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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시 디젤 엔진이 70시간 전력공급… 네이버 데이터센터 10년 무중단 비결

    비상시 디젤 엔진이 70시간 전력공급… 네이버 데이터센터 10년 무중단 비결

    지난 9일 강원 춘천시에 있는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춘천’ 본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 무정전전원장치(UPS)실 앞에 도착하니, 기차에나 들어갈 법한 거대한 디젤 엔진이 눈에 들어왔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네이버의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지탱하고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미래 산업의 토대가 될 데이터센터에 경유 엔진이라니. 보통사람 눈엔 영 어울리지 않지만, 배터리 대신 경유 엔진을 사용하는 네이버의 ‘다이내믹 UPS’는 각 춘천이 지난 10년 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 운영을 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만약 한국전력의 전기 공급에 이상이 생기면 우선 다이내믹 UPS에서 고속회전하던 ‘인덕션 커플링’의 운동에너지가 즉각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며 최대 10초간 서버룸에 전기를 공급한다. 그 사이 건물 밖 땅 속에 묻혀 있는 비상 경유 탱크에서 기름을 공급받은 엔진이 2.5초 안에 돌기 시작한다. 각 춘천의 기름탱크는 비상 경유를 약 60만ℓ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외부 전력 공급 없이 약 70시간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엔진은 지난 10년 간 매년 5~7번 가동돼, 전력 공급 이상 상황이 서비스 장애로 이어지는 걸 막았다. 각 춘천은 다이내믹 UPS 자체에 이상이 생길 경우, 예비 다이내믹 UPS 장비로 회선을 자동 연결하는 STS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안정성 위해 배터리 없는 UPS한전 공급 이상 땐 ‘인덕션 커플링’디젤 엔진 돌기 전 10초간 전력 공급1년 5~7회 작동하며 서비스 장애 막아 네이버는 이날 각 춘천에서 테크포럼을 개최, 2013년 6월 국내 인터넷 포털 기업 최초로 구축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 춘천을 공개하고 올 2분기 세종시에 준공되는 ‘각 세종’을 소개했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산업의 중추로,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데이터와 사용자들의 기록 등 모든 자료를 저장하는 거대한 서버실이라고 보면 쉽다. 데이터센터를 ‘후대에 전해야 할 문화유산의 저장소’로 정의한 네이버는 수천년 동안 불교와 유교 경전을 보관해 온 장경각에서 이름을 따 ‘각’이라고 명명했다. 춘천시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각 춘천은 입지부터 ‘안정성’을 고려해 선정됐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각 춘천 센터장은 “설립 당시 통신사업자들의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는 서비스 안정성을 고려해 춘천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가능하며,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거의 없는 곳이다. 연평균 기온이 전국 평균보다 2℃ 가량 낮아 서버 냉각을 위해 자연풍을 활용할 수 있다. 각 춘천은 설계, 구축, 운영을 모두 네이버 자체 기술과 인력, 노하우로 내재화했다. 이를 위해 전기·기계·제어·통신 등 다양한 직군에서 데이터센터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설비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10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 없이, 각 춘천 만의 친환경 냉각 시스템과 에너지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도 내재화에 있었다.그린에너지통제센터에선 각 춘천의 모든 설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직원 3명이 벽면과 각자의 자리 앞에 설치된 수십개의 모니터에 둘러싸인 채 전력 수급 현황, 서버룸 온도, 전압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설비 이상으로 인한 모든 알람은 5초 이내에 각 담당자들에게 전달된다. 벽면 모니터 하나에 24시간 뉴스 채널이 틀어져 있었던 것이 흥미로웠는데, 인솔 직원은 “네이버 트래픽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큰 사건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면 서버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뉴스 모니터링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IT서비스통제센터는 네이버의 600여개 웹, 모바일 서비스 상태를 감시한다. 이 방 벽에 붙은 한 모니터 화면은 8개의 모바일 화면으로 분할돼 끊임없이 스크롤이 오르내리는 등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 프로그램이 각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 시나리오대로 계속 구동시키는 장면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담당 직원에게 알려준다. 자체 개발한 서비스 장애 감지 도구는 기존 상용 도구가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역시 자체 개발 도구인 종합 장애 분석 툴은 서비스와 인프라 장애 감지를 한 화면에서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직원은 설명했다. 서버 다중화 시스템과 재난 대응 체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구성원들의 대응 능력이 부족하면 서비스 중단 없이 10년을 끌어갈 수 없다. 노 센터장은 “우리도 언젠가는 큰 장애를 겪을 수 있겠지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예방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며 “상황 대응을 머리가 아닌 몸에 익히기 위해 지금껏 200회 이상 훈련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매년 소방당국과 민관합동훈련도 진행한다. 노 센터장은 “소방관 진입 경로 등도 매우 중요하다”며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버에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계·구축·운영 모두 자체 기술·인력으로설비 이상 땐 5초 내 담당자에 알람 보내훈련 200회 이상 “머리 아닌 몸에 익혀야”민관합동 훈련으로 소방관 진입 경로 설정 남관 서버룸으로 이동하는 아스팔트 도로 위는 유달리 보송보송했는데, 이번 겨울에 온 눈이 아직 남아 있는 화단과 대조적이었다. 이는 서버룸의 폐열을 흡수한 부동액이 도로 밑 특수 배관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폐열은 도로 뿐 아니라 각 춘천에서 깽깽이풀, 양지꽃, 벌개미취, 바람꽃 등 화초를 기르는 내부 온실 난방도 사용된다. 남관 서버룸에 들어서자, 유리 벽으로 된 서버실 곳곳에 켜진 조명이 해인사 장경각에 자연광이 비추는 모습을 재현했다. 네이버는 서버룸 끝 벽에도 은은한 조명을 배치해, 세로로 나무 살을 댄 창호지 문과 같은 효과를 냈다. 서버가 설치된 틀인 랙에도 갈색 칠을 해, 나무 느낌이 나도록 했다. 남관 서버룸은 각 춘천에서도 가장 최신의 기술이 적용됐다. 네트워크 대역폭을 기존 서버룸에 비해 랙 당 8배 이상 확장, 서버 인터페이스 속도도 10배 이상 향상시켰다. 네트워크 기술보다 인상적인 건 공조 기술이었다. 남관 서버룸은 차가운 자연 바람을 위에서 공급해 효율성을 높였다. 뜨거운 서버열이 나오는 뒷면은 서로 마주보게 배치해, 폐열이 찬공기와 섞이지 않게 했다. 남관 서버룸, 해인사 8만 대장경각 본따 만들어자연바람으로 서버 냉각… 폐열로 도로 눈 녹여종이 필터로 먼지 걸러… 찬물 코일로 온도 조절각 세종은 춘천 6배 규모 “세계 최고로 2분기 준공” 자연 바람을 서버 냉각에 이용하기 위해 공기 중 먼지를 거르고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도 네이버는 자체 개발했다. ‘나무2(NAMU2)’라고 이름붙인 3세대 공조 설비는 자연 바람이 종이필터를 거쳐 찬 물이 흐르는 코일 벽을 통과하도록 고안됐다. 안내 직원이 ‘나무실’ 문을 열자 골판지 같은 종이가 빽빽하게 꽂힌 벽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를 사용하는 건 재활용과 수분 조절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왼쪽 편에 새로 교체한 종이 필터는 흰색이었고 교체 시기가 가까워진 오른쪽 편은 종이가 누렇게 돼 있었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안에 각 세종을 준공한다. 미래형 로봇 데이터센터로 탄생할 각 세종은 춘천의 6배 규모 대지에 세워진다. 각 춘천의 10년 경험과 노하우를 세종에 담아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IT서비스본부장은 “향후 클라우드 산업의 근간인 미래형 데이터센터를 통해 세계에서도 경쟁력 있는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며 “각 세종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가 성장하고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영조가 6대조 할머니께 올린 왕실 공예품은?…서울공예박물관 첫 연구도서 발간

    영조가 6대조 할머니께 올린 왕실 공예품은?…서울공예박물관 첫 연구도서 발간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공예박물관이 대표 소장품을 주제로 쉽게 연구해 풀어낸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을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敬惠仁嬪上諡號竹冊)은 조선 제21대 왕 영조가 1755년(영조 31년)에 선조의 후궁이자 자신의 직계 6대조 할머니 인빈 김씨의 생전 업적을 기리고자 ‘경혜(敬惠)’라는 시호를 올리면서 제작한 왕실 ‘의례 공예품’으로 대나무에 글씨를 새긴 책이다. 당대 장인의 정교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서울공예박물관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실 어보와 어책’에 추가 등재를 추진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이므로 소장품탐구 시리즈의 첫 번째 주제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유물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왕실 의례에 사용된 공예품의 역할과 이를 만든 제작자, 재료·도구 등 당대의 공예 기술에 얽힌 이야기가 담겼다. ▲1장에서는 죽책과 같이 서책의 형태로 만든 왕실 의례 공예품인 어책(御冊)의 유래와 현황을, ▲2장에서는 영조가 1755년(영조 31) 인빈 김씨에게 시호를 올린 배경과 그 과정을 그렸다. ▲3장에서는 죽책과 그 구성품인 격유보·책갑의 현재 모습을 의궤 기록과 비교해 역사적 가치의 재조명했고 ▲4장에서는 최고의 기량을 지닌 장인들이 전국에서 수급한 좋은 품질의 재료로 죽책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그 공예사적 의미를 풀어냈다. 이번 서울공예박물관의 소장품 탐구 시리즈 제1권 ‘경혜인빈 상시호 죽책’은 공예사의 연구 대상으로 인식해 재료 수급과 제작 공정, 장인 등 당시 공예 기술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 책에 담긴 조선 후기 왕실 공예품을 둘러싼 사회상과 유물에 함축된 이야기를 보며 좀 더 풍부하게 공예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서울공예박물관의 소장품탐구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발간될 예정이며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상호교감형 한식문화상자, 문화역서울284에서 올해 처음 선보여

    상호교감형 한식문화상자, 문화역서울284에서 올해 처음 선보여

    한식 토너먼트 게임, 한식의 소리 ASMR 등 MZ세대형 콘텐츠로 제작 국가 무형문화재 공예품 담은 문화상자로 전통문화 가치 전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원장 김태훈)은 한식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한식문화상자 ‘한식도락’을 기획, 개발해 해외로 보급하고 있다. 13일 공진원에 따르면 ‘한식도락’ 한식문화상자는 한식의 철학과 사계절 등 우리 음식문화를 누구나 보기 쉽게 소개하고, ‘오감’을 활용해 공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형 상자다. 상자 안에는 소반과 단청기러기, 누비화병, 무형문화재가 생산한 채상 등 전통 공예품을 배치해 한국 전통의 미도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식도락’은 ‘소개 담은 상자’, ‘소리 담은 상자’, ‘한식 담은 상자’, ‘재미 담은 상자’ 4종으로 구성됐다. 나무로 제작된 문화상자의 외형은 육각을 기본으로 전통 가구의 형태를 차용해 한국적인 비례감과 색감을 사용했다. 상자를 펼치면 한식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용 플랫폼이 된다. 한식 상차림을 비롯해 조리과정, 레시피를 활용하는 인터랙티브(상호작용) 콘텐츠로 담아 한식문화에 대한 깊은 인상을 주고,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한식과 한식 레시피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유수의 한식당이 뉴욕, 파리와 같은 세계적인 미식 도시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요즘, 한식을 단지 음식으로 맛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한식을 둘러싼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때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호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개 담은 상자’는 사계절에 따라 제철 재료로 조화로운 한 상을 구성하는 한식의 지혜와 먹는 것과 약의 근원이 하나라는 의식의 약식동원이 배경이 된 한식의 철학을 소개한다. 또한 한식만이 가지는 고유한 다양한 장(醬) 문화와 채식 등 우리 음식의 특징을 통해 한식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리 담은 상자’에서는 한식이 준비되고 조리되는 모든 과정의 소리를 담은 ASMR(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소리 콘텐츠)로 한식의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전을 기름에 지지는 소리, 찌개를 끓이는 소리 등 실감 나는 콘텐츠로 듣는 즐거움을 느끼고 맛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한식 담은 상자’에 설치된 ‘한식 토너먼트 게임’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을 게임으로 경험할 수 있다. 비빔밥, 불고기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식부터 달고나, 간장게장처럼 최근 K-푸드로 인식되는 음식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외국인의 관심이 높은 음식으로 선정했다. 나만의 취향을 확인하고, 큐알 코드로 유튜브에 접속해 집에서도 한식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했다. ‘재미 담은 상자’는 취향에 맞는 음식으로 한식 도시락을 구성해보고 공진원에서 직접 개발한 보자기로 싸볼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한국적 이미지를 반영해 디자인한 아름다운 보자기로 만들 수 있는 매듭의 형태에 따라 매듭법을 소개하며, 공진원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공진원은 2023 계묘년 새해를 맞아 문화역서울284에서 제1회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6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장 1층에 마련된 귀빈예비실에서 ‘한식도락’과 ‘하루잔치’ 한식문화상자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식도락’의 한식 챔피언십 게임을 통해 토너먼트 형태로 한식 취향을 알아보고, 한식 레시피를 찾아 볼 수 있다. 다양한 매듭의 보자기를 싸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미니어처 한식 모형을 5첩반상과 3첩반상으로 차려볼 수 있는 ‘하루잔치’ 소형상자도 만나볼 수 있다. 체험을 강조한 한식문화상자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한식의 철학과 사계절, 다채로운 식재료와 양념, 조리법으로 완성하는 한식문화의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된다. 공진원은 한식문화홍보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상호교감형 전시상자인 ‘한식도락’을 포함한 한식문화상자를 해외에 보급해 K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도시를 중심으로 한식을 홍보하고 있다. 공진원 관계자는 “한식문화상자를 통해 한식문화를 눈으로 보고, 체험하여 음식으로서 한식 외에도 전통 식기와 반상문화의 아름다움, 한식의 철학 등이 어우러진 우리 음식을 더 깊이 알리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진원은 올해 일본 오사카를 비롯해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한국문화원에 ‘한식도락’ 전시상자를 보급해 도시별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 [튀르키예 참사의 기록]‘어둠의 도시’가 된 아다나···집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튀르키예 참사의 기록]‘어둠의 도시’가 된 아다나···집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을 강타한 규모 7.8의 대지진 여파로 곳곳이 폐허로 변해버렸다. 아직 수 많은 이들이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데도 구조 작업은 더디고 시간만 빠르게 흐르면서 살아남은 이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한 순간에 가족, 친구, 보금자리를 모두 잃은 생존자들은 질병, 추위, 굶주림이라는 또 다른 재난과도 싸워야 한다. 이 곳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싶지만 폐허 속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이들은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제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한 재난의 현장에서 서울신문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기록을 써내려 간다는 심정으로 현지 상황을 기록한다. 9일(현지시간) 오후 튀르키예 남부에 위치한 아다나 지역을 둘러봤다. 이 곳은 지진 피해가 발생한 주 가운데 진앙지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다. 낮에는 시민들이 빵도 사먹고 자전거도 탔다. 어느 도시의 풍경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해가 지자 낮에 봤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깜깜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전기가 끊긴 것도 아닌데 불 켜진 집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튀르키예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곳인데 주변 아파트와 빌딩에선 적막감이 흘렀다. 이 곳에서 만난 베이사(25)는 “도시가 완전히 죽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여진 위험 때문에 모두 집을 비우고 밖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다나에서 운전 기사로 일하는 사마안띳(67)은 “지진이 났을 당시 중심을 잡기는커녕 걸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면서 “6층에 사는데 집이 너무 흔들려 아내와 가족들을 깨워 급하게 도망쳐 나온 뒤 지금까지 ‘차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을 떠난 주민들이 머무는 곳을 찾아가 봤다. 이 곳은 원래 재래시장이 있었던 공간이라고 한다. 평소였다면 대형 천막 아래 각종 채소와 고기, 치즈를 파는 좌판이 즐비했을 테지만 지금은 흰색 이재민 텐트 수십개가 들어차 있었다. 텐트촌에는 경찰이 상주했는데 신분 확인을 하겠다며 기자를 20분 남짓 붙잡아두기도 했다.오후 9시쯤 텐트 사이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텐트 하나당 방이 두 개로 나뉘어져 두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방 하나는 두 명이 누우면 꽉 찰 정도다. 텐트 안에는 얇은 카펫과 이불이 깔려 있었고 한켠에 짐가방이 놓여 있었다. 주민들은 모닥불 주위로 6~7명씩 둘러 앉아 있었다. 통나무를 의자 삼아 불을 쬐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주전자에 터키 전통 차를 끊여 마시거나 스프를 먹으며 추위를 달랬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한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종이팩에 든 음료를 마시며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기도 했다. 이재민 아멧(52)은 “담요나 카펫 등 필요한 물품도 정부가 나눠준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급자족하거나 기부해준 것”이라며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지 기약이 없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텐트촌 인근 도로에는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뒷좌석에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가득 쌓아둔 이불에 몸을 기댄 채 몸을 녹이고 있었다. 주유소에는 플라스틱 통에 기름을 넣어두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주유소 직원은 “어제도 기름 30통을 한 번에 사간 손님이 있었다”며 “하타이 등 피해 지역에 기름이 없어 구호 물자용으로 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지역에서 구조를 하는 크레인 등 중장비에 넣을 기름을 기부하기 위해 사가는 시민들도 있다고 했다. 시내의 한 대형 케밥 식당은 지진 이후 식당 문을 개방하고 이 곳은 갈 곳 없는 주민들에게 간단한 음식과 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앉은 주민들은 담요를 몸에 두른 채 아다나 주력 메뉴엔 케밥과 함께 전통 음료 ‘샬감’을 데워 마셨다. 원래 이 식당은 다양한 반찬과 함께 케밥을 코스처럼 제공하지만, 지진 이후 간편식 등 다른 메뉴 제공을 위해 판매용 음식도 간단히 브리또 형식으로 종이에 싸먹게 내놓고 있었다.식당 안의 놀이방에는 10명 넘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놀이방 옆에는 이불, 담요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호텔 등 숙박시설도 이재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1층 로비에 짐을 풀고 쉬는 중이었다. 한 2성급 호텔에는 집을 떠나온 일가족 7명이 하타이에서 지진을 피해 온 연인과 함께 난로를 켜놓고 몸을 녹였다. 아다나에서 어머니와 딸들, 임신한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는 엘리프누르(29)는 “지진이 났을 때 강도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온가족을 깨워 대피하는데 집에서 나가기 직전 문 앞에서 다시 지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12층에서 4층까지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내내 건물이 흔들려 공포심에 사로잡혔다는 그는 “밖에 나와보니 바로 앞에 있던 14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졌고, 4살짜리 둘째 딸 친구네 가족이 딸 친구만 살고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울먹였다.둘째 딸 이람은 호텔 로비 바닥에 카펫을 깔고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알록달록하고 튼튼한 집을 그리는 중이었다. 지진은 아다나의 일상을 뺏어갔지만 이람이 그린 그림처럼 주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무너진 그 곳에 더 튼튼한 집을 세운다면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 중국에 처음 선보인 ‘국민화가 박수근’

    중국에서 처음으로 박수근(1914~1965) 화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9일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은 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과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박수근미술관과 함께 전날 ‘박수근: 뿌리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드로잉 및 유화 작품의 질감을 재현한 오프셋(원판 손상을 줄이고자 중간에 고무판을 넣어 인쇄) 작품과 목판 원판으로 직접 찍어 낸 판화 등 80여점으로 구성됐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이 기증한 작품도 포함됐다. 1962년작 ‘아기 업은 소녀’와 1959년작 ‘한일(閑日)’, 1963년작 ‘마을풍경’ 등이다. 박수근은 서민들의 일상을 진실하게 구현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나무와 두 여인’(1950년대 중반)과 ‘아기 업은 소녀’, ‘절구질하는 여인’(1954), ‘농악’(1964), ‘빨래터’(1950년대) 등 한국의 시대와 문화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전시회는 다음달 31일까지 열린다.
  • 더 걷고 싶다, 겨울 입은 상당산성

    더 걷고 싶다, 겨울 입은 상당산성

    눈이 내린 날 찾고 싶은 곳들이 있다.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은 그중 하나다. 흰 눈은 흐릿한 성벽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후줄근한 주변 풍경을 과감히 생략해 준다. 그 덕에 산성은 옹골찬 본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충북엔 은근히 산성이 많다. 방어해야 할 요충지가 많아서다. 고구려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의 고사가 전하는 단양 온달산성, 삼국시대 이래 단 한 차례도 함락되지 않았다는 무패의 산성 보은 삼년산성, 충주의 장미산성 등 지역마다 하나씩은 꼭 있다. 2010년엔 중부권의 산성들을 묶어 유네스코 문화유산 잠재목록에 올리기까지 했는데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느리지만 좋은 소식이 되어 돌아오려는 걸까. 지역 사람들의 느릿한 성정처럼 말이다. ●백제 때 처음 축조… 조선시대에 개축 상당산성이 축조된 건 백제 때다. 당시 토성으로 건설된 뒤 조선시대 숱한 전란을 겪으며 개보수를 거듭하다가 숙종과 영조 때 대대적인 개축 공사를 거쳐 현재와 같은 석성의 모습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석성 가운데 원형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은 산성으로 꼽힌다. 상당이란 명칭은 백제 때 청주 일대를 부르던 ‘상당현’이란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성은 상당산(492m) 8부 능선에 4.2㎞에 걸쳐 빙 둘러 있다. 오목한 분지를 품고 산허리를 따라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적잖은 산행을 해야 만날 수 있는 여느 산성과 달리 상당산성은 입구까지 도로가 놓여 쉽게 찾을 수 있다. 상당산성의 정문은 남쪽을 지키는 공남문이다. 무사석(武砂石)을 활용해 홍예문(무지개다리) 형태로 쌓았다. 옹성처럼 문 바깥에 성문을 보호하는 시설을 두는 대신 안쪽에 옹벽을 쌓아 성문을 드나들 때 장애물 역할을 하도록 했다. 남문 인근에는 치성을 세 군데나 뒀다. 치성은 성벽에서 돌출시킨 요철 형태의 시설을 일컫는다. ‘꿩 치’(雉) 자를 쓰는데, 제 몸을 숨기고 밖을 엿보기를 잘하는 꿩의 습성에서 뜻을 빌려 온 것이다. 보통 전방과 좌우 방향에서 접근하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조성한다. 산의 형태를 활용해 쌓은 포곡식 산성에선 치성을 두는 경우가 드물다. 한데 상당산성 남문 쪽은 산의 굴곡이 거의 없어 방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다수의 치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성곽을 따라 둘레길이 마련돼 있다. 주차장이 있는 남문에서 출발해 남암문, 서장대, 미호문(서문), 진동문(동문)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성 안쪽엔 4만 6000㎡ 규모 자연마당 남문 위에 올라서면 낭성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장 전망이 빼어난 곳은 남암문을 지나 미호문을 향해 걷는 구간이다. 청주 시내와 멀리 미호천 일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성 안쪽으로는 성안마을과 자연마당 등이 있다. 성안마을은 성내 방죽을 끼고 형성된 마을이다. 청주시에서 벌인 한옥 보전 등의 정책 덕에 비교적 옛 모습을 잃지 않은 편이다. 자연마당은 4만 6000㎡(약 1만 4000평)에 달하는 생태공원이다. ‘다랑논’이라 불리는 휴경지와 생태 습지 등을 활용해 조성했다. 볏과 식물과 사초과 식물, 야생화, 연꽃 등의 군락지로 나뉘어 있다. 논배미 같은 소로를 따라 자박자박 돌아볼 수 있다. 청주 외곽 수비를 담당한 게 상당산성이라면 도시 중심부를 방어한 건 청주읍성이었다. 상당산성에 이어 청주읍성 안쪽을 돌아보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산성과 읍성은 직선거리로 약 6㎞ 정도 거리다. 고대의 청주는 군사 도시였다. 양반 고을, 교육 도시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에겐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겠다. 삼국시대부터 청주는 각국이 경계를 이루며 으르렁대던 각축장이었다. 조선시대인 1651년엔 충남에 있던 충청도병마절도사영이 청주로 옮겨 왔다. 병마절도사는 해당 지역의 육군 총사령관이다. 이는 청주읍성이 충청병영성의 역할을 겸했다는 의미다. 19세기 말 고종 때엔 삼남 최대 군사기지인 진남영이 설치되기도 했다. 일본과의 전투에서 자존심 구기는 전적을 안기기도 했다. 임진왜란 당시 조헌 등 의병이 가장 먼저 수복(1592)한 읍성이 왜군의 최정예 부대가 지키던 청주성이었고, 19세기엔 일제의 정규군이 청주와 충남 공주 등을 무대로 활동했던 ‘호중동학군’에게 걸핏하면 얻어터졌다. ●일제 ‘눈엣가시’ 청주읍성 허물어 이후 일제는 청주 일대의 유적을 없애는 작업을 벌였다. 청주읍성을 형편없이 허물어 배수로 공사 등에 썼고, 무심천의 돌다리 남석교는 아예 땅 밑으로 묻어 버렸다. 망선루 등 당대의 건축물도 이때 모두 헐렸다. 당시 일제의 만행에 피해를 입지 않은 곳이 없지만 유독 청주가 호되게 당한 건 지난날에 대한 ‘뒤끝 작렬’ 때문이라고 청주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다. 청주읍성은 한때 높이 4m, 길이 약 1.8㎞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 남은 건 35m의 복원 구간이 전부다. 규모가 너무 작아 ‘애걔’ 하며 코웃음 치기 십상일 텐데 청주읍성은 규모보다 조성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청주읍성은 근래 제작한 것이 분명한 벽돌과 시간의 더께가 쌓여 거무튀튀해진 벽돌들이 피아노 건반처럼 어색하게 어울려 있다. 옛 벽돌들은 청주시가 2013년 성돌 모으기 운동을 벌일 당시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증한 것들이다. 건물 신축 과정에서 발굴된 성돌 2개를 시작으로 모두 800여개 성돌이 모였다. 이 가운데 650개 성돌이 복원 공사에 쓰였다고 한다. 청주읍성이 복원된 곳은 중앙공원 서쪽 출입구 쪽이다. 읍성 기초석의 흔적이 확인됐던 장소다. 중앙공원은 청주 도보 여행의 중심지인 만큼 함께 돌아보길 권한다. 중앙공원 안에도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망선루 등의 볼거리가 있다. 쫄쫄호떡 등 MZ세대가 즐겨 찾는 맛집도 이 일대에 즐비하다. 청주의 중심가를 일컫는 이름은 ‘성안길’이다. 그러니까 청주읍성의 안쪽에 있는 길이란 뜻이겠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잔재로, 나라 안 어느 도시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1994년부터 ‘본정통’이란 낡은 이름을 버리고 ‘성안길’로 고쳐 쓰기 시작했다. 성안길은 좁게 보면 도심의 번화가를 일컫지만 사실상 청주 중심부를 관통하는 길이라 해도 무방하다. 남쪽의 육거리시장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있는 북쪽 내덕동 일대까지 두루 꿰고 있어서다. 보고, 먹고, 놀 공간들이 이 길을 따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자박자박… 청주읍성길 돌아보니 학천탕부터 간다. 최근 청주시에서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건물이다. 요즘엔 ‘목간’이라는 이름의 카페로 바뀌었다. 목간은 목욕탕을 뜻하는 사투리다. 이름처럼 옛 목욕탕 시설을 그대로 카페 집기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건축계 전설 김수근의 ‘학천탕’ 청주엔 한국 건축계의 전설 김수근의 작품이 두 개다. 국립청주박물관과 학천탕이다. 두 곳 모두 김수근이 말년에 설계했다. 청주 사람들의 성품을 생각하면 김수근에게 작품을 받은 것 자체가 ‘신통한’ 일이다. 폐 끼치기 싫어하고, 제 자랑 하기 꺼리고, 아쉬운 소리 절대 못 하는 청주 사람들이 어떻게 김수근을 찾아가 작품을 달라고 했을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학천’이란 이름엔 한 로맨티시스트의 일화가 깃들었다. 다른 지역에선 특이한 사연이 깃든 곳마다 아내에게 선물한 정원입네, 뭐네 요란하게 자랑하던데, 이 도시 사람들은 당최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대신 전해 줄밖에. 학천탕은 1988년 완공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빼어난 건축미 덕에 청주의 랜드마크로 통했다고 한다. 무려 8층에 달하는 학천탕을 지은 이는 박학래(1923~2010)다. 14세 때 목욕탕 종업원에서 출발해 결국 그 목욕탕의 주인이 됐다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학천탕은 당시 청주에서 목욕업계의 대부로 불렸던 그가 아내 채천식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건물 이름도 부부의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뽑아 지었다. 좀처럼 개인 건물 설계를 맡지 않던 김수근이었지만 이런 사연을 듣고 설계를 허락했다고 한다. 건물 전체를 목욕탕으로 쓰던 학천탕은 시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몇 해 전 ‘목간’이란 카페로 변신했다. 그래도 남탕만은 남겨 뒀는데 그마저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았다.●물 없는 탕에서 그대와 ‘커피 한잔’ 맞이 공간 구실을 하는 카페 1층에는 옛 목욕탕 타일을 다듬어 깔았다. 탈의실 옷장, 때 수건, 번호표 등은 인테리어로 썼다. 2층은 메인 욕조와 사우나, 샤워기 등을 그대로 두고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했다. 물 없는 목욕탕에서 커피 한잔 홀짝대는 느낌이 독특하다. 한데 카페 구역은 과거에 여탕이었을까, 남탕이었을까. 이건 궁금증의 영역으로 남겨 둔다. 불고기 음식점으로 쓰는 3~4층도 마찬가지다. 궁금하다면 훗날 카페 주인에게 넌지시 물어보시길. 육거리 시장은 필수 방문 코스다. 이름 그대로 여섯 개의 길이 모이는 곳에 형성된 시장이다. 호사가들은 국내 5대 시장 중 하나로 꼽기도 하는데, 규모가 어느 지역의 전통시장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크다. 평상시 유동 인구도 많은 편이어서 초대형 쇼핑센터에 치이기 일쑤인 여느 전통시장보다 한결 북적댄다. 육거리 시장 아래엔 남석교(南石橋)가 묻혀 있다. 남석교는 ‘우리나라 최대 돌다리’라는 평가를 받는 문화재다. 조성 시기는 신라, 고려 때 등으로 엇갈리는데, 2005년 청주대 조사 결과 신라 때 처음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육거리시장 북적… 그 밑 잠든 남석교 남석교가 ‘문화재’인 건 분명한데, ‘대접’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체가 묻혀 있어서다. 시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유물 분석 작업을 벌일 수 없어 문화재 지정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남석교는 그저 ‘돌로 만든 옛날 다리’에 불과하다. 다리가 건너온 천년의 시간 역시 함께 잠든 상태다. 청주대 학술조사 당시에 원형이 거의 보존된 상태인 걸 확인했다고 한다. 숱한 전란을 겪으며 수많은 문화재를 잃은 우리로선 기적처럼 남은 유물인 셈이다. 한데 남석교가 묻힌 위치가 공교롭게도 육거리 시장 한복판이다. 발굴, 복원 등의 주장들이 간혹 제기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남석교가 묻힌 위치의 천장에 이를 알리는 조형물이 매달려 있다. 남석교가 모습을 드러내는 날, 청주의 관광 지도 역시 다시 그려지지 않을까.관광객이 실제 볼 수 있는 남석교 관련 유물은 법수(法首)가 전부다. 법수는 교량 등의 초입에 세운 장식물을 뜻한다. 전남 구례 운조루에서 보관 중인 ‘청주읍성도’에 이 모습이 분명하게 그려져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연초제조창도 손짓 남석교 법수는 독특하게 ‘토종견’을 모델로 세웠다. 그래서 이름도 ‘석조견상’이다. 청주대와 충북대 박물관에서 각각 보관하고 있는데 청주대에 남은 석조견상 2기가 꽤 온전한 편이다. 1000년의 세월을 건너온 고대의 작품을 보자면 남석교를 직접 ‘알현’하지 못한 아쉬움이 시나브로 녹는다. 청주대 인근에 ‘핫플레이스’ 국립현대미술관, 연초제조창, 수암골 벽화 마을 등이 몰려 있으니 묶어 돌아보길 권한다. 시내 구경 뒤엔 대청호를 찾아야 한다. 늘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문의문화재단지, 청남대, 청주의 아름다운 건축물 10선 중 하나인 카페 에클로그 등이 이 구간에 있다. 옥천군 관내 물비늘 전망대, 부소담악 등에선 빙하기를 닮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물 흐름이 적어 겨울이면 너른 호수가 온통 빙판으로 변한다.
  • 몽환적인 삼나무숲 절물자연휴양림… 국립자연휴양림중 이용 1위

    몽환적인 삼나무숲 절물자연휴양림… 국립자연휴양림중 이용 1위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쭉쭉 뻗어 올라간 삼나무 산책로가 인상적인 절물휴양림이 전국 국립자연휴양림중에 이용 1위를 기록했다. 제주시는 1997년 개장해 25년째를 맞는 절물자연휴양림이 2022년 전국 국립자연휴양림 46개소 중 이용객 1위를 달성했다고 9일 밝혔다. 안개가 끼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서 비가 오는 날씨에도 절물자연휴양림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특히 무장애길이 있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도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절물이라는 이름은 근처에 약효가 좋은 물이 난다하여 유래되었다. 이전에 가뭄 때도 마르지 않아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했다 할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며, 신경통 및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절물휴양림 이용객은 59만 5000명으로 전년 대비 33.8% 증가했다. 1일 평균 1600여명, 주말평균 25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액은 11억 8000만원이다. 송덕홍 절물생태관리소장은 “앞으로도 명품 국유자연휴양림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 일부 노후된 데크 및 숙박시설을 개선 보완하고 각종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中 최초 ‘국민화가’ 박수근 전시회 열렸다

    中 최초 ‘국민화가’ 박수근 전시회 열렸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박수근(1914~1965) 화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9일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은 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과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주중한국문화원·박수근미술관 공동 주최로 전날 ‘박수근:뿌리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전시회를 열었다. 그의 작품이 중국에서 전시된 건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드로잉 및 유화작품의 질감을 재현한 오프셋(원판 손상을 줄이고자 중간에 고무판을 넣어 인쇄) 작품과 목판 원판으로 직접 찍어낸 판화 등 80여점으로 구성됐다. 전시 작품 중에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작품도 포함됐다. 1962년작 ‘아기업은 소녀’와 1959년작 ‘한일(閑日)’, 1963년작 ‘마을풍경’ 등이다. 박수근은 서민들의 일상을 진실하게 구현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나무와 두 여인’(1950년대 중반)과 ‘아기 업은 소녀’, ‘절구질하는 여인’(1954), ‘농악’(1964), ‘빨래터’(1950년대) 등 한국의 시대와 문화를 담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2007년 K옥션에서 ‘빨래터’는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에 낙찰됐다. 주중한국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중국인들과 한국 교민들이 박수근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다음달 31일까지 열린다.
  • 영주시, 소백산 일대에 대규모 단풍나무숲 조성한다

    영주시, 소백산 일대에 대규모 단풍나무숲 조성한다

    경북 영주시는 2026년까지 소백산 일대 40㏊에 단풍나무 10만 그루를 심는다고 8일 밝혔다. 주요 식재 지역은 관광지인 부석사, 소수서원, 산림치유원, 국립공원 등으로 청단풍, 마가목, 복자기 등 단풍나무류가 심겨진다. 투입 예산은 4억원이다. 시는 오는 14일 영주국유림관리소, 소백산 국립공원사무소, 국립산림치유원, 영주시산림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 기관이 소유한 장기간 방치된 빈 땅에도 단풍나무 식재를 추진한다. 나무 나누어주기 및 심기 등 단풍나무류 숲 조성을 위한 주민자치사업도 할계획이다. 박남서 영주시장은 “새로운 관광명소 개발을 위해 소백산 단풍나무류 숲 조성을 하기로 했다”며 “영주가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주시는 2006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수립, 소백산 연화봉을 비롯한 10곳의 철쭉꽃 나무 군락지와 탐방객이 많은 관광명소 주변에 철쭉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백산에 자생하는 철쭉은 3년이면 개화하는 다른 철쭉과는 달리 7년 만에 개화하는 낙엽성 철쭉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자생관목이며 영주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수종이다.
  • 저소득층 꿈나무 장학금… SK울산콤플렉스 1억 5000만원 전달

    저소득층 꿈나무 장학금… SK울산콤플렉스 1억 5000만원 전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는 울산지역 저소득층 꿈나무 육성을 위한 장학금 1억 5000만원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SK울산콤플렉스는 구성원들의 급여 1%를 기부금으로 조성하는 ‘SK 1% 행복나눔기금’으로 장학금을 마련했다. SK울산콤플렉스는 2017년부터 1% 행복나눔기금을 조성해 난치병과 소아암 아동 치료비 지원, 저소득 아동·청소년 꿈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74억여원을 모금했고, 올해는 14억원 정도를 모금할 예정이다. 장학금은 공동모금회를 통해 월드비전경남울산지역본부와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에 전달돼 재능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교육·훈련비, 학원비, 관련 물품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대상은 울산지역 저소득층 학생 중 예체능과 학업 우수 꿈나무 24명이다. 학교장 추천과 관계 기관 서류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했다. 박정원 SK울산콤플렉스 대외협력실장은 “2018년부터 꿈나무 지원사업을 통해 많은 학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능 있는 학생들이 미래로 나아가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남도, 귀농어귀촌 어울림마을 조성사업 본격화

    전남도, 귀농어귀촌 어울림마을 조성사업 본격화

    전남도가 귀농어귀촌인과 지역 주민의 따뜻한 공동체 문화 확산을 위해 추진 중인 ‘귀농어귀촌 어울림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전남도는 귀농어귀촌인과 지역 주민이 안정적 공동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귀농어귀촌 어울림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13개 시군, 26개 마을을 선정, 마을 경관 조성과 재능기부, 마을행사 등 공동 참여형 프로그램 운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선정 마을에는 지역 특색에 맞는 작물을 선택해 경관 조성을 위한 나무와 꽃 구입비 등 주민 융화 프로그램 진행 비용 1500만 원씩을 지원한다. 모든 작업은 귀농어귀촌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진행하며 멘토와 멘티 결성, 기부를 통한 벽화 그리기, 서예 활동, 악기 배우기, 풍물놀이 등 융화 프로그램까지 연이어 실시한다. 정광선 전남도 인구청년정책관은 “마을 특색을 살린 귀농어귀촌인과 지역 주민 간 융합을 통해 마을 공동체 문화가 확산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며 “다양한 시책을 적극 발굴하는 등 순차적으로 더 많은 마을이 귀농어귀촌 어울림 마을에 참여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2021년에 4만 6천563명이 전남으로 귀농어귀촌해 2013년 통계청 귀농어귀촌인 통계 발표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귀농어귀촌 1번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황홀한 진홍의 화가, 고단했던 삶/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황홀한 진홍의 화가, 고단했던 삶/미술평론가

    오스카 블루머는 1867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베를린 왕립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건축을 공부했는데 드로잉을 뛰어나게 잘했다. 1893년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능력을 펼쳐 보려는 포부를 안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시카고에서 건축 설계를 했으나 동료 건축가와 저작권 소송을 벌인 후 그 일에 정이 떨어져서 화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뉴욕으로 옮겨 갔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191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고 뛰어난 작품들을 그렸다. 미국 모더니즘의 산실인 앨프리드 스티글리츠의 화랑 ‘291’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림은 팔리지 않았다. 고객의 수준에서 볼 때 화풍이 너무 전위적이었다. 1916년 블루머는 생활비가 비싸고 번잡한 뉴욕을 떠나 뉴저지의 블룸필드로 이사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라 이 소도시에도 독일인에 대한 반감이 퍼져 있었다. 독일 출신인 블루머를 색안경을 끼고 본 이웃의 신고로 그는 미 해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환영받지 못했지만 블루머는 이곳에서 10년을 살며 마을의 공장과 집, 운하와 거리를 그렸다.‘집과 나무’는 이 시기의 작품이다. 기하학적 평면으로 단순화된 형태에서 큐비즘의 영향을 볼 수 있다. 큐비즘 운동은 1900년대 후반 파리에서 일어났는데 큐비즘 화가들은 형태를 중요시했지 색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블루머는 큐비즘에 독일 표현주의의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를 결합했다. 진분홍, 주홍, 빨강으로 칠해진 집이 주인공처럼 중앙을 차지하고 배경의 하늘색, 옆 건물의 짙은 청색, 나무의 초록색이 음악처럼 변주되며 붉은색을 튀어 오르게 한다. 색채의 대조와 조화가 황홀하지만 집 앞의 한 그루 나무는 외로워서 서럽다. 블루머의 그림에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화가 자신이 세상과 화합하지 못해서였을까. 1926년 부인을 잃은 데다 뒤이은 대공황으로 그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그림에도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가 짙어 갔다. 1935년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상하고 불면증과 만성 통증을 얻은 늙은 블루머는 1938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005년 휘트니미술관은 블루머 특별전을 열어 그를 미국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미술사에 확고히 자리잡게 했다. 너무 늦게 온 성공.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의 독과 함께하는 생활/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식물의 독과 함께하는 생활/식물세밀화가

    식물을 관찰하는 동안 나는 식물을 들여다보고 만지고 향기를 맡는다. 그리고 식물에 함유된 성분에 노출되기도 한다. 소나무를 그릴 때는 구과에서 나오는 끈끈한 진액에 늘 손이 지저분했고, 애기똥풀을 그릴 땐 노란 액체가 손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백리향은 시원한 향이 내내 몸을 감쌌다. 어느 날 포인세티아를 그리느라 잎을 잘랐더니 단면에서 흰 유액이 흘러나왔다. 관엽식물을 재배할 때 자주 만나는 물질이다. 나는 한동안 이 유액과 더불어 생활하며 포인세티아 그림을 완성했다. 시간이 지나 들춰 본 논문을 통해 이 흰 유액은 라텍스로서 물, 단백질, 당, 탄닌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물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전에는 전혀 문제 삼지 않던 흰 유액을 조금은 조심하기 시작했다.‘독’의 사전적인 의미는 건강이나 생명에 해가 되는 성분이다. 인간에게 유용한 성분을 약이라고 하고, 해가 되는 성분을 독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만든 개념일 뿐 누구에게는 약인 것이 누구에게는 독이 될 수도, 모두에게 유용한 성분이 특정인에게는 독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독은 고정된 성분이기보다 이를 마주한 상대에 의해 정립되는 개념이다. 내가 만진 포인세티아의 흰 유액 또한 일반적으로 사람에겐 치명적이지 않지만 피부가 약한 어린이나 특정 동물에게는 피부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편 스위스의 의학자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다”라고 했다. 파라셀수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늘 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내가 매일 마시는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신체와 정신에 활력을 주지만 과하게 섭취할 경우 구토, 불면증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뷔페에서 자주 만나는 열대과일 리치는 덜 익은 상태에서 히포글리신을 함유해 이를 다량 섭취할 경우 저혈당뇌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가 고사리를 반찬으로 먹을 때 생체를 말린 후 다시 불려 조리하는 것은 생고사리에 비타민B1을 분해하는 효소 티아미나아제가 함유돼 이를 비독화하기 위함이다. 내가 커피만큼 자주 마시는 버블티의 타피오카의 원료는 카사바라는 식물의 뿌리인데, 카사바에는 시안화물이라는 독성 물질이 함유돼 있어 뿌리를 말리거나 물에 담근 후에 비로소 식용으로 유통된다.인류가 숲에서 도시로 가져올 식물종을 선별할 때, 조리, 가공 방법을 달리할 때, 이용하는 양을 절제할 때 그 선택의 중심에는 늘 식물의 고유한 독성을 비독화하려는 목표가 있다. 우리가 하루 동안 마시는 커피 양을 조절하고, 특정 과일과 채소의 씨앗이나 껍질을 되도록 먹지 않고, 말리거나 삶아 조리하는 과정을 지나는 것은 모두 식물이 가진 독성에 반응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오랜 해독 훈련 때문이다. 호주에 분포하는 식물 유칼립투스에는 탄닌, 테르펜, 청산배당체 등의 독성 화합물이 함유돼 있다. 유칼립투스가 초식동물에게 먹히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강구해 낸 생존 전략이다. 그렇게 유칼립투스는 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지만 코알라에게만은 예외였다. 유칼립투스의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가진 데다 독성이 적은 잎을 선별하는 능력도 있는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를 주식으로 먹으며 다른 동물들과 경쟁하지 않고 오스트레일리아 숲에서 널리 번성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독에 적응한 결과다. 유칼립투스 잎을 열심히 먹는 코알라를 보며 ‘잘 맞는’ 관계란 남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이는 각자의 독성을 서로 간 해독할 줄 아는 관계가 아닌가 생각했다. 얼마 전 도쿄국립과학박물관 소속의 연구자들이 각자 독에 대해 갖는 인상을 패널에 적어 전시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웠다. 식물의 효용성을 연구하는 식물학자들 대부분 독은 곧 약과 같다고 했고, 동물학자들은 독이 무서운 존재라고 답했다. 다만 양서류를 연구하는 동물학자만큼은 독이 친숙하다고 했다. 양서류 중에는 독성을 가진 것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독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버섯 연구자들의 대답이 궁금했는데, 버섯 연구자들은 독이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은 늘 버섯 연구자에게 독버섯에 관한 이야기만 기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버섯 연구자들이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독이기보다는 독버섯에만 반응하는 대중인 셈이다. 나에게 독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피할 수 없는 존재, 그래서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존재다. 식물을 공부하며 독이라는 글자에 한발 가까워졌고, 그렇게 독에 관한 공포를 덜었다.
  • 경북 울진·영덕·경주, ‘축구 꿈나무’ 메카로

    경북 울진·영덕·경주, ‘축구 꿈나무’ 메카로

    울진과 영덕, 경주 등 아름다운 동해를 낀 경북 시군이 유소년 및 중등 축구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축구 유망주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유소년·중등 축구축제 개최지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울진군은 7일부터 20일까지 14일간 군 일원에서 ‘2023 울진 금강송 춘계 전국중등축구대회’를 개최한다고 이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경북축구협회, 울진군체육회, 울진군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중학교 88개 팀(고학년 58개 팀·저학년 30개 팀) 2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연호생활체육공원 등 6개 구장에서 조별 리그전을 거쳐 본선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지난해 8월에는 울진에서 전국 중학교 78개 팀(고학년 43팀, 저학년 35팀) 1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2022 추계 전국 중등축구대회’가 열렸다. 영덕군은 축구협회와 함께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춘·추계 전국중등(U15)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각 대회에는 100여개 팀 40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군은 연간 5만명 이상이 방문해 4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본다. 영덕군은 2011년부터 축구협회 산하 한국중등축구연맹이 주최한 전국 중등축구대회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경주시는 오는 8월 초부터 2주간 경주축구공원과 알천구장 등 경주 일원에서 ‘2023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축구대회’를 연다. 올해 대회에는 학교와 클럽 700여개 팀, 1만여명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는 조별리그 후 팀별 최대 5경기를 치르는 풀리그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국 최대 규모의 유소년 축구대회다. 이어 11월에 ‘2023 전국 초등축구 왕중왕전’(꿈자람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축구협회가 주최하고 경주시축구협회가 주관하며 전국 40개 권역에서 60여개 팀, 16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할 전망이다. 경주시는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이 대회를 개최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화석 14~28일 특별공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화석 14~28일 특별공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화석인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을 특별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포항 나무화석을 포함한 주요 소장 표본들을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대전 서구에 소재한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볼 수 있으며 사전신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길이 10.2m, 폭 0.9~1.3m에 이르는 포항 나무화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화석이다. 다수의 옹이구조와 나뭇결 등 원형이 잘 보존돼 있고 약 2000만년 전 한반도의 식생과 퇴적환경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2009년 발견돼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긴급 보존 처리를 마친 후 천연기념물센터 지질표본 수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포항 나무화석을 비롯해 평소 공개되지 않았던 천연기념물센터 지질표본 수장고 내 주요 소장 표본들을 지질분야 연구원의 해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센터 지질표본 수장고에는 국내 최초로 보고된 4족보행 조각류 공룡발자국 화석, 신생대 고래골격화석, 부산 전포동 구상반려암과 정선 봉양리 쥐라기 역암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 발굴·발견 신고된 다양한 화석과 암석 1350여 점이 있다. 공개 행사는 총 18회 진행된다. 화·수·목·금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각각 열린다. 참가 신청은 천연기념물센터 누리집(www.nhc.go.kr)에서 가능하며 회당 20명씩 총 360명 선착순으로 참가비는 무료다.
  • [포착]“수백마리 새떼 울부짖었다”…지진 직전 ‘소름’ 현상

    [포착]“수백마리 새떼 울부짖었다”…지진 직전 ‘소름’ 현상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수백 마리의 새 떼가 울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 사상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날 한 트위터 계정에는 “터키에서 지진 직전 새들의 이상한 행동이 관찰됐다”는 글과 함께 45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건물 사이로 높게 솟은 나무에 수백마리의 새들이 떼 지어 모여앉아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뭇잎으로 착각할 만큼 많은 새가 몰려 들었다. 그중 수십 마리는 정신없이 분주하게 날아다녔고, 영상이 끝날 때까지 새들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해외 네티즌은 “새들은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 전, 심지어 몇 주 전에 전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진 전조현상 같다”, “그들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 같다”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지진이 발생할 때 생기는 지진파 중에는 P파와 S파가 있다. P파는 약한 진동이지만 1초에 7~8㎞로 빠르게 도달하고, 그 뒤로 오는 본격 진동인 S파는 3~4㎞ 속도로 퍼져나간다.관측소의 지진 기록계에는 지진파 중 가장 빠른 P파가 먼저 기록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P파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과학자들은 비둘기의 발에 있는 예민한 진동 감지기관이 이 P파를 미리 감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SGS는 “사람보다 예민한 동물이 지진이 발생할 때 가장 빨리 감지되는 P파를 느끼고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우리가 ‘지진을 예측했다’고 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재난비상관리청(AFAD) 등에 따르면 4시17분 초진 이후 튀르키예에서 최소 2316명이 숨졌으며, 로이터·AFP통신은 시리아에서 최소 144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1만2000명 이상이 다쳤고, 시리아에서도 34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총 5606채의 건물이 무너졌다.
  • 4·3희생자 1000여명의 억울함 들어준… 어느 판사의 작별인사

    4·3희생자 1000여명의 억울함 들어준… 어느 판사의 작별인사

    “처음 부임하면서 제주4·3재심사건에 관한 업무를 맡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또 제 스스로 제주4·3사건에 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도 부족한 상태였기에, 부임하고 난 후 300명이 넘는 군사재판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청구서가 접수되었을 당시에는 너무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법정에서 직접 유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접하면서 관련 재판의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20일자로 광주지법으로 자리를 옮기는 제주지법 4·3 재심 전담 재판부 초대 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7일 제주지법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이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0년 2월 제주로 전보돼 3년 동안 제주4·3 재심 관련 대부분의 재심 사건을 담당했다. 2019년 1월 생존수형인 18명 공소기각 사건을 제외해 모든 재심을 담당한 셈이다. 장 부장판사는 2020년 2월 제주지법에 와 제2형사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며 4·3 재심 사건을 맡아왔으며, 이후 2022년 2월 신설된 4·3 재심 전담 재판부(형사4-1부, 4-2부) 초대 재판장을 맡았다. 지난 3년간 그가 맡은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명예를 회복한 4·3 희생자만 1000여명에 달한다. 그는 “앞으로도 군사재판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과 일반재판 수형인들이 모두 합쳐 3000명 이상 남은 상황에서 그 업무를 더 이행 수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하지만 이제까지 해 온 재판의 성과를 바탕으로 후임 재판장께서 더 잘 이끌어나가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4·3 재심 사건을 다루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2021년 3월 16일 하루에 이루어졌던 군사재판 수형인들에 대한 본안재판이 아닐까 한다”면서 “하루에 20건의 사건 300명이 넘은 피고인들에 관한 재심사건을 20분 단위로 본안기일을 나누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까지 이어서 재판을 한 날이 가장 기억에 남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의 규모 뿐만 아니라 그 많은 사람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서 법적으로 조금이나마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면서 “그 외에도 심문기일이나 본안재판 기일에서 나온 유족 및 간혹 기적적으로 생존한 수형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던 순간 순간이 모두 기억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4·3 재심 사건을 맡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우선 그 당시 재판에 관한 기록이 온전히 보전되어 있지 않아 재심 절차에서 문제되는 세세한 쟁점에 관해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소회했다. 그 일례가 전임 재판부에서 한 공소기각판결과 달리 무죄판결을 선고할 때였다. 그는 “재심에 관한 절차는 서로 다른 이념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절차가 아니다”면서 “재심절차는 오로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는지 혹은 전부개정된 제주4·3사건특별법의 취지대로 희생자결정이 이루어지면 재심개시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법대로 판단하는 절차인데, 다들 알고 계신 것처럼 제주4·3사건 자체가 극도로 혼란한 시기에 이념의 대립이라는 문제까지 겹쳐 이념의 관점에서 제주4·3사건을 바라보려는 시각이 있어, 이를 극복하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법대로만 판단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관련 단체에게도 끝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기어코 제주말로 전했다. 그는 제주사람보다 더 제주사람이 돼 있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어둑곡복곡 혼(어둡고 밝고 한) 날도 있었고, 들은 말 들은 디 버리곡 본 말 본 디 버리며(들은 말은 들은 데서 버리고 본 말은 본 데서 버리고) 가심 아픈 것도 용서헤사 시처진다(가슴 아픈 것도 용서해야 씻어진다)는 말로 살아낸 줄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곧 봄철 낭에 봉지가 지고(봄철 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보름은 노물고장 흥글 것 아니우꽈(바람은 유채꽃을 흔들 것 아닌가요). 부디 어떵호연 곶은 일 호멍 가르각석인고(어떻게 해서 같은 일 하면서 제각각인가)라는 말 듣지 않도록 느 울엉 나 울엉 몬 울엉(너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모두를 위하여), 혼디 모영 고치 가 보게(함께 모여서 같이 갑시다).” “여러분 폭삭 속았수다(무척 수고하셨습니다).”
  •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축구 꿈나무 메카로 부상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축구 꿈나무 메카로 부상

    울진과 영덕, 경주 등 경북 동해안 시·군이 국내 유소년 및 중등 축구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축구 유망주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유소년·중등 축구축제 개최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울진군은 7일부터 20일까지 14일간 울진군 일원에서 ‘2023 울진 금강송 춘계 전국중등축구대회’ 개최에 들어갔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경북축구협회, 울진군체육회, 울진군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전국 중학교 88개팀(고학년 58개 팀·저학년 30개 팀) 2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연호생활체육공원 등 6개 구장에서 조별 리그전을 거쳐 본선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울진에서 전국 중학교 78개팀(고학년 43팀, 저학년 35팀) 1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2022 추계 전국 중등축구대회’가 열렸다. 영덕군은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영덕에서 춘·추계 전국중등(U-15)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각 대회에는 100여개팀 40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군은 연간 5만명 이상 방문해 40억원 이상 경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본다. 영덕군은 2011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산하 한국중등축구연맹이 주최한 전국중등축구대회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경주시는 오는 8월초부터 2주간 경주축구공원과 알천구장 등 경주 일원에서 ‘2023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축구대회’를 연다. 올해 대회에는 학교 및 클럽 700여개팀, 1만여명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는 조별리그 후 팀별 최대 5경기를 치르는 풀리그 방식으로 운영된다. 화랑대기 유소년축구대회는 2003년 대교 눈높이 전국 초등학교 축구대회에 뿌리를 둔 전국 최대 규모 유소년 축구대회다. 이어 11월 경주에서 ‘2023 전국 초등축구 왕중왕전(꿈자람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교육부·문체부·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경주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올해 대회는 전국 40개 권역에서 60여개개팀, 선수 1600여명이 출전할 전망이다. 경주시는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주낙영 시장은 “안전하고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작곡도 동영상도 AI로… 챗GPT 보란 듯 감춰 놨던 기술 꺼낸 구글

    작곡도 동영상도 AI로… 챗GPT 보란 듯 감춰 놨던 기술 꺼낸 구글

    ‘나무로 만든 길을 통해 불이 붙은 들판을 지난다.’ 하얀 꽃이 만발한 들판을 지나는 화사한 영상이 이 말 한마디에 재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뀐다. 구글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첨부하고 텍스트로 설명하면 새로운 동영상을 만들어 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공개했다. 최근 오픈AI의 챗봇 ‘챗GPT’가 등장한 뒤 구글은 감춰 뒀던 AI 기술을 서둘러 공개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구글리서치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히브리대 개발팀은 개발자들의 오픈 소스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에 ‘드리믹스’를 공개했다. 논문 형태로 공개된 드리믹스는 글로 된 설명으로 동영상을 만들 수 있고 기존 동영상에 요소를 추가, 변경, 제거해 새로운 동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영상을 편집할 때 일일이 다른 영상 소스를 찾아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할 필요 없이 설명하면 배경에 등장인물을 추가하거나 소품을 없앨 수도 있다. 장난감 소방관을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올려 움직이게 할 수 있고, 영상 속 원숭이를 곰으로 바꿔 춤을 추게 할 수도 있다. 드리믹스엔 최근 화두가 된 ‘생성’ AI의 새로운 형태인 ‘확산’(Diffusion) 모델이 적용됐다. 개발팀은 AI가 원본 동영상을 해체하고, 입력한 텍스트 설명에 맞춰 시공간 정보를 재합성한다고 설명했다. 개발팀에 따르면 텍스트 기반으로 동영상을 만드는 확산 모델은 세계 최초다. 기존 확산 모델 중엔 이미지를 생성하는 AI인 ‘스테이블 디퓨전’이 있다. 지난해 11월 말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뒤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자 구글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움직임이 빨라졌다. 지난달엔 논문을 통해 텍스트 기반 음악 생성 AI인 ‘뮤직LM’을 공개했고, 지난 2일 실적발표에 이은 콘퍼런스콜에서는 올해 안으로 20개의 AI 서비스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엔 오픈AI 창업 멤버들이 설립한 앤스로픽에 4억 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구글은 이번 드리믹스도 뮤직LM처럼 서비스를 개방하지는 않고 논문 형태로만 공개했다.
  • [르포]애플 마주 보고 美 부촌에 문 연 삼성 체험매장…“갤럭시S23 울트라, 판타스틱!”

    [르포]애플 마주 보고 美 부촌에 문 연 삼성 체험매장…“갤럭시S23 울트라, 판타스틱!”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부촌으로 꼽히는 글렌데일의 명품 거리 카루소 애비뉴. 지난 3일(현지시간) 이 거리의 왼편에 자리한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SES)에는 이틀 전 공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와 프리미엄 노트북 ‘갤럭시 북3’ 시리즈를 직접 체험하려는 현지 주민과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만난 매장 방문객들은 전반적으로 신제품에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제품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체험형 매장으로 2019년 2월 20일 LA와 뉴욕, 휴스턴 매장이 동시 개장했고 팔로알토와 텍사스까지 5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LA 매장은 개장 당시부터 현지에서 큰 화제였다. 이미 카루소 애비뉴에서 운영 중인 애플 매장을 직선으로 마주 보는 위치에 입점하면서다. 실제 삼성 매장 출입구에서 거리 한 가운데 놓인 분수대 넘어로 애플 매장이 바라보였다. 약 100m 거리로 도보로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매장 관계자는 “하루 평균 650명이 매장을 찾아 제품을 체험하는데 지난 1일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 이후 방문객이 평소보다 30% 정도 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선주문 기준으로는 전작 갤럭시 S22 시리즈 대비 30~40%가량 선주문이 늘었다”라면서 “미국의 25~45세 젊은 세대는 카메라 성능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방문객이 붐빌 시간대가 아닌 금요일 오전 11시쯤 현장을 찾았음에도 매장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방문객들의 주요 관심 제품은 단연 압도적인 카메라 성능을 자랑하는 갤럭시 S23 울트라 모델이었다.현장에서 만난 30대 남성 볼튼은 S23 울트라 기종을 들고 창 밖 반대편 건물과 나무 등을 ‘100배 스페이스줌’ 기능을 활용해 촬영하고 있었다. 갤럭시 S21울트라 모델과 아이폰을 함께 쓰고 있다는 이 남성은 “이번 신제품 중 울트라에 엄청난 카메라 혁신이 있다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매장으로 달려왔다”라면서 “방금 다양한 모드로 사진을 찍어봤는데 멀리 떨어진 나무의 결까지 담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다.S23 울트라 모델에 탑재된 S펜에 관심을 보이던 한 남성은 “S펜이 참 매력적이다. 필기감이 부드럽고 디스플레이 전환도 매우 매끄럽다”라면서 “디자인도 스타일리시하다”고 평가했다. 이 남성은 자신을 ‘디트로이트에서 온 수미트 당’이라고만 소개했지만, 그는 미국 인기 드라마 시리즈 NCIS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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