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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과 동떨어진 사업 배치” “성과 내야 한다는 압박감 심해”

    “지역과 동떨어진 사업 배치” “성과 내야 한다는 압박감 심해”

    ■ 지방자치단체의 고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각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최근 인천을 끝으로 1년 7개여월에 걸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가 마무리되면서 해당 지역별 역점 과제 사업에 대한 기대 역시 부풀어 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와 대기업이 인위적으로 조합된 조직이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대기업이 정부의 ‘독려’만으로 선뜻 ‘대규모 투자’에 나설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할당된 사업이 해당 지역의 여건에 부합하는지도 검증이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특히 지역별 나눠먹기식 배분은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 1월 말 문을 연 광주센터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보급과 자동차 연관 산업 육성 등이 핵심 과제로 선정됐다. 그룹사인 기아차 공장이 있고 광주의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구축과도 맞물린 터다. 그러나 울산은 “우리 지역이 이미 수소차 상용화 거점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 사업이 광주에 배정된 것은 잘못”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을 일률적으로 포함시킨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기업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또 다른 과제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고, 이는 형식적 투자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동해안권, 남해안권 등 정부에서 추진한 광역경제권 사업도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역에 기반이 없는 산업 분야가 이번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요 사업으로 지정된 것도 문제다. 울산센터는 의료자동화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지정했으나 이 지역은 의료 분야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이처럼 연관 산업이 미약할 경우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부 지자체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능과 방향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경우 정부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을 갖고 있는 한진그룹을 중심에 놓고 ‘동북아의 스마트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스마트 물류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항공 및 엔진정비 기술과 자동차 소재 부품 산업 기술 간 융합을 통한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 신사업 창출 지원단을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물류 기업엔 이같이 개념이 모호하고 복잡한 과제보다는 값싼 물류창고 보급이나 화물차·화물선 이용료 인하 등이 더욱 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포항과 구미 등 2곳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구축됐다. 지역 연고기업인 삼성과 포스코가 각각 구미와 포항에서 국내 최대 제조업 중심 경북을 ‘세계 제조업 일류 중심지로 끌어올리는’ 사업을 벌인다. 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포스코가 내부 자금 사정 등으로 센터에 대한 투자를 적극 지원하지 않을 경우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당수 시민은 ‘정권이 끝나면 이 사업도 흐지부지되지 않겠느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업무와 역할이 기존 기업 지원 관련 기관과 중복되는 경우가 허다해 기능 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역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지역 테크노파크, 중소기업청 창업지원단, 각 지역 대학 창업 보육사업단 등과 기능이 중복된다. 이들 기관 간에 원활한 협업 시스템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이나 기관 이기주의 등에 따라 이마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이들 사업의 지속 가능 여부가 성패의 관건으로 지적된다. ‘정권 바뀌면 팽’이란 분위기도 일신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데 장밋빛 계획만 무성한 데 따른 ‘불신’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재계가 털어놓는 애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한 17개 대기업 관계자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A그룹 관계자는 23일 “남은 3년간 무엇인가 보여 줘야 한다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센터의 비전과 당위성에 대해 철저히 공감을 한다고 해도 사실 전혀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뭔가 보여 줄 만한 롤모델을 만들고 이를 실적으로 연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수시로 성과 보고를 하다 보니 페이퍼(보고서) 작업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단기 성과를 재촉하다 보니) 센터도 결국 이번 정권에 끝날 단기 전시행정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앞선 정권만 봐도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다음 정권 아래 해체 수순을 밟았고 녹색성장, 고졸 채용 등 전 정권의 역점 사업은 수명 연장에 실패했다. 재계가 한목소리로 ‘지속 가능성’을 센터의 제1 성공 요건으로 꼽는 이유다. 이태규 한국경제경영연구원 미래전략실장은 “우리 경제정책의 특징이 영속성이 없다는 점”이라며 “정권 임기를 떠나 긴 안목에서 장기적인 성과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크다 보니 지나치게 업무가 몰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용득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부센터장은 “광주센터의 상주 인원은 파견직을 포함해 12명 정도인데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크다 보니 모든 지원 요청이 센터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예컨대 지방 대학들이 원하는 연구·개발(R&D) 지원은 기존 전담 부서가 따로 있지만 이런 요청까지 센터로 몰리다 보니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센터 간 소통 채널이나 판로 확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C그룹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에 가장 필요한 지원은 판로 개척”이라면서 “나라장터 등에 납품하고 싶은데 판매 카테고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성과는 시간을 가지고 봐 주고 정부가 오히려 이런 부분들을 세심하게 챙겨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D그룹 관계자는 “전국에 흩어진 각 센터가 유기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조 아이디어가 있는 창업자가 롯데가 전담하는 부산센터를 찾으면 두산이나 삼성 등 제조 특화 센터에 연결해 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선제적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센터의 핵은 ‘자율’이 돼야 한다”며 “결국 관이 빠지고 민이 주도하는 시스템을 가져가되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창조경제의 핵심 열쇳말이 융합인 만큼 융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이중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면서 “손톱 밑 가시를 정부가 사전에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무인 자동차나 드론 등 센터를 통해 등장할 전혀 새로운 제품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홍보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창조경제 개념이 아직 모호한 데다 센터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 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각 산업 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이종 간 업계가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더욱더 참여를 독려하고 홍보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법조문 숙지 후 판례 핵심개념 파고들어라

    법조문 숙지 후 판례 핵심개념 파고들어라

    제24회 공인노무사 2차 시험이 다음달 8~9일 치러진다. 지난해 1차 합격자 1468명 가운데 최종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과 올해 1차 합격자 1688명이 2차 시험을 보게 된다. 특히 올해는 최근 6년간 최다 인원인 3957명이 1차 시험 원서를 낸 데다 합격자도 지난해보다 220명 정도 늘어나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에 대비해 합격의 법학원 강사들의 도움으로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효과적인 공부법을 짚어 봤다. 우선 수험생은 남은 기간 동안 지나치게 공부 시간을 늘리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등 학습 방법에 변화를 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합격의 법학원 김우탁 노무사는 “지금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평소 학습했던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중요도가 높은 내용은 직접 써 보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내용은 눈으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2차 시험 과목 가운데 가장 높은 배점(150점)인 노동법은 판례가 중요하기 때문에 최신 판례와 기출 판례의 학습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합격의 법학원 김기범 노무사는 “논점별로 핵심 단어를 정리한 뒤, 판례의 논거와 결론을 암기해야 한다”며 “사례 문제가 출제됐을 때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2차 시험은 논술형이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시간 안배와 답안지 작성 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과목별로 출제되는 문제는 빈칸 없이 모두 다 써야 하기 때문에 답안지 분량에 집착하기보다는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불필요한 목차는 쓰지 않고, 장황하게 글을 이어 가기보다는 소목차로 끊어서 알아보기 쉽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기범 노무사는 “각 판례의 주요 논점 중심으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기를 하고, 이에 해당되는 법리를 질문에 주어진 사실관계에 대입해 사안을 정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 암기가 아닌 판례의 핵심 개념과 법리 구조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판례에 집착한 나머지 법해석의 기본이 되는 법조문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기범 노무사는 “판례 역시 법조문을 기초로 하는 법 해석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라면서 “판례를 암기하기에 앞서 관련 조문의 내용과 함께 왜 이러한 쟁점이 노사 간에 문제가 됐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수준 높은 답안을 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행정쟁송법은 주로 행정법 사례 문제가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이론을 단순 암기해서는 고득점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노동법이나 민사소송법 등 다른 과목과 연계된 문제가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합격의 법학원 도승하 강사는 “사례 문제는 일반이론의 정리를 바탕으로 문제에서 제시된 사실관계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사례 문제 풀이가 가장 좋은 학습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행정쟁송은 취소 소송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본 흐름과 쟁점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암기해야 한다”며 “출제 가능성이 적은 문제보다는 기출 문제의 기본 쟁점과 다른 시험에서의 기본 쟁점을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법와 행정쟁송법 등 법리 관련 과목은 자신이 학습한 판례와 실제 문제의 사실관계를 오인하지 않아야 한다. 즉 ‘문제의 사실관계는 판례와 똑같이 출제되지 않고 변형돼 출제된다’는 기본 원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인사노무관리론에서는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의 관점에서 상황을 제시하고 노무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안을 묻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다. 인적자원 확보·개발·평가·보상·유지관리의 5가지 차원을 제시한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설계하라는 문제, 여성과 비정규직 인력의 활용 방안, 유연 근무제 등 인적자원관리에 관한 최근 이슈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선택 과목인 민사소송법은 단문형 출제가 많으며, 노동경제학은 다른 선택과목에 비해 기본 이론 위주로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주 출제된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이론, 실업이론은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노동시장 구조 개선 논의에 포함된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임금피크제와 관련된 이론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김우탁 노무사는 “노동경제학은 이론적이고 답이 명확한 문제 위주로 출제되고 있다”며 “그래프가 배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경영조직론은 시사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최근 재계나 노동계 이슈, 정부 정책 등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극장 안에 호텔…극장 아래 공장

    극장 안에 호텔…극장 아래 공장

    극장에 들어서는 것 자체로 특별한 연극적 체험을 선사하는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극장을 통째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 꾸미거나, 실제 이색 공간을 무대 삼아 공연하기도 한다. 관객들로서는 기존의 편안한 좌석과는 달라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극장이 주는 분위기 자체가 공연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준다. 최근 대학로 연극계 화제작으로 떠오른 ‘카포네 트릴로지’(9월 29일까지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는 무대와 객석 전체가 호텔 객실로 꾸며졌다. 관객들은 극장 안에 들어서면 객석이 아닌 호텔 로비를 먼저 마주한다. 어두컴컴한 안내 데스크와 복도를 지나치면 다다르는 ‘661호 객실’이 바로 무대다. 미국의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시카고 일대를 지배했던 1920~40년대를 배경으로, ‘카포네 트릴로지’는 1923년과 1934년, 1943년에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에서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다. 붉은 벽지와 비좁은 창문이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객실에 들어선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면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객석은 객실 한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설치돼 있고, 배우들은 맨 앞줄의 관객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연기한다. 거친 욕설과 몸싸움, 총소리까지 ‘코앞에서’ 펼쳐지며 관객들은 고스란히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제작사 아이엠컬쳐는 ‘카포네 트릴로지’에 이어 무대 전체를 지하 벙커로 꾸민 연극 ‘벙커 트릴로지’도 준비 중이다. ‘카포네 트릴로지’의 원 제작사인 제스로 콤프턴 컴퍼니의 작품으로,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공포와 그로 인한 환각, 파멸을 그린 3부작 옴니버스 연극이다.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국내에 소개됐을 때 작품이 공연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은 흙먼지가 날리는 비좁은 벙커에 모여 앉아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상업극이 아닌 실험극에서는 공장이나 카페, 학교 등이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소규모 공장과 연립주택이 밀집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인디아트홀 공’은 ‘공장 위의 극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도 가동되고 있는 공장 2층을 활용해 만든 극장으로, 주변 환경과 건물 옆의 높은 굴뚝, 공장에서 들려오는 소음 등으로 인해 극장을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기존의 극장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때문에 노동자를 소재로 한 연극들이 ‘인디아트홀 공’을 찾아오고 있다. 유진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여직공’이 지난 5월 공연된 데 이어 게잡이 배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착취를 신체언어로 묘사한 ‘게공선’이 22일 막을 올렸다. ‘게공선’을 공연하는 극단 동 측은 “‘게공선’의 무대에는 많은 것이 세워지지 않는다”면서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 아래에 있는 공연장 본연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폴란드 전쟁 실화 블록버스터 ‘바르샤바 1944’ 티저 예고편

    폴란드 전쟁 실화 블록버스터 ‘바르샤바 1944’ 티저 예고편

    폴란드 영화 ‘바르샤바 1944’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바르샤바 1944’는 나치 독일치하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 봉기’(1944년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을 꿈꾸며 폴란드군과 시민들이 일으킨 저항운동)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삶을 갈구하는 이들의 용기와 희생, 청춘과 사랑을 그린 전쟁 실화 작품으로, 8년간의 제작기간과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폴란드 영화사상 최대 스케일을 자랑한다.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독일군에게 “오늘이 제 생일이에요”라고 다가간 갓 스무 살 소년이 무자비하게 사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기도 전, 깊게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독일로부터 해방을 갈구하는 폴란드군과 시민들의 무장 투쟁 장면이 펼쳐지며, 1944년 8월 일어난 바르샤바 봉기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지난해 9월 폴란드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초청되어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오는 8월 13일 개봉. 상영시간 127분. 사진 영상=루믹스 미디어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비타민D 보충제, 뼈 건강 돕는다는 근거 없다”

    [건강을 부탁해] “비타민D 보충제, 뼈 건강 돕는다는 근거 없다”

    비타민 보충제 섭취와 관련한 논쟁은 여전히 학계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중 비타민 D와 칼슘 보충제는 유독 ‘사랑받는’ 비타민 보충제인데, 최근 이러한 보충제가 건강에 유익하기는커녕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의 앤드류 그레이 교수와 마크 볼랜드 교수 연구진은 2002년부터 시작한 연구를 토대로 “비타민D 보충제가 제조사들에 의해 지나치게 중시되는 경향이 짙다. 비타민D 보충제의 상당 부분은 의사에 의해 처방된다”면서 “비타민D 보충제는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D 보충제는 뼈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뼈 약화 현상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 연구진은 의학 전문학술지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 Open’에 실은 연구결과에서 “지난 10년간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비타민D 보충제가 골절을 예방해준다는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면서 “오히려 비타민D 보충제 섭취는 신장결석, 뇌졸중, 심장마비 등의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여러 국가의 정부가 나서서 매일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를 통해 골다공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권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비타민D를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1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30% 낮다는 영국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일조량이 적은 핀란드는 일조량이 많은 베네수엘라에 비해 1형 당뇨병 발병률이 무려 400배나 높다는 사례도 있다. 비타민D 보충제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오클랜드대학 연구진은 세계 각국의 비타민 보충제 제조업체들이 국제골다공증재단(Inter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 IOF)등을 도와 올바른 섭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비타민D는 피부 세포에 있는 7-디히드로콜레스테롤이 햇빛 중의 자외선을 받아 형성된다. 음식 중에서는 소나 돼지의 간, 정어리, 다랑어, 고등어, 달걀노른자에 많이 함유돼 있으며, 비타민D가 결핍될 경우 골절이나 고혈압, 근육 통증, 당뇨병, 우울증 등의 질환이 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보충제 효능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보충제 섭취 대신 야외활동을 자주 하고 비타민D가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광복 70년 기획-설치작가 전수천 철의 실크로드를 가다] (상)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

    [광복 70년 기획-설치작가 전수천 철의 실크로드를 가다] (상)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가 지난 14일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시범사업의 하나로 외교부와 코레일이 공동주최하는 이 행사는 중국 횡단열차(TCR)와 시베리아횡단열차(TSR)를 이용해 러시아, 중국, 몽골,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등 6개국 1만 4400㎞를 19박 20일간 달리는 대장정이다. 독립유공자 후손, 정치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 인사 300명과 함께 열차에 동승한 설치작가 전수천(68)씨가 ‘철의 실크로드’를 달리는 심경을 글과 그림, 사진에 담아 서울신문으로 보내왔다. 총 3회에 걸쳐 싣는다. 날개를 펼치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다. 7년 전쯤이었을까. 해군 함정을 타고 독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100여m나 되는 크기의 함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높게 밀려오는 파도에 가끔은 흔들려가면서 독도에 도착했다. 정상에 올라 팔을 벌린 채 실눈을 뜨고 주위를 바라보았던 감회를 가슴만으로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저 사방에 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워서였더라면 오죽이나 좋았겠는가? 우리 국민 대부분이 감성적으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며 마음에 담고 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해양을 터전으로 삼고, 대륙을 앞마당으로 여기며 뛰놀았던 민족의 시원(始原)이 가슴 한편에서 꿈틀거렸고, 마음은 또 다른 경계를 향해 치달았다. 광복 7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유라시아를 내달리기 시작한 특급열차는 지난 15일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석양빛이 블라디보스토크의 숲과 평야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달리는 도로 양편으로 펼쳐지는 차창 밖 풍경은 푸르다 못해 검은색에 가깝다. 검푸른 숲이 시야 속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흔히들 시베리아 연해주를 동토의 땅이라고 말하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풍요롭게만 보이는 여름의 대지가 눈 안으로 파고들었다. ●항일운동의 대부 최재형 선생 생가 등 방문 연해주 하면 우리는 무엇을 연상할까. 독립운동을 하며 말을 타고 달리던 독립운동의 선구자들을 연상하게 되는 게 당연할 것이다. 연해주는 겨울에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가 몰려오는, 그야말로 동토의 땅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곳은 봄, 여름, 가을에는 숲이 우거지고 목초지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기름진 땅이다. 나라를 찾겠다고 숨어 살며 싸우던 독립운동가들에게 망명지나 다름없는 타국이 과연 내 나라처럼 편한 가슴으로 품을 수 있는 나라였을 수는 없었을 터다. 우리는 그 시대적 배경을 그저 상상하는 감상의 차원에서 가볍게 한 페이지를 읽고 지나치며 그리는 스케치 같은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연해주에서 버스를 타고 우수리스크에 가서 항일운동의 대부였다는 최재형 선생의 생가를 방문했다. 옛날 한인의 고택으로는 놀랄만한 저택이었다. 그는 어려서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연해주에 이주한 한인의 아들이었다. 12살 나이에 러시아인의 양자로 들어가 공부를 하였고 러시아 정부가 인정하는 사업가로 돈을 벌었으며 그 돈으로 항일 운동을 하는 독립군에게 활동자금을 지원했지만, 우리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더욱이 그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죄로 일본군에게 잡혀 처형된 인물이다. 특급열차를 탄 일행은 안중근 의사의 활동 안내 비문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를 보며 위령제를 지냈다. 유허비를 바라보는 뚫려버린 것 같은 가슴 사이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 앞에는 아무르강(흑룡강) 물이 흐른다. 죽으면 화장해서 흑룡강에 뿌려달라는 그의 유언 때문에 유골의 재를 흑룡강에 뿌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근래에 유허비를 세웠다고 한다. 우수리스크는 안창호 선생, 김규식 선생 등등 많은 분들이 나라를 찾기 위해 희생한 연해주 지역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혁명광장에는 혁명용사들의 동상들이 있고 우수리스크에도 레닌의 웅장한 동상이 높이 서 있다. 동상들은 하나같이 동쪽을 바라보며 동쪽을 향해 손을 들어 가리키고 서 있다. 레닌의 동북 정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들이란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블라디’는 정복이라는 뜻의 단어이고, ‘보스토크’는 동쪽이라는 뜻의 단어다. 동쪽을 정복한다는 의미로 레닌이 붙인 지명이다. 그는 결국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를 정복했다. ●광복 70주년 기념 일환… 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시동 우리는 다시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하바롭스크를 지나 이르쿠츠크를 향해 달리고 있다. 몇 시간을 달리다 보면 가끔 조그만 간이역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외에 거의 사람을 발견할 수가 없을 정도로 그저 허허벌판이다. 눈이 쌓여 있을 숲을 머릿속에 상상할 뿐이지만 며칠 전에 별세한 오마 샤리프가 주연했던 영화 ‘닥터 지바고’가 기억의 풍경으로 내 머릿속에 잠시 자리 잡는다. 한편으로는 푸시킨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살아 있는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의 그림들이 상처처럼 흔적으로 다가온다. 끝없는 자작나무 숲이 철길을 따라 그림을 그린다. 문득 수년 전 그 독도가, 그 감회가 기억의 한 공간에서 슬며시 떠오른다. 막연하게 인지하고 있던 독도가 자작나무 숲 철길 위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넓이는 창의적 상상을 확장시켜주는 공간이다. 땅은 국력의 원천이다. 광복70주년 기념의 일환인 정부의 유라시아 친선특급 프로젝트는 유라시아 인접 국가들과 상호 간 이해증진의 실질적인 관계를 모색하는데 새로운 싹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갖게 했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횟수를 늘려 간다면 물류-교통 노선을 여는 일이 꿈만은 아닐 것이며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했다. 크든 작든 북한을 포함하는 유라시아 정책에 있어서 정부는 정부대로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요구된다. 또한 개인을 포함한 민간적인 문화예술 활성화 사업도 적극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을 출발하여 5일째 자작나무 숲과 낮은 구릉 사이를 쉴 틈 없이 달려 하룻밤을 새고 나면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갑자기 한인들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말한 ‘만일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면 과연 누가 나를 대신하여 내가 될 것인가?’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우리 스스로가 풀어야 할 국가적 프로그램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대신하여 줄 것인가! 멀리서 바이칼 호수가 희미하게 눈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수천 작가는 1947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 와코대 예술학과와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를 마쳤고, 일본 도쿄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유화를 전공했다. 1995년 설치작품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으로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기차로 횡단하는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1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 “국제 비확산체제 주도” 정부 의지 대내외 천명

    정부가 한·미원자력협정과 이란 핵협상 타결 등을 계기로 외교부 내에 원자력·비확산국을 신설하기로 확정한 것은 원자력협정 후속 조치 외에 비확산과 유엔 대북 제재 등의 문제를 담당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외교부 내에서는 군축과 비확산 문제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인력은 태부족이어서 전담 국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특히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맡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에서 전담하지만 비확산 문제의 경우 국제기구국 등으로 업무가 분산돼 이를 통합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다 2014년 3월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막식 특별연설을 하는 등 핵과 방사능 테러 방지를 위한 범세계적 노력에 적극 기여한 바 있다. 또 내년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예정인 만큼 원자력·비확산국 신설은 비확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기구인 1540위원회 의장 자격으로 지난해 5월 안보리 결의 1540호 채택 10주년을 기념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주재하며 그 결과물로 안보리 의장성명을 이끌어 내는 등 국제비확산체제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보였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산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 등을 재이전할 수 있는 문제 등을 다룰 고위급위원회 역시 원자력·비확산국이 다룰 주요 업무가 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외교부의 구상에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정책기획관실 아래 군비통제차장을 두고 있는 국방부의 경우 비확산 문제에 대해 외교부가 독주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원자력·비확산국 명칭에 ‘군축’이라는 표현도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국방부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군축’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래부 역시 원자력 분야를 외교부가 전담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20일 “한·미원자력협정의 경우도 실무 차원의 문제는 원자력 분야 과학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모든 협상을 다 외교부가 하겠다고 한다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국어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국어

    지난달 치러졌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에 대해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이다. 교육 당국이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했지만 만점자가 지나치게 많았던 탓이다. 국어 A형은 1.91%, 국어 B형은 4.15%가 만점자였다. 영어 영역은 4.83%였는데, 역대 6월과 9월 모평에서 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1등급 커트라인이 만점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6월 모평은 오는 9월 치러질 모평과 함께 그해 수능 문제 유형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처럼 난이도가 오락가락하면서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에는 대비를 한층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올해 수능이 ‘다소 어렵게’ 출제된다고 일단 생각하자. 우선은 6월 모평 난이도 수준을 생각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능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점수를 바꾸는 시기다. 여름방학은 짧지만 효율적으로 보내기만 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다. 많은 수험생이 독한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우왕좌왕해 제대로 공부하지도 못하고 문제만 들입다 푸는 등 공부하는 흉내만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부 계획을 여름방학으로만 한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여름방학 동안 어떻게 공부할까’가 아닌, ‘수능까지 4개월을 어떻게 공부할까’를 고민하자. 4개월은 예전 학력고사 시절로 따지면 부족한 시간이지만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시간이기도 하다. ‘작전’만 제대로 짠다면 말이다. 우선 국어 영역에서 꾸준히 1~2등급을 유지해 온 학생은 이번 방학부터 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게 좋다. 가능하면 EBS가 70% 연계된 것을 골라 수능 시간에 맞춰 풀고,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알 때까지 다시 풀어본다. 그리고 정리를 해본다. EBS는 문제 출제보다 지문 연계 출제를 하기 때문에 지문을 중심으로 보는 게 좋다. 지문을 무작정 정리하고 외워서는 절대 안 된다. 문학은 현대시나 고전시가, 수필, 희곡 정도를 정리해 어느 정도 기억에 남기는 게 좋다. 하지만 현대소설, 고전소설, 비문학은 변형되기 때문에 한번 읽고 문제를 풀고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만 반복해 지문을 읽는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하자. 상위권 수험생은 문제를 너무 빨리 푸는 경향이 있다.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소모하면서 푸는 것, 즉 속도를 다소 늦춰 푸는 연습도 병행하는 게 좋다. 3등급 이하 성적을 유지해 온 학생들은 수능 국어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내신 시험에서 풀듯 아무런 방향과 방법 없이 그냥 푸는 경우가 많다. 많이 풀면 점수는 자연스레 오르겠지 생각하거나, 문제를 많이 풀어 자기만족만 느끼려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이 등급대의 학생들은 필수 개념 강좌를 우선 들어야 한다. 지문을 학교 시험 스타일이 아니라 전적으로 수능을 겨냥해 읽고 푸는 방법을 다시 꼼꼼히 배워야 한다.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마음이 급해 과정은 생략한 채 문제만 풀고 시간 조절 연습만 한다. 이러면 성적은 절대 오르지 않는다. 일단 방법론을 꼼꼼히 제시하는 수업을 찾아 듣고 그 방법을 잘 필기해 누적 반복 복습을 한 뒤 이해도가 향상되고 정확도가 높아지면 기출 문제로 수능에 적용하자. 적용의 정확도가 높아지면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 연습을 하고 그때 모의고사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좋다. 이근갑 스카이에듀 국어 강사
  • 10살 때 성적 낮으면 훗날 치매 걸릴 확률 ↑

    10살 때 성적 낮으면 훗날 치매 걸릴 확률 ↑

    10살 때 성적이 낮은 아이일수록 성인이 된 뒤 알츠하이머(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최초로 제기됐다. 알츠하이머학회 국제학술대회(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10살 때 성적이 낮은 아이는 성적이 평균인 아이에 비해 노년이 됐을 때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으며, 성적이 높은 아이는 낮은 아이에 비해 위험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는 지난 20년 동안 65세 이상 성인 7500명을 대상으로 라이프스타일과 10살 당시의 학교 성적 등을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10살 당시 성적이 하위 20%안에 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21% 높았다. 반면 학교 성적이 상위권안에 들고 훗날 데이터나 숫자 등을 활용한 복잡한 업무수행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치매 위험 확률이 39%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소 측은 “10살은 인지능력의 기초가 형성되는 때이다. 10살 때 생활습관이나 인지능력 등만 살펴도 후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면서 “뇌의 인지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뇌를 훈련시키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도 치매와 같은 뇌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매 예방을 위한 올바른 생활습관 정립은 너무 늦어서도, 너무 일찍 시작해서도 안된다. 나이에 맞는 건강 수칙을 지키면 신체 전반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을 지키는데에도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어린 아이들이 일반적인 교육 환경 안에서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는 다면 성인이 된 이후에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위험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텔레비전을 지나치게 시청하거나 운동부족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18~30세 성인 3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텔레비전 시청 또는 일주일에 150분 이하의 운동시간 등의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2개 언어 구사하면 인지력·기억력 더 좋아져 (美 연구)

    2개 언어 구사하면 인지력·기억력 더 좋아져 (美 연구)

    이른바 ‘스펙 경쟁’이 과열되는 지금, 외국어 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억지로’ 배우는 외국어일지라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언어능력 뿐 아니라 인지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조지타운대학 메디컬센터(Georgetown University Medical Centre)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외국어 구사능력자의 대뇌피질 일부가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해 더 크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최근 이루어졌던 몇몇 유사한 연구들에서도 외국어 구사 아동의 집중력, 단기기억력 등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있어 해당 발견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를 이끈 기네비어 이든 박사는 “그동안 유사 연구들의 조사결과가 상이했던 이유는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다양했던 때문”이라며 “이에 우리는 아예 접근방식을 바꾸어 대뇌피질의 부피를 직접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가설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경우 인지능력의 활용이 더욱 많이 요구되는 만큼 해당 기능을 관장하는 두뇌영역에 별도의 발달이 이루어지리란 것이었다. 실제로 두뇌를 스캔한 연구팀은 외국어 구사 성인들의 전두엽과 두정엽 부위 대뇌피질이 모국어만 사용하는 성인에 비해 더 많이 성장했다는 점을 알아냈다. 전두엽과 두정엽은 집중력, 억제력, 단기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다. 이 요소들은 심리학에서 ‘집행통제’(executive control)라고 일컫는 기능에 속하며, 외부 자극을 수용해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능력에 연관돼 있다. 연구팀은 한 발 더 나아가 외국어 사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올루라드 박사는 “(두뇌발달이) 서로 다른 언어체계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두뇌를 훈련했기 때문에 나타났는지, 아니면 풍부한 어휘력 등 다른 요소에 의해 야기된 것인지 알아봐야 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영어/영어수화 사용자들과 영어/스페인어 사용자들의 뇌를 서로 비교했다. 두 집단 모두 풍부한 어휘력 등 통상적인 ‘2개 국어 구사자’(Bilingual)의 특성을 공통적으로 지닌다. 하지만 영어와 영어수화는 언어체계가 서로 동일한 반면, 영어와 스페인어는 언어체계가 판이하다는 점에서 두 집단 간에는 차이가 있다. 조사 결과 영어/영어수화 사용자의 경우 대뇌피질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올루라드 박사는 이에 대해 “영어수화와 영어의 언어구조가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 미루어봤을 때, ‘2개 국어 구사자’의 기타 특성보다는 여러가지 언어체계를 구사하는 활동 자체가 대뇌피질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대뇌피질’(Cerebral Cortex)저널에 공개됐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백문이불여일행] 1일 1시(詩)…감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백문이불여일행] 1일 1시(詩)…감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간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여느 날처럼 점심을 먹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다 횡단보도 신호에 멈춰섰다. 광화문 교보생명 앞의 커다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칙칙한 건물숲 사이에서 홀로 푸른 나무배경을 하고 있으니 절로 시선이 머물렀다. 그대, 나무, 숲, 서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데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굵게 쓰인 그 글귀를 입으로 되뇌이다 휴대폰으로 원래의 시를 찾아 읽었다. 정희성 - <숲>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각자 다른 모양으로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처럼 함께였는데, 거리를 지나는 수 많은 사람들은 서로가 함께임을 느낄 수 없다. 함께일 수 없어 메말라가고 외로워진다. 낯설고 다르지만 서로를 포용하고 이해함으로, 함께일 수 없을까. 시 하나를 읽고 마음 속에 나만의 생각과 느낌을 새겼다. 1일 1시(詩), 감정불감증 예방주사 하루에 시 한편씩을 읽었다. 1시간 정도되는 출퇴근길은 시 읽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사람들 틈에 서서 가는 지하철 안, 책을 펴 읽는 것은 어려울 지 몰라도 시 읽기는 평소처럼 휴대폰만 하면 된다. 예능프로의 클립영상을 보는 시간에 마음에 드는 시를 찾아 읽고, 생각했다. 영양제처럼 시를 챙겨 읽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의아했지만, 짧디 짧은 시 한 편에 마음이 금세 울렁였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마쓰오 바쇼 <하이쿠> 하이쿠는 5·7·5의 17음절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 단순하고 쉬운 이 시가 마음을 쿡- 하고 찔렀다. 사춘기 여고생처럼 울컥했다. 시를 가장 많이 읽은 중·고등학교때는 정작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학생 때는 이 시가 외형률인지 내재율인지, 어느 음절에 □ 칸이 생길지 생각만 했다. 국어시험에 ‘이 시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정서는?’이란 질문에 재빨리 ②절망감을 고른 뒤 동그라미를 쳤던 순간이 떠오른다. 시를 시답게 읽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시 읽기는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시어 하나에 숨겨진 뜻이 무얼까 생각하다 보면 내 안의 경험들을 끄집어내게 되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시를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늘려가니 딱딱하게 굳어있던 뇌가 유연해지는 기분이다. 같은 것을 보아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실제로 어느 중학교 국어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50편씩 일 년에 100편의 시를 암송하게 했다. 평소 시에 전혀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를 몇 번 낭독하고 외우는 중에 왈칵 눈물을 쏟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한다. 시를 읽은 학생들은 어휘력이 늘면서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게 됐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되면서 마음도 안정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이란 병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이 병에 걸리면 감정을 느끼지 못할뿐 아니라 묘사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슬픔이나 스트레스 등의 느낌, 감정을 잘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몸에서는 감정에 반응하기 때문에 만성적 요통, 위장질환, 이명 등이 나타나지만 이유를 알지 못해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 특정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날 상당 수의 사람들이 ‘감정불감증’을 호소하고 있다. “슬픈 걸 봐도 슬프지 않고, 기쁜 걸 봐도 기쁘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지치고 힘든 생활에 감정 또한 메말라버린 것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느끼고 연연해하는 것은 “다 큰 어른이 왜 그래”란 말을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모든 순간의 감정들은 억제하기보다는 보듬어야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와 영화 <인사이드아웃>은 슬픔 또한 기쁨만큼 소중히 품어야 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내가 느낀 순간의 감정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나를 지탱하는 감정들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다고.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깍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중략)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슬픔이 기쁨에게 中 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잘 모를 것 같다. 그런데 그 ‘모름’이 시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짧은 단어에 함축된 뜻을 헤아리고,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의 쾌감이 있다. 무심코 지나치던 사물 하나에 주옥같은 시가 탄생한다는 것에 놀라고, 별 거 아닌 단어 하나가 이렇게 쓰일 수 있구나 또 한번 감탄한다. 시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왜 읽어야 하는지는 안다. 시를 읽지 않았던 어제보다 좋은 시를 읽은 오늘이 더 좋다. 그런 ‘오늘’이 쌓여 한 달이면 30개, 일 년이면 365개의 시를 읽게 된다. 그리고 그 시의 여운만큼 내 정신도 더 깊고 유연해질 것 같다. 추천도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 저) 시를 잊고 사는 이 세상 모든 이에게.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 정재찬 교수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에세이다. 저자는 각종 스펙 쌓기와 취업에 몰두하느라 마음마저 가난해져 버린 학생들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한다. 친숙한 46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평론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한 현 문학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문학작품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진실로 좋아하는 시 한 작품이 있어야 스스로 작품을 찾아 읽고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정재승 교수는 가요, 영화, 광고를 아우르는 텍스트를 동원해 오감을 통한 시읽기를 시도한다. 신경림의 시를 이렇게 낭송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씨발.”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2개 언어 구사하면 인지력·기억력 더 좋아져 (美 연구)

    2개 언어 구사하면 인지력·기억력 더 좋아져 (美 연구)

    이른바 ‘스펙 경쟁’이 과열되는 지금, 외국어 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억지로’ 배우는 외국어일지라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언어능력 뿐 아니라 인지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조지타운대학 메디컬센터(Georgetown University Medical Centre)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외국어 구사능력자의 대뇌피질 일부가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해 더 크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최근 이루어졌던 몇몇 유사한 연구들에서도 외국어 구사 아동의 집중력, 단기기억력 등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더 강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있어 해당 발견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를 이끈 기네비어 이든 박사는 “그동안 유사 연구들의 조사결과가 상이했던 이유는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다양했던 때문”이라며 “이에 우리는 아예 접근방식을 바꾸어 대뇌피질의 부피를 직접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가설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경우 인지능력의 활용이 더욱 많이 요구되는 만큼 해당 기능을 관장하는 두뇌영역에 별도의 발달이 이루어지리란 것이었다. 실제로 두뇌를 스캔한 연구팀은 외국어 구사 성인들의 전두엽과 두정엽 부위 대뇌피질이 모국어만 사용하는 성인에 비해 더 많이 성장했다는 점을 알아냈다. 전두엽과 두정엽은 집중력, 억제력, 단기기억력 등을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다. 이 요소들은 심리학에서 ‘집행통제’(executive control)라고 일컫는 기능에 속하며, 외부 자극을 수용해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능력에 연관돼 있다. 연구팀은 한 발 더 나아가 외국어 사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두뇌 발달에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올루라드 박사는 “(두뇌발달이) 서로 다른 언어체계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두뇌를 훈련했기 때문에 나타났는지, 아니면 풍부한 어휘력 등 다른 요소에 의해 야기된 것인지 알아봐야 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영어/영어수화 사용자들과 영어/스페인어 사용자들의 뇌를 서로 비교했다. 두 집단 모두 풍부한 어휘력 등 통상적인 ‘2개 국어 구사자’(Bilingual)의 특성을 공통적으로 지닌다. 하지만 영어와 영어수화는 언어체계가 서로 동일한 반면, 영어와 스페인어는 언어체계가 판이하다는 점에서 두 집단 간에는 차이가 있다. 조사 결과 영어/영어수화 사용자의 경우 대뇌피질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올루라드 박사는 이에 대해 “영어수화와 영어의 언어구조가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 미루어봤을 때, ‘2개 국어 구사자’의 기타 특성보다는 여러가지 언어체계를 구사하는 활동 자체가 대뇌피질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대뇌피질’(Cerebral Cortex)저널에 공개됐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英참전군인 포로 유족 “미쓰비시, 우리에게도 사과하라”

    英참전군인 포로 유족 “미쓰비시, 우리에게도 사과하라”

    지난 19일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터리얼이 2차 대전 당시 강제 동원됐던 미군 포로들에 대해 공식 사과입장을 밝히면서도 영국, 네덜란드, 한국 등 다른 피해 국가는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된 가운데, 영국 참전군인 유가족들이 미쓰비시의 태도를 성토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미쓰비시의 강제노역 피해자면서도 미국인들과는 달리 아직 적절한 사과를 받지 못한 영국인 피해자 및 그 유가족의 이야기를 1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1942년 일본군 포로로 잡혔던 영국군 제임스 깁슨은 3년 동안 미쓰비시 소유 탄광 및 조선소에서 가혹한 강제노역에 시달린 뒤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 받다가 1982년 사망했다. 제임스 깁슨의 아들 샌디 깁슨을 비롯한 유가족들은 미쓰비시가 제임스의 고충에 대해 지금이라도 직접 사과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제임스가 갇혀 있던 포로수용소는 깊은 산속에 위치해 기온이 매우 낮았지만 포로들에겐 원래 입고 있던 얇은 옷 이외 어떤 의류도 지급되지 않았다. 적십자 구호품은 일본 군인들이 독식했기에 포로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없었다. 부족한 물자에 배가 고파 소량의 음식을 훔친 병사는 잔인하게 구타당한 뒤 처형되기도 했다. 1945년,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뒤 제임스는 마침내 포로 신분에서 풀려날 수 있었지만 가혹한 취급으로 생긴 심신의 피해는 지워지지 않았다. 굶주렸던 기억 때문에 항상 강박적으로 많은 식량을 집안에 비축해두고 살았으며 말년에는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다가 암으로 사망했다. 제임스는 뒤늦게라도 사과가 이루어졌다면 아버지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부분의 전쟁포로 출신 영국인들은 사과를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조차 없이 살다가 죽었다”며 “그들은 모두 수많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질병을 안고 살아야만 했고, 지금도 지속적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95년에 사망한 또 다른 강제노역 피해자 레슬리 휴튼의 아내 베라 휴튼은 설령 사과가 이루어지더라도 이미 지나치게 늦었다고 얘기한다. 그녀는 “지금 이루어지는 사과는 본인들이 아닌 그 증손들에 의한 것일 뿐이니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쟁 당시 미쓰비시가 운영한 6개의 강제 노역장에서 일한 전쟁포로는 총 2000여명, 그 중 30%가 넘는 672명은 영국인이었으나 미쓰비시는 당시 미군 포로였던 제임스 머피를 위시한 미국 피해자들에게만 사과했을 뿐 다른 국가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미쓰비시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고속철도 프로젝트 경매 입찰에 참여하는 등 미국 내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텔레그래프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미쓰비시, 우리한테도 사과하라” 英 참전군인 유족 요구

    “미쓰비시, 우리한테도 사과하라” 英 참전군인 유족 요구

    지난 19일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터리얼이 2차 대전 당시 강제 동원됐던 미군 포로들에 대해 공식 사과입장을 밝히면서도 영국, 네덜란드, 한국 등 다른 피해 국가는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된 가운데, 영국 참전군인 유가족들이 미쓰비시의 태도를 성토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미쓰비시의 강제노역 피해자면서도 미국인들과는 달리 아직 적절한 사과를 받지 못한 영국인 피해자 및 그 유가족의 이야기를 1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1942년 일본군 포로로 잡혔던 영국군 제임스 깁슨은 3년 동안 미쓰비시 소유 탄광 및 조선소에서 가혹한 강제노역에 시달린 뒤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 받다가 1982년 사망했다. 제임스 깁슨의 아들 샌디 깁슨을 비롯한 유가족들은 미쓰비시가 제임스의 고충에 대해 지금이라도 직접 사과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제임스가 갇혀 있던 포로수용소는 깊은 산속에 위치해 기온이 매우 낮았지만 포로들에겐 원래 입고 있던 얇은 옷 이외 어떤 의류도 지급되지 않았다. 적십자 구호품은 일본 군인들이 독식했기에 포로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없었다. 부족한 물자에 배가 고파 소량의 음식을 훔친 병사는 잔인하게 구타당한 뒤 처형되기도 했다. 1945년,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뒤 제임스는 마침내 포로 신분에서 풀려날 수 있었지만 가혹한 취급으로 생긴 심신의 피해는 지워지지 않았다. 굶주렸던 기억 때문에 항상 강박적으로 많은 식량을 집안에 비축해두고 살았으며 말년에는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다가 암으로 사망했다. 제임스는 뒤늦게라도 사과가 이루어졌다면 아버지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부분의 전쟁포로 출신 영국인들은 사과를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조차 없이 살다가 죽었다”며 “그들은 모두 수많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질병을 안고 살아야만 했고, 지금도 지속적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95년에 사망한 또 다른 강제노역 피해자 레슬리 휴튼의 아내 베라 휴튼은 설령 사과가 이루어지더라도 이미 지나치게 늦었다고 얘기한다. 그녀는 “지금 이루어지는 사과는 본인들이 아닌 그 증손들에 의한 것일 뿐이니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쟁 당시 미쓰비시가 운영한 6개의 강제 노역장에서 일한 전쟁포로는 총 2000여명, 그 중 30%가 넘는 672명은 영국인이었으나 미쓰비시는 당시 미군 포로였던 제임스 머피를 위시한 미국 피해자들에게만 사과했을 뿐 다른 국가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미쓰비시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고속철도 프로젝트 경매 입찰에 참여하는 등 미국 내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텔레그래프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안젤리나 졸리의 주치의는 악마일까 천사일까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안젤리나 졸리의 주치의는 악마일까 천사일까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활동 무대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세계 곳곳의 분쟁이나 빈곤, 난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이다. UN난민 고등판무관이기도 한 그녀는 남편 브래드 피트와 함께 틈만 나면 지구촌 현장으로 달려가 자신의 열정과 재능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각성을 주곤 한다.  그런 안젤리나 졸리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면서 자신의 양쪽 유방을 절제한 사실을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다. 그 때가 2013년이었다. 그런가 하면, 얼마 후에는 난소와 나팔관까지 제거했다고 다시 밝혔다.  그녀는 당시 뉴욕타임즈에 ‘안젤리나 졸리 피트: 수술 일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자신에게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은 ‘BRCA1’ 변이유전자가 있으며, 이 경우 난소암 발병 확률이 50%나 돼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친인척에게서 같은 종류의 암이 발생한 시점보다 10년 전에 예방적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면서 “나의 어머니는 마흔 세살 때 난소암 진단을 받았고, 나는 지금 서른 아홉살이다”고 덧붙였다.     ■가공할 암의 공포  확실히 암은 무섭다. 2013년에 국내에서 암으로 사망한 여성은 총 2만 8255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3.6%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유방암 사망자 2231명과 난소암 사망자 1038명이 포함돼 있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종은 폐암(전체 사망자의 16.5%인 4658명)이었으며, 대장암(12.7%), 위암(11.3%), 간암(10.6%) 등이 뒤를 이었다. 참고로, 같은 기간에 암으로 사망한 남성은 총 4만 707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2.1%였다.  물론 국가나 인종에 따라 암은 발병 추이와 사망률이 큰 편차를 보인다. 당연히 한국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다르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다른 질환에 비해 완치율이 낮고,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발병 부위도 열외가 없다. 머리카락 말고는 어디서든 생길 수 있다. 암을 말할 때 공포감이나 두려움을 떠올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라고 암에 대한 태도나 시각이 우리와 다를 리가 없다. 어쩌면 현실에서 이룬 게 많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치명적으로 속박할 수도 있는 암에 대해 더 강한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결정함으로써 그는 다른 중요한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난소 제거 후 그녀는 “수술은 유방절제보다 복잡하지 않았지만, 수술의 영향은 더 심각했다”며 “이 수술을 받은 여성은 폐경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그녀는 “(나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고, 신체적인 변화도 느껴진다”며 자기에게 다가온 폐경기의 징후를 설명하기도 했다.  유방과 난소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여성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에 해당된다. 유방은 모체의 본질인 수유의 유일한 통로이자 자신이 여성임을 외부에 드러내는 기관이다. 난소는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위로, 모두 여성에게만 있다. 한 여성이, 그것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여성이 특별한 병증도 나타나지 않은 단계에서 그런 유방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다는 것은 강한 자기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졸리의 선택이 ‘용기 있는 결단’이든,‘무모한 선택’이든 돌이킬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졸리가 자신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했을 여성성을 포기할만큼 심각하고도 현실적인 암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졸리의 어머니인 배우 마르셀린 버틀란드와 외할머니, 이모가 난소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런 가족력은 그의 결단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유방 제거술을 받은 뒤 그녀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에서 “의사는 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50%라고 추정했다”며 “유방절제술을 받을 받고 난 지금은 그 확률이 5%대로 떨어졌다”고 적었다.     ■무엇이 그녀를 움직였을까  물론, 그녀가 유방과 난소를 제거한 데는 너무 일찍 요절한 어머니 마르셀린 버틀란드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어머니의 생애를 지켜보면서 가슴 속에서 키웠을 암에 대한 공포감과 그런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게 한 직접적인 요인은 분자생물학이라는 의과학이었다. 병원에서 분자생물학적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도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킬 수 있는 ‘BRCA 1’이라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용단’을 내리게 된 것.  실제로, BRCA 1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킬 경우 70세까지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최대 8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80%라는 가능성은 산술적으로는 ‘열 명 중 여덟명’을 뜻하지만, 의학적으로는 ‘극히 예외적인 사람을 제외한 거의 모두’를 뜻한다. 예컨대, 중병으로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의 상태에 대해 주치의가 ‘20%의 가능성’을 거론했다면 기대치가 희박하다는 뜻이고, 어떤 환자의 상태에 대해 ‘80%의 가능성’을 말했다면 ‘다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의사들은 직업적으로 환자의 가능성을 말할 때 대체로 보수적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면, 의학적 혹은 의료 측면에서 비전문가인 졸리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그녀를 잘 아는 주치의의 권고가 있었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졸리의 주치의는 핑크 로터스 유방센터 크리스티 펑크 박사였다.  크리스티 펑크 박사가 당시 졸리에게 이런 사실을 전달한 장면을 추정해 재구성해 보자.  “안젤리나, 이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 유감이지만, 당신이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서둘러 만나자고 했습니다”  펑크는 진지하고도 약간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지난번에 의뢰한 유전자검사 결과, 당신의 몸 속에서 아주 위험한 ‘BRCA 1,2’ 유전자가 확인됐습니다. 물론, 암이 발병한 건 아니지만, 가장 신뢰할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성 유전을 하는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평생 유방암에 노출될 위험이 80%,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50%에 이릅니다. 따라서 저로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치의의 설명이 이어졌고, 놀란 얼굴로 설명을 듣던 졸리가 물었다. “문제가 유방인가요? 아니면…” 졸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는 손사레부터 쳤다.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에게 당장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위험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래서 선제적으로 그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받아들일 것인지 묻고 있는 겁니다. 물론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주치의는 여기까지 말한 뒤 졸리와 피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졸리의 손을 꼭 잡고 있던 피트가 물었다.“펑크 박사님, 아까 말씀하신 두 가지 가능성이라는 게 뭐죠?”  “물론 우리도 가장 적절한 대응책을 두고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고, 결론은 정기적인 관찰을 좀 더 자주, 치밀하게 하는 방법과, 발암 가능성이 높은 부위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두 방법의 차이는, 관찰의 경우 어떻든 암이 생긴 후에야 의료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은 신체를 훼손하는 대신 암이 생길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졸리의 유방을 제거하지요. 난소까지요”  펑크 박사와 마주 앉아 있던 졸리는 고개를 돌려 남편 피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피트가 말했다. “당장 암이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방금 말씀 하신 내용이 틀림 없고,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도 고민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얼마의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제 생각엔 시간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라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두 분께서는 우선 두 가지 방법이 가진 특성과 장단점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분이 어떻게 결정하든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저로서는 두 분이 지금까지 확인된 의학적 가능성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제가 확실한 기대치를 가질 수 있는 시점에서 두 분께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점도 말씀 드립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졸리 부부는 다시 펑크 박사를 찾았다. 일부러 펑크가 한가한 시간에 맞췄다. 물론 그 주치의와 졸리 부부는 오랫 동안 교분을 나눠왔고, 두 부부가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함께 식사를 할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그 날도 그런 친밀함을 전제로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졸리 부부는 며칠 동안 펑크가 제안한 두 가지 방안을 두고 숙고를 거듭했다. 가족은 물론 뉴욕의 의사 친구로부터도 자문을 구했고, 역시 절친한 영화사 대표와도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고민을 했지만 선뜻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피트가 “난 항상 당신 편이야.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해도 난 그 결정을 지지하고 지켜줄 준비가 돼있어”라고 말했고, 졸리는 “우린 그렇게 살고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라고 했지만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 했다. 사실, 이들은 펑크 박사를 만날 때까지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피트는 펑크를 보자 “박사님은 지난 번에 확언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유방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맞나요?”하고 물었다. 주치의가 “제 판단은 그렇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저도, 병원도 당연히 심사숙고를 했고요” 그 때까지 말없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졸리가 입을 열었다.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표정은 결연했다. “졸리의 유방을 제거하지요. 필요하다면 난소까지도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도 제가 어떤 상황인지를 잘 알고 있어요. 진지하게 말씀해 주신 박사님께 감사드려요”    ■주치의 펑크 박사, 천사일까 악마일까  펑크 박사는 수술 후 브리핑에서 “졸리의 가슴에서 유방조직을 제거하고 보형물을 삽입했으며, 그녀의 가슴은 아주 자연스럽게 치료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펑크 박사는 이어 이 수술의 적정성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모든 유방암 환자나 유방암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졸리와 같은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아직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예방을 위해 멀쩡한 유방과 난소를 제거한 선택이 과연 옳으냐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암의 진단과 치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수술 지상론과 불필요하고도 잦은 검사 등 과잉의료의 문제로 확대됐다.  일부에서는 “졸리의 수술이 과거 ‘치료중심 의학’에서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예방중심 의학’으로 추세가 변하는 모멘텀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해야만 완치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조기 치료의 성과가 좋은 사람도 있지만, 심각하지도 않은데 수술을 받아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환자도 많지 않나”라면서 “하물며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암을 예방한다며 유방과 난소를 제거하도록 제안한 그 주치의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일본 니가타대학의 저명한 예방의학자인 오카다 마사히코 박사는 “이 의료행위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 선택을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말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수술을 권한 의사에게는 큰 불신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격노했다. 오카다 박사는 비판의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수술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암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데, 유방암의 발생 원인이 꼭 유방에만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 어디까지가 유방암 위험 부위인지도 딱 잘라 선을 그을 수 없다. 따라서 양쪽 유방을 모두 제거했다고 유방암 위험이 제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졸리가 유방을 제거함으로써 암 발병 확률을 5%까지 낮췄다고 하지만 무엇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수술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졸리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수백명의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유방을 제거하고, 다른 쪽은 그대로 두고 장기적으로 관찰해 어느 쪽에서 유방암이 많이 생기며, 어느 쪽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지를 비교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따라서 그런 검증 없이 졸리에게 유방과 난소 제거를 권유한 의사는 매우 위험한 곡예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펑크의 결정이 아직도 발전 중인 분자생물학의 분석을 지나치게 맹신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에게 남다른 선견지명과 신념이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는지를 알기는 어렵고, 따라서 그의 선택이 ‘선’인지,‘악’인지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수술 후에도 남아 있다는 5%의 진폭도 의외로 크다. 이후 졸리에게 암이 생기지 않는다면 수술을 통해 안전한 부류라는 95%에 포함시킨 현명한 조치가 될 수 있지만, 만약에 그에게서 암이 발병한다면 그렇게까지 하고서도 결국 암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어떻든, 펑크는 부담이 큰 선택을 한 것이다. 졸리에게 암이 생기지 않을 경우, 수술과 관련 없이 원래 생기지 않는 조건일 수도 있고, 그 수술 때문에 암을 피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암이 생겼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펑크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잉의료 시비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암 치료를 둘러싼 과잉의료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암이라는 병 자체가 가진 파괴력이 워낙 크다보니(실제로 파괴력이 큰 암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는 게 사실이다) 과잉의료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미처 그런 문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의사와 의료에 매달리는 형국이지만, 좀 거리를 두고 살펴보면, 더러는 의료인들의 무능과 무분별까지 더해져 과잉의료의 부피는 커져가기만 한다.  수술만 해도 그렇다. 그럴 수 있다면 인체를 훼손하는 수술을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일부 의사들은 수술로 환자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냉철하게 따지지 않고 환자만 보면 수술부터 하려고 대든다. 이런 의사들은 냉정하게 말해 환자보다 수술에 집착하는 부류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시도하는 수술에 시비를 걸 이유는 없고, 여기에 헌신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점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수술만이 암을 비롯한 질병의 가장 확실한 근치법이라고 믿는 의사들이 여전히 많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암 수술 과정을 도식화해 보자. 수술지상론자들은 폐나 간, 위나 대장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중요한 신체 부위를 포괄적으로 제거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뿐이 아니다. 암이 림프관을 통해 전이된다며 병변 주변의 림프절까지 깡그리 없애버린다. 이 상태로도 환자의 면역력은 최악의 상태에 빠지지만, 약으로 버티게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수술 전부터 시행해 온 X-레이와 CT, PET-CT검사 등을 수술 후에도 계속 해야 하고, 강력한 항암제와 방사선요법까지 동원한다. 환자는 오랜 시간 병상을 떠나지 못해 몸은 급격하게 쇠하고 만다. 여기에 환자가 진단 단계부터 겪어온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보자. 도대체 어떤 철인이 이걸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인가.  졸리의 수술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의료인들은 “유방암 가족력을 가졌더라도 예방적 절제보다는 검진을 자주 받는 것이 옳았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졸리처럼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암의 발생이 예측되는 상황이라면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답은 없다. 지금 우리가 모르는 답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제시될 수도 있고, 영원히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의사들이 내리는 모든 결정이 치열한 고뇌의 산물이어야 하고, 의학적 근거의 토대 위에 있어야 하며, 어떤 치료 방식이든 의료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확신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직은 답을 내릴 수 없다. 졸리를 수술대에 눕힌 크리스티 펑크는 과연 악마일까, 천사일까.  jeshim@seoul.co.kr  
  • 고독·불안한 현대인 신화에서 답을 찾다

    고독·불안한 현대인 신화에서 답을 찾다

    신화를 찾는 인간/롤로 메이 지음/신장근 옮김/문예출판/421쪽/1만 7000원 고독과 불안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은 자주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약물에 탐닉한 채 자신을 잊고 살아간다. 사이비 종교에 기대어 엉뚱한 곳에서 구원을 찾기도 한다. ‘신화를 찾는 인간’은 방황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병리현상을 신화의 상실 탓으로 보고 신화에서 돌파구를 찾자고 주문한다. 197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했지만 심리학적 문제로 고통받는 모든 이의 시선을 끌 만하다. 책의 특장은 고전 명작에 담긴 비유와 상징, 그리고 프로이트며 칼 융 같은 정신분석학자들이 신화를 어떻게 해석해 인간 본성을 파악했는지 들여다보도록 독자를 이끈다는 점이다. 소개된 문학작품의 저자가 모두 제 삶을 해석해 줄 의미 있는 신화를 찾아 글로 표현한 공통점을 갖는 게 흥미롭다. 이를테면 사르트르는 오레스테스 신화를 재해석한 소설 ‘파리 떼’에서 나치에 짓밟힌 프랑스인의 고통, 불안을 쓰다듬고 있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정확한 이름도 알지 못하면서 고도를 기다리는 지루한 과정을 견뎌낼 수밖에 없는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모든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비쳐진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독일의 파우스트 신화에서 방탕하고 문란한 제 삶을 치유하고 구원할 길을 발견한 파우스트의 자서전이다.‘파우스트 박사’를 쓴 토마스 만도 신화에서 고통을 이기고 구원의 길을 발견한 것으로 소개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길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에게 저자는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삶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다운 삶’을 살려면 먼저 ‘내 삶의 모순’을 설명해 줄 나만의 신화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고 매듭짓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사건 임씨 징역 15년으로 감형 왜?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사건 임씨 징역 15년으로 감형 왜?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 임씨 징역 15년으로 감형 왜?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  ‘그것이 알고싶다’에 소개된 ‘칠곡계모사건’ 피해 아동의 계모 임 씨가 1심에서 징역 19년을 선고 받은 것과 달리 2심에서 15년으로 형량이 줄어 검찰이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칠곡계모사건’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친부는 계모의 아동학대를 인지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딸을 방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양형에 대해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 이범균)는 지난 21일 열린 계모 임모(37)씨에게 징역 15년, 친부 김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계모 임모(37)씨와 친부 김모(39)씨를 상해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친부의 상해 책임만 인정해 계모의 양형이 낮게 나왔다”며 “피해 아동을 잔인하게 숨지게 한 것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상고한다”고 1일 밝혔다. 앞서 법원은 1심에서 임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15년으로 형이 줄었다. 이에 검찰은 ‘증거 없음’을 이유로 김씨의 친딸 학대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상고했다. 검찰은 A양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죄)로 임씨에게 징역 35년, 친부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피고인 임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김씨는 직접 상고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학대를 했다”면서 “특히 계모 임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을 받고자 하는 의붓딸들을 분노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행하고 학대하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강요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할 정도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동종 사건의 처벌 수위를 고려해야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5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살인사건이 방송됐다. 당시 방송에서 숨진 동생의 피의자로 지목됐던 했던 언니 소리(가명)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충격적인 일들을 털어놨다. 소리는 “집에서 소변을 누면 더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학교에서 모든 볼일을 다 보고 최대한 비우고 와야 한다”며 “화장실을 가게 되면 소변이 묻은 휴지랑 대변 묻은 휴지를 먹어야 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어 “욕조에 물을 받아서 내 머리를 넣었다. 기절해서 정신이 어디 갔다가 깨어나고 몇 분 동안 그랬다. 동생은 거꾸로 세워서 잠수시켰다. 그땐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고 말했다. 또한 소리는 “이틀 동안 굶었던 적도 있다. 그러면 뒤에 열중쉬어를 하고 청양고추 10개를 먹어야 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목도 조르고 졸리면 실핏줄이 터졌다. 계단에 발을 대고 엎드려뻗쳐 한 상태에서 날 밀었다”고 학대를 알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리 물결 걷는 선비… 신선 숨결 걷는 신비

    유리 물결 걷는 선비… 신선 숨결 걷는 신비

    덥다. 시원한 나무 그늘, 얼음장 같은 계곡물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마 조선의 선비들도 그랬겠지. 갓끈 풀고, 저고리 벗고 쉬어갈 곳 찾았을 것이다. 한데 선비 체면에 마냥 놀기만 하자니 뒤통수가 가려웠을 터. 쉬더라도 명승 속에서 인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런 여건을 갖춘 적당한 곳, 그 곳이 바로 ‘잊혀진 명승’ 안의삼동(安義三洞)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영남 지방의 이상향으로 꼽았던 곳이 이른바 안의삼동이다. ‘조선 선비들의 답사 일번지 원학동’(최석기 지음)이란 책에 이 같은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안의삼동은 경남 함양의 화림동(花林洞)과 심진동(尋眞洞, 현 용추폭포), 그리고 거창의 원학동(猿鶴洞)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옛날엔 안의현(1896년 안의군으로 변경)이 셋을 모두 품었다. 한데 1914년 일제강점기 때 안의군이 없어지면서 서상·서하·안의면은 함양으로, 북상·마리·위천면은 거창으로 넘어갔고, 지명도 갈리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넓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 원학동이다. 원학동은 북쪽의 덕유산, 서남쪽의 금원산과 기백산, 동쪽의 월봉산과 황석산 등에 둘러싸였다. 갈계리 계곡에서 내려오는 계곡수와 월성리 계곡의 사선대, 분설암, 강선대 등을 거쳐온 계곡수가 수승대 위에서 합류해 풍성한 명승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신선들이 산다는 별천지, 이른바 동천(洞天)으로 불렸다. 거창읍내를 기준 삼아 순서대로 짚어 오르자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수승대(搜勝臺) 관광지다. ‘원학동의 꽃’이라 할 만한 곳이다. 맑은 물과 고졸한 정자, 기이한 바위가 어우러져 절경을 펼쳐 낸다. 여러 선인들이 수승대의 경치를 칭송했는데, 독특하기로는 남공철(1760~1840)이 표현한 ‘유리세계’를 꼽을 만하다. 너럭바위 아래 계곡수가 모여 이룬 깊은 못이 있고, 주위의 울긋불긋한 나뭇잎이 물결에 비쳐 일렁이는 모양새가 반짝이는 유리와 같다는 뜻이다. 옛 이름은 수송대(愁送臺)였다. 이 이름엔 사연이 있다. 거창 일대가 백제에 속했을 무렵이다. 국력이 쇠했던 백제는 당시 강대국 신라로 사신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한데 신라로 간 백제 사신 가운데 온갖 수모를 겪다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탓에 신라로 가는 사신이 떠날 때면 위로 잔치를 베풀곤 했는데, 그때 이용됐던 곳이 근심(愁)으로 사신을 떠나보낸(送) 수송대였다고 한다. 수송대를 수승대로 바꾼 이는 퇴계 이황이다. 1543년 수승대 인근의 영승마을을 찾은 퇴계가 수송대에 얽힌 내력을 듣고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니, 수송과 소리가 같은 수승으로 고치라고 권유한 시에서 비롯됐다. 수승대의 핵심은 거북 모양의 바위다. 높이는 약 10m, 넓이는 50㎡에 이른다. 생김새가 거북을 닮아 구연대(龜淵臺) 또는 암구대(岩龜臺)라 불린다. 예나 지금이나 명물 위에 제 이름을 남기려는 욕심은 같았던 모양이다. 거북바위 벽면 여기저기에 사람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그 숫자가 무려 15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 모양이 얼마나 어지러웠던지 남명 조식(1501~1572)이 이 일대를 소요하다 “바위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한 짓”이라 일갈했다고 전한다. 거북바위 맞은편은 요수정(樂水停)이다. 자연 그대로의 암반을 초석으로 쓴 고졸한 정자다. 우물마루 형태의 건물에 올라서면 남공철이 표현했던 이른바 ‘유리세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승대에서 북상면 쪽으로 물길을 거슬러 오르면 월성계곡이다. 북상면 소재지에서 서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골짜기다. 월성계곡을 따라 1㎞ 남짓 올라가면 강선대가 나온다. 이름 그대로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곳이다. 황톳빛 암반과 묵직한 느낌의 정자가 인상적이다. 강선대에서 다리 건너 산자락을 따라 2㎞ 정도 올라가면 모리재다. 꼿꼿한 선비 정온이 1637년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고 청나라와 화친한 조정에 반대하며 낙향해 은거한 곳이다. 아무 모(某)에 마을 리(里)란 당호에서 보듯 자신이 산 곳을 알리지 않고 숨어 살겠다는 선비의 고집이 옛집 곳곳에 담겼다. 모리재는 마을 사람도 잘 모를 만큼 꼭꼭 숨어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오르는 길도 제법 가파르고 좁은 편이다. 꼭 둘러보고 싶다면 다소간의 어려움은 감내하겠다는 ‘마음의 준비’부터 하길 권한다. 다시 강선대로 내려와 월성계곡을 따라 5.3㎞쯤 오르면 분설담(噴雪潭)이다. 계곡수가 바위에 부딪치며 포말을 일으키는 모양새가 꼭 눈이 내리는 듯하다는 암반지대다. 시냇가에 축대를 쌓고 그 옆에 도로를 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도로 변에 세워진 작은 표지판을 놓치지 말아야 분설담에 이를 수 있다. 분설담에서 5㎞ 정도 오르면 사선대다. 4명의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곳. 월성계곡의 정수와 같은 곳이다. 바위 위에 소나무가 자라 송대(松臺)라고도 불린다. 이 일대 풍경도 수승대에 견줄 만큼 빼어나다. 여러개의 바윗덩이를 쌓은 듯한 사선대와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길이 아름답다. 남명 조식, 동춘당 송준길 등이 여기서 소요했다고 전해 온다. 바위 꼭대기는 뜻밖에 평평하다. 탑의 옥개석을 닮았다. 바로 이 자리에서 신선들이 수담을 나눴을 터다. 거대한 바위 아래 ‘사선대’(四仙臺)란 글자가 선연하다. 조선 말 경상도 관찰사 김양순이 썼다고 전한다. 수승대 인근의 금원산 휴양림도 들러볼 만하다.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보물 제530호) 때문이다. 휴양림관리소 앞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물길 옆에 거대한 바위가 서 있다. 옛 가섭암의 일주문 노릇을 했다는 문바위다. 족히 3층 건물은 넘어서는 높이로, 단일 바윗덩어리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문바위 뒤편 산비탈엔 거대한 바위들이 포개져 이룬 동굴이 있다. 이 동굴 안 벽면에 마애여래삼존입상이 조각돼 있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아름다운 불상이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동굴로 스미는 한 줌 빛과 어울린 세 부처를 보자면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된다. 팁 하나.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가 24일~8월 9일 열린다. 낮에는 수승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밤에는 별빛, 달빛 맞으며 야외극장에서 연극 삼매경에 풍덩 빠질 수 있다. 연극제가 펼쳐지는 공연장 10곳 가운데 6곳이 수승대 일대의 야외극장이다. 최현우 매직쇼 등 부대행사도 다양하게 열린다. 글 사진 거창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대전~통영 고속도로 서상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가장 알기 쉽다. 이어 26번 국도, 37번 지방도로 갈아 탄 뒤 북상면에서 우회전해 내려가면 수승대다. 북상면에서 월성계곡 쪽의 볼거리들을 먼저 둘러보고 내려가도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고령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거창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거창읍내에서 수승대까지는 약 16㎞다. →맛집 거창엔 추어탕과 어탕국수를 내는 식당들이 많다. 중앙교 사거리 인근엔 추어탕 거리도 조성돼 있다. 거창추어탕(943-0302)이 많이 알려졌다. 위천구구식당(943-2399)은 어죽으로 이름난 집이다. 수승대 인근에 있다. 읍내에도 구구식당(942-7496)이 있는데, 맛은 비슷하다. →잘 곳 숲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금원산자연휴양림과 용추계곡휴양림 등을 권할 만하다. 월성계곡 등에도 크고 작은 캠핑장들이 마련돼 있다. 모텔은 거창읍내 버스터미널 부근에 모여 있다. 가조면 쪽엔 가조온천관광지가 조성돼 있다. 백두산천지온천(941-0723) 등 여행의 피로를 풀 만한 온천이 여럿 몰려 있다. 마이다스온천모텔(941-1183) 등 숙박업소도 있다. 전통한옥마을인 황산마을에서 고택 체험을 하는 것도 좋겠다. 위천면에 있다. 거창군청 940-3000.
  •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 임씨 징역 15년으로 감형 왜?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 임씨 징역 15년으로 감형 왜?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 임씨 징역 15년으로 감형 왜? 그것이 알고싶다 칠곡계모  ‘그것이 알고싶다’에 소개된 ‘칠곡계모사건’ 피해 아동의 계모 임 씨가 1심에서 징역 19년을 선고 받은 것과 달리 2심에서 15년으로 형량이 줄어 검찰이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칠곡계모사건’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친부는 계모의 아동학대를 인지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딸을 방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양형에 대해 다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 이범균)는 지난 21일 열린 계모 임모(37)씨에게 징역 15년, 친부 김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계모 임모(37)씨와 친부 김모(39)씨를 상해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친부의 상해 책임만 인정해 계모의 양형이 낮게 나왔다”며 “피해 아동을 잔인하게 숨지게 한 것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상고한다”고 1일 밝혔다. 앞서 법원은 1심에서 임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서 15년으로 형이 줄었다. 이에 검찰은 ‘증거 없음’을 이유로 김씨의 친딸 학대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상고했다. 검찰은 A양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죄)로 임씨에게 징역 35년, 친부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피고인 임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김씨는 직접 상고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학대를 했다”면서 “특히 계모 임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사랑을 받고자 하는 의붓딸들을 분노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행하고 학대하고 책임을 피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강요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할 정도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동종 사건의 처벌 수위를 고려해야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5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살인사건이 방송됐다. 당시 방송에서 숨진 동생의 피의자로 지목됐던 했던 언니 소리(가명)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충격적인 일들을 털어놨다. 소리는 “집에서 소변을 누면 더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학교에서 모든 볼일을 다 보고 최대한 비우고 와야 한다”며 “화장실을 가게 되면 소변이 묻은 휴지랑 대변 묻은 휴지를 먹어야 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어 “욕조에 물을 받아서 내 머리를 넣었다. 기절해서 정신이 어디 갔다가 깨어나고 몇 분 동안 그랬다. 동생은 거꾸로 세워서 잠수시켰다. 그땐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고 말했다. 또한 소리는 “이틀 동안 굶었던 적도 있다. 그러면 뒤에 열중쉬어를 하고 청양고추 10개를 먹어야 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목도 조르고 졸리면 실핏줄이 터졌다. 계단에 발을 대고 엎드려뻗쳐 한 상태에서 날 밀었다”고 학대를 알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승리를 만든 ‘보이지 않는 손’

    승리를 만든 ‘보이지 않는 손’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폴 케네디 지음/김규태·박리라 옮김/21세기북스/ 548쪽/ 2만 8000원 전쟁의 승리는 한 사람의 힘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뛰어난 조직과 그 조직을 운영할 사람이 필요하다. 필드에서의 검증을 거쳐 치밀하게 짜인 전략, 효율적인 협력 체계와 순환 고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좀 더 빠르고 좀 더 강력한 새로운 무기까지. 이 모든 것이 상대하는 적보다 우위에 있을 때 비로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파죽지세였던 나치 독일을 상대로 거둔 승리가 그런 경우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향력 있는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저작 ‘제국을 설계한 사람들’에서 1942년 말부터 1944년 여름까지의 전쟁 중반기를 집중 조명하며 전쟁의 흐름이 바뀌게 된 전략적 비결을 다원적 시각에서 살핀다. 저자는 기존의 2차 대전사에서 흔히 다뤄져 온 장대한 이야기 방식이 아니라 결정적인 승리의 원인을 제공한 개인과 조직들에 초점을 맞춘다. 다섯 개의 장으로 이뤄진 책은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시기에 민간 및 군사 차원에서 개인과 단체가 각각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승리를 안겨 준 얘기를 담고 있다. 군사작전의 문제점과 도전 과제를 짚으며 전략 설계자들이 어떻게 임무를 완수했는지, 그들의 임무가 전쟁에서 왜 중요했는지를 설명한다. 이야기는 1943년 1월 윈스턴 처칠과 델라노 루스벨트, 합동참모단이 함께 모여 독일, 일본, 이탈리아를 패퇴시킬 긴밀하고 광범위한 청사진을 마련한 카사블랑카 회담에서부터 시작한다. 적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려면 다섯 가지 난제를 극복해야 했다. 카사블랑카 회담에서 논의된 과제들은 나치 독일의 전격적 전술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U보트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 제공권을 장악해 독일 항공대를 무력화하는 것, 적의 해안에 연합군이 상륙할 방법을 찾는 것,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일본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된 난제들은 놀랍게도 그로부터 1년 남짓 뒤에 모두 완수되거나 현실화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역사상 가장 큰 격돌의 형세는 뒤바뀐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2차 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는 시간문제였으며 미국의 대량 물량 공세가 적을 초토화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위대한 전략과 그 주역들의 역할이 승리의 원동력임을 주장한다. 1944년 6월 6일을 디데이로 감행된 연합군의 상륙작전은 육해공군의 힘이 극적으로 융합된 연합작전의 결정체였다. 상륙작전을 펼치려면 해변과 야전의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처칠이 발탁한 퍼시 호파트 소장은 기존에 투입된 탱크를 다양한 양식으로 개조해 수륙양용 탱크, 거대한 체인으로 모래를 휘젓는 지뢰제거 전차, 커다란 철사 절단기나 불도저용 날이 달린 탱크, 화염방사 탱크, 다른 탱크들을 위해 경사면 역할을 하는 탱크 등을 이용해 기갑전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과를 거뒀다. 책은 또 미국산 퍼수트 파이터(P51) 전투기의 앨리슨 엔진을 떼어내고 보다 강력한 멀린 61 엔진을 장착해 항속 거리를 대폭 늘린 로니 하커 공군 대위, ‘도둑 공격전술’로 대서양에서 U보트를 격침할 방법을 연구한 호송선단 함장 조니 워커 대령, 건설업계의 인재들을 모집해 해군 건설대대를 창설한 토목기사 벤 모릴 등 범상치 않은 인물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역사 중에서도 전쟁 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전쟁 중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적인 방법을 설계하고,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난제의 해답을 찾아낸 해결사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잘 짜인 영웅담처럼 흥미진진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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