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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환 추기경 추모] 추기경님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가시는 길에

    믿음 다르고 생각과 마음 다르고 비록 얼굴 뵈온 일 없어도 추기경님은 우리의 영원한 추기경님 잠시나마 당신 같은 어른과 함께 같은 땅에서 같은 바람 마시고 산 것이 더없는 영광이요 감사였습니다 병든 이들과 핍박받는 이들과 버림받고 가난한 이들과 더불어 지극히 낮게 가난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음이 가장 마음 아프셨다는 한없이 높은 마음의 어른 마지막 고요한 숨결 남으실 때까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란 말씀 입에 달고 사셨던 우리 옆집 할아버지 같았던 성자 마지막으로 주신 당신 말씀 ‘평생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십시오’ 저희들 내일도 여전히 다투고 불화하고 어리석게 살겠지만 때로 그 말씀 떠올리며 조금은 잘 살아보려고 애쓸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지요? 어제 몹시 추운 겨울날 저녁 어스름 지구라는 별의 동방에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 오랫동안 가난하고 버림받은 자의 하늘이었던 한 사람이 당신 나라로 가시었습니다 조금은 먼지바람 날리고 흐릿한 황색의 햇빛이 사선으로 비치는 가느른 길 조선종 어리고 순한 노새의 잔등에 여든 일곱 해를 살아 지치고 늙은 인간의 몸을 얹고 하나님의 선하신 백성 한 분 그 나라로 가시었습니다 추기경님! 당신과 더불어 이 땅의 사람들 오래 따뜻하고 행복했음을 당신도 아시지요? 오늘, 당신 선종하셨다는 소식 듣고 많은 사람들 뜨거운 눈물 뿌려 인간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눈물로 하여 추기경님도 잠시 평안하시고 행복하시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으신 당신 이 땅에 보내주셨던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추기경님 안녕히! 하나님께도 안녕을! 나태주 시인
  • 한국시인협회상에 나태주 시인

    한국시인협회(회장 오탁번)는 제41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자로 나태주 시인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수상작은 시집 ‘눈부신 속살’. 또 제5회 젊은시인상에는 시집 ‘어쩌다, 내가 예쁜’의 윤관영 시인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새달 27일 오후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다.
  • 신춘문예의 계절… 서울신문 역대 당선자 ‘천기누설’

    신춘문예의 계절… 서울신문 역대 당선자 ‘천기누설’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신춘문예의 기능을 둘러싼 갖가지 비판에 머리로는 동의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면서도 매번 늦가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슴은 하릴없이 벌렁댄다.첫사랑의 열병처럼 신춘문예 공고를 기다리고,자식처럼 소중한 작품을 누런 봉투에 넣어 보낸다.그리고는 한달 남짓,절대 다수는 새해 벽두부터 울분과 한숨으로 또다시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한다.그러나 이상스럽게도 문학은 고통스러운 창작 과정 자체가 희열을 주는 마력적인 존재다.아직 늦지 않았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다음달 12일까지 소설,시,시조,평론,희곡,동화 분야의 작품을 받는다.이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의 ‘천기누설’을 들어본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한국문단의 자양분   1950년 첫 해부터 김성한,오영수라는,장차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거목을 배출했다.소설 ‘무명로’로 당선된 김성한은 이후 ‘바비도’,‘오분간’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이해 ‘머루’로 가작을 차지한 오영수는 ‘갯마을’,‘삼호강’ 등 작품을 썼다.1979년 타계한 뒤 ‘오영수 문학상’이 제정됐다.이후 이동하(1966년),손영목(1977년),임철우(1981년),한강(1994년),한동림(1995년),하성란(1996년) 등 시대의 복판을 가로지르는 소설가의 산실로 자리매김됐다.  시도 마찬가지다.소설과 동화,평론,희곡,미술,영화 등 경계를 초월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제하(1956년)가 서울신문으로 등단했다.또 ‘겨울속에 봄이야기’로 당선된 박정만(1968년)은 ‘한수산 필화사건’의 고문 후유증으로 1988년 세상을 등졌지만,그의 시세계는 사후에 더욱 각광을 받았다.이수익(1963년),문효치(1966년),나태주(1971년),강태형(1981년),박남희(1997년) 시인도 모두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이밖에 권성우(1987년),한기(1988년),하응백(1991년),김문주(2001년) 등 평단의 뉴 제너레이션으로 꼽히는 젊고 힘넘치는 평론가들을 배출했다.한국 문단의 소중한 자양분들이다.   ●‘왜,문학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가  선배들이 한결 같이 신춘문예의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대신 ‘문학 그 자체의 희열과 고통을 즐기라.’는 것이다.  단편소설 ‘풀’로 당선된 하성란씨는 “처음에 글을 쓰게 될 때는 기성작가의 글에서 많은 도움을 받곤 하는데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도움을 받되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독창적인 주제의식과 문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씨는 “심사위원을 맡을 경우 그런 기준으로 본다.”고 귀띔했다.또 하씨는 “최근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현장에 나와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아 보기에 좋다.”고 말했다.  1997년 ‘폐차장 근처’로 시 부문에서 당선된 박남희씨는 신춘문예가 만능이 아님을 역설했다.박씨는 “등단이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닌 만큼 신춘문예를 통해서 문학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시가 좋기 때문에 시를 쓰고,도전하는 일이 좋기에 매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어느 순간 신춘문예 당선의 행운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찾아 올 것”이라고 충고했다.그는 “험난해보이는 관문이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에게 관대한 것이 또한 신춘문예”라고 도전자들의 의지를 북돋웠다.  최근 소설가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 30주년을 맞아 헌정문집 ‘침묵과 사랑’을 책임 편집한 권성우씨는 1997년 문학평론에 당선됐다.권씨는 “신춘문예 당선이 문학적 재능의 공식적 확인으로 통하는 등식은 이미 무너졌다.”고 단언했다.그는 “가벼운 대중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당신은 왜 문학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명료하게 답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하고 섬세한 자의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나의 문학이 습관적인 끄적거림은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꽃이 되어 새가 되어/나태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꽃이 되어 새가 되어/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 특징으로 살펴본 올해의 문학계

    ‘다작(多作)과 실험성, 정치논란’ 올해 발표된 국내 문학 작품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들이다. 다작은 시, 실험성은 소설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연말에는 정치논란이 문단을 강타했다. 올해 발표된 시집은 모두 116편(문학사상사 추산)에 이른다. 양적인 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작품집이 발표됐다. 평론가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14일 “올해에는 원로, 중진 시인들의 작품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실제 성찬경, 허만하, 문인수, 황동규, 김사인, 나태주, 남진우, 고형렬, 최서림, 박라연, 박청륭, 김소연, 하종오 등 40여명의 원로·중견시인이 올해 새로 시집을 발간했다. 최근에는 고은 시인이 4년 만에 시집 ‘부끄러움 가득’을 냈다. 1970년대에 태어나 2000년을 전후해 등단한 젊은 시인들의 활약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들은 ‘미래파’로 불리며 전통적인 부문부터 첨단의 상상력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시들을 발표했다. 낯선 화법으로 무장한 젊은 시인들이 등장하자 시단은 오랜만에 문학논쟁으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미래파의 등장은 세대교체론과 맞물렸고, 문예지들은 잇단 특집으로 미래파를 옹호하거나 비난했다. 문학의 위기 담론이 무색할 정도로 시 전문지가 창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만 해도 ‘시인시각’ ‘시에’ 등의 전문지가 창간됐다. 이같은 시의 강세는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지원사업과도 무관치 않다. 올해 우수 작품을 발표해 정부로부터 돈을 받은 시인은 모두 127명에 이른다. 정부는 문예진흥기금과 로또기금 등 총 55억원을 들여 ‘한국문학’을 사들였다. 소설 분야에서는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이 주목받았다. 평론가들은 박민규의 ‘핑퐁’, 김종광의 ‘낙서문화사’,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등을 올해 주목받은 소설로 꼽았다. 채호석 한국외대 교수는 “주제의 무거움을 우회하는 소설들이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 올해 소설계의 특징”이라면서 “소설의 가능성은 영화와 게임의 상상력으로 대체될 수 없는 상상력의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문학은 정치논란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10월9일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이후 시인 정현종은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는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작품의 정치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달 들어 소설가 이문열이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연재하던 ‘호모 엑세쿠탄스’ 마지막회를 통해 386세대를 비롯한 현실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실어 논란이 됐다. 시인 고은은 “작가는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있는 그대로 자꾸 표출해야 한다.”며 정치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70년대 소설을 대표하는 ‘머나먼 쏭바강’의 소설가 박영한이 8월23일,‘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시로 80년대 노동문학의 대표자였던 노동자 시인 박영근이 5월11일 별세하는 등 문단의 ‘큰 별’ 두 사람이 졌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과 한국문학] 서울신문 신춘문예 56년… ‘비옥한 문단’의 밑거름으로

    [’서울신문 102년-서울신문과 한국문학] 서울신문 신춘문예 56년… ‘비옥한 문단’의 밑거름으로

    1950년 첫 당선자를 배출한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지난 56년간 한국 문단의 토양을 기름지게 한 역량있는 작가들의 산실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작가의 상당수가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발을 디뎠다. 첫해 소설 부문 당선자는 김성한(87). 단편 ‘무명로’로 등단한 그는 ‘오분간’‘암야행’‘바비도’등으로 5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주목받았다. 역사소설에 관심이 많아 ‘소설 이성계’‘고려 태조 왕건’등을 펴냈고, 지난해에도 ‘소설 퇴계 이황’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 ‘신돈’‘명성황후’로 유명한 방송 작가 정하연(1968),‘절반의 실패’의 여성 작가 이경자(1973),‘봄날’‘그 곳에 가고 싶다’를 펴낸 임철우(1981)등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들이다. 90년대 이후에는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 강(94)하성란(96)강영숙(98)편혜영(00)임정연(03)등은 근래 가장 촉망받는 여성 작가 그룹으로 손꼽힌다. 하성란은 동인문학상과 이수문학상을, 한강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 강에 이어 이듬해 아들 한동림이 소설 부문에 당선돼 문단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 부문에는 이제하(1956)장윤우(1963)문효치(1966)나태주(1971)김명수(1977), 시조 부문에는 이근배(1961)한분순(1970)등이 한국 시단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문효치는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을, 한분순은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을 맡고 있다. 평론 분야에서도 재능있는 인재들을 대거 배출했다. 변인식(영화·1968)김문환(연극·1969)김방옥(연극·1971)권성우(문학·1987)한기(문학·1988)하응백(문학·1991)유성호(문학·1999)등이 각 분야에서 활발한 평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희곡작가 노경식(1965), 동화작가 조대현(1966)등이 원로 문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신춘문예로 데뷔… 등단 35주년 전집 낸 나태주

    신춘문예로 데뷔… 등단 35주년 전집 낸 나태주

    “매번 시집 낼 때마다 노심초사했습니다. 내 시의 위치는 어디고, 색깔은 무엇인지, 그리고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고민들에서 자유롭지 못했지요. 이제 그만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 자신을 뿌리째 다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올해로 시력(詩歷)35년을 맞은 나태주(61)시인이 첫 시집 ‘대숲 아래서’부터 지금까지 펴낸 25권의 시집과 산문 등을 엮어 4권짜리 ‘나태주 시전집’(고요아침)을 냈다.1년 간의 작업 끝에 완성된 시 전집은 지난해 환갑을 넘기고, 내년 8월 교직 정년을 앞두는 등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지나는 시점에서 “선 하나를 긋고 가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전집에는 등단 이후 다작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쏟아낸 시인의 시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시 세계의 변모도 한 눈에 들어온다. 시인은 “70년대의 시가 인간이 자연에 안기는 동양적 자연회귀에 가까웠다면 80·90년대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겪으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더불어 사는 이웃의 고락을 같이 느낀 시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기 시가 직선이라면 최근에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휘어져 만나는 곡선의 시 세계로 바뀌었다. 시란 결국 “자연과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라는 게 시인의 지론이다. 충남 서천이 고향인 시인은 한번도 대도시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1963년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에 부임한 이후 늘 시골을 맴돌았다.30년 가까이 살아온 공주가 그나마 가장 큰 도시다.“한 곳에 머물면서 주위를 이롭게 하는 식물처럼 내 시는 식물성”이라는 시인은 평생에 잘한 일 중 하나로 시골생활을 꼽았다.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줄넘기를 하는 친근한 ‘교장 선생님’인 그에게 교직은 시의 또다른 원천이다. 그래서일까. 정년을 앞둔 심정이 홀가분하지만은 않다고 했다.“아이들을 통해서 세상의 길을 본다.”는 시인은 “교직에서 물러나 전업시인이 되면 초라할 것 같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회갑도 지나고, 전집까지 냈으니 ‘이제 죽을 일만 남았네.’라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제는 삶의 문제보다는 삶의 뒤편, 좀더 그늘진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과 산문집 외에 ‘외톨이’ 등의 동화집을 펴냈고, 박용래문학상, 흙의문학상, 편운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쿠렁~ 나무가 물을 마셔요

    쿠렁~ 나무가 물을 마셔요

    초록의 들판으로 터진 길 위에서 중얼거려본다. 나무 나무 종달이 지빠귀 어치 씀바귀 민들레 강아지풀…… 내 몸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손가락 끝 발가락 끝에 초록색 물감이 들기 시작한다. 뻐꾸기 뻐꾸기 할미새 보리똥열매 참빗나무 하눌타리…… 내 몸이 더욱더 작아진다. 온몸에 초록색 물감이 든다. 드디어 나는 한 마리 초록의 벌레가 되어 나무 이파리 위를 기어간다. 이제 나무 이파리는 드넓은 벌판이다. 더듬이를 세워 허공을 휘저어본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시다. - 나태주의 시 ‘모처럼 맑은 하늘’ 위 시처럼 우리도 온몸에 파란색 물감을 들이러 숲으로 떠나보자. 천년의 원시림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흥겨운 몸짓, 하얀 햇살에 부서지는 연초록 잎사귀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 그냥 스치듯 지나쳤다면 이젠 제대로 한번 느껴보자. 그리고 귀 귀울여보자. 수천, 수만의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소리, 흙과 물 그리고 바람이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푸른 6월의 숲은 가장 시퍼렇고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하다. 숲은 수첩을 들고 무엇인가를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고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몸에 닿는 대로, 마음에 느껴지는 대로 가슴에 담는 그런 곳. 숲에서 신명나게 놀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신기한 숲학교 6월의 숲은 짙푸르게 옷을 갈아입어 1년 중 가장 아름답고 활기찬 생명력을 뽐내는 시기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걷는 것이 익숙한 어른들은 상관없지만 아파트 놀이터에 익숙한 아이들에겐 숲은 그냥 ‘나무더미’이고 힘든 곳일 뿐이다. 하지만 숲을 놀이터 삼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무엇을 하며 놀까 한번 알아보자. # 숲은 자연이 만들어 준 놀이동산 숲 연구소(ww.ecoedu.net)의 생태학습 교육관인 경기도 퇴촌에 있는 ‘율봄 농원’에서 열린 숲 체험에 참가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꼬맹이들이 나뭇잎 모양의 이름표를 달고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다. “야, 찾았다. 아빠 거미다 거미. 이것 잡아주세요.”라고 환호성을 올리는 나희(7).“나희야 아빠는 뭐 잡았는지 보여줄까.”라며 애벌레 한 마리를 내미는 김성훈(38·교원나라 벤처투자)씨. 숲 해설가 장인영(35)씨 앞에 모인 네가족. 저마다 잡아 온 곤충을 내민다.“야 정말 여러가지 곤충을 잡았네. 경택이네는 매미의 애벌레, 나희네는 거미와 나방의 애벌레, 윤서네는 무당벌레를 잡았구나.”라며 설명을 해준다. 그러고는 “얘들아 이런 애벌레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나비가 없어져요.”“새도 없어져요. 먹을 것이 없으니까요.”“숲이 지저분해져요. 남은 음식을 먹는 것이 없으니까요.”라고 저마다 다르지만 생각보다 똑똑한 답을 내놓는다. 옆에 있던 유진이 아빠는 “어른보다 낫네.”라며 웃는다. “그래요. 애벌레가 없으면 숲이 망가져요. 새도, 나비도, 곤충들도 없어지지요. 그럼 우리가 숲속 친구들을 집으로 가지고 갈까, 여기에 놓아줄까.”“여기에 놓아주어요.”라고 합창하는 아이들. 자 이번엔 나무가 무슨 말을 하나 듣는 시간.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나무가 말을 하다니. 장인영 해설사는 준비해 온 청진기를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이건 의사 선생님이 너희들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때 쓰는 청진기지. 우리도 청진기를 끼고 나무에 대어보면 나무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한번 해보자.” 아이들은 무슨 의사 선생님이 된 양 청진기를 귀에 끼고 나무에 대어본다. “쿠렁 쿠렁” 비록 소리는 작지만 나무가 물을 빨아올리는 신기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의진이가 소리친다.“선생님, 이 나무는 아무 소리가 안 들려요. 혹시 죽었나봐요.”, 그러자 “이리 와 봐. 이 나무는 소리가 들려.”라는 유림이. 아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청진기로 나무 소리를 들어본다. 나무가 살아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아까 우리 애벌레 잡았지. 애벌레는 눈도 없고 신발도 안 신고 다니지. 우리 이번엔 애벌레가 되어볼까.” 신발을 벗고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오직 신체감각에 의존해 앞사람 어깨를 잡고 걷는다.“정신을 집중해 봐. 무슨 소리가 들리나. 어떤 느낌이 오나.” 정말 신기하게 맨발에 느껴지는 나뭇잎, 전혀 들리지 않았던 새소리, 향기로운 나무 냄새가 전해진다. “너무 힘들어요. 애벌레에게 눈도 달아주고 신발도 사줘요.”라는 정민(6)의 말에 모두 웃는다. 이렇게 숲속에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껴보는 시간이 숲 체험이다. “그저 숲이란 걷는 곳이라고 알았는데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니 정말 재밌네요. 친구가 숲 해설가를 한다고 했을 때 ‘이상한 녀석이군’했는데 정말 이해가 됩니다.”라는 나희 아빠.“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저에게도 큰 경험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느껴 본 것이 처음이거든요.”라는 유진의 아빠 정민재(36·서울 성동)씨. 아이들에겐 재미나고 어른들에겐 색다른 경험이고 체험이다. 이밖에도 거울을 눈 밑에 대고 하늘을 보며 걷는 ‘뱀 되어보기’, 누워서 커다란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는 ‘독수리는 어떻게 볼까’ 등 다양한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말 나무나 곤충의 이름을 하나 외우는 단순한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느끼고 만지고 상상하면서 스스로 자연을 배워 나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숲이다. ■ 얘들아 숲놀이 하자 # 숲은 진정한 인간의 마지막 안식처 반짝이는 나뭇잎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솔잎 향기가 가득한 숲은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준다. 푹신한 낙엽을 ‘사각사각’ 밟는 소리,‘스스슥’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아무리 유명한 음악가가 작곡한 교향곡도 이렇게 모든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노래를 만들어 낼 순 없다. 이런 편안한 자연의 소리뿐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냄새.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선하고 깨끗하게 해주는 그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다. 어쩌면 숲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나무가 병원균에 저항하기 위하여 방출 또는 분비하는 물질로 쉽게 말해 숲이 내는 기분 좋은 특유의 향기이다. # 숲에서 이런 놀이 해보세요 숲 연구소 남효창 소장이 쉽게 할 수 있는 숲속놀이를 소개한다. 숲에는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흩어져 있는 모든 것이 보물이다. 먼저 아빠나 엄마가 아이들에게 “숲속의 보물이란 나뭇잎도 될 수 있어. 나뭇잎은 썩어서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니까.” 등 보물이란 꼭 거창한 것이 아닌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물이 된다고 알려주고 10∼20분동안 찾아 온 보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돌멩이, 곤충, 솔방울 모두가 보물이다. 상상력과 인지능력, 발표력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물론 부모도 함께 해야 한다. # 느리게 달리기 놀이 달리기 하면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할 것만 같은데 숲에서는 천천히 달려보자. 각자 원하는 동물을 정하고 흉내를 내면서 일정한 거리(1m)를 가장 느리게 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경주한다. 주의할 점은 한 순간도 멈추거나 뒤로 가서는 안 되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가장 늦게 도착한 사람이 1등이다. ‘느리게 달리기 놀이’를 한 후 아이들과 천천히 움직이는 동물과 빨리 움직이는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더 재미있고 유익하다. # 숲속에서 뒹굴 뒹굴 숲에 들어오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가족이 모두 함께 숲 바닥에 누워보자. 누운 상태에서 숲 하늘을 가슴에 담아보거나 숲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셔 본다. 눈을 감고 숲의 소리를 들어보거나 낙엽을 살짝 들춰내고 그 속의 향기도 맡는다. 오감을 통해 숲을 느낄 수 있는 놀이다. # 같은 물건 찾아오기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열매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똑같은 것을 찾아오는 놀이다.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한 곤충이나 몰래 숨어 있던 동물, 나무 열매 등을 찾는 재미도 있다. ■ 가볼 만한 숲 꼭 ‘숲’이란 멀리 가야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난 ‘숲’에 가면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서어나무 군락과 정상부의 왜솜다리 자생지인 조령산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를 이루면서 울창한 산림과 어우러진 암벽지대가 많고 기암과 괴봉이 노송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처럼 그 경치가 뛰어나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갈대와 억새풀이 어우러져 자라는 숲에 머물면 아무 곳에서나 쉽게 맛볼 수 없는 황홀경에 젖어 들게 된다. 좀 편하게 숲을 체험하려면 문경시의 문경새재도 추천한다. 문경새재는 옛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이 다녔던 길로 울창한 숲과 깨끗한 계곡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2관문,3관문 주변에 옛 영남대로 길을 가면 그야말로 나무와 풀들이 지천이다. 오대산 북대사쪽의 숲도 좋다. 토양이 비옥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인 오대산은 신갈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서어나무, 자작나무 등 나무의 보고이다. 또 물봉선, 도깨비부채, 노랑무늬붓꽃, 개불알꽃, 금강초롱꽃 등 많은 식물도 자생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강원도 평창에 있다. 밤꽃이 유명한 명지산은 경기도 가평에 있어 하루 나들이로 제격이다. 계곡의 맑은 물이 돋보이는 산으로 여름철에는 우거진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려한 산으로 사계절 내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의 신비와 깊이에 놀라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야생화 군락과 참나무가 아름다운 강원도 평창 계방산은 봄에는 철쭉, 여름엔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을 자랑하며 가을 단풍도 예쁘다. 또한 3월초까지 흰 눈꽃을 피워내며 거대한 설경을 펼쳐내어 계방산을 찾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 [문학단신] ‘님의 침묵’ 80돌 10일 ‘만해시제’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 발간 80주년을 기념하는 ‘만해시제(萬海詩祭)’가 계간 ‘시와 시학’ 주최로 10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에서 열린다. 시인 신달자 정일근 이가림 김초혜 나태주 등이 시를 낭송하고, 제1회 만해대상을 수상한 시인 고은,2004년 만해대상 문학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조정래, 만해학술원장인 문학평론가 김재홍 경희대 교수의 문학 강연이 진행된다.
  • [책꽂이]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김종길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한 시인 66명의 시 71편을 묶었다. 올해 김달진 문학제 열돌을 맞아 1999년 엮어낸 시집 ‘당신의 마당’을 보완해 새롭게 펴낸 것. 김종길 나태주 송수권 조정권 최동호 시인 등이 참여했다.7500원.●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사계절 펴냄)17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에서 영감을 얻은 팩션. 그림속 개가 사실은 난쟁이 바르톨로메이며, 공주의 인간 개 노릇을 했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끌어나간다.‘2005 오스트리아 명예아동청소년도서’로 선정됐다.8500원.●돼지들에게(최영미 지음, 실천문학 펴냄)‘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 위선적인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 날카로운 시들의 향연이 아찔하다. 풍자의 형식을 띤 ‘돼지들에게’연작을 비롯해 축구에 관한 시편, 자아를 찾아떠나는 여행시편, 일상의 절망과 재발견을 담은 서정시편들 수록.8000원.●노는 인간(구경미 지음, 열림원 펴냄)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자의든 타의든 변두리로 쫓겨난 별볼 일 없는 인간들의 구차한 일상을 능청스럽고 진득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무능력한 소설가가 주인공인 표제작을 비롯해 ‘초지일관 그녀는’‘형제이발관’‘동백여관에 들다’ 등 10편 수록.9500원.●우리 시대의 화가(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열화당 펴냄)철학자, 화가, 시인 등 다방면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 출신 저자의 첫번째 장편소설.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1958년,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던 헝가리 망명작가 야노스 라빈이 종적을 감춘다. 미술평론가이자 친구인 존은 스튜디오에서 발견된 일기를 단서로 그의 행방을 좇는다.1만원.
  • 문학단신/대산문화재단 창립10주년 전시회.시와시학상 작품상 나태주씨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새달 2일부터 닷새동안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1층 로비에서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전시회’를 연다.전시회에는역대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비롯해 한국문학 번역지원 사업으로 발간된 번역서,대산 세계문학총서,김춘수 박경리 박완서 고은 차범석씨 등 원로문인 13명의 축하메시지 육필원고 등을 전시한다. -제7회 시와시학상 작품상에 시인 나태주씨,평론상에 인하대 윤영천 교수,젊은 시인상에 시인 전윤호씨가 각각 선정됐다.수상작은 나씨의 시집 ‘산촌엽서’,윤 교수의 비평집 ‘서정적 진실과 시의 힘’,전씨의 시집 ‘순수의 시대’ 등이며 시상식은 새달 10일 출판문화회관에서 있다.
  • [2002 길섶에서] 외할머니

    “시방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외할머니는/손자들이/오나오나 해서/(중략)/시방도 언덕에 서서만 계실 것이다/흰옷 입은 외할머니는.” 시골학교 교장 시인인 나태주도 ‘외할머니’를 그리워했다.외할머니는 시나 소설의 단골주제였다.어머니 다음으로 무한한 애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리라.호평을 받은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도 외할머니가 흐름을 좌우했다.감독은 이 영화를 모든 외할머니께 바친다고 헌사했다.외할머니에게서는 풋풋한 자연의 냄새가 나서일까.7살짜리 상우의 시골 외할머니는 우리네 할머니들이 다 그렇듯 ‘사랑한다’는 말을 ‘미안하다’고 했다.말 못하는 상우의 할머니에게는 ‘미안하다’가 가슴언저리를 문지르는 것이었지만.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 인구통계 기사에서 “외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절반 수준이었다.”면서 인류문화사에서의 ‘외할머니의 힘’을 강조했다. 외할머니는 모든 것을 품는 마음의 고향이다.가난해도 좋고 거칠고 마디 굵은 손을 가졌어도 좋다.요즘에 더욱 필요한우리네 외할머니다. 이건영 논설위원
  • 고려·조선 임금들의 정치 참고서 ‘자치통감’ 전한시대편 완역

    ‘춘추’‘사기’와 함께 동양역사학의 3대 명저로 꼽히는 ‘자치통감’(푸른역사 펴냄)이 2년여의 번역작업 끝에 완역돼 나왔다.번역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자치통감’ 역주사업을 총괄하는 중앙대 사학과 권중달교수가 맡았다. ‘자치통감’은 중국 북송시대의 역사가이자 정치가인 사마광이 17년에 걸쳐 집필한,총 294권에 달하는 편년체 중국 통사.이번에 완역된 부분은 전한시대편 30권(권 제9∼38)으로 200자 원고지 7500장 분량에 이른다. ‘자치통감’이 다루는 서기전 5세기 주왕조 시대부터 서기 10세기 후주시대까지 1362년 간의 역사에는 중국민족뿐만 아니라 ‘오랑캐’라 불린 여러 북방민족과 우리 민족의 대외사까지 충실히 담겨 있다. ‘자치통감’은 ‘정치에 자료가 될 만한 통시(通時)적인 거울’이라는 뜻으로,사마광과 왕안석의 논쟁 속에서 태어났다.맹자를 존중한 왕안석이 현실문제를 해결하려면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 개혁파라면,공자를 존중한 사마광은 점진적 개선을 주장한 전통파다.왕안석의 급진주의에 대한비판은 이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자치통감’은 송대 이후 중국에서는 물론이고 동양사회의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혀왔다.우리 나라에서도 ‘천자문’‘동몽선습’‘사서’를 읽은 다음에는 반드시 ‘자치통감’을 읽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고려와 조선의 임금들은 이 책을 곁에 두고 실제 정치에 참조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제임스 로빈슨은 “역사학이 유식한 나태주의자들의 심심풀이에 머문다면,역사는 화석에 불과하다.”고 했지만,권 교수는 ‘자치통감’이야말로 “역사의 화석이 아닌 살아 있는 현재사(現在史)”라고 확신한다. 권 교수는 진(晉)이 위(魏)·한(韓)·조(趙) 세 나라로 분열돼 전국시대가 시작된 서기전 403년 이후 진(秦)이 이 혼란기를 평정한 서기전 207년까지(권 제1∼8권)를 완역한 바 있다.2005년까지 294권을 모두 완역해내는 것이 그의 목표다.각권 2만 3000∼2만 3500원. 한편 권 교수는 ‘자치통감’에 대한 개설서인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힘,자치통감에 있다’는 단행본을 함께 냈다.이 책에서는 ‘자치통감’이 한반도에 유입돼 어떻게 활용되고 이해됐는지 그 과정을 면밀히 살핀다.9000원. 김종면기자
  • 문학사상 7월호 ‘월드컵 축시’ 퍼레이드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전생의하멜처럼/히딩크는 머나먼 서쪽에서 온달마/그의 눈길이 머무는 찰나 우리들의 심장 붉게 열리고/그의 손끝이 향하는 곳 승리에 굶주린 전사들이 돌진한다/골문을 향해 대포알처럼 날아간포탄이 터질 때마다/용장의 주먹은 하늘 깊은 곳을 꿰뚫는다’(최동호 시인의 ‘공놀이하는 달마의 붉은 심장’중에서) 문예월간지 ‘문학사상’은 7월호에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축하하는 시작 특집을 마련하고 중견 시인들의 축시 11편을 실었다. 지난달 22일 광주에서 우리 대표팀이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하자 최동호씨를 비롯해 유경환 김후란 유안진 이가림 오세영 신달자 송수권 문정희 노향림 나태주씨 등 11명의 중진과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인들이 태극전사들에게 보내는 축시를 모아 실은 것. 유경환 시인은 ‘그들은’이라는 시에서 ‘오오,진정 빛나는 깨달음이여/눈물지운 영광/청산으로 구비칠 백두대간 힘줄이여/다시 한번 우리 서로 껴안아볼/새 역사의 투혼을 얻었노라’고 적었다. 김후란 시인도 ‘우리는뛰었다 그리고 이겼다’에서 ‘광대한 녹색 그라운드에/꿈꾸던 용이 일어서고/동양의 심장이 힘있게 뛰었다/쏟아지는 빗줄기도/폭발하는 태양도/두렵지 않았다’고 감격의 순간을 기렸다. 그런가 하면 송수권 시인은 ‘반세기의 레드 콤플렉스도 떨쳐버리고/서구열강의 콤플렉스도 떨쳐버리고/질곡의 역사도 활활 벗어던지고/내친 걸음 한달음에 가자/민주화의 성지,광주에서 또 한 번/황금이마와 거미손 지칠 줄모르는/황금의 두 발로 새로 쓴 4강 신화’라고 감격의 격정을 토로했으며 유안진 시인은 ‘멋지다 눈부시다 황홀하다’에서 ‘지축도 흔들렸다 뻗치는 승리 승리의 환희로/태극전사 발끝에서 놀아라 공이여 지구(地球)여!/우리의 발(足)로 쓰자 새 역사를,세계사를/우리가 창조해낸 기적(奇蹟)으로 신화(神話)로/이 땅의 붉은 열기 전 세계를 달구어/이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며 각별한 시심으로 우리 대표팀의 투혼과 위업을 기록했다. 심재억기자
  • “詩의 마을 세 그루 느티나무”

    “시의 본향이 서정성이라면 송수권,이성선,나태주의 시는본향의 마을 들머리에 우뚝 선 느티나무다.” 문학평론가 김선학은 이들 3인의 문학 근원에 자리잡은 시성(詩性)을 이렇게 표현했다.그렇다.이들의 시는 한 그루의 느티나무다.느티나무가 그늘이 넓어 정자 나무로 쓰이듯,이들의 시는 순수서정의 드넓은 그늘을 드리운다. ‘삼인행(三人行)’의 결의를 다졌던 이들의 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이 문학사상사에서 나왔다.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들이 오래 전부터 함께 엮어내기로 했지만 지난달 4일이성선 시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사후에 빛을 보게 됐다.시집엔 ‘하늘 악보’‘다리’‘저녁 강에서’‘웃음 천지’‘달’등 이성선 시인의 5편의 유작을 포함,100여편의 시가 실렸다. 송수권 시인은 발문 ‘한줌 재로 가버린 외우를 기리며’에서 “합종연횡이 판치는 도당문학과 노욕으로 찌든 시인들을 경계한다”면서 “이 시집은 순수서정을 표방하고 흔들림없이 자연 속에서 가장 깨끗하게 살아 온 우리들 삶의 궤적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갈 다짐의 증표이기도 하다”고밝힌다. 김종면기자
  • 나태주 신작시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충남 공주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32번 국도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매운탕으로 유명한 마암리가 나온다.여기서 대전가는 길을 버리고 계룡산 갑사(甲寺)쪽으로 접어들어 다시 10분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작은 학교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나태주(羅泰柱)시인의 일터인 왕흥(旺興)초등학교다.교사는 불과 다섯명.때문에 1학년과 3학년이 같은 교실에서 배워야 한다.지난 9월1일 교장으로 승진한 그의 첫 부임지다.그는 교장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물론 직함이 탐나서가 아니다. 몇해전 겨울 어느날,날씨가 심하게 얼어붙자 교감이던 그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교장에게 보일러를 좀 더 켜자고 건의했다.그런데 그 교장은 “당신이교장되면 판공비 떼어 펑펑 때시오”라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자신의 지위가 한스러웠다는 얘기다. 그의 교직관(觀)은 이처럼 거창하지 않다.아이들에게는 실내화신고 밖에 나가지 말라고 호령하면서,본인은 실내화 바람으로 운동장을 종횡무진 누비는교장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다. 그 교장선생님이 시집을 새로 냈다.‘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혜화당)라는 제목을 달았다.흔한 선생님들의 교육시집일까.그는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출신으로 시집을 20여권이나 낸 중견시인이지만 그렇게 읽어도 좋을 것이다.‘님’은 언제나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니까. 그는 애주가다.술자리에서 ‘한곡조’를 요청받고 부르는 노래는 이 시집에도 실린 ‘산뻐찌나무 아래서’다. 산뻐찌나무 아래서 두 눈이 마주쳤다네/산뻐찌나무 아래서 두 손을 잡았었다네/지금은 어른된 나무 옛날의 키 작은 아기 산뻐찌,산뻐찌나무 아래서 우리는 울면서 헤어졌다네. 그는 이 노래를 ‘동요’라고 주장한다.가락도 동요스럽다.그런데 이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이 작은 노래는 처음 읽을 때의 소박한 느낌 대신 절절한이별노래로 다가온다. 이처럼 ‘사랑하는 마음…’은 한마디로 사랑노래집이다.그는 평생 한눈 팔지 않고 시골에 살면서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인이다.그런데 이 시집으로 그를 이제는 뛰어난 ‘사랑노래꾼’으로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실제로 20대 때 ‘여자가 뒤박을 놓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그러고나니 세상이 다시 보이고,인간사와 사물이 훤해지더라는 것이다.이 시집에실린 시들을 그의 이런 경험과 연결짓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그는 세상이 어지럽던 시절에도 현실참여적인 시를 쓰지 않았다.오죽하면지난해 대학 국문과에 들어간 딸이 “아버지의 시 갖고는 세상을 휘어잡을수 없다”고 했을까.그러나 시골에서 서정시를 써온 사람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성공한 교육자이다.그가 성공한 시인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는 이제 문단의 평가에는 초연한 것 같다.대신 “교장선생님,새 시집에 오자(誤字)가 하나 있는 것 같은데유”라고 전화를 걸어오는 시골독자들의 ‘반응’에 기쁨을 느낀다.55살이 된 이제 세간의 왈가왈부에는 관심이 없다는 교장선생님 시인이다. 공주 서동철기자 dcsuh@
  • 살아있는 신도시를(사설)

    일산신도시의 자족시설유치문제와 관련,최근 토지공사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엔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일산주민들이 신도시개발 초기에 토지공사가 공약했던 자족시설의 유치가 지켜지지 못할 것 같자 집단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였고 토지공사는 부랴부랴 다각적인 자족기능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우리는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계획내지는 약속이 몇가지 준칙을 지녀야 한다고 본다.첫째,정부나 공공기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정교한 계획아래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때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수반은 물론이고 정부불신의 원인자가 되어 왔다는 것을 숱하게 경험해 왔다.둘째,더군다나 그 약속이행이 이번 일산의 경우처럼 집단민원의 제기에 의해 이뤄지는 사례가 이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사회와는 반대의 길이다.토지공사의 문제해결 방식은 아직도 행정나태주의가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의 하나 일 것이다. 지금 일산 뿐만 아니라 분당주민들도 유사한 사안을 놓고 소송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그동안 다른 신도시에서도 도로 등 공공시설물이 부실하다며 집단재시공 요구가 있었다.신도시건설이후 그와 관련된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서두르다보니 신도시가 갖춰야 할 「살아있는 도시」로서의 기능보다도 단순한 주택난 해결에 계획의 초점이 두어졌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신도시 건설로 주택문제의 해결에 큰 진전이 이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그러나 그로 인한 부작용의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를 던져 준것 또한 사실이다.교육·교통·파출소·병원 등 주민 편익이나 문화와 관련된 시설 또한 태부족이어서 오히려 신도시에서 빠져나가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지 않는가.토지공사등 신도시 건설주체들은 주민의 집단민원제기에 앞서 신도시가 당초 약속했던 쾌적한 생활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다하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창간 50돌 서울신문 신춘문예출신 작가들 활동상을 보면

    ◎한국문단 거목 배출… 새 조류 이끌어/50년 첫해 오영수·김성한씨 등단/소설­이동하·박기동·이경자·임철우씨/시·시조­이제하·이근배·장윤우·한분순씨/희곡·평론­주평·노경식·정하연·김문환씨 지난 50년 시작된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한국문단에 굵직한 문인들을 다수 배출해낸 영향력있는 신인 등용문으로 통한다.한국문학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한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문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우리 문단은 양적으로 살쪘을 뿐 아니라 보다 깊고 큰 울림을 띠게 됐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50년 김성한,오영수라는 두 거물을 건져올리면서 일찍이 우리 문단을 이끌 앞날을 예고했다.김씨는 단편소설 「무명로」로 당선,오씨는 「머루」로 가작을 차지했지만 두사람은 나중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작품활동으로 나란히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김씨가 「바비도」「오분간」등의 단편으로 삶에 내재한 부조리를 정면으로 꿰뚫는 실존적 작품세계를 열어보였다면 오씨는 갯냄새 물씬한 토속정서를 「갯마을」「삼호강」 등의 단편에 빼어나게형상화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명성은 이후 이동하(66년),박기동(70년),이경자(73년),손영목(77년),임철우(81년)등 쟁쟁한 작가들을 통해 더욱 굳어졌다. 「전쟁과 다람쥐」로 당선한 이동하씨는 「우울한 귀향」「도시의 늪」「모래」「장난감 도시」 등의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현대문학상,평론가협회상 등을 거머쥐었다.이경자씨는 강렬한 여성의식을 드러낸 「절반의 실패」 등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구며 81년 「오늘의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81년 「도둑」으로 당선한 임철우씨는 광주사태의 폭력성과 광기를 따뜻한 감성으로 감싸안아 온 80년대의 대표작가다. 서울신문은 지난 61년 신춘문예와 별도로 5백만환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상금을 걸고 한국신문사상 최초의 장편소설을 공모하기도 했다.당선작인 신희수의 「아름다운 수의」는 영화화되기까지 하면서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등 무수한 화제를 뿌렸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한국 시단에도 많은 자양분을 공급했다.「유자약전」「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광화사」「임금님의 귀」 등 소설과 동화,미술평,영화평 등을 쏟아내며 전천후 예술가로 정열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시인 이제하씨(56년)가 서울신문을 통해 등단했다.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인 이근배씨(61년·시조),화가이자 시인으로 서울문우회 회장인 장윤우씨(63년),독특한 시세계로 주목 받는 이수익(63년),김종철(70년)한분순(70년·시조),나태주(71),김창완(73),임홍재(75년),김명수(77년),강태형(82년)씨 등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거쳤다. ○61년 장편소설 공모 한수산 필화사건 후유증으로 88년 요절,사후에 현대문학상과 지용문학상을 받은 박정만 시인도 68년 서울신문을 통해 등단했다. 이처럼 소설과 시 부문에서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해 낸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희곡과 평론 부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주평(58년),김자림(59년),노경식(65년),김용락(71년)씨 등 한국연극계의 기둥역할을 했던 희곡작가들이 모두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지금은 TV드라마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정하연씨도 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중견소설가였던 김청조씨는 84년 서울신문을 통해 희곡작가로 새롭게 데뷔하기도 했다. ○한승원씨 아들·딸 당선 이밖에 문화비평가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김문환 서울대교수(69년)와 연극평론가 김방옥씨(71년),중진 음악평론가이자 무용평론가인 이순열씨(68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거쳤다.영화평론가 변인식(68년),홍파(71년),동화작가 조대현(66년),문학평론가 김재홍씨(69년)등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 최근 10년간 서울신문은 권성우,한기,하응백 등 촉망받는 젊은 비평가들을 쏟아내며 문학평론분야에서 새롭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또 94년,95년도 신춘문예에선 소설가 한승원씨의 딸 한강씨와 아들 한동림씨가 단편소설 부문에 잇달아 당선돼 문단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스웨덴/시험대 오른 새내각의 복지정책

    ◎빌트총리,“일안하는 풍조 추방” 선언/주택구입 보조금 삭감등 혜택 축소/법정휴가일수 줄이자 국민원성 날로 고조 요즘 스웨덴국민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지난해 9월 사민당을 물리치고 집권한 칼 빌트총리의 중도우파 연정에 대한 불만이 비등하고 있는 때문이다.빌트총리 정부는 변화를 바란 스웨덴국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그러나 「요람에서무덤까지」란말로상징 돼온 스웨덴의 복지제도에 과감히 메스를댄 빌트총리의 새정책이 국민들의 강한 원성을 사고있는것이다. 국민들의 변화욕구에 부응하려는 빌트총리의 첫 조치는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를 축소·재정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나친 사회복지제도가 오히려 스웨덴의 복지를 망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이다.완벽한 사회복지제도를 추구하다 보니 『일을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스웨덴국민들의 마음속에 낳게 됐다.이같은 생각을 뿌리뽑지 못하는한 스웨덴경제를 해치는 고질병을 고칠수 없다는게 빌트총리의 판단이다. 이에따라 빌트총리는 우선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조치로 높은 세금및 출산휴가·병가등 각종 법정휴가에 손을 댔다.일 안하고 노는 풍조를 없애자는 것이다.또 방만하게 운영돼온 공공분야와 국영기업체의 지출을 삭감,조세를 대폭 감면하는 한편 유휴인력을 개인기업에서 흡수토록 했다.이로인해 새 연정 집권 6개월만에 실업률이 3·1%에서 전후 최고수준인 4%로 뛰어올랐다.국영기업의 일자리가 더욱 주는 내년엔 실업률이 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사업소득세는 크게 줄어들었다.또 종래 식료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에 부과되던 25%의 매출세액도 지난 1월부터 18%로 낮추었다.이와함께 까다로운 각종 규제조치도 완화되고 있다.택시와 항공산업의 독점권이 철폐됐으며 스웨덴 은행과 기업에 대한 외국인 소유도 승인했다.전화회사와 광산·삼림과 같은 일부 국영기업들은 개인투자가들에게 매각,민영화할 방침이다.만성적 나태주의를 만연시킨 의료보험제도를 개정하는 한편 주택구입보조금도 대폭 삭감했다. 스웨덴국민들 스스로 변화를 요구한 만큼 이런 정도까지는 참아낼만 하다.그러나 이제까지 그들이 누려온 각종 혜택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자 스웨덴국민들의 인내심이 시험받게 됐다.그중에서도 각종 법정휴가에 대한 대폭규제는 국민들로부터 큰 원성을 사고 있다.스웨덴은 유럽에서도 결근율이 가장 높은데 병가 첫날의 봉급지급률을 1백%에서 80%로 낮추자 병가신청률이 현저하게 낮아졌다.이에 힘입은 빌트정부는 병가의 첫 이틀간에 대해 완전무급휴가로 처리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이같은 조치가 꾀병환자를 어느정도 줄이는데는 분명 도움이 될지 모른다.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급료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진짜 환자」까지 출근해야 할판이라고 울상을 짓고 있다. 급진적인 복지삭감정책으로 최상의 연금제도,무상교육,효율적인 사회서비스등을 한꺼번에 포기해야 할 형편에 놓인 국민들의 불만은 대단하다.그러나 현재로선 빌트총리의 정책추진의 옳고 그름을 섣불리 판단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스웨덴의 복지정책은 지금 새로운 시험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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