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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식도 ‘갑질’ 논란…“여성 조연출에 명치 때리며 폭언”

    오동식도 ‘갑질’ 논란…“여성 조연출에 명치 때리며 폭언”

    이윤택 연출가가 성폭력 논란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하기 전 연희단거리패 관계자들과 리허설을 했다고 폭로한 오동식씨 역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오동식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이윤택 연출가와 연희단거리패 관계자들이 기자회견 전 예상 질문을 주고받고 표정 연습을 하는 등 기자회견 리허설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윤택 연출가와 극단 관계자들이 성폭행 의혹은 부인했지만, 그들은 공개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실명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오동식씨 역시 ‘갑질’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2017년 오동식씨가 연출한 작품에 조연출로 참여했다는 A씨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작품을 같이 할 당시 오동식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공연 첫날 갑자기 영상 프로젝터에 이상이 생겨 해결하던 중 오동식씨가 와서 “왜 안 되냐”고 물었다. 영상감독 등이 현장에 없어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하자 오동식씨는 A씨를 향해 ‘XX년’ 등 욕설을 하며 “왜 그 따위로 쳐다보냐”, “눈을 깔라”, “대답하지 말라”, “사람 대우해주니까 내가 만만하냐”는 식의 폭언을 퍼부었다. 급기야는 주먹으로 A씨의 명치를 밀쳤고, 무대감독과 주변 스태프들이 말리자 발길질까지 시도했다. 주변 사람들의 제지로 발길질에 맞지는 않았다고 A씨는 전했다. 오동식씨는 “저딴 싸가지 없는 X이랑은 작업 못 하겠다”면서 “극장 밖으로 내보내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A씨는 사과를 받기는커녕 도리어 오동식씨에게 사과를 하라는 종용을 받았다고 했다.사건 뒤 공연 행사를 주관한 국립극단 측에서 A씨에게 “원하는 것이 있느냐”라고 물었지만 A씨는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 뒤에 오동식씨의 공개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달받았지만, A씨에게 직접 하는 사과가 아니라 배우와 상주 스태프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연 중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등 ‘사과 아닌 사과’를 들었다고 A씨는 전했다. 심지어 A씨도 “연출가에게 불편함을 드렸다면 죄송하다”라고 사과해야 했다고 한다. 연극계에서 어떤 낙인이 찍힐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A씨에게 벌어진 일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 다음날 아침, 오동식씨와 같은 극단 소속이자 해당 공연에서 조명을 맡았던 조명 디자이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조명 디자이너는 A씨에게 “네가 잘못했으니 사과하라. 사과 안 하면 어떻게 될 줄 아느냐. 연극계에서 매장당하는 거 한순간이다”라고 말했다고 A씨는 전했다. 심지어 “선생님이 곧 문화부장관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연희단거리패가 스승으로 모시던 소속 극단의 연출가를 거론하는 협박도 들었다. 조명 디자이너가 언급한 선생님(연출가)은 이윤택 연출가로 추정된다. 또 A씨에게 전화한 조명 디자이너는 오동식씨의 폭로글에서 이윤택 연출가를 옹호했다고 나온 인물이다. A씨는 피해자인 자신이 왜 떳떳해하지 못하고, 협박전화를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A씨가 이 글을 준비하던 중 오동식씨가 폭로글을 올렸고, 그 전까지도 글 공개를 망설이던 A씨는 오동식씨의 글을 읽고 공개를 결심했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美 통상 압박 ‘결연한 대응’ 실질적 수단 있나

    미국이 수입철강 고율 관세 대상국의 하나로 한국을 검토하고 나선 데 맞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결연한 대응’을 정부에 주문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노골화한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에 더이상 수세적으로 맞섰다간 머지않아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선제 대응을 시도하려는 뜻으로 여겨진다. 문 대통령 지시를 전하며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고 덧붙인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은 “무역에 관한 한 한국은 동맹이 아니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한·미 양국 간 무역 전쟁의 막이 오른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이익을 내세워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들고 있고, 그 와중에 한국이 미국의 주요 표적이 된 상황에서 우리의 능동적 대응은 일견 마땅한 자세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연한 대응’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만 해도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수년이 걸려 실익이 없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도 양국이 FTA 재협상에 들어간 마당에 별다른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라는 맞불 역시 FTA 전면 파기를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사리 건드릴 카드가 아니다. 한마디로 결연하게 대응할 방도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주문은 구체적 행동계획을 담은 지침이라기보다 미국발 추가 압박을 저지하고 완화해 보고자 하는 상징적, 선언적 시도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안보와 통상은 결코 별개가 될 수 없다. 이번 미국의 철강 고관세 부과 움직임만 해도 주목표가 그들이 주적으로 삼고 있는 중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국으로 낙인찍혀 고관세 대상국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더더욱 안보와 직결돼 있다. 우리 앞뒤로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팔아 온 캐나다, 일본, 독일, 대만 등 미국의 전통 우방들이 죄다 고관세 대상국에서 빠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지난해 대미 흑자가 668억 달러로 우리(229억 달러)의 3배인 일본이 지금껏 미국발 무역 공세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상황을 눈여겨봐야 한다. 북핵 문제와 중국에 대한 미·일 양국 정부의 찰떡 공조가 배경임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통상은 통상만으로 풀 수 없으며, 통상 마찰은 안보 불안과 직결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다각도의 외교 채널을 동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신뢰를 보다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마땅한 방책도 없이 결연한 대응만 다짐해선 통상 압력을 줄이지 못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때 가서 정부가 그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손가락질만 한다면 결코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 실제상황이라고?, ‘슬랩스틱 코미디’ 선보인 두 강도

    실제상황이라고?, ‘슬랩스틱 코미디’ 선보인 두 강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두 명의 절도범이 벌인 아마추어 행각이 화제다. 지난 15일(현지시각) 공범이 던진 벽돌에 맞아 쓰러진 또 다른 공범. 이들의 미완성 ‘상점 습격 사건’을 데일리메일, METRO 등 여러 외신이 보도했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범죄자’로 이름을 만천하에 알린 이 두 절도범의 사연은 이렇다. 후드티를 입은 두 명의 남성이 얼굴을 모자로 가린채 어슬렁 어슬렁 한 상점 앞으로 걸어온다. 그들의 손엔 이미 벽돌이 들려져 있다. 앞에 있던 한 남성이 상점을 향해 벽돌을 힘차게 던지고 옆으로 빠지는 순간, 뒷쪽에 있던 남성이 던진 벽돌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는다. 그리고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놀란 남성이 쓰러진 남성을 깨워보려고 급히 다가간다. 강도의 신분에서 구급요원의 신분으로 바뀌는 웃지 못할 순간이다. 아무리 깨워보려 해도 이 남성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충격이 매우 컸던 모양이다. 모자를 벗기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것으로 영상은 마무리 된다.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보도에 따르면 벽돌에 맞은 이 남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나 ‘바보 같은 절도 행각’을 마치고 사라졌다고 한다. 중국 경찰은 상하이에서 있었던 이 어설픈 절도 영상을 배포했고 영상 속 주인공들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범죄자’로 낙인 찍혔다. 또한 49초 짜리 이 동영상은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져 수 천명이 넘는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상하이 공안부의 한 대변인은 “만일 모든 강도가 이들과 같다면, 우리는 초과 근무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영상=Salt/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장관의 책상] 생명을 살리기 위한 첫걸음/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장관의 책상] 생명을 살리기 위한 첫걸음/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죽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다. 특히 자살은 더욱 그렇다.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오랜 세월이 지나도 받아들여지지도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자살의 직접적 피해자는 사망자와 유가족이다. 생명을 잃은 당사자의 아픔이야 말할 것도 없고, 유가족도 슬픔과 상실감뿐 아니라 사회적 낙인에 의한 수치감 등에 시달린다. 2016년 서울대병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가족은 우울증(41.7%), 불면증(37.5%), 호흡곤란·두근거림(59.7%) 등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의 8.3배나 된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경제적 비용도 적지 않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살 사망자의 기대소득 손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연간 6조 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문제다. 정부는 2011년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한 이래 맹독성 농약에 대한 생산·판매 금지 조치,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발굴·상담 체계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1년 10만명당 31.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들어 2016년 25.6명으로 19.2% 줄었다. 그러나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자살률을 10만명당 17명까지 줄이는 것이 단기 목표다. 자살 원인과 추세 분석으로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일본, 핀란드 사례와 국내 지방자치단체 성공 사례를 참고했다. 관계 부처와 지자체, 전문가, 현장 실무자 의견을 수렴하고 자살 유가족 실태조사 결과, 심리부검 등을 통해 확보한 자살 시도자들 사례도 분석했다.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심층적이고 대대적인 자살 원인 분석이다. 경찰 수사 기록을 활용해 과거 5년간 발생한 자살자 7만명을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그간 확보할 수 없었던 읍·면·동 단위 자살 동향과 정확한 사망 지점별 자살 현황, 자살 사망자 주변인의 객관적 정보를 얻으면 지역별 자살 특성이나 집중 발생 지점 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지역사회 풀뿌리 조직을 중심으로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 100만명을 양성하고, 40·66세에 실시하던 국가건강검진 우울증 검진은 40세부터 매 10년마다 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향후 5년간 추가로 1455명의 상담 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다. 응급실에 온 자살 시도자에 대한 상담 지원을 확대하고 자살 유가족 자조모임과 심리 치료비에 대한 지원도 할 계획이다. 전담 조직인 ‘자살예방과’도 신설해 관련 정책을 집중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자살은 해결할 수 있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올해 업무보고에 참석한 유가족이 ‘자살 위험 신호를 미리 알았다면 아버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난다. ‘자살은 개인 문제이며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국민 모두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할 때다. 정부도 함께하겠다.
  • ‘미투’ 확산에도 침묵하는 교육계

    검찰 내 성추행 폭로 이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각계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교육계의 침묵이 유난히 길어지고 있다. 폭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영역에 비하면 가뭄에 콩 나듯 하다. 교육계에 깊이 뿌리내린 지연·학연 중심의 인간관계가 성폭력 피해 사실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막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중·고교 교사들은 사회 전반에 번진 미투 운동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대외적으로 폭로하는 것에는 대체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임용 13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박모씨는 “8년 전 술자리에서 여교사를 추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이 지금 한 초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 중”이라면서 “폭로해도 해결되지 않을 게 뻔한데 누가 용기를 내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상당수의 교사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참고 넘어가다 보니 가벼운 추행은 이제 별일 아닌 일로 학습돼 버린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16년차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두 차례 정도 성추행을 경험했지만, 신고하면 앞으로 교직 생활이 힘들어진다는 주변의 만류에 참고 넘겼다”면서 “어떤 여성 교사는 ‘여교사라면 다 그런 경험이 있으니 잘 피해 다녀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교사들 사이에 성폭력에 다소 둔감한 듯한 분위기가 만연한 것은 무엇보다 교대·사범대 인맥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학교 선후배 관계일 뿐만 아니라 부부 교사의 비중도 높아 가족 같은 분위기가 교육계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 고교 교사 홍모(33)씨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한다 해도 학부모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기피해야 할 교사’로 낙인이 찍히면 교사의 권위는 실추될 수밖에 없고, 그 꼬리표도 평생 따라다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6)씨는 “검사는 일을 그만둬도 변호사를 할 수 있지만 교사는 교단에서 떠나면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미투’ 폭로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 비위로 적발된 교사에게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또한 교사 사회 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제 식구 감싸기’ 관행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기자 사회에서도 #MeToo…터질 게 터졌다

    기자 사회에서도 #MeToo…터질 게 터졌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미투 캠페인이 이어지는 가운데 언론계에서도 한 기자가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적으로 고백했다.7일 언론계에 따르면 여기자 A씨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해시태그로 시작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저는 성추행·성희롱 피해자”라면서 “여성에게, 그중에서도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여성에게 사회는 잔인했다”고 적었다. A씨는 24살에 입사한 첫 직장에서 신입교육을 담당한 부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대부분의 회식 자리에서 내 옆에 앉았다. 어떤 날은 웃다가 허벅지를 만졌고, 어떤 날은 다리를 덮어놓은 겉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두번째 직장에서도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식을 마치고 (출입처인) 경찰서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 친하지 않은 한 남자 선배가 전화해서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했다”면서 “웃어넘기고 나니 그 다음 회식을 마치고는 아예 자기 집 방향 택시에 나를 욱여넣었다. 몹시 불쾌한 일이 이어졌고 나는 택시를 세워달라고 소리쳤다”고 적었다. A씨는 직장 밖에서 당한 성폭력 피해에 대해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26살 일을 하며 처음 사석에서 타사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말할 때마다 제 허리에 손을 감고 귓속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근하다 밤 늦은 시간 전화 취재를 하면 ‘지금 있는 곳으로 와야 알려주겠다는 경찰도, ’지금 5성급 호텔에 있으니 와서 목욕이나 하고 스트레스를 털라‘는 남성 취재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언론사 면접을 볼 때 “’성희롱을 감내할 수 있는가‘ 혹은 ’성희롱의 순간을 만들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따위의 의도를 가진 질문을 종종 받았다”면서 “이런 질문을 받는 상황이 어이없고 화가 났지만 태연한 척 답변했다”면서 “그렇게 ’나는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사회와 약속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되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대신 화장을 하지 않고 목소리를 더 굵게, 어투는 더 남자같게 하려고 애썼다”고 털어놨다. 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밝힌 A씨는 “그런 문화를 가진 사회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면서 “그러나 ’예술이 더 하면 더 했지 학계도 다를 게 없다‘라는 걱정과 조언에 뭐라 답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적었다. A씨는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미투에 동참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금 이렇게 힘들지만 앞으로는 정말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 이 모든 것이 결국 ’낙인‘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제 아픔을 고백하는 용기가 되었다”면서 “달걀로 바위치기일지 모르겠지만 제 고백이 단 한 분에게라도 ’이래서 여자를 뽑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겠구나‘라는 생각으로 귀결됐길 기도하며 잠든다”라고 적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든 순간 함께 했던 시라며 알프레드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의 시구를 적으며 글을 맺었다. A씨는 지난 2016년 B 일간지에 입사했다가 퇴사한 뒤 C 방송사에 재입사했다. A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B 일간지 D모 부장은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국정농단 공직백서’를 만들라/박찬구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국정농단 공직백서’를 만들라/박찬구 편집국 부국장

    한 조직에서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부조리의 무게는 얼마일까. 부패와 부도덕에 물든 집단에서 그 구성원의 양심과 상식은 어떻게 굴절되고 얼마나 비루해지는 것일까. 씁쓸한 단상이 잦아진다.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지는, 지난 권력과 그 추종자들의 민낯 앞에서다. 얼마나 많은 한때의 권세가들이 포토라인에 들어섰는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여전히 당당한, 때로는 억울해하는 표정과 몸짓들이 생경한 잔상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들이 마음대로 부리고 휘젓고 다녔던 공직 사회의 단면들이 오버랩된다. 부정과 불의 앞에 공직 내부의 방어기제는 왜 그리도 허술하게 무너진 것일까. 최고 엘리트 집단의 하나로 꼽히는 공무원 사회에서 말이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렇다고 한때의 낙인으로 치부한 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젠 위에서 시킨다고 무조건 따르면 안 되겠어요.” 국정농단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때 모 부처의 국장급 공직자가 동료들과의 사석에서 넉살 좋게 말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중앙 부처 가운데 하나다. 조직이 내부에서 썩어 갈 동안 일부 공직자들이 국정농단 세력에 적극적으로 부화뇌동하거나 적어도 침묵하며 순응했다는, 뒤늦은 고백에 다름 아니다. 모든 공직자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한두 사람에게만 국한된 일도 아닐 테다. 차라리 한직으로 밀려나고 바깥을 맴돌더라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냈다면 공직자로서 자긍심만큼은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잘나가는 선배와 동료들이 침묵하고 방조하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국정농단에 가담하면서 주변의 많은 공직자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이성적으로 따질 새 없이 순간순간 막다른 선택에 내몰렸다. 공복(公僕)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은 유린당하고 피폐해졌다. 그럴수록 일선의 공직 문화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비선과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업무와 정책의 선후가 바뀌고 조직 내 공정성이 훼손되면서 불통과 보신 행태, 성과 만능주의가 퍼져 나갔다. 중앙 부처의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익명을 요구하며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CCTV 속에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수직·권위의 소통 방식, 직장 내 괴롭힘과 소외, 희생양을 만드는 이지메 문화…’라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들이다. 권력과 실세를 좇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비뚤어지고 왜곡된 공직 사회의 그늘이다. 그렇게 공직이 헛도는 사이 낮은 곳의 이웃이나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외면당했다. 획일적인 등급 분류로 장애인에게 낙인을 찍는 장애인등급제는 지난해 12월에야 가까스로 ‘단계적 폐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행정편의에 치우친 제도를 바로잡기까지 장애인들은 5년 남짓 밤낮으로 광화문 지하도 농성장을 지켜야 했다. 세월호 비극 이후에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해 제천과 밀양 등 곳곳에서 인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촘촘한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기만 했어도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다. 물론 제대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기 위해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녹초가 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비를 들여 가며 힘든 이웃을 돌아보는 공직자도 한둘이 아니다. 공직 사회에 희망을 갖는다면 이들의 숨은 노력과 일상의 헌신 덕분일 테다. 하지만 일부 구성원의 선의만으로 공직 전반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국정농단 시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스템이 붕괴되고 그로 인해 무슨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이를 치유하고 예방하려면 어떤 실천 방안이 필요한지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국정농단 시기의 잘잘못을 담은 ‘공직백서’를 만들어 스스로 경계하며 후대에 뼈아픈 교훈으로 남겨야 마땅한 일이다. 공직박람회를 찾은 한 대학생은 당차게 말했다. “공직이 안정적이라 도전한다구요.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구무언, 초심을 돌아볼 때다. ckpark@seoul.co.kr
  • 세월호 등 키워드로 독립영화 지원 배제

    박근혜 정부가 영화진흥위원회를 도구로 용산·세월호 참사, 강정 제주해군기지를 비판적으로 다룬 독립영화 17개를 지원 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다른 문화예술 장르의 블랙리스트와 달리 독립영화의 경우 ‘특정 키워드’를 설정하고 이와 연관된 영화들이 지원 대상에 오르면 국가정보원이 사전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작동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민관 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는 2014~2016년 정부가 영진위의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과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 부문에서 정부·사회 비판적 독립영화들을 배제한 사례 27건(중복 작품 포함)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발표는 특검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부산국제영화제와 예술영화 지원 배제 등 8건 외에 새로 드러난 블랙리스트 사례로 더 많은 블랙리스트의 존재 가능성도 시사한다.  정부가 ‘문제 영화’로 낙인찍기 위해 선정한 키워드는 정부·공권력·정치 비판(좌파적 성향) 한진중공업, 밀양송전탑, 용산·세월호 참사, 강정해군기지(시국사건) 위안부, 재일조선인(역사) 대북, 간첩, 국가보안법(북한 연관성) 시네마 달 등 블랙리스트 단체 연관성 등으로 드러났다. 작품으로는 용산 참사를 다룬 ‘두개의 문2’, 강정 해군기지가 소재인 ‘구럼비 바람이 분다’, 국가보안법을 영상으로 풀어낸 ‘불안한 외출’, ‘자백’ 등이다.  블랙리스트 가동 경로는 청와대→문체부→영진위→국정원·문체부였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는 영진위 측에 ‘국정원 스크린 여부’를 점검했으며, 국정원은 문체부의 최종 대처를 확인하는 등 정부 기관끼리 사전 논의한 정황도 확인됐다. 아울러 국정원에 의해 개봉 차단 조치가 이뤄진 작품 중에는 박 전 대통령 비하 영화로 분류된 ‘철의 여인’(2013년 4월)과 청와대 비판 영화 ‘자가당착’(2015년 1월) 등이 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블랙리스트가 가동됐다면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1987’도 여러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며 “현재 영화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적용 부분과 상업영화의 투자배급과 연관된 모태펀드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벗은 몸’ 낙인 작가 여성 넘어 인간 해방 꿈꾸다

    ‘벗은 몸’ 낙인 작가 여성 넘어 인간 해방 꿈꾸다

    # 1968년 5월 30일 서울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는 미술계에 오래 각인될 장면이 연출됐다.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한 여성이 등장한다. 남자들이 칼로 그의 옷을 찢고 상반신에 투명한 풍선을 붙여댄다. 그리고 풍선을 터뜨리자 여성의 상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로 기록된 ‘투명 풍선과 누드’다. # 1969년 앳되지만 단단한 표정을 지닌 한 여성이 대형 목화솜 뭉치의 한가운데를 쇠파이프로 눌러놓은 설치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불, 옷 등 여성의 자리에서 자주 쓰이던 폭신하고 부드러운 솜을 차갑고 날카로운 성정을 지닌 철이 묵직하게 억누른다. 제목 역시 ‘억누르다’. 솜과 철이라는 단 두 가지의 상반된 재료로 남성중심적 사회에 짓눌린 여성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주체성을 영리하게 은유했다.두 작품은 지난해 위암으로 갑작스레 타계한 한국 전위예술 1세대 작가 정강자(1942~2017)가 빚어낸 것이다. 1960~1970년대 ‘억압의 시대’, 여성을 넘어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꿈꿨던 그의 작업은 현재 우리 시대의 요구와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하지만 ‘벗는 예술론’이라는 당시 한 신문 기사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업은 ‘선정적’, ‘퇴폐적’이라는 주홍글씨에 갇혀 왜곡되고 저평가됐다. 여성의 몸을 당당하게 앞세우며 사회적 편견과 싸워 나갔던 정강자의 외롭지만 견고했던 50년 화업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관과 천안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전시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에서다.서울관에서는 ‘명동’, ‘사하라’, ‘환생’, ‘한복의 모뉴먼트’ 등 그의 시대별 대표작 11점이 나왔다. 1969년 제작됐지만 현재는 원본이 남아 있지 않은 ‘억누르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재현한 것으로 감상할 수 있다. 천안관은 작가가 투병 중에도 고통을 딛고 창작열을 빛낸 최근작과 아카이브 자료 등 60여점으로 꾸며졌다. 아라리오갤러리 전지영 큐레이터는 “그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였지만 실험미술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지 못하고 여성의 신체를 차용한 작업에 대해 던지는 선정적인 시각을 감내해야 하는 등 이중 소외에 시달렸던 작가”라며 “타계 후 처음 열리는 이번 회고전은 한 시대를 증언할 뿐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 육체를 초월하게 하는 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관 전시는 2월 25일까지. 천안관 전시는 5월 6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달리는 폭탄’ 고령 운전자 막아라…골머리 앓는 ‘노인 왕국’

    [글로벌 인사이트] ‘달리는 폭탄’ 고령 운전자 막아라…골머리 앓는 ‘노인 왕국’

    노인 왕국 일본에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새해 들어 잇따르면서, “(고령자 운전에 대해) 강력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9일 군마현 마에바시시에서 85세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여고생 두 명을 들이받아 중태에 빠뜨렸다. 이 노인은 도로 옆을 달리던 자전거를 친 뒤 주택 벽에 부딪히고는 또 다른 자전거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는 “정신을 차려 보니 사고가 나 있었다”고 말했다고 NHK 등이 전했다. 경찰은 이 노인이 운전 중에 졸음운전을 했거나, 판단 및 대처 능력이 떨어져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틀 뒤인 지난달 11일에는 오사카부 후지이데라시에서 고령 노인이 한 살짜리 여자아이를 치어 두개골 골절상과 급성경막하출혈 등의 중상을 입혔다. 사고 후 달아난 용의자는 91살 고령 노인이었다. 구로오카 아키라라는 이 노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친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의 면허는 2012년 4월 실효돼 무면허 상태였다.  일본에서 고령자 운전과 사고가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고령 운전자 가족들과 피해자들은 물론 사회 전체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2016년 1년 동안 7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사망 사고는 459건으로 전체 사망 사고의 13.5%였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했다. 사망자 총수는 3694명으로 1948년 이후 가장 적었지만, 노인들의 교통사고 사망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11% 포인트 정도 오르는 등 계속 상승하고 있다. 나이 들수록 인지, 판단, 조작 등에서 반응이 늦어서 심각한 사고 발생이 쉬운 까닭이다. 고속도로에서 고령자가 역주행하는 사례마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면허 보유자 10만명당 연령별 사망 사고 건수는 75세 이상이 8.9건으로, 단연 가장 많았다. 75세 미만의 사망 사고(3.8건)에 비해 2배를 넘었다는 사실도 고령 운전의 위험성을 보여 준다. 16~24세(7.2건)가 뒤를 이었고, 그다음은 70~74세(4.5건)였다. 준(準)고령자 격인 65~69세의 사망 사고 건수는 3.8건으로 25~29세와 같았다. 반면 30~39세(3.2건)의 사망 사고 건수가 가장 적었다.  급속한 고령화 속에 고령 운전 면허소지자들의 비율도 훌쩍 커졌다. 2010년 350만명 선이던 75세 이상의 고령 운전 면허소지자는 2016년 500만명 선을 넘어섰다. 경찰청은 2020년에는 600만명대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고령 드라이버들의 운전을 제한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2년 전인 2016년 12월 고령 운전자의 운전 사고에 딸을 잃은 사이타마시의 이나가키 에미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자들의 운전 면허 반납 확대 등 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나가키는 “사고로 잃어버린 목숨은 아무리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자동차가 달리는 흉기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15살이던 딸 세이나는 80세 고령자가 몰던 승용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고령 운전자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 패달(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이나가키는 “딸이 숨진 지 만 2년이 지났지만, 심각한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들이 잇따라 일어나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나가키는 숨진 딸의 친구들과 주변의 협조를 얻어 고령 드라이버의 적성 검사를 강화하고, 운전 면허증 갱신 기간을 축소하는 한편 정부가 고령 운전자들의 택시 이용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령 운전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고는 오히려 느는 까닭 중 하나는 노인 면허소지자가 느는 가운데 이들이 면허 반납 등 운전 그만두기를 거부하는 탓도 있다. NHK 웹사이트는 지난달 16일 이와 관련, 일부 가족들의 경험담을 전했다. 고령 운전자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나이가 들어 운전하기 어렵고, 위험하니 그만둬야 한다”는 권유에 자존심이 상해 오히려 운전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은 운전을 잘한다”, “나를 운전도 못하는 늙은이로 취급하냐”는 등의 격앙된 태도를 보이며, 주변의 면허 반납 권유를 거절한다. 노인들에게는 운전이 유일한 낙인 경우도 많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중소 도시나 농촌의 경우는 이동과 쇼핑 등 생존을 위한 도구여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교통심리전문가인 마쓰우라 즈네오 지센여대 교수는 아사히신문 등과의 인터뷰에서 “고령 운전자들이 위험대상물 인지능력 등 운전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안전 대책의 첫발”이라며 “가족과 주변에서 이를 솔직하게 알려주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교수는 이들에게 고령운전자가 모는 차량의 영상을 보여주고, 야간 및 비가 올 때는 운전을 못 하게 하는 ‘운전제한’, 후속 차량과의 거리 확보 등을 엄수하는 ‘피난 운전’, 운전 중 라디오나 휴대전화를 끄는 ‘집중 운전’ 등을 생활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인 렌케 가즈미 데추카야마대 교수의 ‘운전자 능력의 자기 평가에 대한 연구결과’에서도 고령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운전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커졌고, 반면 지도원(전문가)들의 평가는 떨어졌다.  렌케 교수의 연구에서 30~55세의 중년층은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객관적 수치보다 낮게 평가했다. 자신의 운전 능력을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55~65세 연령대부터는 스스로의 운전 능력을 오히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커졌다.  고령 운전의 문제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도로교통법을 고쳐 75세 이상의 운전자는 신호 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치매 등 인지기능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시야 검사 강화 방안도 시범 도입했다. 치매 증후가 보이면 의사의 정밀 진단도 받아야 한다. 경찰청은 “80세의 초고령 운전자 등에 대해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이 없더라도 면허를 갱신할 때는 실제로 차를 몰게 해 운전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하는 방안 등도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경찰청은 고령 드라이버들이 운전하는 시간과 장소, 차종 등을 제한하는 ‘한정 면허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75세가 넘는 고령 운전자에 대해서는 자동 브레이크 등을 탑재한 ‘안전 운전 지원차량’에 한해서만 면허를 인정하는 식이다. 인지능력과 신체기능이 뚝 떨어진 고령자 드라이버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 장비가 장착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본 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인 아라이 헤이이 준텐도대 교수는 “75세 이상이 되면 운전 면허를 취득했을 때처럼 학과 시험과 실기 시험을 꼭 치르도록 의무화해서 고령 운전자 스스로 운전을 그만둘 납득할 만한 객관적 준거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라이 이사장은 면허 반납 후 고령자들에게 택시권 및 교통 패스 등을 제공하는 정부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홍준표, ‘꼰대’라는 지적에 문재인 대통령 걸고넘어져

    홍준표, ‘꼰대’라는 지적에 문재인 대통령 걸고넘어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꼰대당’ 이미지를 해명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걸고넘어졌다.홍준표 대표는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 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자유한국당에 꼰대 이미지가 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낙인찍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반박으로 “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호적으로 한 살 밑”이라면서 “하지만 나에게는 ‘꼰대’라 하고, 문 대통령은 ‘꼰대’라고 안 부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적상 출생년도는 홍준표 대표가 1954년생, 문재인 대통령이 1953년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과 자유한국당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기 위해 짠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에게 ‘꼰대’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내가 말을 빙빙 안 돌린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기자에게도 ‘그것을 질문이라고 하느냐’고 야단친다”면서 “아버지가 야단치듯 하는 것을 보고 ‘꼰대’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꼰대’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정치를 희망하는 흙수저 청년들이 다른 야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에 와야 하는 이유로 ‘선거 비용 보전’을 들었다. 홍준표 대표는 일정 득표율(15%) 이상이면 선거 비용을 보전해주는 선거공영제를 언급하면서 “적어도 자유한국당에서 출마하면 호남을 빼고 15% 이상 득표한다”면서 “안철수당이나 다른 당에 가면 5%도 못 받을 수 있다. 여러분들이 돈 없이 정치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는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다른 것은 다 싫어해도 이 분이 돈 없이도 선거할 수 있는 정치 환경과 법을 만든 것은 높이 산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균미 칼럼] 공무원을 춤추게 하라

    [김균미 칼럼] 공무원을 춤추게 하라

    요즘처럼 공무원 하기 힘든 때도 없었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이번에는 심지어 적폐 대상으로까지 몰려 어디 가서 공무원 명함 내밀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부모님이 공무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아이들이 쭈뼛거리기라도 하면 큰 죄인이 된 것 같다는 이도 있다.소신도 철학도 없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판이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근래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남 탓하기 앞서 먼저 자성이 필요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연일 고위 공직자들을 질타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으면, 오죽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았으면 저럴까 싶어 공감이 간다. 지난해 8월 취임 후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6개월 만에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정색하고 비판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청했을 만큼 일자리 문제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는데도 청년실업률을 비롯해 고용지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청년일자리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런 의지를 공유하는지 의문”이라고 장관들을 질타했다. 이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공무원이 혁신 주체가 되지 못하면 혁신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공직사회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장·차관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 대통령의 각료들에 대한 발언 수위가 강경해진 것은 구상대로 국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어 직접 공직사회 기장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은 공무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놓는 정책마다 엇박자에,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대충 꼽아도 가상화폐와 유치원 영어교육 폐지,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을 둘러싼 부처 혼선 등 수두룩하다. 앞서 수능 등 대입제도 종합 개선대책을 발표하려다 반대 여론에 결국 발표를 1년 늦춰 학생들 부담만 커진 것도 아직 생생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기금 문제도 그렇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확정된 게 지난해 7월이고, 9월에 정부의 지원 대책이 발표됐다. 소상공인과 영세한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확정하기 전에 지원 대상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설문조사라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장관들이 띠를 두르고 길거리 전단 홍보에 나서거나 공무원들에게 신청서를 들고 길거리로 나가라는 촌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국·실장과 장·차관 선에서 걸러지지 않고 확정되는 현 시스템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는 보수 정부 10년 동안 공직사회가 많이 ‘망가졌다’는,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 보인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실제로 적폐가 확인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공직사회 전체를 도매금으로 적폐·개혁 대상, 부역자로 낙인찍는 것은 문제이다. 갑갑하다고 대통령이 모든 일을 일일이 챙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럴 거면 총리와 부총리, 장관들은 왜 뒀나. 경제·사회관계장관회의는 왜 하나. 장·차관은 으스대라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들을 입안하고 책임지고 시행하라는 자리다. 대외 소통 못지않게 부처 내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장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뛴다고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인턴사원도 다 안다. ‘책임 행정’과 ‘신상필벌’만 제대로 지켜져도 공직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 무턱대고 드라이브만 거는 게 리더십은 아니다. 공무원들이 먼저 바뀌어야겠지만 청산해야 할 적폐 대상으로 보는데 무슨 의욕이 생겨 일을 하겠나. 공무원들이 춤추게 하라. kmkim@seoul.co.kr
  • 형기 마친 뒤에도 감방생활… 84人의 ‘끝나지 않는 형벌’

    형기 마친 뒤에도 감방생활… 84人의 ‘끝나지 않는 형벌’

    ‘재범 우려 명목’ 최대 7년 감호 2005년 법 폐지 전 처분은 유지“전 징역 다 살았습니다. 제발 저를 여기서 꺼내 주십시오.” 지난 24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제3교도소(옛 청송감호소)에서 만난 김영하(가명)씨는 교도관들의 눈치를 살피다 슬쩍 이런 얘길 꺼냈다. 죄수번호가 붙은 연갈색의 죄수복을 입고 조용히 비닐장갑 포장을 하던 수용자 10여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며 번뜩이는 눈빛을 보였다. 이들은 재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형을 마치고도 일정 기간 더 교도소에 갇혀 있는 ‘피보호감호자’들이었다. 김씨는 선고받은 징역 기간에 더해 6년 1개월을 더 살고 있다고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진작 해결됐어야 하는 일인데 아직도 여기 남게 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시민단체 인권연대가 회원 21명과 함께 법무부의 협조로 경북북부제3교도소를 견학하러 간 자리에서다. 보호감호제도는 범죄자로부터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해 판결받은 징역 기간에 감호 기간을 추가로 부여하는 제도로, 형이 끝난 이후 최대 7년까지 교도소에 더 둘 수 있다. 이 제도의 근간이 되는 ‘사회보호법’은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삼청교육대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이중처벌과 인권유린을 허용하는 ‘반인권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전면 폐지됐다. 그러나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보호감호제도는 기형적인 형태로 여전히 남아 있다. ‘법 폐지 전 처분받은 이들은 집행을 계속한다’는 폐지 부칙 2조로 인해 아직 교도소에 갇혀 있는 피보호감호자들이 있어서다. 이들은 2009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부칙 2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보호감호는 형벌과 목적이 다른 사회보호적 처분이고, 그 집행상의 문제점은 집행의 개선으로 해소될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피보호감호자 24명은 임시출소 기회 확대와 전자발찌 부착 탄력 적용, 보호관찰기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최대 9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범죄자라는 낙인 탓인지 금세 기억에서 잊혀졌다. 헌재는 보호감호가 형벌과는 다르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징역살이를 하는 교도소와 피보호감호자를 수용하는 시설이 분리돼야 옳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이들을 별도로 수용하는 시설이 없는 상태다. 교도소 내 생활 층이 분리돼 있지만 어차피 ‘한집’에 산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인권연대 견학단은 수용 시설과 작업장 등을 견학하며 이른바 ‘감방생활’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교도소 내부는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달랐다. 방은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좁았다. 방 한가운데엔 세면대가 있었고 한쪽 구석 시멘트로 된 공간에는 옛 일본식 대변기가 있었다. 3.5평의 방엔 5명이 배정되며 수용자들은 서로 등이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옆으로 누워 ‘칼잠’을 잔다고 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먹고, 싸고, 씻고, 자는 게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탈옥 가능성에 대비해 자는 동안 감방 밖 복도의 불도 환하게 켜 놓는다고 했다. 음식이 들어오는 일명 ‘개구멍’도 보였다. 화이트보드에는 ‘90도 굴절인사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수용자 사이에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1월 피보호감호자는 26명으로 경북북부제3교도소에 12명, 천안교도소에 14명이 수감돼 있다. 징역형 이후 보호감호 집행이 예정된 사람은 58명이다. 이들 84명이 보호감호를 마치면 비로소 감호제도가 사라지게 된다. 청송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사설] 공공기관 열에 여덟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니

    어제 발표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합동조사 결과는 참담하다. 1190개 공공기관, 지방공공기관, 기타 공직유관단체 중 946개 기관에서 4788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전체 기관의 80%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게 나라냐”, “헬조선”이라는 자조와 탄식이 나오지 않는 것이 되레 이상한 일이다. 부정청탁·지시 및 서류조작 등 명백하게 채용비리 혐의가 확인된 109건을 수사 의뢰하고 255건은 징계를 요구한 정부의 조치는 당연하다. 채용비리가 적발되지 않은 기관이 전체 공공기관의 불과 2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국민적 분노와 충격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재 수사 의뢰 또는 징계 대상에 포함된 공공기관 현직 임직원만 무려 197명에 이른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이들을 즉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비리에 연루된 8개 공공기관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고 있다. 나머지 현직 직원 189명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검찰이 기소하면 즉시 퇴출시키기로 했다. 채용비리를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이번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행태를 보면 요지경이 따로 없다.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한 과정은 흡사 ‘공작’ 수준에 가깝다. 당초 기준과 다른 채용 공고문을 내고, 서류 전형에서 합격 배수를 조정하고, 면접 위원을 내부위원으로만 편성해 ‘맞춤형’ 관리를 함으로써 특정인을 합격시켰다. 심지어 채용시험에 응하지 않은 이에게 면접 기회를 주고, 자격이 안 되는 유력 인사의 자녀를 채용하기도 하고, 인사위원회에서 특정인 채용이 부결되자 고위 인사 지시로 위원회를 다시 열어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만들었다. 채용 비리 작업과 절차는 이처럼 은밀하고도 치밀했고, 탈락 위기에 처하면 구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런 열정으로 공공기관이 맡은 일을 제대로 했다면 공공개혁은 일찌감치 성공하고도 남았을 터다. 공공기관은 보수도 좋고 복지 헤택도 많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청년들에게 배신과 좌절감을 주는 채용비리는 그들에게 단순히 기회를 뺏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꺾는 것이나 다름없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이들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반사회적 범죄자로 낙인찍어야 할 이유다. 건강한 사회, 신뢰 사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이라고 질타한 것도 그래서다. 정부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부정 합격자가 기소될 경우 즉시 퇴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공공기관이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무관용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채용비리 처벌과 대책이 말잔치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 엄정한 잣대로 수사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도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이상돈 “안철수·유승민 영호남 배신자들의 화합” 힐난

    이상돈 “안철수·유승민 영호남 배신자들의 화합” 힐난

    국민의당 반통합파인 이상돈 의원이 29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영호남 화합’이 아닌 ‘영호남 배신자의 화합’이라고 직설했다.이 의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처음에는 화개장터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만나 ‘동서 화합’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유 대표는 TK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있고, 안 대표는 호남을 배신이 아니라 욕을 보인 사람으로 돼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안 대표가 호남정치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정치하고 있다”며 “그런 무리수를 둔 데는 보수로 옮기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주변 측근들의 꼬득임과 정치 컨설턴트의 아이디어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례대표의원 출당문제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형식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겠지만, 대놓고 민평당에서 활동하는 것도 우스워 심정적인 무소속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의 통합당에 가는 지역구 의원은 별로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개중에는 거기서 이탈,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의원이 더러 있다”며 “결국 순수하게 안 대표와 함께 할 지역구 의원 수는 다섯 손가락도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投書’… 무고로 덧씌운 누명

    [커버스토리] ‘投書’… 무고로 덧씌운 누명

    심평강(61) 전 전북도 소방안전본부장은 6년째 국가 권력과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2012년 3월 당시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의 지역차별적 부당 인사, 승진 관련 금품요구·향응수수 등 각종 비리 사실을 국회와 감사원 등에 투서했다. 그러나 심 전 본부장은 공익 제보자로 보호받지 못했다. 되려 ‘성실의무 위반과 복무자세 위반’ 등의 사유로 그 해 12월 27일 직위 해제됐다. 이어 2013년에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방감 승진 탈락에 불만을 품고 허위 사실로 이 청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적용됐다.법원은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모두 심 전 본부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고소 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무고의 누명’을 벗은 그는 복직을 요구했다. 국민권익위도 심 전 본부장에 대한 해임 취소를 요구했다. 반면 당시 이 청장은 권익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복직 여부가 걸린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2014년 2월 대법원에 접수된 이 사안이 4년이 다 되도록 장기 계류되는 동안 심 전 본부장은 지난해 6월 30일 정년을 맞았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공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조직의 쓴 맛’을 제대로 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겪은 피해는 형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명예 실추는 물론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며 받은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심 전 본부장은 “제가 받은 불이익과 투쟁 과정은 억울한 공직자들이 겪는 적폐를 보여준 종합판”이라며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 공직자 ‘유죄추정주의 ’로 보는 수사ㆍ감사 기관 성실한 공직자들이 국가 권력의 희생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공복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이 국가기관인 검·경의 수사로 구속돼 옥살이까지 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허위 진정·투서로 수사나 감사 대상에 올라 비리 공직자라는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자신은 사명감으로 직무를 수행했으나 본의 아니게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무혐의나 무죄로 판명되지만 과정이 고통스럽다. 공직자들이 “빈 총도 아니 맞은 만 못하다”며 탄식하는 이유다. 수사나 감사기관에서 모든 공직자들을 ‘유죄추정주의’에 입각해 바라보는 것도 불만이다. 실제로 뇌물 범죄의 경우 검찰에 접수된 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소율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는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리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찰에 접수된 공무원 뇌물의심 범죄는 2013년 452건, 2014년 598건, 2015년 538건, 2016년 808건, 지난해 상반기 344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기소율은 2013년 44.7%, 2014년 44.7%, 2015년 36.3%, 2016년 23.2%, 지난해 33.9% 등으로 낮아졌다. 불기소 이유는 ‘혐의 없음’이 가장 많다. 2016년에는 123건, 지난해 상반기에는 62건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됐다. 이에 대해 검찰의 ‘공무원 감싸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역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결백을 인정받는 공직자가 적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피조사자 ’ 신분만으로 상사ㆍ동료 돌아서기도 일단 수사기관에 소환된 공무원들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처절한 투쟁을 해야 한다. 더구나 무리한 수사로 본인과 가족은 물론 조직까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지만 가해자 입장인 검·경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전북도 관계자는 “공무원이 공정하게 일처리를 해도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언제 어떤 형태로 먹구름이 덮칠지 모른다”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국가와 조직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공직자가 피조사자로 신분이 전환되면 내외부로부터 단절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은 등을 돌린다. 사실이 아닐 경우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라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차가운 시선과 함께 혹시라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거리를 두는 게 일반적이이다. 승진, 영전 등에서 경합을 벌이거나 관계가 나쁜 경우에는 오히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있겠느냐”며 매도하는 일도 있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공무원들은 목숨을 내놓고 결백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성추행 혐의로 전북도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부안군 상서중학교 송경진 교사는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선출 단체장 단골 수사 대상… “정치적 흠집 내기” 선거로 선출된 단체장들도 마구잡이 수사나 감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선출직일수록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 각별히 몸조심을 하지만 애꿎게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해 전북경찰청의 수사로 곤욕을 치렀다. 정 시장은 지난해 1월부터 7개월여에 걸쳐 ‘뇌물수수 및 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정 시장은 익산시 간부 공무원과 공모해 관내 기업인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1억원을 달라고 강요하고 1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정 시장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청렴 이미지’를 내세웠던 정 시장은 정치적으로 흠집이 났다. 정 시장은 경찰 수사로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와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 수사는 국회 의 질타를 받았다. 국감장에서 차기 익산시장 선거에 출마 예정인 경찰서장 출신 모 인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정 시장을 흠집 내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 던지고 보는 악성 민원ㆍ진정도 책임은 결국 공무원 공무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진정 사건이다. 민원인들은 진정서를 아무리 많이 제출해도 무고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철저히 조사해서 혐의가 있으면 무겁게 처벌해 주십시오’로 맺는 각종 진정은 무고로 드러나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악성 민원과 진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유다. 각급 기관 홈페이지에 인터넷으로 올리는 진정은 외부로 공개되고 당사자가 아니면 내릴 수도 없어 공무원들은 민원 홍수에 시달릴 수 있다. 진정 민원은 일정 처리기간 이내에 그 결과를 통보해 줘야 하는 의무까지 있다. 이를 소홀히 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지 못하면 곧바로 관계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진정으로 이어져 공무원들은 고유 업무보다 민원 처리에 탈진할 수도 있다는 원성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악성 고질 민원은 그 목적이 음해하기 위한 것이거나 업무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을 경우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허위 진정·투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성범죄 누명 벗어도 품위손상으로 파면까지 공직자들이 검·경 수사의 칼날을 피했다고 징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명시된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라는 엄청난 족쇄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법은 ‘공무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은 다른 징계유형과 달리 구체적이지 못하고 그 임의성과 모호성으로 인해 공무원 징계에 남발해 적용되고 있다. 전북도의 A사무관은 2017년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그는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돼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아 성범죄자라는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됐다.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공무원 징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고 공직사회에서 퇴출됐다. 품위유지의무가 공무원들을 징계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6년 국가공무원 징계 사유에서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전체 징계자 3015명 가운데 67.3%인 2032명이다. 지방직 공무원도 전체 징계자 2326명 가운데 62% 1441명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조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이 규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현되기는 난망하다는 견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평창패럴림픽 준비하는 북한 스키 선수 둘 “지난달 처음 타봤다”

    평창패럴림픽 준비하는 북한 스키 선수 둘 “지난달 처음 타봤다”

    북한이 오는 3월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사상 처음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영국 BBC가 독일 오베리드에서 21일 막을 올리는 패러 노르딕스키 월드컵에 참가하는 북한 장애인 스키 선수 2명을 19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방송은 마유철(27)과 김정현(19)이 좌식 스키에 앉아 크로스컨트리 스키 출전을 준비하는 모습과 인터뷰를 상세히 보여줬다. 딱딱한 슬로프에 폴을 찍어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유철은 영락 없는 프로 선수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지난달 처음 스키를 타봤다. 전에는 장애인 탁구 선수로 활약했다. 4년 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고 2013년에는 북한에서 개최한 아시아유스 패러게임스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그는 “스포츠는 정말 도움이 된다. 신체 장애를 갖게 되면 가장 힘든 것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인데 자꾸 훈련하고 극복하고 훈련하고 극복하면서 자신감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올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을 올려 평창동계패럴림픽 진출권을 따겠다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안되면 와일드 카드(특별 출전권)를 얻어내겠다고 했다. 김정현 역시 이번 대회가 첫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그는 “금메달을 따고 싶고 우리 조국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장애인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왔지만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제연합(UN) 특별보고관인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귈라는 북한을 다녀온 뒤 많은 진전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스포츠와 예술 분야에서 장애인들의 삶을 의미있게 개선시키는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장애인보호연맹(KFPD)의 고위 간부인 장국현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전에는 도움이 필요한 보호 대상으로만 여겼는데 지금은 그들을 고무시키고 확신을 주려고 노력한다. 스키를 타고 싶다고 말하면 이제 그들에게 등을 토닥거리며 ‘널 믿는다’고 말해준다.” 2005년 이후 북한의 장애인 선수들을 돕는 비정부 기구(NGO) 킨슬러 재단의 수 킨슬러는 “스키를 배운 지 얼마 안됐는데 저렇게 빨리 잘 타니 감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홍역을 앓아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딸 때문에 고립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40년 가까이 장애인들을 도왔지만 여전히 편견과 대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아와 장애인을 돕는 사람인데도 내가 북한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이유 만으로 늘 공산주의자란 낙인이 따라붙는다.” 북한의 핵 무장과 탄도미사일 실험 때문에 국제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장국현씨는 제재 때문에 어려움이 닥친 장애인과 노인들을 도울 길을 조국이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는 이들 취약한 계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비영리 단체와 시민사회 조직들과 소통할 통로가 완전히 막히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0월 또다른 UN 특별 보고관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는 의료 장비와 휠체어처럼 장애인에게 필수적인 장비도 제재 때문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상= BBC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얻어맞더라도…사회적 약자 위해 링 위에 서다

    얻어맞더라도…사회적 약자 위해 링 위에 서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보면서 ‘링 위에서 끝끝내 버텨서 쓴 글이구나’ 했어요. 링에 올라가 줄곧 두드려 맞으면서도 내려오지 않은 거죠.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지’, ‘어떻게 감히 링 위에 올라갈 용기를 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아픔을 분투하듯 끝까지 파고든 소설을 이야기하며 젊은 학자는 감탄했다. 약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살핀다는 동질감 때문일 터다. 다른 게 있다면 그의 ‘링 위에서의 싸움’에서는 약자들이 어떤 사회적 원인 때문에 아픈지 증명하는 데이터가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이다. 사회적 폭력과 차별, 혐오, 고립 등이 해고 노동자, 참사 피해자, 성적 소수자,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 등의 몸에 상처와 질병을 새겨넣었음을 드러내고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그의 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펴낸 첫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으로 지난해 연말 여러 언론사, 출판계 안팎의 단체에서 ‘올해의 저자’로 뽑힌 사회역학자 김승섭(39)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다. 개인의 질병에 사회의 책임을 묻는 그의 저술은 자연스레 인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며 한국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 공동체인지 민낯을 보여 주며 자성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역학이라는 국내에선 생경한 분야를 다룬 과학서로는 이례적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현재까지 8쇄, 2만 3000부를 찍었다. 저자도 반응을 체감하고 있을까. “환호해 줄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제 일상은 똑같아요. 외부 강연, 방송 출연도 다 거절하고 있고요. 학교에서는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하고 집에서는 아이들 돌보느라(그는 세 딸을 둔 아빠다) 바쁘니 달라질 게 없죠. 다만 제가 해 온 일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크게 격려받는 기분이에요.” ●산재 피해자들에 감명 ‘사회역학’ 입문 얼마 전 찾아간 고려대 과학관에 있는 김 교수의 연구실 책상 위 벽엔 ‘매일 두 시간 읽기’라는 결심이 써 붙여져 있었다. “하루라도 공부를 안 하면 티가 난다”는 그는 연구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끼려 사람 많은 자리엔 거의 나가지 않고 밥도 혼자 먹는다. 아침에 샌드위치 두 개를 사 연구실에서 두 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명문대 의대생이었던 그가 안락한 미래와 연결된 의사 대신, 박사학위 수여자가 나온 지 10여년밖에 안 된 신생 학문인 ‘사회역학’(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을 공부하는 학자가 된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 특별히 정의롭지도 용감하지도 않던 내가 어쩌다가 지금처럼 사람에 대한 꿈을 꾸고 이렇게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을까’란 자문자답에서 그는 의대 본과 1학년 겨울방학을 떠올린다. 산업재해를 당한 이들이 모인 사무실에서 한 달간 상근 자원봉사자로 일했을 때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기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려 했을 때 알아챘다. 손가락 열 개가 온전히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걸. 하지만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유쾌함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처 가지고 살아 갈 수 있는 환경 필요 ‘함께 아파할 수 있는 감수성’을 평생 간직하려는 꿈은 약자에게 아픔과 고통을 가하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학문에 몸담는 것으로 이어졌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목차에 열거된 그의 연구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사망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성적 소수자 등 어김없이 한국사회의 가장 아픈 현장 한가운데에 있다. 상처, 질병을 낳은 ‘원인의 원인’을 캐내기 위해 피해자, 소수자들이 가장 힘겨워할 질문을 던져야 한다. 때문에 그 역시 울기도 하고 괴로울 때도 많다고. 하지만 김 교수는 “나도 가능하면 평안하고 싶지만 내게 다가오는 고통들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며 “얻어맞는다 해도 내가 선택한 링 위에서 싸우니 좋은 인생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책에서 김 교수는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부담을 떠넘기는 한국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해결과 치유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세월호 얘기를 꺼내면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어요. ‘지겹다’고 말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지적했듯 무력감이 자리해 있어요. 마음은 아픈데 지난 몇 년간 사회적 분위기나 대응은 그 상처를 점점 깊어지게 하는 방향으로 몰고 갔으니까요. 그러지 않았다면 ‘세월호’가 누구도 입에 올리기 불편해하는 이름은 안 됐을 거예요.” 세월호 이후에도 사회구조적 폭력으로 인한 아픔은 되풀이됐다. 그는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피해자 목소리’를 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정책 입안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은 아무리 짐작해도 상처의 본질을 잘 몰라요. 하지만 많은 국가기관의 관련 보고서들은 자신들의 지원에 대한 성과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쓰죠. 처절한 실패나 아픔의 이야기가 안 나오니 그동안에는 참사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도 부재했고요.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도 어려웠어요. 쌍용차 해고노동자 사태 사례만 해도 그토록 많이 죽고 아파했던 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목소리에서 배우지 못하면 한국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할 때 한 걸음도 떼지 못합니다.” ●고용불안 탓 인권 말도 못 꺼내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올바르게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모든 공동체와 개인은 어려움과 상처를 겪어요. 트라우마는 없어지거나 완전히 치유되지도 않죠. 상처를 가지고 살 수 있게 되는 것, 숨 쉴 수 있게 되는 것뿐이에요. 때문에 그 상처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중요해요. 2011년 노르웨이 우토야섬 테러 사건이 났을 때 노르웨이 총리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이 폭력에 대해 더 나은 민주주의로, 더 나은 인간성으로 복수하겠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참사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겠구나, 각성이 들었죠. 우리도 이 문장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어요.” 우토야섬 테러는 2011년 극우주의자인 안데르스 브레이비크가 당시 이 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소년 정치캠프에 참여한 참가자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7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를 빚어내기 위한 그의 연구는 계속된다. 김 교수의 다음 연구 역시 한국사회의 병폐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서비스 노동자의 건강 연구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 하청·파견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런 추세가 한국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란 문제의식에서 뿌리를 낸 주제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건 너무도 명백한 일이죠. 서비스 업종이 특히 심합니다. 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화장실에 제때 못 가 방광염에 걸리는 비율이 전체의 20.7%(지난해 9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마트,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서비스 판매 노동자 2204명을 설문한 결과)예요. 인력이 한 명밖에 없는 시간이 2시간가량으로 꽤 길고, 고객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이용하지 못해 화장실 개수가 턱없이 적으니까요. 의자가 없어 혹은 의자 사용이 금지돼 있어 하지정맥류에 걸리는 사람도 전체 응답자의 17.2%나 돼요. 서비스 노동자들이 소변을 제때 못 봐 방광염에 걸리고, 하지정맥류로 고생해도 앉지 못하는 현실은 ‘고객을 위해서’란 명분으로 아름답고 비싼 상품들 뒤에서 누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걸 알려 줍니다. 서비스 노동자들의 몸을 연구한 데이터를 통해 블랙컨슈머 문제,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함께 짚어 보고 싶어요.” ●‘성소수자 낙인 효과’ 연구도 진행 이와 함께 한국에서 특히 심한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 효과’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바이러스 환자의 신규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책에서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는 믿음을 전했다. 그의 연구가 그런 사회로 발을 내딛게 할 ‘징검돌’인 셈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韓中 청년, 양국 우정의 대사 되길”…시진핑 친필 서한 서울대에 전달

    “韓中 청년, 양국 우정의 대사 되길”…시진핑 친필 서한 서울대에 전달

    “청년은 세계의 미래이며 중국과 한국 간 우호적 관계의 미래다.”서울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성낙인 서울대 총장에게 한·중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 친필 서한을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친필 서한은 진옌광(金燕光) 주한 중국대사 대리가 이날 총장실을 방문해 성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번 서한은 성 총장이 지난해 9월 시 주석에게 서울대 학생들을 중국으로 초청해 현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보낸 서신에 대한 답장이다. 시 주석은 서신에서 “100여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차이니즈 브리지’(Chinese Bridge) 여름캠프에 참가해 중국 가정방문, 현장연구 등을 했다고 들었다”며“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이라며 “상호 방문은 양국 국민의 우의를 증진하고 심도 있게 (서로를) 이해하는 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좋은 교류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청년이 상호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해 배우고 우정을 증진해 양국 간 우의의 대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체육기자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인데 뜬금없이 책 얘기냐고 지청구할지 모른다. 그럴 줄 뻔히 알면서도, 지난 며칠 곰곰이 평창을 주제로 떠올려 보다가 결국 이 책을 화두로 잡은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던진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지난 연말 대학 후배인 출판사 사장이 조심스럽게 이 책을 건넸다. “필리핀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20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접한 책인데 누군가 옮기겠지 싶어 미뤄 뒀다. 그런데 누구도 한글로 옮기지 않더라. 해서 앞부분을 거칠게 번역해 놓은 원고를 출판사 몇 군데에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퇴짜 맞았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내가 옮겼다.” 척박한 출판시장 풍토에도 꿋꿋이 한 길을 걸어온 후배가 손수 번역해 자기 출판사 이름으로 책을 냈다. 다른 출판사들이 간행을 거절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떠봤더니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서일 겁니다”라고 했다. 보통 신간을 내면 “잘 좀 홍보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상례인데 그런 얘기도 없었다. 불편해서다. 정말 이렇듯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또 있었던가 싶다. 필리핀 수비크만 미군기지 근처 올롱가포 거리에서 살아가던 로사리오 발루요트가 1987년 5월 20일 죽음을 맞은 얘기를 담았다. 비루한 거리를 떠돌다 오스트리아 의사에게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비극을 당하기까지 11년 5개월의 짧은 삶이 담겨 있다. 스웨덴의 탐사 저널리스트 마이굴 악셀손이 로사리오가 세상을 뜬 지 2년 뒤 스웨덴어로 먼저 냈다가 7년 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영어판을 냈다. 약자와 공동체의 시선으로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책들을 써 온 악셀손은 고발문학과 기록문학의 범주를 뛰어넘는 경지를 보여 준다. 문체도 영롱하고 내러티브도 훌륭하다. 특히 필리핀을 찾았을 때 악셀손이 직접 취재하고 확인한 내용과 스웨덴에 돌아와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세부 취재한 내용이 정말 매끄럽게 연결돼 있다. 한글로 옮긴 이는 “필리핀을 체험하지 못한 이들은 책을 올바르게 옮길 수 없다”고 말했던 터였다. 기자는 지난해 마지막 토요일에 손에 잡자마자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로 다음 쪽을 넘겨 5시간 만에 읽어 냈다. 그 뒤 어두운 밤거리를 거닐 때면 또 다른 로사리오를 만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겨 내야 했다. 그리고 내내 책의 결론이자 저자가 던진 궁극적인 질문인 ‘제게 일어난 일이 되풀이되는 세상이라면,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요?’를 묻고 또 묻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다시 번역자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20년 동안 이 책의 화인(火印)으로부터 멀어지지 못했느냐고? 그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은 지난날의 낙인처럼 내 곁에 남아 있다. 필리핀에 대한 묘한 부채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 빚의 많은 부분을 해소한 느낌’이라고 적었다. 젊은 날 필리핀과 베트남, 또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어느 음습한 골목에서 말도 안 통하는 현지 여성과 술잔을 부딪친 기억이 있는 한국 남정네라면 비슷한 죄책감을 강요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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