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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 날개없는 선풍기 ‘매직팬 제트’ 홈쇼핑서 대박행진

    국산 날개없는 선풍기 ‘매직팬 제트’ 홈쇼핑서 대박행진

    국내에서 개발된 날개 없는 선풍기 ‘매직팬 제트’가 홈쇼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홈쇼핑 첫 방송에서 1600대 이상 판매됐고 그 여세를 몰아 추가 편성에서 각각 1500대, 2000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다음달까지 주당 2회씩 추가로 홈쇼핑에 방송될 예정이다. 류공현 코스텔 대표는 “날개 없는 선풍기를 원하는 유아가 있는 가정에서 지나치게 비싼 수입산 대신에 기능적으로 더 개선되고 보완된 16만원대의 국산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텔의 ‘매직팬 제트’는 최근 서울지방법원이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 수입산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다. 코스텔 측은 “날개 없는 선풍기를 맨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 다이슨의 특허를 근본적으로 침해하지 않고, 디자인 요소와 부정경쟁방지법상 논란을 코스텔의 독자적 기술로 종식시킨 제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은 다이슨이 지난해 8월 국내 D사가 수입하는 날개 없는 선풍기 제품을 대상으로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다이슨의 제품과 거의 같다고 판단되는 모방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법원이 이번에 다이슨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특허회피 제품의 등장, 가격과 기능의 차별화 등에 따른 날개없는 선풍기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텔 ‘매직팬 제트’의 특허업무를 맡고 있는 이헌수 변리사는 “날개 없는 선풍기의 기본적인 원리 및 구조는 1980년대에 일본에서 이미 알려진 것”이라면서 “다이슨의 제품이 원천적인 것이 아니어서 기능적, 디자인적 측면의 특허회피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증빙서류 기준 강화… 공기관 해외출장 ‘기피’

    대전에 있는 한 정부출연연구소의 책임연구원 A씨는 최근 8박9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A씨는 출장 중의 일정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행정팀으로부터 출장 증빙서류 목록을 받고 불쾌한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항공권 사본이나 호텔 숙박영수증 외에 각 국가별 입국 확인, 회의장이나 학회장, 각 연구소에서 찍은 사진까지 날짜별로 모두 첨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해외출장의 경우 귀국 5일 안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각 출장지별 동선이나 방문지 등에 대한 서류까지 모두 첨부해야 해 일이 몇배로 늘었다.”면서 “출장 중에 밀린 업무까지 더해져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작년 출장비 횡령사건에 까다롭게 정부출연연구소 및 공공기관 직원들이 ‘출장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 직원들이 출장비를 받고도 출장을 가지 않은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되면서 각 기관별로 출장 관련 증빙기준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출장이 많은 기관에서는 출장 기피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내 출장도 영수증 의무화 곤욕 현재 출연연 및 공기관은 공무원에 준하는 출장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경우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영수증 등 입증서류가 간소한 데 비해 공기관 직원들은 복잡한 증빙서류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이는 행정부서에서 내부감사나 국정감사 등에 대비해 지나치게 까다로운 내부 규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 최근에는 당일 국내 출장도 교통 승차권 외에 현지에서 사용한 영수증을 의무적으로 첨부하도록 해 편의점 등에서 억지로 물건을 구매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해당 공기관들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규정강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출연연 행정부서 관계자는 “몰래 비행기 티켓을 바꿔서 다른 지역으로 나가 놀다 오거나, 일주일간 학회에 간다고 보고해 놓고 하루만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에 적발돼 기관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고,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서울메트로, 역주행 방지시스템 개발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지하철의 역주행을 방지하는 과주방지 신호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가동에 들어갔다고 2일 밝혔다. 서울메트로 과장급 직원의 아이디어로 개발된 이 시스템은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열차가 제한속도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멈추도록 유도해 열차가 승강장을 지나치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했다. 1·2호선은 승강장 정차위치로부터 각 116m와 35m 전방에서 열차속도가 시속 45㎞와 25㎞를 넘을 경우 3초간 경보벨을 울리고, 기관사가 정차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차를 유도하게 된다. 3·4호선은 1·2호선과 운전 방식이 달라 과주방지를 위해 선로가 아닌 열차의 신호제한속도 전송프로그램을 수정해 승강장 진입 6초, 14초 후에 제한 속도를 각각 시속 40㎞, 25㎞로 제한하도록 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되돌이 운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고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 과주방지 신호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임기 한달차 초선 ‘워킹맘’ 새누리 강은희·민주 이언주 의원의 톡톡 수다

    임기 한달차 초선 ‘워킹맘’ 새누리 강은희·민주 이언주 의원의 톡톡 수다

    2일 개원하는 19대 국회의 여성 의원은 47명이다. 역대 최다 여성 의원을 배출했던 18대 국회(41명)보다 6명이 더 늘었다. 처음으로 금배지를 단 초선 의원도 32명이나 된다. 비록 정상 개원은 한 달 가까이 늦어졌지만 여성 특유의 꼼꼼하고 소통 잘하는 리더십으로 19대 국회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만큼은 여느 다선 의원 못지않다. 한 달 차 초선의원인 새누리당 강은희(48·비례)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언주(40·경기 광명을) 의원은 워킹맘으로서 의정활동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욕심이 남다르다. 두 의원이 앞으로 4년간 그려갈 다짐과 한 달간의 생활은 국회 입성 이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 주말(29일) 두 의원에게서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의원이 되고 나니 국회 밖에서 바라봤던 정치인의 모습과 어떤 게 다른가. -강은희 막상 배지를 달고 보니 여야 모두 눈 코 뜰새 없이 일해서 놀랐다. TV에는 흔히 싸움잡이하는 모습들만 비쳐지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 지역구 의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지역구와 국회를 오간다. 기초체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의원도 못할 것 같다. -이언주 대기업에 몸담으면서 정치권을 시니컬하게 바라봤는데 의원이 되고 나서 겸허해졌다. 의원 대부분이 새벽부터 10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 움직이는데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더라. 유권자들은 당연히 아쉬운 점이 많으실 테지만. →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단상은. -이 대기업은 업무지원을 전제로 사무기기·차량 제공 등이 확실하다. 임원 때는 업무에 필요한 당연한 부분이라고 으레 생각했는데 의원이 되고 나선 ‘국민들이 이런 부분도 특권으로 보고 있구나’ 싶어 신경이 쓰인다. 의원 연금, 겸직 인정 같은 특권은 개선돼야 한다. 의전도 지나치다. 국회 본관 의원 출입구에 빨간 카펫이 깔려 있을 필요가 있나. 보좌관과 함께 들어오다가도 보좌관은 민간인 출입구로 따로 가야 한다. 국회의 담이 낮아지면 좋겠다. -강 기업은 업무수행을 위한 비용 부담을 회사에서 하고 국회의원은 국가에서 맡는 점이 다르달까. 특권이라기보다 일하는 수단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의원이 되고 나니 좋은 점은 정보 접근성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국회도서관 자료를 컴퓨터 엔터키만 치면 받아볼 수 있으니까. →초선이라 눈치보고 할 말을 못한 적이 있나. -이 아직 없다. 오히려 중진이라면 체면 때문에라도 말을 조심할 텐데 초선은 발언이 더 자유롭다. 초선다운 패기를 보여 줘야 한다는 자격지심도 있다. -강 6월 초 연찬회 때 분임토의 간사를 맡았다. 시작부터 안건을 세게 밀어붙이며 열심히 진행했는데, 아뿔사 처음에 제 인사를 안 해서 아찔해졌다. 초선이 미숙하긴 하다. 그래도 국회 밖에서 보고 느낀 대로 추진하니 틀린 판단은 없는 듯하다. →당론과 자신의 의견이 배치된다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나. -강 저는 씩씩한 편인데 정책위의장께 가서 따진 적도 있다(웃음). 선배 의원들이 우리를 설득해야 하지만 거꾸로 우리도 선배들을 설득하는 상황이 앞으로 많이 생길 거다. -이 국회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니까 정치적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일단 소신대로 하고 독립된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초선들의 계파 줄서기는 어떻게 보나. -강 난 계파가 없는데 외부에서 자꾸 구분하려고 하더라. 워낙 보스정치에 젖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이 어떤 언론에는 내가 친노, 어떤 언론에는 범박영선 또는 범시민계로 나온다. 하지만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 계파를 그렇게 일도양단 식으로 자를 수 있을까. →새누리당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6월 세비를 반납했다. -강 내부에서도 격론이 오갔다. 사실 5월 30일 임기 시작 전부터 지역구·의정활동을 하지 않나. 그래도 세비 반납은 19대 국회가 역대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개원을 안 한 상태에선 정책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 국민들께 사죄한다는 뜻이다. -이 솔직히 민주당은 상처받았다. 적절치 않은 공격을 당한 느낌이랄까. 세비반납을 꼭 하고 싶다면 야당과 협의해 국민들 앞에 모양 좋게 제시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워킹맘으로서 고충이 있나. -이 정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인데 가족에게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 4살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임기 시작 후 아들 얼굴을 1주일 만에 봤더니 아이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못 나가게 하는데 눈물이 났다. 그래도 아이가 없었다면 정치하겠다는 생각도 안 했다. ‘왜 내가 이걸 하고 있나’ 싶다가도 ‘아이 때문에 한다’는 일념으로 바뀐다. 남성의원의 부인은 지역구 내조를 자기 일처럼 하지만 여성 의원은 남편에게 강요할 수가 없다. 그런 점은 한국 사회가 많이 아쉽다. -강 워킹맘은 제도가 아무리 뒷받침된다고 해도 눈물 없이는 아이를 키울 수가 없다. 육아보육정책이 그동안 남성들에 의해 좌우된 측면이 있다. 미취학 아동을 둔 여성 의원들이 늘어날수록 정책이 제자리를 찾아가리라고 본다. 이현정·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8)조선 정조의 두 재상 김종수·채제공 ‘살벌한 대립’

    [선택! 역사를 갈랐다] (18)조선 정조의 두 재상 김종수·채제공 ‘살벌한 대립’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왕으로는 단연 정조가 으뜸이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가 구축한 왕권을 이어받은 데 더해, 스스로도 끝없이 학문을 닦아 군사(君師)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또한 당시 조선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해결책을 강구했다. 정조 때 시전상인들의 독점판매권을 상당 부분 폐지해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한 신해통공(辛亥通共·1791)은 미래지향적인 제도의 변화라는 점에서 역사전문용어로서 ‘개혁’으로 부를 만하다. 서얼과 노비를 대상으로 세습신분제의 완화를 시도한 점이나 서학과 천주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취한 점도, 거의 성과를 보지 못했지만 조선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당쟁으로 갈래갈래 찢긴 정치지형을 국왕을 중심으로 대승적으로 재편하기 위한 탕평책도 평가할 수 있다. 정조를 보좌한 대표적인 원로급 인물로는 김종수(1728~1799)와 채제공(1720~1799)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최고의 벼슬인 재상의 반열에 올라 정책결정 과정에 깊이 개입했을 뿐 아니라, 정조의 신임이 남달랐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입장을 달리해 거의 사사건건 대립했다. 둘 다 표면적으로는 정조의 탕평책에 동의했으나, 속으로는 상대방을 제거하지 못해 안달했다. 김종수가 노론집안인 데 비해 채제공은 남인이었다. 또한 김종수가 사도세자를 죄인으로 간주한 벽파의 거두인 데 비해, 채제공은 사도세자의 무고를 주장한 시파의 거두였다. 그런데도 이 둘이 모두 정조의 총애를 받은 이유는 정조가 즉위하기 전에 맺은 관계 덕분이었다. ●경제개혁·천주교 반대… 수구적 재상 김종수 먼저, 김종수는 왕세손의 학문을 담당한 시강원에 근무하면서 정조의 스승이라는 각별한 경력을 쌓았다. 그런데 정조가 김종수를 크게 신임한 이유가 이런 인연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종수가 정조에게 설파한 군주론이 정조의 생각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정통 주자학 신봉자인 김종수는 군주는 통치자이면서 동시에 학문적 스승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는 군주나 스승 가운데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그 둘을 겸함으로써 이른바 군사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한 정조가 품었던 군주론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면 김종수는 정조가 진정한 군사가 되도록 성심으로 돕고 그의 탕평책을 적극 지지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철저한 당론자(黨論者)였기 때문이다. 그는 노론의 강경론자로서 소론과 남인을 역적이자 소인배의 무리로 간주해 공존하기조차 싫어했다. 그는 군자만이 정치를 담당해야 한다고 확신했으나, 그에게 군자는 오직 노론뿐이었다. 따라서 그의 군자정치론은 사실상 노론의 전제를 뜻했다. 말로는 군사를 운운했으나, 그는 정조가 중심이 되어 추진한 탕평책을 불편해했다. 오히려 정파의 보스가 지방에 앉아 중앙의 정치에 대해 훈수하는 산림정치를 지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신해통공과 같은 경제개혁에도 극력 반대했으며, 서학과 천주교에 대해서도 강경일변도였고, 신분제의 완화에도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정조의 조정에 출사한 이유는 권력욕 때문이었다. 어떤 변화에 대해 반대한다면 자기가 고수하려는 것들에 대한 분명한 논리를 세워야 하는데, 김종수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입으로는 군사와 군자를 말했으나, 마음은 언제나 노론의 권력 독점에 있었다. 국왕의 총애를 받아 중책을 담당한 일국의 재상으로서 국가의 현안이나 제반 문제들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없었다. 보수란 변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변화의 절박성을 따져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속도를 조절해 서서히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김종수는 보수로서의 정치철학조차 갖고 있지 않은 수구였을 뿐이다. 혹자는 김종수를 보수파로 평가하지만, 솔직히 자격 미달의 보수였다. ●신분제 완화에 우호적… 정조의 돌격대장, 채제공 채제공이 정조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사도세자를 극구 옹호하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의 정치철학과 국가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정조와 매우 비슷한 덕분에 정조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정통주자학에서 벗어나, 국왕의 절대권을 강조하면서 그 바탕으로서 충효를 강조했다. 이런 군주론은 군주의 특성을 최소화해 사대부와 거의 비슷한 급으로 낮추려던 주자학자들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오히려 천자로서 군주의 권력을 절대시한 동중서(董仲舒)의 군주론에 가까웠다. 사대부 문벌을 타파하고 왕의 권위를 높이려던 정조가 이런 채제공을 홀대할 리 없었다. 정책 차원에서도 채제공은 늘 정조의 편에 섰다. 군주를 중심으로 한 탕평책에 적극 동조한 것이나, 신해통공을 적극 추진한 것이나, 주자학과 충돌을 빚는 천주교에 대해서도 일부 포용하려 한 점이나, 신분 차별의 완화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다 그런 예이다. 특히 조선사회에서 거의 진리처럼 굳어져 있던 ‘왕안석=소인’이라는 인식에 맹종하기를 거부하고 왕안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에서도 채제공과 정조는 생각이 비슷했다. 사실, 정조 집권 후반기에 추진한 몇몇 정책에서 정조의 오른팔로서 돌격대장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 바로 채제공이었다. 그렇다면 채제공은 진심으로 정조의 탕평책을 지지했을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채제공이 재상이 된 후에 가장 먼저 제기한 문제가 벽파에 대한 전면적인 선전포고였기 때문이다. 18세기 후반 조선에서 가장 뜨거운 문제였던 사도세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사도세자를 죄인이라 한 벽파에 대해 공격 나팔을 불었던 것이다. 사도세자가 죄를 입어 부왕에게 ‘처형’된 것이라면 정조는 죄인의 아들이 되기에 국왕으로서 권위를 세우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사도세자가 죄가 없음에도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이라면, 당시 사도세자를 공격한 자들은 모조리 역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문제이기에, 정조조차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덮고 벽파와 시파를 가리지 않고 등용하는 탕평책을 폈던 것이다. 정조를 보좌하면서 그동안 구상했던 ‘개혁’을 추진하기에도 버거울 지경에, 채제공이 온건파나 중도파까지도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들어 버릴 사도세자 문제를 굳이 끄집어 낸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정조의 왕권을 보다 확실히 하고, 그럼으로써 정국을 주도해 개혁을 추진할 발판을 만들자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채제공을 전격적으로 재상에 임명하면서 정조는 그 등용 이유를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설명했는데, 채제공이 그것을 벽파세력에 대한 공격신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공격에서 정조가 끝내 중립을 지킨 점을 고려할 때, 정조가 의도한 ‘이열치열’이 그런 노골적인 공격이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김종수와 마찬가지로 채제공 또한 벽파와는 한 조정에서 공존할 수 없다고 믿었음이 거의 분명하다. 실제로 그는 벽파를 역적으로 몰아붙였으며, 김종수 또한 채제공을 역적으로 불렀다. ●정조의 김종수·채제공 등용은 탕평책?이열치열? 이렇듯 태생적으로 물과 기름 관계인 노론과 남인 출신인 김종수와 채제공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보는 입장에서도 철천지원수 관계인 벽파와 시파에 속했다. 그 계파의 우두머리였다. 그리고 그 둘은 그런 정치계보에 충실했다. 그렇다는 것은 김종수와 채제공 모두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견원지간인 두 사람을 재상으로 쓴 정조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인사정책을 통해 자신이 구상한 탕평정치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고, 그 둘의 적당한 대립을 통해 왕권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그 또한 다른 왕들보다 특별히 나을 게 없다. 어쩌면 이런저런 생각은 많으나 과단성이 부족했던 정조 자신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주자학을 대하는 입장이 다르더라도 김종수와 채제공은 모두 유학자이자, 재상이었다. 그렇다면 그 둘은 모두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에 열심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제반 문제를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조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중요한 위치에 있던 두 사람은 권력의 정점에 섰을 때 과거사에서 비롯된 사도세자 문제를 둘러싸고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치는 뒷전이었다. 그 결과, 정조 말년에 그 둘 모두 권력을 잃었고, 같은 해 같은 달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생을 마감했다. 죽어서도 둘 사이의 엎치락뒤치락은 끝나지 않았다. 정조의 죽음으로 노론 벽파가 권력을 잡으면서, 이미 죽은 채제공은 관작 추탈이라는 욕을 봤다. 그런데 7년 후 정순왕후의 대리청정이 끝나고 노론 시파가 권력을 장악함에 따라, 이미 죽은 김종수는 사도세자와 정조의 역적으로 몰려 역시 수모를 당했다. ●권력잡은 노론, 채제공 관작추탈… 죽어서도 혈투 김종수와 채제공이 권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대립하더라도 그것을 ‘시대정신’에 기초한 정책대결로 승화시키면서 정조를 보필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실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둘의 선택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나 우선순위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독점적 권력 그 자체였다. 김종수와 채제공이 보여준 사례는 한시도 잠잠한 날이 없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에도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김종수의 처신은 일국의 정치를 책임질 재상이 보일 처신은 전혀 아니었다. 노론 벽파의 우두머리로서 그는 초지일관 ‘당권파’의 이해에 따라 행동했다. 무엇인가 개혁을 추진한 점에서 채제공이 김종수보다 더 나았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그 또한 200년 이상 이전투구로 벌어진 당쟁구도에 보다 충실했다는 점에서는 역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 여객기 잘못타고 엉뚱한 나라 도착한 승객

    여객기 잘못타고 엉뚱한 나라 도착한 승객

    ”어라 여기가 아닌데…” 승객이 여객기를 잘못 타 자신의 목적지가 아닌 다른 나라에 가는 것이 가능할까? 영국에서 여객기를 잘못 타는 바람에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나라에 도착한 황당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최근 프로서퍼 선수인 토비 도나치(19)는 전지훈련 차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프랑스 비아리츠행 라이언에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러나 비행 중 도나치의 달콤한 망중한을 깨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현재 비행기가 덴마크 상공을 지나고 있다는 것. 프랑스로 향하는 줄만 알았던 도나치는 화들짝 놀랐고 곧바로 승무원을 불렀다. 도나치의 비행기 티켓을 확인한 승무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결국 비행기는 예정대로 목적지인 스웨덴 말뫼에 도착했고 도나치는 항공사측이 마련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갔다. 조사결과 도나치의 엉뚱한 여행은 항공사측의 과실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비행기 탑승 몇 분 전 출입문이 변경됐으나 도나치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항공사 측은 두차례나 티켓을 확인하고도 엉뚱한 비행기에 태운 것. 라이언에어 측은 “인원을 체크할 때 아이 한명이 숨어있어 도나치가 잘못 탄 것을 승무원들이 알지 못했다.” 면서 “기초적인 실수를 한 것에 책임을 느끼며 자세한 조사를 위해 직원을 파견했다.”고 해명했다. 이에대해 도나치는 “항공사 측에서 프랑스로 향하는 무료 티켓과 호텔을 제공했다.” 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의 놀림감이 됐다.” 며 웃었다. 인터넷뉴스팀   
  • [19대 개원 여야 대표에게 듣는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19대 개원 여야 대표에게 듣는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19대 국회가 2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열리는 이번 국회는 대선 정국의 지형을 가르는 전초전의 의미를 지닌다. 여야 대표로부터 사실상 ‘대선 국회’에 임하는 구상을 듣는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일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대선후보 경선을 11월에 마무리하려는 것은 국민 선택권을 축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확정 시기에 대해 “대선후보 검증에 최소한 4개월은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년 전에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또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올 하반기 정국 운영의 중심은 청와대가 아닌 당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홍준표 대표 체제 이후 ‘9인 회동’으로 대표되는 고위 당정 협의가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고위 당정과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사안별로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선까지 여야의 판도를 바꾸는 두세 차례의 큰 출렁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인하지 않는다. 대비도 해야 한다. 북한 변수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미리 예측해서 맞히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나. -구태 정치에 대한 환멸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진실한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예컨대 30대의 경우 대학 졸업 당시 외환위기가 터졌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으나 결과는 ‘카드깡 세대’가 됐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으나 ‘하우스푸어 세대’가 됐다. 2007년 대선 때도 이명박 후보는 국민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안 됐다. →현행 경선 규칙을 고수할 경우 흥행에서 실패할 수도 있지 않나. -흥행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우선 누가 후보가 될지 손에 땀을 쥐는 흥행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흥행을 만들기 위해 규칙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문제다. 규칙을 바꾸면 흥행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토론 등을 통해 후보의 참신성, 대중성, 진정성을 보여 주는 형태의 흥행도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스타가 태어날 수도 있다. 정몽준·이재오·김문수 후보 등 ‘비박(비박근혜) 3인’ 역시 아직 대선후보로서 진면목을 보여 주지 않았다. 임태희·안상수·김태호 후보 등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당 대표로서 경선 규칙 갈등을 해소해야 하지 않나. -비박 3인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 대표로서의 선택권은 없었다. 이로 인해 당이 무력해진 측면이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이려면 당헌·당규는 물론 선거법까지 바꿔야 한다.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 그때까지 수수방관할 수는 없지 않나.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이유다. 비박 3인 모두 또는 일부가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선 선거인단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5·15 전당대회 대표 경선 때 보니까 휴대전화 문자 한 번 보내는 데도 20만명에 800만원이 들어간다더라. 결국 돈이 문제다. →야권에서는 국민과의 소통의 기재로 모바일 투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위험성이 내포된 절차로 대선을 치르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회의원의 경우 자격 정지나 당선 무효 처리하면 되지만 대통령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야권이 모바일 투표를 하겠다면 국민 앞에 무책임한 정당이다. →야권에서는 대선후보 확정 방식으로 ‘원샷’ 경선, ‘플레이오프’ 경선 등 다양한 논의가 있다. -대선후보 확정 시기가 늦어지는 게 문제다. 대선후보 검증에 최소한 4개월은 필요하다. 지난 4·11 총선 때 검증을 한번 받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총선과 대선은 이슈 자체가 다르다. →19대 국회가 열렸다. 당 대표로서 밑그림을 그리는 게 있다면. -국가 안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재정 문제다. 국가 부채, 지방자치단체 부채, 가계 부채 등 폭발성 있는 문제를 사전 점검해야 한다. 또 하나는 정체성 문제다. 지금까지는 민주화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었기 때문에 정체성이 흔들린 측면도 있다. →정체성 문제에 대해 당 안팎에서 박수와 비난이 공존한다. 대선후보와의 교감도 필요하고 색깔론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정체성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진보든 보수든 정당은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헌법 가치에서 벗어나면 정당의 존립 가치에도 부딪힌다. 민주당 역시 애국가를 부인하는 사람들과 손잡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종북 논란에 맞서 사상 검증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상 검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 없다. 사상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겠나. 사상이 아닌 공개적으로 한 정치적 언행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헌법 가치와 정면 충돌하는 언행을 한 게 문제다. →여야가 각각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을 담은 ‘6대 쇄신안’과 ‘5대 특권 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계획은. -국회 쇄신 및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바람직하다. 여야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관련 논의를 조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세훈·최지숙기자 shj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FX기종 검증 단 3개월…전문가 “최소 4~5년 장기전략 필요”

    [커버스토리] FX기종 검증 단 3개월…전문가 “최소 4~5년 장기전략 필요”

    올해 계약을 목표로 14조원 규모의 외국산 무기 도입이 추진됨에 따라 이 사업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국방예산이 32조 957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에 국민의 혈세가 과연 적절히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육군 대형공격헬기 사업과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사업의 시급성에는 동의하지만 차기전투기(FX) 사업은 지나치게 성급히 추진하는 감이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후보기종이 검증되지 않았고 짧은 시험평가 기간에 따라 졸속평가가 이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군이 아닌 민간 차원의 경영진단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AH1S/F(코브라) 공격헬기의 경우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10년 이상 교체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면서 “이 같은 사정은 해상헬기도 마찬가지”라고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논란의 핵이 되고 있는 차기전투기 사업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재입찰 공고를 통해 다음 달 5일까지 2개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다시 받기로 했다. 지난 FX 1차 사업 때는 F15, 라팔, 유로파이터, 수호이35 등 4개 기종을 19개월에 걸쳐 가격협상과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0월까지 시험평가를 마치려면 평가할 기간이 1개 기종당 3.5주에 불과하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8조원 정도 규모의 큰 사업이면 4~5년 정도 시간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며 “현 정부는 지난 2010년 전임 정부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3차 예산을 삭감했다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부랴부랴 2016년에 새로운 기종을 도입한다는 초고속 일정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우리 정부가 절충교역 등 기술이전에 대한 의지보다는 한·미동맹 체제하에서 미국산 무기 구입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욱 연구위원은 “차기전투기 사업의 문제는 후보 기종들이 모두 개발 중인 것으로 실전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인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은 “군이 스스로의 비효율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하므로 민간 컨설팅 전문회사에서 군수분야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중국통신]中 선정적 부동산 광고 논란

    정부의 ‘집 값 잡기’ 노력으로 중국 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거래량을 늘리려는 부동산 업체들이 저마다 선정적인 광고를 내세워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왕이닷컴 등의 30일자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전역은 최근 성인 잡지를 방불케 하는 부동산 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창사(長沙)에서 분양 중인 한 빌딩의 광고에는 붉은 색 하이힐을 신은 ‘하의실종’ 여성이 종아리에 작은 속옷을 걸친 채 아슬아슬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성의 발 아래에는 “2만 위안, 해, 안 해!”라는 뜻의 중국어가 적혀 있어 야릇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빌딩의 면적 등 사진 아래에 적힌 작은 글자들이 없다면 부동산 광고임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앞서 선전시에서는 ‘체험형’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격이) 더 낮으면 어떨까?”라는 제목의 광고판에는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의 사진이 있고, 가슴 양쪽을 가린 종이를 열어야 구체적인 부동산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충칭시에서는 ‘오르가즘’이라는 뜻의 ‘까오차오(高潮)’와 발음이 같은 ‘까오차오(高巢)’를 이용한 광고어가 등장했다. 녹지가 넓고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살리고자 낸 아이디어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본연의 의도에 빗나간다. 한편 도심에 등장한 자극적인 부동산 광고에 시민들은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창사 빌딩광고에 대해 누리꾼들 또한 “너무 저속하다.”. “광고를 보면 민망함에 할 말이 없다.”, “부동산 광고인지 매춘 광고인지 모르겠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만삭아내 살인’ 파기환송… 다시 원점

    ‘만삭아내 살인’ 파기환송… 다시 원점

    ‘만삭 의사부인 살해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심의 성급한 유죄판단을 문제 삼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사실상 증거부족을 지적한 것으로 대법원은 “더욱 치밀한 추론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사망 시각 진술도 엇갈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8일 만삭의 부인을 살해해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의사 백모(3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법정에서 다시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게 됐다. 검찰이 백씨의 범행을 입증할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사건의 실체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부는 사망한 부인 박모(사망 당시 28세)씨의 사인이 ‘액사’(목눌림에 의한 질식사)라는 원심 판단이 성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려면 단순 질식사가 아닌 ‘액사’라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면서 “확신을 갖게 할 정도의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한 치밀한 논증 없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문점이 있는 부검의의 소견 등을 토대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논리를 비약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부검소견 가운데 ▲목 부위의 피부 까짐 ▲목 근육 안쪽과 턱 주변의 출혈 등에 대해 사후손상 또는 시반성출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살해 동기도 유죄 인정하기엔 미약” 범행동기에 대해서도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원심은 당시 백씨가 전문의 자격시험을 본 뒤 합격 여부와 수도권에서의 군의관 근무 여부가 불투명하게 돼 박씨와 다툼이 있었고, 평소 컴퓨터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있어 부부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점 등을 범행 동기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다툼의 동기가 될 수는 있지만 살인의 동기가 되기에는 매우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사망 시각으로 제시된 ‘오전 6시 41분’에 대해서도 “원심이 인정한 박씨의 평소 기상시각 등이 박씨 친동생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아 피해자의 사망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 요소로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이 먼저 집을 나선 이후 피해자가 욕실에서 출근 준비를 시작하다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백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집에서 출산을 한달 앞둔 부인 박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전문의 시험을 치른 뒤 불합격할 가능성 때문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부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반면 백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부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액사가 아니라 스스로 욕실에서 미끄러져 기도가 막혀 질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호남고속철 정읍역사 공사 재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중단됐던 호남고속철도 정읍역사 공사가 6개월여 만에 재개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안이 수용된 결과다. 권익위는 정읍역사 및 지하차도 신설 공사 재개를 요구하며 전북 정읍시민 7만 3000여명이 제기한 집단민원이 권익위 중재로 28일 해결됐다고 밝혔다. 민원은 공단이 지난해 7월 정읍역사가 지나치게 크게 설계됐고, 주변 개발사업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지하차도 공사 시작 5개월 만에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불거졌다. 공단은 예산절감과 사업기간 단축을 위해 기존 역사를 증축해 사용하고, 역사 서쪽의 도심 개발 정도에 따라 새 역사와 지하차도를 단계적으로 건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읍시는 이미 용지보상비 13억원 등 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며 반발했고,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권익위에 집단민원을 제출했다. 권익위는 중재안을 마련, 여러 차례 관련 기관을 설득한 끝에 이날 정읍 호남고속철도 현장사무소에서 김영란 위원장과 김광재 공단 이사장, 김생기 정읍시장, 김한영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이 모여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재안은 ▲원안대로 선로 위에 역사를 신축하되 과잉시설이 되지 않도록 이용수요에 적합한 규모로 예산을 절감하고 ▲지하차도는 정읍시와 공단의 합의사안인 만큼 원래 계획대로 높이 4.5m 이상의 왕복 4차로 규모로 건설하는 등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칫 호남고속철도 준공 지연, 지역 갈등 비화 등으로 번질 집단민원이 권익위의 ‘솔로몬의 선택’으로 타결된 것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페루서 발굴된 괴이한 유골, 외계인 증거?

    페루서 발굴된 괴이한 유골, 외계인 증거?

    지난해 말 페루에서 발견된 괴이한 유골이 외계인의 존재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지도 모르겠다. 미국 출신의 과학자인 페루 파라카스역사박물관의 브라이언 포어스터 부관장이 11개의 갈비뼈와 길쭉한 형태의 두개골로 이뤄진 아기 유골을 심층적으로 연구해 연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27일(현지시각) 미국 개더닷컴이 보도했다. 고대 문화와 역사를 수년간 연구한 포어스터는 현대 과학에서 무시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남미 일대에서 출토된 고대 물건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유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포어스터가 가장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유골은 11개의 갈비뼈와 지나치게 두꺼운 목과 척추뼈,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두개골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두개골과 같은 변형된 모습은 일부 고대 문명을 통해서 흔히 나타나 두개골 변형 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이 같은 특성을 가진 어린 아이의 두개골을 찾을 가능성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두개골 변형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몇 년이 걸리지만 이 아기 유골은 그 나이 또래에 맞지 않게 보다 심하게 변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포어스터는 이 유골이 외계인의 증거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이 아기 유골의 전시를 잠시 중단하고 전 세계에서 파라카스로 모인 과학자들과 함께 올해 말까지 그 유골의 DNA를 검사하는 등 심층적인 연구를 해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일부 음모론가들은 고대 일부 문화에서 나타난 두개골 변형 문화는 자신들을 찾아온 선진 기술을 가진 방문자들을 모방하는 전통을 가졌을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학생 자살’ 중학교 교사, 학교폭력 설문 조작 혐의로 입건

    검찰이 지난해 11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여중생 사건과 관련, 해당 학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생활지도교사를 사법처리하자 교육계가 발끈했다. 교사의 직무 범위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들의 대응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의 논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훈)는 최근 서울 양천구 S중학교 윤모 생활지도교사를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윤 교사는 학교 측에 지난해 4월과 6월 각각 실시한 학교폭력 설문 조사 결과를 축소해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학급별 통계결과표를 폐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S중 관계자는 “학생들이 무기명 응답 과정에서 장난으로 기재한 부분들에 대해 확인을 거쳐 사실무근인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을 축소한 것이 아니다.”라고 검찰의 수사에 반박했다. 또 “윤 교사가 담임교사들로부터 설문조사 결과를 통보받을 때 받은 메모를 무기한 보관할 수 없어 버린 것이지 공무 방해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당시 2학년 김모양은 수면제를 다량 복용한 뒤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경찰은 앞서 안모(40) 담임교사가 사건 발생 몇 달 전부터 “딸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 달라.”는 김양 부모의 요청을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 입건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교육계는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검찰이 단순한 행정 절차상 오류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면서 “학생생활지도나 교사의 직무범위에 대해 사법적 잣대로만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모든 국민이 소송하면 피해산정 가능”

    “모든 국민이 소송하면 피해산정 가능”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 원구성 지연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꺼내 든 ‘세비 반환 청구소송’이라는 초강수 카드는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구성되지 않아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에 대해 “너무 나간 것 아니냐, 지나치다.”며 한목소리로 대한변협을 비판했다. 대한변협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검토 중인 법적 조치는 크게 4가지다. 먼저 국회의원들이 수령하는 세비를 ‘부당 이득’으로 간주해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다. 지역구별로 5명 정도 원고가 모집되면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피고를 국회의원 전원으로 할 경우 원고 모집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역구별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세비 가압류도 함께 신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변협 측은 “국회 구성이 지연됨에 따라 국민들의 ‘국회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면서 “실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재판이 계류 중인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개원을 강제할 수 있는 헌법소송을 검토하는 동시에 개점휴업 상태인 의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도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회기 시작 이후 일정 시점까지 국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세비와 국고보조금의 지급을 중단하고 국회의원직을 상실케 하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담은 입법 청원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적지 않다. 소송인단 모집 등에 시간이 걸리거나 법리적인 문제 등으로 실제 소송을 제기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세비(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원칙인데 국민을 피해자로 규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모든 국민이 모든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 손해액 산정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자료 청구 소송도 마찬가지다. 의원들의 불법, 위법 행위와 국민 스트레스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쉽지 않아서다.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의 경우 일반적으로 직무자의 구성원이 소송을 내는 것을 고려하면 국민이 소송 당사자로 적격한지를 따져 봐야 한다. 자칫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국회를 압박하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나 소송 성립 요건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소송 만능주의’에 기초한 정치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씨줄날줄] 2등의 전략/곽태헌 논설위원

    20년 전만 해도 맥주 하면 오비(OB)였다. OB맥주를 생산한 동양맥주와 크라운맥주를 생산한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의 대결은 싱거웠다. 동양맥주의 점유율은 약 70%, 조선맥주의 점유율은 약 30%였다. 당시만 해도 식음료그룹의 대명사 격인 두산그룹의 계열사였던 동양맥주는 점유율을 더 높일 수도 있었지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사실상 독점이 되면 이런저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규제를 받을지도 모르니, 사이좋게 맥주시장을 양분하는 게 좋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맥주가 1993년 하이트맥주를 내놓으며 맥주시장 판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만년 2등 조선맥주는 동양맥주의 아킬레스건(腱)인 환경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1등과 싸우는 전략을 구사했다. 지하 150m 천연암반수로 만든 맥주를 강조하면서, ‘맥주를 끓여서 드시겠습니까.’라는 도발적인 광고 공세를 펼쳤다. 2년 전 터진,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전자의 페놀사건을 겨냥해 환경문제를 부각시킨 것이다. 동양맥주는 이듬해 나올 진로쿠어스맥주의 카스맥주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서 하이트맥주에 대항할 신제품을 제때 내놓지도 못하는 등 조선맥주의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철옹성’ 같았던 동양맥주가 흔들렸다. 1996년 조선맥주는 마침내 동양맥주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1등과 2등이 싸우면, 1등은 ‘잘해야 본전’이지만 2등은 ‘밑져도 본전’이다. 그래서 1등은 가능한 한 싸우지 않으려 하고, 2등은 밑질 게 없으니 계속 싸우려고 한다.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경선을 앞두고 손학규 상임고문이 문재인 상임고문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그제 손 고문은 “누구와 연대하고 공동정부를 만들겠다는, 그렇게 자신 없는 정당과 자신 없는 지도자를 국민이 왜 찍어주겠느냐.”고 문 고문을 공격했다. 문 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문 고문 측은 손 고문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인 문 고문 측에서 볼 때에는 2위인 손 고문의 공격에 대응해야 남는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원장은 양자 대결 시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기업의 시장점유율이든, 정치인의 지지율이든 영원한 1등은 없는 법이다. 1등이라고 지나치게 몸만 사리거나, 방어만 하다가는 역전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서울교육청, 중·고생 선행학습 제동건다

    서울시교육청이 중·고교생들의 사교육 요인으로 꼽히는 선행학습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3일 중·고교 수학과목의 1학기 기말고사 문항을 점검한 데 이어 ‘학교교육과정 특별점검단’을 구성해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 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크게 앞질러 진도를 나가거나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난 시험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의 부담을 지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시교육청은 ‘2012년 선행학습 대책’을 통해 서울 지역 학생들의 과도한 선행학습을 막겠다고 27일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선행학습을 차단하기 위해 학교 교육 과정 편성과 운영이 일치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석교사와 장학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학교교육과정 특별점검단은 선행학습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수학과목을 중심으로 각 학교의 교육과정을 점검하기로 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서울시내 중학교 382곳, 고등학교 317곳의 수학 시험문제를 점검해 정상 진도를 벗어나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출제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게 된다. 학기 초에 편성한 교육과정을 평가문항에 실제로 반영했는지 검증하게 된다. 시교육청은 수학 외에 과도한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다른 교과목으로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또 지금까지의 일률적인 과목 편성을 지양, 학생들이 적성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기본수업을 들은 뒤 자신의 학업성취도나 적성에 따라 특정 과목의 수업을 선택해서 듣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3년 동안 204학점을 채우도록 하는 방식이다. 교육청의 이 같은 조치는 교육계의 고질적 병폐인 선행학습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행학습이 불필요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지나친 학습 부담을 지운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면서 “학원에서 이뤄지는 선행학습은 학생들에게 기본개념을 이해시키기보다 문제 풀이 요령만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빈혈

    [Weekly Health Issue] 빈혈

    잠깐 앉았다가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핑∼ 도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한 일도 없는데 쑤욱~ 기력이 빠지는 듯하고, 손바닥에 핏기라고는 없으며, 식욕도, 의욕도 없다. 이런 상황이면 많은 사람들이 빈혈을 떠올린다. 사실, 빈혈처럼 포괄적이고 막연하게 쓰이는 용어도 드물다. 명백한 질환이고, 많은 사람이 겪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의 다이어트 열풍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지만 “영양제 먹으면 나아지겠지.”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빈혈은 이런 방심을 파고 들어 자신뿐 아니라 2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빈혈에 대해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로부터 듣는다. ●빈혈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빈혈로 정의한다. 인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은 적혈구가 맡으므로 적혈구 속의 혈색소(헤모글로빈)를 기준으로 빈혈을 진단하는데, 남성은 혈색소 농도가 13g/㎗ 이하, 비임신 여성은 12g/㎗ 이하, 임산부는 11g/㎗ 이하이면 빈혈에 해당된다. 어린이는 11∼12g/㎗를 기준으로 잡는다. ●빈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들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는 혈관이 확장돼 평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빈혈 증상을 느끼는데, 피로감·식욕저하·소화불량·현기증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혈을 가볍게 여겨 철분제나 비타민제, 종합영양제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거나, 방치하고 만다. 그러나 빈혈은 다양한 건강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더 큰 병의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내 유병률과 발병 추이의 특이점은 빈혈 유병률은 미국이 5.7%로 비교적 낮지만 아프리카의 잠비아는 75%로 편차가 크다. 한국은 30.2% 정도다. 이 중 성인 여성의 유병율이 15.9% 정도이며, 유형으로는 철결핍성 빈혈이 가장 많다. ●빈혈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형태별로는 철결핍성·재생불량성·용혈성빈혈 등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철결핍성은 체내 철분의 감소가 원인으로, 혈색소와 결합해야 할 철분이 부족해 혈색소나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아 빈혈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재생불량성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골수세포의 기능과 세포충실성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이 모두 감소하는 조혈기능 장애 질환이다. 서구에 비해 국내 발생 빈도가 높으며,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많다. 용혈성 빈혈은 황달과 혈뇨가 특징이며 대부분 감염이나 약제, 음식 등이 원인이다. ●문제가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은 부적절한 식습관 때문에 음식을 통해 인체가 필요로 하는 철분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임산부나 성장기 청소년들은 철 요구량이 많아 결핍 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 밖에 위장 기능이 떨어져 철분이 잘 흡수되지 못하거나, 출산·수술 등으로 인한 과다출혈도 원인이 된다. ●증상과 스스로 감별할 수 있는 특이점은 빈혈은 크게 경증·중등도·중증으로 나눈다. 경증은 수치상으로는 헤모글로빈이 부족하나 드러나는 증상은 거의 없다. 중등도 상태에서는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감과 식욕저하·소화불량·현기증·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상태가 심한 중증의 경우 심계항진·빈맥·만성 심장질환·전신부종·폐부종 등의 질환을 수반하게 된다. 일단, 피부가 창백하고 누렇게 떠보이거나, 밥맛이 없고 복부불쾌감·변비·설사 등이 잦으면 빈혈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손톱이 잘 부러지거나 어지럼증이 있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뛰며, 손바닥의 핑크빛 색조가 변하고, 생리장애가 오며, 두통이 잦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며, 예후는 어떤가. 치료에는 먹는 철분제나 주사제를 주로 사용한다. 경구용 철분제는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흡수율이 낮고, 위장장애·변비·노화 등의 부작용을 겪기 쉽다. 개인차가 있지만 철분제를 복용해 혈색소를 정상화시키려면 2개월가량이 걸린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주사용 철분제가 주목받고 있다. 주사용 철분제는 경구용의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흡수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페린젝트(JW중외제약)의 경우 철분을 한번에 최대 1000㎎까지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사제여서 단기간에 충분한 철분을 보충할 수 있다. ●빈혈은 어디부터 치료가 필요한가. 빈혈은 국내 임신부 30%가 가진 질병이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지나치기 쉽다.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가 11g/㎗ 이하이면 빈혈로 진단하는데, 특히 임신부라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태아의 발육 지연이나 저체중아·발달장애 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자연유산이나 양수감소·조산 등을 극복할 수도 있다. 빈혈은 치료 후 지속적으로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를 측정해 남성은 13g/㎗ 이상, 비임신 여성은 12g/㎗ 이상, 임산부는 11g/㎗ 이상을 유지해야 치료됐다고 본다. 따라서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빈혈 치료 트렌드도 소개해 달라. 임신부는 임신 16주 이후부터 체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격히 줄기 때문에 태아 건강과 안전한 출산을 위해 반드시 철분을 따로 보충해야 한다. 그러나 경구용 철분제는 흡수율이 기대보다 낮고, 위장장애·변비 등의 부작용을 나타낸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주사제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주사제의 경우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해 수혈률을 낮출 뿐 아니라 한번에 1000㎎의 철분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日정부, 청구권 완료 주장은 억지”

    “1910년 한일병합조약은 당시 적용된 국제법 기준으로 볼 때 조약체결의 형식과 절차상 전권위임장이 없거나 비준서가 없어 이미 하자가 발생한 무효이자 불법이었다. 따라서 이 조약이 합법이라는 전제로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대일 강화조약이나, 이 조약의 영향을 받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의 배상 책임이 완료됐다는 주장은 억지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한일협정체제와 식민지 책임의 재조명’에서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한 청구권이 완료됐다는 일본의 주장을 이렇게 비판했다. 도 연구위원은 ‘식민지 책임의 관점에서 본 대일강화조약과 한일협정’이란 논문에서 “2006년 유엔 국제법위원회(ILC)가 국가 간 우호적 관계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외교보호 초안을 내놓았다.”면서 “따라서 일본정부는 대일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지 말고, 국제법 관례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은 한국을 배제하고 맺은 배상조약이라는 한계가 있고, 또한 미국이 아시아에서 냉전체제 구축을 위해 일본의 전후배상을 최소화하는 등 지나치게 관대했다.”고 지적했다. 도 연구위원은 “강화조약의 2조에서 독도가 한국영토에서 누락됐다는 이유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조약의 23조에서 ‘본 조약에 서명한 나라에 의해 비준된다.’고 했기 때문에 조약 당사국이 아닌 한국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도 연구위원의 이런 주장은 지난 5월 24일 대법원이 일제강제징용 피해배상 소송에서 “불법인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합법으로 보는 일본 판결은 우리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므로 그 효력을 승인할 수 없다.”고 내린 판결과 맥이 닿는다. 이와 관련, 오오타 오사무 도시샤대 교수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나 학자들이 상당히 고무됐다.”고 밝혔다.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노동자 등의 대일 청구권이 모두 소멸했다는 일본 정부의 입지는 최근 크게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영돈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학자들이 한일병합의 불법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성실한 사과와 손해배상을 받아야만 한다.”면서“그렇지 않다면 독립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책꽂이]

    ●인생고시 (김종수 지음, 기림 펴냄)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면 건강하고 의식 높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강전도사인 저자가 이치의 핵심인 ‘생명온도’를 중심으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생명온도는 인체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가늠자로, 오장육부가 높은 면역력을 가지는 40~45도이다. 생명온도가 높으면 원기 충만하고 의식이 맑아 두뇌 회전력이 좋아진다. 반대로 낮으면 무기력하고 질병을 일으키며 천재도 둔재가 된다고 말한다. 그럼, 이런 생명온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책은 그 방법들을 의식, 신체 작용, 생활, 임신, 육아, 교육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만큼 합격하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라, 제목이 ‘인생고시’이다. 문항별 정답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아 이해가 쉽다. 1만 8000원. ●미안해,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약속 (경찰청 폭력TF팀 지음, 상상나눔 펴냄) 학교폭력 현장을 가장 많이 접해봤을 현직 경찰관들이 함께 썼다. 2011년 대구에서 일어났던 한 중학생의 자살사건 당시 그 학생이 남겼던 유서로 책은 시작한다. 그 이후 숱한 실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왜, 어떻게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는지 설명하고 주변 어른들이 보다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체크 리스트도 제공한다. 딱딱하지 않게 감성적으로 풀어낸 게 돋보인다. 책 판매수익은 모두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기부된다. 1만 2000원. ●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르노 그륀 지음, 조봉애 옮김, 창해 펴냄) 늘 나오는 얘기가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박정희도 핵폭탄을 만들고자 했고, 북한도, 한국도, 일본도 핵무장을 하려 든다. 유대인으로 나치즘을 겪었고, 미국으로 도피한 뒤 뉴욕 할렘가에서 정신치료를 했던 경험이 있는 저자는 진정으로 호소한다. 힘이 있어야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결국 싸움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고. 남과 공감하고 남과 함께 연대할 수 있을 때 나를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아이들을 가르치자고 제안한다. 1만 2000원. ●왕의 목을 친 남자 (아다치 마사카쓰 지음, 최재혁 옮김, 한권의책 펴냄) 프랑스대혁명사를 다루되 미시사의 방법을 택했다. 사형집행인이었던 샤를 앙리 상송이 남긴 기록을 토대로 역사를 재구성한 것. 상송은 대대로 사형집행인을 해왔던 집안의 후손이다. 그의 기록을 통해 대혁명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만져볼 수 있다. 1만 4000원.
  • [사건 Inside] (37) ‘수상한 미소녀’ 고교 침입 사건 알고보니

    [사건 Inside] (37) ‘수상한 미소녀’ 고교 침입 사건 알고보니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A고등학교. 체육수업이 끝나고 교실에 돌아온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 내 가방이….”  “너도야? 난 지갑이 없어졌는데.”  빈 교실에 누군가 침입해 물건을 털어간 이 일은 담임교사의 귀에도 전해졌다. 학교는 내부 학생의 짓으로 보고 피해를 당한 반 학생들은 물론 다른 반 학생들까지 모조리 조사했지만 뚜렷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목격자도 없었기 때문에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소지품 분실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교실에서 소동이 일어날 당시 운동장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던 강모(17)군은 배낭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강군은 학교를 찾아온 손님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만 이 남자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강군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저 남자 묘하게 예쁘게 생기지 않았냐? 가발 쓰고 여자라고 하면 속아 넘어가겠는데?”  몇 시간 뒤 강군은 다른 반에서 벌어진 도난사건 이야기를 들었지만 조금 전 본 남자가 범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손예진 닮은 여고생, 다리를 자세히 보니 수상한 점이…  일주일 뒤인 8일 한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교문에 들어섰다. 갈색 긴 생머리와 살짝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이 여학생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눈매나 가녀린 몸매는 이 여학생이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일 것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여학생을 목격했던 정모(17)군은 나중에 “얼굴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배우 손예진을 닮았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모(18)양은 “뒷모습만 봤는데 호리호리하고 머릿결도 좋아서 기억이 난다.”고 증언했다.  마스크 여학생이 향한 곳은 1층 여학생 교실. 학생들은 체육수업 때문에 모두 운동장에 나가 있었다. 빈 교실에 들어간 여학생은 재빨리 가방들을 뒤져 현금은 물론 돈이 될만한 것들을 쓸어담았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그의 뒤에서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렸다.  “너 누구야? 도둑이야?”  화장실에 다녀오다 빈 교실에 인기척이 있는 것을 본 옆반 학생이 도둑질 현장을 목격하고 소리를 질렀다. 당황한 여학생은 하던 일을 멈추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리를 듣고 뛰어나온 학생들과 교사들은 여학생을 쫒기 시작했다.  세워 둔 자전거에 올라탄 여학생은 힘차게 페달을 밟았지만 너무 급하게 달리다 화단에 부딪혔다. 넘어진 자전거를 세울 틈도 없었던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신발도 한짝 벗겨졌지만 주워신을 상황이 아니었다.  여학생을 쫒아가던 교사와 학생들은 여학생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달리는 속도가 일반 여학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빨랐다. 짧은 치마를 입고 달리는 모양새도 어딘가 어색했다. 여자치고는 다리가 거뭇거뭇했고 종아리 근육도 발달해 있었다.  여학생은 교문을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학교 경비까지 합세해 추격에 나서는 바람에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근처 한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교사와 학생들은 ‘독 안에 든 쥐’를 잡기 위해 건물에 들어섰다.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 21살 대학생, 여자 교복을 입고 도둑질에 나선 이유는…  “아저씨, 혹시 마스크 쓴 여학생 못 보셨어요?”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한참 건물을 뒤지던 중 한 학생이 20대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황모(21)씨.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학생은 작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황씨가 아까 그 여학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그 사이 몰려온 교사와 학생들. 일단 이 수상한 남자를 잠시 붙잡아 놓고 증거를 찾기 위해 건물 곳곳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황당한 물건들이 발견됐다. 가발과 교복, 그리고 한 짝밖에 없는 여성용 신발 등이었다.  “아저씨 이거 뭐에요. 아저씨 것 맞아요?”  교사의 추궁에 황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찰조사 결과 앞서 1일 발생했던 절도 사건도 황씨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두 차례 도둑질로 황씨가 챙긴 금품은 총 63만원어치였다. 황씨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부모가 경제적인 문제로 자주 다투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커진 씀씀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첫번째 범행 때 자기 모습 그대로 학교에 들어갔던 황씨는 두 번째 범행을 준비하며 여장을 선택했다. 누나가 학창시절 입던 교복을 입고 인터넷에서 구입한 가발을 썼다. 수상하게 여긴 학생의 눈썰미가 아니었다면 그의 황당한 절도 행각은 계속됐을 가능성이 높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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