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재편되는 국제질서
테러공격 이후 미국과 러시아, 유럽등을 축으로 한 국제질서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개편되고 있다. 냉전체제가 종식됐다고 하지만 중국과 함께 미국의 견제세력으로 남아있던 러시아가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서방세계로 편입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정책에 완강히 반대해온 러시아가 3일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서 나토와 공동전선을 구축키로 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발트해와 동유럽에서지속돼 온 러시아와 나토의 대치국면이 완전히 해소됐음을의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에서 로드 로버트슨나토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테러리즘에 맞서는 국제적 노력이 러시아와 나토와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로버트슨 사무총장도 “러시아와 나토의 관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이 나토의 동진정책에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나토의 확장 문제로 러시아와 나토의 관계가 훼손되서는 안된다”고 말해,사실상 나토의 확장정책에 대한 반대를철회한 것과 다름없다.
러시아의 이같은 변화는 푸틴 대통령이 표방해 온 실리위주의 외교정책에 근거했다.미국과의 소모적인 군비경쟁이나 유럽과의 해묵은 안보논쟁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 챙기기가 급선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자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영향력을 행사,영공을 함께 개방하는 등 발빠른 보조를 취해 반사이익을 확실히 챙겼다.국제적인 지탄을 받던 체첸 침공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돌리는 수완을 발휘했으며 테러와의전쟁수행이라는 명분아래 이란과 군사협력협정을 체결,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넓혔다.
미국이 제안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국이 미온적인 반응을보여 국제연대 과정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대테러 연대에 전폭적인협력을 다짐하고 나토와의 관계를 발전시킨 것은 종전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러 관계에 역사적이라고 할만큼 지각변동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 및 일부 동맹국들에만 제공한 오사마빈 라덴의 테러관련 증거를 러시아에게도 제공,러시아를 ‘군사적 동맹국’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의 군사행동에 늘 민감한반응을 보여온 러시아도 나토에 대한 미국의 군사협력 요청에 푸틴 대통령이 “아주 적절한 조치”라고 화답,미·러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예고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4일 모스크바를 방문,러시아와의군사협력 관계 및 유럽연합(EU)과 논의한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조기가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방이 갖고 있던 러시아에 대한 기존의 대립적인 안보개념은 그 기본 틀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mip@.
■ 럼즈펠드 “이슬람 분열전쟁 아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4개국을 순방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은 4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오만을 방문, 대(對)테러전쟁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고 이번 전쟁의 목표가이슬람권이 아님을 강조하는 등 아랍권 지지확보에 나섰다.
럼즈펠드장관은 이날 오만에 도착,술탄 카부스와 회담을갖고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이번 전쟁이 이슬람권을 분열시키기 위한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앞서 3일 사우디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반발과 이에 따른 정국 불안으로미국 편에 서길 주저해온 사우디측의 불안을 덜어주고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사우디의 지상 군사기지 이용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하고 정보협력 등을 통한 장기적 연대 구축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세이크 파드 사우디 국왕과 압둘라왕세자, 국방장관인 술탄 왕자와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정부의 지원 수준에 만족한다고 밝혔다.술탄 왕자는 “우리가 미국에 요구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밝혀 사우디가 향후 미국의 아프간 공습을 둘러싼 아랍권의 반발을 무마하는 데 앞장설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럼스펠드 장관은 오만에서 3시간여 머문 뒤 이집트로 출발했다.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만나 오사마 빈 라덴 등 테러조직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그는 이어 5일 아프간 공격의 전초기지인 우즈베키스탄를 방문,양국 군사 및 정보협조체제를 재확인한뒤 6일 귀국한다.
관측통들은 럼즈펠드 장관의 이번 순방으로 미국의 군사공격 시점도 그가 귀국한 뒤인 내주 중반 이후로 미뤄질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SA투데이는 3일 럼즈펠드 장관의 이번 중동 순방으로 군사행동이 그의 순방이 끝난 뒤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교토통신도 미군 소식통들을 인용,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이 귀국한 뒤인 이번 주말쯤 전면적인 공격개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균미기자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