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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호영 “‘히틀러’처럼 법치독재하면 우리당 협조 없다”

    주호영 “‘히틀러’처럼 법치독재하면 우리당 협조 없다”

    김태년 “법이 정한 날짜에 국회 열겠다” 주호영 “상임위·추경안 일방 처리 안돼”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5일 국회 개원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자기들 편한 것만 내세워서 ‘개원은 법대로 지키자’라고 하는데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대로’를 외치지 않은 독재 정권이 없다. 자기들 편리한 법을 만들어놓고 그 부분을 멋대로 해석하면서 독재를 해왔다”며 “히틀러의 나치 정권도 법치주의를 외치며 독재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5일에 통합당의 동의 없이 국회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이후 상임위 구성이나 추경 처리 등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우리 당의 협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민주당이 공공연히 이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청와대 회동이나 상생 협치라는 말이 노력은 했다라는 증거를 남기는 것에 불과했다는 회의까지 갖게 된다”며 “힘이 모자라서 망한 정권·나라보다는 힘이 넘쳐서 망한 정권·나라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법에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정치의 근본을 세운다는 비장한 각오로 법이 정한 날짜에 국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협치로 둔갑하고 법 뒤에서 흥정하는 것이 정치로 포장되는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면서 “미래통합당도 더 과거의 관행에 매달리지 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건 없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오늘 의총이 끝나고 곧바로 일하는 국회에 동의하는 제정당과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진압 명분 쌓는 트럼프 “폭도 뒤엔 ‘안티파’… 테러조직 지정”

    진압 명분 쌓는 트럼프 “폭도 뒤엔 ‘안티파’… 테러조직 지정”

    백악관, 실체 없는 극좌 ‘안티파’에 낙인 “트럼프 트윗에 극우파 ‘부갈루’ 폭력 촉발” 법적 근거 없어 정치적 역풍 맞을 가능성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건 이후 미국 140개 도시로 시위가 번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극좌 단체인 ‘안티파’(Antifa)가 폭력시위를 조장한 것으로 낙인찍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종차별에 들고 일어선 시위대 전체를 불법 폭력 집단으로 묘사하며 진압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폭도” “좌파집단”이라고 부른 트럼프의 트윗에 자극받아 극우성향 단체인 ‘액셀러레이셔니스트’(Accelerationist)가 총기를 들고 시위현장을 누비며 평화시위를 유혈, 과격시위로 변질시켰다는 주장도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안티파는 1980년대 영국에서 나치즘에 반해 만들어진 무장단체 ‘안티파시스트 액션’이 전신으로 반자본·반유대·반정부주의를 표방하는 극좌 단체의 총칭이다. 검은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고 마스크를 써 ‘블랙 블록’이라고도 부른다. 다국적 기업의 사유시설을 공격하는 장면을 인터넷에 올리고 인종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무력행사도 서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이들이 시위의 배후라고 단정했다. 또한 “주 방위군이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안티파가 이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신속하게 진압됐다”며 “첫날 밤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CNN에 “시위가 안티파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흑인이 정치적 지지 기반이 아니어서 강공 일변도 자세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안티파 배후설은 증거가 없고, 처벌 근거도 없다는 게 현재 관측이다. 키스 엘리슨 미네소타주 검찰총장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아무도 진실을 모른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안티파는 조직이나 리더가 없고, 실체가 있어도 테러법은 외국 단체에만 적용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평화적인 시위가 과격 양상을 띤 것이 속칭 ‘부갈루’로 불리는 극우집단 액셀러레이셔니스트들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이 거리에서 평화롭게 행진하는 시위대를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하거나 칼, 활 등 무기로 시위대를 겨누며 폭력 대결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들의 존재는 최근 코로나19 봉쇄에 반대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경제 재개 시위로 다시 부각됐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민주당)는 폭력 사태 발생에 백인 우월주의자나 마약 조직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NBC도 “부갈루들이 약탈자를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총기를 시위대에 들이대거나 조직적으로 시위대에 대응하자는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중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트럼프가 지난달 29일 시위대를 향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 시작”이라고 올린 것이 부갈루들에게 신호탄이 됐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트럼프를 향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제발 입 좀 다물라”고 쏘아붙였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안철수 “文정권 사람들, 정의·공정 기준 있는지 의심스러워”

    안철수 “文정권 사람들, 정의·공정 기준 있는지 의심스러워”

    安, ‘윤미향’ 언급 없이 정의연 사태 겨냥국회법 개정 통한 국회 윤리위 상설화 제언“윤리위원장 독립성·강력한 청문회 필요”이태규 “정파성 매몰된 시민운동 점검해야”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1대 국회에서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윤리위원회로 상설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국회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안 대표는 1일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윤리특위가) 지난 국회에서처럼 여야 싸움에 찌그러져 있는 명목상의 허수아비 기구가 아니라 국회 최고의 윤리 자정 기구로서 기능과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윤리위 상설화를 주장했다. 이어 “윤리위원장이 국회의장만큼 정치적 독립성과 권위를 존중받아야 우리 정치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면서 “국회법을 개정해 윤리위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 적용을 받는 보다 강력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렇게 된다면 국회가 스스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만 터지면 서초동(법원·검찰)으로 달려가고 헌법재판소 문을 두드리는 폐단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날 직접 ‘윤미향’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권 소속 일부 당선자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이 정권 사람들은 정의와 공정, 법치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와 기준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윤 의원을 겨냥했다.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윤리특위가 구성되는 대로 스스로 (윤 의원을) 제소해 결자해지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미래통합당에는 “국회의 제도적 자정기능 강화 관점에서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태규 의원도 윤 의원 비판에 말을 보탰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개시 전날 이뤄진 윤미향씨 기자회견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최소한의 증빙서류도 내놓지 않고, 중요한 부분은 검찰 조사를 핑계 대며 얼버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지나치게 정파성에 매몰된 한국 시민운동의 건강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대법 “양육비 액수 외 사용법까지 정한 건 지나친 제한”

    대법 “양육비 액수 외 사용법까지 정한 건 지나친 제한”

    이혼소송 1·2심 원고 일부 승소했지만대법 “양육비 부분은 다시 판단해야”이혼 소송에서 법원이 양육비 액수를 결정하는 것을 넘어 양육비의 구체적 사용방법까지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는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중 양육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B씨와 성격 차이, 자녀 양육 문제로 다투다 자녀 C씨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하고 B씨가 양육비를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1심은 C씨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A씨를 지정했다. B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면서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매달 50만원, 중학교 입학 때까지는 월 70만원,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월 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양육비 부분을 보다 구체적으로 변경했다. 우선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A씨가 월 30만원, B씨가 월 50만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또 양육비가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A씨(C씨) 명의로 새로운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라고 했다. 양육비는 이 계좌로 매달 10월 입급하고,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양육수당·아동수당 등도 이 계좌로 수령하도록 했다. A씨는 C씨의 양육과 관련된 비용을 이 체크카드를 통해 지출하고, B씨에게 지출내역이 담긴 계좌 거래내역을 매 분기마다 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은 “원고와 피고 모두 일정한 액수의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면 자녀의 복리가 저해되지 않으면서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원고에 의한 양육비 유용과 원고의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양육비를 투명하게 관리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2심 판결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이행할 의무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고, 추가적인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2심 판결에서는 원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면서 자녀의 명의를 부기하라는 것인지, 원고와 자녀 공동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라는 것인지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 “피고인 B씨에게는 예금계좌를 개설한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2심과 같이 양육비의 사용방법을 특정하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할 원고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서 “피고에게 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것도 분쟁을 예방하기보다 추가적인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판결을 다시 하라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In&Out] 전염병을 막아 주는 주거복지/강현수 국토연구원장

    [In&Out] 전염병을 막아 주는 주거복지/강현수 국토연구원장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자 각국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금지, 자택 대기, 자가격리 명령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일정한 거처가 없거나 좁고 비위생적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염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물리적 거리두기가 어렵다. 지금 같은 전염병 비상 상황에서 최소한의 위생 시설을 갖춘 독립된 주거 공간은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다. 주거에 대한 권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인 인권에 속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거복지 정책을 시행한 역사가 짧다. 그 결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도달한 지금도 많은 사람이 자가격리나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다.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100만 가구가 넘으며, 이른바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나 쪽방, 주택으로 분류되지도 못하는 판잣집,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같은 곳에 거주하는 가구까지 포함하면 200만 가구에 달한다.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지만 전체 가구의 3분의1 이상이 자기 집이 없는 무주택 임차 가구이며 이들 대부분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다. 뒤늦기는 했지만 주거복지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 사각지대 없는 주거복지망 구축을 목표로 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고, 주거복지를 전담하는 주거복지정책관을 국토교통부에 신설했다.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주거급여 확대 등을 위한 주거복지 재정도 늘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공공임대주택 투자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다른 모든 이슈가 사라진 와중에도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청년·신혼부부·고령가구 등 생애주기별 주거 지원 내용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2.0이 발표됐다. 선진국 수준의 주거 안전망 완성을 목표로 한 이 로드맵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전체 주택 재고의 10%에 달하는 240만호의 장기공공임대주택이 확보된다. OECD 평균 8%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뿐 아니라 앞으로 더 위험한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염병은 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를 주지만 전염병의 속성상 부자나 중산층이라고 안심할 순 없다.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 안전해야 나머지 국민도 안전하다. 모든 국민이 적어도 최저 주거 기준 이상의 주택에서 살 수 있어야, 주거복지와 의료복지 그리고 사회복지 전반이 촘촘히 연계돼야 앞으로 계속 나타날 전염병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처의 모범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주거복지와 주거권 보장에서도 세계적 모범 국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 전파포럼 ‘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까’ 속기록 4

    전파포럼 ‘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까’ 속기록 4

    지난 27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조동호 원장)의 제1회 전파(前派)포럼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을 남길 것인가‘ 속기록 네 번째다. 남북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낼 묘안 찾기가 논의 내용의 중심이다.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가장 근본적이겠지만 북한 정권의 성격이나 내구성 문제, 제재의 내구성을 둘러싸고도 인식의 차가 있다. 대화 상대로 인정하느냐 안하느냐로까지 번지는데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박철희 교수가 네 가지 얘기한 것에 더해 앞으로는 정말 북한 문제나 대북 정책이 정치적인 이용의 대상이 돼선 안된다. 과거보다 좋아진 부분은 물론 있다. 대북정책이 통일부만 하는게 아니다. 국방부도 튼튼한 안보 국방을 통해 북한에 대한 우리 나름대로의 견제도 하면서 협력도 한다. 외교부도 평화체제 등등 할일이 있다. 진보정부라 해서 안보국방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큰 그림은 같이 간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하는 게 있는데 인식 부분에서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정말 바뀌었다고 김성한 원장이 말했는데 정말 그렇다. 외교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북핵, 평화체제 등이 상대적 덜 주목되는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정책 현안의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초당적인 정책, 방향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현실적이다. 규범적으론 좋겠지만 우리 같은 분단국가에서, 애를 써볼 수는 있지만, 각자의 철학적 비전과 소신에 따라야 한다. 단지 인간이기에 한계가 있으니 반대 진영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필요에 따라 조정하면서 하면 된다. 때로는 전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전쟁은 안된다고 하는 것이 초당적인 것이다? 글쎄. 경우에 따라서는 붕괴의 길을 걷도록 공조하겠다거나 북한이 제대로 나오면 제대로 퍼주겠다고 할 수도 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국가로서의 북한도, 민족으로서의 북한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제3의 시각을 제안한 것이 보수에도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시장으로서의 북한’이었다. 그 제3의 시각을 제안할 때가 되지 않았나. 보수와 진보가 오래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균형 찾기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조동호 원장 현안을 얘기해보자. 한반도 비핵화프로세스 어떻게 해야 하느냐. 북한 핵 억제력 강화 밝혔는데, 왜 우리는 대북정책 드라이브를 거느냐. 전략 도발을 한다면 시기나 수위는 얼마나 예상하나.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뭐겠나?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면서 마지막 승부수 던지는 쪽으로 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가 만지고 있는 남북 철도, 금강산 등등 공허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국민들의 안정을 어떻게 지킬지다. 일차적으로 플랜B는 북핵에 대한 효과적 억제력을 갖추는 일이라 생각한다. 둘째로 제재를 해제하면 북한이 뭘 할 수 있다는 판타지는 벗어나야 한다. 제재를 해제하고 협력관계 맺고 대화 모드를 하면 북한은 알아서 핵을 포기할 것이라 보는 건 지나치게 순진하다. 세 번째는 북한 체제를 개혁과 개방으로 끌기 위한 인게이지다. 제재 채찍과 북한 체제를 전환할 수 있는 당근을 고루 구사해야 한다. 서주석 책임연구위원 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적 안정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확신한다. 우리도 실험하고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이든 여태까지의 남북관계에서 풀리지 않았던 것을 더 적극적으로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동호 원장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김기정 교수 현 정부가 이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일종의 부담 하나는 핵 능력이 더 고도화된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핵화를 목표에서 배제할 수도 없고. 미국은 비핵화를 한 뒤 평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우린 북미 끝날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평화를 통한 비핵화를 맞물려 함께 가는 것이 현 정부 입장이며 다음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속셈이 다를 수 있다. 조동호 원장 독자적인 남북협력은 어떻게 가능한가? 김성한 원장 북한의 시선은 여전히 워싱턴을 향해 있다. 서울이 아니다. 그걸 잊어선 안 된다. 김정은이 새로운 길 언급했지만, 결국 이 상태로 11월 3일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름 대규모 전략도발 얘기도 나오고, 북한이 워싱턴을 움직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데 99.9% 가있다. 그런 상황에 5·24 해제한들, 교류협력법 개정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제가 볼 땐 거의 0이다. 우리 정부가 북미관계의 촉진자 역할을 포기해선 안 된다. 대변인들 얘기를 보면 거의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성과를 내보겠다는 것인데 어떤 전략적 계산 아래 나오는지 내 머리로는 계산이 안 된다. 하노이 노 딜 때 북한은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모두가 분석했지만 사실은 제재 완화에 집중이 돼 있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 북한을 처벌과 보상의 대상으로 보는 한 남북관계 진전은 없다. 우리는 북핵을 컨트롤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억지도 하고 제재도 하고 동시에 개입을 한다는 건 판타지다. 북한이 어린아이인가? 잘하면 보상해주고? 그건 국제정치의 논리가 아니다. 전형적인 군축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서주석 책임연구위원 최근 통일부의 여러 대책은 정말 꽉 막혀서 나오는 얘기라고 본다. 내부적으로 동해북부선 철도나 교류협력법 개정이나 정말 이런 것이 안되니까 국내 상황부터 정리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할 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워낙 독특하다. 북한은 봉쇄됐고 우리는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국제 외교 다 안 된다. 남북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대북제재가 있는데 남북이 할 수 있는 것은 의료보건이라고 본다. 6·15 20주년인데 우리가 전해야 할 메시지 하나가 인도적 지원 아니겠는가? 이산가족 늘 제안했고, 성사된 적도 있고 안된 적도 있는데 상시 화상 상봉 준비해서 가자. 인도적 문제가 해결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국제제재가 직접 관여되지 않는 부분이 군사적 긴장완화에 일정하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한미가 동의한 부분이다.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흑인 살해 항의시위 생중계 흑인 기자도, 끔찍한 백인 경관도 체포

    흑인 살해 항의시위 생중계 흑인 기자도, 끔찍한 백인 경관도 체포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46)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 백인 경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사흘째 야간 시위가 이어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 상황을 생중계하던 CNN 기자가 체포됐다가 풀려난 일이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5시쯤 현장에서 앵커와 문답을 주고받던 오마르 히메네즈 기자를 경찰이 체포했다. 뜻밖에 체포를 당한 히메네즈 기자는 “내가 왜 체포되는 거냐”고 계속 물었지만 경관은 말 없이 수갑을 꺼내 그의 두 손을 뒤에서 채웠다. 히메네즈 기자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응하며 체포 과정까지도 차분히 중계하는 기자 정신을 발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탈이 일어나면 발포해도 좋다”는 취지의 글을 트위터에 올린 직후라 시 전역에 긴장감이 팽배했던 상황이었다. 경찰은 히메네즈 기자를 어디론가 연행해 간 뒤 현장에 있던 촬영기자 및 스태프까지 차례로 체포했고, 이 모든 과정은 CNN을 통해 생생하게 중계됐다. 카메라 기자가 체포에 응하기 위해 카메라를 아스팔트 위에 내려놓은 상태에서도 중계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미국 국민들은 경찰이 플로이드를 살해한 동료 경관은 놔두고 무고한 흑인 기자를 대신 체포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히메네즈 기자 역시 흑인이다. 다행히 그를 비롯해 체포됐던 CNN 스태프 모두 몇 시간 뒤 풀려났다. CNN은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항의했고, 팀 월츠 미네소타주 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날 아침 즉각 사과했다.한편 플로이드를 무릎으로 찍어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관 데릭 쇼빈(44)은 29일 체포돼 살인 및 우발적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미네소타주 사법당국은 앞서 문제 경관들을 기소하겠다는 입장을 뒤늦게 밝혔다. 쇼빈은 지난 25일 위조수표 관련 혐의로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 지나치게 강압적인 방식을 돌원했다. 그가 무릎으로 누른 시간은 당초 알려진 5분보다 훨씬 긴 무려 8분 26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한다. 쇼빈은 또 미니애폴리스경찰 내사과에 18건의 민원이 제기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구체적인 민원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연루된 경찰관 넷은 모두 파면된 상태다. 키스 엘리슨 미네소타주 검찰총장은 “인정받을 수 있는 유죄 판결을 확실히 받아내기를 원하고 불행히도 여기에 우리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찰·검찰은 물론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까지 수사에 착수했지만 연루된 경찰관들에 대한 혐의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다. 한편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현지 경찰서까지 불에 타면서 항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시위대의 방화와 투석 행위가 이어지는 등 시가전을 방불케 했다. 경찰 당국은 전날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시위 현장 인근 경찰서에 대피 명령을 내렸고, 시위대는 텅 빈 경찰서에 난입해 불을 지른 뒤 환호했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고통과 분노를 이해하지만, 약탈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폭동 사태는 미시시피강 건너 미니애폴리스를 마주 바라보는 ‘쌍둥이 도시’(트윈시티) 세인트폴로도 번졌다. 200여개 상점이 약탈당했고, 화재 수십건이 발생했다. 미네소타주는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 주 방위군 500여명을 투입했다. 시위는 10여개 도시로 번지면서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뉴욕주 뉴욕,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애리조나주 피닉스, 콜로라도주 덴버, 켄터키주 루이빌, 테네시주 멤피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오리건주 포틀랜드,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확산했다. 뉴욕에서는 경찰관 두 명이 뇌진탕을 입었고, 경찰은 폭행 혐의로 최소 72명을 체포했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는 총격 사건까지 발생해 7명이 다쳤다. 경찰 당국은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이 총을 발사하지 않았고, 시위대가 총격 사건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시위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체포됐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주의회 의사당을 향해 시위대가 총을 쏘는 상황이 빚어졌으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모인 수백명은 주의회 의사당을 훼손했고, 상점과 주택가 창문을 부수며 폭력 시위를 벌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39년 전 고문 트라우마 극복… 민주주의 기념 공간 ‘문지기’ 꿈 이뤄”

    “39년 전 고문 트라우마 극복… 민주주의 기념 공간 ‘문지기’ 꿈 이뤄”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박록삼 논설위원이 만났습니다1976년 지어진 치안본부(현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벌어졌던 공간이다.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의 죽음은 지독한 비극이었다. 그 비극으로 한국 현대사의 물꼬는 새로 트였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고 있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의 1976년 작품이다. 김수근은 한국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꼽히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을 둘러보면 일제와 독재정권에 부역한 시인 서정주(1915~2000)나, 나치 당원으로 활동했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이 연상된다. 지난 26일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남영역 바로 곁에 있어 전철을 타면 늘 무심히 지나치는 곳이다. 대공분실 건물 곳곳에서 실용적 목적과 예술적 감성이 접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육중한 철문을 지나면 무표정한 검은색 벽돌로 지어진 7층 건물(김수근 건축 당시에는 5층)이 나오고 그 뒤편에 부드러운 곡선을 활용해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만든 뒷문이 있다. 거기에서 시작된 나선형 계단은 2~4층을 거치지 않은 채 5층만을 연결한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건축가 김수근 작품 층수를 짐작조차 할 수 없이 규칙적으로 빙글빙글 돌며 오르게 했다. 중세의 원형 감옥을 떠올리게 한다. 유신 시절은 중세 못지않은 야만의 시대였다. 눈이 가려진 채 어딘지도 모르는 공간으로 끌려온 이들에게 세상의 끝에 홀로 내몰린 듯한 극도의 공포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5층에 있는 15곳의 취조실(고문실) 역시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지그재그로 만들어졌다. 5층의 창문 또한 나머지 층과 다르게 좁게 만들어졌다. 자살 방지 목적이었다. 취조실 문을 열어 놓아도 다른 방에서 고문받는 또 다른 동료와 눈빛조차 나눌 수 없도록 절묘히 만들어졌다. 또한 15개 모두 똑같은 고문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방들이지만 크기와 구조, 색깔을 각기 달리했다. 예술가로서 김수근은 개성 없음과 단조로움은 용납할 수 없었으리라. 그 실용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무수히 많은 ‘무고한 간첩’들이 만들어졌고, 누군가는 주검으로 실려 나가 의문사로 처리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수근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나기 한 해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떴다. 속죄의 기회도, 변명의 시간도 갖지 못했으니 영원한 논란의 대상으로만 남게 됐다. 공포와 불안을 극대화하도록 만들어진 공간. 그곳에서 많은 이들은 세상에 신이 없음을 원망하며 비명을 내질렀고, 살이 찢기고 뼈가 비틀리며 피범벅이 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마저 포기한 채 짐승처럼 바닥을 기어야 했다. ●2022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정식 개관 유동우(71)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40년이 흐른 지금 유씨는 이곳의 ‘보안관리소장’이다. 유 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공간을 둘러봤다. 2018년 12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경찰청으로부터 남영동 대공분실 부지와 건물을 넘겨받았고 민주인권기념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민주인권기념관은 2022년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그냥 직함이 그렇고, 그냥 문지기입니다. 백범 선생이 독립된 정부의 문지기를 하고 싶다 하셨잖아요? 저는 한국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공간의 문지기가 됐으니 백범 선생의 꿈을 대신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그는 1980년대 노동자 기록문학의 고전인 ‘어느 돌멩이의 외침’의 작가다. 노동운동, 학생운동 하는 이들의 필독서였고, 금서 목록에 들어 있었다. 또한 그는 1980년대 한국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의 핵심 활동가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노동 현장의 밑바닥을 전전하며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온몸으로 접하고 스스로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깨쳤다. 이른바 ‘학출’(대학생 출신 노동운동가)의 도움 없이 홀로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법을 공부했다. 이어 인천의 삼원섬유에서 민주노조를 만들었다. 당연히 해고됐고 구속됐다. 1980년 5월 결성된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의 핵심 지도부인 중앙위원으로서 전국을 돌며 노동자를 교육하고 조직화시켰다. 그는 1981년 8월 예비군 훈련을 받다 남영동으로 끌려왔다. 전두환 신군부는 전민노련과 전국민주학생연맹(전민학련) 등 처음 전국적으로 체계를 갖추고 진행된 노학연대 조직에 용공을 덮어 씌워 와해하고자 했다. 이른바 ‘학림사건’이다. 유 소장은 자신이 끌려왔던 5층 10호실로 데리고 들어가 39년 전 처참했던 기억을 생생히, 하지만 덤덤히 떠올렸다. “벽과 천장 모두 짙은 붉은색으로 칠해진 방이었는데 팬티만 남기고 옷을 다 벗기더라고요. 그리고 풍채 좋고 잘생긴 사람이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너 공산주의자지?’라고 묻고 ‘아니다’라고 했더니 다시 ‘그럼 사회주의자야?’라고 묻더라고요. 역시 ‘아니다’라고 하자마자 주먹과 발이 마구 날아왔습니다.” 조사관들은 그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한다. 유 소장은 한참 뒤에야 그가 누군지 알게 됐다. 일제 고등계 형사로 ‘고문왕’이었던 노덕술의 부하였으며,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상사였고, 훗날 김근태 고문, 박종철 고문치사까지 모두 깊숙이 개입한 박처원 전 치안감이었다. 그때부터 유 소장에게 시작된 집단구타, 물고문 등은 꼬박 37일 동안 이어졌다. 광주의 피 위에서 집권한 신군부에게는 ‘용공 반국가단체 사건’이 필요했다. 갈비뼈 세 대와 치아 네 개가 부러졌다. 발바닥부터 머리까지 온통 피멍이 들고 퉁퉁 부었다. 경찰병원 응급실로 세 번이나 이송돼야 할 정도였다. 유 소장은 “자살하기 위해 창에 머리를 밀어넣어 봤지만 15㎝쯤 되는 좁은 창폭으로 몸이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욕조 옆 콘크리트에 머리를 두어 차례 찍어 피가 줄줄 흘렀지만 죽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꺼운 철문 밑을 가리키며 “빨갱이가 되길 원하면 빨갱이가 돼야 했고, 국가 전복 음모를 원하면 그렇게 돼야만 이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아니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용공 조작을 시인하면 무조건 사형당할 것 같아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아내와 당시 갓 한 돌 지난 딸,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며 굴복하지 않았죠. 저들의 의도대로 자백하는 건 동료들에게도 또한 못할 짓이라 판단했죠. 물론 끝내는 항복했지만요.” 고문 후유증은 컸다. 전민노련 사건 구속 이후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노동계 상임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지만, 87년 13대 대선 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구로구청 사건’으로 다시 구속됐다. 오랜 시간에 걸쳐 몸과 가슴속에 깊숙하게 새겨진 폭력의 트라우마는 곪고 곪아 결국 터지고 말았다. “집에 혼자 있으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일이 많아졌고, 자꾸 총 들고 누가 잡으러 올 것 같은 두려움이 들어 집을 나가야만 했습니다. 노숙도 하고, 구걸도 하다 뒤늦게 연락받은 가족들이 찾아와서 데려가는 생활이 10년 가까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2012년 재심 전민노련사건 무죄 판결 국가가 개인에 남긴 폭력은 깊고 뚜렷했다.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소장 이화영)의 도움을 받아 집단심리상담을 받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좀더 정확히 깨달았다. 허리, 머리, 다리 등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국가폭력의 흔적에 대한 치료는 물론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의 정체 또한 분명히 알게 됐다. 2012년 재심을 통해 전민노련 사건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힘겨웠지만 고문 후유증 또한 극복해 냈다. 자신의 책 제목처럼 단단한 돌멩이처럼 옛 노동운동가로서의 정연한 논리와 기억력 또한 완전히 복원됐다. 당시 정치 조직 사이 운동 방향을 둘러싼 갈등 및 이론 논쟁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의 40여년 전 책이 이달 초 다시 복간됐다. 많이 팔릴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은 채 다시 책을 냈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부끄럽기만 하다. 누가 보겠느냐”고 짐짓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 이후 활동을 통해 직접 겪고 느꼈던 부분을 다시 책으로 써내면 어떻겠냐고 묻자 이번에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저야 지금은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지만, 당시 민주화운동 내부에서 있었던 미세하거나 분명한 차이가 지금도 현실 정치 등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민주주의가 한 걸음이나마 진전하도록 하기 위해 조금씩 정리하고 있습니다.” 성직자가 되고 싶었지만, 민주화운동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복판을 살아온 유 소장의 ‘또 다른 외침’이 기대된다. youngtan@seoul.co.kr
  • 밉상과 근성 사이… “오재원 같은 선수도 필요” vs “예의 지켜라”

    밉상과 근성 사이… “오재원 같은 선수도 필요” vs “예의 지켜라”

    두산 오재원이 지난 26일 SK전에서 보여준 스윙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평소 ‘밉상’과 ‘근성’ 사이를 오가는 그의 플레이로 인해 논란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오재원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2회 초 SK 투수 박종훈이 투구하려는 순간 타격 자세를 풀었고 박종훈의 공은 볼이 됐다. 가끔씩 타석에서 타격 의지가 없는 선수들이 비슷한 제스처를 보여준 사례의 일환으로 간주돼 심판과 상대 벤치는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팬들 사이에서 해당 행동이 스윙인지 아닌지 이슈로 떠오른 뒤 오재원이 27일 경기를 앞두고 “이슈가 되고 있어서 욕 먹는 것을 안다. 이유가 없진 않지만 내가 욕 먹는 게 낫다”고 말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할많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의 뉘앙스로 받아들여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다. 오재원은 경기 중 욕설 논란으로 ‘오식빵’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규정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플레이로 상대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 ‘밉상’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재원은 2015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시원한 빠던(배트 플립)을 선보이며 ‘오열사’라는 별명을 얻고 “우리팀 선수라면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악착 같은 플레이에 ‘근성’의 아이콘으로도 떠올랐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오재원이 상대 투수를 무시했다”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상대는 약속된 플레이를 펼치는데 일방적으로 리듬을 깨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경기 중 상대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모습이 은근슬쩍 용인되면서 경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문율’이 존재할 만큼 매너가 중요한 야구의 매너도 영향을 끼쳤다.한편에선 “오재원이어서 더 논란이 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다른 선수였으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났을 일이 오재원이어서 일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재원 같은선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피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지나치게 매너를 중시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꼭 미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엽 SBS해설위원의 현역 시절처럼 홈런을 치고 배트를 조용히 내려놓는 매너도 좋지만 시원하게 빠던을 선보이며 현장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승부를 위해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은 팬들에게 또다른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과거 롯데 외국인 타자였던 카림 가르시아는 열받으면 그 자리에서 방망이를 부러뜨리며 화내는 모습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현역 축구선수 시절 돌직구와 기행으로 유명했던 이천수도 상대 감독의 발언에 자극받아 여과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상대 선수의 비매너 플레이를 응징했던 행동들이 승부욕으로 재평가 받으며 팬들 사이에선 “저런 선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투수 출신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오재원의 입장에서 타이밍이 안 맞아서 내린 거라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투수 입장에선 최선을 다해 상대하기 위해 나섰는데 상대가 그런 행동을 보이면 진이 빠지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타자 출신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0-0 상황이었고 초구에 타이밍이 안 맞아서 배트를 내린 것으로 타자 입장에선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면서 “보는 시각에 따라 매너가 없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볼이 돼서 그렇지 박종훈이 스트라이크를 던졌으면 오재원이 손해다. 박종훈의 폼이 타이밍 잡기가 어려워 공을 한 번 본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규약에도 없는 ‘형벌 불소급’ 핑계로… 팬심 역주행하는 KBO

    규약에도 없는 ‘형벌 불소급’ 핑계로… 팬심 역주행하는 KBO

    음주 뺑소니 강정호 ‘1년 유기실격’ 징계 과거 일에 새 규정 적용 못한다는 KBO 정작 규약엔 “미규정 사항도 제재 가능” 정운찬 총재 주창 ‘클린 베이스볼’ 무색 KBO “자의적 판단 아닌 법리 검토 거쳐”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 강정호(왼쪽)의 음주운전에 대해 1년 유기실격(자격정지)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2016년의 음주운전 사고에 2018년에 신설된 음주운전 징계 기준을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27일 서울신문 확인 결과 KBO 규약에는 사실상 징계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또 KBO 총재가 직권으로 소급 적용해 징계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에 따라 KBO가 규약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해 음주운전 징계 수위를 낮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지난 25일 KBO 관계자는 3년 이상 유기실격의 중징계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벌위가 형법 불소급 원칙 등 법리적 문제 등을 고려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형벌 불소급 원칙은 법원 등 사법기관에서 적용하는 법리일 뿐이며, 사단법인인 KBO는 KBO의 규약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KBO 규약 부칙 제3조 경과규정에는 ‘KBO 규약 시행일 이전에 이루어진 모든 행위는 KBO 규약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는 신설된 규약을 소급 적용하거나 징계 양정 기준으로 삼았어도 KBO가 겪을 ‘법리적 문제’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부칙 제1조에는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KBO 총재 직권으로 국민 상식이 동의하는 도덕률에 기초해 충분히 적절한 징계 수위를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클린 베이스볼’을 주창한 정운찬(오른쪽) 총재의 KBO는 자신들이 만든 규약의 정신에 위배되는 논리를 제시하며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KBO 총재 아래 있는 상벌위원회에서도 경과규정 등 부칙 등을 알고 있고 충분히 법리적 검토를 한 뒤에 결정을 내렸다”며 “리그 상벌에 관한 최종 권한은 물론 KBO 총재에게 있고 총재는 경과 규정이 없어도 모든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역대 총재들도 상과 벌을 정할 때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각종 위원회로부터 조언을 받아서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상벌위에서는 법리적인 부분 등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전문위원이 모여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디지털 성범죄는 ‘성착취’… 피해자 중심 인식 전환 절실”

    “디지털 성범죄는 ‘성착취’… 피해자 중심 인식 전환 절실”

    지난 2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보기만 해도 징역형을 받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책으로 하나의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n번방 그 이후’를 논하기 위해 지난 26일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한 걸음’이라는 주제로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정보보호학과 교수와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장, 유정미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과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딸 키우는 엄마로서 ‘n번방’ 사건을 보고 매우 놀랐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워 삽시간에 법을 바꾸고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최경진 교수 지금까지 아이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대상으로 인식은 하면서도 구체적인 액션은 매우 적었다. 해외에서는 아동 성착취물을 만들면 갱생이 안 될 정도로 강한 처벌을 내린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 컨센서스가 필요한데 ‘n번방’ 사건이 그런 계기가 됐다.윤정숙 실장 10년 전쯤 아동·청소년음란물 소지죄가 막 도입돼 법무부에서 추가적 조치, 문제점을 고민하며 맡긴 수탁과제를 담당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아동 음란물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는, 아동 음란물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조두순처럼 접촉형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미국 법 사례를 들어보면 ‘아동에 대한 성착취’라는 형법 아래 세부 조항으로 ‘아동 음란물 소지·감상·배포’라는 구분이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성착취’와 연결시켜야 이 법 조항이 강화된다. 개념적인 틀 자체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 -이번에 바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기존에 ‘음란물’이라 부르던 것을 ‘성착취물’로 바꿨고 형량도 상한선 대신 하한선을 설정했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생각은. 윤 실장 ‘n번방’ 사태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성범죄자들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유형의 성범죄자들은 조두순, 김수철 같은 성범죄자보다 인터넷 접근 기회가 훨씬 많았다는 특징이 있다. ‘n번방’에 가담한 조주빈과 주변인들을 보면 10대, 20대가 많다. 이들이 성범죄를 행하는 공간이 인터넷으로 이동하면, 범죄자 입장에선 이 자체의 네트워크가 안전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인터넷 사업자, 사업자 관리 주체, 아동·청소년 보호법상의 규제가 얼마만큼 따라가고 있었는지 봐야 한다. 랜덤채팅 앱에서 성매매, 조건만남이 이뤄진다는 얘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지만 정부는 이제야 규제하겠다고 얘기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여러 가지 불법 행위, 규제 조치를 위해 정부와 관련된 인터넷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나오니까 관련 메신저 사업자들이 타격이 올까 봐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김승주 교수 법보다 선행돼야 하는 건 국민 인식이다. 법을 만들기 전에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은 아동 성착취물, 불법 음란물, 성인물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법안이 나오면 ‘한국은 야동 볼 자유를 구속하는 나라’라는 반론이 나오는데, 이는 법 취지를 잘 모르는 얘기다. 나는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니만큼 텔레그램 이슈를 논하고 싶다. 지금 텔레그램이 엄청 욕을 먹고 있는데 한때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떠날 만큼 칭찬받던 때가 있었다. 외국에서는 텔레그램을 보안 메신저라 하지 않고 ‘영장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보안장치’(Warrant-Proof Encryption)라고 말한다. 아동 성착취물 논의 못지않게 프라이버시와 공익 보호 사이에 절충안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 가야 한다. 언론이 계속 중심을 잡아 주면서 공론화해야 한다. -‘영장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보안장치’로서의 온라인 메신저에 대해 더 얘기해 보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최 교수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칼에 관한 비유를 많이 한다. 칼이 용도에 따라 요리 혹은 살인에 이용될 수도 있지만 칼 자체를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칼과 텔레그램은 다르다. 칼은 그 자체가 콘텐츠를 담고 있지 않지만, 온라인상의 텔레그램은 그 안에 내용과 의도를 담아서 유통된다. 오프라인에서 범죄가 이뤄졌을 때 영장을 집행할 수 없는 공간은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 온라인 공간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프라이버시를 주장한다. 어떤 경우라도 범죄가 발생하면 영장 집행이 가능해야 한다.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는 콘텐츠가 같이 결합된 도구라는 논리로 바라보면 일정 규제를 가할 수 있다. 특히나 아동·청소년에 관한 이슈는 전 국민이 모두 보호해야 할 권리로, 다른 것보다도 우선하는 가치다. 윤 실장 사이버 범죄는 어느 한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초국가적 범죄다. 초국가적 범죄가 잘 일어나는 나라를 보면 그 나라 사법 시스템이 약한 경우가 많다. 꾸준한 법 집행력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에 마약 유통망이 지나치게 집중된 이유는 관련 규제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범죄 퇴치에 있어 페이스북·구글 같은 민간 기업, 인터폴 등과 공조해 수사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마무리하자.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마지막 한 걸음’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김 교수 여성가족부 회의에서 들은 이정옥 장관 얘기가 꽤 일리 있었다. 여가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이걸 지표화해서 각 부서 기관 평가 때 반영하는 걸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단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안 된다. ‘n번방’ 사건만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군까지 다 포괄해서 같이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다.유정미 과장 여가부에서는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통해 기존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해서 교육의 중요성이 얘기되고 있는데 젠더 폭력 기저에는 성 평등 문제가 있다. 이를 성인이 돼 습득하려면 크게 효과가 없고, 어린 시절부터 체화돼야 커서 일상이 된다. 새달부터 교육부 및 17개 교육청과 디지털성범죄특별교육을 전국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1000회 실시할 예정이다. 최 교수 법을 항상 숭고하고 고결하게 바라보는데 현실적이지 않은 시각이다. 법이야말로 고도의 정치적 산물이다. 완벽한 법 만들려고 미루지 말고, 약간은 부족해도 가는 방향이 맞으면 만드는 게 맞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아직까지도 피해자 중심 정책이 부족하다. 사후에 신속하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삭제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가해자에게 과징금, 과태료를 부과해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유 과장 말씀하신 긴급지원서비스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 2018년 3월부터 디지털성폭력피해자지원센터가 생겨서 불법 촬영물 피해자가 오면 퍼져 있는 촬영물 삭제를 지원한다. 수사까지 갈 수 있는 채증도 해 주고, 피해자가 소송을 원하면 무료 법률 서비스도 지원한다. 사후 3년까지 지속적으로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데 시행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많이들 모른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연락처는 02-735-8994이고 24시간 지원되는 여성긴급전화 1366도 있다. 윤 실장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되리라고 본다. ‘n번방’ 사건에서 봤듯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지 않고도 그의 머릿속 구상만으로 피해자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외국의 그루밍 입법 사례를 보면 “사진 좀 보내 볼래?” 하는 식의 성적 의도를 가진 메시지를 송신할 때부터 무거운 처벌을 하는데 이를 참고해야 한다. 정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디지털 성범죄는 ‘성착취’… 피해자 중심 인식 전환 절실”

    “디지털 성범죄는 ‘성착취’… 피해자 중심 인식 전환 절실”

    지난 20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보기만 해도 징역형을 받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책으로 하나의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n번방 그 이후’를 논하기 위해 지난 26일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한 걸음’이라는 주제로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고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정보보호학과 교수와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장, 유정미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과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딸 키우는 엄마로서 ‘n번방’ 사건을 보고 매우 놀랐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일깨워 삽시간에 법을 바꾸고 인식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최경진 교수 지금까지 아이들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대상으로 인식은 하면서도 구체적인 액션은 매우 적었다. 해외에서는 아동 성착취물을 만들면 갱생이 안 될 정도로 강한 처벌을 내린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 컨센서스가 필요한데 ‘n번방’ 사건이 그런 계기가 됐다. 윤정숙 실장 10년 전쯤 아동·청소년음란물 소지죄가 막 도입돼 법무부에서 추가적 조치, 문제점을 고민하며 맡긴 수탁과제를 담당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아동 음란물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는, 아동 음란물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조두순처럼 접촉형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미국 법 사례를 들어보면 ‘아동에 대한 성착취’라는 형법 아래 세부 조항으로 ‘아동 음란물 소지·감상·배포’라는 구분이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성착취’와 연결시켜야 이 법 조항이 강화된다. 개념적인 틀 자체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 -이번에 바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기존에 ‘음란물’이라 부르던 것을 ‘성착취물’로 바꿨고 형량도 상한선 대신 하한선을 설정했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생각은.  윤 실장 ‘n번방’ 사태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성범죄자들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유형의 성범죄자들은 조두순, 김수철 같은 성범죄자보다 인터넷 접근 기회가 훨씬 많았다는 특징이 있다. ‘n번방’에 가담한 조주빈과 주변인들을 보면 10대, 20대가 많다. 이들이 성범죄를 행하는 공간이 인터넷으로 이동하면, 범죄자 입장에선 이 자체의 네트워크가 안전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인터넷 사업자, 사업자 관리 주체, 아동·청소년 보호법상의 규제가 얼마만큼 따라가고 있었는지 봐야 한다. 랜덤채팅 앱에서 성매매, 조건만남이 이뤄진다는 얘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지만 정부는 이제야 규제하겠다고 얘기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여러 가지 불법행위, 규제 조치를 위해 정부와 관련된 인터넷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나오니까 관련 메신저 사업자들이 타격이 올까 봐 몸을 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 김승주 교수 법보다 선행돼야 하는 건 국민 인식이다. 법을 만들기 전에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은 아동 성착취물, 불법 음란물, 성인물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법안이 나오면 ‘한국은 야동 볼 자유를 구속하는 나라’라는 반론이 나오는데, 이는 법 취지를 잘 모르는 얘기다.  나는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니만큼 텔레그램 이슈를 논하고 싶다. 지금 텔레그램이 엄청 욕을 먹고 있는데 한때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떠날 만큼 칭찬받던 때가 있었다. 외국에서는 텔레그램을 보안 메신저라 하지 않고 ‘영장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보안장치’(Warrant-Proof Encryption)라고 말한다. 아동 성착취물 논의 못지않게 프라이버시와 공익 보호 사이에 절충안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 가야 한다. 언론이 계속 중심을 잡아 주면서 공론화해야 한다. -‘영장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보안장치’로서의 온라인 메신저에 대해 더 얘기해 보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최 교수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칼에 관한 비유를 많이 한다. 칼이 용도에 따라 요리 혹은 살인에 이용될 수도 있지만 칼 자체를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칼과 텔레그램은 다르다. 칼은 그 자체가 콘텐츠를 담고 있지 않지만, 온라인상의 텔레그램은 그 안에 내용과 의도를 담아서 유통된다. 오프라인에서 범죄가 이뤄졌을 때 영장을 집행할 수 없는 공간은 없다. 그런데 희한하게 온라인 공간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프라이버시를 주장한다.  어떤 경우라도 범죄가 발생하면 영장 집행이 가능해야 한다.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는 콘텐츠가 같이 결합된 도구라는 논리로 바라보면 일정 규제를 가할 수 있다. 특히나 아동·청소년에 관한 이슈는 전 국민이 모두 보호해야 할 권리로, 다른 것보다도 우선하는 가치다.  윤 실장 사이버 범죄는 어느 한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닌 초국가적 범죄다. 초국가적 범죄가 잘 일어나는 나라를 보면 그 나라 사법 시스템이 약한 경우가 많다. 꾸준한 법 집행력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에 마약 유통망이 지나치게 집중된 이유는 관련 규제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범죄 퇴치에 있어 페이스북·구글 같은 민간 기업, 인터폴 등과 공조해 수사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마무리하자.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마지막 한 걸음’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나.  김 교수 여성가족부 회의에서 들은 이정옥 장관 얘기가 꽤 일리 있었다. 여가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이걸 지표화해서 각 부서 기관 평가 때 반영하는 걸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단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안 된다. ‘n번방’ 사건만 하더라도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군까지 다 포괄해서 같이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다. 유정미 과장 여가부에서는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통해 기존 정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해서 교육의 중요성이 얘기되고 있는데 젠더 폭력 기저에는 성 평등 문제가 있다. 이를 성인이 돼 습득하려면 크게 효과가 없고, 어린 시절부터 체화돼야 커서 일상이 된다. 새달부터 교육부 및 17개 교육청과 디지털성범죄특별교육을 전국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1000회 실시할 예정이다.  최 교수 법을 항상 숭고하고 고결하게 바라보는데 현실적이지 않은 시각이다. 법이야말로 고도의 정치적 산물이다. 완벽한 법을 만들려고 미루지 말고, 약간은 부족해도 가는 방향이 맞으면 만드는 게 맞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아직까지도 피해자 중심 정책이 부족하다. 사후에 신속하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삭제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가해자에게 과징금, 과태료를 부과해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유 과장 말씀하신 긴급지원서비스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 2018년 3월부터 디지털성폭력피해자지원센터가 생겨서 불법 촬영물 피해자가 오면 퍼져 있는 촬영물 삭제를 지원한다. 수사까지 갈 수 있는 채증도 해 주고, 피해자가 소송을 원하면 무료 법률 서비스도 지원한다. 사후 3년까지 지속적으로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데 시행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많이들 모른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연락처는 02-735-8994이고 24시간 지원되는 여성긴급전화 1366도 있다.  윤 실장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되리라고 본다. ‘n번방’ 사건에서 봤듯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가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지 않고도 그의 머릿속 구상만으로 피해자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외국의 그루밍 입법 사례를 보면 “사진 좀 보내 볼래?” 하는 식의 성적 의도를 가진 메시지를 송신할 때부터 무거운 처벌을 하는데 이를 참고해야 한다.  정리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KDI “SNS 이념 극단성, 정치인보다 심각”

    KDI “SNS 이념 극단성, 정치인보다 심각”

    유권자 대다수는 극좌·극우 성향 아냐 사표방지 위해 즉석 결선투표제 도입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와 인터넷 뉴스의 진보 또는 보수의 이념 극단성이 정치인보다 더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에서의 이런 극단적인 이념성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국의 여론 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SNS에서 보수 성향 이용자가 진보 성향이 강한 키워드를 쓴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반대로 진보가 보수 키워드를 쓴 경우도 2.7%에 그쳤다.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성향 키워드를 쓴 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이념적 극단성이 심하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인터넷뉴스도 마찬가지다. 보수 매체에서 진보 키워드를 쓴 비율은 1.2%, 진보가 보수 키워드를 사용한 경우는 4.4%에 불과했다. 이는 정파적 대립 관계가 명확한 국회의원보다 더 극단적인 비율이다. 국회 회의록(2015년)에 나타난 보수 의원의 진보 발언은 10.3%, 진보 의원의 보수 발언은 13.9%로 측정됐다. 이런 분석은 KDI가 다음소프트의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자리 및 실업 ▲북한 ▲조세·재정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보수와 진보 성향 키워드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예를 들어 역사교과서에 대해 보수는 ‘올바른 교과서’, 진보는 ‘국정교과서’란 표현을 쓰는데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키워드를 사용한 비율 등을 분석한 것이다. 국회의원 집계는 국회회의록의 텍스트 분석 자료를 이용했다. KDI는 진보와 보수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SNS를 주요 도구로 활용해 현실 정치와 온라인 여론 형성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치 양극화 현상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야 정당 간 이념 성향 간극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권자들은 아직 여론 양극화 현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KDI는 “정치인이 극단적 지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체 유권자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와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다양한 성향과 이해관계를 가진 유권자의 사표 방지를 위해 선호하는 순서대로 후보자를 표기하는 ‘즉석결선투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강정호 판결문으로 돌아본 KBO 징계의 부적절함

    강정호 판결문으로 돌아본 KBO 징계의 부적절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 강정호의 음주운전에 대해 1년 유기실격(자격정지)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2016년의 음주운전 사고에 2018년에 신설된 음주운전 징계 기준을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27일 서울신문 확인 결과 KBO 규약에는 사실상 징계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또 KBO 총재가 직권으로 소급 적용해 징계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에 따라 KBO가 규약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해 음주운전 징계 수위를 낮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법원이 공시한 판결문에 따르면, 강정호는 2016년 12월 2일 오전 2시 48분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사고 현장을 수습 없이 떠났는데 동승자였던 그의 중학교 동창 A씨가 혐의를 대신 뒤집어 쓰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다. A씨는 범인 도피 혐의로 강정호와 함께 재판을 받은 뒤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오전 2시 57분쯤 강정호가 묵은 서울 강남구 호텔 주차장으로 뒤쫓아 온 경찰에게 자신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진술했고, 같은 날 오전 3시 30분쯤 서울강남경찰서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블랙박스에 강정호가 운전한 것이 드러나자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조광국 판사는 판결문에 “사고 당시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허위의 진술을 하여 형사사법작용을 방해한 것으로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썼다. 다만 “피고인이 수사 진행 도중에 최초의 잘못된 진술을 바로잡아 실질적으로 형사사법작용 방해가 일어나지 않은 점,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들어 혐의를 참작했다. 일각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으니 죄의 경중을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도로시설물 수리비 665만 6606원, 택시 수리비 50만원, 에쿠스 승용차 수리비 870만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고 썼다. 자칫 파손된 가드레일에 부딪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고 방치된 장해물로 인해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당시 한 시민이 찍어 올린 사고 현장 사진이 확인된다. 그럼에도 KBO가 상벌위의 징계 결과 발표 직후 설명한 ‘법리’는 ‘강정호 봐주기’를 위한 도구로 악용됐다. 과거에 일어난 죄를 당시에 없던 법을 소급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은 형사처벌을 내리는 법원 등 사법기관에서 적용하는 법리다. 사단법인인 KBO의 규약은 그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즉, 사법기관의 유무죄 판단과 관계 없이 중대한 도덕적 결함이 발견된다면 더 무거운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KBO 규약 부칙 제3조 경과규정에는 ‘KBO 규약 시행일 이전에 이루어진 모든 행위는 KBO 규약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는 신설된 규약을 소급 적용하거나 징계 양정 기준으로 삼았어도 KBO가 겪을 ‘법리적 문제’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부칙 제1조에는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신설된 규약 없이도 KBO 총재 직권으로 국민 상식이 동의하는 도덕률에 기초해 충분히 적절한 징계 수위를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린 베이스볼을 주창한 정운찬 총재의 KBO는 자신들이 만든 규약의 정신에 위배되는 논리를 제시하며 경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KBO 총재 아래 있는 상벌위원회에서도 경과규정 등 부칙 등을 알고 있고 충분히 법리적 검토를 한 뒤에 결정을 내렸다”며 “리그 상벌에 관한 최종 권한은 물론 KBO 총재에게 있고 총재는 경과 규정이 없어도 모든 것을 할 수는 있지만 역대 총재들도 상과 벌을 정할 때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각종 위원회로부터 조언을 받아서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상벌위에서는 법리적인 부분 등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전문위원이 모여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유근식 의원, 포스트 코로나시대 뿌리산업 중요성 강조

    유근식 의원, 포스트 코로나시대 뿌리산업 중요성 강조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유근식(더불어민주당·광명4) 의원은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선도할 산업으로 뿌리산업이 유망하다는 전망이 잇따르자 미래 산업인재를 양성하는 특성화고에 대한 도 교육청의 지원정책도 시대적 흐름에 맞게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해 줄 것을 촉구했다. 유근식 의원은 지난 26일 교육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경기도교육청 미래교육국장과 면담을 갖고 “지난 해 불거진 일본수출 규제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산업구조가 자국 생산위주의 국산화 구조로 재편되면서 제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접이나 금형, 주조, 열처리, 표면처리, 소성가공으로 대표되는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업종으로 향후에는 일자리 창출과 산업성장을 주도하는 효자업종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면서 “도교육청은 현장이 필요로 하는 산업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특성화고 활성화 지원정책 마련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 의원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의 진로를 위한 직업교육이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고, 학부모들 역시 특성화고에 대한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이 막연한 부정적 인식으로 여전히 과거의 편견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제조업을 3D업종으로 경시하는 편견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라면서 “대졸자의 취업난은 극심한 반면 실제 산업현장에는 필요한 인력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인력난이라는 양극화를 우리 스스로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유 의원은 도교육청의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홍보가 연1회 조차 실시하지 않은 곳이 많음을 지적하며, 25개 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교육장 책임 하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학설명회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었다. 유 의원은 “일반계 고등학생에 대한 무상교육 전면 실시가 자칫 특성화고 신입생을 더욱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과거 특성화고 진학생 중에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장학혜택을 받고자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일반계 고등학교와 혜택의 차이가 없어진다면 특성화고 지원율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특성화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서라도 우수한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침체일로에 놓인 특성화고에 대해 2개의 전공을 동시에 이수할 수 있는 복수전공 도입, 장학제도 개편, 학과개편을 포함한 교육과정 개선 등 특단의 지원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와우! 과학] 멸종위기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몸집이 작아지는 이유

    [와우! 과학] 멸종위기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몸집이 작아지는 이유

    멸종위기종인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지구 반대쪽의 남반구에 서식하는 남방긴수염고래에 비해 몸집이 더 작고 건강상태도 양호하지 못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긴수염고래는 북대서양긴수염고래와 북태평양긴수염고래, 그리고 남방긴수염고래 등 세 종류로 나눠지며, 모두 몸길이가 10m를 훌쩍 넘어 20m에 달하는 개체가 있을 정도로 큰 몸집을 자랑한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연구진은 북대서양과 남반구에서 각각 긴수염고래가 주로 서식하는 지역에서의 서식환경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고래의 몸 크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북미대륙과 유럽-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북대서양에서 서식하는 북대서양긴수염고래는 남반구에 주로 서식하는 남방긴수염고래에 비해 몸집이 더 작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해당 지역을 많이 오가는 선박과의 충돌 및 이로 인한 부상이다. 낚시 도구 중에서도 바닷가재나 게를 잡기 위해 어부가 던져놓은 통발과 밧줄이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건강을 갉아먹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깊은 바다까지 흘러 들어간 통발에 몸이 걸린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통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결국 사냥할 힘이 부족해 성장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밖에도 지구온난화로 바다의 수온이 오르자 이 고래의 주요 먹이인 크릴 등 요각류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 역시 이 고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하루 평균 섭취하는 크릴의 양은 약 900㎏에 달하지만, 이 고래들은 먼 거리를 헤엄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개체 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안겼다. 2018~2019년,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북대서양긴수염고래가 낳은 새끼는 7마리에 불과하다. 양질의 먹이를 섭취하지 못하다 보니 남방긴수염고래에 비해 늦게 성적 성숙에 도달하고, 암컷이 새끼를 낳는 시기도 점차 늦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논문 소개 플랫폼 ‘유레칼러트’(EurekAlert)와 한 인터뷰에서 “남방긴수염고래의 개체 수가 1만~1만 5000마리 정도로 추정되는 반면,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개체 수는 410마리에 불과하다”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달라진 먹이 환경과 선박과의 잦은 충돌로 생긴 트라우마가 북대서양긴수염고래의 번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을 지나는 대형선박들이 뱃길을 바꾸거나 속도를 늦춰야 하고, 최대한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게나 바닷가재를 잡을 때에는 밧줄이나 통발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해양생물학 분야의 저명학술지인 해양생태학(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또 비무장 흑인, 경찰에 목 눌려 사망 “숨 쉴 수 없어요” 애원 안 통해

    또 비무장 흑인, 경찰에 목 눌려 사망 “숨 쉴 수 없어요” 애원 안 통해

    무장하지도 않은 흑인 남성을 가혹하게 체포해 질식사에 이르게 한 미국 경찰관 네 명이 해고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저녁 8시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위조수표를 지닌 혐의로 경찰에 강압적으로 체포됐다. 현장을 지나치던 행인들이 경찰의 가혹 행위를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알려져 메다리아 아라돈도 미네소타 경찰청장은 다음날 네 경관이 지금은 “전직 고용인”이 됐음을 알렸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러스 리처슨이란 행인이 촬영한 10분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경찰관 한 명이 무릎으로 흑인 남성의 목을 누르고 있고, 플로이드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쉴 수 없어요, 날 죽이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행인들은 경찰을 향해 흑인이 숨질 수 있다며 목을 누르지 말라고 외쳤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옆의 다른 경찰은 행인의 접근을 막기까지 했다. 고통을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이내 코피를 흘리며 미동도 하지 않아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졌다. 리처슨은 “경찰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울부짖던 흑인 남성을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죽였다”고 가혹 행위를 성토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음주 상태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물리적으로 저항했고,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사고로 용의자가 숨졌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연방수사국(FBI)과 미네소타 형사체포국(BCA)은 동영상을 통해 경찰의 가혹 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흑인 남성의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5분 동안 흑인 남성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며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경찰에 의해) 숨지는 소름 끼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경찰이 무려 5분 동안 이런 짓을 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소식이 급속히 퍼지면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현장 근처에 몰려와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흥분한 일부는 경찰을 향해 물병을 집어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고 스타 트리뷴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번 사건은 여러 모로 2014년 7월 뉴욕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에릭 가너(당시 43)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담배 불법 판매란 하찮은 혐의를 받던 가너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무려 11차례나 되풀이하는데도 경찰관은 그의 목을 풀어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당시에도 전국적으로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경찰은 사과했지만 사건 발생 5년 뒤인 지난해 8월에야 해당 경관을 해고하는 늦장 대응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반려견에 목줄을” 타이른 흑인 경찰에 신고한 백인 여성 해고

    “반려견에 목줄을” 타이른 흑인 경찰에 신고한 백인 여성 해고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다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라고 타이르는 흑인 남성을 경찰에 신고하는 등 지나치게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한 백인 여성이 직장에서 해고됐다. 글로벌 투자회사 프랭클린 템플턴은 26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어떤 종류의 인종차별 행위도 우리 회사는 용납하지 않는다”며 즉각 공무 휴직, 사실상 해고 조치를 단행한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에이미 쿠퍼란 이름의 이 여성은 W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크리스천 쿠퍼에게 “지나친 반응을 했다. 진솔하고 겸허하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반려견을 코커스파니엘 유기견 센터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처음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크리스천의 여동생 멜로디 쿠퍼는 문제의 여성을 ‘카렌’이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여성을 일컬을 때 흔히 쓰는 용어다. 새 관찰을 즐기는 크리스천 쿠퍼는 전날 아침 에이미 쿠퍼가 공원에서 유명한 가시덤불 지대를 산책하면서 견공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반려견이 덤불을 멋대로 헤치면 새들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말리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덤불 지대에서는 어느 때나 반려견에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일러줬다. 그런데 에이미는 반려견의 목 칼라를 붙잡고 다가오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을 그만 두라고 요구했다. 견공은 괴로워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몸부림을 치며 자유를 달라고 하지만 흥분한 그녀는 견공의 몸부림을 아랑곳 않는다. 크리스천은 두세 차례 가까이 오지 말라고 요청하면서도 계속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그러자 에이미는 “경찰에게 아프리카계 미국 남성이 내 목숨을 위협한다고 얘기하겠다”고 압박한다. 쿠퍼는 애원하듯 두세 차례 경찰을 부르는 일만은 하지 말라고 하지만 에이미는 끝내 경찰관과 통화하며 “난 가시덤불 지대에 있어요. 여기 아프리카계 미국 남성도 있어요. 자전거 헬멧을 썼는데 그가 동영상을 촬영하며 나와 내 반려견을 위협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뉴욕경찰청(NYPD) 대변인은 아침 8시에 관련 신고를 접수해 현장에 달려갔더니 두 사람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며 어떤 범죄도 없어 체포된 사람도 없다고 밝혔다. 센트럴파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견공들은 가시덤불 지대에서는 항상 목줄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에이미는 힘들어하는 반려견이 낑낑거리며 애원하는데도 목 칼라만 붙잡고 있어 동물을 학대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그녀는 나중에 결국 반려견에 목줄을 채웠다. 크리스천은 지난 2월 조깅을 하다 강도로 오인돼 백인에 의해 사살된 아머드 아버리(25) 사건을 떠올렸다. 그는 “우리는 아머드 아버리의 시대를 살고 있다. 흑인이라면 떠오르는 추정만으로 조준됐다. 난 그런 식으로 엮이지 않았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감사원 “지방이전 법인세 혜택, 특정기업 몰아줘”

    감사원 “지방이전 법인세 혜택, 특정기업 몰아줘”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면 법인세를 깎아주는 혜택이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쏠렸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을 대상으로 벌인 조세지출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조세지출이란 비과세·감면이나 세액공제 등을 통한 세제 지원이다. 수도권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면 법인세를 7년간 전액, 이후 3년간 50% 깎아준다. 감사원이 2015∼2018년 이 제도를 통해 법인세를 감면받은 법인 251곳(공공기관 제외)을 분석한 결과 전체 지원액(8361억원) 중 91%인 7041억원이 한 소프트웨어 업체와 도소매 업체 등 2곳에 집중됐다. 해당 업체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첫 7년간 법인세를 전액 감면하는 부분도 지나친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를 비교사례로 들었다. 이 단지 입주기업은 누적 투자액의 50%와 상시근로자 1인당 1500만원을 합한 금액이 법인세 감면 한도다. 반면 이번에 감사원이 들여다본 법인 중 8곳은 지방이전 인원 1명당 법인세 감면액이 연간 1억원 이상이었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조세지출 직전연도 실적과 다음연도 추정 규모 등을 담아 국회에 제출하는 조세지출예산서의 항목이 들쑥날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세지출에 해당하지 않는 ‘연금보험료공제’나 ‘연금계좌세액공제’ 등의 항목도 이 예산서에 포함, 2018년 기준으로 총액 중 18%(3조8654억원)가 과다 산정됐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역사는 기억과 투쟁과정, 교육은 매개체… 교육 살아야 나라가 산다

    역사는 기억과 투쟁과정, 교육은 매개체… 교육 살아야 나라가 산다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속의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노랫말 일부다. 그리스 독립을 위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연인을 생각하는 이 노래는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이자 나치에 저항한 레지스탕스로서 그리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데오도라키스의 작품인데 아그네스 발차가 불러 그리스 국민가요가 됐다. 광주항쟁이 벌써 40년을 넘겼다. 그에 앞서 4월혁명이 60년을 넘겼고 제주4·3항쟁은 70년을 넘겼다. 모두가 우리의 역사가 됐다. 광주항쟁은 폭도들의 난동으로 왜곡됐다가 민주화운동으로 제자리를 잡았다. 초기에는 실패한 항쟁으로 간주됐지만 7년 후 6월항쟁의 씨앗이 되고 원동력이 됨으로써 성공한 항쟁으로 역사 속에서 부활했다. ●한국 민주주의는 광주항쟁에 크게 빚져 1970년대 이후 우리의 민주화 과정은 유신군사독재에 대한 반대로 시작돼 부마항쟁, 10·26사태, ‘서울의 봄’으로 전개되다가 광주항쟁의 실패로 좌절되는 듯했지만 오히려 그 실패를 딛고 6월항쟁으로 되살아나 드디어 민주화를 이루는 고단한 과정을 거쳤다. 이런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광주항쟁에 크게 빚지고 있으며 우리 모두 광주에 빚지고 있는 셈이다.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진상규명이다. 광주항쟁을 대규모 학살로 물들인 신군부의 발포에 대한 진상규명은 아직도 미흡하다. 발포자는 있는데 명령자가 없다. 무고한 다수의 비무장 시민을 대상으로 발포를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금남로의 발포와 헬기 사격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 날 전남도청에 대한 유혈진압작전은 국민을 살육한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다시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됐다니 다행인데 40년이 지나도록 감추어져 있는 진상이 조속히 밝혀지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광주항쟁의 정신을 왜곡하고 피해자들을 능멸하고 유가족들을 아프게 하는 일체의 망언과 망동을 중단해야 한다. 회고록에서 거짓말로 일관하는 전두환은 광주학살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인데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다. 전두환은 광주항쟁을 ‘폭동’이라고 했고 이순자는 ‘전두환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했다. 지만원은 시민들의 저항을 북한군의 개입이라고 주장하면서 수많은 ‘광수’를 양산하고 있다. 광주항쟁 유공자를 괴물집단에 비유한 의원이나 광주항쟁을 폭동이라고 주장한 의원이 소속돼 있는 미래통합당은 무책임한 정당이다. 이러한 거짓과 망언이 활개치지 않도록 역사왜곡처벌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아직도 광주항쟁의 피해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민이 죽고 다쳤는지 정확하지 않다. 그 시기에 행방불명된 사람도 있고 행방불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진상이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망자가 어딘가에 암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거두기 어렵다. 이 모든 상황을 조사 활동만으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당시 가해자의 편에 섰던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40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용기 있는 고백’을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많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아베노믹스’의 실패로 일본의 경제적 우위가 흔들린다는 주장이 있는데 일본 젊은이들의 무기력증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우리 사회의 역동성이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근대 이후 치열한 체제 논쟁이 드물었지만 우리는 동학혁명 이후 100년 동안 무수히 많은 변동을 거쳤고, 특히 해방 이후 험난했던 민주화의 격동 과정은 역사 발전의 큰 동력이 되고 있다.●해방 후 민주화 과정은 역사발전의 동력 이런 점에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경제 발전, 산업 발전, 기업 발전, 기술 발전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역사가 잘 정리되고 그것이 교육으로 뒷받침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요건임을 알 수 있다. 역사가 바로 서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역사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사회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없거니와 그 동력을 발견할 수도 없다. 교육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교육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갓갓’과 ‘박사’가 대학 재학생이라는 사실을 교육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일전에 원로 학자 도정일 선생이 교양교육과 전인교육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사람이 되는 교육,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자 반성이다. 기술을 가르치려고 해도 사람이 된 다음에 가르쳐야 한다. 아무에게나 무술과 총기 사용법을 가르치면 흉악범이 된다. 칼이 의사에게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지만 강도에게는 흉기가 된다는 사실과 같은 이치다. 특히 교육은 그 본령에 충실해야 하는데 불법과 비리가 만연된 학교에서 오로지 지식과 기술만 강조하는 풍조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 풍조 아래서 수많은 ‘갓갓’과 ‘박사’가 양산되는 것이다. 적어도 교육자라면 갓갓과 박사가 한국 근대화의 산물이자 경쟁주의적 근대교육의 부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다시 사립학교법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립학교육성법의 모양을 띠고 있는 이 법이 기실 사립학교방치법이자 사학비리은폐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사립학교건전육성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깨달음이 없으니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지 않는 것이다. 학교 현장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과연 학생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공부하면서 미래의 꿈을 키우는 환경인지, 교수와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과 연구에 종사하는 환경인지 판단해야 한다. 학교가 학원과 구별되는 교육기관인 것은 철학과 근본이 있기 때문이다.●文정부 사학비리·대학 서열화 개혁 사라져 정부가 출범 초기에 사학비리, 대학 서열화, 사교육의 문제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인식이 많이 희미해진 모양이다. 대학 문제의 본질은 실종되고 프로젝트만 강조되고 사학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공영형 사립대학’ 이야기는 어딘가에 묻혀서 사라져버렸다. 도탄에 빠진 사학을 살리자는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는 무슨 잠꼬대 같은 말인가?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이 돈으로 환산된다는 말인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다하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그리스에 발차의 노래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있다. 백기완의 장편시 묏비나리에 김종률이 곡을 붙여 광주항쟁에서 산화한 영원한 대변인 윤상원과 먼저 간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바쳐진 노래다. 이 노래가 광주항쟁의 중심 무대였던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울려 퍼졌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을 포함해서 기념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광경을 보면서 역사가 기억과의 투쟁 과정이고 교육이 그 매개체라는 사실을 다시금 재확인했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다.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상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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