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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G4 체제위해 中과 의도적 충돌?

    │워싱턴 김균미·베이징 박홍환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문제가 중국과 미국 간 갈등 관계에 또 하나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군수무기 판매와 마찬가지로 이미 예고된 사안이어서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양측의 발언 수위가 연일 높아지면서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미국이 국제질서를 G4(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체제로 재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과의 충돌 단면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요 2개국(G2) 체제에 거부감을 보이는 중국을 G4 체제로 끌어들이고, 그 속에서 주도적인 미국의 역할을 유지하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타이완, 티베트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만 골라 ‘조준사격’하고 있다. G2간 갈등의 대미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과 미국은 3일 달라이 라마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중국은 전날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 주웨이췬(朱維群) 상무 부부장에 이어 이날은 외교부의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이 나서서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계획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마 대변인은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은 물론 미국 지도자가 어떤 명목과 형식으로도 그를 만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이 고도로 민감한 티베트 문제의 특성을 충분히 인식, 이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주 부부장과 마찬가지로 양국관계의 손상을 경고했다. 앞서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라이 라마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버튼 부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뉴햄프셔 방문을 수행하는 도중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에게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말한 바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튼 부대변인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 “미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긍정적이고 포괄적이며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버튼 부대변인은 회동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달라이 라마가 이달 하순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이달 중 회동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정융녠(鄭永年)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최근 경제잡지 ‘중국기업가’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주요 20개국(G20) 체제보다는 주요 7개국(G7)에서 중요하지 않은 국가를 배제하고, 중국을 받아들여 G4 체제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G2간 갈등의 배경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소장은 “경제나 금융 역량상 새로운 체제 역시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은 ‘분권’ 노선을 걸으면서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중국 지도부도 올해부터 수출주도형 성장 정책을 내수위주로 바꾸는 등 성장방식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G4체제로의 개편은 지난해 10월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개념이 제시된 바 있다. 한편 타이완은 3일 미국의 최신형 F-16 전투기와 잠수함을 구입하길 원한다고 밝혀 불편한 중국의 심기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왕위치(王郁琦) 타이완 총통부 대변인은 “우리는 F-16 전투기 구입을 희망하며 잠수함에 대해서도 요청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증진되고 있지만 자체 방위력을 갖춰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주 발표한 무기판매 목록에 공격용 무기인 F-16기와 잠수함은 배제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것을 우려, 공대공 미사일과 첨단 전함 등 최신형 무기들의 판매요구를 거부했었다. stinger@seoul.co.kr
  • 재산세 에너지사용량 따라 부과

    지역 녹색성장 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자동차세 과세기준이 배기량(㏄)에서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으로 바뀐다. 또 에너지 절약형 주택의 취득·등록세를 5~15% 차등 감면해주는 방안이 입법예고가 끝나는 대로 바로 시행된다. 행정안전부는 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7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지역녹색성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 종류와 규모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을 책정해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주택은 재산세액을 높이고 에너지 사용이 적은 주택은 재산세를 낮추기로 했다. 서울·대구 등 대도시 중심으로 시행 중인 승용차 요일제를 전국으로 확산하고 참여자에게는 자동차세를 5% 감면해주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취득·등록세 감면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감소에 대해서는 감면액의 20%를 보통교부세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지방공공청사 5344개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 목표관리제를 시행해 전년보다 에너지를 10% 절감하고, 지자체 청사의 1인당 에너지 사용 순위도 공표한다. 또 지난달 충남 공주시 월암마을을 저탄소 녹색마을로 첫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에너지 자립마을 300개소를 육성한다. 에너지 자립마을은 지역 폐자원, 바이오매스 등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40%까지 높이는 사업이다. 가스요금은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은 내년 1월부터 원가 변동을 반영하는 원가주의 요금체계도 실시된다. 이 대통령은 ‘호화 청사’ 논란과 관련, “일부 지자체에서 에너지를 최고로 낭비하는 빌딩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는) 시대에 맞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지자체장이 인식이 부족하면 주민들을 주도할 수 없다.”면서 “그런 사람(지자체장)이 (에너지절약) 캠페인에 나오면 (주민들이) ‘당신이나 잘하세요.’라고 할 것 아니냐. 공직자는 (에너지 절감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이재연기자 sskim@seoul.co.kr
  • [카드포인트제의 함정(하)] 정당한 권리 vs 무상서비스 5년 자동소멸 시효도 이견

    마일리지를 둘러싼 항공사와 소비자 간 가장 큰 견해차는 그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정당한 권리로 인식하는 반면, 항공사들은 무상 서비스라고 내세운다. 현행 규정이 탑승 마일리지만 인정한다면 항공사 주장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카드사 포인트 등을 마일리지로 바꾼 이용자가 전체의 3분의1을 넘고, 이 과정에서 항공사가 수익을 얻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마일리지 소멸시효에 대한 산정시점도 논란이다. 항공사들은 2008년부터 마일리지 적립일 이후 5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항공사에 마일리지 서비스를 청구할 수 있는 최저 마일리지(좌석 승급시 1500마일)가 쌓인 이후부터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일리지를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를 없애기 위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항공사 측에서 제공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에 대해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린다. 현재 항공사들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개인별 보유 마일리지 등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소비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마일리지 발행 규모 및 지급률과 같은 추가 정보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권리가 영업 비밀에 우선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제휴사 등을 통해 마일리지 발행이 지나치게 늘어나 소비자들이 권리 행사에 제약이 커질 경우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는 수단이나 근거를 마련할지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옥천군 민원실 CCTV설치 논란

    충북 옥천군이 민원인 행패를 예방하기 위해 읍·면사무소 민원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충북도 내 일부 시·군이 민원실 입구 등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한 사례는 있지만 민원인을 직접 촬영하기 위한 설치는 처음이다. 옥천군은 올해 400만원을 들여 옥천읍사무소와 동이면사무소 등 2곳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욕설이나 폭력 등을 서슴지 않는 막무가내 민원인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군은 평상시에는 CCTV를 가동하지 않고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한해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에게 촬영사실을 알리고 CCTV를 작동시키는 등 엄격한 운영지침을 마련해 제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한 민원인이 1년 가까이 동이면사무소에서 직원들을 괴롭히고 면장 책상에 막걸리를 뿌리는 등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입건된 적도 있는 등 공권력 침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여성 공무원들과 노조의 요청이 잇따라 CCTV를 설치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인권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가끔 발생하는 민원인 행패 때문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며 “인권침해 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군은 공무원 안전과 정당한 공무를 보호하는 순기능이 더욱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옥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카드先포인트의 함정(상)] 결제 하루 늦어도 연체이자 + 포인트 소멸

    신용카드 포인트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카드사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인트 신규 적립액은 2005년 5184억포인트에서 2008년 1조 1751억포인트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6052억포인트가 신규 적립됐다. 200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신규 적립된 포인트는 3조 9960억포인트이다. ●5년간 포인트 5715억어치 없어져 같은 기간 5715억포인트는 유효기간(5년)이 지나 자동 소멸됐다. 적립 포인트 중 소멸 포인트 비율은 14.3%이다. 통상 1포인트당 1원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5715억원을 날린 셈이다. 그나마 소멸 포인트는 2007년 1514억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2008년 1357억포인트, 지난해 상반기 383억포인트 등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포인트 사용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동시에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7년과 2008년 각각 193건이던 포인트 관련 민원은 지난해 230건으로 19.1% 늘어났다. 주요 불만 유형으로는 ▲결제대금 일부 연체시 결제대금 전액에 대한 포인트 적립 거부 ▲결제대금 연체시 기존 적립 포인트 사용 제한 ▲포인트 적립률 변경 ▲포인트 사용대상 변경·제한 등이 꼽힌다. 이 중 결제대금 연체시 포인트 처리 문제는 카드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 카드사 대부분은 결제대금을 하루만 연체해도 그 달의 카드 사용액에 대한 포인트를 적립해주지 않는다. 일부 카드사는 2개월 연체하면 연체금액만큼 기존 포인트를, 3개월 연체하면 적립된 포인트 전체를 각각 삭감한다. 이용자들에게는 연체료 부담에 포인트 불이익까지 겹쳐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 ●서비스 중단·변경 고지는 깨알 글씨 A씨는 지난해 5월 카드 결제금액 84만원 중 6000원을 계산 착오로 결제일 다음날 입금했다. 하지만 카드사는 연체를 이유로 결제대금 전액에 대해 포인트 적립을 거부했다. A씨는 “연체이자를 냈는데 포인트마저 적립하지 않는 것은 횡포이자 불공정한 처사”라면서 “카드 해지 신청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카드 해지가 능사는 아니다. 카드를 교체하면 해당 카드사의 통합포인트만 유지될 뿐 제휴포인트는 대부분 소멸된다. 연회비 면제 카드를 사용하다 새 카드로 바꾸면 연회비도 추가 부담한다. 2008년 개정된 표준약관에 따라 첫해 연회비는 무조건 청구되기 때문이다. 또 카드사가 6개월 전에만 카드 회원에 통지하면 그동안 제공했던 포인트 등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변경 또는 중단할 수 있도록 한 표준약관도 지나치게 카드사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B씨는 2008년 7월 3개월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는 설명을 듣고 카드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할부 결제한 금액에 할부수수료가 청구된 것. B씨는 “무이자 할부 중단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항의하자 회원소식지를 통해 공지했다고 발뺌했다.”면서 “할부 서비스를 청구서를 통해 눈에 잘 띄게 공지했다면 할부 중단도 같은 조건으로 공지해야 하는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확인 가능한 곳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놓은 행태는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 이용계약은 5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이 기간에 카드사에 계약 조건을 임의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면 동시에 이용자들에게 카드 사용 여부를 묻도록 의무도 부여하는 게 맞다.”면서 “최소한 카드사들이 계약 조건을 변경·중단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화해 이용자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美남성 “패리스 힐튼에 성폭행 당했다” 고소

    美남성 “패리스 힐튼에 성폭행 당했다” 고소

    할리우드 최고의 가십걸 패리스 힐튼(28)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남성이 나온 것으로 전해져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마이클 잭슨의 사망 당시 발 빠른 취재력을 드러냈던 미국 연예 사이트 티엠지(TMZ)는 “힐튼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남성이 지난주 LA 고등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라미로 베니테즈라고 알려진 남성이 “힐튼이 나를 ‘성적으로, 신체적으로, 재정적으로’ 위협했다.”는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제출했다. 베니테즈에 따르면 두 사람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화 통화를 하다가 가까워졌으나 이후 힐튼에게 수차례 성폭행(numerous sexual assaults)을 당했다는 것. 이 남성은 힐튼이 평생 자신과 14세 아들, 7세 여자 조카의 91m(100야드)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접근금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다른 연예매체들은 아직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베니테즈가 “힐튼의 전기 총 사용을 막아달라.”, “힐튼이 가족까지 매수해 직장생활을 못하게 했다.”는 등 주장한 내용들이 지나치게 황당해 단순 루머가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고전 톡톡 다시읽기] 노래의 책 ‘시경(詩經)’

    [고전 톡톡 다시읽기] 노래의 책 ‘시경(詩經)’

    ‘시경(詩經)’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그러니까 중국 주나라 때부터 춘추시대 때까지 황하강 유역의 사람들 사이에 구전되던 노래를 공자가 모아서 엮은 책이다. 원래 311편인데 이 중 6편은 제목만 전하고 내용은 전하지 않는다. 이렇게 시경의 시가 300편가량 되기 때문에 시경을 ‘시(詩)’ 혹은 ‘시삼백(詩三百)’이라고도 부른다. 시경은 쉽게 말해서 노래책이다. 여기에는 여자들이 불렀던 노래도 있고, 남자들이 불렀던 노래도 있고, 농부가 불렀던 노래도 있고,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불렀던 노래도 있다. 각양각층의 사람들이 불렀던 오래된 노래의 책이 바로 시경이다. 공자의 시경의 해설서 격으로 주희가 쓴 ‘시경집전(詩經集傳)’에 들어간 삽화들이다. 시경의 시편에 등장한 복식, 수레, 동식물 등은 당대 사람들에게도 생소했기에 용어 해설이 필요했다. ●시경이 건전가요라고? 공자는 “시경의 시 삼백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게 하는 것이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曰 思無邪)”(논어, 위정)라고 하였다. 사무사(思無邪), 생각과 행동에 사악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경은 사무사다.”라고 하니까, 흔히 ‘시경의 노래들은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다.’라고 생각한다. 즉, 요즘으로 치면 ‘건전가요’ 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雅)’나 ‘송(頌)’은 임금의 덕을 칭송하고 후대의 자손들에게 올바른 덕을 권장하는 계몽적인 내용이므로 건전가요라고 할 수 있지만, 국풍(國風)의 시들은 내용이 별로 건전하지가 않다. 오히려 점잖지 못한 연애시들이 많다. 將仲子兮 無踰我里(장중자혜 무유아리) 청컨대 그대여 우리 마을로 넘어오지 마세요. 無折我樹杞(무절아수기) 내가 심은 버드나무 꺾지 마세요. 豈敢愛之 畏我父母(기감애지 외아부모) 어찌 그것이 아깝겠어요. 부모님이 두렵답니다. 仲可懷也 父母之言(중가회야 부모지언) 그대가 보고 싶지만 부모님의 말씀도 亦可畏也(역가외야) 두렵답니다. 정풍(鄭風)에 나오는 ‘장중자(將仲子)’라는 시다. 이 시에서 아가씨는 연인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가씨를 좋아하는 도령은 아가씨의 마을에 살지 않는다. 도령이 아가씨를 만나려면 담장을 넘어야 한다. 이것은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도령과 만나고 싶다. 하지만 부모님이 혼내실까 두렵다. 이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가씨는 그래서 이렇게 노래한다. ‘도령님, 도령님, 보고 싶은 도령님, 우리 집 담장을 넘어오면 안 돼요, 돼요, 돼요….’ 아니, 이건 도대체, 도령보고 담장을 넘어오라는 것인가. 넘어오지 말라는 것인가. ●노골적 추파 담긴 연애詩도 관관저구 재하지주(關關雎鳩, 在河之洲)…. ‘요조숙녀(窈窕淑女)’와 ‘전전반측(輾轉反側)’이라는 말이 나와서 유명한 ‘관저(關雎)’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반쪽은?”이라면서 짝을 구하는 노래이다. 강가 모래섬에 저구새가 광광 소리내어 짝을 부르는 것과 같이 군자가 자기에게 어울릴 요조숙녀를 찾는 노래이다. 뿐인가. ‘표유매(?有梅)’에서는 혼기를 맞은 여자가 배우자에게 빨리 와서 자기를 데려가라고 아예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진다. ‘매실이 떨어집니다. 열매 일곱 개 남았네요./ 날 데려 갈 그대는 좋은 날에 오기를!/ 매실이 떨어지네요. 열매 세 개 남았네요./ 날 데려 갈 그대는 지금 오기를!/ 매실이 다 떨어졌네요. 광주리에 주워 담습니다./ 날 데려갈 그대는 말이라도 건넵시다!’ ‘도요(桃夭)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날, 시집가는 아가씨를 축복하는 시다. 인생에서 가장 환할 때는 언제일까. 아마 여자에게는 시집가는 날일 것이다.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되고, 새로운 공동체의 당당한 주인이 되는 때. 나무로 치자면 봄에 꽃이 활짝 피는 때이다. 이런 봄날의 풍경을 시집가는 아가씨의 모습과 함께 표현했다. 연인들 사이 선물을 주고받는 시로 ‘모과(木瓜)’가 있다. ‘그녀가 나에게 모과를 주었네./ 나는 그녀에게 옥돌을 주었네./ 보답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녀랑 친해지고 싶어서.’ 옛날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에게 모과를 주었나 보다. 이런 정표를 받은 남자가 가만 있을 수 있나. 옥돌을 준다. 모과를 받았는데 옥돌을 주다니. 손해 보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선물은 장사와 다르지.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치자면 모과나 옥돌이나 소중하기는 똑같다. 시경에는 연애시와 함께 근심이 가득한 노래가 많다. 시경에서 휘파람은 즐거운 때 부는 흥겨운 가락이 아니라 근심을 푸는 한숨소리이다. 전쟁 때문에 남편과 헤어진 여인의 슬픔을 노래한 시 ‘중곡유퇴(中谷有?)’, 행역 나갔다 돌아와 보니 나라가 망해서 기장과 피만 수북이 자라는 황폐한 옛터를 맥없이 비틀거리며 걷는 시 ‘서리(黍離)’, 가난 때문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유랑민의 비애를 노래한 시 ‘갈류(葛?)’, 정복전쟁에 끌려간 병사가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고향의 집으로 ‘나 돌아갈래’ 외치는 시 ‘동산(東山)’도 있다. ●왜 思無邪인가:즐겁되 지나치지 않고 슬프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순화하고 풍속을 교화한다는 유가의 본래 취지에 따르자면 시경의 연애시들, 근심이 가득한 노래들은 별로 권장할 만한 노래들이 못 된다. 그건 사무사(思無邪)가 아니라, 오히려 사(邪)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공자는 왜 이런 노래들을 사무사라고 했을까. 공자는 ‘관저’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즐겁되 지나치지 않고 슬프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而不淫 哀而不傷) 시경의 시들은 즐거움이나 슬픔 같은 인간의 솔직한 감정이 표현되었지만 그것이 거짓되거나 과장되지 않아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고 다른 이에게 감동을 준다는 뜻이다. 즉 시경의 시들은 지극히 사사로운 감정을 노래한 것이지만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만 머물지 않고 다른 이들과 감응하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사(邪)가 아니라 사무사인 것이다. 시경은 건전가요가 아니다. 뜻은 너무 좋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가 아닌 시경은 오히려 발칙한 불량가요에 가깝다. 그러나 삼천년 전의 노래가 아직도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는 것! 공자가 말한 사무사는 시경의 바로 이러한 감응(感應)과 소통(疏通)의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시경의 진솔한 노래들은 지치고 왜소해진 우리들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기쁜 마음은 정말 기쁘게, 슬픈 마음은 정말 슬프게, 화가 나는 마음은 정말 분통이 터지게…. 어떤 마음이든 깊이 헤아리고 편안하게 풀어주는 노래의 힘! 이것이 바로 불량가요 시경의 힘이다. 수유+너머 구로 연구원 정경미
  • 목욕전 물한잔… 목욕후 커피피해야

    목욕전 물한잔… 목욕후 커피피해야

    겨울철이면 요통 환자들은 목욕탕이나 찜질방을 즐겨 찾는다. 겨울에 더 심해지는 요통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무턱대고 목욕을 하기보다 몇 가지 점에 유의하면 훨씬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겨울에 요통이 심해지는 것은 근육의 수축과 긴장 때문이다. 이에 척추와 추간판(척추 연골)을 보호해야 할 근육이 오히려 뼈와 신경조직에 부담을 줘 허리 통증이 심해진다. ●왜 요통은 겨울에 심해질까 척추나 관절은 많은 근육과 뼈로 구성되는데, 근육이 부드럽지 않고 딱딱하면 인체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혈액순환 장애도 요통을 부른다. 기온이 낮아지면 근육이 굳어 혈액순환이 어렵게 되고, 이 때문에 근육과 인대가 더욱 딱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이로 인해 추간판이나 관절에 영양 공급이 안 돼 허리가 약해지거나 요통이 악화된다. 비만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체중 1㎏이 늘면 허리가 받는 하중은 5㎏이나 늘어난다. 겨울에는 체중도 쉽게 증가한다. 추위에 맞설 체지방을 축적하려는 인체의 생리적 욕구 때문이다. 여기에다 과음·과식, 운동부족 등도 비만을 부추긴다. 요통에는 온욕이 좋다. 전문의들은 “겨울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회복뿐 아니라 추위로 위축된 근육이나 관절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허리 통증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인체의 하루 수분 배설량은 2.5ℓ정도. 따라서 배출되는 만큼의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목욕하기 전 물이나 우유를 한 컵 정도 미리 마셔주면 목욕 때 빠져나가는 수분을 보충할 수 있으며 신진대사도 촉진시킨다. 하지만 목욕 후 커피·담배는 피해야 한다. 흡연은 척추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디스크 변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뼈로 가는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해 척추의 퇴행을 촉진시킨다. 커피도 뼈에서 칼슘을 빼내 디스크나 인대 손상을 받기 쉽다. 35∼40도의 물은 체온과 비슷해 편안한 목욕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뜨거운 물속에 너무 오래 있으면 근육이 지나치게 이완돼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허리와 골반 주위의 인대들이 지나치게 이완되면 허리뼈가 쉽게 비뚤어지며, 그 사이의 디스크가 쉽게 밀려나기 때문이다. 입욕 시간도 1회에 30분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머리는 서서 감아야 요통 환자는 머리를 감을 때 허리를 숙이지 말고 선 자세를 취하는 게 좋다. 허리를 숙인 자세가 통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샴푸에 5분 이상이 걸려 그만큼 허리 부담이 늘어나므로 선 자세에서 샤워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 따뜻한 물로 허리를 마사지하면 인대와 근육이 풀어져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목욕 후에는 보온해야 목욕 후 무리한 마사지는 인대와 근육에 충격을 가해 허리 손상을 부추길 수 있다. 목욕을 하면서 이미 인대와 근육이 이완된 상태이기 때문에 마사지를 받으면 손상 위험이 높아 요통환자가 아니라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체중을 이용해 허리 부위를 누르거나 몸을 비트는 방법은 매우 위험하다. 목욕 후에는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돼 관절 주위의 피부, 근육과 힘줄에 분포된 혈관의 혈류량이 줄어 세포로의 영양 공급량이 줄고, 근육과 인대가 수축되면서 통증이 발생하기 쉽다. 또 관절을 둘러싼 활액막과 연골조직도 기온이 떨어지면 뻣뻣해져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동네 목욕탕엘 가더라도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고도일병원 고도일 원장
  • 종로 상징 ‘어제와 오늘’

    지난 50여년간 그랬다. ‘종로에서 만나자.’라고 했을 때 곧 ‘피맛골을 떠올렸다. 매캐한 연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맛보는 매운낙지와 빈대떡, 각종 생선,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은 좁은 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피맛골 맛집들 그 자체였다. 조선시대 종로대로로 말을 타고 지나는 벼슬아치들을 피하는 데서 유래했던 ‘피맛골’은 지금 공사용 칸막이로 가득하다. 이곳에 있던 음식점들은 종로2가에 새로 들어선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으로 대부분 자리를 옮겼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얼굴인 종로에 그대로 두기에는 지나치게 지저분하고 정비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피해가지 못한 탓이다. 피맛골을 삶의 근거지로 삼았던 사람들도, 단골 손님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한 식당주인은 “피맛골은 단순히 음식의 맛으로만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니었다.”면서 “대를 이은 주인과 대를 이어 오는 손님들이 함께 추억을 만들고 나눌 수 있는 곳이었는데 새로운 자리에서는 힘든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아세아극장이 자리잡고 있었던 세운상가는 한때 첨단 전자제품을 찾는 젊은이들과 혼수와 이사를 대비한 부부들의 아지트였다. 세운상가에는 현재 공원이 조성중이다. 40여년을 지켜온 전체 7동 중 현대상가를 시작으로 이미 여러 동이 자취를 감췄다.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대형상가가 잇따라 들어서고 온라인 쇼핑까지 활성화되면서 낡은 건물의 세운상가는 힘을 잃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한때 종로의 자존심이었던 세운상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 상인 이모(70)씨는 “일생의 절반을 이곳에서 보냈는데 어느 순간 나가라고 하니 허전하기만 하다.”고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이웃 일본이 65년된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에 대해 도쿄시가 보내는 아낌없는 지원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사라지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들도 있게 마련이다. 현재 종로의 랜드마크는 보신각 건너편에 자리 잡은 종로타워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가 설계한 종로타워는 3개의 기둥이 비행접시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특이한 모양으로 시내 어느 곳에서 눈에 띈다. 과거 종로상권의 상징이었던 화신백화점 자리에 1999년 완공된 이 건물 지하에는 ‘밀레니엄 플라자’라고 이름지어진 전시, 공연 공간이 위치해 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최상층부의 모습은 물론 유리를 이용한 독특한 표현처리 등으로 종로를 넘어선 서울의 명물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동양철학, 그 속에서 길을 찾다] 2500년전 ‘토론의 달인’ 다 모였다

    [동양철학, 그 속에서 길을 찾다] 2500년전 ‘토론의 달인’ 다 모였다

    현대의 지식인들은 수천년 전 지식인의 고민, 갈등, 지혜의 길을 되밟는다. 또한 서구 문명은 동양 철학의 원류에서 또 다른 인류의 대안을 찾는다. 고전(古典)에 담긴 동양 사상이 ‘오래된 미래’로서 21세기에 다시 조명받고 있다. 물질 문명이 풍요로워질수록 상실되어지는 인간 존재의 본원을 꿰뚫을 수 있는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아(自我)를 찾고 타자(他者)와 연대할 수 있는 답 또한 알려주기 때문이다. 동양과 철학을 다룬 책들을 모아봤다. 뭐라고 해야 할까. 요즘으로 치면 유시민, 노회찬, 진중권 등과도 같은 ‘토론의 달인’이라고 부르면 될까. 아니면 칼 마르크스, 링컨, 마오쩌둥, 고르바초프 등과 같은 ‘일찍이 변화를 꿈꾼 정치인’ 정도로 자리매김될까. 2500년도 넘게 훌쩍 뒤로 돌아간 춘추전국시대. 기원전 8세기부터 500년 남짓 동안 중국 대륙에서는 2000여 차례 전쟁이 벌어졌다. 크고 작은 열국이 많을 때는 100개에 이르기도 했으니 자고 일어나면 어느 나라가 없어지고 새로운 나라가 들어서기 일쑤인 시대였다. 계급 질서는 재편됐고, 철학자·이론가 등 새로운 질서를 꿈꾸는 지식인들의 공간은 그만큼 넓어졌다. 내로라하는 사상가들은 세상을 다스리는 철학, 제도는 물론 경제, 문화,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원적 성정 등 여러 주제를 앞다퉈 논의한다. 바로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중국의 에라스무스’이자 중국 고전 대중화의 전도사인 이중톈(易中天·63) 샤먼(廈門)대학교 인문대학원 교수가 쓴 ‘백가쟁명’(심규호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 원제 先秦諸子百家爭鳴)은 춘추시대부터 전국시대에 걸친 300년 동안 위대한 사상가들이 벌인 사상과 학술, 경세 등에 대한 오랜 토론과 변론, 공격과 방어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21세기 중국은 물론, 아시아의 동양철학과 사상의 학술적 밑그림은 이때 거의 다 그려졌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전제정치의 차이와 장단점을 논했고, 반전과 평등·생명의 가치가 터져나왔고, 공동체가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이 처절한 토론·논의 속에서 형성됐다. 이 교수는 서양 문명의 가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르네상스를 거치며 헬레니즘(그리스·로마의 인간중심 사고)과 헤브라이즘(기독교적 가치)으로 정리된다면, 동양 문명은 사상의 화려한 향연장이었던 백가쟁명에서 잉태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논쟁의 핵심에 있던 유가(儒家), 묵가(墨家), 도가(道家), 법가(法家)의 같고 다른 점, 장단점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논쟁의 대표선수들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일단 유가의 에이스, 공자(孔子)다. 설명이 필요없다. 백가쟁명을 300년 동안 지속시킨 중심 토론자다. 이름은 구(丘). 기원전 551년에 태어나 기원전 479년에 죽었다. 유가의 두 번째 대표선수 맹자(孟子)는 공자를 계승한 명실상부한 아성(亞聖)이다. 호방한 성품으로 세계와 인류에 대한 곧은 의협심이 온화한 성격의 공자와 대비되기도 한다. 이름은 가(軻). 기원전 372년에 태어나 기원전 289년에 죽었다. 공자의 건너편 자리에는 묵자(墨子)가 앉았다. 그는 노동하는 민중의 편에 서서 평등, 반전, 평화를 외쳤던 ‘인류 최초의 사회운동가’다. 의도적으로 공자의 이론에 숱한 펀치를 날려 비틀거리게 만든 당대의 호전적 토론 스타였다. 최근들어 그의 선각적 철학이 더욱 부각되며 지지자를 불려나가고 있다. 이름은 적(翟). 공자 이후에 활약했다. 생졸(生卒)은 기원전 468~기원전 376년으로 추정될 뿐이다. 유가의 이론을 공격한 대가로 맹자에게서 호되게 공격받는다. 양주(楊朱)는 노장(莊)에 가려 있었지만 도가(道家)의 1세대 대표선수이며 철학자로서 묵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열자(列子)’, ‘맹자’ 등에 그의 사상과 철학의 일부가 담겨져 있다. “털 한 올을 뽑아 천하가 이로워져도 주지 않겠다.”는 어록은 후대에 ‘일모불발(一毛不拔)’이라는 말로 몹시 인색하고 이기적인 내용인듯 희화화됐지만 도가 무위(無爲) 사상의 터를 닦았다. 법가 역시 맹자와 동시대 인물이던 상앙(商?·기원전 390~330)과 한비(韓非·기원전 280~233)를 내세워 한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하게 토론에 참가했다. 엄격한 법 적용을 강조했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둘 다 쉰도 되기 전에 자신들이 만든 형벌에 죽고 만다. 2500년 전 토론의 사회자 역할을 맡은 이중톈 교수는 3세기에 걸친 논쟁을 다분히 실용적으로 접근하며 ‘발전적 계승’을 주장한다. 묵자의 겸애(兼愛) 사상과 평등 사상을 주 내용으로 삼고, 정치 철학으로서는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주권재민의 가치를 설파한 맹자를, 법제도는 만인이 평등함을 주장한 법가에서 골라서 따오자는 것이다. 727쪽의 두꺼운 책이지만 고리타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소설 읽듯 다음 장이 궁금해질 정도로 쑥쑥 읽힌다. 2만 95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31일 TV 하이라이트]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앙증맞은 모양과 고운 선, 그리고 은은한 문양이 인상적인 아기용 나막신의 진가를 확인해 본다. 10폭 병풍에 담긴 서로 다른 2개의 그림.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한 산수화와 책더미 등 여러 기물을 묘사한 그림이 그려진 10폭 병풍. 작가가 그린 장소와 실제 모습을 비교해 보고 병풍 그림 속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본다. ●출발 드림팀 시즌2(KBS2 오전 10시40분) 포기를 모르는 에이스 민호, 만능스포츠맨 상추, 경기력이 점점 상승하고 있는 주장 데니의 예측불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뜀틀 높이뛰기’ 대결이 펼쳐진다. KBS 남자 아나운서들 중에서도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끼와 재능이 넘치기로 유명한 간판 아나운서들이 드림팀 멤버들과 대결에 나선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오후 10시25분)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 메콩강이 흐르는 풍부한 물의 나라. 하지만 실제로 캄보디아는 아시아에서 수질 환경이 가장 열악한 나라다. 송사리와 장구벌레가 떠다니는 물로 씻고, 소가 몸을 담그고 있는 물을 떠 마시는 사람들. 캄보디아 시골마을의 우물가에서 만난 사람들과 3일을 함께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45분) 1859년 11월24일 영국에서 발간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과연 그 진실은. 독일군의 폴란드 침공을 기점으로 발발한 세계 2차 대전. 그런데 그 전쟁의 시작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나치 전범이 밝히는 2차 대전의 진실, 폴란드는 왜 독일을 침공한 것일까. ●천만번 사랑해(SBS 오후 8시50분) 고아원으로 은님을 찾아온 강호는 은님에게 왜 말하지 않았느냐며 원망하고 은님은 너무 사랑해서 말할 수 없었다고 대답한다. 집으로 돌아온 강호는 가족에게 은님과 이혼하겠다고 통보하고 이유를 모르는 아버지 백일과 할머니 지 여사는 강호를 말리지만 향숙과 선영은 눈빛을 교환하며 강호의 이혼 굳히기에 들어간다. ●선데이 뉴스 플러스(SBS 오전 7시25분) 최근 지하철 고장이 잇따르는 원인에 대해 사측과 노조측의 입장을 들어보고 전문가와 함께 원인과 해결책을 분석해 본다.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영화 ‘전우치’의 감독 최동훈도 만난다. 최 감독은 영화 흥행의 비결과 앞으로의 구상을 얘기한다. ●즐겨찾기 영화일주(OBS 오전 10시50분) 한 주간 관심을 받은 영화를 집중 소개한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김윤진 주연의 ‘하모니’가 하이라이트로 등장한다. ‘하모니’는 여자교도소에 합창단이 결성되면서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다. 신작영화 ‘식객-김치전쟁’, 최신 DVD ‘스타트랙 더 비기닝’ 등도 소개한다.
  • 목 졸려 풍선처럼… ‘선풍기 강아지’ 충격

    목 졸려 풍선처럼… ‘선풍기 강아지’ 충격

    최근 타이완에서 ‘선풍기 아줌마’를 연상케 하는 ‘선풍기 강아지’가 등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타이완의 가오슝현 길가에서 발견한 이 강아지는 4,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큰 얼굴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강아지는 얼굴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신음하고 있었고, 어미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연신 새끼의 목을 핥고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행인이 병원에 데리고 가 진찰을 받은 결과, 개의 목에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무로 된 개줄이 묶여있었으며, 지나치게 꽉 조인 탓에 개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밀검사를 실시하자 고무로 된 개줄이 목을 졸라 목 근육이 모두 파괴됐으며, 근육을 심하게 압박해 림프신경계가 절단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강아지를 진단한 황원탕 박사는 “목 근육 뿐 아니라 식도까지 상처를 입어 음식을 삼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왔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는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목에 개줄을 묶는다. 하지만 목에 묶은 줄은 먹이를 먹으려 고개를 숙일 때마다 자극을 줘서 상처를 주기 쉽다.”면서 “이 강아지처럼 목 근육이 파괴되기 시작하면 얼굴이 붓고 심한 통증을 느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 강아지는 약 한 달간의 치료를 받아야 하며, 누가 목 줄을 묶었는지, 주인이 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부고]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 ‘미국 민중사’ 하워드 진 상반된 삶을 살다 같은날 하늘로

    한 사람은 문학에서, 다른 한 사람은 역사학에서 일가를 이뤘다. 소설가는 30년 동안 인터뷰 한 번 하지 않는 은둔생활을 계속했고 역사학자는 평생 싸움꾼이란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현실에 참여했다. 정반대 삶을 살았지만 둘 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자기 분야에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세 번째 공통점을 갖게 됐다. 60년 가까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미 뉴햄프셔주 자택에서 27일(현지시간) 노환으로 별세했다. 91세. 같은 날 캘리포니아에선 ‘미국 민중사’를 통해 권력자에서 원주민과 흑인·여성으로 역사의 시선을 바꿔놓은 역사학자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양심적 지식인 하워드 진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87세. 비뚤어지고 반항적인 10대 홀든 콘필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성장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출간 이후 샐린저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부담을 느끼고 1965년 미국 잡지 뉴요커에 마지막 작품을 발표한 뒤 뉴햄프셔 시골 마을에서 평생 은둔생활을 했다. 1980년 이후로는 인터뷰 한 번 하지 않았다. 진 교수는 브루클린 부두 노동자로 노동운동에 참여했고 나치가 싫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자신이 투하한 네이팜탄이 무고한 시민들까지 희생시켰다는 것을 안 뒤엔 평생 반전평화운동에 동참했다. 흑인민권운동에 참여했다가 해직 교수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가 1980년 발표한 ‘미국 민중사’는 지난해 말 200만부를 돌파했을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Oh! 빠”…진화하는 ‘성적 판타지’ 소녀시대

    “Oh! 빠”…진화하는 ‘성적 판타지’ 소녀시대

    정규 2집 앨범으로 돌아온 소녀시대가 정식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놀라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타이틀곡 ‘오!’(Oh!)가 각종 음원 사이트 1위를 석권한데다 앨범 선주문까지 벌써 15만장에 다다르고 있는 것. 정식 컴백 무대도 갖지 않은 소녀시대의 이례적인 이른 성공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나 새로운 소녀시대의 ‘콘셉트’가 팬들의 기대치를 확실히 간파하고 그들의 원하는 이미지를 정확히 꿰뚫었다는 분석이 공감을 얻고 있다. 소녀시대는 주 팬 층인 ‘오빠’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출 수위는 높지 않지만 그보다 더욱 진화한 성적 판타지를 제시한 매우 똑똑한 전략을 준비했다는 것. 소녀시대가 남성 팬 층을 꿰뚫은 성공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 강산은 변해도 변치 않는 ‘남성들의 로망’ ‘오!’에서 소녀시대는 발랄한 치어리더로 변신했다. 치어리더의 이미지는 경기장에서 응원으로 흥을 돋우는 미모의 여성들로 대변된다. 의상과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경쾌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풍길 수 있도록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치어리더 이미지는 가요계에서는 여자 가수의 콘셉트로 그동안 여러 번 차용된 전혀 특별하지 않은 콘셉트다. 그만큼 어느정도 공인된 남성들의 여성성 판타지다. 눈여겨 볼 점은 소녀시대가 치어리더 이미지를 끌어온 이유다.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봐’에서 군인 ‘제복’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이번에도 남성들이 원하는 성적 판타지를 정확히 파악, 그들의 기대치를 충실하게 만족시킬 콘셉트란 계산이 깔려있다. ◆ ‘청순 글래머’ 이미지의 차용 소녀시대는 데뷔 초부터 그룹 이름처럼 소녀다움과 여성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멤버 전원이 성인이 됐으나 기본적인 틀에는 변함이 없다. 노출은 적고 자극은 큰 그들만의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결합이 바로 그 비밀이다. 기존 그룹들이 섹시와 청순미를 이분법적으로 해석해 한가지 컨셉으로 승부를 거는 것과 달리 소녀시대는 순수함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남성 팬심을 움직일 만한 요소들 곳곳에 배치해 자극을 극대화 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략은 지난해 하반기 브라운관의 최대 화두였던 ‘청순 글래머’의 인기 요인과 맞닿아 있다. 소녀시대는 순수함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치어리더 콘셉트와 함께 남성 팬층을 겨냥한 “오빠”라는 노랫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이전보다 한단계 진화한 전략을 펼쳐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오빠”만 찾는 소녀시대의 딜레마 상업가수인 소녀시대의 콘셉트가 남성팬들의 기대치에 국한돼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오빠’, ‘삼촌’, ‘아저씨’로 대변되는 남성팬들은 그들의 음악과 이미지를 구매하는 최대 소비자이기 때문. 현재 소녀시대의 위치에 서기까지 이러한 전략들이 이익의 극대화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미지와 콘셉트를 지나치게 제한해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인기 가도를 걷고 있는 소녀시대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인 성적 판타지의 극대화 전략이 어쩌면 소녀시대 멤버들의 한쪽 이미지만 너무 빨리 소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제한된 계층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전략이 소녀시대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소녀시대의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가요팬이라면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S급 히터’가 되기 위한 추신수의 과제는?

    ‘S급 히터’가 되기 위한 추신수의 과제는?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전설적 3루수인 마이크 슈미트는 데뷔 초창기(1973년)엔 삼진수가 안타수보다 많은 타자였다. 여타의 타자들보다 좀 더 넓은 타격스탠스에서 마구잡이로 잡아당기는 그의 스윙은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역시 결국 타격폼에 대한 손질을 가하게 되는데 이듬해인 1974년에 3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명이 됐다. 훗날 슈미트는 1973년 시즌 이후 자신의 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잡아당기는 스윙을 버린것이 성공의 비결” 이라며 타격이 지닌 특성을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할-20홈런’을 기록하며 단숨에 클리블랜드의 대표타자로 올라선 추신수(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기복없는 플레이다. 작년에 3경기 연속 안타가 없는 시기는 단 2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부침이 적은 이상적인 한해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추신수에게 올시즌은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상태다. 올 11월에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는 물론 ‘A급 타자’에서 ‘S급 히터’로의 도약시기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타격은 ‘무결점’에 가깝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타격의 이면에는 약점 역시 공존한다. 너무나 뛰어나기에 나타날 수 있는 추신수의 약점, 그것은 뭘까? 빠른 허리회전, 때론 헛스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작년 여름 한때 추신수의 타율이 2할 8푼대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때를 같이해 삼진수도 급증했다. 항상 2할 9푼에서 3할 언저리를 맴돌던 타율이 하락했던 원인은 지나친 허리회전 때문이다. 당시 클리블랜드 타격코치인 데릭 셀튼은 “스윙시 한타임 빠른 허리회전” 이 추신수의 부진 원인이라고 잘라 말했다. 타격에서 몸의 회전은 타구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또한 그러한 회전이 있기까지는 빠른 배트스피드도 뒷받침돼야 한다. 추신수는 이 기준에 매우 특출난 타격기술을 보유한 타자다. 즉, 타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빠른 배트스피드와 몸의 회전력이 추신수에게는 오히려 독이 됐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타격시 추신수처럼 아주 짧은 레그 스텝(leg-step)을 내딛는 타자들은 처음 투수가 던진 공을 바라보는 시간적 타이밍이 빨라지게 되면 타격 마무리(Follow through)로 가는 동작에서 롤 오버(roll over)가 되기 쉽다. 롤 오버는 피니쉬 동작에서 뒷손목을 되감는다는 의미지만 지나치게 빠른 몸의 회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되면 헤드업(head up)이 발생할수도 있다. 결론은 충분히 자신의 포인트까지 공을 끌어와서 센터를 중심으로 좌측으로 공을 보내려는 마음가짐으로 타격에 임하는 것이 추신수의 ‘좋은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지름길이다. 여타의 타자들이라면 떨어지는 변화구에 스윙이 먼저 나가는 경우지만 추신수는 빠른 공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추신수는 작년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남겼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았던 삼진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마이크 슈미트가 그랬듯 한해의 경험이 올해엔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추신수의 빠른 배트스피드의 비밀, 그리고 30홈런 보통 타자들은 타격시 회전력에 따른 배트의 원심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손잡이 그립부분은 가늘고 배트 헤드는 무거운 걸 사용한다. 현역 최고 타자인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의 배트 헤드의 가로 지름은 7cm 정도다. 하지만 추신수의 배트 헤드 지름은 6.2cm로 매우 가는 편이다. 국산 배트(하드 스포츠)를 사용하는 추신수가 이렇게 배트 헤드가 가는걸 사용하는 이유는 배트스피드를 높이기 위함이다. 대신 이러한 배트는 공과 만나는 접점지점의 폭이 적어 컨택트(contact)시에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매우 간결한 타격폼, 그리고 배트 헤드가 가는 걸 사용하는 추신수의 폭발력 있는 배트스피드 비밀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추신수가 여타의 슬러거들에 비해 다소 가벼운(880g~890g) 배트를 사용함에도 올시즌 홈런 30개를 기대하는 이유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타격에서 빠른 배트스피드는 특정구종에 대한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지만 이와 더불어 그의 원론적인 타격기술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스테이 백 히터(Stay back- hitter)다. 어떠한 경우라도 타격시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고 무게중심이 뒤에 남아 있는데 작은 체구지만 자신의 체중을 모두 실어 타격하는 능력도 히팅시 상체가 스테이 백 상태가 돼 있기 때문이다. 타격의 일련과정에서 상체의 모습만 보면 흡사 미래의 프린스 필더(밀워키)를 보고 있는듯하다. 작년 아메리칸 리그에서 30홈런을 쏘아올린 선수는 모두 15명이다. 슬러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홈런숫자를 올해 추신수에게 기대해 보는 것은 결코 무리한 바람은 아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추노’ 시청률 하락…이다해 모자이크 논란 탓?

    ‘추노’ 시청률 하락…이다해 모자이크 논란 탓?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가 승승장구하던 시청률 상승모드 중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8일 방송된 ‘추노’는 전국 시청률 31.9%를 기록했다. 전날인 27일 방송된 ‘추노’의 시청률 34%에 비해 소폭 하락한 수치다. 이는 극중 여주인공인 이다해의 노출로 인한 선정성 논란과 비현실적인 화장 논란, 선정성에 대응한 모자이크 처리 등 다양한 논란이 영향을 끼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 노출 장면 모자이크, 했다가 안했다가 ‘추노’는 지난 13일 혜원(이다해 분)이 겁탈의 위협을 받는 장면을 묘사하며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들은 남장을 한 혜원이 여자임을 눈치 챈 남자들이 저고리를 벗기는 장면을 “자극성이 지나쳤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무색하게 했다.” 등 지적했다. 이다해의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27일 방송된 ‘추노’의 태하(오지호 분)가 혜원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상의를 벗기는 장면에서 이다해의 어깨와 상반신 일부를 블러 모자이크로 부옇게 편집했다. 하지만 이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7일 그려진 혜원의 노출은 겁탈 위기가 아니라 치료를 위한 장면이라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선정성의 수위가 달랐던 것이다. 이날 ‘추노’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니 80년대 드라마 같다.”, “겁탈 위기 장면처럼 수위가 높지도 않았는데 답답했다.” 등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타났다. 28일 방송된 ‘추노’에서는 이다해가 옷을 갈아입으며 상체의 인두 자국을 쓰다듬는 장면을 그렸다. 혜원이 과거 노비의 흔적이자 첫사랑 대길(장혁 분)을 떠올리는 장면이었지만 화면은 이다해의 표정 연기뿐 아니라 노출에도 포커스를 맞췄다. 이에 시청자들은 “불필요한 노출 장면은 빠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개진하기도 했다. 또 “모지이크 처리를 했다가 안했다가, 뭔지 모르겠다.”고 밝힌 시청자 의견도 있었다. ◆ 노비와 양반을 구분하는 신부화장? 지나치게 농염한 혜원의 자태뿐만 아니라 혜원의 완벽한 ‘신부 화장’도 극중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노비 언년이도, 추격을 피해 산 중 피신을 계속하는 혜원도 어느 상황에서나 이다해의 얼굴은 완벽한 화장을 마친 상태다. 함께 도망치는 중에도 진땀을 흘리는 태하와는 달리 이다해의 얼굴은 도자기 인형 같은 피부를 자랑했다. 특히 조선시대의 산속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핑크색 립글로스와 마스카라까지 동원되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쇄도했다. 이에 ‘추노’ 제작진은 “성장 환경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연출”이라고 해명했다. 즉 양반 출신이지만 추노꾼으로 살아 과거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된 대길과 노비 출신이지만 양반이 된 혜원을 극명하게 대비시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다해는 노비 언년이였을 때도 뽀얀 피부를 자랑했다는 것이 문제다. 언년이의 손은 노동과 추위 때문에 상처투성이지만, 얼굴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양갓집 규수의 피부다. ‘추노’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방영된 방송분들은 사전에 촬영이 완료된 장면들이라 수정이 어려웠지만, 향후 제작 분량에서는 현실성을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추노’는 최고 시청률을 34%로 갱신하며 ‘선덕여왕’을 이을 2010년의 국민드라마로 부상하고 있다. 처음으로 시청률이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따를 자 없는 수목극의 일인자다. 하지만 ‘추노’가 시청률 40%의 벽을 넘어서려면 시청자들이 거북해하는 요소들을 수정하고 현실성을 살려 극의 완성도를 높여야 할 전망이다. 사진 = KBS 2TV‘추노’ 화면 캡쳐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소비자에 불리한 금융관행 손질

    소비자에 불리한 금융관행 손질

    지나치게 높은 대출 이자와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금융 관행이 대폭 손질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방안’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130개 과제를 발굴했다. 이 중 중장기 검토과제 24개를 제외한 106개 과제가 올 상반기 중 개선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환 실적에 따라 금리가 낮아지는 인센티브형 대출상품 출시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리가 높은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서민 금융기관과 대부업체가 대상이다. 1개월 안에 정기 예·적금을 해지하는 고객에게 이자를 주지 않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려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자를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부중개업체가 대출알선을 대가로 대출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대부중개업체가 대부업체에 반환보증금을 예치하도록 한 뒤 일정 기간 동안 불법 행위가 없으면 돌려주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보험계약 재확인 제도를 확대해 불완전 판매율이 높은 상품이나 판매채널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모든 계약을 다시 확인하도록 하고, 보험사별 불완전 판매율도 공시할 계획이다. 펀드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미스터리 쇼핑’(암행검사)을 퇴직연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분쟁 조정 절차도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뀐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시론] 국가고용전략, 의욕보다 진단부터 차분히/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국가고용전략, 의욕보다 진단부터 차분히/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국정운영 기조가 고용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4대강과 세종시 문제로 기진맥진해진 국민들에게는 오랜만의 희소식이다. 무엇보다 성장만으로 고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경도된 집착을 극복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일자리 창출은 단지 고용정책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산업, 재정, 세제, 교육, 노동, 복지 등 모든 차원에서 종합적인 전략이 마련될 때 지속가능한 고용이 가능해진다. 국가고용전략회의가 지난 21일 첫 회의를 열고 다양한 고용해법을 내놓았다. 전문 인턴제 등 긴급 고용대책뿐만 아니라 고용투자세액공제,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세제와 산업 정책을 망라한 종합적 방안이 포함됐다. 일부에서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모처럼 제 방향을 잡은 국정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일자리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원적 해법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지나친 의욕보다는 차분하고 깊이 있는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 5% 성장, 25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치로 내놓았다. 성장의 고용유발 효과가 금융위기 이후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의욕적이다. 게다가 두바이 사태 등 금융위기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고 미국 오바마 정부의 금융규제 움직임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목표 성장률 달성도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일자리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국가가 되겠다는 의욕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지나친 의욕은 달성할 수 없는 외형적 성장에만 집착하게 할 뿐 근원적 해법을 도외시할까 우려된다. 중소기업을 고용 창출의 핵심 매개로 선정한 것 역시 바람직하지만 이들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여건과 구조에 대한 진단이 빠져 있다. 지난해 견실한 수출 중소기업마저 부도로 몰아넣은 키코(KIKO)는 아직도 계약 잔액이 11억달러에 달해 추가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잘못된 환율 개입에서 비롯된 손실인 만큼 이를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중소상인을 위협하고 있는 대기업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서도 적절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마켓은 지난해 8월 616개로 늘어났고 올해에는 141개가 새로 생길 예정이다.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중소 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되고 이는 고스란히 고용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고질적 병폐인 대기업·중소기업 간 권력적 원·하청구조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구체적 방안은 미완으로 남아 있다. 지속가능한 고용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장점인 창의를 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여건과 구조를 치밀하게 진단하고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나아가 연구개발 투자와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위기의 원인인 내수 침체에 대한 대책도 보완돼야 한다.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430조원을 넘는 과도한 가계부채 때문이다. 이는 가계 실질 가처분소득의 80%를 육박하는 규모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내수 진작이 필요한 만큼, 서민을 위한 특별 금리대책 등 가계부채 경감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경제 주체들의 공동체주의적 노력이다. 기업은 신규고용 확대에 대한 약속을 책임있게 이행해야 한다.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8만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채용만큼 인위적 고용조정이 이뤄지다 보니 약속한 신규고용창출은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10대 그룹이 창출한 신규 일자리는 2400개에 불과하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함을 반증한다. 노동계 역시 일자리 위기에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위기의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운동방식을 지양하고 고용친화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일자리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국가가 되겠다는 의욕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지나친 의욕은 달성할 수 없는 외형적 성장에만 집착하게 할 뿐 근원적 해법을 도외시할까 우려된다.
  •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기억 나십니까. 제목은 아스라할망정, 듣고 나면 무릎을 치며 반색할 클래식 기타의 명곡이지요.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가 작곡한 이 노래에는 타레가 자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당대를 풍미하던 기타리스트 타레가는 ‘콘차’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이미 결혼한 처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 밤이면 타레가는 기타를 들고 알람브라 궁전을 찾아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를 만들어 냅니다. 애틋한 사랑이 켜켜이 쌓여 명곡을 만든 셈입니다. 그 곡이 잉태된 곳이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입니다.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곳으로,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보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빼어나지요. 그러나 명곡이 탄생한 진짜 이유는 이와 다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 백인철씨는 “알람브라 궁전에 ‘알박기’하듯 르네상스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운 가톨릭 교도들의 행태에 대한 회한과 반성을 담은 노래”라고 주장합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이 ‘문제의’ 건축물입니다. 얼핏 보아도 주변 건물에 견줘 크고 위압적이지요. 이슬람 왕조를 무너뜨린 가톨릭 정복자의 오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이슬람 잔향(殘香) 가득한 그라나다 │그라나다 손원천특파원│그라나다를 품고 있는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자 남부 최대의 자치주다. 유럽이지만 유럽 같지 않은, 이방(異邦)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면 그 까닭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원전에는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이후에는 로마와 반달, 그리고 사라센 등이 차례로 지배했다. 안달루시아란 이름도 ‘반달족이 살던 땅’이란 뜻. 특히 사라센은 8세기부터 800년 동안 통치했는데, 사라센이 곧 이슬람이자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이다. 더욱이 그라나다는 지중해 너머 북아프리카와 인접한 탓에 이슬람의 잔향이 한결 진하게 배어 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5시간가량 내려오면 이슬람 왕조의 옛 영토, 그라나다에 닿는다. 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당당한 자태로 서 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이란 뜻으로, 13세기 가톨릭 세력에 코르도바를 뺏기고 남하한 무어인들이 그라나다에 나스르 왕조를 세우면서 알람브라 궁전도 함께 축조했다. 이후 나스르 왕조 마지막 왕 보압딜이 에스파냐 통일을 완성한 부부왕,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왕국의 페르난도 왕 연합 세력에 패배, 알람브라 궁전을 내줄 때까지 260년 가까이 유럽 내 이슬람 최후 보루 역할을 담당했다. ●알람브라 절정은 술탄들이 놀던 ‘사자의 정원’ 겉에서 보는 알람브라 궁전은 놀랄 만큼 수수하다. 하지만 안으로 한발짝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화려함은 더해간다. 이슬람 건축양식의 특징이다. 알람브라와의 첫 만남은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시작된다. 부부왕에 이어 스페인 왕위에 오른 카를로스 5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궁전을 알람브라의 정수리에 세운다. 밖에서 볼 때는 정사각형 형태.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원형경기장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여태 미완성이란 게 이채롭다.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본궁으로 접어들면 한순간에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묘한 시각차를 경험한다. 우선 벽면에 새겨진 아랍 문자와 문양들이 시선을 끈다. 수많은 기둥과 벽, 천장마다 아라베스크 문양과 ‘코란’ 문장으로 빈틈없이 장식돼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알맞은 색채가 곁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인간의 손길이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술탄(이슬람 정치 지도자)이 외교관 등을 접견했던 ‘대사의 방’ 앞은 ‘아라야네스 안뜰’이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아치형 조각 기둥이 조화를 이루고, 작은 연못 물위에 비친 맞은편 건물은 수중도시처럼 느껴진다. ‘아라야네스 안뜰’은 인도의 타지마할 조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현지 가이드는 전했다. 알람브라의 절정은 ‘사자의 정원’이다. 술탄의 후궁들이 머물던 내밀한 공간. 정원 중간에는 유대인이 선물했다는 12마리 사자상이 저마다 분수처럼 물줄기를 내뿜는다. 현재 복원 공사중이어서 실물을 볼 수는 없다. 알람브라 궁전 어디서고 이처럼 크고 작은 수로를 볼 수 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발원한 물줄기를 궁전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식수는 물론 한여름 40℃까지 치솟는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물줄기는 사자의 정원으로 집결된 뒤 다시 분산돼 거미줄 같은 수로를 따라 궁전 곳곳으로 흘러간다. ●우울한 중세의 기억 남은 알바이신 마을 궁전 외곽의 알카사바 요새에서 내려다보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바이신 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아랍인 거주지역이었던 곳으로 우울한 중세의 기억이 깔려 있는 마을이다. 이슬람 왕조 멸망 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해 주겠다는 항복 조건을 내팽개친 스페인 병사들은 닥치는 대로 마을을 약탈하고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 앞에 한 문명이 무참히 스러진 것. 그리고 요새 성벽에 세워진 무슬림의 초승달 첨탑도 십자가와 종이 들어선 생경한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알람브라 북쪽의 ‘헤네랄 리페’도 놓쳐서는 안 될 진귀한 볼거리. ‘건축가의 정원’이란 뜻으로, 알람브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가’는 예의 이슬람 유일신 ‘알라’다. 업무에 지친 술탄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칼리프(이슬람 최고 통치자)들이 애첩들과 밀회를 나누는 장소로 이용됐다고 한다. 현재는 두 개의 작은 궁전만 남아 그 시대를 웅변하고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알람브라 궁전은 하루 8260명의 관람객만 받는다. 따라서 관광객이 몰렸을 경우, 입장권을 잃어버리면 사실상 그날은 관람이 어렵다. 또 일정 구역을 정해진 시간에 지나야 한다. 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관리인이 바코드를 꼼꼼하게 찍어 확인한다. 입장료는 1인 13유로(약 2만 2000원). →스페인은 한국보다 8시간 늦다. 수도 마드리드는 우리나라와 날씨가 비슷하지만, 그라나다 등 남부 지방은 초겨울처럼 포근하다. →콘센트 형태가 우리와 같다. 어댑터 없이 국내 전자제품을 쓸 수 있다. →카타르항공(02-3708-8571, www.qatarair ways.com/kr)은 카타르 도하 경유 마드리드행 항공편을 운항한다. 3월부터 도하 직항노선이 개설돼 한층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 페가수스코리아(02-733-3441)는 뛰어난 현지 가이드들과 함께 다양한 일정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 젊은이 위협하는 치매, 당신의 기억은?

    젊은이 위협하는 치매, 당신의 기억은?

    요즘 치매는 노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이들도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단순 기억력이 감퇴하는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은 28일 오후 10시 ‘젊은 치매, 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편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기웅 교수팀과 함께 60세 미만의 나이에도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100명을 모집해 기억력 진단을 한 결과 최종 참가자 87명 중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6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13명, 우울증과 강박증 등 정신장애로 인한 인지저하 환자가 38명으로 집계됐다. 경도인지장애란 치매와 정상 사이의 회색지대로, 방치하면 치매로 이행할 가능성이 정상보다 10배 높은 치매 고위험군이다. 프로그램은 “국내 알츠하이머 환자의 17%는 65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들”이라며 “젊다고 치매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젊은 나이에 시작된 초로기 치매는 진행이 빠르다.”고 경고한다. 기억력이 손상되지 않는 치매도 있다. 전두 측두엽 치매로,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초기에는 기억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치매인 줄 모르고 지나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순(58)씨는 겉으로 봐서는 치매 같지 않아 알아보기 힘들지만, 전두 측두엽 치매를 앓고 있다. 처음 이상을 발견한 것은 2년 전. 기억력 상실부터 오는 치매 환자들과 달리 이씨에게서는 잘 웃지도 않고, 예민해지는 성격 변화부터 나타났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은 전 세계 치매 관련 1만 2000개의 논문을 분석해 정리한 ‘치매를 예방하는 생활습관 6가지’도 소개한다. 일명 ‘진·인·사·대·천·명’으로 ▲진땀 나게 하루 30분 이상 1주일에 3번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생활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갖고 ▲대뇌 활동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천박하게 술을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할 수 있는 대뇌건강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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