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낙엽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여중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제리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목사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 문화
    2026-03-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01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봄을 감각하는 방법, 로제트/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봄을 감각하는 방법, 로제트/식물세밀화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방법은 다양하다. 몸에 닿는 공기의 온도와 하늘색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절기를 통해 계절을 알 수도 있다. 물론 식물의 변화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도 있다. 매실나무, 벚나무, 진달래, 개나리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봄이 됐다고 말한다. 지금 중부 지역에서는 복수초가, 제주에서는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우리가 계절을 감각하는 식물의 주기관은 꽃이다. 그러나 식물의 잎으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오늘 아침 나는 작업실 주차장 옆 작은 화단에서 연두색 잎 모둠이 피어난 것을 보았다. 로제트 형태의 새싹이었다.로제트는 장미의 영명 ‘로즈’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장미꽃의 배열을 닮은 형태로, 줄기를 통하지 않고 뿌리에서 바로 나온 방사형 잎을 의미한다. 이제 곧 길가, 공터, 논과 밭, 공원의 나무 아래에서는 냉이와 꽃마리, 꽃다지, 쑥, 민들레, 괭이밥 등 갖가지 봄꽃들이 로제트 형태로서 존재를 드러낼 채비를 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과 시장 매대에서도 로제트를 만날 수 있다. 지난 설날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며 시금치를 씻다가 내가 로제트를 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맘때 자주 요리해 먹는 시금치와 봄동에는 뿌리가 딸려 있다. 잎은 몇 번이고 물에 헹구어도 흙이 완벽하게 씻기지 않는다. 방사형 잎이 땅에 붙은 채로 오랜 시간을 지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겨우내 다른 채소보다 유독 더 달콤한 맛을 내는 이유, 흙을 씻어 내기 까다로운 이유는 로제트 형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굳이 로제트 잎을 피우는 것일까?로제트 식물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생애 늘 로제트 형태로 살아가는 식물과 특정 시기에만 로제트 잎을 내어놓는 식물이다. 질경이나 민들레는 사는 내내 방사형 잎을 땅에 붙여 피워 낸다. 덕분에 다른 동물에게 짓밟혀도 잎이 쉬이 잘리거나 훼손되지 않으며 인간의 손길에 의해 잎과 뿌리가 쉽게 뽑히지도 않는다. ‘잡초’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도시에서 널리 번성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다. 달맞이꽃의 로제트 잎은 긴 줄기에서 잎이 나는 식물보다 같은 공간 대비 50~70배 많은 잎을 생산한다는 연구가 있다. 생애 한때만 로제트 형태로 살아가는 식물도 있다. 이들 잎은 겨울 추위를 견디는 데에 용이하다. 방사형 잎은 햇볕을 고루 받을 수 있으며, 줄기가 없어 잎에서 뿌리까지 수분이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어 에너지 손실도 적다. 땅에 펼쳐진 잎은 낙엽과 나뭇가지 그리고 겨우내 내린 눈을 이불 삼아 추위를 견딜 수 있다. 게다가 뿌리만 남긴 채 땅속에서 겨울을 지낸 식물은 따뜻한 봄이 되면 줄기와 잎을 내야 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로제트 형태로 월동한 식물은 이른 봄에, 가장 빨리 새잎을 틔운다. 로제트 식물 중에는 두해살이가 많다. 첫해에는 수분과 양분이 저장될 뿌리의 힘을 키우는 데에 집중하느라 방사형 잎을 내어놓고, 2년차에는 번식에 집중하느라 꽃과 열매를 매달 긴 꽃줄기를 올린다. 지금 제주에서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한 유채가 바로 이 형태다. 올해 유채를 만난다면 꽃이 아닌 땅에 붙은 로제트 잎을 들여다보길. 우리가 놓치고 있던 유채의 이면이다. 물론 밖에 나가지 않고도 우리는 로제트를 경험할 수 있다. 분화로 재배되는 알로에와 아가베, 세덤 등 다육식물의 잎은 로제트 형태가 많다. 이들은 어느 한순간이 아닌 평생 로제트를 유지한다. 이들의 고향 사막에는 물이 귀하기 때문에 물을 절약하기 위해 줄기를 통하지 않고 잎에서 뿌리로 수분을 바로 이동시키는 형태로 잎이 진화했다. 식물은 살아가는 동안 형태를 조금씩 바꾼다. 로제트는 꽃이나 열매처럼 식물 생애의 한 과정이다. 그러나 로제트 잎을 식물의 대표 이미지로 기억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로제트는 주요 관찰 부위가 아니다. 기존에 출간된 풀 도감 중에는 꽃이 핀 모습에 집중한 풀꽃 도감이 대부분이다. 꽃과 열매 같은 생식기관에 분류키가 많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언젠가 사람들이 로제트 잎만 보고도 식물 이름을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 ‘로제트 도감’을 만들고 싶다. 종마다 다른 로제트 형태를 학습하면 논과 밭에 난 여느 들풀과 부러 재배한 채소를 식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로제트는 식물의 생존 본능이 만든 또 하나의 꽃이다. 주차장 화단에 난 작은 로제트 잎을 보며 세상엔 이름 없는 새싹도, 이유 없는 형태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 “우리 동네는 우리가”… 영등포 골목길 ‘노란봉사’ 물결[현장 행정]

    “우리 동네는 우리가”… 영등포 골목길 ‘노란봉사’ 물결[현장 행정]

    “우리 동네 자원봉사 우리가! 우리가! 우리가!”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1일 토요일 오전. 당산동3가 영등포아트홀에 각 동 직능단체 회원, 종교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의 영등포구 주민들이 모였다. 중간중간에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열린 ‘영등포구 자원봉사 데이’ 선포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성별도, 연령대도 달랐지만 이웃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똑같았다. 자원봉사 데이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자원봉사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민들과 구청 간부들이 매월 첫째 토요일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날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선포식에서 과거 주인도대사관 총영사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소개하며 “진정한 봉사는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보람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도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 좋아! 좋아! 좋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자원봉사자들은 선포식을 마친 뒤 노란색 조끼를 입고 첫 봉사활동으로 당산1동 일대 골목길 청소에 나섰다. 최 구청장은 삽을 들고 행렬의 맨 앞줄에 섰다. 이들은 특히 빗물받이 정비에 신경 썼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빗물받이가 낙엽에 막히는 바람에 적은 강수량에도 침수가 발생할 뻔했다”고 설명했다. 봉사자들은 총 83곳의 빗물받이 뚜껑을 열고 겨우내 쌓였던 낙엽과 쓰레기들을 제거했다. 빗물받이 위 도로 경계석에는 ‘쓰레기 안 돼요’ 등의 문구가 적힌 알루미늄 스티커를 고무망치로 두드려 붙였다. 서울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도 6명의 이주 여성들이 손을 보탰다. 베트남에서 온 원화(30)씨는 “빗물받이에 낙엽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 있을 줄 몰랐다. 동네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자원봉사자들은 매달 봄꽃축제 질서 유지, 재난 대비 안전 점검 등 주제별 봉사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자원봉사센터 운영 활성화 지원은 최 구청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구는 ▲자원봉사 데이 운영 ▲자원봉사연합회 맞춤형 봉사활동 추진 ▲재난 현장 통합자원봉사지원단 운영 강화 ▲영등포볼런티어오케스트라 운영 등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최 구청장은 “자원봉사가 소외된 이웃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이자 마을을 가꾸는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 ‘죽음의 냄새’ 퍼진 도시…야외텐트 1만여명 ‘빼곡’[곽소영 기자의 튀르기예 참사 현장을 가다]

    ‘죽음의 냄새’ 퍼진 도시…야외텐트 1만여명 ‘빼곡’[곽소영 기자의 튀르기예 참사 현장을 가다]

    최저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13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인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는 잔해를 걷어 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반쯤 체념한 듯한 주민들은 더이상 울지도 않고 착잡한 표정으로 구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흙먼지 때문에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고, 거리에서는 ‘죽음의 냄새’(시신에서 풍기는 악취)가 진동했다. 쫀득한 식감과 익살스러운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튀르키예 전통 아이스크림(마라쉬 돈두르마)의 고장인 이곳은 두 차례의 지진(규모 7.8 본진·7.5 여진)으로 쑥대밭이 됐다. 멀쩡한 건물보다 무너진 건물이 더 많았고, 그나마 형태가 남아 있는 건물도 추가 붕괴 우려로 경찰과 군인들이 접근을 막았다. 주민들은 건물 잔해에서 가져온 의자를 갖다 놓고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에서 타다 남은 재가 낙엽처럼 흩날리기도 했다. 구조대원은 잔해 속에서 시신을 수습할 때마다 가족들 앞에 알록달록한 담요를 벽처럼 펼쳐 시야를 가렸다. 상당수 시신들이 훼손됐기 때문에 가족들을 배려한 것이다. 구조대원이 사망자의 유품이라며 신분증, 차키 등을 건네면 가족들은 그제서야 털썩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건물들 앞에는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시신 가방이 4~5개씩 쌓여 있었다. 외삼촌을 찾고 있다는 발라간(29) 역시 잔해에 깔렸다가 약 8시간 만에 구조돼 나왔다고 했다. 발라간은 “지진 당시 건물이 흔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뒤틀리며 한 바퀴 도는 느낌이 들었다”며 “갇혀 있는 8시간 동안 ‘이대로 죽는 건가’, ‘아무도 안 오는 건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아랍인 여자가 잔해를 치우고 나를 구해 줬다. 그분 얼굴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민 대피소로 운영 중인 대형 박람회장에는 구호물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말하면 안에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구호물품에는 “내 마음은 당신과 함께 있다”는 응원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람회장 밖에는 720여개의 텐트가 빼곡히 설치돼 있었는데 이곳에서만 1만여명이 지낸다고 했다. 집이 무너져 도망쳐 왔다는 이씸 아흐메트(78)는 “매일 신에게 기도하면서 ‘지진으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을 천국에 보내 주세요. 우리를 항상 잘살게 해 주세요’라고 빌고 있다”면서 “노인들이야 살 만큼 살았지만 아이들은 학교도 못 가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며 버티는 게 가장 슬프고 안타깝다”고 했다.
  • “담배 끊으라”는 어머니 말에 불 지른 50대 철부지, 징역 1년

    “담배 끊으라”는 어머니 말에 불 지른 50대 철부지, 징역 1년

    어머니가 담배를 끊으라고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낙엽에 불을 붙여 남의 집 창고 등을 홀랑 태운 50대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는 14일 방화연소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50)의 항소심을 열고 “A씨의 형을 달리할 양형조건이 변하지 않았다. 1심 형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2일 오후 2시 20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 있는 자신의 집과 이웃인 B씨 집 사이 마당에 있는 낙엽에 라이터로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불은 인근 산과 함께 B씨 소유 주택 창고와 차고 등으로 번져 7196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어머니가 ‘담배를 끊으라’고 잔소리를 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 같은해 3월 공주, 4월 천안에서 각각 2차례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하기도 했다.1심 재판부는 “A씨는 불을 끄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현장에서 도주했다”며 “B씨와 합의하지 않았고, 무면허 운전 전력도 있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징역 1년과 함께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 [튀르키예 참사의 기록]죽음의 냄새 진동하는 도시…건물 앞마다 쌓인 시신가방

    [튀르키예 참사의 기록]죽음의 냄새 진동하는 도시…건물 앞마다 쌓인 시신가방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을 강타한 규모 7.8의 대지진 여파로 곳곳이 폐허로 변해버렸다. 아직 수 많은 이들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데도 구조 작업은 더디고 시간만 빠르게 흐르면서 살아남은 이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한 순간에 가족, 친구, 보금자리를 모두 잃은 생존자들은 질병, 추위, 굶주림이라는 또 다른 재난과도 싸워야 한다. 이 곳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싶지만 폐허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이들은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제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한 재난의 현장에서 서울신문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기록을 써내려 간다는 심정으로 현지 상황을 기록한다.최저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13일(현지시간)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 중 한 곳인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쉬에서는 잔해를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미 반쯤 체념한 듯한 주민들은 더 이상 울지도 않고 착잡한 표정으로 구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흙먼지로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었고 거리에서는 ‘죽음의 냄새’(시신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가 진동했다. 쫀득한 식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튀르키예 전통 아이스크림(마라쉬 돈두르마)의 고장인 이 곳은 이렇듯 두 차례의 지진(규모 7.8 본진, 7.5 여진)이 발생한 뒤 말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멀쩡한 건물보다는 무너진 건물이 더 많았고 그나마 형태가 남아 있는 건물도 추가 붕괴 우려로 경찰과 군인들이 접근을 막았다. 주민들은 중앙선 표시로 만들어놓은 폭 2m가 채 안되는 화단에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가져온 의자를 갖다 놓고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에서 타다 남은 재가 낙엽처럼 휘날렸다. 구조대원이 잔해 속에서 시신을 수습할 때마다 가족들 앞에 알록달록한 담요를 벽처럼 펼쳐 시야를 가렸다. 시신이 얼마나 훼손됐을 지 모르기 때문에 처음 시신을 꺼낼 때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게 한 것이다. 구조대원이 사망자 유품이라며 신분증, 차키 등을 가족들에 건네면 그제서야 가족들은 털썩 주저앉아 서럽게 울었다. 주민들이 옆에서 감싸안고 위로를 해주지만 통곡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건물들 앞에는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시신 가방이 4~5개씩 쌓여 있었다.외삼촌을 찾고 있다는 발라간(29) 역시 잔해에 깔렸다가 약 8시간 만에 구조돼 나왔다고 했다. 발라간은 “지진 당시 건물이 흔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건물이 뒤틀리며 한바퀴 도는 느낌이 들었다”며 “갇혀 있는 8시간 동안 ‘이대로 죽는건가’, ‘아무도 안오는건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아랍인 여자가 잔해를 치우고 나를 구해줬다. 그 분 얼굴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7층짜리 아파트의 꼭대기층에서 살았다는 알파슬람(45)은 “지진 당시 거울이 흔들리고 벽이 눈 앞에서 금이 가는 걸 봤다. 문과 콘크리트 벽이 내 쪽으로 넘어지는 게 마지막 기억이고 정신을 잃었다. 아내도 같이 파묻혔는데 아내는 좀 움직일 수 있어 사람들에게 소리 질러 구조 요청을 보냈고 다행히 4시간 쯤 뒤에 구조됐다”고 말했다. 알파스람은 현재 아버지, 아내, 친척 등 6명과 함께 텐트에서 살고 있다. 그는 “정부가 구호 물품을 많이 지원하지만 모든 도시에 똑같이 닿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너무 추운데 옷과 텐트가 부족하다”고 했다.대형 야외 테라스 식당은 구호물품을 저장하고 찾아가는 장소로 바뀌었다. 이재민 대피소로 운영 중인 대형 박람회장에도 구호물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필요한 물품을 말하면 안에서 전달하는 식이었다. 구호물품에는 “내 마음은 당신과 함께 있다”는 응원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람회장 밖에는 720여개의 텐트가 빼곡히 설치돼 있었는데 이 곳에서만 1만여명이 지낸다고 했다. 집이 무너져 도망쳐 왔다는 이씸 아흐메트(78)는 “매일 신에게 기도를 하면서 ‘지진으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을 천국에 보내주세요. 우리를 항상 잘 살게 해주세요’라고 빌고 있다”면서 “우리 노인이야 살 만큼 살았지만 아이들은 학교도 못가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며 버티는 게 가장 슬프고 안타깝다”고 했다. 찰르카야(25)는 이 지진이 ‘인재’라며 분개했다. 그는 “정부가 1999년 대지진 이후 새로운 건물에 지진 대비 설계를 도입해 신시가지는 많이 무너지지 않았지만 옛 건물이 많은 구시가지에서 피해가 컸다”면서 “정부는 오래된 건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사람들은 지진이 신의 형벌이라고 하지만 이건 분명히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영주시, 소백산 일대에 대규모 단풍나무숲 조성한다

    영주시, 소백산 일대에 대규모 단풍나무숲 조성한다

    경북 영주시는 2026년까지 소백산 일대 40㏊에 단풍나무 10만 그루를 심는다고 8일 밝혔다. 주요 식재 지역은 관광지인 부석사, 소수서원, 산림치유원, 국립공원 등으로 청단풍, 마가목, 복자기 등 단풍나무류가 심겨진다. 투입 예산은 4억원이다. 시는 오는 14일 영주국유림관리소, 소백산 국립공원사무소, 국립산림치유원, 영주시산림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 기관이 소유한 장기간 방치된 빈 땅에도 단풍나무 식재를 추진한다. 나무 나누어주기 및 심기 등 단풍나무류 숲 조성을 위한 주민자치사업도 할계획이다. 박남서 영주시장은 “새로운 관광명소 개발을 위해 소백산 단풍나무류 숲 조성을 하기로 했다”며 “영주가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주시는 2006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수립, 소백산 연화봉을 비롯한 10곳의 철쭉꽃 나무 군락지와 탐방객이 많은 관광명소 주변에 철쭉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백산에 자생하는 철쭉은 3년이면 개화하는 다른 철쭉과는 달리 7년 만에 개화하는 낙엽성 철쭉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자생관목이며 영주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수종이다.
  • [길섶에서] 지금 이 순간을/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지금 이 순간을/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지난가을 산책 때마다 낙엽 몇 장씩 주워 들였다. 선연한 가을빛이 아까워 하나둘 줍던 것이 가을 내내 일과가 됐다. 부슬부슬 비가 적신 날에도 주웠다. 곱게 닦아서는 책갈피 어디든 끼워 두었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로 프루스트는 지난 기억을 되살렸다 했지. 마른 잎 냄새로 문득 나도 시간여행을 해볼 수 있을까, 그런 속셈도 있었다. 삼 년쯤 묵힐 김장독을 묻듯, 십 년쯤 뒤 찾을 적금을 들듯, 백 년쯤 뒤 열어 볼 타임머신을 파묻듯. 큼직한 잎에는 날짜도 적어 봤다. 시간에 이름을 붙여 놓으려고. 책갈피의 마른 잎 냄새는 제법 구수해졌다. 얼마나 지났다고, 잎잎에 담았던 마음의 무늬들은 온데간데없다. 눌러쓴 날짜도 흐릿해졌다. ‘지난가을’, 이 낱말 속에 뭉개져 있다. 위태로운 시간의 경계는 ‘어느 해 가을’로 훗날 또 허물어지겠지. 마음을 고친다. 시간에 눈금을 새기는 욕심은 내지 않기로. 오지 않은 날을 너무 믿지 않기로. 지금 이 순간을 더 깊이 살기로.
  • 낙엽송 산지의 중심 제천시 목재친화도시 만든다

    낙엽송 산지의 중심 제천시 목재친화도시 만든다

    충북 제천시는 2026년까지 목재친화도시 사업을 벌인다고 25일 밝혔다. 사업비는 국비 25억원, 도비 7억5000만원, 시비 17억 5000만원 등 총 50억원이다. 주요 사업은 세가지다. 시는 숭문로 일대를 목재특화거리로 조성할 예정이다. 공공시설 가운데 오래됐거나 낡은 버스정류장, 가로등, 벤치, 화장실, 쉼터 등을 리모델링하면서 국산 목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의림동 시외터미널 인근에는 15억원을 투입해 목재문화체험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시는 이곳에서 다양한 목공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서부동과 의림동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하면서 목구조 공공건물과 공동주택을 짓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산림면적이 73%인 제천은 국산 낙엽송 산지의 중심지”라며 “2018년 전국 최초로 조성된 목재산업단지와 이번 사업을 통해 ‘목재 친화 선도 도시’로 발돋움 하겠다”고 밝혔다. 목재산업단지는 목재 생산자 등록업체들이 모여 있는 단지다.
  • 국·공유지에 멋대로 들어선 불법 묘지

    국·공유지에 멋대로 들어선 불법 묘지

    귀농을 위해 경기 포천시 한 마을외곽에 농지를 산 김모(57)씨는 지난 해 봄 농막 인접한 경기도 소유 임야에 조성한지 얼마 안된 묘지를 발견한 후 속을 끓이고 있다. 설 명절을 맞아 묘지를 조성한 사람들이 성묘를 올 것으로 생각한 김씨는 22일 3~4시간을 기다린 끝에 묘지 근처를 어슬렁 거리는 60~70대 남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김씨는 조용히 다가가 “묘지 주인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니다”고 잡아뗐다. 김씨가 재차 추궁하자, 이 남성은 “당신 땅도 아닌 것 같은데 뭔 상관이냐”며 오히려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실제 묘는 김씨 땅 경계선으로 부터 10m 안쪽 경기도 소유 임야에 만들어졌다. 김씨는 지난 해 불법묘지를 포천시에 신고 하려 했지만, 항공사진 확인 결과 경기도 임야에 해당한다며 신고를 받지 않았고, 경기도에서는 “묘지를 쓴 사람들을 찾아주면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가평군 상면에서 펜션 등을 하는 이모(61)씨도 오래 전 뒷산에 조성된 묘지 주인을 찾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탐문했으나, 아무도 속시원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씁쓸해 했다. 수년 전 포천시 영북면에 축구장 4개 규모 면적의 임야를 구입한 김모(62)씨도 후회가 막심하다. 생각보다 싼 값에 산을 매입하다보니, 미리 꼼꼼하게 이곳저곳 둘러 보지 않고 매입했는데, 낙엽이 진 후 산 곳곳에서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 묘들을 발견 했기 때문이다. 중개업자에게 항의 했더니, “산소 없는 임야가 어디 있느냐”며 핀잔만 들었다고 한다. 불법 묘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별도 형사처벌과 민사소송도 제기될 수 있어 이 처럼 국·공유지나 타인의 땅에 묘를 몰래 쓰는 사례가 아직도 있다. 화장율이 높아지면서 몰래 수목장을 만들어 쓰는 개인도 있다. 허가없이 묘지 등을 조성할 경우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질 수 있다. 산지관리법에 따라 별도 형사처벌과 민사소송도 제기될 수도 있다. 김씨는 “분묘가 조성된 후 20년이 지나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성립돼 대응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관리가 제대로 안될 경우 몇년만 지나도 봉분이 사라질 수 있어서, 국·공유지 내 묘지에 대한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길섶에서] 겨울나무 아래/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겨울나무 아래/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겨울 산책의 묘미가 있다. 나무의 모습이 계절마다 다르듯 나무 아래를 걷는 마음도 다르다. 봄나무 아래서는 설레고, 여름나무 아래서는 푸른 격정이 솟고, 가을나무 아래서는 고요해지고, 겨울나무 아래서는 헐거워진다. 헐렁해져서, 비워지지 않던 마음도 비워질 수 있을지. 겨울나무들은 이름이 없다. 새잎이 돋기까지는 모두 익명의 시간. 꽃으로 잎으로 낙엽으로 다투던 이름을 내려놓고 긴 숨을 함께 고르는 시간. 건들바람에 도토리를 던지던 이것은 갈참나무, 바가지만 한 이파리들이 소나기를 그어 주던 저것은 칠엽수, 잎인지 흰꽃인지 볼 때마다 목을 꺾어 오래 올려다보던 모퉁이의 그 나무는 산딸나무. 빈 가지 아래를 급할 것 없이 걸으면 나무들마다 하나둘 정체가 밝아 온다. 허름하게 지나가 버린 나의 나날들에도 돌이켜 이름을 붙여 주면서. 봄나무가 될 것이되 급하지 않은 마음. 꽃을 피울 것이되 들썩이지 않는 마음. 비우고 눈 감은 겨울나무들이 선생이다.
  • ‘겨울 폭우’에 항공기 결항·축제 취소 줄줄이

    ‘겨울 폭우’에 항공기 결항·축제 취소 줄줄이

    13일 전국 곳곳에 여름처럼 많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항공기가 결항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 산지와 경남 거제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다가 낮 12시를 기해 해제됐다. 부산과 경남 양산, 창원, 통영 등에도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가 오후부터 해제됐다. 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제주 한라산 삼각봉에 375.5㎜, 윗세오름에 286.0㎜ 등 비가 쏟아졌고, 부산과 경남 남해에도 각각 77.5㎜, 97.6㎜의 많은 비가 내렸다. 강한 바람도 동반돼 순간최대풍속이 백록담 초속 29.8ꏭ, 제주공항이 19.3m로 관측됐다. 부산도 사상구 19m, 오륙도 18.4m 등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탓에 제주공항에 강풍특보와 급변풍특보가 발효되면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기준 17편이 결항했고 10편 지연 운항했다. 김해공항도 오전 10시까지 국내선 36편, 국제선 8편이 결항했다. 결항한 국제선 8편 중 6편은 김해공항에 들어오려다 대구공항과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또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의 양방향 진입이 오전 한 때 금지됐다가 해제됐다. 부산 도심하천인 온천천 주변 세병교, 연안교, 수연교 등 도로 9곳 출입이 통제됐다. 강원 화천군은 산천어축제를 하루 휴장했다. 새벽부터 내린 부가 얼어붙어 관광객이 다니는 통로와 계단에 빙판이 만들어진 탓이다. 이날 개막한 홍천강 꽁꽁축제도 야외 얼음낚시터와 맨손잡기 체험 행사를 취소하고 실내행사만 진행했다. 평창에서 열리는 송어축제도 이날 개장하지 않았고, 철원 한탄강 겨울놀이마당도 휴장했다. 가뭄에 시달리는 광주와 전남에도 단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강수량은 전남 광양 백운산 87.5㎜, 진도 69.5㎜, 장흥 60.0㎜, 광주 무등산 37.0㎜, 광주 광산 33.0㎜ 등이다. 광주시는 이번 비로 식수원에 100만t가량의 물이 유입돼 제한급수를 최대 6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5시부터 광주 광산구 영광통지하차도가 침수돼 한 시간가량 통행이 제한되는 피해도 있었다. 당시 강수량은 13㎜에 그쳤지만, 배수구가 낙엽과 이물질에 막혀 침수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 매년 5·18 고발 만평 그린 ‘나대로 선생‘ 이홍우 화백 별세

    매년 5·18 고발 만평 그린 ‘나대로 선생‘ 이홍우 화백 별세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미나리 여사’, 동아일보 ‘나대로 선생’ 등 네 컷 연재만화로 세상을 풍자한 시사만화가 이홍우(李泓雨) 화백이 23일 오후 5시 1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73. 지난 9월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합병증으로 장기간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유족은 “‘나는 죽을 때까지 나대로였다’, ‘후회 없이 멋지게 살았다’는 말씀을 남겼다”고 했다.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개성중 1학년 때 부산 ‘국제신보’에 투고한 독자만화가 당선되면서 신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시사만화가의 꿈을 안고 서울로 유학, 서라벌고에 다닐 때부터 여러 신문과 학생 잡지에 만화를 실었고, 1967년 서라벌예술대 2학년 때 대전 중도일보에 ‘두루미’를 그리기 시작해 1973년 이 신문이 폐간될 때까지 연재했다. 같은 해 전남일보로 옮겨 ‘미나리 여사’를 그렸다. 1980년 5월 20일 이 신문에 글자 한 자 없는 이색적인 네 컷 만화가 실려 눈길을 붙들었다. 마지막 칸에 주인공 ‘미나리 여사’가 소주를 앞에 놓고 담배를 피워 문 채 울고 있고, 옆에 남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을 뿐이었다. 고인은 당시 전남일보 서울지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2019년 5월 ‘신동아’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최승호 전남일보 편집국장으로부터 “지금 광주에서는 계엄군의 만행을 기록한 모든 기사가 휴지통에 들어가고 있다. ‘미나리 여사’를 통해 은유적으로 이 상황을 전달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이 네 컷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그리고 매년 5월이 되면 5·18 민주화운동을 만평으로 그렸다. 고인은 그 뒤 스포츠동아 ‘오리발’을 거쳐 1980년 11월 12일부터 김성환(1932∼2019) 화백의 ‘고바우 영감’ 바통을 이어받아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연재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무작정 상경해 김성환 화백의 전시회를 찾아 만난 적이 있었다. 지만 해마다 5월이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만화를 실었다. ‘나대로 선생’은 2007년 12월 26일 제8568회로 마무리될 때까지 만 27년간 연재되며 1991년 당시 6공 정부를 6신(외교 굽신, 경제 망신, 치안 불신, 정책 등신, 날치기 귀신, 국민 배신)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1986년 보도지침에 따라 보도가 금지됐던 국회 국방위원회 회식 폭력 사건을 “맞고 나니 눈앞에 별이 번쩍번쩍하더군”이라고 묘사한 만화를 실었다가 보안사에 끌려가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건국대 시위 때 학생 1290명이 구속되자 그는 수북이 쌓인 낙엽을 치우고 돌아오니 다시 낙엽이 쌓여 있는 내용의 만화를 그렸다. 시위대를 잡아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란 것을 강조한 것이었다. 1997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를 다루며 “대쪽 집안이라 속이 비어 몸무게가 안 나간다”고 그려 항의를 받았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1992년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 시절 얼굴의 검버섯을 빼 달라고 이 화백에게 매달리기도 했다.그의 풍자가 그대로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16대 국회에서 자민련이 17석으로 교섭단체를 못 만들자 “3명 꿔오면 되지”라고 그렸는데, 그해 말 실제로 국민회의 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이적했다.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삼팔선’(38세도 선선히 사표를 받아준다) 등 유행어도 남겼다. 2011년 한국대학신문 인터뷰를 통해 “나는 독자와의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검열로 인해 하루에 7∼8번 다시 그리는 일이 있더라도 연재를 단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시사만화가로 살아오면서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감에 쫓기느라 하루에 담배를 3갑 피웠던 일화는 유명하다. 2007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고,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만화영상학과 교수·석좌교수, 한국시사만화가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미스앵두’(1979), ‘오리발’(1987), ‘문민아 너 어디로 가니’(1995), ‘재롱이 만화일기’(1996), ‘나대로 간다’(2007) 등 저서를 남겼고, 제1회 고바우 만화상(2001), 동아일보 ‘동아대상’(2007), 제16회 대한언론인상 공로상(2007)을 받았다. 최근까지 스카이데일리에 시사만화 ‘도두물 선생’을 그렸다. 유족은 부인 이경란씨와 사이에 아들 상민 시공사 만화팀 편집자, 딸 지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가 있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6일 오전 8시 10분. 070-7816-0349
  • 통신사 28㎓ 할당 취소 수용…‘초고속’ 없는 5G로 끝나나

    통신사 28㎓ 할당 취소 수용…‘초고속’ 없는 5G로 끝나나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3사에 할당한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취소하거나 이용 기간을 줄이기로 최종 확정해, 5G의 3대 특성 중 ‘초고속’은 사실상 국내에서 구현이 불가능하게 됐다. 통신사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별다른 의지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업계는 정부가 강조한 신규 사업자 진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날 28㎓ 주파수 할당 취소가 확정된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18일 과기정통부가 할당 취소 사전 통지를 했을 때에도 별도 이견을 내거나 처분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용 기간 단축 처분을 받은 SK텔레콤 역시 정부가 주파수를 할당할 2018년 당시 부여한 기지국 1만 5000대 구축 의무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3사가 이렇게 정부 결정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은 28㎓ 대역 상용화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28㎓는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등 5G를 규정하는 3대 요소 중 초고속을 구현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다. 하지만 도달 거리가 짧고 직진성이 강하며, 투과력이 약하다. 업계에서는 “28㎓ 대역에선 전파가 낙엽 한 장도 뚫지 못한다”고들 한다. 그러니 28㎓ 대역에서 5G를 사용하려면 기지국을 훨씬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자연히 구축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대체로 생산 시설이나 연구 시설 등 단위에서 특화망으로 조성하는데, 국내에선 28㎓ 특화망 시범 사업인 ‘이음’에 참여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자사 시설에 구축했다. 하지만 정부의 의무 구축 기준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적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간 거래(B2B)에서 수요자가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쫓아다니면서 망 구축을 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정부 기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앞서 이번에 할당이 취소된 28㎓ 두 개의 대역 중 하나는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사업자가 통신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일부에선 제기됐다. 하지만 수십년 간 통신 사업을 해 온 3사조차 이 사업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는데, 네이버·카카오가 기지국을 1만 5000개씩 구축하고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이날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이 언급한 “취소되는 대역에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유도할 다양한 지원책”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은 지원 방안으로 신호 제어용 주파수(앵커 주파수) 공급이 꼽힌다. 5G 28㎓ 주파수 대역은 현재 기술로는 무선망에 단독으로 접속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고 신호 제어를 위한 주파수가 별도로 필요하다. 이런 앵커 주파수를 시장 선호도가 높은 4∼5㎓로 공급하고, 용도도 신호 제어용으로 제한하지 않고 일반 통신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새로운 사업자가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전해진 가운데서도 신규 사업자로 꼽히는 업체들의 반응은 희망적이지 않다. 이보다 더한 파격적인 조건을 섣불리 제시하면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개막전 챔피언 조재호 시즌 2승 가만히 노크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개막전 챔피언 조재호 시즌 2승 가만히 노크

    우승 전력이 있는 선수는 조재호와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 단 둘 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던가. 그렇다면 이 둘 가운데 한 명이 강원 정선 함백산의 강추위를 뚫고 챔피언으로 솟아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로당구(PBA) 투어 하이원리조크 챔피언십 8강 얘기다.지난 14일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이 모두 마무리됐는데, 그 결과 마민캄과 조재호, 김현우를 비롯해 팔라존, 안토니오 몬테스, 오태준, 백찬현, 장남국이 8강에 진출했다. 랭킹 1위 다비드 사파타가 마민캄에 패해 짐을 꾸린 가운데 다비드 마르티네스(이상 스페인), 비롤 위마즈(튀르키예) 등 짱짱한 PBA 투어 ‘위너스 클럽’ 멤버들도 8강 문턱에서 일제히 쓴 잔을 들었다.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에 이어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를 잇달아 제압해 ‘3부 투어발 반란’을 일으켰던 김욱의 돌풍도 16강에서 멈춰섰다. 사파타는 1세트를 6이닝 만에 두 점 차로 가져갔지만 2세트부터 마민캄의 파상공세에 무너졌다. 마민캄은 2세트 초구를 하이런 9점으로 연결하며 4이닝 만에 15-4으로 승부의 균형을 맞춘 데 이어 3세트와 4세트를 어렵지 않게 마무리하고 8강을 신고했다.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16강전 0-3 패전 이후 깔끔하게 설욕전에 성공했다.직전 대회인 휴온스 챔피언십 우승자 마르티네스는 자국 동료 팔라존에 완패했다. 팔라존은 3세트 평균 8.3이닝만에 경기를 마무리해 마르티네스를 제압했다. 팔라존이 투어 8강 무대를 밟은 건 지난 시즌 4차 대회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이후 약 1년 만이다. 올 시즌 3차 대회 챔피언 위마즈도 풀세트 접전 끝에 장남국에 2-3으로 덜미를 잡혔다. 초반 두 세트를 가볍게 따낸 위마즈는 이후 내리 3세트를 내줘 역전패했다.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 김욱 역시 스페인의 ‘영건’ 안토니오 몬테스에 두 세트 앞서다 속절없이 3개 세트를 내줘 탈락했다. 반면 조재호는 김원섭을 3-1로 제치고 개막전 우승 이후 4개 대회 만에 8강 테이블을 예약했고, 김현우 오태준, 백찬현도 각각 찬차팍(튀르키예), 박동준, 카를로스 앙기타를 나란히 물리치고 대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8강전은 15일 오전 11시 30분 안토니오 몬테스-오태준 경기를 시작으로 오후 2시 하비에르 팔라존-김현우, 오후 4시30분 마민캄-장남국, 저녁 7시 조재호-백찬현의 경기로 이어진다.
  • 산악기상관측망 620개로 확충, ‘산림재난’ 대응 강화

    산악기상관측망 620개로 확충, ‘산림재난’ 대응 강화

    정부가 산불과 산사태 등 해마다 심화되는 ‘산림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산악기상관측망을 확충키로 했다.산림청은 7일 전국 464곳에 설치된 산악기상관측망을 2027년까지 620곳으로 확대해 산림재난 예방과 대응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악기상관측망은 기온·바람·강수량 등 7개 요소를 1분 단위로 관측해 실시간 산악날씨를 제공한다. 2012년 설치를 시작해 현재 주요 산악지역에 464곳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재난 예방 및 대응을 위해서는 정확한 기상·기후정보가 요구되는 데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생활권 중심 날씨정보는 기상변화가 심한 산악 지형에서 차이가 크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악지역은 평지와 비교해 풍속이 최대 3배 강하고, 강수량은 2배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6월 6일 고도 778m인 강릉 제왕산 관측소의 최대 풍속은 15m/s로 걷기가 곤란한 정도였지만 생활권인 강릉 관측소는 9.4m/s로 나뭇잎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로 관측됐다. 제왕산은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2.5㎜ 우비를 입어도 옷이 젖었지만 강릉은 3.7㎜로 비교적 약한 비가 내렸다. 산림청은 수집한 산악기상정보를 유관기관의 다양한 정보와 융합해 활용하고 있다. 산림 내 낙엽 등 토양 상층에 포함된 수분 분포를 파악가능한 ‘산림 연료습도 지도’는 산불위험예측력을 높여준다. 산림재해 예방 외에도 나무 개화 시기나 단풍이 물드는 시기 등 계절적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데도 활용된다. 산악기상정보시스템(https://mtweather.nifos.go.kr)에서는 100대 명산과 휴양림 162곳에 대한 날씨 정보뿐 아니라 산에서 해 뜨는 시간과 지는 시간, 체감온도, 등산 쾌적지수, 산불 산사태 위험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악기상 콘텐츠를 개발해 농업·임업·관광산업·기상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제공 정보를 확대할 계획이다.
  • 볏짚으로 가로수 염화칼슘 피해 막는다

    볏짚으로 가로수 염화칼슘 피해 막는다

    겨울철 제설제인 염화칼슘으로부터 도로변 수목을 보호하기 위해 볏짚 방지막이 설치·운영된다. 전북 전주시는 기린대로 가로정원 등 13㎞ 구간에 친환경 볏짚 방지막을 설치한다고 2일 밝혔다. 겨울철 제설작업 시 도로변에 뿌려지는 염화칼슘이 차량의 통행으로 초화류와 나무에 튀면서 잎의 황화나 괴사, 조기 낙엽, 신진대사 장애 등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볏짚 방지막 설치구간은 한벽교부터 팔복동 철길까지 기린대로 구간, 전주역앞 첫마중길, 백제대로 등이다. 또 시는 동절기 풍해·건조해 예방 등 가로수 유지관리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도시경관 향상을 위해 식재된 수목에 대해 연중 생육환경 관리를 철저히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쾌적한 도심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달콤한 사이언스]기후변화가 아이들 이름까지 바꾼다

    [달콤한 사이언스]기후변화가 아이들 이름까지 바꾼다

    기후 변화는 농작물 재배 장소를 바꾸고 국경선이나 해안선까지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됐다. 다름 아닌 아이의 이름이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생물학과, 오하이오대 생명과학과 공동 연구팀은 날씨가 아이 이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후변화로 인해 새로운 이름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진화 인간과학’(Evolutionary Human Sciences) 11월 26일자에 실렸다.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에이프릴(April·4월)이나 오텀(Autumn·가을)이다. 외국에서는 유명인의 이름이나 존경하는 조상의 이름을 따서 아이들 이름을 짓기도 하지만 태어날 당시의 날씨나 계절을 갖고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많다. 물론 동양, 특히 한국에서도 태어난 달이나 계절 등 아이의 사주를 보고 그에 맞는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가족, 경제, 사회 및 문화적 요인이 이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기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또 기온과 같은 물리적 환경이 동물의 행동, 생리행태 등이 바뀐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환경이 아기의 이름을 짓는다는 독특한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출생 연도와 미국의 51개 주별로 모든 아기의 이름이 등록된 미국 사회보장국(U.S.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의 빅 데이터를 활용해 1910년부터 2021년까지 사용된 총 3억 5000만 개의 이름을 분석했다. 여자 아이들의 이름은 특히 봄철에 속한 달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계에서는 봄철이 새로운 삶과 연관되기 때문에 에이프릴, 메이, 준 등의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그렇다면 봄 날씨가 처음 나타나는 달의 이름을 지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앨라바마나 텍사스는 3월 중하순에 마지막 서리가 내리지만 매사추세츠나 뉴욕은 5월 또는 그 이후까지 서리가 내린다. 분석 결과, 1910~1950년까지는 준(June)이라는 이름이 가장 인기가 있었지만 1960~2000년대까지는 에이프릴이라는 이름이 많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1960년대 후반에는 여자아이들의 이름 96%가 에이프릴인 적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 본다면 에이프릴은 남부 지역에서 인기가 있었고 준이라는 이름은 북쪽에서 주로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오텀이라는 이름은 낙엽수가 아름다운 북동부 지역에서 인기가 있는 이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계절이 이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들도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처럼 가을이라는 계절이 있는 캐나다의 경우는 오텀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가을이 덜 극적인 북유럽이나 호주, 뉴질랜드 같은 지역에서는 여름과 관련된 이름이 가을이나 봄 관련 이름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될 경우 서구에서는 1월(재뉴어리), 2월(페브루어리) 같은 이름이 더 흔해질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레이몬드 휴이 시애틀 워싱턴대 교수(진화생리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독특한 행동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생물학, 기후학이 현생 인류 활동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재정의 독사만평] 망우역사문화공원과 근현대사 탐방/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정재정의 독사만평] 망우역사문화공원과 근현대사 탐방/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요즘 나라 안팎이 혼란하면 국립현충원이나 망우역사문화공원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특별히 누구를 참배한다기보다는 파란만장한 근현대를 살다 간 분들과 교감하면서 대한민국 역사를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동작동 국립묘지’나 ‘망우리 공동묘지’로 불린 때는 들르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새 이름에 걸맞게 묘역이 잘 정비돼 탐방하기 쉽다. 경관이 수려하고 분위기도 고즈넉해 산책과 사색까지 즐길 수 있다. 늦가을 햇살이 가물거리던 11월 초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돌아봤다. 흩날리는 낙엽을 맞으며 묘역을 거닐다가 글로만 접하던 분들의 묘소를 만나 묵념에 잠기니 몸과 마음이 안온해지는 느낌이었다. 필자는 1998년에 ‘서울 근현대 역사기행’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망우묘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가족이나 지인 단위로 역사문화 현장을 답사하는 바람이 불었다. 필자는 그 대상이 주로 전근대 유적유물에 편중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우리의 역사문화 의식이 근현대로까지 확장되기를 바라며 책을 펴냈다. ‘서울 근현대 역사기행’은 처음으로 묘역을 역사 기행의 장소로 크게 다루었다. ‘민족 민주 영령들의 성지’라는 큰 제목 아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택 효창공원’, ‘국가 정통성의 뿌리 동작동 국립묘지’, ‘망우리 공원묘지’, ‘청담동 도산공원’, ‘수유리 4·19혁명 국립묘지’라는 장을 설정해 묘역의 내력과 안장된 주요 인사를 소개했다. 서울의 묘역을 근현대사 탐방의 주제로 삼은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망우산은 높이가 282m에 불과하지만 1933년부터 1973년까지 서울의 가장 큰 공동묘역이었다. 최성기에는 약 4만 7700기가 들어섰는데 필자가 책을 쓸 때는 2만 8000기로 줄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7000기가량만 남아 있었다. 일제는 4대문 밖 이태원, 신사리(응암동), 미아리, 수철리(금호동)에 공동묘지를 조성했는데 이곳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1933년 망우리 일대 52만평에 묘역을 조성하고 기왕의 공동묘지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해방 후에도 망우묘역은 선산 없는 서울시민의 유택이 됐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묘지는 더욱 늘어 추석에는 전국 각처에서 몰려온 성묘객으로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서울시는 1973년을 끝으로 ‘망우리 공동묘지’를 폐장하고 기존 묘지도 이장을 권고했다. 그리고 1977년 묘역의 이름을 ‘망우묘지공원’으로 바꿨다. 1997년에는 독립운동가와 문화예술인 15인 묘지 근처에 ‘어록’과 ‘추모비’를 세웠다. 나아가 이듬해 아예 ‘묘지’를 떼고 이름을 ‘망우리공원’으로 바꿨다. 문화재청은 2012년에 한용운, 2017년에 오세창·문일평·방정환·유상규·오기만·서광조·서동일·오재영 등 독립유공자 묘지를 국가지정등록문화재로 선정했다. 이로써 망우묘역이 휴식과 현창의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 망우묘역은 지난해부터 중랑구가 관리하고 있다. 중랑구는 묘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탐방과 산책의 장소로 개편했다. 올해 4월 1일에는 묘역 입구에 ‘중랑망우공간’이라는 우아하고 쾌적한 건물을 신축·개관해 전시·교육·홍보 시설로 활용 중이다. 묘역 이름도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교체했다. 광장 벽에는 안장된 역사 인물 50여명의 사진과 약력을 부착했다. 계용묵·박인환·지석영·장덕수·조봉암·이중섭·이영민·차중락 등 저명한 문화인·정치인도 들어 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역사와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평안한 공간이다. 그리고 서울시와 구리시 및 한강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다사다난한 올해를 마감하는 요즘 망우역사문화공원에 가서 각자가 기리고 싶은 역사 인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잠시나마 근심을 잊었으면 좋겠다.
  • 떨어지는 낙엽처럼 너를 기억 못 해도… 가슴은 기억한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너를 기억 못 해도… 가슴은 기억한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뜬 마오리(후쿠모토 리코)의 방 여기저기에 주의할 점을 써 놓은 종이가 붙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종이에는 ‘노트북에 쓴 일기를 읽을 것’이라 적혀 있다. 마오리가 노트북을 펼쳐 보니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자고 일어나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고 돼 있다. 30일 개봉하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사진)는 사고 이후 기억을 만들 수 없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겪는 여고생 마오리의 사랑 이야기다. 집안 사정으로 무색무취한 일상을 보내는 고교생 도루(미치에다 스케)가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위해 마오리에게 거짓 고백을 하고, 예상과 달리 마오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둘의 연애가 시작된다. 얼떨결에 시작한 연애지만 풋풋한 고교생의 연애 모습이 관객을 흐뭇하게 만든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마오리 탓에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마오리는 다음날이면 도루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만날 때마다 그에 대한 사소한 정보를 메모하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으로 기록을 남긴다. 둘은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지만,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 터지고야 만다. 영화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치조 미사키의 2019년 전격소설대상 데뷔작이다. 국내에서 발매 후 무려 40만부가 팔렸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 야외 5000석 매진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일본 상영 당시 원작을 스크린으로 잘 옮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유명 그룹 나디와단시 멤버 미치에다 스케는 사려 깊고 배려심 많은 도루를 연기한다. 마오리 역의 후쿠모토 리코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둔 청춘스타다. 반짝이는 미모로 펼치는 기억상실증 연기가 볼만하다. 우리와 조금 다른, 일본 영화 특유의 ‘오글거리는’ 장면들이 살짝 거슬릴 수 있다. 그러나 배우들이 계단처럼 차근차근 쌓아 올린 감정선 덕분에 영화 내내 푹 빠져들 수밖에 없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조건 없는 사랑이란 참 아름답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기억은 사라지더라도 추억은 가슴에 남는다는 메시지가 여운을 길게 남긴다. 121분, 12세 관람가.
  • 프레임이 된 건물… 스스로 자연이 된다[건축 오디세이]

    프레임이 된 건물… 스스로 자연이 된다[건축 오디세이]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선 날, 세월의 무상함에 가슴이 절절하다. 고요한 장소를 찾아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낙엽을 밟고 싶은 마음으로 발길을 떼어 본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장소다. 예전 모두가 혐오스럽게 여겼던 망우리 공동묘지는 이제 울창한 숲과 유명 인사들의 묘, 멋진 전망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일제가 1933년 조성한 망우리 묘지는 40년이 지난 뒤 분묘가 가득 차 1973년 5월 매장이 금지됐다. 방정환, 오세창, 한용운, 조봉암, 지석영, 박인환, 이중섭, 계용묵 등 근현대사의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역사적 장소라는 의미를 살려 1992년부터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근현대 인문학의 역사를 떠올리는 기억의 장소로 부각시켜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고 2016년엔 망우리 인문학길을 조성하는 등 기피시설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4월 공원 초입에 들어선 중랑망우공간은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인문적 자연공원으로의 변신 작업에 마침표를 찍은 건축물이다. 건축가 정재헌(경희대 건축학부 교수·모노건축사사무소)이 설계한 중랑망우공간은 묘지공원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는 초입의 완만한 능선에 입지하고 있다. 연면적 1247.25㎡의 2층 규모 건축물은 능선을 따라 남북 방향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다. 건물의 길이는 120m, 폭이 18m. 현상설계에서 주어진 대지를 온전히 사용해 지었다. 주차장과 관리동을 통합한 웰컴센터는 건물이라기보다는 좁고 긴 길이다. 120m의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다양한 공간과 풍성한 자연을 경험한다.●길이 120m… 다양한 공간 ·자연 조우 좁고 긴 직선적인 건축물이 어떻게 능선을 타고 도로의 경사면에 들어섰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길을 건넜다. 그런데 길을 건너 바라봐도 건물의 입면이라고 할 만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 교수는 “이 건물은 존재감이 없고 풍경이 건물의 입면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건물이지만 입면이랄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복도와 회랑이 건물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회랑 사이, 계단실과 수 공간 사이는 그저 비어 있다. 빈 공간을 통해 보이는 것은 자연 풍경이다. 주변의 경관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는 전통적인 조경기법처럼 기둥 사이로 풍경을 담았다. 기둥 사이에 자연을 그대로 들여놓은 것을 정 교수는 “풍경을 프레임해 준다”고 표현했다. 건물은 막힘이 없고 자연과 사람은 그 사이를 넘나든다. 의도적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건물이 들어서 건물 스스로 자연이 된다. “망우리공원의 역사적 의미나 기억을 떠올리기보다는 현재의 삶과 미래의 의미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묘지의 이미지를 벗고 자연과 공원의 풍성함이 드러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건축은 단지 자연에 놓인 상자이며, 자연을 경험하는 프레임으로서 위치하며, 드러나기보다는 풍경 속에 숨어 있도록 했습니다. 빛과 색을 뿜기보다는 자연을 흡수하고 끌어들여 원래 그곳에 있던 것처럼 익숙한 풍경이 되도록 했습니다.”●드러나기보다 풍경에 숨는 건물로 서울시와 중랑구에서는 인문학 역사공원의 이미지를 보여 주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원했지만 오히려 정 교수는 건물로 읽히지 않고 존재감 없이 자연 속에 녹아드는 건물로 디자인했다. 또한 ‘망우’(忘憂)의 원래 뜻을 살리는 공간이 되고자 했다. ‘망우’는 논어 ‘술이’(述而) 편에 나오는 낙이망우(樂以忘憂)에서 따온 것으로 ‘(도를) 즐김으로써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공동묘지를 네거티브하게 받아들이지만 서양에서는 죽음을 삶의 연장선으로 보고 묘지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현재의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마음이 위로받는 행복한 공간,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장소로서 ‘행복의 묘지’를 추구하고 싶었습니다.” 정 교수는 “망우공원의 웰컴센터가 행복한 기억과 따뜻한 감동이 있는 명랑한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주어진 지형 조건이 까다롭고 공원 심의를 통과하기가 힘들어 설계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높이 차이가 있는 능선인 데다 기댈 데도 없는 좁고 긴 지형에 건물을 짓는 프로그램을 풀어내는 데 적잖은 시간을 들였다. 원래의 배치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시작하다 보니 아무래도 잘 풀리지 않아 현장을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물과 주차장의 배치를 바꿔서 스케치해 봤더니 그제서야 풀리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자리하고 있던 능선의 높은 곳에 건물을 짓기로 하고 지형 조사를 해 보니 그곳이 기존에 관리동이 있던 자리보다 훨씬 좋은 자리였어요. 그다음엔 건물의 주차장을 어떻게 가릴지를 두고도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능선에 위치한 건물의 배치는 독특하다.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도로보다 높은 왼쪽(북서부)에 건축물의 주된 매스를 배치했고 주차장은 도로보다 낮은 남동부에 배치했다. 건물 사이에 계단실의 역할을 하는 높은 벽을 만들어 주차장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 건물 1층은 무채색의 콘크리트 기둥으로 처리해 회랑의 효과를 냈다. 건물 2층에는 120m 길이의 긴 테라스 겸 복도를 만들어 오른쪽(남동부) 끝부분이 도로와 만나도록 했다. 공원을 향하는 사람들이 올라오는 길에 건축물의 단아한 첫인상이 드러나게 하고, 공원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건물의 복도를 따라 걸어와 산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었다. 길은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고 자연을 넘어 도시를 발견하게 한다. 정 교수는 “원래 이곳은 주차장과 관리사무실 외에는 자연뿐이었다”면서 “새로운 건물 또한 사람들이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신발을 신고 실내에 들어갔다가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진입이 자연스럽고 실내 공간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길을 건너 건물에 들어선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회랑 사이로 들어간다. 원래 이곳이 추모공원인 것을 잊지 않으려는 듯 무채색의 회랑은 경쾌한 동시에 그리스 신전의 회랑처럼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회랑 기둥의 그림자가 차폐벽에 어른거리면서 공간의 표정으로 드러난다. 잔잔하게 물이 담긴 수반에 하늘이 비친다. 주 건물의 1층은 카페 등 휴식공간이다. 건물 뒤편으로 우거진 숲과 고요하게 늘어선 회랑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경건함을 더한다. 여름엔 그늘진 야외 공간이 휴식의 장소로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삶 되돌아보는 시간 가졌으면” 주차장과의 경계에 설치된 콘크리트 계단을 오르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콘크리트 사이로 네모난 하늘이 보인다. 2층의 직선형 테라스는 북측 묘지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 계단 구조는 주차장의 차폐와 층간을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묘지와 하늘을 직감적으로 연결하면서 경건한 사유를 유도하는 장치로도 작동한다. 2층에는 사무실과 전시실이 있지만 주된 역할은 전망대로서의 기능이다. 120m 길이의 테라스에서는 주변 풍경과의 다양한 조우를 경험할 수 있다. 가깝게는 망우산과 묘지 사이로 난 산책로가 보이고 멀리는 남산뿐 아니라 인왕산, 북한산, 수락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실루엣을 볼 수 있다.정 교수는 “1층에서는 기둥 사이를 투과하는 마이크로한 풍경을 볼 수 있고, 2층에서는 길다란 테라스가 전망대의 역할을 해 가까이는 망우산의 능선을 보고 멀리는 남산부터 불암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면서 “건물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고 산책의 연장으로 여겨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물은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 듯하다. 언뜻 단조로워 보이지만 동선과 높이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시선의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나무를 보면 어떤 잎들은 봄날에 떨어지고 어떤 잎들은 노랗게 색이 변한 뒤에도 그대로 매달려 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이어 가는 것을 보면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곳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함혜리 칼럼니스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