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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아내의 지나친 감시로 숨 막혀요

    Q아내의 감시와 집착 때문에 숨이 막힙니다. 무슨 얘길 하든 믿어주지 않고 일일이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며 직장 회식자리도 허락을 받고 가야 할 정도입니다. 휴대전화 통화내역, 문자 메시지, 카드 사용 내역 조회도 모자라 최근에는 위치 추적까지 해 놓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비참하고 불안하여 이 상태로는 더 이상 결혼생활도 사회생활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형석 (가명·43세) A아내의 지나친 간섭으로 기본적인 사생활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사회생활이 통제당하고 위축된다면 극도의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리 배우자의 관심과 애정 확인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할지라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경우입니다. 최근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수단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부부간에도 사생활 침해로 인한 문제와 논란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정보교류를 벗어나 많은 배우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경우 문제는 심각해 질 수밖에 없지요. 부부는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관계인데 매순간 감시하고 탐정처럼 뒷조사하지 않고서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면 양쪽 모두에게 고통입니다. 우선 아내가 왜 이렇게 남편을 의심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깊이 있게 살펴보세요. 부부 사이의 신뢰에 상처를 받았던 결정적인 사건이나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남편을 믿지 못하는 경우라면 투명하게 공개하여 아내가 안심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악순환을 멈추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은 지금까지 아내에게 보여줬던 대응 태도나 행동과는 반대로 하는 것입니다. 아내의 행동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맞닥뜨릴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가라는 말이지요. 예를 들면 아내가 전화하기 전 먼저 자주 걸어주고, 휴대전화도 감추지 말고, 행적에 대해 확인하기 전에 미리 이야기해 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더 꼬투리 잡히고 구속당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다르게 나타납니다. 숨으려 하지 않는데 굳이 찾을 이유 없고, 도망가지 않는 사람 붙잡을 이유 없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함께 상처를 회복하고, 불안감,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결혼하게 되면 자기 개인 생활을 송두리째 반납하고 남편의 생활에 편입하는 경향이 있지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은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나 다른 여성과의 친밀함을 느끼는 순간부터 거부당한 느낌, 배신감, 허전함으로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는 확인하지 않고서는 궁금하고 불안해서 남편을 감시하고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매달리게 됩니다. 특히 회사 일을 구실삼아 밤늦게 귀가하고, 휴일에 자주 혼자 외출하거나 전화기 붙들고 베란다 나가서 받는 경우, 휴대전화에 잠금장치를 해놓고 아내가 손댈까봐 힐끔거리거나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대화를 기피하는 남편이라면 의심을 받게 되며 아내의 증세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지요. 부부는 서로에게 간섭이 아니라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생활의 보장 범위는 부부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호 합의에 의해서 조정되어야지요.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뒷조사를 계속하면 단호하게 입장을 표현하고, 당사자 스스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전문가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으세요. 행복한 결혼생활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부부 상호간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기고] 한·미 FTA와 고용조정/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양국이 조인할 조문작업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협상 내용을 꼼꼼히 따져 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 기업과 근로자 대책을 세우는 일은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평균적으로 1%의 성장률 증가가 있을 때 대략 7만 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특성을 안고 있다. 미국과의 FTA는 성장촉진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에 따라 상응하는 일자리 창출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피해보다는 이익을 누리거나 적어도 더 많은 기회를 누릴 것이다. 반면 농업 기계공업 화학공업 방송 문화 오락산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 일부는 소득저하나 고용조정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고용정책 프로그램이 뒷받침될 때만이 한·미 FTA가 모든 이에게 경사가 될 것이다. 고용조정 규모는 면밀한 평가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5만명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54%정도는 6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나머지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55세 이상 연령층이 전체 취업자의 68.8%를 차지하는 농업부문이나, 일부 자영업자들은 고용조정보다는 소득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동부는 고용보험제도를 활용한 지원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기업 근로자의 전직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전직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고, 실업자 훈련과정을 수시로 개설해 훈련기회가 충분히 제공되도록 하고, 훈련생 선발시 우선적으로 선발될 수 있게 하고, 훈련연장급여(실업이 장기화된 실직자들에게는 직업훈련을 받게 함과 동시에 실업급여도 연장 지급하는 프로그램)를 지급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FTA신속지원팀을 구성하여 피해 기업과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특화된 상담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준비된 프로그램 외에도 피해기업 근로자를 재고용할 때 고용촉진장려금을 좀더 관대하게 지급한다든가, 수입증가로 급격한 고용조정 필요성에 당면한 기업들에는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한다든가 하는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일시적으로 고용 불안을 겪더라도 이를 직업능력 향상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가 고용조정되는 근로자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기회도 만들기 때문이다. 노동부도 더 많은 근로자에게 고용안정대책이 미칠 수 있도록 고용안전망을 세련시키고, 고용지원서비스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 감소한 자영업자는 정책프로그램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무역조정제도의 변경을 통해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기회에 사업소득이나 매출을 성실하게 신고해 온 자영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신고된 매출이나 소득변화를 통해 피해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비록 FTA로 인한 피해와 다른 이유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현재 진행중인 자영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길섶에서] 혀를 닦으세요/송한수 출판부 차장

    혓바닥이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외친다.“난 멈출 수 없어요.”“내가 만족할 때까지….”“만족해야만 해요.” 끔찍하게 여겨지지만 TV에 실제로 방영된 상업광고의 한 대목이다. 물론 외국 방송이긴 하다.‘혓바닥의 외출’이라는 제목이 붙었던가. 그처럼 만족할 대상을 찾아 헤매던 혓바닥은 얼음상자에 담긴 맥주병에 이르러 마침내 멈춘다.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키려고 짜낸 엽기CF이겠지만 이 CF가 사람들을 얼마나 끌어들일지에는 의문이 간다. 그보다는 CF를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겹친다. 혀란 얼마나 위험하며, 또 얼마나 더러워질 수 있는가를 곱씹게 되는 것이다. 엊그제 들은 치과의사의 강의에서도 그는 “양치질 때마다 혀를 닦으십시오.”라고 강조했다. 가장 지저분한 게 혓바닥이란 얘기와 함께. 실생활에서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데면데면 지나치는 것들이 적지 않다.‘세치 혀끝을 조심하라.’거나 ‘세치 혀가 백만 군사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혀는 소중하다. 소중한 만큼 잘 닦아야 한다.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성동구 상가건물 신축때 간판설치대 의무화

    서울 성동구는 23일 5월부터 모든 상가건물의 신축시 광고물 설치 사전심의를 통해 건물벽면에 간판설치대의 설치를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간판의 법정 수량을 초과해 광고물로 벽면과 유리창 전체를 뒤덮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구에 따르면 기존 21층 이상 10만㎡ 이상 대형상업용 건축물 신축 시에만 옥외광고물에 대해 사전 협의토록 하던 것을 모든 상가건축물 신축 허가 때 의무적으로 옥외광고물 설치대를 두도록 해 간판으로 인한 도시미관의 훼손을 막을 수 있게 했다. 현행 규정은 옥외광고물은 절대적인 크기만을 규정하고 있어 건물의 규모와 어울리지 않은 옥외광고물이 지나치게 증가한 원인이 됐었다. 게다가 소형건물과 대형건물에 같은 기준이 적용돼 지역 특성상 소형건물이 많은 성동구의 도시공간 구조에서는 옥외광고물이 과대하게 건물외벽을 차지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성동구 관계자는 “건물의 미관향상은 물론 옥외광고물 설치를 좀 더 쉽고 합법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어서 모든 건물에 간판설치대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창의성’ 죽이는 6가지 상사 유형

    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힘이 되는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상사들은 어떤 유형일까. LG경제연구원은 22일 ‘이런 상사가 창의성을 죽인다’라는 보고서에서 “5년 만에 1억대가 넘게 팔린 애플의 아이팟이나,13년 만에 1억대 이상 팔린 소니의 워크맨 등 세계적인 히트상품에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창조적인 발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창의성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힘”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6가지 상사 유형을 제시했다. ●유아독존형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독선적인 성향이 강해 부하들의 입을 닫게 한다. ●눈뜬 장님형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아이디어의 잠재가치를 제대로 활용, 성과물로 연결하는 능력이 없어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다. ●일 중독형 부하의 감정이나 기분 등 내적인 심리상태를 배려하지 못하고 오직 일밖에 몰라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죽인다. 이들은 지나치게 일 중심적으로 움직여 구성원들을 지치게 하고 피로를 가중시켜 조직 구성원의 탈진 상태를 불러온다. ●완벽주의형 작은 실수나 실패도 용서하지 않아 부하들의 생각과 행동을 실패 위험이 적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창의적인 발상과 행동을 위축시킨다. ●복사기형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먼저 개척해 나가는 선도자적 실험정신이 부족하다. 내부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신이 없어 실행을 주저하다가 나중에 다른 기업들이 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따라한다. ●하루살이형 단기 성과 지향적인 업무 수행패턴을 갖고 있다. 사업모델이나 전략, 미래준비 등 큰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틀 속에서 당장의 이익과 비용 관리 등 단기 성과 개선에 치중한다. 지시나 통제를 세부적으로 하며 보고 등 잡무를 늘려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경영진 급여에 ‘주주 입김’ 세진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기업체의 경영진 보수가 지나치게 높아져 경영진과 일반 근로자 간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 하원이 20일(현지시간) 이른바 ‘세이 온 패이’(Say on pay’ 법안을 승인했다.‘경영진 급여에 대한 주주 발언권’을 규정한 이 법안은 주주들에게 고위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표결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미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인 바니 프랭크(민주·매사추세츠주) 의원이 발의, 찬성 269, 반대 134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법안은 매년 경영진 보수에 대해 주주이 ‘상징적인’ 표결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기업들로서는 주주들의 표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무방하도록 하고 있어 실질적인 구속력은 없다. 기업 이사회가 경영진의 보수 지급안을 결정하기 전 금액의 타당성 등을 심사숙고토록 하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그러나 법안의 존재 자체로 최근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가는 경영진의 보수 책정이 어느 정도 제동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미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버락 오바마(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은 ‘주주들에게 과도한 경영진 보수에 맞서 토론하고 투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비슷한 법안을 상원에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주요 기업 단체들과 의회의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법안이 정부의 기업 간섭을 초래, 소송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과도한 경영진 보수를 비판하면서도 법안 자체는 반대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법안 가결이 투자자 권리 옹호 운동가들에게는 승리를, 주요 기업 단체들이나 부시 행정부에는 좌절을 안겨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2003년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보수는 일반 근로자 평균 임금의 500배로 2001년의 140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dawn@seoul.co.kr
  • “승희야, 널 미워하지 않아…”

    |블랙스버그 이도운특파원·서울 안동환기자|“승희, 네가 그토록 필요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돼 슬프구나. 네게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해.”(바버라).“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잡은 분노가 이제 용서로 바뀌기를….”(데이비드). 20일(이하 현지시간)은 33명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참사 사망자를 기리는 ‘애도의 날’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정오를 기해 조종이 울려 퍼졌고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비극의 현장인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에서는 33차례에 걸쳐 종소리가 울렸다. 그때마다 사망자를 상징하는 풍선이 하나씩 하늘로 올려 보내졌다. 찰스 스티거 총장 등 학교 관계자는 공식 희생자는 범인 조승희씨를 포함해 33명이라고 강조했다. 탄식과 흐느낌. 가슴을 에는 고통과 슬픔. 지워지지 않는 참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블랙스버그 버지니아 공대에는 치유의 희망과 용서의 싹이 트고 있었다. 교내 광장인 드릴 필드에 안치된 32명의 피해자들과 조승희씨 추모석. 그의 자리에도 학교를 상징하는 ‘VT’ 카드와 ‘2007년 4월16일 조승희’라는 기록이 놓여 있다. 높이 20㎝의 화강암으로 된 추모석 위에는 평화와 안식을 기원하는 편지들이 놓여 있다. 장미와 카네이션, 성조기가 보였다. 오른쪽 옆에는 바버라가 쓴 ‘조승희의 가족에게 사랑을 담아.’라고 쓰인 종이가 있다. 로라는 “승희야, 난 널 미워하지 않아. 네가 어떤 도움과 안식도 찾지 못한 게 가슴이 미어진다. 평화와 사랑을 찾기 바랄게.”라고 썼다. 조씨의 총격으로 다친 가레트도 언론을 통해 “조승희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전에 조씨를 만났더라면….”이라며 진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추모석 앞에서 흐느끼는 한인들도 있었다. 23년이라는 짧은 삶을 외로움과 분노, 광기 어린 증오로 마감한 조씨는 이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조씨는 죽어서야 그의 아픔을 이해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홀로코스트’ 생존 교수 장례식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려다 숨진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의 장례식도 20일 이스라엘 중부 란나나에서 치러졌다. 장례식장에는 가족, 동료와 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정부 대표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아들 아리에는 “통계와 함수 강의는 끝나고 당신은 영웅적인 희생을 가르치는 새로운 강의를 시작했다.”고 애도했다. 리브레스쿠 교수는 2차대전 중 나치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총기 참극 당일이 홀로코스트 기념일이었다. 대학 인근 장로교회에서도 기계공학과 캐빈 그라나타 교수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희생자 시신이 가족에게 인도된 뒤 블랙스버그에서 치러진 첫 장례식이다. 그라나타 교수의 장례식장에도 동료 교수·학생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희생자 시신이 본격적으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조씨 시신의 인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 신문 “한국 사과 그만 하라” 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는 ‘한국인에게’로 시작하는 ‘한국에 보내는 편지, 여러분의 사과에 담긴 교훈’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제 사과는 그만하라. 이것(총기 참사)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고 당부했다. 이 신문은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촛불 추모식,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충격 표시 등은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지만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이민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조씨가 미국에서 자랐으므로 ‘우리가 그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해 여러분에게 사과해야 할지 모른다.’면서 ‘우리는 (한국인) 여러분의 사과를 신의 은총과 인간애에 대한 교훈으로 받아들이며 여러분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다. 감사한다.’고 지적했다.●권총 탄창 이베이에서 구입 경찰 수사는 조씨와 처음 살해된 여학생 에밀리 힐스처(18)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되고 있다. 힐스처의 랩톱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분석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경찰은 조씨와 힐스처간 평소 이메일 등의 교신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버지니아 공대의 컴퓨터 서버도 조사할 계획이다. 통상 살인사건에서 희생된 사람의 80∼85%가 범인에게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씨가 범행에 사용한 권총 탄창은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베이는 조씨가 지난 3월22일 ‘Blazers5505’라는 회원명으로 22구경 발터 P22 권총의 탄창을 아이다호 주에 있는 한 총포상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10발이 장전되는 탄창 2개를 구입했다. 그는 또 이베이에서 폭력적인 주제의 책 몇 권과 버지니아 공대 미식축구 티켓, 그래픽 계산기 등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dawn@seoul.co.kr
  • [토요영화]

    ●킬빌(SBS 밤 12시5분) 2004년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올드보이’(2003년작)에 심사위원대상을 준 인연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쿠엔틴 타란티노(44) 감독의 2003년작. 사무라이 영화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잔혹한 폭력 장면들이 배치돼 시각적인 충격을 안겨준다. 영화 ‘펄프픽션’(1994년작)에 출연한 우마 서먼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네이버 네티즌 평점 8.10(10점 만점) 결혼식장에서 신랑과 하객이 모두 살해된다. 신부(우마 서먼)는 뱃속의 아이가 유산되고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의식불명상태에 빠진다. 그는 바로 암살집단 ‘데들리 바이퍼스’의 요원 ‘블랙 맘바’로 조직의 보스였던 빌(데이비드 캐러딘)의 전 애인. 결혼하기로 하자 조직이 그를 없애기 위해 학살을 일으킨 것이다. 4년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은 그는 자신의 조직과 빌에 대해 복수를 결심한다. 그 첫 목표는 ‘독사’라 불리는 오렌 이시(루시 루).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다. 미국 개봉 당시 “신선하고 긴박한 이야기 전개와 편집을 선보였다.”며 호평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B급영화감독을 자처하는 감독답게 킬빌에는 각종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5인 암살단 ‘데들리 바이퍼스’는 홍콩 무협영화 ‘오독’(1978년작·장철 감독)에 등장하는 5인의 무사에서 따 온 것이다. 킬빌2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애꾸눈’(대릴 한나)은 ‘애꾸라 불린 여자’라는 무명 영화에서 빌려 왔다. 영화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타란티노가 즐겨본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년작)를 제작한 프로덕션 I.G에서 맡았다. 결투 장면이 흑백으로 바뀌는 것과 오프닝에 쇼브라더스 영화사의 로고가 등장하는 것도 70년대 홍콩 쿵후영화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두 편으로 나뉘어 있는 시리즈를 모두 보면 좋을 듯하다.‘킬빌2’도 28일 같은 채널, 같은 시간에 방영된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공정위, 불공정 약관 사례 공개

    “회원은 3년 이내에는 임의 탈퇴할 수 없으며,‘센터가 인정하는’ 정당 사유일 경우에만 예외로 한다.”(강변스포츠월드 약관) “임대료 2개월 체납시 강제 퇴점 조치해도 형사상의 어떠한 이의도 제기치 않는다.”(부천귀금속도매백화점 약관) “사건 선임 후 지불한 착수금은 어떤 사유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모 법률 사무소 약관) 모두 소비자나 임차인 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불공정 약관 판결 사례를 홈페이지(www.consumer.go.kr)등에 공개했다.1·4분기에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29건으로 부동산 매매·임대와 관련된 불공정약관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률사무소와 장례서비스 등 서비스업이 7건, 헬스클럽 등 회원제 시설 4건, 가맹점 계약 3건, 금융 2건 등의 순이었다. 공정위는 분기별로 불공정약관 사례를 공개하고 이메일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불공정약관에 따르면 헤렌휘트니스클럽은 회원이 질병 등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체육활동을 할 수 없어 이용기간 연기를 요청해도 이용 연기를 제한했다. 증빙서류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이를 허용하는 불공정 약관 조항을 달아 공정위에 적발됐다. 또한 골프·헬스시설을 운영하는 자마이카휘트니스클럽 봉천점은 회원의 이용계약 가운데 ‘중도해지시 반환금에서 부가세 10%를 추가로 공제’하는 약관 조항을 담고 있어 공정위에 적발됐다.SK텔레콤의 씨즐서비스도 회원 탈퇴시 연회비 환불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불합리한 약관이 적발됐다. 부천귀금속도매백화점은 상가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월 임대료를 2개월간 체납하면 강제 퇴점조치를 해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등 임차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약관 조항에 대해 시정권고를 받았다. 한 법률사무소는 ‘착수금은 위임해제 등 기타 어떤 사유가 발생해도 그 반환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을 달아 시정 권고를 받았다. 공정위는 소비자나 임차인 등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불공정약관에 대한 정보를 알림으로써 ‘소비자 권리찾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불공정약관 사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인터넷 시대 정치권력의 변동/브루스 빔버 지음

    지난 2002년 12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는 인터넷의 파급력을 각인시켜준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당시 지지율이 바닥을 쳤던 노무현 후보는 젊은층의 인터넷 선거운동에 힘입어 극적으로 역전승을 이뤄냈다. 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무한확장해 나가고, 인터넷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다. 인터넷 자체가 권력이 된 셈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은 그 어떤 권력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정보의 유통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는 생성, 배포, 응용되는 방식에 따라 민주주의 작동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는 인터넷의 파급력을 각인시켜준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당시 지지율이 바닥을 쳤던 노무현 후보는 젊은층의 인터넷 선거운동에 힘입어 극적으로 역전승을 이뤄냈다. 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무한확장해 나가고, 인터넷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다. 인터넷 자체가 권력이 된 셈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은 그 어떤 권력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정보의 유통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는 생성, 배포, 응용되는 방식에 따라 민주주의 작동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터넷 시대 정치권력의 변동’(브루스 빔버 지음, 이원태 옮김, 삼인 펴냄)은 미국 정치를 배경으로 정보혁명과 정치제도, 민주주의 발전의 관계를 파악한 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정보기술과 사회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으로 2004년 미국정치학회로부터 ‘올해의 돈 K. 프라이스 상’을 받았다. ●인터넷 혁명은 네번째 정보혁명 저자에 따르면 인터넷 혁명은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네번째 정보혁명이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정보와 정치변동’에서 저자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가 분배되는 방식과 비용이 달라지고, 정보주체의 폭도 변한다고 주장한다. 정보기술이 변하면 의사소통 방식이 바뀌고, 이는 결국 민주주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장 ‘미국의 정치 발전과 정보혁명’에서는 미국 건국 때부터 1980년대의 대중매체 시대까지 정치정보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있다.19세기 후반 신문의 발흥을 1차 정보혁명으로 규정한다. 전화, 팩스, 우편의 이용으로 정보의 양과 비용이 극적으로 증대한 20세기초에 미국은 2차 정보혁명을 경험한다. 그리고 대중매체의 등장 이후 80년대까지는 3차 정보혁명. 이때 처음으로 동질적인 정보를 소비하는 대규모 수용자 대중이 등장했다. 3∼5장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 정보혁명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 등으로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집단행동 조직화에 필요한 비용이 대폭 낮아지고 조직간 경계가 약해지면서 유연하고 탄력적인 네트워크 형태의 조직구조가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5월 ‘100만 어머니들의 행진’이다. 정부에 총기규제를 촉구하기 위한 일회성 행사에 무려 10만명이 모여 대규모 거리 시위가 이뤄졌다. 조직이나 자금 등 전통적인 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인터넷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기술변동이 정치적 다원주의 촉진 저자는 기술변동이 정보 풍부화를 가져오고, 풍부한 정보환경이 정치의 탈관료화에 기여하며, 더 나아가 정치적 다원주의화를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보혁명은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높일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새로운 정보 환경이 정치적 관여수준을 본질적으로 변하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은 이미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참여를 강화할 뿐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정보혁명이 항상 높은 수준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로 나아가지는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성장한 독일의 비정부기구들과 수하르토 정권에 반대하는 인도네시아 학생과 시민들의 온라인 연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탈레반, 알카에다, 신나치주의 등 미국 외 사례도 다각도로 따져보고 있다.2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조문사절단·특사 파견 않기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으로 한국 교포학생이 지목된 것과 관련,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조문이나 조문사절단·특사 파견 등은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 차원에서의 ‘낮은 톤(low-key)’ 대응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9일 “일각에서 정부 차원의 조문사절단이나 대통령 특사 파견 등이 거론되는데 정부에서 이를 검토하거나 미측에 제안한 적이 없으며, 그럴 필요성도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불행한 사건에 대해 관련국으로서 애도를 표하는 선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정부와 언론 등은 범인이 한국계라는 점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오히려 한국계임을 강조하면서 원죄 의식과 책임감을 내세운다면 양국 관계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그동안 미국에서 발생했던 참사에도 정부간 조문사절단을 보내거나 사과한 선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간이나 교민사회에서의 조문활동이나 사과성명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정부가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버지니아주 관계자들을 비롯, 미측은 한국계를 강조하기보다 미국사회의 참극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책임론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며 “특히 이번 사건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 우리나라의 이익에 입각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 우려하는 것도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태식 주미대사의 ‘자성의 32일 금식’ 제안도 이런 기조를 거스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국계 범인이라는 책임론보다 교민사회의 충격을 줄이고, 그들의 안전대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정부 관계자는 “교민사회가 이번 사건에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하루 빨리 평정을 되찾고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주미공관을 통해 교민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로버트 김 “美 일부여론 한국인 부각 우려”

    로버트 김 “美 일부여론 한국인 부각 우려”

    “제가 붙잡혔을 때처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여론이 있습니다. 교민 사회가 받을 눈총이 걱정됩니다.”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빼내 한국에 넘겨준 혐의로 8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던 로버트 김(66·한국명 김채곤)이 19일 본지에 이메일을 보내와 “이번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가해자가 한인 이민자 학생으로 발표되고 난 뒤 매우 충격을 받았다. 교민사회가 당분간 눈총을 받을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검거됐을 당시 ‘한국인 스파이’라는 점이 부각돼 가족은 물론 교민 사회 전체가 비난받았던 아픈 기억이 재연될까봐 크게 걱정했다. 로버트 김은 “10여년 전 내 ‘사고’가 일어났을 때 내 얼굴 사진이 태극기를 바탕으로 해서 며칠 동안 방송됐다고 들었는데, 지금 조승희씨 사건에서도 똑같은 방식의 보도가 일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가 한국사람이라는 것이 만방에 강조되고 있다.”고 미국 내 반한 감정을 우려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김은 “이 사건은 미증유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무리 개인적인 사건이라고 해도 조승희씨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 국민이기 때문에 단순하지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이번 사건을 미국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고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면서 “피해자 가족과 미국 시민들에게 충분한 유감을 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디 현명하게 조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로버트 김은 9년 1개월 동안의 수감 및 보호관찰 기간을 끝마치고 지난 2005년 10월 자유의 몸이 돼 워싱턴 근교에 살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음주운전 정상참작 기준 강화

    #1. 대전시에서 굴착기 기사를 하는 정모씨는 지난해 10월26일 혈중 알코올농도 0.124%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정씨는 “운전면허가 없으면 생계를 꾸려갈 수가 없다.”면서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에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청구를 냈지만 올 초 기각됐다.#2. 노점에서 옷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김모씨도 지난 1월25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생계 유지와 자녀 양육을 위해 운전면허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으나 행정심판위는 “개인적인 사정만으로 처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김씨를 돌려보냈다. 음주운전에 대한 행정처분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생계형 음주운전에도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음주운전사건 정상참작 기준을 재검토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행정심판위는 정부가 내린 행정처분이 부당한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운전면허와 관련된 행정처분은 법원으로 가기 전에 반드시 행정심판위원회를 거치게 돼 있다. 행정심판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음주운전과 관련된 운전면허건은 총 3774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정상이 참작된 경우는 84건으로 2.2%밖에 안 된다. 행정심판위는 그동안 직업 관련성을 기준으로 음주운전 사건을 다뤄왔다. 즉 개인택시, 화물차 기사, 노점상 등 운전면허가 없으면 생계가 곤란한 경우는 정상을 참작해 운전면허를 복구해 주었던 것. 그러나 최근 직업 관련성보다 장기간 무사고 경력 또는 안전운전 경력을 우대하는 쪽으로 정상참작 기준을 강화했다. 행정심판위 관계자는 “직업 관련성이라는 기준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온정적이라는 비판이 생길 수 있다.”면서 “내부 기준을 밝힐 수는 없으나 혈중 알코올농도나 교통사고 경력 등 기준을 전보다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운전면허가 없으면 그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정상참작을 인정할 방침이다. 행정심판위는 “최근 들어 음주운전에 대한 공익성을 강화하는 대법원 판례의 추세와도 부합한다.”고 밝혔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생각나눔 NEWS] ‘단지 상관이란 이유만으로’

    “퇴근한 부하직원들 몸단속까지 시켜야…” 최근 경찰의 비리와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부하 직원의 범죄로 직속상관들이 줄줄이 중징계를 받자 경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볼멘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퇴근 후 저지른 사건까지 책임지다니전문가들도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징계로 당장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만 피하고 보자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지난 15일 0시15분쯤 서울 수서경찰서 생활안전계 소속 김모(40) 경사가 내연녀의 딸을 성추행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경찰청은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경사를 파면했고, 직속상관인 생활안전계장(중징계), 생활안전과장(징계), 서장(서면경고)을 줄줄이 문책했다. 당시 김 경사는 업무가 끝난 뒤였지만 “감독자까지 엄중 문책해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 같은 징계를 내렸다. 앞서 지난달 말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의경이 경찰 차량을 몰고 무단 이탈해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낸 것과 관련해서도 방범순찰대장(직위해제)은 물론 서장(서면경고)을 징계했다. 형사들이 무고한 시민을 절도 피의자로 오인해 폭행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형사과장(인사조치)과 서장(서면경고)까지 징계가 이어졌고, 수배 여성과 술을 마시고 성폭행한 대구 달서경찰서 형사 사건은 서장과 수사과장, 소속 팀장이 직위해제되고 대구지방경찰청장까지 경고를 받았다. 서울의 한 간부급 경찰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파렴치범들이지만 퇴근한 뒤 저지른 범죄까지 단지 상관이라는 이유로 함께 처벌하는 것은 ‘징계를 위한 징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다른 경찰은 “경찰이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지나치게 지휘 책임이 넓고 크다는 점 때문에 내부에서 ‘우리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일탈 방지 인사배치 상담시스템 갖춰야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평소 직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들의 인사 배치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상관에게 책임을 지우는 건 한국과 일본 경찰에만 있는 ‘가부장적인 징계시스템’”이라면서 “이 시스템에선 상하관계가 경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휘 책임이 확실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관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일탈행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인사배치 상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도 “직속상관 징계가 단발적인 경고 효과는 있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고치려는 것보다는 당장 홍보효과에만 기대는 것 같다.”면서 “평소 직원들과의 지속적인 카운슬링을 통해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경제적인 문제, 가족문제 등 범죄와 연결될 개연성이 있는 부분을 파악해 예방하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美 교포학생 총기난사 파문] 76세 교수 강의실 문 가로막다 참변

    희생자 32명에는 한국계 혼혈 여학생 1명을 비롯해 캐나다, 독일, 이스라엘,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 푸에르토리코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그러나 성이 한국계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몇 명 있어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리스홀 211호실에서 독일어 강의를 듣다 총격을 받고 사망한 메리 카렌 리드(사진 오른쪽·19)는 한국인 김선연씨와 주한 미군 공군 출신 미국인 피터 리드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 여학생으로 확인됐다. 어머니와 뉴저지주 팰리 세이드 파크에 사는 리드는 올해 애넌데일 고교를 졸업한 신입생으로 아직 전공은 정하지 않은 상태다. 당초 현지 언론에는 메리 카렌 리드와 래리 킴 등 한국계 여학생 2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뉴욕한인회측은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공학 및 수학담당 강사인 76세의 이스라엘인 리뷰 리브레스쿠(왼쪽)는 강의실에 있는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강의실 문을 가로막은 채 “창문 밖으로 도망가라.”고 소리치다가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현장에서 살아남은 뒤 루마니아에서 탈출했다. 사고 전날이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기념일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리브레스쿠의 의로운 죽음은 그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학생들이 이메일로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리브레스쿠 외에도 교수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 조지아주 태생의 35세 독일어 교수 크리스토퍼 비숍과 기계공학과 교수 케빈 크라나타, 인도 출신의 51세 건축 및 환경공학 교수인 G V 노가나산 등이다. 범행 동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이 대학교의 여학생 에밀리 제인 힐스처(18)와 기숙사 도우미인 4학년 리안 클라크는 각각 기숙사 방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충훈비가 단체장 공적비?

    충훈비가 단체장 공적비?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 수천만원의 보조금으로 만든 ‘6·25 참전 유공자 충훈비’가 참전 유공자들의 공적보다는 현직 자치단체장의 공적을 지나치게 부각해 유공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8일 경북 군위군 등에 따르면 군위읍 오곡리 872의1 일대 ‘6·25 참전 유공자 충훈비’ 현지에서 오는 24일 주민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훈비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충훈비는 6·25 참전유공자회군위군지회가 2004년 11월 6000만원(도·군비 각 3000만원 보조)을 들여 제작한 것이다. 제막식이 늦어진 것은 주변 조경이 늦어진 때문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충훈비가 전쟁 참전자들의 유공보다는 단체장의 건립 공적을 기리기 위해 제작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비신(碑身)의 전면에는 ‘나라를 지킨 유공자비’가, 후면 전면에는 비문과 단체장의 이름이 비교적 큰 글씨(사진 위쪽)로 새겨졌다. 또 좌측면은 지역 유지들인 당시 경찰서장, 교육장, 농협장, 관변단체장 등 비 건립추진위원 26명의 명단이 차지했다. 정작 비의 주인공들인 전사자 및 상이용사 등 군위지역 8개 읍·면 참전 유공자 1525명의 명단은 비신을 떠받치고 있는 좌대(座臺)에 작은 글씨(사진 아래쪽)로 올라 있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군위군지회가 2001년 이 비석에서 5m 떨어진 지점에 세운 ‘무공 수훈자 전공비’의 수훈자 명단이 비신에, 단체장과 건립위원들의 명단이 좌대에 새겨진 것과도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 참전 유공자와 유족들은 “목숨을 걸고 전쟁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유공자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충훈비가 군수 공적비로 전락했다.”면서 “보조금을 지원한 군의 직·간접적 간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참전유공자회 홍영삼(74) 군위군지회장은 “비 제작 당시 추진위원들과 협의해 명단을 배치했다.”면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홍 회장은 이 지역 단체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보조금은 지원했지만 충훈비가 어떻게 제작·건립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청소년들이 禮의 정신 내면화했으면”

    “젊었을 때 지닌 화두 하나가 일생을 좌우합니다. 청소년들이 유교의 덕목, 그중에서도 특히 예(禮)의 정신을 내면화했으면 합니다.” 2500년 유교 역사를 풀어낸 장편소설 ‘유림’의 작가 최인호(62)가 10대 젊은 독자들을 위해 ‘최인호의 청소년 유림’(전6권·열림원)을 펴냈다. ‘유림’의 청소년판이라 할 이 소설은 최석훈·김영우·표시정·김진섭 등 네 명의 젊은 작가가 이야기를 꾸미고 최인호가 머리말을 붙이는 식으로 구성됐다. 저본(底本)은 물론 ‘유림’이다. 책 출간에 맞춰 17일 기자들과 만난 최인호는 “인물평전식이 아니라 재미있는 소설로 꾸며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며 “그런 맥락에서 퇴계 이황과 기생 두향의 사랑 이야기도 그대로 살렸다.”고 말했다. ‘…청소년 유림’에는 청소년들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작가 최인호의 간절한 염원이 담겼다. 작가는 무엇보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난사람보다 된사람이 되기를 기원한다. 조광조처럼 용기를 가지고 세상을 바꿔 나가는 ‘젊은 사자’가 되기를 바라고, 맹자처럼 호연지기를 지닌 대장부가 되기를 소망한다. “화초의 잎에만 물을 주면 화초는 더욱 목말라합니다. 뿌리까지 흠뻑 젖도록 줘야지요.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정신의 뿌리까지 물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인호가 말하는 물이란 바로 사랑이다.“과보호와 과사랑은 다릅니다. 과보호는 이기적인 것이지만, 과사랑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사랑은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좋은 것이지요.” 작가는 이 소설이 청소년들에게 철학적 사유의 씨앗을 뿌려주는 ‘수양(修養)독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외투기업 “복잡한 세법이 투자 걸림돌”

    외국인투자기업들은 복잡한 세법 절차 등 우리나라의 조세감면제도를 투자의 큰 걸림돌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기호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세무학연구’ 24권 1호에 실린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지원세제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의 설문조사는 국내 52개 외투기업 재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25개 기업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조세감면 혜택을 받고 있었고 나머지 27개는 비감면기업이었다. 측정은 ‘정말 아니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 5점 척도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10개 항목 가운데 ‘외국인투자에 대한 조세부담이 낮아진다면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항목만 평균 3.26점이었을 뿐 나머지 9개 문항의 응답은 중간값인 3점에 못 미쳤다. 구체적으로 보면 세제운용 만족도 부분 가운데 ‘외국인투자를 위한 세법상 제반 절차는 간편하며 이용하기 편리하다.’가 2.18점으로 전체 항목 중 응답 점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또 ‘세법규정들은 명백하고 이해하기 쉽다.’,‘한국의 외국인투자 관련 세제 운용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항목에서도 각각 2.45점,2.51점의 저조한 점수를 얻어 우리나라 세제에 대한 외투기업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투자 가능한 다른 국가와 비교한 우리나라의 조세부담 정도에 대해 ‘조세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편이다.’ 2.32점,‘인건비 및 외부전문가 자문수수료 비용 등 세무관련 비용지출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2.84점 등이었다. 조세요인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서는 ‘조세부담이 낮아 한국에 투자했다.’와 ‘조세부담이 높아질 경우 투자 규모를 감축시킬 수 있다.’가 각각 2.68점, 2.86점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조세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데 직접보조금이나 금융지원과 같은 대체 지원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외국인직접투자와 국내투자 간에 조세부담이 차별화돼 있어 국내 자금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좋은 헌법을 만들려면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좋은 헌법을 만들려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어젠다’는 무엇을 남겼을까. 개헌을 공론화하고 정치권의 개헌 합의를 이끈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는 추가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대로 된 개헌논의는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18대 국회에서 ‘좋은 헌법’을 생산하려면 지금부터 국회에 개헌논의 기구를 만들어 의견수렴과 준비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쟁의 여지를 걷어낸 만큼 시대정신을 담는 ‘헌법개혁’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 셈이다. 지난 한주 정치권은 개헌 논쟁으로 들썩거렸다. 개헌 정국은 지난 11일 6개 정파의 임기내 개헌유보 제안, 노 대통령의 조건부 수용, 한나라당 의원총회, 노 대통령의 개헌발의 철회로 숨가쁘게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개헌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좋은 헌법’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은 이번 국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4년 연임제, 대통령·국회의 선거주기 일치 등 권력구조를 다루는 ‘원포인트 개헌’을 넘어 경제와 공공성, 민생, 복지, 부동산, 교육, 평화, 인권 등 시대가치를 포괄하는 ‘멀티포인트 개헌’작업에 이번 국회가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초인 내년 4월 총선에서 집권세력이 개헌에 필요한 국회 의결정족수인 3분의2 이상 의석을 확보한다면, 특정 정파의 이념과 가치가 개헌의 성격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폭넓고 진지한 준비작업의 시급성을 뒷받침한다. 박명림(정치학) 연세대 대학원 교수는 “현직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헌문제를 제기해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헌법체계가 필요하다는 국민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노 대통령의 개헌 어젠다를 평가했다. 박 교수는 “정쟁을 떠나 지금부터 국회에 헌법연구회나 헌법조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가 어떻게 ‘좋은 헌법’을 마련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1년쯤 바람직하고 가능한 개헌방안을 연구한 뒤 이를 바탕으로 18대 국회가 개헌을 추진하고 발의하는 수순을 밟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남영(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소장) 세종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많은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합의로 개헌안을 심도있게 연구·논의하고 인식을 공유해 나갈 수 있는 위원회를 국회내에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기류는 엇갈린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번 국회가 별도 기구를 만들어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며 개헌 논의의 ‘연속성’에 공감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6개 정파의 합의정신을 살려 정치신뢰를 쌓는 계기로 삼아야지 계속 딴죽걸기로 나오면 곤란하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개헌 논쟁에 이어 이번주에는 북핵 ‘2·13합의’초기조치 이행시한인 14일을 가시적 조치 없이 넘긴 북한의 행보에 국제적인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19일 본회의를 열지만, 교섭단체간 이견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국민연금법과 사립학교법, 로스쿨법 등 민생법안의 처리 일정은 불투명하다. 각 정당과 후보, 대선주자는 ‘4·25 재·보선’유세에 동분서주하겠지만, 민심은 아직 냉랭해 보인다. ckpark@seoul.co.kr
  • [씨줄날줄] 임정 88돌/이목희 논설위원

    2차대전 당시 많은 임시정부, 망명정부들이 생겼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그리스, 노르웨이, 폴란드, 유고…. 독일과 이탈리아에 의해 점령당한 나라들이다. 거꾸로 일본이 사주해 인도 임시정부가 싱가포르에 세워지기도 했다. 이들 망명정부들은 대부분 옛 집권세력이 주축을 이뤘다. 나치나 파시스트에 의해 영토가 점령당했어도 과거 집권세력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자금력과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출범했다. 왕조국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민주공화정을 표방했다. 주도세력은 지식인 민족대표들. 남의 땅 중국 상하이에서 축적한 돈도, 조직도 없이 새 나라 건설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열악한 주변 환경, 내부 분열을 딛고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26년을 싸운 역사는 기적에 가까웠다.2차대전이 끝난 뒤 다른 어떤 임시정부보다 합법정부로 인정받을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드골 정부처럼 임정이 해방공간에서 역할을 할 자격이 충분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못 된 데는 미국과 소련의 알력 등 여러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정의 외교력 미흡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임정 인사들이 조금더 단합해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정부로 인정받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한반도 분단, 동족상잔의 전쟁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자격으로 귀국한 백범 김구 선생은 환영대회 연설에서 ‘단결’을 반복했다.“민주단결의 정부,3·1혁명의 민족단결 정신 계승, 각 당파의 철과 같은 단결….” 민족이 단결하지 못한 점이 백범 선생에게 얼마나 한이 되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민족의 단합과 외교력 강화 요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제는 임정 수립 88돌 되는 날. 미수(米壽)를 맞은 임정의 의미가 점차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깝다.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에 임정 정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쉬움을 남긴 임정 외교를 후손들이 채워줄 필요가 있다.2010년 상하이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린다. 상하이 임정 청사를 세계의 관광객이 꼭 들르는 명소로 만들자. 다른 임정유적도 제대로 복원하자. 임정을 공식정부로 인정하지 않은 강대국의 오판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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