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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님! 우리 동네에 강한 여진이 예상됩니다

    올여름만큼이나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 막 끝난 시점인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이자 남북한 지역을 통틀어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는 인근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 집단에 새겨진 공포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연속 가을철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가을이 가까워오면서 ‘올해도 큰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과학기술로도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지진계를 빼곡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지진계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진계에서 지진파를 감지하는 순간 이미 지진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쌓여 있던 응력과 지각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년 동안 쌓인 지구 내부 응력 변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과 200~300년 동안의 데이터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인공지능팀이 참여한 미국 산·학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진 발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코네티컷대 물리학과와 통합지구과학센터, 구글 공동연구팀은 AI의 딥러닝 기술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뒤 나타나는 여진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3만 1000개의 본진과 여진 기록을 인공신경망에 입력해 지진에 대해 학습하도록 했다. 그다음 3만개의 새로운 본진 데이터를 입력한 뒤 여진 발생 위치를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진학자들이 여진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보다 더 정확하게 위치를 예측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은 본진이 발생한 다음 단층 형태에 따라 응력이 어떤 방향에 추가되는지를 계산하고 응력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인지 분석해 여진 위험지역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AI는 본진이 발생한 지역의 단층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단층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과거 발생한 대형 지진의 규모, 발생 시간과 위치, 여진 관련 정보 등 비교적 단순 데이터만으로 지진에 대해 학습하고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예측해 낸 것이다. 피비 로빈슨 드브리스 하버드대 박사는 “이번 기술은 대형 지진이 발생한 다음 뒤따르는 여진 발생 가능 지역을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지진학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도 역시 한층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지진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태경 교수는 “여진 예측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경향이 있다”며 “발생 가능 위치를 넓게 잡을수록 해당 지역 내에서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다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언제, 어떤 규모인지는 AI도 여전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1년 2월 2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규모 6.3의 지진으로 6층 빌딩이 무너진 모습(오른쪽 사진). 많은 학자들은 이 지진이 2010년 9월 4일 발생한 규모 7.1의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진의 여진이라고 본다.  네이처 제공
  • 주인님! 우리 동네에 강한 여진이 예상됩니다

    주인님! 우리 동네에 강한 여진이 예상됩니다

     올여름만큼이나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 막 끝난 시점인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이자 남북한 지역을 통틀어 역대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는 인근 포항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였다. 집단에 새겨진 공포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연속 가을철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가을이 가까워오면서 ‘올해도 큰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어느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까’라는 불안감과 함께 일기예보처럼 지진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하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과학기술로도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지진계를 빼곡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지진계가 촘촘히 설치돼 있다고 하더라도 지진계에서 지진파를 감지하는 순간 이미 지진은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쌓여 있던 응력과 지각판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년 동안 쌓인 지구 내부 응력 변화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과 200~300년 동안의 데이터밖에 갖고 있지 않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인공지능팀이 참여한 미국 산·학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지진 발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코네티컷대 물리학과와 통합지구과학센터, 구글 공동연구팀은 AI의 딥러닝 기술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뒤 나타나는 여진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13만 1000개의 본진과 여진 기록을 인공신경망에 입력해 지진에 대해 학습하도록 했다. 그다음 3만개의 새로운 본진 데이터를 입력한 뒤 여진 발생 위치를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진학자들이 여진의 위치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보다 더 정확하게 위치를 예측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쿨롱장 응력변화 기법은 본진이 발생한 다음 단층 형태에 따라 응력이 어떤 방향에 추가되는지를 계산하고 응력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인지 분석해 여진 위험지역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AI는 본진이 발생한 지역의 단층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단층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과거 발생한 대형 지진의 규모, 발생 시간과 위치, 여진 관련 정보 등 비교적 단순 데이터만으로 지진에 대해 학습하고도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예측해 낸 것이다.  피비 로빈슨 드브리스 하버드대 박사는 “이번 기술은 대형 지진이 발생한 다음 뒤따르는 여진 발생 가능 지역을 놀라운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지진학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도 역시 한층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지진의 예측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의미가 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태경 교수는 “여진 예측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경향이 있다”며 “발생 가능 위치를 넓게 잡을수록 해당 지역 내에서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다음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언제, 어떤 규모인지는 AI도 여전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 준 또 하나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진정성 마법’은 승승장구

    ‘진정성 마법’은 승승장구

    베트남 부임 뒤 빛난 ‘형님 리더십’ 선수들 한 명 한 명 아픔 함께 나눠한국 축구에 그의 이름은 늘 먹먹한 느낌표를 던졌다. 29일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1-3으로 지며 베트남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사상 첫 결승 진출이 좌절된 ‘쌀딩크’ 박항서(59) 감독 얘기다. 한 살 아래 김 감독의 성가와 견줬을 때 박 감독의 경력은 보잘것없다고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성남 일화의 전성기를 일궜지만 박 감독은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것과 상주 상무를 지휘했던 2013년 K리그 대상 챌린지 감독상을 수상한 것 정도만 떠오를 정도다. K리그 역대 전적은 김 감독이 8승1무1패로 멀찍이 앞서 있다. 그러나 박 감독이 지난 2년 동안 일군 베트남 U23 대표팀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에 0-3으로 뒤져 모든 것을 포기할 법한 후반 중반 이후 베트남 선수들이 보여준 패기와 근성은 박 감독이 걸어온 삶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후반 37분 우리 골문 앞을 지나치는 크로스가 베트남 선수 몸에 맞고 굴절됐지만 우리로선 간담이 서늘한 장면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베트남 선수들의 모습은 스승의 ‘잡초’ 근성과 닮아 보였다. 박항서의 땀과 눈물, 진정성의 결실이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 내내 승승장구한 베트남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가 옆줄 근처에서 선수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안아 준 것은 ‘쇼’가 아니었다. 늘 선수들의 아픔을 함께 매만졌다. 그가 구사할 수 있는 베트남어는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뛰어넘지 않지만 누구도 흉내 내기 쉽지 않은 진정성이란 무기가 있었다. 김 감독이 틈만 나면 유럽에 다녀와 전술 공부에 힘쓴 반면 박 감독은 늘 감성에 기대는 쪽이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패한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나오자 “고개 숙이지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선수들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감싼 것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1년이 안 돼 베트남 축구를 일신한 박 감독의 매직이 앞으로 아시아 축구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전세대출 규제’ 유탄 맞은 무주택 실수요자

    ‘전세대출 규제’ 유탄 맞은 무주택 실수요자

    다주택·고소득자 갭투자 악용 차단 연소득 기준땐 실수요자 피해 우려 “주택값 올랐는데 뒷북 대응” 지적도오는 10월부터 다주택자와 부부 합산 연 소득이 7000만원 넘는 가구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전세보증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전세 대출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에 악용되면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꺼내 든 추가 규제 수단이다. ‘8·27 부동산 대책’에 이어 부동산 투기에 대한 압박 수위가 오르고 있지만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한 박자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연 소득을 기준으로 전세 대출을 조이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금공은 10월부터 무주택자나 1주택자 중 부부 합산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 가구에 대해서만 전세보증상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맞벌이 신혼부부는 8500만원, 1자녀 가구는 8000만원, 2자녀 가구는 9000만원, 3자녀 가구는 1억원 등으로 소득 기준이 완화된다. 현재 주금공의 전세자금보증은 소득이나 주택 보유 상황을 따지지 않고 최대 2억원 한도로 임차보증금의 80%까지 보증해주고 있다. 전세보증이 제한되면 은행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도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들은 전세자금 대출을 진행하기 전 대출자에게 전세보증을 요구한다. 전세보증 상품을 공급하는 기관은 주금공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인데 지난해 말 기준 주금공의 총보증액이 23조 7258억원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국토교통부 산하 HUG도 전세보증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금공은 또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에서 다주택자를 배제하기로 했다. 기존 적격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요건만 충족하면 다주택자도 이용이 가능했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만 이용이 가능한 보금자리론은 3년에 한 번씩 주택 보유 수를 확인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다주택·고소득자들이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로 거주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여유자금으로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시중은행을 상대로 현장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전세보증을 제한하는 고소득자의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오히려 대출 실수요자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관계기관 등과 소득 기준을 최종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신혼부부 보금자리론의 소득한도를 부부 합산 7000만원으로 정했다가, 불만이 터져 나오자 지난 4월 기준을 8500만원으로 올렸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베를린의 우울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베를린의 우울

    베를린에는 황제들이 살던 궁전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궁전은 폭격으로 심하게 손상됐다. 동베를린을 점유한 동독 당국은 부서진 궁전을 아예 철거해 버렸다. 통일 후 정부는 이 궁전을 되살리기로 했고, 현재 거의 완공 단계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 브란덴부르크문까지 이어지는 대로가 운터덴린덴이다. 도로 분리대 대신 피나무가 늘어선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서 사람들은 그늘을 거닐며 숨을 돌릴 수 있다. 대로 끝에 이르면 그리스식 열주가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브란덴부르크문과 만나게 된다. 이 장엄한 건축물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 때 세워졌다. 그의 큰아버지 프리드리히 2세는 46년 동안 프러시아를 다스리며 독일 동북부에 치우친 그저 그런 나라를 유럽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동성애자였던 탓에 후사가 없었다. 큰아버지로부터 탄탄한 나라를 물려받은 운 좋은 조카는 통치 능력은 변변찮았으나 베를린을 수도의 위상에 걸맞은 도시로 개조한 공적을 남겼다. 습지에 세워진 베를린은 제방과 운하, 목조 다리가 뒤엉켜 있었다. 왕이 벌인 건축 사업의 첫 번째 결실이 브란덴부르크문이었다. 1791년에 완공된 브란덴부르크문은 독일 근현대사의 역사적 현장이 돼 왔다. 베를린을 점령한 나폴레옹 군, 보불전쟁에서 승리한 독일 병사들, 기세등등한 나치스, 소비에트 기를 펄럭이는 소련군이 차례로 이 문을 지나갔다. 굳게 닫힌 채 냉전을 상징하던 문은 오늘날 평화와 통일의 상징이 됐다. 이 그림은 1920년대의 운터덴린덴을 보여 준다. 코트 깃을 여미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총총 지나간다. 원경에 브란덴부르크문이 보인다. 승리의 여신이 모는 사두마차의 실루엣이 뚜렷하다. 줄지어 지나가는 자동차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임을 말해 준다. 전쟁은 독일의 패전으로 끝났다. 독일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 따가운 논총을 받았으며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승리를 장담하며 전쟁을 부추겼던 정치가, 장군, 사회지도자들 중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정치 상황은 어둡고 인플레는 심각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우울함이 느껴지는 것은 괜한 상상이 아니리라. 게오르크 그로스, 오토 딕스 같은 젊은 화가들은 전후 베를린의 황폐한 모습에 절망하고, 중산층의 이기적인 뻔뻔함에 분노했지만, 노년에 접어든 인상주의 화가는 우수에 잠겨 축축한 거리를 바라볼 뿐이다.
  • [유정훈의 간 맞추기] ‘수험 적합성’ 권하는 사회

    [유정훈의 간 맞추기] ‘수험 적합성’ 권하는 사회

    로스쿨 교수로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수험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강의평가를 받았다고 푸념한다. ‘수험 적합성’이라는 단어가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친구의 강의는 변호사 시험 준비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로스쿨과 변호사 시험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의 교육은 수험 적합성이 지배한다. 한국 사회가 수험에 적합한 사람에게 유리하고 반대로 시험에 실패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 때문이다. ‘고시 3관왕’ 같은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도 수험 적합형 인간이다. 시험 잘 치는 재주로 좋은 법대에 들어갔다. 사법시험을 준비할 자원이 넘치는 학교였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니 큰 어려움 없이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받았고,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 로펌은 연수원 성적만으로 사람을 뽑지는 않지만, 성적이 별로였다면 그 로펌에 채용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좋은 로펌에 취직하니, 변호사로서 실력을 쌓을 기회와 시간이 주어졌다. 상당수 신규 변호사들이 기초를 닦을 여유조차 없이 현장에 내던져져 소모품처럼 사용되는 것과는 달랐다. 변호사로서의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일이 넘쳤고, 성실하게 따라가면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다. 지금 내가 조그맣게나마 로펌을 창업해서 운영하는 것도 그 덕분이다. 내가 변호사로 자리잡은 과정은 수험 적합형 인간이 어느 시험에서의 성공으로 확보한 유리한 입지와 자원을 다음 단계의 시험으로, 심지어 사회생활로 이어 나갈 수 있었던 사례다. 전형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현실성이 없는 경우는 아니다. 오로지 개인의 능력으로 시험이라는 경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안다. 하지만 수험 적합성을 권하는 사회에서 수험 적합형 인간은 똑같이 노력해도 더 큰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있는 사람이 더 받아 더욱 풍족하게 되는 이른바 ‘마태복음’ 효과일 것이다. 입시와 채용에서 부정이 잇따르고 ‘현대판 음서제’ 얘기까지 나오다 보니, 시험이 공정성을 확보하는 대안으로 보인다. 학력고사, 사법시험, 기수별 공채는 최소한 공정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시험제도가 늘 공정하지는 않다. 시험은 시험 잘 보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시험으로 사람의 됨됨이는 고사하고 능력조차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공부 잘하는 것과 시험 잘 보는 것부터 다른 문제다. 하지만 시험제도는 모든 결과를 개인의 성취로 착각하게 만든다. 열심히 노력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나는 누릴 자격이 있다고. 그렇지 않다. 특정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유리한 위치에서 계속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고, 그런 능력이 어쩌다 부족한 사람에게 실패의 낙인까지 얹는 사회는 옳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시험을 없앨 수는 없지만, 시험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사회, 수험 적합성에 지배되지 않는 사회로 움직이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 GDP 대비 나랏빚 ‘OECD 중 최저’…소비 활성화 마중물 vs 퍼주기일 뿐

    GDP 대비 나랏빚 ‘OECD 중 최저’…소비 활성화 마중물 vs 퍼주기일 뿐

    “재정적자 감수하고 성장동력 키워야” “증세 조금씩 늘려 재정 안정 관리해야”정부가 28일 발표한 2019년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이라고 할 만한 사실상 첫 번째 예산안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와 산업구조 고도화라는 과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일각에선 정부 재정 규모가 급팽창하는 것이 장기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정부는 지난해 올해 예산안을 발표할 때도 확장적 재정 정책을 강조하긴 했지만 당시는 총지출 증가율이 7.1%로 국세 수입 증가율 7.9%보다 0.8% 포인트나 밑돌았다. 이 점에서 정말로 ‘확장적’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25일 사전브리핑에서 “(작년에) 나름 확대 재정 정책이라고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작년 초과 세수가 23조원가량 나면서 의도했던 확대 재정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내년도 예산안은 총지출 증가율이 9.7%로 국세 수입 증가율(7.6%)보다 1.9% 포인트 높다. 정부가 명실상부한 확장적 재정 정책 카드를 들고 나온 데는 성장 동력 하락과 고용 악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총수입이 481조 3000억원으로 ‘세수 풍년’이라는 올해보다도 34조 1000억원(7.6%) 늘어나는 등 최근 세수 여건이 좋다는 것도 정부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정부는 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재정 수지와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1.6%에서 내년엔 -1.8%로, GDP 대비 국가채무 역시 올해 39.5%에서 내년 39.4%로 모두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재정 수지는 ‘지나치게’ 좋은 게 사실이다. 국제 비교에 사용하는 일반정부부채 개념으로 비교해도 한국은 GDP 대비 43.7%(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재정지출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마중물’이 아니라 ‘퍼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황성현(한국재정학회장)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도 없이 증세는 부담되니까 안 하고 재정지출만 늘려선 안 된다. 증세를 조금씩 해 가면서 재정 관리를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론은 금융 위기를 극복할 때 적극적 재정지출로 민간 소비 활성화를 유도했다는 사례를 예로 들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정책의 목표는 건전성이 아니라 ‘성장과 분배’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재정 전략만 확실하다면 몇년 정도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면서 “재정 적자를 죄악시할 필요가 없다. 재정 준칙도 금과옥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숯불에 요리’ 할수록 수명 줄어든다 (연구)

    [건강을 부탁해] ‘숯불에 요리’ 할수록 수명 줄어든다 (연구)

    석탄이나 나무, 숯 등의 고체 연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구이 요리를 즐겨 먹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2004~2008년 중국 각지 10곳에서 30~79세 성인 34만 1730명을 대상으로 요리하는 방식과 요리에 사용하는 연료, 건강상태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했다.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51.7세, 4분의 3 가량이 여성이었다. 요리를 하는데 고체 연료(숯이나 나무)를 30년 이상 사용한 사람은 전체의 22.5%, 10~29년 사용한 사람은 24.6%, 10년 미만으로 사용한 사람은 53%로 조사됐다. 실험 참가자의 일부는 고체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또 다른 일부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고체연료에서 전기 또는 가스 연료로 바꾸었다. 추적 조사기간 동안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8304명이었으며, 고체 연료에 노출되기 시작한 이후 10년 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3%씩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고체 연료를 30년 이상 사용할 경우 10년 미만으로 사용한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12%나 상승했다. 고체 연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가스나 전기 등 깨끗한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낮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실제로 연구진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한 후부터 매 10년마다 사망위험이 5%씩 낮아지는 것을 밝혀냈다. 이 같은 결과는 고체 연료가 고온에서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연기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해로운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옥스퍼드대학의 수석연구인 천정밍 교수는 “요리를 위해 고체 연료를 장기간 사용하는 사람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지나치게 높았다”면서 “이번 연구는 요리를 할 때 나무나 숯, 석탄 같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가스나 전기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2018 유럽심장학회(ESC Congress 2018)에서 발표됐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홀로코스트 희생자 이름을?” 암스테르담 빵집 이름 바꾼다

    “홀로코스트 희생자 이름을?” 암스테르담 빵집 이름 바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빵집이 다락방에 숨어 살다 끝내 나치수용소에 수감돼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안네 프랑크의 이름을 따서 간판을 ‘안네 앤드 프랑크’로 달아 개업했다. 하지만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 결국 가게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로베르토로만 알려진 주인은 “내가 봐도 좋은 이름인 것 같다”면서 “내게도 영웅이라” 가게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는 가차 없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치 홀로코스트의 희생자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가게 이름으로 사용하게 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트위터리언 드러케 토스탄드는 “주인들의 이름이 안네와 프랑크이더라도 여전히 놀라운 이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빵집 근처에 있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안네 프랑크가 숨어 지내던 다락방이 있던 건물)는 암스테르담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명소다. 2차 세계대전 때 네덜란드를 점령한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어떻게 박해했는지를 기록한 곳이다. 로베르토는 결국 현지 언론들에 가게 이름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을 좋게 보려 하고 있다. 난 누구를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이며 그녀는 1945년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티푸스에 감염돼 세상을 떴는데 얼마 되지 않아 영국군에 의해 해방됐다. 수천 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들 중 상당수 유대인은 다른 나치 수용소에서 걸어서 이감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특검 “김경수, 드루킹과 8800만번 댓글 조작한 공범”

    특검 “김경수, 드루킹과 8800만번 댓글 조작한 공범”

    “대선·지방선거 겨냥해 활동”…12명 기소 사실 확인 땐 현 정부 정통성 시비 불가피 “김정숙 여사는 불법적 활동 몰랐다” 결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함께 지난해 대선, 올해 지방선거를 겨냥해 포털 댓글 조작을 벌였다고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결론 내렸다. 특검은 또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김 지사의 요청에 따라 드루킹이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를 지난 3월 면담한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관련 기록을 검찰에 넘겼다.특검팀은 27일 대국민 보고를 열고 지난 7월 27일부터 이어져 온 60일 수사 결과 김 지사와 드루킹 등 12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경제적 공진화 모임)과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7만 6000여개 댓글에 8800여만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을 눌러 댓글을 조작하는 데 공모했다고 결론지었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드루킹에게 지방선거운동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돕는 대가로 도 변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공직선거법의 이익제공금지 규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특검 주장대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경우 현 정부의 출범 과정을 놓고 정통성 시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특검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공모, 혹은 드루킹의 대선 당시 조직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불법 댓글 활동 등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김 여사가 대선 경선 연설회 중 ‘경인선도 가야지’라는 동영상이 나오며 의혹이 불거지긴 했지만, 대선 후보 배우자가 단순히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은 것만으로 불법행위에 연루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보고를 끝으로 막을 내린 특검 수사를 놓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 지사나 청와대 관계자 등 핵심 여권 인물에 대해서 신병 확보 및 혐의 특정에 실패하고, 특검 역사상 최초로 스스로 수사 연장 신청을 포기하면서 ‘빈손 특검’이라는 오명이 생겼다.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허 특검은 이날 “수사 기간 중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에 대해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허 특검은 또 “정치권에서 수사에 대해 지나치게 편향적인 비난이 계속된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다만 여론 왜곡을 위해 댓글 조작을 하는 외곽단체가 개입하는 정치권의 선거철 생태계가 드러난 점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드루킹은 특검 수사에서 2007년 대선 당시 ‘댓글 기계’를 운영했다는 정보를 들어 킹크랩을 개발했다고 털어놓는 등 여야 양쪽에서 모두 여론 왜곡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정황을 시사한 바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독일 공업도시서 2차대전 불발탄 발견…1만8500명 대피

    독일 공업도시서 2차대전 불발탄 발견…1만8500명 대피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州)에 있는 공업도시 루트비히스하펜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투하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발탄이 발견돼 해체 작업 동안 시민 1만8500여 명이 대피해야 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주중 건설 작업 동안 발견된 이번 폭탄은 그 무게가 500㎏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당국은 폭탄 해체 작업에 앞서 만일에 대비해 발견 지점에서 반경 1㎞ 내에 있는 모든 시민 1만 8500여 명에게 26일 오전 8시부터 폭발물 해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대피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내 거주자들은 8시가 되기 전까지 대피를 마쳤고 거리가 통제돼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후 폭탄 처리 전문가들이 해체 작업에 들어갔고 1시간여 만에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 피난 권고는 폭발물 운반 등의 이유로 오후 2시가 조금 넘어서 해제됐다. 당국은 발 빠르게 트위터 공식 계정으로 “좋은 소식이다. 폭탄은 무사히 해체됐다”면서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에서는 불발탄 제거를 위한 대피 권고가 내려진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시민이 대피했던 경우는 지난해 9월 프랑크푸르트로, 2차 대전 당시 영국군이 투하한 무게 1.8t짜리 대형 불발탄이 발견돼 반경 1.5㎞ 내 시민 6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수도 베를린에서도 불발탄이 발견됐었다. 지난 4월 중앙역 인근에서 발견된 불발탄은 영국군이 투하한 500㎏짜리 폭탄으로 해체 작업 당시 반경 2㎞ 내 시민 1만 명이 대피했다. 한편 독일에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대한 연합군의 집중 포격으로 여러 지역에 불발탄 3000여 개가 잠자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사진=루트비히스하펜 시/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칸막이 사무실 vs 없는 사무실,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은?

    칸막이 사무실 vs 없는 사무실, 더 일하기 좋은 환경은?

    공간이 넓고 파티션(칸막이) 등으로 막혀있지 않은 오픈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연구진은 미국 연방정부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 23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스트레스와 활동성을 체크할 수 있는 센서를 달고 근무시간과 근무 외 시간동안 활동하게 했다. 3일 동안 관찰한 결과, 책상과 책상 사이에 파티션이 없는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활동량이 32%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좁은 방(큰 방 한쪽을 칸막이해서 만든 공간)에서 근무하는 사람에 비해서는 활동량이 20% 더 많았다. 중요한 것은 활동량이 많은 직원이 근무가 끝난 뒤 남아있는 스트레스의 강도도 낮았다는 사실이다. 파티션이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근무 외 시간에 느끼는 생리적인 스트레스(physiological stress)가 14%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심장이 빨리 뛰는 등 교감신경계 활성이 증가라고 지나치게 땀이 분비되거나 체온조절이 어려운 증상 등이 덜 나타났다는 것. 연구를 이끈 애리조나대학의 에스더 스텐버그 박사는 “평소 우리는 우리의 신체 활동 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건강한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사무실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사람들을 보다 많이 움직이게 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닌 실제로 이들의 활동량과 스트레스의 정도를 기기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를 인정받은 이번 연구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직업과 환경 의학 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닭고기회 즐기던 일본 남성, 기생충 감염돼 시력 잃을 뻔

    닭고기회 즐기던 일본 남성, 기생충 감염돼 시력 잃을 뻔

    일본에서 한 남성이 닭고기회를 먹은 뒤 보기 드문 기생충에 감염된 사례가 최근 학계에 보고됐다. 닭고기회는 일본이 유명하지만 국내 일부 지역에서도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3일(현지시간)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 최근호에 실린 34세 남성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남성은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했다. 후쿠오카시에 있는 사이세이카이 후쿠오카종합병원의 의료진은 복통이 열흘 동안 이어졌다는 남성 환자의 말에 CT 촬영과 혈액 검사 등을 진행했다. CT 사진에서는 환자의 폐와 간 부위에서 결절이 발견됐고 혈액 검사에는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기생충 감염을 의심하고 추가 검사를 진행 환자가 톡소카라증이라는 보기 드문 기생충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톡소카라증은 주로 개에 기생하는 회충에 의해 감염돼 개 회충증으로도 불린다. 만일 이 회충이 눈에 들어가면 시력을 잃을 위험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환자는 개와 접촉한 경험이 없지만 복통이 있기 전에 닭고기회를 몇 차례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 기생충의 알이 유입된 닭고기를 날것으로 먹어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톡소카라 회충의 알이 개의 대변으로 나와 흙에 섞여 있다가 소와 닭 등 동물의 음식에 섞여 들어가 간에서 발견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남성은 구충제의 일종인 알벤다졸 처방을 받은 뒤 완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닭고기는 식중독 원인균 중 하나인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있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은 이를 회로 먹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진=lcc54613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불온(不·On)한 회의] 대중 인식과 다른 판결… ‘성적 자기결정권’ 사회적 논의 계기 될 것

    안 전 지사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 논란 ‘위력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모순 첫 단추 잘못 끼우고 이상적 피해자 설정 ‘전문직 여성 ≠ 피해자’ 프레임도 문제 대부분 성폭력 피해자 정상 사고 힘들어 “노”라고 안한 것을 “예스”로 해석 안돼 사법부 결정이 대중과 다를 때 “법감정에 온도차가 있다”고들 합니다. 이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재판이 딱 그런 사안입니다. 지난 14일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 전 지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뒤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은, 드러난 현상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법해석의 차이 탓이 커 보입니다. 그래서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은 안 전 지사의 재판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봤습니다. 무죄 판결의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기자의 역할도 아닙니다. 다만 선고문에서 보인 현실인식과의 모순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오늘 불온(不on)한 회의는 매우 조심스럽게 펼쳐 보겠습니다.부장: 역시 이번 판결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위력 행사’ 부분일 듯한데. 유민: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지만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진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1998년 판결에서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했어요. “이 경우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하고 있죠. 진호: 그래서 여러 법조인들은 위력 자체가 협박·폭행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이번 사건은 더더욱 위계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데도 판결문을 보면 그 판단은 확실히 배제하고 있어요. 달란: 이번 재판 선고문을 보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이를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에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있어요. 하지만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여 놨죠. 위력이 있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건 모순이에요. 위력은 행사하는 게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재판부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 진호: ‘피해자가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피해자의 감정이 상황마다 혼재되어 있을 수 있어요.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는 이게 성폭력인지, 좋은 감정인지 헷갈렸을 수 있다는 말이죠. 또 성폭력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일은 계속해야 하고, 서서히 자각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재판부가 사건의 흐름, 감정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위력에 의한 간음이 아니라고 규정 지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달란: 선고문 전반에서 김지은씨는 성폭력 피해자로 보기엔 이상한 사람이라고 설정해 놓고, 안 전 지사는 위력을 행사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사건 이후 순두부 식당을 찾고 와인바와 미용실에 간 것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태연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어요. 사건이 발생하고 업무 수행에 차질이 있어야 피해자이지, 프로페셔널하면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죠. 진호: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며’라고 합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아닌 고학력 전문직 여성은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프레임이 깔려 있는 것이죠.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피해자가 충분히 벗어날 수 있던 상황에서 그러지 않았다라는 인식으로 흘러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유민: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형사재판의 원칙이고,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 재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안 전 지사에게는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고, 김씨의 진술만을 입증하려 했어요. 김씨의 폭로가 나오자 안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이라는 글을 올려놓고, 검찰 조사와 재판에선 왜 ‘합의한 관계였다’고 번복했는지 묻지 않았죠. ●피해자 거부의사 확실하지 않으면 동의? 달란: ‘왜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저항하거나 소리치지 않는가’라는 기사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칼럼이 있어요. 성폭행 상황에서 피해자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다는 게 핵심이죠. 사슴의 로드킬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옴짝달싹 못하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얼어붙어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거죠. 유민: 재판부는 성폭력 상황에서 분명하고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성폭력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놔야 했다는 ‘이상적 피해자’를 설정해 놨습니다. 그 안에 김씨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2월 25일 마포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마지막 ‘사건’을 언급하면서, 대전에 있던 김씨가 굳이 서울로 간 것은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파악한 것이죠. 세진: 선고문 내용을 보면 2017년 7월 러시아 호텔에서 김씨가 바닥을 보며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지만, 안 전 지사의 요구에 그를 살짝 안았다고 나와요. 안 전 지사가 ‘외롭다. 안아 달라’며 포옹한 것은 위력이 아니고, 김씨의 행동은 자유의사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성폭력은 피해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강력한 저항을 못할 정도로 당황한 중에 발생합니다. 이때 ‘노’라고 말하지 않은 것을 ‘예스’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유민: 여성운동가 권김현영씨는 얼마 전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행사할 권리가 아니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했어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지 않을’ 권리를 넘어 ‘요구받지 않을’ 권리까지 포괄한다는 것이죠. ●‘미투 아닌 질투’ 시선… 사라진 피해자 보호 달란: ‘안희정 재판’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다들 보셨겠지만, 크게 두 갈래 주장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왜 여기자들은 김지은 편만 드는 거냐”, “언론과 여성단체는 ‘장자연 사건’에 집중하라”라는 거. 유민: 이 사건을 두고 ‘미투(#MeToo)가 아니라 질투’라는 댓글이나 ‘진짜 피해자는 안 전 지사의 아내’라는 반응도 상당합니다. 진호: ‘김씨는 불륜이고 장자연이 미투다’라는 주장은 굉장한 모순입니다. 김씨가 위력에 의한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제2, 제3의 장자연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을 거예요. 세진: ‘장자연 사건’에 대해 무관심했던 게 아니에요. 지금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 전 지사 재판이 큰 이슈가 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려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겠죠. 유민: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김씨도 이번 재판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재판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드러내고 싶은 않은 부분이 노출되고, 부정적 시선과 여론이 생길 것도 알았을 것이고요. 세진: 이 재판의 결론을 떠나 이 재판의 의미는 충분하니까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하는 계기가 되겠죠. 사법적으로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성폭력 범죄의 법 해석이 지나치게 가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유민: 이번 재판부가 입법부에 떠넘긴 모양새이긴 하지만, ‘노 민스 노’(No means No·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성관계하면 강간)든, ‘예스 민스 예스’(확실하게 동의해야 합법적인 성관계)든 국회에서 법안 발의 움직임이 있으니까요. 달란: 항소심은 어떻게 될까요. 1심 반향이 굉장히 컸고 ‘사법부 유죄’ 목소리도 적지 않아서 항소심 재판부 부담이 커진 상황이죠. 특히 자극적인 주장이 그대로 보도돼 2차 피해도 상당했습니다. 공개재판의 제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학교 밖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요…작은 기업, 큰 이야기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학교 밖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요…작은 기업, 큰 이야기

    대입제도 개편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그런 소동들이 딴 세상의 일인 청소년들도 많다. 학교 울타리 밖에 있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우리는 얼마만큼 시선을 나눠 주고 있는가. 이력서에 쓸 말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일자리를 고민해 주는 현장이 있다. 사회적기업이라 말하기도 거창하지만, 틀림없이 ‘작지만 큰 이야기’를 일구는 곳. 커피 가게 ‘로스트앤파운드’와 도시락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를 찾아갔다.■로스트앤파운드 서울 용산구 성심여고 후문 담벼락에 커피 가게 ‘로스트앤파운드’(로파)는 바짝 붙어 있다. 커피 볶는 향이 사방팔방 진동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예닐곱 평의 3층짜리 가게에서 커피콩을 볶아 커피를 내리는 손길들은 별나게 다부지고 앳되다. 김정미(61) 수녀에게 이곳은 삶의 한 허리를 뚝 잘라 붙인 공간이다. 말끝마다 “우리 아이들”이라는 소리를 달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만든 커피 맛 일품 아닌가.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줘야 우리 아이들이 힘을 내는데….” 지난해 1월 문을 연 가게는 청소년 쉼터 출신 아이들의 자립 공간이다. 거리를 방황하던 10대들과 쉼터에서 지지고 볶고 울고 웃기를 근 20년째. 김 수녀에게는 가게도 청년들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위태롭고 안쓰럽기만 하다. 그는 경기도 부천의 ‘모퉁이 청소년 쉼터’와 ‘성심 디딤돌 청소년 쉼터’를 꾸려 온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보살핀 아이들이 1000명 넘는다. 1999년 가톨릭대에서 재무 업무를 보다 “돈 문제에 엮이고 싶지 않아서” 무턱대고 쉼터를 맡겠다고 나섰다. “보호를 받아도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3~6개월짜리 단기 쉼터(모퉁이 쉼터)는 현실적 대책이 되지 못했던 겁니다.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2~4년간 아예 함께 사는 성심 쉼터를 2005년에 또 만들었어요. 무슨 배짱이었는지.”상처투성이의 아이들과 한발 한발 앞으로만 걸었다. 2009년 가톨릭대 기슨관 통로에 5평짜리 카페 ‘커피동물원’(커동)을 연 것은 기적이었다. 당시 총장이 쉼터 아이들의 직업훈련소로 활용하라며 조건 없이 목 좋은 자리를 내줬다.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이고 창업회의와 메뉴 개발, 대학 내 카페들의 시장조사도 아이들이 직접 했다. 단기·중장기 쉼터를 착착 거쳐 ‘커동’에서 자립체험에 들어간 아이들은 7명이 한 팀. 사회복지사 3명이 사회적응 훈련을 돕는 방식이었다. 쉼터 청소년들의 사회 실전장 ‘커동’은 지금 뜻하지 않은 위기에 빠졌다. 가톨릭대가 학내 건물을 재단장하면서 지난 6월 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다. 2년 뒤에야 건물이 완공되는데,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다. ‘커동’의 존립이 불투명해 벼랑 끝 심정으로 대기업(한국타이어) 공모 프로그램에 매달렸고, 기적처럼 창업 지원을 받은 가게가 ‘로파’다. 딱한 사정을 살핀 성심수녀회가 공간을 내줬다. ‘로파’에서 일하는 청년은 현재 2명. ‘커동’의 명맥을 어떻게든 잇겠다고 더 악착같이 가게를 돌본다. 다달이 전시회와 음악회 등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그래서다. “어려운 아이들이 크든 작든 기업 활동으로 자립한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김 수녀는 현장을 살피는 정책이 정말 절실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사회복지사 같은 현장 교육 종사자들의 노력이 필수적인데, 요즘은 쉼터에서 그런 고된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커동’이 다시 문을 열더라도 아이들을 가르칠 전문 인력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그런 기초토양을 살피는 일이 복지 정책의 기본이어야 합니다.”■소풍가는 고양이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는 6평 공간의 청소년 도시락 배달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가 있다. 단체 도시락을 주문받고 만들어 서울 어디든 달려가는 가게는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박진숙(47) 대표는 “대학에 가지 않고 특별한 기술도 없이 제 밥벌이를 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두 날마다 아슬아슬하게 체득하는 공간”이라며 웃었다. 가게는 비대졸 청소년들을 품은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했다. 현재 가게 구성원은 5명.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진로교육을 하다 박 대표는 수료생 몇 명과 의기투합했다. “서울시 하자센터의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뜻밖의 고민이 시작됐어요. 직업교육을 아무리 받아도 이력서에 채울 내용이 없는 아이들은 일터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어요. 실력을 갖춰 일할 기회를 얻는 게 아니라 일을 하면서 실력을 쌓는 방법을 찾았던 거죠.”아이들에게 반듯한 일터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욕심에 겁 없이 달려들었다. 작지만 큰 꿈을 꾸는 사회적기업 형태의 창업이었다. 당시는 6명의 창업 멤버가 120만원씩 투자해 모두 회사의 주인으로 첫발을 뗐다. “공정하게 돈을 벌면서 세상을 배우는 학교이자 기업이 목표였다”는 그는 “우리 가게의 배경을 알고 응원하는 단골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가게의 몇 가지 원칙은 확고하다. 일회용 도시락통 쓰지 않기, 가짓수만 채우고 버려질 음식은 양심껏 만들지 않기, 같은 눈높이로 일해야 하므로 직함 없이 별명으로 부르기. 일회용품 대신 일일이 빈 도시락을 수거하러 다니는 이유는 일자리 창출의 의미도 크다. 아들딸 같은 직원들에게 ‘씩씩이’라 불리는 박 대표는 그런데 요즘 마음고생이 심하다. “창업 6년이니 어느새 한 사이클이 돌았어요. 미성년이었던 친구들이 전부 어른이 됐구요.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의 벽을 뼈저리게 느끼는 시점이에요. 성인이 된 구성원들로서는 이후의 진로를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도 없잖아요. 개인 창업은 엄청난 모험이고,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 일이 삶의 정답일지 그런 현실적인 고민들.” 박 대표는 “이런 형태의 청(소)년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정책의 지원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조건으로 지원금을 주고, 단기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달라는 사회적기업 정책으로는 현장을 건강하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결론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했던 가게를 도중에 영리기업으로 형태를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6년 현장 경험을 통해 그는 사회적기업 정책이 보완할 점을 직설화법으로 짚었다. “중간 관리자(교육자)들에 대한 지원 개념이 완전히 빠져 있어요. 청소년은 하루아침에 숙련 노동자가 될 수 없는데, 그 과정을 돕는 활동가들에게 정책적 배려를 전혀 해 주지 않아요. 직접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중간 관리자들을 지원하고 양성하는 작업입니다. 얼마를 투자(지원)해 줬으니 얼마의 성과를 내놔라, 그런 근시안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청소년 사업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어요.” 가게는 본의 아닌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무작정 사업 덩치만 키워서는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 요즘은 월급을 나눌 수 있을 만큼만 주문을 받고 있다. “다시 비영리기업 형태로 옮겨 볼까도 고민합니다. 회사가 지속가능하도록 방도를 찾아야죠. 여기저기서 응원을 많이 받아 주저앉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고. 어떻게든 내년에는 일터를 찾는 아이들을 새로 뽑아 또 교육할 겁니다(웃음).” 10월 정선여성영화제에서는 가게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상영될 예정이다. sjh@seoul.co.kr
  • “부담 큰데 지원은 쥐꼬리… 개선을” 물이용부담금에 반기 든 인천·서울

    인천시와 서울시가 물이용부담금제 운용에 문제점이 많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가 경기, 강원, 충북 등 한강수계 상수원 지역의 수질 개선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부담 대비 수혜의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정책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1999년부터 물이용부담금제를 시행한 이래 지난해까지 서울 2조 8208억원, 인천 7804억원, 경기 2조 7680억원을 부담했다. 반면 지원받은 금액은 서울 2204억원, 인천 331억원, 경기 2조 9880억원으로 큰 차이를 드러냈다. 강원과 충북은 물이용부담금을 내지 않으면서 1조 2916억원과 5786억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한강 상류에 대한 지원은 당연하지만, 하류지역도 지속 가능한 물관리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서울시는 물이용부담금을 현재 t당 170원에서 150원으로 인하할 것을 지난해와 올해 연속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 요구했지만 잇따라 부결됐다. 이들은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되는 한강수계관리기금에서 과도한 잉여금이 발생하고 있다며 물이용부담금 인하를 주장한다. 한강수계관리기금 여유자금은 2014년 637억원에서 2015년 1003억원, 2016년 1010억원, 지난해 1160억원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인천·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물이용부담금 인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강수계관리위원회는 5개 시도(서울·경기·인천·강원·충북)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9자로 구성됐지만 사실상 환경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따라서 인천과 서울은 한강수계관리위원회를 5개 지자체 중심의 상생위원회로 개편하고 환경부 직원 중심의 사무국을 독립시켜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원회를 5개 시·도 또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환경부까지 포함하되 직접 관련이 없는 나머지 기관은 자문 역할을 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활기 vs 안정 vs 경륜… 文정부 2기 집권여당 대표 누구 품으로

    활기 vs 안정 vs 경륜… 文정부 2기 집권여당 대표 누구 품으로

    송, 젊은 나이 강점…장악력 떨어질 듯 김, 경제지표 기대…국정운영 ‘패싱’ 우려이, 강력 리더십 장점…불통 가능성도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25일 오후 1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임기 2년의 이번 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 2기 집권여당을 이끄는 막중한 책무뿐 아니라 2020년 4월 총선 공천을 관리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후보 세 명의 장단점과 대표 선출 시 청와대, 야당과의 관계를 비교·전망해 본다. #송영길(왼쪽·55세·전남 고흥 출신) 다른 유력 정당 대표들에 비해 젊은 나이를 무기로 ‘활기찬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다. 반면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의 핵심은 아니어서 당내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청와대에 협조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 출신으로서 스스로를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할 법하기 때문이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이념적으로 선명성을 추구할 경우 보수야당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있다. #김진표(가운데·71세·경기 수원 출신) 참여정부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에 이어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으로, 부진한 경제지표를 끌어올리는 역할이 기대된다. 다른 두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미지’로 안정적 당 운영, 야당과의 협치 등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청와대에 자신의 목소리를 못 내고 국정운영에서 소외되는 ‘패싱’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민주당 내에서 이념적으로 다소 보수성향으로 분류돼 ‘우클릭’ 기조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 쪽에만 강점을 보이면서 남북 문제 등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국면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해찬(오른쪽·66세·충남 청양 출신) 민주당 최다선 의원에 참여정부 시절 책임총리를 지낸 경륜과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친문 좌장으로서 당내 주류를 기반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수평적 당·청 관계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반면 다른 후보의 공격 대상이 된 불통(不通) 내지 강성 노선으로만 흐를 경우 야당과의 협치가 어려워지면서 개혁입법에 성과를 못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나치게 비타협적이고 강한 이미지로 중도층 여론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방용국, B.A.P 탈퇴 “전속 계약 만료...재계약 없이 탈퇴하기로 결정”

    방용국, B.A.P 탈퇴 “전속 계약 만료...재계약 없이 탈퇴하기로 결정”

    그룹 B.A.P 리더 방용국이 팀에서 탈퇴한다. 23일 B.A.P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 측은 “2011년 8월 12일부터 당사와 함께해 온 방용국과 지난 19일 전속계약이 종료됐다”며 탈퇴 소식을 전했다. 소속사 측은 “방용국, 멤버들과 오랜 시간 상의한 끝에 그의 선택을 존중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향후 행보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B.A.P는 힘찬, 대현, 영재, 종업, 젤로 등 5인 체제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방용국은 지난 2012년 그룹 B.A.P로 데뷔했다. B.A.P는 데뷔 2년 만에 소속사와 분쟁을 겪으며 공백기를 가졌다. 당시 B.A.P 멤버들은 수익 배분이 불공정하고, 계약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이유로 소속사와 갈등을 빚었다. 이후 소속사와 갈등이 해결돼 B.A.P는 다시 활동을 시작했지만 긴 공백기를 메우긴 힘들었다. 리더였던 방용국은 2016년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지난해 다시 그룹에 합류해 무대에 올랐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美, ‘나치 부역’ 숨긴 95세 이민자 獨 추방

    美, ‘나치 부역’ 숨긴 95세 이민자 獨 추방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의 강제수용소에서 부역한 사실을 숨긴 채 미국에 숨어 살아온 95세 남성이 독일로 추방됐다. 1945년 나치 독일이 패망한 지 73년 만이다.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은 폴란드의 트라브니키 강제수용소에서 독일 경비병으로 복무했던 야키프 팔리를 21일(현지시간) 독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팔리는 경비병으로서 유대인 수용자의 탈출을 막아 이들이 나치 정권에서 끔찍한 운명을 맞게 했다”고 발표했다. 옛 폴란드 동부지역(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팔리는 1943년 트라브니키에서 나치 친위대(SS) 훈련을 받았고 같은 해 11월 유대인 6000여명이 집단학살될 때 수용소 무장경비로 복무했다. 팔리는 2차대전이 끝난 뒤 1957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제도사로 일했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1993년 나치 부역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해 추적하기 시작했고 2001년 그로부터 자백을 받았다. 뉴욕 지방법원은 2003년 팔리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이듬해 추방 명령을 내렸지만 독일과 폴란드 등 관련국 모두 그를 인계받지 않아 14년간 무국적자로 미국에 머물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독일과 협상 끝에 그의 수용 약속을 받아냈다. 이날 독일에 도착한 팔리는 건강 상태를 고려해 양로원으로 보내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女, 너무 똑똑하거나 잘생긴 男 꺼린다”(연구)

    “女, 너무 똑똑하거나 잘생긴 男 꺼린다”(연구)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매력을 발산하려고 은연중에 자신이 ‘뇌섹남’임을 드러내는 행동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닐 듯싶다. 여성은 지나치게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남성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서호주대(UWA) 연구팀은 평균나이 19세 호주 대학생 214명(여성 70%)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영국심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들 젊은이를 대상으로 어떤 연인을 바라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잘생긴 외모(good looks)와 영리함(cleverness), 자상함(kindness), 그리고 털털함(being easy-going)이라는 네 가지 자질로 나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상위 1% 안에 드는 자상함을 갖춘 잠재적 연인에게 얼마나 매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자상함이 상위 10%, 25%, 50%, 75%, 90%, 99%로 바뀌었을 때 매력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질문도 받았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6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대체로 잠재적 연인의 자질이 각 분야에서 상위권에 가까울수록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연인의 일부 자질이 최고에 속할 때 오히려 매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여성들은 잠재적 연인이 상위 10% 안에 들 때까지 똑똑할수록 더 큰 매력적으로 느꼈지만, 상위 1% 안에 드는 ‘브레인’이라면 오히려 꺼리는 것이다. 이는 영리함 만이 아니었다. 여성들은 너무 털털하거나 지나치게 잘생긴 남성 역시 덜 매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이같은 성향은 남성들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남성들은 여성이 지나치게 똑똑하거나 아름답더라도 꺼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질 지냑 박사는 “이번 결과는 여성의 경우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오히려 나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원빈(KBS2 드라마 ‘프로포즈’ 방송 화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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