 격리 자체만으로도 극도로 초조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회적 낙인도 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격리자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메르스 사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격리 중 집을 벗어나 적발된 일부 사례를 놓고 격리자들이 전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로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는 사람들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격리자들에게 주변 사람들이나 지역별 정신보건센터 등과 대화를 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할 것과 메르스 관련 뉴스 노출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으로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취업준비생 통장 빌려줬다간…

    군대를 전역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던 20대 A씨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자로 낙인찍혔다. 일하기로 한 건설회사에 월급 통장 명목으로 통장과 카드, 비밀번호를 제출했다가 대포통장에 이용된 것이다. 경찰에서 통장 양도 행위로 조사를 받은 A씨는 이후 전자금융 거래가 제한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최근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현금카드와 개인정보를 받아 대포통장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금융 당국이 강력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기 척결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두 차례 이상 등록된 8389명을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한다고 7일 밝혔다. 한 번이라도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5만 9260명에 이르렀다. 금융질서 문란자가 되면 7년간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5년간 기록이 보존돼 사실상 12년간 금융거래가 어려워진다. 금감원은 이들 가운데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 당국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메르스 공포] 병원 정보 비공개 후폭풍… 소송전 비화할 듯

    메르스 의심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자 기존의 ‘감염예방 매뉴얼’에 따라 즉각 응급실을 폐쇄하고 의료진과 응급실 환자 모두를 15시간 동안 격리 조치한 종합병원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국이 환자 접촉 병원 및 발병 지역에 대해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원칙에 따라 대응한 병원이 애꿎게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 찍힌 셈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시 10분쯤 요양병원 환자인 A(74)씨가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A씨는 메르스 환자 접촉병원인 B병원에 이틀간 입원했다가 퇴원한 상태에서 메르스 유사 증세가 나타나 응급 후송됐다. 이 사실을 확인한 분당제생병원은 A씨를 곧바로 격리 조치하고 응급실을 폐쇄했다. 의사와 간호사, 응급실 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출입 통제 조치를 취했다. A씨는 이후 15시간 만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게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2차 정밀 검사에서도 역시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분당제생병원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된 게시물을 통해 ‘메르스 접촉 병원’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게 됐다. 병원은 홈페이지에 메르스 의심 환자의 음성 판정 결과를 공지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나쁜 소문이 퍼지면서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현재 분당제생병원의 외래 환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 1일 평소 대비 10% 정도가 줄어든 데 이어 2일부터는 20% 이상 감소했다. 하루 40여건 이뤄졌던 각종 수술은 20건 미만으로 반토막 났다. 권원표 분당제생병원 홍보팀장은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해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고도 오히려 악의적 이미지만 얻게 됐다”며 “보건복지부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고 허위 사실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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