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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경제림 육성과 창조경제/김용하 산림청 차장

    [기고] 경제림 육성과 창조경제/김용하 산림청 차장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제 혁신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라는 3대 전략으로 요약된다.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서 고민해보고 창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산림 분야에서도 창의성을 기반으로 혁신을 이뤄야 할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가 경제림 육성이다. 그동안 산림녹화를 통해 나무의 양은 40여년 만에 11배나 증가했지만 목재 자급률은 16%에 머물고 있다. 연간 목재수요량 2800만㎥ 중에서 450만㎥ 정도만 국내에서 공급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국내 목재의 88%는 펄프, 칩, 보드, 펠릿 등의 원료로 쓰이는 저급재다.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 이후 주요 원목 수출 국가들이 자국의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림 벌채를 점차 줄여나가는 한편 원목 상태로의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에게는 안정적인 목재 공급원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임목생장 여건이 열대지역 국가에 비해 나쁘니까 목재나 목제품을 수입해 쓰고 우리 산림을 환경자원으로 관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토와 산림 면적이 넓거나 열대지역에 있는 국가에서만 임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선진 임업국인 독일이나 핀란드를 예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지형과 기후가 비슷한 오스트리아는 300만㏊의 경제림에서 매년 1800만㎥, 뉴질랜드의 경우 200만㏊도 안 되는 라디에타소나무 인공조림지에서 2500만㎥ 이상의 우량 목재를 각각 생산해 세계적인 목재 수출국 대열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도 광릉 전나무숲을 비롯해 장성 편백숲, 대관령 소나무숲, 가평 잣나무숲, 평창 낙엽송숲 등을 보유한 덕분에 산림부국이 될 수 있다. 경제림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 전 산림을 대상으로 관리하던 산림 사업을 경제림단지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으로 50년 이상 집약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몇 가지 경제수종을 선택해 이를 적지에 심는 게 중요하다. 또 경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임도, 기계화 등 산림경영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생산된 목재의 수집, 유통, 가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권역별 목재유통단지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림단지 내 사유림 소유자들이 경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산림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리경영제도나 사유림선도경영단지 시범사업을 확대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목재산업체가 직접 나무를 키워서 목재를 생산하는 산업비림을 갖추도록 유도하거나 기업이 산림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앞 세대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만들었다. 이제 그 숲을 경제림으로 만들어 산림부국의 기반을 닦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역동적인 창조경제이기도 하다.
  • 사람이 낙엽처럼! 美 시속 100마일 강풍의 위력

    사람이 낙엽처럼! 美 시속 100마일 강풍의 위력

    미국 서부 오리건주에 있는 콜롬비아 강 협곡의 크라운 포인트 전망대에서, 풍속 100마일(160km)이 넘는 강풍이 불어 닥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있었던 일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한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크라운 포인트 전망대를 찾은 한 관광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선 강하게 부는 바람 소리와 함께 심하게 흔들리는 카메라가 바람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또한 관광객들이 낙엽처럼 바람에 날려가는 위험한 상황들도 이어진다. 계단을 오르던 두 명의 여성이 바람에 밀려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가 하면, 자전거를 든 남성은 도로 한 쪽에 곤두박질치는 아찔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영상에는 600여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강력한 자연의 위력 앞에 힘없이 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일 크라운 포인트 전망대에선 풍속이 한때 115마일(185km)에 달했다며, 다음날에도 풍속이 58마일을 오르내리는 등 거센 바람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낙엽인줄 알고 밟으면 큰일! 희귀색깔 신종 두꺼비 발견

    낙엽인줄 알고 밟으면 큰일! 희귀색깔 신종 두꺼비 발견

    가을 낙엽색깔을 연상시키는 희귀한 외모의 신종 두꺼비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은 체코 프라하 국립 박물관 연구팀이 남미 페루 숲 속에서 나뭇잎 색깔의 신종 두꺼비를 발견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종 양서류는 안데스 산맥 남서부 아열대지역인 융가스 산림에서 발견돼 ‘융가 두꺼비(Rhinella yung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융가 두꺼비는 기존 두꺼비들 눈 옆에 타원형으로 자리해있는 ‘고막’이 없는 것이 첫 번째 특징이다. 이런 형태는 아프리카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북동쪽 세이셸 섬에서 발견된 ‘가드너 개구리’에서도 발견되는데 해당 양서류들이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지 아직 학계에서는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두 번째 특징은 두꺼비의 몸 색깔로 오렌지 색, 붉은 갈색, 노란색등이 절묘하게 조합돼있다. 연구진들은 이를 “분해되기 직전 어두운 낙엽 빛깔 같다”고 보는데 기존 두꺼비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피부색이라 주목된다. 체코 프라하 국립 박물관 지리 모라벡 연구원은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희귀 양서류들이 해당 지역에 더 있을 것으로 추정 된다”며 “넓은 관점에서 연구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두꺼비는 개구리목 두꺼비 과의 양서류다. 언뜻 보면 개구리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피부에 조그만 돌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험에 처했을 때는 귀 샘에서 ‘부포톡신’이라는 독액을 분비한다. 주로 육상에서 생활하며 주식은 곤충류나 지렁이 등이다. 산란기에는 하천이나 늪 같은 습한 곳에서 생활하며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특히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두꺼비를 집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나 부를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여기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라이브 사이언스닷컴 캡처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낙엽 줍는 괴물? 파노라마 촬영했다가 ‘폭소’

    낙엽 줍는 괴물? 파노라마 촬영했다가 ‘폭소’

    낙엽을 줍다가 괴물이 된(?) 사나이가 화제다.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괴물을 만든 파노라마’라는 사진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사진 속에서 한 남성이 공원에서 낙엽을 줍고 있는데 이 남성의 팔, 다리 등 신체 비율이 어딘지 괴이하다. 가슴 위쪽은 똑바로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반면 허리와 다리는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팔이 고릴라처럼 길게 늘어져 땅바닥까지 뻗쳐 있다. 언뜻 보면 팔에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카메라 촬영 과정에서 모습이 겹쳐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게시자는 설명하고 있다. 사진 속 남성이 낙엽을 줍고 있는 도중에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던 것. 그 결과 이처럼 기이한 모습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세탁기/최광숙 논설위원

    어릴 적 세탁기 있는 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던 시절도 아니었으니 누군가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 빨래를 할 수 있었다. 지금 같은 겨울철 차가운 물에 빨래를 할라치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 시절 어머니들은 찬물에 빨개진 손가락을 호호 불어가며 빨래를 했다. 그러니 그 이후 세탁기의 출연은 가히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중학교 시절 한 친구는 “시집가면 아버지가 세탁기를 꼭 사주기로 했다”고 자랑했던 기억도 있다. 시중에 나왔어도 고가이다 보니 세탁기를 귀한 혼수품으로 장만하던 시절이다. 그런 세탁기가 이젠 군에도 보급돼 사병들의 손을 덜어주고 있다. 최근 전역을 하루 앞둔 병장이 총기를 손질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받고 총을 분해해 옷가지에 싸서 세탁기에 돌렸다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얘기가 괜한 소리가 아님이 입증된 셈이다. 전역에 들뜬 그의 눈에는 군인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총이 장난감 총으로 보였나.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열린세상] 새해를 기다리는 희망의 숲/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새해를 기다리는 희망의 숲/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지난 12월 22일 절기상의 동지(冬至)를 지나자 벌써 아침 해 뜨는 시간이 점차 일러지고 있다. 동지를 지나도 지상은 아직 겨울 극한의 날씨이지만 이미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는 생명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 주나라에서는 이날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하며 동지를 작은 설로 삼았다. 이것은 땅속부터 싹트는 봄기운을 의미하고 있고 겉으로 보기에 모든 수목이 낙엽을 땅에 떨어뜨리고 침묵하고 있지만 뿌리에서는 무한한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를 돌아보면 우리의 숲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계절마다 산나물, 버섯, 밤, 대추 등 갖가지 먹거리와 목재 그리고 25만 8000개의 일자리를 제공해 주었다. 숲이 주는 경제적, 공익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경제적 가치가 매년 7조원에 이르고 대기정화, 수원함양, 산사태 방지와 같은 공익기능이 109조원이나 돼 국민 1인당 216만원의 혜택을 준 것이다.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소년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듯이 숲이 우리에게 치유와 복지, 그리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해 준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병해충과 산불, 산사태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낸 것 같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은 우리의 소중한 소나무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제주 산방산에 600년 된 소나무까지 고사시킨 것이다. 지금도 경남·북 지역과 제주도에서는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내년 4월까지 고사목 제거 방제작업을 마치고자 일선의 산림공무원과 작업에 투입된 많은 영림단원들이 수고하고 있다. 또한 다른 해보다는 작았지만 순간의 방심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쌓은 탑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우(愚)를 범하는 것과 같은 산불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불 예방과 진화에 온 힘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285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548㏊의 산림이 소실된 것이다. 숲과 사람이 동시에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도 우리의 숲에는 희망이 있다. 내년에도 우리 숲의 키워드는 산림 복지, 산림 치유, 산림 교육, 산림 일자리이다. 이제 치산녹화의 성공을 넘어 숲 관리 선진국으로 우뚝 서려면 세계의 숲을 이끌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그러려면 숲의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조기에 은퇴한 세대를 위한 일자리는 나무 의사, 숲 해설가, 숲 치유지도사, 등산 안내인과 같은 새로운 직종을 창출하는 것이 대안이 된다. 물론 우리의 숲뿐만 아니라 아직도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개도국 산촌 주민들의 삶도 지켜주어야 한다. 과거 1960~70년대 어려웠던 시절 우리 숲도 다 망가졌듯이 지구촌 곳곳의 숲이 지금도 계속 망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과거 황폐지 복구 경험과 기술로 그들의 숲 복원사업도 도와주어야 한다. 건강한 숲은 앞으로 국민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밑거름으로 국민 행복의 시드 머니(Seed Money) 역할을 할 것이다. 행복은 건강에서부터 시작된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숲은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숲 복지를 제공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응한 산림탄소 상쇄, 사막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등 환경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새로운 분야와 융·복합, 협업을 통한 통섭의 장이다. 그리고 젊은 청년들이 추구하는 창의·창조의 알파라이징(Alpharising) 등 모든 것들이 숲에서 싹트고 시작될 수 있다. 다가오는 갑오(甲午)년은 말띠 해다. 말 중에서도 청마(靑馬)의 힘찬 기운과 내일을 향해 질주하는 역동성을 빌려 숲의 정기를 밖으로 끄집어내어 국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많은 나무를 심고 가꾸어 갑오년의 숲이 우리의 삶터, 일터, 쉼터가 되어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의 터전이 되는 희망찬 새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 개장 첫날 마포 유아숲 체험장… 아이들 발걸음마다 꺄 ~~~ 악

    개장 첫날 마포 유아숲 체험장… 아이들 발걸음마다 꺄 ~~~ 악

    산을 조금 더 깎으려고 했다. 나무 계단도 완만한 우회로로 만들었다. 앉아서 쉬라고 나무를 보기 좋은 모양으로 깎아 여기저기 눕혀 뒀다. 그런데 위험할 거란 생각은 어른들의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굳이 비탈길에 올라 밧줄을 부여잡는다. 굳이 험한 계단으로 오른다. 앉으라는 나무 의자는 밟고 뛰어놀기 좋은 발판일 따름이다. 쉼터를 만들다가 옆에 치워 둔 나무를 져 나르더니 이내 집을 짓는다. 인디언집처럼 뼈대를 세우고 앞마당, 뒷마당까지 만든다. 금세 땀 범벅에 흙투성이가 됐지만 아이들의 입과 손과 발은 쉴 틈이 없다. 지난 6일 마포구 상암동 ‘유아숲 체험장’엔 구립노을어린이집 아이들 10여명이 들이닥쳤다. 체험장은 도심에서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자연 그 자체를 느끼도록 해 주자는 취지로 만든 곳이다. 자그만 산책로 하나 있던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뒤편 상암산에 ‘모험놀이마당’ ‘체험놀이마당’ ‘야외교육장’ 등을 1만 5000㎡ 규모로 꾸몄다. 내년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생태연못을 조성해 수생식물 18종을 가져다 놨다. 오색딱따구리, 너구리 등의 동물 30여종과 아까시나무 등 식물 63종도 있다. 꽃사과, 산수유 등 나무 211그루, 낙상홍 등 관목 845그루, 감국이나 금불초 같은 꽃 6300송이를 심었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되 노는 와중에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라는 것이다. 그래서 운영 방식도 좀 특이하다. 유치원 등에서 참가 신청을 받아 매주 1~2차례씩 1년 내내 방문하게 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눈비가 내려도 무조건 진행할 예정”이라며 “뭐 대단한 걸 꼭 배워 간다기보다 숲에서 비도 맞아 보고 진창에서 뒹굴어도 보고 나뭇가지나 흙을 만지면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숲에서 눈싸움도 해 보는 그런 경험을 시켜 준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체험장 입구에는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산장도 하나 마련해 뒀다. 아이들을 인솔한 장미옥 선생님은 “수업 땐 막 뒹굴어도 되는 옷을 하나 따로 준비해 주십사 하고 학부모들께 부탁드린다”면서 “처음엔 옷을 버릴까 봐,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 멈칫멈칫하던 아이들도 한두번만 겪으면 아주 신 나게 잘 뛰어논다”고 말했다. ‘낙엽 모으기’ ‘꽃 찾아보기’처럼 활동 주제만 던져주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논다는 얘기다. 느낌을 물으려고 아이 몇몇을 붙잡았지만 대답은 흙냄새 가득 토해 내는 거친 숨뿐이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문경새재

    [명인·명물을 찾아서] 문경새재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 옛 고개인 문경새재(642m)가 ‘사계절 국민 관광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전국 네티즌이 국내 최고 관광지로 뽑으면서 관광객이 전례 없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설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오후 문경시 문경읍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 비수기라서 한산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쌀쌀한 날씨의 평일임에도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도로변에 나붙은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곳 100선, 문경새재 1위’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무색하지 않았다. 이 현수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1년간 전국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처음 추진한 ‘한국 관광 100선’에서 문경새재가 1위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문경시가 내걸었다. 양재율(58) 문경새재관리사무소장은 “예년 이맘때 같으면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으나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겨울철인 요즘도 평일 3000~4000명, 주말엔 1만명 가까이 찾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문경새재가 한국 관광 100선을 계기로 사계절 관광지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69만명의 유례없는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올 한 해 30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경새재는 국내 최고나 최장 등 타이틀이나 딱히 대표할 볼거리가 없다. 그럼에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관광지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린 비결은 뭘까. 조선시대 과거 길이란 역사성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잘 간직한 길 덕분으로 여겨진다. 영주 죽령(696m), 영동 추풍령(221m)과 함께 조선시대 3대 고갯길 중 하나였던 문경새재는 역사적·민속적·생물학적 가치가 큰 옛길이다. 전국 유일의 길 전문 박물관인 ‘문경 옛길박물관’이 이곳에 터를 잡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여기에 한국의 대표 아리랑으로 부각되고 있는 ‘문경새재아리랑’도 한몫했을 것이다. 문경새재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과 2007년 옛길로는 처음 국가지정문화재(명승 제32호)로도 지정됐다. 문경새재 하면 먼저 조선시대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 과거 길을 오르던 유생들이 떠오른다. 선비들은 문경(聞慶)이란 지명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 곳’이란 의미가 있다 해서 문경새재를 애용했다 한다. 죽령을 넘으면 ‘죽죽 미끄러지고’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47호로 지정된 ‘문경 조령관문’인 문경새재 공원 입구부터 제1~3관문까지 약 6.5㎞ 구간은 보기 드문 흙길이다. 1970년대 당시 국토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문경새재 길은 포장하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지시해 그대로 남게 됐다. 그래서 매년 5~10월 음력 보름을 전후한 토요일에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문경새재 옛길을 달빛 속에 맨발로 걷는 ‘문경새재 과거 길 달빛사랑여행’이 펼쳐진다. 공원 입구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제1관문(1708년)을 지나면 바로 왼편에 화려한 궁궐과 기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문경시가 72억원을 들여 만든 오픈 세트장. ‘태조왕건’, ‘대조영’, ‘대왕세종’ 등 인기 사극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곳에서 3관문까지 구간에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고려와 조선시대 숙식을 제공하던 국영여관인 조령원터, 조선 후기에 세워진 순수 한글비석인 ‘산불됴심’ 표석(경북도지정 문화재 제226호), 조선시대 경상 관찰사가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교귀정 등이 있다. 고려 말 공민왕이 피란을 가면서 머물렀다는 절 혜국사도 자리했다. 나그네가 쉬어 가는 주막, 성황당, 산신각, 선정비 등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멸종 위기의 동식물 서식지도 널리 분포됐다. 3관문을 통과하면 충북 괴산 땅이다. 문경새재에서는 철마다 문경전통찻사발축제와 문경사과축제 등이 열리는 축제의 공간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자연생태공원과 사계절썰매장, 새재스머프마을 등도 들어섰다. 양 소장은 “아리랑 고개인 문경새재 20리 길을 인생 열두 고개 테마길로 개발하고 국립 아리랑박물관을 유치하는 등 전국에서 으뜸가는 힐링 및 트레킹 코스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문경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생명의 窓] 소녀에서 어머니로 가는 여인에게/길은영 미술심리상담센터 소장

    [생명의 窓] 소녀에서 어머니로 가는 여인에게/길은영 미술심리상담센터 소장

    중년의 또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접어들었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하려고 거울을 보다 문득 서글픔에 잠긴다. 화장으로 가려지지 않는 크고 작은 주름들, 피곤한 얼굴. 시들어가는 꽃 같고 떨어진 낙엽 같다. 지난밤에 본 미남 배우는 이제 사춘기 딸의 몫인가 보다. 나도 가슴이 뛰는데, 좋은데, 부끄럽다. 깊이 숨어 있다 불쑥 고개를 내민 내 안의 소녀에 흠칫 놀라고, 민망해한다. 그러다 문득 드라마에 몰입해 자기 드라마를 쓰는 딸아이를 떠올리며 거울 속의 내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그 아이의 총천연색 사랑이 예쁘다. 나도 이제 조금씩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엄마가 되고 있는 걸까. 흔히 모성애를 자식에 대한 선천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이라고 한다. 그것은 잘 익은 빵과 같아서 예쁘고 화려하지 않아도 그 향기가 온 동네를 기분 좋게 만들고 발걸음을 그곳으로 옮기게 하는 마술이다. 아직도 모자라지만 나 역시 일하는 엄마로서 머리로, 가슴과 몸으로 엄마의 사랑을 경험하고 배워 왔다. 이 땅의 엄마들은 그렇게 오랜 세월 아이를 기르고 돌보는 일에 매진해 왔다. 참으로 작은 것보다 작고, 큰 것보다 크게 자리해 왔다. 세상 무엇보다 강하고, 따뜻하고, 넓은 이름이 엄마다. 그런데 이런 엄마가 종종 제 아이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얘기를 접하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그런 소식들로 엄마는 생명을 소생시키기도 하고 빼앗을 수 있는 존재일 수 있음이 알려진다. 그 어떤 상처보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는 그래서 오래 남는다. 대체 무엇이 엄마를 잔인하게 만들까. 어떤 사연이 타고난 모성조차 짓누르는 걸까. 사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한 여인에게 있어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빛나는 소녀에 머물고픈 가슴 속 욕망과 아이의 욕구와 충돌하는 길목이며 길을 알려주지 않는 지뢰밭이다. 그래서 가끔은 기다려야 하고 어떤 때는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엄마는 그냥 되지 않는다. 세상이 가르쳐준 레서피대로 한다고 해도 먹기 힘든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들고 끝나기도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와의 불화는 결국 엄마로서의 본능을 억누르게 하고, 엄마를 소녀에 머물게 만들기도 한다. 그럴수록 아이와 함께 머물고 기르는 것이 버거워진다. 이 지난한 시간을 견딘 여인만이 엄마로 산다. 무질서하고 혼돈스럽지만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연습한 엄마는 본능적으로 움직인 결과 드디어 엄마가 돼 가고, 엄마라는 이름을 소유하게 된다. 저들의 불행을 극복하고 혼돈을 기꺼이 견디는 능력이 바로 사랑이다. 그 어떤 질서와 법도 엄마의 사랑 위에 서지 못한다. 지난한 시간을 통과해야 사랑이 최고의 권력이 된다. 그 사랑을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다. 사랑하는 사람 수만큼 사랑의 신은 다양한 언어로 정의되고 존재한다. 엄마로 불리지만 엄마를 소유하지 못해 그 사용법에 힘들어 하는 엄마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나만의 인생 레서피를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간 사랑이라는 주요리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그 요리법은 마침내 이름도 성도 모르는 옆집 아이도 품고 기를 수 있는 능력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혼자 고독에 빠지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래서 더불어 행복해지자고. 오늘 거울 속의 엄마가 내게 말한다. ‘그냥 사랑하라, 미치지 않기 위해 사랑하라!’
  • ‘무한상상 자연 놀이터’ 숲으로 간 TV 유치원

    ‘무한상상 자연 놀이터’ 숲으로 간 TV 유치원

    풀과 꽃, 돌과 흙, 나무와 바람이 아이들의 숨겨진 놀이 본능을 자극한다. 최근 ‘숲 유치원’이 부모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그 수가 1년 새 2배나 늘었다. 다양한 생태 체험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돕는 숲. 다음 달 2~3일 오후 3시 55분 방송되는 KBS 2TV ‘TV유치원’이 개편을 맞아 그간 유아 프로그램의 배경인 스튜디오를 버리고 무한한 상상의 놀이터, 숲으로 간다. 아이들에게 숲은 신나게 달리고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자연 놀이터다. 떨어진 낙엽도 아이들의 손이 닿으면 소꿉놀이 장난감이 되고 시냇물 위를 떠다니는 배가 된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투박한 자연물도 형형색색의 장난감 못지않은 놀잇감으로 탄생시킨다.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은 모양과 질감, 소리, 향기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숲 유치원이 부모들 사이에서 교육의 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새 코너 ‘다같이 야호호’는 아이들이 직접 숲으로 가 자연을 보고 듣고 만지며 숨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맘껏 내보일 수 있도록 한다. 매회 동행하는 숲 해설가가 진행자 역할을 하며 아이들에게 주제를 던진다. 아이들은 ‘지붕 없는 교실’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을 보며 떠올린 상상을 친구들과 조근조근 나눈다. 새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의 작은 움직임까지 포착하는 촬영 기법이 동원돼 동·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5~7세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모들에게는 숲에서 아이와 재밌고 유익하게 노는 법을 일러준다. 떨어진 낙엽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던 아이는 “엄마에게 줄 선물”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나무의 이름을 지어 주며 자연과 친구가 되어갔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하기만 했던 아이도 숲에 오자 맘껏 뛰어놀며 맨손으로 송충이를 잡아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빠뜨렸다.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동식물의 흔적을 기막히게 찾아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TV유치원’ 조경숙 PD는 “기획 단계에선 실내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이 과연 숲에서 잘 놀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녹화에 들어가자 아이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마음껏 뛰어놀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들은 다양한 자연물로 장난감을 만들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숲 속 생물들을 찾아내거나 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며 탐구력과 집중력을 기르게 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청풍호 너른 품에… 저 산도 섬이 되다

    청풍호 너른 품에… 저 산도 섬이 되다

    청풍호(충주호)는 충북 제천과 충주, 그리고 단양 등에 걸쳐있는 거대한 호수다. 크기로는 소양호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호수가 넓으니 담긴 풍경 또한 헤아리기 힘들 만큼 다양할 터. 이 지역을 두루 꿰고 있는 한 지인이 호수 북쪽에 기막힌 풍경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그는 인적 드문 옛길을 따라 수려한 경치가 이어지는데, 물안개가 자주 피는 늦가을엔 더 빼어난 자태를 선보인다고 했다. 김정희의 ‘세한도’ 닮은 소나무와 ‘그림 같은’ 자작나무 숲이 있다고도 했다. 게다가 이 모든 걸 굽어볼 수 있는 산도 있다는 거다. 서둘러 행장 꾸려 찾아 나선 길, 호수가 숨겨둔 풍경은 과연 빼어났고, 이를 굽어보는 비봉산은 청풍호 최고의 풍경 전망대였다. 청풍호 인근엔 이름난 풍경 전망대들이 많다. 제비봉, 옥순봉, 가은산 등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비봉산(531m)은 여기서도 앞줄에 선다. 우선 위치가 좋다. 청풍호 한가운데에 곶부리처럼 불쑥 튀어나와 있다. 그 덕에 정상에 서면 청풍호 인근을 죄다 굽어볼 수 있다. 하늘과 호수가 맞닿아 있고, 그 위로 산들이 섬처럼 떠있는 장쾌한 풍경이 두 눈 가득 담긴다. 오르기도 쉽다. 정상까지 모노레일이 오간다. 운행구간은 약 3㎞. 6명이 탑승하는 모노레일 7대가 번갈아 운행된다. 정상까지는 꼬박 23분이 걸린다. 모노레일은 단순한 탈것이 아니다. 시속 7∼8㎞로 천천히 달리다가도 급경사를 오를 땐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스릴 넘친다. 어지간한 롤러 코스터는 댈 게 못 된다. 이렇게 가파른 구간을 여러 차례 지난다. 내려올 땐 더 짜릿하다. 건장한 남성도 새된 비명을 지르기 일쑤다. 모노레일 탑승장은 청풍면 도곡리에 있다. 인터넷(www.capirpa.co.kr) 예약과 현장 판매를 병행하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 판매분의 경우 이른 시간에 찾아가 표를 확보해야 한다. 모노레일은 11월 말까지만 운행되고 겨울엔 쉰다. 내년 3월 다시 운행된다. 왕복요금은 어른 8000원이다. 겨울철 설경을 즐기기 위해 걸어서 비봉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많다. 등산로는 청풍면 연곡리의 봉정사나 광의리, 대류리 등으로 나 있다. 보통 3시간 안쪽에 오르내릴 수 있다. 하지만 산은 작아도 일부 구간은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특히 아이젠 등 등산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겨울철엔 왕복 4시간 정도 예상해야 한다. 거리로는 광의리 코스가 1.4㎞로 가장 짧지만, 대부분 산객들은 좀 더 오르기 쉽고 볼 게 많은 연곡리 코스(1.8㎞)를 선호하는 편이다. 비봉산에서 장쾌한 풍경과 마주했다면, 이제 호숫가에 펼쳐진 소담한 풍경과 만날 차례다. 호수 북쪽의 대덕산, 수름산 등의 중턱을 따라 실핏줄처럼 이어진 옛길이 주무대다. 옛길은 금성면 소재지에서 월굴리와 황석리를 지나 부산리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15㎞ 남짓. 이 가운데 9㎞ 정도는 여전히 비포장길이다. 이 길은 이름이 없다. 현지 주민들은 그저 ‘저짝(쪽의 사투리)길’이라고 부른다. 왜 ‘저짝길’인가. 이는 ‘이쪽’에 대비되는 표현일 텐데, 금성면 시내를 벗어나면 왜 그런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마을 끝자락의 구룡교차로에서 길은 둘로 나뉜다. 왼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택했던 드라이브 코스, 그러니까 82번 지방도로다. ‘청풍호로’라는 번듯한 이름도 있다. ‘저짝길’은 교차로 오른쪽으로 난 길이다. 1985년 충주댐이 조성되면서 이 지역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그 가운데 극히 일부의 수몰민이 황석리 등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마을들을 연결하는 길이 바로 이 도로다. 공식 이름은 532번 지방도로지만 워낙 드나드는 차들이 드문 탓에 이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 길에 들면 청풍호로 주변의 금월봉, 청풍문화재단지 등 늘 가까이서만 봐왔던 관광 명소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다. 풍경 밖에서 풍경을 보는 셈이다. 호젓하게 경치를 완상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구룡교차로에서 구불구불 비포장길을 6㎞쯤 달리면 황석리에 닿는다. 청풍호를 품에 안고, 대덕산 골짜기에 우묵하게 기댄 작은 마을이다. 문화 류씨 집성촌으로, 주민이라야 대여섯 가구가 고작이다. 마을과 청풍호가 만나는 곶부리 끝엔 소나무가 네 그루 서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림과 다른 점은 소나무들이 이파리를 모두 떨군 채 고목이 되어 있다는 것. 주민들은 이른바 4대강 사업때문에 소나무가 생명을 잃었다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충주댐 조성 이후 청풍호는 심심찮게 저수량 변동을 겪었다. 그때마다 이 소나무들도 물에 잠기곤 했다. 그러다 물이 빠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싱싱한 솔향을 내뿜었다. 한데 4대강 사업 가운데 남한강 하류의 경기 여주 지역 공사때는 달랐다. 당시 소나무들은 무려 1년 이상 물에 잠겨 있었다. 공사 뒤 물은 빠졌지만, 소나무들은 이미 생명을 다한 뒤였다. 길은 황석리를 지나 후산리와 사오리 등을 줄줄이 지난다. 하나같이 보석 같은 풍경을 매달고 있는 마을들이다. ‘노란 모피 코트’ 같은 낙엽송과 주홍빛 감나무 잎 등이 어우러져 단풍 명산에 못지않은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황석리와 이웃한 후산리 사이엔 아스콘 포장공사가 한창이다. 내년에 예정대로 도로가 완공되고 나면 고즈넉했던 풍경들도 적잖이 달라질 터다. 길은 사오리를 지나며 다시 포장도로로 바뀐다. 이어 부산리 삼거리에서 충주 방면 532번 지방도로와 합류한다. 부산리 삼거리에선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흰 수피에 황금빛 이파리를 반짝거리는 자작나무들의 자태가 인상적이다. 예서 좌회전하면 흰서덕돌, 벼락골, 웃오미, 진목치를 지나 충주시 동량면으로 이어진다. 역시 청풍호를 에두른 길인데 험한 비포장길이 대부분이다. 오른쪽으로 돌면 제천시 봉양읍 방향이다. 글 사진 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을 나와 금성면 소재지를 지나면 청풍호 드라이브길이 시작된다. 청풍호 북쪽길은 면소재지 끝의 구룡교차로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비봉산은 구룡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청풍문화재 단지를 지난 뒤 청풍면 소재지에서 우회전해 간다. 중부내륙관광열차 등 열차를 이용할 경우 제천역 앞 남당초등학교 정류장에서 950번 버스를 타고 청풍농협 정류장에서 내려 951번 버스로 갈아탄 뒤 대류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국도 나들이를 즐긴다면 38번 국도를 타고 경기 이천에서 장호원, 감곡 방향으로 가다 박달재를 넘어 597번 지방도를 타면 청풍호까지 갈 수 있다. 주말에는 38번 국도도 막히는 경우가 있지만 영동고속도로보다는 덜한 편이다. 제천시 관광과 641-6690. →맛집 청풍호 주변에 맛집들이 많다. 황금가든(647-6303)은 울금을 이용한 건강식 떡갈비를 잘한다. 교리가든(648-0077)은 민물 매운탕이 맛있는 집이다. 두 집 모두 청풍리조트 인근에 있다. 산아래(646-3233)는 유기농 야채를 곁들인 우렁쌈밥을 내는 집이다. 봉양읍에 있다. →잘 곳 청풍리조트(640-7000)가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 객실창 너머로 물안개 핀 청풍호와 월악산 영봉이 넘실대는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 ‘베니키아’ 가입 업체로 식사와 사우나 등 부대업장의 가격이 저렴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40% 할인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www.cheongpungresort.co.kr) 참조. 숲 속에서 우아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리솜포레스트(www.resomforest.com)가 제격이다. 옛 박달재의 깊은 숲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세워져 있다. 노천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 밟을때는 낭만, 쓸어보니 낭패

    밟을때는 낭만, 쓸어보니 낭패

    “좀 과장하면 백사장에서 모래 한 삽 뜨는 기분이죠. 낙엽은 치우면 금세 또 떨어져요.” 20일 오전 5시 서울 종로구의 창경궁 옆 돌담길. 형광색 작업복 차림의 종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2명이 분주히 빗질을 했다. 밤사이 거리에 소복이 쌓인 낙엽을 치우기 위해서다. 미화원 100여명이 투입돼 직장인이 출근을 시작하는 오전 7~8시쯤 1차 청소를 마쳐야 한다. 30년차 환경미화원 이치헌(60)씨는 “낙엽이 쏟아지는 11월부터 12월 초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낙엽이 바람에 날려 주행 중인 차창을 때리거나 행인이 밟고 넘어질 위험이 있어 쌓일 틈 없이 치워야 한다. 기자도 겨울 문턱에 벌이는 ‘낙엽과의 전쟁’을 체험하기 위해 미화원 복장에 빗자루, 쓰레받기를 들고 종로구 와룡동, 청운동, 인사동 거리를 돌았다. 이날 서울 기온은 올가을 이후 가장 추운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오전 5시 무렵 창경궁로는 플라타너스 낙엽이 바닥에 가득 쌓여 운치가 있었다. ‘낙엽 밭’을 밟을 때의 서걱거림이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지날 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하지만 빗질을 시작한 지 20분도 안 돼 낭만은 사라졌다. 대나무 살로 만든 특수 빗자루로 낙엽을 쉴 새 없이 쓸어 모으고 나서 포대에 주워담는 일을 반복하자 추운 날씨에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미화원인 양행술(50)씨는 “언뜻 눈 치우는 일이 더 고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귀띔했다. 눈은 제설 차량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집 앞 눈은 주인이 치우도록 서울시 조례가 개정되면서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낙엽 제거는 오롯이 미화원의 몫이다. 이씨는 “가끔 송풍기 바람을 이용해 낙엽을 모으지만 미세먼지가 많이 날려 비 오는 날에만 간간이 쓴다”면서 “낙엽 청소에는 빗질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로수뿐 아니라 인근 인왕산과 북한산의 낙엽도 가을 바람을 타고 길거리로 밀려온다. 고동석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계장은 “낙엽을 다 치우기도 어렵고 ‘가을에는 낙엽 밟는 것이 낭만’이라는 시민들의 생각도 있어 말끔히 없애지 않고 일부를 남겨둔다”고 말했다. 청소 시작 1시간 만에 200ℓ짜리 포대 15자루가 가득 찼다. 고 계장은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종로구 관내 23.91㎢을 청소하면 매일 낙엽 1500자루가 수거된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걷히는 낙엽의 양은 집계조차 안 되지만 종로구에서만 매일 75t의 낙엽이 수거된다. 가을 내내 종로에서 걷히는 낙엽은 1100~1500t에 이른다. 가을철에는 낙엽·낙과와 관련된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고 계장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젖은 낙엽을 밟아 미끄러졌다거나 떨어진 은행 때문에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 등이 많이 접수된다”고 전했다.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은행을 집중적으로 따 450㎏가량을 인근 노인복지관 등에 전달하기도 했다. 낙엽은 다른 쓰레기와 달리 귀한 대접을 받는다. 거리에서 모은 낙엽 포대는 쓰레기 ‘적환장’에 집결됐다가 구청과 협약을 맺은 수도권의 배추·사과 농가 등에 비료로 배달된다. 또 송파구는 수거한 은행나뭇잎을 강원 춘천시 남이섬에 깔아 ‘송파 은행길’을 조성했고, 충북 제천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주워온 낙엽을 ㎏당 300원쯤에 사들이는 ‘낙엽 수매제’도 시행하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기획연재,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기획연재,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안혜련 주부

    올겨울 첫눈을 예술의전당 앞 남부순환로에서 맞았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았다기보다 낙엽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다시 사방으로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자그마한 하얀 송이들을 잠시 만났을 뿐이다. 순간 세상은 뿌옇게 흐려지며 청회색으로 물들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악기소리들은 창밖 바람소리처럼 아우성쳤다. 바로 이럴 때다. 내가 이 거대한 우주에서 하나의 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깨달을 때가. 세상에 왔다 덧없이 스러져가는 한순간의 눈송이 같은, 저 광포한 바람에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낙엽 같은 미미한 존재. 낙엽도 나도 자연의 한 부분일 뿐, 그러나 그 미미한 존재들이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만든다. 서울신문의 기획기사들은 때로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맞을 때처럼 새로운 생각거리를 준다. 매년 이맘때면 거리에 쌓이는 낙엽들이 아쉽고 쓰레기봉투에 담겨 수거되는 그들의 활용과 행선지가 궁금했다. ‘김문이 만난사람’ 낙엽 재활용 연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박사(11월 13일자 26면)의 기사는 그 궁금증을 일부 풀어주었다.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연에 양분을 되돌려주는 ‘영양제’라고 말하는 이 박사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낙엽을 소각하거나 매립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낙엽활용 연구는 연료화, 친환경소재, 관광상품화, 퇴비화 등 네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환경 문제는 대부분 물질 순환의 불균형에서 기인하므로 낙엽 재활용이야말로 우리가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물질 순환의 방법이고, 조금 불편하고 힘든 것이 환경을 살리고 우리가 사는 길”이라고 말한다. 김보숙 서울대공원 동물운영팀장의 ‘동물원의 역사’(11월 15일자 16면)도 흥미로웠다. 평소 애완용이나 관상용으로 동물을 기른다고 생각했지 권력욕과 과시욕 때문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인간사회에 계급과 권력이 생기면서 동물이 그 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소장품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치인에게도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기반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니 오늘날 3S(Screen·Sex·Sports ) 정책의 효시라 할 만하다. 동물들은 거의 2000년 전부터 인간의 호기심과 잔인함의 대상이 되었고 이런 동물을 사육하고 전시하면서 동물원은 오락과 전시의 대상이 되어 현재의 동물원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일 앞에서 우리는 거의 언제나 ‘과연 그것이 경제적인가’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나’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그러나 낙엽에 환경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 동물에게 그 고유의 동물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인간에게 인간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인간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생각과 행동이, 그런 문명과 문화가 자연에 큰 재앙이 되어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우리는 자연이라는 큰 우리 중 하나일 뿐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때로 시의성과 무관한 이런 기획연재들이 너무 한가한 것 아닌가하는 일부의 우려도 있으나, 일상을 벗어나고 넘어서는 이러한 기사를 통해 독자는 의미 없이 지나쳐버린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서울신문이 그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 바란다.
  • 낙엽 위에 눕다간 티푸스열 위험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발생하는 질환인 쓰쓰가무시병이 대표적인 ‘티푸스열’ 환자가 늦가을인 10~11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가 3월에 비하면 100배 정도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통계를 보면 2008년부터 최근 5년 동안 10~11월 두달간 티푸스열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평균 9513명으로 환자가 98명에 불과한 3월보다 100배 정도 많았다. 티푸스열이란 ‘리케차’라고 불리는 세균이 곤충에 의해 옮겨져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열과 두통, 근육통, 구토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티푸스열 진료 인원을 연령별로 보면 장·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70대 이상이 28.4%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25.1%, 50대가 24.6%로 50대 이상에서 78.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외 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거나 눕지 말고 되도록 긴 옷을 착용하며 귀가 후에 즉시 목욕하고 옷을 세탁하는 등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낙엽 위에 눕다간 티푸스열 위험

    진드기가 사람을 물어 발생하는 질환인 쓰쓰가무시병이 대표적인 ‘티푸스열’ 환자가 늦가을인 10~11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가 3월에 비하면 100배 정도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통계를 보면 2008년부터 최근 5년 동안 10~11월 두달간 티푸스열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평균 9513명으로 환자가 98명에 불과한 3월보다 100배 정도 많았다. 티푸스열이란 ‘리케차’라고 불리는 세균이 곤충에 의해 옮겨져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열과 두통, 근육통, 구토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티푸스열 진료 인원을 연령별로 보면 장·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70대 이상이 28.4%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25.1%, 50대가 24.6%로 50대 이상에서 78.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외 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거나 눕지 말고 되도록 긴 옷을 착용하며 귀가 후에 즉시 목욕하고 옷을 세탁하는 등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길섶에서] 정동길 프러포즈/최광숙 논설위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펼쳐진 정동길을 요즘 아침, 저녁으로 걷는다. 처음에는 운동 삼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그 무엇을 얻는다. 이런저런 볼거리가 많고 가끔은 색다른 행사도 열려 ‘문화세례’까지 받곤 한다. 지난 10월의 마지막 날, 한 전도사 청년이 여자 친구한테 프러포즈를 하고 있었다. 청년은 ‘○○야 나랑 결혼해줄래?’라는 작은 현수막 옆에 예쁜 풍선으로 하트 장식까지 해놓고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여자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여자 친구는 ‘하느님이 소풍 오라고 하는 날까지 너를 지키겠다’는 남자 친구의 말에 감동했는지 눈물마저 흘렸다. 발길을 멈춰 선 행인들은 마치 가족이라도 되는 양 젊은 예비부부의 탄생을 축하해 줬다. 한창 감성이 풍부할 여학생들은 신이 나 ‘뽀뽀해’라며 한바탕 난리를 쳤다.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삽화 같은 풍경에 지나가던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낙엽이 흩날리는 정동길의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억새 뒤덮여 늦가을이 한창인 경기 양평 마유산

    억새 뒤덮여 늦가을이 한창인 경기 양평 마유산

    가을이 농익었다. 이른 추위가 불붙은 단풍의 열기를 식힌 탓에 여기저기서 겨울을 외친다. 한데 아직은 가을이다. 낙엽이 길 위를 뒹굴 때 옷깃 여미고 먼 산 보며 폼 한번 잡는 낡은 정취가 아직은 어울린다. 늦가을이 한창인 곳을 찾았다. 경기 양평의 마유산이다. 유명산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산은 지금 무르익은 억새들이 한껏 서정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산기슭을 뒤덮은 억새 아래로 마루금을 좁힌 산들과 남한강 물줄기 그리고 그에 기댄 마을들이 오종종하게 어우러진 풍경은 나라 안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유명산(862m)에 오르면 다들 묻는 게 있다. 대체 뭐가 그리 유명하길래 산 이름이 유명산이냐는 거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이 산의 본디 이름은 마유산(馬遊山)이다. 조선시대 말을 놓아기른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러다 1970년대 초에 한 산악회에서 마유산을 오르게 됐다. 당시 산의 이름을 알지 못했던지, 이들은 일행 가운데 한 여성 회원의 이름을 따 유명산이라 불렀고 이후 일부 매체 등에 이 이름이 게재되면서 본명처럼 굳어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양근읍지’ 등 대부분의 고문헌들은 이 산을 마유산이라 적고 있다. 지금도 이 일대의 지명 가운데 옥천면 신복리 ‘마골’ 등처럼 말과 관련된 이름을 곧잘 찾아볼 수 있다. 전인미답의 산에 처음 등반한 사람이나 산악회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나 멀쩡한 이름이 있는 산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건 온당치 않아 보인다. 마유산은 경기 양평과 가평 등에 걸쳐 있다. 오르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다. 가평 쪽 유명산 자연휴양림에서 짧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 긴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휴양림 코스, 산 서쪽의 고개인 농다치나 선어치(서너치)에서 소구니산(800m)을 거쳐 오르는 코스(이상 3시간 30분 정도 소요), 산 동남쪽 배너미재(600m)에서 완만한 임도를 따라 대부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과 정상을 돌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3시간) 등이다. 이 가운데 이맘때 가장 적합한 코스를 꼽자면 단연 배너미재 코스다. 들머리인 배너미재의 고도가 높아 정상까지 오르는 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 거리는 3㎞ 정도다. 산책하듯 자박자박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풍경도 빼어나다. 배너미재에서 마유산까지 가는 동안 산은 다락에서 곶감 꺼내듯 한 구비 돌 때마다 빼어난 경치를 발 아래 펼쳐놓는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단골 촬영지 노릇을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담긴 풍경에 견줘 이름이 덜 알려진 건 등산객 대부분이 유명산 휴양림 쪽에서 오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마유산 정상을 찍고 원점 회귀하거나 소구니산을 거쳐 농다치 등으로 하산하게 된다. 배너미재 쪽에 펼쳐진 풍경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거다. 한때 오프로드 차량들로 배너미재 코스가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지금은 통제되고 있다. 다만 사륜구동차량(ATV)이나 산악자전거(MTB)를 즐기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배너미재에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갯마루 즈음에서 하늘이 툭 터지며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하얀 억새들이 산기슭을 오르내리며 일렁이고 멀리로는 남한강 물줄기가 유장하게 흘러간다. 그 산길 모퉁이에 떡갈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 왠지 기시감이 드는 풍경이다. 어디서 봤을까. 억새밭을 헤치고 산 중턱에 오르면 의문은 저절로 풀린다. 영화 ‘관상’에서 내경(송강호)이 청운의 꿈을 품고 오두막집을 떠나는 진형(이종석)을 배웅했던 그 언덕이다. 언덕 위엔 오두막집도 세워져 있다. 여기 서면 풍경은 더욱 깊어지고 영화 내용도 또렷해진다. ‘관상’의 도입부, 그러니까 기생 연홍(김혜수)이 내경을 찾아오는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관상’ 세트장은 원래 허름한 오두막 두 채였지만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와 ‘구암 허준’ 등이 뒤이어 촬영되면서 옹기 가마 등의 세트가 추가로 설치됐다. 예서 다시 임도로 내려선 뒤 산길을 30분쯤 걷다 보면 산기슭 위로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말 방목지였던 곳이다. 불과 20여년 전엔 고랭지 채소밭으로 쓰였다. 이러구러 채소밭도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억새가 온 산자락을 점령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인다. 땅과 하늘이 똑같은 비율로 나뉘어 있다. 사방은 ‘첩첩첩 산산산’이다. 용문산(1157m)과 어비산(822m), 백운봉(940m) 등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산과 산 사이로는 남한강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흐른다. 활공장 옆의 소나무 너댓 그루가 고고한 자세로 이 모습을 굽어보고 있다. ‘당연히’ 이 나무 아래서도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대표적인 게 ‘왕의 남자’다.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이 봉사놀이를 하며 서로의 정을 확인하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자연 속에 인간 둘이 있으면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에서라면 둘은 경쟁을 했을 거다. 동성끼리 있으면 동성애가 생기고 이성끼리 있으면 이성애가 생길 만한 곳이 여기다.” 영화 개봉 당시 장소 선정을 두고 이준익 감독이 한 신문에 밝힌 내용이다. 혼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트레스 푼답시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그도 지쳐 목 놓아 울지 않았을까. 활공장에서 마유산 정상까지는 약 300m, 15분 거리다. 아무때나 찾아도 되지만 가급적 이른 아침이나 해거름에 오르길 권한다. 산이 주는 위로가 정말 남다르다. 글 사진 양평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읍 쪽으로 가다 옥천면 고읍교차로에서 좌회전한 뒤 옥천냉면마을 지나 직진해 설매재자연휴양림을 지나 좀 더 오르면 배너미재 정상이다. 차 댈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은 편이다. 농다치는 옥천냉면마을 지나 백현사거리에서 한화리조트 쪽으로 좌회전해 37번 국도를 따라 가평 설악면 방향으로 가다 중미산삼거리 못 미처에 있다. 한화리조트양평 투숙객은 리조트에서 조성한 산길을 따라 농다치까지 쉽게 이를 수 있다. →맛집 옥천리 황해식당(772-9693)은 냉면과 돼지고기완자 등이 맛있다. 한화리조트양평의 뜨락(772-3811)은 곤드레돌솥밥을 잘한다. →잘 곳 마유산 들머리의 한화리조트양평은 최근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화 감상과 캠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무비 글램핑 빌리지’를 선보였다. 메가박스의 최신 영화와 빈폴의 글램핑 장비, 한화리조트의 식음료를 결합한 이색 캠핑 체험 프로그램이다. 너른 잔디밭에 20여 동의 텐트와 대형 캐노피, 화로, 테이블 등을 조성했다. 대형 스크린에선 최신 영화가 상영된다. 삼겹살과 오리, 수제 소시지, 쌈 채소 등도 제공된다. 쉽게 말해 몸만 가서 즐기면 된다. 글램핑과 바비큐, 영화 감상이 모두 포함된 주말 이용 요금은 2인 9만원, 4인 13만원. 일~목요일 캠핑 장비만 이용할 경우 4인 3만원이다. 11월 31일까지 오후 4~8시 운영한다. 772-3811.
  • [김문이 만난사람] 낙엽 재활용 연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박사

    [김문이 만난사람] 낙엽 재활용 연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박사

    요즘 길거리에는 온통 낙엽이 뒹군다. 그 모습을 보면서 흘러가는 세월의 야속함도 느껴진다. 또 낭만과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하여 누구나 한번쯤 시 한 편 정도는 떠올리지 않을까. 학창 시절 접했던 시가 있다. 김광균의 추일서정(秋日抒情)이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포화에 이지러진/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나게 한다/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김소월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도 있다. ‘낙엽이 떨어질 때면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뿐일까. ‘낙엽’ 하면 빠지지 않고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추억의 노래가 있다.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립구나/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하지만 그런 ‘낭만에 대하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로 낙엽을 본다. 슬프다. 봄과 여름 동안 나무에 붙어 있던 생명체가 속절없이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길바닥의 낙엽은 무수히 많은 발에 밟히고 부서진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애물단지로 취급돼 쓰레기로 태워지기도 한다. 심지어 낙엽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해 ‘웬수’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매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각하거나 매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기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낙엽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는 있으나 국민적 운동으로까지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낙엽 활용방안 등 자연환경 연구를 하는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이승호 박사를 지난 5일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났다. 낙엽의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가로수에서 우수수 낙엽이 떨어진다. 연인들은 그 사이로 즐겁게 웃으면서 걸어가고 아이들은 낙엽을 손으로 쥐면서 마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처럼 기뻐한다. 그러나 이 박사의 시선은 다르다. “낙엽은 생긴 것 자체가 슬픕니다. 식물이 영양분을 섭취해 자랐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가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순환의 고리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소각되고 말거든요.” 쓰레기 봉투에 잔뜩 담긴 낙엽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이렇게 낙엽의 일생은 한낱 귀찮은 존재로 여겨져서 폐기처분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은 그 가로수 주변에 모아주거나 아니면 인근 녹지대 쪽으로 옮겨 자연적으로 발효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자신이 살았던 나무에 다시 양분을 공급해 주는 영양제라고 거듭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약 210만 그루의 가로수가 식재(植栽)돼 있습니다. 도심녹지나 공원 그리고 아파트에 심은 수종까지 합하면 더 많은 식물이 식재돼 있지요. 식재된 식물은 주로 은행나무, 버즘나무, 수양버들,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벚나무, 단풍나무 등입니다. 이 가운데 도심 가로수는 38.9%가 은행나무이며, 24.5%가 버즘나무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낙엽 발생량은 나무종류에 따라 다양하기는 하지만, 수령이 많은 나무인 경우 1년에 100㎏ 정도의 낙엽이 생긴다. 서울시를 예로 들면 30만 그루의 가로수에서 연간 약 3만t의 낙엽이 발생된다는 것. 여기에 가지치기 등으로 인해 1만t 정도 더 발생되니까 합쳐서 연간 4만t 이상의 식물성 쓰레기가 나오는 셈이다. 이것을 소각한다면 30억원 넘는 비용이 지출된다. 서울시내 낙엽처리 방법은 폐기 58%, 무상제공 30%, 퇴비제공 9%, 그리고 나머지 3%는 산림에 다시 뿌려지고 있다. 낙엽 재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설명한다. “미국은 낙엽의 재활용에 대해 조례를 제정해 놓고 있습니다. 낙엽소재를 활용해 친환경 식기를 생산한다거나, 낙엽 첨가식 점퍼를 만들고 있지요. 스웨덴과 네덜란드는 낙엽을 활용해 천연가스 대체 연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독일은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가스 생산과 유기농에 활용하고 있고, 프랑스는 낙엽과 지렁이로 유기질 퇴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낙엽으로 전력생산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유기질 퇴비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도쿠시마현의 한 시골 마을에서는 산이나 집 뒤뜰에 떨어진 낙엽을 고급요리의 장식용 부재료 소품으로 상품화해 연간 2억 6000만엔(약 35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요.” 바이오에탄올은 식물 속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에탄올로, 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의 60~70%에 거래되고 있으며 바이오디젤과 함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신재생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낙엽을 바이오 연료로 적극 활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낙엽을 태우거나 매립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낙엽 발생량과 바이오 연료에 대한 연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과 울산에서는 낙엽을 일정 기간 치우지 않아 낙엽이 쌓이도록 유도한 후 일부 구간에 단풍길을 조성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인천, 부산, 화성, 영주, 순천 등에서는 낙엽퇴비를 만들어 가로수나 공원에 뿌리고 있으며 안산시는 낙엽을 미생물로 부숙(腐熟)시킨 후 지렁이의 먹이로 줘서 분변토를 생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이 박사는 말한다. 그러면서 가로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은행나무잎의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한다. “은행잎은 독성이 강해 퇴비로 사용하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잎은 항균, 항암, 항염증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플라보노이드계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화조 살균이나 모기 유충을 구제하는 데 활용되고 있지요. 쓸데없는 쓰레기로 전락했던 낙엽이 모기 퇴치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은행잎으로 즙을 낸 후 발효시켜 식초, 목초액 등을 섞어 농작물에 뿌리게 되면 진딧물과 유충, 응애 등의 해충 박멸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고추나무의 탄저병과 역병을 방제하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낙엽이 퇴비화됐을 때의 효과는 과연 어떠할까. 낙엽은 유기질 성분이 높고 통풍과 배수가 잘돼 식물의 생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토양의 수분 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건조기에 식물을 보호해 주며 병충해 예방효과와 식물의 뿌리발달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도심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낙엽을 퇴비로 만들어 가로수, 공원 등에 뿌리면 토양과 식물을 건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농작물에 활용하면 수확 증대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요.” 요즘 같은 낙엽 수거 시기에는 시민들의 절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쓰레기가 섞인 채 낙엽이 수거되면, 다시 쓰레기를 분리하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적으로 접근할 때 ‘과연 그것이 경제적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장기적인 환경적 가치를 부여한다면 충분히 경제적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수령이 많은 가로수는 물과 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있는 ‘투수공간’을 더욱 넓혀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물원의 동물처럼 살아가면서 그나마 양분으로 떨어지는 낙엽마저 인간이 치워버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다. “낙엽을 수거하고 퇴비로 만드는 일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관리 측면에서는 매립하거나 태우는 것이 속이 편할 수도 있지만 자연에서 나온 물질은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현재의 환경 문제는 대부분 물질 순환의 불균형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낙엽 재활용이야말로 우리가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물질 순환의 방법입니다. 조금 불편하고 힘든 것이 환경을 살리고 우리가 사는 길이지요.” 그는 어릴 때부터 환경과 생물을 좋아했다. 물질의 순환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 환경의 종 다양성 등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박사과정 수료 후 군산대학교 외래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연구에 몰두해 오고 있다. 현재 연구소에서는 환경 복원과 보존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한다. 낙엽활용에 대한 연구는 ‘연료화’ ‘친환경소재’ ‘관광상품화’ ‘퇴비화’ 등 네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승호는 197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1992년 원광고등학교를 나온 뒤 1996년 군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거쳐 2001년 목포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군산대 외래교수를 지냈다. 언론매체에 환경관련 칼럼을 많이 썼고 SBS TV ‘물은 생명이다’와 KBS 1TV ‘생방송 일요일 아침입니다-이제는 환경시대’의 고정패널 등 수십 차례 방송에 출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현재 한국종합환경연구소 부소장으로 있으면서 교육부 국가기술수준평가 전문위원, 지식경제부 지식경제기술혁신평가단 평가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평가위원, 에코저널 편집자문위원, 한국환경기술인회 부회장,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사업 전문평가위원, 한국생태학회 이사, 한국습지학회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안습지 복원용 인공 둑 및 이를 이용한 연안습지 복원 방법(사다리형)’, ‘염생식물 파종 및 생장 유도장치’ 등 많은 특허등록을 가지고 있다.
  • [영화 多樂房] ‘세이프 헤이븐’

    [영화 多樂房] ‘세이프 헤이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것이 막장드라마의 인력(引力)이라면, 뻔한 내용인 줄 알면서도 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것이 장르영화의 마력(魔力)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장르영화는 어느 정도의 변주(variation)를 필요로 하는데, 친숙함과 참신함의 조화가 얼마나 잘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흥행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6일 개봉한 ‘세이프 헤이븐’은 관객들이 멜로드라마에서 기대하는 요소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면서도 서스펜스와 반전까지 적절히 가미된 매력적인 장르영화이다. 비율로 보자면 로맨스가 80% 이상을 이루고 있지만 서스펜스로 인한 효과가 이 영화의 긴장감을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장면은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0)를 연상시킨다. 케이티(줄리앤 허프)는 ‘만추’의 애나(탕웨이)처럼 몸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집을 뛰쳐나온다. 그녀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난다. 쏟아지는 비,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배경으로 한 케이티의 야반도주는 범죄 영화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처럼 다른 영화들과의 상호 연상 작용은 그녀가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심증을 거의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그리고 그녀의 숨겨진 과거가 알렉스(조시 더하멜)와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주시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남녀가 불가항력적인 운명에 의해 이별하게 되는 구조는 멜로드라마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스펜스가 그 공식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히 영화적 함정이었음이 후반부에 밝혀지게 된다. ‘길버트 그레이프’(1993), ‘초콜렛’(2000), ‘디어 존’(2010) 등의 작품으로 이미 깊은 내공을 보여준 바 있는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이 작품에서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관성을 이용해 반전을 연출한다.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 감성적인 사랑 영화 한 편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기쁜 소식은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멜로드라마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케이티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도착해 순박한 잡화점 주인, 알렉스와 자연스레 사랑에 빠진다. 사실상 그 ‘자연스러움’에는 여느 멜로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는데, 방금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온 케이티가 쉽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로맨스를 훈훈하고 달달하게 만드는 것은 ‘사우스 포트’라는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의 정취이다. 아무리 아픈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도 곧 치유시켜줄 것만 같은 숲 속, 바다, 호수 등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하며 케이티의 감정을 정당화시키고 영화의 허술함을 덮어준다. 멜로드라마가 마땅히 가져야 할 미덕, 곧 선남선녀의 사랑을 아름다운 화면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철칙이 교과서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작품이다. 115분. 15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목재의 귀족’ 獨양벚나무 2년 만에 국내 증식 성공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목재 중 하나로 ‘목재계의 귀족’으로 평가받는 독일산 양벚나무의 국내 공급이 가능해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은 7일 독일산 양벚나무의 증식 기술을 개발해 식물검역을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산림과학원이 2011년 6월 독일 연방 서부산림연구소로부터 개량된 양벚나무 슈퍼 클론(10개체)을 도입한 이후 2년여의 연구 끝에 이뤄낸 성과로, 국내에서 야외 식재가 가능해진 것이다. 식물검역원은 2년여간 클론묘의 생장 주기에 따라 묘목에서 발생하는 병해충을 면밀하게 조사해 병해충 문제가 없다는 검역 완료를 통보했다. 양벚나무는 낙엽수종으로 높이는 15~32m, 직경은 1.5m까지 자란다. 꽃나무로 재배되는데 나무의 크기로 인해 주로 공원에서 키운다. 단단한 적갈색 체리목은 선반목가공재나 캐비닛, 악기재로 사용하는 등 가치가 높다. 문흥규 산림생명공학과장은 “외국 임목류 클론을 국내에 들여와 시험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야외 생장시험을 거친 후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과학원은 독일산 양벚나무 증식기술을 특허 출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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