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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데이터 대항해 시대, 도약의 기회/임재현 관세청장

    [기고] 데이터 대항해 시대, 도약의 기회/임재현 관세청장

    19세기 미국 해군 장교였던 매튜 머리는 불의의 사고로 더이상 항해를 못 하게 되자 학자로서 해양 연구를 시작한다. 그는 창고 속에 오랫동안 쌓여 있던 해류, 해저 암초의 위치, 선박 사고 자료 등 50만건이 넘는 각종 기록을 분석해 안전하고 빠른 바닷길을 그려 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오늘날 ‘해로’의 초석이 됐다. 선박들이 오대양을 누빌 수 있게 된 데에는 한 데이터 분석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매튜 머리는 오늘날 ‘해양학의 아버지’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얻었다. 오늘날 우리는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 경쟁력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서는 데이터 분석가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이런 시대 흐름을 잘 보여 주는 단서가 아닐 수 없다. 수출입의 최일선에서 무역 정책을 집행하는 관세청에도 하루 수백만 건의 정형·비정형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에 기반해 생산된 한국 무역 통계는 블룸버그·골드만삭스 등이 선정한 세계 12대 핵심 경제지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뉴딜을 필두로 모든 정부 부처가 데이터 기반 행정혁신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세청은 벤처형 조직인 ‘빅데이터추진단’을 출범시켰다. 관세청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관세행정에 활용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다. 그리고 출범 7개월 만에 추진단은 관세행정 내외부 빅데이터를 활용·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기술적 역량을 가진 전담 조직에서 이를 분석한 후 결과를 현장에 제공해 업무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체납 처분을 회피하려고 타인 명의를 도용해 우회 수입한 업체의 거래 관계망을 분석ㆍ도출해 내거나, 민간 재무 데이터와의 결합 분석을 통해 2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불법 외환 거래를 적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예측한 납세신고 오류 가능성을 중소·중견 수출입 업체에 제공해 대규모 세액 추징 위험을 해소하게 하는 등 기업 지원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데이터 분석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은 미지의 바다와 같기에 더욱 힘차게 노를 저어 나가야 한다. 오래된 창고 속에서 전 세계 바닷길의 지도가 탄생했듯이 관세행정이라는 나무가 빅데이터라는 자양분을 만나 우리 경제에 새롭고 선한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해 나갈 시점이다.
  • 신은섭 개인전, ‘pine tree-올려보기’전 개최

    신은섭 개인전, ‘pine tree-올려보기’전 개최

    한국화가 신은섭 작가의 24번째 개인전, ‘pine tree-올려보기’전이 오는 15일(금)까지 서울신문사 1층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신은섭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총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의 소재는 소나무이다. 작가가 처음부터 소나무 작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는 풍경화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수묵담채에서 나오는 은은함에 매료되어 여기저기 아름다운 풍경작업을 하다보니 한지에 소나무가 자주 그려졌다. 이후 주위를 돌아보니 소나무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아 그들과의 차별성을 찾다보니 작가만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소나무를 그리게 되었다.신 작가의 작품의 특징은 무엇보다 ‘소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보기’라는 구도와 그 구도에서 나오는 빛이라는 소재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 작가는 “올려다보는 화면 안에 어떤 때는 강인함이 묻어나고, 어떤 때는 따뜻하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햇빛이 관찰되며, 아침에서 오후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화에서 화면 안에 햇볕을 담아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금기시할 정도의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서양회에서의 음영과는 달리 동양화에셔는 여백의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작가는 조금은 과감하게 서양화의 음영과 동양화의 여백을 최대한 살리면서 소나무의 또다른 시각적 구도로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보통 화가들이 옆에서 혹은 위에서 내려보는 부감법의 화폭을 포착하는데 신은섭 작가는 반대로 밑에서 위를 올려다본 즉, 앙각의 시선으로 올려보기의 소나무를 포착한다”며, “어쩌면 이것이 엄청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시선의 혁명이나 동양화의 시각적 반란임은 틀림없다”고 평가했다.그는 주로 한지에 먹 위주로 작업을 하는데 간혹 색을 조금씩 사용하기도 한다. 벼루에 먹을 갈고 그 검정색의 먹을 이용해 흰색의 한지 위에 강하고 부드러운 먹색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소나무와 솔가지 사이로 따스하게 내려오는 햇빛의 만남은 내면의 정서를 끌어내게끔 하고, 채색과 담묵을 연하게 첨가하여 신선함과 시원함을, 중묵에서 농묵으로 이어지는 먹색에 따라 화면의 무게감과 강인함을 표현한다.신은섭 작가는 세종대학교 회화과(한국화 전공)을 졸업했다. 이후 국내외 개인전 24회, 부스개인전 5회를 개최했으며 ‘중국 산둥성 고밀시 국제미술초청전’, ‘프랑스 루앙전’ 등 30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15회 계양 서화예술대전 최우수상, 제5회 한국국토해양환경미술대전 환경부총재상, 제8회 이규보 서화예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에는 일간스포츠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 인천미술협회, 계양미술협 사무국장, 계양미술대전 부위원장, artmusee 전속작가, 담코아트 전속작가로 활동하며 작가들과 소통하고, 직접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과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 홈페이지(www.seoulgallery.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갤러리는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 전문 플랫폼으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 [거리 미술관]18.더-K 꿈나무

    [거리 미술관]18.더-K 꿈나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출구에서 1분 정도 걸으면 한국교직원공제회관이 있다. 27층 높이의 이 공제회관 앞에는 나무모양을 한 11미터 높이의 조형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The-K 스퀘어’를 지키는 나무 조형물의 가지에는 무궁화 꽃들이 피어 있다. 조형물은 ‘더-K 꿈나무”라는 성신여대 조소과 김성복(58)교수의 조각작품이다. 작품안내판에는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와 무궁화를 모티브로 만든 조형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재질은 브론즈이다. 작품구상에서부터 최종 설치까지 약 1년이 걸렸다. 김 조각가는 ”공제회가 회원들의 자금을 잘 굴려 많은 배당을 받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전래동화에서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고 소원을 빌면 꿈이 이뤄지듯이, 방망이가 나무가 되고 이 나무에서 꽃을 활짝 피우듯, 사람들의 꿈과 소원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의미”라고 설명한다.여의도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했다. 50년 전 넓이 2.9 제곱킬로미터의 모래섬에서 국내 정치의 산실이자 금융의 허브로 탈바꿈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인 교직원 공제회도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우뚝 섰다. 공제회는 전국 교직원의 생활안정과 복리증진을 위해 1971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교직원 복지기관이다. 회원수는 창립 당시 7만명에서 지난해 85만명으로 늘어났다. 자산규모도 71년 13억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45조원대로 불어났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예술원 전뢰전(93) 회원의 제자로 스승에 이어 서양 조각이 아닌 한국조각의 정체성을 살리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조각대상은 삶이다. 그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고단하고 불확실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살아본 사람만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생관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그의 세계관은 ‘금 나와라 뚝딱’, ‘신화’,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등의 작품에서 우리나라 전래동화 속 도깨비방망이나 호랑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등의 강인한 조형미로 나타난다. 작가의 제작의도와 달리 어떤 사람은 이 꿈나무가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보인다는 말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5년 전 공모를 통해 공제회에서 내 작품을 선정했는데 전문가 평가는 물론 공제회 직원들도 작품 의도에 많은 공감을 표시했다”면서 “작가는 본인의 의도아래 작품을 만들지만 그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말한다.”꼬리가 도깨비 방망이 모양인 호랑이 작품을 구입한 분이 있었다. 식당을 하던 분이었는데 자주 닦았더니 영업이 잘된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해 기분이 좋았다“며 또다른 반응도 들려준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저성장기에 빠지면서 경제활성화가 지구촌의 최대 화두가 됐다. 김 교수의 바램대로 이 꿈나무가 증권맨들에게는 주식시장 호황의 매개체로, 일반 국민에게는 코로나 생활에서 위로받고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기적의 나무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그렇다고 이 도깨비 방망이 꿈나무를 보면서 주식투자나 부동산을 통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요행은 빌지는 말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탐욕의 상징인 ‘미다스의 손’같은 불행을 자초해서야 되겠는가.
  • [배민아의 일상공감] 집의 재발견/미드웨스트대 교수

    [배민아의 일상공감] 집의 재발견/미드웨스트대 교수

    5년 전 딱 이맘때였다. 산자락 동네를 산책하다 폐가로 보이는 낡은 빈집을 만났다. 입구의 잡풀을 헤치고 들어가니 가벽을 세우고 합판으로 천장을 얹어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뉜 실내가 문틈 사이로 보인다. 찢어진 장판과 내려앉은 천장, 곰팡이 핀 벽지 등이 방치된 세월을 담고 있었고, 깨진 창문은 들고양이들의 출입구였다. 버려진 물건들을 살피다 집을 등지고 돌아서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장관이다. 산자락까지 올라오며 흘린 땀을 기분 좋게 식혀 주는 상쾌한 바람과 가까운 산과 먼 산이, 올망한 산동네의 정겨움과 멀리 보이는 아파트촌의 새초롬한 모습이 마주 보듯 펼쳐지고 바탕색을 칠한 듯 보이는 파란 하늘과 몽실구름이 마치 캔버스 안의 풍경화 같았다. 정말 풍경이 다 했다. 곧바로 동네 부동산을 찾았고, 마침 매매를 원하는 집주인과 연결이 됐으며, 아주 좋은 가격에 계약까지 마쳤다. 멋진 집을 상상하며 몇몇 집수리 업체에서 받은 견적은 최소 집 구매 가격의 2배 이상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판이었고, 대출까지 받아 고칠 여유와 이유도 없었기에 가끔 올라가 풍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니, 큰비가 내리거나 세찬 바람이 분 다음 날이면 행여 집이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점검차 가 보는 것이 일이 됐다. 그렇게 3년을 묵혀 둔 후 때마침 작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이 일시 정지되고 시간 여유도 생겼을 때 셀프 집수리를 결심했다. 막상 시작은 했으나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집의 면면을 보니 대략 난감이었다. 지인들에게 자문을 하고, 저녁마다 인터넷과 동영상을 통해 집수리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워 하루하루 일을 했다. 화장실도 없어 계단 위까지 정화조를 굴려 올리느라 한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질통에는 모레를, 지게에는 벽돌을 지고 하루에도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렸던 중년 부부의 고된 셀프 집수리는 4개월 뒤 남자의 몸무게가 12㎏ 빠진 후에야 마무리됐다. 타일 줄눈이 삐뚤어도, 마감재 나무가 수평이 안 맞아도, 샤워 후 덜 빠진 물을 밀대로 밀어야 하는 번거로운 수고가 뒤따라도 대만족이다. 순전히 우리의 활용 목적과 필요에 의해 만든 집, 소재와 내부 구조까지 알고 있는 완벽한 우리의 공간이기에 볼 때마다 뿌듯하고 편안하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심리적 안정을 주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서 집의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덕분에 집수리 업계도 호황이다. 온라인 화상 교육이나 미팅으로 사적 공간이 노출되고 재택근무로 집 내부를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 수리하려는 욕구가 늘어난 데다 폭등한 집값에 걸맞은 인테리어로 변경하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으로서의 집의 의미가 점차 확장돼 이제는 집이 회사이고 학교이자 여가활동, 휴식, 취미, 카페, 레스토랑의 공간이 됐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관심이 커지고,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도 커지고 있다. 집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언택트 시대에 개인의 생활 방식에 적합하고 모든 생활의 원천이 되는 맞춤형 복합 문화와 생활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스마트한 첨단 시설이 아니더라도 나의 필요에 의한 공간을 직접 꾸미고 만드는 내 마음대로의 집은 각별한 의미다. 내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가구와 소품들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기쁨이요 힐링이기 때문이다. 공간을 만들며 살이 빠진 남자는 이제 공간을 즐기며 다시 살을 찌운다. 떠나지 않고도 여행지에서 누리던 설렘과 나른함을 즐기고, 하늘을 보며 커피를 마시며, 낮은 조명의 거실에서 직접 만든 요리와 담소를 즐기는 것이 언택트 시대의 소소한 행복이지 않을까.
  • 롯데百 동탄점에 ‘거꾸로 자라는 나무’

    롯데百 동탄점에 ‘거꾸로 자라는 나무’

    지난 27일 경기 화성에 있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손님들이 나무가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의 설치미술 작품인 임정주 작가의 ‘논엘로퀀트’ 시리즈를 감상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 비무장지대에서 평화를 노래하다

    비무장지대에서 평화를 노래하다

    흡입력 있는 연출에 홀로그램, 영상투사(프로젝션 맵핑) 기술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한 공연을 즐겨보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4~26일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창작공연 ‘원더티켓-수호나무가 있는 마을’을 연다고 밝혔다. 분단과 긴장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를 국제적인 평화관광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기획한 공연관광 콘텐츠다. 파주 자유의 다리에 멈춰 서 있는 녹슨 기관차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바람의 언덕을 소재로 한다. 올해 가수 윤도현·유회승, 배우 이황의·이서영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특히, ICT 기술을 활용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분단으로 헤어진 옛사랑과 아름다운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신사(이황의 분)를 위한 손녀(이서영 분)의 간절한 바람이 단군신화 속 바람의 신 풍백(윤도현·유회승 분)을 소환하며 극을 시작한다. 이후 풍백이 70년 동안 달리지 못한 녹슨 열차를 움직여 과거로 달리면서 전쟁과 분단으로 말미암은 아픈 과거를 돌아보고 평화로운 미래를 염원하며 막을 내린다. 앞서 파주 임진각에서 열리던 공연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 공연만 했다. 올해는 새로운 방역지침에 따라 서울 송파구 우리금융아트홀로 무대를 옮겼다. 사전에 관람권을 예매한 관객만 입장할 수 있으며, 이산가족과 파주, 연천, 철원 등 비무장지대 접경지역 13개 지자체 관계자들도 함께한다. 현장에서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연말에 유튜브 등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문체부 측은 “비무장지대의 생태, 역사, 문화자원을 관광자원으로 삼아 세계인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열린세상] 날갯짓을 위한 보금자리/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열린세상] 날갯짓을 위한 보금자리/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

    이사 온 지 74일째. 새집에서 쓰는 첫 원고다. 눈앞에는 푸른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등 뒤에는 황홀한 가을 음률이 흐른다. 바람은 얼굴에 스미고 음악은 날갯죽지를 간지른다. 쾌적하고 낭만적이다. 하지만 세 달 전만 해도 사정이 달랐다. 거실인지, 세탁실인지, 창고인지 구분할 수 없는 작은 공간에서 만 장의 음반과 수천 권의 책 더미에 끼인 간이 테이블 앞에 앉아서 밥을 먹고 빨래도 널고 타자질을 했다. 하지만 이젠 알파벳 순으로 차곡차곡 정리된 책과 음반 사이 널찍한 책상 앞에 앉아 계절이 지나가는 풍경을 벽에 걸고 온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 이사가 처음은 아니다. 교복을 입기 전까진 이사와 전학이 잦았다. 20대의 반은 외국에 머물렀다. 기숙사, 유스호스텔, 렌털 스튜디오, 홈스테이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머물렀다. 싱글 침대와 공유 주방과 욕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밥벌이를 시작하고 독립한 이후엔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듯 보증금과 월세에 맞춰 집을 얻었다. 먹고 씻고 자기 위한 물건만 마련했다. 욕망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어디에 두어도 변하지 않는 음식과 체온 유지를 위한 옷가지 등 기호 없는 기능뿐인 것들만 들였다. 물건을, 집을, 몸을, 나를, 시간을, 삶을 매만지고 가꿀 줄 몰랐다. 어쩌다 결혼하고 남편 집으로 살림을 합쳤다. 홍대 와우산 자락 열댓 평쯤 되는 오래된 빌라였다. 음반 수집가이자 음악평론가인 남편에게는 더는 버릴 물건이 없었다. 작은 집에 비하면 그의 물건은 그의 업보였지만 엄연한 그의 업이었다. 최소한의 가구와 가전으로 신혼살림을 꾸렸다. 그가 살아온 동네에 집에 가득 채워진 그의 물건과 함께 사는 탓에 마치 남편의 삶에 편입된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작은 화장대나 요가매트 한 장도 놓을 공간이 없었으니까. 동네에는 사는 사람보다 머물다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데이트를 하러 온 사람, 쇼핑을 하러 온 사람,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골목의 가게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손님들의 비위에 맞춰 간판을 갈아치우다 간판 대신 임대 플래카드가 걸리기 시작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밤마다 술에 취한 고성과 배달 대행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적막한 귀깃길, 황량한 산책길을 걸을 때마다 떠날 때가 됐다고 읊조렸다. 오랫동안 홍대 거리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남편도 빈 거리를 걸을 때마다 안타까움에 무기력한 탄식만을 반복했다.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부동산에 살던 집을 내놓았다. 곧바로 감당할 만한 대출 이자를 감안해 예산을 정하고, 살고 싶은 동네를 추려 발품을 팔았다. ‘산과 가깝고 볕이 잘 들고, 시장이 가까운 주택가에, 방은 세 개 화장실은 두 개, 주방과 거실 크기는 타협 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한 달이나 지났을까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이 집에 꼭 살고 싶었다. 더 잘 살고 싶어졌다. 나답게 우리답게 건강하게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성미산 자락에 있는 6층짜리 빌라 꼭대기 집이다. 거실 통창 너머로 성미산이 보인다. 아침마다 햇살이 가득 쏟아져 집을 환하게 비춘다. 아침잠이 많은 남편도 알람 없이 잘 일어난다. 구름의 움직임, 하늘의 색, 나무의 흔들림으로 그날의 날씨를 점치며 아침을 먹는다. 새소리를 듣고 풀내음을 맡으며 성미산 언덕을 넘어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커피 원두와 빵을 사고 망원시장에 들러 반찬거리와 식탁에 놓을 꽃 한 다발을 사 온다. 커다란 나무가 보이는 나만의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린다. 명상이 필요한 날엔 작업실 한켠에 요가매트를 깔고 가만한 시간을 갖는다. 음악이 곧 공기인 남편은 이어폰이나 헤드폰 대신에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하고, 음악을 들으며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글을 쓴다. 스무 번이 넘는 이사를 다녔다. 하지만 이사를 오기 전까지 벽에 액자를 걸어 본 적도, 화병에 꽃을 꽂아 본 적도 없다. 딱 되는 대로 되는 만큼만 살았다. 장식은 사치였고 남의 일이었다. 몸을 누인 곳은 분명 집이었는데 임시 숙소였다.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더 잘 버는 일밖에 몰랐다. 그게 그저 잘 사는 유일한 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라도 악착같이 일상을 보듬고 살피고 가꾸리라 다짐해 본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향유를 위한 날갯짓을 해 본다.
  • 미중 정상 7개월만에 ‘깜짝’ 통화…“양국 관계 올바른 궤도로”

    미중 정상 7개월만에 ‘깜짝’ 통화…“양국 관계 올바른 궤도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개월 만에 ‘깜짝’ 전화통화를 갖고 미중갈등 현안을 논의했다.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책임론, 대만·홍콩 문제 등으로 냉각기를 맞은 두 나라의 갈등을 완화하고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미국의 이익이 집중되는 분야와 반대로 미국의 이익과 가치가 분산되는 분야를 두고 광범위한 전략적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두 가지 의제 집합에 대해 모두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관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 이번 논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책임감있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도태평양 지역 등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며 “두 정상이 경쟁이 분쟁으로 바뀌지 않도록 양국의 책임감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도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타전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길 원한다. 미중관계를 정상 궤도로 회복시키고 싶다”며 “기후변화 등 중요 문제에 있어 중국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공동 인식을 달성하길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미 관계를 올바른 궤도로 올리는데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정상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화답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시 주석은 “산과 물이 겹겹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길이 없을 것 같았는데, 버드나무가 무성하고 꽃이 만발하니 또 하나의 마을이 있더라”(山重水复疑无路,柳暗花明又一村)는 중국 고대 시가를 인용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상치 않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자는 뜻이다. 끝으로 그는 “서로 핵심 관심사를 존중하고 이견을 잘 관리하는 가운데 양국 관계부처가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방역, 경제 회복 등에 대한 조정과 협력을 추진하자”고 말했다.양국 정상의 전화는 올해 2월 11일 바이든이 미 대통령 취임 21일 만에 시 주석과 유선으로 대화를 나눈지 7개월 만이다. CBS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서 중국의 고위관리들이 미국의 당사자들과 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풀고자 통화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양국 간 소통이 차단된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갈등’에 빠져드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양국 간 연락망을 열어두자는 취지로 대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친분을 여러 차례 과시했다. 지난 2월 CBS 인터뷰에서 “부통령 시절에 통역만 두고 24시간동안 개인적 만남을 갖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다시 시 주석의 손아귀로 들어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역시 ‘반중’이 국시가 된 자국 여론을 의식해 대중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3월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양국의 첫 고위급 외교관 회담에서 양측은 서로를 비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은 연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무력으로 대만을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두고도 미중은 협력을 위한 대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오는 10월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두 나라 지도자가 만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 주석이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화상 참석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와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두 번째 전화통화를 가진 것은 대면회담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고 보도했다. 미 조지타운 대학의 아시아 전문가이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고문이었던 에반 메데이로스는 “1차 전화통화 이후 7개월이 지났다. 미중 모두에게 힘든 7개월이었다”며 “두 정상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프간 탈레반 정권 출범 이후 미중이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이 생긴 만큼 미중이 제한적이나마 손을 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정상이 두 번째 통화를 가지면서 조만간 직접 대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FT는 전망했다.
  •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돌고래 [김유민의 돋보기]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돌고래 [김유민의 돋보기]

    제주 마린파크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돌고래 ‘화순이’가 최근 콘크리트 수조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8월 안덕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달콩이’, 지난 3월 ‘낙원이’가 숨을 거뒀다. 비좁은 수조에 갇힌 채 포획 트라우마와 감금 스트레스로 고통받던 돌고래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화순이 역시 잔인한 포획으로 악명 높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에서 잡혀 한국으로 수입됐고, 죽기 직전까지 돌고래 체험에 이용됐다. 친구들의 죽음을 지켜본 화순이 역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다. 심한 스트레스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수면 위에 멍하게 둥둥 떠 있거나 비슷한 동작을 반복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마지막 남은 돌고래 화순이의 방류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끝내 화순이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다. 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며 원치 않는 공연과 접촉에 동원되는 삶, 돌고래는 평균 수명의 3분의1도 살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 가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국내 고래류 감금 시설 7곳에 갇혀 있는 고래류는 총 26마리다. 여전히 많은 돌고래가 전시·공연·체험이라는 명분 아래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하루 100㎞가량을 유영하는 돌고래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조의 크기가 최소 직경 20∼30㎞ 정도는 돼야 하고, 반사 소음에 시달리지 않게 최첨단 재질로 만들어야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수족관을 갖춘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제주 지역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또 다른 죽음이 반복되기 전에 제주도 내 2곳의 고래류 감금시설 돌고래 8마리를 포함해 전국에 감금된 돌고래와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는 더이상 위기에 처한 해양동물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고래류 보호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정책이다. 고래 한 마리는 일생 동안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살아가는 동안 탄소를 축적하고, 자연사한 이후에도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수백 년간 대기로 방출하지 않는다. 바닷속 고래의 활동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1%만 증가해도 연간 2억t의 이산화탄소가 포집된다. 이는 20억개의 나무가 출현한 것과 같은 효과이며 과학자들이 고래 보호를 기후 위기의 최고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안전한 곳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도록 보호구역을 만들어 안식처를 만들어 줄 때다. 야생의 환경에 바다쉼터를 조성한 아이슬란드와 캐나다, 인도네시아가 그 예다. 해양보호구역 선정과 바다쉼터 조성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를 만나고, 나아가 기후위기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체험이라는 구실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고, 생태계를 위협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시간이 많지 않다.
  •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지극한 사랑,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지극한 사랑,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쓸 때는 악몽을 꾸면서 죽음의 깊이가 제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이번에는 저 자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결국 이 소설이 저를 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국제부문)을 받은 한강(51) 작가가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작가는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을 쓰면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는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으로부터 인선의 제주 집에 가서 혼자 남은 새를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폭설 속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70년 전 제주 4·3사건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한다. 학살로 언니와 둘만 남겨진 인선 어머니 정심은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년을 바치며 끝내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치 않는다. 작가는 “경하와 인선이 맺어진 실과 인선의 어머니 정심과 이어진 실, 정심이 죽은 사람들과 이어져 있는 실이 전류가 통하는 걸 상상했다”며 “제목의 의미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했다.‘작별하지 않는다’는 작가가 2014년 6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뒤 꾼 꿈이 모티브가 됐다. 눈 내리는 벌판에 통나무가 잔뜩 있고, 뒤에 무덤들이 있는데 “이런 데 오랫동안 무덤이 방치돼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이 밀물이 몰려들면서 잠에서 깨게 된다. 작가는 꿈을 기록했지만, 이를 바로 소설로 옮기진 못했다. 그러다 예전 제주에 3개월 정도 살 때 그 집 할머니와 함께 동네를 걷다 4·3사건의 비극에 대해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어떤 모티브와 장면이 떠오른 뒤에 시간이 흘러 ‘아 이게 이런 거였구나’라고 느끼는 각성의 순간이 있다”며 “이 꿈을 갖고 4·3사건에 대해 쓸 계획이 없었는데, 결국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소설은 4·3사건을 그린 소설이자,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모두에 해당되지만 그중 하나를 고른다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동시에 살게 하는 것”이라며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그런 간절한 상태라고 생각했고, 그런 상태에 닿기 위해 노력한 소설”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글을 쓰면서 우리의 삶이 이렇게 고립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는 작가는 “개인적 삶에 갇히지 않고 결국은 그 밖으로 뻗어 나가서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 소설을 쓰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이 소설을 쓰면서는 저 자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제 다음 소설은 이와는 다른 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강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건 사랑...‘작별하지 않는다’는 저를 구한 소설”

    한강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건 사랑...‘작별하지 않는다’는 저를 구한 소설”

    “어떤 소설을 쓸 때 작가가 가진 고민은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 되거든요.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쓸 때는 악몽을 꾸면서 죽음의 깊이가 제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이번에는 저 자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결국 이 소설이 저를 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한 한강(51) 작가가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작가는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을 쓰면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는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으로부터 인선의 제주 집에 가서 혼자 남은 새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폭설 속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경하는 70년 전 제주 4·3 사건 민간인 학살과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한다. 학살로 부모와 동생을 잃고 오빠마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채로 언니와 둘만 남겨진 인선 어머니 정심의 삶과 함께 오빠의 행적을 찾는 일에 수십 년을 바친 정심의 간절한 마음 등이다. 이를 통해 마지막까지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사랑을 그렸다. 작가는 “경하와 인선이 맺어진 실과 인선의 어머니 정심과 이어진 실, 정심이 죽은 사람들과 이어져 있는 실이 전류가 통하는 걸 상상했다”며 “제목의 의미는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했다.경하는 작가의 분신 같은 존재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작가가 2014년 6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뒤 꾼 꿈이 모티브가 됐다. 눈 내리는 벌판에 통나무가 잔뜩 있고, 뒤에 무덤들이 있는데 “이런데 오랫동안 무덤이 방치돼 있었구나”하고 생각하는 사이 밀물이 몰려들면서 잠에게 깨게 된다. 작가는 꿈을 기록했지만, 이를 바로 소설로 옮기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 제주에 3개월 정도 살 때 그 집 할머니와 함께 동네를 걷다 4·3 사건의 비극에 대해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소설을 쓸때 어떤 모티브가 떠오르고 어떤 장면이 떠올라서 시간이 흘러 ‘아 이게 이런 거였구나’라고 느끼는 이상한 각성의 순간이 있다”며 “이 꿈을 갖고 4·3사건에 대해 쓸 계획이 없었는데, 결국 쓰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 소설은 제주 4·3을 그린 소설이자,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모두에 해당되지만 그중 하나를 고른다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동시에 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등장 인물들의 마음이 그런 간절한 상태라고 생각했고, 그런 상태에 닿기 위해 노력한 소설”이라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팬데믹하에서 글을 쓰면서 우리의 삶이 이렇게 고립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는 작가는 “개인적 삶에 갇히지 않고 결국은 그 밖으로 뻗어나가서 닿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 소설을 쓰는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이 소설을 쓰면서는 저 자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제 다음 소설은 이 소설과는 다른 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국박 배롱나무 앞에서/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국박 배롱나무 앞에서/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여름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이들의 아쉬움과 가을을 기다리는 이들의 설렘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 요즘은 배롱나무와 보라색 벌개미취, 맥문동, 수크령이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의 여기저기서 손짓을 한다. 그중 붉은 빛깔의 배롱나무가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구불구불한 가지마다 붉은 꽃들을 잔뜩 매달고 있다. 목백일홍이라는 별칭처럼 7월에 시작한 꽃은 9월이 다 지나도록 피울 것이다. 어느 날인가 점심 산책길에 그 배롱나무의 화려함이 눈에 들어 사진을 찍었다. 그날 오후 김 선생이 배롱나무 꽃 사진이 있느냐고 물었다. 우연이다. 가끔 김 선생과 꽃 사진을 공유하곤 했다. 내가 보낸 사진은 스마트폰 배경이 됐다가 모니터의 배경화면이 되기도 했다. 배롱나무 꽃 사진을 보냈더니 한참 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 “한동안 배롱나무를 싫어했어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배롱나무 꽃이 한창 피던 시기에 돌아가셨거든요. 보내 드리고 오는 길옆에 보이던 붉은 꽃이 그땐 참 싫더라고요. 그런데 이젠 이 꽃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요. 사진 너무 고마워요. 보내 주신 사진은 컴퓨터에 배경화면으로 해 두었어요.” 배롱나무는 김 선생에게는 소중한 기억이었다. 꽃으로 맺은 인연이기에 김 선생이 전근 갈 때에는 소국이 가득 핀 화분으로 배웅했다. 올해의 배롱나무는 다른 해보다 꽃이 덜 피어 소박하다. 식물들은 매년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데 박물관 정원에서 피는 꽃들도 서로 조화를 이룬다. 어느 해는 맥문동이 더 활짝 피고 다른 해는 가을에 벌개미취가 더 풍성하다. 그렇게 생명들은 서로의 기운을 공유한다. 박물관 전시장에는 오랜 시간을 묵묵히 견뎌 온 유물들이 있다. 긴 세월을 지나 살아남은 유물들의 앞을 지날 때면 때론 엄청난 기운을 뿜으며 말을 거는 것도 같다. 우리가 살지 않았던 시기에 만들어져 지금 우리 앞에 존재하고 있는 유물들이 보내는 기운을 느껴 보곤 한다. 그 유물들과 교유(交遊)한 후엔 현재를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갖가지 생명의 기운들이 넘쳐나는 박물관 정원에서 순간순간을 온전히 즐겨 보는 일 말이다. 코로나로 이동이 쉽지 않은 시절이다. 전시장의 유물은 보지 않더라도 여름 끝물과 가을이 시작되는 박물관 정원을 천천히 거닐어 보면 좋겠다. 붉고 고운 배롱나무 꽃 앞에서 사진도 한 장 찍어 보기를 권한다. 한 3초 마스크를 벗으면 또 어떤가. 이 시절을 기록한다면 마스크 쓴 채 찍어도 좋지 않겠는가.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치자나무의 노란색과 봉선화의 다홍색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치자나무의 노란색과 봉선화의 다홍색

    어릴 적 방학이면 경기도 외곽에 사는 큰고모 댁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농사를 짓는 고모 집에 가면 좋아하는 식물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여름방학에는 고모 집 마당에 핀 봉선화를 따다 손톱에 꽃물을 들이기도 했다. 봉선화 꽃과 잎을 고루 따 문방구에서 사 온 백반을 넣은 후 고모와 마주 앉아 손톱에 봉선화를 올리던 시절이 있다. 지난해에 참고서에 실리는 삽화 작업을 하다가 봉선화를 그리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삽화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에서 염료로 쓰이는 식물, 봉선화와 치자나무 그리고 개망초, 누리장나무 등이었다. 식물은 다채로운 색을 띠며 이 색은 식물종마다 그리고 기관마다 다르다.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나는 형태에서 드러나는 이 다채로운 색들을 관찰해 기록한다. 그러나 식물의 2차 산물이 만들어낸 염료의 색은 식물의 형태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염료의 색만큼은 표현해 낼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봉선화 꽃물을 들이면 나타나는 다홍색과 치자나무 염료로 염색된 천의 노란색을 이 식물들의 색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매염제와의 결합이 만들어 낸 색이기에 온전히 식물의 색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대학교 때 천연 염색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소나무를 가리키며 물어 보셨다. “이 나무의 색이 무엇인가요?” 학생들은 말했다. “녹색이요.” 그러나 선생님의 눈에는 소나무가 붉게 보인다며, 속껍질로부터 붉은색 염료를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선생님의 눈에 붉나무는 노랗고, 석류는 주황색 식물로 보인다고 했다. 그것은 각각의 식물이 만들어 내는 염료의 색이다. 지금 내가 입은 옷은 화학염료로 염색한 것이다. 그러나 인공으로 염료를 합성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모든 색을 얻었다. 자연염료의 재료 중에는 돌이나 동물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식물이다. 인류는 식물의 뿌리와 잎, 꽃 그리고 나무껍질, 열매 등으로부터 다채로운 색을 얻을 수 있었다. 식물이 만들어 낸 색은 꼭 식물 같다. 자연스럽고 눈에 설지 않으며 우리가 사는 배경에 어우러지는 편안한 색을 띤다. 어릴 적 이모가 내게 준 선물 중에는 쪽으로 염색한 손수건이 있다. 이모가 직접 염색해 만들었다는 그 손수건은 꼭 바다와 같은 빛깔을 띠었고, 쪽이라는 식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나는 이것이 쪽의 색이라고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식물을 배우며 알게 되었다. 내가 쪽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에게서 바다 빛 파란색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이 식물의 ‘형태’를 기록하는 나의 한계라는 것을 말이다.아쉽게도 이제는 식물염료로 만든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식물로 염료를 만들고 염색하는 과정은 무척 복잡한 데다 노동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재료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염제에 따라 색이 다변하기 때문에 때마다 조금씩 다른 색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은 편리하고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화학염료를 사용하게 되었다. 봉선화와 치자나무를 그리면서 식물세밀화에 이들의 겉모습에는 드러나지 않는 염료의 색을 기록해야 할지, 해야 한다면 종이에 어떻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의외의 물건으로부터 기록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10여년 전부터 발행국을 가리지 않고 식물이 그려진 우표를 수집해 왔다. 우표를 정리하다가 우리나라 우정사업본부에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에 걸쳐 발행한 우리나라 전통 염료 식물 16종의 그림 우표 전지를 발견했다. 이 우표에는 ‘전통 염료식물 시리즈’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이 시리즈에 선정된 식물로는 나무껍질에서 회색 원료를 얻는 물푸레나무와 열매껍질에서 노란 염료를 얻는 석류, 갈색 염료의 호두나무와 보라색 염료의 지치 등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우표마다 배경색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유심히 보니 배경색은 그저 식물 그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 우표 속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염료의 색을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었고, 이처럼 간접적인 방법으로 식물세밀화에 염료의 색을 표현해도 되겠다는 힌트를 얻었다. 식물의 형태를 관찰하다 보면 형태에서 이들이 살아온 역사를 모두 찾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염료 식물을 그릴 때만큼은 내가 지닌 지식과 편견을 지워야 했다. 소나무의 붉은색, 주목의 자주색 그리고 누리장나무의 푸른색….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식물이 만들어 내는 염료의 색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오로지 똑바로만 78.55㎞ 걸은 영국인 남녀 “그것두 쉽지 않아요”

    오로지 똑바로만 78.55㎞ 걸은 영국인 남녀 “그것두 쉽지 않아요”

    한 번도 포장된 도로를 만나지 않고 오직 똑바로만 걸을 수 있는 길로 영국에서 가장 긴 루트가 있다. 두 남녀 모험가가 처음으로 이 길을 걸어 이렇게 탐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칼럼 매클린(32)과 제니 그레이엄(41)이 스코틀랜드의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의 양조장에서 멀지 않은 케언곰스 국립공원의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너 가파른 바위 직벽을 오르내린 끝에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밤에 78.55㎞의 긴 여정을 마쳤다고 BBC가 전했다. 아래 지도 왼쪽 아래 드러모치터 패스를 출발해 오른쪽 위 코가르프까지 83시간 56분이 걸렸다. 텐트까지 들어가는 16㎏ 무게의 백팩에 나흘치 먹을 거리를 다 담고 걸었다. 먼저 이 기발한 모험을 하자고 얘기한 이는 애버펠디 출신 칼럼이었다. 그는 “다 해내 뿌듯하긴 한데 다시 하고 싶지 않다. 한다면 다른 직선 루트를 걸어보겠지만 이 길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릎 높이까지 자란 스코틀랜드 진달래과 덤불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광활한 무어의 풍광은 바라보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지내기도 가뭇없었다는 것이다.칼럼은 가파른 바위를 로프도 없이 내려가야 해서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바위를 올라가는 일은 없었으나 가파름 때문에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발을 헛딛기라도 하면 죽는 길이라 모든 감각을 동원하느라 기진맥진할 정도였다. 하지만 둘이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함께 한계를 극복해 느리긴 했지만 무사히 해냈다고 공을 서로에게 돌렸다. 과거에도 둘은 지도 제작 서비스 ‘오디넌스 서베이(Ordnance Survey)’가 주관한 비슷한 시도에 여러 차례 나섰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다. 칼럼은 여정의 끝이 알고 있었던 것과 달라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오디넌스 서베이 루트는 올드 밀리터리 로드란 포장도로로 끝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포장도 돼 있지 않고 대신 먼지 날리는 길이 나온 것이었다. 위성위치측정(GPS) 시스템과 오디넌스 서베이 어플리케이션을 서둘러 끄고 더 걸었더니 그제야 2㎞ 정도의 포장 도로가 나오더란 것이다. 그는 “음식도 떨어져 배 고프고 지친 상태였다. 우리가 목표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점을 깨닫는 데 한참이 걸려야 했다. 또 마지막 구간은 넘어진 나무가 널부러진 숲속이라 헤쳐 나오기에 아주 위험했다”고 털어놓았다.인버네스 출신인 제니는 사이클링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전에 걸어본 적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였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나 알프스도 샅샅이 걸어봤는데 이번이 으뜸이라고 했다. 늘 관목 때문에 무릎을 걱정했고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 빠질까봐 걱정했다. 그녀는 오히려 바윗길 구간을 만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했다. 바닥의 높낮이가 제각각이라 힘겨웠으며 어느날은 언덕에 안개가 자욱해 벽을 마주하며 걷는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여성인 제니가 오히려 모험을 즐겼던 것 같다. “해보니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우리는 어떻게든 우리의 길을 찾아냈다.” 다만 그녀도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믿기지 않은 모험이었다”고 했다. 오디넌스 서베이의 대변인은 숙련된 트레커가 아니라면 함부로 덤빌 모험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제니는 아주 단순한 지혜를 얻었다고 말했다. “똑바로 걸으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마저 늘 해내기에 간단치 않더라.”
  • 무릎 투혼 ‘도쿄 막내’… 하루 쉬고 ‘파리 야심’

    무릎 투혼 ‘도쿄 막내’… 하루 쉬고 ‘파리 야심’

    여자단식 8강 ‘천적’ 中 천위페이에 패몸 던지는 투혼… 국민들에게 감동 줘 올림픽 뒤에 하고 싶었던 것 하며 힐링고2 이서진 대표팀 합류에 ‘막내 탈출’23세 파리 올림픽 멋진 세리머니 목표스무 살의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 ‘라켓 소녀’ 안세영의 눈은 벌써 스물세 살의 올림픽을 향하고 있었다. 안세영은 31일 “아무래도 진 걸 계속 가지고 가면 독이 된다”며 “패배를 잊으려고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방수현 이후 25년 만에 배드민턴 단식 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안세영은 8강전에서 ‘천적’ 천위페이(중국)에 막혀 멈춰 섰다. 그러나 코트에 온몸을 내던지는 그의 투혼은, 상처투성이 무릎은 메달보다 값진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국제종합대회 데뷔전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2강전에서 천위페이에 패한 뒤 3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도쿄올림픽까지 내달렸다는 그는 귀국하고 하루 자가 격리 뒤 곧바로 라켓을 잡았다. 안세영은 “하루라도 쉬면 감각이 떨어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며 “올림픽 전만큼의 훈련 강도는 아니지만 감을 잊지 않으려고 계속 공을 쳤다”고 털어놨다. 사실 안세영은 8강 패배 뒤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는 것 같다”며 낙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한마디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는 “경기는 졌지만 더 성장한 모습이, 그동안 노력한 게 보였다는 말씀에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그동안 훈련만 한 것은 아니다. 올림픽 뒤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있던 ‘딱 한 잔’도 소폭으로 경험하고 산행도 가고 또래 올림피언과 화보 촬영을 하는 등 힘들었던 시간을 덜어내는 힐링의 순간을 갖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표팀 막내에서 탈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 23일 끝난 대표 선발전에서 충주여고 2학년 이서진이 여자 단식에서 태극마크를 달았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막내에서 벗어나 정말 행복하다”며 “어떻게 보면 라이벌이기도 해서 제가 더 분발해야할 것 같다. 막내 라인끼리 한 번 열심히 해보자고 말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안세영은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에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 종목이 됐다”며 “올림픽에선 동메달 1개를 땄지만 패럴림픽에선 더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월 전국체전 사전경기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안세영의 활약을 다시 보는 첫 대회가 된다. 10월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에 이어 12월 세계선수권까지 내달린다.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계단으로 스무 살의 올림픽을 정의한 그는 스물세 살의 올림픽에 대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거쳐 대망의 파리올림픽까지 차례차례 우승한 다음 멋지게 세리머니하는 게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했다.
  • [지구를 보다] 위성으로 본 ‘아이다’의 눈…초강력 허리케인에 암흑천지

    [지구를 보다] 위성으로 본 ‘아이다’의 눈…초강력 허리케인에 암흑천지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루이지애나를 강타했다. 최고등급 5등급에 육박하는 초강력 허리케인 상륙으로 루이지애나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는 도시 전체가 암흑천지로 변했다. 29일 뉴올리언스 국토안보비상대책본부는 현지 전력 공급회사 엔터지 발표를 인용해 도시 전역이 정전됐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7시 기준 81만 곳 이상에서 전력 공급이 멈춘 것으로 집계됐다. 자정 이후 피해 규모는 더 커졌다. 미국 정전상황 집계 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따르면 30일 현재 루이지애나 100만6861곳이 정전에 시달리고 있다. 전력 공급회사 엔터지는 복구 인력 1만6000여 명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지역에 따라 최대 3주간 정전이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나무 쓰러뜨린 강풍의 위력…고립 주민 수백 명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현지언론은 60세 남성 한 명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맞아 사망하면서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루이지애나 제퍼슨 패리시군에 있는 장 라피트 마을에 주민 수백 명이 고립돼 있어 인명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 정부 관계자는 CNN에 “장 라피트 마을 주민 1500명이 대피했지만, 200~300명 정도가 아직 고립된 상태”라면서 “다리가 유실돼 구조에 애를 먹고 있다. 강풍 때문에 배도 띄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허리케인과 홍수를 겪은 적이 있지만, 이런 허리케인은 처음이다. 마을이 완전히 황폐해졌다”고 덧붙였다.루이지애나 상륙 당시 ‘아이다’ 최대 풍속은 시속 240㎞로 허리케인 최고 등급인 5등급 위력에 육박했다. 29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기상위성 GOES-16에는 4등급 허리케인 ‘아이다’의 눈이 짙은 비구름에 둘러싸인 채 멕시코만 연안에서 빠른 속도로 루이지애나를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6년 전 ‘카트리나’ 악몽 재현되나 ‘아이다’가 루이지애나에 상륙한 29일은 공교롭게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덮친 지 꼭 16년 되는 날이었다. 2005년 같은 날, 루이지애나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상륙으로 18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멕시코만을 지나며 5등급으로 발달한 ‘카트리나’는 상륙 당시 세력이 3등급으로 약화한 상태였으나 시속 225㎞의 강풍이 루이지애나를 초토화했다. 허리케인 강도는 5등급으로 나뉘는데, 최대 풍속이 252㎞ 이상이면 5등급으로 분류된다. 5등급이면 지상에 서 있는 나무가 모두 쓰러지고, 일반 주택과 작은 빌딩을 뒤엎으며 강을 잇는 다리를 쓰러뜨릴 위력이다.이번 허리케인 피해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에 비상사태 선포를 승인하며 피해 복구를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아이다’는 최대 풍속 시속 152㎞로 세력이 1등급으로 약화된 상태다. 현재 루이지애나 킬리안에서 서쪽으로 8㎞, 배턴루지에서 남동쪽으로 약 48㎞ 떨어진 지점에 머물고 있다.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개구리 나라 임금님’을 피하려면/번역가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개구리 나라 임금님’을 피하려면/번역가

    개구리들은 연못에서 노래를 부르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심심해진 개구리들이 임금님이 있으면 좋겠다며 신께 빌었다. 신은 통나무를 던져 주었다. 개구리들은 통나무가 노래를 못 한다며 다른 임금님을 원했고, 신은 이번에는 두루미를 내려보냈다. 개구리들은 새 임금님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 청했지만 두루미는 개구리들을 날름날름 잡아먹고 말았다. 다들 알다시피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두루미가 아니라 물뱀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늑대면 어떻고 소똥 말똥이면 또 어떠랴. 어차피 신은 개구리들의 안녕엔 관심이 없고 개구리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요즘 야당 대선 후보들의 구설이 화제다. 소위 한국 엘리트들의 지적 수준이나 도덕성, 현실 감각이 동네 장삼이사보다 못하다는 사실이야 ‘2016년 국정농단’ 때 눈물겨울 정도로 보고 듣고 접했다. 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분들이 이래도 되나. “코로나19 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 “돈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 이하도 사 먹을 수 있어야.”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이 남녀 교제 막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없어.” “최저임금 인상, 범죄나 다름없어.” “역대 대통령 중 헌법 가치를 가장 잘 지킨 대통령은 이승만.” 철학과 역사 의식, 시대의 변화를 인지하는 통찰력과 시대정신, 민주적ㆍ국제적 리더십, 헌법 철학과 가치에 대한 확고한 인식 등등 대통령 후보가 지녀야 할 이런 고상한 자질까지 바라는 건 이미 헛된 꿈이자 사치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약자 보호, 차별 금지, 기후 대책 같은 미래 가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역사 인식이나 상황 판단 능력 정도라도 갖추면 좀 좋을까.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후보들의 언행에는 벤저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시간이기라도 하듯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겠다는 결기까지 엿보인다. 맙소사, 4ㆍ19 정신을 계승한 헌법의 가치를 부정하는 대통령 후보라니. 여론조사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눈앞에 있으니 지지율에 매달리는 당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 해도 그게 어디 후보를 물색한답시고 국민에 대한 예의나 배려까지 내팽개칠 일인가. 정치 경험은커녕 도덕성, 사상 검증조차 안 된 후보들을 개구리에게 통나무 던져 주듯 툭툭 내보내면 유권자는 대체 어쩌라는 얘긴가. 후보들의 자질이야 어떤 식으로든 검증이 되겠지만, 그 와중에 국민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 부끄러움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현 정부와 대통령이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린 절대악으로 보이고, 그래서 그들을 끌어내린다면 누구든 천사가 될 것 같겠지만, 현실은 임기 말년에 지지율이 40퍼센트 안팎의 대통령이 있다. 쉽게 대통령에 당선되던 시기가 없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국민은 두루미 임금님도, 통나무 임금님도 두루두루 겪고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막대기만 꽂아도 선거에 이긴다던, 현직 대통령 지지율 10%대의 2007년이 아니지 않은가. 정권 교체를 하려면 그에 적합한 후보진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을 향한 예의이고 공당의 책임일 것이다. 개구리 백성의 바람은 그저 함께 노래를 부를 친절한 임금님이었다. 함께 미래를 노래하고 평등을 노래하고 공존을 노래할 임금. 올챙이는 자라서 개구리가 되고, 개구리도 그 후 어느 시점엔가 포켓몬 왕구리로 진화했다는 소문을 어디에선가 들었다. 유권자인 국민을 개구리로 보고 계속 통나무, 두루미를 임금님 후보로 내보낸다면 기어이 노래하는 몬스터 왕구리의 필살기 ‘멸망의 노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참고로 왕구리는 애니메이션 포켓몬 시리즈에 나오는 몬스터이며 적을 상대할 때의 대표 필살기가 ‘멸망의 노래’다.
  • ‘내돈내산’ 나뭇가지 잘랐다고 2600만원 벌금 폭탄 받은 中남성

    ‘내돈내산’ 나뭇가지 잘랐다고 2600만원 벌금 폭탄 받은 中남성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남성이 자신 소유의 나뭇가지를 잘라냈다는 이유로 14만 4200위안(약 26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연이 알려졌다.   중국 신민일보는 지난 1월 20일 상하이에 거주하는 주민 리 씨가 본인 소유의 녹나무 일부를 다듬었다는 인근 주민들의 신고로 이 같은 거금의 벌금을 물게 됐다고 16일 이 같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된 이유는 리 씨가 다듬었던 수목이 지난 2002년 그가 직접 자신의 돈 1만 1000위안을 들여 구매했던 본인 소유의 나무였다는 점이다. 한화로 200만원이 훌쩍 넘는 벌금을 납부하게 된 리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리 씨는 무성했던 나뭇가지 일부를 잘라낸 것과 관련해 “정원에 심었던 나무가 자라면서 주택 정면을 모두 가렸고, 한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서 몇 년 전 나무를 정원 밖의 길가로 다시 옮겨 심었다”면서 “하지만 몇 년 후 또다시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탓에 정원 화초들이 해를 보지 못해 시들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뭇가지 일부를 잘라낸 것은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그는 올 초 나무의 줄기만 남기고 모두 잘라냈다. 하지만 리 씨가 나뭇가지를 정비한 직후 이웃 주민들이 관할 부처에 그를 '무단 수목 벌목' 혐의로 신고했다는 것이다.  도시 관리국 측은 리 씨가 나무의 일부만 다듬었다고 주장한 것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그의 행위를 벌목으로 규정했다.  도시관리국 저우쉰시 부서장은 “리 씨가 벌목한 나무는 그가 소유한 땅에 심어진 것이 아닌 국가 토지 중 녹화사업 부분에 속한 토지 위의 수목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시관리국 측에 따르면 국가 토지 중 녹화 사업 부문의 수목은 엄연한 국가의 재산으로, 관할 당국의 적절한 심사가 수반 되기 전에는 사인이 무단으로 공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리 씨 사례의 경우, 그가 기존 자신의 토지 위에 있었던 나무를 햇볕을 가린다는 이유 등으로 국가 소유 녹지에 옮겨 심으면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리 씨의 주장대로 나뭇가지 일부만 다듬었다고 해도 이 과정에도 반드시 국가가 규정한 표준 법규에 따라 집행해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관련 부처의 이 같은 설명에도 리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2019년 리 씨와 유사한 사례에서, 한 주민이 아파트 단지 내 정원에 있었던 총 150여 그루의 나무를 잘라낸 혐의로 단 1만 5000위안의 벌금을 부과받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리 씨는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가볍게 처벌하면서 왜 나만 무거운 벌금을 납부해야 하느냐”면서 “나무 가지 일부를 손질하는 정도는 똑같은 것인데 벌금 액수에서의 차이가 너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시관리국 측은 앞선 사례에서 훼손한 수목과 리 씨가 훼손한 것이 그 종류가 다르고 손질의 정도에서도 리 씨의 사례는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시 녹화도시관리국이 준수하는 주거지역 수목관리 조례 43조 2항에 따르면 리 씨가 주장하는 ‘나뭇가지 일부를 다듬었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저우 부서장은 “리 씨는 나뭇가지 일부를 다듬은 것이 아니라 '벌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나무를 잘라낸 뒤 그루터기만 남겨놓은 상태”라고 했다.  반면 이 같은 관련 부처의 완고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네티즌들은 리 씨에게 부과된 벌금이 지나치게 무겁다는데 힘을 실었다.  한 네티즌은 "부처 관계자가 설명한 벌금 폭탄에 대한 이유는 살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어떤 사건과 사례라도 법규에 따라야하는 것은 맞지만 법규 자체가 틀렸다면 그것이 설령 법이라도 수정하고 고쳐야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모든 정책과 법은 현실에 맞게 시대마다 연구해야 한다"면서 "시대착오적으로 불합리한 법률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법 자체가 틀렸는데 마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틀린 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리 씨는 수 개월에 걸친 항의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벌금 전액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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