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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차관 결재권 3분의1로 줄인다

    장·차관 결재권 3분의1로 줄인다

    “장·차관에게 결재를 받으면 무언가 일했다는 자부심과 인정받았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윗사람한테 서류를 내밀어 도장을 받으려는 사례가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나무랄 수는 없지만….” 23일 행정자치부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그러나 결재를 받고 나면 나로선 할 만큼 했다는, 일종의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난 듯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행자부는 이날 ‘실·국장 대상 결재권 대폭 위임’ 계획을 밝혔다. 장·차관에게 몰리는 결재물량을 줄여 좀더 거시적인 안목을 키우고 중장기 계획을 짜는 데 힘쓰게 하는 한편 실·국장에겐 책임감을 더 부여해 소신껏 일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과 단위 부서 직원들에게도 권한을 갖고 좀더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효과를 겨냥한다. 현재 행자부는 3800건에 이르는 전체 업무의 14%(장관 210건, 차관 290건)를 장·차관에게 결재를 받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기존 ‘2차관 1본부 5실 4국 21관 72과 10소속기관’에서 ‘1차관 4실 1국 16관 49과 7소속기관’으로 축소(직원 3275명→2655명)된 점을 감안해도 적잖은 부담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향후 결재비율은 장관의 경우 1.8%(70건), 차관 2.9%(111건)를 합쳐 4.7%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행자부는 이를 위한 ‘위임·전결 규정’(훈령) 개정안을 이번 주 내에 매듭짓고 곧장 실시하기로 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장·차관이 수행하던 업무의 9.3%를 실·국장 이하 직위에서 맡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고위간부는 “위로 갈수록 지나치게 많은 결재권을 주게 되면 거꾸로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며 “결재하는 것은 한번의 서명으로 끝나지만 실무점검 등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이번 결재서류 감축에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변협, 차한성 前대법관 개업 신고 반려 파문

    변협, 차한성 前대법관 개업 신고 반려 파문

    대한변호사협회가 차한성(61·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결국 반려했다. 변협이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한 것은 처음이라 법조계 안팎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변협은 23일 오전 상임이사회를 열고 차 전 대법관의 개업 신고를 반려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전관예우를 타파해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건전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협은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차 전 대법관에게 개업 신고를 자진 철회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차 전 대법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개업 신고 자체를 반려한 것이다. 변협은 ‘등록 및 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규칙으로 정한 바에 따라 심사한다’는 회칙을 반려 처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반려 처분은 신고의 형식적인 요건이 갖춰지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변협이 내세운 ‘전관예우 타파’ 명분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차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전직 대법관으로서 이유 여하를 불구하고 이번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또 “변협이 어떠한 법적 권한과 근거로 신고를 반려한 것인지, 오로지 공익 관련 업무에 전념하겠다고 명백하게 밝혔음에도 변호사의 의무이기도 한 공익 활동 참여를 왜 막으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기숙학교 평일 내내 휴대전화 압수는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 측이 면학 분위기 조성을 명목으로 평일 일과 중에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23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교생 300여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충남의 한 고교는 매주 월요일 오전 학생들에게서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받아 보관한 뒤 그 주 금요일 수업 종료 시점에 돌려주고 있다. 휴대전화를 내지 않으면 벌점 10점을 부과하고, 한 달간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벌칙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이 학교 2학년생이 ‘학교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 지나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오전 6시 30분 일어나 오후 11시 잠드는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시간적 여유도, 소지할 이유도 없다”며 “학생들이 외부와 전화해야 할 때 교내에 있는 공중전화와 일반 전화를 쓸 수 있어 제한이 과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학교 측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 학교장에게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흡연 임신부의 ‘태아 반응’ 초음파 영상 충격

    흡연 임신부의 ‘태아 반응’ 초음파 영상 충격

    임신한 여성이 음주와 함께 반드시 금기해야 하는 것은 바로 흡연이다. 담배가 태아의 뇌 발달 및 신체기관 발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의 한 대학교 연구진은 태아가 엄마 자궁 안에서 ‘진짜 담배 연기’에 노출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4D 초음파 촬영을 통해 관찰했다. 더럼대학교 연구진은 임신부 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이중 4명은 하루 평균 14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헤비 스모커 임신부이며, 각각 24주, 28주, 32주, 36주차에 4D 초음파 촬영을 했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는 임신부의 태아는 그렇지 않은 태아에 비해 움직임이 지나치게 많고 자신의 눈과 입 등 얼굴에 손을 더 많이 가져다 대는 것을 확인했다. 또 흡연자 임신부의 태아는 중추신경계 발달이 지연되고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움직임이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음주 또는 흡연이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연구 결과 태아는 엄마의 나쁜 습관에 매우 즉각적이고 불편한 반응을 보이며 결국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연구를 이끈 더럼 대학교의 나드자 레이스랜드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많은 흡연자 임신부들이 담배를 끊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면서 “현재 영국 내 임신부 중 12%가 임신 중에도 흡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소아과기록지 저런(Journal Acta Paediatrica)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위는 흡연 임신부의 태아, 아래는 비흡연 임신부의 태아 4D 초음파 사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ABB,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선정

    ABB,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선정

    ABB가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으로부터 3년 연속 ‘세계 최고 윤리기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전력 및 자동화 기술 그룹 ABB는 ‘에티스피어 인스티튜트(Ethisphere Institute)’가 발표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World’s Most Ethical)’ 명단에 자사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세번째다. 이번 선정으로 ABB는 기업의 모든 조직 부문에서 윤리와 투명성 문화를 육성, 발전시키고 이의 위반자에 대한 명확한 제재 조치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ABB의 최고경영자(CEO)인 울리히 스피스호퍼는 이번 선정 소식에 대해 “3년 연속 선정의 영예는 전세계 모든 ABB 임직원이 기업윤리에 대해 끊임없이 헌신해준 결과”라며 “ABB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세계 최고 윤리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 에티스피어 인스티튜트는 기업윤리와 지배구조에 대해 모범사례를 발굴하는 독립적 연구기관으로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윤리지수(EQ, Ethics Quotient)’를 통해 대상기업을 평가하고 있다. 윤리지수는 에티스피어 인스티튜트가 다년간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기업윤리 평가지표로 윤리 및 규정준수 프로그램(35%), 기업의 사회적 책임(20%), 윤리 문화(20%), 경영구조(15%), 리더십/혁신/명성(10%) 등 다섯 가지 항목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진행한다. 평가 후에도 세계 최고의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한 보완과정을 거쳐 꼼꼼하게 최종 기업을 선정한다. 전세계의 모든 ABB 임직원들은 지난해부터 ‘모른 체 하지 않기’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업무 중 맞닥뜨리게 되는 기업윤리나 안전에 대한 사소한 부문까지도 지나치지 않고 임직원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 눈에 보이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기획됐다. 경영자만이 나서서 외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윤리와 안전의 진정한 버팀목임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ABB코리아 또한 매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기업 윤리 관련 필수 교육을 실시해 100%에 가까운 참석률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직무수행 평가에도 기업 윤리항목을 추가해 기업윤리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한편 전력 및 자동화 기술 선도기업 ABB(www.abb.com)는 유틸리티, 산업, 운송 및 인프라 고객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반면 환경으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사업 목표로 한다. 100여개 국에 140,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한국법인인 ABB코리아에는 850여명의 임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달의 스승 12명 중 8명 친일 의혹”… 깡통검증 교육부

    교육부가 선정한 최규동 전 서울대 총장 등 ‘이달의 스승’ 12명 가운데 8명에 대해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됐다. 이달의 스승 대상자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선정 및 검증 과정의 정파성 논란이 불가피해 사업의 원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게 됐다. 교육부는 소속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민간 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에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12명 전체에 대한 검증을 의뢰해 최 전 총장 등 8명에게서 크고 작은 친일 행적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들에게서 발견했다는 친일 행적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받은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이달의 스승 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최 전 총장에게서 2건의 친일 행적을 더 발견하는 등 모두 8명의 크고 작은 친일 행적을 찾아내 교육부에 통보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증 결과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친일 행적이 지나치다고 판단되는 인물은 교체하고, 매달 1명씩 새로 선정해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이들에게서 발견된 행위 중에는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행해진 것들도 있고, 명의 도용 등의 가능성도 있어 이를 침소봉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최 전 총장에 대한 친일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단체는 “파편 같은 흔적들을 찾아내 선생의 민족교육에 대한 열정을 모조리 친일로 매도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었다. 하지만 민간단체들은 선정위원 재구성 등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않고 열린 태도로 논의해야 사업이 원래 취지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직 교장 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는 당초 2000명 이상을 추천받고도 세 차례 회의만으로 12명을 선정해 부실 검증 논란을 자초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최규동 ▲최용신 ▲오천석 ▲김약연 ▲김교신 ▲조만식 ▲남궁억 ▲주시경 ▲안창호 ▲황의돈 ▲김필례 ▲이시열 등 모두 12명을 이달의 스승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의 스승 1호인 최 전 총장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죽음으로써 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일제 관변잡지에 실린 사실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검증 작업을 의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한·중·일 정상회담, 일본의 노력에 달렸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중·일 3국 관계가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지난 주말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려 공동 합의문까지 도출했다.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핵무기 개발 반대에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일 대테러 협의회 재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를 위한 노력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지난 3년간 한·일은 과거사 갈등과 영토분쟁 등이 겹치면서 갈등과 반목의 관계로 점철돼 온 것이 사실이다. 2011년 3월 일본 교토, 2012년 4월 중국 닝보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으나 의견 불일치 탓에 합의문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3국의 외교수장이 머리를 맞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외교가에서 이번 회의를 ‘새로운 디딤돌이자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맥락에서다. 올해 안에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3국 관계 복원은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정상회의 성사까지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는 의미다. 3국 외교장관 회담 직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이후 어느 때보다 반일감정이 고조된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를 사실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던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일 관계와 3국관계 개선을 사실상 분리한 우리 정부도 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국민적 감정을 먼저 풀지 않고는 다른 한·일 협력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최근까지도 가해자로서 저지른 역사적 사실을 분식·미화하고 있어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과 중국이 지나치게 과거사에 집착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하는 정황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얼마 전 일본을 방문해 “독일은 과거와 제대로 마주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하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역사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아직도 외면하고 있지만 정상회담 성사에 앞서 일본에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두 번의 기회가 열려 있다. 다음달 26일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합동연설과 오는 8월 종전 70주년 전후로 예정된 아베 담화가 그것이다. 두 번의 기회에서 일본이 진정성 있는 과거사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한·중·일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내일을 향해 공동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동북아의 갈등과 반목은 확대 증폭될 수밖에 없다. 3국 협력체제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중요한 협력의 틀로 기능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일본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 [글로벌 시대] 성장과 생산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라/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성장과 생산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라/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 융합학과 교수

    자본주의에서 생산성만큼이나 중요하게 취급되는 용어도 없는 듯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말 다양한 연구와 방법론이 나왔고, 기업에서도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간은 곧 돈이었고, 직원들을 최대한 쥐어짜서 조금이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불문율이었다. 따지고 보면, 좌우 이데올로기의 분화도 기업의 이윤동기를 최대한 보호하는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 경향과 생산성을 위해 희생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권익보호와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반발에 의해 태동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 15일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에 대한 분석결과를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량은 2007년에 비해 12.2% 증가했지만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고작 4.3% 증가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노동으로 받는 임금이 생산노동량의 3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에 의한 생산성이 좋아졌지만 그것이 임금으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생산성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보다 적은 사람들이 보다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량을 만들어 냈기에 여력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류역사의 과거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생산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개개인에 대한 생산성이 증가할 때 시장과 경제가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면 일자리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경제의 시스템은 성장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국가가 성장전략을 선택해서 과소비가 될 정도로 풍요로운 삶과 일자리가 유지되는 평화로운 수십년을 보냈다. 최근 이런 평화체제가 붕괴될 조짐이 명확해지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실질임금의 감소와 실업률의 증가는 경제규모가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생산성의 증가가 결코 미덕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의 증가와 성장 패러다임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생산성으로 지구 자원에 대한 소모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지구의 재생능력이 지나치게 훼손되기 시작했다.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사이좋은 커플이 더이상 쌍끌이로 우리 사회를 낙원으로 끌고 가는 마차가 아님이 명확해진 것이다. 생산성과 성장에 집착하기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그것이 우리의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사회적 가치가 생산된다면 이를 통해 사람들은 헌신을 위한 노동을 하게 되며, 의미를 이해하고 보다 참을성이 많아진다.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관 및 철학을 바꾸지 않고는 어떠한 정책을 들이밀더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상품의 풍요로움 속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탐욕스럽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던 ‘슈퍼마켓 경제’ 속에 너무나 오랫동안 빠져서 살았다. 그렇지만,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는 인간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거대한 생산성과 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소비자 중심의 과소비 사회가 종말을 맞이하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는 이와 같은 거시적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과도한 충격을 흡수하면서, 미래사회로의 이전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추진하는 것에 달려 있다.
  • ‘콜록콜록’ 봄감기, 장이 문제야

    ‘콜록콜록’ 봄감기, 장이 문제야

    겨울보다 건강에 더 유의해야 할 계절이 바로 봄이다. 날이 부쩍 따뜻해졌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오히려 겨울보다 더 많은 감기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겨울에도 앓지 않았던 병을 초봄에 앓는 것은 겨우내 기력이 저하된 데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체 방어체계인 면역력이 떨어져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해 감기에 잘 걸리고,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병에 걸리면 기관지염 등 2차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1년 중 봄철에 건강에 가장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떨어진 면역 기능을 올리려면 장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일본의 감염면역학 전문의인 후지타 고이치로 박사는 저서에서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 점막, 특히 대장 점막에 모여있고 이를 활성화 시키는게 바로 장내 세균”이라며 “장내 세균의 종류와 수를 늘려야 자연히 면역력도 강화된다”고 밝혔다. 아토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 원인이 불분명한 자가면역 질환도 장내 세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는 장내 세균이 과잉 면역반응을 억제해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등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아토피성 피부염에 시달리는 아기들의 장내 세균을 살펴본 결과, 40%가 변에서 대장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조사도 있다. 장내 세균은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전구체를 뇌로 보내는 역할도 담당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장내 세균이 우울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장에는 5000종 이상, 100조개가 넘는 세균이 생식하며 그 무게는 대장 내의 세균만 해도 1~2㎏이 된다고 한다. 처음 모유나 분유를 먹는 신생아는 장내 세균의 90%이상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이다. 그러나 모유나 분유를 끊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 다른 균들도 늘어난다. 성인이 돼서는 유익균이 늘면 유해균이 줄고, 반대로 유해균이 늘면 유익균이 줄며 균형을 유지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면역에 이상이 생겨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 60세를 넘기면 장내 유익균보다 유해균 숫자가 늘어 장의 기능이 크게 둔화된다.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익균만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유해균으로 분류되는 대장균조차 우리 몸에 어느 정도 유익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치로 박사에 따르면 대장균은 체내에 침입한 병원성대장균(O-157)을 쫓기도 하고 인간에게 없는 셀룰로스 분해 효소를 갖고 있어 채소의 섬유질을 분해해 비타민을 합성하기도 한다. 종종 병원성을 띠는 박테로이데스균도 다른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이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장내에서 공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뱃속에서 무균 상태에 있던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눈에 보이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입에 넣어 빠는데, 이 때 많은 양의 대장균이 몸 안으로 들어간다. 체내에 들어간 유해균은 병원균에 제대로 맞서기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한다. 다만 장내 유해균보다는 유익균이 많은 상태가 유지돼야 장이 건강해질 수 있다. 장내 세균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곡류, 채소류, 콩류, 과일류 같은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식이섬유가 많이 든 이런 식품은 장내 세균이 좋아하는 먹이다.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할수록 장내 세균이 늘어난다. 유해균인 대장균도 식이섬유를 좋아하지만, 식이섬유가 많은 환경에서는 대장균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다른 병원균을 쫓는 유익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면 대장균이 내뿜는 부패 물질도 줄어든다. 유해균이 대장균을 유익균으로 바꾸는 열쇠가 식이섬유에 있다. 김치나 요구르트, 치즈, 된장 같은 발효 식품을 많이 먹어도 장내 세균을 활성화할 수 있다. 당질, 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산, 식품첨가물과 화학조미료는 되도록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식품첨가물은 먹어도 안전한 정도의 양만 식품에 들어 있지만 미생물 증가를 억제하는 보존제 등이 장내 세균에 좋은 영향을 미칠리는 없다. 스트레스는 당연히 줄여야 한다. 1976년 미항공우주국(나사)의 홀더먼 박사가 우주비행사 3명을 대상으로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우주비행사들이 극도의 불안과 긴장에 노출됐을 때 장내에 유해균으로 분류되는 박테로이데스균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규슈 대학의 스도 노부유키 교수팀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을 통해 장내 세균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는 운동만큼 좋은 게 없다. 빨리 걷기 운동은 뇌신경재생인자(BDNF)의 재생을 도와 면역력을 키우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감소시킨다. 감기에 걸렸다고 바로 항생제를 복용해서도 안된다. 봄철 감기가 오래 가는 것은 겨우내 감기로 항생제를 남용한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 게 원인일 수도 있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기도 하지만 세균이 약에 적응해 내성이 생기기도 하며 면역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나쁜 세균만 죽이는 게 아니라 몸 속의 좋은 세균까지 없애버린다. 항생제를 먹는 것은 장내 세균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좋은 균이 없어지면 그 자리를 나쁜 균이 차지한다. 감기는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감기 자체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는 급·만성 기관지염이나 폐렴과 같이 2차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생겼을 때다. 어릴 적 실내를 지나치게 살균·소독해 아이가 균과 접촉할 수 없게 하고, 밖에 나가 놀지 못하게 해도 장내 세균에 문제가 생겨 알레르기 체질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자극적인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품을 먹으며 잘 뛰어놀게 해야 면역력이 강화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직격 인터뷰] “한국 低복지 국가 맞지만, 복지 위한 증세는 시기상조”

    [직격 인터뷰] “한국 低복지 국가 맞지만, 복지 위한 증세는 시기상조”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불거지면서 세금과 복지 문제가 동시에 수술대에 올랐다. 증세를 해서라도 현재의 ‘저(低)부담·저복지’를 ‘중(中)부담·중복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복지 전달체계를 개편해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문형표 장관은 “우리나라가 저(低)복지 국가인 것은 맞다”면서도 세금을 더 걷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지 수준과 맞추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대신 잘못된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제도 등을 하루빨리 손보고, ‘1인 1연금’ 시대를 열어 부족한 노후소득을 보충하겠다고 했다. 문 장관과의 인터뷰는 22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증세 vs 복지 논란이 뜨겁다. -그런 논쟁 자체가 의미 없다. 우리나라는 저복지 국가다. OECD의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보장 역사가 짧다. 우리와 OECD를 비교하는 것은 서른 살 먹은 성인과 열 살 먹은 아이의 키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비록 열 살이지만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며, 10년 후면 서른 살 먹은 국가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인구는 늘고, 경제활동 인구는 줄고 있는데 복지를 위해 증세를 하면 번 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후세대를 위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많은데. -공적연금을 강화하려고 급여를 올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대신 전업주부 등 연금 사각지대에 있던 사람들을 제도권으로 끌여들여 자기 연금을 갖게 할 것이다. ‘1인 1연금’ 시대로 가는 게 급여를 올리는 것보다 합리적이다. 한 사람의 연금만으로는 생활 보장이 안 된다. 욕심 같아서는 전업주부의 보험료에 세금 혜택도 주고 싶다. →재정비할 수 있는 복지 사업에는 무엇이 있는지. -일부 요양병원은 수익을 위해 노숙자를 데려와 환자를 늘린다. 허술한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방조하고 있다. 양육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하루 12시간씩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무상보육 제도를 급하게 도입하다 보니 일률적 제도가 됐는데, 이를 효율화하면서도 맞춤형으로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의료시장의 중동 진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의료시장의 중동 진출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예전에는 다리를 놓고 건물을 지어주는 식으로 교류했는데, 이는 무역 규모만 클 뿐 수익률은 높지 않았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 상당히 성공적이다. 1년에 2000억원을 받고 있지만, 1년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장기간 하면 수조원이다. 결코 작다고 얘기할 수 없다. 또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어 효과가 상당하다. →왜 중동을 택했는지. -중동은 경제력에 비해 보건의료 인프라와 인력이 많이 약해 외국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보건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싶은데 의사가 없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이 상당히 높고, 인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가격 경쟁력도 높다. 사실 중동이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중동인의 상술은 우리가 못 따라간다. 중동인이 스스로 득이 된다고 생각하니 움직였다고 본다. →의료수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공의료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있다. -공공의료를 확대하자는 분들은 민간 병원이 90% 이상이니 공공병원을 더 세우라고 하는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미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 의료의 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민간병원에 정부가 돈을 들여 공공 기능을 더 강화하면 된다. 다만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다는 지적은 맞다. 아직 60% 수준이어서 서서히 올려야 한다.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와 보건의료단체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부인이 아프면 남편이 대신해 약을 사 가는 대리 처방도 허용하는데, 적어도 의사가 화상으로 집에 누워있는 부인에게 ‘어디가 아프세요, 증상이 어떠세요’라고 물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나. 의료계가 걱정하는 게 안전성이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도록 만성질환과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원격 진료를 할 계획이다. 이 밖에 민감한 의료정보가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보안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원격 진료는 동네 의원에만 허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 동네 의원이 환자를 수시로 보고, 필요하면 서울의 큰 병원과 원격 협진을 하면 된다. 1차 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의료계는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원격의료의 본격 시행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는지.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 시범사업을 하고 하반기 입법과정을 거쳐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었는데 의료계가 협조하지 않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연금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인 2060년보다 15년 정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감사원이 지적했는데. -국민연금 재정 추계를 하려면 이자율과 물가상승률, 임금상승률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자율이 계속 낮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추계를 했다. 이자율이 낮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임금상승률만 높을 순 없다. 즉 감사원의 추계는 임금상승률은 그대로 두고 이자율로만 계산한 것이다. 나도 추계를 해봤는데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60년에서 고작 1~2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 공사로 만드는 것과 운영본부 조직의 내실화를 기하는 것 중 어떤 방안이 연금기금 운용에 더 효율적인가.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연금기금을 운용하고, 대표성을 가진 분들이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가가 필요한데, 현재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성이 약하고 대표성이 강하다. 이래서는 연금기금 500조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기금이고 곧 2대 기금으로 올라갈 것이다. 이 기금을 공단 내의 기금운영본부가 잘 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 제도의 성패는 이 500조원을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에 달렸다. 수익률을 1%만 올려도 보험료를 2~3% 낮출 수 있다. 내가 맡긴 500조원이 잘 운영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국민연금 제도에도 신뢰가 생긴다. 불안하면 불신하게 된다. 그래서 선진 운영체계를 갖추고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들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 수익을 잘 내려면 재무전문가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기금을 보호하며 수익을 내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우리 역사를 보면 정치적으로 혹은 정책적으로 간섭받은 적이 많다. 몇몇 사람의 판단에 기금을 맡기기에는 기금 규모가 너무 크다. 전문성이 부족한 만큼 이를 보강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담배 경고그림 도입 방안은 재추진 가능한가. -담배 경고그림 도입은 2005년 우리가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가입하면서 약속했던 것이다. 2008년까지 경고그림을 도입하고 5년 내에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못 지키고 있다. FCTC 의장국을 한 나라로서 창피한 일이다.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지만, 끝까지 국회를 설득해 4월 임시국회 때 경고그림 도입을 재추진하겠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연내 이뤄질 수 있을까.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선거가 있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개편 시기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지만 개편을 늦출 생각은 없고, 가급적 연내에 할 것이다.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건가.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인심 쓰는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형평성 제고라는 기본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폐쇄회로(CC)TV 설치 외 어린이집 학대를 막을 대안은. -부모들이 언제든지 어린이집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창문을 개방해야 한다. 부모가 복도에서 수업을 지켜보고 배식을 도와주고 종종 일일교사를 하면 의심의 소지가 없어진다. 현재 여러 방면의 종합 대책을 만들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근본적 대안이 아닐까.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도 기존의 민간 어린이집이 문제다. 그래서 민간 어린이집도 교육의 질을 높이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 준 국공립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도 이런 공공형 어린이집 200곳 정도를 준비 중이다. 정리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씨줄날줄] 화가 황주리와 패션 ‘컬래버’/문소영 논설위원

    협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줄여서 ‘컬래버’(collabo)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컬래버’를 호명할 때는 제2차 세계전쟁 때 독일 나치 정부에 협력했던 내통자나 부역했던 배신자들을 말한다. 주로 프랑스에서 사용했다. 현대에서 거론하는 ‘컬래버’는 긍정적이고 예술적이다. 예술가나 연예인들이 의류·도자기 등의 브랜드와 협력하거나, 다른 두 개 이상의 분야가 다른 브랜드끼리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컬래버’는 200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예술가나 연예인,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한정판’(리미티드)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값비싼 상품에 예술적 감성이 덧붙여지면 다른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컬래버’를 주도했던 대표적 회사가 루이비통이다. 갈색의 모노그램 가방이 더이상 젊은 고객에게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루이비통은 2001년 벽면 낙서처럼 보이는 그라피티 작가인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협업해 ‘그라피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변화의 조짐을 보고 2003년에는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멀티 컬러 모노그램’을, 2005년에는 ‘채리 모노그램’을 각각 내놓았다. 이후 무라카미 다카시는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루이비통은 2012년에도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작가 구사마 야요이와 ‘물방울 컬렉션’을 내놓았다. ‘아트 컬래버’ 덕분에 루이비통은 보수적이고 고루한 이미지를 떨쳐내고서 경쟁자인 구찌를 2003년부터 압도했다. 또 고가 상표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예술가와의 컬래버가 그렇게 많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몇몇을 제외하고 황무지에 가깝다. 화가 황주리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지금 (서울 삼성동)코엑스에서 제 그림 이미지로 이영주 패션디자이너가 컬래버 패션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림 옷을 입고 워킹도 해요ㅡ하하!”라며 글을 올려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현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프린트된 화려한 코트를 입고 찍은 ‘셀카’도 직접 올렸다. 황 작가의 그림 ‘불독 베티’가 티셔츠로 살아나고, 최근 작품인 ‘식물학 시리즈’의 각종 모티브가 고급 맞춤복이 돼 9등신의 모델들이 입고 활보하는 동영상을 보니 아트 컬래버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황 작가의 ‘식물학 시리즈’는 2013년에도 여행가방 브랜드인 샘소나이트와도 아트 컬래버 상품으로 나왔지만 생생한 현장의 느낌은 덜 하다. 황 작가는 “패션의 아트 컬래버는 생각보다 훨씬 활기 있게 작품들이 활용됐다”며 만족했다. 순수예술을 전시장에서만 본다는 관습이 깨지고 있는 시대에 더 많은 작가와 더 많은 영역에서 컬래버가 이루어지고, 패션이나 생활 소품에서도 예술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사설] 對언론 소통강화 實質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월터 리프먼과 함께 미국 언론의 양대 거목으로 꼽히는 이사도어 파인슈타인 스톤은 일찍이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고 갈파했다. 스톤은 1950년대 ‘I. F. 스톤 위클리’라는 독립 주간신문을 창간해 미국의 냉전정책에 맞섰고 매카시 광풍과 싸웠으며 베트남전 참전의 빌미가 된 통킹만 사건을 날조라고 비판했다. 통킹만 사건은 훗날 국방부 기밀문서가 언론에 폭로됨으로써 만천하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언론의 역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마땅히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가차 없이 독침을 날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어떤가. 여전히 정파적 저널리즘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사 이기주의에 흔들리기 일쑤다. 오피니언(의견)과 팩트(사실)를 뒤섞어 버리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태반이 사안의 전후맥락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국정홍보 역량을 강화하고 대(對)언론 소통을 원활히 하겠다고 나선 것은 적극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언론담당 협력관 형태의 직제를 새로 만들어 언론과 ‘정책대화’에 나서겠다고 한다. 전직 언론인 등을 활용해 언론교섭 창구로 삼는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언론인 출신이 현직 언론인을 만나 정책을 설명하고 입장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자칫 압력이나 회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다. 범박하게 말해 인간적 정리(情理)에 의해 혹은 부적절한 로비활동에 의해 검은 기사가 하얀 기사로 둔갑하는 일은 최소한 우리 언론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소통은 시대의 화두다. 그동안 ‘불통’ 지적을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 또한 청와대 비서진을 새로 꾸리면서 소통 행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지난날 권위주의 시절 ‘보도지침 트라우마’를 감안한다 해도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 정부 정책을 알리는 공보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정부와 언론의 가감 없는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은 사실보도는 물론 진실도 ‘버전’을 고려해 보도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문제는 다시 인사로 귀착된다. 언론을 상대하는 자리에까지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정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 감정에 기댄 법, 폭력이 되다

    감정에 기댄 법, 폭력이 되다

    혐오와 수치심/마사 너스바움 지음/조계원 옮김/민음사/728쪽/3만 3000원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판사는 절도죄를 선고받은 사람에게 “절도죄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도록 명령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유죄를 받은 사람에게 ‘음주운전 유죄판결’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자동차 범퍼에 붙이고 다니도록 조치했다. 얼핏 재미있어 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수치심, 보는 사람들에게는 혐오감이 들게 만든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법체계는 많은 부분이 혐오, 수치심 같은 감정에 기반하고 있다. 세계적인 법 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너스바움은 저서 ‘혐오와 수치심’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혐오와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법적 역할을 담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책은 혐오와 수치심이 어떻게 자유주의의 실질적 기반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과 통찰을 담았다.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 및 철학과 교수인 너스바움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라며 “이 두 감정은 공통적으로 인간이 인간임을 숨기고 부정하려는 인지적 판단과 욕구를 수반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집단을 배척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가 유한성과 연약함을 지닌 존재이지만 사회 속에선 적어도 그 같은 불완전함에 대한 인식을 간과하거나 애써 잊으려는 경향이 있다. 완전무결함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심리적 경향에서 인간은 타인의 부족함을 혐오하게 되고 이는 차별과 배제, 억압이라는 사회적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너스바움 교수는 다양한 판례와 고전적 저작, 역사적 사실들을 검토한다. 나치 치하의 유대인 학살, 동성애자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인종차별, 범죄자 신상 공개 등이 주요 사례다. 저자는 혐오가 취약한 집단과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예속하고 주변화하는 역할을 할 때 이는 위험한 사회적 감정이 된다고 지적한다. 혐오의 감정이 인간성에 깊이 뿌리내린 반응임을 직시하면서도 이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공적 행위의 지침이어선 안 된다는 신념을 놓지 않는다. 너스바움은 “혐오는 무엇보다 우리가 날마다 대면하기 힘든 우리 자신에 관한 사실을 감추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특정 범죄가 특별히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가중처벌하는 것에 반대한다. 수치심은 자신이 완벽하길 기대하지만 약하고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내포한다. 너스바움은 정신분석학의 대상관계이론을 바탕으로 “대체로 사람들은 타인을 일탈자로 찍고 자신을 정상인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런 불안을 해소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저자는 수치심의 효용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범죄자 신상 공개 등 수치심을 활용한 법적 제도를 두는 데는 비판적이다. 수치심을 제도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결국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존중의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저자의 신념은 “혐오와 수치심 같이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예속시키고 낙인찍는 사회적 행위 양식과 연결된 감정들은 법적 잣대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너스바움은 “어느 사회 집단이든 특이한 행위와 사람에 대해 수치심을 씌워 낙인찍으려 하기 때문에 법은 이런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넘어 수치심을 당하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문화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삶의 다양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숙고해 봐야 할 내용들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일러스트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 [현장 행정] 떴다! 방문지도… 클릭! 동네복지

    [현장 행정] 떴다! 방문지도… 클릭! 동네복지

    “며칠 전에 다녀갔는데 또 왔어? 반갑고 좋구먼. 허허허.” 서대문구 천연동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세들어 사는 신현옥(82) 할아버지는 19일 자신을 찾아온 김금녀 복지동장과 임향순 복지통장, 박향순 방문 간호사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건네며 방으로 안내했다. 임 통장은 “허리는 좀 괜찮으세요? 오늘 공원에서 운동은 하셨어요?”라며 할아버지를 챙겼다. 박 간호사는 혈압을 재고 당뇨 수치를 체크한 뒤 약은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할아버지는 때마침 방 뒤편을 둘러보던 김 동장에게 “지난번 비가 올 때 방 뒤편에 빗물이 찼었어. 주인집과 같이 돈을 내서 수리했는데도 물이 새”라고 말했다. 김 동장은 “집수리를 해 드릴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라고 답했다. 이날 방문은 서대문구가 지난 9일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복지 방문지도 사업의 일환이다. 문석진 구청장의 아이디어다. 지난 1월 정례간부회의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뒤 2개월 만에 시스템을 갖췄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복지 사각지대를 상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동주민센터를 복지 중심으로 개편한 동복지허브화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복지 그물망이 더 촘촘해진 셈이다. 동주민센터별 저소득 취약계층과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정 지원 현황 등을 전산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산화한 것은 전국 처음이다. 현재 복지 대상자 5120명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예컨대 복지 방문지도에 들어가면 복지 대상 고위험군은 빨간색, 중위험군은 노란색, 저위험군은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동이나 통, 위험도, 방문 주기 등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 유형과 분포도가 나타난다. 복지 대상자가 원하는 지원 내용, 이후 어떤 지원이 이뤄졌고 몇 차례 방문했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식품, 집수리, 치과 진료 등 원하는 내용에 따라 민간 복지 자원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복지 대상자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지도로 출력할 수도 있다. 문 구청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더 촘촘한 복지 안전그물망을 통해 복지 문제 발생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생각나눔] ‘전과 20범’ 등하굣길 어린이 지킴이?

    [생각나눔] ‘전과 20범’ 등하굣길 어린이 지킴이?

    #1. 서울에 사는 A(72)씨는 이달부터 12월까지 하루 2시간씩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활동을 하게 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추진한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 중 하나로 배식을 하면서 아이들의 식습관과 예절을 지도하는 역할도 맡는다. A씨는 2013년 마약 복용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현재 집행유예 기간이다. 그는 마약 외에도 폭행, 상해, 납치 등 13건의 전과가 있다. #2. 이달부터 스쿨존 어린이 지킴이 활동을 하는 B(75)씨는 폭행과 상해는 물론 특수강간(1989년) 등 혐의로 전과 20범이 넘는다. 2012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다. B씨는 12월까지 초등학교에 배치돼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교통안전을 지도한다. A씨와 B씨가 일하게 된 학교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범죄 경력 조회를 했지만 ‘범죄 경력 없음’이란 회신을 받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10년 이내에 성범죄 전과만 없으면 다른 강력 범죄 전과가 있더라도 ‘범죄 경력 없음’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범죄 경력 조회 횟수는 지난해 300만건을 넘어섰다. 처음 집계를 시작한 2008년(약 26만건)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06년 정부가 성범죄자 취업 제한제도를 실시한 이후 대상 기관은 지속적으로 확대됐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을 제한받는 범죄 유형은 여전히 성범죄뿐이란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숙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일반 강력 범죄자도 위험한 건 똑같은 만큼 아동·청소년 기관에 한해 취업 제한 범위 확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형이 집행된 지 3년이 안 된 사람은 학원 강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 제한을 과도하게 확대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전과자의 사회 적응을 가로막고 범죄로 유턴하게 만드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범죄자를 재사회화해야 한다는 논리와 범죄자를 격리하자는 논리가 부딪치는 상황”이라며 “지나치게 범죄자들을 배척하면 예측하지 못한 해악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엄진 변호사는 “성범죄자라고 해서 무조건 취업을 제한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자체가 이미 과잉 입법”이라면서 “전과자라는 이유로 취업을 막는 건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명백한 이중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생각나눔] ‘소방차 길터주기’ 누구를 위한 훈련입니까?

    [생각나눔] ‘소방차 길터주기’ 누구를 위한 훈련입니까?

    “소방차 길터주기는 생명 사랑의 실천입니다. 여러분의 길터주기가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립니다.” 지난 16일 오후 2시 전국 263개 지역 주요 도로를 달리던 소방차에선 이런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일제히 울려 퍼졌다. 민방위의 날과 연계한 소방차 실제 출동 훈련을 알리는 방송이었다. 나라를 온통 소방차로 채운 셈이다. 공습경보와 함께 구조차, 구급차들도 사이렌을 울리며 뒤따른 것은 물론이다. 앞서 알찬 훈련을 위해 지역마다 교통량이 가장 많고 혼잡한 도로 15㎞ 안팎을 선정했다. 전체 소방관서가 219개(소방본부 19개, 소방서 200개)이니 얼마나 큰 행사인지 가늠할 만하다. 전 직원이 64명인 서울의 한 소방서에선 30여명이 훈련에 참여했다. 예방 담당 부서 19명을 빼면 전원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한 셈이다. 소방차 6대가 동원됐다. 일선 소방서에선 잇따른 화재로 가뜩이나 주목을 받는 가운데 국민안전처가 옷소매를 걷어붙인 훈련을 게을리했다간 불똥이 튈까 봐 역량을 쏟아부었을 법하다. 더구나 안전처는 20분에 걸친 카퍼레이드 뒤 취지를 설명하는 10분짜리 인터뷰 계획까지 담아 보도자료를 미리 뿌렸다. 그러나 “국민 협조를 당부한다”던 안전처는 정작 훈련을 마치고도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안전처 관계자는 18일 “내부적으로만 자료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모(47·서울 양천구 신월동)씨는 “긴급차량에 대한 진로 양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현실을 제대로 알려 아까운 생명과 재산을 잃는 불행을 막는 게 먼저”라며 “일방적인 훈련으로 국민들을 동원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고민을 나누려는 인식의 길부터 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안전처 간부는 “국민들에게 불감증 해결을 호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말자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철저한 대비책 마련에 정성을 쏟으려는 취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안전처는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5분 이내 현장출동률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60%를 밑돈다. 조사에 따르면 화재는 발생 5분 이내 진화를 시작하지 못하면 피해 면적이 급증하고, 심정지 응급환자의 경우 5분 이내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생존율이 25% 아래로 떨어진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35일’ 살다가는 ‘패스트푸드점 치킨’을 아십니까...BBC 방송

    ‘35일’ 살다가는 ‘패스트푸드점 치킨’을 아십니까...BBC 방송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먹고 있는 패스트푸드점 치킨의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영국 BBC 방송은 영국 내에서 가장 유명한 패스트푸드체인인 KFC가 제공받는 닭고기의 제조과정과 닭 사육 과정 등을 밝힌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BBC1에서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KFC는 영국 전역에 약 1000개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부터 연간 2300만 마리의 닭을 공급받는다. BBC 측이 농장의 위생 및 환경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농장은 창문도 거의 없는 거대한 헛간에 평균 3만 4000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었다. 농장주들은 배설물과 지저분한 톱밥을 치우는 등의 청소를 거의 하지 않은 매우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닭을 사육하고 있다. 이들 닭들의 평균 성장기간은 불과 35일. 알에서 깨어난 뒤 35일 만에 ‘KFC 치킨’이 되어 팔려나가는 것이다. 30여 일이 지나 충분히 자랐다고 판단되는 닭들은 가스에 중독된 뒤 9조각으로 잘리며, 고기 조각들은 창고에서 분류된 뒤 전국으로 운송된다. BBC와 인터뷰한 한 농장주는 “이곳 환경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닭들은 매우 건강한 상태로 사육되고 있으며 비록 짧기는 하지만 좋은 삶을 살다 간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국의 동물보호운동가들은 KFC 닭 농장이 닭들을 지나치게 억압적으로 사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앤드류 타일러는 “이 닭들은 전혀 의미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 암모니아 악취가 풍기고 창문도 없는 헛간에서 가엾은 삶을 견디는 것 뿐”이라면서 “이들 농장의 대부분의 닭들은 굶주림이나 탈수로 죽고 있으며 산채로 온 몸의 뼈가 부러지는 고통 속에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BBC는 “영국에서는 1분에 치킨 400조각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면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KFC를 공정한 눈으로 바라보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KFC의 농장 및 제조 과정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KFC관계자는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동물보호는 필연적이며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KFC 공급자들은 영국 및 유럽의 동물보호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北의 기간산업 해킹 협박 대응 방안은 뭔가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그제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도면 등 내부자료 유출 협박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사건의 발단이 된 직원들의 이메일 공격에 사용한 악성코드와 북한의 해커 조직이 쓰는 악성코드(킴수키)가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IP 주소 12자리 가운데 9자리도 북한 해커들이 활동하는 중국 선양 지역에서 사용하는 숫자와 같다고 밝혔다. 합수단의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원전반대그룹’임을 자칭한 북한의 해커 조직은 한수원의 전·현직 직원과 협력사의 대표 등 수천명에게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발송해 PC 디스크 등의 파괴를 시도했다. 이게 실패하자 이전에 해킹 등으로 빼낸 한수원 자료들을 내세워 이달까지 여섯 번에 걸쳐 원전 가동 중단과 함께 100억 달러의 돈을 요구하는 협박성 글을 올렸다. 지난 12일에는 원전 도면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 등 국가 기간시설이 사이버 공격에 항시 노출돼 있음을 일깨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해커가 내부 전산망 침입에 성공하지 못했고, 유출된 자료도 교육용 등 일반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합수단은 “해커 조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입수한 자료를 공개해 사회 혼란을 일으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누누이 말했듯이 사이버 공격의 피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을 비롯한 불특정 집단과 개인의 사이버 공격은 언제든지 감행될 수 있다. 국가 기간통신망과 시설들이 불특정의 공격으로 뚫려 무너진다면 인근 주민은 물론 국민의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최근 수년간 농협의 전산망 해킹과 정부·공공기관의 홈페이지 공격으로 인한 혼란을 적지 않게 치렀다. 값비싼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보듯 시설의 보안망과 보안 의식은 허술하다. 이 사건이 단순하게 보아온 이메일에서 촉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공고한 방어망을 갖추고 직원 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청와대 국가안보특보 자리를 만들어 보안 전문가를 앉힌 것도 이런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여야의 이해가 엇갈려 방치된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도 서둘러 컨트롤타워를 갖춰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사이버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 “가슴확대수술 실리콘, 희귀암과 연관 有”

    “가슴확대수술 실리콘, 희귀암과 연관 有”

    프랑스의 국립 암 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가 가슴성형수술과 희귀암 간의 ‘명백한 연결고리’를 찾았다고 주장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국립 암 연구소 측은 2011년부터 악성 림프종 중 하나인 역행성 대세포성 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과 관련한 18가지의 사례를 확인한 결과, 이 병이 가슴성형수술에 이용되는 실리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과도하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며, 기존에 이식한 보형물(실리콘)을 일부러 제거할 필요도 없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프랑스 국립 암 센터 측 역시 “이 병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프랑스 보건부장관 및 국립 암 센터 측은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인 파리지엥 데일리는 “미국의 제약회사인 A사가 만든 보형물을 가슴에 넣은 환자 18명 중 14명이 희귀 암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해당 제약회사 측은 “환자들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첫 번째 의무”라면서 “우리 회사는 또 다른 제약 회사인 B사와 합작 운영 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했던 여성 환자들은 25세 이상이며 현재 매년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프랑스에서는 40만 명이 이미 실리콘을 이용한 가슴확대수술을 받았으며, 이중 80%는 미용 목적으로, 나머지 20%는 유방암과 관련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2011년 프랑스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실리콘 파열 사고를 재조명 하는 계기가 됐다. 2011년 프랑스의 한 가슴 보형물 제조 회사가 생산비 절약을 위해 공업용 실리콘을 제작했고, 이 공업용실리콘으로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몸 안에서 실리콘이 파열되거나 부작용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해당 회사가 문을 닫았던 사태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면서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여성들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수능 변별력 높이고 EBS 연계율은 낮춰야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가 그제 수능개선안을 발표했다. 수능 출제기간과 인원을 늘려서 출제오류를 막고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해 과목별로 너무 많은 만점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능개선위가 논의를 한 게 석 달밖에 되지 않은 한계 탓인지 과목수, 반영비율 조정, 문제은행식 출제 여부 등 수능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은 빠져 있다. 당장 급한 불만 끄겠다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쉬운 수능’만 고집했던 교육당국이 지난해 ‘물수능’의 악몽을 겪은 뒤 난이도 조절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지난해 수능 영어 만점자는 3.37%, 수학B 만점자는 4.30%나 나왔다. 수학B형은 만점을 받야야 1등급을 받을 정도였으니 시험이라고 볼 수도 없다. 수능의 수시가 뭔지, 정시가 뭔지도 모르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쉽게 출제하라고 훈수를 두는 말은 무시해도 좋다. 수시에서는 등급이 중요하고, 정시에서는 점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시험을 쉽게 내 만점자가 3~4%가 나오는 ‘물수능’에서는 동점자들이 넘쳐나고, 실력이 아니라 실수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 수능은 자격시험이 아니다. 일정한 난이도를 유지해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능 영어의 EBS 연계를 개선하기로 한 것도 바람직하다. 지난해까지는 EBS교재 영어지문을 70%가량 그대로 수능에 출제했고, 이에 따라 EBS 한글번역본만 달달 외우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그런 점에서 수능개선위가 EBS 지문을 그대로 수능에 출제하는 것을 줄여 나가기로 한 것은 제대로 된 접근이다. 정부는 수능을 EBS와 연계하면서 사교육비의 부담이 준다고 강변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EBS교재 문제풀이 강좌가 학원마다 생겨나면서 사교육도 줄지 않았다. 특정교재에서 수능 문제를 베껴 내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수업시간에 EBS 동영상을 틀어놓는 학교도 많아졌다. 탐구영역의 출제기간을 며칠 늘리고, 출제인원을 소폭 확대하는 정도로는 출제오류를 막기에 충분치 않다. 출제위원이 주로 교수들로 구성돼 있고 서울 사대 출신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문제점부터 개선해야 한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제2외국어의 경우 난이도 조절을 제대로 해야 한다. 수험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려서는 안 된다. 수능이 복불복 게임처럼 되는 것은 곤란하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수능의 EBS 연계율은 점차 낮춰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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