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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170조원 산소호흡기 달고… 中 부실 국유기업들 ‘불안한 연명’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170조원 산소호흡기 달고… 中 부실 국유기업들 ‘불안한 연명’

    중국의 부실 국유기업들이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부실 국유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 출자전환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달아 연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금융권의 출자전환 규모가 2분기에 1160억 달러(약 131조 5000억원)에 이르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프랑스 자산운용사 나티시스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중국의 2분기 출자전환 자금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가 이미 과잉 생산에 시달리는 석탄과 철강 업계에 집중돼 있다고 블룸버그가 강조했다. 중국 거시경제 정책 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앞서 금융권이 철강·석탄·화학·기계 등 부채 비율이 높은 업종의 부실 국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조 위안(약 170조 26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출자전환해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출자전환은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인 기업에 빌려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 비율을 낮춰 기업의 생존을 도와주는 방식이다.●국유기업 부채비율 GDP의 200% 국유기업인 중국중강(中鋼·SINOSTEEL)그룹은 2015년 10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았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방만한 경영으로 자금난이 가중돼 2010년 10월 20억 위안 규모로 발행된 5년물 채권에 대한 원금 상환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자 지급마저 어려워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이다. 중강그룹 산하 72개 자회사는 건설경기 침체와 철강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 악재가 겹쳐 자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총부채(2014년 기준)가 무려 1000억 위안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정책금융기관인 국가개발은행에서 빌린 6억 9000만 위안은 이미 상환 기한을 넘긴 상태였다. 이런 중강그룹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정부의 출자전환 프로그램을 적용받은 덕분이다. 중강그룹의 출자전환은 2016년 전체 부채 규모 600억 위안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70억 위안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중강그룹 외에도 무한철강과 태원강철, 마안산철강, 안양철강, 주강그룹, 안강철강, 남경철강, 하북철강, 산둥철강 등 모두 10개 철강업체가 출자전환에 합의했다. 이 10개 기업의 출자전환 규모는 2000억 위안에 이른다. 올해 초 국유 석탄업체인 로안그룹과 산서진성무연탄광업그룹도 200억 위안 규모의 출자전환에 성공했다.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유기업 가운데 2041곳은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기업들의 총자산 규모만 3조 위안에 육박한다. 출자전환은 부실 국유기업들의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만큼 부채 비율은 그만큼 낮아져 생존 가능성을 높여 준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머물렀던 중국의 기업 부문 부채 비율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169.1%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2016년 중국 국유기업의 부채비율은 200%를 돌파했다. 이들 부실 국유기업의 총부채(지난해 7월 말 기준)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6% 증가한 83조 7400억 위안을 기록해 전체 자산의 66.2%를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좀비 국유기업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재로 이들 기업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금융시장 전반에 ‘패닉’(공황상태)을 몰고올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졌다. 이에 당황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건전한 기업은 이자 부담을 줄이고 부실한 기업은 자동 퇴출하겠다”는 출자전환 방침을 제시한 뒤 10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리 총리의 의도와 달리 빚더미에 앉은 좀비 국유기업들이 우량 회사를 위한 출자전환 자금마저 갉아먹는 탓에 가뜩이나 위험 수위에 오른 중국의 부채 리스크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국무원은 당초 출자전환 과정에서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은 좀비 국유기업과 디폴트 기업, 국가 산업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출자전환 자금 가운데 상당수는 좀비 국유기업들의 부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치 로 BNP파리바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출자전환 프로그램이 자금줄을 찾는 부실 기업의 노림수에 오르게 됐다”면서 “좀비 국유기업이 금융 시스템을 먹어치우는 암세포로 돌변했다”고 지적했다. 출자전환은 좀비 국유기업의 부채 부담을 가계로 떠넘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중국 건설은행은 윈난틴주석과 무한철강의 출자전환된 부채를 이재상품으로 판매해 자본을 조달했다. 금융정보업체 크레디트사이츠의 매튜 판 애널리스트는 “악성 대출 중 일부는 가계로 흘러들어가 기업이 다시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출자전환이 우량 기업을 살리는 데 얼마나 효율적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기업 재무개선 없으면 결국 다시 터질 것” 출자전환은 ‘부채 폭탄’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이슨 베드포드 UBS 뱅킹애널리스트는 “기업의 리파이낸싱 리스크를 줄이지만 재무 개선을 위한 조치가 없다면 부채 문제 해결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판 애널리스트는 “거시적으로 볼 때 출자전환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좋은 기업들을 살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 부채는 부분적으로 가계에 의해 흡수되겠지만 5년 안에 기업 부채가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5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Aa3→A1) 강등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당시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한 1989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무디스는 2011년 중국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올렸다가 7년 만에 제자리로 되돌린 것으로, ‘A1‘은 한국 ‘Aa2’보다 두 단계나 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디스의 중국 신용등급 강등은 정부에 대한 등급 평가가 아니라 정부의 보증에 기댄 국유기업에 대한 재평가”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국유기업들은 채권 발행 때 자체 신용등급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혜택을 누려 왔다. 중국 정부가 지급 보증을 서 준 덕분이다.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의 신용등급은 ‘Baa2’이다. 하지만 중국은행이 발행하는 모든 채권의 등급은 ‘A1’이다. 기본 등급보다 4단계나 높은 것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화채를 활발하게 발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높아져 채권 발행 비용이 많아진다. 국제통화기금도(IMF)도 지난 15일 발표한 ‘연례 중국 보고서’에서 중국의 좀비 국유기업을 정조준했다. IMF는 “중국에 ‘좀비 기업’으로 불리는 국유기업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들 좀비 국유기업은 재무적으로 불건전한 상태임에도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해 은행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리면서 연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 좀비 국유기업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제품을 생산해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과잉 공급을 일으켜 경기회복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올랐다고 비판했다.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자동화, 일자리, 교육 그리고 사회안전망/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열린세상] 자동화, 일자리, 교육 그리고 사회안전망/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일자리 만들기에 두고 일자리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 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자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며칠 전 취임 100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도 일자리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다시 강조했다.그런데 정부가 2018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 일자리 문제가 자연스레 완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꼼꼼히 다시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인구구조 변화와는 별개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급속한 기술 발전과 자동화로 인해 우선 기존의 단순 반복 일자리 다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근로자 1만명당 로봇 수를 나타내는 로봇밀집도가 세계 최고(531)인 우리의 현실에서 ‘자동화와 일자리’ 문제는 세밀하게 검토해야 할 정책적 과제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동화는 궁극적으로 생산성과 성장 그리고 생활수준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세계 경제의 성장과 인류의 생활 수준은 제1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18세기 중엽 이후 급격하게 향상됐다. 그러나 자동화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의 ‘창조적 파괴’, 즉 근로자의 기술 노후화, 근로소득 격차 확대, 실업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 물론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난다. 그런데 새로운 일자리는 새로운 전문성을 요구한다. 고숙련 근로자에게는 소득 증대와 자아실현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저임금 저숙련 근로자에게는 소득 감소와 장기 실업의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1차 산업혁명 초기 60년 동안과 20세기 후반 컴퓨터 혁명 초기 수십 년 동안 경험했듯이 이번에도 상당 기간 실업과 소득 불균형의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훈련·재훈련, 전직 그리고 교육 등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아울러 근로자들의 전직을 위한 교육·훈련 기간에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업 및 훈련수당, 전직 보조금 등 각종 사회안전망의 확대도 절실하다. 그리고 이직 및 전직을 할 때 고용 관련 혜택의 이동연계성을 강화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높여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미국의 경우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스템(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는 숙련도의 불일치 때문에 앞으로 10년간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GDP 대비 10.4%)에 머물러 있다. 동시에 우리의 조세부담률(18.4%)도 OECD 평균(25.1%)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복지 지출 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부도 이 점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설득에 나서야 한다. 우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현재 지나치게 높은 면세자 비중(46.8%)부터 줄이는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로의 이동이 일상화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문교육과 STEM을 융합한 교과과정과 함께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력이 최대한 함양될 수 있는 교육 개혁도 추진돼야 한다. 1930년 저명 경제학자 존 케인스는 2030년이 되면 자동화 덕분에 사람들은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각자 원하는 것을 하게 될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케인스는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사회적 소속감을 느낀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최대한 창출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의 여건을 만들고 새로운 일자리에 적합한 근로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실업이 만연한 여건 속에서 흔히 휘말릴 수 있는 정치적 포퓰리즘의 함정을 피하고 우리 사회가 건전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해서도 물론 필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사흘 안에 화살 10만개’ 목숨 건 계약은 법적 효력 있을까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이야기] ‘사흘 안에 화살 10만개’ 목숨 건 계약은 법적 효력 있을까

    장간을 역이용해 채모를 제거한 주유는 공명의 태도가 궁금하다. 노숙을 시켜 공명이 자신의 계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게 한다. 공명을 찾아간 노숙은 모든 걸 꿰뚫고 있는 공명에 혀를 내두른다. 이젠 주유도 노숙도 공명이 두렵기만 할 뿐이다. 결국 주유는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를 주어 이를 빌미로 공명을 제거하려고 한다. 주유는 조조를 공격하려는데 화살이 부족하다면서 공명에게 열흘 안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공명은 전쟁 중에 열흘은 너무 길다면서 되레 사흘 만에 만들겠다고 해 다시 한번 주유를 놀라게 한다.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주유는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 공명이 두렵다. 형인 제갈근을 보내 공명을 오나라 사람으로 만들려고 한다. 불과 1000명의 군사로 조조의 식량 창고를 불태워 달라고도 한다. 이를 핑계로 공명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만다. 주유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사흘 안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주유는 그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명을 제거할 명분을 얻기 위해 무모한 요청을 했다. 처음부터 이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알고 맺은 계약이다. 이런 계약을 공명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걸까. 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목숨이 아니라 ‘10만냥을 내놓는다’고 했다면 어떻게 될까. ●실현 불가능한 계약은 ‘무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 이것을 법률적으로 해석한 것이 바로 법률행위다. 호의적인 약속을 넘어 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힘을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화살 10만개를 사흘 안에 가져오지 못하면 목숨으로 대신한다’는 법률행위가 주유와 공명 사이에 성립했을까. ‘사흘 안에 가져온다’는 것은 주유와 공명이 모두 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의사표시가 서로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목숨으로 대신한다는 것은 주유도, 공명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 서로 마음으로만 가지고 있다. 물론 공명은 주유가 바라는 것이 자신의 목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노숙에게 “사흘 안에 화살을 만들지 못하면 주유가 내 목을 벨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점이나, 화살을 구해 와서도 ‘주유의 목적이 내 목숨에 있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결국 서로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 내심의 의사는 일치한 것이다. 말로 하지 않았어도 ‘공명은 사흘 안에 10만개 화살을 만들어 온다. 어기면 목숨을 내놓는다’는 물건 납품 계약과 비슷한 계약이 형식상으로는 성립한 것이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성립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계약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그 내용이 확정되어 있거나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화살을 많이 가져온다’고 약속했다면 어떨까. 많다는 것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서로 기준점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내용이 확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내용상 실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주유가 양자강에 결혼반지를 빠뜨려 공명이 그 반지를 찾아주기로 약속했다고 치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효한 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법률에 위반되거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내용이어서도 안 된다. 주유와 공명의 계약이 그렇다.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목숨을 내놓기로 하는 내용은 생명권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회관념과도 충돌한다. 결국 주유와 공명의 계약은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 주유의 계략은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손배액 부당할 땐 법원이 감액 가능 계약 내용을 조금 바꾸어 보자. ‘화살 10만개를 사흘 안에 가져오지 못하면 10만냥을 배상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함으로써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우리 민법도 제398조 제1항에서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배상액을 미리 정해 놓는 이유는 뭘까. 주유는 공명이 사흘 안에 화살 10만개를 구해올 것을 전제로 모든 계획을 다 짜놓았다. 그런데 공명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면 주유는 공명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배상액은 주유가 실제로 입은 손해다. 주유로서는 그 손해가 얼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기간이 늘어남으로써 군사들이 더 먹은 식량이 얼마고, 더 준 월급이 얼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이런 일은 매우 번거로울 수 있다. 그런데 미리 배상액을 정해 놓으면 주유로서는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공명이 사흘 안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그것만 증명하면 주유는 처음에 약속한 배상금 10만냥을 받을 수 있다. 주유가 10만냥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면 더 많은 배상금을 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순 없다. 주유는 실제로 입은 손해가 더 크더라도 예정액만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제로 주유가 입은 손해는 100냥이라고 치자. 공명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100냥밖에 손해 보지 않았으면서 10만냥이나 배상을 하라니! 아무리 약속이지만 너무하다. 이 경우 공명은 예정된 배상금이 너무 많다고 호소하면 법원이 적당한 금액으로 깎아 줄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예정된 배상금이 경제적 약자에게 부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아 감액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만약 공명이 주유의 직원이었다면 어떨까. 공명이 사흘 안에 화살 10만개를 만들지 못하면 10만냥을 내놓기로 하는 근로계약이 가능할까. 당연히 무효다.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가 고용되면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계약은 무효다(근로기준법 제20조). ●그래도 공명은 화살 10만개 만들어야 목숨을 내놓으라는 내용이 무효라고 해서 계약 전체가 무효는 아니다. 공명도, 주유도 목숨을 내놓으라는 부수적 조건이 무효라고 해서 화살 10만개를 구하는 걸 포기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명은 화살 10만개를 사흘 안에 만들어 내야 한다. 만들어 내지 못하면 주유는 실제로 입은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물론 그 손해는 주유가 증명해야 한다. 공명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주유와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미래에 벌어질 일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공명의 예측대로 안개가 생기긴 했지만, 폭우와 높은 파도 때문에 출항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계약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음식점 위생등급제’ 시작부터 삐걱, 참여율 낮아

    정부가 위생적인 외식문화 정착을 위해 도입한 ‘음식점 위생등급제’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참여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4일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부터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다. 음식점 영업자가 해당 시·군·구로 위생등급 평가를 신청하면 식약처에서 위탁한 전문기관이 평가한 뒤 ‘매우 우수, 우수, 좋음’ 등 3단계로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위생등급을 받을 경우 2년간 각종 위생 관련 검사가 면제되고 위생등급 표지판 제공, 홈페이지 게시 홍보,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 시설·설비의 개·보수 등의 혜택을 받는다. 식약처는 올해 위생등급 음식점 6000곳을 지정해 조기정착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2021년까지는 9만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전국 영업장 면적 100㎡ 이상 음식점 15만개의 60%에 해당된다. 하지만 음식점주들은 위생 등급을 받기 위한 문턱이 너무 높아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한다. 등급을 받으려면 객실과 조리장, 개인위생, 소비자 만족도, 영업자 의식 등 50여가지의 평가 항목을 통과해야 한다. 경북도 음식점주들은 “식약처가 지금 음식점들을 골탕 먹이는 거냐”며 반발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3개월여간 전국에서 위생등급 평가 신청을 한 음식점은 모두 725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형 음식점이 많은 서울 210곳, 경기 162곳으로 수도권이 압도적이다. 영세 음식점이 몰린 대구, 광주, 대전, 세종, 강원, 충남, 제주 지역은 10곳 미만으로 매우 저조하다. 이 중 170곳이 위생등급을 받았고, 240곳은 탈락됐다. 나머지 315곳은 평가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6000곳 지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식약처는 2015년에 17개 시·도의 모범음식점(1만 9000곳), 관광특구 및 특화거리 내 음식점(4만 2000곳) 등 모두 6만 1000곳을 대상으로 ‘위생 등급제’ 도입에 나섰지만 참여율 저조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식약처의 음식점 위생등급제 도입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이번에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지중해 사르데나섬 “생수병에 모래 담아가면 벌금 133만원”

    지중해 사르데나섬 “생수병에 모래 담아가면 벌금 133만원”

    지중해 서부에서 시칠리아 다음으로 큰 사르데나 섬은 청정한 해변과 고운 모래로 유럽에서도 손꼽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벌써 영국 여성 등 4명의 관광객이 수도 칼리아리의 엘마스공항을 빠져나가다 엑스레이 투시 검사에 걸려 1000유로(약 133만원)의 벌금을 물었다고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이 섬에서는 모래나 자갈, 조개껍질를 섬 밖으로 가져나가는 관광객에게 벌금을 물리도록 이달부터 새로운 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누구든지 허가를 받지 않고 적은 양이라도 담거나 보관하거나 팔아도 500~3000유로까지 벌금을 물린다”고 못바고 있다. 언뜻 보면 소소한 잘못인데 지나치게 벌금 액수가 높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이곳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소중한 자연의 자산들을 훔쳐 나가는 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왓다. 1994년 사르데나섬에서 북동쪽에 떨어져 있는 부델리섬은 분홍빛 해변으로 명성을 떨쳐 발길이 이어지자 아예 관광객 출입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또 이 섬 해변 중에는 흰색 모래 뿐만 아니라 노란색, 분홍색 등 특이한 모래들이 많아 기념품 삼아 이를 담아가는 이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2015년 여름 석달 동안 엘마스공항에서 적발된 모래만 5톤 분량이었으며 이 섬의 다른 알게로, 올비아 공항에서도 심심찮게 모래를 훔쳐가는 이들이 적발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사르데나의 도둑질과 약탈’이란 단체는 페이스북에 해변에서의 기념품이 담긴 생수병과 여행가방 사진 등을 올려놓고 범죄로 규정하는 한편, 섬당국 등에게 환경재앙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한발 나아가 현지 인터넷 매체는 섬 서쪽 아루타스 해변에서 흰모래를 병에 담는 외국인 커플의 동영상을 올려놓았다. 한 시민단체는 도둑을 막기 위해 이베이에서 팔리는 사르데나 모래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섬의 삼림보전 시민단체는 섬의 해변이 수백만년에 걸쳐 생성된 것이라며 “모래를 조그만 병에 담아가는 걸 큰 일이 아닌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수백만 관광객이 그렇게 하면 매년 엄청난 양의 모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관광객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클린턴 “트럼프 내 목에 입김…닭살 돋게 불쾌했다”

    클린턴 “트럼프 내 목에 입김…닭살 돋게 불쾌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다음 달 12일 자서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What happend)’를 출간한다.클린턴은 23일(현지시간) MSNBC를 비롯한 언론과 트위터를 통해 자서전의 일부를 발췌해 공개하며 출간 일정을 알렸다. 클린턴이 공개한 일부 발췌본에서 가장 시선을 끈 내용은 지난해 10월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경쟁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묘사한 대목이다. 클린턴은 “물론 좋은 기억은 아니다. 클린턴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뒤에 바짝 붙어서 뒷목에 입김을 불어넣는 바람에 ‘닭살’이 돋을 만큼 불쾌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TV토론은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추잡한 토론’으로 불렸을 만큼 두 후보가 거친 입담을 주고받았던 치열한 격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이틀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돼 궁지에 몰렸었고, 클린턴은 토론 내내 이를 집중 공격했지만,트럼프 대통령 역시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인턴 성 추문’으로 반격했다. 클린턴은 자서전 발췌본에서 “두 번째 대선 토론이었다. 트럼프는 내 뒤에 있었는데 전 세계에서 그가 여자들을 더듬었다고 떠벌리는 것을 들었다”면서 “우리는 작은 무대에 있었는데,내가 어디로 걸어가든 그는 나를 바짝 따라와 뚫어지라 응시하고 얼굴을 마주 댔다”고 했다. 특히 그는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불편했다”면서 “트럼프는 문자 그대로 내 목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내 피부에 닭살이 돋았다”고 적었다. 이어 “그 순간은 (발언을) 잠시 멈추고 청중들에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묻고 싶은 순간 중 하나였다”면서 “여러분이라면 트럼프가 당신의 개인 공간을 계속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평정을 유지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아니면 여러분은 돌아서서 트럼프의 눈을 보면서 ‘물러서, 이 소름 끼치는 인간아(back up you creep), 나에게서 떨어져. 당신이 여성들을 겁주는 걸 좋아하는 걸 알지만, 나한테는 안 통할걸.그러니 떨어져’라고 큰소리로 분명히 말하겠느냐”라고 했다. 그는 “나는 옵션 A를 선택했다.나를 날려버리려는 어려운 남자를 생애 처음으로 다루면서 냉정함을 유지했다”면서 “그러나 마이크를 정말 세게 잡아야만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옵션 B를 선택해야 할지도 생각했다.그게 확실히 TV토론에서 더 나았을 것”이라며 “아마도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을 지나치게 많이 배웠나보다”라고 후회했다. 클린턴은 자서전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실망과 회한도 드러냈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매일 나는 수백만 명이 나를 믿고 기대한다는 것을 알았고,그들을 실망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견딜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들을 실망하게 했고 과업을 이루지 못했다.이는 내가 여생에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차이나 스코프> 화려하게 복귀하는 중국의 부실 국유기업

    <차이나 스코프> 화려하게 복귀하는 중국의 부실 국유기업

     중국의 부실 국유기업들이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부실 국유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 출자전환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달아 연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금융권의 출자전환 규모가 2분기에 1160억 달러(약 131조 5000억원)에 이르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프랑스 자산운용사 나티시스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중국의 2분기 출자전환 자금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가 이미 과잉 생산에 시달리는 석탄과 철강 업계에 집중돼 있다고 블룸버그가 강조했다. 중국 거시경제 정책당국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앞서 금융권이 철강·석탄·화학·기계 등 부채 비율이 높은 업종의 부실 국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조 위안(약 170조 26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출자전환해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출자전환은 자금난에 빠진 기업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인 기업에 빌려준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 비율을 낮춰 기업의 생존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국유기업인 중국중강(中鋼·SINOSTEEL)그룹은 2015년 10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았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방만한 경영으로 자금난이 가중돼 2010년 10월 20억 위안 규모로 발행된 5년물 채권에 대한 원금 상환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자 지급마저 어려워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이다. 중강그룹 산하 72개 자회사는 건설경기 침체와 철강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 악재가 겹쳐 자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되는 바람에 총부채(2014년 기준)가 무려 1000억 위안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정책금융기관인 국가개발은행에서 빌린 6억 9000만 위안은 이미 상환 기한을 넘긴 상태였다.  이런 중강그룹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정부의 출자전환 프로그램을 적용받은 덕분이다. 중강그룹의 출자전환은 2016년 전체 부채 규모 600억 위안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70억 위안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SCMP)가 전했다. 중강그룹 외에도 무한철강과 태원강철, 마안산철강, 안양철강, 주강그룹, 안강철강, 남경철강, 하북철강, 산둥철강 등 모두 10개 철강업체가 출자전환에 합의했다. 이들 10개 기업의 출자전환 규모는 2000억 위안에 이른다. 올해 초 국유 석탄업체인 로안그룹과 산서진성무연탄광업그룹도 200억 위안 규모의 출자전환에 성공했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유기업 가운데 2041곳은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 기업의 총자산 규모만 3조 위안에 육박한다. 출자전환은 부실 국유기업들의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만큼 부채 비율은 그 만큼 낮아져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머물렀던 중국이 기업 부문 부채 비율이 지난해에는 169.1%(국제결제은행 기준)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2016년 중국 국유기업의 부채비율은 200%를 돌파했다. 이들 부실 국유기업의 총부채(지난해 7월말 기준)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6% 증가한 83조 7400억 위안을 기록해 전체 자산의 66.2%를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들 좀비 국유기업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재로 이들 기업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금융시장 전반에 ‘패닉(공황상태)’을 몰고올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졌다. 이에 당황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건전한 기업은 이자 부담을 줄이고 부실한 기업은 자동 퇴출하겠다”는 출자전환 방침을 제시한 뒤 10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문제는 리 총리의 의도와는 달리 빚더미에 앉은 좀비 국유기업들이 우량 회사를 위한 출자전환 자금마저 갉아먹는 탓에 가뜩이나 위험 수위에 오른 중국의 부채 리스크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 국무원은 당초 출자전환 과정에서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은 좀비 국유기업과 디폴트 기업, 국가 산업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출자전환 자금 가운데 상당수는 좀비 국유기업들의 부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치 로 BNP파리바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출자전환 프로그램이 자금줄을 찾는 부실 기업의 노림수에 오르게 됐다”면서 “좀비 국유기업이 금융 시스템을 먹어치우는 암세포로 돌변했다”라고 지적했다.  출자전환은 좀비 국유기업의 부채 부담을 가계로 떠넘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중국 건설은행은 윈난틴주석과 무한철강의 출자전환된 부채를 이재상품으로 판매해 자본을 조달했다. 금융정보업체 크레디트사이츠의 매튜 판 애널리스트는 “악성 대출 중 일부는 가계로 흘러들어가 기업이 다시 자금난에 빠질 우려가 있다”면서 “출자전환이 우량 기업을 살리는 데 얼마나 효율적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출자전환은 ‘부채 폭탄’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이슨 베드포드 UBS 뱅킹애널리스트는 “기업의 리파이낸싱 리스크를 줄이지만 재무 개선을 위한 조치가 없다면 부채 문제 해결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판 애널리스트는 “거시적으로 볼 때 출자전환 프로그램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좋은 기업들을 살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부실 부채는 부분적으로 가계에 의해 흡수되겠지만 5년 안에 기업 부채가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5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Aa3’→‘A1’) 강등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당시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한 1989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무디스는 2011년 중국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올렸다가 7년 만에 제자리로 되돌린 것으로, ‘A1‘은 한국 ‘Aa2’보다 두 단계나 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디스의 중국 신용등급 강등은 정부에 대한 등급 평가가 아니라 정부의 보증에 기댄 국유기업에 대한 재평가”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국유기업들은 채권 발행 때 자체 신용등급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혜택을 누려왔다. 중국 정부가 지급 보증을 서준 덕분이다.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의 신용등급은 ‘‘Baa2’이다. 하지만 중국은행이 발행하는 모든 채권의 등급은 ‘A1’이다. 기본 등급보다 4단계나 높은 것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화채를 활발하게 발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높아져 채권 발행 비용이 많아진다.  국제통화기금도(IMF)도 지난 15일 발표한 ‘연례 중국 보고서’에서 중국의 좀비 국유기업을 정조준했다. IMF는 “중국에 ‘좀비 기업’으로 불리는 국유기업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들 좀비 국유기업은 재무적으로 불건전한 상태임에도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해 은행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빌리면서 연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 좀비 국유기업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제품을 생산해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과잉 공급을 일으켜 경기회복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떠올랐다고 비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금주가 우리 몸에 주는 건강 혜택 7가지

    금주가 우리 몸에 주는 건강 혜택 7가지

    술은 적당히 마시면 몸에 좋다고들 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오히려 암을 유발하는 등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될 수 있으면 술을 끊는 게 좋다는 것인데 금주(禁酒)가 우리 몸에 주는 건강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미국 매체 리틀띵스닷컴이 술을 끊었을 때 몸에 일어나는 변화 7가지를 소개했다. 1. 잠을 잘 자게 된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이 ‘알코올중독: 임상 및 실험연구’(Alcoh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에 발표했던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알코올은 수면을 방해해 밤중에 깨거나 잠을 설치게 해 낮 동안에 졸음을 유발한다. 따라서 술을 끊으면 수면의 질이 향상돼 하루를 재충전해 상쾌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다. 2. 암에 걸릴 위험이 준다 과음이 간에 나쁜 영향을 줘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굳이 증명할 필요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간암 뿐만 아니라 유방암이나 두경부암, 식도암, 또는 대장암 등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평소 술을 자주 마시던 사람이라면 술을 끊는 것만으로 이런 암의 위험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 있다. 3. 돈을 아낄 수 있다 당연한 말이다. 한 병에 몇만 원씩 하는 와인 대신 물이나 탄산수를 마시면 돈을 아낄 수 있다. 물론 안주값 역시 무시할 수 없으니 술값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4. 과식을 막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적당히 음주해도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보다 먹는 양이 늘어난다. 즉 술을 끊으면 자연히 과식을 막을 수 있다. 5. 살이 빠진다 4번의 연장선이다. 다이어트 앱 업체 ‘마이피트니스팔’(MyFitnessPal)에 따르면, 술안주는 기본적으로 열량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술 역시 종류에 따라 식사량과 비슷한 수준의 열량을 지니고 있어 술을 끊게 되면 불필요한 열량을 줄여 살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6. 피부가 좋아진다 미국 패션잡지 보그에 따르면, 술을 마시면 탈수 증세와 염증이 일어나 피부에 심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즉 술을 끊는 것만으로 피부가 생생해지고 손상됐던 혈관도 줄어 피부색 자체가 좋아진다. 심지어 같은 나이로 20년 넘게 음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10세 이상 나이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즉, 술을 마시지 않으면 노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7. 위산 역류가 준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 따르면, 알코올은 위와 식도의 근육을 이완해 위산을 역류할 수 있다. 따라서 위-식도 역류 질환(GERD)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것. 만일 속 쓰림 등의 증상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면 금주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금주는 다양한 혜택을 주지만, 그동안 술을 계속해서 마시던 사람이 술을 끊게 되면 며칠 동안 몸이 떨리거나 불면증이 생기며 불안감이나 우울증, 또는 발한 등 다양한 금단 증상이 나타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금단 증상은 사라지고 몸에서 혜택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사진=ⓒ fotofabrika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비타민B 보충제 과다 섭취, 폐암 위험 높여 (연구)

    비타민B 보충제 과다 섭취, 폐암 위험 높여 (연구)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비타민B 보충제가 남성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종합암센터 연구진은 60~76세 미국인 7만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지난 10년간 자신이 섭취한 음식과 비타민 보충제, 그리고 건강상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기록하고 이를 연구진에게 전달했다. 연구진이 이를 분석한 결과 10년간 비타민 B6와 B12를 다량 복용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조사 기간 중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800여 명이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B6의 남성 권장 섭취량은 하루 1.4㎎, 여성은 1.2㎎이며 비타민 B12는 남녀 구분 없이 1.5㎍(마이크로그램) 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음식 이외에 보충제를 통해 하루 20㎎의 비타민B6를 10년 동안 복용한 사람은 전혀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82%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타민B12 보충제를 10년간 매일 55㎍ 이상 복용한 사람은 역시 전혀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폐안 발병률이 98% 높았다. 일부 비타민B가 암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에는 생활습관도 영향을 미쳤다. 흡연하는 남성이 하루 20㎎의 비타민B6를 10년간 섭취할 경우 보충제를 섭취하지 않는 남성 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3배 더 높았다. 권장량의 약 36배에 달하는 55㎎의 비타민 B12를 10년간 섭취한 흡연남성의 경우 폐암 위험은 4배로 치솟았다. 비타민B6와 B12는 달걀과 붉은 고기, 치즈, 우유 등에 함유돼 있으며, 단백질 대사에 매우 중요한 효소의 구성 성분이다. 또 헤모글로빈의 구성 성분인 헴 합성과정에 관여해 빈혈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다량, 장기 섭취할 경우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신경 장애가 나타나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으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폐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았으며, 이는 비타민 B6와 B12가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연구진은 “시중에 판매되는 비타민B 보충제가 권장량보다 지나치게 많은 섭취를 유도할 수 있다”면서 “비타민B는 고기나 달걀, 콩 등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으며 비타민B 보충제를 섭취하더라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임상종 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軍 대장인사, 철저한 코드인사?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軍 대장인사, 철저한 코드인사?

    지난 8일 전격 단행된 대장급 인사에 이어 20일 정경두 공군대장이 신임 합참의장에 취임하면서 새 정부의 군 수뇌부 인사 첫 단추가 꿰어졌다. 이번 인사의 핵심 코드는 ‘파격’이었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등장했고, 3사관학교와 ROTC에서 각각 1명씩의 야전군사령관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2개 기수를 뛰어 넘는 ‘기수 파괴’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이 지나치게 파격적인 군 수뇌부 인사가 군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위중한 안보 위기 상황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임명된 군 수뇌부 주요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러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며, 이번 인사에 어떤 ‘코드’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스테이크 써는 운전병 청문보고서가 일사천리로 채택되고 일부 의원들이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오는 군인은 처음”이라고 극찬했던 신임 정경두 합참의장은 ‘전력통’이자 ‘원칙주의자’로 평가된다. 그는 전투기 조종 시간만 2800시간에 달하는 베테랑 파일럿이자 전력(군사력 건설)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데, 청와대가 이러한 경력보다 더 눈여겨 본 것은 그의 ‘리더십’이었다. 정 의장은 준장으로 진급해 제1전투비행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자신의 공관에 배치된 공관병을 본부대로 돌려보냈다. 공관병을 없앤 뒤 공관의 관리와 가사는 정 의장 본인과 부인이 맡았다. 업무 목적 이외에는 일체 관용차와 운전병을 쓰지 않았고, 그의 부인이 정 의장의 임지와 서울을 오고갈 때는 대중교통이나 군인 가족들을 위해 운행하는 ‘연락버스’를 이용하도록 했다. 별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장군이 외부 출장 갔다 돌아올 때면 양 손 가득 햄버거와 간식거리를 사와서 야간 근무 병사들에게 나눠주며 격려했다는 정경두 장군의 일화는 아직도 공군 전역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는 공군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장병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한편, 명절과 진급 시즌에 으레 선물을 주고받던 문화와 강압적 음주 문화, 야근 문화를 없애 병사와 간부를 막론하고 큰 호평을 받아 왔다. 이처럼 부하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는 점이 청와대가 정경두 대장을 신임 합참의장으로 점찍은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개 기수를 뛰어 넘어 육군참모총장에 전격 발탁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파격’의 아이콘이자 군 안팎에서 앞으로의 행보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장군 중 한 명이다. 그는 정책통으로 분류되지만, 9사단장 재직 시절 임진강 유역의 무단 월북자를 차단/저지한 ‘탄포천 완전작전’을 지휘했던 작전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또한 야전 지휘관 시절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는데 앞장선 개혁의 선두주자였다. 9사단장 시절 도입한 ‘연 동기제’는 같은 해에 자대 배치 받은 사람은 계급에 관계없이 모두 동기가 되는 제도다. 가령 1월 1일 자대배치 받은 사람과 12월 31일 자대 배치 받은 사람이 ‘동기’가 된다는 말이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3년 당시만 하더라도 상당수의 병사와 간부들이 ‘위계질서 붕괴’ 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에 반대했지만, 현재는 다른 부대들도 앞을 다투어 도입할 만큼 병영문화 개선과 부대 결속력 강화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신임 총장이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래 전부터 그가 보여준 탈권위 행보와 독특한 리더십이 그것이다. 참모총장 취임사에서 그가 밝혔듯 그의 리더십은 ‘계급 고하를 막론한 존중’으로 요약된다. 모시는 장군이 부대 밖에서 식사를 할 때 부관과 운전병은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장군이 나올 때까지 식당 문 앞에서 대기해야 하는 관례와 달리, 김용우 장군과 함께 근무한 부관과 운전병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김 장군과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김 신임총장이 합참에 재직하던 시절, 그와 함께 용산의 미군기지 내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했던 한 저명인사는 자연스럽게 장군 옆에 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운전병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일화를 SNS에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운전병은 “외빈과의 대화 주제가 심각한 내용이 아니라면 함께 식사를 하며, (김 장군) 덕분에 외식을 많이 한다”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계급과 격식을 파괴하고 ‘전우’로서 동료들을 존중했으며,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리더라는 평가를 군 안팎에서 받고 있다. 국방개혁이 화두인 지금의 군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인사라는 의미다. 육군 대장급 인사의 숨겨진 코드 평시 육군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참모총장이 인간적 리더십을 가진 ‘덕장(德將)’이라면, 작전을 담당하는 장수들은 ‘용장(勇將)’, ‘지장(智將)’으로 채워졌다. 유사시 한미연합군 지상구성군사령관을 맡는 김병주 신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군과의 유대관계가 매우 깊을 뿐만 아니라 연합작전, 특히 화력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영관장교 시절부터 UN 평화유지군(PKO)과 미 중부사령부(USCENTCOM) 협조장교 등 해외 파견 근무 경험이 풍부해 미군 고위 장성들과의 친분이 깊고, 한때 미군 전쟁 수행 전략과 전술에 심취해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강연도 했을 만큼 연합작전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포병장교 출신이자 미사일 사령관을 역임한 ‘화력 전문가’로 유사시 미군과 원활하게 협조하여 3축 전략(킬 체인·KAMD·KMPR)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동부전선을 담당하는 박종진 제1야전군사령관은 일명 ‘8. 20 완전작전’을 지휘한 ‘용장(勇將)’이다. 그가 제6군단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8월 20일 오후, 북한이 연천 지역을 향해 고사포를 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포탄은 민가 인근 지역에 떨어졌고, 이 지역을 관할하던 6군단 예하 포병여단은 즉각 이 고사포탄의 궤적을 추적해 도발 원점을 찾아냈다. 당시 군단장이었던 박종진 중장은 민통선과 작전지역 일대의 주민들을 일사분란하게 긴급 대피시키는 한편, 포병부대에 적 도발 원점에 대한 즉각 대응 사격을 명령했다. 대응작전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정치적 판단 보다는 “적 도발 시 즉각 응징”이라는 원칙에 충실했던 것이다. 군단장의 명령에 따라 북의 도발 몇 분만에 아군 K-9 자주포가 불을 뿜었고, 36발의 포탄이 적 고사포 진지 바로 코앞에 떨어졌다. 확전을 우려해 적의 진지를 직접 타격하는 대신, 도발하면 즉각 응징 보복이 뒤따른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었다. 적 포탄 궤적 추적부터 주민 대피, 대응사격까지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진 이 날의 대응작전은 지금도 군에서 ‘8. 20 완전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김운용 제3야전군사령관은 합참 해외파병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아덴만 여명 작전’을 준비하고 실행한 ‘지장(智將)’이면서 병사와 지역 주민들에게 신망이 높은 ‘덕장(德將)’으로 명망이 높다. 그는 위관장교 시절부터 ‘튀는 인사’였다. 사관학교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회’, ‘알자회’ 등 군내 사조직 퇴출에 일찌감치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와 함께 근무했던 간부들은 그를 출신과 파벌을 가리지 않는 탕평 인사를 했던 지휘관으로 회고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권위주의적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관행을 깨는데도 앞장섰다. 상급자가 부대를 찾으면 으레 실시하는 대청소를 금지하고, 만일 이러한 지시를 어기고 청소에 병사들을 동원했다가 적발되면 해당 간부들을 처벌했다. 또한 매일 상황보고와 결산보고 등 보고서와 PPT 작성을 위해 야근이 일상화된 간부들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보고서 대신 구두로 간단히 보고할 것”이라는 지침을 줌으로써 부하 간부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했다. 영관 장교 시절부터 간부식당 대신 병사 식당을 애용하고, 수시로 취사반과 내무반을 점검해 병사들이 양질의 식사를 제공 받고 있는지, 휴식 여건을 제대로 보장 받고 있는지 살폈다. 잘 하는 병사에게는 화끈한 포상을, 잘 못하는 병사에게는 그에 합당한 제재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지휘관이기도 했다. 후방지역을 담당하는 제2작전사령관이자 ROTC 출신으로 주목 받았던 박한기 대장 역시 ‘123 완전작전’을 지휘했던 작전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부산·경남 지역을 담당하는 제53보병사단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12월 당시 태종대 앞바다에서 달빛이 없는 틈을 타 부유물을 붙잡고 헤엄쳐 밀입국하려던 베트남인 5명을 검거했던 작전을 지휘했다. 당시 베트남인들은 부산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상선에서 내려 작은 부유물에 의지해 칠흑같이 어두운 밤바다를 헤엄쳐 해안으로 접근했다. 53사단 해안경계부대는 야간감시장비로 이상 물체를 발견하자마자 사단 상황실에 이를 보고했고, 사단장의 지휘 하에 즉각적인 상황 조치가 이루어졌다. 사단은 즉각 사단 지역 전체에 진돗개 경보를 발령하고, 해군·해경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또한 기동타격대를 출동시켜 밀입국자들이 상륙할만한 해안 일대에 매복 시키고, 바다에서는 해군·해경 경비정을 포진해 퇴로를 차단했다. 은밀히 밀입국하려던 베트남인 5명은 뭍에 닿자마자 기동타격대에게 검거됐고, 이 날의 작전은 해안 경계 작전의 교과서로 불리며, 군과 경찰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그리고 육군의 각 야전군 사령관에 이르기까지 새 정부의 대장급 인사는 철저한 ‘코드 인사’였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코드’가 주로 출신 지역과 정치 계파를 뜻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인사에서의 ‘코드’는 ‘용장(勇將)’과 ‘지장(智將)‘, ‘덕장(德將)’을 의미한다는 차이가 있다. 새 군 수뇌부가 실전에서 완벽한 작전 지휘 능력을 보여주고, 탈권위와 존중을 통해 부하들에게 신망이 높은 명장(名將)들로 꾸려진 만큼, 위중한 안보위기 대처와 국방개혁이라는 과제를 풀어갈 우리 군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10년 만에…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변신

    10년 만에…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변신

    “주민들이 그냥 지나치던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를 명소로 만들겠습니다.”지난해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를 탈바꿈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오페라하우스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된 공연이 없었고, 주민들의 발길도 뜸했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했고, 올해 예산안에 공사 사업비를 반영했다. 구로구의 신도림 오페라하우스가 10년 만에 새롭게 탄생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신도림 일대를 문화의 메카로 조성하기 위해 죽어 있던 공간인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를 전면 탈바꿈시키는 공사를 진행해 최근 완료했다”고 22일 밝혔다. 신도림 오페라하우스는 신도림역 남측광장에 있다. 인근에 있는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신도림역 일대의 부흥을 기대하며 조성해 2008년 구에 기부채납한 공간이다. 당시에는 독특한 외관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지하 10m 정도로 깊게 파인 무대와 심한 경사도로 인해 이용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구로구는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고 지난 5월 공사를 시작했다. 4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먼저 지하 10m 정도로 깊게 파여 있던 무대를 5m 위로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무대의 넓이가 기존 92㎡에서 161㎡로 확대되고 경사도도 줄어들어 관객의 시야가 넓어졌다. 관객들이 앉기 불편했던 콘크리트 좌석에는 1인 의자 460개를 설치해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높아진 무대로 인해 생긴 무대 아래 하부 공간도 버리지 않았다. 구로구는 이곳을 1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꾸몄다. 상부는 야외무대, 하부는 실내 소극장이 돼 한 공간에 두 곳의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접근성을 위해 신도림역 3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예술공간 ‘고리’와 직접 연결되는 내부통로도 마련했다. 이 구청장은 “신도림 오페라하우스 재개장을 계기로 신도림역 일대가 ‘환승지옥의 대명사’에서 ‘문화 1번지’로 변모할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오페라하우스 새 단장은 구로구가 펼쳐 온 문화 공간 확충 사업의 마침표다. 앞으로 수준 높은 공연과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정의용 “현 정부 전술핵 배치 전혀 검토 안 해”

    정의용 “현 정부 전술핵 배치 전혀 검토 안 해”

    “미사일 협상할 계획도 있어… 비밀특사, 北도발 중단 뒤 검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2일 “현 정부에서는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전술핵을) 도입하는 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데 우리의 명분을 상실하게 되며 확장 억제를 통해 핵 도발 시 충분한 핵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이래 이날 처음으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드 라인’ 발언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정 실장은 야당 의원들이 현 정부의 안보 대책을 문제 삼으며 ‘코리아 패싱’을 지적하자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백악관 NSC 간 거의 매일 접촉하고 있으며 일본 정상과도 회담과 통화도 있었고 금주 중에도 통화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또 “과거 정부에서 하지 못한 미사일 협상을 아주 획기적으로 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비밀 특사를 보낼 계획이냐는 질문에 정 실장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는 없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난 다음엔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부에 대해서는 “임시 배치하기로 했다”고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가 쟁점이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 4당은 문 대통령이 선거 때 공약했던 ‘5대 비리’(위장전입·논문표절·세금탈루·병역면탈·부동산투기) 원천 배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조국 민정수석이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며 국회에 출석해 질의를 받아야 하지만 불출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몫인 운영위원장직을 한국당이 놓지 않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인사 참사라는 야당의 지적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는 항상 어렵고 두려운 일”이라면서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5대 비리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이 있었겠지만 인사 참사라는 말은 지나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옥 인사수석은 “(인사를) 전반적으로 잘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논란이 된 인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류 식약처장의 해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임 실장은 “식약처장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함께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고 초기에 업무 파악이 미흡해 실망을 끼친 것은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해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임 실장은 과거 여성 비하 글을 써 사퇴 압박을 받는 탁 행정관 거취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권이 우선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또 과거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임명된 지 나흘 만에 사퇴한 박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자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는 류 식약처장의 답변 태도가 논란이 됐다. 류 식약처장이 “식약처가 오락가락한다고 하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라면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류 식약처장에 대해 질책한 것을 두고)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말하자 여야 의원들에게 답변 태도가 신중하지 못하다고 비판을 받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내한’ 리암 갤러거 “김정은보다 트럼프가 더 걱정”

    ‘내한’ 리암 갤러거 “김정은보다 트럼프가 더 걱정”

    영국 록음악의 자존심 ‘오아시스’ 출신 리암 갤러거가 내한 공연을 앞둔 심정을 솔직하게 밝혔다. 22일 오후 7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미국 록 밴드 푸 파이터스, 한국 록 밴드 모노톤즈와 함께 ‘리브 포에버 롱’(LIVE FOREVER LONG) 공연에 참여하는 그는 이날 오후 한국 기자들을 만나 특유의 ‘쿨’함을 과시했다. 갤러거는 최근 외신을 통해 보도된 긴장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북한 김정은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팝스타 리처드 막스는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자 지난 6월 내한공연을 취소했고, 최근 아리아나 그란데는 공연 당일 입국해 공연 종료 직후 한국을 떠나며 논란이 됐다. 다음은 갤러거와의 일문일답. -북한 이슈 때문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두렵지 않았나.▲ 북한 이슈야 국제뉴스로 매일 접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북한보다 미국이 더 걱정이다. 김정은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지 보이지 않느냐. 난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야 할 곳이 있다.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길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일들은 ‘프로파간다’ 같다. 기왕 그럴 바에야 멋지게 살다가 쿨하게 죽겠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5월 영국 맨체스터 콘서트 도중 테러가 발생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공연에서 짧은 시간만 머물고 떠나 논란이 됐다.▲ 가수들이 보안에 신경 쓰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목숨을 잃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테러가 절대 두렵지 않다. 이슬람국가(IS)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 보안을 철저히 해서 좋은 공연을 하면 된다. -그런 자세는 ‘저항의 음악’인 로큰롤 정신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 살면 사는 거고 죽으면 죽는 거고. 음악적 영향이라기보다 난 원래 이랬다. -오늘 아침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 조형물 앞에 다녀왔더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싸이의 노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아침에 강남스타일 동상 앞에서 말춤을 추고 있었는데, 경비 아저씨가 갑자기 다가왔다. 처음엔 나를 쏘려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아저씨가 ‘춤추려면 제대로 추라’면서 동작을 알려주려고 온 것이길래, 배워서 왔다. 봉은사랑 근처 학교까지 갔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겸사겸사 서울을 산책했다. -리엄 갤러거의 동상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이면 좋겠나?▲ 기왕 만들 거 왜 ‘동’(銅)으로 만드냐. 금이나 플래티늄이면 좋겠다. 내가 직접 만들 수는 없고, 누가 만들어준다면 마다치 않겠다. -어제 한국 입국 과정에서 공항에 팬들이 많이 몰렸다. 괜찮았나.▲ 열정적으로 환호해줘서 좋았다. 사실 그런 반응은 한국에서만 처음이 아니다. 어디서든 문만 열면 있던 일이라 고향에 온 것처럼 포근했다. 혹시 환호하라고 기획사에서 고용한 사람들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웃음) -지난 19∼20일 일본 음악 페스티벌 ‘서머소닉’은 어땠나.▲ 좋았다. 박수도 나오고 떼창도 부르고. 그런데 일본 관객들은 상당히 조용하고 예의 바르더라. 내 노래 분위기에는 서로 침 튀기고 오물도 투척하고 서로 밀치는 게 더 어울린다. -5년 전 내한공연을 했었다. 한국 팬들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 펑키하고 열정적이고 미쳐있었다. 영국을 벗어나면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든데 한국이 꼭 그랬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관객들이 컵에 오줌을 눈 다음 뿌려대서 공연할 때 지린내가 진동한다. 예전에는 록스타가 우아한 직업이었는데 내가 이런 거까지 겪어가며 돈을 벌어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 (웃으면서 한숨)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관객들이 오줌만 안 뿌렸으면 좋겠다. -10월 6일 나오는 첫 솔로앨범 ‘애즈 유 워’(AS YOU WERE)에 대해 말해달라▲ 사실 옛날에는 솔로보다 밴드가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솔로앨범은 나오게 됐다. 좋은 기타연주와 좋은 멜로디, 좋은 가사로 만든 좋은 음악이다. 음악스타일이 바뀌진 않았다. 꼭 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요즘 월드투어에서 부르는 노래 중에는 오아시스 시절 음악이 많더라.▲ 그렇다고 오아시스 시절을 지나치게 그리워하고 회상한다는 뜻은 아니다. 난 오아시스 출신이고 사람들은 그때 노래를 기대한다. 내가 새 노래만 불렀다간 ‘쟤 왜 저러지?’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예전에 오아시스 노래는 싹 빼고 새 노래만으로 공연했더니, 관객 하나가 와서 엉엉 울더라. ‘네 공연에 오려고 뼈 빠지게 일해서 표를 샀는데 왜 오아시스 노래를 안 부르냐’고 말하면서.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내가 존재하는 건 이 사람들 덕분인데, 그들이 원하는 걸 안 해선 안 된다고 느꼈다.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오늘 밤 소리 지르고 과격하게 즐겨보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임신부, ‘이것’ 많이 먹으면 태아 정신분열증 위험 커져 (연구)

    임신부, ‘이것’ 많이 먹으면 태아 정신분열증 위험 커져 (연구)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과다 섭취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여성이 임신 중 고기와 치즈, 콩 등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태아가 훗날 정신분열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식품들은 대체로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식품인데,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 성분이 태아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티오닌은 황을 함유하고 있으며 체내에서 자연 합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메티오닌은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며, 체내에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성인의 하루 메티오닌 필요량이 2.2g정도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임신한 실험쥐에게 일반 섭취량의 3배에 달하는 메티오닌을 주입한 뒤 이 실험쥐가 낳은 새끼 쥐의 정신건강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태아시절 메티오닌에 다량 노출된 새끼 쥐는 그렇지 않은 새끼 쥐에 비해 정신분열증 유사 행동을 더 많이 보였으며, 이러한 쥐에게 정신분열증 치료에 사용되는 항정신약을 투여한 결과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연구진이 1960년대 이후 메티오닌 및 정신건강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재분석했을 때에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환자들에게 메티오닌을 주사한 결과 증상이 악화된다는 임상 사례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임신부가 임신 중 먹는 음식이 태아의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충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더불어 메티오닌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이 태아의 뇌 발달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것이 정신분열증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포인트는 임신 중 메티오닌이 가져오는 중요한 역할을 파악하는 것이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신분열증에 대해 더욱 깊이 알 수 있게 됐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일어설 때 핑~ 기립성 저혈압, 까치발로 하체근육 키우세요

    일어설 때 핑~ 기립성 저혈압, 까치발로 하체근육 키우세요

    여름철이 되면 기온, 습도, 불쾌지수가 모두 올라가지만 혈압은 내려간다. 높은 기온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더운 날씨로 인해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은 혈액량을 감소시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노인에게 저혈압이 생기기 쉽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의 월별 저혈압 진료환자 수는 6월이 3100명, 7월 3700명, 8월 3800명으로 여름철에 가장 많다. 겨울철인 11~2월에는 2000~2100명에 그친다. 또 지난해 저혈압 환자 1만 2000명 중 절반이 넘는 6200명이 60대 이상 노인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저혈압은 반드시 치료해야 할 병일까.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문의했다.Q. 저혈압도 치료해야 하나. A.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90㎜Hg 미만을 저혈압으로 정의한다. 혈압이 낮으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출혈이나 염증, 지나친 약제 투여에 의한 혈압 강하가 아닌 체질적으로 혈압이 낮은 ‘본태성 저혈압’이거나 어지럼증, 이명 등의 증상이 일시적으로만 나타난다면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며 쓰러진 적이 있거나 호흡곤란, 가슴 통증, 가슴 두근거림이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과다 출혈, 세균 감염, 심근경색증, 심부전증으로 인해 쇼크를 동반한 저혈압은 방치할 경우 사망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Q. 저혈압은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는데. A. 다리 근육은 일어설 때 다리에 몰린 혈액을 위로 밀어 올려주는 기능을 한다. 이 근육이 부족하면 일어서거나 자세를 바꿀 때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립성 저혈압’을 겪을 수 있다. 심하면 실신하기도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남성에 비해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에게 더 많이 발견된다. 기립성 저혈압을 자주 경험한다면 자리에서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고 일어났을 때 어지럼증을 느끼면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움직이는 게 좋다. 평소 까치발을 들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습관으로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더운 여름철 근육과 체내 수분을 빼앗아가는 과도한 다이어트는 기립성 저혈압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은 삼가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Q. 노인이 더 취약한 이유는. A. 노인들은 특히 여름철 저혈압에 주의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려 생기는 탈수 증상과 혈류량 감소가 중복되면 저혈압이 발생하기 쉽다. 또 노인은 자세 변화에 따른 혈압 감소에 대한 보상기전인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저하돼 있어 저혈압이 자주 나타나고 증상도 심하다. 노인에게 저혈압이 있으면 낙상이나 골절, 뇌출혈 등 심각한 2차 상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등 문제가 있다면 가급적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Q. 커피 섭취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A. 저혈압 환자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마시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일으켜 저혈압의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노인이라면 수분 부족이 나타나기 쉬운 여름철에는 커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하루 1~2잔 정도의 커피는 혈압을 순간적으로 상승시키고 이뇨작용에 의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허용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양으로도 앞서 말한 증상이 생긴다면 마시는 양을 줄이거나 아예 끊어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판사 블랙리스트’ 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 안 거쳐 ‘파격’

    ‘판사 블랙리스트’ 인권법연구회 출신… 대법관 안 거쳐 ‘파격’

    1990년 윤관 이후 첫 50대 48년 만에 대법관 경력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지명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는 법원 내 개혁적인 목소리를 이끌어 왔다. 평소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사법부 개혁에 강한 소신을 피력해 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을 지휘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법원 내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사법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지나치게 파격적인 기수 파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법조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진보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우리법연구회가 해산된 이듬해인 2011년 후신 격으로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전국 판사 3000여명의 16%인 480여명이 회원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올해 초 대법원 법원행정처로부터 학술대회 축소 외압을 받은 단체다. 이 외압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이른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사적인 활동을 검열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불거졌고, 이후 전국 판사들의 대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신설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이 사태가 촉발된 직후 대법원이 소집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법원행정처가 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 시절 김 후보자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인섭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등 현 정부 검찰·사법 개혁을 주도하는 이들이 역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이다. 김 후보자는 현 양승태(69·2기) 대법원장보다 13기수 아래라는 점과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점에서 ‘파격 발탁’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사법부 초창기인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 3·4대 조진만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대법관(옛 대법원 판사) 경력이 없는 대법원장 임명은 약 48년 만에 처음이다. 1990년 58세로 취임한 12대 윤관 전 대법원장 이후 첫 50대 지명으로, 현재 대법원 체제에서 김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은 11~14기 대법관이 9명에 이른다. 당초 대법원장으로 유력했던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 여성인 전수안(65·8기) 전 대법관이 완강하게 고사 의사를 밝히며 ‘현직 법관 중 발탁’이 감행됐다는 후문이다. ‘파격 발탁’이 전대미문의 사법개혁, 판례 변화를 이끌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권, 사법정책, 대법원 판결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 헌법재판관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지명권을 지닌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과정을 거쳐 대법원장으로 취임하면, 판사회의가 요구 중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대법원 판례 변경 등을 위해 소집되는 전원합의체의 합의를 주재하는 역할도 김 후보자가 맡을 예정이다. 다만 김 후보자와 판사회의가 그동안 줄곧 사법부의 관료화, 대법원장에 집중된 법원행정권 등을 ‘적폐’로 지목해 왔던 점이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자의 대법원에 요구하는 우선 과제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법원행정처 역할 축소 등 ‘사법 민주화’가 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동기 중 3분의2가량이 탈락하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대법원장이 대법관 중 임명하는 법원행정처장을 통한 법관 인사 등은 사법부 관료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중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은 대법관이 9명에 이르는 점 역시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 주도권을 쥐는 데 장애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연수원 동기가 검찰총장·검사장 인사에서 발탁되면 기수 전체가 줄줄이 퇴진하는 검찰과 다르게 법원에서는 법원장급 인사들의 용퇴가 당장 가시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20기 대법관’이 탄생할 정도로 법원이 ‘파격 인사’에 익숙한데다 ‘평생법관제’를 정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원장들과 고법 부장판사들에겐 내년 1월 2명, 8월 3명, 11월 1명 등 6명의 신임 대법관 발탁 기회도 남아 있다. 김 후보자는 재판에서 개혁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던 2015년 삼성 에버랜드가 직원 개인정보를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는 이유로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해고하자 김 후보자는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며 해고 무효 판결을 했다. 김 후보자는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 사건에서도 “쟁점이 많으니 항소심 판결 선고 전까지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며 전교조 손을 들어줬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8살 초등생 살해’ 주범·공범, 징역 15~20년 구형 전망

    ‘8살 초등생 살해’ 주범·공범, 징역 15~20년 구형 전망

    8살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주범인 10대 고교 자퇴생과 공범인 10대 재수생이 징역 15~20년을 구형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범과 공범은 다음 주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구형을 받을 예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사람 모두 1심 재판에서 소년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징역 15∼20년을 구형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21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허준서)는 오는 29일 오후 2시와 4시 이 사건의 결심공판을 각각 진행한다. 주범인 고교 자퇴생 김모(17)양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적용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죄다. 공범 재수생 박모(18)양은 김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양은 애초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재판 중 살인 혐의 등으로 죄명이 변경됐다. 검찰은 29일 열릴 결심공판에서 김양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김양에게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이 사실상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김양은 특가법에 따라 약취 또는 유인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살해한 경우에 해당돼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아야 하지만, 올해 만 17세로 만 19세 미만에게 적용하는 소년법 대상자다. 소년법상 만 18세 미만이면 사형이나 무기형 대신 1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받는다. 다만 김양의 범죄는 특례법에 따른 특정강력범죄여서 재판부는 징역 15년이 아닌 징역 20년을 선고할 수 있다. 이런 법정 선고형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검찰도 김양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구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의 범행이 지나치게 잔혹할 뿐 아니라 계획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어서 최고형보다 낮게 구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일 김양이 재판 초기부터 줄곧 주장한 심신미약을 인정받게 되면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의 절반인 징역 10년을 받을 수도 있다. 1998년 12월생으로 올해 만 18세인 박양은 일단 1심 공판 전까지는 소년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박양은 김양과 달리 소년법상 사형이나 무기형을 면할 수 있는 만 18세 미만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적용된 죄명이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이 아닌 ‘살인’이어서 소년법에 따라 부정기형을 선고받는다. 소년범에게는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해 선고할 수 없지만, 살인은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해 박양의 경우 최대 장기 15년, 단기 7년으로 형량이 늘어난다. 검찰도 박양이 1심 재판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에 맞춰 구형할 가능성이 크다. 박양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공범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직접 흉기로 초등생을 살해한 김양과 달리 공범인 박양이 범행 현장에 없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박양은 올해 12월이 지나 소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크게 늘 수 있다. 지역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양은 사실상 최고 형량이 정해져 있어 검찰이 구형량을 결정할 때 별다른 고려사항이 없지만, 박양에 대해서는 다소 고민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양은 올해 3월 29일 낮 12시 47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A(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박양은 김양과 함께 살인 계획을 공모하고 같은 날 오후 5시 44분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나 A양의 훼손된 시신 일부가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대통령도 우리편… 하필 이때 아군끼리 총질을” 조마조마

    [관가 인사이드] “대통령도 우리편… 하필 이때 아군끼리 총질을” 조마조마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행 수사 지휘 체계 조정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경찰은 오랜 숙원인 ‘수사권 독립’이 조만간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에 한껏 고무돼 있다. 게다가 문 대통령까지 ‘우군’으로 나섰으니 경찰에겐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걸림돌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검찰의 반발’이라는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수뇌부 갈등’과 ‘경찰범죄 빈발’이라는 내부적 요인도 언제든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만만찮다.경찰은 일단 표정 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한 경정급 경찰은 “들썩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수사권을 경찰에 주는 것도 국민의 염원 없이는 불가능하니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경찰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서 “속으로는 신경을 많이 쓰면서도 큰 기대를 갖지 않고 관심을 안 둬야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 경찰 “국민 염원 있어야 가능” 일단 표정 관리 “다 된 밥에 재 뿌려서는 안 된다”며 신중론을 펴는 경찰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권의 한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처음 나온 얘기도 아니고, 과거에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었는데 결국은 무산되지 않았나”라면서 “정치적인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모 경장은 “우리에게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니고 어차피 윗선에서 논의하고 조율할 일”이라면서 “할 말은 많지만 조용히 신중한 자세로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권 구애전’에 나선 경찰도 있다. 박모 경정은 “과거 경찰이 지나치게 견제된 측면이 있는데 지금은 경찰이 많이 깨끗해졌고, 사회악을 척결하는 데 경찰만큼 적극적인 조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제복을 입을 사람들에게는 의무감이라는 게 있다”고 호소했다. 한 경무관급 경찰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그동안 독점하고 있던 기소권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했기 때문에 퇴임 이후 기존에 누린 권력을 활용해 전관예우를 받거나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검찰이 독점적 수사 지휘권을 경찰과 나누면 검찰 내부의 부패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의 날’이 아직은 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검찰의 견제와 경찰관의 잦은 범죄, 수뇌부 간의 갈등 등이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찰은 최근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번번이 반려한 것에 대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신경전 차원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모 경위는 “크고 작은 이슈가 언론에 보도되는 행태를 보면 항상 검찰보다 경찰의 부정적인 면모가 더 부각되는 것 같다”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둔) 이런 타이밍에 구속영장이 계속 검찰에 물을 먹고 있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고모 경정은 “검사가 수사 지휘권을 갖고 있다 보니 경찰은 검찰의 군기잡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갑을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경찰은 검찰의 하녀밖에 될 수 없고, 수사 결과도 검찰의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검찰의 영장 신청 잇단 반려에 마뜩잖은 경찰 최근 현직 경찰관이 연루된 범죄가 잇따르는 것도 경찰에겐 악재다. 서울 강남 지역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지난 15일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모르는 여성의 몸을 만진 혐의로 체포됐다. 서울 강남의 한 파출소 소속 경찰은 동료 여경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경찰이 술에 취해 여성 앞에서 바지를 벗어 내리는 사건뿐만 아니라 경찰이 성매매 업소로부터 제공받은 신용카드를 사용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 논의를 앞두고 검찰이 의도적으로 경찰의 범죄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 경찰, 개혁추진본부 출범… 수사제도개편단도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간 벌어진 진실 공방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경찰 내부에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모 경정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마이너스 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손모 경정은 “내부 총질만 해대면 누가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 개혁에 힘을 싣는다는 차원에서 지난 17일 ‘경찰개혁 추진본부’를 통합·출범했다. 수사국에 경무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제도개편단’도 신설했다. 그러나 검찰도 나름대로의 대응 논리를 갖고 있다. 검찰은 일선 경찰에게 수사에 대한 전권이 부여되면 무분별한 수사와 영장 청구가 이뤄져 인권침해가 만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 조직에 비해 경찰 조직이 비대하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권까지 쥐게되면 우리 사회가 ‘경찰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검찰 쪽에서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인권보호’라는 헌법의 정신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커버스토리] 이번엔 승진할 수 있을까요

    [커버스토리] 이번엔 승진할 수 있을까요

    계급사회인 관가(官家)에서 승진은 모든 공무원의 최대 관심사다. 과거에는 기수나 연공서열에 따라 관행적으로 승진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해마다 1월·7월에 실시되는 근무 평가 등에서 계량화된 수치로 자신의 실적을 입증해야 한다. 매년 이 시기는 5급 이하 공무원들이 상반기 근무 평가를 끝내고 ‘승진 후보자 명부’에서 자신의 순위를 초조한 마음으로 확인하는 때다. ‘올해에는 승진할 수 있을까’를 따지며 가슴 졸이는 공무원의 모습은 마치 수능시험을 치르고 성적표를 기다리는 대입 수험생을 연상시킨다. 하반기 승진 인사철을 맞은 공직 사회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근무평가성적·경력평정·가점 높은 順 승진후보 2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 승진은 크게 일반승진과 공개경쟁승진, 특별승진, 근속승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일반승진이 가장 보편적이다. 5급 이하 국가공무원의 경우 해마다 6월 말과 12월 말을 기준으로 두 차례 근무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는 해당 공무원이 속한 부서장이 한다. 이때 계급별 승진 소요 최저 연수에 도달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근무평가성적(80~95%)과 경력평정(5~20%), 가점(최대 5점)을 합쳐 점수가 높은 순으로 승진 후보자 순위가 정해진다. 승진 소요 최저 연수는 9급 1년 6개월, 7·8급 2년, 6급 3년 6개월, 5급 4년, 4급 3년, 3급 이상 2년이다. 9급 공무원이 3급에 오르는 데 필요한 최소 기간은 16년이다. 각 부처는 이 결과를 토대로 7월 30일과 이듬해 1월 30일쯤 부처 내 승진 순위라 할 수 있는 ‘승진 후보자 명부’를 작성한다. 자신의 순위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지만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결정된 명부의 순서대로 통상 상위 계급 결원의 2~5배수 정도가 승진심사위원회에 오른다. 4급 이상 공무원은 해마다 실적에 따라 연봉계약을 하는 만큼 별도의 승진 순위는 매기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승진을 원한다면 자신의 순위를 상위권에 올려놔야 한다. 고등학생이 내신을 관리하듯 승진평가 반영 기간에는 평가 점수를 최고치로 받아 두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영 기간은 8~9급 최근 1년, 6~7급 최근 2년, 5급 최근 3년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승진에 대한 공무원의 열망이 크고 감사원 감시도 워낙 매섭다 보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대부분 명부 순위대로 승진이 된다”면서 “이 때문에 승진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무평가성적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 국정 새 파트너 vs 지방선거 베이스캠프 이번 승진 인사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중앙부처의 경우 올 하반기에 승진하는 공무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심이 담긴 국정 철학을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른바 ‘대통령의 첫 국정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서기관 승진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이번에 승진이 된다면)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살아서 펄떡이는’ 정책을 진두지휘할 수 있어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지자체의 이번 승진 인사는 내년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베이스캠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선거에 나서는 도지사나 광역시장이 공무원 인사권을 쥐고 있다 보니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지난달 말 실시된 제주특별자치도 인사에서는 직급 117명, 직위 26명 등 143명이 승진해 올 상반기 규모(100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제주시(144명)와 서귀포시(99명)를 포함하면 승진자는 모두 386명에 달해 ‘역대급 승진잔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에 한 번 더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원희룡(53) 지사가 대규모 승진 인사로 공무원 사기를 높여 친정 체제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 행안부·과기부 ‘피해자’… 보훈처·중기부 ‘수혜자’ 하반기 승진 인사를 앞드고 정부 부처마다 표정이 엇갈린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승진 시즌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새 정부 조직 개편으로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가 통합되면서 기획조정실(일반 기업의 경영기획실)과 대변인실 등 중복 부서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간부 수는 그대로인데 승진 가능한 자리 수가 줄면서 9월쯤으로 예상되는 승진 인사에서는 승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에 파견 나갔다 돌아온 간부 등 지금도 상당수 고위공무원이 무보직 상태여서 조직의 승진 여력이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가 합쳐지면서 겪었던 ‘승진자 기근 사태’를 10년 만에 다시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옛 미래창조과학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실·국장급 보직이 크게 줄어 인사 적체가 심해질 전망이다. 창조경제 업무가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돼 창조경제조정관이 없어지고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생기면서 과기전략본부장 자리도 사라졌다. 과기정통부 몫이던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도 과학기술보좌관(외부 수혈)으로 대체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실·국장을 포함해 최대 14명까지 청와대에 파견을 나갔지만 지금은 3~4명으로 줄면서 10여개 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면서 “기존 1급들이 전원 사표를 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인사 적체가 해소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새 정부에서 장관급 부처로 승급한 보훈처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승진 인사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보훈처의 경우 보훈예우국과 보훈단체협력관 등이 신설돼 1실 5국 3관 24과 체제(기존 1관 4국 23과)로 확대 개편됐다. 중기부 역시 과거 7국·관 31과의 청 조직에서 1차관 4실 13국·관 41과의 부 조직이 됐다. 두 부처는 수장이 장관으로 격상되면서 차관급 자리가 생겨나는 등 순차적으로 승진자를 늘려 갈 수 있는 기틀을 갖췄다. 중기부 측은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등에서 넘어온 인력들을 감안하면 밖에서 생각하듯 대규모 승진 인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실장(1급) 자리 가운데 두 곳은 외부 공모로 수혈할 예정이어서 내부 인사 승진 자리는 의외로 적다”고 밝히는 등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밖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등을 감시할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조직의 확대 개편에 나섰다. 환경부도 ‘미세먼지 줄이기’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고 물관리 일원화 추진에 따라 국토부 수자원국이 이관될 가능성이 커 조직 확대 개편에 따른 승진 인사 증가가 예상된다. # 부당승진에 잡음… 초고속 승진에 구설수 승진 인사는 대한민국 모든 공무원의 관심사여서 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자체에서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하반기 승진 인사를 내면서 15명을 공로연수자로 인사발령했다. 정년 퇴직을 1년 정도 남긴 이들이 대상으로 퇴직 때까지 출근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인사적체가 워낙 심하다 보니 억지로 승진 자리를 만들려는 고육책이다. 이 과정에서 공로연수 대상인 한 여성 팀장(5급)이 이를 거부하면서 폭행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의 공로연수를 전제로 이뤄진 6, 7급 승진 인사가 줄줄이 철회되자 일부 공무원들이 “자신도 과거 선배들이 공로연수로 물러난 덕분에 그 자리에 오른 것 아니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경남 함안에서는 차정섭 군수의 부인과 비서실장이 승진 대상 공무원에게 이른바 ‘승진비’를 받으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경북 포항에서는 시의회 의원을 아버지로 둔 공무원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6급 승진해 구설에 올랐다. 부처종합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발효 음식 이야기] 3000년 묵은 숙성의 지혜… 세계인 건강 지키는 ‘발효 한류’

    [발효 음식 이야기] 3000년 묵은 숙성의 지혜… 세계인 건강 지키는 ‘발효 한류’

    발효(醱酵)란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같은 단계를 거치지만 그 대상에 유해한지 혹은 유익한지에 따라 ‘부패’가 되기도, ‘발효’가 되기도 하는 역설이 우리네 삶과 닮았다. 또 발효는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영양을 더하는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한 땀 한 땀 숨을 쉬며 익어가는 자연의 레시피에 따라 고유한 풍미를 갖게 되는 발효음식은 우리 식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전통음식의 시작이자 끝이라 불리는 김치는 그 오묘한 맛의 대표주자다.김치가 인류 역사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 3000년 전이다. 당시 중국의 고대 문헌 ‘시경’에는 ‘오이를 깎아 저(菹)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 ‘저’가 바로 김치의 원형으로,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절이거나 숙성시킨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치의 어원은 채소를 소금물에 담갔다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침채는 ‘팀채’로 발음됐는데, 구개음화로 인해 팀채가 ‘딤채→짐치→김치’로 변했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절인 채소 형태의 김치를 먹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농경문화가 발달하고 곡류가 주식이 되면서 겨우내 부족한 채소를 보관·섭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소를 소금, 장, 술지게미, 식초 등에 절이면서 점차 김치의 형태를 갖춰 나갔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억제돼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더욱 발달했다. 이 시기의 김치는 오이, 미나리, 부추, 갓, 죽순 등 다양한 채소를 이용했으며, 오늘날의 물김치와 같은 형태도 처음 등장했다. 김장 풍습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로 추정된다. 단순한 소금 절임 형태의 장아찌에서 벗어나 여귀, 생강, 귤피, 마늘, 파 등 향신료와 양념을 사용한 김치도 만들어졌다. ●빨간 김치 1766년 문헌서 등장 김치가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조선시대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고추가 도입되면서 1766년 ‘증보산림경제’ 등 당시 문헌에 비로소 빨간 김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젓갈을 김치에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후기에는 중국으로부터 통이 크고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전래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를 사용한 김치의 형태가 완성됐다. 배추통김치, 보쌈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개발된 것은 1850~1860년 이후로 보인다. 김치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50~1960년대 군대에 공급되면서부터다. 이후 1970년대 들어서 각종 산업체 등의 단체급식 수요가 늘고 1980년대 초 중동 파견 근로자용으로 수출되면서 김치시장이 하나의 산업을 이루게 됐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화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1987년에는 현재 국내 김치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종가집김치’가 처음 출시됐다. 초기에 김치를 상품화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포장이었다. 김치는 발효와 숙성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발생하는 탓에 포장재가 부풀어오르는 일이 잦았다. 심할 경우 김치국물이 주변에 튀면서 터지기도 했다. 포장김치의 유통 기간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종가집김치는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 흡수제’를 김치포장 안에 넣는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캔 김치, 컵 김치, 페트(PET) 김치 등 다양한 포장이 등장했다. CJ제일제당도 2000년 ‘햇김치’를 선보이면서 김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2007년 젓갈과 액젓류를 판매하는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하면서 김치 상품군 보강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자사의 종합 식품 브랜드 ‘비비고’의 이름을 내건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 ‘비비고 김치’를 내놨다. 지난 5월에는 기존 서울 및 경기도식의 대중적인 김치맛인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 제품 외에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과 ‘비비고 김치 더 깔끔한 맛’ 2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도 지난 1월 ‘올반 김치’를 처음 내놓은 데 이어 계절에 맞는 열무김치 등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해가고 있다.●1인가구 증가로 김치시장도 성장 이처럼 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국내 김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 1인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과거와 같이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정이 줄어들자 포장김치 시장은 더욱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약 1700억원 규모로 2014년 1400억원 대비 27%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뿐 아니라 워커힐 등 호텔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직접 김치 브랜드를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갖가지 채소와 양념 등 최소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는 김치는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항산화·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발효 과정에서 생긴 유산균은 면역력 강화와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잘 익은 김치에는 1g 당 1억개의 유산균이 함유돼 있어 식중독균이나 위염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 같은 유해균의 생육과 대장암 발병을 억제한다. 또 몸에서 사용하고 남은 잉여 콜레스테롤을 분해·배출해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이 밖에도 아밀라제, 셀룰라제 등과 같은 소화효소를 생성해 음식의 소화 흡수를 돕는 작용도 한다. 이런 효능을 인정받아 김치는 2008년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스페인 올리브오일, 일본 콩, 그리스 요거트, 인도 렌틸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g당 유산균 1억개… 항암효과도 한편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를 고르는 일이다. 주재료인 배추는 속이 단단하게 차 있고, 반으로 갈랐을 때 속이 노랗고 깨끗해야 한다. 흰 줄기 부분에 검은색 점박이 무늬가 있거나 색이 어두운 것은 병 든 배추다. 또 씹어 봤을 때 단맛과 고소함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절임배추를 구입해서 김치를 담그는 가정도 늘고 있다. 배추를 절인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면 자체가 발효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구입해서 곧바로 김치를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줄기 쪽이 제대로 절여지지 않으면 김치를 담그고 나서 국물이 많이 생기거나 보관 과정에서 지나치게 물러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양념을 구성하는 젓갈(건더기가 있는 형태) 혹은 액젓(건더기가 없는 맑은 액체 형태)은 단맛과 구수한 향미가 함께 느껴지는 것으로 고른다. 젓갈류라고 해서 무조건 짠맛만 나는 것은 소금물로 희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액젓의 빛깔은 밝은 갈색이 좋다. 액젓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이 어두워지는 까닭이다. 김치 감칠맛의 비밀은 ‘단짠’(단맛+짠맛)의 조화에 있다. 김치의 간을 담당하는 젓갈을 잘 사용하면 따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김치의 감칠맛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적당량의 단맛을 가미하는 것이 비결이다. 또 황태나 다시마 우린 물을 풀이나 양념에 섞으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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