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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장애작가 호시노 자서전등 번역출간

    호시노 토미히로(星野富弘·55).그는 ‘꽃의 시화전’이란 이름으로 일본 전역에서 200여 차례나 전시를 연 중견 화가다.지난 91년 고향인 군마현 세타군 아즈마무라 쿠사키댐 부근에 건립된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는 해마다 1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온다.그의 그림은 소박하다.지인들이 가져다 준 화분이나 꽃다발,뜰에 핀 꽃나무,산책길에서 만난들꽃을 붓가는대로 그린다.그리고 시를 곁들인다. 그의 작품이 유달리 가슴에 와닿는 것은 그가 목 아래를전혀 쓸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가 된 지 두 달만에 사고를 당했다.체조수업도중 공중제비를 돌다 떨어진 것.하지만 기독교에 귀의하고 시와 그림에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찾으면서 그는 다시 태어났다.그 고난의 터널을 뚫고 작가로 우뚝 서기까지의 생활을 그린 자서전 ‘극한의 고통이 피워 낸 생명의 꽃’(김유곤 옮김)과 시화집 ‘내 꿈은 언젠가 바람이 되어’(이윤정 옮김)가 문학사상사에서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20년 전에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일본에서 각각 140만권과 200만권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만목수참(滿目愁慘).졸지에 장애의 늪에 빠진 그의 눈에잡히는 모든 것은 시름겹고 참혹했다.그러나 부조리해 보이는 세상의 온갖 현상들이 하나님의 의지 안에서 질서지워져 있음을 깨달으면서 그는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마침내 우주 만물 속에 구현된 신의 섭리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리고 장애마저 자신의 삶의 조건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게 된것이다.그 마음결에 꽃이 어리어 그림이 되고 시가 됐다. 그의 그림과 시는 이제 온갖 삶의 질곡을 털어버리고 바람과 함께 훨훨 하늘로 날아오른다.“들판을 지나는 바람이뺨을 스치고,내 상념은 언제나 바람이 됩니다.나는 꽃잎을어루만지고 민들레 홀씨와 함께 하늘을 날아올라 옥수수 잎사귀를 사각이다가,나뭇잎을 한 잎 한 잎 뒤적이며 초록빛산을 오릅니다.” 투명한 서정이 감도는 그의 글에는 삶에대한 반듯하고 서늘한 시선이 스며 있다. 그의 시는 시라기 보다는 차라리 일상의 단상처럼 읽힌다. 어찌 보면 사물에 대한 즉물적 심상을간결한 시형 속에 담아내는 하이쿠(俳句)같기도 하다.하지만 상징시의 난해함과는 거리가 멀다.담담함 속에서 배어나는 풍성한 속뜻이 구절구절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우리에게 재앙이 도둑처럼 찾아온다면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조그만 일에도 쉽게 좌절하고 비관으로 치닫는 나약한 현대인들에게 그의 글은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김종면기자
  • 공직 e메일/ 고급인력이 떠나는 까닭

    초여름 아침나절에 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다보면,거기에는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이 있다.하늘색이나 초록색 또는 금색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무엇인가가 많이 모자라는 어떤 느낌이 있다.바로 눈 앞에 있고,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시원히 설명할 수 없는 조화이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국제인사관리협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이 열렸다.전세계 25개 국가와 기관에서 37명의 대표가 참가하여 최근의 인적자원관리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5일 동안 이어진 정보와 의견 교환을 통해 떠오른 생각은 조화로움에 대한 필요성이었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정보기술의 발달과 인적자원관리’,‘인적자원관리의 국제화’였다.나라마다 정보기술이나 국제화와 관련하여 겪고 있는 문제와 해결방식은다르지만,공통적인 것은 인적자원관리에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더 체계적으로 인적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점차적으로 특정 업종에 대한 기피현상이심화됨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급인력 유치와 고급인력 유출 현상이다.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고급인적자원이 자국에 귀국하지 않음으로 해서 고급인력을 이용할 기회를 잃거나 국내에 머물던 고급 인적자원이 보다 나은환경을 찾아 떠나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 인적자원을 오히려 수입해야 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자국의 고급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조성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의견이었다.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옮겨갈 만큼 경계가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열린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조화이다. 적절한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구성으로 여러 종류의 관계를원활히 이어갈 수 있을 때 성공적인 인적자원관리가 가능한것이다.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의 조화가 자연의 조화를 따라갈 수 없을지 모른다.하지만,나무 그늘 아래에서 올려다 본 로마의 하늘과 서울의 하늘은 다르지 않았던 것을보면,전체적인 조화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급변하는 정보기술의 발달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틀리지 않으리라 믿는다. △신소현 중앙인사위 공보담당
  • 유명산 휴양림 ‘맨발로 걷기’행사

    “맨발로 산길 걷는 맛도 참 좋네.이렇게 좋은 걸 왜 그동안 신발 벗고 걸어볼 생활을 못해 봤는지 몰라.”지난 17일 산림조합중앙회 ‘숲과의 만남’행사가 열리고있는 경기도 가평 유명산 휴양림 산책로.도시인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행사에는 30대주부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80여명이 참가해 온몸으로 숲과 만나고 있었다. “발 아프게 어떻게 맨발로 걷느냐”며 처음에는 엄두도못내던 참가자들은 어느새 까실까실한 풀잎이며 울퉁불퉁한 돌멩이의 색다른 감촉에 푹 빠진 모양이다.중간중간 개울이 나타나면 얼음같이 찬 물에 발을 식히고 물장난까지치며 모처럼 동심에 젖었다. ‘숲 해설가’ 정연준(60)가 함께 걸으며 들려주는 신기한 나무와 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산이 좋아”본업인 건축사로 일하는 짬짬이 자원봉사자로 2년째 활동중인 정씨는 숲에 관한 한 만물박사다. “빨간 열매 달린 이 올괴불나무는 열매가 달아 다람쥐가엄청 좋아합니다.이건 신발 밑창에 깔면 보들보들한 신갈나무,저건 독이 강한 미치광이풀,또 이건 몸이 지칠 때 비벼서 냄새를 맡으면 상쾌해지는 오이풀이구요.”1시간여 맨발 산책코스가 끝나면 기(氣)체조와 명상 시간이다.장소는 머리를 맑게 하는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는 잣나무 아래 공터를 골랐다. “자,내가 자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이면 세상에는 고민할 게 그다지 많지가 않죠.깨끗한 바람을 마음껏 들이키세요.”단전호흡 강사 박혜숙(43)씨의 가르침을 들으며 몸풀기 체조를 하지만 세월에 굳은 몸을 풀기가 쉽지 않은지 여기저기서 ‘에구 에구’하는 신음과 웃음소리가 쿡쿡 터져 나왔다. 이윽고 가부좌를 틀고앉아 명상에 잠겼다.기분좋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나뭇잎새 사이로 반짝이는 5월의 햇살,가끔 생각난듯 지저귀는 이름모를 새소리,그리고 정적….명상에 빠진 이들은 어느새 내가 숲이 되고 숲이 내가 되고있었다. 산림조합중앙회가 연 올해의 첫 ‘숲과의 만남’은 이렇게저물었다. 자생식물원 견학,산림욕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위해 낸비용은 1인당 단돈 5,000원.산림조합중앙회 권상진 대리는 “숲의 소중함을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한 이 행사가 올해로 9년째를 맞았다”면서 “그동안 알음알음으로 전해져몇년째 단골로 참가하는 골수팬도 생겼다”고 귀띔했다. ‘숲과의 만남’은 경기도 광릉 국립수목원,유명산 자연휴양림 등지에서 화요일 초등학생,목요일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나눠 열린다. 초등학생은 무료이며학교별로 단체접수하면 된다.단 도시락은 각자 지참해야한다.(02)416-9419∼20. 허윤주기자 rara@
  • 서양화가 이은미 개인전

    서양화가 이은미(42)가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연다.주제는 ‘생명의 순환고리’.사포나 골판지,마른 나뭇잎 등을 오브제로 활용한 3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작가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인간이 규정하고 있는 자연이 실제의 자연과 어떻게 다른가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02)735-2655.
  • “눈·코·입을 즐겁게” 전문요리사 인기

    요리 관련 직업이 ‘뜨고’ 있다.커피전문가 바리스타,와인감별사 소믈리에,초콜릿 공예가 쇼콜라티에,요리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쿠킹호스트,슈거 아티스트,케이크 디자이너,음식평론가 등 새로운 직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음식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요리사가 인기 직종으로 떠오른 것은 한국에서는 최근이다.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미국의 경제전문지‘포춘’은 요리사를 21세기 유망직종으로 꼽았다.일본인 나미에 사토(26·일본IBM)는 “도쿄대에 다니던 친구가 요리사가 되겠다며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 참 용감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서울 여의도 63뷔페식당의 구본길 조리장(45)은 “훌륭한 요리사가 되고싶다는 어린 학생들의 팬레터가자주 온다”고 말했다.퓨전 요리가 유행하는가 싶더니 동남아시아 요리,인도 요리가 인기를 끄는 등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입맛도 까다로워졌다.풍성하고 다양하게 발전하는음식문화는 앞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신종 유망직업을 만들어 낼 전망이다.요즘 각광받는 푸드스타일리스트와바리스타 등 이색직업인 2명을 만나봤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음식을 입으로만 먹나요.아름답고 예쁘게 연출해서 눈으로도 먹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죠.” 최신애씨(29)는 잡지,광고,메뉴판 등에 보기만 해도 침이꼴깍 넘어가도록 음식과 그릇,식탁을 연출하는 3년차 푸드스타일리스트다. 최씨는 지난 88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국내 푸드스타일리스트 1세대인 조은정씨(50)의 식공간연구소에서 1년동안 교육과정을 마친 뒤 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조은정식공간연구소는 1년 과정인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7기째 모집 중이며 최씨는 4기다.최씨가 받는 연봉은 1,800만원. 최씨는 지난달 일본 식품회사 아지노 모토의 의뢰로 인스턴트 식품의 포장지 사진을 찍었다.파 4㎝,고기 5㎝까지 정확하게 재어 요구하는 바람에 4가지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 하룻밤을 꼬박 새운 것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가장 기억에남는 일이다.일본사람들이 잡채,불고기,곰탕,김치찌개 등 한국음식을 인스턴트 식품으로 개발하고,한국적 감성을 살리기 위해 포장사진을 한국인에게 맡긴 일본인들의 철저함에 최씨는 혀를 내둘렀다. “맛있는 밥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밥알 하나하나를 이쑤시개를 콕콕 찍어 일으켜세워 마치 밥이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밥 사진을 찍을 때는 밥알에 기름칠을 하고,라면은 면발의끝이 보이지 않도록 실로 묶어서 삶아내는 것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만의 노하우다. 식탁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최씨는 아침마다 뒷산을 산책하며 신선한 나뭇잎,꽃,풀 등을 꺽어 와 그릇에 장식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항상 서서 일하기 때문에 체력이 튼튼해야 하고 영화,패션잡지 등을 많이 보면서 감각을 키워야 해요.”일하면서 최씨가 가장 기쁠 때는 음식 사진이 예쁘게 나왔을 때고 반대로 가장 화날 때도 역시 사진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왔을 때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필요충분조건 3가지. ①요리를 잘하거나 요리에 대한 폭넓은 상식은 기본이다. ②흰 그릇에는 노란색 카레가 예쁘게 보인다는 점을 아는 등 색감이 뛰어나야 한다. ③어떤 조명에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지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기본적 감각이 있다면 금상첨화. ●바리스타 . 바리스타는 이탈리아어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란 뜻이다.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와 구분해서 요즘은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만을 가리킨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서울 명동점에서 일하는 지경수씨(28)는 바리스타로 일한지 10개월째다.지난해 8월 스타벅스의서울 압구정동 본점에서 2주의 교육과정을 마쳤다.바리스타의 자격요건은 고졸이상이며 나이제한은 없다.최근 모집한스타벅스 바리스타 15기에는 1955년생인 아주머니도 있다.최씨의 연봉은 1,600만원. 스타벅스가 자랑하는,시간제 근무자를 포함한 전사원이 받는 스톡옵션의 혜택은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신세계와 합작회사인지라 아직 해당되지 않는다. “필터에 원두커피 14g을 담아 에스프레소 기계 안에서 적정 온도와 압력으로 물이 분사되게 해 단시간에 맛있는 커피를 뽑아내는 것이 바리스타의 가장 중요한 일이죠.” 매일 커피를 시음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지씨는 손님들과 함께 커피 시음을 하자고 제안,좋은 아이디어로 채택되기도 했다.라틴 아메리카산 커피 원두는 신맛이 나고,동아프리카산은 견과류의 신맛에 꽃향기가 나며 인도네시아산은신맛은 전혀 없이 묵직한 맛이 난다는 점을 아는 것은 바리스타의 기본적 자질이다.커피가 어떻게 생산되고,어떤 맛이나며 어떤 특징이 있고 무슨 빵과 어울리는지 커피에 관한모든 것을 아는 전문가가 바로 바리스타다.덧붙여 손님들에게 커피에 관한 조언을 해주는 것은 필수다. “앞으로 제 이름을 건 커피점을 내고 얼음이 들어간 혼합커피음료인 ‘프라푸치노’같은 새로운 커피를 만들어 내는것이 목표입니다.” 지경수씨는 여름에는 프라푸치노에 휘핑크림을 넣어 마시면 더욱 맛있다고 소개했다. ◆바리스타의 필요충분조건 3가지. ①고객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겠다는 서비스정신은 필수②커피 종류를 향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는 ‘개코’는 바리스타의 필살기③내 이름이 붙여진 새로운 커피음료를 만들겠다는 창의적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도전정신. 윤창수기자 geo@
  • [대한광장] 너는 나의 또다른 이름이다

    나는 언제나 햇살이 투명하다고만 생각했다.그러나 사물을 깊이 있게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햇살은 계절마다,시간마다 우리에게 다른 색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일년 중 햇살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봄날이고,그때햇살의 색은 시리도록 눈부신 연두색이라는 것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뭇잎을 키우는 것은 뿌리만이 아니라 하늘의 태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하늘과 땅과 태양과 바람이함께 모여 이룬 5월의 숲은 생명의 조화로 아름다웠다. 이른 아침 휘파람새의 노랫소리에 눈을 뜨고 기쁜 마음에문을 열고 나가 절 둘레에 가득한 5월의 숲에 눈길을 주었다.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내가 귀를 기울이는 곳 숲은아름다운 생명의 합창을 강물처럼 펼쳐보여 주었다.텅 빈마음의 빈손을 내밀기만 해도 숲은 내게 연두색 햇살을 한움큼 줄 것만 같았다.그 순간,가진 것이 없어도 나는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시간도 공간도 그리고마지막에는 자신도 사라져 버리고,있는 것이라고는 눈부신5월의 숲과의 교감뿐이었다.아름다운 숲과 텅 빈 마음이만나 이루는 교감은 ‘황홀’ 그 자체였다.그것은 때묻지않은 행복이었다. 행복은 그렇게 ‘내’가 없어질 때 내게 온다.내가 있고네가 있다고 분별할 때 행복은 오지 않는다.너와 내가 있을 때 너와 나 사이에는 아득한 ‘거리’가 생긴다.그 ‘거리’는 때로 투쟁이고,때로 분별이고,때로 소유가 된다. 또한 그 거리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 있어 서로가 서로를느낄 수 없다.그 ‘거리’는 결국 불행을 의미한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모든 것은 서로를 의지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네가 없으므로 나 또한 없는 것이 우리들 사는 세상의 법칙이다.그러므로 너와 나는 서로 공경하고 사랑해야만 한다.하늘과 바람과 강물과 태양과 이웃,그 어느 것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그 모든 것을 섬기고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불행이라는결과를 맞이할 수밖에는 없다. 타인의 슬픔을 제거하고,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자비는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진리에 근거해 있다.이 세상 모든것을 한 생명으로 볼 수 없다면 끝없는 자비의 실천은 가능하지가 않다.자비란 결국 잃어버린 생명의 모습을 찾아함께 생명의 길을 향해 떠나자는 격려와 당위를 의미한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으시고 제일 먼저 하신 말씀이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생명이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이 땅에 오신 이유도 역시 모두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진리를 열어 보이시고 중생들이 그것을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진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우리만이눈멀어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오늘 나는 눈먼 사람들의 세상을 본다.같이 나누어야 행복할 자리에서 나만의 독식을 외치는 사람들의 불행한 모습을.편리를 위해 아무런 주저없이 파괴를 일삼는 사람들의 모습을.조금 불편을 감수하고,손해를 견딘다면 모두가행복할 수 있는데,그것을 거부하다 결국 모두가 큰 아픔을겪는 세상을. 모든 것은 인연을 따른다.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 생명이라는 의미다.너를 떠난 나는 없다.너의 행복 위에서만 나는 행복할 수 있다. 너는 나의,나는 너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부처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 일깨워 주셨다.너의 모습에 비친 나의모습이 아름다울 때 오늘 나의 삶에는 향기가 넘치고,너의모습에 비친 나의 모습이 탐욕스러울 때 오늘 나는 그릇된 삶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타인은 나를 비추는 삶의 거울이고,나는 생명의 조화 속에서만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만 한다. 5월의 숲 앞에서 내가 진정 행복한 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 진리의 빛을 이제 비로소 만났기 때문이다.5월의숲은 그 진리의 빛으로 눈부시다. [성 전 옥천암 주지]
  • 예술의 원천 ‘삶’ 삶의 산물 ‘예술’…예술과 공간展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가 2001년 첫 기획전으로 생활공간 속의 예술을 보여주는 색다른 전시를 마련했다.22일부터4월15일까지 계속될 ‘예술과 공간(Art in Life)’전. 삶은예술의 원천이고 예술은 삶의 산물임을 확인해주는 자리다. 전시장은 이러한 취지에 맞게 짜여졌다.전시를 위해 인테리어를 따로 하기는 국내 미술계에서는 드문 일.갤러리 현대의 지하와 1,2층을 생활공간으로 바꾼 가운데 설치작품과회화작품이 곳곳에 자리잡았다.지하는 침실과 주방 등을 갖춰 일반가정처럼 만들었다.1층은 현관과 거실,화장실로 꾸미고 2층은 사무실과 서재,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전시장에들어서면 평범한 생활공간이라도 얼마든지 예술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참여작가는 강진식 김종학 노상균 민병헌 백남준 윤형근이형우 장승택 최선호 한수정 홍순명 등 21명.이형우는 다양한 형태의 테라코타 작품으로 전시장의 벽면을 장식했고,사진작가 민병헌은 ‘나무와 하늘’ 연작으로 자연의 신비를 연출했다.이승오는 절단한 책의 단면을 이용한고풍스런작품을, 정광호는 구리선으로 만든 나뭇잎과 항아리를 내놓았다. 부대행사로는 조각가에서 퓨전요리가로 변신한 오정미와행위예술가 스스무 요나구니(進與那國)의 음식 퍼포먼스가매주 한차례씩 펼쳐진다.22일 오후5시에는 ‘꿈꾸는 집’이라는 주제로 초콜릿 집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30일 오후4시의 프로그램은 ‘부드러운 알-2001’.달걀 2001개를 삶아 식용색소로 염색해 먹는 행사다.4월 6일 오후4시에는 사탕으로 팔찌,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착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02)734-6111. 김종면기자
  • [대한광장] 상원사의 바람소리

    밤새 비바람이 불었다. 덜컹이는 문소리.밤에 듣는 바람에덜컹이는 문소리는 고요보다도 외롭다.그것은 마치 떠나고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자리의 안타까운 울음으로 나의 내부에 스며들어온다. 내 유년의 집 또한 겨울밤이면 문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간혹 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와 그 문소리가 중첩될 때면어린 나의 가슴에는 묘한 파장이 일었다.외로움 같기도 하고슬픔 같기도 했던 그 소리의 파장을 좇아 나는 방안에 가득한 짙은 어둠을 소리없이 바라보아야만 했다. 절 집의 밤은 말 그대로 적요 그 자체이다.모든 소리가 다떠난 자리에 부는 바람 소리는 그 선명함으로 가슴이 시리다.속세에 두고 온 정한이 많을수록 바람 소리가 가슴에 머무는 시간은 길다….바람은 자유로운 것 같지만 자유롭지 못하다.그것은 내가 듣던 문 소리와도 같이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것들의 한을 표현한다. 언젠가 나는 상원사에서 깊은 겨울밤의 바람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초저녁 들었던 잠이 한밤중 덜컹이는 문소리에 깨었을 때 바람소리는 더욱 스산하게 다가왔다.잠결에 듣는 바람 소리.그 순간 문득 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가 떠올랐다. 곁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바람은 먼 산에서부터 깊은 소리로 다가오다 앞산에 이르러서는 나뭇잎처럼 흩어져갔다. 바람 소리는 언제나 스산하다.그것은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길을 떠나야 한다는 당위를 부여한다. 그 당위를 거역할 때존재의 밤은 뜬눈의 새벽을 맞이해야만 한다. 상원사의 겨울은 바람 소리 하나로 잠들어 있는 의식의 선명한 깨침을 요구한다.누구나 상원사의 겨울바람 속에 서면팽팽히 조여 오는 의식의 긴장을 실감한다.상원사에서 좌탈입망한 방한암스님의 열반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죽음마저도생을 방기할 수 없다는 것을 상원사는 방한암스님을 통해 여실히 일깨워 준다. 선객에게는 화두가 사라지면 길 또한 사라져 버린다.길 없는 막막함 속을 헤매지 않기 위해서 수좌들은 숨결과도 같이화두를 챙긴다. 화두가 성성할 때 선객은 비로소 길을 보는것이다.그 곳 청량선원에서 수좌들이 마음의 길을 찾는 것은어쩌면 그 도량 자체가 하나의 화두라는것을 전생의 긴 시간을 통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세상의 어느 것도 우연인 것은 없다.우리가 보거나 깨닫지 못했다 할지라도 모든 것은 다 존재의 이유를 지닌다.때로 우연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도 알고 보면 모두가 보이지않는 전생의 긴 인연에서 연유하는 것이다.내가 오늘 사람으로 태어난 것도,너와 내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만난 것도,내가 이토록 바람 소리에 가슴을 저미는 것도 모두다 그래야만 하는 인연 때문인 것이다. 어쩌면 나는 전생에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골골을 떠돌다마른 나뭇가지에서 목놓아 울다 사라져 버리는 그런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바람이 불면 전신에 다가오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이 생생한 느낌과 그러다 마침내 바람처럼 흐느끼는울음이 되는 자신을 바라보면 나는 바람이었다는 먼 인연을생각하게 된다.지금 내가 출가 사문이 되어 산길을 걷다 산사에 잠이 드는 것도 산 골골을 떠다니던 먼 전생의 바람의자취가 내게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람은 끝내 자유가 되지 못하는 설움을 지니고있다.자유가 되고 싶지만 끝내 자유가 되지 못하는 것이 바람의 한계다.지금 내가 출가 사문이 된 것은 그 한계를 뛰어넘어 다시‘자유’가 되라는 인연의 요구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시간은 금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먼 전생과 긴 내세 역시 우리가 걸어 가야 할 시간의 길이다.조급하고 편협한 마음을 놓아 버리자.그리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며조금은 늦게 걸을 때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전 조계종 옥천암 주지
  • “색깔·이미지로 음악을 보세요”

    작곡가 리스트는 곡을 만들거나 연주자들에게 지시를 할 때 “여기를 좀더 핑크색이 되도록”“이 부분은 너무 검군”하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슈베르트는 자신이 특히 좋아했던 마단조를 가리켜 “마치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장밋빛 활을 들고 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나. 귀로는 들을 수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음악을 색깔과 이미지로표현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본성과도 같은 것일까. 최근 나란히 선보인 음반, 신나라뮤직의 ‘컬러 시리즈-오렌지&그린’과 소니의 ‘이미지’(Image)는 음악이 지닌 독특한 느낌을시각화하려는 상상력으로 넘친다. ‘컬러 시리즈’는 신나라뮤직이 KBS 제1FM ‘FM가정음악’과 손잡고 출시한 앨범.오렌지와 그린 2장으로 나뉜다.환희와 격정의 색깔 ‘오렌지’편에는 ‘마음의 불빛’이란 부제를 붙여 마스카니 오페라‘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오렌지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쇼스타코비치 ‘재즈모음곡’ 중 ‘왈츠2번’ 등을 담았다. 한편 ‘내인생의 푸른 나뭇잎들’이란 부제가 있는‘그린’편은 눈부신 초록빛으로 생동한다.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중 ‘아침인사’,바흐 ‘사냥칸타타’ 중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뜯고’ 등을 들려준다. ‘이미지’는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의 ‘리베르탱고’,뉴에이지 피아노의 거장 앙드레 가뇽의 ‘조용한 날들’,어쿠스틱 기타그룹 곤티티의 ‘방과후의 음악실’ 등 18곡을 실은 편집앨범.정열적인 남미,신비로운 달나라 등 영혼만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로 안내한다.일본에서는 100만장 이상이 팔리는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허윤주기자 rara@
  • 공원서 자연을 배워보자

    겨울방학을 맞은 초·중·고생을 위한 다양한 체험 및 학습 프로그램이 오는 23일부터 내년 2월 개학하기 전까지 시내 각 공원에서 동시다발로 열린다. 이들 프로그램은 평상시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 주관으로 열리는 유익한 겨울방학 프로그램을 알아본다. [민속놀이 체험교실] 방패연,가오리연 등 각양각색의 연을 만드는 법과 잘 날릴 수 있는 비결을 비롯해 제기 만들기,팽이치기 등을 배울수 있는 프로그램.24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1∼3시 천호동공원과 영등포공원에서 무료로 열린다.16일부터 선착순 접수한다. [겨울식물 및 버섯교실] 여의도공원과 보라매공원에서 주로 자라는동절기 각종 식물의 생태를 관찰하면서,여름눈과 겨울눈의 차이 및나뭇잎 표본으로 나무이름 알아맞히기 등 이론 및 실습위주로 진행한다.또 양재동 시민의숲에서는 오후1시부터 2시간동안 버섯교실이 열린다.생태계에서 버섯의 역할 및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는 방법등을 가르쳐 준다. [곤충교실] 남산공원안 각종 초화류 및 나무에 붙어 겨울을 보내는곤충의 모습과 습성을 알아보고,무당벌레나 사마귀의 이름 유래 및곤충들에 얽힌 전설 등을 강의한다.공원안에 있는 곤충집 찾기,곤충그림그리기 대회도 열린다.문의는 서울시 공원녹지관리사업소(771-6133∼4). 문창동기자 moon@
  •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 대통령상 양길순씨

    “전주대사습대회 장원 등 여러 상을 타봤지만 이렇게 여운이 남는상은 처음입니다.살풀이춤의 혼을 불어 넣어준 김숙자 선생님이 먼저떠오르는군요” 최근 막을 내린 제8회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한국무용가 양길순씨(47)는 스승의 자취를 떠올리며 전통무용인의 길을 새삼 다짐했다.양씨는 매헌 김숙자의 도살풀이춤 이수자이자 전수교육조교.“매헌은 내게 도살풀이춤을 이수시켜주고 석달만에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안타까워하는 그는 지금도 스승의 춤사위 철칙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몸과 마음속에 든모든 것을 쥐어짜 그것을 손끝과 발끝으로 또 어깨로 풀고 뿌려내야한다”는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로 지정된 살풀이춤은 남도 무속무용 계통의춤으로 살(煞),즉 액을 푼다는 뜻이 담겨 있다.호남 동살풀이의 맥을잇는 이매방류 살풀이와 경기 무악인 도당굿의 아홉거리중 하나인김숙자의 도살풀이로 크게 나뉜다.도살풀이의 특징적인 춤사위로는고개를 뒤로 갸우뚱거리는 목젖놀이사위,발끝으로 딛고 서는 학사위,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나뭇잎사위,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같은 용사위 등을 들 수 있다. “살풀이춤은 정중동의 미가 극치를 이루는 영혼의 춤입니다.이매방류 살풀이에 비해 3배나 긴 명주수건을 사용하는 도살풀이는 특히 수건으로 하는 사위가 많습니다.수건을 떨어뜨리는 동작이 불운의 살을상징한다면 다시 주워 드는 동작은 기쁨과 행운의 표현이라고 할 수있지요” 지난 97년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도 선 양씨는 “도살풀이도 사물놀이나 부채춤처럼 언젠가는 세계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광장] 겨울잠을 자기전에

    그 현란하던 나뭇잎들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가는가 했더니 어느덧 겨울이다.나무에 안간힘을 다해 붙어 있던 잎들이찬 바람에 견디다 못해 결국에는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군다.길가에선 나무들은 현란함을 자랑하던 푸른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서 있다.이처럼 맨 모습으로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디어 낼 작정인가?나무들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지혜는 놀랍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들은 찬란한 봄을 준비하기 위해 깊은 휴면(休眠)에 들어갈 준비를서두르는 것이다.긴 겨울밤의 침묵 가운데서 뿌리를 북돋우며 찬란한봄의 창조를 위한 힘을 축적하려는 것이다. 나무들의 지혜를 배우는 구도자의 마음을 강조하고 싶은 심정이다.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은 겨울잠을 준비하기에는 너무나 각박한 것을어찌하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 중 한곳도 성한 곳이 없고,사회적 분위기는 IMF와 같은 위기가 다시 닥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불안감이 확산되어 간다.모든 분야에서 누적된 문제들이 분출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무엇보다도각 분야 지도자들의 각성과 자각이 필요한때이다.공교롭게도 오늘 한국 사회 지도층들의 무기력과 불감증에 직면하여 떠오르는 교향곡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에스터하치(Esterhazy)공(公)은 대단한 음악 애호가였다.저택 안에 오케스트라를 30년 동안 유지했고,하이든을 지휘자로초빙할 정도였다.비록 음악 애호가이기는 하였지만 그는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안락의자에 파묻혀 잠에 곪아떨어지기 일쑤였다.이것을 안 하이든은 한번은 공에게 골탕을 먹이리라마음 먹었다. 1791년 어느날 밤 하이든은 신작 교향곡 연주회를 가졌다.에스터하치공은 귀족과 친지를 많이 초청했다.예측했던 대로 1악장의 느린 템포로 된 칸타빌레에서 벌써 공은 깊은 잠에 빠졌다.청중 속에서는 수다쟁이 귀족 부인들이 잡담을 하고 있었다.공과 마찬가지로 잠들어 있는 부인이나 귀족들도 많았다.이때였다.“꽝”하는 제2악장에서의 모든 악기의 대성(大聲)!장내를 진동하는 큰 소리에 공과 귀족,귀족 부인네들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시치미를 떼고 마지막악장까지 잔소리나 코고는 소리 없이 조용히 경청했다.그로부터 몇년후 하이든은 영국의 초청을 받아 같은 곡을 연주했다.이때에도 그는이 교향곡을 가지고 고기와 술로 포식한 후 연주회에 참석하여 잠든귀인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하였다.심지어 놀라 의자에서 떨어진 귀부인도 있었다 한다.하이든은 이 교향곡을 놀라게 하는 목적으로 작곡했기 때문에 ‘놀람 교향곡’(Surprise Symphony)이라 명명하였다. 시대의 징조를 알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지도자들을 나태와무기력으로부터 깨어나게 하는 묘책은 없을까? 오늘의 절박한 정치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에서 비롯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시대를이끌어가는 사람을 함께 모아놓고 새롭게 ‘놀람 교향곡’과 같은 음악을 연주해야 효과가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초겨울을 맞이한 우리는 아직 겨울잠에 빠져들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었던찬란한 나무들의 향연에 비길 만한 힘차고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어내지 못한 우리이기에겨울잠을 자기 전에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들과 더불어 한동안 힘겹게 씨름하지 않으면 안된다.바람직하지 못한삶을 엮어온 과거를 청산하고 아름다운 봄이 가능한 역사를 만들 때까지 아직은 겨울잠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다시 한번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지도자들과 전국민이 떨쳐 일어나 암세포처럼 퍼져가는 부조리와 모순들을 과감하게 척결하고 시정하는 운동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 참된 자유와 평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역사를 위해 서로 나누고 사랑하는 삶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에 푸른 잎사귀를 펼치고 꽃을 피우며 가을에는 열매를 맺는 나무들처럼 평화로운삶을 구가하기 위해 산성화된 토양을 알칼리성 토양으로 새롭게 개간해야 할 때이다. 김원배 목사·기독교목회자협 상임총무
  • 상일동 방아다리길∼길동 생태공원 내일부터 개통

    강동구 상일동 방아다리길 해태마트앞∼길동자연생태공원간 인도에건강 및 생태 개념을 도입한 ‘걷고싶은 거리’가 조성됐다. 지난해 자치구 시범가로조성 우수 자치구로 선정돼 받은 교부금 6억원을 들여 조성한 것으로 2일 개장식을 갖는다. 이 지역은 그동안 장마철이면 상습적으로 침수되고 보안등도 없어우범지역화할 우려가 있었던 곳으로 총 길이가 395m에 이른다. 강동구는 이곳에 생태연못 1곳,지압보도 65m,등의자 14개,생태복원상징물 1개,발씻는 곳 1곳,나뭇잎 파고라 2개,가로등 25개를 갖추는등 산뜻하게 단장해 주민들의 휴식장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강동구는 또 이곳에 소나무 등 18종류의 나무 600그루,산철쭉 등 관목 6종 4,000그루와 맥문동 등 화초 29종 1만그루 등 모두 15만그루의 나무와 화초를 심어 녹지공간을 확보했다.이와 함께 공사를 하면서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린 지하수가 음용수로 적합하다는 판정이 내려져 내년에 약수로 개발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김용수기자 dragon@
  • [과학 인사이트] 단풍이 드는 이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며칠 전까지만해도 앞산의 일부 능선만이 군데군데 발그스레 하더니 이내 산 전체가 울긋불긋해졌다. 단풍은 왜 드는 걸까?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 한번 쯤은 배운,아주 간단한 원리일테지만 막상 대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한국과학문화재단 홈페이지(www.science.or.kr)게시판에는 그 답이 있다. 잎 속에는 녹색을 띠는 엽록소 이외에 여러가지 색깔을 나타내는 색소가 70여가지나 들어있다.차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광합성을 못하게 되면 녹색의 엽록체도 분해돼 사라져 버린다.오렌지색을 띠는카로틴과 노란색을 띠는 크산토필이 남게 된다. 붉은 색은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 대지의 수분이 부족해진다.나무들도 물이모자라 광합성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만약 물이 잎사귀 세포 속에 남아 있더라도 기온이 떨어져 얼게 되면 세포는 죽을 수 밖에 없다. 나무들은 동물처럼 따뜻한 피도 없고,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옷을입을 수도 없다.그렇지만 ‘현명한 나무들’은 나뭇잎을 떨어뜨려 차갑고 건조한 겨울을 난다.살아남기 위해 버리는 것이다. 가을에는 나뭇잎의 잎자루와 줄기사이에 코르크층이 생겨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포도당들이 설탕으로 되어 이동하는 통로를 막게 된다.이 코르크층을 ‘떨켜’라고 하는데 웬만한 사전에는 없다. 나뭇잎을 떨쳐 버리는 켜(층의 우리말)라는 뜻으로 학자들이 붙인 것같다. 어쨋든 떨켜에 막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잎에 갇혀 쌓인 설탕이분해되면서 안토시안이라는 붉은 색소가 생기는 데,이것이 나뭇잎을빨갛게 만든다. 단풍과 낙엽,겨울이 차례로 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함혜리기자
  • [대한광장] 이 가을에

    가을이다.새벽예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귀뚜라미가 따라와 운다.문득 외로움을 느낀다.가을날 새벽에 지니는 이 외로움은 투명하다. 찻잔에 차를 내리며 은은한 차 향기에 나를 맡긴다.문 밖에는 비가내리고 바람이 문을 흔들며 지나고 있다.가을에는 모든 것이 슬퍼 보인다.어둠이 외로워 보이고,밤길을 걷는 사람의 뒷 모습이 그렇다.그토록 당당해 보이던 바쁜 일상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사람에 대해 연민을 가지는 시간도 또한 가을이다.나뭇잎이 떨어지듯 우리 모두는떠나야할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가을에는 너무도 구체적으로 다가서기때문이다. 찻잔에 가득 고인 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수행자의 마음은 사라지고 일상에 묻혀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 모습이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또한 속되다.부처님 슬하에서 세월을묻고 산 지 십수년이 되었지만 내 마음의 어느 한 자락도 부처님의발 끝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다.무엇을 일러 ‘중’이라고 할 수 있을지,이제 나는 대답할 자신이 없다. 가을이면 찻잔을 앞에 두고 나는언제나 자신을 돌이켜 본다.차 향이 잔잔하게 온 방안에 퍼지듯 내 삶의 향기가 그렇게 은은히 번지기를 바라면서.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와서야 비로소 향기를 머금은 차잎이 피어나듯 혹독한 자기반성과 눈뜸 없이는 자신의 삶의 향기를 만날 수 없는 일이다. 이 가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 마음 속에 이기를 버리고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기에 마음을 나누는 법을 잊어 버린 것만 같다.마음은 나눌수록 부유해지는 법인데,나는 스스로 가난을 택해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형식과 이기에 얽매인 자연스러운 삶의 결과이기도 하다.마음은 있지만 승려이기 때문에,하고는 싶지만 귀찮기 때문에 하는 전제들을 모두 버리고 누구에게나 마음을 건네며 함께 웃고 울고만 싶다.가진 것이 없는 삶인데 마음마저도 넉넉하게 나누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인색한 인생살이 아닌가. 며칠전 밤에 한 통의 전화를받았다.먼 제주도에서 바람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도반 스님이 일부러 전화를 한 것이다.전화기를 통해서 말없이 건네던 바람소리를 처음에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들려? 바람소리가”.도반 스님의 해석을 통해서야 나는 비로소 바람소리라는 것을 알았다.스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서울 살더니 바람소리도 잊었네.사람이 왜 그리 됐어.눈을 뜨고,귀를 열고 밖을 좀 내다봐. 제주도의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 일부러 전화했어”라고.바람소리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 일부러 전화를 준 스님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선물을 할 때처럼 시간과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된다.그러나 이 마음을 내는 일에 대개의 사람들은 서툴다.바쁜 일상속에서 타인과 자연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마음을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비워야만 한다. 그리고 그비워진 자리는 백지처럼 언제나 깨끗하게 간직할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연으로이 세상에 와 함께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다.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에는 인연의 무게가 너무나 지중하다.마음을 열고,마음을 나눌 때 한 생명의 아름다움은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갈 수 있으리라. 가을이다.길을 떠나야겠다.이기와 형식에 얽매인 나를 버리고 따뜻한 나눔의 길을 떠나야겠다. 성전 조계종 옥천암 주지
  • [대한광장] 가을이다

    어느 날 문득 가을이 우리 곁에 왔다.소매 끝을 스치는 바람결이 어제와 다른가 싶어 먼 산을 바라보니,산빛도,강가에 나뭇잎 부딪치는소리도 어제와 다르다.우리 몰래 세월이 벌써 이렇게 훌쩍 흐른 것이다.둘러보면 산 뿐이 아니다.태풍에 시달린 나무 이파리들도 상처를쓰다듬으며 어느새 색깔이 퇴색해 간다.큰물에 쓰러진 개울가의 고마리꽃이며,물봉선화며,구절초도 꽃을 환하게 피웠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나무와 풀들은 한 계절을 정리하고 있다.쓰러졌으면 쓰러진 대로,꼿꼿하게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그것들은 살아 온 세월 앞에 고개를 수그리며 익어간다. 논두렁을 넘어 찰랑찰랑 익어가는 벼며,콩 밭에 키 큰 수수도 제 무게로 고개를 숙였다.큰바람 속에서도 제 몸을 잘 간수하여 붉어져 가는 대추야,감아,알밤들아,모든 바람을 이긴 곡식들아,풀들아,나무들아 콘크리트 벽 속에서 소주를 마시며 더위를 이겨 낸 사람들아,모두 애썼다.작고 크든 시련을 딛고 일어선 것들은 산들바람부는 이 가을 하늘아래 모두 눈부시다. 밤길을 걸으며 풀섶에서울어대는 풀벌레 울음소리,깊은 밤 어디선가 낭랑하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한 계절의 이 쓸쓸한 모퉁이를 돌아가며,나는 문득 소슬해지는 어깨를 추스린다.나는 잘 살았는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그러므로 가을은 남보다 자기를 들여다보게 하는,자기에게 더 외로운 계절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가.내가 온 힘을 기울여 애쓰는 이 수고가 세상의 어디에 소용이 된단 말인가.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내 몫인 것 같은 이 재물과 권력과 지식은 얼마나 하찮고 부질없는 것들인가.세월은 바람같이 빠르고 인생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다만 이 세상에 남을 것은 진실 뿐임을 알 때 생은 경이로워진다.눈 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떡에 눈 멀면 훗날 그 떡보다 더 큰 욕을 먹는다는 것을 알라.한줌 권력이 저 들에 피어있는 들꽃보다 낫다는 생각을 나는 해보지 않았다. ‘사랑의 온기가 더 그리워지는/가을 해거름 들길에 나는 서 있습니다/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산그늘도 묻히면/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그대 얼굴이/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내 안의 그대처럼/꽃들은 쉼없이 피어나고/내 밖의 그대처럼/풀벌레들은/세상의 산을일으키며 웁니다/한 계절의 모퉁이에/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춥지않아도 되니/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 한지요/지금 이대로 이 길을 걷고 싶고/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어느 가을.나는 힘없고 가난한 내 사랑에 따뜻한 온기가 되고 싶어,해지는 들길에 앉아 이 시를 썼다. 내가 근무하는 작은 학교 운동장에 서늘한 산그늘이 내려온다.아이들이 놀다 돌아간 운동장은 산뜻하게 비어 있다.소슬바람이 부는 산아래 나는 두 손을 편히 내려놓고 서서 산을 올려다본다.어쩌면 산은 저리 변함이 없을꼬? 산그늘은 천천히 내려오며 작은 마을을 덮고 푸른 강을 건너 앞산을 오른다.해 지는 동네도,강변에 풀잎들도 참 곱다.서산에 걸린 해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발광하는 저 찬란한 가을논과 강물의 풍경을 함께 보는 일은 행복하다. 보아라,저 메밀잠자리들은 내가 밥 한 숟갈 주지 않았어도 푸른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저 풀잎들은 그대가 눈길 한번 주지 않았어도 저렇게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간다. 가을이다.이 가을 저 들에 풀잎 한 포기,한톨의 곡식인들 어찌 내게 무심하리.한 계절의 모퉁이는 돌며 나는 나에게 진정 다시 묻고 싶다.너의 가을은 저 파란 우리나라 가을하늘처럼 참말로 근사한가? [김 용 택 시인]
  • EBS 다큐 ‘개미’ 촬영현장

    지난 6일 강원도 정선군 동강 기슭.인적마저 뜸한 오지에서 문동현PD 등 EBS 촬영팀은 밭두렁 위에 카메라를 들이댄 채 한동안 움직일줄을 모른다.가까이 가 보니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땅 위에 조그마한곤충들이 질서정연하게 먹이를 나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EBS 다큐멘터리 ‘개미’의 촬영현장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개미는 모두 120여종.도심의 보도블럭 사이에서도,아파트 베란다에서도 흔히 눈에 띈다.촬영팀이 산골까지 찾아든것은 이곳에 일본왕개미의 대형 군락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취재팀이 발견한 군락은 10m가 넘는 것으로 수 만 마리의 개미가 살고 있는 ‘도시’였다. 우선 개미 군락의 출발은 공주개미의 ‘혼인비행’에서 시작된다.촬영팀이 공개한 필름에는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공주개미들이 돌이나 나뭇잎 위로 기어오르는 장면,마치 결혼식을 축하라도하듯 일개미들이 굴 밖으로 나와 정렬해 있는 장면 등일본왕개미,곰개미 등의 혼인비행 장면이 정밀하게 담겨 있다.혼인비행을 끝낸 뒤에야 비로소 공주개미는 여왕개미가 돼 알을 낳는다. 촬영팀은 ‘개미’보다 ‘개미 군락’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개미는 군락을 생존의 단위로 삼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것처럼 모든 개미는 부지런하다고 생각하지만실제로 일하는 개미는 군락 전체 개미 가운데 20∼30%에 불과하다.문PD는 “사람도 한 부분을 쓸 때는 다른 부분은 쉬기 마련”이라면서“70% 이상의 개미가 쉬고 있는 것도 군락 전체로 이해해 보면 이러한 이치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제주왕개미 등 보기 힘든 한국 고유종 개미,개미와 진딧물의공생관계, 개미의 천적,페로몬을 통한 개미의 의사소통 등도 다큐에포함될 예정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대한광장] 도심 녹지공간을 늘리자

    [박주현 변호사]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갖는다’. 그냥 외쳐보는 구호가 아니라 최고 규범인 헌법 제35조의 내용이다.건강하고 쾌적한환경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심신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공원과 녹지일 것이다.걸어서 5분 거리 이내에 나무들과 벤치,오솔길과 잔디밭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마을공원이 있다면 주민들의 생활의 질은 기대 이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공원과 녹지는 주거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몇 년전 독일 뮌헨에서 얼마간 생활한 적이 있는데,집에서 30여미터떨어진 곳에 아주 작은 레오폴드 공원이 있었다.그 공원의 사방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 잔디밭이 있는데,잔디밭 한 켠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고,나무그늘에는 나무의자들이,잔디밭 사이로는 오솔길이 나 있었다.공원한켠에는 대학식당도 있고 유치원도 있었지만 건물 모양과 색조를 자연친화적으로 맞추어서 공원분위기를 거의 해치지 않았다.우리는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매일같이 그곳에 가서 아이들을놀게 하고 벤치에서 책을 읽곤 했다.언젠가 공사를 며칠씩 하기에 무슨 공사인가 했더니 반듯한 오솔길을 구불구불하게 만드는 작업을 그리도 정성스럽게 한 것이었다.그 작은 마음 씀씀이가사람들에게 숲속기분이 나도록 해주었고,이게 바로 눈높이행정이구나 하는생각을 하게 되었다. 뮌헨에는 유명한 영국공원이 있어서 도시면적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공원 모양이 길쭉해서 도시 어느 곳에서나 접근이 용이하다.필자가 살던 곳에서도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고 깨끗한 호수와 커다란 잔디밭,울창한 수풀이 있었음에도,지금 뮌헨을 더욱 살갑게 느끼게 하는 것은 집 바로옆에 있던 레오폴드 공원이다.가까이에 있어서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일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들이 많아서 녹지조성에는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과밀한 도시에서 생긴 매연이 산으로 갇힌채 머물러 있어서,강풍이불거나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에야 산들이 그토록 가까이에 있었다는 사실을새삼 알게 될 정도로 그 산들은 산소와 녹색을 제공하기에는 너무먼 존재가되어 버렸다. 결국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서든 집 가까이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정부는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식물학자와 공원설계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우리의 겨울은 길고도 건조해서 활엽수는 1년에6개월 정도만 나뭇잎을 볼 수 있고,상록수가 자라기에도 어려운 조건이라고한다.그래서 식물학자의 조언이 필요하다.집 한채를 짓는데도 이리저리 생각을 많이 하는데,마을 주민들이 내집 정원처럼 드나들며 쉴 수 있는 아름다운공원을 만들려면 공원설계사와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시공원법에서는 재정을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국고지원이 지극히 미약하여,재정이 탄탄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공원과 녹지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재정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공원부지로만지정된 채 방치되어 폐자재가 쌓이고 우범지역이 되는 등 오히려 환경악화의 요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주거환경의 부익부 빈익빈은 국고지원을 통해시정되어야 한다.현행 도시공원법은 융통성이 부족하여 소규모 마을공원의조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공원지구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들은 엄격하게 규정하되,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지역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외국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미리 녹지를 조성한 후 도시를 만들며 나무를 절대 건드리지 않고 건물을 짓는다고 한다.그런데 우리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사정을 이유로,가지고 있던 토지들마저 다 팔아버려서 공원과 녹지조성에 어려움이 많다.지금이라도 마을공원을 위한 부지확보에 노력하고,자투리땅이나 도로하천 부지 등을 이용하여 부지런히 녹지를 조성하고 마을 안에 예쁜 공원을 만들어가야 한다.녹지는 도시의 허파이고 생존조건이며,공원은 도시의 얼굴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8)낯선 땅에서

    *첫 가출길 절집서 먹어 본 쑥밥엔 매캐한 향내... 내가 절집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열 아홉 살 무렵이었다.어느 잡지의 신인상을 받고나서 오랜 숙원이던 고등학교 자퇴와 가출을 동시에 해냈다.나중에대학에 가서 한일회담 반대 투쟁이 한창이던 때에 유치장에서 만난 부랑 노동자와 간석지 공사장엘 찾아갔던 것은 본격적인 방랑이 되었지만. 하여튼 첫 가출은 거의 한 해가 걸렸다.동행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전여행비슷한 출발이었고 기차를 타고 그렇게 오랫동안 국토를 누벼 본 적이 없었다.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이 중학교 삼학년 무렵이었는데 부둣가에 서자마자 배를 타고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겠다는 강열한 소망에 들떴다. 동행과 청주 대구 마산을 거쳐서 진주 어름의 농가에서 보리 베기를 하며 밥을 얻어 먹다가 중국집에서 -그때는 철가방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상자로 배달을 했는데- 자장면도 배달하다가 빵공장에서 빵 목판을 나르는 일도 했다. 청주에서는 아이스케키 집에서 합숙을 하면서 얼음통을 메고 거리로 나가 팔기도 했다.칠북이란 작은 면에 갔다가 야산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절집에 불목하니로 들어앉게 되었다.우연히 주지 스님과 이야기 해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산하겠다는 말이 나와 버렸던 것이다.스님은 거의 달포 가까이 나를 절에 두고 관찰해 본 다음에 일봉서신과 함께 부산으로 보내 주었다. 내가 절에서 난생 처음 먹어 본 음식이라면 쑥을 넣어 지은 밥과 엉겅퀴로끓인 된장국이다.쑥밥은 그냥 산야에 널린 쑥을 뜯어다가 콩나물밥이나 무밥처럼 넣고 지은 밥을 양념장을 쳐서 비벼 먹는다.역시 들판에 지천인 엉겅퀴를 캐다가 냉이국처럼 된장과 들깨를 넣고 한소끔 끓일 뿐인데 입안에 싱싱한 풀향기가 가득찬다.푸른 물이 든 쑥밥의 매캐한 향내도 입맛을 돋운다. 그리고 내가 끝내 맛을 들일 수 없었던 것은 산초라는 이상야릇한 향내가 나는 열매를 가지 채로 간장에 담근 장아찌였다.열매의 알알이 약간 여물게 씹히는데 입 속에서 톡톡 으깨지면서 독특한 향내를 진동 시킨다.나중에 이 열매나 잎을 가루로 내어 미꾸라지 추어탕에 쳐서 먹던 것이 생각났다. 보살 할머니가 정성을 들여서 가죽잎을 말리던 것도 생각난다.너푼너푼한 가죽나무 잎을 따서 땡볕에 바짝 말린 다음에 찹쌀로 풀을 쑤어서 마른 나뭇잎에다 정성껏 바른다.앞 뒤에 찹쌀풀을 발라서 채반이나 자리에 널어 놓고 다시 말린다.이것을 저장해 두고 먹을 때에 기름에 튀겨낸다.마치 튀긴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아삭거리고 고소했다. 스님은 나를 동래 범어사에 있는 그의 도반이던 고광덕 스님에게 보냈다.광덕은 나중에 대학생불교연합의 지도법사를 거쳐서 불광이라는 잡지도 만들던분이다. 그는 당시에 범어사의 원주를 지내고 있었다.조실은 저 유명한 하동산 스님이었다.편지를 찬찬히 읽어 보고나서 그는 나를 동산 스님에게로 데려 갔다. 어린 아이처럼 곱게 늙은 노스님이 나를 힐끗 보고 나서 한마디 했다. 이 집에 있으면 얼마나 있을라고 그러는고…?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앉았을 뿐이었다.절하고 나오기전에 한 말씀 올렸다. 갈 데가 없으면 쭉 있을랍니다. 그것이 아마 면접에 해당이 되었던지 광덕은 나를 말없이 재우고 나서 이튿날 범어사를 방문한 스님에게 붙여서 보냈다. 그것은 아마도 울산 거의 다 가서 후미진 바닷가에 있는 작은 암자였을 것이다.바로 지척에서 바위를 때리는 세찬 파도 소리에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나를 데려간 스님은 불을 때라 밥을 해라 시키더니 저녁 밥으로 밥 한 사발씩에 고구마순 나물과 시어 터진 김치에 국 한 가지로 저녁을 먹고 나서 건너가 자랜다.단칸 오막살이인 줄 알았더니 부처님 모셔 놓은 법당 마루를 지나 왼편에 길죽하고 비좁은 변소 같은 토방이 하나 딸려 있었다.방은 그대로흙을 바르고 오래 되어 꺼풀이 일어난 멍석 한 장이 깔렸다. 파도 소리에 잠을 못이루고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호통소리가 들렸다.부처님에 귀의하겠다는 놈이 예불 시간도 모르고 쳐질러 잔다고 그 꼭두새벽에 나가라는 소리였다.털털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을 달려 와서 걷고 또 걸어서 당도한 곳이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지만 쫓아내니 가방을 달랑 들고 길을 찾아 나오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걷다가 타다가하며 겨우 제 자리로 돌아와 보니 이미 끼니 때가 넘은 저녁무렵이었다.가방을 들고 산문에 들어서니 누구 하나 아는 체 하는 이가 없었다. 마침 요사채 툇마루에 얼굴 아는 동승이 앉아 있었다.그는 내가 범어사를 찾아올 제 버스에서 내려 십여릿길을 함께 걸어오며 이야기를 나눈 아이였다. 나이는 한 열 대여섯쯤 되었을까,살결이 희고 코가 오뚝하며 눈이 맑은 미소년이었다.그는 지금쯤 한소식 하고 큰 스님이 되어 있을지.내가 마루에 가서털썩 주저앉으니 그는 내가 멀리까지 다녀온 것을 모른 모양이었다. 내 얘기를 듣고는 동승이 빙긋이 웃었다. 문을 세 개쯤 지나야 입산이 되어요. 나는 그 말을 이해했다.그가 나에게 왜 스님이 되려느냐고 물었다.나는 표를내는 건 어려서부터 질색이었으므로 이렇게 답했다. 어디 가서 밥 먹을 데가 없어서 여기나 들어오려구 해요. 엊그제 여기서 처음 자려고 할 적에 행자 하나 들어오더니 제법 능숙한 자세로 합장하고 나서 내게 자기를 찾으려고 왔느냐는 둥 소크라테스 같은 폼을잡길래 한마디 했다.집이 없어서찾아 왔을 뿐이라고 대답했는데 동승도 그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일은 집에 갈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시험은 몇 번 더 계속 되었고 나는정말 세상에서 아무 데도 갈곳이 없는 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정처를 정하여 주었는데 거기가 참선 공부의 산실인 해운대 금강원이었다. 하루 세 끼를 먹는 공양의식에 참례하기 시작했다.스님들은 모두 목기로 만든 자신의 발우를 보자기에 싸서 대중방 선반에 올려 두고 있었는데 공양 때에는 그것들을 펼쳐 두고 모두 벽을 등지고 늘어 앉는다.제일 먼저 물을 받아 그릇을 씻고 밥과 국과 찬을 자기 먹을 만큼만 덜어 내어 각기의 목기에담아 공양한다. 국은 언제나 채소 된장국이고 찬은 나물 두 가지에 김치다.행사가 있거나 특별한 날에는 기름기 있는 전붙이나 튀김도 나온다.식사를 끝내면 남은 음식물을 모두 제 뱃속으로 버린 다음에 물을 받아서 남겨 둔 김치 쪽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밥풀이며 음식 찌끼들을 말끔히 닦아내고 그 물을 마신다.그리고 다시 맑은 물을 받아헹구고 또 마신 다음에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아서 보자기에 싼다. 나는 머리를 깎고 계를 받기 전까지 겉 모양은 스님과 같지만 아직은 연습중인 행자가 되었다.내가 맡은 일은 주로 절집 안팎의 청소와 허드렛일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마당과 앞 뒷뜰을 쓸고 법당에서 선원에 이르기까지 비질 걸레질을 하는 일은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스님들도 빨래는 각자가 알아서 했지만 각 방에 큰 스님들 밥상을 나른다거나 잔심부름 할 일도 만만치 않았다.부엌에 들어가 밥과 반찬을 만드는 일은커녕 불을 때는 일도 내게는 차례가오지 않았다. 황석영.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7)잃어버린 먹거리

    최초의 도시락은 아마도 주먹밥이었을 것이다. 집 부근의 논이나 밭에 나가 일하는 동안에 아낙네들이 대광주리나 채반에 밥과 반찬을 얹어 나르던 일은 오래된 행사였을 터이다.조선 시대의 민화에보면 들밥 먹는 그림이 심심찮게 나온다.춘향전에도 걸인 차림의 어사또가들밥을 얻어 먹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나도 예전에 남도를 방랑하던 청소년 시절에 들밥을 종종 얻어먹은 적이 있었다.당시에는 아직도 농촌이 별로넉넉하지 않던 시절이라 여름철에는 대개가 푹 삶아 퍼진 보리밥을 먹었다. 깡보리도 있고 이밥에 보리를 나우 섞은 밥도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아도 호박나물이나 알감자 조림 또는 가지나물 등속의 맛이라든가 상추며 깻잎이며데친 호박 잎에 장을 쳐서 풋고추 툭 부러뜨려서 싸먹던 기억이 새롭다. 들밥은 품앗이나 두레로 이루어진 공동 노동의 산물이기도 하였다.한 마을에서 집집이 돌아가면서 여럿의 농사 일을 협동하여 서로 해주는데 이 때에 새참이나 끼니도 공동으로 해결하였다.비록 햇보리밥에 제철 푸성귀 뿐이었지만 인심은 풍성하여 일하는 남정네는 물론이고 부엌 일을 거드는 노약자나집에서 놀던 어린 것들까지 손목 잡혀 나와서 함께 먹었다.그뿐인가,지나는나그네라도 보이면 서로 손짓하여,들밥 좀 같이 자시고 쉬어서 가시라고 불러대는 것이었다.들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막걸리인데 대광주리에는 식반찬과 함께 닷되들이 술병이 들어있다.밥 먹으랴 서로 권커니 잣커니 하는 밥주발의 막걸리 마시랴 하다보면,식곤증으로 축 늘어져서 제각기 땡볕을 피하여 나무 그늘을 찾아가 짧은 낮잠 한 숨을 부치게 된다.담배 한 두어 죽 피울만치 오침을 하고나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 아침처럼 새로운 기운이 부쩍난다. 덧붙여 말하자면,이제 이러한 들밥은 사라져 버렸다.요즈음은 농촌에서도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하루 일당 노임이 전국적으로 또박 또박 정해져 있고 서로 나누는 인심 따위는 없어졌다.들에서 일하다가 핸드폰으로 짜장면 시켜 먹고 커피까지 배달해다 먹는다.새참이라고 하여도 대광주리로 이어나르는 일은 없고 빵이나 우유나 코카콜라 음료수가 나온다. 집 근처에서는 식구와 동네 사람들이 들밥을 어울려 먹었지만 혼자서 깊은산에 나무나 약초를 하러 간다든가 먼길을 떠날 적에는 주먹밥이나 떡이나곡물가루 같은 비상식량을 해가지고 다녔다.옛날 전쟁 기록에서도 그렇고 구한말 동학사 같은 데서 보자면 병정들도 마찬가지였다.밥을 주먹만하게 뭉쳐서 가운데에다 장을 찍어 바르거나 소금을 적당히 풀어 놓은 물에 두 손을담궜다가 간간하게 밥을 뭉쳐서 주먹밥을 만들었다.육이오 때에는 나도 그런 주먹밥을 먹은 기억이 있고 전선의 군인들도 고지 위로 보급 되어 올라온돌처럼 얼어붙은 주먹밥을 으깨어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동양에서는 봉건시대의 전형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그리고 최근까지도 주먹밥 문화가 생생하게 남아있는 편이다. 주먹밥과 다꾸앙은 사무라이의 야전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김밥이나 각종스시의 원형도 그러할 것이다. 주먹밥에서 시작하여 가랑잎,연잎,파초잎,호박잎 같이 넓적한 나뭇잎에 밥을 싸서 간수하는 데서부터 베보자기나 헝겊에 싸기도 하다가 도시락이 탄생한다. 도시락은 대나무나 왕골이나 덩굴 줄기로 작은 고리 상자를 짜서 만들었다. 이것을 허릿춤 또는 지게 모퉁이에 매달기도 하고 일터에 가서는 바람이 잘통하는 서늘한 나뭇가지에 걸어 놓기도 하고 옹달샘에 담궈 두었다. 하여튼 입맛이란,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과 노동을 한 뒤의 것이 훨씬 맛있고풍성한 자연 속에서는 더욱 살아나기 마련이다. 우리 기억 속에 ‘도시락’은 우리말 가꾸기로 나중에 바뀐 말일뿐 그 맛과함께 남아있는 말은 일본 말인 ‘벤또’였다.근대를 일제의 식민지로 치뤄낸 우리의 점심 문화는 벤또로 시작했던 것이다.즉 직장이며 학교며 근대적 의미에서의 일터란 모두 일제가 가져온 것들이었다.알미늄으로 만든 그릇들을총칭해서 양은 그릇이라고 했는데 어른들은 아르마이또 라고 불렀다.아낙네들은 일터에 나가는 가장에게 알미늄으로 만든 깊숙하고 네모난 벤또를 작은 손수건만한 보자기에 싸서 주었고 남정네는 제 점심을 자전거 화물칸 위에얹고 출발했다.퇴근 길에는 빈 벤또 속에서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가 딸그락거렸다. 나는 소학교 시절부터 장성해서까지 오랫동안 이 벤또를 ‘까먹고’ 하루를보냈다.겨울날 조개탄 난로 위에 이것을 층층이 올려놓고 식은 밥과 김치를데워 먹던 생각이 난다. 도시락 반찬의 변천사도 만만치 않다.반찬 칸이 밥과 함께 있던 터라 뭔가양이 적으면서도 짭짤한 것이 필요했다.김치가 도시락 반찬의 대종을 이루었지만 때로는 멸치볶음이니 콩자반이니 각종 건어조림이나 어포 볶음 등이 많았고 해방 뒤에 무슨 서양요리처럼 등장한 계란 프라이는 밥 위에 그대로 얹어서 부잣집 반찬 행세를 했다.그러나 어디 우리네 전래의 장아찌에 비길만한 도시락 반찬이 있을 건가!철철이 나오는 채소와 해물을 뒷뜰의 장독대에 있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덜어내어 담궈 두기만 하면 되었다.대개는 한 해만 묵히면 깊은 맛에 쫄깃하고 아삭거리는 장과를 만들 수 있었다.채소를 일단 소금에 절여서 풀을 죽이거나 수분을 줄이고 간이 배게 한 다음에 장에 박거나 담근다.가장 기초적인것이 무나 마늘이나 오이를 된장 고추장 그리고 간장에 담그는 것이다.특히된장과 고추장에박은 무는 노랗고 발갛게 색깔이 서로 다르고 맛도 다르다. 소금에 절이기만한 오이와 무도 담백한데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쳐서 무치기도 한다.마늘과 마늘쫑은 각각 간장과 고추장에 담근 것이 맛이 다르다.더덕은 고추장에 담근 것이 맛있고 풋고추와 깻잎은 간장에 담근 것이 맛이 있다.감이나 오이 참외 가지 등속은 된장에 담그면 아삭거리고 깊은 맛이 든다. 무말랭이는 간장에 담았다가 무칠 때에 고춧가루 등속을 쓴다.김이며 미역다시마 등속은 고추장에 담근 것이 맛있다. 작년에 제주도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망명과 투옥으로 십여년 이상이나 국내여행을 못했다가 오랜만에 찾아가니 친구들이 반겨주었다.하루는 나를 바닷가의 사라봉으로 점심 초대를 하길래 따라 나섰다.몇집에서 그날 먹으려던음식들을 제각기 싸가지고 나왔는데 모두 싱싱한 푸성귀에 짭쪼롬한 밑반찬종류였다.콩잎에 멸치 젓을 넣어 밥을 싸먹기도 하고 잘게 토막쳐서 양념에버무린 자리돔을 상추에 싸먹기도 하였는데 특히 입맛을 돋구었던 것은 된장에 버무려 담은 제주도식의 갓김치였다. 하여튼 돌아온 뒤에도 그런 소박한 반찬을 싸들고 집 부근으로 나가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 취미가 생겼다.또 달랑 제 식구만 나가는 게 아니라 이웃이나 친구 가족도 불러서 함께 갔다.어떤 날은 옛날식 양은 도시락에 짭짤한 밑반찬과 밥을 싸서 하다못해 동네 공원에 나가서 먹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은 정체도 모를 미국식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우고 어른들도 야외에만 나가면 그저 고기를 떡 벌어지게 지글지글 구어서 독주에다실컷 마시고 쿵쾅거리는 가라오케 기계 틀어놓고 법석댄다. 장아찌는 장독대가 사라지면서 백화점의 반찬가게로 옮겨갔고,서로 담 넘어로 장을 빌리거나 찬을 나누고 들밥을 함께 먹던 문화는 식구끼리의 외식문화로 바뀌었지만 실천에 따라서는 회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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