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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보도 그후] 기초생활자 집수리 이중지원 없앤다

    예산낭비 논란이 제기된 정부의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환경개선 복지사업이 개선된다. 정부는 29일 보건복지부와 국토해양부가 사업 목적과 대상이 유사한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불량 주택 개·보수 사업을 이중 추진하면서 대상자들에게 예산을 중복 지원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서울신문의 보도와 관련, 예산 중복 지원 방지를 위해 철저를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국 16개 시·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개선안에 따르면 이미 선정된 이 사업 대상자 중에서 주택 노후도가 심한 가구의 경우 국토부 사업(가구당 최대 지원액 600만원), 덜 심한 경우에는 복지부 사업(220만원)으로 각각 추진토록 했다. 이는 당초 국토부가 복지부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더라도 국토부 사업 대상자로 중복 선정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철회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 변경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 지자체들이 기존의 사업 대상자들을 전면 재분류·선정해야 하는 큰 혼란을 떠안게 된 데다 대상자 선정 기준(노후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선정 과정에서 또 다른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추진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원금이 많은 국토부 사업 대상자가 복지부 사업 대상자로 전환될 경우 어느 누가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정부의 이번 방침 변경이 일선의 행정 혼선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는 하루빨리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업 기준을 마련해 통보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및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정부의 사업 예산이 확보된 만큼 중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지자체 사업 부서들이 긴밀히 협의해 대상자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집 수리 사업은 이 사업 이외에도 희망근로, 다문화가정, 장애인 집수리 사업 등 상당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시론] 지진 위험 걱정만 할 때 아니다/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 교수

    [시론] 지진 위험 걱정만 할 때 아니다/김재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 교수

    진화론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생물탐험을 하던 도중 1835년 칠레에서 지진을 겪었다. 대지가 고정돼 있지 않고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크나큰 불안을 느꼈다고 훗날 지진의 충격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진은 사람들에게 심한 불안감, 심지어는 공포심까지 유발하는 자연재해다. 지난 14일 중국 칭하이에서 또 한 차례의 지진 비극이 있었다. 앞서 1월12일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2월9일 경기 시흥에서 발생한 리히터규모 3.0의 지진은 비록 피해는 없었지만 다른 나라의 지진에 놀란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곧 이어 2월27일 칠레에서 규모 8.8의 지진이 발생, 지진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자연재해, 그중에서도 지진에 대해 지진재해대책법을 특별히 제정, 지진피해로부터 안전한 국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진 관측 의무기관 및 내진설계 기준, 지진 발생 시 긴급지원체계 구축 등이 이 법에 담겨 있다. 재해·재난업무를 전담하는 소방방재청 역시 올해 지진방재과를 신설해 지진 모니터링 및 대응 시뮬레이션, 대응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모두 국가 정책적으로 지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진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은 대략 리히터규모 6.3 이하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대규모 피해를 야기하는 규모 7 이상의 지진과 비교하면 6.3 정도의 지진은 충격 에너지가 10분의1이고 그 위력 역시 상대적으로 작다. 따라서 피해도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가 법적으로 안전을 보장하고 잠재적인 강진 발생 위험이 낮다고 해서 과연 국민이 안심해도 되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당시 사망자는 9만여명에 달했는데, 그중 2만여명이 어린이였다고 한다. 이번 칭하이 지진에서도 10개 이상의 학교 건물이 무너졌고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됐다. 나라마다 초·중·고교 건물이 취약하게 건설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국민과 학부모 역시 이런 점들을 불안해한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비책은 없을까. 우리나라에서 강진은 수백년 또는 수천년 안에 같은 장소에서 한 번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수세대 동안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강진을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쓰촨성 지진의 재현 주기는 4000년 이상, 24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76년 중국 탕산(唐山) 지진의 재현 주기는 75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건물 수명은 일반적으로 50년, 길게는 100년에 불과하다. 지진의 긴 재현주기에 비하면 매우 짧다. 당연히 건물 소유자는 지진에 대비하기를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불안감은 결코 가시지 않는다. 진실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여러가지 지진 대비책 중 거주자와 사용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은 내진설계와 보강이다. 한번 제대로 시행하고 나면 더 이상 근심하지 않고 지진 위험을 사실상 잊어도 되기 때문이다. 대상 중에서도 특히 학교 건물을 최우선에 둔다면 학부모와 국민은 더욱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급하게 서둘러서 조치할 필요는 없다. 일선 학교의 내진 관련 실태부터 꼼꼼히 조사한 뒤 지진 모의실험 등과 같은 연구를 통해서 내진대책의 성능과 비용, 효율성을 검증한 다음 꼭 필요한 정도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의 재난·재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진재해 대응에서도 그러할 때가 되었다.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지진 예상피해를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명확하게 감소시킨 다음 그 사실을 널리 알려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것 같다.
  • 교총도 “명단공개 소송”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29일 교원단체 명단 공개 금지 결정을 내린 재판부를 겨냥, “2007년 변호사 출신지역과 학교 등 개인정보를 제공한 회사가 피소됐을 때 ‘법률 수요자의 알 권리’를 우선한 판결을 내렸다.”고 날선 비판을 해댔다. 전날 같은 당 정두언 의원이 “조폭 판결”이라고 비난한 데 뒤이은 것이다. 이어 오후 김효재 의원 등 여당 소속 의원 10여명은 조 의원 지지 의사를 밝힌 뒤 명단 공개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 당 차원에서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해 법적 대응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與국회의원 vs 사법부 다툼 양상 교원단체의 대응방식도 이날부터 새로운 국면을 띠고 있다. 전날 소속 교원 5864명이 나서 조 의원을 상대로 1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전교조는 이날 반응을 자제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한국교총은 조 의원을 상대로 명단 삭제와 사과 등을 요구하며, 조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사소송과 함께 국제기구에 제소하겠다고 최후통첩했다. 평소 대립각을 세우던 전교조와 한국교총이 뜻을 모으고, 사법부까지 공동보조를 취하는 형국이다. 특히 교원단체가 ‘법대로’ 사태를 처리하면서, 교원단체 명단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한나라당 대 사법부’의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조 의원이 낸 보도자료 제목도 ‘양재영 판사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였다. 양 판사는 “조 의원의 홈페이지에 명단 공개를 계속할 경우 하루에 3000만원씩 전교조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린 재판부의 주심이다. 조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판사가 지난 2007년 변호사의 출신지역, 학교, 연수원 기수, 변호사 이전 경력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한 로마켓 사건에서 ‘변호사들은 알 권리 대상이 되는 정보 공개를 감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당시 사건은 이번에 공개를 금지한 교사명단 사건과 같은 내용인데, 판단은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당시 판결문은 조 의원의 주장과 달랐다. 양 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재판부는 “변호사의 출신학교·연수원 기수 등은 다른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변협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승소율과 판·검사 인맥지수의 경우 근거가 되는 사건 수임내역 정보가 변호사 개인정보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공개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변호사 판결문’ 조의원 주장과 달라 재판부는 판단의 근거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17조를 제시했다. 또 ‘알 권리’ 관련 조항인 헌법 21조에 대해서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되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조 의원의 판결문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희경 허백윤기자 saloo@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리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무대와 의상에서 볼거리는 넘쳐나고, 배우들의 노래나 연기력은 음악과 대사를 너끈히 받쳐낸다. 6월13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 오르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로버트 요한슨 연출)는 돈깨나 들인 대작 뮤지컬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란 호사는 다 갖췄다. 줄거리야 어릴적 소년소녀명작선 같은 데서 읽었던 대로다. 메르세데스와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던 에드몬드 단테스는 단순히 나폴레옹의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려다 귀족들의 간교한 음모에 걸려 외딴섬 지하감옥에 갇히게 된다. 거기서 만난 기인 파리아 신부에게서 지식과 재산을 물려받은 에드몬드는 지하감옥을 탈출한 뒤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거듭나고, 자신을 속였던 이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가한다. ‘사실은 얘가 니 아들이야.’라는 식의 막장 드라마 같은 결론이 다소 허무하지만, ‘단순하고 태평스러운 평범한 선원’에서 ‘지식과 재산을 갖춘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고 다시 ‘원한과 복수를 내려놓은 이’로 바뀌어 가는 몬테크리스토의 변신은 꽤 인상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무대. 번갈아 움직이는 실버스크린 3개의 앞뒤 공간을 적당히 이용하고 영사기로 필요한 화면들을 그때그때 투사했다. 몇몇 대목에서는 지나치게 개입해 무대적인 맛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몬테크리스토가 외딴섬 지하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하는 과정을 영화적인 수준으로까지 풀어낸 것은 분명 놀라운 성취로 보인다. 명품 ‘바바리’ 디자이너 출신인 한정임이 연출한 화려한 의상도, 다소 과장됐으나 눈요깃감으론 그만이다. 더구나 류정한·엄기준·신성록(몬테크리스토)과 옥주현·차지연(메르세데스) 같은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까지도 출중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프랭크 와일드혼의 곡들을 훌륭하게 받쳐낸다. 몬테크리스토와 메르세데스가 함께 부르는 감미로운 사랑 노래 ‘언제나 그대 곁에(I Will be There)’, 복수심에 불타는 몬테크리스토가 내질러대는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Hell to Your Doorstep)’ 같은 곡들은 귓가에 착 달라붙는다. 특히 메르세데스역을 맡은 옥주현의 가창력은 그야말로 절정을 찍는 분위기다. 한국버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제작과정에서도 갈채를 받았던 옥주현은 와일드혼까지 매료시켰다는 게 제작사(EMK뮤지컬컴퍼니) 측 귀띔이다. 옥주현의 보컬 실력과 음색을 높이 사 미국버전 OST 작업에 참가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5권 소설 분량을 2시간 공연으로 압축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듯 진행되는 극 흐름 등 다소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는 그런 단점들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다. 오히려 가장 큰 단점은 6만~12만원에 이르는 티켓 값이 될 듯.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정당한 쟁의땐 업무지장 줘도 처벌못해”

    정당한 쟁의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는 당연히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이랜드 비정규직 해고사태와 관련된 집회에 참여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인권단체 회원 강모씨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314조 1항은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조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해당 법률조항은 모든 쟁의행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쟁의행위에만 적용된다.”며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헌법은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고 어떠한 유보 조항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쟁의행위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볼 수 없다.”며 “정당한 쟁의행위를 처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 사안에서 쟁의행위가 목적·방법·절차상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는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지만,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을 지나치게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합헌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 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고, ‘업무’란 사람이 그 사회적 지위에 있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의미한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노조의 면책사항은 노조의 정당한 활동에 한정되는 것이고, 불법적인 행위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환영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 등으로 사업주가 고발해 오면 정당한 쟁위행위인지 아닌지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씨는 2007년 7월 홈에버 월드컵점 앞에서 이랜드 비정규직 해고 관련 시위를 벌이다 벌금형에 약식 기소됐지만 정식 재판에서도 양형이 바뀌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트위터에 빠진 골퍼 양용은

    지난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린 양용은(37). 겉으론 순박하고 어수룩한 눌변의 제주도 총각 같지만 실은 천하의 입담 좋은 사람도 울고 갈 ‘수다쟁이’의 끼가 그에겐 숨어 있다. 그를 만난 건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둘째날 경기가 끝난 23일 저녁. 전날 무시무시한 안개로 티오프가 늦어져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1라운드를 출발했던 터. 달랑 1개홀만 돌고는 해가 져 남은 홀을 뒤로 넘겼다. 이 탓에 이날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1라운드 잔여 경기, 2라운드 18개홀 합쳐 무려 35홀을 돌았다. 그것도 이번엔 안개 대신 거센 강풍 속에서 치른 ‘악전고투’였다. 3년 전 HSBC챔피언십 우승 당시 ‘바람 잡는 사나이’란 별명도 얻었지만 양용은 자신의 말마따나 ‘고향 제주에서 바람맞은 꼴’이었다. 식당으로 들어서는 그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1, 2라운드 성적은 6오버파 150타. 24일 다른 선수들의 2라운드가 끝나 봐야 알겠지만 2오버파가 컷 기준선으로 예상하고 있던 터라 컷 탈락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힘드네요.” 까칠한 티가 덕지덕지 얼굴에 붙어 있는 그가 털썩 주저앉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인종차별 발언 美기자에 재치로 응수 “날씨에 기습공격을 당했네요.”라며 포문을 연 양용은은 “이틀 내내 새벽부터 서두른 데다 칼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3~4도는 됨직한 날씨에 허리까지 좋지 않았네요.”라면서 “하루 경기하고 컷 탈락하다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접시의 달근한 초고추장에다 그가 좋아하는 제주산 참돔회 한 조각을 푹 담그더니 이내 입으로 가져갔다. 확실히 골프란 운동은 ‘멘털 스포츠’다. 그는 “솔직히 고향 제주에서 치르는 경기에서는 부담을 떨칠 수가 도대체 없다.”고 털어놓았다. 2년 전 발렌타인 1회 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용은은 “모처럼 고국에 와서 멋진 모습을 팬들께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미국에서 선전하고 우승하는 걸로 만회해 보겠습니다.”는 말을 그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거푸 회를 몇 점 먹고는 입맛을 다시더니 본격적인 양용은의 ‘뒷담화’가 시작됐다. 가수 이승철과의 인연을 들춰내는 것으로 시작한 그의 입담은 최근 논란이 된 ‘인종차별 사건’으로 치달았다. 이달 초 마스터스대회에서 2라운드가 끝난 뒤 미국의 유명 골프잡지 ‘골프 다이제스트’의 댄 젠킨스 기자는 “Y E YANG이 선두와 3타차다. 아마 어젯밤 음식을 배달한 사람인 것 같은데”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아직 무명으로 폄하,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비아냥에 가까운 말이었다. 양용은은 4일 뒤 젠킨스의 트위터에 “맞아요. 젠킨스. 나는 지금 중국에 있소. 그런데 여기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꽤 많아요. 한번 내 이름을 찾아보시지.”라고 맞받아쳤다. ●입담 소문나 트위터 인기 사실 양용은은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트위터에 그를 따라다니는 ‘팔로 기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역전우승을 차지한 덕도 있지만 그가 워낙 글을 재미있고 솔직하게 쓴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의 글을 체크하는 기자들이 늘어났기 때문. LA 데일리 뉴스의 질 페인터 기자도 양용은의 열렬한 트위터 팬이다. 그는 “양은 유머러스하고 무엇보다 솔직하다.”면서 “그러나 지나치게 솔직할 때도 있는 것 같다.”고 살짝 주의까지 줬다. 양용은의 ‘트윗’은 한국을 방문 중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계속 늦어지는 티오프 시간 6:20 pm인데 정말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다행히 아직 호텔에서 쉬고 있어서 지금 자장면 먹고 있습니다. 냠냠~”이라고 6일 전 대회 1라운드 상황을 전한 그는 “오늘(27일) (프로야구 LG 트윈스 홈경기에서) 시구하려고 했는데, 우천으로 취소되었네요. 내일 다시 하기로 했는데, 내일도 좀 날씨가 안 좋을 듯하네요.”라고 계속되는 한국 날씨와의 악연을 탓하기도 했다. 양용은은 30일 한국에서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 다음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유인촌 장관 “‘회피연아’ 고소 취하 할 것”

    유인촌 장관 “‘회피연아’ 고소 취하 할 것”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일명 ‘회피연아’ 동영상 유포자의 고소를 취하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국회 문광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 장관은 “‘회피연아’로 알려진 동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는 웃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 장관은 “(화면을)조작하고 그림까지 바꿨음에도 사실처럼 유포 됐다. 패러디라는 사실을 밝혔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 고소하게 됐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유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인터넷 문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하나의 현상에 불과한 일에 대해 고소를 하는 것으로 교육적 효과를 누리겠다는 장관의 발상이 지나치게 경직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한 네티즌이 KBS가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 화제가 된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에는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연아 선수에게 유 장관이 꽃다발을 걸어준 뒤 포옹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김연아 선수가 회피하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16일 이 동영상 유포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었다. 당시 “지나친 인터넷 통제”라는 의견이 다수였던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 장관의 고소 이유 설명 이후 ’교육 차원’이라는 표현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문화관광체육부의 ’나도 한마디’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사진 = 동영상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가 84rornfl@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유인촌 정관 “‘회피연아’ 고소 취하 할 것”

    유인촌 정관 “‘회피연아’ 고소 취하 할 것”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일명 ‘회피연아’ 동영상 유포자의 고소를 취하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국회 문광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유 장관은 “‘회피연아’로 알려진 동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는 웃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 장관은 “(화면을)조작하고 그림까지 바꿨음에도 사실처럼 유포 됐다. 패러디라는 사실을 밝혔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 고소하게 됐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유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인터넷 문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하나의 현상에 불과한 일에 대해 고소를 하는 것으로 교육적 효과를 누리겠다는 장관의 발상이 지나치게 경직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한 네티즌이 KBS가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 화제가 된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에는 벤쿠버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하는 김연아 선수에게 유 장관이 꽃다발을 걸어준 뒤 포옹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김연아 선수가 회피하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16일 이 동영상 유포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었다. 당시 “지나친 인터넷 통제”라는 의견이 다수였던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 장관의 고소 이유 설명 이후 ’교육 차원’이라는 표현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문화관광체육부의 ’나도 한마디’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사진 = 동영상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가 84rornfl@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中-印 다이아 전쟁 초읽기

    ‘친디아’로 불리며 대표적인 신흥 개발국으로 꼽히는 중국과 인도가 ‘다이아몬드 전쟁’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석 세공으로 유명한 인도는 다이아몬드 커팅과 세공 부문에서 전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수출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기간 시설 건설과 의료 지원 등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원석을 확보하자 인도 관련 업계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인도보석수출촉진위원회는 “중국 정부는 원석 확보를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도 이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석 가공업 진흥을 위해 40억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도 요구했다. 위원회 측은 이미 일부 회사들이 원석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아프리카 국가와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국내 다이아몬드 수요가 급증하자 자국 내 세공 분야 육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아프리카 앙골라, 콩고 등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를 지원하고 대신 원유를 비롯한 각종 자원을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인도의 이 같은 반응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 자원 외교에 나서는 것은 원유 확보 등을 위해서이지 다이아몬드가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인도는 여전히 다이아몬드 세공품 수출에 있어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175억달러어치를 수출한 반면 중국의 경우 30억달러에 그쳤다. 그럼에도 인도 보석 세공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원석 수출 국가인 보츠와나도 세공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비만대책엔 세금 신설이 최고?…칠레 이색 논쟁

    비만대책엔 세금 신설이 최고?…칠레 이색 논쟁

    멀리 칠레에서 비만인구를 줄이려면 세금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도마에 오른 건 세칭 ‘쓰레기 음식’이다. 지나치게 짜거나 기름기가 많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음식을 남미에선 이렇게 부른다. 논란에 불을 당긴 건 칠레 정부다. 칠레 보건부는 최근 “국민 건강을 해치는 음식, 비만을 가져오는 음식에 특별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메 먀냘리치 칠레 보건부장관은 “비만을 줄이기 위해선 운동도 필요하지만 극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가장 효과적인 건 비만을 불러오는 음식에 세금을 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세금을 매겨야 음식 값이 상승하고 소비가 줄게 돼 국민들이 날씬해진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칠레 정부의 이런 ‘비만 대책’엔 벌써부터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식당업계는 ‘결사반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기름진 음식에 특별세금을 물리겠다는 건 국가가 ‘주권적’ 멍청한 짓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특별세금이 신설되어도 과세의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산티아고 켄터키치킨 체인 관계자는 “비만을 막으려면 교육을 강화하고 운동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비만을 핑계로 정부가 국민의 먹거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일반인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 패스트푸드를 즐긴다는 한 직장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데 이마저 특별세금을 매긴다면 점심을 굶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칠레 국민 62%가 비만환자이거나 체중과다로 고생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비아, ‘쉐이크’ 뮤비 선정성 논란 “몸매로 노래?”

    이비아, ‘쉐이크’ 뮤비 선정성 논란 “몸매로 노래?”

    ‘여자 아웃사이더’ 이비아(e.via)의 뮤직비디오가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비아는 최근 타이틀곡 ‘쉐이크’(Shake) 뮤직비디오를 공개하자마자 곰TV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영상 속 댄서들이 비키니에 가까운 노출의상을 입고 노래 제목처럼 엉덩이를 흔드는 안무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이다. 뮤직비디오를 본 네티즌들은 “너무 선정적이다”, “솔직히 이거 너무 노골적, 몸매로 노래하는건...”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비아의 소속사 디라인 아트미디어 측은 “빠른 클럽 튠 곡의 컨셉트에 맞게 안무와 의상을 선택했다. 출연자들의 과한 안무와 의상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선정적이지 않은 새로운 버전의 영상을 편집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비아의 첫 번째 미니앨범 ‘머스트 해브’(MUST HAVE) 타이틀곡인 ‘쉐이크(Shake)’는 70%이상이 랩으로 이뤄진 곡으로 엄청난 속도의 래핑이 특징이다. 사진 = 디라인아트미디어 제공, 뮤직비디오 캡처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비아, 쉐이크 뮤비 선정선 논란에 “새 버전 작업 중”

    이비아, 쉐이크 뮤비 선정선 논란에 “새 버전 작업 중”

    속사포 랩 실력을 자랑하며 ‘여자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이비아(e.via)의 ‘쉐이크’(Shake) 뮤직비디오가 선정성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비아는 최근 타이틀곡 ‘쉐이크’ 뮤직비디오를 공개하자마자 곰TV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영상 속 댄서들이 비키니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엉덩이를 흔드는 안무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비아의 소속사 디라인 아트미디어 측은 “출연자들의 과한 안무와 의상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지만 뮤직비디오를 본 네티즌들은 “너무 선정적이다.”, “몸매로 노래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비아의 소속사는 이러한 반응에 “선정적이지 않은 새로운 버전의 영상을 편집 중”이라고 밝혔다. 이비아의 첫 번째 미니앨범 ‘머스트 해브’((MUST HAVE) 타이틀곡인 ‘쉐이크’(Shake)는 70%이상이 랩으로 이뤄진 곡으로 엄청난 속도의 래핑이 특징이다. 사진 = 디라인아트미디어 제공, 뮤직비디오 캡처 서울신문NTN 이재훈 기자 kin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천안함 46용사 추모] 한반도 주변국 4강 4색 손익계산서

    [천안함 46용사 추모] 한반도 주변국 4강 4색 손익계산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제스처는 애도(哀悼)로 포장돼 있다. 하지만 그 포장지를 한꺼풀만 벗기고 보면 국가별로 치열한 손익계산과 머리싸움이 분주하다. ●미국 한국의 우방이자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은 이 사건의 준(準)당사자나 다름없다. 때문에 천안함 사건은 미국 입장에선 아주 달갑지 않은, 골치 아픈 문제다. 올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외교적 숙제는 이란 및 북한 핵 문제 해결이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북핵 문제를 먼저 해결함으로써 이란을 압박한다는 구상이었다. 올 상반기 북핵 6자회담 재개가 유력했던 것은 미국의 이런 의도가 읽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은 이 모든 구상을 헝클어뜨렸다. 이번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판명되더라도 미국이 무력응징에 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 전장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은 본토에 위해가 되는 핵문제에는 민감한 반면 국지전적 사태에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경향이 있다. ●중국 이번 사건에서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은 중국에도 그리 달갑지 않다. 안보적으로 현상유지를 하면서 경제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최상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올해는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한 상하이 엑스포가 열리는 시기여서 서해가 소란스러운 것을 반길 리 없다. 경남 진해 이북으로는 기동을 삼가는 미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해상으로 진출할 경우 중국으로서는 영해가 위협받는 상황을 우려할 것이다. 북한이 쏜 어뢰가 중국제로 판명날 경우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반면 남북한은 물론 미국까지 중국에 목을 매면서 손을 내미는 구도는 기회다.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와 함께 동북아 전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호기라는 얘기다. ●일본 순전히 이해득실로만 본다면 일본 입장에서 천안함 사건은 그리 나쁜 ‘재료’는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남북한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일본은 안보적으로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틀어지면 일본은 한국이 대륙 쪽의 위협을 전방에서 완충해 주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미·중 양자 해결 구도로 가거나 중국에 지나치게 힘이 쏠릴 경우 중국을 주적(主敵)으로 설정하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상실을 우려할 만하다. ●러시아 옛 소련 붕괴 이후 급속한 국력 약화로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측면은 있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징후와 매너리즘/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징후와 매너리즘/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이론으로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하나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사소한 증상들이 수없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1920년대 미국의 한 여행보험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라는 사람이 ‘1대29대300’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며 체계화했다. 1대29대300은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이와 관련된 작은 사고가 29차례 정도 발생하고, 또 그 작은 사고 이전에는 무려 300가지의 사소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사소하고 작은 사고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잘 대처하면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이론의 핵심이다. 소방방재청은 올 들어 이 이론에 근거, 재난전조(징후)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것을 체계화했다. 전국 시·군·구에 전조정보담당관 248명을 지정해 교육하며 혹시 있을지 모를 재난 전조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새삼 소방방재청의 이런 재난대처 시스템을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국가안위 문제를 좀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란 의구심이 들어서다. 천안함 침몰사고를 비롯한 링스헬기 추락사고 등 잦은 군 관련 사고는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동시에 국토방위에 우려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사고 후 구조과정이나 군의 대응모습은 “이 정도밖에 안 됐나.”하는 허탈감마저 느끼게 했다. 군대의 기본이라는 경계근무에서부터 보고·지휘체계, 사고처리 능력 등 어느 것 하나 믿음을 준 것이 없다. 개인이나 어느 조직이든 갑자기 위기상황에 부닥치면 어쩔 수 없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은 혹시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평소의 훈련이 곧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로 군에 대한 우리 국민의 믿음은 반쪽 이상이 달아났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고가 혹시 더 큰 재난을 예고하는 전조(징후)는 아닐까 하는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우리 국민을 더 두렵고 비통하게 만드는 일이 또 있었다. 바로 독도에 대한 일본의 행태다. 천안함 사고로 온국민이 슬픔에 젖어 있었던 지난 8일 하토야마 일본총리는 독도가 일본땅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독도는 일본땅으로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종전 자민당 정권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이 얼마나 집요하게 계속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종전 극우단체나 정치인, 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일삼았던 망언 수준에서 이제는 총리까지 서슴없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태도는 결코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천안함 사고가 침략을 위한 전조였다면 일본이 독도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영토를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니 오히려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침략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수십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주한 일본대사에게 경고 몇 마디 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나.”는 식으로 정부나 국민에게는 독도문제가 또 잊혀져 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분단된 지 60년이 되다 보니 군도 다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면 아무리 잦은 징후를 보여도 알아차리질 못한다. 일본의 독도 야욕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나 국민의 의식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는지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독도가 위태롭다는 징후를 수십년째 보내고 있는데도 우리가 매너리즘에 빠져 이를 무시하고 있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더 큰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yidonggu@seoul.co.kr
  • 국세청, 세무서 교차감사 부활

    국세청이 내부감사나 세무조사 등에 ‘향피(鄕避)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탈세나 부실조사 등 문제가 있는데도 인연에 얽매여 끼리끼리 봐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관할지역이 아닌 곳에서 벌이는 교차 세무조사를 대폭 늘린 데 이어 7년 만에 일선 세무서에 대한 교차감사를 부활시켰다. 국세청은 6개 세무서에 대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예고 없이 교차감사를 실시했다고 26일 밝혔다. 각 지방청이 관할권 밖에 있는 지역의 세무서를 감사하는 것으로 이번에는 서울청이 광주세무서, 중부청이 울산세무서, 대전청이 서대구세무서, 광주청이 천안세무서, 대구청이 평택세무서, 부산청이 서울동작세무서를 각각 감사했다. 그 결과 6개 세무서에서 과소징수 697억원, 과다징수 88억원 등 총 785억원의 세금을 잘못 걷은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6개 세무서에 대한 직전 감사 때의 516억원에 비해 감사 적발액이 52% 증가했다. 문호승 국세청 감사관은 “2003년 교차감사가 전산시스템 미비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이 사실상 제대로 된 최초의 교차감사”라면서 “지나치게 온정주의 성향을 띠는 자체감사의 비중을 줄이고 수시로 교차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자체감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드러나는 지방청에 대해서는 감사관 문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볼턴 이청용과 셀틱 기성용의 ‘희비쌍곡선’

    볼턴 이청용과 셀틱 기성용의 ‘희비쌍곡선’

    ‘쌍용’ 이청용(22. 볼턴 원더러스)과 기성용(21. 셀틱)의 유럽도전 시즌1이 그 끝을 보이고 있다. 볼턴의 구세주 이청용은 볼턴의 프리미어리그(EPL) 잔류를 이끌었고, 셀틱의 기대주 기성용은 리그 2위를 확정지으며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티켓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나란히 FC서울을 떠나 유럽으로 향한 두 선수의 선택은 너무도 달랐다. 지난 해 여름 이청용은 K-리그 시즌 도중 EPL 하위팀인 볼턴으로 이적했고, 기성용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스코틀랜드 최고 명문 클럽인 셀틱의 유니폼을 입었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지만, 지닌 재능과 구단의 기대가 대단했기에 두 선수의 성공 가능성 또한 비교적 높게 점쳐졌다 ▲ 이청용 UP, EPL 최고이적 16위 27일(한국시간) 영국 <더 타임즈> 온라인판의 블로그에서 발표한 ‘2009/2010시즌 EPL 최고의 이적 TOP20’에서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16위에 올랐다. 해당 사이트는 “오웬 코일 감독은 이 어린 미드필더가 빅 스타가 될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며 볼턴의 이청용 영입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올 시즌 이청용이 볼턴에서 보여준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 공격포인트인 5골 8도움을 기록하며 위기 때마다 볼턴을 구해냈고, 감독 교체 속에도 구단과 팬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혹사를 걱정할 정도로 연일 맹활약을 펼쳤다. 현지 언론들은 이청용의 리버풀행을 언급하며 그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이청용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팀의 강등권 탈출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체력적인 문제가 우려되지만, 그의 발전은 다가올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에 나설 한국 대표팀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EPL 잔류가 확정된 만큼 향후 체력적인 관리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일이 급선무다. ▲ 기성용 DOWN, 감독경질 후 벤치신세 반면, 기성용의 유럽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폴커크와의 데뷔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과 날렵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이후 수비력에 문제점을 보이며 힘겨운 주전경쟁을 이어갔다. 토니 모브레이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부여했지만 기성용의 출전이 팀 승리로 이어지지 못하며 점차 벤치에 앉는 횟수가 늘어났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셀틱은 기성용, 로이 킨, 디오망시 카마라 등 기대주와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지만 경기력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라이벌 레인저스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결국 모브레이 감독이 경질됐다. 모브레이 체제의 붕괴는 기성용에게 기회가 아닌 위기로 작용했다. 닐 레논 감독대행은 철저히 검증된 선수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고 그 과정에서 기성용은 단 한 차례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기성용의 연속된 결장은 허정무호에게도 크나큰 걱정거리다. 월드컵이란 큰 무대를 앞두고 경기 감각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두 선수의 엇갈린 행보는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그대로 이어질까. 아니면 월드컵을 통해 한 층 더 발전 모습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될까.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의 발끝에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위상 높아져 매우 기뻐”

    “한국위상 높아져 매우 기뻐”

    한국전 참전용사협회장을 7년째 맡고 있는 파트릭 보두앙(57) 프랑스 생망데 시장은 올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바쁘다. 지난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해 태어나 한국전쟁과 직접 관련은 없으면서도 협회를 이끄는 것은 한국전에 참전했던 전임 로베르 앙드레 비비앙 시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나치 점령군과 싸웠던 그분은 한국전쟁에 자원했지요. 1962년 정계에 입문, 9선 의원을 지낸 뒤 1983년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생망데 시장도 함께 역임했습니다. 그분 활동을 도운 인연으로 제가 시장에 당선된 2003년에 협회장을 맡게 된 겁니다.” 협회가 출범한 1950년대에 2000명을 웃돌았던 참전용사 회원들의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 현재는 400명 정도다. 그런데도 협회 활동이 왕성한 이유는 보두앙 회장의 남다른 열정 덕분이다.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전쟁 당시 프랑스군이 싸웠던 지역을 찾아 기념비를 세운 데다 한국과 프랑스의 친선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6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보두앙 회장은 참전용사 40여명과 함께 다음달 24일부터 엿새 동안 한국을 찾아 프랑스군 참전비가 있는 수원과 지평리지역을 잇따라 방문, ‘기억의 길’이라는 새로운 기념비를 제막하기로 했다. 보두앙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게 힘이 된다.”고 흐뭇해했다.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가 공조할 수 있는 분야로 ▲녹색성장 ▲해양 관련 산업 ▲자동차·헬기·선박 산업 ▲나노·바이오·IT기술 분야를 꼽았다. 프랑스·한국 의원친선협회장이기도 한 보두앙 시장은 장기 계획으로 양국의 협력 사업도 강구하고 있다. 보두앙 회장은 “프랑스는 1950년에 구축함을 보낸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연인원 3400여명을 파견해 중공군과 싸워 큰 전과를 거뒀다.”면서 “당시 262명이 전사했고 1080명이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파리 연합뉴스
  • 정통 원작 ‘바냐아저씨’ vs 한국적 변용 ‘순우삼촌’

    정통 원작 ‘바냐아저씨’ vs 한국적 변용 ‘순우삼촌’

    올해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탄생 150주년이다. 덕분에 안톤 체호프의 가려진 명작도 주목받고 있다. 바로 ‘갈매기’, ‘벚꽃동산’, ‘세자매’와 함께 체호프의 4대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냐아저씨’다. 지난 1월에는 ‘바냐아저씨’(심재찬 연출)가, 4월에는 ‘바냐아저씨’의 초기 형태인 ‘숲귀신’(전훈 연출)이 선보였다. 이번에는 정통 원작과 한국적으로 변용한 작품이 차례로 오른다. 어떤 점이 매력 포인트일까. ■ 19세기 러시아 사회·개인 욕망의 충돌 ●‘가볍지 않은’ 바냐아저씨-레프 도진 연출 연출가 레프 도진이 이끄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 극단이 다음달 5~8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 올리는 ‘바냐아저씨(Uncle Vanya)’는 정통 체호프 버전이다. 러시아의 국보급 연출가로 꼽히는 레프 도진은 ‘바냐아저씨’를 ‘체호프의 다이아몬드’로 아끼다 2003년에야 무대에 올렸다. 평단에서는 “앞으로 나올 ‘바냐아저씨’의 준거점이 될 것”이라는 격찬이 쏟아졌다. ‘바냐아저씨’는 가벼운 작품이 아니다. 인간 욕망의 충돌을 그렸지만, 배경은 후진적인 19세기 러시아 사회를 깔고 있어서다. 생산하지 않는 자가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독점하는 문제, 그리고 근대와 봉건, 문명과 자연, 첨단과 전통 간의 갈등이 조건으로 주어져 있다. 시골농부 바냐는 10여년간 영지를 관리하면서 대학교수인 매형 세레브랴코프를 뒷바라지했다. 그러나 뒤늦게 나타난 세레브랴코프는 27살의 젊고 예쁜 새 부인 엘레나를 데려와 으스대며 불평만 늘어놓는다. 그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준 농촌을 갑갑하다더니 땅을 팔아버리고 핀란드로 가려 한다. 한때 집안의 희망이었던 매형을 위해 젊은 날을 포기했던 바냐는 배신감에 총을 겨누고, 혼쭐이 난 세레브랴코프는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떠나면서 남긴 말이 역설적이다. “일을 하라. 그러면 문제는 해결된다.” 바냐는 모두 떠나버린 집에서 “이승에서의 모든 괴로움과 슬픔이 언젠가 보상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위로만 받을 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이상의 ‘날개’에 등장하는 일제시대 룸펜을 떠올리면 된다. 민중의 피땀을 받아먹고 자라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억눌린 사회와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비틀거리다 민중에게 기생할 뿐인 가련한 인텔리겐차. 그리고 그런 인텔리겐차에게 목매야만 하는 민중의 암울한 현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973년 서울 개발독재를 이야기하다 ●‘원작 주제의식 아쉬운’ 순우삼촌-전인철 연출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 오르는 전인철 연출의 ‘순우삼촌’(서울시극단 제작)은 ‘바냐아저씨’를 한국식으로 바꾼 것이다. 유신 이후 개발독재가 서슬 퍼렇던 1973년, 아직은 섬으로 남아 있는 잠실에 대한 개발공사가 한창이던 때가 배경이다. 지금의 롯데월드 옆에 있는 석촌호수는 당시 매립됐던 송파강의 일부다. 세레브랴코프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문학박사 ‘최종길’로, 바냐는 ‘순우삼촌’으로 대체됐다. 1973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살려 유신체제, 박정희-김대중의 대선전, 중앙정보부의 공작정치, 김대중과 김일성이 장기를 뒀다는 우스갯소리 등 한국적 상황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원작의 대사 가운데 쓸 만한 것은 그대로 쓰는 데다, 소품도 ‘러시아 대 한국’으로 대응되는 것이 많아 연극팬이라면 비교해 보는 맛이 쏠쏠하다. 원작에서 젊고 예쁜 부인 엘레나를 사이에 둔 여러 사내들의 끈적한 리비도도 ‘순우삼촌’에서는 한국적으로 적당히 제어됐다. 세기말적인 러시아식 음울함 대신 개발독재 와중에 이제는 사라진 한강의 모습을 추억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때문에 원작과 달리 나무 역할의 배우를 등장시키고, 극 중간중간에 한강의 물결을 상징하는 무용적인 요소도 삽입했다. 러시아적 대자연 대신 생태 환경적인 요소를 부각시킨 것이다. 진지한 원작과 달리 때때로 웃겨주기도 할 뿐 아니라, 극 막바지에 소설가 박경리의 경험담에서 따온 기러기 얘기는 훈훈한 기운도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이 때문에 원작의 주제의식이 흐려진 듯한 대목은 아쉽다. 아무래도 최종길이 세레브랴코프처럼 강렬하게 부각되지 못한 탓이 커 보인다. 2시간40분짜리 원작을 1시간45분에 담다 보니 지나치게 편집됐다는 느낌도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尹재정 “저금리로 또다시 위기 잉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금리 기조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을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이 출구전략을 구체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우리 정부도 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윤 장관은 25일(한국시간) 특파원들과의 만찬에서 “세계 각국이 저금리로 경제위기를 수습하고 있어 또다시 위기를 잉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세계적 저금리 기조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각종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온 데서 비롯됐는데, 이번에도 저금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또 다른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 장관은 그간 출구전략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금리 인상에 대해 시기상조론으로 일관해온 데다 저금리의 부작용을 공식석상에서 표현한 적이 없었다. 이는 윤 장관이 한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인식을 에둘러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번 발언이 24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난 지 하루만에 나온 것도 이를 방증한다. 더욱이 이번 회의에서 각국이 세계 경제를 회복세로 보고 출구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해석은 설득력을 더한다. 그간 각국은 출구전략의 ‘국제적 공조’를 강조해 왔지만 개별적으로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에 들어간 나라들이 속출하는 등 공조의 가능성이 약화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도 기준금리를 이달 들어 0.25%포인트 올렸다. 브라질과 캐나다 역시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코뮈니케(공동 성명서)에서는 “회복은 국가별·지역 간에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국가들 간에 다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식한다.”고 표현하는 등 개별국가의 상황에 따라 출구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부분이 명시됐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이 경기회복세가 빨라 다른 대륙국보다 출구전략을 조기에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IMF는 지난 21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2%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3.1%보다 1.1%포인트, 지난 1월 3.9%보다 0.3%포인트 더 높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거시정책 기조에 미묘한 분위기 변화도 감지돼 왔다. 재정부는 지난 2월 임시국회의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때만 해도 “당분간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견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확장적’이란 표현 대신 ‘적극적’ 또는 ‘탄력적’이란 표현으로 용어를 바꿨다. 윤 장관은 지난달 29일 표준협회 조찬강연에서는 “경제여건에 맞춰 거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나가되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조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확장적 거시정책’이란 표현이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 및 통화 정책 등을 쓴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탄력적’이란 표현에서는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가미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재정부는 금리인상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윤 장관의 발언을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금리 인상이 너무 늦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라는 것이 재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은행도 윤 장관의 발언을 원론적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앞선 이슬람, 유럽을 키웠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의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이슬람 또는 무슬림 하면 분쟁, 폭력, 테러가 떠오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잊어버리고 산다. 오늘날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이슬람이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스·로마 고전 문화를 보존·계승한 이슬람 세계가 유럽이 암흑시대를 벗어나 르네상스를 일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다. 732년 10월 프랑스 중부지방 평원인 푸아티에에서 코르도바(스페인 남부 지역)의 총독 아브드 알 라흐만이 지휘하는 이슬람 군대와 프랑크 왕국의 궁재(宮宰) 카를 마르텔이 이끄는 기독교 군대가 천하패권을 놓고 격돌했다. 알-안달루스(스페인)를 점령하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 파죽지세로 진격하던 이슬람 세력은 여기에서 멈춰섰다. 수많은 서양의 역사학자들은 푸아티에 전투를 놓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투, 기독교 세계를 위기에서 구출한 전투로 칭송한다. 그러나 미국의 비교역사학자 데이비드 리버링 루이스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유럽인들은 13세기에 가서야 겨우 달성했던 경제적, 과학적, 문화적 수준을 400년이나 앞당길 기회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만약 당시 이슬람이 승리했다면 관용적이었던 이슬람의 특성상 모든 종교 신앙이 존중받았을 것이고, 천문학, 삼각법, 아리비아숫자, 그리스 철학 등이 일찌감치 유럽으로 흘러들어 선진문화를 촉진시켰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승리가 문명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진정한 의미의 승리였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8세기 경제적인 측면만 이슬람이 지배하던 알-안달루스 지역은 화폐 경제가 발전했으나, 샤를마뉴 대제의 프랑크 왕국은 물물교환 경제에 머물러 있던 터였다. 루이스는 ‘신의 용광로’(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에서 지나치게 기독교 관점에 치우쳐 있던 유럽 중세사를 당시 유럽에서 공존하고 있던 이슬람 문명과 비교하며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이슬람 문명이 근세 유럽 형성에 일정 정도 기여했다는 기존 유럽사 해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세 유럽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슬람 문명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무슬림 유럽과 기독교 유럽, 이교도 게르만 부족을 주연 삼아 6세기에서 13세기 초까지 유럽을 살핀다. 특히 이슬람 세력이 정착했던 알-안달루스에 주목한다. 이슬람 세력은 711년 지브롤터를 침공한 뒤 1085년 톨레도에서 패퇴할 때까지 알-안달루스에 정착했다. 유대교와 기독교를 관대하게 받아들인 알-안달루스는 문화의 용광로가 되어 선진 문화를 꽃피웠고, 이 선진 문화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 중세 암흑시대에 놓여 있던 유럽을 자극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3만 3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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