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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제2의 싼샤댐’ 건설에… 인도 뿔났다

    지난 6월 국경 분쟁으로 45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뒤로 전방위에서 충돌 중인 중국과 인도가 이번에는 ‘티베트의 젖줄’ 야루짱부강(2840㎞)을 두고 맞붙었다. 중국 정부가 이 강에 6000만㎾ 규모 수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밝히자 인도가 주변국과 손잡고 이를 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메콩강에 10여개의 댐을 건설하자 동남아시아 지역에 나타난 기후변화·수량부족 사태가 야루짱부강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옌즈융 중국전력건설집단(파워차이나) 회장은 지난 26일 중국수력발전공학회 창립 40주년 기념대회에서 야루짱부강 수력발전소 계획을 밝혔다. 옌 회장은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개발 계획에 이 지역에 대한 수력발전 강화 계획이 들어갔다”면서 “야루짱부강 하류에서 6000만㎾ 규모 수력을 활용하는 것은 인민의 후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후베이성 싼샤댐의 전력 설비용량이 2250만㎾인 점으로 보아 새로 지을 댐들이 상당한 크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야루짱부강은 히말라야 기슭에서 발원해 티베트 칭짱고원을 지나 방글라데시, 인도를 거쳐 벵골만으로 흘러간다. 인도에서는 ‘브라마푸트라’로 부른다. SCMP는 “중국과 인도가 히말라야 국경 분쟁지역에서 유혈 충돌을 벌인 직후 야루짱부강 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 안 그래도 중국에 화가 나 있는 인도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 매체 유라시안타임스는 “이제 중국이 인도에 ‘액체 폭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자국 댐에 지나치게 많은 물을 가둬 인도 지역에 일시적인 가뭄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호주인도협력기구(IAIE)의 라지브 란잔 차투베디 연구원도 “앞서 인도와 중국은 브라마푸트라강 수자원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정보를 제때 제공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사회과학원 쉬리핑 동남아연구센터장은 “중국에 대한 인도의 신뢰가 매우 낮기 때문에 중국이 무엇을 하든 인도는 중국의 말과 행동을 믿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번 발전소 계획을 추진하면서 이웃 나라들의 비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각별히 투명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런던경찰청, 80년대 스리랑카 내전 학살 도운 英 용병회사 수사

    런던경찰청, 80년대 스리랑카 내전 학살 도운 英 용병회사 수사

    영국인 용병들이 1980년대 스리랑카 내전 때 타밀 분리주의 반군과 싸우는 스리랑카 경찰들을 훈련시키고 공군 전력을 훈련시킨 전범 혐의로 런던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BBC가 30일 보도했다. 민간인 경호업체 키니 미니 서비스(KMS)란 회사가 스리랑카 경찰의 엘리트 부대인 스페셜 태스크포스(STF) 부대원들에게 단순한 군사 훈련을 넘어 타밀족 민간인을 재판 없이 즉결 처형하는 등 인권을 유린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의심을 규명한다. 런던경찰청은 영국에서 전범이나 인권 유린을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긴 하지만 영국 용병 회사를 전범 혐의로 수사하는 일은 처음으로 보인다. 경찰청 대변인은 지난 3월 전범 행위가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거쳐 어느 정도 혐의를 확신하고 수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KMS가 스리랑카 내전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한 이는 언론인 필 밀러였다. 지난 1월 그의 책 ‘키니 미니-전쟁범죄를 저지른 영국인 용병들(Keenie Meenie: The British Mercenaries Who Got Away With War Crimes)’을 보면 기밀이 해제된 영국 정부 문서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획득한 자료들에 충분히 제시돼 있다. 그는 문서 공개가 내전 당시 조국을 탈출해 런던으로 도피한 20만명의 타밀족 공동체가 힘을 합친 성과라고 털어놓았다. 밀러는 “수많은 타밀족 사람들이 1980년대 난민으로 전락한 것은 KMS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헬리콥터 사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영국인 용병이 조종하는 헬리콥터에서 사격을 자행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은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영국 공수특전단(SAS) 장교였던 데이비드 워커(78)가 창설한 KMS는 지금은 문을 닫아 존재하지 않지만 워커는 후신 기업인 켄싱턴의 살라딘 보안회사의 국장 중 한 명으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관되게 KMS의 누구도 스리랑카 전범 행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대변인은 “데이비드 워커나 KMS 유한회사 직원이 1980년대 스리랑카에서의 전쟁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기본적으로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살라딘 보안회사는 KMS와 완전히 별개의 회사이며 스리랑카에 아무런 관련된 사실이 없다. 워커는 주주도 아니고 KMS 국장도 아니다”면서 “(런던경찰청의 전범) 수사반은 살라딘이나 워커의 도움을 아직 청하지 않았지만 요청이 오면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리랑카 내전은 26년의 유혈 충돌 끝에 2009년 5월 정부군이 타밀 호랑이 반군을 격퇴하면서 막을 내렸다. 내전은 불교를 믿는 싱할라족이 주도하는 정부군과 분리독립을 바라는 타밀 반군이 충돌한 전쟁이었다. 대략 10만명이 희생됐으며 2만명 정도가 실종됐는데 대부분 타밀족이었다. 유엔은 내전 말미에 양쪽 모두 학살에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내전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랬지만 처음에는 타밀 반군이 일방적으로 당했다. 연초에 이 나라 대통령은 실종된 이들 모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의 이간질 리더십과 선택적 침묵/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의 이간질 리더십과 선택적 침묵/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7400만명의 지지를 받고도 재선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그를 “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규정했지만,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이 4년 전보다 1100만명이 늘어났다. 친구인 동맹을 갈취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자국민이 27만명 넘게 사망하는 등의 악정(惡政)에도 트럼프의 위력이 가공할 만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줬다. 하지만 미국 의회도 실패한 트럼프 탄핵에 미국인이 사상 유례없는 열기로 나섰다. 미국이 트럼프를 해고한 가장 큰 이유는 자국민을 적으로 삼는 이간질 리더십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미소 냉전에서 이긴 미국은 1990년대 이후 내부의 역량을 모을 외부의 적을 잃어버렸다. 내부 지향적으로 변한 미국은 소위 ‘문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독교 복음주의 윤리를 강조하는 보수파는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샐러드볼’을 강조하는 리버럴은 문화적 다양성을 중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이 맞닥뜨리는 전선은 총기 규제와 낙태 문제에서 나아가 동성애와 마약 합법화, 오바마 케어 등에 이르는 이슈로 가히 이념 전쟁이다. 이런 의제들은 미국의 정체성 문제이니 논쟁을 거듭하면서 철학적, 문화적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 냈다. 현실 정치인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없는 적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외부의 적을 만든 것을 딱히 비난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가 만든 대표적인 적은 중국이다. 냉전시대 소련의 자리에 중국을 치환시켰다. 실제로 미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도전하는 중국과 신냉전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저학력의 백인 미국인은 자신들의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가 중국 때문에 사라진다고 여긴다. 배설구로써 미국인들의 지탄 대상이 여기까지였다면 트럼프가 재선됐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트럼프가 만들어 낸 또 다른 적은 바로 자기 나라 국민이다. 이미 미국민이 된 히스패닉과 소수 인종을 범죄자 취급했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진보를 극좌로 몰아붙였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절박한 외침에 백인 우월주의자인 트럼프는 “증오”라고 몰아붙였다. 그가 올해 독립기념일 ‘큰 바위’ 얼굴인 러시모어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 영웅들이 나치와 파시스트, 공산주의에 승리했듯 “지금은 극좌, 무정부주의자, 약탈자들을 물리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한 트럼프 리더십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으로 판단한 미국인 8000만명이 그를 심판한 것은 더욱 놀랍다. 트럼프의 이간질 리더십의 무기는 8800만명의 추종자를 둔 트위터다.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국제회의 도중에도 국민을 편가르는 주장을 날리다 요즘엔 “투표 사기”라는 억지를 부린다. 트럼프의 거짓말에 이골이 난 트위터가 오죽하면 그의 트윗을 숨김 처리까지 할까. 트럼프 추종자들은 이성이 마비된 광신도처럼 언론이나 전문가의 과학적 견해보다 그의 트윗을 닥치고 믿는다. 국민을 이간질하는 리더십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적폐니 토착왜구로 편가르고, 광화문 집회 참석자인 국민을 ‘살인자’로 비난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도 분열적이다. 트럼프의 시도 때도 없는 트윗과는 달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이전투구와 같은 현안을 정리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침묵하는 것도 이간질 리더십이다. 서로 싸우게 하는 리더십은 민주주의 위기라고 판단해 트럼프가 버림받은 것을 우리 정치권은 곱씹어야 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주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지켜내는 것이란 것을 보여 줬다. chuli@seoul.co.kr
  • 1500년 버텨온 ‘동방의 금자탑’… 만년 굳센 고구려 축조기술

    1500년 버텨온 ‘동방의 금자탑’… 만년 굳센 고구려 축조기술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 고구려 고분 유적1966년 1만1280기… 현재 6854기만 남아1~2세기 계장식·3세기 계단식 적석총 발전최종단계 모습 갖춘 ‘장군총’ 형식 완성北 “장수왕”… 南 “광개토왕” 묘주 이견200t 횡압 견딘 정교한 기술로 원형 유지적절한 거대함에 정교한 세부기법 백미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시는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국내성이 있던 곳이다. 왕국의 수도는 성곽과 왕궁과 왕릉을 갖추어야 한다. 퉁고우(通溝)성이라 부르는 성곽이 바로 고구려 도성의 성곽이며, 시정부 청사 부근이 왕궁 터다. 그리고 십여기의 대형 왕릉이 산재하고, 그 최후의 완성작인 장군총이 우뚝 서 있다. ●국내성, 묘분총릉으로 남은 도성 첫 수도 졸본성은 현재 랴오닝성 환런(桓仁)현 오녀산성으로 비정한다. 고구려라는 이름은 ‘고구리’에서 왔고, ‘높은(高) 고을(구리)’이라는 뜻이다. 첫 수도의 지형이 곧 나라 이름이 됐다. 도시국가적 성격이 강했던 고대의 국(國)이란 도성을 뜻하는 한자이며, 국내(國內)란 ‘도성 안’이라는 의미의 땅 이름이다. 2대 유리왕이 서기 3년에 천도한 국내성은 20대 장수왕이 427년 평양으로 천도할 때까지 425년간 수도였다. 평양 천도 후에도 평양성, 한성(황해도 재령 비정)과 함께 고구려의 큰 중심 도시로 군사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668년 연개소문의 장남 남생은 형제 간의 권력투쟁에 밀려 국내성에 은신했고 당나라에 부역해 고구려 멸망에 앞장섰다. 이후로는 중국계 왕조의 영토가 되어 한국사의 범위에서 사라졌다.현존하는 국내성 일대의 중요한 유적은 거의 흔적만 남은 국내성과 환도산성의 성곽, 광개토왕비, 그리고 수많은 고분들이다. 고구려 고분은 1966년 조사 때 1만 1280기였는데, 1997년 통계는 6854기뿐이니 최근까지도 참담할 정도로 멸실되어 왔다. 600여년간 조성했던 고분들이 1400년 동안 파괴의 역사를 겪어 남은 것이 이 정도로, 전성기에는 최소 2만기 이상의 방대한 유적이었을 것이다. 5세기까지는 봉분을 돌로 쌓은 적석총, 그 이후는 흙으로 쌓은 봉토분으로 조성됐다. 국내성 일대에 현존하는 적석총, 즉 돌무지 무덤은 1700여기이며 추정 왕릉들은 모두 적석총이다. 무용총, 각저총 등 벽화로 이름 높은 무덤들은 돌방을 흙으로 덮은 봉토분들이다. 고고학에서 묘란 크고 작은 모든 무덤이며, 분총릉은 왕릉급 대형 무덤을 뜻한다. 그 가운데 매장자가 확실한 것은 릉, 매장자는 모르나 특징적인 유물이 출토된 것은 총, 매장자도 모르고 특징물도 없는 것은 분이라 부른다. 국내성 일대 왕릉으로 추정되는 대형 무덤은 13기 정도인데 서대묘, 칠성산211호분, 장군총, 태왕릉 등으로 다양하고 혼란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까닭이다.크고 높은 왕릉을 만들기 위해 초기에 발달한 축조법은 계장(階墻)식이다. 급경사지에 기대어 높은 돌담을 쌓고, 점차 낮은 돌담을 덧붙여 쌓는 방법이다. 완공되면 마치 아랫단부터 쌓아 올린 피라미드와 같은 모습이 된다. 국내성 일대의 계장식 적석총은 1~2세기에 조성된 마선구 626호분, 칠성산 871호분 등이다. 3세기부터는 완만한 경사지나 평탄지에 아래부터 여러 석단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계단(階段)식 적석총이 나타난다. 그리고 최종 단계인 천추총, 태왕릉, 장군총에 이르러 그 형식을 완성했다. 이 세 무덤은 7~11단을 계단식으로 쌓았고, 중간 단에 돌방을 만들어 관을 안치했다. 또한 최상단 위에는 기와집을 세웠던 흔적이 있다. 계장식 적석총은 밑변 길이 40여m, 높이 5m 이상의 큰 규모였고, 장군총을 제외한 계단식은 더 커져 밑변 60여m, 높이 10m 이상이었다. 대부분 붕괴되어 돌무지 언덕과 같이 남았지만, 뛰어난 기법으로 쌓은 장군총만은 그 온전한 모습이 남아 ‘동방의 금자탑’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금자(金字)탑이란 피라미드의 한자어다.●장군총, 동방의 금자탑 ‘장군총의 묘주가 어느 왕인가?’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서쪽 1㎞에 떨어진 태왕릉이 광개토왕릉, 장군총은 장수왕릉이라는 추정이 중국과 북한의 주류 의견이다. 그러나 평양 천도 64년 후에 죽은 장수왕이 굳이 국내성에 묻힐 이유가 없다. 따라서 장군총은 광개토왕릉이고, 태왕릉은 그 아버지 고국양왕릉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태왕이란 중국의 황제에 버금가는 고구려식 존호였고, 광개토왕뿐 아니라 고국원왕, 고국양왕도 태왕이라 불렀다. 밑면의 한 변 길이 31.6m, 높이 12.4m 규모다. 모두 7단을 쌓았고, 제4~5단에 석실을 만들어 묘실을 노출시켰다. 무덤의 표면은 잘 다듬은 사각형 큰 돌들을 쌓아 마감했다. 1100여개 마감돌 중 큰 것은 길이 5.7m, 너비 1.1m의 거석이다. 정방형 석실의 천장은 5평이 넘는 거대한 판석으로 덮었다. 제7단 위에 난간 구멍과 초석들이 있어 목조 기와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고, 중남미 마야의 피라미드는 제단이었다. 장군총을 비롯한 계단식 적석총 정상에 제사용 건물이 있었다면, 이집트와 마야의 기능을 합친 복합형 피라미드가 되는 셈이다. 장군총 뒤에는 2개의 작은 적석총 폐허가 나란히 남아 있다. 이른바 배장묘로 장군총 묘주와 밀접한 관계인의 무덤이라 보인다. 그 옆에 좁고 긴 돌무지 면이 있는데 제사를 지내던 제대로 추정한다. 제대를 가진 적석총이 대개 11기이고, 제대는 왕릉의 필수 요소였다. 무덤 주변으로 잔자갈을 넓게 깔아 묘역을 만들었고, 그 바깥으로 돌담을 둘러 묘역을 보호했다. 완성된 고구려의 왕릉을 그려 보자. 광활한 벌판에 능장을 둘러 독립된 묘역을 조성하고 배장묘와 제대를 부설한 뒤, 그 중심에 우뚝한 적석총이 산과 같이 모습을 드러낸다. 장군총이 아직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비밀은 정교한 축조기술에 있다. 우선 지하를 깊고 넓게 판 뒤 돌들로 단단히 다져 기초층을 만들었다. 기초부 자연석의 형태에 맞추어 1층 기단석들을 깎는 그렝이 기법을 사용했다. 모든 마감석 상부 끝 모서리에 돌출된 돌턱을 만들어 윗돌이 밀려나는 걸 방지했다. 돌을 많이 쌓으면 수직압력뿐 아니라 옆으로 밀치는 횡압력이 발생한다. 이전의 거대 적석총들이 붕괴된 가장 큰 이유다. 그렝이질과 돌턱은 횡압을 견디는 견고한 장치다. 제1층 석단에는 거대한 호분석을 기대 놓았다. 한 변에 3개씩 모두 12개에 이르는 호분석은 무덤의 총체적 횡압을 견디는 버팀돌이다. 하나의 무게가 20t 정도이니 어림잡아 200여t의 횡압을 1500년 동안 버텨 온 것이다.●고구려의 미학, 거대함에서 적정함으로 장군총의 주인공으로 회자되는 광개토왕이나 장수왕은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구가한 왕들이다. 그 이전의 고구려는 잦은 외침으로 수도까지 함락당할 정도로 국력이 충분치 않았다. 왕권과 국력으로만 따진다면 훨씬 더 거대한 왕릉을 만들 수 있었지만, 장군총은 오히려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직전의 태왕릉은 한 변이 66m, 장군총은 그 절반이다. 이전의 모든 거대 적석총은 무너졌지만 4분의1 면적으로 축소된 장군총은 무너지지 않았다. 앞서 말한 정교한 기술들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규모를 축소해 돌의 총무게를 줄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거대함 속에는 늘 붕괴의 위험이 도사리게 된다. 태왕릉에서 출토된 전돌에 이렇게 쓰여 있다. “태왕릉이 산악과 같이 안정되고 견고하길 소망합니다.” 천추총에서도 문자 전돌을 발견했다. “천추와 만년의 세월 동안 견고하기를.” 무너질 줄 알면서 왜 그리 거대하게 쌓았을까? 권력이 약하면 허장성세가 커지지만, 충분히 강해지면 안팎이 일치하는 균형을 잡게 된다. 이전의 적석총들이 지나치게 커서 축소된 것으로 보일 뿐, 장군총 역시 거대한 크기다. 오히려 적절한 거대함이라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정교한 세부 기법으로 충만하다. 아름다운 거인이며, 세련된 군왕이다. 장묘법은 가장 바뀌지 않는 풍습이어서 종족적·지역적 문화의 지표가 된다. 그러나 고구려의 묘제는 단순 돌무지무덤에서 출발해, 계장식 적석총으로, 그리고 거대한 계단식 적석총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장군총은 거대 형태를 추구한 적석총의 완성작이자 최후작이다. 이후의 고분들은 묘실 안을 화려하게 장식한 봉토분으로 바뀐다. 이제 무덤은 겉보기 대상물이 아니라 내세의 행복을 위해 은밀하게 준비된 실내가 된다. 허장에서 내실로, 현실에서 이상으로, 거대함에서 적정함으로. 장군총은 그 역동적 변화의 씨방이었다. 또한 고구려 문화의 풍부함과 역동성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남겨진 화석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벌금형 넘어 사업주 형사처벌… ‘죽음의 행렬’ 멈출까

    벌금형 넘어 사업주 형사처벌… ‘죽음의 행렬’ 멈출까

    ‘2013년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 사고,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올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 용인 SLC물류센터 화재 사고….´ 우리나라에서 한 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2400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해마다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막겠다며 국회에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한창이다. 산안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민주당 박주민·이탄희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각각 제정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당론 채택을 망설이던 민주당은 지난 20일 “사실상 ‘당론’으로 볼 수 있다”며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주 별도 법안을 내놓기로 했다. 입법 과정에서 논의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고, 중복·과잉 문제를 비롯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항도 있다. 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의 차이점과 상호 관계, 법안을 둘러싼 논쟁을 짚어 봤다.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 범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수의 피해자를 낸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즉 기업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도급, 위탁의 경우에도 그 형식을 불문하고 실질적인 사용자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자’로 정했다. 중대산업재해를 발생시킨 법인에 대해서도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물론 현행 산안법도 사업주의 각종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위반 사항이 드러나면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업장 안전·보건 책임을 책임자급이나 말단 관리자에게 위임해 놓는 경우가 많아 경영책임자 등은 처벌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개정 산안법은 이미 존재하는 산안법의 틀 안에서 사업주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대신 사업주와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부과하는 벌금의 하한액을 개인 500만원, 법인은 3000만원으로 규정해 처벌을 강화했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한 번에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숨지거나 1년 동안 3명의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최대 100억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벌금을 높여도 법원이 형을 낮게 선고하면 그만이니 법원을 통하지 않고 행정처분으로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과징금’을 도입한 것이다.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두 법은 목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에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할 포괄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는다면, 산안법은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위험 요소에 대한 안전 의무 조치를 정하고 각각의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안법만으로는 노동자의 안전 보호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이중 그물망을 쳐 기업의 최고책임자와 법인을 처벌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대안으로 산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지만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한 장 의원도 두 법안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지난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중대재해법에서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산안법 등에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산안법이 더 꼼꼼하고 튼튼해져야 중대재해법이 제정됐을 때 더 빈틈없이 처벌할 수 있는 구조로 두 법안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 사람이 다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사망 시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고, 상해 시 3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만약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지 않고 산안법 개정안만 국회를 통과한다면 노동자 사망 시 사업주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 의원이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의 문제는 동시에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을 때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라며 “산업현장에서 동시에 3명 이상이 사망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 이렇게 따지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사례가 거의 없어 실효성이 없다. 과징금을 사고의 경위에 따라 여러 액수로 구성해 1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서도 처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시설점검이나 현장감독 등 안전 직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를 야기한 결재권자인 공무원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규율 대상에 사업장만이 아니라 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을 포함하고, 적용 대상도 종사자뿐 아니라 이용자로 확대했다. 기업의 위험 방지 의무 위반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 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다만 이러한 규정들이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교수는 “산안법에도 징역형, 벌금형, 과태료 등이 다 있는데 징역형은 선고되는 사례가 1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결국 이렇게 특별법을 만들어도 법원이 선고하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입법 취지에 맞게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꾸준히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유사한 유형의 과실범, 안전 의무 위반범에 대한 법정형에 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의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검토보고서에서 “중대재해 발생이라는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일반법으로 볼 수 있는 산안법에서 처벌되지 않은 자를 특별법을 만들어 처벌 범위 내에 포함시키면서 기존 일반법의 처벌 대상자보다 더 과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 처벌 조항 역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직무유기는 범죄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 벌금형으로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산안법에 처벌 규정이 있어도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던 원인을 따져 봐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를 넘어 사회적 재난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법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10만 국민청원을 통해 만들어진 법안이라는 데 대한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지구온난화로 온대지역 낙엽 빨리지고 여름, 겨울만 남는다

    [달콤한 사이언스] 지구온난화로 온대지역 낙엽 빨리지고 여름, 겨울만 남는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 속도는 쉽게 늦춰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이동과 경제활동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최근 세계기상기구(WMO)의 분석결과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식물의 식생까지 변화시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기후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 같은 가운데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통합생물연구소, 독일 뮌헨대 시스템 원예학 및 세균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수록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단풍이 빨리 들고 낙엽도 빨리 떨어질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세계적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자에 실렸다.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대지역의 나무들은 낙엽 지는 속도가 늦춰지면서 기후변화 속도를 다소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해 왔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1948년부터 2015년까지 중부 유럽에서 자라는 수종의 장기 관찰 결과와 개별 나무의 이산화흡수 능력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평균 온도 상승은 봄과 여름철 나무의 성장식의 생산성을 급격히 높임으로써 조기 노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침엽수가 아닌 경우 단풍이 빨리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잎에서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나무 한 그루가 흡수하고 사용할 수 있는 탄소량을 넘어서게 됐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나무들은 이산화탄소를 더이상 흡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잎을 빨리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다. 수목의 탄소조절 능력이 낮아지면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속도와 기후변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예측됐다. 이럴 경우 계절적으로 여름과 겨울만 남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콘스탄틴 조너 ETH 교수(생태학)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산화탄소 저장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수목들의 식생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는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더이상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삼림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같은 오염물질 배출을 직접적으로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니 아동 성폭행범, 공개 회초리질 146대에 “살려달라” 애원

    인니 아동 성폭행범, 공개 회초리질 146대에 “살려달라” 애원

    인도네시아 아동 성폭행범이 공개 매질을 당했다. AF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특별행정구역 아체주가 아동 성폭행범을 상대로 공개 태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체주 이디 라윳 지역 마을 광장에 마련된 태형장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 경찰은 아동 성폭행범의 등에 여러 차례 회초리를 휘갈겼다. 평소라면 주민 수백 명이 몰려들었을 집행장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샤리아 경찰과 관계 공무원 등 일부만 참석해 태형을 지켜봤다.복면을 쓴 집행관이 회초리를 휘두를 때마다 성폭행범은 얼굴을 찡그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픔을 이기지 못한 죄수는 형 집행 도중 제발 매질을 멈춰달라고 애원하며 주저앉았고, 대기하고 있던 의사에게 간단한 치료를 받은 후 죗값을 마저 치렀다. 올해 초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아동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19세 남성은 태형 146대를 선고받고 이날 집행장에 섰다. 태형 146대는 꽤 높은 수위의 처벌에 속한다. 동아체 검찰청 이반 난자르알라비는 “범죄 억지를 위한 최대 형량”이라고 설명했다.인도네시아 특별행정구역인 아체는 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이슬람이 퍼진 지역으로, 2003년 이슬람율법인 샤리아를 합법화했다. 샤리아법은 음주, 도박, 동성애, 간음,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행각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동성애자에게도 공개 태형을 선고했으며, 지난해에는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인 10대 남녀가 공개 태형에 처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태형의 잔혹함을 꼬집고 있지만, 아체주는 샤리아법이 실제로는 매우 관대하고 인간적인 율법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공개태형 당시 반다 아체 시장 자이날 아리핀은 “서구에서는 이슬람의 샤리아법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인도네시아가 급진적 이슬람화로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샤리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코로나19 확산에 단계 격상 논의…2.5단계 격상은 신중

    코로나19 확산에 단계 격상 논의…2.5단계 격상은 신중

    규제 사각지대 ‘핀셋 방역’ 등 검토할 듯정부가 29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안을 논의해 확정할 방침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나 전국 일괄적 2단계 적용 등,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한 지역의 ‘핀셋 방역’ 등의 대책을 논의한다. 다만 2.5단계 격상은 노래방까지 아예 문을 닫게 되는 등 중소 상공인들의 경제적 타격이 큰 만큼 당장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안을 논의해 확정한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 검토는 최근 해외유입을 제외한 국내발생 확진자만 하루 500명을 넘는 등 이번 ‘3차 유행’이 지난 2~3월 대구·경북 중심으로 발생한 ‘1차 대유행’의 규모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지역 신규 확진자 하루 평균 416명…2.5단계 해당 신규 확진자는 지난 26~28일 사흘 연속 500명대였고 나흘만인 이날 450명으로 400명대로 내려왔다. 다만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수는 416명에 달해 전국 2.5단계(400∼5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증가시)에 이미 해당된 상황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소상공인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급격한 단계 격상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최근 관련 브리핑에서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도 부작용이 발생한다”면서 “국민 공감을 고려하지 않고 시급하게 단계를 계속 올려서 설사 3단계 조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반발해 따라주지 않는다면 격상의 의미와 효과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전국을 1.5단계 또는 2단계로 격상한 뒤 지역별 상황에 맞게 방역 조치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수도권에 대한 2.5단계 격상 대신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시설과 장소에 대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까지 155명의 확진자가 나온 강서구 댄스·에어로빅학원의 경우 자유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실내체육시설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에어로빅을 비롯한 격렬한 실내 단체운동 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및 인원 제한 등의 조치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방역 사각지대 업종에 대해 추가 조치 검토 또 서초구의 한 아파트단지 사우나와 관련해 전날까지 63명이 확진됐는데 이 사우나는 영업시설이 아니라 아파트 부대시설로 돼 있어 관련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되면 중점관리시설 9종 가운데 유흥시설 5종에 더해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과 노래방, 실내스탠딩 공연장까지 영업이 중단된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 판매만 가능하고, 식당은 정상 영업을 하되 밤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카페·식당 관련 조치는 2단계와 동일하다. 50명 이상의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되기 때문에 결혼식·장례식장의 인원도 5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PC방·영화관·오락실-멀티방·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은 밤 9시 이후 문을 닫아야 하고, 실내체육시설은 운영이 아예 금지된다. 학교는 등교 인원을 3분의1 이하로 줄여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매체언어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매체언어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지반이 침하됐다’보다는 ‘땅이 꺼졌다’는 말이 더 쉽다. 매체언어의 첫 번째 덕목은 쉬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빠르고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침 같은 구실을 해 왔다. 지난 26일 국립국어원, 방송문화진흥회, 한글문화연대 주최로 문화방송(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방송말, 매체언어의 나아갈 길’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매체언어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보도문에서 습관적으로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하다 보니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강원도 산불 피해 면적을 ‘여의도 면적의 3배가 피해를 입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그렇지만 ‘여의도 면적’은 그동안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야 국토교통부가 명확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또 투표를 앞둔 상황에서는 실제 그렇지 않은데도 ‘긴장’이 늘 함께 나타난다고 했다. ‘무더기’도 무분별하게 쓰이는데, 9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을 때도, 2명이 징역형을 받았을 때도 ‘무더기’라고 하는 예를 제시했다. ‘안전사고’는 일어나면 ‘어이없는’ 것인데도 안전사고 앞에는 ‘어이없는’이란 수식어가 늘 붙는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벼락으로 잿더미’, ‘대학 입시에 결정적인 변수’, ‘형체를 알 수 없이 구겨진 자동차’처럼 선정적이거나 과장된 표현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불 같은 재난 보도에서 시청자가 알아야 할 내용은 산불이 어느 정도 꺼졌는지였는데, 보도가 지나치게 현장 묘사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보도 언어의 내용이나 기준에 관한 논의는 많이 이뤄졌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공감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려면 각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기자들이 사용하는 말과 글이 너무 어렵다”며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매체를 통해 어려운 글을 읽거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권위주의 시대에 사용하던 ‘소환’, ‘신병처리’, ‘이첩’ 같은 표현의 문제를 들며 매체언어가 권위적인 언어 표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재판정 판사의 근엄한 언어, 검사의 고압적 언어, 군부 시대 관료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나치게 권력 집단의 말에 편입돼 있다고도 말했다. 정부 관리나 기업 임원, 판사, 검사, 의사, 교수 등 사회 엘리트들이 사용하는 말을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밖에 영어 단어의 사용, 언론사마다 다른 용어의 통일, 특정 세대만 아는 줄임말의 남용 문제를 들었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는 않는 문장과 ‘~라는 지적이다’, ‘~로 풀이된다’처럼 주체가 없는 문장, 피동형 문장의 남발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신뢰는 올바른 언어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때 실현된다고 밝혔다. 이현주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매체언어를 포함한 공공언어 관리와 관련해 프랑스의 ‘투봉법’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이 교수는 “투봉법이 방송통신, 교육, 상품, 노동계약, 공공장소 분야 등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강제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경범죄나 벌금형 등 형사적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프랑스에서 언어에 대한 법령은 16세기 ‘빌레르코트레 칙령’으로 시작되는데, 이후 18세기 프랑스대혁명 당시 혁명정부의 ‘바레르법’, 1994년 만들어진 ‘투봉법’까지 토대를 이루는 철학은 ‘이해 가능한 언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빌레르코트레 칙령’의 110, 111조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수정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유효한 법 조항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110조에 ‘법령들의 의미를 의심할 이유가 없어야 하며, 아주 명확하게 쓰이고 만들어져서 모호함이나 불확실성이 없고 설명을 더 요구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111조에 ‘모든 법적 행위들은 프랑스어로 선포되고 쓰여야 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이는 투봉법의 모든 부문이 국민들의 알권리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언어 사용의 주체가 일반 대중인 만큼 대중들이 공공언어에 대해 민감해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우 전문기자 wlee@seoul.co.kr
  • 또 500명 넘나…“이미 2.5단계 격상 기준에 육박”(종합)

    또 500명 넘나…“이미 2.5단계 격상 기준에 육박”(종합)

    정부, 내일 거리두기 격상여부 결정어제 오후 6시까지 383명 신규확진오늘 400명대 중후반~500명대 예상2.5단계 때는 노래방 등도 영업중단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이번 ‘3차 대유행’의 속도와 범위가 점점 빨라지고 넓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와 신규 확진자는 이미 연이틀 500명대를 기록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확진자가 하루에 1000명 이상 나오면서 이번 유행 규모가 앞선 1차 대유행 수준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수도권과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광역단체 가운데 수도권에는 거리두기 2단계, 호남권에는 1.5단계가 각각 시행 중이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69명으로 집계됐다. 직전일인 26일(583명)에 이어 이틀 연속 500명대를 나타냈다.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500명 이상 나온 것은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3월 초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당시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며 2월 29일 90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나흘 동안 595명→686명→600명→516명을 기록했다. 최근 1주일(11.21~27) 상황만 놓고 보면 확산세는 더 뚜렷하다. 이 기간 일별 신규 확진자 수는 386명→330명→271명→349명→382명→583명→569명 등으로, 단 하루를 제외하면 매일 같이 300명 이상 나왔고 그 중 2차례는 500명 선을 넘었다. 1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이미 410명으로 불어난 상태다. 더욱이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지역발생 확진자는 일평균 382.7명에 달해 2.5단계 격상 기준(전국 400~500명 이상 등)에 육박한 상황이다.이날 오전 발표될 신규 확진자 역시 최소 400명대 중후반에서 많게는 5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1주간 일평균 확진자 역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총 383명으로, 직전일(349명)보다 34명 많았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267명, 비수도권이 116명이다. 시도별로는 서울 153명, 경기 91명, 부산 26명, 강원 25명, 인천 23명, 충북 15명, 경남 14명, 충남 9명, 광주 6명, 대전 5명, 전남 5명, 전북 5명, 경북 2명, 울산 2명, 대구 1명, 제주 1명 등이다. 세종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확진자 발생 양상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감염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는 지난 24일 처음으로 100명대를 기록한 뒤 나흘 연속(103명→108명→151명→188명) 세 자릿수를 이어갔다. 증가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선제 조치 중요하지만, 서두르면 부작용 발생” 정부는 오는 29일 중대본 회의에서 단계 격상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중대본 회의에서 수도권과 각 권역의 거리두기 조치를 더 강화할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조속한 시일 내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일요일(29일)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의견을 더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반장은 다만 “선제 조치는 중요하지만, 단계 격상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도 방역상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단계 격상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주말 확산세가 심상치 않을 경우 수도권 2.5단계 격상이나 전국 2단계 상향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단계는 전국적 유행이 본격화하는 단계로, 방역조치가 한층 강화된다. 일례로 중점관리시설 9종 가운데 유흥시설 5종에 더해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과 노래방, 실내스탠딩 공연장까지 영업이 중단된다. 카페·식당은 2단계 조치와 동일하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테이크아웃만, 식당은 저녁 시간까지 정상 영업을 하되 밤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또 일반관리시설 14종 가운데 결혼식·장례식장의 인원은 50명 미만으로 제한되고, PC방·영화관·오락실-멀티방·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은 밤 9시 이후 영업이 중단된다. 실내체육시설은 아예 문을 닫고, 학교는 등교 인원을 3분의 1 이하로 줄여야 한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인니 아동 성폭행범 등짝 후려친 회초리…146대 공개 매질

    인니 아동 성폭행범 등짝 후려친 회초리…146대 공개 매질

    인도네시아 아동 성폭행범이 공개 매질을 당했다. AF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특별행정구역 아체주가 아동 성폭행범을 상대로 공개 태형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체주 이디 라윳 지역 마을 광장에 마련된 태형장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 경찰은 아동 성폭행범의 등에 여러 차례 회초리를 휘갈겼다. 평소라면 주민 수백 명이 몰려들었을 집행장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샤리아 경찰과 관계 공무원 등 일부만 참석해 태형을 지켜봤다.복면을 쓴 집행관이 회초리를 휘두를 때마다 성폭행범은 얼굴을 찡그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픔을 이기지 못한 죄수는 형 집행 도중 제발 매질을 멈춰달라고 애원하며 주저앉았고, 대기하고 있던 의사에게 간단한 치료를 받은 후 죗값을 마저 치렀다. 올해 초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아동을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19세 남성은 태형 146대를 선고받고 이날 집행장에 섰다. 태형 146대는 꽤 높은 수위의 처벌에 속한다. 동아체 검찰청 이반 난자르알라비는 “범죄 억지를 위한 최대 형량”이라고 설명했다.인도네시아 특별행정구역인 아체는 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이슬람이 퍼진 지역으로, 2003년 이슬람율법인 샤리아를 합법화했다. 샤리아법은 음주, 도박, 동성애, 간음,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행각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동성애자에게도 공개 태형을 선고했으며, 지난해에는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벌인 10대 남녀가 공개 태형에 처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태형의 잔혹함을 꼬집고 있지만, 아체주는 샤리아법이 실제로는 매우 관대하고 인간적인 율법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공개태형 당시 반다 아체 시장 자이날 아리핀은 “서구에서는 이슬람의 샤리아법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인도네시아가 급진적 이슬람화로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샤리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여부 29일 결정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여부 29일 결정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조치를 오는 29일 발표한다. 이를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수도권과 각 권역의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할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방정부와 각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조속한 시일 안에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29일 중대본회의에서 최종 결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오늘 내일 중으로 계속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적으로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는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경남, 전남 일부 지역이다. 수도권은 지난 24일 2단계로 격상했으며 서울은 12월 31일까지, 경기와 인천은 12월 7일까지 2단계가 유지된다. 광주 호남권 전체와 부산 경남권, 강원권 일부에 대해서는 1.5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경남과 전남에서는 자체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높인 지역도 있다. 수도권의 경우 1.5단계 격상 직전인 11월 12~18일의 휴대전화 이동량을 1.5단계 격상 이후 1주일간(11월 19~25일)과 비교하면 이동량이 7.4% 줄었다. 지난 23일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발표 이후에는 하루 평균 이동량이 그 전주에 비해 6% 정도 감소했다. 거리두기 상향 조치가 실제 주민들의 이동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손 반장은 “거리두기 효과가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수도권의 경우 언제 어디서 감염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당분간 모든 모임과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머물러달라”고 당부했다. 손 반장은 “수도권과 전국적인 단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을지와 그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면서 “전국적인 동일 조치로서 규제를 내릴지, 말지에 대해서도 의견 수렴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관심이 쏠리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반장은 “단계 격상은 기본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사회 전체가 위기의식을 갖고 위험행동이나 활동, 접촉을 줄이는 것을 상정한 것”이라면서 “정부의 강제적인 규제 보다는 국민의 자발적인 협력과 동참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특히 “단계 격상에 따른 국민들의 공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계를 계속 올려서 설사 3단계 조치를 하더라도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반발해 따라주지 않는다면 격상의 의미와 효과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되는 시설이 91만개 정도이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 203만개 정도의 영업시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부동산 시장 교란하는 ‘꼼수 실거래가 신고’

    전북 전주시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은 투기 세력들의 ‘꼼수 실거래가 신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전주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 부동산 실거래 가격에 에코시티 152㎡ 아파트 가격이 11억 4000만원에 신고됐다. 이같은 가격은 동일 단지 같은 크기의 아파트 거래가 보다 3억원 이상 높고 전주시내에서 지금까지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기형적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같은 실거래가 신고가 실제로 거래를 하지 않고도 올려 놓을 수 있는 허점이 있어 투기 세력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게 중론이다. 실제로 투기꾼들은 높은 가격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뒤 본 계약은 하지 않아 실거래 기준 가격만 올려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높은 기준 가격을 형성하게 만든 뒤 조금 낮은 가격에 매물을 재빨리 팔아치우고 빠지는 행위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전주시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키는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별조사 대상은 올 1월부터 11월까지 매매가 이루어진 부동산 가운데 ▲시세 보다 높은 가격으로 실거래 신고를 한 뒤 계약을 해지한 아파트 ▲분양가 대비 가격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은 아파트 ▲외지인 중개비율이 높은 중개업소 등이다. 시는 조사 결과 거짓으로 실거래 신고를 한 자에게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거래가격을 허위 신고한 자는 취득가액의 2~5%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중개대상물의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공인중개사는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사설] 세계에서 가장 힘센 한국검사들, 집단행동 자중하라

    추미애 법무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폭발하는 지경이고, 검사들조차 집단반발하는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문재인 정부가 제1순위 과제로 내걸었던 검찰개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조차 판단이 쉽지 않다. 생산적 갈등도, 명분과 대의도 모두 사라진 채 각각 인정투쟁에 몰두하는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지난 24일 윤 총장에게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자, 윤 총장은 25일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어 추 장관이 징계심의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고, 윤 총장도 직무정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법적투쟁을 강행하겠다고 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바다. 검사들이 윤 총장을 지지하는 집단행동을 개시한 것은 그제부터다. 평검사들로 시작해 일선 검사장 17명, 차관급 고검장들도 합류했다. 검사들의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추 장관의 직무배제 재고 및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개청 후 70년 만에 처음이라는 고검장 집단성명이 주목받는데, 검찰의 집단행동으로 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이 이전투구처럼 보이더라도, 검찰이 법치주의 훼손을 우려한다면서 나치나 괴벨스를 소환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 검찰은 수사권까지 보유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집단이다. 일제강점기에 위세를 누리던 경찰권을 억누르고자 검찰권을 이례적으로 강화한 것이었는데, 민주화로 인권보호 등이 더 주요한 가치로 떠오른 만큼 검경 수사관 조정 등을 통해 검찰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을 보호하자는 의도가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등이 검찰 제자리 찾기, 검찰개혁의 시작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윤 총장이 법적다툼을 택한 만큼 검찰은 ‘검란’으로 비쳐지는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을 택하기보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 [금요칼럼]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중종 12년(1517) 6월 9일의 실록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 당시 조정에서는 개혁정치가 조광조가 한창 개혁의 새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곳곳에 해묵은 악습이 너무 많아, 심지어 신임 관리를 괴롭히는 고약한 풍습도 있었다. 대강 설명하면 이런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새로 관청에 부임하면 모든 일거리를 그 사람에게 떠넘겼다. 모든 일이 낯설었건만, 신임 관리에게 누구도 일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었고,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벌주를 마셔야 했다. 이 술은 단 한 방울도 사양하지 못하는 것이 철칙이었는데, 단숨에 마시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신임 관리는 날마다 관복을 술로 흠뻑 적시는 것이 일이었다. 직무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할지 몰라도 명백한 월권이요, 폭력이었다. 얼마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간호사들의 ‘태움’도 유사한 악습이 아니었을까. 그때 조광조의 단짝 친구 김식이 형조의 낭관 자리에 임명되었다. 선임자들은 사사건건 이유를 들이대며 그에게 벌주를 강요했으나 김식은 마시기를 거절하였다. 모두 합세해 그를 왕따로 만들어 놓았으나, 그는 굽히지 않았다. 김식은 조금이라도 이치에 어긋나면 타협도 용서도 없는 굳센 성격의 인물이었다. 그는 유교 경전에 해박하였을 뿐만 아니라 성품 역시 대쪽처럼 곧았다. 개혁 정국이라 해도 조정에는 훈구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고, 그들과 뜻이 통하는 개혁 반대세력이 많았다. 그들은 입을 모아 김식의 처신을 비난했다. 관례를 무시한 김식의 돌출 행위 때문에 선비들의 미풍양속이 장차 무너질 지경이라며 다들 수군거렸다. 조광조의 동료들은 대간을 중심으로 김식을 강력히 옹호하며, 어진 선비를 마땅한 이유도 없이 괴롭히는 조정의 폐습을 뿌리 뽑자고 주장했다. 조정이 개혁과 보수의 패거리로 나뉘어 사사건건 충돌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선사하는 사건이었다. 조광조와 김식이 누구인가. 그들은 유교 경전에 드러난 성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현실사회의 부조리를 날마다 하나씩이라도 뜯어고치려고 했다. 한꺼번에 다 바로잡지는 못할 망정 시비를 가려 오래된 폐습을 조금이라도 없애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이 믿을 만한 우군으로 여긴 중종은 그저 안락하게 살기를 원할 뿐, 근본적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생각은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훈구대신을 비롯한 보수파 전체의 반발이 곧 일어나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후세는 조광조와 김식 등이 지나치게 성급했다고 평가했다.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조광조야말로 무슨 일이든지 서두르는 것을 몹시 싫어하였다. “하루아침에 성현의 가르침대로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두르면 도리어 실패하고 맙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기틀이 잡혔다고 하겠으나 모든 일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면 안 됩니다.”(실록, 중종 13년 7월 27일) 천천히 조금씩, 꾸준하게 바꾸자는 것이 조광조 등의 본래 목표였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조선 사회에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참이다. 선비들이 ‘소학’이란 유교식 도덕 교과서를 애독하기 시작했고, 성리학에 관한 연구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만약에 중종이 지속적인 개혁을 원했더라면 장차 제법 큰 효과를 기약할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중종은 우유부단하고 겁이 많았다. 그는 조광조나 김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조광조 등은 공연히 애먼 데 공을 들이다 결국 실패한 셈이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신하가 왕을 마음대로 고를 수 없었듯, 지금 이 밝은 세상에도 애초 잘못된 만남이 적지 않은 듯하다. 요즘 신문을 펼쳐 들면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가.
  • 지자체 묵힌 예산 작년 37조… 주민 서비스받을 권리 뭉갰다

    지자체 묵힌 예산 작년 37조… 주민 서비스받을 권리 뭉갰다

    지난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으로 쓸 수 있는데도 제대로 집행을 못해 곳간에서 잠자는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모두 37조원이나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년 전과 비교해 2조원가량 늘었다. 주민들로선 당연히 누려야 할 37조원어치 서비스를 받지 못한 셈이다. 일부 지자체에선 순세계잉여금 규모를 다음해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포함시키는 사실상 분식회계를 하고 있었다. ●재정안정화기금 늘려 순세계잉여금 축소 꼼수 26일 예산 감시 전문 민간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가 2019년도 지자체 세입·세출 결산서를 전수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재정은 세입 406조원, 세출 340조원으로 잉여금이 66조 5000억원이나 됐다. 이 가운데 다음해로 집행이 넘어간 이월금(32조원)과 중앙정부에 반납해야 하는 보조금 집행 잔액(2조원)을 뺀 순세계잉여금은 31조 7000억원이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해 분석한 2018년도 기준 순세계잉여금 35조원과 비교하면 다소 개선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자체 재정안정화기금 적립금이 5조 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재정안정화기금을 포함한 사실상 순세계잉여금은 37조 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순세계잉여금이 발생하면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도록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정작 지자체에선 재정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적립하라고 만든 ‘저금통’인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옮겨놓는 꼼수로 대응한 셈이다. 순세계잉여금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지자체가 본예산을 편성할 때 세입추계를 지나치게 적게 했기 때문이다. 2019년도 본예산을 편성할 때 예상한 세입 규모는 313조원인데 막상 결산을 해보니 407조원으로 오차가 무려 93조 5000억원이나 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00조원 가까운 초과 세수가 발생한 것은 지방세 수입이나 지방교부세 증가 때문이 아니라 2018년도에 발생한 순세계잉여금을 2019년도 예산안에 충실히 반영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도 결산 결과를 보면 세입은 본예산보다 100조원 가까이 늘었지만 세출은 340조 2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27조 1000억원 늘었을 뿐이다. 세입과 세출에서 발생한 차이가 클수록 순세계잉여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19년도 본예산에서 예측한 세입 313조원은 2017년도 세입 결산액(339조 7000억원)보다도 적은 규모다. ●이천시는 예산 중 54.8%를 안 쓰고 곳간에 지자체는 전년도 발생한 순세계잉여금 가운데 일부만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는 꼼수도 쓰고 있었다. 실제 2019년도 명목상 순세계잉여금 31조 7000억원 가운데 예산안에 반영된 건 17조 9000억원(57%)에 불과했다. 게다가 2019년도 순세계잉여금 총액이 확정된 뒤 편성한 올해 1차 추경조차 전년도 순세계잉여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지자체별로 “적당히” 반영하는 행태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경기 포천시는 2019년 세계잉여금을 2020년도 본예산 수입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민간기업으로 치면 분식회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243개 지자체 가운데 지출 대비 순세계잉여금 및 재정안정화기금 비율이 4분의1이 넘는 곳은 26곳이나 됐다. 가장 높은 곳은 경기 이천시였다. 이천시는 2019년도 지출액(1조 3236억원) 가운데 사실상 순세계잉여금이 7259억원(재정안정기금 3801억원 포함)이나 됐다. 1년 예산 가운데 54.8%를 쓰지도 않고 고스란히 곳간에 쌓아둔 셈이다. ●지출 대비 안 쓰는 예산 25% 넘는 지자체 26곳 이는 재정이 풍족한 지자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자체 자체재원인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되는 지자체 가운데 세출 대비 20%가 넘는 사실상 순세계잉여금을 쌓아놓는 곳도 수십 곳이나 됐다. 가령 전남 진도군은 자체 재원 비중이 9.4%이지만 사실상 순세계잉여금은 1805억원으로 세출(4771억)의 37.8%를 차지했다. 경남 거창군 역시 자체 재원이 8.9%였지만 사실상 순세계잉여금이 전체 지출(2056억원) 가운데 37.8%(2543억원)나 됐다. 이 연구위원은 “순세계잉여금을 다음연도 수입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결국 해마다 순세계잉여금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순세계잉여금이 눈덩이처럼 쌓이는 만큼 주민들은 당연히 누려야 할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돈을 풀지 않으면 그만큼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순세계잉여금은 국가 경제에 막대한 기회비용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고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유민의 돋보기]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유민의 돋보기]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는 매너온도 50.3도, 재거래 희망률 100%를 자랑하는 ‘당근마켓러’다. 7개월 동안 잘 쓰지 않는 38개의 물건을 팔고 써 보고 싶은 8개의 물건을 샀다. 2%의 사용자가 획득한 미니멀리스트,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방문하면 얻는 당근홀릭 배지가 그동안의 활동을 증명한다. 정리를 결심한 게 시작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공간을 차지하는 모든 물건에 쓸모를 물었다.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말처럼 더는 설레지 않고, 지난 1년간 사용한 적이 없다면 버리기로 했다. 가격이 가치를 결정하지 않았다. 100만원을 주고 산 카메라는 여전히 설렜지만 휴대폰 카메라를 대신하지 못했고, 일년에 두어 번 가벼운 산행을 하는 내게 20만원짜리 등산가방은 선물이 아닌 짐이었다. 등산가방은 1분도 되지 않아 5명이 사겠다고 했고, 20분 만에 집 앞 지하철역에서 거래가 완료됐다. 중고거래가 이렇게 편하고 빠를 수 있다니. 가격을 싸게 올린 것도 이유였겠지만 반경 6㎞ 안 이웃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시스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그저 머물렀던 물건이 누군가의 쓸모가 되는 기쁨은 꽤 크다.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행복하다는 후기에 덩달아 행복한 기분이 들고, 늦게 도착해 죄송하다며 건네받은 따뜻한 캔커피에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진다. 간혹 지나치게 흥정을 하고 거래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당장 버려야 할 것 같은 물품을 내놓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고, 이러한 데이터가 프로필에 반영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거래약속을 했는데 알고 보니 아랫집이어서 나눔을 했고 그것을 계기로 친하게 지내게 됐다는 이야기와 혈압기를 팔려고 나간 자리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부부를 만나 돈을 받지 않았다는 미담까지. 당근마켓이 코로나 와중에 월 1200만명이 매일 20분씩 접속하는 ‘국민 앱’이 된 데에는 나누는 즐거움과 비우는 보람, 이웃 간의 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우니 비로소 보인다. 공간이 늘어나니 별도의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태가 난다. 자주 쓰는 물건만 제자리에 놓으니 더이상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입을지 한눈에 정할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소식에 여전히 흔들리지만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맞는지, 자주 쓸 수 있는 것인지, 대체할 기존의 물건은 없는지 곱씹어 본다. “혹시 당근?” 나의 물건을 계기로 한참을 대화하다 번호를 교환한 멋쟁이 예술가 언니와 가까운 역까지 와 줘서 고맙다고 환하게 웃던 소녀. 우리의 일상은 우연한 계기로 다채롭게 연결된다. 당근마켓 판매는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앞으로도 과거의 소비가 현재의 나를 괴롭히지 않게 살고 싶다. planet@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행운’이라는 이름의 식물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행운’이라는 이름의 식물

    6년 전 내 생애 화분 선물을 가장 많이 받았다. 식물세밀화 일을 할 작업실을 열면서 지인들을 초대했을 때, 스무 개 가까운 화분이 들어왔다. 로즈메리·라벤더 같은 작은 허브식물,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도 있었지만 대개는 금전수, 행운목, 백량금처럼 개업식과 집들이에 늘 등장하는 식물이었다. 나는 이들을 ‘선물 식물’이라 부른다. 축하의 의미로 가장 많이 선물하고 선물받는 분화류. 그리고 이들은 특별한 공통점을 갖는다. 행운과 재물운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식물을 판매하는 꽃집과 원예상점에서 만난 이 식물들은 다른 식물보다 이름표도 유난히 길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행운목’, ‘돈을 벌어다 주는 금전수’와 같이 이름 앞에 사람들을 유혹할 만한 화려한 수식어가 꼭 붙는다. 사람들은 꽃도 없고 잎도 평범한 금전수를 구입하길 망설이다 ‘돈을 벌어다 주는 식물 금전수’라는 의미를 읽으면 쉬이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 식물을 판매하는 원예상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나는 이런 일을 자주 겪었다. 지난주 들어간 한 식당에서도 까만 화분의 금전수를 봤다.금전수는 잎의 형태가 동전과 닮았고, 전체적으로 동전이 우르르 떨어지는 형태여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식물로 알려졌다. 금전수는 자미오쿨카스 자미폴리아라는 종으로, 때로는 돈나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사실 돈나무(머니트리)라는 이름의 식물은 따로 있다. 백화점이나 카페처럼 인테리어가 아름다운 실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엽식물인 파키라다. 파키라는 줄기에 잎 다섯 개가 모여 나는데, 중국에선 5라는 숫자가 우주를 구성하는 물과 나무, 불, 흙, 금속을 상징해 길한 숫자로 여긴다. 그렇게 파키라는 머니트리로 불리게 됐다. 행운의 상징물 중 대표적인 식물로서 야외에 네 잎 클로버가 있다면, 실내에는 행운목이 있다. 행운목은 용설난과의 드라세나 프라그란스 종이다. 종소명 프라그란스란 향기가 짙다는 의미로, 이 식물의 꽃 향이 강해 이름 붙었다. 이 식물은 1700년대부터 실내 관엽식물로 이용됐다. 우리나라에서 행운목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데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이들 꽃이 워낙 잘 피지 않는데, 귀한 꽃을 피우게 되면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행운목이 됐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세 잎 클로버 사이에서 귀한 네 잎 클로버의 존재, 백 년에 한 번 핀다는 대나무 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우리가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행운목이 인기를 끌면서 변종인 맛상게아나, 빅토리아 등도 행운목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게 현실이다. 행운목이 러키 트리라면 해피 트리, 행복나무도 있다. 행복나무는 헤테로파낙스 프라그란스 종으로 중국에서는 부귀수, 재물을 부르는 식물이라고 부른다. 최근엔 행복나무와 형태가 비슷한 녹보수도 행복나무로 유통되는 일이 잦다. 녹보수 역시 중국에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식물이긴 하지만 행복나무는 두릅나무과, 녹보수는 능소화과로 전혀 다른 식물이다.상점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식물이 바로 백량금이다. 식당 테이블이나 장식장에 많이 보이는 빨간 열매의 식물. 아마도 다들 백량금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추운 겨울에도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어 영어이름도 크리스마스 베리다. 빨간색이 중국에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색으로 통하기에, 백량금 이름에도 ‘금’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백량금이 선물 식물로 인기가 많아지면서 천량금이란 이름의 식물도 유통되기 시작했다. 천량금은 백량금과 비슷한 형태의 자금우라는 식물로, 천량금이라는 식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백량금은 천량금보다 덜 좋은 식물처럼 여겨지는 바람에 백량금을 만량금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금전수와 파키라, 행운목과 해피트리, 그리고 백량금과 천량금 모두 우리에게 행운과 재물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는 식물이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재배가 까다롭지 않다. 햇빛과 물을 특별히 많이 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생존력도 좋다. 게다가 파키라와 백량금은 농촌진흥청에서 추천하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가장 큰 식물들이다.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식물들이 정말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돈을 벌게 해주지 못할 거란 것을. 그저 화분을 받는 상대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 뿐. 그리고 그저 이 식물들이 실내를 아름답고 생기 있게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들은 충분히 행운을 가져다주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월성 감사 기죽지 마!… 정 총리, 산업부 직접 찾아 ‘접시 격려’

    월성 감사 기죽지 마!… 정 총리, 산업부 직접 찾아 ‘접시 격려’

    정세균(얼굴)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했다. 감사원 발표 후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등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산업부 직원들을 다독이고 격려하기 위해서다. 이번 일로 공직자들의 적극행정 마인드가 폄하되거나 훼손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 총리는 2006년 2월부터 1년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때마침 산업부는 이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적극행정 접시’를 수여하고 신임 사무관들이 임명장을 받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해당 일정과 시간에 맞춰 산업부를 찾은 정 총리는 직접 적극행정 접시와 임명장을 건넸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원화된 사회에서 공직의 역할이 축소되고 공직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지만 공직 가치에 대한 믿음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부가 되면서 과거 공직자들이 누려 온 특권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국회나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의 칼 위에 서 있는 것도 안다.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소통하고 한 걸음 더 앞서 나가자”고 격려했다. 그는 특히 “월성 1호기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하고 있는 점을 알고 있다. 결국 사필귀정이다. 잘 이겨 내길 바라고 응원한다”고도 했다. 정 총리의 이날 산업부 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예정된 주간 일정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오늘 하루에만 공식, 비공식 일정이 10개 정도 되는데 빡빡한 일정을 쪼개 산업부를 찾았다”며 “아무래도 산업부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적극행정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취임 300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 감사 발표 후 월성 1호기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공직자들의 적극행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법과 규정의 테두리 내에서 펼친 적극행정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 평소 자신의 소신이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정 총리의 이날 산업부 방문을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헌법기관인 감사원 발표 후 정 총리가 지나치게 산업부만 감싸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부 직원들이 감사에 앞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 업무를 방해한 것은 적극행정과 무관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어긴 행위라는 지적이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비우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유민의 돋보기]

    비우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유민의 돋보기]

    나는 매너온도 50.3도, 재거래희망률 100%를 자랑하는 ‘당근마켓러’다. 7개월 동안 잘 쓰지 않는 38개의 물건을 팔고 써보고 싶은 8개의 물건을 샀다. 2%의 사용자가 획득했다는 미니멀리스트, 한 달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방문하면 얻는 당근홀릭 뱃지가 나의 왕성한 활동을 증명한다. 정리를 결심한 게 시작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공간을 차지하는 모든 물건에 쓸모를 물었다.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이 도움이 됐다. 더는 설레지 않고, 지난 1년간 사용한 적이 없다면 버리기로 했다. 가격이 가치를 결정하지 않았다. 100만원 가까이 주고 산 리코 카메라는 여전히 설렜지만 휴대폰 카메라를 대신하지 못했고, 일년에 두어번 가벼운 산행을 하는 내게 20만원짜리 등산가방은 선물이라기보다 짐이었다. 등산가방은 올린지 1분도 되지 않아 5명이 사겠다며 손을 들었고, 20분 만에 집 앞 지하철역에서 거래가 완료됐다. 중고거래가 이렇게 편하고 빠를 수 있다니. 가격을 싸게 올린 것도 이유였겠지만 반경 4~6km에 사는 이웃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시스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을 기약하며 그저 머물렀던 물건이 누군가의 쓸모가 되는 기쁨은 꽤 크다.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서 행복하다는 후기에 덩달아 행복한 기분이 들고, 늦게 도착해 죄송하다며 건네받은 따뜻한 캔커피에 마음 한 구석이 훈훈해진다. 간혹 지나치게 흥정을 해놓고 거래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당장 버려야할 것 같은 물품을 사라고 내놓는 사람들을 보면 찌푸려지기는 해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고, 이러한 데이터가 프로필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 거래 약속을 했는데 알고보니 아랫집이어서 무료로 나눔을 했고 그것을 계기로 친하게 지내게 됐다는 이야기와 혈압기를 팔기 위해 나간 자리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부부를 만나 돈을 받지 않았다는 미담까지. 당근마켓이 코로나 와중에 월 1200만명이 매일 20분씩 접속하는 ‘국민 앱’이 된 데에는 나누는 즐거움과 비우는 보람, 이웃간의 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우니 비로소 보인다. 공간이 늘어나니 별도의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태가 난다. 자주 쓰는 물건만 제 자리에 놓으니 더 이상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입을지 한 눈에 정할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소식에 여전히 흔들리지만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 맞는지, 자주 쓸 수 있는 것인지, 대체할 기존의 물건은 없는지 곱씹어본다. “혹시 당근?” 나의 물건을 계기로 한참을 대화하다 번호를 교환한 멋쟁이 예술가 언니와 가까운 역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환하게 웃던 소녀. 우리의 일상은 우연한 계기로 다채롭게 연결된다. 당근마켓 판매는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앞으로도 과거의 소비가 현재의 나를 괴롭히지 않게 살고 싶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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