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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Travel] 가을 속으로 푹푹 빠져드는 만추 서정

    [특집 Travel] 가을 속으로 푹푹 빠져드는 만추 서정

    가을이 깊어갈수록 술 취한 새우와 전어 굽는 냄새로 서해안 일대가 고소하다. 영양 많은 굴밥과 알이 꽉 찬 꽃게 등 푸짐한 먹거리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는 서해안을 비롯해 산 능선 전체가 억새꽃으로 뒤덮이는 명성산 억새꽃 축제는 가을 풍경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준다. 이 무렵 황금비 날리는 수묵빛 추사 고택은 만추(晩秋)란 바로 이런 모습임을 절감케 하는 풍경이다. 아름답지만 그만큼 짧은, 눈부신 만추 풍경 세 곳을 추천한다. ★ 추천 1 : 술 취한 새우, 가을전어… 맛있게 익는다 서해안 일대가 맛있게 익어 가는 계절이다. 고소하기가 ‘깨가 서 말’이라는 가을 전어가 쏟아져 나오고, 펄펄 살아 뛰는 대하 꼬리에 힘이 넘친다. 알이 꽉 찬 서산 꽃게와 곰삭은 젓갈, 고소한 조선김 등 갖가지 향토 미각이 줄을 잇는다. 푸짐한 먹거리 외에도 이맘때 서해안 나들이는 어느 곳보다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는 안면도와 태안반도 일대며 천수만의 낙조,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무창포와 대천 앞바다가 한 걸음에 닿는다. 전어는 특히 가을 생선을 대표한다.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이때 지방 함량이 3배쯤 높아지면서 고소한 맛이 돌기 시작한다. 뼈째 숭덩숭덩 썰어먹는 전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진하다. 오죽하면 ‘가을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전어는 너무 작으면 씹는 맛이 없고, 너무 크면 뼈가 억세서 회로 먹기에 거칠다. 또한 갓 잡은 펄펄 뛰는 신선한 전어일수록 그 맛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하지만 전어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잡혀 육지로 올라오자마자 죽어버린다. 서해안 일대를 여행하면서 만나는 전어는 적어도 신선도에 있어서는 으뜸인 셈이다. 대하는 매년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가 제철이다. 물이 차가워지면 더 이상 양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무렵 서해안 곳곳에는 일제히 대하 굽는 냄새로 가득하다. 조리방법도 가지가지. 강화도와 대부도, 제부도 등지에서는 청주를 살짝 뿌려 굽는’술 취한 대하구이’를 선보이는가 하면 홍성, 보령 일대에서는 왕소금을 뿌려 빨갛게 구워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펄펄 살아 뛰는’ 대하를 구워낼 때면 뜨거운 불판 위에서 튀어 오르는 새우를 막기 위해 뚜껑을 덮는다. 솥 안에 갇힌 새우가 뚜껑을 때리는 소리가 마치 콩 볶듯 요란하다. 이 일대 주변 포장마차 쪽으로 슬쩍 눈을 돌리면 구이법이 또 다르다. 화덕에 알루미늄 포일을 깐 뒤 여기에다 굵은 소금을 뿌려 그 위에다 대하를 구워 먹는다. 그 모습이 더욱 군침을 돌게 한다. 양식대하는 어린아이 팔뚝만한 크기도 있다. 11월 중순을 넘기면 산 새우를 만나기 어렵고 급속 냉동시킨 대하가 기다린다. 굴 단지가 있는 천북면으로 방향을 틀면 향긋하고 고소한 ‘굴밥’이 기다린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보령시 천북면 앞바다에서 채취되는 굴은 성장은 느리지만 맛과 영양 면에서는 탁월한 것으로 이름 나 있다. 광천읍의 그 유명한 토굴새우젓과 조선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광천은 한때 각종 고기잡이배들이 몰려드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수산물 집산지였다. 그러나 60년대부터 대천항 등 해안과 가까운 항구에 물동량을 빼앗긴 뒤 이를 만회할 방법을 찾다가 옛 폐광 속에서 100여 일간 발효, 숙성시킨 토굴새우젓을 개발해 그 명성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맛있는 새우젓은 약간 붉은 색을 띠어야 하며 껍질이 얇고 속살이 있는 것이라고. 멸치액젓은 붉은 포도주 빛깔과 투명성, 구수한 향을 두루 갖추어야 최상품이다. 황석어젓은 색깔이 노랗고 알이 들어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 맛있는 집| 천북면 하만리에 있는 가든단호박(041-641-3072)은 인근에서 소문난 굴밥집이다. 굴과 콩나물을 실하게 넣어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고 오색채(신김치, 도라지, 시금치, 호박, 당근)에 참기름, 김가루를 넣고 갖은 양념을 한 달래간장으로 비빈 굴밥은 향긋한 굴 향이 그대로 살아나는 별미다. 거기에 시원하고 담백한 바지락 국물을 곁들이면 금세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 가는 요령|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마음 내키는 곳 어느 곳에서든 빠져나가면 서해안 별미와 만날 수 있다. 홍성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지방도 622번을 타면 대하구이로 유명한 남당리에 이른다. 또 이곳에서 안면도로 방향을 잡기에도 좋다. 광천 인터체인지를 이용할 경우 광천 읍내 토굴젓갈 기행과 천북면 굴단지를 찾아가는 데 수월하다. 굴밥집 ‘가든단호박’은 광천 인터체인지에서 벗어나 광천 읍내와 반대쪽인 천북면으로 방향을 잡는다. 천북지서 지나 3km 남짓 더 가면 오른쪽 길가에 자리잡고 있다. ★ 추천 2 : 황홀한 억새꽃 축제와 평강식물원 구름 위를 걷는 것일까, 은빛 융단을 밟고 있는 것일까?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져 있는 명성산(922.6m)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 6만여 평의 드넓은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은빛 억새밭은 황홀하고도 눈부시다.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전설이 있는 이곳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명성산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지는 은빛 억새밭의 장관이 말문을 막는다. 특히 산 아래 산정호수의 잔잔한 물빛과 드넓게 펼쳐진 은빛 억새밭이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방불케 한다. 바람이 불 때면 마치 산이 살아 움직이듯 넘실거리는 은빛 물결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곳에서 매년 가을이면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축제는 오는 10월 12일(목)~15일(목)까지 4일간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에 명성산 등반대회를 비롯해 산정호수 상동에 설치된 야외무대에서 초청 공연과 풍물놀이, 난타 등 다양한 문화 공연들이 관광객들의 흥을 돕는다. 이곳에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가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동양 최대 생태식물원인 평강식물원이 바로 그곳. 꽃보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평강식물원의 가을은 가슴 저 밑바닥으로 번져오는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포천시 영북면 우물목 마을에 위치한 평강식물원은 18만 평의 공간에 4,5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7년 동안 준비한 정성이 곳곳에 배어 있는 이곳은 철저하게 식물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식물원이다. 식물들에게 그들의 고향을 찾아준 셈이다. 평강식물원은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도 고향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을 준다. 해발 300m의 고원 분지인 공간은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12개의 테마 가든이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하며 멋을 간직하고 있다. 고지대 습한 땅에서 자라는 희귀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고층습지와 세계 각처의 진기한 습지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산습원이 있다. 어른들에게는 그 옛날 뛰놀던 뒷동산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들꽃동산은 야생화들이 자연스럽게 얽히고 설켜 피고지고를 반복하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위와 돌 틈을 뚫고 자라나는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암석원은 백두산, 한라산, 로키산맥, 히말라야, 알프스 지역에서 자생하는 희귀고산식물을 모두 볼 수 있다. 크고 작은 연못을 조성해 물에서 피는 수생식물과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연못정원은 한동안 발걸음을 움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문의 031-531-7751) * 맛있는 집| 억새꽃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포천 특산물과 별미를 맛볼 수 있는 웰빙 먹거리촌이 형성된다. 평소에도 산정호수 주변, 이동의 갈비촌, 파주골 순두부촌, 신북 오리촌 등등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일 만큼 소문난 별미가 줄을 잇는 곳이다. 평강식물원 내에 위치한 레스토랑 ‘엘름’에서는 식물원에서 재배한 채소를 사용해 약선 비빔밥과 산채육개장, 평강약계탕 등 몸에 좋은 약선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급요리라고 할 수 있는 이 요리들은 일류 호텔 출신 주방장이 직접 개발해 찾는 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가는 요령| 동부간선도로가 가까운 경우 의정부 방향으로 진입하고, 장흥이 가깝다면 동두천 방향에서 진입하는 게 빠르다. 의정부에서 국도 43번을 타고 포천, 철원 방향으로 향하다가 성동 삼거리에서 직진해 운천 제1교차로→문암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한화콘도를 지나 산정호수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정수식당이 보인다. 식당을 끼고 우회전해 조금 가면 평강식물원 주차장이다. 혹은 성동 삼거리에서 우회전하거나 국도 47번을 타고 수입교차로에서 산정호수 방향으로 접어든다. 산정호수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으로는 명성산,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평강식물원이다. ★ 추천 3 : 묵향 가득한 추사 고택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이 우수수 우수수 비처럼 날린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 위치한 추사 고택은 온통 가을 속에 서 있다. 수묵빛 고택과 어우러진 황홀한 가을빛은 잘 그린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황금비를 내리는 은행나무와 붉은 단풍나무, 토담 아래로 수북수북 쌓인 낙엽들, 뒤뜰 감나무엔 주홍빛 감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매달렸다. 만추란 바로 이런 모습임을 절감케 하는 풍경이다. 조선조 헌종 때의 문신이었던 김정희(1786~1856)는 실사구시의 실학을 전개했던 선각자로 벼슬이 대사성, 이조참판에까지 이르렀다. 고증학 금석학에 밝았고 추사체를 완성한 서법의 대가이다. 추사 고택은 추사의 증조부인 월성위 김한진이 건립한 것으로, 18세기 중엽 조선시대 상류 주택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 동안 추사의 후손이 거처했으나 1968년 타인에게 매도되는 것을 충청남도에서 매수했다. 76년 1월 9일 지방문화재 제43호로 지정하고 그해 9월 유적정화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고택은 모두 80.5평으로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 사당채가 있다. 안채는 6간 대청과 2간통의 안방, 건넛방이 있고, 안방 및 건넛방의 부엌, 안대문, 협문, 광 등을 갖춘 입구(口)자형의 집이다. 안방과 건넛방 밖에는 각각 툇마루가 있고 부엌 천장은 다락으로 되었다. 안방과 건넛방 사이에 있는 대청은 6간으로 그리 흔하지 않는 규모이다. 이런 입구(口)자형 가옥은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이른바 대갓집형이다. 특히 바깥 솟을대문을 지나 자리잡은 ‘ㄱ’자형 사랑채에는 추사 선생의 유품이 남아 있어 당대의 명필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랑채는 남쪽에 한 칸, 동쪽에 두 칸의 온돌방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대청과 마루로 되었다. 사랑채 댓돌 앞에 석년(石年)이라 각자된 석주가 세워져 있는데 이 석주는 그림자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던 해시계이다. 옛 대갓집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추사 고택 외에도 이곳에는 추사묘, 추사의 증조모인 화순옹주묘, 천연기념물 제106호인 ‘예산의 백송’과 추사가 수도했던 절 화암사가 근처에 있다. 화암사에는 추사의 친필 편액이 남아 있다. 추사의 묘는 고택 남쪽에 잘 가꿔져 있다. 근처에 증조모인 화순옹주(영조의 2녀)의 묘와 열녀문도 있다. 화순옹주 열녀문인 홍문에서 북쪽으로 400m 가면 영의정을 지낸 고조부 김흥경의 무덤과 그 앞에 보물 제106호로 지정된 희귀종 백송이 서 있다. 백송은 중국 북부 지방이 원산지로 우리 나라에 몇 그루 없는 희귀한 수종이다. 이곳의 백송은 추사 선생이 25세 때 청나라 연경에서 돌아올 때 백송의 종자를 붓대 속에 넣어 가지고 와 고조부 김흥경의 묘 입구에 심었다고 한다. 원래는 밑에서 50cm부터 세 줄기로 자라다가 서쪽과 중앙의 두 줄기는 부러져 없어지고 동쪽의 줄기만이 남아서 자라고 있다. 1980년에 줄기의 피해 부분을 외과 수술하여 치유하였고, 그 후부터는 철저하게 보호, 관리하고 있다. * 맛있는 집| 예산 읍내로 나가면 별미집이 기다리고 있다. 50여 년 동안 갈비를 구워온 유명한 소복갈비집(041-335-2401)이 바로 그곳. 여느 갈비집과 달리 큰 석쇠에 갈비를 통째로 얹어 구운 후 뜨겁게 달군 돌판에 담아 먹는 집이다. 50년 농익은 손맛이 색다른 갈비 맛을 보여준다. 또한 자연산 생굴을 국물과 조리한 굴탕을 자랑한다. * 가는 요령| ①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해미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국도 45번을 타고 예산읍으로 향한다. 예산읍에서 21번 국도(외곽도로)를 타고 구충방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 32번 국도(합덕 방면)-고택주유소를 지나서 좌회전하면 추사 고택 주차장이다. ② 경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경부고속도로 천안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가 우회도로를 타고 온양 → 국도 21번을 타고 17km 가면 신례원역 앞 삼거리. 우회전해 국도 32번으로 옮겨 타고 두곡리 삼거리까지 가면 왼쪽으로 추사 고택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얼마쯤 들어가면 추사 고택 주차장이다. 글 사진 김혜숙 여행 칼럼니스트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길섶에서] 마이 웨이/함혜리 국제부 부장급기자

    토요일 오후 수락산에 갔다. 골짜기를 따라 30분쯤 올라갔는데 저쪽에서 누군가 온 힘을 다해 목청을 뽑고 있었다.‘자∼떠어나자 동해 바아다로오∼’ 남 생각할 줄도 모르고 고성방가를 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그런데 알고보니 그는 ‘공연광장’이란 곳에서 정정당당하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안내 현수막을 보니 매주 토요일 오후 1∼3시에 공연광장이 마련되고 있었다. 산 중턱에서 목청을 마음껏 뽑으며 흥도 내고 스트레스도 날리라는 의도로 마련한 듯싶었다. 고래사냥이 끝나자 멋들어진 선글라스를 낀 초로의 남자가 한곡조를 하겠다고 나선다. 곡명은 ‘마이웨이’. 가사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살다보면 한번 고꾸라질 수도 있는 법…”이란 구절이 인상적인 이 노래는 ‘마이웨이(그래도 내길을 가련다)’라는 외침으로 끝을 맺는다. 내려오는 길에 앉아서 들어볼 셈으로 길을 재촉했는데 와 보니 그 사이 끝나고 무대는 텅 비었다. 그들이 토해낸 회한과 울분이 낙엽과 함께 썰렁하게 뒹굴고 있었다. 함혜리 국제부 부장급기자 lotus@seoul.co.kr
  • [열린세상] 與 ‘지속가능한 정당’되어야/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헤어짐과 만남, 모임과 흩어짐. 깊어가는 가을에 이합집산의 짝짜꿍이가 한창이다. 바닷가 모래 이야기가 아니다. 뒷산 숲길에 나뒹구는 낙엽 얘기도 아니다. 사람들 얘기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편가르기 장난을 노는 동네 꼬마녀석들이 아니다. 쉽게 삐치고 바로 깔깔대며 풋사랑을 하는 철부지 연인도 아니다. 최고의 정치엘리트인 국회의원, 그것도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여당,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얘기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현재의 정치판이 계속되는 한 정권 재창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인식과 전망 때문이다. 창당일이 2003년 11월11일이니 딱 3년만이고,17대 총선 압승으로 창당 5개월만에 152석의 과반다수당이 된 때로 치면 대략 2년 반만의 급반전이다. 10% 초반의 수준인 대통령 지지율이나 재보궐선거 0대 40 참패의 기록을 보면, 현 상황에서 당체제 보수와 체질개선을 통해 자체적으로 추동력을 보완하고, 새 동력원을 개발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어쨌든 ‘재창당파’와 ‘통합신당파’간에 나날이 심해지는 분란은 별 어려움 없이 내다보였던 모습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정치평론가들을 꽤나 머쓱하게 만들었을 예정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이승만과 자유당, 박정희와 공화당, 전두환과 민정당, 노태우와 민자당, 김영삼과 신한국당, 김대중과 민주당. 한결같이 대통령과 여당이 함께 명멸했던 여당사(與黨史)에 비추어 보면 전혀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다만 참여정부 출범에서 찾았고 또 기대했던 각별한 정치사적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보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이념과 정책노선에 대한 구구한 평가와는 무관하게, 적어도 진보 성향의 정치세력이 최초로 집권한 것 자체와, 젊고 도덕적 정당성에서 우위에 있던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단숨에 여당 주도세력으로 제도권에 대거 진입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의 하나였다. 숱한 우여곡절 속에 세기를 넘어, 지천명(知天命)의 중반에 이른 우리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이 함께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정치를 펼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슴 설레면서 건 기대가 적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이 제1의 강령으로 제시한 것도 ‘새로운 정치’였다. 군부 권위주의 정권을 논외로 한다면,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여당과 야당이 ‘정치시장’에서 공정한 자유경쟁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국회와 여당이 독자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제 역할을 하는 파트너로서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만들어 나간 것도 참여정부에서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민주정치 발전을 위해서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사라지는 대통령’과 관계없이 여당이 ‘지속가능한 정당’으로 남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성패 경험과 그 책임을 공유하면서 재집권 희망을 살려 나가고, 실권의 쓰라림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당, 당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치철학과 이념, 주요 정강정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여당의 존재 자체이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피크빅 신문’에서 바람에 벗겨져 굴러다니는 모자를 잡기 위해서는 비상한 판단력이 필요하다면서 그 방법을 친절하게 일러준다. “너무 성급하면 모자가 있는 곳을 지나쳐서 넘어지게 되고, 너무 천천히 가면 모자는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최선의 방법은 추적의 대상인 모자와 가능한 한 일직선상에 머무르면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리다가, 서서히 다가가서 잽싸게 손을 뻗쳐서, 모자챙을 잡아채어 머리에 꽉 눌러쓴다. 그러는 과정 중에 계속 웃는 것이 좋다. 구경꾼들과 마찬가지로 모자를 잡기 위한 모든 일에 똑같이 재미를 느끼는 것처럼.” 생물인 정치에서도 빠름과 느림, 움직임과 머무름의 조화, 그것이 관건이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한승원 토굴살이] 멀리 데려다 줘!

    [한승원 토굴살이] 멀리 데려다 줘!

    어제 해저물녘에는 갯벌 밭 모래등으로 나가서 파도와 놀았다. 썰물로 인해 드러난 갯벌 밭을 한 뼘씩 두 뼘씩 삼키면서 올라오는 밀물과 더불어 우쭐우쭐 달려와 철썩거리는 파도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그 울렁거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불그죽죽해진 나문재(海洪菜)와 푹신푹신한 갯잔디를 밟으며 걸어 다녔다. 먹황새와 검은댕기두루미가 밀물 따라 올라오는 자잘한 고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토굴 앞 잔디밭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늙은 감나무의 회갈색 낙엽들하고 놀았다. 그것들 밟히는 소리에 가슴 속의 한 쪽 벽이 저릿저릿하게 긁혔다. 파도 소리 낙엽 밟히는 소리는 시(詩)읊는 소리나 음악으로 들리기도 한다. 소리로 말미암아 가슴 저려지는 감각은 아직 덜 늙은 모양이다. 바야흐로 한 후배로부터 걸려온 축하전화를 어색해하며 받고 나서 밖으로 나온 참이다. 전화들은 늘 물 흐르듯 하는 생각의 가락을 싹뚝 잘라먹어버리곤 한다. 밟히는 회갈색 낙엽이 한 친구를 생각나게 했다. 직장 퇴임 후 낙향하여 운전 못하는 나의 기사 노릇을 자청하고 열심히 운행해주곤 하던 그 친구는 읍내 병원에서 폐암 뇌암 말기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혼한 다음 슬하의 남매를 부산과 미국에 둔 채 적막강산에서 살던 그 친구는 3000만원 들어 있는 통장을 나에게 주면서 자기 삶의 뒤처리를 부탁했다. 그의 차를 타고 부산의 한 대학으로 강연을 하러 가서,‘살아 있는 한 글을 쓸 것이고 글을 쓰는 한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그날 밤 술자리에서 그는 ‘아니, 이 사람, 아까 그 마지막으로 한 말,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자네 스스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여, 뭐여?’하고 추궁을 했고, 나는 ‘그래 나 그렇게 살고 있어.’하고 대답했었다. 하늘은 높푸르다. 바다에는 잿빛 갯벌 밭이 질펀하게 드러나 있다. 갯벌 밭처럼 가슴이 텅 빈다. 뒤란 언덕 위로 간다. 거기에는 40㎝쯤의 두 살배기 차나무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내 손자들 다음으로 예쁜 차나무들이다. 명년 봄부터는 이놈들이 나에게 차를 몇 통쯤 제공해줄 것이다. 이놈들을 위하여 지난여름 내내 나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잡초들과 싸웠다.‘그 차 몇 년이나 따 먹고살려고 그렇게 땀을 흘리시오?’하는 아내의 추궁을 들으면서. 차나무들을 쓰다듬다가 마당으로 내려오는데 무엇인가가 정강이와 발목을 아프게 쑤셔댔다. 무엇이 이럴까 하고 내려다보니 까만 도깨비바늘과 표창 모양의 푸른 우슬(쇠무릎지기) 열매들이 양쪽 바짓가랑이와 양말에 박혀 있었다. 발을 굴러대기도 하고 한 손으로 옷자락을 털기도 했는데, 그놈들은 오히려 더 깊이 머리를 처넣으면서 내 살갗을 아프게 했다. 마당의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이런 고연 놈들, 하고 투덜거리며 하나씩 떼어냈다. 떨어져 나가는 그놈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멀리 데려다줘요!’ 픽 웃으며 ‘이만큼 왔으면 멀리 온 것이잖아!’하고 빈정거리는데 평생 동안 매화 그리기에 미친 화가 조희룡이 생각났다. 추사의 문하를 들락거린 조희룡은 늘그막에 들면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괴석을 수집했고, 그것을 화폭에 그렸다. 창백하고 작고 빼빼 마른 허약한 체구 때문에, 한 처녀의 집안으로부터 결혼을 거절당한 바 있었던 조선 토종의 화가 조희룡은 평생 묵향(墨香) 어린 매화의 향기만 맡으며 산 까닭인지 다른 건강한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오래 살았다 한다. 중국의 고대 화가 황대치와 미우인은 안개와 구름만 먹고 산 까닭으로 늙어서도 홍안이었다고 한다. 도깨비바늘 우슬 열매 다 떨어내고 일어선 나의 발아래 낙엽이 밟힌다. 그 친구는 나에게 3000만원 들어 있는 통장을 건네주면서 ‘멀리 데려다 줘.’하고 말했는데, 나는 지금 미욱하게도 내가 쓰는 소설 한 대목 한 대목을 향해 ‘멀리 데려다 줘.’하고 말하며 살고 있다.
  • [주말탐방]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주말탐방]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산불진화, 우리가 책임집니다.” 한해 600여건꼴로 발생하는 산불 진화의 90% 이상을 맡고 있는 산림청 산하 산림항공본부(본부장 조건호). 민방위대나 공무원 등을 동원하는 인력 위주에서 벗어나, 헬기와 정예인력 만으로 산불을 조기진압하는 선진기법이 도입되면서 산불 진화의 중추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경기도 김포본부와 전국 7개 관리소에서 총 45대의 산불진화용 헬리콥터와 48명으로 구성된 8개팀의 공중진화대를 운용하고 있다. 산불진화 외에 조난구조와 산림방제활동 등의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을 맞아 산불진화 훈련이 실시된 충북 진천관리소를 찾았다. ■ 2000년 동해안 산불때 5일간 100시간 사투 ‘生生’ “바람과 연기가 공중진화 대원들의 가장 큰 적이죠. 대형산불은 대부분 강풍을 동반하는데, 열기와 함께 강풍이 몰아닥칠 때는 몸조차 가누기가 힘듭니다. 작년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화재 때는 현장으로 진입하던 카모프 헬기가 강풍때문에 뒤로 300m가량 맥없이 밀려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이었죠.” 진화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조창호(36) ‘불사조’팀장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산불진화 경험담을 하나둘 꺼내놓았다. 조 팀장은 공중진화대 창설멤버로 1997년 이후 200회 이상 산불현장에 투입돼 진화의 선봉장역할을 수행한 베테랑 요원.“여의도의 80배에 달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2000년 강원도 동해안 산불은 헬기를 타고 산불 가장자리를 도는 데만 40분가량 걸릴 정도로 규모가 컸죠.” 울진원자력발전소까지 불이 번지지 않도록 진화선을 구축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불사조팀 대원들이 삼척시 근덕면 야산에 도착하자 매케한 연기가 이들을 맞았다. 금방이라도 삼척 시내를 집어삼킬 듯 기세등등한 화마와 이를 저지하려는 대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연기 속에서 혀를 낼름거리는 화염, 여기저기서 굴러 떨어지는 통나무와 낙석 등은 수시로 대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뱀꼬리’(산불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은어)를 따라 이동하며 잡목 등 가연물들을 제거한 다음, 흙이 나올 때까지 두꺼운 낙엽층을 파헤쳐 폭 1.2m 이상의 진화선을 만들었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소금으로 간만 맞춘 주먹밥을 먹어가며 5일 동안 꼬박 100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였죠. 얼마나 불갈퀴질을 했는지 근육경련이 오는 대원들이 속출했습니다.” 진화대원들은 1분 동안 대략 40차례 불갈퀴질을 한다. 휴식시간 등을 제외해도 5일동안 최소한 20만번 이상 불갈퀴질을 한 셈이다. 꺼질 줄 모르고 타올랐던 동해안 산불은 진화대원들의 이런 초인적인 노력으로 마침내 7일간의 생을 마감했다. “대형산불이 한번 나면 내 생애에는 다시 이런 아름다운 산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산불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 火線넘은 비행 불사조로 비상 山불의 3요소인 열과 산소, 그리고 가연물 등을 없애는 산불진화 훈련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공중에서 소화액이 섞인 물로 열과 산소를 제압하는 진화헬기가 공군이라면, 공중진화 대원들은 지상에서 임목이나 낙엽층 등 가연물들을 제거해 진화선을 구축하는 지상군의 역할을 했다. 많은 인력이 투입돼 우왕좌왕하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산불상황 발생. 대형헬기 2대와 공중진화 대원들은 즉시 출동하라.” 지난달 24일 오후 1시46분. 진천관리소 산불 상황실에 옥성리 일대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상황방송 후 브리핑을 통해 임무를 부여받은 공중진화대 조창호(36) 팀장 등 불사조팀 대원들이 정확히 15분만에 631호 카모프 헬기에 올라탔다. 정글칼과 불갈퀴, 방염텐트 등 무게만도 20㎏에 달하는 각종 장비가 대원들의 몸을 휘감았다. 화재현장에 도착한 헬기가 20m 상공에서 하버링(정지비행)을 하자, 대원들이 능숙한 자세로 레펠을 시작했다. 군 특수부대 출신답게 채 2분이 못돼 대원 모두가 지상에 내려섰다. 한 달에 한 번 꾸준히 군부대에서 레펠훈련을 받아온 결과다. 대원들이 안전하게 내려간 것을 확인한 손정훈(53) 기장은 김포본부 산불방지종합상황실에 헬기지원요청을 하는 한편, 물을 담기 위해 인근의 옥정저수지로 향했다. 헬기가 수면으로 접근해 가자 무지개와 함께 물보라가 일었다.1m남짓 높이에서 하버링을 하며 물을 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물에 빠질 것같은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손 기장은 “산불진화 현장에서는 더 아찔한 상황이 많다.”며 “시야가 불량한 화선(火線)에서 비행하다 보면 간혹 헬기끼리 공중충돌할 만큼 근접하게 된다.”고 말했다. 1분20초 만에 3000ℓ의 물을 담은 헬기가 수면위로 힘차게 솟아 올랐다. 이제는 적당한 위치에서 ‘물폭탄’을 투하할 차례. 바람의 방향 등을 감안해 투하각도를 결정한 손 기장이 적당량의 소화액이 섞인 물을 투하했다. 탄착군을 형성하며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간 물폭탄은 정확하게 목표지점을 타격했다. 한편 지상에 내려온 불사조팀 대원들은 진화선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 팀장을 포함해 6명의 대원들에게 각각의 임무가 주어져 있다. 조 팀장의 지휘아래 1번 개척조는 정글칼로 임목 등을 제거해 이동통로를 확보하고,2∼4번 진화조는 불갈퀴를 이용해 진화선을 구축한다. 그리고 마지막 5번 잔불정리조는 진화선의 이상유무를 확인함과 더불어 잔불을 정리한다. 선두의 조 팀장이 전방에 펼쳐진 화세(火勢)가 이동하는 데 장애가 될 만큼 강력하다고 판단되자 지체없이 진화헬기에 물폭탄 투하를 요청했다. 실제 화재현장에서는 GPS(위성항법장치)나 나침반 등을 이용해 헬기에 물투하 지점의 좌표를 알려주기도 한다. 물폭탄에 두들겨맞아 불의 기세가 수그러들자 대원들은 진화선 구축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손 기장이 헬기지원을 요청한 후 35분 만에 원주관리소 소속 카모프 헬기 1대가 진화작업에 합류했다. 곧이어 김포본부에서 날아온 대형헬기 1대까지 가세하면서 편대를 이룬 헬기들은 한 방향으로 비행선을 그리며 산불을 공략해 갔다. 화마의 숨통을 끊은 것은 마지막에 합류한 강릉관리소 소속의 초대형 헬기 S64-E. 물탱크 용량만도 1만ℓ에 달한다. 카모프 헬기의 3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S64-E가 불의 머리를 향해 물대포를 쏘아대자 불의 기세가 급속도로 약해져 갔다. 이때 시간이 오후 5시30분. 지상과 공중에서의 입체작전을 통해 약 4시간 만에 산불은 완전히 꺼졌다. 훈련현장을 둘러본 조건호(56)본부장은 “2010년까지 보유헬기는 60대, 공중진화대는 두 배 이상 확충할 계획”이라며 “지방 관리소도 3개소 정도 추가해 전국 어느 지역이건 30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 공중진화대원은 軍특수부대출신 대재앙으로 기록된 1996년 강원도 고성산불 이후 산불진화 정예요원 양성을 목적으로 이듬해인 97년 창설됐다. 산불발생시 헬기를 타고 신속하게 화재현장에 투입돼 진화선을 구축하는 등 산불진화의 최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대형산불이 나면 대원 각자가 흩어져 민·관 합동진화인력들을 지휘하기도 한다. 산불진화와 조난구조가 주임무이지만, 병해충 방제나 화물공수 등의 임무도 하고 있다. 인원은 총 48명. 헬기 레펠 등에 능한 군 특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됐다. 미국, 캐나다 등 산림 선진국에서 산불진화 교육을 받기도 했다. 팀장 포함 6명이 1개팀을 이뤄 김포본부를 비롯한 전국 8개 지역에 분산배치돼 활약 중이다.
  • [과학]우리 몸의 머리카락은 모르는게 없다

    [과학]우리 몸의 머리카락은 모르는게 없다

    최근 서울 방배동 프랑스인 빌라에서 발생한 영아 시체 유기사건 수사를 통해 한국 경찰의 과학 수사력이 주목받았다. 현장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 세포가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과연 머리카락 속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기에 범인이 꼼짝할 수 없었던 걸까. 한편 가을이 깊어가면서 낙엽처럼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더욱 두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머리카락은 왜 빠지며 유독 이맘 때 더 심한 걸까? 곱슬머리와 파마는 어떻게 다를까? ●머리카락은 과거 저장 창고 머리카락은 죽은 세포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다. 모근(毛根)의 밑쪽에 있는 둥근 모양의 모구(毛球) 안의 세포가 분열해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면 자연스레 노화된 세포를 밀어올린다. 이때 죽은 세포들은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변해 서로 응축되면서 머리카락을 형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머리카락에는 DNA 정보는 물론 죽기 전 세포 상태가 고스란히 저장돼 있다. 예컨대 머리카락을 10년 동안 길렀다면 그 동안의 세포 정보가 모두 머리카락에 담겨 있다. 게다가 머리카락 겉 표면은 큐티클이라는 특수한 층으로 덮여 있어 안에 담긴 정보들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로 인해 머리카락을 분석하면 혈액형은 물론 마약 등 약물 복용 사실, 중금속 오염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해 낼 수 있다. 또한 오래전 사망한 시체 등의 사망 원인과 친자 확인 여부 등을 추정하는 데도 활용된다. 우리 몸의 영양상태를 파악하는 건강검진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곱슬머리가 생기는 이유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2 이상이 곱슬머리라고 한다. 곱슬머리가 생기는 원인은 우선 유전적인 원인 때문이다. 곱슬머리는 곧은 머리카락에 비해 우성(優性)이기 때문에 많이 나타난다. 또 후천적 원인도 있는데, 성장하면서 성호르몬 등 체질이 바뀌거나 머리카락의 발육이 부진할 때 생겨나게 된다. 곱슬머리와 곧은 머리카락의 가장 큰 차이는 단면의 모양이다. 곧은 머리카락의 단면은 원형이다. 반면 곱슬머리는 그 단면이 납작한 타원형 모양이 많다. 즉, 머리카락이 처음 돋아날 때부터 구부러져 나오기 때문에 곱슬머리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방앗간의 가래떡 기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기계에서 떡이 나오는 구멍이 원형으로 고르게 정리돼 있으면 떡 또한 곧게 나오게 된다. 그러나 구멍의 일부를 막으면, 막은 쪽과 그렇지 않은 쪽과의 속도 차이가 생겨나면서 떡의 모양이 꼬불꼬불해진다. 겉보기에 곱슬머리는 광택이 없고 항상 푸석푸석한 느낌이 드는데, 이것도 머리카락이 뒤틀려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마는 ‘산화-환원’ 반응 원리 머리카락 속에는 많은 단백질들이 서로 엮여 있다. 이 단백질의 주성분은 ‘케라틴’으로 시스틴(cystine)이라는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시스틴 분자는 ‘황결합’이라 불리는 분자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카락이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마약은 흔히 약한 염기성으로 만든 ‘티오글리콜산’이라는 화합물의 수용액으로, 이 분자 결합을 끊는 환원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평소 공고하게 유지돼 있는 황분자 결합의 고리를 끊어 머리카락을 원하는 대로 휘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다음 중화제라고 부르는 산화제를 바르면 다시 분자들이 휘어진 상태로 결합되면서 영구적인 웨이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파마약이 먼저 환원반응을 일으킨 다음 다시 중화제가 산화반응을 일으키면서 웨이브가 만들어진다. ●머리카락은 왜 빠지나. 우리 몸은 두피에 있는 10만개가 넘는 모낭 세포를 통해 1년에 16㎞가 넘는 머리카락을 만들어 낸다. 개수로는 10만개가 넘는다. 머리카락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2∼4년, 여자는 4∼6년 정도다. 머리카락은 발생-성장-퇴화-휴지기라는 라이프 사이클을 갖고 있다. 머리카락이 하루에 50∼10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다. 문제는 하루에 이만큼이 나지 않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것이다. 즉, 건강한 사람의 경우 성장 단계의 머리카락이 70%, 퇴화단계의 머리카락이 30% 정도의 비율로 유지된다. 이 비율이 무너져 역전되는 현상이 곧 대머리이다. 동물에서는 일부를 빼고 거의 대머리를 볼 수 없는데, 이는 계절마다 털이 한꺼번에 빠지고 다시 돋는 털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호숫가 낙엽 밟으러 오세요

    ‘음악이 흐르는 호숫가에서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은?’ 고양문화재단은 28∼29일 고양 일산 호수공원에서 ‘제1회 호수낙엽축제´를 연다. 축제는 호수공원내 노을광장을 비롯해 전시광장·체험광장·주제광장과 노을극장으로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길 등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호수공원엔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오솔길, 한적한 흙길과 은빛 갈대밭도 숨어있다. 행사장 곳곳에 ‘낙엽’을 주제로 설치된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다.오후 5시엔 서울시향 등의 ‘노을 음악회’도 열린다. 따뜻한 옷과 음료·돗자리 등을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문의(031)960-9721∼2.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아차산이 재밌어졌어요”

    아차산은 동네 뒷산이다. 해발 287m로 높지 않아 약수를 받으러 가거나 운동을 하러 찾는 발길이 많다. 그러나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나무와 풀, 새 등을 관찰하고 배울 기회는 별로 없었다. 광진구(구청장 정송학)는 가을을 맞아 청소년과 떠나는 생태기행을 마련했다. 다음달 4일까지 환경보전시범학교 8개교 학생들과 도시녹지기행·아차산 생태기행·물길기행·자전거 기행을 실시한다. 지역환경 해설가가 동행한다. 지난 25일에는 김승호 해설사와 자양중학생 28명이 아차산 생태기행에 나섰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2시간 동안 떠난 생태기행을 소개한다.●아차산 생태공원, 소나무 군락지 아차산 입구에 생태공원이 있다.2000에 조성됐다.2만 3450㎡(7000평)에 자생식물원, 나비공원, 습지원, 생태자료실, 황톳길 등이 있다. 아차산성 방향으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소나무군락지를 만난다. 김 해설사는 “숲이 처음 형성되면 소나무가 왕성하게 자란다.”고 설명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생이기 때문이다. 소나무가 발달하면 숲은 참나무류로 변한다. 아차산에도 참나무가 하나둘씩 자라기 시작했다. 김 해설사는 참나무는 동물의 도움으로 빠르게 번식한다고 했다.“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속에 저장했다가 겨우내 먹는데 자주 도토리 저장고를 잊어버린답니다. 땅속에 깊이 박힌 도토리는 뿌리를 내려 참나무로 자랍니다.” 도토리가 자연적으로 자라는 확률은 10%에 불과하지만 다람쥐가 저장한 도토리는 90%가 싹을 틔운다. ●아차산성, 고구려 유적지 아차산성(사적 234호)은 최근에 발굴됐다. 고구려 유물이 잇따라 출토되면서 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고구려·백제·신라는 한강과 이어지는 아차산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아차산성은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는지 보여주는 유적이다. 아쉽게도 사유지라 산성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는 없었다.아차산에는 고구려 온달 장군과 평원왕의 딸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진다.‘바보 온달’이라 불리던 온달은 평강공주와 결혼한 뒤 용맹스러운 장군이 되었다. 그가 신라군과 전투하다 전사한 곳이 바로 이 아차산이다.꿈쩍도 안 하던 온달 장군의 시신을 평양으로 운구하기 위해 평강공주가 전선으로 달려와 “이제 돌아갑시다.”라고 하자 관이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팔각정, 서울을 한눈에 팔각정에 서면 마을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김 해설사는 “서울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라는 것을 교과서에서 배웠겠지만 이곳에 서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집을 찾느라 바빴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잠시 숲속에서 발길을 멈춘다. 오감으로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쉰다. 그리고 손으로 나무를 쓰다듬는다. 낙엽 냄새가 코끝을, 오돌도돌한 나무껍질이 손끝을 간질인다.“지구에는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생태기행을 통해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김 해설사의 당부 말씀이다.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21) 우리와 닮은 친근감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이슬람 문명과 도시] (21) 우리와 닮은 친근감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는 어딜 가나 길이 있다. 하얀 포플러 줄기가 끝없이 가로수가 되어 길을 잇고 길을 만든다. 실크로드의 길이다. 그리고 길에는 사람이 있고 양떼가 가끔씩 길을 메운다.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떠나 대상들이 지쳐버릴 때쯤 나타나는 오아시스의 도시가 비슈케크다. 중앙아시아의 지붕인 천산산맥을 따라 펼쳐지는 풍요와 설렘의 길이다. 3개월은 족히 걸렸을 실크로드 길을, 비행기로 5시간 반 만에 비슈케크에 도착한 것은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때였다. 소비에트 시절 뚫어 넓은 길에는 마로니에 낙엽이 나부끼고 하얀 수염을 바람에 흩날리는 노인과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첫 인상은 우리와 매우 닮았다는 친근감이다.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등 이웃의 다른 투르크계 사람들보다도 훨씬 우리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해맑은 웃음을 싱긋 건네는 아이들의 웃음은 석류보다도 눈부시고, 포도만큼이나 싱그럽다. 다음날 날이 밝자 무작정 시내로 걸어나왔다. 소비에트 시절의 계획도시답게 인적도 드문 길은 사통팔달 시원하게 뚫려 있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시내 중심가 관공서 건물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단층으로 된 초라한 벽돌집이다. 키르기스스탄이 오랜 소련연방 통치를 벗어나 독립한 것은 1991년. 그렇지만 공산당 출신의 아스카르 아카예브가 초대 대통령이 되어 독재권력을 유지한 결과, 지난해에는 민중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서방화를 꾀하며 3000명가량의 미군주둔을 허용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꿔보지만, 이웃 강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위협과 자원의 제한으로 삶의 질은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흉노 역사를 밝힌 노인 울라가 발굴한 유물 처음 찾아보는 이 나라의 역사와 과거를 더듬어 보기 위해 습관처럼 역사박물관부터 들렀다. 시내 한복판 대통령궁 옆의 역사 박물관에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직원들 몇 사람만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소비에트 시절의 홍보 전시관 같은 2층을 지나 3층에는 키르기스의 역사시대 유물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3층 난간에는 투르크 시대 석상들을 초원에서 옮겨 놓았다. 제주도의 돌하르방을 연상시키듯이 7∼8세기 무덤을 지키던 수호신상들이다. 원래 유목전사들은 죽으면 화장을 했다는데,10세기 이후 이슬람을 받아들이면서 매장관습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석상들의 오른손은 물그릇을 들고, 왼손은 칼을 들고 있다. 물을 마시면서 칼을 잡던 돌궐시대 유목전사들의 맹약의식이 잘 표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놀랍게도 흉노역사를 세상에 알린 노인 울라의 발굴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1924년 러시아 지리학회 소속의 코즐로프 탐험대가 212개의 고분을 발굴하게 되는데, 그 중 상당수가 기원 전후 흉노귀족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아직도 색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2000년 전 인류최초의 카펫을 바라보는 감동은 표현할 길이 없다. 그밖에도 각종 금속제품과 펠트 위에 아플리게 기법으로 장식한 수공예품 등을 보며 책에서만 읽었던 흉노의 역사적 실체를 확인하는 기쁨을 혼자서 만끽했다. 키르기스 사람들의 역동적인 삶의 현장을 호흡하기 위해 대시장인 오쉬 바자르로 달려갔다. 그 옛날 실크로드를 따라 찾아 온 상인들이 눌러 앉아 장사를 해 오던 곳이다. 빼곡히 들어선 가게 사이 길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길을 걷는다기보다는 인파에 떠밀려가는 느낌이다. 인구 100만의 키르기스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 같다. 좁은 골목 길마다 각기 다른 물품들이 줄을 잇고, 거대한 삶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오쉬 바자르에서 만난 고려인 아주머니 없는 것이 없단다. 코너를 돌 때마다 과일, 공산품, 토산품, 수입 잡화, 음식점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눈에 띄는 것은 특이하게 생긴 전통 모자다. 염소 털로 곱게 짜서 금실로 수를 놓은 칼팍이라는 모자는 키르기스 남성들의 명예와 존재의 상징이다. 처음 뜨거운 목욕탕에서 머리의 열기를 보호하기 위해 썼다는 칼팍이 이제는 모든 공식행사나 축제 때 빠질 수 없는 전통 모자가 됐다. 식품코너에서는 어김없이 하얀 김치가 등장하고, 고려인 아주머니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손님을 맞이한다.“안녕하세요.”란 말에 대뜸 “코리아에서 왔수까?”라는 질문과 함께 표정이 달라진다. 먼 길을 찾아온 서울 한국 손님에게 좌판 한 구석을 가리키며 앉아서 김치국시 한 그릇 말고 가란다. 이곳에도 1만 8000명가량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1937년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에서 시작된 스탈린에 의한 한국인 강제이주의 한과 핏줄에의 강한 집착은 이처럼 중앙아시아 전역에 슬픈 역사를 남긴 채 이어지고 있었다. 양고기 꼬치구이인 샤슬릭 두 줄에 모처럼 고향의 맛이 담긴 국시 한 그릇을 비우고 40숨을 주었다. 그래야 우리 돈 1000원 남짓한 값이다. ●아타 베이릭 학살 현장에서 서서…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천산산맥 줄기를 따라 북쪽으로 달렸다. 비슈케크에 온 김에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바깥 세상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타 베이릭 학살기념관이다.1938년 11월15일,138명의 키르기스 지식인들이 스탈린 정권에 의해 집단학살당한 채 매장된 엄청난 사건의 현장이다. 당시 공산정권에 협조를 거부한 작가와 교수, 민족지도자들은 하룻밤 사이에 비밀리에 체포되어 갖은 고문 끝에 모두 처형당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 행해진 세기의 학살은 우연히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본 한 농부의 몫으로 남는다. 농부는 임종을 앞두고 가슴에만 품고 있던 그 비밀을 18살의 딸에게 전하고, 조국이 독립을 쟁취하는 날 이 사실을 알리라는 유언을 남긴다.1991년 키르기스스탄이 자주독립을 선포한 후, 이미 70대의 노파가 된 딸이 이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릴 뻔했던 잔혹한 역사가 빛을 본 것이다. 홀로 묵념하고 서서 조용히 감회에 젖어 있는데, 백발이 성성한 관리인 할아버지가 희생자 중에는 한국인 2∼3명이 들어있다며 자료를 들쳐주었다. 윤상신·강태주 같은 이름이 분명하다. 연해주에서 겨나 낯선 땅에서 정치적 희생이 되어 한 많은 생을 마감했을 원통함과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그들의 영혼에 한 줌 간절한 위안을 실어 보낸다. 길거리에서 만난 비슈케크 시민들은 반갑게 눈웃음을 보낸다. 남자들은 칼팍 모자를 쓰고 여성들은 면화로 된 편안한 점박이 치마를 입었다. 놀랍게도 이곳 주민들의 거의 8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음에도 차도르를 쓴 여성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느 이슬람 국가에서나 쉽게 눈에 띄는 모스크도 찾을 길 없었다.120년 가까운 소비에트의 점령 하에서 전통적인 삶의 방식은 변질을 강요당했고, 이슬람 문화는 철저하게 말살되었다. 금요일 주일 예배가 열리는 날, 비슈케크에서 몇 안되는 모스크를 힘들게 찾아보았다. 오후 1시쯤 예배하러 몰려든 사람들의 대부분이 젊은 남성들이었다. 독립한 지 이제 겨우 15년. 조금씩 잃어버린 종교와 전통을 찾아가는 비슈케크 시민들의 발길에서 희망을 읽었다.
  • 단풍길 40㎞ 가을정취 듬뿍 대구시, 낙엽거리 20곳 지정

    “단풍이 곱게 물든 낙엽 거리에서 가을 정취를 느껴보세요.” 대구시는 20일 낙엽 거리 20곳 39.8㎞를 지정하고,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 차로에 있는 낙엽만 치우고 인도나 주변의 낙엽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민들이 낙엽을 밟고 거닐면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낙엽 거리에서는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 전시회 등의 행사가 열린다. 행사개최를 원하는 시민과 단체는 구청이나 공원관리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 이 기간에 경상감영공원에서는 거리미술전이 개최되며 국채보상공원 및 2·28기념 중앙공원에서는 대구청소년 놀이한마당의 작품 전시, 댄스, 이색공연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낙엽거리 가운데 가족끼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는 국채보상공원 종각∼조형분수 단풍나무길, 월드컵경기장 야외공연장 주변 산책로 등이 있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울긋불긋 단풍 왜 생길까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계절이다. 가을 산에 오르면 물감을 뒤집어쓴 듯 빨갛고 노란색 나뭇잎들이 투명한 가을 햇살에 반짝여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가을이 되면 푸르던 산은 왜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고 잎사귀를 떨구는 것일까. 나무는 어떻게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가 있을까. ●기온 낮아지면 식물도 월동 준비 단풍이란 나뭇잎이 평소와 다른 색깔을 띠는 것을 말한다. 나뭇잎은 보통 엽록소를 지녀 녹색을 띤다. 엽록소가 태양 광선을 받아 녹색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엽록소가 없어진다면 잎은 붉은색, 노란색 등 다른 색깔로 바뀌면서 단풍이 되는 것이다. 단풍의 색깔은 잎 속에 다양한 색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을철이 돼 기온이 낮아지면 나무도 ‘월동’ 준비를 한다.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분리층)’를 만들어 나뭇잎을 떨어뜨리려 한다. 엽록소와 단백질 등을 이듬해에 쓰기 위해 줄기나 뿌리 쪽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다. 때문에 떨켜가 만들어지면 나뭇잎은 뿌리에서 충분한 물과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다. 또한 잎에서는 계속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지만 엽록소가 줄기 등으로 이동, 잎의 엽록소는 점차 줄게 된다. 반면 잎속에 숨어있던 노란색이나 주황색 색소인 크산토필과 카로틴이 드러나면서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잎이 옷을 갈아입는다. 붉은색의 단풍은 안토시아닌 계통의 색소 때문이다.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영양분은 기온이 떨어지면 줄기 등으로의 이동이 느려진다. 이 영양분은 잎에서 점차 붉은색의 안토시안 색소로 변한다. 안토시안 색소는 일교차가 큰 가을철일수록 잘 만들어진다. ●낙엽은 봄을 준비하는 과정 떨켜는 단순히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잎이 떨어진 자리를 메워 수분이 증발하거나 미생물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새로운 잎을 만들려면 태양 광선 이외에도 질소, 수소, 탄소 등의 영양분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탄소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수소는 뿌리가 빨아들이는 물에서 구한다. 하지만 질소와 다른 영양분은 구하기가 힘들어 줄기 등에 쌓아뒀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사용한다. 결국 질소와 영양분들이 나뭇잎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는 일부러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게다가 칼슘이나 규소 등 불필요한 영양분을 잎에 저장했다가 낙엽으로 배출하는 역할도 한다. 은행나무나 단풍나무는 늦가을에 떨켜를 만들어 잎을 떨어뜨린다. 반면 떡갈나무나 밤나무 등은 떨켜를 만들지 않는다. 이들 나무는 원산지가 열대지방 등 더운 지역이기 때문에 떨켜를 만들어 영양분을 축적하는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이들 나무는 한겨울에도 누렇게 변한 잎을 줄기에 매달고 봄을 기다린다. ●식물은 어떻게 계절을 알까 토종 식물들은 계절 변화에 맞춰 꽃을 피우고 단풍을 만들며 낙엽을 지게 한다. 하지만 계절에 상관 없이 늘 푸르른 열대지방의 식물들은 추운 곳에 두면 이내 죽고 만다. 식물은 기온의 변화보다 밤과 낮의 길이를 통해 계절의 변화를 감지한다. 잎은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태양 광선이 존재하는 낮과 그렇지 않은 밤의 길이를 잴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낮과 밤의 길이가 1년을 주기로 일정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남홍길·유종상 박사 연구팀은 “홍채나 조리개처럼 식물에서도 흡수된 빛의 양을 필요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는 고도로 정교한 생화학적 조절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식물내에는 빛의 정보를 조절하는 유전자 ‘PAPP5’가 있는데, 이 유전자가 빛의 양이나 밝기를 관리해 세포 활동이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낙엽 따라 낭만을 열매 보며 추억을

    낙엽 따라 낭만을 열매 보며 추억을

    서울시는 19일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단풍과 낙엽의 거리’‘열매의 거리’를 선정했다. 단풍과 낙엽의 거리 등에선 시민들이 낙엽을 밟으며 낭만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다음달 중순까지 낙엽을 그대로 두고 청소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경복궁 담장을 끼고 돌며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이 알록달록한 물을 들인 삼청동길(동십자각∼삼청터널·2.9㎞) 등 53곳이 단풍과 낙엽의 거리로 선정됐다. 아차산 생태공원 옆길로 차량통행이 적고 보도가 목재로 된 워커힐길(아차산 생태공원∼뚝섬유원지역·2.0㎞), 월드컵공원을 둘러싼 느티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난지도길(월드컵경기장∼구룡로3거리·3.6㎞), 홍제천길((사천교∼홍연교·2.1㎞) 등도 감동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또 감, 모과, 억새 등을 보며 가을의 풍요를 느낄 수 있는 열매의 거리로는 하늘공원의 억새밭 길, 성북구 석관로(감나무길), 양천구 안양천 길 목동 중심축 도로, 관악구 낙성대길 및 단감나무길 등 8곳이 선정됐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정종해 전남 보성군수

    [만나고 싶었습니다] 정종해 전남 보성군수

    ‘거시기 축제로 초대합니다.’ 전남 보성에서는 3가지를 내놓고 자랑한다. 녹차와 보성소리(판소리), 벌교 참꼬막이다. 낙엽이 뒹구는 요즘, 이들 향과 멋 그리고 맛이 나그네 발길을 이끈다. 정종해 보성군수는 18일 “판소리 고장인 보성의 녹차밭에서 우리가락을 들으며 귀를 씻어낸 뒤 속살이 꽉 찬 참꼬막을 먹으면 남도여행의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고 자신했다. 그는 “보성소리는 서편제와 동편제를 아우르는 보성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조상현·성창순·성우향 명창이 보성소리꾼”이라고 자랑했다. 이번 서편제 보성소리축제(21∼22일)는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놓고 내로라하는 전국의 신인들이 기량을 겨룬다. 정 군수는 “요즘 벌교앞 여자만의 찰진 갯벌에서 나는 쫄깃하고 짭조름한 꼬막 맛이 일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꼬막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온 궁중 진상품이었다. 다음달 3∼5일 소설 ‘태백산맥’의 현장인 벌교읍에서 참꼬막 축제가 이어진다. 그는 “축제 현장에서는 꼬막과 파전, 막걸리를 공짜로 제공하고 관광객들은 꼬막을 삶아서 까먹기, 요리하기, 녹차 마시기 등도 참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여기다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씨가 설명하는 태백산맥 가족탐방도 눈길을 끈다. 정 군수는 “청정해역인 대포리 갯벌에서는 어촌계끼리 ‘꼬막 널배타기 경연’이 펼쳐져 관광객들에게 좋은 사진거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만은 찰진 진흙농도가 화장품 크림보다 더 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이곳 736㏊에서는 해마다 꼬막 6500여t을 캐내 200억원의 소득을 올린다.㎏에 3000원,1상자(10㎏)에 3만원이다. 정 군수는 “참꼬막은 영양가 풍부한 갯벌에서 자라 헤모글로빈과 단백질, 무기질, 칼슘 등이 많아서 노약자나 산모에게 아주 좋은 건강식품”이라고 권했다. 보성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주말의 도심 고궁… 단풍만 있을까

    높고 푸른 하늘과 상쾌한 바람이 가족 나들이를 재촉하는 가을이다. 이번 주말 서울 도심에서는 가을의 멋과 맛을 만끽할 수 있는 무료 행사들이 열린다.14일 운현궁(사적 257호)에서는 고종·명성후 가례 재현행사가 열리고 15일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시민 걷기대회가 열린다. 가족들과 함께 가을의 풍경속으로 떠나자.●고종·명성후의 가례(家禮) 서울시는 14일 오후 3시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서 고종과 명성후의 가례 재현 행사를 연다. 행사는 고종 3년(1866년) 3월21일 흥선대원군의 사저인 운현궁에서 열렸던 고종(당시 15세)과 명성후 민씨(당시 16세)의 국혼례를 고증에 따라 원형 그대로 재현했다. 행사는 왕비로 책봉된 예비 왕비가 책명을 받는 비수책 의식과 국왕이 예비 왕비의 거처인 별궁으로 직접 나가 왕비를 맞는 친영례 의식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친영례 의식 때는 취타대 등 71명이 인사동에서 운현궁까지 임금의 가마를 들고 행진하는 어가행렬도 재현된다. 식후 공연으로 검기무, 향발무 등이 준비된다. 행사 당일은 무료 개장한다.766-9090.●단풍과 낙엽을 밟으며 서울시설공단은 능동 어린이대공원 무료 개방을 기념해 15일 어린이대공원에서 시민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걷기대회는 단풍과 낙엽으로 유명한 대공원의 숨은 명소를 만날 수 있는 1시간 코스. 행사는 오전 8시 정문 앞 광장을 출발해 생태연못 옆길, 동물공연장, 구의문길, 야외학습장, 중앙로, 수영장 길을 거쳐 다시 정문 광장으로 돌아오는 3.8㎞ 구간에서 열린다. 행사에서는 흥겨운 공연을 비롯해 행운권 추첨을 통해 김치냉장고, 자전거, 선물세트 등 푸짐한 경품도 주어진다. 참가를 원하는 시민은 행사 당일 출발시간에 맞춰 나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450-9362.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조선 왕실 속살 “다 보이네”

    ●조선의 파르테논 신전 종묘는 왕의 위패를 모시는 곳이다. 그리스 아테네에 파르테논 신전처럼 ‘조상신’을 모신 곳이다. 태조 이성계는 한양으로 천도한 뒤 종묘를 가장 먼저 지었다. 입장료 1000원(어른)을 내고 종묘에 들어서면 유네스코 ‘세계유산등록비’가 눈에 띈다. 조 해설사는 “일제 침략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제례 행사를 600년간 지속한 문화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묘대제는 매년 5월 첫째 일요일에 봉행된다. 제사상에는 익히지 않은 곡식과 육류가 올라간다. 산짐승을 희생양으로 삼는 고대 의식이 왕실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란다. 종묘의 중심건물인 정전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끝없이 이어진 돌길을 만난다. 가운데 길은 신이 다니는 신향로(神香路), 오른쪽은 임금이 다니는 어로(御路), 왼쪽은 세자로(世子路)다. 정전 정문 쪽으로는 신향로만 나 있다. 어로와 세자로는 왕이 머물던 어숙실로 이어진다. 왕과 왕비의 신주는 정전과 영년전에 나뉘어 있다. 통치기간이 길고 업적이 많은 왕의 위패는 정전(49위)에, 나머지는 영년전(34위)에 있다. ●장희빈과 혜경궁 홍씨를 만나다. 낙엽을 밟으며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창경궁 연결문이 나온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현존하는 궁궐의 법전(정전) 중 가장 오래된 명전전이 보인다. 임진왜란 때 불타고 1616년 광해군 때 재건됐다. 조 해설사는 “당시 중국이 후금, 청왕조로 넘어가며 혼란에 빠지자 광해군은 조선의 독립을 꿈꿨다.”면서 “황제의 색깔인 황색으로 문틀을 꾸민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이후 조선왕조의 힘이 약해지자 황색을 일부 벗겨냈지만 흔적은 남아 있다. 바로 옆 문정전은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사도세자가 이 곳에서 뒤주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사도세자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 하다. 밖으로 나오면 왕비가 생활하던 통명전이다. 숙종 때 장희빈이 이곳에 흉물을 묻어 인현왕후를 저주하다 사약을 받았다. 맞은 편 영춘허·집복헌은 정조가 거처하던 곳이다. 조 해설사는 “정조는 아침마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안부 편지를 보냈다.”면서 “어머니에게 답신이 와야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화해설은 언덕을 넘어 춘당지에서 끝난다. 임금이 경작하던 권농장을 1909년 일제가 일본식 정원으로 꾸몄단다. 동행한 광명고교 송현경(30)선생님은 역사의 흔적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오늘 돌아보니 낡았다고 전통기법으로 만들어진 옛 기와를 공장에서 찍어낸 새 것으로 바꾸고, 옛 문양에 페인트를 덧칠하고 있다.”면서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보존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통문화 답사를 원하는 학생과 시민은 관광희망일 3일 전에 서울시 문화관광 홈페이지(www.visitseoul.net)를 방문, 예약하면 된다.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로 문화유산 해설을 들을 수 있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무르익는 가을, 국화꽃 축제 속으로

    10일 과천 서울대공원. 테마가든에 들어서자 색색의 소담스러운 국화 송이가 향긋하게 인사를 한다. 폭포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현애국 3000여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꽃물결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대공원이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동물나라 가을꽃축제’를 마련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국내 최대규모의 국화 전시회를 비롯해 예술 거장들의 작품 전시와 동물그림그리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음달 5일까지 테마가든에서 열리는 ‘가을향기, 국화꽃 축제’에는 대국류 170종, 소국류 30종, 현애류 20종 등 무려 250종 5890점의 국화 작품이 전시된다. 야생화 분경과 분화 작품 150점이 전시되는 야생화 조경전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테마가든 다른 한편의 특별전시장에서는 다음달 12일까지 ‘2006 교육문화체험학습박람회’가 열린다. 박람회에서는 ‘백남준과 피카소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포스터, 엽서, 음반 등을 한자리에 모아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룡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3D입체영화관과 한지 도자기 등을 소재로 한 공예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서커스와 봉산탈춤,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박람회는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밤에 박람회장을 나서면 대공원 입구를 화려하게 밝히는 루미나리에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5일에는 동물원 곳곳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만화그리기대회’가 열린다. 웬만한 유명산보다도 단풍이 고운 것으로 유명한 대공원 일대에는 낙엽풀장과 1000m에 이르는 낙엽·단풍길이 마련되어 있다.‘인기만화가와 함께하는 캐릭터 포토존 및 낙서판만들기’ 행사와 ‘동물퀴즈왕 선발대회’, 매직쇼 등 다양한 오락프로그램도 펼쳐진다. 입상작품은 동물원 광장에 전시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를 통해 할 수 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무르익는 가을, 국화꽃 축제 속으로

    10일 과천 서울대공원. 테마가든에 들어서자 색색의 소담스러운 국화 송이가 향긋하게 인사를 한다. 폭포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현애국 3000여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꽃물결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대공원이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동물나라 가을꽃축제’를 마련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국내 최대규모의 국화 전시회를 비롯해 예술 거장들의 작품 전시와 동물그림그리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음달 5일까지 테마가든에서 열리는 ‘가을향기, 국화꽃 축제’에는 대국류 170종, 소국류 30종, 현애류 20종 등 무려 250종 5890점의 국화 작품이 전시된다. 야생화 분경과 분화 작품 150점이 전시되는 야생화 조경전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테마가든 다른 한편의 특별전시장에서는 다음달 12일까지 ‘2006 교육문화체험학습박람회’가 열린다. 박람회에서는 ‘백남준과 피카소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포스터, 엽서, 음반 등을 한자리에 모아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룡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3D입체영화관과 한지, 도자기 등을 소재로 한 공예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서커스와 봉산탈춤,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박람회는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밤에 박람회장을 나서면 대공원 입구를 화려하게 밝히는 루미나리에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5일에는 동물원 곳곳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만화그리기대회’가 열린다. 웬만한 유명산보다도 단풍이 고운 것으로 유명한 대공원 일대에는 낙엽풀장과 1000m에 이르는 낙엽·단풍길이 마련되어 있다.‘인기만화가와 함께하는 캐릭터 포토존 및 낙서판만들기’ 행사와 ‘동물퀴즈왕 선발대회’, 매직쇼 등 다양한 오락프로그램도 펼쳐진다. 입상작품은 동물원 광장에 전시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를 통해 할 수 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03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유럽에서 가장 긴 목재다리가 독일에서 완공됐다.‘용의 꼬리’라 불리는 이 다리는 철재기둥만 빼고 낙엽송과 전나무로 만들어졌다.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구불구불한 디자인과 붉은 색채가 인상적이다. 나무로 만들어서 조금은 불안해 보이지만 한꺼번에 3000명이 건너가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사이언스 매거진N(EBS 오후 10시5분) 주성치가 각본·감독·주연한 영화 ‘소림축구’ 속의 축구 과학을 찾아본다. 세계는 지금 ‘종자전쟁’시대이다. 다양한 생물종 확보는 생명산업(BT)의 중요한 요소로서 국부 창출의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을 확보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현재 천연 신약물에 대한 노력을 알아본다. ●독신천하(SBS 오후 9시55분) 정완은 운전하는 혜진에게 지헌은 결혼상대자라기보다 연애상대자라는 말과 농담을 던지는데, 이를 듣던 혜진은 약간 기분이 상한다. 정완은 비장한 각오로 드라마 시놉시스를 들고서 방송사로 들어가서는 한 PD를 만나지만, 시놉시스를 버리는 그를 보고는 화가 난 채 할 말을 다하고서는 뒤돌아선다. ●해모수의 주몽이야기(MBC 오후 11시15분) 아들을 앞에 두고 이름 한번 부르지 못했던 해모수. 비극적인 죽음으로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던 해모수가 주몽을 다시 만났다. 드라마가 끝난 후 해모수의 잔영에 휩싸여 두문불출했던 허준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모수의 속내와 그가 말하는 드라마 ‘주몽’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어머니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이 다 제 부모같이 느껴진다는 봉삼씨는 백령도 가을리 슈퍼스타다. 홀로 사는 노인들 집은 하루에 한 번 찾아가 도울 일이 없는지 점검을 한다. 누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간다. 손재주 많은 덕에 경운기 고치는 일에서 보일러 고치는 일까지 못하는 일이 없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윤정을 잡고선 가지 말라고 소리친 우경은 한번 사귀어보자고 말한다. 국화가 자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것에 속이 상했던 윤후는 우유배달을 시작했다는 국화의 말에 자신의 능력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미안해한다. 홍영감과 혜숙의 결혼식날 극도로 긴장한 홍영감은 자꾸만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 추석 한복 멋내기

    추석 한복 멋내기

    달이 뜬다. 풍년가를 부르는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도, 한라산 백록담에서 목욕하는 우리 할망의 앞치마에도 뜬다. 그럴 적에 달이 날 쳐다보고 웃거든 그냥 부끄러운 듯 돌아서서 어머니의, 그 어머니의 미소를 조용히 그리라고 했다. 그랬다. 어릴 적에는 몰랐던 그 미소가 왜 조금은 나이를 먹어야 그려지는 걸까. 일년 중 도대체 그날이 정녕 무엇이관데, 한 아름 둥근 달이 뜨는 이맘때 더욱 간절하게 그려지는 걸까. 에헤라 디야∼. ‘아이구 내새끼. 이쁘기도 하지.’ 훌쩍 콧물이 나올라 치면 그 어머니는 손바닥으로, 입술로 콧물을 아낌없이 훔치곤 아껴둔 눈깔사탕을 살짝 입에 물려주셨다. 오늘, 새삼 한복을 입어 본다.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계수나무 하얀 쪽배의 달을 보며 고뇌의 인생을 참듯, 돌아서서 옷고름을 매만지셨던 어머니를 알고 싶다. 그래서, 보고 싶은 가족들과 만나 ‘다들 내마음 같아지면 어떨까.’ 한번쯤 생색내고도 싶다. 길지 않은 인생, 아등바등하지 말고 정말이지 다들 행복해야 하니까…. ■ 추석 한복 멋내기 한복은 분위기다. 명절에는 그 느낌을 한껏 살려주고, 입는 사람에게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복 바지와 치마의 스치는 소리는 낙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같아 가을 분위기가 한층 높아진다. 가족과, 또는 연인과 추석 연휴를 맞아 떠난 고향나들이에 멋진 한복 맵시를 뽐내보는 것은 어떨까. # 살이 비치는 저고리 한복은 소재, 색감 등의 조화를 잘 이루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멋을 내는 것이 최고다. 박술녀 한복디자이너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색상에 고급스러움을 주는 천연 소재들이 한층 인기를 얻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나이에 맞게 밝은 느낌을 주는 색이, 중·장년층은 은은하고 기품있는 색상이 사랑받는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면에서 저고리 기장은 조금 길어지고, 고름의 너비와 길이는 좁고 짧아졌다. 깃과 동정은 넓고 소매통은 좁아졌다. 일교차는 크지만, 아직 낮에는 따뜻한 날씨 덕에 지난해 선호했던 가을 배자를 덧입는 스타일보다는 저고리만 입는 경우가 많다. 살이 살짝 비치는 저고리 스타일은 한복의 우아한 섹시미를 더한다. 색상은 자연 그대로의 색을 재현한 천연 염색이 유행이다. 쪽빛(푸른계열), 제비꽃색(보라계열), 홍화색(붉은계열), 수박색(녹색계열) 등 은은하고 차분한 색상이 주류를 이룬다. # 소재와 색상 선택은 한복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계절에 맞춘 소재의 선택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복의 배색은 나이와 체형, 얼굴색 등을 고려한다. 젊은층에선 홍화나 치자(노랑) 등을 염료로 한 밝고 경쾌한 색상이 좋다. 중·장년층의 경우 검은 계열인 쑥이나 오리나무, 연한 녹색인 녹차 등으로 색을 낸 것이 은은하고 기품있게 보인다. 남성은 연한색 바지·저고리에, 짙은 마고자를 입으면 차분해보인다. 가을철에 주로 쓰이는 옷감은 무명을 비롯해 국사, 갑사, 항라 등. 걸을 때마다 사각거리는 옷의 소리가 가을 바람에 낙엽이 흔들리는 소리와 비슷해 은은한 가을의 분위기를 더욱 살린다. 올 추석은 한창 가을의 중반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날씨는 아직 더위의 여운을 안고 있다. 따라서 어두운 색상보다 환한 색감의 밝고 가벼운 느낌의 옥사 소재가 좋다. 고급스러움을 주는 모본단 소재도 인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제공 박술녀 한복> ■ 한복 잘 갖춰 입기 # 체형에 따라 고르기 키가 작고 날씬한 체형은 한복의 단아함을 잘 살린다. 저고리를 치마보다 짙은 색으로 하되 전체적으로 밝은 색상을 고른다. 잔잔한 무늬로 귀엽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면 좋다. 통통하다면 치마와 저고리를 다소 어두운 색으로 하고, 목선이 산뜻한 디자인을 고른다. 키가 크고 말랐다면 넓고 주름이 촘촘히 잡힌 치마통으로 풍성한 멋을 강조한다. 통통하다면 짙은 색 저고리에 소매끝과 깃, 섶에 다른 색을 댄 삼회장, 또는 반회장 저고리를 입어 날씬해 보이도록 한다. # 속치마 겉치마보다 짧게 여성은 속바지를 입고 속치마는 겉치마보다 2∼3㎝ 짧게 입는다. 뒤트임 치마는 뒤 중심에서 양쪽으로 7㎝ 정도 여민다. 저고리의 진동선 구김을 정리한다. 고대와 어깨 솔기가 뒤로 넘어가지 않게 약간 앞으로 내린다. 남자 바지는 앞 중심에서 왼쪽으로 주름이 가도록 접어 허리둘레를 조절한다. # 한지에 싸 밀폐상자에 보관 한복을 입고 난 뒤 깨끗이 털어 먼지를 제거한 뒤 올바르게 개어 정리한다. 상자에 넣을 때는 치마를 먼저 넣고 저고리를 올린다. 견직물, 모직물은 한지에 잘 싸서 밀폐된 상자에 보관하고, 금·은박 등 장식에는 부드러운 한지를 사이사이 끼워넣어 문양이 상하지 않도록 한다. 부분 얼룩이 졌을 때는 타월을 두세겹 밑에 깔고 얼룩이 묻은 반대쪽을 타월에 닿도록 놓는다. 벤젠을 솜뭉치에 묻혀 꾹꾹 누르거나 두들겨서 빼면 된다. 얼룩을 지우기 전에 제거제를 옷의 안 보이는 면에 먼저 시험한 뒤 얼룩을 닦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한복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한복 화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 표현이다. 색조는 너무 하려하지 않게, 곱고 단정하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피부 표현은 투명하고 맑은 피부색과 화사하고 생기있게 보이도록 하는 블러셔가 포인트다. 메이크업베이스를 바르고, 리퀴드 파운데이션으로 가볍게 덧바른다. 잡티는 컨실러를 이용해 살짝 가린다. 웃었을 때 튀어나오는 볼 부분에 U자 형태로 블러셔를 발라 혈색을 자연스럽게 한다. 한꺼번에 많이 바르는 것보다 조금씩 여러번 나누어 색상을 조절한다. 페이스 파우더로 투명감있는 피부를 연출한다. 눈매는 자신의 눈썹 모양을 살려 최대한 깔끔하게 그린다. 아이섀도는 한복의 전체적인 색상과 어울리고, 너무 진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것으로 고른다. 아주 연한 분홍은 어떤 한복에도 무난하게 어울린다. 아이라인을 깨끗하게 그려 또렷한 눈매를 만들고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강조한다. 입술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어려 보이게 표현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입술색과 가장 유사한 색상의 립라이너를 이용해 입술선을 깔끔하게 그리고, 립스틱을 바른 뒤 립글로스로 촉촉하게 표현한다. 머리모양은 단연 깔끔하게 정리한 스타일이 좋다. 목선이 드러나도록 묶어 올려주면 한복의 선이 살아나 한층 아름답다. 짧은 머리면 뒤로 빗어 넘긴 뒤 헤어스타일링 제품을 이용해 흐트러지지 않게 고정시킨다.
  • 손안에서 터져도 안전 연습용 ‘흙 수류탄’ 개발

    손안에서 터져도 안전 연습용 ‘흙 수류탄’ 개발

    친(親)환경적인 연습용 흙 수류탄이 개발돼 군에 보급된다. 흙이 주성분이어서 손에서 터져도 안전하다. 24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내 군 훈련용 교보재 개발업체인 ‘씨앤오테크’는 2년여의 연구 끝에 2004년 말 연습용 ‘흙 수류탄’ 개발에 성공, 지난해 일부 군 부대에 시험용으로 납품한 데 이어 이달 초 방위사업청과 정식 공급계약(58만개)을 체결했다. 흙 수류탄은 실제 살상용 수류탄과 무게(260g), 모양 등이 똑같지만 흙을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성과 환경친화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연습용 수류탄은 안에 철과 플라스틱이 들어 있어 실수로 손에서 터지면 화상을 입거나 손가락이 절단되는 위험이 있었다. 반면 ‘흙 수류탄’은 손에서 터지거나 훈련 장병의 몸을 향해 투척해도 안전하다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터지면 파편 형상을 띠기는 하지만 흙으로 제작돼 먼지만 날릴 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흙 수류탄은 수류탄 투척 훈련장에서만 사용해야 했던 기존 연습용 수류탄의 한계를 벗어나 실제 교전 훈련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흙 수류탄은 몸체가 황토와 친환경 광물질로 만들어져 흙이나 낙엽에 묻힐 경우 45일 정도면 자연분해된다고 한다. 가격도 기존 연습용 수류탄(9800∼1만원)에 비해 월등히 싼 4000원에 불과하다. 씨앤오테크 오세홍 사장은 “흙 수류탄 개발은 세계 최초”라면서 “현재 미국,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중국, 베트남 등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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