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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의 소리/ 전신주 까치집 정전사고 대책을

    까치들은 2∼5월이면 산란기를 맞아 둥지를 튼다. 그런데적당한 나무가 흔치 않은 도시의 까치들은 전신주 위에 터를 잡고 구하기 어려운 나뭇가지나 풀잎 대신 전선토막이나철선들을 주워다 둥지를 짓고 있다. 이러한 까치집 때문에종종 정전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한전에서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아 전신주 위 까치집 철거에 나서고 있으며 정전발생 우려가 없는 까치집이 설치된전주에는 표지판을 붙여 까치집을 보호하고 있다. 아울러 까치집을 헐지 않고 까치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환경친화적인 전력설비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그보다먼저 자연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도심개발을 억제하고 도시인근에 보호수,보호림을 많이 조성해 까치의 터전을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기[한국전력 동래지점 영업과정]
  • 英여왕 심은 구상나무 관리부실로 말라죽어

    지난 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경북 안동시 화회마을을 방문,기념으로 식수했던 구상나무가 지난해 말라죽자 안동시가 같은 수종을 몰래 심은 사실이 17일 뒤늦게확인됐다. 당시 여왕은 하회마을내 서애(西涯)유성룡(柳成龍)의 종가인 충효당 앞뜰에 높이 3m짜리 구상나무 한 그루를 심었으며 이 나무는 일명 ‘퀸 트리(Queen Tree)’로 명명됐다. 이후 ‘퀸 트리’와 주변 화단은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장소로 인기를 끄는 등 하회마을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았지만 지난 가을 관리부실로 말라죽자 시가 같은 수종으로이식한 것.여왕이 심었던 나무는 아랫가지가 넓은 원뿔 형태였으나 다시 심은 나무는 키가 작은 방추형이다.안동시관계자는 “영국 왕실에 실망을 안기지 않고 관광객들의항의를 우려해 퀸 트리의 고사를 대외에 숨겨왔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기자 shkim@
  • [괴짜인생 별난세상] ‘황칠박사’ 정순태씨

    산을 유달리 좋아했던 한 사람의 집념이 200년동안 야산에묻혔던 보물 황칠(黃漆)나무를 되살렸다. ‘황칠 박사’로 통하는 정순태(54·전남 해남군 마산면 상등리)씨.산속 생활 10여 년,밤잠 설쳐가며 기록을 뒤지고 부르터진 손끝 아물날 없이 황칠나무에 매달려온 산(山) 사람이다. 지난 90년까지 정씨의 일터는 서울 경동시장이었다.타고난눈썰미와 손재주를 밑천으로 뛰어든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렸다.결혼식 폐백 닭이 그의 주특기 품목.무섭게 입소문을 타며 가게도 2개로 늘었다.폭주하는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할정도였고 푹 자보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다. “그렇지만 항상 산생활을 꿈꾸며 살아왔어요.오래전에 작고하신 부친도 ‘너는 평생 산에서나 살아라’라고 말할 정도로 산을 좋아했으니까요.”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잘 나가던 사업을 정리하고 준비해온 밑그림을 실천에 옮겼다.‘난대림(暖帶林)의 보고’인 한반도 남쪽 땅끝으로 가기로 결심했다.친구를 통해 눈여겨 봐둔 산속 야산 2만여평이 새로운 삶의 터전이다.가족들을 설득하는데애를 먹었고 아내보다는 학교 다니는 두 아이에게 더욱 미안했다.정씨는 이렇게 자청해서 고생길로 들어섰다. 산막을 지어 ‘아침재’라는 문패를 달았다.황칠 묘목 생산에서 보급,수액의 쓰임새와 제품화·부가가치 등을 직접 연구해온 곳이다. 그는 새벽부터 발품을 팔아 서·남해안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완도 보길도,진도 첨찰산,해남 두륜산 등 바닷가 일대 19곳에서 황칠나무 자생지를 확인했다.동·서양을 넘나드는 해박한 논리도 타고난 부지런함에서 비롯됐다.실패를 거듭한끝에 씨앗으로 어린 묘목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정씨가 황칠을 접하게 된 것은 한학자인 부친의 유고(遺稿)를 정리하면서다.다산 정약용 선생의 ‘황칠’이란 시를 읽고 무릎을 쳤다.천금목(千金木)이니,안식향(安息香)이니 하는 대목에 빠져 들었다. 황칠나무는 중국 진시황이 동방에서 구했다는 ‘불로초’라는 중국 문헌(영파사지)의 기록을 두 군데서 발견했다.또 통일신라 때 청해진(완도)을 근거지로 바다를 제패한 장보고의 최상 교역품도 황칠 수액이었다.정복자 칭기스칸의 황금투구와 이동막사인 오르도,중국 자금성 태화전의 옥좌와 좌대,벽면이 모두 조선의 황칠로 돼 있고 햇볕을 받으면 황금처럼 빛이 난다는 것 등. 이처럼 보물나무인 황칠나무는 우리민족에게는 악의 나무였다.칭기스칸(1160년)에 이어 자금성 완공(1400년)까지 300년 가까이 중국 황실에 대한 공납의 폐해가 극에 달해 극심한민폐를 끼쳤기 때문이다. 현재 황칠나무 쓰임새는 크게 다섯가지다.염료(물감),도료(니스),향료(음식에 맛을 더함),전자파 차단제,신약 등이다. 얼마전까지도 “행정기관이나 농민들은 당장 수익이 나지않는다는 이유로 황칠나무에 고개를 저었다.”고 말한다. 황칠은 중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고 거대 중국뿐 아니라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과학적 분석이 잇따르면서 신문과 방송도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제 황칠 수액의 약리성분을 활용한 제품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독불장군처럼 무모해 보이기만 하던 그의 신념과노력이 영글고 있다. 정씨는 “말레이시아 국민을 먹여 살린 나무가 고무나무다. 우리황칠나무는 고무나무보다 더 부가가치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061-535-1181)해남 남기창기자 kcnam@
  • 서초 검찰청앞 향나무-시흥·방학동 은행나무864살 최고령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수령(樹齡) 864년된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앞의 향나무 등 5그루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최근 시내 지정보호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보호수 213그루 가운데 서초동 검찰청앞 향나무와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네거리 일대 은행나무 3그루,도봉구 방학동 546의1에 위치한 은행나무 등 5그루가 최고령 나무로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들 나무는 지난 68년 시 지정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수령이 각각 830년으로 현재는 모두 864년에 이른다. 또 600년 이상된 나무는 이들 나무를 포함해 중구 정동회화나무(855년)와 용산구 원효로4가 느티나무(660년),송파구 거여동 향나무(664년) 등 모두 11그루다. 수종별로는 느티나무가 전체의 절반 가량인 104그루로 가장 많았고은행나무 49그루,회화나무 18,향나무 14,소나무 11,비술나무 5,모감주·물푸레·음나무·갈참나무·돌배나무 각 1그루 등이다. 이동구기자
  • [CLEAN 3D] 사업 방향 관계자 좌담회

    ‘클린 3D’사업이 지난해말 1호 클린 사업장 탄생을 비롯,본격화되고 있다.지난 4개월이 ‘클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면 올 일년은 ‘클린 열매’를 맺는강행군의 시기다.클린 3D사업에 참여한 김남훈 대표(부천남부자동차사업소·클린사업장 선정)와 가봉섭 대표(예지산업·신청업체),이병정 공장장(미형정공·신청업체),김진세씨(산업안전협회 기술지도원),이경숙씨(건강도우미),김세완씨(한국산업안전공단 차장) 등 관계자들의 생생한 현장경험을 통해 향후 개선점과 효율적인 추진방향에 알아본다.사회는 대한매일 행정팀 클린3D 팀장인 오일만기자. ◆사회= 클린 3D사업에 직접 참여하게 된 동기는. ◆이 공장장= 서울 구로동 소재 프레스공정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전기·전자·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다.종업원은 17명인데 프레스작업 공정에서 소음과 분진이 너무 많아 클린 3D사업을 신청하게 됐다. ◆가 대표= 종업원 12명에 작업장도 천막 수준이다.열악한작업환경이기 때문에 종업원들의 안전사고가 나서 종합 작업환경진단을 받았다.지난해종업원 1명이 프레스기계에손이 절단되는 사고도 났다. ◆김 대표= 620평 규모의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면서 감전,누전 등의 안전 위험을 걱정해 왔다.클린 3D사업을 통해 정부로부터 1,200여만원의 지원을 받아 위험요인을 제거했고 일부 시설을 자동화시켜 운반 도중의 안전사고 가능성을 줄이게 됐다. ◆사회= 기대하는 효과는. ◆가 대표= 사무실이 공장 안에 있는데 전화소리를 못들을정도다.크게 소리쳐야 의사소통이 된다.근로자 건강검진결과 종업원의 80%가 소음성 난청이다.작업환경이 개선될경우 91㏈이 8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난청 예방과 분진이 적어져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 대표= 그동안 정부 사업에 대해 ‘큰벽’을 느껴왔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해 왔다.하지만 작업환경 개선이라는 실질적 도움을 받고 나서 생각을 달리 하게 됐다. 작업 중 배출된 화학·유해가스 때문에 선천성 기형아를낳아 죽게 된 사건을 겪으면서 작업환경 개선을 심각하게생각하게 됐다.종업원들이 작업환경 개선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사회=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가 대표= 소음 부분의 개선이 안되면 다른 부분도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규정이 있다.하지만 전자동화를 하지 않는 한 작업 중 소음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특수성을 감안,정부가 보다 탄력적으로산업안전정책을 운영하기 바란다. ◆김 대표= 정부도 예산 문제가 있겠지만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나무가 아닌,숲을 보는 안전정책을 강구해 달라. ◆김 차장= 영세 사업주들의 고충을 잘 안다.하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사업주들의 확고한 작업환경 개선 의지없이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앞으로 사업주들의 작업환경 개선 의지 여부도 클린사업장 선정에 참고할 생각이다. ◆사회=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인력난도 심각할 텐데. ◆이 공장장= 말도 말라.노동부 고용안정센터는 물론 신문과 벼룩시장,구인 잡지 등에 수차례 광고를 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다.지난해 간신히 1명을 구했지만 하루 만에 그만뒀다.현재 7명이 부족한 상황이라관리자들이 생산공정에 투입될 정도다.이제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야겠다. ◆가 대표= 젊은이들이 거의 없어 근로자 평균연령은 40대후반이다.그마나 일하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사회= 작업환경이 개선되면 구인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지. ◆이 공장장= 일하겠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월급 수준에는동의하고 온다.하지만 이들이 며칠 일하다 그만두는 것을보면 임금보다는 환경이 더 큰 원인인 것 같다.클린 3D 사업을 통해 작업환경이 현저하게 좋아질 경우 구직자들이좋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김 대표= 과거 열악한 작업환경을 보고 줄행랑을 치는 구직자들을 많이 봤다.개선된 작업환경,시설을 직접 본다면마음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사회= 일선에서 영세사업장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낄 텐데. ◆김 기술지도원= 5인 미만 사업장의 기술지원을 맡았다.많은 사업주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당장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라 작업환경 개선의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특히 많은 사업장에서 클린 3D 사업의 홍보가 부족해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도우미= 지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나가고 있는데 주로 혈압측정 등 건강 검진과 처방 지도를 하고 있다.현재 콜레스테롤·당뇨 측정이 안되고 있어 아쉽게 생각한다.현장에서는 스트레칭 체조 지도가 가장 호응이 좋다. ◆사회= 지도를 하면서 수렴한 현장의 목소리와 앞으로 개선점은. ◆김 지도원= 현재로선 계몽수준이다.하지만 1회 방문으로끝나지 않고 지속적 지원이 이뤄지면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많은 5인 미만 사업장들이 돈을 안들이고도안전 마인드를 높이고 사업장 내 기계·원자재 재배열 등을 통해 사고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도우미= 한번 나가보면 지속적인 도움을 원하는 곳이많다.사업장마다 원하는 검진이 다르기 때문에 행정적·획일적 지원보다는 특색있는 사업으로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 ◆김 차장= 앞으로 규정을 바꿔 기술지원의 경우 분기별 1회씩 연 4회 방문하도록 할 계획이다.현장의 목소리를 수렴,정책 집행에 참조할 생각이다. 정리오일만기자 oilman@ ■CLEAN 3D 사업장 함께 일할 가족 찾습니다. ◆프레스업체 한라정공. 1,700평의 넓은 실내 공간에 천장에는 10여m 길이의 ‘원적외선 가스 히터’가 설치돼 겨울철에도 한기를 느낄 수없다.‘클린3D’ 1호 사업장답게 프레스기는 35∼250t 규모 12대가 있지만 수동식은 하나도 없다.한국산업안전공단 지원금으로 자동으로 강판을 프레스기에 밀어 넣는 NC레벨러핑 피더를 도입했다. 설비 자동화에 이어 작업장 바닥에 작업통로를 확보해 지게차 이동로,적재장소 등을 구분했다.82년 부천에서 설립된 뒤 지난 2000년 남동공단으로 이사왔다.29명의 직원이자동차 브레이크 부품을 주로 생산해 2000년 20억,지난해2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고졸 초임은 100만원 이상이며 필요할 경우 기숙사(15평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생산직 근로자 5명을 구하고 있다. 대한매일은 영세 사업장들의 구인난 극복을 돕기 위해 클린 사업장들의 구인 현황을 기사와 표를 통해 상세하게 전달할 예정입니다.클린 사업장으로 지정됐거나 신청한 업체들 가운데 구인을 원하는 사업장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연락처는 전국 고용안정센터 및 지방 노동관서.국번없이 1588-1919.
  • [데스크 칼럼] 修辭學과 정치현실

    새해를 맞아 여야 3당 대표를 특별인터뷰하고 나서 느낀소감은 ‘정치는 역시 수사학(修辭學)’이라는 것이다.이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우리 미래는 장밋빛이다.새 정부가들어서거나 내각제가 되기만 하면 ‘부패 게이트’ 없는살 만한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예나 지금이나정치 지도자는 자기 논리로 철저히 무장한 ‘언어의 전사(戰士)’들이었다. 인터뷰 분위기는 당의 진로만큼이나 달랐다.이회창 총재는 예전과 달리 부드러움을 가미했지만 깐깐함이 넘쳐났고,한광옥 대표는 소탈하면서도 의리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김종필 총재(JP)는 결기를 내보였으나 백전노장답게 유유자적했다. 답변 태도 역시 이 총재는 웃음으로 대신하며 정해진 금을 넘지 않는 완고함을 보였다.한 대표는 미묘한 질문에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당과 자기의 진로를 분리하려애썼고,JP는 자리를 뜨려는 기자에게 “아직 할 얘기가 남았다”면서 연신 떡과 차를 내놓으며 손님 대하듯했다. 3당 대표의 경륜을 들으면서 모처럼 평온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우리정치가 대결구도 속에서 지나온 탓이리라. 다수가 되려한 소수 여당의 끈질긴 노력과 정권을 되찾으려는 다수 야당의 사활을 건 사수로 평행선을 달려온 지난 4년이다. 이제 그 싸움이 서서히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아직 11개월이라는 한국정치에서는 ‘긴 시간’이 남아있긴 하나 수의 싸움은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여야가 각자의 비전을 정리하고 12월 대선의 출발선상에 서려는 신호탄이었다.이왕이면 부드럽게 보이고(이 총재),가능하면 개혁성을 부각시키고(한 대표),어떻게해서라도 비세(非勢)의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석양의장관(JP)을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하나 그 때뿐,현실의 정치는 달랐다.인터뷰 속의 정치일뿐이었다.게이트로 세상이 시끄럽고,이젠 청와대로까지 그 파장이 미치는 형국이다.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수석들이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단서들이 포착되고 있다. 윤태식·이용호·진승현씨 모두 한때 잘나가던 ‘상식인’을 가장했던 사람들이라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없다.멀쩡하게 보였던 그들이 권부의 누구를 만나고,정부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 지 부탁과 도움에 익숙한 우리 문화로서는 가늠할 길이 없다.정말 ‘밤새 안녕’인 세상이다. 그러나 임기말 혼돈의 와중에 신년인터뷰에서 찾은 희망이 있어 다행이다.그 포장이야 어떻든 정치권이 새로운 단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떨거지 정치문화’,‘제왕적총재제도' ‘지역 패권주의’와 같은 지난 시대의 정치를매듭지으려는 역동성의 발견이었다.뒤뚱거리면서 넘어질듯 해도 우리도 모르게 사회가 투명한 쪽으로 한 발짝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대나무가 가늘지만 높이 자라는 것은 해마다 매듭을 짓고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사람이 철이 들어가는 것도 이립(而立·30),불혹(不惑·40),지천명(知天命·50)과 같이 나이에 걸맞는 직분과 소명이 있고,거기에 맞추려는 노력 때문일 것이다. 연말 대선도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로운 비전이 열리는우리정치의 나이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승현 정치팀장 yangbak@
  • 대한매일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작/ 할아버지의 오동나무-김은수

    할아버지의 슬레이트 집은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있었다.금모래가 질펀한 강변을 따라 녹푸른 물이 쉬지 않고 흐르는 강에서는 늘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헌 장판을 씌워 만든 평상에서 강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집 안팎으로 빼곡이 들어찬 어린 오동나무들을 손질하는 것이 할아버지의 낙인 것만 같았다.뒷산 꼭대기엔 장송들이 우람하게 서 있고 주위는 온통 솔 향이 넘실대건만 할아버지는 오동나무를 심어 기르면서 집 둘레에 있던 소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리셨다. “소낭구는 햇빛 욕심이 많아서 안돼.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 묘목들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어.”사실 오동나무가 우뚝 자라려면 창이가 할아버지의 큰아드님만큼 나이를 먹어야 할까? 창이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어렴풋하게 시간을 재고 있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지극정성으로 오동나무를 돌보셨다.그런 까닭에 줄기마다 통통하니 물살이 오르고 오동잎은 사뭇 푸르렀다. 촉촉한 바람이 할아버지의 흰 머리칼을 헝클고 지나갔다. “할아부지,우리 공기놀이하자.”창이는 점을 치려고 두 손을 비틀어 모아 눈가에 갖다 대었다. “가새,바위,보재기.”할아버지가 나무 껍질 같은 손을 천천히 내민다. “히히...내가 먼저여.”할아버지는 히죽 히죽 웃으며 조약돌을 풀어 던졌다. 창이는 할아버지와 공기놀이를 할 때면 여간 신이 나질 않았다.할아버지가 너무 늙으셔서 오래 못하는 섭섭함이 따르긴하지만.그럴 때면 창이는 더 하자고 조르지도 않았다.할아버지는 한 번 뱉은 말은 두말이 필요 없는 고집쟁이니까. 할아버지에게 야속한 마음이 먹어질 땐 창이는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고집쟁이 할아방구 같으니라구.”언제인가 뒤뜰 오동나무 응달엔 하얀 꽃이 피어났다.가냘픈줄기 마저 백짓장처럼 하얀 그 꽃은 언제나 고개를 땅으로숙이고 있었다.꽃잎에 이슬이라도 맺히면 창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낙엽들이 흩어져 쌓인 곳에,가을 날 어머니를 하늘 나라로 보낸 그 슬픔이 남모르게 하얀 수정초로 피어난 것만 같았다.오두마니 그 곳에 앉아 하얀 꽃을 보고 있노라면 창이는 자꾸만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다.그래서 마당으로 뛰쳐나와 한없이 강을 바라보았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늘 한결 같았다.샛바람이든 하늬바람이 불든 강물은 새처럼 활짝 펼쳐 올린 날개 선으로 상 하류를 엇갈려 흐르고 있었다. “시간은 유수 같거늘….윗물과 아랫물이 구분이 없으니…. 예전과 지금이 함께 있는 듯하구나.”할아버지가 혼자소리로 하던 어려운 말이 어슴푸레 강바람에 섞여 불어왔다. 할아버지는 아득한 시절을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는 을씨년스러이 굳게 닫힌 작은 방으로들어가셨다.창이는 감히 가까이도 못 가보고 방안에서 새나오는 가야금 소리를 훔쳐 들어야 했다.할아버지의 가야금 소리는 늘 생가지 같은 다리를 길게 모은 두루미가 날개 짓도못해보곤 사라지듯 뚝 그쳤다.소리는 그렇게 끝났는데 할아버지는 방 안에서 감감 나오지를 않으셨다. ‘어두운 방안에서 할아버지는 무엇을 하고 계신 거지?’어느 날 창이는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살금살금 다가가 문 창호지에 귀를 대고 들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방에서 잠이 드셨나?’창이는 검지에 침을 묻혀 창호지 위를 살살 문질렀다.콩알만하게 구멍이 뚫리자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거무룩한 방 안에서 할아버지는 가야금을 끌어안고 고개를숙이고 계셨다.어두움을 삼키는 듯 할아버지의 야윈 어깨는가늘게 떨었다.할아버지도 뒤뜰에 핀 하얀 꽃 같은 아픔을지니고 사시는 가 보았다. 창이는 서럽게 핀 수정초를 쳐다보다간 냉큼 회 벽을 보고돌아앉았다. 돌 틈에서 까만 돌을 주워 들고 창이는 회 벽에 아기 새를그렸다.언제인가 눈 먼 아기 새처럼 울고 있을 때 처음 보는 할아버지는 창이를 따듯한 품에 보듬어 주셨다.그렇게 안긴 인연으로 할아버지는 창이를 양자로 들이시고 큰아드님의집에서 나와,수십 년 전에 살던 시골에서 창이와 함께 지내는 터였다.창이는 아기 새 옆에 키 작은 오동나무를 그리고그 다음,가야금을 드리운 할아버지를 그렸다.얼핏 보면 동그라미와 작대기가 얽혀 있는 낙서 같지만 창이는 제 마음을담뿍 담아냈다. 신작로까지 내려가는 샛길 귀퉁이는 창이네 마당과 이어져있었다.샛길 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오는길인지 중노인 한 분이 버들잎새를 입 끝에 물고 마당을 기웃거렸다. “계슈우?”중노인에게서 날아온 버들잎이 뱅그르르 돌다간 댓돌,할아버지 신발 위에 살포시 앉았다.할아버지는 방문을 활짝 열고내다보았다. “아이구 이 사람아...”중노인은 할아버지를 보더니 입 언저리에 곰살궂은 웃음을걸고 두 팔을 번쩍 치켜올렸다.그리곤 단풍잎같이 손바닥을펼치곤 줄에 매달린 꼭두각시처럼 사뿐사뿐 춤을 추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도 중노인의 춤 장단에 맞추어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며 버선발로 걸어나오셨다. “기별도 없이 우짠 일이여어?”할아버지는 노랫가락을 붙여 물으셨다. “부평초 같은 이내몸 바람 따라 와았소.”“그려.그려.잘 왔네.”안부를 노래로 물으며 할아버지와 중노인은 얼싸 안고 춤사위를 벌렸다. 창이는 뒤뜰에서 쪼르르 달려 나와 희한한 광경에 입을 벌리고 웃었다. “창이야.어여 절 드려라.할아버지 친동생이나 진배없어.”창이는 중노인을 향해 땅바닥에 털썩 앉듯 서투르게 절을 했다. “네가 바로 갸 구나.”할아버지는 윗도리 속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창이에게 내미셨다. “얼른 아래께에 내려가서 소주 두어 병만 사오너라.”그러자 중노인이 배죽배죽 웃으며 안 저고리에서 술병을 꺼내 들고 찰랑찰랑 흔들어 보였다. “으이구….도깨비 같은 눔.”할아버지의 술판은 점점 여물어만 갔다.한바탕 술판이 무르익지니 강 저편에는 노을이 풀리고 있었다. “성님,가얏고를 다시 만들어보오.”할아버지는 맥없는 한숨을 뚝 떨구었다. “예끼….가당치도 않지.그게 언제 적 일인데….”“성님이 가얏고를 좀 잘 지었소? 형수님이 그렇게 가시지만 않았어도….”고개를 젓는 중노인의 이마엔 금방 움푹한 주름이 패였다. 할아버지는 엷은 노을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창이는 오동나무까지 휘휘 울리다 그쳤던 할아버지의 가야금 소리를 떠올렸다. 그 옛날 할아버지는 이 곳 강가에서 가야금을 만들며 사셨다고 한다.할아버지의 소원은 영영 시들지 않는 소리 꽃을 피우는 가야금을 만드는 거였다.할머니 또한 가야금 타는 솜씨가 빼어나 두 분은 가난했지만참 행복하게 사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독한 가난으로 할머니가 세상을 뜨신 이래 할아버지는 두 아드님을 데리고 도시로 나가셨다고 했다.그 후에도 할아버지는 이곳으로 돌아올 날만을 꿈꾸며 사셨다고 했다. “다시 가얏고를 지을 수만 있다면 오죽 좋겠는가.허나 이젠 늦었네.가슴은 그대로라고 친들 손이 너무 굳어먹어서…쯔쯔.”“그래도 그 솜씨가 어디 갔겠소? 다시 만들어 보오.나두 성님이 만든 가얏고 소리가 그리워서 그러오.”중노인은 할아버지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얏고 임자는 제가 다리를 놓아 드리지요.”할아버지는 눈을 감고“꿈이라도 꾸어봄세….”그러더니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머뭇머뭇 말을 이었다. “여보게,실은 말일세.내가 그 분을 만난 적이 있다네.”“누구요?”할아버지는 중노인에 귓속말을 했다.그러자 중노인이 눈을크게 떴다. “우륵님을?”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에이….성님도….연세가 드니깐 별 농을 다 치네.허허허….”중노인은 할아버지를 힐끔 흘겨주더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느 초겨울,찬바람이 문밖에서 잠을 깨우는 이슥한 새벽이었다. 창호지에 뿌리는 달빛처럼 아득하게 가야금 소리가 들려왔다.창이는 잠결에,씨익 미소짓다간 눈을 떴다. 할아버지가 두루마기를 두르고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게 보였다. 창이는 이상한 생각에 조용히 일어나 할아버지를 뒤따라 나갔다.여느 때와는 다른 걸음걸이로 할아버지는 마당을 가로질러 샛길로 성큼성큼 사라졌다.창이도 얼른 샛길 쪽으로 달려갔다.할아버지는 어느새 산비탈로 옷자락을 날리며 오르고 있었다.바람에 날아가 듯한 뒷모습이었다. “할아버지.할아버지.”아무리 불러도 할아버지는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꼬부랑길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찬바람이 낙엽을 휘날리고 발목은 가시가 할퀴는데 얼마나쫓아 왔을까? 창이는 언제인가 할아버지가 들려준 산도깨비가 떠올라 할아버지를 죽자고 따라 올라갔다.고개 하나를 넘자 장다리 장송들이 하늘을 우러르다 잠이 든 까뭇한 벼랑이 나왔다.거기를 벗어나니 강바람이 불어왔다. 쏴아…. 달빛은 밝기만 한데 할아버지는 큰 바위로 올라가 겨울,강바람을 온전히 맞고 서 계셨다.할아버지의 머리칼과 두루마기자락이 마구 휘날렸다.그 때,창이가 꿈결에서 들었던 가야금 소리가 은은히 스쳐갔다. 할아버지는 바위에서 넙죽 절을 하였다.그리고 강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바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가야금의 소리 꽃이 하늘로 강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동녘이 밝아왔다.창이는 할아버지가 되돌아간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해 걸었다.내내 얼떨떨하였다. 마당에 들어서니 벌써 할아버지는 두루마기를 벗고 키 작은오동나무 숲을 돌아보고 계셨다.짚 옷이 입혀진 어린 나무줄기 마다 할아버지는 따듯하게 어루만졌다. “새벽부터 어딜 갔다 오는 겨?”할아버지는 천연덕스레 물으셨다.할아버지의 입김이 소로로오동나무 사이로 말려 들어갔다. “똥 누러.”차마 할아버지를 뒤쫓아 갔다오는 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창이를 꼭 끌어안으셨다. “내게 가장 큰 바람은 우리 창이가 우람한 오동나무처럼 잘 자라는 거여.”할아버지는 유유히 남한강을 바라보고 계셨다. 창이는 회 벽에 여우비가 내리면강 모래밭에 드리우곤 하던 무지개를 더 그려 넣었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동화부문/ 김은수씨 당선소감

    유년 시절이 떠오릅니다. 산골짜기 고향은 집집이 과실나무가 꽃을 피우고 왜 그리또래 아이는 많았는지…. 지금도 마음 설레고 배가 불러 옵니다. 어린이의 글쓰기 지도를 하면서 동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동화 선생님을 찾아뵙고 귀한 말씀도 들었습니다.막상 동화를 써 보니 참 어렵더군요. ‘동화?’ 머릿속에 널린 물음들…. 나이를 먹으며 세상을 살아보니,키 커진 사람들이 모두 어릴 적 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유난히 맑은 날,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높푸른 창공과 가슴을 찌르는 햇살…. 아기 새에게 먹이를 나르는 어미 새처럼 나도,맑고 푸른 하늘을 휘휘 돌다간 은빛의 귀한 것을 어린이에게 물려주는 동화 작가가 되었으면…. 부족한 제 글을 그래도 이쁘게 봐주시고 제게 그 꿈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너무나 감사합니다.그리고 글은 삶이라고늘 말씀하시던 선생님,참 감사합니다.동화 쓰기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그렇게 기도를 세월처럼 쌓으려 합니다. 김은수. ◆약력. 본명 김진경.1967년 충북 수안보 출생.1991년 안동대 국문과 졸업.글쓰기 지도 교사.
  • [굄돌] 허물어지는 추억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촌의 외가에는 큰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사랑채 옆의감나무에는 흔한 종류의 감이,마당 한 구석 측간 가는 길에있던 나무에는 길쭉한 모양의 감이 달려있었다.익기 전에 따서 삭혀 먹거나,홍시가 되도록 놔두다 장대로 따서 먹기도했다. 뒤뜰 너머 언덕 위는 대나무 밭이었다.울창한 대나무 숲 속을 걷는 일은 늘 흥분이었다.봄이면 숙모는 죽순을 베어서무쳐 주셨는데,심심한 듯하면서도 새롭던 맛을 그 후로는 느껴보지 못했다.언덕에는 굴이 두 개 있었는데 무,배추,고구마 등을 넣어 두었다.어린 눈에는 언제나 신비로운 곳이었다. 여름에는 원두막에서 막 따낸 싱싱한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먼 들의 경치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도 있다.점심 때면 숙모가 만들어주신 뜨겁지만 고소했던 수제비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빨래하는 숙모를 따라 나섰다가 물살 급한 수로에 빠졌다.바로 연결된 수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그때 사촌형이 그 수통 속에 몸을 던져 나를 구해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서 등줄기가 늘 서늘해지곤 한다. 외가 앞에는 꽤 큰 연못이 있었는데 어느 해인가 가뭄이 심해 물이 많이 줄었다.동네 사람들이 연못에서 손으로 물고기들을 잡았다.사촌 형들이 큰 물통 여러 개가 차도록 고기를많이 잡아서 일가 친척들이 나눠 먹었다.특히 민물고기를 좋아하던 아버지는 사촌 형들이 삼십 리 떨어진 우리 집까지그 것을 갖고오자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큰집도 외가와 비슷한 시골이었다.감나무가 있었고 입구엔깨죽나무가 있었다.장대 끝에 잡아맨 낫으로 훑어낸 잎을 무침해서 먹었다.고소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향이 나는 그 맛을 40년만인 지난해 어느 사찰에서 다시 만날 수가 있었다.꽃바탕이라고 부르던 뒷산 공터에서 형과 누나들은 ‘하루’라고 부르던 공놀이를 했다.어리다고 끼워주지 않아서 구경만했다.겨울철 토끼 몰이의 기억도 묻어난다. 이제 큰집은 허물어져서 밭이 되었고 외가도 빈집이 돼서대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고 한다.정녕 그 모든 것들은꼭 이렇게 사라져야만 하는것인가?▲나해철 시인 성형외과원장
  • 2001 길섶에서/ 은행 굽기

    휴일 남한강 언저리에 있는 한 고가를 찾았다.‘ㄱ’자형으로 된 초가집은 200년 이상 됐다고 한다.앞마당은 온통 노랗게 물든 은행잎으로 가득했다.담장을 끼고 선 아름드리 은행나무의 수령도 300∼400년은 됐을 것이라고 한다.주인은 올해 여기서 수확한 은행이 두 가마나 된다고 했다.이 나무로부터 20여m 떨어진 마당 한쪽에는 몇십년밖에안돼 보이는 작은 은행나무가 서 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서로 다른지라 고목에 은행이 많이 달리는 것이 젊은 은행나무 탓인지 알 수는 없다. 마당 가운데 모닥불을 피웠다.마른 등걸에 불이 붙어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연기가 가시자 주인이 열매살(果肉)을벗겨 알맞게 말린 은행을 바가지에 담아 왔다.철사로 만든석쇠는 은행알 굽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은행은 껍질이 타지 않아야 초록색의 속알맹이가 말랑말랑해 맛있다.껍질이 탄 것은 알맹이도 반쯤 타 버리거나딱딱하게 굳어 버리고 만다.뜨거운 열을 감싸 알맹이를 알맞게 익혀주는 껍질의 역할이라니. 이경형 논설위원실장
  • [씨줄날줄] 최음제

    ‘사랑의 묘약’이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요즘이다.청순한 이미지로 남성들의 인기를 누렸던 한 연예인의 히로뽕 파문이 도화선이 됐다.미약(媚藥) 혹은 최음제(催淫劑)란 명칭부터 신비감을 자아낸다.성행위 능력을 강화시켜주거나 성적 쾌감을 극대화시켜 주는 약물을 통틀어 일컫는다.매사가 남녀 구분이 분명하거늘 최음제만은 남녀 구분없이 효과를 발휘한다니 그 또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의 묘약’을 구하려는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고대까지 올라간다.최음제를 뜻하는 영어의 애프러디지애크(Aphrodisiac)는 우리에게 비너스로 더 잘 알려진 그리스의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에서 연유됐다.그리스 시대엔 벌써 요즘 최고의 최음제 원료가 되고 있는딱정벌레류가 사용됐다고 한다.로마에서는 허브의 일종인마편초를 지니고 다니며 사랑의 불씨를 살리는 쏘시개로활용했다는 것이다. 동양에선 일찍부터 매자나무가 요긴하게 쓰였다.한방 최고의 미약으로 통하는 음양곽은 바로 매자나무에 복령,대추를 넣어 만든다고 한다.봄에 노란꽃을 피웠다가 9월쯤에 붉은 열매를 맺는 매자나무는 주위에서 흔히 자라는 활엽 관목이다.하루는 양치기 소년이 무리를 종횡무진하는숫양을 발견하고 눈여겨보다 다른 양과 달리 매자나무 잎과 가지를 먹는 데서 그 신비를 알아냈다고 한다. 요즘 시중에서는 전래 요법대신 요힘빈과 캔새리딘(Cantharidin)이란 약물이 암거래되고 있다고 한다.모두 의약계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약물들이다.임상대상의 30% 정도만효과를 얻는 데 그쳐 약물로서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부작용이 심하기 때문이다.딱정벌레의 일종인 스페니시플라이로 만든 캔새리딘은 독성이 강해 치명적이고 인도나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요힘빈이란 나무에서 축출한 요힘빈역시 가축 교미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묘약’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다는얘기다.‘금지된 탐닉’을 넘보지 말라는 자연의 섭리일것이다.그렇다면 마약류나 최음제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은 무엇때문인가.나름대로 이유가 있다.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강한 자기억제력이 있다고 한다.약리작용으로 억제력을 풀어줌으로써 성적 쾌락이 극대화되는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설명이다.편안한 마음이 최고의 최음제인 셈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2001 길섶에서/ 호박넝쿨

    도심의 주택가,매연에 찌든 향나무에 늙은 호박 하나가 힘겹게 매달려 있다.시골 살다가 아들 성화에 못이겨 서울로 온 노친네가 심은 것이리라.호박을 매달고 있는 가냘픈 넝쿨이 낭떠러지에서 자식의 손목을 붙들고 있는 어머니 손목처럼 애처롭다. 출근 길,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호박을 발견한 것은 추석 무렵이었다.옹색한 곳에 자리잡았다가 바람에 나무가 심하게 흔들려서인지,아니면 자신의 무게 때문에 어디서 미끄러졌는지 매달려있는 품새가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처럼 불안해 보였다.그러나 한달 남짓 지난 뒤,이파리들이 누렇게 말라버리고 호박을 붙들고 있는 넝쿨도 까실까실 탄력이라곤 없어 보이지만 호박은떨어질 것 같지 않다.눈에 익숙해진 탓인지 오히려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어 그대로 화석이 돼버린 것같은 호박넝쿨을 보면서 마지막 남은 치약을 짤 때 대학 다니는 손주보다 훨씬 힘이 세신 어머니의 손 힘을 떠올려 본다.그렇다.저 질긴 힘 속에 세상이 유지되는 비밀이 있다. 김재성 논설위원
  • 감보다 단 ‘사랑의 단맛’

    ‘사랑의 감맛 느껴보세요’ 양천구 구민들이 2년째 관내 가로수와 녹지대에서 감을 수확해 불우이웃들에게 ‘사랑의 단맛’을 전해주고 있다. ‘구민실천단원’,‘양천환경의제21’등 6개 환경단체회원을 중심으로 한구민 50명은 1일 목동운동장 앞 안양천길에서 그동안 가꾸어온감나무에서 감을 수확했다. 이날 수확한 감 60개들이 50여상자는 관내 복지시설에 보내진다.적은 양이지만 구민과 구청 직원들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배어 있다.구민들은 해병대전우회를 중심으로 감시단까지 만들어순찰을 돌며 감을 지켜왔다. 양천구에는 안양천길 말고도 목동중심축 및 신트리·파리공원 등에 감나무 450여주가 심어져 있어 가을이면 빨갛게 영근 감이 고향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허완 양천구청장은 “아파트숲에서 시골의 정취를 느껴보자는취지로 심은 감나무가 이젠 양천의 상징처럼 됐다”며 “복지시설에 계신 분들이 다른 어떤 선물보다 정성이 깃든 감을 반긴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2001 길섶에서/ 까치밥

    어릴 적 우물가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를 따던 때 얘기다. 새벽마다 내린 무서리에 감나무 잎파리들은 모두 떨어져 버렸고 앙상하게 드러난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그 홍시들이라니.짙푸르다 못해 쪽빛에 가까운 늦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익을 대로 익은 그 빠알간,그 홍시들은 어찌나 눈이시렸던지. 어른들은 기다란 장대로 홍시를 따서 삼태기에 담았고 우리 꼬마들은 실수로 땅에 떨어지는 홍시들을 다투었다.어른들은 감나무 윗가지에 달린 홍시 몇 개를 남겨두면서 ‘까치밥’이라고 했다.“까치도 먹어야 살 게 아니냐”면서.그때 우리는 장대가 짧아 그런 핑계를 대는 것이려니 했다. 세월이 흘렀다.뭘 좀 안다는 지식인들은 그때 우리 선대들이 남겨 놓았던 그 ‘까치밥’을 두고 ‘상생(相生)의 철학’과 ‘생태(生態)존중’을 들먹이며 설(說)을 풀었다.그러나 이제는 감나무가 통째로 ‘까치밥’이 됐다.감을 딸 일손이 없기 때문이다.그 지식인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장윤환 논설고문
  • [분필과 칠판] 새끼에 지혜 가르치는 까치

    “까악깍! 깍깍!” 햇살이 아직은 산너머에 있을 무렵 까치는새끼를 데리고 아침 공부를 시작한다. 학교 울타리에는 플라타너스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찌를듯 서있다.그 나무가 ‘학교파 까치’가문의 보금자리다.더 옛날 일은 잘 모르겠으나,학교파 까치 부부는 지난 4년동안 그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워 분가시켰다. 태풍이 심하게 불었던 지난해 까치들은 집을 조금 낮게 지었다.큰바람 한 번 불지 않고 지나간 올해는 집을 아슬아슬하게 높이 지어 새끼까치들에게 지혜를 가르쳤다.까치들이 어릴 때는이른 아침 아이들이 오지 않은 교정에서 날기 연습을 시켰다.제법 날개에 힘이 돋으면 이따금 공부 시간 중에도 유리창 가까이 새끼들을 데리고 와 ‘빙그르,빙글’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깍깍,애들아,내 새끼 까치 좀 봐라.이제 이렇게 재주를 부리며 날줄도 안단다.너희들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해라.깍깍깍!” 여름방학이 내일 모레일 때다.까치는 울타리에서 플라타너스나무로 기어올라오는 커다란 뱀 한 마리와 결투를 벌였다. “까치,이겨라! 뱀 이겨라!” 아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 응원을 하며 까치의 자식 사랑과,뱀의 적자생존이라는 생태계의 산 공부를 했다.그 학교파 까치들의 시끄러운 새벽공부처럼,교실의 아침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당번 아닌데 유리창 열게요.” 교사가 그냥 인사만 받고 말면 기어이 가까이 다가와 한번 더 소리 지른다. “유리창 열게요.”“그래라,그래.착하다.” 그렇게 웃어줘야 제일 먼저 온 홍철이는 신이 나서 유리창쪽으로 간다. “선생님! 나 창피해 죽겠어요.글쎄 우리 엄마가 임신을 했대요.” “선생님! 오늘은 넥타이 멋있어요.어제는 영 아니었거든요.” 수정이,소영이,재현이,원종이,주현이….교실 안 아이들도 재잘거리는 까치들이다. 그 재잘거리며 자라는 아이들을 가르칠 예비교사들인 교육대학생들이 수업과 임용고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교실에 인터넷이 깔리고,컴퓨터 한 대 줬으니 ICT(정보통신기술)교육은 끝이라는 근래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은 아무나 데려다 일정학점만 이수시키면 초등교육은 끝이라는 발상과 맞물려있다. 어디 초등교육이 수치화,계량화로만 끝나는 것인가? 재잘거리면서 교사와 인간교류를 통해 자라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그 아이들이 뛰노는 교정에 숫자놀음만 생각하는 교육정책입안자들,그들을 초대하고 싶다.플라타너스의 학교파 까치들에게 교육의지혜를 배우라고 하고 싶다. 김 목 전남 함평군 월야초등 교사
  • 붉게 타들어가는 남녘 축제가 있어 더욱 좋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도 지나간 이즈음.무례한 손님처럼,그리고 언제나처럼 가을은 온다 간다 인사없이 휙 돌아서 갈 터이다.올 가을은 더 짧다고 했다.강원도 명산의 단풍을 놓쳤다 해도 아쉬워할 건 없다.싸목싸목 가을이 농익어가는 남녘으로 떠나보자.가도(街道)의 풍치를 훑어볼 수 있는 자동차 드라이브도 좋고,기차여행이라면 더 좋겠다.지금 그곳엔 볼거리,먹거리로 가득한 축제가 ‘풍년’이다.축제마당들이 서로 멀지않아 두루두루 챙겨보기에도 그만이다. [장성 백양사 단풍축제] 26일부터 28일까지 장성군내 백암산과 백양사 일대,장성군 광장 등에서 열린다.백암산 주변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손톱만큼 작고 선명한 ‘애기단풍’을 감상할 수가 있다.28일로 예정된 백암산 단풍 등산대회는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백양사-백학봉-구암사-덕흥리-백양사까지 애기단풍 숲을 돌아나오는 약 12㎞에 걸친 등산로(약 4시간 소요)가 절경이다. 내친 김에 백양사 주변의 크고 작은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도 알찬 여행이 됨직하다.쌍계루,운문암,영천암,약사암,감로천,대웅전,비자림,비림,용수탕,천진암,청류암,봉황대 등 소문난 ‘백양 12경’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이곳 축제 길에는 여행가방 가득 채워오고 싶게 만드는 특산품들도 유난히 풍성하다.감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고장이라이맘때면 갓 말려낸 햇 곶감이 지천이다.이것 말고도 단감과 사과,복분자술 등의 특산품 판매전이 축제현장 곳곳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교통편은 부담없이 호남선 장성행 고속버스를 타도 좋다.장성에서 백양사까지는 1시간 간격으로 연계버스가 운행된다. 기차여행의 운치를 기대한다면 철도청에서 운행하는 내장산등산열차를 타자.27일 오후 11시40분 서울역에서 백양사역까지,28일 오후 4시 백양사역에서 서울역까지 무궁화호가 운행된다(약 4시간 소요).문의 (02)723-7675. [고흥 유자축제] 유자도 가을 즐기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상.제철을 맞아 국내 제1의 유자 생산지인 고흥에서 이를 앞세운 축제가 없을 리 없다.30일부터 11월1일까지 사흘동안고흥은 온통 은은한 유자향기에 취한다.고흥공설운동장,종합문화회관 등지에서햇 유자와 가공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된다.또한 현장에 직거래 장터가 따로 열려 관광객과 유자농가를 직접 연결해주기도 한다.수십 년된 유자 향이 그윽한 낭만의 산책코스를 들러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덧붙여 하나 더.31일에는 제4회 전국판소리경연대회(종합문화회관 대공연장)가 열려 운치를 더한다.문의 (061)830-5244. [익산 보석문화축제] 25일부터 11월4일까지 11일동안 이리귀금속 보석판매센터 일원에서 열리는 이색축제 마당.꼭 보석마니아가 아니더라도 10만여점의 희귀 보석들이 한꺼번에쏟아져 나온 진풍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다이아몬드를 제외한 보석들을 시중가보다 20% 싸게 살 수 있다는점도 주목할만하다.보석가공 체험은 물론이고 무료로 보석감정도 받을 수 있다. 27·28일,11월3·4일은 관광열차를 타고 미륵사지석탑과 익산쌍릉 등 주변 문화유적까지 둘러볼 수 있는 당일코스 여행도 가능하다.웹투어 (02)565-6567. 황수정기자 sjh@
  • 이주일의 아동도서/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에릭 로만 지음 / 미래M&B. 새 한마리가 갑자기 나무가지를 떠난다.무작정 아래로 날아간다.어디로 왜? 다음 그림을 보니 한 밤중에 번개가 친다.아마 비도 오겠지.한 장을 넘기니 비를 피해 날아든 곳이 나온다.공룡들의 뼈가 이곳 저곳에 서 있다.박물관쯤 되나보다…. 미래 M&B가 내놓은 ‘이상한 자연사 박물관’(에릭 로만지음·이지유 해설)은 독특한 그림책이다.한 마디 대사도없이 그림으로만 이어진다.그것도 약간 우중충한 파스텔톤뿐이다.보기에 따라선 무책임한 편집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저마다 해석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기엔 제격일 수도 있다.부모는 잠깐 잠깐 도와주면 된다.다시 새의 날개를 따라 여행을 해보자. 천장 밑을 맘대로 날다가 공룡의 이빨 사이에서 까불기도한다.다시 번개가 치면서 공룡들이 되살아 난다.태초의 하늘과 식물도 보인다.바탕도 초록색으로 바뀐다.날아다니는공룡에 쫓기던 새는 커다란 공룡에 먹힌다.배부른 표정의공룡이 보인다 싶었는데 새는 공룡 몸속을 지나 바깥으로나온다.새는 자기도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이렇듯 ‘이상한…’은 박물관에 들어선 어린이가 환상에젖었다 밖으로 나오며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을 아무런 설명없이 그림으로 옮겼다.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그저 아이에게 맡겨보자.한 권의 책으로 판타지와 현실을 넘나들 수있도록.3세부터.9,800원이종수기자
  • [CLEAN 3D] 김포 가구업체 르포

    ***안개같은 분진 숨이 막힐듯.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마산리 D가구업체 공장 연마실.6명의 중년 여성들이 목재 표면을 샌드 페이퍼와 샌딩기(연마기)로 열심히 갈아대고 있었다. 기계음 소리도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지만 목재를 갈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방안을 가득 채워 안개와 같았다.나무가루는 아주머니들의 머리에 뽀얗게 앉고눈썹·콧구멍까지 뒤덮어 마치 눈을 맞은 듯했다.집진시설이 작동되고 창문마저 활짝 열어 놓었지만 10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으로는 먼지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회사는 가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인도네시아에서 장롱·책상·침대 등을 수입해 표면을 벗겨낸 뒤 다시 칠해 판매하는 업체.하지만 목재를 다루는 과정이 다른 가구공장에 비해 많지 않음에도 엄청난 양의 나무 분진이 발생한다.나무의 면을 고르고 부드럽게 만들어 도색하기 좋도록 하는 연마과정이 샌드 페이퍼 작업 7회,샌딩기와 브러시 등 기계작업 2회 등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이러한 작업환경에서 하루 8시간씩 일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월급이 얼마냐”고 묻자한 아주머니는 대답은 않고 빙긋이 웃는다. 연마작업이 끝난 가구는 옆에 있는 도장실로 옮겨진다.래커와 우레탄 등의 도료를 목재에 칠하는 과정에서는 도료 분진이 작업자의 건강을 위협한다.스프레이에서 뿌려지는 도료가 직접 사람의 몸에 닿지 않더라도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작업장내 공기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도장작업 역시 4회 이상반복된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정부로부터 4억원의 환경시설 설치자금을 지원받아 집진시설 등을 설치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P가구공장.이곳은 철재가구를 주로 취급해나무분진은 발생하지 않지만 철골 구조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철분진이 생겨나 문제가 된다.특히 용접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발생하고 철강을 절단하고 프레스하는 과정에서는 안전사고 위험마저 있다. 철재가구 역시 도장작업을 거쳐야만 완성되는데 도장실에는 각종 도료가 산처럼 쌓여 있다.화공약품으로 된 도료의 분진은 호흡을 통해 사람의 폐로 흡입되면 심각한 해를 끼칠수 있는 유해성분이다. 도장실 한켠에 있는 공기통로에는 도료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걸러지도록 천으로 된 필터가 설치돼 있다.도료 성분이 밖으로 배출되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환경부가 필터 설치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도료 성분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작업자에 대한 위험요인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때문에 근로자 산재방지의무가 있는 노동부는 필터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있어 부처간에 갈등이 일기도 한다. 김포시 하성면 하사리 S가구공장.이곳 목재작업실의 집진시설은 아예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작업실 천장 부분에 커다란 원통 모양을 하고 있지만 두꺼운 천으로 가려져 있어무슨 시설인지 분간조차 어렵다.2년전 7,000만원을 들여 설치했지만 경기침체로 작업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작동이중지된 상태다.이곳 도장실에도 도료의 외부배출을 막기 위한 필터가 설치돼 있다. 이 회사 대표 조모씨(54)는 “7년 거치 분할상환 조건으로환경시설설치자금을 융자받았으므로 외상으로 환경시설을 설치한꼴”이라면서 “영세업체가 환경시설을 제대로 설치,운용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인력난에도 시달리고 있다.공장규모나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17∼18명이 적정인원이지만 근무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없어 현재는 10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조씨는 “다른 회사보다 나은 봉급을 주고 일요일·공휴일은 모두 쉬게 하고 있음에도 종업원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포 김학준기자 kimhj@. ■전문가 대책 제언-배기장치 설치·보호구 착용 필수. 우리나라 가구산업은 70년대 합판이 주요 수출품으로 등장하면서 한때 발전을 거듭했으나 수출 침체로 사양산업화되면서 합판 업체들이 대거 가구업체로 전환,내수체제로 전환됐다. 외환위기 이후 급속한 내수산업의 침체로 가구산업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 주거지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등 집단주택 주거 형태로 급격히 변화되고,주거공간의 리모델링 등으로 가구산업의 경기가 차츰 되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구업종은 국민의 생활 및 사무공간의 고급화로 지속적 발전이 가능한 유망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제조과정에서의 분진,소음과 도장공정에서의 유기용제 취급 등 안전 보건상에 있어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가구제조업은 전국 5,255개소(3만6,619명) 중 50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장으로 규모가 영세하고,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업장이 5,191개소(27,993명)로 98.80%(종업원은 76.44%)를 차지하고 있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가구제조업의 재해율은 3.12%로 우리나라 평균 재해율 0.73% 보다 4.27배가 높아 정부에서는 가구 제조업을 취약업종으로 분류,특별지원을 하고 있다. 가구 제조업의 유해ㆍ위험요인은 목 분진에 의한 피부염,기관지 천식,알레르기,도장 작업시 각종 유기용제 증기폭로에의한 유기용제중독,가공작업시 강렬한 소음에 의한 소음성난청,단순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의 직업병 및 작업관련성 질병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유해ㆍ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분진,유기용제 등 유해물질이발생하는 장소에 국소배기장치 설치 ▲연마 등의 소음발생시 발생원에 대한 흡음ㆍ차음ㆍ음원 격리 ▲유해인자에 적합한 개인보호구 지급·착용 등을 들 수 있다.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는 ▲전문기관에 의한 작업환경측정 및 근로자 특수건강진단실시 ▲공정별(工程別),유해인자별 공학적 개선 대책에 대한 기술지도 ▲직업병 및 작업관련성 질병 예방을 위한 기술지원 실시 등의 특별지원 계획을 수립·지원하고 있다.목재 가구제조업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한매일신보사,노동부,한국산업안전공단,전문기관 등이 ‘안전하고 깨끗한 사업장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이 운동은 국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 벌이는 사업으로 많은 가구제조 사업장이 이 운동에 참여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창구 한국산업안전공단 인천지도원장.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비엔나에 내리는 비’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참석차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비행기가 영종도 활주로를 차고 오르자 서해 바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왜 그때 형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생각이들었는지? 섬진강가 굽이굽이마다 피어 있을 갈대숲과 수줍은 모습으로 조금씩 제 얼굴을 붉히고 있을 단풍나무를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며칠 전 내가 쓴 과학동시집 ‘방귀에 불이 붙을까요’를 읽고 보내온 글 때문이겠지요. “형,웬만하면 시골 교정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하고 말하고 싶었습니다.그곳에는 야트막한 초막집이 있다면서요?감나무가 따다 만 채로 서울간 아이들을 기다리고 서 있고벌어진 밤송이가 제몸을 이기지 못해 후두둑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구는 그런 곳,단풍이 먼 산을 넘어 손짓을 하고 있는 곳이라지요? 그러나 지난달 미국에서 벌어진 기막힌 비극의 영상(映像)과 공습에 찌든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오버랩돼 떠올라 편지 쓰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특히 테러사태 때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에 타고 있던 승객 제르미 클릭이 추락 직전 아내에게 핸드폰을 통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비행기에 타고 있는 나의 가슴 속 음성사서함에 날아와 박혔습니다. “여보! 당신을 사랑해.정말 사랑해…사랑해…우리 딸 에미도 정말 사랑해.그 애 좀 잘 돌봐줘.당신이 남은 인생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꼭 행복해야 돼.그리고 그 결정이 내마음을 평안하게 할거야.” 형!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음악의 도시 빈에는 비가 내리고 있을 겁니다.떠나올 때 공항 기상청 직원이 그렇게 내게알려주었습니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이 묻혀 있는 음악가 묘지에도 비가 내리고 있겠지요? 이미 내 머릿속은 과학기술도 원자력 발전도 아닌,섬진강의 가난한 시인과 빈에 대한 상념으로 가득차 몸을 뒤척이게 되었습니다.그 순간 나는 종이를 꺼내 시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비엔나에 내리는 비 오늘 내리는 비는 사랑하는 자들의 것이다. 어제 내린 눈은 사랑이 지나간 자들의 것이다. 그리움의 이불을 덮어주마 낙숫물 소리가 사랑을 닮았다 사랑은 빗물처럼 흐르다 젖고 서로를 끌어댕긴다. 비엔나에선 사랑이 모여 비가된다. 나는 과학도,원자력도,모두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휴먼터치(Human Touch)’라는 생각입니다.인간의 향기가 나고 세상의 보잘 것 없는 것들조차 따뜻하게 감싸 안는 ‘야트막한 사랑’이 모락모락 밥짓는 연기처럼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새로 나온 동시집 한 권을 들고 형 곁으로달려가겠습니다. 섬진강에도 혹시 지금 비가 내리고 있나요? 김영환 과기부장관
  • [씨줄날줄] 알밤줍는 마음

    고향집 뒤꼍에 밤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추석 무렵이면 하나 둘 밤송이들은 금이 간다.활짝 벌어진 것보다 약간 벙긋한 송이가 더 동심을 자극한다.금간 사이로 살짝 내비치는속살,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햇빛이라도 받으면 그냥은못 있는다.장대를 들고 오거나 팔매질을 한다.첫 서리가 내리고 나면 ‘뚜욱 뚝’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알밤 떨어지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설렌다.가을 비가 내린다음날 아침은 뒤꼍이 온통 벌겋다.지금은 고향에 가도 그밤나무가 없다.고목이 돼 베어버리고 그루터기만 남았다.추억만 남고 옛 친구들이 없는 고향처럼 밤 줍는 즐거움이 없는 옛집은 그래서 쓸쓸하다.내 나이 50이 넘은 지금도 성묘길에 밤나무 밑을 지나면 공연히 땅바닥을 기웃거린다.그러다 풀섶에서 빈대밤이라도 하나 찾아 내면 버리지 못하고주머니 속에 넣는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북한군 하사 1명이 알밤을 줍다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두 차례나 넘어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북한군 병사는 군사분계선상에서 자라 가지가 남북 양측으로 뻗은 밤나무 밑에서 밤을 줍다가 우리측 지역에 떨어진 밤을 줍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1∼2m 가량 잽싸게 넘어 왔다가 되돌아가곤 했단다.그런데 이 장면이유엔사측에서 설치해 놓은 폐쇄회로 카메라에 포착됐다고한다. 유엔사는 군사정전위 특별조사팀을 현장에 보내 조사한 결과,북한군이 넘어온 흔적을 발견하고 정전협정 위반임을 들어 북측에 회의를 갖자고 제의했다.그러나 북한군은 경미한 사안임을 들어 거부했다.이같은 해프닝은 지난해 9월에도발생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남북에 걸쳐 있는 밤나무,그리고 그 나무의 남쪽으로 뻗은 가지에 달린 알밤의 소유권을 따지기는 복잡하지만 북한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은 분명히 휴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알밤을 줍는 그 병사의 동심이 더 반갑다. 그 병사의 고향 집에도 밤나무가 있을까.알밤 하나 주으려고 다람쥐처럼 잽싸게 군사분계선을 넘는 병사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아리다. 통일은 요원하다고 치자.공동경비구역을 지키는 남북한 병사들만이라도 늦가을 어느날,비무장으로 나와함께 밤을 털어 철모에 수북수북 나눠 갖는 날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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