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국 안보협력회의/내일 첫 외무회담
◎“대결에서 화해로”… 유럽 신질서 모색/안보협 자체의 기구확대 중점 논의/독·소의 권한 강화 주장에 불 등 반발/미·영선 나토·유엔기능의 평가절하 우려
알바니아를 제외한 전유럽 34개국과 미국·캐나다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첫 외무장관회의가 19·20일 독일 베를린 구 독일 제국의회건물에서 열려 동구의 민주화,독일통일 이후 유럽의 신질서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을 논의한다.
이번 베를린회담에서는 동구의 변화 이후 전유럽을 포용하는 새로운 질서의 정립과 더불어 동유럽의 정치·경제·사회적인 개혁방향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 이와 함께 지난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코펜하겐 성명에서 밝힌 바에 따라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정치·군사·경제·사회적인 기본방향 이외에 유럽의 안보와 안정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세계2차대전 이후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89년까지 유럽의 세력균형을 유지해 온 것은 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로 구별지어지는 집단안보체제였으나 최근 동구의 정치적인 변혁은 종전의 적대적인 대결구도를 해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동서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은 동구의 변혁으로 당분간 극복되었으나 정치적인 불안정으로 인한 갈등은 내부에서 싹트고 있다고 하겠다. 즉 모든 국가적·인종적·종교적인 갈등을 극복하고 경제적인 격차를 제거하며 군비축소 및 군사력을 재편성해야 하는 문제가 유럽국가들간의 협의를 통해 성취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됐다.
신유럽질서는 이제 실현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변화와 국가별 권력구조의 조정이 이루어지고 분쟁에 대처할 강력한 원칙이 필요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CSCE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신유럽을 위한 파리헌장」은 이 같은 목적의 ▲민주주의 이념실현 ▲시장경제의 원칙고수 ▲인권신장 등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유럽이 안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공동시장(EC),NATO,유럽의회,CSCE 등 다양한 국제기구들의 조직개편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었다.
CSCE는 75년 8월1일 알바니아를 제외한 전유럽국가들과 미국·캐나다 정상들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모여 유럽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안전보장·경제협력·인권존중 등을 표명한 「헬싱키선언」을 채택,발족했다. 「헬싱키선언」으로 발족한 CSCE는 상호불가침 천명과 함께 유럽배치 재래식무기 감축협정(CFE)과 동서진영간의 신뢰양성조치(CBM) 이외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벨그라드(77∼78년),마드리드(80∼83년),빈(88∼89년)에서 열린 검토회의를 통해 유럽의 안정과 동서진영의 신뢰구축에 기여했다.
동서대결의 구도가 사라진 현시점에서 CSCE가 전유럽의 신질서 구축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파리헌장」에서 천명하고 있는 CSCE의 상설기구화에 따라 분쟁방지센터가 빈에,사무국이 프라하에,자유선거사무국이 바르샤바에 설치되었고 매년 외무장관협의회를 열기로 해 이번에 베를린회의가 첫번째로 열리게 됐으며 2년마다 한번씩 정상들의 회담이 개최되게 됐다.
이번회담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의제는 CSCE의 기구 강화,특히 분쟁방지센터의 업무한계와 역할 등이다.
상설기구를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던 독일은 이번 회담에서 분쟁방지센터가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과 앞으로 환경국·경제협력국 등의 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분쟁방지센터만은 빈에서 베를린으로 이전할 것을 강력히 주장할 방침이다.
동구의 민주화에 따른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와해,독일통일로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소련은 이번 회담에서 구동구에서의 영향력 유지와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쟁방지센터의 권한강화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영·프랑스는 이 기구가 단순히 정보교류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행사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소·독·체코 등은 분쟁방지에 개입할 수 있도록 각국의 군사력 정보교환·직접조정·군사행동 등의 기능을 부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분쟁방지센터의 조직과 기능에 대한 조정은 발트3국과 유고의 민족분규에서 예상되듯이 CSCE가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정치적인 역내국가들간의 관계를 악화시켜 유럽의 새질서구축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 고려돼 이번 협의회에서도 신중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정치적인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장관급으로 비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며 오는 10월 빈에서 정책세미나를 열어 군사전략의 개발,정치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재래식무기의 감축방안 등을 연구할 것을 결정하게 된다.
비상위원회는 또 지난해 파리회담에서 합의한 통신협약을 신뢰 및 안보를 위한 정보교환 테두리에서 확대시켜 돌발적인 긴급분쟁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역내의 각국간에 핫라인을 설치하는 문제를 검토하게 된다.
독일 등의 종전 정치적 협의기구였던 CSCE의 기구를 확대하고 유럽안보조직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기능을 강화하려는 데 대해 일부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어 이번 회의의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CSCE의 기능강화가 NATO의 평가절하를 초래함으로써 있게 될 유럽에 대한 영향력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제기구는 정치협의의 장으로서 만족해야지 내정간섭의 권한까지 갖게 되면 국가주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전통적인 입장을내세워 CSCE의 기구 및 기능강화에 소극적인 자세이다. 또 영국은 지금까지 국제질서를 지켜온 유엔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CSCE가 유럽에서의 분쟁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게 될지는 베를린회담을 계기로 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