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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9회 공초문학상] ‘자아 상실의 깊은 성찰’ 공초의 무소유 삶과 상통

    우리 현대시의 새벽을 사자후로 활짝 연 공초 오상순 선생을 기려 제정된 제19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정호승 시인이 선정되었다. 수상작 ‘나는 아직 낙산사에 가지 못한다’가 내포한 자아 상실의 깊은 성찰이 동해의 드넓은 공간과 천년고찰 낙산사의 종소리 여운에 담아 웅장한 원음(圓音)으로 파장을 일으킨다. 올해로 시력 40년을 맞는 정호승 시인은 등단 이후 꾸준히 그리고 왕성하게 창작을 해 오며 독창적 시 세계를 열어 왔을 뿐 아니라 특히 감도가 깊은 시로써 오늘의 한국시 위상을 한 단계 높여 온 시인이다. ‘비틀비틀 푸른 수평선 위로 걸어가던 나를 / 슬그머니 담배꽁초처럼 버리고 온 뒤/ 아직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에서 저 공초가 일찍이 꺼내 들었던 ‘허무혼의 선언’이나 ‘방랑의 마음’에 어찌 그리도 맞닿아 있는 것인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으로 얻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이루어 내는 것을 실현하고자 했던 공초의 정신이 예순여섯 해 뒤에 태어난 정호승 시인의 뇌파에서 자장을 일으켜 더도 덜도 깎고 보탤 것 없는 완성품으로 되살아난 것 같아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끝으로 수상작은 정호승 시집 ‘밥값’에서 가려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이성부
  • 제19회 공초문학상 정호승 시인

    제19회 공초문학상 정호승 시인

    서울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9회 공초문학상 수상자로 정호승(61)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난해 펴낸 시집 ‘밥값’에 실린 ‘나는 아직 낙산사에 가지 못한다’이다. 심사위원단은 31일 “자아상실의 깊은 성찰이 천년고찰 낙산사의 종소리 여운에 실려 웅장한 파장을 일으킨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공초문학상은 무소유의 삶을 시로 펼쳐낸 공초 오상순(1894~1963)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 장·차관 ‘현장행정’ 빛과 그림자

    장·차관 ‘현장행정’ 빛과 그림자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차관들에게 현장행정을 강조한 것과 관련, 각 부처 기관장들의 현장행정 실태를 파악한 결과,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현장행정을 나름대로 충실히 하고 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주간·월단위 방문 서울신문이 24일 파악한 바에 따르면 장·차관 등 기관장들은 주간 단위 또는 월단위로 현장을 찾고 있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25일 백두대간 산림훼손 복원지에 이어 27일에는 거제의 소나무 재선충 방제지, 다음달 1일에는 양양 낙산사 산불 조림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4일 인천에서 학부모 특강을 하는 등 차관시절부터 해온 주 1회 현장방문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전도사’로 나선 윤영선 관세청장은 다달이 지역 상공회의소와 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FTA이후 경제상황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는 27일 부산지역을 방문해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기관장들의 이 같은 현장방문은 리더십의 변화로 비쳐지고 있다. 조직관리나 업무추진보다 행정 수요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가려운 곳을 헤아려주는 ‘소통의 행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정책 왜곡 전달 사전차단 효과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부처의 정책이 지자체 등 일선 행정 현장까지 100% 전달되지 않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책 결정권자인 장·차관들이 직접 정책 현장을 챙기면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구제역이 창궐했던 올 초 유정복 농림식품부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은 1주일에도 1~2번 이상씩 현장을 방문해 방역상태 등을 점검했다. 4대강 문제, 연평도 포격사건, 물가 급등, 저축은행 부실문제 등 현안이 있는 곳엔 장·차관들의 발길이 잦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장방문을 통해 현안이 반드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무 장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주는 행정의 체감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차관의 현장방문에 대해 곱지않은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각 부처 장관들이 앞다투 듯 현장을 찾는 것이 볼썽 사납다는 것. 일과성 전시행정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현장에서 행정수요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나 교육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업무일수록 정책결정권자로서의 조정능력을 키우는 데 더 진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현장 방문을 통해 현장의 공무원과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정책에 담게 되면 실효성은 더욱 증가하지만 장·차관 의전 등의 문제로 업무가 지연되거나 마비되지 않도록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장들 ‘결재 먼저 받기’ 쟁 탈전 기관장이 현장에 나가는 시간이 많을수록 정책 결정 과정이 늦춰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부 부처에서는 장관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항에 대해 누가 먼저 받는지를 놓고 국장들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구제역이 피크를 이뤘을 땐 장관실 비서진 모니터에 결재 순서가 적힌 메모지가 빼곡했다.”면서 “결재를 먼저 받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져 비서들에게 귀띔하고 순서를 바꿔놓을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의식이나 한듯 몇몇 장관들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현장방문을 한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자주 이용했다. 결재 등 내부적인 업무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더러 일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동구기자·부처종합 yidonggu@seoul.co.kr
  • 트래비 스토리> 버스여행, 그 소소한 즐거움에 대하여

    트래비 스토리> 버스여행, 그 소소한 즐거움에 대하여

    버스를 타고 볼거리를 찾아 다니며, 때가 되면 밥상이 대령되는 국내 여행은 생경하지만 편하다. 밥상과 풍경을 나누다 보면 낯선 이들과도 어느새 친구가 되어 여행의 즐거움에 소소한 즐거움이 더해진다. 봄의 끝자락을 잡은 5월, 창으로 스민 햇살과 함께하는 여정은 더욱 따뜻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 취재협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문화관광부에서 우수상품으로 인증한 하나투어의 내나라 여행상품을 엿보고 왔다. 이번에 다녀온 2박3일 코스는 서부권 일주와 남도일주가 섞인 것으로 실제 상품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1st day / 전주 한지산업지원센터 ▶▶ 전주 한옥마을 ▶▶ 목포 토요공연 버스는 종각과 압구정, 죽전, 안성에 정차해 사람을 태웠다. 여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길이라면 어디에서든 버스는 설 수 있다고 한다. 며칠간 여행의 동반자가 될 낯선 이들과 만나고, 가이드의 멘트를 어색하게 경청하다 까무룩 잠이 들길 3시간. 어느 틈에 버스는 전주의 한지산업지원센터에 도착했다. 한지산업지원센터(063-281-1500 www.hisc.re.kr)는 전시관과 체험관을 갖춘 엄연한 박물관이자 연구개발실, 기업지원실, 디자인개발실을 운영하는 연구·개발 목적의 한지 관련 전문기관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이어온 한지의 우수성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현재 한지를 생산하고 있는 24개 업체와 그들의 제품을 소개하며, 한지 산업을 지원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곳에서는, 한지는 ‘옛 것’인 동시에 ‘지금의 것’이라 말하고 있다. ‘신상’ 한지 제품을 전시하고 있는 상품전시실이 특별하게 보이는 것도, 한지 뜨기와 같은 작은 체험 활동이 비장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한지산업지원센터가 자리한 곳은 전주다. 전주 주변, 한지의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의 업체들은 한지산업센터를 전주에 있게 했다. 전주의 전통은 한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지산업센터에서 떠나 버스가 닿은 곳은 전주 한옥마을.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종교 성지인 전동 성당 등 문화재와 함께 700여 채의 한옥이 마을을 이룬, 살아 있는 전통의 공간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한옥마을의 동락원(063-287-2040 www.jkhanok.co.kr)에서는 전주 비빔밥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전주 비빔밥은 진주 비빔밥, 통영 비빔밥과 더불어 한국의 3대 비빔밥으로 손꼽힌다.전통 마을에서 만드는 전통 비빔밥에는 그만의 비밀이 있다. 우선 밥이 다르다. 사골 국물을 넣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은 25가지 정도의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비벼도 뭉치는 일이 없다. 육회와 함께 계란 노른자를 날 것으로 얹는 것도 특징이다. 화려한 색감의 재료는 눈을 자극하고 식욕을 돋운다. 전주 비빔밥 만들기 체험은 6명이 한 조를 이룬다. 한옥마을에서의 체험은 우석대학교 전주한방문화센터(063-232-2500 www.hanbangcenter.com)로 이어진다. 차 체험, 건강 체험, 만들기 체험 등 한방 관련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만들기 체험의 하나인 향낭 만들기는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당귀, 천궁, 백지, 목향, 계피, 정향, 자단향 등 7가지 약재를 전통 첩약식 포장을 해 예쁜 주머니에 넣으면 끝. 향낭은 약재 두 컵 정도로 만들어지는데 그중 한 컵은 그윽한 염주 향의 자단향으로 채운다. 관리만 잘하면 향낭은 1년이 넘게 향기를 잃지 않는다. 전주를 떠난 버스가 내달린 곳은 목포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목포 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는 전남국립국악단(061-375-6928 www.jpg.or.kr)이 선보이는 토요공연이 펼쳐진다. 한 분야에만 몰입하는 기존의 국악 공연과는 달리 토요공연에서는 판소리, 기악, 창극 등 다양한 분야의 국악 공연이 한자리에서 펼쳐진다. 공연 내용은 조금씩이라도 매주 달라, 주말마다 공연을 찾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다. 1시간 30분, 소리와 가락, 입담에 취한 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이 가득하다. ◈ 청해원 회 정식 요리를 선보인다. 신선한 회 이외에 죽, 생선 조림, 튀김 등의 요리가 코스로 나온다. 주소 전남 목포시 상동 1153-1 문의 061-282-6556 ◈ 호텔현대목포 서남권 유일의 특급 호텔이다. 208개의 객실을 지니고 있으며, LCD 티브이, 무선 인터넷 등이 갖춰져 있다. 문의 061-463-2233, www.hyundai-hotel.com/mokpo 2nd day / 보성 차밭 ▶▶ 순천만 ▶▶ 남해 이충무공 전몰유허 보성은 전국 녹차 생산의 40% 가량을 맡고 있는 녹차의 땅이다. 구석구석 이어지는 다원의 행렬은 사시사철 보성을 푸르게 꾸민다. 다원에 새순이 돋기 시작하는 5월, 조금은 무거웠던 초록빛 찻잎은 상큼한 연초록으로 모습을 바꿔 말갛게 일렁인다. 마음마저 맑게 정화하는 투명한 빛이다. 보성에서도 관상용 차밭으로 알려진 대한다원(www.dhdawon.com)의 차는 재 넘어 율포만의 안개를 맞고 성장한다. 이슬 맺힌 찻잎은 바람을 타고 향긋한 차 향기를 실어 나른다. 입구에 자리한 시음장에서는 차밭의 향기를 마실 수 있다. 곡우 닷새 전에 어린 잎을 따, 덖어 만든 우전차가 저렴하다. 첫물차라고도 불리는 우전차의 맛과 향은 참으로 여리다. 보성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는 순천만이 자리했다. 넓디넓은 순천만의 너른 품에는 갯벌과 갈대밭 등이 안겨 있다. 어류의 80% 이상을 품어 어머니의 땅이라고도 불리는 갯벌. 순천만의 넉넉함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www.suncheonbay.go.kr)의 나무 데크를 걸으면 갯벌을 분주히 쏘다니는 온갖 종류의 바다 생물과 만나게 된다. 흔히 마주치는 짱뚱어는 6개월은 자고, 나머지 6개월은 깨어 있다는 물고기다. ‘잠둥이’라는 별명에서 짱뚱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 있다. 갈대밭과 더불어 짠물을 머금고 자라나는 붉은 풀, 칠면초도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이들 모두를 한눈에 담으려면 1시간 가량 다리품을 팔아 용산 전망대에 오르는 게 좋다. 긴 여운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버스는 다시 남해로 향한다. 1973년 6월, 하동 노량과 남해 노량을 잇는 남해대교가 완공되며 섬 아닌 섬이 된 남해. 남해대교와 가까운 곳에는 이충무공 전몰유허가 자리했다. 1598년 11월19일, 노량 앞바다에서는 조선과 일본의 7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노량해전이 벌어졌다. 이날 400여 척의 전선을 잃고 남해 방면으로 도망가던 왜군을 쫓던 이순신은 일본군의 유탄에 맞아 전사한다. 이충무공 전몰유허는 그의 유해가 가장 처음으로 육지에 오른 곳이다. 일명 ‘이락사’라 불리는 이곳에는 ‘큰 별이 바다에 잠겼다’는 뜻의 대성운해(大星隕海)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사당 옆에 자리한 거북선 모양의 영상관에서는 노량대전과 이순신의 생애에 관한 3D 영상을 상영한다. 최초의 돔 형태 영상관으로 편안한 좌석이 인상적이다. 3rd day 남해 보리암 ▶ 창선삼천포대교 ▶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 해발 681m로 그리 높지 않지만 한려수도가 한눈에 담기는 금산은 가히 남해의 으뜸이다. 금산은 본래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보광사를 세운 뒤 산 이름 또한 보광산이라 불렸으나,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뒤 조선을 일으키게 되자 그 뜻을 높이 사 온 산을 비단으로 덮겠다고 해 금산이라 고쳐 부르게 됐다. 금산에는 보리암이 자리했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3대 관음도량으로 불리는 보리암. 명성 그대로 기도를 드리는 이들로 늘 붐빈다. 보리암은 셔틀버스로 오를 수 있는 복곡 제2 주차장에서 10분 가량 걸으면 닿을 수 있다. 보리암에서 내려와 통영으로 향하는 버스는 죽방렴을 볼 수 있는 창선대교를 천천히 달리더니 삼천포대교에서 아예 정차를 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남해와 사천을 잇는 3.2km의 연륙교로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향교 등 5개의 다리로 구성된다. 2003년 4월28일에 개통된 다리는 섬과 섬, 그리고 육지를 이으며 여행의 새로운 루트를 제시했다. 남해와 사천 양쪽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바다와 조화를 이룬 다리를 조망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넌 버스는 섬을 벗어나 뭍, 통영으로 향한다. 벌써 30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원이 탑승한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이다. 1,975m. 국내에서 가장 긴 관광용 케이블카다. 1번부터 49번까지, 발 아래 전망이 아찔하기만 한 이들은 케이블카 운반차의 번호를 센다. 어라. 4번 운반차가 없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미륵산 정상까지는 15분 가량 거리다.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 이들은 케이블카 상층 전망대나 한산대첩 전망대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전망은 정상만 못하다. 미륵산 정상에서는 일대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려수도를 수놓은 섬들과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의 자태가 그야말로 곱다. 산을 깎아 계단식 논을 만든 어촌 마을의 풍경도 있다. 바다만 먹고 살기에는 팍팍한 탓이겠지만 외지인의 눈에는 아름답기만 하다. ◈ 통선재 멋진 서까래의 한옥. 통영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이순신 밥상을 낸다. 생선찜과 구절판, 회, 각종 나물 등으로 구성된 식단이 생각보다 화려하다. 재료 원래의 맛을 살려 요리하는 곳으로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간이 조금 심심하다. 조미료는 절대 쓰지 않는다. 주소 경남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945-23 문의 055-645-6336 ◈ 하나투어로 떠나는 내나라 여행 서부권일주 4일, 진도, 보길도 남도 3일, 한려수도일주 4일, 강원일주 3일, 전국일주 7일, 동부권일주 4일, 남도일주 3일, 한려수도일주 3일 등의 상품으로 운영된다. 3일 39만9,000원, 4일 59만9,000원, 7일 110만원으로 상품가격 자체는 만만치 않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2만원 가량에 해당하는 한 끼 식사와 특급 호텔 숙박, 전용 대형 버스 등 투어 내용을 보면 그 자부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국일주와 서부권, 동부권 일주 여행은 단 1명이 상품을 신청해도 출발이 가능하다. 파격적이다. 지난 3월 말부터 선보인 외국인을 위한 내나라 여행에서 실제 2명의 인원이 출발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1~2명이 출발할 경우에는 대형 버스 대신 미니 밴이 사용된다. 전국의 지정된 경유지에서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하며, 각각의 내나라 여행 상품을 연계해 이용할 수도 있다. www.hanatou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한국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한국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6選 노리는 ‘TK 엘리트’ vs 대권 노리는 ‘수도권 엘리트’

    6選 노리는 ‘TK 엘리트’ vs 대권 노리는 ‘수도권 엘리트’

    “예전엔 집값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종종 왔는데, 정치부 기자가 들른 것을 보니 이번 선거가 중요하긴 한 모양이네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 부동산’ 대표 이모(47)씨는 “총선 때에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엔 흥미진진해졌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아들 집으로 가기 위해 32평(105㎡) 아파트를 전세가 4억 5000만원에 내놓으려고 부동산에 들른 장향선(59·여)씨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투표할지가 관건”이라며 거들었다. ‘부동산 1번지’ 분당이 4·27 보궐선거를 맞아 ‘정치 1번지’로 변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고,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가 4일 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여야의 전·현직 대표가 사상 처음으로 맞붙는 ‘빅매치’가 성사됐다. 지하철 정자역 3번 출구 앞에 들어선 강 전 대표의 선거사무실과 4번 출구 앞에 포진한 손 대표의 사무실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듯했다. ●정통 엘리트들의 승부수 강 전 대표와 손 대표는 대한민국 엘리트의 전형이지만 정치적 지향점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강 전 대표는 보수정당에서 잔뼈가 굵었고, 당 대표까지 지냈다.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나 “당의 정신을 확 바꿔 놓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보수적 가치를 중시한다. 손 대표는 비록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줄곧 개혁 노선을 견지해 왔다. 손 대표는 출사표에서 “중산층이 이끄는 개혁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 분당을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강 전 대표는 경북고와 서울 법대를 졸업한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엘리트’다. 32살의 젊은 검사였던 1980년 청와대 정무·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일각에서 ‘5공 인물’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시절의 경력 때문이다. 그러나 강 전 대표 측은 “민주화 이후인 1988년 13대 때 비례대표로 처음 정계에 입문했다.”면서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6·29 선언이 나오기까지 청와대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반박한다. 이후 강 전 대표는 17대까지 내리 5선을 하면서 부총재, 최고위원, 원내대표, 대표 등을 두루 거쳤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야인’으로 지내다 이번에 6선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경기 시흥 출신의 손학규 대표는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수도권 엘리트’다. 고교·대학 동창인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다 투옥됐으며, 1980년 민주화의 봄 당시 홀연히 영국 유학을 떠났다. 이후 서강대 등에서 진보 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민자당에 입당한 손 대표는 1993년 4월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된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손 대표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정동영·정세균 등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승리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뗐고 민주당으로부터 ‘적통’을 인정받았다. ●14년 한솥밥 먹었지만 결이 달랐다 두 사람의 정치적 인연은 손 대표가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되면서 시작됐고 14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강 전 대표는 손 대표 등원 당시 민자당 대변인을 맡아 입심을 자랑했고, 손 대표는 1995년부터 1년여 동안 민자당과 신한국당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강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 총재일 때 비서실장을, 손 대표는 1997년 12월 조순 총재의 비서실장을 잠깐 지냈다. 강 전 대표는 이회창 대선 후보의 정치특보를 맡았고, 손 대표는 반(反)이회창 노선을 걸었다. 직접적인 충돌은 2007년 3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손 대표는 경선 룰에 반발하며 강원도 산사에 칩거 중이었고 당 대표였던 강 전 대표는 손 대표의 경선 참여를 설득하려고 했다. 강 전 대표는 그해 3월 17일 회동을 위해 손 대표가 칩거한 것으로 알려진 낙산사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손 대표 측의 거부로 도중에 서울로 차를 돌려야 했다. 이틀 뒤 손 대표는 야권으로 투신했다. 각각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한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은 반면 민주당은 81석에 그쳤다. ●강한 후폭풍이 몰려온다 전·현직 당 대표가 보궐선거에서 맞붙은 경우는 한국 정당사에 처음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오차 범위’ 내 혼전을 보인다. 한나라당의 경우 박희태 전 대표와 이회창 전 총재가 2009년과 1999년에, 민주당의 경우 정동영 최고위원(전 당의장)이 2009년에 각각 보궐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지만 선거구가 자신들에게 확실하게 유리한 ‘텃밭’이었고, 상대 후보와 ‘체급’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두 ‘거물’ 모두 우여곡절 끝에 후보가 됐고, 판이 커진 만큼 승패에 따라 정치 지형이 출렁거릴 게 뻔하다. 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정운찬 전 총리를 지지하는 듯한 분위기를 뚫고 공천을 따냈다. ‘이 장관이나 안상수 대표 등에게 서운하지 않으냐.’고 묻자 강 전 대표는 “그들과 싸울 ‘군번’이 아니다.”면서 “지금의 ‘봉숭아 학당’ 같은 당의 모습으로 정권 재창출은 어림도 없다.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야당 대표와 맞붙는 만큼 당선된다면 자신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당내 거부세력이 많은 강 전 대표와 달리 당의 요구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승리한다면 당내 입지는 물론 야권의 확실한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손 대표는 “민주당에 의석 하나 더 얹어주겠다는 차원에서 출마한 것이 아니다. 분당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변화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구하자는 뜻인 만큼 분당선거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분당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달마배 스노보드대회 9년째 주최하는 호산 스님

    [김문이 만난사람] 달마배 스노보드대회 9년째 주최하는 호산 스님

    달마 대사가 눈 위에서 씽씽 스노보드를 탔다고? 하기야 중국 쑹산(嵩山)의 소림사 토굴에서 9년 면벽 수행했으니 스노보드 아니라 고난도 스키인들 못 탈 일이 뭐 있을까. 선법(禪法)에 도통한 만큼 휙휙 날아다녔겠지….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 찾아온 승려들도 죄다 눈밭에서 무릎을 꿇었으니 말이다. 그런 달마를 연상했을까. 스노보드를 아주 잘 타는 스님이 있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전문가이자 국내 스노보드계의 대형(大兄)으로 통한다. 매년 이맘때 국제 스노보드대회 개최도 앞장서서 주관한다. 2018년 동계올림픽에서는 눈밭 종목에서 첫 메달을 따기 위해 꿈나무도 육성하고 있다. 이 정도면 보통 정성이 아닐 터. 제9회 달마오픈 스노보드 챔피언십 대회(12일·강원 홍천 비발디파크)를 앞두고 경기 양평 용문사를 찾았다. 이곳 주지로 있는 호산(46)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천년 하고도 100년이 더 넘는 세월을 지켜 온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가 용문사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한다. 바로 옆에는 해우소가 있다. 문득 생각나는 일화 한 토막. 국민 소리꾼 장사익씨가 용문사 산사음악회에 왔을 때 해우소에서 나는 향기(?)를 지적하면서 “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느냐.”고 절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관계자는 “은행나무의 뿌리가 해우소 밑에까지 뻗어 있다. 해우소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을 버티는 은행나무의 식량 창고나 다름없다.”는 답을 들었단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드는 관광객들과 아는 듯 모르는 듯한 서로의 내공으로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이 42m, 밑둥 둘레 14m.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를 새삼 우러러보며 절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읍내에서 일을 보고 막 도착한 호산 스님이 달마의 미소처럼 밝게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며 선방으로 들어가 녹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먼저 올해 스노보드 대회에 관한 얘기를 했다. “외국인 10여명, 내국인 150여명이 참가합니다. 아마추어 주니어 남녀 부문, 프로 남녀 부문, 그리고 올해 처음 프리스타일 종목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참가 인원도 그렇고 기량 또한 많이 발전하고 있지요.” 차 한잔을 마시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꿈나무 4명이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뉴질랜드에서 두달 동안 훈련한 뒤 11월 12일부터 밴쿠버 휘슬러 스키장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지요. 코치는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 크리스핀 립스콤을 영입했습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때는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눈밭 종목에서 메달을 따게 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웃음)” 꿈나무들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남녀들이란다. 그렇다면 훈련과 코치 영입 비용 등은 어떻게 조달할까. “처음에는 제가 거의 혼자 내다시피 했지요. 올해는 삼성화재 직원들의 개인적 도움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꿈나무 키우기에 활력을 얻었습니다. 모든 훈련 프로그램을 2018년 동계올림픽으로 맞춰 놓고 있습니다. 타깃은 하프파이프(half pipe·반원통 모양의 슬로프) 종목입니다. 3월에 훈련상황을 보기 위해 휘슬러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지난 9년 동안 꾸준히 달마배(杯) 스노보드대회를 개최하면서 얻은 수확이자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도 했다. 또한 3년 전 월드컵이나 US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필요한 피스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국제대회로 인정받은 것도 ‘달마배 스노보드대회’의 큰 수확이다. “국내 최장수 스노보드대회입니다. 격년제로 국제와 국내 대회를 번갈아 가면서 합니다. 꿈나무도 육성하고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축제를 벌이는 것이지요. 그동안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늘 대회를 열 때마다 초심으로 준비합니다.” 대회를 열기 전 며칠 동안 스님은 항상 먼저 대회장으로 가서 직접 스노보드를 타 보면서 눈 상태와 여러 안전장치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또한 스님은 대회가 축제이니만큼 1, 2, 3등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빨·주·노·초·파·남·보’를 정해 ‘저 아이는 빨강, 저 아이는 주황색’이라는 식으로 형형색색의 분위기로 즐겁게 유도한다. 그의 스노보드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사실 스노보드라고 하면 20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데 40대 후반으로 들어선 스님이 스노보드를 탄다는 것 자체가 약간 신기하게 다가온다. 그것도 오목한 반원통 슬로프를 오르내리면서 장삼 자락에 공중회전까지 한다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9년 광화문광장 스노보드 월드컵 때도 출전해 수준급 국제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기도 했다. 스님이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광릉 숲 근처 봉선사에 있을 때 인근 스키장에 가서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해 줬다. 스키장 측에서는 고맙다는 인사 표시로 스키장 이용권 다섯 장을 건넸다. 때마침 스님은 스노보드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자유로움과 해탈을 연상하게 됐다. 좌우, 앞뒤 방향에 제약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스노보드에 매력을 느꼈던 것. 승복 또한 힙합바지 모양이어서 보드복을 처음 입었을 때에도 낯설지가 않았다. 며칠 뒤 스님은 스키장으로 가서 젊은이들에게 한 수만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때 만난 선수들이 우리나라 프로 1세대인 김수철, 이덕문, 강기훈 등이다. 그 이후에는 독학으로 하루 1시간 이상씩 연마하면서 2년 동안 꾸준히 탔다. 그러다가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프로선수들과 동행하기도 했다. 캐나다, 스위스, 뉴질랜드 등 여섯 차례나 해외훈련을 하는 열정을 쏟았다. 그러다 2003년 조계종의 지원으로 ‘달마배 오픈 스노보드 대회’를 열기 시작했고 안국선원 등의 지원으로 상금 규모가 2000만원 가까이로 불어나면서 국내 최대의 겨울 스포츠 제전으로 도약했다. 도선사·월정사·낙산사 스님들, 그리고 관심 있는 여러 신도들의 도움으로 대회가 끊기지 않고 9년 동안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가끔 스키장에서 공짜로 장소를 빌려 주는 은덕도 입었다. “스노보드는 대개 10대와 20대가 탑니다. 우리 같은 나이는 거의 없지요. 그동안 대회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이들의 열성이 있어서 끊기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기량도 매년 일취월장하고 있지요.” 스님에게 불쑥 “스노보드에도 불심(佛心)이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스님은 피식 웃는다. “무유정법(無有定法)입니다. 정해진 법이 영원하지 않듯 인연 따라 법을 찾는 것이지요. 또한 해탈입니다. 선각(線角)을 뛰어넘는 대자유인이지요. 타는 친구들도 어떤 얽매임 없이 자유로운 경지를 좋아합니다. 대자연인이기도 하지요. 보드는 창작이 많습니다. 긴 원형이거든요. 대회를 열 때마다 창작된 기법이 한 가지 이상 등장합니다. 이런 것들이 아마 설원의 자비이자 깨침이 아닐까요.” 매년 겨울만 되면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스님 스스로도 전생의 인연법으로 그들과 만난다고 했다. 아울러 개인적인 긍지를 느낄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꾸준한 시험이라고도 했다. 달마배를 통해 아이들과 교감을 가지고 서로 통하니 망할 일이 없다며 웃는다. “달마 대사가 (정적으로) 면벽에 관심이 있었듯이 스포츠에도 얼핏 동적인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평온해지고 차분한 가운데 좋은 실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스님은 초보 때 왼쪽 빗장뼈를 다친 적이 있다. 이때 욕심을 내면 다치고, 긴장하고 두려워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보드는 가장 동적인 운동이지만 마음의 리듬을 놓치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 또한 알았다. 명상과 같은 정적인 수행법을 새삼 느꼈던 것이다. 캐나다에 입국할 때였다. 승복을 입고 스노보드를 든 스님에게 입국 심사관이 “스님은 보드탈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단다. 그러자 스님은 짧은 영어 실력으로 “나는 보드를 타도 타지 않는 것과 같다. 욕심을 채우려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입국 심사관은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웃었다. “불법에 이런 말이 있지요. 어디서든 주인공이 되라. 그러면 서 있는 자리가 모두 진실되리라(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딴 곳에 있는 유령같이 사는 일이 많지요.” 스님은 겨울에는 스노보드대회를 열고 봄과 가을에는 작은 산사음악회를 연다. 올해도 5월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제목으로 테마가 있는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성세대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특별하게 연출한다. 벌써 11년째나 된다. 아울러 용문사에서는 매주말 산사무공(山寺武攻)을 익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스님의 뒷모습을 보니 이래저래 도사(道士)의 체격이다. 편집위원 km@seoul.co.kr ●호산 스님은 호산 스님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익혔고 무술하는 스님의 모습을 보고 14살 때 출가했다. 대구 선석사에 오래 있다가 1982년부터 1985년까지 통도사 전문강원 생활을 했고, 1986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2년여 동안 강화도에서 군 복무를 한 뒤 봉암사·해인사 등의 선방에서 수행정진했다. 1996년 봉선사 재무국장으로 있을 때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경기 양평의 상원사에서 주지(1996)와 선방수행을 했으며 2007년부터 현재까지 용문사 주지를 맡고 있다. 그의 스노보드 실력은 국제 수준급이며 2009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그가 주관하는 달마배 스노보드대회는 올해로 9회째를 맞는다. 현재 꿈나무 4명을 캐나다 휘슬러 스키장에 보내 2018년 동계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맹훈련 중이다.
  • 진철 큰스님, 경남 통영시 해안에서 사망 ‘왜?’

    대전 만불선원 회주인 진철 큰스님이 경남 통영시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통영해양경찰서가 1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진철 큰스님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30분께 통영시 도남동 마리나리조트 앞 해상에서 가방을 멘 상태로 숨져있는 상태에서 지역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현재 해경은 진철 큰스님 발견 당시 별다른 외상이 없었던 점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한편 진철 큰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마곡사 주지, 낙산사 주지, 생명나눔실천본부 초대본부장, 전국 불교 사회복지협의회 초대회장, 사단법인 신라문화원 이사장 등을 거쳤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낙산사 의상대 해체복원 완료

    낙산사 의상대 해체복원 완료

    붕괴 위험에 처해 있던 천년고찰 양양 낙산사 의상대의 해체복원 공사가 10개월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양양군은 2008년 의상대 주변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절벽아래 옹벽이 파도에 휩쓸리는 등 붕괴위험이 발생하자 지난해 8월 보수공사를 시작해 모두 마무리했다고 23일 밝혔다. 보수공사 중 당초 예상보다 건축물 훼손이 심한 것으로 파악되자 지난해 12월 해체복원 작업에 들어가 최근 모든 공사를 마쳤다. 모두 4억 6000만원이 투입된 이번 공사에서는 의상대 지붕과 기둥을 보수했으며 단청작업도 이루어졌다. 양양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4일 ‘환경의 날’ 기념식… 유공자 39명 포상

    환경부는 ‘환경의 날(5일)’ 기념식을 하루 앞당겨 4일 오전 인천 수도권매립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기념식에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 이만의 환경부 장관, 주한 외국인공관장, 환경단체장과 시민 등 2만 2000여명이 초대됐으며, 환경보전에 기여한 시민단체, 기업체, 언론, 공공기관 등 유공자 39명에게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장이 수여된다.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훈장(3)=▲국민훈장 동백장 이용운 환경관리연구소대표 ▲홍조근정훈장 박종욱 서울대 교수, 윤주환 고려대 교수 ◇국민포장(5)=▲허무호 MBC 차장 ▲이강주 충북 청풍명월21 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이동임 사단법인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전국여성위원 회장 ▲안일동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장 ▲성현찬 단국대 부교수 ◇대통령표창(17)=▲유병로 한밭대 교수 ▲송시태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 ▲최경식 신라대 교수 ▲최윤철 환경과사람들 공동상임대표 ▲ 조봉규 한국지질자원 연구원 ▲허창수(정념스님) 대한불교조계종 낙산사법주 ▲김광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지윤 환경부 화학물질과장 ▲윤영내 ㈜에싸대표 ▲진병복 한국환경공단팀장 ▲김원극 오성개발대표 ▲권영국 경우크린텍대표 ▲정경상 경남도 환경사무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환경보전협회 ▲한국철도시설공단 ◇국무총리표창(14)=▲이원교 전남대 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장 ▲류덕희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 ▲나병윤 전주페이퍼 전무 ▲윤영종 수도권매립지공사 실장 외 10명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키워드로 본 2009 문화] (9)종교 - 사랑과 화합

    어두울수록 촛불은 더 밝게 빛난다. 2009년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종교가 더욱 밝게 빛난 한 해였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촉발된 ‘사랑 바이러스’는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갔고, 종교계가 앞장서 두드러진 화합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세상을 감싸주는 종교의 사랑·자비 실천은 올해 2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란 김 추기경의 유지는 들불처럼 사회 구석구석으로 번져 나갔고, 안구 기증 등을 통해 장기기증 문화 확산이라는 생명의 빛을 남겨두고 떠났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장기기증을 서약한 사람은 3만 3000여명이었지만, 올 한 해만 서약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유례 없는 숫자였다.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종교계의 움직임은 곧 용산으로 이어졌다.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모순이 집약된 상징적 공간인 용산 참사 현장으로 교파를 불문하고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 때로는 철거민들과 어깨를 걸었고, 한편으로는 평화적 해결의 길을 열어가며 우리 사회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걸음을 옮겼다. 50대 신임 총무원장을 배출한 ‘젊은 조계종’도 자비와 화합의 움직임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자승 스님은 종단 내 정당인 중앙종회 종책모임을 아우르는 단일후보로 출마해 91.5%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당선 이후 지난해 종교차별 논란 등으로 편치 않았던 정부와의 관계도 “지난 차별 논란은 정부차원이 아닌 개인 공직자의 문제로 보겠다.”면서 화합으로 재설정했다. 2009년은 우리 종교계가 세계인과 더불어 소통하는 한 해이기도 했다. 개신교계는 ‘기독교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2013년 총회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원불교는 처음으로 미국에 해외총부를 건설해 해외포교에 박차를 가했다. 템플스테이와 수도원 피정도 국내를 넘어 해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더불어 올해 10월에는 지난 2006년 불타 버린 낙산사가 복원을 마쳤다. 하지만 이런 새출발 뒤로 ‘온유한 목자’ 정진경(서울 신촌 성결교회)목사와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설립자 김준곤 목사 등 원로 종교인들의 소천 소식도 많아 가슴을 아프게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토요 포커스]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토요 포커스]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열 포졸 도둑 한 명 못 잡는다.’ 문화재 화재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격언이다. 최근의 여수 향일암 화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이 새벽 시간대에 났다고 하지만 소방설비 시설이 미흡했고 평상시의 감시 태세가 아쉬웠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정확한 화재원인 감식에 들어갔지만 잿더미로 변한 대웅전과 종각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24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사찰과 문화재 등 목조 건물의 화재에 대응하는 대규모 소방훈련이 실시됐다. 화재상황만 주어진 채 사전 준비 없이 실제 상황처럼 펼쳐진 훈련을 통해 목조문화재의 방재시스템을 짚어 본다. ●화재 2분뒤 소방작업… 1시간만에 종료 소나무 숲에 감싸여 고즈넉하던 통도사 경내가 다급한 종소리와 함께 “불이야!”라는 외침소리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것은 24일 오후 3시30분. 절 중앙 대웅전 아래의 공양간 안에서 메케한 회색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수행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건물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스님 2명은 어느새 대웅전 앞 마당 구석에 설치된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불도리’라고 부르는 간이 이동 소방장비도 공양간 앞으로 가져와 절 중앙 우물에서 소방수를 끌어 올린다. 세찬 물줄기가 연기가 피어 오르던 공양간 지붕 위로 뿌려진 것은 채 2분이 지나지 않아서다. 다른 스님들은 대웅전, 상로전, 대광명전 등에 보관 중인 각종 문화재를 부리나케 나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웅전 뒤 소나무숲 5곳에서는 물 방사포가 20여m 높이로 쏘아졌다. 1000t의 소방수가 물탱크 2곳에 비축돼 있었던 덕분이다. 잠시 후 하북119 안전센터에서 출동한 소방차 2대가 도착했다. 멀리서 소방헬기 소리도 들려왔다. 완전무장한 소방대원들이 공양간 지붕에 올라가 불을 본격 진압하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으로 화재는 일단락됐다. 화염 발생 후 꼭 1시간 만이다. 소방방재청이 통도사에서 진행한 화재훈련 모습이다. 그러나 경내에 불이 났다는 상황만 주어졌을 뿐 대응은 실제 상황처럼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짜고 치는 고스톱’식의 훈련이 아니었던 것이다. 주지인 정우스님은 “본채만 66개동인 우리 절은 국보인 대웅전 외 136점의 문화재를 갖고 있어 화재발생 시 자칫 ‘문화재 참사’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 시 39쪽짜리 통도사 화재진압 매뉴얼대로 통보, 연락, 소화, 피난유도, 응급구조반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국보 290호인 대웅전을 비롯해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한 통도사는 소방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옥외소화전 18곳, 분말소화기 57개, 가스누출 경보기·펌프차 각각 1대가 설치돼 있다. ●수막커튼 日 사찰 100% 설치 하지만 전국의 모든 문화재 시설이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다. 전국 140여곳의 지정 목조 문화재 중 자체 소방차가 있는 곳은 17군데뿐이다. 특히 양양 낙산사 화재처럼 산불이 번질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막커튼(외부 화기가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건물을 둘러싸고 물을 뿜어 올리는 장치) 설비는 거의 전무하다. 통도사는 30억원을 들여 이 시설을 갖췄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일본 사찰에는 100% 설치돼 있지만 우리는 방재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상시의 화재예방 의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방재청과 각 지자체는 올해 140여곳의 주요 문화재에 대한 화재진압 매뉴얼을 개발했다. 자치단체는 매뉴얼에 따라 연간 8~9회의 점검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많다. 통도사 매뉴얼만 해도 예방대책 부분엔 “특정관리대상으로 연중 별도 관리한다.”라고만 돼 있다. 특히 목조문화재는 불이 나고 5분이 지나면 폭발적 화염 상황으로 번지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안전조치가 몸에 배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교육은 전무하다고 평가단은 지적했다. 이날 훈련 민간평가단장인 전성균 양산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평상시 안전문화교육이 전무해 매뉴얼이 있어도 막상 불이 나면 우왕좌왕하면서 피해를 키우기 십상이다.”고 우려하며 “문화재 화재에 대비한 매뉴얼의 현장성을 높이고 정부차원의 실전교육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씨줄날줄] 향일암 悲感/김성호 논설위원

    문화재는 일단 훼손되면 원형의 가치와 의미를 되찾을 수 없는 특성을 지닌다. 훼손된 다음 원형에 충실하게 복원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모조요 복사, 즉 가짜일 뿐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은 문화재의 원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예방차원의 방재에 열을 올리고 그 훼손의 책임도 냉혹할 만큼 엄하게 따져 묻는다. 그런 차원에서 국보1호 숭례문의 소실은 우리가 문화재의 가치를 얼마나 인식하고 지키려 들었는지를 돌아보게 한 뼈아픈 교훈이다. 문화재의 훼손, 상실에서 천재의 변보다 인재의 망실은 더 가슴 아픈 일이다. 천년고찰 낙산사의 소실을 순식간의 화재참사라 하면서도 미리 막아야만 했던 방재의 미비를 거듭 들먹임도 그런 이유에서다. 낙산사 참사는 일면 천재지변으로 돌릴 수 있지만 숭례문은 부인할 수 없는 인재의 대표적 참화다. 많은 사람들은 나라의 으뜸문화재가 무너져 내림을 보면서 가슴을 쳤었다. 국보1호의 망실 자체보다 더 놀라운 건 한 노인이 화풀이의 대상으로 불을 질렀다는 어이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나라의 으뜸문화재가 불만 표출의 표적이 됐다는, 웃지 못할 사연 말이다. 사람에 의한 문화재 훼손이야 그 이유가 많을 터. 타종교에 대한 상징적 응징이 있을 것이고, 정치적 목적의 파괴 또한 인류사의 여전한 아픔이다. 2001년 탈레반 무장세력이 로켓포로 세계 최대의 바미얀 석불을 파괴한 것이며 나치의 무차별 문화재 폭격, 일제강점기 한반도 전역에서 이어졌던 문화재 말살…. 지금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대구 계산성당의 원 건물인 순 한식성당이 누군가에 의해 소실된 것이나, 부랑인에 의해 처참하게 불 타 없어진 옛 약현성당은 천주교계의 아픔을 넘어 문화재의 큰 상실로 꼽히는 대표적 흔적들이다. 세밑 뜬금없이 여수 향일암이 불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프링클러·경보기 미비, 저수조의 방재대책 소홀이 또 도마에 오른다. 한 해 60만명이 찾아든다는, 국내 4대 기도도량이자 빼어난 해돋이의 명소가 하룻밤 새 폐허가 됐단다. 방화 운운, 인재가 또 들먹거려진다. 지난 4월 대웅전에서의 방문객 난동으로 한 차례 수난을 겪은 뒤라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3대 기도도량중 하나 ‘보리암’

    3대 기도도량중 하나 ‘보리암’

    경남 남해 금산은 기도 도량 보리암으로도 유명하다.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기도 도량으로 꼽힌다. 정상 턱밑의 탁 트인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 좌우로 금산 38경이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는 한려수도가 시원하게 펼쳐진 명당이다. 보리암은 2가지 창건설이 전해진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인 인도 아유타국 허황옥 공주의 삼촌이 되는 장유선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하나다. 또 하나는 신라의 원효대사가 강산을 유람하며 다니다 금산이 빛나는 것을 보고 보광사(普光寺)라는 절을 짓고 이 산을 보광산이라고 했다는 설이다. 이후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에 감사하는 뜻에서 1660년(현종 1년) 왕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절 이름을 보리암으로 바꿨다고 전한다. 보리암은 1901년과 1954년에 중수하고 1969년 중건했다. 문화재로는 대나무 조각을 배경으로 좌정하고 있는 향나무 관세음보살상과 보리암 앞쪽에 화강암으로 된 삼층석탑(경남유형문화재 제74호) 등이 있다. 향나무 관세음보살상은 수로왕의 부인 허황옥이 인도에서 가져왔으며 삼층석탑도 수로왕 부인이 아유타국에서 가지고 온 돌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사학자들은 보리암 3층 석탑은 재질과 양식 등으로 미뤄볼 때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이 3층 석탑은 기단 위에 나침반을 놓으면 방위를 가리키는 바늘이 제 맘대로 움직이는 자기난리(磁氣離)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탑 옆에는 1977년에 남해를 향해 세운 해수관음보살상이 서 있다. 보리암은 한 가지 소원은 이루게 해 준다는 영험을 받으려고 전국 각지에서 일년 내내 중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스토리텔링 로드 열풍] 역사 한 걸음 문화 두 걸음

    [스토리텔링 로드 열풍] 역사 한 걸음 문화 두 걸음

    인간이 어떻게 하면 오래 살 수 있을까. 새는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고, 네발 달린 동물은 열심히 뛰어다니고,두발 달린 인간은 부지런히 걸어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한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요즘들어 길과 인간이 부쩍 소통·교감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로드, 그곳엔 이야기와 생태, 나름대로의 테마가 있어 생기롭다. 향토색 짙은 역사와 문화의 향기도 담뿍 깔려 있다. 하여 지자체별로 이러한 ‘길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저 깊은 곳에 자리잡았던 퇴계의 상상길도 새삼 다가오고 백의종군길 등 이름도 다양하고 흥미롭다. 자, 세상 살면서 간이 안 맞거들랑 그 곳으로 한번 떠나봄이 어떨지. ‘오늘도 걷는다마는~’ 주말을 맞아 전국의 ‘스토리텔링 로드’를 잠시 감상해보자. 시청 주변 산자락 13㎞ ‘사색·만남의 숲’ ●경기 시흥 늠내 숲길 “시흥판 올레길인 ‘늠내 숲길’을 아십니까.” 시흥 늠내 숲길이 지난 10월10일 개장된 이래 시민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말이면 1000여명이 찾아 이 길의 진가를 만끽하면서 ‘제주도 올레길’ 못지 않다고 강조한다. 늠내 숲길은 시청 주변 산자락을 이어 만든 길로서 그리 높진 않지만 아름다움을 지닌 산봉우리들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시흥시청을 출발해 군자봉~진덕사~선사유적공원을 거쳐 시청으로 되돌아오는 13㎞ 코스로 한바퀴 도는 데 5~6시간이 걸린다. ‘늠내’는 고구려 때 시흥의 지명으로 ‘뻗어가는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시흥이 건강한 생명도시이고, 아름다운 자연의 향내가 묻어나는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늠내 숲길은 군자봉 ‘사색의 숲’과 가래골 약수터 인근 ‘만남의 숲’, 수압봉과 가래울마을 사이 ‘잣나무 숲’ 등 숲을 테마로 한 아기자기한 코스가 이어지고 6곳의 쉼터가 마련됐다. 늠내길 제2코스인 ‘갯골길’도 지난달 30일 개장됐다. 시흥시청~해토미~갯골생태공원~섬산~갈대밭~시흥시청을 잇는 16.9㎞ 코스로 갯골 생태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산소·자전거길 3000리… 단종 유배 체험도 ●강원 산소길 “싱그러운 강원도 산소를 팝니다.” 전국 최고의 청정 삼림자원을 간직한 강원도가 ‘산소길과 자전거길 강원 30 00리’를 조성한다. 동해안과 생태계가 잘 보존된 비무장지대(DMZ), 백두대간, 북한강, 남한강 등 5개의 주요 축을 기준으로 조성된다. 도보 전용인 산소길(총 연장 475㎞)은 도심 인근을 중심으로 70개 코스가 만들어진다. 자전거길(총 연장 1226㎞)은 DMZ와 동해안, 백두대간을 따라 조성된다. 올해부터 겨울올림픽 유치 목표를 세운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산소길은 산림이 울창해 산소가 풍부한 5개 권역을 중심으로 원시림 길을 탐사해 조성된다. 걷기에 부담 없고 접근성이 쉬운 산책로, 폐철로, 옛길, 숲길, 해안, 하천길 등 소규모 노선을 집중 발굴한다. ‘스토리텔링 로드’를 위해 역사 등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자연생태에 관한 이야기까지 발굴해 접목시킨다. 단종 유배 체험 길, 치유의 숲 길, 장뇌삼 캐기 길 등 다양한 이야기와 테마길로 조성된다. ‘신(新)관동팔경’을 테마로 한 동해안 길은 청간정과 낙산사, 경포대, 소금강, 죽서루 등을 연계하고 ‘평화생태’를 주제로 한 DMZ 길은 한탄강, 쉬리마을, 파로호, 두타연, 대암 용늪 등을 이어 만든다. 1226㎞에 이르는 자전거길에도 테마를 설정해 동~서를 잇는 DMZ 길(평화체험), 북한강 길(호수문화체험), 남한강 길(생태하천체험) 등 3개 축과 동해안 길(해안관광), 백두대간 길(생태체험) 등 남~북 2개 축으로 조성된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안동 퇴계 오솔길… 김천엔 직지문화 모티길 ●경북 명품 3길 경북에는 걸으면서 아름다움과 예스러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명품 길’ 3곳이 있다. 안동의 퇴계 오솔길과 봉화 청량산길, 김천 직지 문화 모티길이 바로 그 곳이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퇴계 오솔길 전망대~고산정까지 3㎞ 구간에 나 있는 퇴계 오솔길은 말 그대로 그 옛날 퇴계가 걸었던 길이다. 환경부가 2006년 생태 탐방로 20선에 선정한 길이기도 하다. 오솔길은 내내 낙동강과 절벽, 은빛 모래사장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얼굴에 덤빌 듯 와 닿는 안동·봉화의 청량산이 위풍당당함을 자랑한다. 퇴계는 이 길을 두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연간 관광객 1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봉화 청량산길은 안동 고산정~봉화 농경문화전시관까지다. 8㎞ 남짓. 낙동강을 따라 봉화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옛날 영남의 시인묵객들이 저마다 일생에 한번쯤은 다녀가는 꿈의 순례 코스였다. 구간에는 천년고찰 청량사와 학이 날아들었다는 학소대, 청량산박물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낙동강이 수려한 청량산 12봉우리를 휘감아 도는 등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김천 직지 문화 모티길은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결되는 코스로 대항면 향천리 직지초교~직지문화공원까지 10㎞ 구간이다. 걸어서 3시간 가량 걸린다. ‘모티’란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다. 황악산 자락의 모티길은 호젓하면서도 꼬불꼬불해 길손들에게 걷는 재미를 더한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동서남북 종주루트·과거 보러가는 길 발굴 ●충북 휴먼녹색길 충북도가 추진중에 있거나 계획중인 휴먼녹색길 사업은 총 세 가지다. 도는 우선 올해말까지 3000만원을 들여 ‘한남금북정맥 걷는 길’ 개척사업을 벌인다. ‘한남금북정맥’이란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속리산 천왕봉에서 서북으로 뻗어 충북 북부내륙을 동서로 가르며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 이르는 산줄기를 말한다. 정맥은 산맥과 같은 의미다. 한남금북정맥길 사업은 다시 말해 한강과 금강수계를 따라 등산을 하거나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구간은 청주 상당산성~염티재(보은)~속리산 천왕봉~이티봉(청원)~칠보산·보광산(괴산)~만뢰산(진천)으로 193km에 달한다. 도는 속리산 , 대청호 등 관광명소와 이 길을 연계해 산과 호수, 댐을 연결하는 테마코스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12월에 탐사가 끝나면 안내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도는 또 6000만원을 들여 2010년 12월까지 ‘충북도계 종주 걷는 길’ 찾아 잇기 사업을 전개한다. 총 거리는 970km. 이미 청주~청원~진천~음성~충주~제천 구간은 탐사를 마쳤고, 현재 옥천~보은~영동~단양을 잇는 길을 개척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충북연맹 회원들이 탐사단을 구성, 도계를 따라 이동하며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신 루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은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걸었던 길’을 찾아 테마코스로 발굴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경북 문경~괴산·충주·음성~경기 여주·이천을 잇는 구간으로 총 길이는 120km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활엽수·침엽수 지나 정상엔 주상절리대 장관 ●전남 무등산 옛길 올들어 복원된 ‘무등산 옛길’이 생태탐방과 휴식을 아우르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 길은 광주 동구 산수동~원효사~서석대(무등산 정상부근)에 이르는 11.9㎞ 코스 이다. 지금의 신작로가 생기기 이전부터 시내에서 무등산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요즘 주말과 휴일이면 옛길을 따라 겨울산행을 즐기는 인파가 300 0~4000여명에 이른다. 최근 개방된 무등산 옛길이 ‘명품’이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도 몰려들고 있다. 도심에서부터 걸어서 해발 1000m 이상 고지까지 오를 수 있는 코스이다. 또 정상에는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된 서석대와 입석대를 직접 감상할 수도 있다. 서석대와 입석대는 우리나라 내륙의 최대 주상절리대로 외지 탐방객들도 자주 찾는다. 주말마다 산행을 한다는 박현석(47·회사원)씨는 “이 코스를 걷다 보면 관목 활엽수와 소나무·잣나무 등 침엽수대가 차례로 나타나 사계절 풍광이 독특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 5월 동구 산수동~원효사지구 사이 옛길 제1구간(7.75㎞)을 친환경적으로 복원,개방했다. 이어 지난 10월 원효사~서석대 제2구간(4.2㎞)를 복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충무공 묵었던 집·쉼터 정비해 호국의 길로 ●경남 백의종군로 경남도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박탈당한 뒤 백의종군을 하며 걸었던 경남도내 백의종군로 구간을 복원 조성하는 사업을 지난 4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애국정신과 혼이 담겨 있는 역사길을 복원해 호국 정신을 기르는 교육현장 및 관광명소를 만들기 위해서다. 합천·산청·진주·하동을 잇는 이충무공 백의종군로 복원 사업은 5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 12월까지 마무리 한다. 161.5㎞의 탐방로를 정비하고 난중일기에 나오는 내용 등을 적은 안내판 102개를 설치한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길을 걷다 묵었던 합천의 이어해 집과 산청 이사재 집, 진주 손경례 집, 하동 이희만 집 등의 유숙지와 쉼터도 복원·수리한다. 복원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역사적 고증과 전문가 자문 등을 여러차례 거쳤다. 경남도는 백의종군로를 독일의 철학자의 길, 홍콩 침사추이 산책로에 있는 영화거리, 제주도 올레길, 서울 인사동의 골동품 거리 등에 맞먹는 세계적인 유명 길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백의 종군로를 관광명소로 널리 알리기 위해 청소년과 일반인 등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변산 앞바다·모악산·백제 숨결 도보 ●전북 예향천리 마실길 전북도내에서는 시·군 마다 앞다투어 도보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10개 시·군이 11개 길 417㎞를 조성할 예정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는 지역 마다 개발되고 있는 도보길의 상품성을 높이고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길의 명칭을 ‘예향천리 마실길’로 통일했다. 변산 마실길은 부안군 변산면 일대 변산 앞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다. 새만금전시관~변산해수욕장~고사포 송림~하섬 앞~격포 해수욕장~닭이봉을 연결하는 18㎞로 경관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을 자랑한다. 전주시, 김제시, 완주군에 걸쳐 있는 ‘모악산 마실길’도 접근성이 좋고 볼거리, 먹거리 등이 풍성해 걷기 동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길은 완주군 구이면 도립미술관과 금산사~금구향교 등을 돌아오는 56㎞의 트레킹 코스다. 완주 위봉산성길은 위봉폭포~위봉사~위봉마을~위봉산성~태조암-오도제~오성저수지~오성마을을 연결하는 산성길 6㎞이다. 역사유적과 오염되지 않은 산촌마을, 아름다운 경관이 유명하다. 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은 함라면 소재지~칠목재임도~자생녹차 군락지~입점리 고분 전시관~숭림사를 잇는 12㎞로 백제문화유적을 두로 살펴 보며 느릿 느릿 걷는 맛이 도보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는 평이다. 고창군은 고인돌과 질마재를 따라 걷는 100리길을 내놓았고 남원시는 소리꾼이 들려주는 동편제 판소리길 59.9㎞를 개발했다. 군산시는 나포면~임피면 축산리~나포면 옥포리~동산로 지선을 연결하는 망해산 둘레길을 내놓았다. 흙길로 진화하는 국내 생태탐방로 대명사 ●제주 올레길 생태 탐방로의 대명사격인 제주 올레길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해외 관광객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여행객들에게 도보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기존 시멘트 포장도로를 흙길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흙길 복원 시범사업의 첫 대상은 올레꾼들의 발길이 잦은 제주올레 제7코스 구간인 속골천~법환 포구 진입로 구간이다. 또 제주 올레 제3코스 신천 바다목장 진입로와 제6코스 보목 하수처리장 진입로, 제8코스 예래 갯깍 진입로 등도 흙길로 복원키로 했다. 제주도는 또 바닷가 올레길 외에 한라산 중산간에 도보 생태 탐방로 2개 구간을 내년에 시범 개통시켜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제주도는 사단법인 지역희망디자인센터 부설 세계유산연구소가 환경부의 ‘국가 생태문화 탐방로’ 인증을 목표로 설계한 ‘곶자왈 숲길’과 ‘오름길’ 2개 구간에 모두 3억원을 들여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생명의 곶자왈 숲길’은 절물휴양림 후문∼큰지그리오름∼교래자연휴양림∼늡서리오름∼교래리∼대천이오름∼우진제비오름∼선흘2리∼거문오름 방문객센터∼용암길∼알밤오름∼동백동산∼선흘1리∼북촌 ‘너분숭이 기념관’을 연결하는 구간이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숲 또는 지형을 말한다. ‘평화의 오름길’은 거문오름 방문객 센터∼송당목장∼아부오름∼동거미오름∼손지오름∼용눈이오름∼은월봉∼말미오름이 연결됐으며 총연장 24.5㎞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제모습 찾은 낙산사 베일벗다

    제모습 찾은 낙산사 베일벗다

    2005년 4월5일 강한 바람을 등에 업고 강원도 일대를 삼킨 화마(火魔)는 천년고찰조차도 피해갈 수 없었다. 1300여년 전 의상대사의 원력이 서린 강원 양양 낙산사는 그렇게 산불 앞에 모든 걸 내어주고 말았다. 불이 지나고 경내에 남은 것이라고는 사천왕문과 대성문의 일부, 그리고 불길 속에서 스님들이 안고 뛰어나온 ‘건칠관음보살상’뿐이었다. 그후 이어진 4년간의 복원불사. 잿더미 속에서 낙산사는 사부대중의 염원을 모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2007년 1차 복원불사에 이어, 2차 복원불사 회향식을 앞두고 6일 찾아간 낙산사는 고졸함과 신생의 탄력을 두루 갖춘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정념 주지스님 “사람·자연·문화의 조화” “낙산사는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후 8번이나 대화재가 났습니다. 특히 13세기 몽고침략 시기와 6·25전쟁 때 많은 건물들이 소실됐죠. 하지만 부분부분 이뤄진 전각 복원은 체계성이 없었습니다.” 낙산사 주지 정념(47) 스님은 “기존 건물이 밀집돼 있고 바람길을 막아 불이 쉽게 번졌던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복원불사는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사람길, 바람길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지형을 따르다 보니 ‘ㄱ, ㄷ’자가 아닌 형태의 전각이 나오기도 하고, 요사채들은 서로 거리를 넓혀 숨통을 텄다. “사람과 자연, 문화가 하나 되는 사찰을 만들고 싶다.”는 주지 스님의 바람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복원불사는 우선 국립문화재연구소의 2년여에 걸친 발굴조사로 시작됐다. 조사를 통해 2005년 화재는 물론 6·25전쟁으로 소실되기 이전까지의 흔적도 찾아냈다. 이에 주법당인 원통보전(圓通寶殿)은 조선초기의 모습을 따랐고, 유구의 흔적이 일관적이지 않은 다른 전각들은 18세기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도(山寺圖)’를 바탕으로 그대로 복원을 했다. 160억원 가량이 들어간 대규모 불사. 주지 스님은 “화마의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화재 대책도 단단히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통보전 등 주요 건물에는 수막시설을 설치하고 사찰 곳곳에 10여대의 방수총을 설치했다고 한다. 또 건물마다 방화사 및 방화수, 소화기를 설치하고, 건물 주변에는 화재에 강한 나무들을 식수했다. ●새로운 수행분위기·지역사회와의 소통 힘써 새로 태어난 낙산사는 옛 모습을 찾아가는 것 외에도 새로 수행 분위기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심검당’ 등 정진 공간을 만드는 한편, 지역아동센터·유치원 등도 함께 지어 운영하고 있다. 사찰 무료입장, 커피·국수 무료 제공도 오래전부터 해온 일. 또 이번에 끝난 2차 불사에 이어 부속·편의시설을 짓는 3차 불사를 진행, 템플스테이체험관 등도 지을 예정이다. 그리고 정념 스님은 낙산사의 역사 보전을 위한 ‘특별한 준비’도 했다고 한다. 낙산사의 역사와 함께 복원 불사에 관한 기록을 담은 타임캡슐. 여기에는 언젠가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꼭 불사에만 써달라는 당부와 함께 금과 불사비용을 함께 넣었다고 한다. 스님은 “그걸 원통보전 보살상 밑에 묻었다.”고 귀띔하면서 “그걸 열 일은 앞으로 절대 없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양양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인형극 ‘정선아리랑’ 전국에서 만난다

    인형극 ‘정선아리랑’ 전국에서 만난다

    강원 정선의 ‘정선아리랑’이 인형극으로 만들어져 4일부터 전국을 돌며 공연을 펼친다. 정선군은 31일 지역 전문예술단체인 아라리인형의집의 ‘인형극 정선아리랑’이 충남 서천, 경북 경주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공연된다고 밝혔다. 정선아리랑을 인형극으로 새롭게 만들어 노인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찾아다니며 색다른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4일 충남 서천군 어메니티복지마을 서천군노인복지시설 공연을 시작으로 ▲제주 다을노인복지센터(10일) ▲경북 경주시 불국성림원 노인복지시설(18일) ▲양양 낙산사상락원 노인복지시설(24일) ▲전북 군산시 군산노인종합복지관(11월11일) 등 전국 5개 지역 노인복지시설에서 마련된다. 공연 내용은 정선의 아우라지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하는 각시와 총각이 큰 장마에 강물이 불어 애만 태우다 총각은 돈을 벌기 위해 뗏목을 타고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줄거리로 한다. 아라리인형의집 관계자는 “인형극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공연은 소리 전수자들의 노랫소리와 함께한 극이 진행돼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어 관람 폭이 넓다.”고 말했다. 한편 폐교된 정선 북평초교 나전분교 자리에 있는 ‘아라리 인형의 집’에는 평강공주, 바보 온달, 흥부 놀부 등 전래 동화에 나오는 인형을 비롯해 러시아·프랑스·독일 등 20여개 국가의 인형 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정선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낭·만·가·도 고성~삼척 240㎞ 해안도로 사계절 관광지로 정비

    낭·만·가·도 고성~삼척 240㎞ 해안도로 사계절 관광지로 정비

    ‘푸른 파도 철썩이는 동해 바닷가 도로를 사계절 시원하게 달려봅시다.’ 청정바다와 천혜절경, 산해진미가 끝없이 이어지는 강원 고성~삼척을 잇는 240㎞ 해안도로를 따라 꿈과 낭만이 흐르는 ‘낭만가도(漫街道)’가 조성된다. 20일 경포해변에서 낭만가도 선포식이 열린다.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해변을 따라 설악산과 관동팔경의 빼어난 절경을 보고 먹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음미하는 사계절 관광지로 새롭게 정비된다. 동해안 낭만가도를 따라 미리 달려보자. ●고성-물회·명태맑은탕 등 ‘맛의 낭만’ 낭만가도의 끝단인 고성군 현내면 통일전망대는 안보관광지다. 민간인 출입통제선을 지나서 휴전선에 가로막힌 금강산과 북녘땅을 바라보며 분단된 나라의 비극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보며 북한음식을 체험할 수 있다. 명태잡이로 흥청대던 거진에서는 김일성 별장이 있는 화진포를 둘러보고 명태 관련 특산품을 맛볼 수 있다. 길을 재촉해 간성에 이르면 물회와 명태맑은탕, 도치 두루치기, 털게찜, 도루묵 찌개 등 고성 8미가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양성했던 건봉사를 둘러볼 수 있다. 청간정이 있는 천진리 인근에는 콘도들이 밀집해 있다. ●양양-낙산사·동해바다 ‘해변의 낭만’ 이어 수학여행의 추억을 간직한 속초에 이르면 영랑호와 청초호가 반긴다. 아바이마을의 사연과 풍성한 해산물, 갯배 등을 소재로 낭만가도로 꾸며진다. 양양 낙산사에 오르면 탁트인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낙산사 의상대~홍련암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양양에서 강릉까지는 국도와 해안도로가 시원하다. 55㎞에 이르는 해변을 낀 낭만가도는 동해바다의 속살을 고스란히 보며 달릴 수 있다. 강릉은 주문진과 단오문화권, 정동진, 금진 등의 관광중심지가 조성된다. 주문진의 펄펄 뛰는 수산물과 활기찬 항구, 오죽헌, 선교장, 허균·허난설헌 등 조용하고 품위있는 낭만이 어우러진다. 강릉권 낭만가도는 대관령 옛길과 고원에 흩어져 있는 산촌마을들과도 연계된다. 정동진은 젊은이들이 낭만을 즐기며 추억을 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동해를 달리면 북평5일장, 어달횟집 명소 해안로, 추암 무릉을 감고 도는 해변 드라이브코스가 연인, 가족끼리 동해안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낭만가도 남쪽 끝 삼척에 이르면 기기묘묘한 동굴이 이색적이다. 금방이라도 파도가 덮칠 듯한 새천년 해안도로 드라이브, 관동팔경 중 하나인 죽서루, 신리 너와마을 등이 낭만가도의 마지막을 알린다. ●강릉-오죽헌·선교장 ‘역사의 낭만’ 이같은 풍부한 관광자원을 도로와 연계해 상품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 도의 취지다. 독일과 일본의 낭만가도를 벤치마킹했다. 이들 나라와 우호협정을 맺고 국제적인 공동교류와 홍보에도 나선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2012년까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다. 모두 806억원이 투입된다. 낭만가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해안도로에서 곧장 여행, 체험, 숙박, 관광정보가 실시간 제공되는 원스톱 서비스체제를 구축한다. 문부춘 강원도 환경관광문화국장은 “걸어서, 자전거로, 승용차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도 편리하게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낭만가도를 가꿀 계획이다.”며 “이를 위해 낭만가도와 연결되는 18곳의 관광중심지에 안내소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서울신문과 반백년 해로 김영숙씨

    서울신문과 반백년 해로 김영숙씨

    2002년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강원도 양양읍 남문1리 253의5 단독주택 쪽방. 당시 78세의 노인 이창재씨는 방 안에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었다. 40여년을 한결같이 모아온 서울신문을 모두 홍수에 떠내려 보내고 할 말을 잃었다. 안방까지 들어찬 흙탕물에 신문더미가 쓸려가거나 불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다. 100부씩 묶음을 만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아온 신문은 어느새 한 트럭 가까운 분량이나 됐다. 이씨는 신문더미를 무척 소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아내인 김영숙(72) 할머니는 “어쩌다 신문이 하루치라도 빠지면 할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냈다.”면서 “홍수에 할아버지가 ‘억장이 무너진다.’며 말도 못할 지경이 됐어.”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해 가을 시름시름 앓더니 간암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3월 꽃샘바람이 불 무렵 할아버지는 세상을 등졌다. 그는 42년간 서울신문 독자이자 양양지국장이었다. 생전에 살았던 집 대문 앞에는 지금도 매일 아침 서울신문 한 부가 놓여 있다. 홀로 사는 할머니가 이씨 이름으로 이어받아 구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조 차분하고 중심이 선 신문” 이씨 부부가 서울신문 독자가 된 것은 1961년 즈음. 버스 터미널에서 할아버지는 누군가 내버린 신문뭉치를 주웠다. 제호 ‘서울신문’. 어조는 차분하고 중심이 서 있었다는 것이 부부의 평가였다. 그 길로 구독을 신청하기 위해 양양지국에 가봤더니 4·19 혁명 직후라 신문 보급도 잘 안되던 어수선한 시절, 모든 게 엉망이었다. 당시 쌀 20가마 값인 10만환을 지불하고 아예 지국을 넘겨받게 됐다고 한다. 결혼한 지 갓 1년, 신혼의 단꿈이 채 가시기도 전 부부의 험난한 배달생활은 시작됐다. 할머니는 “양양이 오지이잖수, 당시엔 서울신문이 석간이었어. 신문이 나오면 서울에서 직행버스로 싣고 내려와.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기다리고 있지. 오후 4~5시쯤 버스가 도착하면 안내양이 안에 실은 신문 보따리를 내려줬어.”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근방에 배달됐던 신문은 100부에서 200부가 고작이었다. 한두 보따리 분량이다. 그러나 배달 실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잦았다. 할머니는 “친절한 안내양은 신문 보따리를 다 전해주는데 어떤 안내양은 대충 탁 던져 놓고 출발해 버려. 버스 구석에 있는 보따리를 다 안 건네주고 그냥 속초로 가버리는 거야. 그럼 또 전화로 교환원한테 속초 대달라고 한바탕 난리굿을 치러야 해”라며 웃어 보였다. 1980년 서울신문이 조간으로 바뀐 뒤에는 기상시간이 새벽 3시로 당겨졌다. 비바람이 부나 눈보라가 치나 리어카를 끌고 정류장에 나가 신문을 받아왔다. 강릉에서 넘어오는 차에서 양양과 주문진, 간성, 속초, 고성 지역으로 배달되는 신문이 모두 부부의 손에 쥐어졌다. 날씨가 험한 날엔 차가 연착해 1시간 이상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혹 안내양이 서울신문이 아닌 타지를 내려놓고 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서울신문 왜 안 갖다 줍네까.”라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기억도 생생하다. 할머니가 기억하는 서울신문의 전성기는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다. 할머니는 “새마을운동을 한창 벌일 때는 양양 사람들이 앞다퉈 신문을 구독했다우. 양양 지역에서만 500~600부가 배달됐지 아마.”라고 기억했다. 이 시절 남편 이씨는 정식시험을 치르고 서울신문 독자에서 지역주재 기자로 변신해 지역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씨 부부는 2001년까지 양양지국을 운영했다. 고희를 넘긴 할머니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신문 독자로 살아온 셈이다. 출가한 3남매도 모두 서울신문 독자다. 할머니는 한국사의 굵직굵직한 대목을 서울신문 기사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05년 낙산사가 전소됐던 양양·고성지역의 산불사태. 아직도 생생한지 “서울신문 1면에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절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라며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는 기억력도 희미해진다. 아침마다 마룻바닥에 신문을 펼쳐 놓고 주욱 읽어내려가면서 사건들을 더듬어 내려가는 게 그나마 기억력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할머니는 “생전 바깥양반이 서울신문은 상업주의에 안 쏠리고 균형감을 갖췄다고 했어.”라고 소개했다. ●1985년 서울신문 새 사옥 견학 못잊어 서울신문은 할머니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도 만들어줬다. 1985년 서울신문사 빌딩이 태평로에 새로 들어선 직후 건물 견학을 왔을 때다. 할머니는 신이 난 아이처럼 아직도 즐거워했다. “서울신문 오래 봤다고 마을 아낙네들이랑 구경하러 오라고 하더구먼. 새 건물이 반짝반짝해서 주변 다른 건물들하곤 비교가 안 됐어. 지하에 있는 윤전기가 착착 돌아가면서 신문을 찍어내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구경했지. 시골 사람들이 나 아니었으면 언제 그런 거 볼 수 있겠어?(웃음)” 105주년을 맞는 서울신문의 역사를 할머니는 각별하게 여기고 있었다. “서울신문이 벌써 105주년 맞았습네까? 나는 50년 가까이 ‘독자’ 이름을 지켰으니 서울신문이랑 반백년 해로한 셈이네. 우리 할아버지랑 산 거보다 더 오래된 거라우.”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강원 3000리’ 만든다

    ‘강원 3000리’ 만든다

    “청량하고 싱그러운 강원도의 산소를 팝니다.” 전국 최고의 청정 삼림자원과 자연 풍광을 간직한 강원도가 ‘산소(O2)길과 자전거길 강원 3000리’를 조성한다. 강원도는 8일 녹색관광의 본고장으로 국민에게 레저·건강·스포츠·문화관광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산소길·자전거길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정 해안 동해안과 생태계가 잘 보존된 비무장지대(DMZ), 백두대간, 북한강, 남한강 등 5개의 주요 축을 기준으로 조성된다. 도보 전용 길인 산소길(총 연장 475㎞)은 도심 인근을 중심으로 70개 코스가 만들어지고 자전거길(총 연장 1226㎞)은 DMZ와 동해안, 백두대간을 따라 조성된다. 올부터 겨울올림픽 유치 목표를 세운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사업비는 국비를 포함해 31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산소길에는 500억원이, 자전거길에는 2600억원이 들어간다. ●2018년까지 연차적 추진 올해부터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홍보에 나선다. 당장 다음 달과 8월 중에 동해안 길에서 ‘비치 자전거’대회를 연다. 2011년 말까지 자전거길 657㎞를 우선 조성한다. 산소길은 산림이 울창해 산소가 풍부한 5개 권역을 중심으로 원시림 길을 탐사해 조성된다. 걷기에 부담 없고 접근성이 쉬운 산책로, 폐철로, 옛길, 숲길, 해안, 하천길 등 소규모 노선을 집중 발굴한다. 길을 걸으며 재미있는 이야기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로드화’를 위해 기존의 역사 등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자연생태에 관한 이야기까지 발굴해 접목시킬 방침이다. 단종 유배길 체험 길, 치유의 숲 길, 장뇌삼 캐기 등 다양한 이야기와 테마가 있는 도로를 만들어 관광프로그램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신 관동팔경 등 테마관광 연계 ‘신(新)관동팔경’을 테마로 한 동해안 길은 청간정과 낙산사, 경포대, 소금강, 죽서루 등을 연계하고 ‘평화생태’를 주제로 한 DMZ 길은 한탄강, 쉬리마을, 파로호, 두타연, 대암 용늪 등을 이어 만든다. 국비 1500억원과 지방비 1100억원이 투입되는 자전거길 3000리 조성은 전국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연계해 추진한다. 1226㎞에 이르는 자전거길에도 테마를 설정해 동~서를 축으로 DMZ 길(평화체험), 북한강 길(호수문화체험), 남한강 길(생태하천체험) 등 3개 축과 동해안 길(해안관광), 백두대간 길(생태체험) 등 남~북 2개 축으로 조성된다. 아울러 ‘산소의 집’도 별도 조성한다. 외지 관광객들이 자동차를 이용해 산소의 집을 찾아 차를 세워 놓고 산소길과 자전거길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국의 도보 및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24시간 개방해 관련 정보를 교류하게 하며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우선 백두대간에 산소의 집을 설치한 뒤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한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서울광장] 조선왕릉, 그리고 숭례문/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조선왕릉, 그리고 숭례문/김성호 논설위원

    경기도 구리시의 건원릉, 즉 조선 건국조 태조의 능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태조가 계비 신덕왕후의 소생 방석을 세자로 책봉한 데 앙심을 품은 태종이 일으킨 ‘왕자의 난’. 권좌에 오른 태종은 신덕왕후 옆에 묻히길 원했던 태조의 원을 철저히 묵살했다. 신덕왕후의 능 정릉을 파괴한 뒤 태조를 홀로 모신 쓸쓸한 무덤이 건원릉이다. 태종은 뒤늦게 회심(回心), 아버지 고향 함흥의 억새풀을 가져다 봉분에 심고 깍듯이 예를 갖췄다고 한다. 건원릉이 부자지간의 한이 어린 곳이라면 경기도 화성의 융릉, 즉 사도세자와 사도세자비 혜경궁홍씨 합장묘는 부자간 정이 담긴 효심의 결정이다. 정조가 뒤주 속에서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해원과 복권의 상징으로 세운 게 융릉. 정조는 지금 서울시립대 터의 사도세자 릉을 화성으로 옮겨 세운 융릉을 틈틈이 참배했다. 상경길, 서울로 향하는 1번국도변 지지대고개에서 눈물짓곤 했다는 효심이 읽힌다. 조선 500년대에 세워져 전해지는 왕릉들은 ‘핑계 없는 무덤없다.’는 말대로 얽힌 사연이 각양각색이다. 후손들이 한결같이 사연 따라 깍듯한 제례를 올려옴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에 등재된다고 한다. 조선 역대 왕릉 42기 중 북한 개성의 제릉·후릉을 뺀 모든 능이 일괄등재되는 셈이다. 9번째 세계유산을 갖게 된 소식에 달뜬 잔치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런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조선왕릉을 등재권고한 이유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만나게 된다. ‘유교적·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 조경양식과 함께 지금까지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의 전통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독특한 건축·조경양식이야 세계유산에 당연한 요소이겠지만 무형유산을 지켜온 노력은 우리전통의 문화적 양식과 보존정신을 높이 산 것이라 흐뭇하다. 9번째 세계유산 소식에 얹어 지난해 2월 국보1호 숭례문이 무너져 내린 비극을 떠올림은 지나친 노파심일까. 수도 한복판에 우뚝했던 민족 자존심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참상. 나라의 으뜸 문화재를 빼앗긴 상실감보다 더 뼈저린 아픔은 무관심과 무지다. 노숙자들의 빈번한 잠자리며 술판으로 변해 갔고 매뉴얼 하나 없이 속수무책 당해야 했던 무방비, 미련의 회한인 것이다. 이땅의 문화재 수난을 말하자면 어디 숭례문만의 일일까. 4년 전 양양의 1300년 고찰 낙산사가 산불에 잿더미로 변했고 전국 사찰에 즐비한 성보문화재의 도난, 훼손도 다반사다. 개발에 밀려 국가·지방문화재들이 무너져 내리고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유구한 고택들이 방기되고 있다.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권고가 무색할 형편이다. 그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1000만번째 관람객이 들었다. 2005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고 ‘민족정신을 새 그릇에 담아 보자.’는 깃발 아래 세워진 지 3년 7개월만의 기쁜 소식이다.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이며 백제금동향로, 경천사지 10층석탑처럼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13만 5000여점의 찬란한 유산을 만나려는 발걸음의 집적이다. 우리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담은 산물들이 어디 국립중앙박물관에만 있을까. 잔치가 아무리 좋아도 잔칫상의 귀한 그릇들은 챙겨야 한다. ‘숭례문 비극’의 교훈은 한 번으로 족하다. 아 숭례문.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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