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나치
    2026-07-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099
  • 월가의 부활… 원칙·효율·분배는 없었다

    미국 경제 회복과 더불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월스트리트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실적이 좋아진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 건수가 늘면서 두둑한 중개료를 챙긴 대형 투자은행들은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렸다. 몇 년간 7만 달러 수준에 머물던 신입사원의 연봉이 올 초 8만 5000달러까지 치솟았고, 금융업계 종사자 규모 또한 2007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때 40%를 넘어선 대형 빌딩 공실률은 현재 5%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이제 월스트리트에선 금융위기의 우울한 그림자를 찾을 수 없다. 한동안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에 국가 경제 견인차의 지위를 내주고 인재를 빼앗겨 온 월스트리트가 기지개를 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가 높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의 부활과 함께 이를 반기지 않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이들은 월스트리트의 성장은 자원배분 원칙, 효율성 극대화, 공정한 소득분배 등에 있어서 경제와 사회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지나치게 비대한 금융산업이 실물경제 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고소득 금융업종의 활황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엘리트 인재를 흡수해 다른 산업의 부진을 가져오는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금융업과 비금융업종 간의 임금격차 또한 2007년 이전 수준만큼 벌어졌다. 금융업이 호황기를 누리기 전인 1990년대 이전에는 금융업과 다른 업종의 소득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브랜다이스 국제비즈니스스쿨의 스테판 체케티 교수는 “금융업의 상대적 고임금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지만 이는 결국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대형 은행, 투자회사 등의 주요 역할은 자본을 적절하게 배분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하지만 호황기였던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월스트리트의 이 같은 기여는 없었다. 대표적인 월스트리트 개혁론자인 뉴욕대의 토머스 필리폰 교수는 “지난 130년간 미국 금융업은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자본을 사용해 왔다”며 “이는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 부스경영대학원의 루이기 징거러스 교수도 “선진 경제에는 반드시 고도화된 금융 부문이 있어야 된다고 하지만 지난 40년간 금융업의 성장이 사회 발전에 기여했는지 뒷받침할 이론적, 실증적 증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월스트리트의 존립과 역할에 대한 논란은 미국 정치판을 뒤덮을 전망이다. 대권 도전에 나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의 친(親)월스트리트 정책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우려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금융 규제 강화를 주장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정청래 징계심의 오늘 진행…선처 vs 중징계 의견 정면 충돌

    정청래 징계심의 오늘 진행…선처 vs 중징계 의견 정면 충돌

    정청래 정청래 징계심의 오늘 진행…선처 vs 중징계 의견 정면 충돌 ’공갈 막말’ 파문을 일으켜 당내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의가 20일 진행된다. 심판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정 최고위원의 징계 결정을 위한 2차 회의를 연다. 회의는 제소 사유와 관련한 정 최고위원의 소명을 듣고 이를 심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서면으로도 소명은 가능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직접 회의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14일 심판원은 1차 회의를 열어 정 최고위원의 제소건을 상정하고,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당시 강창일 심판원장은 “윤리심판원은 정치적인 고려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판원은 이르면 이날 심리를 마치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판원에서는 제명(당적 박탈), 당원자격 정지, 당직자격 정지, 당직직위 해제, 경고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당규상 제명과 당원자격 정지는 공천 배제요건에 해당한다. ’공갈 발언’ 파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가 이날 결정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징계의 수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징계수위를 높여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민석 의원을 비롯한 당원 62명은 이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심판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신기남·설훈·이목희·이인영·인재근 의원 등 의원 25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정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당사자가 이를 수락했다. 징계보다는 당의 화합을 위해 선처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부의장은 트위터에도 “우리당 당규에 제명과 당원 자격 정지는 공천 배제요건으로 돼 있어 자격정지를 하루만 당해도 공천을 받을 수 없다”며 선처를 당부했다. 박기춘 의원도 트위터에 “제1야당이 마녀사냥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의 지지자들 60여명은 오후 7시 여의도 새정치연합 당사 앞에서 징계 철회 촉구 집회를 가졌다. 또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집회장에 편지를 보내 “고통 속에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 의원님의 윤리위(윤리심판원) 제소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면서 정 최고위원과 연을 맺었다. 하지만 중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은) 막말 이미지나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을 두둔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게 될 수 있다”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최고위원과 대립한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잦은 사퇴 번복으로 당 내분을 조장했다”면서 징계청원서가 접수된 만큼, 정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굴러온 타이어에 봉변 당한 80대 노인

    中 굴러온 타이어에 봉변 당한 80대 노인

    버스를 기다리던 80대 노인이 갑자기 굴러온 정체불명의 타이어에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9일 호주 나인뉴스 등 외신들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라이빈시의 한 버스 장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고를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보도했다. CCTV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그들 앞을 지나치는 순간, 어디선가 커다란 타이어가 빠르게 굴러온다. 이를 본 사람들은 급히 몸을 피하지만, 미처 타이어를 보지 못한 노인이 봉변을 당한다. 무방비 상태로 있던 노인은 이렇게 굴러온 타이어에 그대로 부딪히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사고는 인근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던 대형 화물 트레일러에서 타이어가 빠져지면서 빚어진 사고로 밝혀졌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룸미러를 통해 타이어가 굴러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을 당한 노인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영상=Australian World News 영상팀 seoultv@seoukl.co.kr
  • 태권V 체력을 키워라

    201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태권도가 종합 4위의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자는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종합 우승을 차지해 종주국 자존심을 지켰지만 1점차 승리가 많아 이번 성적이 내년 올림픽까지 이어질 것으로 속단하긴 이르다. 한국은 19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남자 80㎏급 32강전에서 김봉수(한국가스공사)가 이반 카라일로비치(세르비아)에게 8-10으로 패하며 메달 추가에 실패했다. 이로써 남자부는 54㎏급 김태훈(동아대)의 금메달 1개, 68㎏급 신동윤(한국체대)의 동메달 1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11년 경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이란에 우승 자리를 내준 뒤로 남자부가 2위 밖의 성적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부는 49㎏급 하민아(경희대), 53㎏급 임금별(전남체고)에 이어 지난 18일 오혜리가 73㎏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며 금메달 3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53㎏급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임금별을 제외하고는 모두 1점차로 승리하며 고전했다. 또 임금별이 올림픽에서는 57㎏급에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남녀 각각 체급이 8개로 다양한 세계선수권대회와는 달리 올림픽은 4체급밖에 되지 않아 선수들이 체급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김현일 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남자부의 부진에 대해 “이미 세계 태권도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있는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가졌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림픽에서는 한 체급 높여서 출전해야 하는데다 한국 선수들보다 체격 조건이 뛰어난 스페인, 영국, 러시아 등의 강팀들과 맞붙어야 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집중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정청래 징계심의 오늘 진행…중징계 주장 도대체 왜 나오나?

    정청래 징계심의 오늘 진행…중징계 주장 도대체 왜 나오나?

    정청래 정청래 징계심의 오늘 진행…중징계 주장 도대체 왜 나오나? ’공갈 막말’ 파문을 일으켜 당내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의가 20일 진행된다. 심판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정 최고위원의 징계 결정을 위한 2차 회의를 연다. 회의는 제소 사유와 관련한 정 최고위원의 소명을 듣고 이를 심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서면으로도 소명은 가능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직접 회의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14일 심판원은 1차 회의를 열어 정 최고위원의 제소건을 상정하고,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당시 강창일 심판원장은 “윤리심판원은 정치적인 고려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판원은 이르면 이날 심리를 마치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판원에서는 제명(당적 박탈), 당원자격 정지, 당직자격 정지, 당직직위 해제, 경고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당규상 제명과 당원자격 정지는 공천 배제요건에 해당한다. ’공갈 발언’ 파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가 이날 결정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징계의 수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징계수위를 높여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민석 의원을 비롯한 당원 62명은 이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심판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신기남·설훈·이목희·이인영·인재근 의원 등 의원 25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정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당사자가 이를 수락했다. 징계보다는 당의 화합을 위해 선처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부의장은 트위터에도 “우리당 당규에 제명과 당원 자격 정지는 공천 배제요건으로 돼 있어 자격정지를 하루만 당해도 공천을 받을 수 없다”며 선처를 당부했다. 박기춘 의원도 트위터에 “제1야당이 마녀사냥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의 지지자들 60여명은 오후 7시 여의도 새정치연합 당사 앞에서 징계 철회 촉구 집회를 가졌다. 또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집회장에 편지를 보내 “고통 속에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 의원님의 윤리위(윤리심판원) 제소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면서 정 최고위원과 연을 맺었다. 하지만 중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은) 막말 이미지나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을 두둔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게 될 수 있다”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최고위원과 대립한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잦은 사퇴 번복으로 당 내분을 조장했다”면서 징계청원서가 접수된 만큼, 정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슈&논쟁] 담뱃갑 경고그림 혐오 수위

    [이슈&논쟁] 담뱃갑 경고그림 혐오 수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담뱃값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의결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 포함된 ‘경고 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라는 단서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혐오감을 야기함으로써 흡연을 막자는 게 경고 그림의 목적인데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은 이런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지나치게’의 판단도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제품(담배) 판매를 허용해 놓고는 그 제품에 끔찍한 그림을 붙여 노골적으로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담배 판매 자체를 불허하지 않는 이상, 건강에 해롭다는 정도의 경고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양쪽 주장을 좀더 자세히 들어봤다. [贊]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 “공포심·혐오감 조성해야 큰 효과” 우리도 앞으로 1년 6개월 뒤면 담뱃갑에서 경고 그림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혐오감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전제 조건 때문에 경고 그림이 ‘단순 그림’에 그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지나친 흡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담배는 임산부와 청소년에 해롭습니다’라는 담뱃갑 경고 문구가 더 이상 ‘경고’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00년 담뱃갑에 강력한 경고 사진을 도입한 캐나다는 금연 확산뿐 아니라 청소년 흡연예방 효과도 덤으로 얻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담배기본협약에서 담뱃갑 경고를 담뱃갑 면적의 50%를 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 세계 77개국이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고 있다. 우리는 고작 30% 이상을 명시화했지만 세계는 경고 그림의 면적을 높이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담뱃갑의 80% 이상을 경고 그림으로 법제화한 국가도 있다. 호주는 아예 담뱃갑에서 담배회사의 로고와 디자인을 없애고 담뱃갑 표준화를 실시하고 있다. 담뱃갑에 더 이상 예쁘고 멋진 디자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담뱃갑의 경고 그림 표기는 소비자의 알권리와도 연결된다. 요즘 소비자들은 사용하는 제품에 더 많은 정보를 표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식품에서는 성분뿐 아니라 원산지 표기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담배엔 이런 논리가 통용되지 않고 있다. 담배가 어떤 제품인가. 해마다 세계에서 600만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환으로 죽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5만 8000명이 죽고 있다. 그럼에도 담뱃갑에는 이런 진실을 담지 못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법안에서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는 그림을 싣지 못하도록 못 박고 있다. 그런데 담배가 일으키는 질병인 폐암, 후두암, 뇌경색, 구강암을 어떻게 혐오감을 주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는 법의 취지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훼손하는 독소 조항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고 그림에 이런 단서를 붙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의원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담배가 해롭다고 경고하랬더니 담배를 광고하고 있다’고 비아냥대고 있다. 더구나 ‘경고 그림이 흡연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아름다운 담뱃값을 보면서 계속 담배를 피다가 폐암에 걸리는 것이 흡연자의 행복을 위한 길인지, 끔찍한 폐암 사진을 보고 담배를 끊고 건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과속이나 음주 운전을 단속하는 ‘도로 표지판’이 과속이나 음주 운전을 일삼는 운전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니 걷어치우라는 주장과 비슷하다. 특히 법률이 적법한 지를 심사하는 법사위가 ‘지나치게’라는 주관적인 단어를 써도 옳은 것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산하 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 경고 그림에 어떤 내용이 적합할 지를 연구했다. 담뱃갑에 공포심과 혐오감을 조성할 때 금연 효과가 높고, 흡연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도입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담배의 진실을 가장 두려워하는 자는 담배를 팔아서 해마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는 담배회사다. 이제 국회와 정부는 입장을 정해야 한다. 국민 편에서 담배의 끔찍한 현실을 명확하게 알릴 지 아니면 담배회사 편에서 모호하게 감출 지를 결정할 때다. [反] 이상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시각적 폭력보다 교육적 대안 마련” 금연단체는 흡연을 막기 위해 혐오 그림을 도입하는 것인데 온건한 그림이 나가면 애초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이런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경고 그림’ 도입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 흡연자로서의 평등권과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인정한 흡연권이 담배소비자에게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 법 앞에 평등하다는 근대 헌법상의 원칙을 따르는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흡연자가 담배보다 몇 배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주류 소비자나 끔찍한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자동차 운전자와 다르게 취급받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흡연자로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물론 흡연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인 것이다. 둘째 설사 경고 그림이 도입되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흡연자들은 지나치게 혐오스런 경고 그림으로 인해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여당 의원이 단서조항의 근거로 든 ‘담배 필 때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한다면 흡연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란 견해는 지극히 일리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담배 제조업자, 유통 및 판매업자, 잎담배 경작농민과 같은 관련 산업 종사자들 또한 명예훼손을 우려하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담배의 유해성은 주지의 사실인데 굳이 흉측한 그림으로 불쾌감을 줘야 하는가 하는 반문이 든다. 셋째 다른 사람의 기호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일방적 주장만 관철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여 우려스럽다. 이는 다원화 사회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흡연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서조항은 사고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진일보한 사회의 일단면으로 봐야 한다. 넷째 해외 사례도 참고해 볼 만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극도로 혐오스런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을 추진했으나, 2012년 컬럼비아 항소법원에서 위헌판결을 받고 사실에 입각한 그림이나 사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 입법단계에서 이런 위헌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한 점은 오히려 잘된 입법안이라 생각한다. TV나 영화 등에서는 이미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내용에 대해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미성년자 관람불가 심의를 내린다. 또한 사람들은 대개 불쾌감을 주는 정보에 대해 외면하려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혐오스런’ 경고 그림은 그 효과성에 한계가 있다. 흡연자들은 기호품에 붙은 흉측한 그림을 가리는 등 자기방어적 행위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 이것까지 규제를 가할 것인가. 혐오 그림이 도입된 태국에서는 이미 그림 부위를 가리는 담뱃값 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분명히 강조하지만 흡연을 조장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제대로 된 금연정책을 펼치자는 얘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경고 그림이 극도로 혐오스러워야 한다는 것은 통상적인 합리성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비흡연자까지 혐오감을 주는 시각적 폭력보다 한 해 약 2조원이나 거둬들이는 건강증진기금으로 금연 치료와 교육 등 이성적인 대안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 [총리공백 한달] ‘총리의 자질’ 전문가 제언

    새 총리 후보자 지명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갈등 관리 능력이 후보자의 최대 덕목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첩 인사’에서 벗어나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물에 대한 갈증도 내비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통합을 위한 지도력’을 중요한 자질로 거론했다. 그는 “경제 분야 전문가 등 총리가 갖춰야 할 자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은 일단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어느 때보다 사전 검증이 중요하다”면서 “후보자를 지명하고 나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민심을 되돌리지도 못하고 공직사회에서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청문회 통과가 가능할 정도로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개혁성을 갖추고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면서 “너무 도덕적 흠결에만 집착하다 보면 간판 총리라든지 대독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색깔이 지나치게 강한 인물보다는 중도 성향 인물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직 윤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덕적 청렴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은 “수첩 인사에서 벗어난 총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리 지명이 늦어지는 게 박 대통령이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 것 때문이라면 그건 또 다른 실패한 인선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총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헌법이 보장하는 총리 권한을 제대로 구현하도록 총리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통령제에서 책임총리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견으로 갈렸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제86조 제2항을 보면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게 돼 있다”면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해 놓고 아무런 권한도 주지 않는다면 총리 자리가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최 교수는 “지금 같은 대통령제에서는 책임총리라는 게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 시점에서 새 총리가 주력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국민 통합과 갈등 관리를 꼽았다. 박 처장은 “총리가 청와대를 견제하고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조정 통합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정치적 공정성을 거론했다. 그는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주류에서 소외된 시민들까지 포괄할 수 있는 민주적인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정청래 징계심의 20일 진행…선천 탄원 vs 중징계 주장 맞서

    정청래 징계심의 20일 진행…선천 탄원 vs 중징계 주장 맞서

    정청래 정청래 징계심의 20일 진행…선천 탄원 vs 중징계 주장 맞서 ’공갈 막말’ 파문을 일으켜 당내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의가 20일 진행된다. 심판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정 최고위원의 징계 결정을 위한 2차 회의를 연다. 회의는 제소 사유와 관련한 정 최고위원의 소명을 듣고 이를 심리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서면으로도 소명은 가능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직접 회의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14일 심판원은 1차 회의를 열어 정 최고위원의 제소건을 상정하고,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당시 강창일 심판원장은 “윤리심판원은 정치적인 고려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판원은 이르면 이날 심리를 마치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판원에서는 제명(당적 박탈), 당원자격 정지, 당직자격 정지, 당직직위 해제, 경고 등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당규상 제명과 당원자격 정지는 공천 배제요건에 해당한다. ’공갈 발언’ 파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가 이날 결정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징계의 수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징계수위를 높여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민석 의원을 비롯한 당원 62명은 이날 정 최고위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심판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신기남·설훈·이목희·이인영·인재근 의원 등 의원 25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정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당사자가 이를 수락했다. 징계보다는 당의 화합을 위해 선처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부의장은 트위터에도 “우리당 당규에 제명과 당원 자격 정지는 공천 배제요건으로 돼 있어 자격정지를 하루만 당해도 공천을 받을 수 없다”며 선처를 당부했다. 박기춘 의원도 트위터에 “제1야당이 마녀사냥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의 지지자들 60여명은 오후 7시 여의도 새정치연합 당사 앞에서 징계 철회 촉구 집회를 가졌다. 또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집회장에 편지를 보내 “고통 속에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 의원님의 윤리위(윤리심판원) 제소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하면서 정 최고위원과 연을 맺었다. 하지만 중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은) 막말 이미지나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을 두둔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게 될 수 있다”며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최고위원과 대립한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잦은 사퇴 번복으로 당 내분을 조장했다”면서 징계청원서가 접수된 만큼, 정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北 탄도미사일, 정말 바지선에서 발사됐을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北 탄도미사일, 정말 바지선에서 발사됐을까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처형해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입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영문 명칭은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라고 하는데요. 말그대로 물 속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의미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탄도미사일 사정거리는 최대 9600km에 달하지만, 사정거리가 1만 km 이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비교하면 짧은 축에 속합니다. 대신 고정형 발사장치와 다르게 잠수함을 활용하기 때문에 공격 지점 인근까지 은밀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만약에 여기에 핵탄두를 장착하게 되면 무시무시한 핵미사일이 되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개발 과정을 주시하는 무기입니다. ●한 장의 위성 사진이 불러온 ‘바지선 논쟁’ 그런데 한 가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일부 군사전문가들이 “탄도미사일을 바지선에서 발사한 것 같다”고 주장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북한 군사문제에 정통한 조지프 버뮤데즈 ‘올소스 애널리시스’ 선임분석관은 12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 주최로 열린 화상회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했습니다. 그가 근거로 제시한 것은 한 장의 위성 사진이었습니다. 북한 언론이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사실을 보도한 다음날인 10일 민간 위성업체인 디지털 글로브가 신포 남부 조선소 부두 전경을 촬영한 모습인데요. 부두의 잠수함 옆에 가로 10m, 세로 22m 크기의 바지선이 계류돼 있습니다. 잠수함 꼭대기에는 탄도탄 발사에 쓰이는 수직발사관이 관찰됐지만, 그는 북한이 바지선을 물 속에 가라앉힌 뒤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를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장의 요지는 북한의 SLBM 발사기술이 여전히 초보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15일에는 또 하나의 근거가 등장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9일 방영한 SLBM 발사 성공 영상에는 예인선이 등장하는데 방송보다 앞서 발사 소식을 전했던 노동신문 사진에는 선박이 등장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냈는데요. 이 예인선이 혹시 바지선을 끄는 선박이 아닌가 하는 지적입니다. 심지어 버뮤데즈 선임분석관은 “포토샵을 하거나 부분적으로 조작했을 수 있다. 북한은 위장과 은폐, 기만전술에 능하다”고 깎아내렸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런 주장은 말 그대로 전문가 개인의 주장일 뿐 북한의 발사 성공 주장을 한번에 뒤엎을 수 있는 근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군이 “北 사출시험은 성공”이라고 밝힌 이유 우리 군 정보당국과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SLBM 사출 시험 성공은 사실”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공식적으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의 질타와는 달리 정보당국 내부적에서는 어느 정도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북한의 미사일 사출 시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근거로 대두됐습니다. 사실 이번에 북한이 ‘성공’이라는 말을 처음 썼을 뿐 이미 16번의 잠수함 사출 시험이 진행됐습니다. 군과 정보당국이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한 잠수함과 단거리 미사일의 이동 경로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는 점도 있는데요. 미사일 사출시험의 특성상 화염과 미사일의 이동, 시험 위치에 등장한 잠수함까지 모든 부분을 조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현재 한미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있는 미국 측도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SLBM 시험발사는 위협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은 양국 정보당국이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군사전문가가 “본래 포토샵 작업에 능한 국가”라고 주장한 것은 근거라기 보다는 조롱에 가깝습니다. 물론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SLBM 강국인 미국과 옛 소련도 잠수함 사출 기술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에는 물 속 바지선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험을 해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기술이 이미 이 수준은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바지선 논쟁 때문에 우리가 지나친 몇 가지 내용들 오히려 우리가 바지선이냐, 아니냐로 논쟁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지나치고 있는데요. 우선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연료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연습탄이기 때문에 적중률이나 사거리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200~300m 가량 날아가다 곧바로 낙하했다는 것이 비교적 정확한 표현이겠죠. 우리 군도 “미사일의 장거리 비행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탄도미사일은 단순히 쏘는 것보다 먼 거리를 날아 정밀하게 타격하는 기술이 더 중요한데 단지 미사일 사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북한이 첨단 기술을 모두 확보한 양 앞서나가 불안해 할 필요는 없겠죠. 북한은 2012년 인공위성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사실상 우리 정보당국과 미국은 실패라고 결론내린 바 있습니다. 인공위성 발사체나 탄도미사일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은 완성되지 않은 단계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직발사관 1개를 장착한 2000t급 신포급 잠수함과 연습탄으로 북한이 요란하게 선전하고 나서는 이유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긴장 조성과 대내외 과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김정은은 2012년 주민 1900만명의 1년치 식량에 맞먹는 17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광명성 3호’를 발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는데요. 잇따른 나로호 발사 실패로 실의에 빠진 우리 국민들이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발사체 기술이 우리 기술보다 낫다’는 웃지 못할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비록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만한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열광하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에서 김정은이 무리를 해서라도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노림수가 분명하게 나타났죠. 이번 미사일 발사도 공포정치로 불안감이 가득한 주민들의 시선을 돌리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설사 발사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즉각적인 타격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여러 방법을 늘어놓기 보단 모의 훈련을 통해 과연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 지 되돌아보고 유사시 상황에 대비한 정밀한 작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나치 전설적인 조종사 ‘꼬리날개’ 경매서 고액 낙찰

    나치 전설적인 조종사 ‘꼬리날개’ 경매서 고액 낙찰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을 벌벌 떨게 만든 나치 독일의 전설적인 조종사가 있다. 독일 공군의 탑건이자 세계 최고의 야간 격추 에이스로 불리는 하인츠 볼프강 슈나우퍼(1922-1950년)다. 최근 영국의 도미닉 윈터 옥션이 주관한 경매에서 슈나우퍼가 전쟁 당시 탑승한 전투기의 꼬리날개가 수수료 포함 총 107,550파운드(약 1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꼬리날개가 당초 예상가 보다 5배나 높은 가격에 팔리게 된 것은 역시 슈나우퍼가 몰았던 비행기의 잔해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인물인 슈나우퍼는 지난 1942~1945년 사이 총 164번의 출격에서 총 121기의 연합군 비행기를 격추시킨 전설적인 조종사다. 특히 모든 격추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야간에만 이루어져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영국군 측은 그를 '밤의 유령'이라고 부를 정도. 슈나우퍼의 이 전투기는 지난 1945년 3월 30일 연합군에 의해 격추됐으며 꼬리날개에 보이는 총탄 자국이 그같은 흔적을 증명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격추 당시 조종사는 슈나우퍼가 아니라는 점. 그가 사망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늘 위가 아닌 도로 위였다. 나치 패망 후 영국군 포로였던 그는 석방 후인 지난 1950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이 꼬리날개가 지금까지 보관된 사연도 재미있다. 지난 1960년대 한 역사가가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가 가정집 지붕으로 쓰이던 이 꼬리날개를 발견한 것. 이 꼬리날개가 슈나우퍼 비행기의 잔해라는 증거는 상대를 격추할 때 마다 꼬리에 새긴 비행기 그림 덕분이었다. 경매회사 측은 "이 꼬리날개는 전쟁에 대한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증언하는 역사" 라면서 "나치를 추모하는 기념품 같은 것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원자재값 더 오를 가능성” “떨어지는 칼날 될 수도”

    “원자재값 더 오를 가능성” “떨어지는 칼날 될 수도”

    올 들어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자 원자재 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원유나 원자재 상품이 저평가돼 있다”(이승우 KDB대우증권 크로스에셋전략팀장)는 인식에서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식 가치에 (거품)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주식과 채권은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지나치게 올랐다는 우려의 반작용인 셈이다. 하지만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간 ‘떨어지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황세영 한국씨티 강남CPC센터장)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상품 중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원유와 귀금속의 올해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동안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반발매수세’가 움직인 것이란 분석이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최근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지난 3월 43.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한달 반 만에 40%가량 오른 것이다. 구리값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말부터 폭등하기 시작해 당시 t당 5400달러(선물 기준)에서 6400달러까지 올랐다. 원자재 투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변동성’이다. 원유는 다음달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를 전후로 변동성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OPEC 총회에서도 감산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지난해 11월(OPEC에서 감산 불발)처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폭락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말 끝나는 이란 핵협상도 변수다. 이란 핵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란은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추가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상품시장팀장은 “이란이 증산에 나서면 배럴당 40달러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경기 민감품목인 원유와 구리, 은은 세계 경기 회복 상황을 살펴보며 투자 시기와 회수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강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전체 자산 중 원자재 비중은 10%로 가져가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제안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 과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세계 경기 회복 흐름을 보고 원유와 원자재는 조금씩 분할 매수해야 한다”며 “오는 3분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금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상승 기대감이 높은 국면엔 금이 각광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 센터장은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 국면에 진입하거나 3분기 이후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 금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2008~2010년 온스당 1900달러에 육박했던 고점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인 원자재 투자 방법으로 자리잡은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의 옥석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주요 원자재 ETF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3%로 다른 투자상품보다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상장된 ETF는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 과장은 “ETF의 시가총액(펀드 설정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상품 위주로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다음달 7~8일 G8 정상회담이 열린 독일 엘마우 성, “나치 군인의 휴양지였다”

    다음달 7~8일 G8 정상회담이 열린 독일 엘마우 성, “나치 군인의 휴양지였다”

    오는 6월 7~8일 제41회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린 엘마우 성(Schloss Elmau)다. 독일 남동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 위치해 있다. 엘마우 성은 지난 1916년 건축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선에서 물러난 나치 군인들의 휴양지로 쓰이던 곳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나치 정권의 과오를 반성하는 의미로 당시 독일군의 휴양지로 이용되던 고성을 택했다. 전후에는 미군 병원으로 바뀌었다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난민 거처로 이용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장소 선정과 관련, 엘마우성 소유주가 2차대전 당시 모순된 행동을 보였던 원 건물주의 행동에 대해 속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나치 정권의 잘못을 인정한 모범사례라고 성명을 통해 강조했던 터다. 엘마우 성을 지은 개신교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요하네스 뮐러는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의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자 충성을 맹세한 인물이다. 종전 후 히틀러를 찬양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호텔 소유권도 박탈당했다. 그러나 뮐러는 나치의 광적인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독일의 수치’라며 공개적으로 비판, 판결은 아직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엘마우 성은 알프스 산기슭에 자리해 시위대의 접근이 어려운 장소로도 꼽힌다.
  • 공무원연금 개혁 돌파구, 與 협상카드·野 집안단속에 달렸다

    공무원연금 개혁 돌파구, 與 협상카드·野 집안단속에 달렸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문제에 갇혀 쳇바퀴 돌듯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이 제시한 기초연금 적용 대상 확대라는 새로운 카드도 하루 만에 철회되는 등 처리 전망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 처리’라는 목표를 놓고 출구전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전략을 기업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SWOT 분석 틀로 살펴본다. ●Strength(강점) 우선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제19대 국회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일단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쳤을 경우 사실상 통과가 확실시된다. 최근 실시되는 각종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 여론이 형성됐다는 점도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 있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주요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공무원연금개혁 개정안 처리에 일단 제동을 건 뒤 공적연금 강화 문제에 대한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Weakness(약점) 새누리당은 당·청 간 매끄럽지 못했던 의견 조율 과정이 대야(對野) 협상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최종 서명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두고 청와대 측에서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논란이 일었다. 지난 15일 긴급 당·정·청 고위 회동을 통해 엇박자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공적연금 강화를 재차 꺼내 든 것을 두고 ‘지나치게 공무원 노조를 의식했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계를 주장하는 공무원 노조의 주장을 수용해 공무원연금 개혁의 초점을 흐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기한 없이 지연시킬 경우 ‘소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Opportunity(기회) 이런 가운데 여야 사이에 “두 차례의 본회의 처리 무산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6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상황에서 오는 28일 처리마저 무산될 경우 여야 모두 비난 여론의 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8일 “이런 정도면 이번 주 내에 본격적인 협상을 할 수 있는 진전된 상황이 나올 거라고 본다. 뻔한 이야기들로 시간을 끌지 않고 실용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 원내대표가 28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고 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에 대해서는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Threat(위협)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적연금 강화는 연계할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야당과의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포함해 모든 공적연금과 관련된 부분은 향후 별도로 구성되는 ‘사회적기구’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 논의 역시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는 “대야 협상에서 내놓을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의 경우 내부 의견 조율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이 원내대표가 제시한 절충안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가 이뤄져 방향이 정립된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공무원연금특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 역시 “한발 앞선 주장”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만약 여당이 공적연금 강화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로 인해 투입되는 재정 부담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나치의 전설적인 조종사 ‘꼬리날개’ 경매 나오다

    나치의 전설적인 조종사 ‘꼬리날개’ 경매 나오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을 벌벌 떨게 만든 나치 독일의 전설적인 조종사가 있다. 독일 공군의 탑건이자 세계 최고의 야간 격추 에이스로 불리는 하인츠 볼프강 슈나우퍼(1922-1950년)다. 최근 영국의 도미닉 윈터 옥션이 주관한 경매에서 슈나우퍼가 전쟁 당시 탑승한 전투기의 꼬리날개가 수수료 포함 총 107,550파운드(약 1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꼬리날개가 당초 예상가 보다 5배나 높은 가격에 팔리게 된 것은 역시 슈나우퍼가 몰았던 비행기의 잔해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인물인 슈나우퍼는 지난 1942~1945년 사이 총 164번의 출격에서 총 121기의 연합군 비행기를 격추시킨 전설적인 조종사다. 특히 모든 격추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야간에만 이루어져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영국군 측은 그를 '밤의 유령'이라고 부를 정도. 슈나우퍼의 이 전투기는 지난 1945년 3월 30일 연합군에 의해 격추됐으며 꼬리날개에 보이는 총탄 자국이 그같은 흔적을 증명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격추 당시 조종사는 슈나우퍼가 아니라는 점. 그가 사망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늘 위가 아닌 도로 위였다. 나치 패망 후 영국군 포로였던 그는 석방 후인 지난 1950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이 꼬리날개가 지금까지 보관된 사연도 재미있다. 지난 1960년대 한 역사가가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가 가정집 지붕으로 쓰이던 이 꼬리날개를 발견한 것. 이 꼬리날개가 슈나우퍼 비행기의 잔해라는 증거는 상대를 격추할 때 마다 꼬리에 새긴 비행기 그림 덕분이었다. 경매회사 측은 "이 꼬리날개는 전쟁에 대한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증언하는 역사" 라면서 "나치를 추모하는 기념품 같은 것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국민연금 적립률 구체적 목표 제시해야 수익률 오를 것”

    지나치게 보수적인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금운용 주체가 구체적인 적립률 목표액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은 수익률 사후 보고에 그치고 있다. 또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시켜 기금운용본부의 이사회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관성적인 기금운용 문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윤희숙·김도형 연구위원과 김종훈 초빙연구위원은 17일 내놓은 ‘국민연금 재정목표와 기금운용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기금운용을 선진화하고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이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이 안정 지향적이고 관성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2013년 말 국민연금의 채권 보유 비율은 60.4%로 일본을 빼고는 해외 주요 기금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해외투자 비중도 15%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주식은 시가총액 20위권 이내 기업에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수익률이 다른 연금기금에 비해 낮고 대체투자 수익률도 좋지 않다. 보고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를 ‘향후 적립률 몇% 이상 유지’ 식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심의위원회가 이를 주기적으로 밝히도록 국민연금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금운영 주체에게 힘을 실어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기금 수익률이 1% 포인트 오르면 기금소진 시점이 8년 뒤로 미뤄지고 보험료를 2% 포인트 인상한 효과와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해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나치게 쏠린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기금 자산과 리스크 관리 모두 복지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윤 연구위원은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금융 전문가 위주로 재편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시켜야 한다”면서 “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본부의 실질적인 이사회로서 감시와 통제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와우! 과학] ‘고양이 목숨 9개’ 비결은 비타민D

    [와우! 과학] ‘고양이 목숨 9개’ 비결은 비타민D

    서양 속담에 ‘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가 궁지에서 탈출해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가 24층에서 추락하고도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례가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고양이에게는 정말 죽었다 되살아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최근 해외 연구진들은 ‘고양이의 목숨이 9개’일 수 있는 비결은 다름 아닌 비타민D라고 밝혔다. 비타민D 수치가 높은 덕분에 극심한 상처나 질병에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영국 에든버러대 소속 왕립수의과대학(Royal School of Veterinary Studies) 연구진은 교내 동물병원에 입원중인 생명이 위독한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명 ‘태양비타민’이라고 부르는 비타민D 수치가 높은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은 고양이에 비해 30일 가량을 더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어류나 달걀 노른자위 등에 풍부하며, 사람의 경우 햇볕에 피부가 노출됐을 때에만 생성된다. 반면 고양이는 비타민D가 포함된 음식을 통해서도 영양 흡수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왕립수의과대학의 리차드 렐란비 박사는 “질병을 앓는 고양이들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고양이 혈액 내 비타민D 수치를 확인하면 질환의 심각성 및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많은 비타민D는 오히려 고양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고양이 사료에는 적당량의 비타민D가 함유돼 있으므로 애완묘에게 추가로 영양보충제를 먹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비타민D가 고양이들의 질병 또는 질병으로 인한 죽음 여부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낸다면, 애완동물의 예후를 미리 살피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람의 다양한 건강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내츄럴엔도텍 ‘수상한 주가 흐름’

    내츄럴엔도텍 ‘수상한 주가 흐름’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또다시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하한가 행진을 거듭해 온 내츄럴엔도텍이 10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하는가 싶더니 재차 미끄러졌다.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초단타 투기 세력이 합류하면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급증했고 이틀 연속 급등락을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내츄럴엔도텍이 개미들의 무덤이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14일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전날보다 700원(6.33%) 내린 1만 350원을 기록했다. 백수오 파동 이후 첫 하한가 탈출이다. 이날 주가는 장중 전날 종가보다 10.86%까지 급등했다가 도로 13.94%까지 추락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급등락이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폭증했다. 이날 하루 동안 3254만주가 거래됐고 거래대금도 3523억원으로 코스피 1위 삼성전자(2270억원)를 앞섰다. 제때 팔지 못한 기존 투자자들의 탈출 행렬과 저가에 매수하려는 투기 세력이 맞물리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눈에 띈다. 전날 13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은 이날도 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8일 이후 매도세로 돌아섰던 외국인 투자자도 이날 1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사자’ 행렬에 가세했다. 시장에서는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지나치게 출렁거리자 “이성을 잃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장중에 20% 넘는 급등락을 보이는데 어떻게 합리적인 접근이 가능하겠는가”라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주식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도 “9만원 넘던 주식이 1만원대로 떨어졌으니 이제는 오르겠지 하는 심정이 생기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투자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며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게 상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내츄럴엔도텍은 하한가는 면했지만 시가총액은 201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관련 의혹을 제기한 뒤 1조 4700억원 넘는 금액이 사라진 것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9개 시·도 진보교육감 학생인권조례 제정 탄력

    대법원이 14일 전북도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을 인정함에 따라 다른 시·도의 조례 제정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체벌금지와 복장·두발의 자유, 야간자습 및 보충수업 강요 금지, 학습권과 휴식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생인권조례는 2008년 교육감 직선제 첫 시행 당시 진보진영 후보들의 대표 공약이었다. 2010년 10월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이 처음 조례를 제정, 시행했고 이어 광주, 서울, 전북으로 차례로 확산됐다. 학생인권조례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나머지 9개 시·도의 학생인권조례 제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장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3월 도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던 학교인권조례를 다시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전남, 경남, 부산 등 타 시·도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장하는 진보성향 학부모 및 교육 관련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런 의견들을 모아 교육부는 2013년 7월 전북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의결하자 “상위법인 초중등 교육법과 시행령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선 학교가 학생의 복장·두발 및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학기당 2시간 정도의 인권교육 편성과 체벌금지, 복장·두발 규제를 제한하도록 한 부분이 국가사무에 해당한다는 교육부의 주장과 달리 지방자치법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체벌금지는 ‘도구·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봤다. 일선 학교에서 주요 쟁점인 야간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에 관한 규정 역시 그 시행을 막은 것이 아니라, 불참했을 경우 불이익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권고적 조항에 그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의 내용 대부분은 강제적 성격이 아니라 선언·권고적 규정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부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육청이 추가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면 또다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패소한 부분과 다른 조항에 대해서는 상위법령 위배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 “교육청에 재의를 요구하거나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의 실체와 효용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마당에 교육부의 대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관측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당정청 연금대책회의 돌연 보류… 黨·靑 신경전

    오는 17일 예정됐던 당·정·청 공무원연금 대책회의가 청와대 측 요청으로 보류됐다. 공무원연금과 공적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잠복기’에 들어가면서 정부와 여야 모두 관망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14일 취재진에 “정책조정협의회가 갑자기 보류됐다”면서 “청와대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17일 오후 3시에 하자고 잡았는데, 어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원 의장에게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의 공무원연금·국민연금 합의안이 청와대 반대로 무산된 이후 당·청 간 신경전이 현재진행형인 점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당·정·청 간 회동이 야당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 것도 정책조정협의회를 취소한 이유로 분석된다. 유 원내대표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야당과 협상을 먼저 할 수 있다는 입장도 비쳤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새로운 입장을 정리한다면 언제든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분간 (야당과) 물밑 대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대여 공세를 재정비하면서도 출구 찾기를 고심하고 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인세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무원연금 개정안 통과와 법인세 정상화를 위해 당론을 모으는 것, 이 두 가지에 대해 여당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성의를 보여야 이후의 협상이 더 잘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과 다른 민생법안의 연계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당 일각에서 ‘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도 관심이 쏠린다. 4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에 받는 돈을 의미하는 명목소득대체율 수치를 50%로 높이자는 식의 상징성에 지나치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명목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는 대신 ‘국민연금 실질소득대체율이 최저생계비에 도달하도록 노력한다’는 정도의 문구로 수정하는 방안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문재인 여야 당 대표가 오는 5·18 기념행사에서 조우할 가능성도 있어 이때 연금 개혁에 대한 양쪽 수장 간 논의가 오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열린세상] 국가원로자문회의를 아시나요/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부교수

    [열린세상] 국가원로자문회의를 아시나요/김명식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부교수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공무원연금, 북핵 문제와 한·일 관계 등 산적한 현안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이때 국정에 도움을 줄 스승과 같은 원로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원로를 국어사전에서는 나이나 벼슬, 덕망이 높은 벼슬아치나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해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이라고 풀이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원로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경륜을 국정에 반영할 통로가 잘 작동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국정에 원로들의 조언을 듣는 제도는 박정희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1963년 12월 17일 제정된 ‘정치자문회의 설치법’과 1970년 4월 3일 제정된 ‘통일고문회의 규정’이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1980년 12월 17일 폐지될 때까지 전직 대통령 또는 부통령, 국무총리 또는 내각수반, 국회의장, 대법원장, 기타 정계의 중진으로 구성해 주요 국가 정책에 관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했다. 정치자문회의는 국정자문회의로 이름이 바뀌어 1980년 10월 27일 제5공화국 헌법(9호) 제66조에 규정됐다. 1980년 12월 18일 제정된 ‘국정자문회의법’은 1988년 2월 25일 폐지될 때까지 3부 요인을 비롯한 각계 원로가 망라됐다. 국정자문회의는 다시 국가원로자문회의로 이름만 고쳐 내용은 거의 동일하게 제6공화국 헌법(10호) 제90조에 반영돼 지금까지 존속되고 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 출범과 함께 제정된 ‘국가원로자문회의법’은 시행 후 회의 한번 열지 못하고 1년여 만에 폐지됐다. 그 이유는 정치자문회의나 국정자문회의 때와 달리 헌법 규정에 따라 의장이 전두환 직전 대통령이 되다 보니 사무처의 총장을 장관급으로, 차장을 1급으로, 비서실장을 차관급으로 하는 등 보좌 조직을 지나치게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간접선거로 선출됐으나 헌정 질서의 중단 없이 최초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라는 긍정 평가에도 불구하고 퇴임 후 ‘상왕’ 역할을 시도한 것으로 인식돼 법률마저 폐지되고 만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원로자문회의’는 여전히 현행 헌법상 유효한 공식 기구다. 법률이 폐지됨으로써 1989년 이후 역대 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원로들을 활용해 왔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는 2009년 5월 28일 대통령령으로 ‘국민원로회의 규정’을 제정해 국민 원로를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사람’으로 정의하고 회의를 수시로 소집해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당시 국민원로회의의 사무 기능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미래기획위원회 실무추진단이 담당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5개 자문회의 중 국가안전보장회의(91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92조), 국민경제자문회의(93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127조)는 관련 법률에 따라 정상 운영되고 있다. 이들 자문기구를 ‘위원회’로 표현하지 않고 ‘회의’로 한 이유는 현직 대통령이 의장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석 위원들로부터 조언과 건의를 ‘직접’ 들어 의사 결정에 참고하라는 의미다. 이 점에서 논의된 내용과 결과를 ‘간접’ 보고받는 대부분의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와 다르다. 또 유의할 사실은 헌법 제90조부터 제93조까지의 자문회의 규정은 제2장(정부) 제2절(행정부) 제2관(국무회의)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헌법상 국정의 최고 심의기구인 국무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하는 데 경륜과 전문성이 풍부한 사람들로부터 미리 도움을 받아 국무회의에서 심의·결정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원로자문회의도 헌법 취지에 맞게 구성·운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 물론 종전처럼 사무처를 크게 따로 둘 필요 없이 기존의 청와대 참모 조직이 맡으면 된다. 헌법상 직전 대통령이 맡는 의장 규정이 부담스러우면 의장이 지명한 수석부의장이 대행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처럼 운영해도 된다. 인생이 점이 아닌 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국가 또한 과거 역사와 단절할 수는 없다. 우리 후손들에게 행복하고 안정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역대 정부의 공과를 포용하며 국가 원로들의 진정성 있는 의견을 적극 경청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