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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개장한 잠실지하 오색길을 거니세요”

    서울 잠실역 지하쇼핑센터가 8개월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서울시설공단은 85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한 잠실역 지하쇼핑센터의 리모델링 공사를 최근 끝내고 영업을 재개했다고 13일 밝혔다. 새로운 지하쇼핑센터에는 장미길, 햇빛길, 별빛길, 낙엽길, 아름다운 길 등 5개 주 통로를 만들고 고유 테마로 꾸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줬다. 천장과 바닥은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디자인하고, 고급 마감재로 마무리했다. 효율성과 조도가 높은 조명기구를 사용해 밝고 산뜻하게 했다. 별빛길과 햇빛길에는 산소존을 만들어 순도 77%의 산소를 영업시간 내내 공급한다. 이를 위해 공기를 흡입한 후 질소를 걸러내고 산소만 모아 다시 공급하는 장치를 기계실에 설치했다. 공기질 자동측정 시스템도 구축했다. 지하쇼핑센터내 설치한 2개의 LCD 모니터를 통해 현재의 공기 상태를 실시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장실에는 남녀 변기 비율을 1대1.5로 맞추고, 남성용 변기를 11개에서 13개로, 여성용 변기를 11개에서 20개로 대폭 늘렸다. 리모델링을 기념해 12∼18일에 5만원 이상의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추첨권을 주고, 마지막날 추첨을 통해 PDP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경품으로 준다. 공단 관계자는 “백화점 못지않게 고급스럽게 단장한 잠실 지하쇼핑센터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1981년에 지어진 잠실역 지하쇼핑센터는 2500여평 부지에 의류, 패션잡화 등 140개의 점포가 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경기 파주 고령산

    [산이 좋아 산으로] 경기 파주 고령산

    옛 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새 것을 찾는 마음이 전혀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할 때가 많다. 산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잘 알려진 산이나 잘 닦인 산길을 찾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 길이나 옛날에 걷던 한적한 오솔길이 그리워지곤 한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영장리와 경기도 양주시 백석면의 경계에 있는 고령산(622m)은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 주능선이 북동쪽으로 뻗어가면서 양주시의 말머리고개를 경계로 챌봉, 장흥계곡과 이웃하고 북서쪽으로는 박달산과 인접해 있다. 남쪽으로도 긴 능선이 뻗어 내려 형제봉을 지나 고양시 목암고개까지 연결되지만 군사시설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다. 산세가 부드럽고 조망이 좋아 정상 앵무봉에 서면 불국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등 서울의 주요 산군들이 펼쳐진다. 산기슭 나지막한 곳에는 신라 진성여왕 때 창건된 고찰 보광사가 있다.1634년 주조한 보광사 범종과 조선 후기 편찬된 ‘양주목읍지’에는 각각 ‘고령산(高嶺山)’과 ‘고령산(高靈山)’이라 표기돼 있으나 ‘한국사찰전서’에는 두 가지 표기가 모두 실려 있다. 고령산은 계명산이나 개명산(開明山) 등 지도마다 다른 이름으로 표기돼 있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 산림청은 ‘고령산’이라는 이름으로 통일해 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고령산에는 여러 갈래의 크고 작은 산길들이 나 있다. 그 중에서 보광사를 들머리로 삼는 경우가 가장 많다. 보광사를 지나 도솔암을 거쳐 앵무봉까지 올랐다 원점회귀할 수도 있고, 반대편 서쪽 능선을 타고 내려올 수도 있다. 보통 2∼3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주변 산군으로 능선 산행을 길게 이어갈 수도 있다. 산길이 험하지 않고 부드러운 육산이라 산악자전거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서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통해 헬기장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취재는 보광사에서 출발해 도솔암을 거쳐 앵무봉에 올랐다가 서쪽 능선을 타고 다시 보광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소개한다. 산행 들머리가 되는 보광사에 닿으려면 되를 엎어놓은 것처럼 가파르다는 됫박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벽제삼거리에서 서울시립공동묘지를 지나 됫박고개를 넘어서자마자 보광사 입구에 닿는다. 사찰 안에서 중앙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고령산을 배경으로 보광사 호국인불이라 불리는 거대한 석불입상이 서 있다. 그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자그마한 다리 보광3교를 건너면 도솔암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계곡을 끼고 그대로 능선을 따라 오르면 된다.25∼30분 정도 적당히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도솔암이다. 낙엽 깔린 고운 흙 위에 살짝 눈 내린 오솔길, 빈 나뭇가지 아래 갈지자를 만들며 오르는 맛이 제법이다. 도솔암까지 가는 동안 두 번 정도 널찍하게 쉴 공간이 있다. 아늑한 둥지 같은 도솔암에는 이름처럼 몇 그루 단아한 자태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등산로 인접 지역이 지뢰매설 지역이기 때문에 반드시 길로만 가야 한다. 도솔암에서 20분쯤 더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거기 서면 앵무봉 정상부가 동그랗게 솥뚜껑을 엎어 놓은 듯 보인다. 나뭇잎을 말끔히 털어낸 참나무 잔가지가 빽빽하게 들어선 맨 꼭대기에 소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숨을 한번 고르고 정상부까지 5분 남짓 꽤나 가파른 비탈을 오르면 된다. # 여행 정보 보광사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 그 중 맨 끝에 있는 꼭대기산장(대표 유진명)이 유명하다. 산채정식 8000원, 겨울철 별미 산토끼탕은 4만 5000원, 꿩탕은 4만원이다. 페치카 장작불에 직접 구운 군고구마와 커피는 무료다. 꼭대기산장 031-948-7066. 글 사진 이영준(월간 MOUNTAIN 기자)
  • 국산목재 활용도 높인다

    정부는 올해 국산 목재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해외 목재의 수입에 따른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국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목재 가격이 오른 데다가 고유가에 따른 해상 운임과 함께 러시아의 원목 수출세도 인상됐다. 28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목재 수요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2720만㎥로 추산됐다. 외국산이 전체 90%가 넘는 2452만 3000㎥에 이른다. 국내재로는 267만 7000㎥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9.5%(23만 3000㎥) 늘어난 물량이다. 이에 따라 목재자급률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9.8%, 원목자급률은 28.9%에 달하게 된다. 벌목업의 산재보험료율 인하와 숲가꾸기사업이 20만㏊로 증가하고, 산물수집비가 전년 대비 3배 이상인 163억원으로 증액돼 국내재 활용도가 높아지게 됐다. 산림청은 제재용과 관련해서는 국내산 낙엽송을 활용한 합판용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합·단판용재의 경우 전년 대비 36.2% 증가한 71만 1000㎥를 공급하기로 했다. 폐목재와 숲가꾸기 산물 등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구길본 산림이용본부장은 “목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목가격 및 운송운임 상승 등에 따른 공급 차질마저 우려된다.”면서 “내년에는 목재 자급률을 10% 선으로 끌어올리는 등 국산재 공급 및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1인당 1그루씩”

    “지구 온난화, 가장 빠른 해결책은 나무심기입니다.” 산림청이 봄철 나무심기기간(3.1∼4.30)을 맞아 ‘국민 1인당 1그루의 나무심기’운동을 전개한다.27일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서 올해 첫 나무심기에 나섰다. 지난해보다 사흘 앞당겨졌다. 이날은 동백나무와 후백나무 등 난대수종 1000그루를 식재했다. 산림청은 이 기간 중 2만㏊에 약 4300만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국 145개소,285㏊ 부지에 ‘내 나무’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나무·낙엽송·백합나무, 그리고 지역특색 자생수종의 조림을 확대하되 잣나무·상수리는 줄이기로 했다. 산림청은 치산녹화 성공경험을 살려 해외에 기술 전수도 병행한다. 쓰나미 피해를 당한 인도네시아의 생태숲 복원을 올해 마무리함과 동시에 몽골 그린벨트 조성사업을 10년 계획으로 시작한다.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현장 행정] 구로구 첫 여성 공채 환경미화원 정미숙씨

    [현장 행정] 구로구 첫 여성 공채 환경미화원 정미숙씨

    공무원 가운데 연봉이 무지 세다(?)는 환경미화원. 신규채용 경쟁률이 수십대1을 가볍게 넘는다. 구로구청은 지난달 처음으로 실기와 면접 등을 거쳐 여성 공채1기 환경미화원을 뽑았다.17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정미숙(41·가명)씨는 “힘으로 통과했다.”며 합격비결을 에둘러댔다. 그녀는 얼굴이 사진에 나오거나 실명이 공개되지 않도록 취재진에게 정중하게 요청했다. 정씨는 보름간의 실무교육을 마치고,3주 전에 인도청소에 배치됐다. 그의 담당구역인 고척2동∼근린공원 사거리구간 1.5㎞ 가로청소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하루에 1.5㎞ 세 차례 왕복 22일 오전 10시 고척2동사무소 인근 도로변. 인도를 따라 비질을 쉴새없이 하던 정씨는 허리를 펴고 잠깐 휴식을 취했다. “새벽이 무서워요. 차도까지 청소를 하다 보면 지나가는 차들의 굉음에 몸이 움찔움찔하죠. 사람보다 차가 더 겁나요.” 그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한다. 눈만 빼고 모두 가리는 ‘완전 복장’과 빗자루, 쓰레받기를 갖추면 청소 준비 완료다. 고척2동∼근린공원을 한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시간 정도. 정씨는 하루 세 차례 왕복한다. 이 가운데 전단지와 담배꽁초, 구토물 등이 널려진 첫 새벽청소가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린다. “아직 ‘아침형 인간’이 안 되다 보니 새벽 4시부터 일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그래도 체력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환경미화원 말로는 요즘이 ‘청소 비시즌’이래요.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는 얼이 빠질 정도로 바쁘다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아요.” 정씨는 버리는 사람보다 기초질서를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한번은 한 아저씨가 자전거 수리를 위해 기다리면서 저와 눈이 마주치자, 발로 담배꽁초를 슬그머니 가리는 거예요. 제가 가서 빗질을 하자 굉장히 당황하시더라고요.” 가정주부였던 정씨는 애들 과외비를 벌기 위해 환경미화원으로 나섰다. “가족회의를 열어 (환경미화원에 지원하겠다는)제 의지를 밝혔을 때에는 사회적인 이미지 때문에 남편이나 애들이 미안해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다들 좋아해요. 그럼에도 애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항상 몸가짐을 조심합니다.” ●“초봉은 3000만원 수준” 하루 8시간 이상 ‘지역구’를 빗질하는 환경미화원에게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저승사자’로 통한다. 서울시 환경기획관 출신인 데다 구청장 취임 이후 누구보다 ‘클린 구로구’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출·퇴근 때뿐 아니라 이동할 때도 골목과 도로변 청소 상태를 확인한다. 이러다 보니 환경미화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청소행정과 양성주 주임은 “청장님이 한마디 하면 아무래도 담당구역 미화원이 누구인지 알아보죠. 그들도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구로구의 환경미화원은 모두 147명. 가로청소 미화원이 87명으로 가장 많다. 평균 연령은 49.2세. 연봉 수준은 초봉이 3000만원 안팎이다. 양 주임은 “환경미화원에 대한 처우가 많이 좋아졌지만 제반 복지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면서 “더욱이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이에 따른 불이익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지역명품의 재발견] 장수 사과

    ‘명품’ 사과로 유명한 전북 장수사과가 술, 비누, 보디로션 등으로 상품화된다. 장수군은 21일 지역 명산품인 사과를 이용해 와인, 미용상품, 액세서리를 개발하는 데 성공, 이를 상품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과 술은 알코올 농도 10도인 와인과 20도인 강화와인,40도인 브랜디 등 모두 4가지. 장수 사과 특유의 진한 향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사과술은 현재 상표등록을 추진 중이다.10억원을 들여 건립하고 있는 특산주 공장에서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사과 추출물을 원료로 한 미용상품은 비누, 샴푸, 린스, 보디로션 등이다. 아토피 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과비누는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이밖에 사과꽃이나 낙엽 등을 이용한 귀걸이, 넥타이핀, 목걸이, 열쇠고리 등 액세서리도 개발이 마무리됐다. 장수군은 액세서리 제작을 농촌 체험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거나 지역 내 농촌 여성들에게 맡겨 주민 소득화로 연결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제품들은 상품화하기 어려운 사과나 사과의 부산물을 원료로 이용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과 소비 기반을 넓히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농가 소득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수군에서는 750ha의 고랭지 과수원에서 연간 1만여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추석 무렵 조기 출하되는 장수사과는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제2사옥 아트펜스

    [거리 미술관 속으로]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제2사옥 아트펜스

    “서울 광화문에 대형 미술관이 생기나요.”“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까 외국 거리 같아요.”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금호아시아나 제2사옥 건축 현장. 오가는 시민들이 공사현장 가림막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가림막을 흘끔거린다. 회색빛 도시를 화려한 색채로 덮은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73m짜리 작품은 작가 4명의 7개 작품이 이어져 제작됐다. 우제길 작가의 ‘88-12A’‘판화’‘하늘’, 이성자 작가의 ‘은빛 강 2B’‘타피스트리’, 이영희 작가의 ‘근원’, 하인두 작가의 ‘구성’ 등이다. 이들 작품이 어떻게 한 자리에 모였을까. 바로 이정규 홍익대 교수의 솜씨다.2005년 6월 이 교수는 “문화가 숨쉬는 공사 가림막을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는 의뢰 기업의 이미지에 어울리도록 ‘새의 날갯짓’을 디자인했다. 바탕색은 아시아나 항공기의 따뜻한 회색으로 정했다. 날개를 채울 작품은 도심의 지루함을 날려보낼 자극적인 것으로 찾았다. 그는 금호문화재단이 소장한 작품 500점을 슬라이드로 일일이 살펴보고 7개 작품을 선택했다. 우연히 우제길 작가의 작품이 3개나 됐다. 선택된 작가들은 공사 가림막에 작품을 사용해도 좋다고 기꺼이 허락했다. 이 교수는 작품 7개를 12조각으로 나누어 엇갈리게 연출했다. 디지털 사회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점이 모여 면을 이루고, 다양성이 모여 통일성을 이루는 우리 사회의 특성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명도 ‘디지털모자이크 C-SUM’이다.C는 문화(Culture)·도시(City)·소통(Commuication)·공동체(Community)를 아우르는 약어이다. 붉고 푸른 물결이 끊어지듯 이어지기에 작품은 어느 계절과도 잘 어울린다.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푸른빛이 시원함을 선사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는 붉은빛이 춤추는 듯하다. 눈이 쌓이면 하늘도, 땅도, 작품도 회색빛으로 뒤덮인다. 작품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는 언제일까. 바로 별빛이 쏟아지는 밤이다. 금빛 조명 24개가 작품을 은은히 비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말 그대로 길거리 미술관이다.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작품 바닥에 나무턱이 놓여 있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좋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달콤한 첫 키스의 추억을 남길 수도 있지 않을까.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귀성·귀경 고속도로변 볼거리 뭐가 있나

    귀성·귀경 고속도로변 볼거리 뭐가 있나

    설 연휴가 짧아 고향을 오가는 길에 교통체증이 심할 듯하다. 하지만 귀성길과 고속도로 정체는 늘 함께하는 것. 고향가는 설렘이 교통체증으로 짜증과 조바심으로 바뀐다면, 기쁨도 반감되는 법이다.‘막히면 돌아가라’. 마음의 여유도 찾을 겸, 고속도로 주변의 관광지를 찾아 잠깐 쉬었다 가는 것은 어떨까. ★경부고속도로 # 신나는 과학체험 대전 엑스포과학공원(www.expopark.co.kr) 과학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테마파크. 주제별 전시관으로 세계 최대의 아이맥스영상관과 입체영상관, 시뮬레이션관, 보디월드, 돔영상관, 전기에너지관, 에너지관, 자연생명관, 한빛탑 전망대 등이 있다. 각 전시관에는 새로운 영상물들이 교체 상영된다.(042)866-5114.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회덕나들목→호남고속도로(광주방면)→북대전 나들목 # 무술승으로 유명한 경주 골굴사(www.golgulsa.com) 약 1500년 전 인도에서 건너온 광유성인 일행이 함월산 지역에 정착해 세운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 토함산 석굴암과 함께 통일신라시대를 대변하는 중요한 문화유적지다. 골굴사가 여느 사찰들과 다른 점은 신라시대 화랑들도 익혔다는 ‘선무도(禪武道)’라는 무술을 수행법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 지장암 등 12개의 석굴도 볼 만하다.(054)744-1689.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경주 시내→4번 국도→추령터널→안동리 입구 좌회전→929번 지방도→1.8㎞→골굴사 ★호남고속도로 # 백제 문화의 진수 익산 미륵사지와 보석박물관 오랜 세월 백제문화의 잔향이 배어 있는 전북 익산은 서동요 설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곳. 미륵사지는 신라의 침략을 불교의 힘으로 막고자 했던 호국 사찰로, 국보 제11호 미륵사지석탑과 보물 236호 미륵사지 당간지주, 동탑지 등 다양한 백제문화를 접할 수 있다. 세계 각국 10만여점의 보석이 전시된 보석박물관을 둘러보는 여정도 좋겠다.(063)836-7804.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722번 지방도→익산시내방면 5.3㎞→금마사거리→우회전→미륵사지 # 우전차(雨前茶)를 기다리며 보성 녹차밭(www.boseong.go.kr) 남도의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 있는 보성은 전국 최대 규모의 ‘녹차 밭’으로 유명한 곳.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회천면 황성산 봇재를 넘으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차밭이 펼쳐진다. 녹차밭 사이로 난 가파른 나무 산책로를 따라 올라 차밭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보성다원의 또 다른 볼거리, 삼나무 길도 걸어볼 만하다.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23∼4.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회덕JC→호남고속도로→동광주 나들목→제2순환도로 소태 나들목→화순방면→29번국도 보성방면→보성시내에서 18번국도 # 단군 후예의 땅 하동 삼성궁(www.bdsj.or.kr) 환인·환웅·단군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이며 수도장. 기묘한 형상의 1500여개 돌탑이 주변 숲과 어울려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삼성궁의 입장방법은 독특하다. 우선 산길을 올라 천하통일대장군과 민주회복여장군 장승이 서 있는 곳에서 ‘징’을 세 번 치고 기다려야 한다. 수도자의 인도대로 도복으로 갈아 입은 다음, 단군을 모신 전각과 환웅을 모신 천궁에 절을 하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운 관람이 허락된다.(055)884-1279.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광주나들목→남해고속도로→하동, 광양 나들목→19번국도→하동읍→2번국도 진주 방면 10㎞→횡천면소재지→지리산 방향 24㎞ ★서해안 고속도로 # 군함 테마파크 당진 삽교호 함상공원(www.sgmainepakr.co.kr) 해군 함정을 이용해 조성한 동양 최초의 군함테마파크. 우리 바다를 지키던 전투함 2척이 위용을 자랑하고, 상륙함 내부에는 해군과 해병대의 성장과 발전과정, 함정과 함포의 변천사, 연평해전을 재현한 디오라마(움직이는 입체 모형) 등이 주제별로 전시돼 눈길을 끈다. 아울러 관람객이 특수임무 전투복과 낙하산 등의 장비를 이용해 군장체험을 할 수도 있다.(041)363-6960.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나들목→삽교호 관광지→함상공원 ★영동고속도로 # 불교예술품 보고 갈까 여주 목아박물관(www.moka.or.kr) 불교 관련 예술품들과 유물들을 전시하는 곳. 박물관의 야외 조각공원 곳곳에 박찬수 관장의 작품들과 조각, 그리고 수집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일본 동대사와 비슷한 지붕 양식의 전시관은 지상 3층부터 지하 1층까지 불상, 불화, 불교 목공예품 등의 유물과 더불어 목아 박 관장의 불교 목조각과 목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19일은 휴관.(031)885-9952∼4.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여주 나들목→여주읍→원주방면 42번 국도, 또는 원주방면 자동차 전용도로(북내방면으로 진입 후 좌회전)→박물관 # 눈부신 설산 횡계 대관령 양떼목장 옛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대관령 휴게소에서 도보로 20분거리. 해발 832m 대관령 서쪽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널따란 초지에서 뛰노는 양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지만, 흰눈에 쌓인 채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구릉들이 인상적이다. 능선 이곳저곳 서있는 낙엽송들은 제법 겨울산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양들에게 건초주기와 추억의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등이 주요 놀거리.(033)335-1966.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시내방향 우회전→로터리에서 좌회전→6㎞→대관령양떼목장 ★중앙고속도로 # 호수길 드라이브 제천 청풍호반(tour.okjc.net) 충주 다목적댐 건설로 생겨난 호수.‘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경관이 시원하고 수려하다. 금월봉을 지나 청풍대교 등 청풍호반과 맞닿은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다 보면 마치 고향 가는 길처럼 느껴져 마음이 푸근해진다. 호반 주변 청풍문화재단지는 수몰지역에 있던 문화유산들을 원래 모습 그대로 옮겨 놓은 곳. 인근의 청풍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충주호 130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043)640-5681.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남제천 나들목→청풍 # 안동의 귀한 보물 오천유적지(www.gunjari.net)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 가는 광산 김씨 집성촌 유적지. 조선 초기부터 광산김씨 예안파가 20여대,600여년에 걸쳐 지내온 건축물 중 문화재로 지정된 고가(古家) 등을 1974년 안동댐 조성에 따른 수몰을 피해 새로 옮겨 조성한 유적지다.(054)856-0495. 가는 길 중앙고속도 서안동 나들목→35번 국도→와룡 방면 ★중부내륙고속도로 # 은둔자의 고향 괴산 갈론마을(www.cbgs.net) 속리산 끝자락에 숨어 있는 마을. 갈론은 칡뿌리를 양식삼아 은둔하기 좋다는 뜻의 갈은(葛隱)에서 나왔다. 선비들이 모여들어 자연을 벗삼아 놀았던 풍류지. 벽초 홍명희의 조부인 홍승목,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인 이원극 등이 은둔했던 곳이다. 구한말에는 천주교 박해를 피해 칼레 신부가 숨어들기도 했다.(043)830-3221.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연풍 나들목, 괴산 나들목→칠성파출소→칠성저수지 방향 # 새들도 쉬어가는 곳 문경 새재(saejae.mg21.go.kr) 예로부터 문경새재는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주요 도로. 옛길이 오롯이 남아있어 관광객들이 트레킹 코스로 많이 찾는다. 주흘관을 넘어서면 KBS촬영장. 조선과 고려의 옛마을과 궁성을 완전히 복원해 놓았다. 규모면에서는 세계에서 5번째 안에 드는 대규모 촬영장.(054)571-0709.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 혹은 중부고속도로 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나들목→문경새재도립공원 ★대구∼포항고속도로 # 12폭포로 유명한 포항 보경사 1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로 포항 북부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쌍생폭포, 삼보, 보연, 잠룡 등 12폭포골로 유명하다. 보경이란 이름은 ‘팔면보경’의 전설에서 나왔다. 스승으로부터 ‘동쪽 나라 해뜨는 곳에 명산이 있고, 그 아래 100척 깊은 못이 있으니, 그 곳에 거울을 묻고 절을 세우면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지명 법사가 603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800년 된 회화나무, 고려 오층석탑이나 원진국사비 등 보물급 문화재도 남아 있다.(054)262-1117.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포항 나들목→68번 지방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25년만에 불러보는 ‘너’

    “25년 만에 ‘너’를 부르려니 가슴이 떨립니다.” 1970년대 ‘겨울아이’ ‘너’ 등의 노래로 인기를 모았던 가수 이종용(58)이 12년 만에 노래를 한다. 1982년 가수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목사로 활동중인 그는 KBS 1TV ‘콘서트 7080’ 출연을 위해 13일 오전 귀국했다. 그는 “‘너’라는 노래를 25년 만에 부르려니 감회가 정말 새롭다. 또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아 순간 많이 당황했다.”면서 “정말 오랜만에 무대에 서려니까 힘들어서 잠을 못잤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낙엽지던 그 숲속에/파란 바닷가에/떨리는 손 잡아주던 너∼’ 그가 히트곡 ‘너’를 25년간 부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가수가 아니라 목사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계속 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게 될까봐 부르지 않았다. 혹시 마음이 흔들릴까봐 일부러 마이크와 기타를 멀리한 것 같다.”면서 “솔직히 다시 노래를 하라는 유혹을 떨치기 위해 미국까지 갔지만 몇번 흔들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늙어서 다시 가수하기가 힘든 만큼 불러도 좋을 듯싶다며 웃었다. 현재 미국 LA 코너스톤교회의 목사로 재임중인 그는 14일 미국으로 떠난다. 이종용과 절친한 가수 윤복희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녹화분은 17일 밤 11시30분 방송된다.연합뉴스
  • 상림 숲과 따뜻한 밥상으로의 초대

    상림 숲과 따뜻한 밥상으로의 초대

    글·사진 정일근 시인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군 함양읍 대덕동에 제가 좋아하는 상림(上林)이란 숲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154호. 숲의 면적은 6만 평이 넘습니다. 이 숲은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신라시대 때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숲입니다. 통일신라 진성여왕(재위 887 897) 때 고운 최치원이 함양읍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숲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예전에는 숲이 지금보다 넓어 대관림(大館林)이라고 불렀으나 홍수로 이 숲의 가운데 부분이 사라짐에 따라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누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하림은 훼손되어 흔적만 남아 있고 상림만이 예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림 숲을 이루고 있는 식물들로는 갈참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류가 주로 있습니다. 숲에 가면 나무들이 모두 이름표를 달고 있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993년 조사에서 116종류의 식물이 조사되었으며, 현재 2만여 그루의 크고, 오래된 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함양 상림은 사람이 직접 조성한 숲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적 가치를 가진 숲입니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숲 인근에 연꽃밭을 만들어 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제가 상림숲을 좋아하는 이유는 숲의 그 많은 나무들이 모두 활엽수라는 것입니다. 봄에는 모두 함께 잎을 피우고 가을이면 낙엽이 물들고 겨울이면 완벽하게 나목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 찾아가도 상림은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상록수림의 숲은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상림 숲은 살아 숨 쉬는 변화가 순간순간 장엄하게 연출되는 숲입니다. 상림에는 또 맑은 물이 많습니다. 상림의 서쪽으로 지리산이 내려 보내주는 위천이 흐르고 숲 속에도 길고 긴 맑은 물길이 나 있습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은 동적인 숲을 정적으로 살아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단지 연밭까지 만들어져 숲과 물이 상생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올 가을 상림에 다녀왔습니다. 상림의 낙엽은 ‘낙엽귀근’(落葉歸根)을 그대로 실천합니다. 모두 뿌리로 돌아가는 낙엽들이 몇 년을 두고 그대로 쌓여 숲 속에는 ‘낙엽바다’가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술보다도 좋은 오랜 친구들과 함께 상림 숲을 걸으며 즐거웠습니다. 맨발공원에서 맨발로 걸어보고 숲 속에 만들어진 나무벤치에 앉아 아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우린 같은 것을 함께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 가을인가는 지인들과 와인 몇 병을 들고 상림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기분도 참 좋았습니다. 낙엽바다에 몸을 던지고 천천히 와인에 취해 가는 동안 술에 약한 제가 취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낙엽이 붉게 물드는 속도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만추에 상림에 가신다면 당신도 들어갈 때의 단풍과 나올 때의 단풍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상림 주변의 정겨운 시골마을도 좋은 구경거리입니다. 그 입구에 물레방아가 있고 아직도 빨래터가 있는 마을입니다. 함양은 물레방아의 고장입니다. 실학자 박지원이 1792년 함양 안의현감으로 있을 때 청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보고 온 물레방아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그때부터 물레방아가 생겨났고 함양은 물레방아의 원조 고장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함양군은 가을이면 상림 주변에서 물레방아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상림의 마을을 둘러보다 오랜만에 천련자 나무를 보았습니다. ‘여자’라고도 하는 나무입니다. 노란 황금색의 천련자 열매도 달려 있었습니다. 유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신기해하는 일행들에게 주인아주머니가 열매를 몇 개 따서 선물해주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상림에서 여자를 선물 받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상림을 둘러보는 데 몇 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그래서 숲을 빠져나오면 누구나 출출해집니다. 숲과 나무가 차려주는 참 좋은 밥상을 선물 받았는데도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은 먹어야 사는 사람이니까 할 수밖에 없는 고민입니다. 숲을 나와 국도의 오른쪽 마천 방향 달려가다 보니 맞배지붕의 기와집이 맛있게 지어진 밥집을 만날 것입니다. 함양군에서 장수식당 1호점으로 지정한 밥집인데 주메뉴는 ‘콩잎곰국’과 ‘죽염청국장’입니다. 그 밥집은 죽염을 만들었던 인산 선생의 집안과 인연이 있어 요리와 밑반찬을 죽염으로만 간을 하는데 죽염청국장은 청국장에 죽염의 맛을 더했는데 짜지도 않고 그냥 먹기도 편한 별미입니다. 콩잎곰국은 저도 음식이 나올 때까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하고 기다렸는데 사골을 고와서 어린 콩잎들을 따서 말렸다가 함께 넣어 끓인 곰국이 나왔습니다. 역시 죽염으로 간을 해서 먹는데 그 맛이 얼마나 담백한지! 제가 먹어 본 곰국 중에서 가장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그건 상림 숲을 다녀온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건강한 맛이었습니다. 숲이 뿜어주는 그 깊은 산소 같은 맛이어서 당신도 오랜 만에 입맛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고의 밥상은 상림 숲에 있습니다. 당신이 때로 삶에 지칠 때 상림 숲으로 오셔서 숲이 차려주는 성찬을 밥상으로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보고싶다 색시야”

    “보고싶다 색시야”

    “늦장가를 간 뒤 철이 든 건지, 마누라가 시켜선지…. 시도 때도 없이 저러내요.” 8일 오전 서울대공원 곰사 한쪽 5평 남짓한 에조불곰의 우리.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날려 우리 안에 떨어지자 수컷 에조불곰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앞발로 바닥을 훔친다. 곰은 부지런히 모은 먼지를 한 구석으로 끌고 와서는 우리 밖으로 밀어낸다. 밀어낸 나뭇잎이 철창사이에 끼여 나가지 않자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이내 곰은 긴 호흡을 한번 한 후 ‘킁∼’하며 콧바람을 불어 나뭇잎과 남은 먼지를 깔끔히 몰아냈다. 올해로 16살인 이 수컷 곰의 별명은 ‘남자 파출부’다. 하루 종일 우리 안을 쓸고 닦아 사육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녀석이 방청소를 시작한 것은 2005년 9월.8살짜리 암컷 ‘진천’과 합사한 이후부터다. 십수년을 독수공방한 노총각에게 자신의 나이에 비해 반밖에 안 되는 신부가 얼마나 예뻤을까. 녀석은 암컷에게 혹시 뭐라도 묻을 세라 걱정하는 듯 방청소를 시작했다.“곰의 속마음을 어찌 알겠냐마는 아마 귀하게 여기는 암컷 발에 돌멩이가 걸리는 걸 걱정한 듯해요. 짝짓기 전에는 저렇게 깔끔을 떨던 놈이 아니었거든요.”담당 사육사의 말이다. 늦장가간 수컷과 어린 암컷의 ‘부부금실’은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지난해 4월 교미기간 중에는 두 마리 모두 한 달간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다. 물론 시간 날 때마다 수컷은 여전히 방청소를 했다. 가을은 압권이었다. 놈의 독특한 습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도 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녀석의 앞발은 정말 쉴 새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곰 두 마리의 달콤한 시간은 가고 어느덧 이별의 시간이 왔다.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는 곰의 특성상 임신한 암컷이 곰사 안 산실(産室)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임신한 어미 곰은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는다. 에조불곰의 임신기간은 180∼260일 정도. 그 사이 좋은 소식도 있었다. 암컷은 지난달 7일 600g의 건강한 새끼를 한 마리 낳았다. 수컷은 아직 새끼를 보지 못한 상태. 하지만 여전히 두 발로 우리를 치운다. 마치 집에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집안을 정리하는 듯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정동 타일벽화

    [거리 미술관 속으로] 정동 타일벽화

    ‘이젠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노래 ‘광화문 연가’ 중)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뿐 아니라 직장인의 사랑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점심시간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돌담길을 걷노라면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강남 직장인이 광화문 직장인을 시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돌담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 사이로 하얀색 그림판을 만날 수 있다. 타일로 제작한 길바닥 그림이다.15×15㎝의 흰색 타일 9개를 붙여 만들었다. 어떤 것은 2개 붙인 것도 있다. 대리석을 액자처럼 테두리에 둘렀다. 바닥 그림은 덕수궁 주변의 역사와 자연을 품고 있다. 가운데 타일 그림은 서울 옛 지도다. 주위에는 광화문 주변 건물이 그려져 있다. 덕수궁과 서울역, 시청 그리고 교회가 보인다. 돌담길에 노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도 앙증맞게 담겨 있다. 그림의 돌담을 손으로 만져보면 오톨도톨하다. 어린아이의 작품처럼 순박하지만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길바닥 그림은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같은 타일을 사용했지만 각기 다른 느낌이다. 중앙에 놓은 서울 지도를 제외하고는 각 타일의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그림의 방향도 각기 다르다. 어떤 것은 서울광장쪽을, 다른 것은 정동쪽을 바라본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세월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았다. 깨어지기도 하고, 그림이 닳아 없어지기도 했다. 아트컨설팅서울 박삼철 소장은 “길 위의 예술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를 고민하는 아름다운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창작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제목도 모른다.1998년 서울시가 정동길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면서 어느 공무원이 길바닥에 그림을 심었단다. 이 사업을 맡았던 서울시 푸른도시국 녹지사업단에 문의했지만 모른다고 했다. 아름다운 작품의 기록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작품은 예술가만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도시를 내집처럼 아름답게 만들려는 마음, 그래서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진정한 예술품을 탄생시킨다. 이 길바닥 벽화가 수억원짜리 작품보다 값진 이유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어린이책꽃이]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이주헌 지음, 상상공방 펴냄) 미술관이라는 말은 미술박물관의 준말이다. 미술관은 박물관의 일종이다. 박물관을 의미하는 영어 뮤지엄은 그리스어 무세이온(museion)에서 온 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가지 학예의 여신(뮤즈)의 전당이라는 뜻이다. 동화 형식의 재치있는 글을 통해 그림 지식과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책. 반 고흐·고갱·세잔 등 후기인상파, 쇠라·시냐크 등 신인상파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9500원.●건축가 김수근 공간을 디자인하다(황두진 지음, 나무숲 펴냄) 서울의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가회동, 재동, 삼청동, 원서동 등을 아우르는 지역. 지금도 한옥이 많이 보존돼 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건축가 김수근은 이 북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나의 집은 서울의 북촌”이라고 할 정도로 북촌을 사랑한 그는 서울에서 사는 동안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도 늘 북촌을 벗어나지 않았다. 올림픽체조경기장, 경동교회, 한계령휴게소, 청주박물관 등의 실물사진을 통해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1만 2000원.●수라간에 간 홍길동, 음식의 역사를 배우다(김선희 지음, 파란자전거 펴냄) 육당 최남선은 곰탕과 설렁탕이 고려시대 몽골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몽골의 ‘슐루’라는 음식과 이름·요리법 등 여러가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설렁탕은 조선의 ‘선농단’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임금과 정승판서가 음력 2월 동대문밖(현재 제기동) 선농단에서 1년동안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며 제사를 지냈는데 이때 유래된 음식이 바로 설렁탕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음식의 역사를 살핀 음식역사 동화.8700원.●흙속의 작은 우주(앨빈 실버스타인 등 지음, 김수영 옮김, 사계절 펴냄) 산이 낙엽으로 뒤덮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의 양을 토양동물들이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지렁이, 톡토기, 쥐며느리, 개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낙엽을 먹은 지렁이는 배설을 통해 2㎜이하로, 톡토기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로 분해한다. 동물의 배설물은 ‘자연 쓰레기’중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똥풍뎅이류는 배설물만을 전문으로 처리한다. 어린이를 위한 토양동물 이야기.9800원.
  • [환경·생명] 폐비닐로 신음하는 국토

    [환경·생명] 폐비닐로 신음하는 국토

    국토가 폐비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계절 농업이 보편화되고 비닐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폐비닐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거되지 않고 묻히거나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소각되는 바람에 2차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비닐은 농업 생산성을 올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재이지만 폐비닐로 인해 농토 오염은 물론 농촌 환경을 크게 해치는 흉물로 자리잡았다. 연근해 바다와 강 속에도 폐비닐이 가라앉아 환경오염과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연간 발생하는 폐비닐은 26만t 정도.2005년에는 26만 4880t이 나왔다. 이중 21만 3723t을 거둬들여 수거율이 81%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거율이 높아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5년 전만 해도 수거율이 절반에 불과했다. 한국환경자원공사에 따르면 2001∼2005년에 발생한 폐비닐은 모두 128만t에 이른다. ●5년간 미수거만 50만t 육박 이 가운데 수거량은 80만 7712t에 불과하다. 나머지 47만 4822t은 수거되지 않고 땅속에 묻혔거나 불법으로 태워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에 발생,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까지 더하면 엄청난 양의 폐비닐이 국토를 뒤덮고 있는 셈이다. 폐비닐 가운데는 농업용 폴리에틸렌 필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업용 비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50년대 초.1970년대 비닐 하우스 농사가 본격화되면서 사용량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채소재배 비닐하우스에 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농업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재질이라서 사용량에 비례해 그만큼 폐비닐이 나온다는 데 있다. ●젊은층 이농… 수거 엄두조차 못내 경기도 화성시 한 농촌 마을 밭에는 아직도 비닐이 수거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있다. 농민은 “2년 전 농사지은 땅인데 젊은 사람이 없어 비닐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 축산리 산밑 밭에는 고추를 심을 때 깔았던 비닐이 수년째 버려져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농사를 포기한 땅이라서 절반은 이미 무성한 잡초와 함께 땅속에 묻혔다. 또 대충 걷어낸 비닐 덩이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남해 연근해에도 폐비닐이 쌓여 있다. 때로는 작은 고깃배 스크류가 폐비닐에 걸려 엔진이 멈춰서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그물을 쳤다가 끌어올리면 비닐 덩어리가 따라올라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폐비닐을 효율적으로 수거하는 길은 없을까. 현재 폐비닐 수거는 전적으로 농민들의 손에 의존하고 있다. 배출자 수거 원칙을 적용하면 이들이 거둬들여야 하지만 농촌 인구 고령화와 일손부족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다. 농민들의 의식도 문제다. 폐비닐로 인한 국토오염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그냥 태워버리는 경우도 많다. ●재활용 기술개발 투자 서둘러야 조남용 환경자원공사 수원 사업소장은 “수거율을 높이려면 지자체 장려금을 늘리고, 처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농촌 인구 고령화로 수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폐비닐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자체는 폐비닐을 수거하면 장려금을 주는데 지급액이 천차만별이다.㎏당 30∼40원을 주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최고 300∼400원을 주는 곳도 있다.2005년 폐비닐 수거 장려금은 지방자치단체 100억원과 농림부 30억원 등 13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돈으로 수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농어민 교육에 폐비닐의 위험성을 알리고 수거 우수 마을에 대한 차별 지원 등이 필요하다. 처리 능력을 키우고 재활용 기술 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폐비닐 처리는 대부분 환경자원공사가 맡고 있는데 2005년의 경우 수거된 21만 6000t 가운데 처리량은 10만t에 불과하다. 올해는 11만 4000t을 처리할 계획이다. 공사가 폐비닐 처리 공장 5곳과 중간 가공시설 8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폐비닐을 처리하기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도 수거해 놓고 처리하지 못한 폐비닐이 35만t이 넘는다. 글 사진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거두면 자원, 버리면 쓰레기 다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폐비닐도 건축자재나 생활용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흙이 묻지 않은 비닐 터널 등은 고무 함지박을 만들거나 고무 디딤판을 만드는 주원료다. 고추밭에 까는 검은색 비닐 등은 물로 씻어 이물질을 털어낸 뒤 이를 녹여 유기용제 등의 재생원료로 쓴다. 한국환경자원공사는 “영농 폐비닐만 제대로 수거해도 연간 16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폐비닐을 재활용하여 친환경 재생골재를 생산, 도로포장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흙이나 이물질이 묻어 있는 상태의 폐비닐을 그대로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골재로 흙과 섞어 도로지반을 다지면 자체의 구멍이 자갈 역할을 하여 흙이 물을 흡수하는 것을 막고, 높은 단열 효과로 도로지반이 어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이 재생골재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에 실제로 사용돼 성능 검증을 마쳤으며 골재 원가의 30%가량을 줄이는 효과를 보았다. 폐비닐로 다공성 세라믹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나왔다. 폐비닐을 백토, 점토 및 고령토 등과 섞어 800∼1100도에서 소성시키면 다공성 세라믹 제품이 나온다. 그러나 버리면 그대로 환경을 훼손하는 쓰레기가 된다. 농경지에 그대로 묻히면 땅 속 공기 흐름을 막아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자연경관도 크게 훼손해 농촌환경을 더럽히는 원인이 된다. 밭에서 태우면 인체에 해로운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소각 잔재물을 땅에 묻으면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폐비닐 수거 요령 내가 사용한 비닐은 내가 수거한다는 의식을 갖고 흙·돌·낙엽 등 이물질을 제거한 뒤 배출해야 한다. 이물질이 얼마나 포함됐느냐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물질이 30% 이하면 재활용 가치가 높고 수거 보상금도 지급한다. 이물질이 50% 제거된 폐비닐은 바람으로 털거나 물에 씻어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물질이 80% 이상 남아 있는 것은 매각이나 소각해야 하는데 엄청난 폐기물처리 비용이 발생한다. 제품별로 따로 수거하면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우스용 두꺼운 비닐(로덴비닐)과 고추밭 등을 씌우는 얇은 비닐(하이덴비닐)로 구분하고 흰색과 검정색 비닐로 나누어 묶으면 된다. 개인별 수거보다는 마을 단위 수거가 경제적이고 수거에 편리하다. 마을 공동 집하장에 모아놓고 읍·면·동 환경담당에게 연락하면 된다. 지자체는 환경자원공사에 연락, 수거 일정을 정해 전문 수거 차량이 출동, 위생적으로 거둬가고 지자체에서 보상금을 지급한다. 개인 재활용 업체가 수거하기도 하는데 수거량이 미미하고 이물질이 없는 양질의 상태만 가져간다. 이 때문에 폐비닐을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지자체를 통한 수거가 바람직하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63빌딩 ‘생명의 숲’

    [거리 미술관 속으로] 63빌딩 ‘생명의 숲’

    ‘자연이 아니면서 자연인, 자연이면서 자연이 아닌….’ 서울 여의도동 대한생명 63빌딩 앞에는 은빛 나무 숲이 있다. 이재효의 ‘생명의 숲’이다. 지름 12m짜리 원에 키 6m의 나무 42그루,9m의 나무 42그루,12m의 나무 42그루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특이한 점은 나무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모양도 원이 아니라 원기둥을 삼등분한 기하학적 구조다. 그래서 인공적이고, 도시적이며, 미래적이다. 자연과 닮았지만 자연이 아닌 까닭이다. 숲은 멀리서 보면 우주에서 떨어진 은빛 덩어리로 보인다. 다가서면 낙엽이 진 겨울 산처럼 생겼다. 그래서 겨울과 잘 어울린다.63빌딩 엘리베이터를 타면 나무의 다른 높이가 매력을 발한다. 나무의 성장을 바라보듯 흐뭇하기까지 하다. 나무를 만져본다. 결이 곱다. 붓으로 덧칠한 듯 나무껍질 무늬를 입힌 덕분이다. 작가는 “무늬가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을 없앤다.”고 했다. 숲에는 세 갈래의 길이 나 있다. 길은 원 중심에서 출발해 부채꼴 모양으로 원 둘레까지 뻗어나간다. 은빛 나무 사이로 들어가 거닐다 보면 사방에 무수히 많은 나(我)가 있다. 거울처럼 빛나는 나무가 나의 움직임을 환상적으로 비춘 탓이다. 그래서 꼬맹이들은 이 숲을 ‘미로’라고 부른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면 생명의 숲은 금빛 옷으로 갈아입는다. 숲 속에서도, 숲 밖에서도 비추는 조명을, 스테인리스 나무껍질이 이쪽저쪽으로 반사한다. 그러면 나무가 우아하게 금빛을 내뿜는다. 차가움은 사라지고 따스함만 가득하다. 이때쯤 사람들이 숲을 찾는다. 연인들이 ‘나 잡아 봐라.’라는 고전놀이를 즐기고, 가족들이 손에 손잡고 숲을 에워싼다. 아이들은 나무 사이를 뛰노느라 신이 났다. 작가는 “사람들이 도시 속 은빛, 금빛 숲에서 미래를 꿈꾸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HAPPY KOREA] 대전·광주·충북 탐방

    [HAPPY KOREA] 대전·광주·충북 탐방

    산해진미도 그릇이 흉물스럽거나 어울리지 않으면 맛이 반감된다. 펄펄 끓는 구수한 청국장이 뚝배기가 아닌 양은냄비에 담겨 있다면 식욕을 앗아갈 수 있다. 사람이 음식이라면, 사람이 모여사는 마을이나 동네는 바로 그릇이다. 도시는 도시답게, 농촌은 농촌답게 만들어야 주민들을 담아낼 제대로 된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시작은 마을 가꾸기다. ■ 주민 뭉치니 도시도 확 바뀌네 흔히 국민의식이 주민의식보다 상위개념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물론 성숙한 국민의식은 나라를 변화시키는 원천이 된다. 하지만 국민의식만으로 마을이나 동네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국민의식은 ‘심정적 동조’, 주민의식은 ‘실천적 행동’이라는 차이로 나타난다. 대전 서구 둔산동과 광주 북구 문화동·오치동을 들여다봤다. ●둔산동, 사회지도층 참여 저조가 ‘옥에 티’ 대전 둔산동은 공영개발 방식으로 조성된 신도시 지역으로, 대전정부청사와 대전시청 등 굵직굵직한 기관들도 자리하고 있다. 때문에 둔산동 일대는 대전에서 손꼽히는 부촌이며, 이곳에 위치한 M아파트도 경제력을 갖춘 중산층 이상이 모여살고 있다. 하지만 이웃간에 단절되고 삭막한 여느 아파트와는 차이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지역공동체 활동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부터 M아파트를 포함한 인근 5개 아파트단지는 뜻을 모아 요일마다 번갈아 알뜰시장을 열고 있다. 수익금은 노인층이나 불우이웃 등을 돕는데 쓰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둔산동 일대 13개 아파트단지의 난방 방식을 중앙공급식에서 지역난방식으로 바꿔 에너지 절감은 물론,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도 일정부분 해소했다.‘담장 허물기’와 휴일에는 아파트단지 사잇길에 차량을 통제하는 ‘차없는 거리’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M아파트에도 이름을 대면 알만한 대전지역 공공기관장과 대학 총장, 전 국회의원, 의사와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직 고소득층 등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한 주민은 “가끔 행사 때만 얼굴을 비출 뿐, 사는지 안 사는지도 모를 정도”라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시간이 많은 사람만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문화·오치동, 참여율 높여야 동네가 바뀐다 광주 북구는 지난 200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6년이 지난 현재 마을에서 콘크리트 담장이 사라지고, 불법 주차와 쓰레기 더미로 너저분하던 골목길은 꽃과 나무가 심어진 녹지공간이나 주민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치1동의 경우 금호아파트 주민들은 쓰레기가 쌓인 채 방치됐던 아파트 담장을 허물어 ‘만남의 광장’을 조성했다. 쓰레기장이 이웃간 소통의 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우미아파트 주민들은 담장을 없애는 대신 화려한 동양화를 그려 넣었다. 우산중학교 정문 쪽엔 마을의 유래를 바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오치골 옛터의 거리’가 조성됐다. 오정초등학교 담장 100여m를 따라 ‘동화의 거리’도 꾸며졌다. 특히 오치1동 주민들은 ‘오치골 소식지’를 발행, 동네가 바뀌어 나가고 있는 소식을 이웃들에게 꼼꼼히 알리고 있다. 문화동 주민들은 각화약수터길 주변에 스스로 선정한 시와 그림을 타일에 새긴 뒤 담장에 붙여 ‘시화(詩畵)의 마을’로 꾸몄다. 집 앞에 내건 문패에는 이름 석자 대신 ‘행복이 가득한 집’,‘사랑이 넘치는 안식처’와 같은 글귀가 자리잡고 있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운동이 성공한 배경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주민들의 참여다. 운동은 지역별로 주민들이 마을 가꾸기나 생활편의시설 확충 등을 위한 추진 목표를 세우면 구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민들이 직접 공모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을 선정하고, 대상사업 확정에 앞서 주민설명회를 거치는 등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됐다. 구에서도 주민자치전담팀을 신설하고,‘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적극 지원했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참여가 전제됐을 때 마을이나 동네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주민의식은 바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라고 강조했다. 글 광주·대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흉물’가꾸니 ‘명소’로 둔갑했네 애초부터 지역 이미지를 갉아먹는 ‘흉물’은 없다. 차츰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관리의 ‘사각지대’가 돼 흉물로 낙인 찍히는 것이다. 주민들의 관심 여부에 따라 흉물이 명소로 둔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 덕동산촌마을, 청원군 문의면 소전1리 벌랏한지마을, 청주시 흥덕구 평동 전통떡마을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화전 흔적도 가꾸면 문화가 된다 덕동산촌마을은 60∼70년대만 해도 150가구 1000명 이상이 모여 사는 제법 융성했던 화전민 부락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정부의 화전민 이주정책으로 지금은 70가구 140명이 고작이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층이 전체 주민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연간 3만명 정도가 인근 덕동계곡을 찾고 있지만, 주민들의 주소득원은 여전히 약초·산초 재배이다. 마을을 들어서면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듬성듬성 조성된 낙엽수림이 과거 화전이 번성했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주민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문수 이장은 “화전민의 아들, 딸로 태어났음에도 정작 화전 문화와 흔적들을 30년 가까이 방치하다시피했다.”면서 “귀틀집과 움집 등 전국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는 화전 문화를 보존하는 게 마을 가꾸기이자 뿌리찾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덕동산촌마을 인근에는 일제 당시 채굴이 이뤄졌던 금광 4곳이 있다. 주민들은 폐금광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개발제한, 불편함을 이점으로 벌랏한지마을의 경우 지난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농지 대부분이 수몰됐다. 마을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각종 개발도 ‘올스톱’됐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 덕택에 주민들은 70년대까지 한지 생산에 주력했지만, 이마저도 한지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손을 뗐다. 이후 담배와 양잠, 고추 등으로 작물 전환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100가구에 육박하던 가구 수도 30여가구로 줄었다. 김장배 이장은 “30년 가까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환경과 조화된 마을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면서 “없고 불편한 게 많다고 불평만 하는 게 아니라,‘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는 대신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한지를 테마로 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이장은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체험프로그램보다는 오히려 잘 보존된 자연환경에 깊은 인상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을가꾸기,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통떡마을 인근에는 널리 알려진 ‘청주 가로수길’이 있다. 가로수길은 지난 1952년 4.5㎞ 구간에 플라타너스 묘목 1600그루를 심은 게 시작이었다.50년이 넘은 지금 가로수길은 영화촬영지 등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1회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당당히 도로 부문 1위도 차지했다. 쌀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전통떡마을도 늘어나는 방문객의 발길을 마을까지 유도하기 위해 2000년부터 떡을 만들기 시작했다.2004년에는 영농법인으로 등록까지 마쳤다. 이곳에서 만드는 전통떡만 구름떡과 쇠머리떡, 직지떡, 인절미, 쑥개떡, 기주떡 등 20여종에 이른다. 홍순주 영농법인 대표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떡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뒤져 대량 판매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하지만 방문객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를 통한 주문생산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오는 2009년까지 가로수길을 확장해 자동차와 보행자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가로수길의 변모에 발맞춰 마을도 ‘진화’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 청주·제천·청원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51) 春秋(춘추)

    儒林(749)에는 ‘春秋’(봄 춘/가을 추)가 나오는데 ‘(1)봄과 가을 (2)어른의 나이 (3)歷史(역사)의 泛稱(범칭) (4)五經(오경)의 하나로,孔子(공자)가 魯(노)나라 은공(隱公)에서 애공(哀公)에 이르는 242년(BC722∼BC481) 동안의 事跡(사적)을 編年體(편년체)로 기록한 책’과 같은 여러 의미로 쓰인다. ‘春’은 ‘따스한 봄볕에 풀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통해 ‘봄’을 나타냈다.用例(용례)로 ‘一場春夢(일장춘몽: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름),春心(춘심:남녀 간의 정욕),春華秋實(춘화추실:문장력과 덕행이 훌륭함)’ 등이 있다. ‘秋’자의 字源(자원)에 대해서는 ‘거북’의 일종을 그린 상형, 혹은 ‘메뚜기(귀뚜라미)’의 형상을 묘사한 것 등의 설이 분분하다.‘千秋(천추:오래고 긴 세월),秋波(추파:가을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보내는 눈길),秋風落葉(추풍낙엽:형세나 세력이 갑자기 기울어지거나 헤어져 흩어지는 모양),秋毫(추호:아주 적거나 조금인 것을 비유적으로 이름)’등에 쓰인다. 春秋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 담고 있는 책이 아니다. 사건에 의탁하여 大義名分(대의명분)을 피력한 책이다. 비록 經文(경문) 자체는 1800여조,1만 6500여자에 不過(불과)하지만 공자의 독특한 筆法(필법)이 경문 전체에 일관하고 있다. 사건을 기록하는 記事(기사),職分(직분)을 바로잡는 正名(정명), 칭찬과 비난을 엄격히 하는 褒貶(포폄)의 원칙을 세워, 여기에 어긋나는 것은 철저히 배격했으며, 오직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자신의 판단에 따라 집필하였다. 經文에 사용된 用語(용어)도 일정한 原則(원칙)이 있다. 사람이 살해되었을 때에는 그 대상에 따라 ‘弑’(시)·‘殺’(살)을 구분하였으며, 침략의 경우에도 侵(침)·伐(벌)·入(입)·取(취)의 용어로 구분했다. 여기에서 비롯하여 대의명분을 좇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준엄하게 기록하는 논법을 ‘春秋筆法’(춘추필법)이라 한다. 이와 유사한 의미로 ‘董狐之筆’(동호지필)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사관인 동호(董狐)가 당시의 사실을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직필함을 일컫는다.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의 선공(宣公) 2년조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가 전한다. 진(晉)의 영공(靈公)은 사치하고 잔인하며 방탕한 폭군이었다. 재상이었던 조순(趙盾)이 이를 자주 간하자, 영공은 刺客(자객)을 보내 그를 살해하려 하였다. 조순의 집에 침투한 자객은 그의 인품에 魅了(매료)되어 자결하고 말았다. 영공은 다시 조순을 술자리로 유인해 죽이려 했다. 이를 알아차린 병사들이 조순과 함께 도망하였다.國境(국경)을 넘으려는 순간, 영공이 조천(趙穿)에게 살해당했다는 말을 듣고는 발걸음을 되돌렸다. 당시의 史官(사관)인 동호(董狐)는 이런 조순의 행적을 ‘조순이 군주를 시해하였다.’고 기록했다. 조순이 이의를 제기하자 “그대는 正卿(정경)의 지위에 있으면서 도망치려 하였고, 국경을 넘지 못하고 돌아와서도 범인을 토벌하려 하지 않았으니, 임금을 죽인 자는 그대가 아니고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조순은 자기의 職務(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뽀드득 뽀드득~ 銀白의 유혹

    뽀드득 뽀드득~ 銀白의 유혹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 소리, 아시죠? ‘뽀드득 뽀드득∼’. 눈꽃여행을 유혹하는 순수의 소리죠. 낙엽 뒹구는 모습을 본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은 한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눈꽃여행하면 첫손 꼽는 곳이 태백산입니다. 해발 1567m로 제법 높지만, 산세가 비교적 완만해 겨울이면 눈꽃과 설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곳이죠. 일출광경이 장엄하기로도 유명합니다.‘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朱木)사이로 붉은 숨결을 쏟아내는 해를 보노라면, 가슴 한켠에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북받쳐 오릅니다. 매년 1월이면 태백산 들머리인 당골광장에서 눈조각전이 열리기도 하죠. 볼거리, 놀거리가 많은 행사입니다. 눈꽃 시즌이 막 시작됐습니다. 기차여행도 할 겸, 이번주는 태백산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요? 설경이 제법입니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태백산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곳 도시에도 눈은 내렸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도무지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다. 순결한 눈을 뒤집어 쓴 채 은빛 세계로 변해 있을 태백산. 마치 신기루처럼 눈앞에 아련하게 오버랩되더니, 급기야 조급증에 걸린 두 발은 어느새 태백시로 향하는 무궁화열차에 오르고 있다. # 절반쯤 올라야 하얀 눈세상 백두산에서 뻗어내려온 태백산맥 줄기가 금강산과 설악산, 그리고 오대산을 일으킨 다음, 마지막 용틀임하듯 솟구쳐 오르며 빚어 놓은 산이 태백산. 설악산·오대산·함백산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영산’으로도 불린다. 경관이 빼어나지는 않아도, 최고봉인 장군봉(將軍峰·1567m)과 문수봉(文殊峰·1517m)을 중심으로 웅장한 맛이 느껴지는 산이다. 태백산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정선과 영월을 거쳐 남한강이 되어 흐르고, 남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낙동강의 원류를 이루기도 한다. 당골광장을 들머리로 하고 산행에 나섰다. 얼음이 채 얼지 않은 계곡수가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낙동강으로 향해간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있는 나무들. 아마도 정기가 강한 태백산을 닮은 것일 게다. 등산로 초입부터 눈이 쌓여 있기는 하지만, 나뒹구는 나뭇잎의 등살에 순백의 제색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은 이른가. 밟아도 밟아도 눈이고, 땅이라고는 한뼘도 찾을 수 없는 설산을 기대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 내려오는 등산객들을 붙잡고 물어보아도 여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란다. 초반부터 이어진 비탈을 오르던 다리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정상 부근은 다르지 않을까. 40여분쯤 오르자 등산로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반제에 이르렀다. 백단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쳐지는 곳. 여기에 와서야 눈이 비로소 하얀 제빛깔을 찾기 시작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귀를 씻어주고, 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은 산을 하얗게 덧칠해 놓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날린 하얀 눈꽃잎이 얼굴에 와 부딪힌다. 단가 ‘사철가’에서 그려진 겨울산의 모습 그대로다.“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낙목한천 찬바람에/백설만 펄펄 휘날리어/은세계가 되고 보면은/월백(月白) 설백(雪白) 천지백(天地白)허니/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 엉덩이 썰매로 만든 등산로 반제를 지나서부터 길바닥이 미끄럽다. 등산객들이 엉덩이 썰매를 타며 등산로를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흰 눈에 쌓여서인가. 숲이 무성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박새와 딱새, 어치 등 산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고비란 녀석은 등산객들이 뿌려놓은 먹이를 먹느라 이방인의 발걸음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세상 모든 일은 양면성을 가지는 법. 쉽게 배불리 먹어 겨울을 편안하게 날 수는 있겠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점차 잃어가지 않을까. 한 비탈을 더 넘자 정상 바로 아래 자리잡은 망경사(望鏡寺)에 도착했다. 해발 1470m. 천년의 유래를 자랑하는 이 사찰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용정(龍井).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이다. 샘 위에 용왕각을 짓고 용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해서 이름도 용정이다. 망경사에서 조금 더 오르면 단종의 넋을 기린 단종비각이 처연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곳부터 태백산은 또 한번 옷을 갈아 입는다. 극한의 맑음과 완벽한 무채색. 바람이 매서울수록, 눈꽃도 화려하게 피어나듯, 하얗게 영근 나무들이 시리고 부신 눈 세상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윽고 천제단에 올라섰다. 사방이 탁트인 정상. 백두대간의 고산준령들이 이곳저곳으로 거칠 것 없이 줄달음치고 있다.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머물던 ‘일망무제’가 현실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멀리 도심속에서나 보았던 검은 띠가 산과 하늘을 가르고 있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생긴 것인지, 속세의 홍진이 모여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치 승속을 가르는 듯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 온 박인화(52)씨는 “참 절경이라예.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는 듯 하네예.”라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뉘라서 그렇지 않을까. ■ 열차타고 눈꽃여행 떠나요 눈꽃여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것이 바로 눈꽃열차. 가족이나 연인끼리 음식을 나눠먹으며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눈꽃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금년에도 한국철도공사는 여행사와 손잡고 다양한 지역으로 눈꽃여행객들을 실어나른다. ●태백산 눈꽃축제에 맞춰 출발한다. 올해는 당일 코스에 새마을호가 투입되는 것이 특징. 아침 7시10분 서울역을 출발해 태백산 눈꽃축제장을 돌아보고, 밤 10시에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코스.1월 14·15·18·21·22·25일 등 모두 6차례 운행한다.6만 3000원. 무궁화호로 출발하는 무박2일 코스는 매주 금·토요일밤 11시에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7만 5000원. 우리테마(02-733-0882). ●승부·추전역 150개가 넘는 터널을 지날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환한 세상이 아름다운 눈꽃열차여행 상품. 기차로만 갈 수 있다는 승부역, 하늘에 가장 가까운 추전역 등 아름다운 간이역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1월 운행예정. 지구여행사(1566-3035). ●소백산 12월30일과 1월2∼26일,2월1∼18일 오전 9시 청량리역에서 출발한다. 당일코스(5만 4000원)는 부석사,1박2일코스(13만 2000원)는 도산서원과 하회마을을 각각 들른다. 홍익여행사(02-717-1002), 청송여행사(1577-7788). ●덕유산 당일코스만 있다. 용산역에서 오전 8시25분 출발.2월27일까지 운행한다.5만 8000원. 비타민(02-736-9111). 서울역 출발 열차는 12월30일까지만 운행된다. ●정동진·대관령 1월2∼22일. 영등포와 수원역에서 출발한다. 무박2일코스.5만 4000원.KTX관광레저(02-393-3100), 수원은 비타민(02-736-9111). ●대둔산 12월30일∼내년 2월28일까지 당일일정으로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간다.5만 9000원. 지구투어(02-393-3100) ●정동진·정선 1월2∼22일까지 운행한다. 무궁화호를 타고 영등포역을 출발해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본 다음, 정선에서 레일바이트를 타는 프로그램.6만 6000원.KTX관광레저(02-393-3100).
  • 혼자가 아니라는, 끝내 뭉클한 그 말

    혼자가 아니라는, 끝내 뭉클한 그 말

    취재, 글 공지영. (소설가) ┃ 사진 한영희 가끔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이란 무엇인가, 하는 말과 사랑이란 무엇인가 혹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말로 이어져 간다.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러 가는 날은 맑고 찬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산다는 일이 내게는 경이롭게 느껴진다. 진부할 줄 알았던 일상이 실은 늘 새롭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 이미 천년만년 동안 반복한 삶이었다 해도 이날을 처음 사는 내게는 늘 새로운 아침인 것이다. 왜 신부님이 되셨나요, 라는 상투적인 질문이 예상을 깨고 맨 앞에 튀어나왔다. 정진석 추기경은 추기경이기 전에 서울대교구 주교였고 그 이전에 신부가 되었다. 그 이전에는 서울 공대를 졸업한 공학도였다. 온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해도 서울대를 졸업한 젊은이가 신부가 되는 일은 그리 녹녹한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뜻밖에도 전쟁, 이라는 낱말이 그에게 먼저 튀어나왔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전쟁을 겪으면서 생각이 변했어요. 전쟁 중에 사람을 죽이는 모든 무기가 과학의 산물이었거든요. 내가 기계부대에 근무했는데, 예를 들어 미군 2.5톤 트럭의 부품은 탱크와 같았어요. 서로 호환이 가능한 거였지요. 발명품을 손에 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것은 흉기도 되고 이기도 된다는 걸 체험한 거예요. 게다가 몇 번의 죽을 고비에서 살아난 후, 내 삶의 나머지는 신이 준 덤이다라는 생각도 거기에 한몫했지요.” 덕소에서 도강을 할 때 바로 뒤에서 얼음이 꺼져 바로 뒷줄에 있던 사람들이 얼음물에 빠져 죽은 일, 문경새재를 넘을 때 지뢰가 터져 바로 앞에 가던 동료가 죽은 일을 그는 회상했다. 10대 후반 그렇게 목격한 어이없는 죽음은 그에게 실존적 질문을 던져주었을 것이다. 모두가 죽음 앞에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은 그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을 던진 모양이었다. 이상하지만 이것 역시 새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죽음 앞에서 삶을 생각하는 것 말이다. 후회하신 적 없나요, 물었다. 후회하기에는 그는 이미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그래도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뜻밖에도 웃었다. “없어요. 잘한 거 같아….”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가 말을 이어갔다. “행복해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물질을 초월하는 것이에요. 가난은 어쩌면 이 세상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되는 것인데, 움켜쥐는 사람에게는 영원히 만족은 없어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적당히 가진 사람이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지.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행복이니까.” 정진석 추기경은 아침 6시쯤 일어나 미사를 드리고 8시 아침 식사를 할 때까지 원고를 쓴다.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그는 말했다. 편집자와 실랑이할 일도 독자들이 이걸 알아줄까 걱정도 없으시잖아요, 내가 물으니까 그가 큰 소리로 웃었다. “솔직히 그래요. 내 마음대로 쓰면 되니까 그건 그렇군요. 하지만 저녁에 산책을 하면서 묵주기도 20단을 바치는 것도 내게는 큰 행복이에요. 솔직히 추기경이 되고 나서 만나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누가 누군지 잘 기억하지도 못하는 때가 많은데… 그 시간에 조용히 정리가 되죠. 어떤 의미에서는 무아지경이라고나 할까?” 솔직히 언제 신이 옆에 있다고 느끼세요, 내가 물었다. 뭐랄까 사랑할 때, 미사 드릴 때 혹은 낙엽이 질 때… 같은 말을 상상하며 앉아 있는데 그는 선뜻 대답하고 만다. “…글쎄요, 믿지 않을지 모르겠는데… 항상입니다.” 그는 나의 기색을 살폈다. 믿지 않을지 모르겠는데, 라는 그의 단서는 실은 정확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늘… 신을 느낀다. 항상 신이 곁에 있음을 느낀다. 정말일까, 하는 의문을 눈치챘는지 그는 말을 이어간다. “신이 항상 곁에 있지 않으면 사는 것은 정말 어려워져요. 나를 알아봐주고, 사랑해주고 지켜주는 그분이 없다면 말이지요.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틀림없이 있다고, 그게 사람이 아니라면 바로 하느님이라고.” 그는 너무나도 추기경다운 대답을 했다. 원고를 쓸 생각을 하면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꺼냈다. 나도 기억하는 말, 가끔씩 생각하는 말, 그가 파킨슨씨 병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죽어가면서 했다는 그 말,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그 지당하며 진부하나 끝내 나를 뭉클하게 만드는 그 말. 말은 어떤 의미에서 부질없다. 기껏해야 몇 개 안 되는 모음과 자음의 집합이다. 그러나 그 말을 신선하게 만들고 뭉클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삶이다. 하얗게 센 그의 머리가 느긋한 그의 표정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잘한 거 같아…”라는 말을 70이 넘은 후 나는 저렇게 편안히 할 수 있을까. “신부가 되길… 잘한 거 같아. 베풀고 나누며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요즘 들어 삶이 나 하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지구 어디선가 차마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하루 종일 내가 사람인 것이 싫어진다. 거꾸로 가난하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사람을 보면 잘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아마 정 추기경을 만나고 난 후 내 삶의 저울은 잘 살고 싶다, 로 조금 기울 거 같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가 늘 되뇌인다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중얼거렸다.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월간<샘터>2006.12
  • [토요일 아침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어느덧 11월 하순이다.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을 성큼 넘어섰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와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세상만사는 결국 지나간다. 꼭 붙잡고 싶은 가슴 뿌듯한 순간, 감미롭고 아름다운 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 버리는 것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슬프고 괴로운 시간, 견디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시간도 아름다운 순간과 마찬가지로 지나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성서 해석집인 ‘미드라시’의 한 대목은 세월의 무상함이 종종 약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어느날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서 이런 명령을 내렸다.“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다시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좀처럼 그런 글귀가 생각나지 않자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다. 도움을 청하니 왕자가 대답했다.“그 반지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라고 새겨 넣으십시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심했을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입니다.” 가슴 벅찬 성공도, 쓰라린 실패도 흘러가는 세월에 실려서 지나간다. 얼마 전에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이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수능 성적이 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 좋게 나온 이들은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높은 점수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반대로 수능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이들은 큰 실망과 낙담 속에서 괴로워하겠지만, 그 실패 역시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수능 점수 몇점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절망하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참담한 마음에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미국에서 어떤 교수가 강의 도중 갑자기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청중에게 물었다.“이거 가질 사람 손들어 보세요” 당연히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것을 본 교수는 갑자기 100달러짜리 지폐를 주먹에 꽉 쥐어서 꾸기더니 다시 물었다.“여러분은 아직도 이 돈을 가지기 원하십니까?”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교수의 행동에 놀라면서 역시 손을 들었다. 그러자 교수는 꾸겨진 지폐를 다시 바닥에 내팽개쳐서 발로 밟았다. 지폐는 꾸겨지고 신발자국이 묻어서 더러워졌다. 교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그 지폐를 갖고 싶은지를 물었다. 또다시 모든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이때 그 교수는 힘찬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아무리 100달러짜리 지폐를 마구 구기고 발로 짓밟을지라도 그 가치는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여러번 바닥에 떨어지고 밟히며, 더러워지는 일이 있습니다. 실패라는 이름으로, 또는 패배라는 이름으로 겪게 되는 그 아픔들. 그런 아픔을 겪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평가절하합니다. 하나 놀라운 사실은 실패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구겨지고 짓밟혀도 여전히 가치를 가진 이 지폐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실패라는 것은 별로 두려워할 것이 못 됩니다. 오히려 먼저보다 더 풍부한 지식으로 다시 일을 시작할 좋은 기회일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그랬다. 인생에서 겪는 많은 실패 중에서 시험의 실패는 가장 작은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패가 아니라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절망하는 자는 하느님도 도울 수 없다. 하느님은 한쪽 문을 닫으시면 다른 쪽 문을 열어 주신다. 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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