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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民의 땅’… 상춘재·녹지원은 포토존, 내부 구경은 다음 기회에

    이젠 ‘民의 땅’… 상춘재·녹지원은 포토존, 내부 구경은 다음 기회에

    분수 지나 춘추관, 왼쪽엔 여민관 녹지원엔 170년 한국산 반송 감상관저 뒤뜰선 ‘석조여래좌상’ 구경 대통령 침실 등 건물은 추후 개방 ‘완전 개방’ 북악산 남측 등산 추천앞으로 한 달 뒤면 청와대 안에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다음달 10일 청와대 문이 국민에게 열리는 것이다. 미리 예약하거나 검문검색을 거칠 필요 없이 동네 공원처럼 청와대 경내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918년 전 청와대 터가 역사에 등장한 이래 그곳은 왕조, 일제, 미군정, 국가수반이 자리한 관(官)의 땅이었다. 앞으로는 국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민(民)의 땅이 된다. 정부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 지출안을 의결했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하고 인수위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계획을 적시했다. 그 계획에 따라 상상으로 청와대를 미리 방문해 본다. 5월 10일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서 버스를 타고 두 개 정류소를 지나 효자동에 내렸다. 청와대 밖 분수를 지나쳐 춘추관의 춘추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섰다. 남녀노소, 외국인 모두 신분증을 보여 줄 필요가 없다.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는 문 가운데 정문과 연풍문, 시화문을 지나 춘추문에 도착했다. 춘추문을 통해 왼쪽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것이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여민관이다. 여민1~3관까지 세 개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민 1관은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 집무실·비서실장실·정무수석실, 2관은 경제수석실·민정수석실, 3관은 홍보수석실 등이 있었다. 다만 청와대의 모든 건물 내부는 당분간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전날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비서진이 사용했기에 자료와 설비가 아직 치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민관 뒤쪽으로 녹지원과 상춘재가 보인다. 넓은 잔디밭에서 아름드리나무와 각종 꽃나무가 손짓한다. 170년 된 한국산 반송(盤松)도 눈에 들어온다. 2013년 청와대는 ‘청와대 3대 나무’를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반송이다. 소반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이 특이하다.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 등 특별한 손님을 대접할 때 이용하는 상춘재를 직접 보니 실감이 안 난다. 상춘재는 1983년 완공된 한옥 건물로,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했다.상춘재와 녹지원을 지나 10분 남짓 걸었을까. 역대 대통령들이 숙소로 썼던 관저에 도착했다. 한옥 건물 안에 있는 대통령의 침실, 주방, 식당 등을 무척 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관저 뒤뜰에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이 보인다. 경주에 있던 보물이 일제강점기 총독관저였던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1993~1994년 서해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등 참사가 줄을 이었는데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불상을 치워 버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자 공개된 바 있다. 이어 본관에 도착했다. 노태우 대통령 당시인 1991년 완공된 건물로 왕궁건축기법을 사용했다. 15만장의 푸른 기와가 얹힌 팔작지붕 덕분에 웅장해 보인다. 100㎡(약 32.5평)에 달하는 대통령 집무실, 국무회의가 열리던 세종실, 연회장 용도의 인왕실 등은 추후 건물 내부가 공개되면 관람할 수 있다. 본관을 나와 서쪽으로 걸어가면 영빈관이 보인다. 1978년 지어진 현대식 건물로 18개의 돌기둥이 있는데, 그중 전면 네 개의 돌기둥은 바위를 통째로 깎아 이음새가 없다. 마지막으로 사랑채에서 기념품을 구경하면서 청와대 관람을 끝냈다. 이대로 청와대를 떠나기 아쉬운 시민들이 청와대 북쪽으로 이어진 북악산 남측면을 등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백악정을 거쳐 숙정문, 서울성곽길을 통해 창의문 안내소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고려시대인 1104년 남경(서울)의 이궁(수도 밖 별궁)으로 역사에 처음 등장한 청와대 터는 조선 태조 4년(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궁궐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임진왜란 후 폐허가 됐다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며 이 자리에 경무대를 뒀는데, 인재를 등용하는 과거 시험장 기능을 했다. 조선총독부는 이곳에 건물을 지어 총독관사로 이용했고, 그 건물은 1945년 해방 후엔 미군정 사령관 관사로 쓰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며 경무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하게 된 것이 대통령 집무실로서 청와대 역사의 시작이다. 이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12명의 대통령이 사용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불행한 말로를 겪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권력자들에게 선망하면서도 기피하는 곳이 됐다. 그래서 몇몇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시도했지만, 경호와 대안 부재 등 한계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그래서인지 윤 당선인은 아예 처음부터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결국 그 약속을 관철하게 됐다. 이전 비용과 안보 공백, 시민 불편 등의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여론은 현재로서는 썩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윤 당선인 쪽에서는 청계천 복원과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엔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은 호평받았다며 막상 청와대가 개방되면 여론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청와대는 단순히 권력자의 거처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상징물과 같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상실감을 느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 견해가 맞는지는 결국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918년의 역사도 하루아침에 바꿔 버리는 대한민국,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다.
  • 5월 10일 청와대 문 열리면…신분증·예약·검문 없이 구경 [INTO]

    5월 10일 청와대 문 열리면…신분증·예약·검문 없이 구경 [INTO]

    앞으로 한 달 뒤면 청와대 안에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다음달 10일 청와대 문이 국민에게 열리는 것이다. 미리 예약하거나 검문검색을 거칠 필요 없이 동네 공원처럼 청와대 경내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918년 전 청와대 터가 역사에 등장한 이래 그곳은 왕조, 일제, 미군정, 국가수반이 자리한 관(官)의 땅이었다. 앞으로는 국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민(民)의 땅이 된다. 정부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 지출안을 의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하고 인수위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계획을 적시했다. 그 계획에 따라 상상으로 청와대를 미리 방문해 본다. 5월 10일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서 버스를 타고 두 개 정류소를 지나 효자동에 내렸다. 청와대 밖 분수를 지나쳐 춘추관의 춘추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섰다. 남녀노소, 외국인 모두 신분증을 보여 줄 필요가 없다.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는 문 가운데 정문과 연풍문, 시화문을 지나 춘추문에 도착했다. 춘추문을 통해 왼쪽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것이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여민관이다. 여민1~3관까지 세 개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민 1관은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 집무실·비서실장실·정무수석실, 2관은 경제수석실·민정수석실, 3관은 홍보수석실 등이 있었다. 다만 청와대의 모든 건물 내부는 당분간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전날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비서진이 사용했기에 자료와 설비가 아직 치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민관 뒤쪽으로 녹지원과 상춘재가 보인다. 넓은 잔디밭에서 아름드리나무와 각종 꽃나무가 손짓한다. 170년 된 한국산 반송(盤松)도 눈에 들어온다. 2013년 청와대는 ‘청와대 3대 나무’를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반송이다. 소반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이 특이하다.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 등 특별한 손님을 대접할 때 이용하는 상춘재를 직접 보니 실감이 안 난다. 상춘재는 1983년 완공된 한옥 건물로,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했다.상춘재와 녹지원을 지나 10분 남짓 걸었을까. 역대 대통령들이 숙소로 썼던 관저에 도착했다. 한옥 건물 안에 있는 대통령의 침실, 주방, 식당 등을 무척 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관저 뒤뜰에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이 보인다. 경주에 있던 보물이 일제강점기 총독관저였던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1993~1994년 서해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등 참사가 줄을 이었는데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불상을 치워 버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자 공개된 바 있다. 이어 본관에 도착했다. 노태우 대통령 당시인 1991년 완공된 건물로 왕궁건축기법을 사용했다. 15만장의 푸른 기와가 얹힌 팔작지붕 덕분에 웅장해 보인다. 100㎡(약 32.5평)에 달하는 대통령 집무실, 국무회의가 열리던 세종실, 연회장 용도의 인왕실 등은 추후 건물 내부가 공개되면 관람할 수 있다. 본관을 나와 서쪽으로 걸어가면 영빈관이 보인다. 1978년 지어진 현대식 건물로 18개의 돌기둥이 있는데, 그중 전면 네 개의 돌기둥은 바위를 통째로 깎아 이음새가 없다. 마지막으로 사랑채에서 기념품을 구경하면서 청와대 관람을 끝냈다. 이대로 청와대를 떠나기 아쉬운 시민들이 청와대 북쪽으로 이어진 북악산 남측면을 등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백악정을 거쳐 숙정문, 서울성곽길을 통해 창의문 안내소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고려시대인 1104년 남경(서울)의 이궁(수도 밖 별궁)으로 역사에 처음 등장한 청와대 터는 조선 태조 4년(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궁궐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임진왜란 후 폐허가 됐다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며 이 자리에 경무대를 뒀는데, 인재를 등용하는 과거 시험장 기능을 했다. 조선총독부는 이곳에 건물을 지어 총독관사로 이용했고, 그 건물은 1945년 해 방 후엔 미군정 사령관 관사로 쓰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며 경무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하게 된 것이 대통령 집무실로서 청와대 역사의 시작이다. 이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12명의 대통령이 사용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불행한 말로를 겪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권력자들에게 선망하면서도 기피하는 곳이 됐다. 그래서 몇몇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시도했지만, 경호와 대안 부재 등 한계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그래서인지 윤 당선인은 아예 처음부터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결국 그 약속을 관철하게 됐다. 이전 비용과 안보 공백, 시민 불편 등의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여론은 현재로서는 썩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윤 당선인 쪽에서는 청계천 복원과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엔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은 호평받았다며 막상 청와대가 개방되면 여론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청와대는 단순히 권력자의 거처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상징물과 같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상실감을 느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 견해가 맞는지는 결국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918년의 역사도 하루아침에 바꿔 버리는 대한민국,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다.
  • 5월 10일 청와대 문 열리면 신분증·예약·검문 없이 구경 [INTO]

    5월 10일 청와대 문 열리면 신분증·예약·검문 없이 구경 [INTO]

    앞으로 한 달 뒤면 청와대 안에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다음달 10일 청와대 문이 국민에게 열리는 것이다. 미리 예약하거나 검문검색을 거칠 필요 없이 동네 공원처럼 청와대 경내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918년 전 청와대 터가 역사에 등장한 이래 그곳은 왕조, 일제, 미군정, 국가수반이 자리한 관(官)의 땅이었다. 앞으로는 국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민(民)의 땅이 된다. 정부는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 지출안을 의결했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하고 인수위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계획을 적시했다. 그 계획에 따라 상상으로 청와대를 미리 방문해 본다.5월 10일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에서 버스를 타고 두 개 정류소를 지나 효자동에 내렸다. 청와대 밖 분수를 지나쳐 춘추관의 춘추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섰다. 남녀노소, 외국인 모두 신분증을 보여 줄 필요가 없다.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는 문 가운데 정문과 연풍문, 시화문을 지나 춘추문에 도착했다. 춘추문을 통해 왼쪽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것이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여민관이다. 여민1~3관까지 세 개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민 1관은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 집무실·비서실장실·정무수석실, 2관은 경제수석실·민정수석실, 3관은 홍보수석실 등이 있었다. 다만 청와대의 모든 건물 내부는 당분간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전날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비서진이 사용했기에 자료와 설비가 아직 치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민관 뒤쪽으로 녹지원과 상춘재가 보인다. 넓은 잔디밭에서 아름드리나무와 각종 꽃나무가 손짓한다. 170년 된 한국산 반송(盤松)도 눈에 들어온다. 2013년 청와대는 ‘청와대 3대 나무’를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가 반송이다. 소반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이 특이하다.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 등 특별한 손님을 대접할 때 이용하는 상춘재를 직접 보니 실감이 안 난다. 상춘재는 1983년 완공된 한옥 건물로, 200년 이상 된 춘양목을 사용했다.상춘재와 녹지원을 지나 10분 남짓 걸었을까. 역대 대통령들이 숙소로 썼던 관저에 도착했다. 한옥 건물 안에 있는 대통령의 침실, 주방, 식당 등을 무척 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관저 뒤뜰에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이 보인다. 경주에 있던 보물이 일제강점기 총독관저였던 이곳으로 옮겨 왔다고 한다. 1993~1994년 서해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등 참사가 줄을 이었는데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불상을 치워 버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자 공개된 바 있다. 이어 본관에 도착했다. 노태우 대통령 당시인 1991년 완공된 건물로 왕궁건축기법을 사용했다. 15만장의 푸른 기와가 얹힌 팔작지붕 덕분에 웅장해 보인다. 100㎡(약 32.5평)에 달하는 대통령 집무실, 국무회의가 열리던 세종실, 연회장 용도의 인왕실 등은 추후 건물 내부가 공개되면 관람할 수 있다. 본관을 나와 서쪽으로 걸어가면 영빈관이 보인다. 1978년 지어진 현대식 건물로 18개의 돌기둥이 있는데, 그중 전면 네 개의 돌기둥은 바위를 통째로 깎아 이음새가 없다. 마지막으로 사랑채에서 기념품을 구경하면서 청와대 관람을 끝냈다. 이대로 청와대를 떠나기 아쉬운 시민들이 청와대 북쪽으로 이어진 북악산 남측면을 등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백악정을 거쳐 숙정문, 서울성곽길을 통해 창의문 안내소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고려시대인 1104년 남경(서울)의 이궁(수도 밖 별궁)으로 역사에 처음 등장한 청와대 터는 조선 태조 4년(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면서 궁궐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임진왜란 후 폐허가 됐다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며 이 자리에 경무대를 뒀는데, 인재를 등용하는 과거 시험장 기능을 했다. 조선총독부는 이곳에 건물을 지어 총독관사로 이용했고, 그 건물은 1945년 해 방 후엔 미군정 사령관 관사로 쓰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며 경무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하게 된 것이 대통령 집무실로서 청와대 역사의 시작이다. 이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12명의 대통령이 사용했다. 전직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불행한 말로를 겪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권력자들에게 선망하면서도 기피하는 곳이 됐다. 그래서 몇몇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시도했지만, 경호와 대안 부재 등 한계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그래서인지 윤 당선인은 아예 처음부터 청와대에는 단 하루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결국 그 약속을 관철하게 됐다. 이전 비용과 안보 공백, 시민 불편 등의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여론은 현재로서는 썩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윤 당선인 쪽에서는 청계천 복원과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엔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은 호평받았다며 막상 청와대가 개방되면 여론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청와대는 단순히 권력자의 거처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의 상징물과 같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상실감을 느낀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 견해가 맞는지는 결국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어쨌든 이것도 대한민국의 운명이다. 918년의 역사도 하루아침에 바꿔 버리는 대한민국,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다.
  • 국회·여의도 벚나무는 일본산… 토종 왕벚나무가 하나도 없다

    국회·여의도 벚나무는 일본산… 토종 왕벚나무가 하나도 없다

    벚꽃길 명소 국회와 여의도에 심어진 벚나무 대부분이 일본산 소메이요시벚나무로 드러났다.· 6일 사단법인 왕벚프로젝트2050(회장 신준환)은 올해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국회 및 여의서로에 식재되어 있는 벚나무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국회에 식재된 벚나무류 218그루 중 197그루인 90.4%가 소메이요시노벚나무였으며, 여의서로는 418그루 중 96.4%인 403그루가 소메이요시벚나무였다. 나머지는 한국 특산이 아닌 잔털벚나무, 겹벚나무, 올벚나무 등이었다. 우리나라 특산 벚나무류인 왕벚나무는 한 그루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4일 이 단체 회원 18명이 국회와 여의서로에 식재되어 있는 벚나무류 전체를 조사했다. 신준환 회장(전 국립수목원 원장)은 “대한민국 민의를 상징하는 국회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축제 장소에 토종 왕벚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는게 안타깝다”면서 “연차적으로 진해를 비롯, 경주, 구례, 군산, 부산, 영암, 제주, 하동 등의 벚꽃명소와 현충원, 왕릉, 유적지 등에 심겨진 벚나무 수종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왕벚프로젝트2050은 지난 2월 국내외 벚나무류의 조사, 연구, 홍보, 그리고 자생 왕벚나무를 널리 보급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왕벚나무와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외관상으로는 매우 유사하지만 유전자를 이용한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 부모종이 서로 다른 별개 종으로 인식된 바 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해남에 자생하는 한국특산종으로서 올벚나무를 모계, 산벚나무 또는 벚나무를 부계로 하는 잡종 기원의 식물이다. 반면 소메이요시노벚나무는 일본특산종으로서 올벚나무를 모계, 일본특산종 왜벚나무를 부계로 하는 잡종 기원의 식물이다. 왕벚나무는 해남과 제주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생지가 있으며,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200여 그루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지방을 살리는 건축…CNN도 주목한 군위 수목원

    경북 군위군의 사유원(思惟園)은 인구 2만여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를 살리는 건축이다. 사유원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이 모인 건축테마파크이자 현대인을 위한 수도원이기도 하다. 한학에 조예가 깊은 한 기업가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만나 군위 산골에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수목원이자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놓을만한 자랑스러운 장소를 만들어냈다.생각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사유원은 10만평의 대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지난해 9월 사전예약제로 문을 열어 하루 140명만 입장객을 받고 있는데, 개장 첫날부터 예약 경쟁이 치열했다. 세 시간 관람에 입장료가 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식사까지 합해 하루 10~20만원까지 사유원에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산으로만 둘러싸인 소담스런 언덕에 인상깊은 장소를 만든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승효상씨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등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 건축상을 두 차례나 받은 시자는 ‘건축의 시인’이라 불린다. 풍경의 일부가 되는 그의 건축을 소개하고자 CNN 여행 채널에서 사유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취재 의뢰가 왔을 정도다.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무소 대표는 “사유원의 모든 건축을 땅으로 집어넣거나 숨겨서 수목원의 배경처럼 만들었다”면서 “새들의 수도원과 물탱크에 조성한 전망대만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승 대표는 생태 화장실과 스마트 가로등, 벤치까지 사유원의 대부분 시설을 설계했다. 새들의 수도원은 맨 위층에 새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스테인드글라스까지 달았지만 아직은 의심많은 새가 깃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사유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그의 작품은 물과 돌이 삶의 의미를 묻는 명정이란 공간이다. 물이 똑똑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색의 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낳는다. 건축가는 이곳을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사람처럼 묵상하는 장소로 설계했다. 사유원을 찾는 관람객의 80% 이상은 수도권에서 온 20~30대들인데 이들은 명정에서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사진은 최고의 홍보 수단인 셈이다. 비싼 대관료에도 패션 화보의 촬영장으로 인기가 높다. 승 대표는 야외 공연과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이곳을 만들었지만,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즐기고 있다. 좌식 양변기는 없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화장실과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사유의 공간을 맘껏 받아들이는 것이다.사유원이란 이름은 설립자인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과 25년 지기인 승 대표의 교감 속에 지어졌다. 승 대표는 자신보다 6살이 많은 유 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아 10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그의 대구 집을 설계하면서 다시 만났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아니라 사유하고 명상하는 수목원을 짓자는 승 대표에 제의에 그 자리에서 유 회장이 사유원이란 이름을 내놓았다. 태창철강은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유 회장은 일본에 팔려가는 모과나무가 안타까워 땅을 사고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40년간 나무를 모아 사유원을 일군 유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나무를 지켜낸 곳으로만 수목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유원에 있는 6개의 생태 화장실에 각각 다불유시(多不有時·WC)와 같은 이름을 직접 붙일 정도로 지극한 애정을 쏟았다. 마스터플랜처럼 완벽한 계획 없이 조성되어 아직도 미완성인 수목원을 지금도 조금씩 손수 고쳐나가고 있다. 수백년 된 모과나무는 풍설기천년이란 이름의 언덕에 108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나무는 매년 4t의 모과열매를 맺는다. 이 열매로 사유원 입구에서 거대한 저수지를 마주 보며 있는 카페 몽몽마방에서 몽몽에이드를 만들어 팔고, 태창철강 직원들에게도 나눠준다. 모과나무뿐 아니라 재선충병을 이겨내고 그루당 수천, 수억원을 호가하는 한국형 소나무도 사유원 곳곳에서 굽이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카페 자리에는 승 대표가 설계한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빈민촌인 달동네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세상의 끝에 있는 수도원에서 건축의 이상향을 보는 이 건축가는 사유원의 호텔을 마치 수도원처럼 설계했다. 50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에는 텔레비전도 없이 작은 싱글침대 하나만 들여놓아 계절마다 풍경이 다른 수목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승 대표의 바람과 달리 비용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아직 착공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명성은 1966년 포르투갈 해변의 암석 위에 세워져 바다와 하나 된 듯한 팔메이라 수영장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6년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안양파빌리온을 처음 설계했고, 이 건물은 아시아에 최초로 들어선 시자의 작품이기도 하다. 사유원 방문객들은 시자가 설계한 건물인 소요헌에서 땅과 하나가 된 건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소요헌은 긴 상자 같은 두 개의 긴 구조물을 와이자 모양으로 연결했을 뿐 장식이 없는 고요한 공간이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 빛과 함께 마주한 자연은 사유원을 찾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시자의 건축 작품을 보려고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여행객이 개장 전에 무작정 사유원을 찾은 일도 있었다.군위군은 소보면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서 대구시로 편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역 간 합의로 행정구역 통합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일부 반대하고 있다.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은 대구시로 편입되면 그 가치도 10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군위에서 야심차게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유원은 예약이 꽉 찼다. 지난 31일 서대구 기차역이 개통하면서 사유원으로 가는 교통은 더 편해졌다. 규모 면으로 따지면 국내 다섯번째 정도지만 민간에서 조성한 수목원으로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유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구청장 주도로 전체 공무원이 사유원을 관람했으며, 도로 개설 등에 경북도의 도움이 컸다.승 대표는 사유원에 대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반드시 직접 가보고 이해해야만 하는 건축은 지역 가치를 한없이 높이는 작업이며, 좋은 건축으로 지방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많은 기업가나 생각 없는 지자체장이 외국의 건축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실패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땅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은 장소성을 구현하지 못하고 생명력이 소멸된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땅에 대한 이해와 주변의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건축이 아니라 공산품을 낳았다고 했다. 그는 “사유원은 그 존재 자체로 군위란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자랑스러운 장소”라며 “사유원에서 건축은 중요하지 않으니 나무를 흘깃 보지 말고 대화하도록 노력하라”고 귀띔했다.
  • 오세훈 “광화문광장, 녹색 쉼터로…청와대 개방되면 시너지”

    오세훈 “광화문광장, 녹색 쉼터로…청와대 개방되면 시너지”

    식목일 맞아 광화문광장에 나무 심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와대가 개방되면 경복궁을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는 7월 재개장을 앞둔 광화문광장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썼다. 오 시장은 이날 식목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나무를 심었다. 그는 “2009년 광화문광장을 처음 조성할 때에는 서울의 중심거리인 세종로를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서 광장의 기능을 되찾도록 했었다”며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기존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숲과 그늘이 있는 공원을 겸한 광장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광화문광장에 그늘이 없어서 햇빛을 피할 곳이 없었지만, 이제는 나무가 상당히 많이 심어지는 만큼 시민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산책과 사색을 즐기고 문화행사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심 속 녹색 문화 쉼터로 재탄생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2009년 광화문광장 조성 당시 세종로 중앙분리대에 있던 은행나무를 모두 뽑아 버렸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세종로에 있던 은행나무 29그루는 2008년에 광화문 의정부 터 앞과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옮겨 심었고, 지금도 광화문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머지않아 광화문광장 인근의 청와대도 개방을 앞두고 있다”며 “광화문광장 일대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캣타워가 된 장독대/고양이 작가

    [이용한의 절묘(猫)한 순간들] 캣타워가 된 장독대/고양이 작가

    봄 햇살이 좋긴 한가 보다. 고양이들이 저마다 장독대에 올라가 한바탕 일광욕을 하고 까무룩 낮잠을 잔다. 가끔은 여남은 마리가 하나씩 장독을 차지한 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데, 멀리서 이 광경을 보노라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고양이들이 툭하면 장독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다래나무집’(고양이 책의 주요 배경)에서는 어느 날부턴가 장독대를 ‘냥독대’로 부르게 됐다. 냥독대야말로 고양이들의 취향에 맞춤한 곳이다. 점프를 하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적당한 높이에다 햇볕을 받으면 뜨끈하게 온돌 구실을 하는 소래기(장독 뚜껑)까지 그들만의 취향 저격인 것이다.녀석들은 이 자연친화적 캣타워에 올라 엉덩이 찜질을 하고 식빵(고양이가 발을 모으고 웅크려 있는 모습)까지 굽는다. 비가 내린 뒤에는 냥독대에 올라 물을 마시는 고양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오목한 소래기에 고인 ‘감로수’를 녀석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겨울에도 고양이들은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이른바 납설수(臘雪水·눈 녹은 물)를 마시러 장독에 오르곤 한다. 고양이가 냥독대를 즐겨 찾는 이유 중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도 있다. 장독대 주변에는 자작나무와 벚나무, 감나무가 각각 한 그루씩 서 있다. 그리고 이 나무에는 수시로 새들이 날아와 찍찍꼬꼬 수다를 떤다. 그럼 또 고양이들은 나무에서 가까운 항아리로 한 마리씩 올라와 그림의 떡인 새를 향해 캬르르 캭캭, 채터링을 한다. 한번은 여덟 마리 고양이가 장독대 맨 앞줄에 일렬로 앉아 새 구경을 하는 장면을 본 적도 있다. 운 좋게 나는 이런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곤 했는데, 어떤 분은 이것이 믿기지 않는지 연출이거나 조작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고양이가 ‘이렇게 일렬로 나란히 앉아 봐’ 한다고 순순히 협조할 녀석들이 아니란 걸 잘 알 것이다. 사실 고양이 사진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다. 고양이는 풍경처럼 정지해 있는 것도, 인물처럼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재주가 좋은 사진가도 고양이 앞에서는 재능을 보이기 어려운 법이다. 결국 냥독대 사진은 새와 나무가 연출한 것이며, 때마침 고양이가 거기 있었고, 우연히 그 옆에 있던 내가 셔터를 눌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병원의 정원에서 받는 위로 ‘치유 정원’/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병원의 정원에서 받는 위로 ‘치유 정원’/식물세밀화가

    4년 전 다리 수술을 하는 엄마의 보호자가 돼 한 달여 긴 병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엄마 곁에서 수술 후 건강 회복을 도왔다. 내 역할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지만, 작은 병실 안에서 매일 같은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 시간이 갈수록 나의 마음은 조금씩 지쳐 갔다. 그런 내가 병실을 나서 틈틈이 찾았던 곳은 다름 아닌 병원의 옥상이었다. 옥상에는 꽤 큰 규모의 정원이 있었다. 회양목과 화살나무 그리고 산딸나무와 자작나무가 자라고, 맥문동과 비비추 같은 들풀과 민트, 로즈메리 등 허브식물이 뒤섞인 정원이었다. 나는 엄마가 잠이 들면 매일 그 정원으로 가 가만히 앉아 쉬거나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웠다. 정원은 그야말로 각박한 병원 생활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나 엄마는 퇴원을 했고, 나는 다시는 그 정원에 갈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 나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또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목이 아파 긴 검사를 받을 때에도 병원에 갔다. 내가 가는 병원마다 크고 작은 정원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연구되던 원예 치료 개념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힐링 가든, 테라피 가든이라고 하는 치유 정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치유 정원은 이름 그대로 식물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에서 조성된 정원이다. 그리고 이 정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바로 병원이다. 여느 병원의 정원 풍경을 떠올려 보자. 환자와 보호자는 정원을 돌며 산책을 하고, 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병원의 정원은 사람들을 움직이거나 운동하게 하고, 생동하는 풀과 나무를 통해 몸과 마음의 안식을 취하거나 아픔을 잊게도 하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함으로써 외로움에서 벗어나게도 한다. 이것이 병원 정원의 역할이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그녀의 간호 노트를 통해 말했다. ‘사람들은 식물의 효과가 마음에만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몸에서도 드러납니다.’ 현대에 들어 수많은 논문을 통해 증명된 식물이 주는 신체 치유 효과를 그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인류가 병원에 정원을 만든 역사는 1000년이 훌쩍 넘는다. 9세기 초 한 승려가 기록했다고 추정되는 문서에는 오늘날의 병원이라 할 수 있는 수도원의 정원이 묘사돼 있다. 명상을 하기 위한 산책로, 물이 뿜어 나오는 우물과 분수 그리고 약초를 얻기 위한 허브 정원과 잔디밭. 그야말로 오늘날 병원의 정원 풍경과 동일하다. 정원에는 수도원의 성직자와 노동자, 방문자의 식량 제공을 위한 과일과 채소밭도 묘사돼 있다. 현대의 모습과 비슷한 형태의 병원이 만들어진 후에는 오랜 시간 치료에 지친 환자가 휴식할 수 있는 외부 공간과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 보호자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목적의 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식물 문화가 흥하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병원의 정원이 가장 활발하게 조성됐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세계대전 이후 병원 정원의 식물은 자동차에 공간을 내주어야 했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병원 정원이 있어야 할 공간이 모두 주차장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병원 정원의 경쟁자는 주차장이다. 주차 문제는 접근성의 문제다. 더 많은 차를 수용할 수 있는데 굳이 그 땅을 정원으로 만들 이유는 없다. 그렇게 정원은 대부분 옥상에 조성됐다. 그뿐만 아니라 정원을 관리하려면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예산이 든다는 점도 병원의 정원이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다. 치유 정원이 발달한 미국의 병원에는 정원뿐만 아니라 산책용 온실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정원 품질을 높여 환자의 운동을 유도하고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꾸준한 원예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요양병원에 한해 원예 활동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머스공과대학의 울리히 박사가 2002년 발표한 ‘병원 정원의 건강상 이점’ 논문에 따르면 식물은 환자의 스트레스와 통증 감소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을 높이고 재감염 가능성을 줄여 입원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고 한다. 게다가 병원 정원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몇 번의 내 짧은 병원 생활에서 가장 위안이 됐던 공간 역시 정원이었다. 넓은 병원에서 유일하게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 “NFT사업, 하이브와 함께 美 진출… 두나무, 글로벌 거래 플랫폼 될 것”

    “NFT사업, 하이브와 함께 美 진출… 두나무, 글로벌 거래 플랫폼 될 것”

    “사업 계획·방향 추후 구체적 공개메타버스 ‘세컨블록’ 연계 구상도단발성 탈피 취향 공유·경제 형성” 기업가치 10조 ‘데카콘’ 반열에“블록체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고, 거래 대상을 확장한 글로벌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이석우(56) 두나무 대표는 30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가치 있는 대상의 거래를 누구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기술로 이어 주는 ‘거래 플랫폼’이라는 성공 경험을 살리겠다”면서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다음달 3일 설립 10주년을 맞는 두나무는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업비트의 운영사다. 그러나 두나무의 시선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향해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와 함께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위해 미국에 합작법인(JV) 설립을 완료하면서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좋은 기회이자 NFT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사업 계획과 방향은 추후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NFT는 ‘모든 디지털 자산이 거래되는 글로벌 플랫폼’을 목표로 한 두나무가 주력하고 있는 새로운 먹거리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 11월 NFT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가 문을 열었다. 순수미술 작품에서 케이팝 스타, 스포츠 관련 NFT까지 250여종의 NFT를 선보였다. 지난 24일 선보인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 ‘우주’의 NFT는 3개가 총 194이더리움(약 7억 3700만원)에 낙찰됐다. 두나무는 특히 업비트 NFT를 지난해 11월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과 연계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업비트 NFT를 통해 거래한 NFT를 세컨블록에서 전시하고 공유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세컨블록이 단순히 ‘단발적인 이벤트의 장’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취향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이 돼 그 안에서 경제가 형성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이처럼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신기술 분야로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주식부터 비상장 주식,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을 중개하면서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업비트 운영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2014년부터 증권 애플리케이션(앱)인 증권플러스로도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명성을 쌓았다. 증권플러스는 개인이 보유한 여러 증권사 계정을 연동해 하나의 앱에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까지 누적 거래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11월에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출시했다. 증권사 안전 거래 서비스를 연계해 비상장 주식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거래 불안정성, 불투명성 등을 해소했다.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회원 수가 지난해 4월 50만명에서 올해 3월에는 120만명까지 늘었다. 두나무는 현재 기업 가치가 10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뜻하는 ‘데카콘’ 반열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3분기에 누적 매출액 2조 8209억원, 영업이익 2조 5939억원, 당기순이익 1조 9900억원을 달성했다. 이상헌 하이투자 연구원은 “두나무의 실적에서 현재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 비중이 크고, 신사업은 초기 단계”라면서 “차기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두나무 ESG경영委 상반기 공식 발족

    두나무가 최근 크고 작은 기부부터 투자자 보호센터 설립까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힘입어 두나무가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는 까닭이다. ●책임경영 강화… 투자자 보호 나서 두나무는 지난 2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송치형 의장, 김형년 부사장 등 두 창업자의 직함을 회장과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그간 대외 활동이 없었던 두 사람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두나무 측은 “ESG 경영에 대한 창업자의 의지를 표명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송 회장과 김 부회장은 앞으로 ESG 경영과 글로벌 성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ESG 경영위원회를 공식 발족한다. ‘나무’, ‘청년’, ‘투자자 보호’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환경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수익을 나누고, 두나무의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정보와 교육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한 실천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함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과 의료진을 돕고자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에 걸쳐 총 105억원을 지원했다. 청년 인재 양성을 위해 송 회장과 김 부회장의 모교인 서울대에 200억원을 쾌척했다. 경북 산불피해 지역에 30억원을, 우크라이나 식량 지원을 위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1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밖에 202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두나무만의 ESG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자산 투자 문화 조성 힘써” 올바른 디지털 자산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과거 ‘암호화폐=투기’라는 부정적 인식을 거둬 내고 건전한 투자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2월 10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상에서 ‘업비트 투자자 보호센터’를 설립하고, ‘올바른 투자를 위한 교육 콘텐츠’, ‘투자 사기 예방을 위한 교육 콘텐츠’ 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투자 손실 또는 전자금융사기 피해를 본 투자자를 위한 심리·법률 상담 등 ‘업비트 케어’도 서비스하고 있다. 
  • 이석우 “두나무, 글로벌 거래 플랫폼 될 것”....새달 3일 설립 10주년

    이석우 “두나무, 글로벌 거래 플랫폼 될 것”....새달 3일 설립 10주년

    “블록체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고, 거래 대상을 확장한 글로벌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이석우(사진·56) 두나무 대표는 30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가치 있는 대상의 거래를 누구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기술로 이어 주는 ‘거래 플랫폼’이라는 성공 경험을 살리겠다”면서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다음달 3일 설립 10주년을 맞는 두나무는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한 업비트의 운영사다. 그러나 두나무의 시선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향해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와 함께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위해 미국에 합작법인(JV) 설립을 완료하면서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좋은 기회이자 NFT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사업 계획과 방향은 추후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NFT는 ‘모든 디지털 자산이 거래되는 글로벌 플랫폼’을 목표로 한 두나무가 주력하고 있는 새로운 먹거리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 11월 NFT 거래 플랫폼 ‘업비트 NFT’가 문을 열었다. 순수미술 작품에서 케이팝 스타, 스포츠 관련 NFT까지 250여종의 NFT를 선보였다. 지난 24일 선보인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 ‘우주’의 NFT는 3개가 총 194이더리움(약 7억 3700만원)에 낙찰됐다. 두나무는 특히 업비트 NFT를 지난해 11월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과 연계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업비트 NFT를 통해 거래한 NFT를 세컨블록에서 전시하고 공유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세컨블록이 단순히 ‘단발적인 이벤트의 장’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취향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장이 돼 그 안에서 경제가 형성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두나무가 이처럼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신기술 분야로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주식부터 비상장 주식,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산을 중개하면서 거래 플랫폼으로서의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업비트 운영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2014년부터 증권 애플리케이션(앱)인 증권플러스로도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명성을 쌓았다. 증권플러스는 개인이 보유한 여러 증권사 계정을 연동해 하나의 앱에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까지 누적 거래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11월에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출시했다. 증권사 안전 거래 서비스를 연계해 비상장 주식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거래 불안정성, 불투명성 등을 해소했다.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회원 수가 지난해 4월 50만명에서 올해 3월에는 120만명까지 늘었다. 두나무는 현재 기업 가치가 10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뜻하는 ‘데카콘’ 반열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3분기에 누적 매출액 2조 8209억원, 영업이익 2조 5939억원, 당기순이익 1조 9900억원을 달성했다. 이상헌 하이투자 연구원은 “두나무의 실적에서 현재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 비중이 크고, 신사업은 초기 단계”라면서 “차기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오래된 숲의 노래/탐조인·수의사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오래된 숲의 노래/탐조인·수의사

    뒷산에 가니 생기가 넘친다. 삐삐쫑, 배찌배찌, 쯔윗쯔윗하는 온갖 새소리가 요란하다. 그중 가장 귀에 들어오는 소리는 나무에 천공기로 구멍을 뚫는 듯한 빠르고 연속적인 드르르륵 소리, 즉 딱따구리의 드러밍이다. 바야흐로 봄. 딱따구리들이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고, 좋은 집을 가진 멋진 아빠 후보라며 여기저기에서 드러밍을 하는 것이다. 드러밍 외에 딱따구리가 1년 내내 나무를 쪼는 가장 큰 이유는 나무껍질 속에 파고든 벌레를 잡아먹기 위함이다. 따라서 아주 어리고 건강한 나무만 있는 갓 조성된 숲보다는 적당히 나이 먹어 종종 속으로 벌레가 파고드는 그런 나무들이 있는, 조금은 오래된 숲에 딱따구리들이 많이 깃들인다. 바로 우리 뒷산처럼. 뒷산에는 오색딱따구리부터 큰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까지 있어 내가 ‘딱따구리 5종 세트의 숲’이라 부르기도 한다. 뒷산의 나무들은 얼마나 오래됐을까? 잘은 모르지만 그냥 보기에도 30년은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은 멀쩡하지만 어떤 나무는 썩어서 부러졌고, 어떤 나무는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는데, 그 주변에 어린 나무가 새로 자라 또다시 숲을 만들고 있다. 썩고 부러진 나무는 또한 그 자체로 벌레들의 집이고, 딱따구리들이 신나게 먹이 활동을 하는 먹이터이며, 다른 새들도 배불리 먹는 잔칫상이기도 하다. 우리 뒷산은 아주 울창한 숲도, 관리를 아주 잘한 멋진 숲도 아니다. 하지만 그냥 언제라도 쉽게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생명이 가득한 숲이다. 고속도로를 다니면서 여기저기 산비탈이 싹 밀려 민둥산이 된 모습을 보았다. 이유를 들어 보니 30년령 이상의 나무는 탄소흡수율이 떨어지는 늙은 나무라서 싹 베어 내고 어린 나무를 심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무는 100년도 1000년도 살 수 있는데 기껏해야 100년밖에 못 사는 인간이 30년 된 나무가 늙어서 쓸모없다고 하는 말은 어이가 없다. 30년이 넘은 나무들이 모인 숲에 사는 딱따구리와 친구들을, 숲속 가득 울려 퍼지는 생생한 드러밍을 무시하는 데는 너무 화가 난다. 오래된, 아니 실은 생기발랄하고 젊은 숲의 노래가 정말 들리지 않는가.
  • 부커상 받은 한강 ‘채식주의자’ 15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와

    부커상 받은 한강 ‘채식주의자’ 15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와

    한강(52) 작가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가 출간 15년 만에 새로운 장정의 개정판으로 나왔다. 2007년 출간된 이 소설은 2016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부커상(당시에는 맨부커상) 국제부문,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아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출판사 창비는 ‘채식주의자’가 현재까지 100만 부 가까이 판매됐으며 40개가 넘는 국가에 판권이 수출됐다고 전했다. 책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환상적이면서도 괴이한 상상력이 결합해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보여준다.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됐고, 2015년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 2016년 미국 호가드 출판사가 펴내며 해외 유력 매체의 호평을 받았다. 영국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인간 본질과 이면의 ‘고통’에 천착해온 작가는 다시 쓴 작가의 말에서 “출간 후 15년의 시간이 세찬 물살처럼 흐르는 동안, 고백하자면 이 책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며 “세간의 관심도 오해도 뜨겁고 날카로워, 혼자서 이 소설을 써가던 순간들의 진실과 동떨어진 것이 되어버린 듯 느낀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귀밑머리가 희어지고 어느 때보다 머리가 맑은 지금, 나에게는 이 소설을 껴안을 힘이 있다.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 찬 이 책을”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오는 9월 연극으로 제작돼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 뒤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해외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가로수’에 관심 더해지면…경관·환경 개선에 지역 명소로

    ‘가로수’에 관심 더해지면…경관·환경 개선에 지역 명소로

    ‘서울 서초구 양버즘나무·충북 단양 복자기나무·경기 수원 은행나무 가로수’.가로수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도로의 부속물로 간주됐던 가로수가 도시경관과 생활환경 개선, 탄소 흡수·미세먼지 저감, 생물 다양성 증진 등의 효과가 있는 도시숲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잘못된 가지치기가 여전해 경관 훼손 논란도 여전하다. 26일 산림청에 따르면 가로수는 자연 수형 그대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도시는 간판·전기선 등 각종 시설물과 신호등·교통표지판 등 안전 관련 제한이 뒤따르면서 환경을 고려한 가지치기가 쉽지 않다. 주변 건물과 인접해 생육공간이 협소하고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도시열섬 현상 등 열악한 생육 환경에, 머리와 가지마저 잘려지며 이른 봄에는 ‘흉측한 모습’으로 돌변한다.최근 지역별로 특화된 가로수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수원시는 정조로·중부대로 일대 4.3㎞에 걸쳐 조성된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가로수로 선정됐다. 양버즘나무는 ‘사각’(일명 메로나)으로, 은행나무는 ‘원형’으로 전정(剪定)해 미관이 반영된 가지치기의 ‘롤모델’로 평가된다. 충북 단양은 복자기나무(단풍나무)를 버섯 모양으로 관리해 지역에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가로수 수종이 벚나무와 이팝나무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생태적 기능을 넘어 지역 명소로 부상했다.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은 “관리 지침이 마련됐지만 가로수 수종의 다양화 등으로 일률적인 적용이 쉽지 않고 정부 지원도 없어 강제하기가 어렵다”며 “가로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지만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산림청은 지난달 가로수 수종 선정부터 관리, 지자체별 평가 등의 내용을 담은 ‘2022년 가로수 조성·관리계획’을 내놨다. 생태적 건강성과 가지치기 등 수형 관리, 안전 및 재해 예방, 시민참여 활성화 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 및 민관 협의회를 통해 지자체의 질적 관리를 유인한다는 계획이다. 가로수 담당자·사업자 등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기술자 교육도 연간 600명으로 확대했다. 나아가 현재 안내서로 운영 중인 가로수 식재와 관리 기준 등의 세부 기준을 ‘도시숲법’에 의한 지침으로 구체화해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 17일 수원 가지치기 사업지를 방문한 최병암 산림청장은 “적절한 가지치기로 가로수를 건강하고 생태친화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지구를 보다] ‘여기가 지옥인가’ 초강력 토네이도 강타…美 뉴올리언스 쑥대밭 (영상)

    [지구를 보다] ‘여기가 지옥인가’ 초강력 토네이도 강타…美 뉴올리언스 쑥대밭 (영상)

    22일(이하 현지시간) 초강력 토네이도가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이날 밤 발생한 토네이도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 일대를 휩쓸어 최소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뉴올리언스시 교외 세인트버나드군 아라비 지역에서 큰 피해가 났다. 24일 미국 민간위성업체 ‘막사’(Maxar)가 공개한 토네이도 상륙 전후 위성사진을 보면 그 피해 규모가 한 눈에 들어온다.집 한 채는 아예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가 도로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졌다. 피해 주민인 데아 카스텔라노스는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물건을 챙기고 있었는데 비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집이 빙글빙글 돌았다. 부서진 집에서 잔해를 뚫고 나와보니 거리 한복판에 있었다. 아픈 딸은 침실에 갇혀 나를 불렀다”고 몸서리쳤다. 이웃은 그가 산소호흡기를 단 딸이 집에 갇혔다며 도와달라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고 전했다. 구조 후 병원으로 실려간 피해 주민의 딸은 다행히 밤샘 수술 후 목숨을 건졌다. 현지언론은 이번 토네이도로 세인트버나드에 사는 25세 남성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또 일대 주택 수십 채가 무너지거나 날아갔으며 전선이 끊겨 주민 1만여 명이 정전 피해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존 벨 에드워드 주지사는 뉴올리언스시를 비롯해 세인트버나드과 제퍼슨, 세인트태머니 등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미국 국립기상국(NWS)에 따르면 22일 뉴올리언스 일대에 착륙한 토네이도는 2개다. 22일 오후 8시쯤 세인트버나드 아라비에서부터 이스트 뉴올리언스까지 254~332㎞/h, EF3급 토네이도가 상륙했다. 앞서 오후 7시 25분쯤 아라비에서 60㎞ 떨어진 세인트태머니 라콤 지역에는 풍속 145㎞/h, EF1급 토네이도가 불어닥쳤다. EF(Enhanced Fujita scale, 개량 후지타 등급)에 따르면 토네이도는 0~5까지 6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풍속 138~177㎞/h 사이의 토네이도는 EF 분류상 5번째로 강한 EF1급에 해당한다. 지붕과 간판이 날아갈 정도의 규모다. 풍속 218~266㎞/h 사이 토네이도는 3번째로 강한 EF3급에 해당한다. 지붕과 간판이 뜯기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것은 물론, 조립식 벽이 무너지고 허술한 집은 아예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다.EF3급 토네이도가 뉴올리언스시를 덮친 건 2017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2월 7일 뉴올리언스시에는 사상 최초로 EF3급 토네이도가 불어닥쳐 건물 1000여 채가 파괴되는 등 도시가 초토화된 바 있다. 당시 토네이도 최대 풍속은 140㎞/h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토네이도가 2017년 토네이도보다 더 강력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NWS도 토네이도 등급은 최종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 NWS는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며, 하루 이틀 안에 전체 조사 결과를 포함한 최종 평가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종 평가에 따라 EF3 등급 토네이도는 등급이 한 단계 더 높은 EF4(풍속 267~322㎞/h)로 격상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뉴올리언스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토네이도는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내다봤다.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 노스 및 사우스 캐롤라이나도 토네이도 경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금 전 NWS는 동부표준시간(EDT)으로 24일 0시까지 노스 캐롤라이나주와 버지니아주에 토네이도 주의보를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NWS는 “토네이도가 버지니아주 남서부로 이동하면서 우박과 강풍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봄의 수도… 천년의 시간 넘어, 황리단 꽃길 따라 [이우석의 미시 여행]

    봄의 수도… 천년의 시간 넘어, 황리단 꽃길 따라 [이우석의 미시 여행]

    명랑 고도… 벚꽃 터널 따라 BTS 노래 흥얼흥얼봄비 내린 지난주, 봄맞이에 한창인 경북 경주를 다녀왔다. 경주는 지금 거대한 컬러링북이다. 이 근사한 옛 도시는 봉긋한 고분에 연둣빛 수채물감을 채색하는 중이며 가녀린 가지마다 새하얀 꽃망울을 틔울 준비를 마쳤다. 곧 천지에 흩날리며 명경 같은 호수에 고혹적인 네일팁처럼 떠다닐 연분홍 꽃 이파리를 떠올려 본다. 과연 ‘봄의 수도’가 따로 없다.봄꽃이며 바다, 즐거운 체험과 재미 가득한 박물관, 맛난 음식, 향긋한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아이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무엇하나 빠뜨릴 게 없다. 누가 뭐래도 완벽한 관광종합선물세트 경주다. 요즘은 어떤지 살짝 들여다보고 왔다. 꽃샘이 나서 심통을 단단히 부리던 봄날의 초입이었다. 경주시. 미추홀(인천)과 더불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도시다. 경주에 있었던 사로국(斯盧國)만 계산에 넣어도 2100여년에 이른다. 고구려나 백제와는 달리 신라의 불변 수도로 보낸 기간만도 약 1000년이다. 신라와 경주를 ‘천년’으로 수식하는 이유다. 잉카 마추픽추(페루)의 역사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 게다. 마추픽추는 조선 세조 초인 15세기 말에 건설됐으며 고작 80여년 후에 멸망했다. 경주에 비하면 ‘신도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경주엔 집(戶數)이 약 18만채 있으며 최대 90만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바그다드(아바스), 장안(당), 콘스탄티노플(동로마제국)과 함께 세계 4대 메트로폴리스였다. “절이 별처럼 이어지고 탑은 기러기떼처럼 몰려 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실크로드의 궁극적 종착지이자 불교가 융성했던 부자 왕국의 수도에 대한 삼국사기의 설명이다. 환경 때문에 숯을 연료로 쓰라고 했을 만큼 당시 서라벌은 풍요롭고 호화로웠다. 서울 보라매공원만한 절터(40만㎡)에 무려 81m 높이의 건축물(황룡사지 9층 목탑)을 지었다. 645년 완공한 이 ‘당대 최고 랜드마크’는 1238년 몽골의 침략으로 불탔다. 이후 한반도에는 1319년 동안 이보다 높은 건축물은 없었다. 1967년 서울 중구 소공동에 83m짜리 한진빌딩(KAL빌딩)이 세워지며 그제야 신라인의 기록이 깨졌다.조선 때는 계림부(鷄林府) 또는 경주부로 불리며 영남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전 대의 불교와는 별개로 유교 문화를 꽃피우게 된다. 양동마을에서 조선 중·후기 양반 문화를 오롯이 지켜 오고 있다. 대한민국 10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더니 600년 전통 양동마을도 과거에 비해 외양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 마을 어귀에 탐방객용 문이 따로 생겼다. 양동마을 박물관을 거쳐 입장할 수 있다. 박물관을 먼저 둘러보면 양동마을이 더욱 또렷이 보인다. 마을 역사는 600여년 전 혼인으로 맺어졌다. 풍덕류씨가 명문가 여주이씨를 만나 처가에 장가를 들며 시작됐다. 당시는 조선 전기로 양반 남자가 처가로 장가를 드는 처가입향(妻家入鄕)이 관례였다. 다음, 경주손씨가 풍덕류씨에 장가를 들고, 또 여주이씨가 경주손씨에 장가를 오며 씨족사회를 만들어 갔다. 양동은 여주이씨와 경주손씨 등 양성의 세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영남 남인의 종장이자 성리학의 거두였던 이언적(1491~1553)이 여주이씨로 양동 서백당에서 태어났다. 이언적의 이름은 원래 이적이었지만 ‘훗날 등장할 가수 탓에 검색이 안 될까 염려한’(?) 중종에 의해 피휘자로 선비 언(彦)자를 가운데 넣었다고 한다. 양동마을은 이후에도 문과 31명 포함, 과거 급제자를 총 116명이나 배출했고 근현대에 들어서도 학자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는 등 명문 마을로서 그 명성을 전국에 떨쳤다.양동마을은 경제활동과 제례 등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독립적 구조로 이뤄졌다. 양반과 평민이 주변에 붙어서 살 수 있도록 기와집과 초가집이 공존하고 있다. 가운데 흐르는 개천을 중심으로 뒤편 문장봉으로부터 물(勿)자 형 산줄기가 뻗어내려 온다. 풍수에서 길지로 꼽는 지형이다. 각각의 언덕 줄기에 올라 보는 지형지세가 모두 다르다. 마을 내 수많은 고택들은 이런 자연적 특성을 십분 활용해 배치되어 있다.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문화재로 지정된 기와집의 수는 단일 마을 기준 전국 최다(26점)이다. 이언적이 지은 무첨당(無堂)은 별채가 유명하다. 역사 속 수많은 선비와 관인이 이곳을 찾아 남긴 현판과 죽편 등이 보물에 보물을 더하고 있다. 의병장 이의잠이 지은 수졸당, 양동에서 가장 먼저 지은 손소의 종가 서백당(송첨고택), 사간원 대사간을 지낸 이정덕이 살았던 상춘헌 등과 해저고택(물 밖에 있다) 등 우리 역사 이야기가 서린 건축물이 ‘옛 마을의 새봄’을 무심히 지켜보고 섰다. 인근 옥산서원과 독락당도 함께 들르면 졸졸 이끼를 굴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더욱 봄에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주는 국내에서 2번째로 면적이 넓은 시다. 주요 강만 해도 4개가 흐른다. 형산강 지류 서천과 북천, 기계천, 낙동강 수계인 동창천이 경주를 누비며 물을 공급한다. 덕분에 차를 달리는 재미가 있다. 굳이 감포 해변까지 가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시원한 물 구경을 할 수 있다. 교동 교촌마을이나 보문관광단지에도 나지막한 실개천 둔치 트레일 코스나 보문호를 돌아 나가는 수변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요즘 전국에서 가장 뜨는 ‘핫플’ 여행지가 바로 ‘황리단길’이다. 대릉원 뒤쪽 황남동 일대, 포석로 쪽 한옥마을을 이르는 말이다. 천마총, 대릉원, 포석정 등 관광지와 명물 황남빵 가게가 있어 원래부터 관광객들이 몰리던 곳인데 요즘은 특유의 고전적 감성에 현대적 인테리어가 결합돼 독특한 분위기의 편의 상업지구로 발전한 경우다.비슷한 느낌의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비교해도, 최근에 조성된 곳이라 뭔가 세련된 분위기가 더하다. 예쁜 카페에서 쉬다가 근사한 한옥 레스토랑에 들러 맛있는 것 챙겨먹고 돌아오는 여행이 가능해졌다. 경주 관광이 ‘문화재만 보고 오는’ 유적관광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젠 이런 즐길거리가 킬러 콘텐츠가 됐다. 특히 도심, 버스터미널 등과 가깝고 사진찍기에 좋아 MZ세대 여행객의 주목을 단단히 받고 있다. 500번 버스가 지나는 도로를 중심으로 약 700m 정도의 상점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대릉원 담벼락을 돌아 제과점과 기념품 숍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황리단길이 시작된다. 한옥호텔 황남관까지 이르는 길가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 개성 있는 카페와 빵집, 기념품이나 신기한 물건을 파는 잡화점, 사진관 등이 이어진다. 책꽂이처럼 군데군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골목 안에는 여러 술집과 레스토랑, 사주카페, 한옥 게스트하우스, 서점 등이 나오는데, 이를 찾아 혈관처럼 고불고불한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일본 규슈의 유후인 마을이나 동유럽 옛 도시의 플라자 마켓 거리를 닮았다.경주 동쪽에는 관광 특구로 유명한 보문단지가 있다. 인공호 보문호를 가운데 두고 호텔과 리조트, 상업지구로 빙빙 두른 형태로 조성됐다. 진입하는 길부터 호반 산책길, 어디서나 봄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 수 있다. 50년 이상 수령의 벚나무가 길가에 도열해 4월이면 온통 벚꽃 터널을 이룬다. 호반에는 화사한 신록의 수양버들이 가느다란 가지를 늘어뜨리며 봄바람에 산들산들 흩날린다. 호숫가 산책로를 이용하면 어디나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자전거길도 잘 닦아 놓았다. 보문단지 안에만 있어도 며칠 잘 쉬어갈 수 있다. 공연과 컨벤션을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부터 골프 코스, 레포츠 시설, 테마파크, 워터파크, 다양한 사설 박물관, 체험장 등 즐길거리가 빼곡히 들어섰다. 몇몇 리조트에는 온천수도 나오니 휴양에 최적화된 곳이다. 요즘은 식물원과 조류 동물원을 겸한 동궁원, 미디어 파사드를 즐길 수 있는 정글의 법칙 등이 들어서는 등 좀더 다양한 놀거리가 생겨나 재방문객을 불러들이고 있다.이 중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방대한 자료와 수집물, 멀티미디어 전시기법으로 우리 대중음악을 즐기며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1925년 발매된 최초의 음반 ‘내 고향을 리별하고(안기영)’ 앨범, 최초 걸그룹 ‘저고리 씨스터즈’와 최초 아이돌 ‘아리랑 보이즈’ 등 희귀 음반부터 가왕 조용필, 들국화, 소방차, 현재 대중음악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까지, 그 오랜 시간을 스치듯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장르별 시대별로 총망라한 여러 음반 자료를 해설과 함께 실제 들어볼 수 있다. 3층 오디오 전시관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하이엔드 앰프와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신청곡을 들어볼 수 있는 오디오 감상실이 마련되어 있어 ‘음악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다.필자가 경주와 처음 맺은 인연은 35년 전 수학여행 때였다. 서울 서부역에서 출발과 동시에 낱낱이 기록된 그 여행의 각인은 우루루 몰려다니며 유적과 유물을 훑듯 돌아다닌 ‘시찰’에 불과했다. 1987년 봄의 경주는 2022년 봄의 문턱에서 만난 인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천년 고도는 좀더 젊어졌고 더욱 화사해졌다. 게다가 올해는 스마트 관광도시 사업 대상지에 선정됐으니 이후 만나는 경주는 지금보다 똑똑하고 명랑할 듯하다. 이번엔 때가 일러 꽃바람을 맞아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편안한 휴식 속에 수많은 즐거움을 찾으러 갈 테다. 경주에서 찍은 사진을 뒤척이며 즐거운 상상을 한다. ‘고도(古都)를 기다리며’. 놀고먹기연구소장■ 여행수첩 ●황리단길 오스테리아 밀즈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고풍스러운 기와집에 입점한 레스토랑은 분위기도 그 맛처럼 근사하다. 블랙트러플을 넣은 크림 파파델리는 넓적한 면에 농후한 송로버섯 향이 진하게 배어있다. 면도 쫄깃하니 제대로 삶았다. 감칠맛 깃든 한치먹물리조토도 전국 어느 곳에서 맛보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풍미를 뽐낸다.●안강할매고디탕은 경주에서도 특별한 음식이다. 전형적 농촌 문화가 녹아든 다슬기탕인데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낸다. 투실한 고디(다슬기의 지역 방언)에다 배추, 부추 등을 썰어 넣고 끓여 든든하다. 곁들인 젓갈과 봄동김치, 더덕무침 등도 자꾸 젓가락이 가는 별미다. 양동마을과 가깝다.●천년한우는 한우 맛있기로 소문난 경주에서도 좋은 고기를 취급하는 식육식당이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상차림비(5000원)를 내면 숯과 반찬을 가져다 준다. 서울에선 등심을 선호하는 데 비해 경주 지역에선 보통 갈빗살을 많이 먹는다. 갈빗살 이름은 같지만 평소 보던 부위가 아니다. 이외에도 채끝, 부채, 업진 등 다양한 부위가 있다.
  • 희귀종 한라산 구상나무, 4년 만에 1만여그루가 죽었다

    희귀종 한라산 구상나무, 4년 만에 1만여그루가 죽었다

    한반도 남부 지리산, 덕유산 등 일부지역과 제주 한라산에만 자생하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침엽수종인 구상나무가 4년만에 1만 2957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가 발간한 제21호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라산 구상나무는 29만 4431그루로 2017년 30만 7388그루보다 1만 2957그루(4.2%)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지질 및 토양분야 5편, 식물분야 12편, 동물 병해충 분야 9편 등 26편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구상나무 분포 변화 연구 결과는 김권수, 임형택, 고정군 연구사가 2017년 항공사진과 2021년 항공사진을 비교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권수 연구사는 “구상나무 개체수 분포 면적은 2021년 606㏊로 2017년 638㏊ 대비 32㏊(5%)가 감소했다”며 “태풍과 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한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동쪽사면인 성판악에서 66.1%의 고사목이 나와 가장 많이 고사됐다”며 “해발고도로 따지면 1500~1600m 구간에서 30.8%, 1501~1800m까지 구간에서 전체 고사목의 75.8%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본부는 구상나무 개체수가 줄어들자 2017년부터 한라산 어리목 만세동산 등 4개 자생지에 4000그루 시험 식재를 통해 종자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발적인 유도 갱신을 시험하고 장기적으로는 시험림 내에 구상나무 묘목 조림을 통한 증식 에 힘쓰기로 했다. 구상나무가 고사되어 숲이 쇠퇴한 지역에 지금까지 식재된 구상나무는 현재 90% 수준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간된 조사연구보고서중 식물분야는 구상나무 분포변화 외에도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삼나무 식생정비지역의 식물분포 특성, 제주조릿대 시험연구지 변화 모니터링 등 12편의 연구결과가 수록돼 있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 자연자원의 가치를 발굴하고 보호하는데 유용한 정책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덕승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가치 규명과 연구 수행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가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도, 안양 동편마을 카페거리·고양 밤리단길·보넷길 등 4곳 관광테마골목 육성

    경기도, 안양 동편마을 카페거리·고양 밤리단길·보넷길 등 4곳 관광테마골목 육성

    경기도는 고양 밤리단길·보넷길, 안양 동편마을 카페거리, 파주 돌다리 문화마을, 포천 관인문화마을 해바라기길 등 4곳을 생활관광 명소로 육성한다고 23일 밝혔다. 이 지역은 ‘2022년 경기도 구석구석 관광테마골목’ 공모를 통해 선정됐으며, 골목별 8000만원의 사업비로 골목의 역사, 문화, 체험, 맛집, 생태, 레저, 산업관광 등과 연계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운영한다. 고양 밤리단길은 밤나무가 많았던 밤가시마을의 경리단길이라는 의미로 일산밤가시초가와 김대중대통령사저기념관이 있고, 보넷길은 엔틱점포들이 들어서며 형성된 벼룩시장에 오는 이들이 보닛(bonnet) 모자를 착용하면서 이름이 붙었다. 고양시는 이 거리에서 각종 체험과 강의를 통해 여행객이 한나절 즐길 수 있는 문화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안양시는 동편마을 카페거리의 공공시설물 컬러 디자인과 상징 메뉴 발굴을 추진하며, 포천시는 해바라기 포토존과 마을 이야기를 담은 도보투어 등을 기획하고 있다. 파주시는 전통등 제작,벽화마을 골목투어,공유텃밭 체험 등을 개발하고 마을 주민들이 이를 직접 운영한다. 이 밖에도 도와 경기관광공사는 관광마케팅 교육 및 음식 메뉴 자문, 골목 관광상품 판매,여행객 방문 인증 이벤트, 골목 홍보 투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전북 최대 성매매집결지 문화·생활공간으로 거듭난다

    전북 최대 성매매집결지 문화·생활공간으로 거듭난다

    ‘전북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였던 전주시 덕진구 물왕멀 2길과 권삼득로 일대 옛 도심. 한 때 300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운집해 있던 ‘홍등가’였지만 다닥다닥 붙은 쪽방들은 을씨년스러운 슬럼가로 변한지 오래다. 볼썽사나웠던 유리방들은 임대나 매매로 내놓기도 했고 철거 준비 중인 곳도 눈에 띈다. 해질녁이면 활기를 띠던 이곳은 인적 조차 없는 암흑가로 변해 으시시한 분위기다. 오히려 성매매업소를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가게가 드문드문 들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뚝너머’, ‘선미촌’으로 불리던 전주시 중심가의 성매매집결지가 문화와 생활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정비대상으로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쉽게 손 대지 못했던 사창가가 도시재생의 힘에 의해 퇴출된 전국 첫 사례다.전주시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노송동 성매매 업소가 모두 문을 닫았다고 22일 밝혔다. 1940년대 후반부터 음습한 상태로 영업을 계속해오던 불법 업소들이 70여년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85개 업소가 불야성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죽은 동네가 됐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17년이나 버텨오다 마지막 남은 2~3개 업소가 스스로 문을 닫으면서 사창가로 낙인 찍혔던 이곳이 재탄생 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이제 선미촌은 청년 예술가와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매력적인 장소로 변했다. 실제로 선미촌에는 놀라운 예술터, 동네책방 물결서사, 뜻밖의 미술관, 노송늬우스센터 등 청년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문화시설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카페 등을 창업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는 공사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전주시 서노송예술촌 홍성진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부정기적으로 영업을 하는 업소가 없지 않았지만 최근들어서는 모두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도시정비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머지 않아 새로운 거리로 재탄생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전주시청 코 앞에서 버젓이 성매매 선미촌은 전주시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한 옛 도심이다. 시청 북쪽 6차선 도로인 기린대로만 건너면 즐비한 유리방이 시야에 들어온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로 이루어진 약 2만㎡ 공간은 여인숙과 주택을 불법으로 개조한 업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곳은 일제 강점기 이후 성매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재생산됐던 상징적인 공간이다. 일제 강점기 유곽에 종사했던 여성들이 광복 이후 여행객이 많은 전주역 근처로 흘러들어오면서 형성됐다. 엄연한 불법행위지만 마치 합법화된 공간처럼 오랜 기간 상권을 형성하며 뿌리를 내렸다. 경찰 등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독버섯처럼 끈질기게 명맥을 유지해 왔다. 청소년유해환경업소가 집단으로 번성하면서 이 일대는 인구유입이 안돼 도심공동화의 주요인으로 떠올랐고 도시 균형발전을 가록막는 암적인 존재로 인식됐다. 선미촌이 본격적으로 재정비 대상이 된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가족부가 성매매집결지 폐쇄 추진 방안을 지자체와 경찰에 시달하면서 부터다. 전주시는 여성가족부 보다 1년 앞서 성매매집결지를 인권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한옥마을과 불과 800m 떨어진 곳에 버젓이 성매매 업소가 자리잡고 있어 도시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했다. 시청 코 앞에서 밤 마다 불을 밝히는 홍등가를 못 없애는 것은 지자체의 의지 부족이라는 원성에 선미촌 일대 2만 2760㎡를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불법이 판치는 어두운 공간에 밝은 빛을 쪼여 독버섯이 자멸토록 하는 ‘전주시의 실험’이었다. ‘성공 가능성이 낮다’, ‘접근 방식이 쌩뚱맞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전주시는 뚝심으로 밀어부쳤다.●사창가를 문화공간으로 전주시의 실험 성공 2017년 6월 전주시는 선미촌에서 가장 큰 성매매업소 건물을 매입해 ‘서노송동예술팀’을 배치했다. 사창가 한 복판에 시청 부서 1개 팀을 공식 배치해 ‘성매매 업소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까지 83억원을 들여 성매매 업소와 빈집을 사들여 ‘성평등전주’, ‘새활용센터다시봄’, ‘뜻밖의미술관’ 등을 만들었다. 또 소공원 조성, 골목 경관 정비, 가로수 식재, 도로 정비사업을 추진해 분위기를 바꾸고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방범용·불법주정차 단속 폐쇄회로TV(CCTV)도 25대를 설치해 성매매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직업교육을 알선하고 선미촌에 작업실을 만드는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전주시의 전략은 예상 밖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선미촌 성매매 업소는 2014년 49곳에서 2018년 21곳, 2020년 10곳, 지난해 6월에는 3곳으로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마지막 업소 마저 문을 닫았고 성매매 여성도 0명이 됐다. 전주시의 실험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선미촌 문화재생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도시재생 사례공유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아 전국 성매매집결지 정비사업의 모범사례로 떠올랐다. ●선미촌 문화 재생사업은 아직도 진화중 전주시의 선미촌 문화 재생사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정원숲이 조성되고 생활실험실로 진화한다.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는 여성이 행복한 길(여행길) 조성을 위해 선미촌의 빈 업소를 활용한 2억 원 규모의 선미촌 리빙랩(Living-Lab) 사업을 펼친다. ‘리빙랩’은 삶의 현장 곳곳을 실험실로 삼아 다양한 일상 속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자 시도하는 현장 중심의 생활실험실이다. 성평등전주는 이 사업을 통해 창업·팝업스토어·문화 창작(체험) 활동을 실험할 창의적이고 사회적 연대에 관심 있는 10개 팀을 모집할 예정이다. 선정된 팀에게는 1400만∼2600만원이 지원된다. 여성인권 착취공간으로 인식된 선미촌을 즐겁고 건강한 장소로 시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사업이다. 지난해 진행된 첫 번째 선미촌 리빙랩 사업에는 청년·여성·예술가·다문화 등 7개 팀이 참여해 폐 성매매업소를 리모델링한 후 판매 및 전시, 버스킹공연, 팝업스토어,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추진했다. 앞서 전주시는 2억 5000만원을 들여 정원숲 조성사업을 마쳤다. 선미촌 입구인 기린대로 띠녹지에는 조팝나무가 이식되고 애기노랑금계국, 크라스페디아, 겹물망초가 식재돼 가로정원으로 조성됐다. 선미촌 내 인권공간과 기억공간에는 팥배나무와 목수국, 털수염풀, 휴케라, 가우라 등이 식재돼 주민들을 위한 어울림 공간으로 꾸며졌다. 김현도 전주시 사회연대지원과장은 “여성 인권 침해 공간이었던 성매매 집결지가 시민주도의 선미촌리빙랩 사업을 통해 여성인권과 문화, 생태 공간으로 새롭게 재구성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국산 감귤 ‘탐나는봉’ 미국 진출…첫 로얄티 계약

    국산 감귤 ‘탐나는봉’ 미국 진출…첫 로얄티 계약

    국내 기술로 개발한 감귤 ‘탐나는봉’이 사용료(로열티)를 받고 미국에 진출한다. 국내 감귤 품종의 첫 해외 진출이다.농촌진흥청은 2010년 개발한 ‘탐나는봉’을 미국 현지 감귤 재배 유통 업체에 기술이전했다고 21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올해부터 품종보호가 만료되는 2035년까지 14년간으로 총 계약 물량은 23만 6000주(그루)다. 올해 1만주를 시작으로 재배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용료는 1주당 1.25달러로 총 29만 5000달러 규모이다. 농진청은 국내 생산 농민의 피해 예방을 위해 미국 내 생산 판매만을 허용하고 현지에서 생산한 묘목과 과실의 국내 반입은 금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탐나는봉’은 부지화(한라봉)의 돌연변이 품종으로 개발돼 2014년 국내에서 품종보호 등록에 이어 2019년 미국에 식물특허 등록을 마쳤다. 2017년부터 미국에서 실증재배한 결과 미국에서 재배되던 기존 일본 품종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겉모양은 부지화와 비슷하나 무게는 280g 내외로 크고 당도는 15브릭스(°Bx) 내외로 부지화보다 1브릭스 높고 식감이 우수하다. 2018년부터 국내에 보급돼 현재 9.2㏊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점차 재배 면적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계약은 국내 육성 감귤의 해외 진출을 위한 해외 적응성시험의 첫 결실로 평가된다. 농진청은 2017년 미국에서의 ‘탐나는봉’을 시작으로 2019년 호주에서 ‘미니향’, ‘탐빛1호’의 해외 적응성을 시험 중이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내년에 열매 평가를 거쳐 호주시장 진출에 도전할 계획이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대현 감귤연구소장은 “‘탐나는봉’의 미국 진출은 감귤 육종 강국인 미국에서 우리 품종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례”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품종을 개발 및 기술 보급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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