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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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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 어휘·문장론 펴낸 이오덕씨(저자와의 대화)

    ◎“잘못 쓰여지는 우리말 바로 잡아야지요”/논문·감상문등 우리식으로 쓰는법 제시/「혈의 누」등 근대소설의 표현오류도 지적 이오덕씨는 『학자·언론인·소설가 같은 지식인들이 글을 함부로 씀으로써 우리 글을 망치고 있다』고 개판하며 『말하듯이 쓰는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말한다.왼쪽은 이씨가 쓴 3권의 책들. 분명 학술서인데 하나도 어렵지 않다.평소에 주고받는 말과 조금도 다름없는 우리 글로 책을 썼기 때문이다.어떻든 엄연한 한글 어휘론,문장론이다.모든 학자들이 이렇게 쉽게 학술서를 쓴다면 우리나라 학문 발전의 속도가 몇배 더할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겠다는 느낌마저 갖는다. 최근 70살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 글을 바로 쓰자는 내용의 책을 3권이나 펴냈다.40여년 동안 시골 국민학교 어린이들과 생활하며 우리 글 바로쓰기 운동을 펼쳐온 이오덕씨(68)가 그 사람으로 이번에 낸 책은 「우리글 바로쓰기」1,2권과 「우리 문장 쓰기」들이다. 이 책들이 모두 외래어에 찌든 우리 글을 바로 쓰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것이지만 특히 「우리글…」은 여러가지 글에 나타나는 개개의 잘못된 낱말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비해 「우리 문장쓰기」는 감상문,논문,서사문 등 각종 글을 우리 식으로 쓰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많은 학술서나 논문 심지어 신문기사,소설에 이르기까지 표현상의 어색함 때문에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특히 그 가운데 일본식 관형격조사 「의」와 중국글자말의 토로 중요한 뼈대를 이루는 「­적」의 폐해는 정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나뭇잎 배」를 일본인들은 「나무의 잎의 배」로 쓰고 있지만 우리가 그렇게 쓴다면 무슨 말인지 선뜻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것인데도 우리 주변의 많은 글이 그런 표현을 서슴치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말은 생활 변화에 보조를 맞춰 발전해야 합니다.생활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일시적인 문화충격때문에 말이 덩달아 변화한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근현대에 일본어와 영어 따위의 외래어가 우리 글에 미친 폐해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렇게 말한다.이씨는 섣부른 외래문화의 흡수,소화,발전을 경계한다.36년 동안 이어졌던 일제시대를 비롯,우리나라가 근현대에 걸쳐 많은 외침을 당해 우리 말과 글이 인위적으로 변화를 겪었으나 이것이 우리의 뿌리를 바꿔놓지는 못했다는 말이다.학자들과 문필가,언론인들이 앞장 서서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앞장섰으나 우리 말은 여전히 농촌에 그대로 살아 남았다는 설명이다.우리 말이 생활속에 그대로 살아남아 있는데 글만 따로 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는다. 이씨는 우리의 글을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한데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소설가라고 지목한다.소설이야말로 살아있는 말을 써야 하는 글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씨는 「우리글 바로쓰기」2에서 우리말로 쓴 맨처음의 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시작하여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귀의 성」를 거쳐 1920년대 전영택의 「화수분」,그리고 30년대 이효석,김유정,채만식같은 이들의 소설을 새김질했다.이 소설들 대부분은 일본의 관형격조사 「의」 또는 영어문법의 과거완료형인 「­었었다」따위를 잘못 쓴 곳이 작품마다 10∼30여 군데에서 발견됐다.이씨의 따가운 질책의 눈길을 벗어난 소설가는 김유정으로 그가 쓴 「산골나그네」「금 따는 뽕밭」「봄 봄」「따라지」들은 외국말글의 해독을 가장 적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지난 44년 이후 주로 농촌지역의 국민학교에 근무하면서 글쓰기를 통한 교육을 연구·실천해 왔으며 그 노력을 인정받아 한길사가 제정한 제3회 「단재상」을 수상했다.
  • 간호사출신 재독화가 노은임(인터뷰)

    ◎“특정장르에 집착않고 자유롭게 작업” 재독화가 노은임씨(45)가 고국전(갤러리현대·8∼17일)을 위해 서울에 왔다. 지난 70년 간호보조사로 도독,3년간의 간호사 시절과 미술에 전념한 20년을 더해 독일 체류 20여년. 함부르크 조형예술대 정교수로 있는 오늘의 모습을 볼 때 그의 예술적 삶은 결코 평범하게 지나칠 수 없는 「기적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노씨는 『나의 그림작업이 저들의 눈에 신선한 감흥을 줄 수 있었던 초기의 남다른 행운이 따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림만 그리면서도 인정받는 화가가 될 수 있는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고 밝힌다.그녀의 재능이 빛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초 함부르크의 한 병원 간호보조사로 있을 때부터였다. 『업무외에 시간만 나면 그림을 그렸어요.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물고기며 새들의 모습,잎사귀 형태 등을 내 기분대로 그렸지요.미술공부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저의 그림은 그냥 자유로운 이미지 그 자체를 생각대로 그려낸 것입니다』 노씨가 그린 이 낙서같은 그림들이 어느날 병원의사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고,이들은 『노를 위해 병원에 전시공간을 꾸며주자』고 입을 모았으며 이렇게 해서 그의 그림들은 독일의 예술팬들과 첫 만남을 갖게 됐다. 이후로 노씨는 간호보조사를 그만 두고 주변 독일인들의 권유와 도움으로 함부르크국립미술대에 입학(73년)했다.82년에 독일에선 웬만한 외국인에겐 주어지지 않는 독일정부 장학금을 받게 됐고,그 외에도 각종 재단의 상금 및 장려금을 5개나 받아가며 작업에 몰두했다. 고국에서는 그 존재조차 모르는채 노씨는 승승장구했고 세계미술시장(90년 FIAC)에 독일의 1급화랑 초대작가로 선정되는 등 활약을 보이고 있다. 『어느 장르 하나에 국한되지않고 어떤 소재건 내 손에 잡히는 대로 나의 작업이 된다』는 그녀는 평면으로는 물고기·사람·새·나뭇잎등의 형상을 유머러스한 이미지로 창출해내고 있다. 『우주창조의 신화적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거나 『기술과 문명으로 인해 토막난 인류에게 이야기와 동화와 진실을 말해준다』는 평들이 그의 그림에 따르고 있다.
  • 혹한강변서 펼치는 미술잔치/겨울대성리전… 자연속 열린미술 추구

    ◎전국규모 「바깥미술회」도 출범 겨울강변 한마당의 실험미술잔치로 자리를 굳힌 「겨울 대성리전」의 올해 행사가 25일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 북한강변(화랑포일대)에서 개막된다. 자연속의 열린 미술을 추구하는 한 무리의 젊은 미술인들이 혹한의 강변에 생명을 불어넣듯 실험무대를 마련하는 이 현장미술은 31일까지 이어진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이 축제에는 예년에 못지 않은 파격적인 현장작업들이 대거 펼쳐질 예정이며,여기에 참여하는 1백20여명의 작가들은 개막 하루전에 전국규모의 그룹 「바깥미술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열린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그림판을 벌이며 자연에서 형성된 삶의 원형을 찾아나선다」는 취지아래 젊은 작가들이 모든 자연의 형상을 미술행위의 소재로 삼아 스산하게 얼어붙은 겨울강변에서 일대 예술축제를 벌이는 것이다.앙상한 나무,강변에 굴러다니는 자갈과 나뭇잎,계란껍데기,온갖 색상과 형태의 헝겊들,플라스틱조각,셀로판지,밧줄과 벽돌등 주변에 널린 사물들이 무궁무진하게 쓰여지는 이들의 작업은 차라리 기이한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그러나 마모된 우리의 정서와 자연본성을 되살려내기 위해 이 작가들은 충격적이면서도 처절하기까지한 작업행위를 통해 신명을 일으키는 것이다.올해는 특히 자연의 표정과 몸짓을 담은 「소리미술」을 비롯,현대문명의 폐해를 고발한 「쓰레기미술」,첨단기기와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영상미술」,물고기의 방생을 통해 삶의 회복을 상징하는 「생명미술」등 다양한 이벤트작업과 함께 연극·무용·영화·음악·시낭송 등 타장르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 외언내언

    남녘엘 내려갔더니 벌써 기러기 떼가 난다.달빛을 부스러뜨리는 기럭기럭 소리는 겨울이 오고 있다는 신호.서리와 함께 오는 철새라서 붙은 별칭인 「상신」이 그럴싸하다.◆미당 서정주시인은 이 기러기 소리를 「끼르릉」으로 듣고 있다.시인의 남다른 감성 때문인 것이리라.­『…무성한 갈대밭 위로는 문득 몇십마린가 기러기 한 떼가 끼르릉 끼르릉 하고 그 소리의 종성인 「ㅇ」소리를 여러개의 종소리의 여운처럼 울리며 날아가고 있고…(서리 오는 달밤길)』하고 읊는다.아버지와 함께 걸은 이날 밤의 「모든 구성」이 사는데 「중요한 표준」이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비가 뿌리고 나더니 곧장 초겨울 날씨로 이어진다.영동의 산악지대에는 이미 눈도 내리고 수은주는 영하로.단풍이 남하의 경주를 시작한다.기후의 변화로 나뭇잎에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생기는 단풍.더러는 빨갛게,더러는 노랗게,더러는 갈색으로 변하는 단풍은 조화옹이 늦가을에 부리는 멋이기도 하다.사람들은 여기 도취된다.봄·여름의 꽃에 진다고 할 수 없는 정경.지난 일요일에도 단풍구경의 행렬은 전국의 산으로 밀려 들었다.◆이런 계절에 인생을 생각해 보는 것은 미당시인 뿐만은 아니다.나목의 겨울을 앞둔 나무나무의 화사한 치장의 의미는 무엇일까.『밤은 고요하고 방은 물로 시친듯 합니다/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었습니다…』.만해 한용운의 「밤은 고요하고」의 시작.단풍도 이울어가는 어느 산사에서 「님」을 생각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삶에의 켜를 하나 더 얹게 하는 계절이다.◆내일 모레면 상강.농촌의 들녘은 모자라는 인력 속에 거둬들이기 바쁜 철이다.은은한 방향을 뿜으며 노래져 가는 남녘 들의 유자.인생의 가을도 유자같아야 하는 것을.
  • 사라지지 않는 핵누출의 악몽/소 체르노빌원전 폭발사고 5주

    ◎기형돼지 속출,사망자 5천 넘어/생태계 복구 불능… 음식물 여전히 외부반입 26일로 소련 우크라이나공화국 체르노빌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5주년이 됐다. 유례없는 핵누출사고로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체르노빌사고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아직도 핵누출사고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환경론자와 핵관계자들은 사고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의 비핵화 논의와 북한에서 3∼4년 안에 개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핵무기로 인해 핵문제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는 우리에게도 체르노빌사고는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체르노빌에는 원래 원전 4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4호기에서 86년 4월26일 새벽 1시23분 정비과정에서 냉각계통에 이상이 생기면서 거대한 핵누출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원자로에서는 반감기가 4시간에서 38만년까지 되는 방사능물질 6∼7t이 화산처럼 터져나왔다. 소련당국은 현장에서 31명이 죽고 그 뒤 2백6명이죽었다고 발표했으나 많은 환경전문가들은 적어도 5천명 이상이 죽었으며 그밖에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정확하게 측정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후 반경 30㎞ 이내에 거주하던 주민은 소개됐으며 원전 부근의 프리피아트시는 유령의 도시로 바뀐 채 버려져 있다. 지금은 나머지 3기의 원전을 운용하는 1만3천명의 기술자와 당국의 만류를 무릅쓰고 죽어도 고향에서 죽겠다는 원주민 1천2백여 명만이 30㎞ 이내 지역에 살고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뒤 기형돼지가 태어나고 나뭇잎이 커지는 등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이상현상이 나타났던 터라 모든 음식물,심지어는 물까지도 외부에서 일일이 들여다 먹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 후 소련당국이 문제의 원자로를 콘크리트와 철골구조물로 관을 짜듯이 봉쇄하고 부근에 10층 높이의 콘크리트벽을 쌓았지만 체르노빌은 무엇 하나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지하수와 토양의 오염으로 그곳에서 나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또 원자로를 봉쇄한 콘크리트관 안에는 핵물질들이 남아 있어 다시폭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핵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사고 원자로 속에 다시 콘크리트를 부어 넣거나 제2의 콘크리트관을 뒤집어씌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체르노빌 주변 지하수의 오염을 막기 위해 원자로 주변에 길이 20㎞의 벽을 지하 30m 깊이로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중이지만 결국 원전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치지 않고 있다. 체르노빌의 시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사고원인이 소련이 개발한 원자로가 밀폐용기시설이 없으며 흑연으로 핵분열을 조절하는 구식 VVER형이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독일은 통일 후 동독에 세워져 있던 4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지시켜놓은 상태다. 이런 유형의 원자로는 불가리아에 4기,체코에 2기가 더 있다. 또 핀란드 체코 헝가리 등에도 다소 개량된 형이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VVER형 원자로가 다수 있다. 서방의 원전 관계자들은 이밖에 전문인력 부족과 교환부품 부족 등 불충분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동구원전의 안전상태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련내에서의 영향도 적지 않다. 사고 당시 실상을 숨긴 채 어물어물 넘기려 하고 자기 자식들은 도피시키고서 5월 메이데이행사에는 어린이들을 동원했던 우크라이나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환멸이 주민들을 분노케 했고 소련 공산당 지도부가 사태의 부담을 우크라이나공화국에 지우면서 민족주의 감정도 부채질했다. 소련정부는 지금도 사고로 인한 피해의 규모를 87년 공식발표한 이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체르노빌을 찾는 외국기자와 환경론자의 주머니를 노리면서 안내코스를 마련하고 호텔을 지었다. 비록 그렇다 해도 인류 역사상 가장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체르노빌은 해마다 봄이 오면 핵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사고 5주년을 맞아 『체르노빌의 비극은 과거 속으로 사라져 가지 않는다. 그로 인한 문제는 이제 인류가 겨우 깨닫기 시작했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 외언내언

    한 부자가 큰 저택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불이 났다. 그 부자는 겨우 빠져 나왔으나 되돌아보니 아이들은 놀이에 열중하여 저택이 타는 줄 모른다. 『빨리 나와!』 소리쳐도 못 들은 체. 부자는 꾀를 낸다. 『지금 문밖에 양의 차,소의 차,사슴의 차가 왔다. 빨리 와서 타』. 그러자 아이들은 다투어 나왔다. ◆「법화경」의 비유품에 적혀 있는 「화택의 비유」이다. 여기서 말하는 화택이란 인간이 사는 세계. 이 화택에서는 애욕의 화염,탐욕의 화염,명예·권세의 화염이 타오른다. 하건만 그 저택 속의 아이들과 같이 사람들은 화염 무서운 줄 모르고 놀이에 열중하며 동분서주한다. 부처님은 그 화염을 끄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그게 어디 꺼지는 불이던가. 그래서 속세인은 영원히 「화택 속의 아이들」일밖에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은둔한 지가 오늘로 2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산사생활이다. 이제 「화택 속의 아이들」이 눈에 잡히는 것일까. 간간이 새어 나오는 소식은 초탈해가는 불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며칠 전 백담사로 찾아간 서울신문 기자에게도 말했다.­『잘못된 건 이제 모두 내 탓이려니 합니다』.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의 갈등을 경험한 것일까. ◆권좌에 있던 사람만이 권좌에서 밀려났을 때의 아픔과 외로움을 안다고 옛사람들은 말했다. 그 아픔과 의로움은 부렸던 권세의 돗수에 정비례하는 것 입산한 초기의 전 전 대통령도 그랬다. 자신이 권좌에 있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이 굴던 일부 인사가 등 돌리며 훼폄하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듯했다. 그것은 얼마 전 그 영부인도 토로했던 심경. 그런데 이제 그 모두를 「내 탓」으로 돌리는 불심을 보여 주기에 이른다 「화택 속의 아이들」을 알게 된 때문일까 ◆「채근담」의 한 구절­『꾀꼬리 울고 꽃이 우거져 산과 골이 아름다워도 이 모두 다 건곤 한때의 환경. 물 마르고 나뭇잎 떨어져 바위돌 벼랑이 앙상히 드러남이여. 이곧 천지의 모습이로다』. 이 「천지의 모습」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이리라.
  • 외언내언

    3월초,체불중인 화가 O씨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3월17일에 있는 「바스티유 개관공연」의 입장권을 1월에 사놓고 기다리는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기다려도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가슴을 죄어가며 걱정과 기대 속에 기다린다는 것. 우리가 낳은 세계적 음악가 정명훈이 「기적」처럼 차지한 프랑스의 「바스티유 오페라」 운영책임자의 자리가 정식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겨운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또 제일 어려운 작품을 선택하여 정면대결로 승부를 내려는 심산인 것 같아 그 대담하고도 진지한 태도가 한편 대견하면서도 다른 한편 걱정이 된다는 것이 O씨의 심경이라는 것이다. 그림 속에서,공원의 숲속 나뭇잎이 귀가 되어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선율을 느끼게 하는 것이 O씨의 화풍이다. ◆재능있는 우리 예술인들이 국제무대에서 기량을 겨루려면 길고 고통스런 인내를 치르고도 성공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정명훈씨의 오늘은 모든 국내외 한국인의 자부심이고 보람이다. 그의 데뷔에 마음죄며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나라안팎에 O씨를 포함하여 숱하게 많았다.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 세계 대도시의 오페라좌에서 전막이 공연된 적이 없는 『트로이 사람들』을 선택한 것은,그런 걱정스런 마음을 더 무겁게도 했다. ◆그러나 17일 저녁의 한국인 정명훈은 위대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공연』을 해낸 그에게 프랑스신문들은 이런 제목의 훈장을 달아주었다. 『바스티유의 박수갈채』 『트로이언들의 개선』 『4시간36분의 명연기』를 칭송하며 20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낸 2천7백여 관중의 열광을 받은 것이다. ◆화가 O씨도 이제는 흐뭇한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재능 하나가 이룩하는 국위떨침은 수백만 수천만명이 공을 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 재능,그 명성이 그의 노력과 결단에 의해 더욱 깊어갈 것임을 우리는 믿고 있다. 멀리서나마 우렁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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