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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30년대 역사 속 전쟁·부패·정경 유착… 현재 진행형이다

    1930년대 역사 속 전쟁·부패·정경 유착… 현재 진행형이다

    그날의 비밀/에리크 뷔야르 지음/이재룡 옮김/열린책들/176쪽/1만 2800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 수상작.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193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역사서에나 등장할 법한 권력자들의 짤막한 이야기 16편을 담았다. 그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보여주는 한편, 작가는 불쑥불쑥 난입해 그들의 작태를 논평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소설인 듯 소설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 에리크 뷔야르의 ‘그날의 비밀’이다. 소설은 1933년 2월 20일, 독일 대기업의 총수 24명이 모인 비밀 회동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돌프 히틀러와 헤르만 괴링을 만나는 자리인 이곳에는 오펠, 지멘스, 바이엘, 알리안츠 등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이어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를 시종장으로 착각한 영국 추밀원 의장 로드 핼리팩스, 히틀러 앞에서 비굴하기 짝이 없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독재자 쿠르트 폰 슈슈니크 등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했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인물들의 면면이 이어진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히틀러나 괴링 같은 정치인들의 뻔뻔스러움에 더해 구스타프 크루프 같은 기업가들의 무덤덤함이다. 정치인, 군인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도 기업가들은 놀라지 않는다. ‘그들은 뇌물과 뒷거래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며 ‘부패는 대기업의 회계 장부에서 긴축 불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과 달라 죽지도 않으며, 결코 늙지 않는 신비한 육체’(15쪽)이다. 전쟁이 끝나고 히틀러가 죽고 다른 전범들이 처형당한 후에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나치당원의 금배지가 있던 자리에 독일 연방 공로 훈장을 달고서 말이다. 일상화된 부패, 정경 유착, 거대한 경제 권력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책의 마지막장은 크루프가 별장에서 자신의 아내, 아들과 식사하는 것으로 끝난다. 2차 대전 당시 강제 수용소에서 노동력을 빌려썼던 독일 철강 군수업체 프리드리히 크루프사를 이끌었던 크루프는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않았다. 냉전 속에서 아들 알프레트는 경영을 재개했다. 뷔야르는 말했다. ‘한순간이라도 이 모든 것이 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포인트는 달라도, 일본 기업 제품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현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관가 블로그] 부실한 업무처리·인사 난맥… 흔들리는 조달청

    [관가 블로그] 부실한 업무처리·인사 난맥… 흔들리는 조달청

    4월 공모 조달품질원장 인선 지연 명퇴 예정 서울청장 공석도 불가피조달청이 안팎에서 부실한 업무 처리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조직이 흔들리는데 수장은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임기 중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도 개선책 등을 밝히며 진화에 나설 법도 한데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수공급자계약 제품 부실 및 가격 관리 허점에 이어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 입찰 논란이 이어지면서 조달행정에 대한 신뢰 문제가 심각합니다. 조달청은 한국은행 통합별관의 예정가격 초과 입찰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감사원 감사에서 ‘국가계약법 위반’을 지적하자 입찰을 취소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낙찰예정자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엇갈린 결정을 내렸습니다. 안이한 업무 처리로 혼란만 가중시켰고, 심각한 국고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업무뿐 아니라 인사에서도 ‘갈지(之)’자 행보로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4월 1일 공모한 개방형 직위인 조달품질원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임기가 끝난 전임자가 6월 24일까지 한 달여 추가 근무까지 했습니다. 한때 품질원장에 고시출신 A과장이 유력하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이러면 내년에 국장 교육 대상자가 사라지게 됩니다. 기존 국장들은 교육을 마쳤거나 나이가 많아 교육을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장을 한 자리 잃는 셈입니다. 6월 서울청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품질원장은 B과장, 서울청장은 A과장으로 조정됐다는 후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품질원장 공모와 서울지방청장의 명퇴는 예정돼 있었습니다. 한 관계자는 “책임까지 물을 사안은 아니라도 깔끔한 업무 처리가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혼란은 끝난 게 아닙니다. 서울청장이 7월 말까지만 근무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조달청 ‘넘버 3’인 서울청장 공석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조직의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7월 말로 퇴직 시점을 잡았지만, 준비 소홀로 대비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조달청의 인사 난맥상은 심각합니다. 앞으로 국장 교육을 유지하려면 차장이 1년마다 교체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비고시 국장 배출은 요원해졌습니다. 국장 10명 중 2명을 기재부가 차지하고 있어 인사 숨통이 꽉 막혔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인사 적폐’ 청산을 원하나 기재부 출신 청장들은 친정에 ‘쓴소리’하는 것을 꺼립니다. 한국은행 건도 기재부의 오락가락 유권해석이 빌미가 됐지만 대놓고 반박할 수 없다 보니 속앓이만 할 뿐입니다. 고유 업무라도 충실하게 내부에서 청장이 배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헌재 “위헌결정 전 민주화보상법 따라 패소했다면 구제 못해”

    헌재 “위헌결정 전 민주화보상법 따라 패소했다면 구제 못해”

    지난해 8월 정신적 손배 원천 봉쇄 조항 위헌 결정헌재 “위헌 결정 이전 확정 판결은 취소할 수 없어”위헌결정의 소급 효과가 확정 재판에까지 못미쳐민주화운동 보상금을 지급받은 뒤 국가 상대 손해배상에서 패소한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재판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신청했지만 각하됐다. 지난해 8월 헌재 위헌결정 이전에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는 구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헌재는 25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과거사 피해자 A씨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은 A씨 등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민주화운동 관련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1162만원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패소 판결했다. 2018년 7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되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지난해 8월 30일 민주화운동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하는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관련 조항은 보상금을 받기로 피해자가 동의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됐다. 당시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 청구권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 지난해 위헌 결정 이전에 패소 판결을 확정받았다면 해당 재판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위헌결정 이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해 효력을 상실한 법률조항을 적용한 재판이 아니어서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위헌결정의 소급 효과가 이미 확정된 재판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현재로선 A씨 등이 재심을 통해 구제받을 방법도 없다.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은 해당 재판이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헌재에서 이런 방법으로 위헌 결정을 받아야 재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2000자 인터뷰 24] 김동엽 “‘중재자 프레임’ 걷어내고 남북 관계부터 튼튼히”

    [2000자 인터뷰 24] 김동엽 “‘중재자 프레임’ 걷어내고 남북 관계부터 튼튼히”

    “‘중재자 프레임’에 스스로를 지나치게 가두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제63차 통일전략포럼 ‘북미관계 전망과 남북관계 추진 방향’ 도중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토론 발표에 신선한 내용이 있었다. 김 교수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의 의미를 짚고 북미 실무회담과 비핵·평화 프로세스의 쟁점을 논한 다음 북한이 ‘한국 소외론’을 거론하는 이유를 짚고 판문점 회동 이후 한반도 상황 전개 전망 및 남북관계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북한은 남북관계를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계 없이 진전시키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며, 중재자 역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를 만드는 과감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Q. 북한이 연일 한국을 배제하겠다고 위협하는데. A.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미국에게 요구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속에 남한을 당사자이자 중재자로 인정해 지난해 9월 평양정상선언 5조에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 사항이 포함됐으나 하노이 노딜로 끝났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결렬만으로 보지 않고 남북 정상끼리 5조 2항 영변 폐기를 합의하고도 사전에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섭섭함과 실망을 표출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통미봉남의 연장,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달라는 주문, 남북관계에 집중하겠다는 뜻, 세 갈래로 볼 수 있는데 난 북한이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중재 역할을 기대한다기보다 역설적으로 남북관계를 과감하게 추진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북미 관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아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욱더 긍정적인 남북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Q. 토론 과정에 국내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 내가 북한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언론부터 지난해 9월 남북 정상 합의문의 5조 2항에 명기된 영변 폐기에 대해 미국은 아무런 상응 조치를 제시하지 않고 북한에 대량살상무기까지 모두 까보라고 압박하는데도 하노이 노딜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이 우리 언론이다. 말로는 경제적 번영이 주어질 것이라고 화려하게 얘기하지만 한번도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면 뭘 보상할 것인지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힌 적이 없다. Q.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깊은 불신 때문인가. A.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북한은 비핵화로 나아가는데도 여전히 미국이 체제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김정은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결정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확신하고 승자로서 약자를 완벽히 굴복시키고 더 많은 전리품을 챙기려는 의도가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불이행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중재자 역할과 대미 설득도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9월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이 연설하고 10월 북중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마주 앉으면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정상회담, 시진핑의 서울 방문을 통한 한중정상회담 등을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설계할 필요가 있다. Q. 우리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A. 다양한 층위의 대화 채널을 제도화하고 민간 교류 협력을 통해 남북한 인적 왕래를 확대해야 한다. 전통적 안보 영역의 평화 지키기가 아닌 인간 안보의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8·15 경축사를 고민해야 하는데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유로이 사람이 오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진정한 평화와 번영이 온다는 점을 부각하고 북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접근을 점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좋겠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규제자유특구 출범, 혁신성장 마중물 되길

    강원, 경북, 대구, 부산, 세종, 전남, 충북 등 전국 7개 지역이 규제자유특구로 처음 지정됐다. 규제자유특구는 신기술에 기반한 신사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 한해 핵심 규제들을 일괄적으로 완화하는 제도로 지난 4월 도입됐다. 특구로 지정된 7개 지역에서 원격의료, 블록체인, 자율주행 등 혁신기술과 관련된 규제 58건이 해소돼 마음껏 신기술을 개발하고, 실험할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지난 1월 시행된 규제샌드박스와 더불어 혁신성장의 성과 도출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 특구 지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강원도의 원격의료 사업이다. 격오지 만성질환자에 국한하고, 간호사가 환자 옆에 있어야 하는 등 여러 제한을 남겨두긴 했으나 극심한 찬반양론으로 오랫동안 묵혀 왔던 원격의료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감한 규제혁신을 바라는 사람들 입장에선 부족하고 아쉽겠지만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신중한 접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부산의 블록체인, 세종의 자율주행 사업도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깜짝 놀랄 만한 도약이 기대되는 분야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업종·권역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규제 혁신은 생존 문제”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혁신기술, 혁신기업의 도전과 실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규제자유특구는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지정될 필요가 있다. 이번 1차 공모에는 전국 34개 지역에서 신청서를 냈다. 이 중 8개가 우선 대상으로 뽑혔고, 울산의 수소차 사업을 제외한 7개가 최종 승인됐다. 정부는 2차 특구 지정도 연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을 감안해 현재 수도권 지역은 특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차차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고려하길 바란다.
  • [말빛 발견] 살구색/이경우 어문부장

    크레파스의 색에는 ‘살색’이 없다. 2002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살색’이란 표현이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뒤 크레파스에는 ‘살색’이라고 적지 않는다. 대신 ‘살구색’이라고 표기한다. ‘살색’은 특정한 색만 피부색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황인종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진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처음에는 ‘살색’ 대신 ‘연주황’을 사용하도록 했었다. 그러자 어린이 여섯 명이 인권위를 찾았다. 이 어린이들은 ‘연주황’이란 말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했다. 어려워서 알 수 없게 하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라고 했다. 한국산업규격(KS)을 정하는 기술표준원은 2005년 ‘살구색’을 한국산업규격 표준으로 최종 확정했다. ‘살색’의 기준은 특정한 ‘우리’였다. 같은 공간에 또 다른 ‘우리’가 있다는 걸 몰랐거나 모른 체한 표현이었다. ‘살구색’은 기준이 ‘우리’에게만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인정한 결과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존중하자는 뜻이었다.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란 생각을 같이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것은 이상한 것, 모자란 것, 그래서 틀린 것이라는 생각들이 있었다. wlee@seoul.co.kr
  • 김명수 대법원장 “상고제도 개편 시급” 상고제도 개편 간담회 첫 주재

    김명수 대법원장 “상고제도 개편 시급” 상고제도 개편 간담회 첫 주재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 상고제도가 시급하게 개선돼야 한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24일 학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상고제도 개편 간담회’에서 “대법원 상고사건의 숫자는 이미 1990년에 비해 5배 정도 증가했고 지난해만 하더라도 약 4만 8000건에 달했다”면서 “대법관 1인당 3700건 정도가 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숫자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적으로도 그렇지만 찬찬히 들여다 보면 질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송도 생겨났다”면서 “수적 증가와 질적 변화에 비춰 대법원 상고제도는 반드시 시급하게 개선방향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개인적으로 그동안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대법관 정원부터 상고허가제까지 어떤 방안을 마음에 두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수렴한 다음 헌법정신과 현실에 맞는 제도라면 이를 수용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상고제도 개편과 관련해 여러 차례 토론회와 공청회가 있었지만 대법원장이 주요 상고제도 개편방안에 관한 논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심리하는 상고 사건이 대법관 숫자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은 그동안 법원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사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상고허가제가 1981년 도입됐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0년 폐지됐고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상고법원을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사법부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거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은 현재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 사건 가운데 가운데 법으로 정한 상고이유가 포함되지 않은 사건은 곧바로 기각하는 심리 불속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절대권력 횡포’ 日 연예기획사들, 노예계약과 출연료 착취 파문

    ‘절대권력 횡포’ 日 연예기획사들, 노예계약과 출연료 착취 파문

    막강한 권력을 틀어쥐고 연예계 전체를 쥐락펴락해 온 일본 초대형 연예 기획사들의 ‘갑질 횡포’ 실태가 하나둘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소속 연예인들과 정식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출연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자기 회사를 떠났다는 이유로 전 소속 연예인들의 TV 출연을 방해한 정황 등이 잇따라 드러났다. 일본 언론들은 가혹한 갑을 관계 때문에 ‘인권 사각지대’로 비판받아온 연예계의 구태를 뜯어고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양대 기획사는 각각 개그맨·개그우먼과 남성 아이돌그룹의 본산인 요시모토흥업과 자니스사무소다. 이 중 문제가 더 심각한 곳은 소속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며 경영진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선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이다. 요시모토흥업 파문의 발단은 소속 일부 연예인들이 조직폭력배나 보이스피싱 사기단 등의 행사에 몰래 돈을 받고 출연한 사실이 지난달 폭로되면서다. 이를 처음 보도한 주간 프라이데이는 “요시모토흥업 소속 개그맨들이 2014년 12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범죄집단의 송년회에 참석했으며, 한 명 당 100만엔(약 1090만원)을 받았다”고 범죄집단 관계자의 말을 통해 전했다. 특히 이 범죄집단은 일본 전역에서 40억엔 이상을 가로챘던 악명높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 “모든 범죄들이 나쁘지만 하필 노인들을 속여 돈을 뜯어내는 파폄치한 범죄자들의 행사였느냐”는 정서가 확산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이에 요시모토흥업은 이 사건과 또다른 조직폭력단 행사에 참가한 개그맨 등 11명에 대해 활동 중지 및 근신 등 처분을 내렸다. 여기에는 스타급 개그맨인 미야사코 히로유키(49) 등도 포함됐다.그러다 요시모토흥업의 갑질횡포 파문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일 미야사코가 역시 범죄집단 행사에 참가했다가 근신 중인 동료 다무라 료(47)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였다. 미야사코는 사건이 터지고 난 뒤 회사 측의 잘못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과정에서 갈등이 커져 계약해지 통보를 당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에서 요시모토흥업 측이 자신들의 사과 기자회견을 막은 사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 모두 다 잘라버리겠다”고 한 오카모토 아키히코(52) 사장의 발언 등을 폭로했다. 이틀 뒤인 22일 오카모토 사장은 이에 대한 반박 회견을 갖고 “잘라버리겠다고 한 사실은 있지만 농담이었다”고 해명하고 미야사코에 대한 계약해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부적절한 해명은 외려 갑질 의혹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오카모토 사장이 5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답변 능력에 대해서도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대표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야사코 등이 범죄집단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회사 측에 시인한 것이 지난달 8일이었음에도 실제 회사 측은 주간지 폭로가 있고 난 뒤인 24일에야 인정을 한 점 등에 대해 기자들의 추궁이 이어졌지만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스포츠지 등 연예매체들은 일제히 요시모토흥업의 ‘노예계약’ 등 갑질횡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1912년 설립된 요시모토흥업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회사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개그맨과 개그우먼 등 희극인이 속해 있다. 무엇보다도 소속 연예인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제대로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행태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들을 ‘개인사업자’로 규정하고 적어도 법적으로는 대등한 관계에서 계약서를 교환하지만, 요시모토흥업은 희한하게도 구두계약을 원칙으로 해 왔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일한 만큼 제대로 수입이 보장되지 않고, 이것이 소속 연예인들이 범죄집단 행사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특히 요시모토흥업 소속 스타급 개그맨이자 MC인 가토 고지가 요시모토흥업의 오사키 히로시 회장과 오카모토 사장을 퇴진을 요구하며 “그들이 안 나가면 내가 나가겠다”고 선언했고 상당수 스타급 연예인들이 동조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요시모토흥업 파문과 별도로 자니스사무소도 아이돌 팬들의 맹비난에 직면해 있다. 창업자인 일본 연예 매니지먼트업계의 신화 자니 기타가와가 지난 9일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향후에도 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아온 자니스사무소는 기타가와가 세상을 뜬지 1주일여만인 1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해체된 인기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의 전 멤버들이 TV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의조치를 내린 이유였다. 공정거래위는 “자니스사무소가 2016년 말 해체된 스마프의 전 멤버 3명을 TV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방송국에 압력을 가했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자니스 측은 “압력 등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공정거래위는 추가 조사를 통해 이런 행위가 ‘우월적 지위의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처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1988년 결성 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스마프는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를 비롯해 기무라 다쿠야, 이나가키 고로, 구사나기 쓰요시, 가토리 신고 등 5명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다. 해체 후 자니스에 그대로 남은 기무라 다쿠야와 나카이 마사히로는 방송계에서 꾸준히 활동을 했지만, 다른 3명은 2017년 9월 자니스 사무소와 계약이 종료된 뒤 정규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언론들은 “공정거래위가 연예인의 소속사 탈퇴를 둘러싼 갈등 문제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스타급 연예인들조차도 소속사에 대해 입지가 지나치게 열악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프로야구에는 선수회가 노동조합의 기능을 하는 등 경영진의 전횡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연예계에는 그런 것이 없는 탓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요시모토흥업으로부터 미야사코에 대해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계약해지가 통보되고 그 처분이 오카모토 사장 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철회된 것만 봐도 소속 연예인들의 입지가 얼마나 약한지 알수 있다”고 전했다. 연예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일본엔터테이너권리협회의 대표인 사토 야마토 변호사는 마이니치에 “계약서가 없으면 연예인의 지위나 권리 관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조치도 애매하게 된다”면서 “연예인들을 범죄집단으로부터 지키고자 한다면 최소한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저스티스’ 나나, 카리스마→따뜻함…모든 색 소화한 ‘연기 팔레트’

    ‘저스티스’ 나나, 카리스마→따뜻함…모든 색 소화한 ‘연기 팔레트’

    배우 나나가 드라마 ‘저스티스’에서 모든 색을 소화하며 ‘연기 팔레트’로 등극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저스티스’에서 나나는 일명 폭탄 검사 서연아로 완벽하게 변신해 때로는 악인에게 거침없이 죄를 묻는 통쾌함을,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함까지 드러내며 다채로운 매력을 방출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나나는 솔직한 성격의 서연아를 연기하기 위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고 최대한 감정에 집중하는 등 노력으로 빚어낸 싱크로율 높은 연기로 몰입감을 더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청자를 매료시킨 나나의 무궁무진한 ‘연기 팔레트’ 속 다양한 연기색을 살펴봤다. # 불타는 열정 나나는 열정으로 가득 찬 검사 서연아로서의 모습으로 초반부터 존재감을 강력하게 드러냈다. 그는 수사 도중 “우리 아버지 누군지 몰라?”라며 권력을 믿고 뻔뻔하게 고자세를 유지하는 피의자에게 “우리 아빠는 누군지 아세요?”라고 시원하게 응수, 극 초반부터 열혈 검사 서연아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 냉철한 카리스마 나나가 표현한 서연아의 카리스마는 검사 역에 걸맞게 법정에서 극대화됐다. 재판을 진행하면서 나나는 양철기(허동원 분)의 죄를 확신, 여유로우면서도 강단 있는 눈빛과 단어 하나하나에 힘주어 말하며 자아낸 압도적인 분위기는 시청자들마저 숨죽이게 했다. 이는 낯선 법률 용어를 어색함 없이 사용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나나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또한 나나는 극 중 갖은 악행으로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이태경(최진혁 분)과 송회장(손현주 분)에게 “같이 진흙창 구르는 한이 있어도 절대 포기 안 할 거거든요 제가”라고 선전포고하며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카리스마로 걸크러시를 뽐내기도 했다. # 불의를 지나치지 않는 정의로움 무려 7년이나 지난 미제 살인사건을 파헤치며 정의로운 검사의 전형을 보인 나나는 진범을 밝혀내고자 정식으로 배정받은 사건이 아님에도 밤낮없이 현장을 찾고 회의를 이어가는 등 서연아가 가진 성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나나는 외압에 의해 수사 검사로 변경, 법정에서 추가 발언권을 요청한 것이 기각되자 권력 앞에 무너진 정의에 허탈한 마음을 표정으로 생생하게 표현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 주변을 돌볼 줄 아는 따뜻함 앞서 보여준 단단하고 올곧은 연기와 달리 나나는 초임 검사 시절부터 믿고 따르던 강형사(이대연 분)의 반찬까지 수년간 살뜰히 챙기면서 서연아가 가진 따뜻함을 표현, 내유외강의 성격까지 단번에 보여줬다. 더해 그는 강형사의 죽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인간미까지 추가, 다채로운 서연아의 매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나나는 열정을 비롯해 카리스마, 정의, 따뜻함 등 서연아가 가진 입체적인 성격을 다양한 색의 연기로 풀어내 배우로서 한 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으며 앞으로 나나가 펼칠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늘(24일) 방송을 앞둔 5-6회 예고편에서는 나나와 이학주의 새로운 공조 수사와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주한 모습이 담겨있어 궁금증이 폭발하고 있다. 한편 나나가 출연하는 드라마 ‘저스티스’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KBS 2TV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여름, 잡초 이야기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여름, 잡초 이야기

    지인이 텃밭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철 잡초에 두 손 두 발 들고 말았단다. 장마철 즈음의 텃밭은 작물이 크는 모습이 보일 정도다. 소나기 한 줌, 한나절 뙤약볕이면 어느새 오이가 하나, 호박이 둘 뚝딱 매달린다. 그 작물보다 쑥쑥 더 잘 자라는 게 잡초다. 일주일에 겨우 한 번 찾기는 하지만, 지난번에 풀을 벤 자리에 벌써 달맞이꽃, 개망초가 무릎 높이까지 올라왔다. 2015년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농경지의 악성 잡초는 모두 619종이다. 불과 50평 남짓의 내 텃밭에도 40~50종은 되는 듯하다. 개망초, 민들레, 애기똥풀, 환삼덩굴, 뱀딸기, 쇠비름, 바랭이, 질경이, 방동사니, 명아주, 닭의장풀, 비름나물 등 한여름 잡초와의 싸움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제초제를 쓰면 문제는 간단할지 몰라도, 나로서는 농촌진흥청처럼 어느 잡초가 악성인지 구분할 자신이 없다. 더욱이 제초제는 어딘가 나치 정권의 인종청소 같은 느낌이다. 내가 심은 작물 아니면 다 나와! 이 풀, 저 풀에 유대인처럼 ‘잡초’라는 주홍글씨를 달아준 뒤 모조리 제초제 가스실로 보내야 하는 걸까? 꽃 보기가 궁한 이른 봄 텃밭 가득 자리잡은 오랑캐꽃도? 어디선가 날아와 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워 내는 한여름 큰금계국도? 분홍색 꽃이 아름다운 메꽃은 또 어떤가? “아빠는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해?” 언젠가 TV 뉴스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보며 딸이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탕수육을 만들면 아빠, 엄마는 소스를 부어서 먹지만 너희는 찍어 먹잖아? 자기와 성향이 다르다고 비난할 수는 없지 않겠어?” 딸이 보기에도 성소수자를 향한 날 선 비난이 거북했던 것이다. 성소수자가 악성 잡초인 걸까? 그래서 종교인들이 저토록 기를 쓰고 제거하려는 걸까?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는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잡초’ 낙인을 찍는다. 목숨을 걸고 고국을 탈출한 난민들을 테러범 취급하며 다시 사지로 내몰고, 장애인 특수학교를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고, 심지어 가난한 이웃의 출입을 막겠다며 통로에 장벽을 치는 아파트도 있다. 사실 그 정도면 어느 쪽이 ‘악성’ 잡초인지조차 헷갈린다. 북풍과 해님이 사람 옷 벗기는 내기를 한다는 이솝우화를 좋아한다. 북풍은 차가운 강풍으로 옷을 날리려 하지만 사람들은 도리어 단단히 옷깃을 여민다. 그리고 햇볕이 따뜻한 열기를 보내자 그제야 옷을 벗는다. 텃밭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잡초는 제거 대상이 아니다. 제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초제를 뿌려 발본색원한다고?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어느새 내성이 생겨 다시 일어나고 만다. 잡초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밟으면 밟을수록 고개를 들어 올리는 존재. 테러가 무섭다지만 그 명분을 제공한 것은 애초에 무분별한 박해와 진압이었다. 약자들을 향한 막연한 두려움과 근거 없는 증오는 옷깃을 여미게 하고 저항을 낳는다. 북한을 이만큼 평화의 광장으로 끌어낸 것도 햇볕정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알고 보면 잡초가 꼭 나쁜 것도 아니다. 토양 입자 사이를 넓혀 물 빠짐을 좋게 하고 유기질을 만들어 미생물의 활동을 도와주며 병충해를 유인해 작물을 보호한다. 큰비가 내릴 경우 토양이 유실되는 것도 막아 준다. 냉이ㆍ쑥ㆍ달래ㆍ민들레 나물은 슈퍼에서도 비싸게 팔리고, 왕고들빼기ㆍ쇠비름은 몸에 좋기로 유명하다. 오래전 잡초와의 싸움을 포기했다. 예쁜 꽃들은 텃밭 한 귀퉁이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 옮기고 작물에 직접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이따금 예초기로 키만 조절한다. 이렇게 하면 풀이 쌓여 거름이 되고 오히려 잡초가 나오는 것도 막아 준다. 애초에 잡초라는 이름을 달고 태어나는 풀은 없다. 베려 하면 모두가 잡초이고 품으려 하면 꽃 아닌 것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하찮은 풀이라도 배제가 아니라 공존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 [이정수의 원픽] BTS 닮은 청춘 성장통… 스키즈가 전하는 공감

    [이정수의 원픽] BTS 닮은 청춘 성장통… 스키즈가 전하는 공감

    해마다 수백 명의 아이돌이 데뷔하지만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아이돌은 극히 소수에 그친다. 케이팝이 전 세계로 뻗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평가절하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아이돌 음악 중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숨은 보석’을 찾아 4주마다 소개한다.방탄소년단 뒤를 이어 케이팝 대표 가수로 성장할 아이돌은 누구일까.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금세 되풀이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조금이나마 근접할 잠재력을 지닌 차세대 주자는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시점 ‘원픽’을 고르자면 9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방찬, 우진, 리노, 창빈, 현진, 한, 필릭스, 승민, 아이엔)를 거론하고 싶다. 데뷔 1년여 만에 거두고 있는 가파른 성장세 때문만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그랬듯 고뇌하는 청춘의 성장통을 가장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는 까닭이다. 스트레이 키즈가 지난달 발표한 스페셜 앨범 ‘클레 2: 옐로 우드’는 이들의 ‘가능성’에 오롯이 집중한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부작용’은 케이팝신에서의 도전정신과 완성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다른 아이돌 그룹들이 가장 쉽게 채택하는 메인스트림의 팝적인 음악을 벗어나 사이키델릭 트랜스 장르의 강렬한 EDM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영역에 도전한다. 케이팝에 있어서 음악 못지않게 중요한 퍼포먼스에서도 최고의 것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멤버 9명과 댄서 9명이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가 된 듯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동작들은 완벽한 ‘칼군무’ 이상의 실험적인 현대무용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동시에 선택의 갈림길에 선 청춘의 고민과 걱정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움직임으로써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데뷔 때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 이면의 희망을 꾸준히 노래해 온 이들의 세계관은 시각적으로는 이번 ‘부작용’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장 뚜렷해진다. 평탄한 길 대신 아무도 밟지 않은 길에 덜컹거리는 트럭을 직접 몰고 가는 소년들은 어느 순간 서로가 격렬히 대립하는 ‘부작용’을 경험하지만, 다시 손을 잡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 세계 청년들이 케이팝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전하는 공감과 긍정의 메시지 때문이다. 때로는 아이돌이 밟아가는 성장 스토리가 자신들의 경험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리더 방찬을 중심으로 매 앨범 작사·작곡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는 스트레이 키즈의 진정성에 기대를 걸게 된다. tintin@seoul.co.kr
  • 홍보만 “만기 100% 환급”… 상조 상품 속지 마세요

    홍보만 “만기 100% 환급”… 상조 상품 속지 마세요

    가입자는 납입 끝난 시점 환급으로 알아 상조업체들 실제는 1~10년 후에 돌려줘 가입 전 소비자에게 설명했다고 하지만 깨알글씨나 확실히 안 알려 불완전 판매 공정위 ‘만기 환급형 상조 피해’ 주의보 가전제품·상조 결합상품에도 주의 요청상조업체들이 최근 “만기 시 납입금을 100% 돌려준다”는 조건을 내걸고 상조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만기 후 1~10년이 지나야 환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들은 가입 전 소비자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하지만 ‘깨알글씨’로 썼거나 확실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불완전 판매’라는 지적이 나온다. ●100% 환급받는 조건 너무 까다롭게 설정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만기 환급형 상조상품 가입자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정위가 콕 집어 주의를 당부한 것은 ‘만기 100% 환급’ 조항이다. 지난해 말부터 상조업체들이 가입자들의 계약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보험업계에서 유행하던 만기 환급형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100% 환급을 받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됐다. 실제 가입자들은 상조상품 납입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100% 환급이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많은 상조회사들은 만기에서 1~5년이 추가로 경과되거나 최대 10년이 지나야만 전액 환급해 주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선수금 100억원 이상 50개 업체 중 19개 상조업체의 59개 상품이 이처럼 만기 후 거치 기간을 별도로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상조업계 1위 업체인 프리드라이프의 ‘프리드396플러스A’와 ‘프리드498플러스’도 만기 후 10년이 지나야 100% 환급받을 수 있다. ●32년 6개월 만기 상품도… 100% 환급 불가능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일부 상품은 만기를 390개월, 즉 32년 6개월까지 설정해 추가 기간까지 고려하면 100% 환급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광고 문구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약 환급금 약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조업체들은 당장 해약 신청을 줄이기 위해 만기환급형 상품을 받고 있지만,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상조회사의 폐업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사실상 고객이 낸 돈만큼의 환급금을 마련해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에이스라이프는 만기환급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피해자 4만 466명, 피해액 114억원을 내고 폐업했다. 한편 공정위는 가전제품과 상조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결합 상품에 대해서도 소비자 주의를 요청했다. 상조업체들은 만기 후 계약을 해약하면 납입금 100%와 가전제품 가액까지 만기 축하금 명목으로 준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전제품 가격이 불투명한 데다 가전제품 납입금은 법적인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홍 과장은 “과도한 만기 환급금 약정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한 뒤 필요하면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동트기 전 끝나는 배송전쟁… 지리적 한계 넘는 드론택배

    동트기 전 끝나는 배송전쟁… 지리적 한계 넘는 드론택배

    “You sell it, we ship it.”(당신들이 팔면, 우리가 배송한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 기업인 아마존은 최근 자사의 홈페이지에 위와 같은 선전 구호를 올리고 스스로를 물류기업으로 분류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고, 쇼핑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택배물류업이 유통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비즈니스’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물류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8조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물류시장 규모는 연간 약 200조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일이 흘러간 ‘리추얼’이 된 시대,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언제 어디서든 손안의 모바일 기기로 주문할 수 있는 지금 제품들을 창고에 보관하고 배송하는 물류업의 화두는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하는가”이다. ●한국 배송 시장 판도 뒤바꾼 새벽배송 국내 배송 시장의 판도는 새벽배송 탄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익일배송, 당일배송, 총알배송 등 시간 단축 경쟁을 벌였던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새벽배송’으로 배달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2015년 마켓컬리는 “잠들기 전 주문하면 새벽에 상품이 문 앞에 도착해 있다”는 콘셉트의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오후 11시 이전에 과일·야채·고기 등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현관문 앞에 물품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을 겨냥한 이 서비스는 특히 워킹맘들을 장보기 스트레스에서 해방시키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스타트업 모델이었던 새벽배송 서비스는 곧 모바일 쇼핑 업계의 표준이 됐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 홈쇼핑업계에 이어 이마트를 포함한 신세계 유통업체 통합 온라인 쇼핑사이트 ‘SSG.com’도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5년 1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8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류업이 곧 새벽배송 전쟁터가 된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바꿔 놓은 물류업 새벽배송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물류업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운영체계가 구축된 덕분이다.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 40%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마켓컬리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예측하는 시스템인 ‘데이터 물어주는 멍멍이’를 이용해 고객의 주문을 미리 파악하고 상품을 발주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온라인 푸드 마켓 ‘헬로네이처’도 빅데이터에 기반한 주문량 예측 시스템을 통해 신선식품 폐기율을 1%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는 앞서 아마존이 특허를 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아직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을 예측해 배송하는 형태의 운영을 응용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소비자들의 택배 관련 궁금증을 24시간 상시적으로 응대해 주는 AI 기반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챗봇은 택배 예약, 배송일정 확인, 반품예약 등 기본적인 문의부터 택배요금 문의, 안전한 포장방법, 접수가능 일자, 특정지역 택배배송 가능 여부 등 택배 전반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며 택배 전산시스템과도 연동돼 답변과 함께 택배 예약, 반품 접수 등도 처리할 수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과 자율주행이 선보일 ‘배달의 미래’ 글로벌 물류업계는 한층 더 나아간 기술로 배송의 새로운 풍경을 예고하고 있다. 2013년부터 드론 개발을 시작한 아마존은 지난달 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리마스’(re:MARS) 콘퍼런스에서 신형 배송 드론을 처음 선보이며 “수개월 안에 드론 배송에 나설 것”이라고 선포했다. 신형 아마존 프라임 에어 드론은 2.27㎏ 이하 물품을 30분 내로 최대 24㎞까지 비행해 배송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지난해 드론과 무인 배송 로봇을 결합한 배송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범 운영한 일본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은 지난 1월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드론 정기 배송 서비스를 곧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드론 개발에 나선 중국 최대 리테일 기업 ‘징둥닷컴’은 2016년부터 중국의 농촌 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시범 비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는 드론 배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편이다. 드론을 띄우기 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엄격할 뿐만 아니라 거주 형태가 주택처럼 지붕이 뚫려 있지 않은 아파트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21년까지 일반 우체국 차량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드론 배송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강원 영월에서 시범 드론 배송 서비스에 나서는 등 아직은 더디지만 차츰차츰 미래형 배달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근거리 배송을 위한 자율주행 로봇도 등장했다. 올해 초 글로벌 물류업체 페덱스는 자율주행 로봇 ‘세임데이 봇’(SameDay Bot)을 공개했다.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 사물을 인지해 피하며 달리는 로봇으로 최대 시속은 16㎞다. 이 로봇은 피자헛, 월마트 등과 협력해 근거리 위주의 배송을 도맡기로 했다. 이마트는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 토르 드라이브와 시범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시범 매장을 선정해 근거리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과도한 포장재는 택배물류업이 낳은 부작용 모바일 쇼핑의 발달과 배달 기술의 진보로 택배물류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복병을 안고 있다. 과도한 포장으로 스티로폼과 비닐, 종이박스 등 쓰레기가 지나치게 많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최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고, 커피전문점에서도 플라스틱 컵의 사용이 대폭 줄었다. 하지만 배송 시장에서는 아직 관련 규제가 없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과도한 포장재 사용을 규제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상당수의 유통 업체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포장재가 일반 포장재보다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오는 10월 일회용품 사용 억제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모바일 픽!] “이런 경험, 한번쯤 있잖아요”…최악의 여행 모아보니

    [모바일 픽!] “이런 경험, 한번쯤 있잖아요”…최악의 여행 모아보니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해외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실패해야 했던 황당한 여행담을 담은 사진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온라인 미디어인 ‘보어드판다’에 올라온 사진들은 부푼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 여행객들이 예상치 못한 현지 상황에 처한 ‘웃픈’ 상황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한 남성은 마치 벽처럼 보이는 희뿌연 배경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데, 사실 이 곳은 사진찍기 좋은 핫스팟으로 알려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골드게이트브리지)다. 이 여행객이 방문한 하필 그날, 짙은 안개에 휩싸인 금문교에 선 여행객은 “결국 나는 금문교를 보고야 말았다”며 농담으로 아쉬운 마음을 대신해야 했다.페루의 유명 관광지이자 역사적 가치가 높은 페루 마추픽추를 방문했던 여행객의 사진도 있다. 이 여행객은 새벽 3시에 일어나 몇 시간 동안 힘들게 하이킹을 했지만, 역시 궂은 날씨 탓에 희뿌연 안개와 리마 한 마리만을 본 채 마추픽추에서 내려와야 했다고 적었다.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갔다가 낭패 아닌 낭패를 본 여행객도 있다. 한 서양 여행객은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리장성을 찾았다. 여행객이 몰린 탓에 몇 시간 동안 줄을 서 간신히 만리장성에 올랐지만, 전망을 보기에는 지나치게 흐린 날씨였다. 언뜻 보면 해당 장소가 중국인지 아닌지 조차 구별하기 어려운 정도다. 같은 장소를 방문한 또 다른 서양 여행객은 “13시간 동안 2만 1196㎞를 날아가 본 것이 이 장면”이라며 역시 안개에 휩싸인 만리장성에서의 기념사진을 공개했다.이밖에도 반 고흐의 유명 작품을 보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박물관에 갔다가, 뒤늦게 해당 그림이 다른 박물관에 대여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여행객, 유명 교회와 박물관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독일 비텐부르크를 찾았다가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에 발길을 돌려야 한 여행객의 인증샷 등은 깨알같은 웃음을 남겼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대놓고 애정행각…제프 베이조스, 연인과 ‘윔블던 데이트’ 구설

    대놓고 애정행각…제프 베이조스, 연인과 ‘윔블던 데이트’ 구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세계 최고의 부자이기도 한 제프 베이조스(55)가 마침내 합법적(?) 연인이 된 폭스TV 앵커 출신 로렌 산체스(49)와 공개 데이트를 즐기다 구설에 올랐다. 판사가 그의 이혼을 확정한지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가운데 공개석상에서 지나치게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게 그 이유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와 로렌 산체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에서 열린 ‘2019 윔블던 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의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위)의 대결을 관람했다. 이는 지난 1월 미국 대중매체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제프의 불륜을 폭로한지 7개월 만에 두 사람이 공식적인 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 하지만 이날 제프는 테니스 경기보다 시종일관 로렌에게 집중하며 그녀에게 수시로 말을 걸고 그녀의 볼에 키스하는 등 진한 애정행각을 벌였고 그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네티즌의 비난과 지적이 쏟아졌다. 그런데 며칠 뒤 두 사람의 한 측근은 할리우드 연예매체 페이지식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을 대신해 “두 사람은 그저 함께 있던 것이 행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 친구는 “제프와 로렌은 예전에 각자 1t에 달하는 벽돌을 어깨에 올려놓은 것 같이 느끼고 있었다”면서 “이제 이들은 단순히 너무 행복해서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을 세상이 알아주길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제프와 로렌은 맨해튼과 시애틀 사이를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각자 메디나와 로스앤젤레스(LA) 근교 고급 주택가에 집을 갖고 있다. 또한 제프와 로렌은 각자 전 부인, 전 남편과 ‘버드 네스팅’(bird-nesting)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제프의 네 자녀가 집에 머무는 동안 그나 매켄지가 한 번에 며칠 또는 몇 주씩 집을 비우는 것이다. 로렌과 그녀의 전 남편이자 할리우드 거물 패트릭 화이트셀(53)도 이런 방식으로 서로가 마주치는 일을 피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두 딸이 있으며 로렌의 경우 전 NFL 선수 토니 곤잘레스와의 사이에서 니코라는 이름의 18세 아들 한 명이 더 있다. 로렌의 친구는 “버드 네스팅은 사실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부루하하(난리 법석)에 대해 사람들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걱정했었다”면서 “로렌은 자신의 가족과 패트릭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도와 줘 제프와 함께 여행을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프는 지난달 자신과 산체스를 위해 뉴욕시 5번가 212번지에 있는 고급 아파트 3개층을 구매하는 데 8000만 달러를 썼다. 이 거주지에서는 매디슨 스퀘어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데일리메일이 입수한 베이조스의 이혼 서류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서류에 따르면, 제프는 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되자 회사 주식의 4%에 해당하는 주식을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에게 양도했다. 하지만 워싱턴 주(州) 법의 숙려 기간에 따라 제프와 매켄지는 최초 이혼 신청을 한지 90일이 지나서야 이혼할 수 있었다. 이는 매켄지가 지난 4월 인수할 것으로 알려진 합의금 358억8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주식의 가치가 수시로 변했고, 지난 19일 마침내 워싱턴 킹 카운티 법원의 판사가 이혼 명령서에 서명했을 때 그 가치는 383억 달러에 달하면서 그녀는 30억 달러를 추가로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로렌과 패트릭 역시 지난 4월 이혼 소송을 시작했고 두 사람 모두 배우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두 딸의 공동 양육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릭 화이트셀의 한 측근은 페이지식스에 “패트릭은 대단한 사람으로 품위가 있다. 이 스캔들이 터져 로렌이 실신했을 때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누구도 그녀를 공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로렌과 이혼하면서 두 사람 사이 관계가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전문]유니클로 소비자 마음 돌릴까…한일 본사 공동사과

    [전문]유니클로 소비자 마음 돌릴까…한일 본사 공동사과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브랜드 유니클로가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의 일본 본사 임원의 발언에 대해 22일 사과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 운영사인 FRL코리아는 이날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유니클로는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유니클로의 사과는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일부 취재진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 오히려 소비자 반감을 불러일으키자 공식 사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과에는 일본 본사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고 유니클로 측은 설명했다. 야나이 회장은 한국 내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유니클로는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전 세계 고객들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패스트리테일링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불매운동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 내용이 국내에 전파되면서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온라인스토어 회원 탈퇴를 인증하거나 대체품으로 탑텐, 스파오 등 국산 SPA 의류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유니클로 매출은 최근 2주사이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2번의 사과에도 유니클로에 대한 소비자 마음이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유니클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사과문에는 “이미 늦었다”, “그래도 안 산다”는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2019년 제3분기 패스트리테일링 실적 발표회 중 한국 상황 설명에 대한 사과문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과 에프알엘코리아에서 말씀드립니다. ⠀ 최근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실적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설명에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과 관련, 한국의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해당 내용은 2019년 7월 11일 도쿄에서 진행된 실적 발표 중 미디어의 한국에서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언급되었습니다. 당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시 임원은 질문에 대해 “매출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습니다. 영향이 당연히 없을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로서는 정치 상황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어떤 국가의 고객님도 모두 저희의 소중한 고객님이므로 각 나라의 고객님들의 생활에 잘 맞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일정 부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설명으로 전하고자 했던 바는 ‘현재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계속해나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오랜 기간 사랑해주고 계신만큼,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바랍니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부족한 표현을 사용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는 뜻으로 전달되어, 한국의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러한 부족한 표현으로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한국의 많은 고객님들께서 불쾌한 감정을 느끼시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유니클로는 앞으로도 전세계 고객님들께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식회사 패스트리테일링 ∙ 에프알엘코리아 올림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매국” “친일” 여론전 앞장선 조국… 보수野 “반일감정 조장”

    “매국” “친일” 여론전 앞장선 조국… 보수野 “반일감정 조장”

    페이스북 글 통해 연일 대일 항전 주문 한일갈등 정부책임론 보수와 피아 구분 이인영도 “한국당 한일전 백태클 경고” 나경원 “국가적 위기에 친일 프레임 한심” 하태경 “생각 다르면 친일파? 국론 분열”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본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 여론전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밤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소개한 이후 21일까지 41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특히 그가 ‘매국적’, ‘이적’(利敵), ‘친일파’란 표현을 써 가며 한일 갈등이 깊어지는 책임을 현 정부에 지우려는 보수진영과 ‘피아 구분’에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보수야권은 부적절한 ‘반일감정 조장’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서희’와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고 했다. 이어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수석은 또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경고성 일갈”이란 글과 함께 “한국당이 한일전에서 백태클 행위를 반복하는 데 대해 준엄히 경고한다.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신(新)친일”이라고 밝힌 이 원내대표 기자간담회 기사를 링크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보수야권의 태도를 문재인 정부를 흔들려는 시도이자 ‘친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조 수석의 발언과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조 수석은 지난 20일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서 무지하거나 알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자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것은 일본 정부 입장이며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18일에는 “중요한 것은 진보·보수, 좌·우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했다. 조 수석이 여론전에 앞장서는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여권 내 가장 울림이 큰 ‘스피커’로서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죽창가’ 언급 등 지나치게 선명한 메시지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페이스북 활동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조 수석은 “대통령의 법률보좌가 업무 중 하나인 민정수석으로서”라고 쓰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신친일’,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야당 탓을 하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가져가는 한심한 청와대·여당”이라고 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반일감정 조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정권에 충성하면 ‘애국’, 정당한 비판을 하면 ‘이적’이라는 조 수석의 오만함에 치를 떨 지경”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생각이 다르면 친일파? 한국 사회에서 제일 심한 모독이 친일파”라며 “생각 차이가 있어도 존중하며 일본에 맞설 방법은 안 찾고 같은 국민을 매도해 국론 분열에 앞장서는 사람”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한국인의 ‘건강염려’ OECD 최고수준, 실제 건강은 상위권

    한국인의 ‘건강염려’ OECD 최고수준, 실제 건강은 상위권

    한국인의 건강 상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는데도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OECD의 보건통계를 분석해 21일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19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로, OECD 평균(80.7세) 보다 2년이 길었다. 불과 1년 만에 기대수명이 3개월 늘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다. 건강 상태도 양호했다. 15세 이상 ‘과체중·비만’ 국민은 33.7%로 OECD 국가 가운데 일본(25.9%)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남미 지역인 칠레(74.2%)와 멕시코(72.5%)는 국민 10명 중 7명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여기기에 ‘건강하다’고 답한 국민은 29.5%에 불과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사람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는 의미다.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 비율(흡연율)은 17.5%로 OECD 평균(16.3%)을 약간 웃돌았지만 감소 추세다. 순수 알코올 기준으로 측정한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소비량은 2017년에 연간 8.7ℓ로 OECD 평균(8.9ℓ) 수준이었다. 또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률은 165.2명, 순환기계 질환 사망률은 147.4명, 치매 사망률은 12.3명으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호흡기계 사망률(75.9명) 만이 OECD 평균보다 높았다. 건강염려가 과하다 보니 의료 이용도 과했다. OECD 국가 중에서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연간 16.6회)가 가장 많았고, 평균재원일수(18.5일)가 가장 긴 편에 속했다. 국민 전체의 1년간 보건의료 지출 총액을 의미하는 경상의료비는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6%로 OECD 평균(8.8%) 보다 다소 낮았으나, 지난 10년간 연평균 6.0%씩 빠르게 늘고 있다. 병상과 의료기기 등 물적 자원은 풍부했으나 인적 자원은 부족했다. 2017년 병원의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로 일본(13.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며, OECD 평균(4.7개)의 약 3배에 달했다. 또 우리나라의 자기공명영상(MRI) 보유 대수는 인구 100만 명당 29.1대, 컴퓨터단층촬영기(CT스캐너)는 인구 백만 명 당 38.2대로 모두 OECD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한의사를 포함한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었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은 인구 1000명 당 6.9명으로 OECD 평균(9.0명)보다 2.1명이 적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7세 여학생의 억울한 죽음, 소셜미디어에서 2차 가해 “죄책감도 없어”

    17세 여학생의 억울한 죽음, 소셜미디어에서 2차 가해 “죄책감도 없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비참하게 목숨을 잃은 17세 여학생의 죽음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지나치게 공유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미국 뉴욕주 유티카에 살고 있는 비앙카 데빈스는 지난 13일 뉴욕 퀸즈에서 진행된 콘서트를 함께 보러 갔던 브랜던 앤드루 클라크(21)의 손에 살해됐다. 경찰이 이 남자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밝혀내기도 전에 끔찍한 살해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됐다. 사진을 올린 이는 용의자 클라크(21) 자신이었다. 사건 다음날 새벽에 24시간만 팔로어들이 읽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 글을 통해 “지옥이 시작된다. 이건 구원이야, 그렇지?”라고 적었다. 할리우드 언데드란 록 그룹의 히트곡 가사를 그대로 따온 것이었다. 또 1999년 영화 ‘파이트클럽’의 대사 ‘이게 네 인생이야, 어떤 때는 1분 안에 끝나기도 해’라고 적었다. 그 다음 피로 얼룩진 여성의 상반신을 흐릿하게 처리한 사진을 올리고 사진설명에 “미안해 비앙카”라고 적었다. 그는 스스로 911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찰은 클라크가 두달 전 게임 플랫폼을 통해 비앙카와 알게 됐고 그 뒤 직접 만나 공연을 보러갈 정도로 친해졌다고 보고 있으며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비앙카가 다른 남성과 입을 맞춘 사실을 놓고 언쟁을 벌이다 흉기로 비앙카를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앙카는 13일 아침 공연을 보러간다고 들뜬 감정을 이 게임 플랫폼에 털어놓기도 했다. 용의자 클라크는 더 잔혹한 비앙카의 시신 사진들을 게이머들의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Discord)에 올렸는데 사진들은 나중에 삭제됐지만 비앙카의 친구들이 돌려 보고 경찰에 신고해 검거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이 들이닥친 순간에도 그는 방수 시트 위에 비앙카의 주검을 놓아둔 채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계속 올리고 있었다. 클라크는 목을 흉기로 찌르는 자해를 했지만 응급 수술을 받고 다음날 검찰에 2급 살인죄로 기소됐다.비앙카의 친구 등은 인스타그램이 클라크의 게시물을 20시간 이상 방치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트위터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의 문제를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인스타그램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네소타 대학의 형사법 전문가인 제임스 덴슬리 교수는 이들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간접적인 트라우마를 안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피해자인 비앙카를 두 번 죽이는 짓이라고 개탄했다. 또 클라크가 더 잔혹한 사진들을 올린 홈페이지 4chan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고, 규제도 느슨하기 때문이다. 더 극단적인 메시지도 걸러내지 않는 사촌 격인 8chan은 지난 3월 51명의 애꿎은 목숨을 희생시킨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난사 용의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성명을 발표했던 채널이다. 이 용의자가 페이스북에 범행 동영상을 중계하기 시작하면서 “PewDiePie에 구독해달라”고 했는데 클라크도 비앙카의 사진들을 디스코드에 올리면서 똑같이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비앙카도 과거에 4chan을 이용한 적이 있으며 14일 채팅 룸에는 “또 한 건의 4chan 살인”이 일어났다고 환호하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그녀의 시신 사진을 더 가학적으로 패러디하는 유저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생전 비앙카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2000명 안팎이었는데 살해된 뒤 일주일 만에 16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경찰이 그녀의 주검을 공식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생전에 이루어보지 못했던 인플루엔서가 됐다. 심지어 용의자 글에 댓글로 “날 팔로워해주라!!! (범행의)전모를 담은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내주라”고 조르는 이도 있었다. 끔찍하게 패러디한 사진들을 유료로 판매하겠다는 정신 나간 이들도 있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얻기 위해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 비앙카와 가족의 이름을 도용해 계좌를 만들어놓고는 “어떤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의붓어머니는 페이스북에 “눈을 감을 때마다 그 사진들이 날 괴롭힌다”고 털어놓으면서 가족의 감정을 한번이라도 고려해주고 공격적인 콘텐트를 발견하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물론 많은 이들은 비앙카의 죽음을 안타까이 여기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선한 목적으로 쓰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앙카가 셀피를 관리했던 식으로 꽃이나 구름모양, 하트를 핑크빛으로 꾸미고 고양이 사진으로 꾸미는 해시태그 #비앙카를 위해 핑크로(PinkForBianca)를 확산시켜 가학적인 포스팅을 몰아내자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유족들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한 비앙카의 뜻을 받들어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메르켈, 극단주의와 싸운 전범 거론한 히틀러 암살 미수 슈타우펜베르크

    메르켈, 극단주의와 싸운 전범 거론한 히틀러 암살 미수 슈타우펜베르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화 ‘작전명 발키리’의 실제 주인공인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등 아돌프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의 처형자들을 추모하며 극단주의와 맞서 싸울 것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등이 70년 전에 처형당한 장소인 한 베를린의 ‘벤들러 블록’에서 열린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은 우리가 극우 극단주의, 반(反)유대주의, 인종주의와 결연히 싸워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한다”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기억을 보존하고 이어가야 한다. 역사적 교훈이 잊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7월 20일 히틀러 암살 음모에 가담했다가 처형당한 이들은 200명이 넘었다. 당시 36세 젊은 장교였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발키리’라고 명명한 이 실패한 작전 얘기는 2008년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폭탄을 넣은 서류 가방을 동프러시아의 숲 속에 마련된 나치 장교들의 비밀 작전 회의 ‘늑대굴’에 들여보냈는데 누군가 가방을 옮긴 데다 테이블 다리가 너무 견고해 폭탄 파편 여러 발이 비껴나가는 바람에 히틀러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은 히틀러를 암살한 뒤 나치 정권을 장악해 연합군과 전쟁 종식 협상을 벌일 계획이었다. 이들의 히틀러 암살 음모는 그다지 많은 조명을 받지 못하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비로소 조명받았고 영국 BBC는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불복종이 의무가 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서 “2차 세계대전 후 (기본법에) 저항권이 명시됐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권리”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반(反) 이민과 민족주의 구호로 무장한 우익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제1 야당으로 부상하고 정치인 살해에 신나치 극단주의자와 연결된 고리가 발견되는 등 극우 진영의 공격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우익 극단주의자들 2만 4000명으로 집계되는데 그 가운데 1만 3000명은 폭력을 서슴치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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