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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에 전남 민간 정원 10곳 선정

    ‘대한민국 아름다운 정원’에 전남 민간 정원 10곳 선정

    산림청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선정한 ‘대한민국 아름다운 민간 정원 30선’에 전남지역 10개 정원이 포함됐다. 민간 정원은 법인이나 단체·개인이 가꾼 정원을 시·도지사가 등록하고 일반에 개방한 정원이다. 전국에 150여 곳이 있으며, 전남에는 27곳이 등록돼 있다. 아름다운 민간 정원은 풍경이 좋은 정원, 쉼이 있는 정원, 전통과 예술 정원, 즐기는 정원, 색다른 정원 등 5개 분야로 선정됐다. 풍경이 좋은 정원에는 숲과 기암괴석, 예술 오브제가 결합한 ‘화순 바우정원’과 섬으로 가는 뱃길·원시림, 바다 풍경이 함께한 ‘고흥 힐링파크 쑥섬’이 이름을 올렸다. 저수지와 산을 조망하는 안뜰 정원에는 ‘해남 문가든’이 쉼이 있는 정원으로 뽑혔다. 전통과 예술 정원에는 70년 세월의 플라타너스가 있는 ‘구례 반야원’과 300년 고택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구례 쌍산재’, 폐교를 미술과 문화공간으로 만든 ‘고흥 하담 정’, 순천만이 있는 ‘순천 화가의 정원 산책’이 선정됐다. 즐기는 정원에는 편백 숲이 아름다운 ‘보성 성립 정원’과 동서양 식물이 아름다운 ‘담양 죽화경’, 매화와 향나무가 어우러진 ‘구례 천개의 향나무숲’이 포함됐다. 박종필 전남도 환경산림국장은 “전남은 정원의 고장이며 그중에서도 민간 정원은 정원주가 평생 가꾸고 조성한 곳”이라며 “전남의 정원문화 확산과 정원관광 활성화, 정원산업 주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지역경제, 맞춤형 복지에 집중” 관악구 추가경정예산 확정

    “지역경제, 맞춤형 복지에 집중” 관악구 추가경정예산 확정

    서울 관악구가 제301회 관악구의회 임시회의 심의를 거쳐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 647억원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추경을 거쳐 관악구 2024년 예산은 1조 1066억원으로 늘어났다. 관악구 관계자는 “정부의 긴축 재정 운용과 세수 감소 등 어려운 재정 여건을 극복하고 주민이 체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사업에 중점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후반기 민선 8기 운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추경 편성 주요 사업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28억원) ▲맞춤형 복지 지원(93억원) ▲구민 생활안전(103억원) 등이 있다. 지역경제활성화 예산은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670여 명의 하반기 공공일자리 창출과 관악형 아트테리어 사업과 중소기업육성기금 조성 등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을 통해 튼튼한 지역경제 기반 구축에 기여할 예정이다. 구민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지원에는 93억원을 편성했다. 부모급여, 성장 양육 지원금, 어린이집과 청소년시설 개·보수 지원 등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관악 조성에 집중했다. 또한 신림동쓰리룸 이전, 평생학습관 시설 보완, 관악중앙도서관 환경개선 등 주민의 문화 복지 환경 향상을 위한 예산도 적극적으로 편성했다. 구민의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저화질 CCTV 교체, 신대방역 주변 지구단위계획 수립, 빗물관리시설 확충·보수, 도로·하수시설 보수, 어린이공원 내 위험수목 정비 등 103억원을 편성해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관악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관악구는 지난 7월 ‘공원여가국’을 신설하고 낙성대공원 내 ‘힐링정원’, 별빛내린천 생태 경관 개선 사업 등 주민들이 도심 속 자연에서 여가와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산림, 여가 활동이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앞으로도 ‘창문을 열면 꽃과 나무가 보이고 물이 흐르는 힐링도시 관악’ 만들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민생의 어려움으로 많은 구민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추경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되길 바란다”라며 “의결된 예산으로 구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 은빛 억새가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정선 민둥산 [두시기행문]

    은빛 억새가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정선 민둥산 [두시기행문]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민둥산은 이름처럼 정상에 민둥민둥하게 나무 한 그루 보기 쉽지 않다. 산 전체가 둥그스름하게 끝없이 펼쳐진 광야와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산으로 억새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해발 1118.8m의 민둥산 7부 능선까지는 관목과 잡목이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지만 이후에는 나무가 거의 없다. 석회암 지역의 ‘돌리네’(Doline)가 형성되어 특이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때 돌리네는 퇴적된 석회암이 물에 녹아 웅덩이처럼 움푹 파인 땅을 말한다. 7부 능선을 지나면 정상까지 이어지는 구릉지를 가득 채운 억새들이 바람을 맞으며 마치 바다에서 유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약 20만평에 달하는 곳에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억새들이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민둥산의 억새는 참억새로 높이가 1~2m까지 자란다. 가을이 되면 줄기 끝에 부채꼴 형태로 이루어진 잔털 모양의 하얀 이삭이 패는데 이를 억새꽃이라 칭한다. 가을철 완연한 단풍과 함께 일렁이는 새하얀 억새들이 하늘 거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민둥산 억새를 보기 위한 산행은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있는 증산초교에서 시작한다. 경사가 완만한 코스(3.2㎞)와 가파른 코스(2.6㎞) 중 두가지 길이 있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정상까지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 부근의 완만함과 달리 초반 등산로는 경사도가 급하고 숨이 턱에 찰 것 같은 오르막을 제법 올라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흙으로 된 구간이어서 미끄러울 수 있으니 이점 참고하여 등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9월 말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민둥산 억새축제는 아름다운 경관을 느끼며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상시행사로는 사진 전시회, 전통공연, 민둥산 등반대회 및 아리랑 자전거 대회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 특산품도 만나볼 수 있으며 다양한 강원도 토속음식의 맛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정선의 명물인 ‘정선오일장’(2·7일)에서는 이곳만의 정취와 푸근한 시골 인심이 넘쳐나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있다.
  • 그곳은 어떤가요… 부재 중인 가을을 만날 수 있나요 [강동삼의 벅차오름]

    그곳은 어떤가요… 부재 중인 가을을 만날 수 있나요 [강동삼의 벅차오름]

    # 이창동 감독의 영화처럼… ‘시’처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이젠 작별을 할 시간/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서러운 내 발목에 입맞추는 풀잎 하나/나를 따라 온 작은 발자국에게도/작별을 할 시간//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나는 기도합니다/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여름 한낮에 그 오랜 기다림/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당신의 작은 노랫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삼나무 숲으로 둥그렇게 둘러싸인 ‘미스테리 서클’ 같은 오름 2010년 개봉작 이창동이 연출한 5번째 장편 영화이자 노배우 윤정희 주연의 ‘시’ 엔딩에 나오는 ‘아네스의 노래’라는 시다. 제63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를 10여년이 흐른 어느날 새벽 눈을 떠 TV를 켰다가 빠져든다. 내 눈동자에 물이 고인다. 내 가슴에도 물이 고인다. 실제처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역을 맡아 열연한 윤정희라는 대배우도 배우지만, 밀양 여중생사건을 모티브로 피해자들에게 바치는 ‘추도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어쩌면 우리의 기억 속에는 앤소니 홉킨스 주연의 ‘더 파더’의 대사처럼 ‘내 모든 잎사귀가 다 질’ 것처럼 모든 기억은 사라질 지 모르지만, 사라지지 않는 기억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은 잊혀지겠지만, ‘아네스의 노래’에 나오는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란 구절이 가슴에 콕 박혀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가을같지 않은 가을이지만 가을은 오고 있다.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이 있는 고촌(古村) 송당마을을 지나는 길에 만난다.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사람같은 오름’ 아부오름은 정상까지 10분도 채 안 걸리는 매우 낮은 오름이다. 늦게 까지 머물던 여름이 나홀로 나무밑 그늘에서 쉬다가 나뭇가지를 간지럽히고 떠나간다. 나홀로 나무 아래 햇살, 한줄기 빛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한 여자가 휴대폰을 보고 그 모습을 한 여자가 그 나홀로 나무를 배경삼아 찍고 있다. 휴대폰의 화면속으로 가을이 스며드는 듯 하다. 그렇게 가을은 저만치서 아주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다. 아부오름은 사면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바깥 둘레는 약 1400m, 바닥 둘레 500m, 화구 깊이는 78m로 크고 넓은 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오름의 백미다. 오름 정상에 함지박과 같은 둥그런 굼부리 안 원형 삼나무숲은 신비스럽다. 침범하면 안 되는 성역처럼 느껴진다. 드론이 찍은 오름의 전경은 마치 분화구 속 삼나무가 둥그렇게 둘러싸여 자연적으로 생긴 ‘미스테리 서클(크롭 서클)’을 연상시키는 듯도 하다. 그 미스테리 서클을 전망대에 올라가 찍어보려 애쓴다. # 영화 ‘이재수의 난’ 배경이 된 오름… 가을같지 않은 가을은 오고소나무 너머로 분화구 주위에 원형으로 삼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영화 ‘이재수의 난’(박광수 감독·이정재 심은하 주연)을 찍을 때 심은것이라고 설이 있다. 출입처에서 날마다 만나는 연합뉴스 KOSS 기자는 아부오름을 소개할 때 ‘이재수의 난’도 언급하면 더 이야기가 풍성해질 것 같다고 했다. KOSS 기자는 2주에 한번 소개하는 내 연재에 관심을 보여주는 열성(?) 팬이기도 하다. “이번엔 어디 오름 다녀오셨어요” 라며 월요일 출근하면 안부처럼 묻는 그가 때론 고맙고 때론 힘이 되기도 한다. 팬의 고마운 제안에 ‘이재수의 난’을 검색해본다. 제주도의 민란을 중심소재로 다룬 현기영의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가 원작이었다. 1987년 희곡으로 각색되어 연극으로 공연된 것을 1999년 박광수 감독이 ‘이재수의 난’으로 영화화한 것이었다. 1901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천주교인과 주민들 간의 충돌사건을 다룬 영화로 한국과 프랑스 합작영화였다. 17개의 전봇대를 뽑아내는 등 어렵게 진행된 야외촬영 과정에서 차량전복 사고도 발생했던 것도 검색하는 과정에서 확인돼 놀랐다. 이재수의 난이 흥행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제52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심사위원 2등상을 탄 수상 이력도 있었다. 아부오름 입구에서 30m 떨어진 곳에는 지금은 실제 부부가 됐지만 영화 ‘연풍연가’에서 장동건과 고소영이 앉았던 팽나무와 벤치가 있다고도 했다. 현재는 나무들이 너무 자라 분화구 안을 자세히 볼 수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몇년 전만 해도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 사진찍곤 했으나 지금은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채 10분도 안되는 정상, 너무 쉽게 다다르니 분화구를 한바퀴 돌게 된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산책로 양옆으로 수국이 길게 심어져 있다. 한바퀴 도는 내내 만났다. 내년 6월쯤 오면 무성해진 수국이 꽃을 피워 또다른 명소가 될 것만 같다. 가족여행을 왔다면 아이와 오르기도 쉬운 오름이어서 강추한다. 어른은 또다른 오름 하나 더 올라야 성이 찰 듯 싶다. 그만큼 금세 정상과 조우한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 가을의 부재… 존경하는 인물의 부재…시를 쓰겠다는 마음의 부재아부오름의 전 사면은 풀밭과 초지로 이루어져 있다. 화구 안에는 줄띠를 두른 것 같은 모양으로 조림된 삼나무로 구획되어 있다. 분화구 안에도 둥그런 모양으로 삼나무가 구획된 가운데 상수리나무, 보리수나무, 청미래 덩굴, 풀솜나물, 찔레덤불이 우거져 있단다. 산 모양이 믿음직한 것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좌정해 있는 모습 같다’ 하여 한자로는 아부악(亞父岳, 阿父岳)으로 표기하고 있고 송당 마을과 당오름의 앞(남쪽)에 있는 오름이라 하여 전악(前岳)이라고도 표기한다. 亞父란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 阿父는 아버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설화에는 산방산은 백록담에서 뽑혀 나간 산이라는데, 이 분화구에서 뽑혀 나간 덩어리는 어디쯤에 또 하나의 오름으로 자리잡고 있을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나무들이 키가 크는 바람에 분화구 안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안타깝다. 다행히 한바퀴 다 돌고 나면 출발점에서 분화구 안을 찍으려던 전망대에 다시 오른다. 구좌 일대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가을이 오지 않을 것처럼 유난히 더웠던 2024년 여름, 지친 나무들이 한줄기 바람곁에 절망같은 시름을 내려놓는다. 여름같은 9월이 지나고 가을같지 않은 10월도 지나간다. 지금도 한낮엔 가을은 부재다. 무심코 생각하니 가을만 부재는 아닌 듯 싶다. 부재(不在)란 단어처럼 그곳에 있지 않는게 너무 많다. 아버지도 부재고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도 부재다. 아부오름에 오르니 그런 상념에 빠진다. 영웅은 고사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사라진 부재의 시대에 사는 우리. 이창동 영화의 ‘시’처럼 우리는 점점 인간성을 상실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 법을 모르고 사는 건 아닐까. 시의 대사처럼 ‘시를 쓰는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이 부재한 것처럼…. #잠깐, 여기서 쉬었다 갈래… 송당리 동화마을은 핑크뮬리의 가을을 전송해드립니다 중산간마을에 이렇게 큰 별다방 매장이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중산간마을에 이렇게 큰 공원이 생길줄 누가 알았으랴. 중산간마을에 성이시돌목장에만 있는 아이스크림을 팔 줄 누가 알았으랴. 그리고 중산간마을에 그 어디에도 없는 시그니처 브레드를 파는 빵집이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그 빵집에는 오메기떡을 삼낀 꺼멍빵, 오름을 형상화한 제주말차 가나슈 타르트케이크, 제주 청보리 카스테라 등 신박한 빵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오픈한 제주동화마을은 제주 동부오름 군락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주변 오름 능선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친화적인 공원이다. 21개 테마의 정원으로 꾸며졌다. 핫플로 뜨면서 유명 F&B 매장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입장료 없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중산간 대천동사거리를 통과하는 차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다. 제주시로 가다가, 서귀포 성산으로 향하다가, 516도로를 타려다가 잠시 들르게 되는 쉼터같은 공원이다. 수국철에는 수국이 활짝 피고, 문그로우와 에메랄드 그린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마치 신들의 섬처럼 다양한 모양의 돌들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지금은 가장 서쪽 편에 핑크뮬리가 연인과 가족의 발길을 붙잡는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부재했던 가을을 누군가에게 전송하고 싶다면, 잠시 쉬었다 가도 좋은 쉼터다. 물론 제주다움과 제주닮음 사이를 헤매는 풍경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 해운대 장산에 ‘힐링 쉼터’ 준공

    이건희 회장 유족 기부 해운대 장산에 ‘힐링 쉼터’ 준공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부산 해운대구에 기부한 땅에 힐링 쉼터가 조성됐다. 해운대구는 최근 장산 계곡 힐링 쉼터 경관 사업을 준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21년 이 전 회장의 유족이 해운대구에 기부해 만들어진 보전형 공유지에 주민 쉼터를 조성한 것이다. 기부한 땅은 3만 8000여㎡로 축구장 5개 크기에 달한다. 해운대구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개발제한구역 주민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5억원을 투입해 숲속 책방, 숲속 쉼터, 황톳길 등 다양한 휴식·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숲속 책방 26.5㎡ 면적으로 지난달 준공했다. 이곳에 비치한 신간 2000여권을 빌려 소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서 읽고, 운영시간(오후 1시~4시) 이내에 반납하면 된다. 숲속 책방은 대천공원 입구에서 장산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장산 숲 관리소인 사랑채 아래 계곡에 있다. 숲속 쉼터는 사랑채에서 장산 방향으로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폭포사 맞은편 계곡에 있다. 어린이를 위한 숲 체험 행사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숲속 집을 배치했고, 전망 공간, 보행데크, 다양한 종류의 벤치도 있다. 나무 그늘에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 190m 황톳길도 만들었다.
  • 소나무재선충병 신규 발생 지역 10곳 중 6곳은 ‘인위적 감염’

    소나무재선충병 신규 발생 지역 10곳 중 6곳은 ‘인위적 감염’

    최근 3년간 소나무재선충병(재선충병) 신규 발생지역 대부분은 인위적 확산으로 나타났다. 감염목의 이동 차단 등 부실 관리 및 무단 이동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재선충병 방제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재선충병이 신규 발생한 14개 시·군 중 64.3%인 9개 지역이 감염목을 화목·용재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위적 확산이 추정되는 지역은 대전 동구와 경기 과천·안산, 전남 화순·나주, 경북 청송, 강원 화천·철원, 충남 당진 등 9개다. 연간 100만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사라지는 현실에서 확산 차단의 기본인 무단 이동 단속은 줄고 있다. 적발 건수가 2019년 160건, 2020년 76건, 2021년 96건, 2022년 57건, 2023년 52건, 2024년 3월 기준 15건으로 집계됐다. 조치는 방제 명령이 전체 96.5%(440건)를 차지했고 벌금 및 과태료 부과는 각각 9건, 7건에 불과했다. 산림청은 소나무류 취급 업체에 단속 계획 및 소나무류 무단 이동 시 처벌될 수 있다고 알린 후 소나무류 생산·유통에 대한 자료 비치 여부와 소나무류 미감염(생산) 확인증·영수증 등 관련 서류 확인을 통해 무단 이동 및 취급·활용 여부를 단속한다. 김 의원은 “재선충병 감염목이 제한 없이 이동하면서 인위적 확산 원인으로 지적된다”라며, “감염목의 무단 이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엄하게 처벌해 재선충병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맨발 황톳길 걷고 더 촉촉해진 영등포[현장 행정]

    맨발 황톳길 걷고 더 촉촉해진 영등포[현장 행정]

    양평교~신정교 구간 1.1㎞ 산책길 촉감 좋은 습식형 구조·지압 효과 “구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도시 조성” “습식 황톳길은 처음이에요. 모래가 쫀득쫀득하니 참 좋네요. 매일 와야겠어요.”(서울 영등포구민 강순자씨)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가 안양천 제방 산책로에 총 1.1㎞에 이르는 맨발 황톳길 조성을 완료하고 ‘맨발걷기 행사’를 개최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과 구민 등 20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황톳길 초입에 새로 만들어진 습식 황톳길을 걸으며 깔깔대고 웃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황톳길은 ‘건식’ 황톳길이다. 영등포구는 안양천 제방 산책로 황톳길을 ‘습식’으로 만들었다. 습식 황톳길은 말 그대로 수분을 머금은 촉촉한 황톳길이다. 습도 유지를 위해 황톳길 가장자리에 설치된 장치가 주기적으로 안개를 분사한다. 구민 A씨는 “습식 황톳길 촉감이 좋다. 요즘 매일 한 시간씩 걷는다. 황톳길 덕분인지 운동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잠을 잘 잔다”고 말했다. 습식 황톳길을 지나면 건식 황톳길이 나온다. 영등포구는 모래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모래를 갈아엎는다. 건식 황톳길을 걷다 보면 ‘황토볼’ 구간이 나온다. 황토볼은 황토를 구슬 모양으로 단단하게 뭉쳐 놓은 것이다. 지압 효과가 있다는 게 영등포구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를 맞아 영등포구는 황톳길의 끝에 ‘황토 마스크팩 체험장’을 만들었다. 구민들은 편안하게 누워 황토를 얼굴이나 손등에 발랐다. 이영선(63)씨는 “피부에 좋다고 해서 발라 봤다. 부드럽고 시원하다. 피부가 진짜로 좋아질지 봐야겠다”고 말했다. 안양천 제방 산책로 맨발 황톳길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2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양평교에서 양평2 보도육교, 양평1 보도육교에서 목동교, 오목교에서 신정교까지 이르는 총 3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 신발 보관대, 흙 털이기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황톳길 양옆에는 벚나무가 빼곡하다. 봄에는 벚꽃비를 맞으며 맨발로 걸을 수 있다. 최 구청장은 “우리 구민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답답한 신발은 잠시 벗으시고 안양천 맨발 황톳길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시기 바란다”며 “구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 평택,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앞장

    평택,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앞장

    “평택시는 경제적으로 성장해온 만큼 탄소중립에 의무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의 산업단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을 최소화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서 나무 심기 사업을 시작했고, 수소경제에 뛰어들었습니다.” ‘탄소중립 시장’을 자임한 정장선 경기 평택시장의 민선 8기 핵심 시정목표가 담긴 발언이다. 평택시는 곳곳에 ‘도시 숲’을 조성해 대기의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도시 열을 낮추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019년부터 약 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현재 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평택시 내 공원은 471개로, 경기도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다. 평택시는 2026년까지 1000개의 공원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 숲 조성과 함께 평택시는 수소로 탄소배출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먼저 모빌리티 분야에 수소를 도입했다. 수소전기차, 수소 버스, 수소 트럭 등 수소 모빌리티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수소의 생산과 가공, 유통과 활용까지 모두 아우르는 미래형 수소복합지구도 평택항에 조성 중이다. 청정수소를 바탕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환경도 조성하고 있다. 청정수소를 평택항 에너지 부두를 통해 수입하고, 평택항 인근 발전소에서 청정수소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이를 기업에 공급하는 체계를 2028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평택시는 2026년까지 지역의 화력발전을 수소에너지발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평택 화력발전의 연간 발전량은 6291GWh으로, 257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정 시장은 “탄소중립의 핵심은 탄소배출 제로다. 이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수소경제에 뛰어들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평택을 중심으로 수소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산업단지, 도시, 항만을 연계하는 수소에너지 기반의 탄소중립지구 조성으로 기후변화와 산업전환에 대응하고 태양광 등의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해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 “입산 통제 안해 사고나”…‘초속 36.8m 강풍’ 설악산 1명 사망·2명 부상

    “입산 통제 안해 사고나”…‘초속 36.8m 강풍’ 설악산 1명 사망·2명 부상

    태풍급 강풍이 불어닥친 23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에서 나무가 쓰러져 사상자 3명이 발생했따. 일찍이 강풍 특보가 발효됐음에도 입산 통제가 내려지지 않아 사고가 야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1분쯤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36.8m를 기록한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에서 나무가 쓰러져 등산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당시 현장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한 등산객 A(61)씨와 아내 B(57)씨는 “정상까지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앞서가던 등산객들 위로 나무가 순식간에 쓰러져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A씨는 “설악산에서 입산 통제를 안 하니까 당연히 문제가 없을 줄 알았고, 평일이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르고 있었다”며 “사고가 난 뒤에야 뒤늦게 국립공원에서 입산 통제를 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설악산에는 이날 오전 3시쯤 강풍주의보가 발효됐고, 오전 8시 15분쯤 강풍경보로 격상됐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날 8시 35분부터 공룡능선, 서북 능선, 오색∼대청봉, 비선대∼대청봉, 백담사∼대청봉 등 고지대 탐방로부터 입산 통제를 했다. 비선대 울산바위, 토왕성폭포 전망대, 흘림골, 주전골 등 저지대 탐방로를 포함한 전 구간 입산 통제는 오전 9시부터 이뤄졌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강풍 특보가 발령된다고 무조건 입산 통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상 특보와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해 입산 통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로 찰과상 등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은 A씨 부부는 하산 이후 개인적으로 병원을 방문, 사무소 측에 치료비 배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비법정 탐방로가 아닌 정상적인 등산로를 이용했고, 입산 통제 없이 산에 오르다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썩은 나무로 인해 사고가 났다”며 “그런데도 설악산 측은 천재지변이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계단 등 구조물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관련 보험에 따라 배상할 수 있지만,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는 사전에 예측 불가능해 배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 설악산 덮친 ‘태풍급 강풍’에 등산객 사망…쓰러진 나무에 맞아

    설악산 덮친 ‘태풍급 강풍’에 등산객 사망…쓰러진 나무에 맞아

    23일 강원 동해안과 산간 지역 등에 강풍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등산객이 쓰러진 나무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강풍에 의해 소방 출동 건수는 총 57건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나무 등이 쓰러지면서 도로 장애 26건, 간판 등 쓰러짐 3건, 기타 28건이다. 오전 8시 41분쯤 강원 속초 설악산 울산바위 인근에서 등산객 A(66)씨가 쓰러진 나무에 맞아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다리와 어깨 등을 다친 B(64)씨와 C(56)씨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36.8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오전 8시 44분쯤 강릉 주문진읍 한 도로에서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는 과정에서 전신주 전선을 건드리면서 일대 주택과 상가 649호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한전은 인력을 투입해 이날 오전 9시 57분쯤 복구를 완료했다. 또한 오전 9시 39분쯤에는 평창 대관령면 유천리에서 전선에 나무가 걸려 소방당국 등에 의해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 같은 날 동해 단봉동에서도 펼쳐놓은 몽골텐트가 강풍에 날아간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에 의해 안전조치가 진행됐다. 현재 강릉 평지·동해 평지·태백·삼척 평지·속초 평지·고성 평지·양양 평지·강원 북부 산지·중부 산지·남부 산지엔 강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또 정선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 설악산서 강풍에 나무 ‘뚝’…등산객 3명 깔려 중경상

    설악산서 강풍에 나무 ‘뚝’…등산객 3명 깔려 중경상

    강원 설악산에서 등산객들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깔리는 사고가 났다. 23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1분쯤 속초 설악산 내원암 인근 등산로에서 강풍에 쓰러진 참나무에 깔렸다. 이 사고로 A(66)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다리와 어깨 등을 다친 B(64)씨와 C(56)씨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36.8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현재 강원 동해안에는 강풍경보가 내려져 있다. 이날 오전 강릉 주문진읍의 한 도로에서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전신주 전선을 건드려 인근 주택과 상가에 1시간 넘게 전력공급이 끊겼다.
  • “한강 ‘채식주의자’ 애들 못보게 해야…경악 금치 못해” 학부모 주장

    “한강 ‘채식주의자’ 애들 못보게 해야…경악 금치 못해” 학부모 주장

    학부모 단체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관련해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22일 성명을 통해 “한강 저서를 읽어보지 않은 국민 대부분은 실제 작품의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소식만으로 대단히 기쁜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학연은 “한강 책을 읽은 사람 중에는 ‘어른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대단히 많은 상황”이라며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책에서 형부와 처제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내용 등을 문제삼으며 “이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전국의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하려는 시도에 학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학연은 “누가 보아도 청소년 유해 매체물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성년인 초·중·고등학생에게 권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도서에도 미성년 보호를 위해 연령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학연은 교육부와 산하 시·도 교육청,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를 향해 ▲채식주의자를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 ▲채식주의자가 공공도서관 아동·청소년 서가에 비치되지 않도록 바로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전학연이 이날 시작한 채식주의자 비치 반대 서명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개인 1만 474명, 단체 195개가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영국 맨부커상 국제 부문(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으며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세계의 작가’ 반열에 처음 올려놓은 문제작이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고, 또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한강의 작품은 강도 높은 성적 묘사나 가공할 폭력이 잔혹하게 자행되는 장면 등이 상세하게 묘사돼 일부 독자는 “읽기가 힘들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2016년 5월 KBS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강과 대담을 한 가수 김창완도 방송에서 채식주의자의 폭력 장면 묘사에 대해 “뒤로 가면 너무 끔찍하다. 이걸 어떻게 읽나”라고 말했다. 당시 한강은 이런 지적에 대해 “내가 오히려 가장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게 폭력의 장면”이라면서 “이 사람(주인공)이 왜 그렇게 폭력이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를 결국은 폭력적인 장면을 통해서밖에 말할 수 없기에” 그렇게 썼다고 설명했다.
  • 쉿! 560년 비밀 속으로[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쉿! 560년 비밀 속으로[조현석 기자의 투어노트]

    ‘야생에는 세계를 보존하는 힘이 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 때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자연 속에서 삶의 근본적인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경기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광릉숲)은 위대한 야생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56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은 긴 세월만큼이나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무덤인 ‘광릉’을 보호하기 위해 광릉숲 전체를 1468년 ‘능림’으로 지정하면서 오랜 기간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올가을 반가운 소식은 일반 관람객들이 들어갈 수 있는 숲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길 인근에는 최근 ‘비밀의 정원’이 조성돼 18일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동안 ‘비개방 지역’이었던 이곳은 560년간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었던 지역이다. 자연이 빚어낸 색채들의 아름다운 향연이 펼쳐진 수목원을 지난 11일 임영석 국립수목원장과 함께 돌아봤다. ●‘비밀의 정원’ 18일부터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개 가을빛으로 완연한 국립수목원 산책로를 따라 18일 개방하는 비밀의 정원으로 향했다. 비밀의 정원은 육림호와 전나무 숲길 인근에 최근 조성한 1000㎡ 규모의 숲이다. 비밀의 정원은 비개방 지역이었던 이곳에서 수백년 넘은 밤나무가 발견되면서 밤나무를 볼 수 있도록 길이 200m 정도의 산책로를 만들었다. 국립수목원은 전체 면적이 1200만㎡에 달하지만 보전과 산림생물종 연구를 위해 대부분이 비개방 지역이고 102만㎡만 수목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목원 규모만 축구장 140개 크기다. 굳게 닫혀 있던 비밀의 정원 입구로 들어서자 천혜 자연을 품은 숲이 펼쳐졌다. 육림호까지 내려가는 작은 하천을 건너 언덕길을 오르자 산초나무, 서어나무, 다래나무, 까치박달, 졸참나무, 생강나무, 음나무, 박쥐나무 등 야생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 온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 방치된 고사목들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멧돼지 목욕 터를 지나 5분 남짓 산길을 오르자 산책로 끝에 웅장한 모습의 밤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둘레가 어른 2~3명이 감싼 크기다. 아직 정확한 수령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백 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비밀의 정원은 일반 관람객에게 처음 개방하는 곳이다 보니 아직 수목원 안내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곳이다. 개방 후에도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적으로는 방문할 수 없고 수목원에서 운영하는 숲해설가의 안내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18일 광릉숲친구들과 산림생산기술연구소, 남양주시와 경기도 관계자 등을 초청해 비밀의 정원 개방 행사를 한 뒤 19일부터 일반 관람객들의 사전 신청을 받아 관람이 시작된다. 숲해설가와 동행하는 관람은 하루 한 번 선착순으로 10명 내외를 모집하며,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된다. 국립수목원은 1987년 개원 당시에는 광릉수목원이었으나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승격했다.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연간 40만명이 찾는다. 임 원장은 “국립수목원은 다른 수목원과 달리 인공적으로 조성한 곳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면서 “온대 북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성숙림으로 방문객들이 오래 와서 머물며 우리 숲의 가치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을빛으로 물든 전나무 숲길과 육림호 비밀의 정원을 나와 수목원의 인기 명소인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길이가 200m에 이르는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다. 1923~1927년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에서 종자를 가져와 증식한 것으로 수령이 100년이 넘은 오래된 나무들이다. 숲길에서는 전나무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를 느낄 수 있다. 전나무 숲길을 내려오자 멀리 수리봉(535m) 아래 육림호가 반긴다. 육림호는 연잎으로 덮인 연못과 가을빛이 물든 나무들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하게 만든다. 육림호 뒤편 습지식물원 너머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은행나무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광릉시험림으로 불리던 1970년 식목일에 이곳을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나무를 사랑하고 산림을 애호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라며 은행나무와 함께 전나무와 잣나무 9000그루를 심었다. 식수 당시 14년생 나무였던 은행나무는 역사를 간직한 채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국립수목원에는 역대 대통령들이 식목일을 전후해 모두 기념식수를 위해 다녀갔다.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기념비 주변 등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를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유엔이 정한 ‘세계산의 해’를 맞아 산림 헌장을 제정한 뒤 강원도 평창에서 가져온 17년생 금강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고산식물인 주목,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신품종인 ‘금빛노을’로 불리는 황금색 주목,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구상나무를 각각 심었다. 인근에는 국내 임업에 이바지한 인물들을 기리는 ‘숲의 명예 전당’이 있다. 기업 임업의 효시인 최종현 SK그룹 창업주와 충남 태안에 천리포 수목원을 만든 미국계 귀화 한국인 민병갈 박사 등의 동판을 볼 수 있다. ●석가모니가 득도한 ‘인도보리수’ 후계목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 열대 식물을 볼 수 있는 열대식물자원 연구센터에는 2014년 인도 정부로부터 받은 ‘인도보리수’가 있다. 한국과 인도의 역사·문화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받은 나무로 석가모니가 득도한 불교 4대 성지인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에 있는 인도보리수의 후계목이다. 인도보리수는 전 세계 불교 신자들에게 신성시되는 인도에서 반출이 엄격하게 제한된 나무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며 국내에는 유일하게 수목원에서 볼 수 있다. 인도보리수는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보리수 씨앗을 7개월 동안 정성 들여 키운 것으로 국내에 들여올 때는 화분에 담긴 30㎝ 크기의 작은 묘목이었다. 이곳에서 자라면서 3m 이상의 큰 나무가 됐다. 인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번식이 제한돼 있어 지금도 화분에서 자라고 있다. 인도보리수는 뽕나무과의 활엽수로 가지가 많아 하나의 작은 숲을 형성할 정도로 무성하다. 나무의 수명은 900~1500년이다. 인근에 있는 산림박물관은 동양 최대 규모의 산림박물관이다. 한국의 전통 양식으로 설계됐으며, 내부와 외부를 모두 국산 목재와 석재로 마감했다. 5개의 전시실에는 숲과 자연식물, 세계임업, 한국임업 등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가을을 알리는 ‘계수나무’의 달콤한 향기 산림박물관에서 수목원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가을빛으로 가득하다. 단풍뿐 아니라 숲에서 나오는 자연의 달콤한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진다. 가을을 알리는 계수나무의 향기다. 가을이면 계수나무의 작고 동그란 초록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달콤한 향을 뿜어낸다.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인 계수나무는 낙엽활엽교목이다. 원래 계수나무는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아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도입됐다. 수목원에는 1920년 일본에서 들여온 계수나무의 ‘모수’(母樹)가 있다.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계수나무들이 관상수원에 있는 이 나무의 자손이다. 수목원에는 어린 나무부터 고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 945종이 분포하고 있는 산림 자원의 보고다. 또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를 포함한 3977종의 곤충과 까막딱따구리, 올빼미 솔부엉이 등 조류 180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도 다양하다. 이곳에 있는 두메부추는 국내 북부지역에서만 생육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20~30㎝의 식물로 8~9월 연분홍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광릉과 봉선사로 이어진 2.3㎞ 산책로 수목원 주변으로도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수목원에서 광릉과 봉선사로 이어지는 길도 수목원 못지않게 아름답다. 수목원에서는 광릉과 봉선사까지 나무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가 이어진다. 수목원 입구에서 광릉까지는 650m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광릉에서 1.7㎞(도보 25분) 정도 걸어가면 고려 시대 사찰인 봉선사가 나온다. 광릉은 조선 7대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능이다. 조선왕릉 최초로 왕과 왕비의 능을 서로 다른 언덕 위에 따로 만들었다. 세조의 유언에 따라 무덤 둘레에 병풍석을 세우지 않았고,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하마비가 남아 있다. 입구에서 왕릉까지는 숲길을 따라 500m 정도 걸어가면 된다. 봉선사는 고려 광종 때인 969년 운악산 기슭에 운악사라는 이름으로 세운 사찰이다. 정희왕후가 세조의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중창하면서 봉선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내부에는 조선 범종의 귀중한 연구자료인 봉선사대종(보물 397호)이 있다. ■ 여행수첩 사전 예약 : 국립수목원은 생태 보존을 위해 사전 예약(홈페이지 오전·오후 구분 예약)을 받으며 입장 인원(3500명 이하)이 제한돼 있다. 주차장은 사전 예약 차량만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이며 주차료는 승용차 3000원이다.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운영 시간 : 4~10월은 오전 9시~오후 6시, 11월~3월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다. 월요일 휴무다. 가는길 : 국립수목원은 포천시와 남양주시 경계에 있다. 국립수목원은 포천시 소홀읍이지만 바로 옆에 있는 광릉과 봉선사는 남양주시 진접읍이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과 지하철 4호선 진접역에서 21번 버스가 운행한다. 의정부역에서 45분, 진접역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 폭력에 저항한 여인들… 여성 문학 편폭 넓히다 [한강의 시간]

    폭력에 저항한 여인들… 여성 문학 편폭 넓히다 [한강의 시간]

    현실, 부정적이고 억압적일 때변화와 탈출에 대한 욕망 커져‘내 여자의 열매’ 속 식물이 된 아내 10년 뒤 ‘채식주의자’ 영혜로 변주식물 형태로 드러난 여성성해를 향해 뻗는 저항성 상징 아시아 여성 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 작가는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에 저항하는 여성 인물을 꾸준히 그려 냈다는 점에서 여성 문학사에 풍요와 깊이, 편폭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1997년 소설 ‘내 여자의 열매’에서 2007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이어지는 여성 인물의 ‘식물 되기’는 폭력의 세계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지금 이곳의 현실이 부정적이고 억압적일 때 변화와 탈출에 대한 욕망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홀린 듯이 싱크대로 달려갔다. 플라스틱 대야에 넘치도록 물을 받았다. 내 잰걸음에 맞추어 흔들리는 물을 왈칵왈칵 거실 바닥에 쏟으며 베란다로 돌아왔다. 그것을 아내의 가슴에 끼얹은 순간, 그녀의 몸이 거대한 식물의 잎사귀처럼 파들거리며 살아났다. 다시 한번 물을 받아와 아내의 머리에 끼얹었다. 춤추듯이 아내의 머리카락이 솟구쳐 올라왔다. 아내의 번득이는 초록빛 몸이 내 물세례 속에서 청신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며 나는 체머리를 떨었다.”(‘내 여자의 열매’ 중에서) ‘내 여자의 열매’에는 ‘낭종처럼 뭉쳐 있는 나쁜 피’, ‘지긋지긋한 피’를 갈아 버리고 싶은 여성 인물이 등장한다. 여성은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꿈을 낭만적인 몽상쯤으로 취급한다. 점차 말수를 잃어 가고 햇빛만을 갈망하던 아내는 어느 날 식물로 변해 있다. 아내는 식물 되기를 통해 더이상 어떤 상처도 입지 않고 무엇에도 파괴되지 않는 존재로 거듭난다. 이 소설의 변주로 볼 수 있는 연작소설이 ‘채식주의자’다. 한강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10년 전의 이른 봄, ‘내 여자의 열매’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중략) 언젠가 그 변주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0년 전의 내가 짐작했던 것과는 퍽 다른 모습이 되었지만 이 연작소설이 출발한 것은 그곳에서였다”고 썼다. 채식주의자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영혜는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다. ‘내 여자의 열매’와 ‘채식주의자’ 두 소설의 뿌리는 같지만 한강 소설 속 여성 인물의 ‘식물 되기’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아간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 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야위는 거지. (중략)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채식주의자’ 중에서) 영혜는 자신의 몸속에 절대로 무기가 될 수 없는 둥근 가슴을 지녔지만 동시에 맹수처럼 작은 동박새를 거칠게 물어뜯는 이빨을 지닌 여성으로 묘사된다. 고 김미현 문학평론가는 ‘페미니즘이 포스트페미니즘에게’라는 비평을 통해 “남성성 혹은 여성성이라는 젠더 정체성이 이분법적으로 고정돼 있지 않고 해체·교차·연기되는 가운데 그 안에서 전복적 정치성이 싹틀 수 있다”며 한강의 식물성 속 동물성이 “여성성과 남성성 사이의 경계 자체를 무화하거나 해체하며 재구성한다”고 분석했다. 비단 가부장제의 폭력성에 저항하는 여성의 이야기만 그린 것은 아니다. 한강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낸 ‘소년이 온다’에서 여성 인물인 동호 어머니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담았고,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세 여성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는 학살의 폭력성과 가부장제의 폭력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속 여성성은 연약하지만 끈질긴 식물성의 형태로 드러난다”며 “거의 모든 소설에서 폭압적 세계 앞에서 고요히 저항하며 부드럽게 위로 솟구치는 생성의 힘이 나타난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본능적으로 해를 향해 뻗어 나가는 식물의 향일성은 한강의 소설에서 놀라운 능동성과 저항성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금목서 꽃향기가 궁금하신가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금목서 꽃향기가 궁금하신가요

    10여 년 전 이맘때 출장으로 싱가포르에 갔다가 식물학자인 지인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함께 초대받은 연구자 중엔 중국인도 있었다. 그는 집들이 선물로 중국인들이 먹는다는 떡을 가져왔다. 설기와 비슷한 그 떡을 한 입 베어 무니 오묘한 단맛이 났다. 그것의 이름은 계화떡. 중국에선 중추절에 말린 목서 꽃을 넣어 떡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그날 먹은 떡의 달콤한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서울에서 자란 나에게 목서는 낯선 식물이었다. 남부지역에서는 마당과 길가 화단, 주차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는데, 서울에서는 식물원의 온실에 가야 겨우 목서속 식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 먼 사막의 다육식물이나 열대우림 식물을 소개하는 온실은 많아도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사는 식물을 소개하는 온실은 희귀하다. 이 계절이면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SNS)에서 금목서 꽃을 자주 볼 수 있다. 영상과 사진을 본 사람들은 말한다. 금목서 향기가 그렇게 좋다는데 어떤 향인지 너무 궁금하다고. 누군가는 길가에 널렸는데 궁금할 게 뭐가 있냐고 하고 또 누군가는 금목서에서 단 껌 냄새가 난다고 한다. 어떤 이는 그런 향이 아니니 속지 말라고도 한다. 이렇듯 향기가 짙은 금목서는 이맘때 자주 화제의 중심에 선다. 먹고사는 문제와 동떨어진 식물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금목서가 매년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들에게서는 사진과 영상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꽃 향이 나기 때문일 것이고, 수도권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우리나라에서 남부지역에 사는 이 식물들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인 듯하다. 언젠가 경남 통영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지인이 말했다. 금목서 꽃이 필 때 남녀 할 것 없이 길가에 떨어진 꽃차례를 주워 교복 주머니에 넣어 두고 종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꽃향기를 맡았다며 무심히 금목서에 얽힌 추억을 말하는 그가 나는 참 부러웠다. 금목서 이슈를 접할 때마다 한편 시원한 느낌도 든다. 금목서에 관해서만큼은 수도권이 아닌 남부 지역민들이 앎의 주도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나 역시 수도권에서 살아왔지만 문화, 예술, 경제 모든 면에서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리고, 늘 자신 있는 주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금목서에 관한 대화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산다는 사실만큼 무의미한 일도 없다. 물푸레나무과 목서속 중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종은 목서, 금목서, 구골나무, 구골목서, 박달목서 등이며, 이들은 교잡되고 개량돼 정원과 화단에 심어졌다. 우리가 은목서라 부르는 나무가 실은 은목서가 아닌 구골나무이거나 구골나무와 목서의 교잡종인 경우가 많다. 꽃 시장에서는 목서를 만리향이라고도 부른다. 백리향, 천리향도 아닌 ’만리향’이라 부를 정도로 이들 향은 강하고도 선명한 것이다. 목서는 원산지인 중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 애용돼 왔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계화, 계수라 부르며 도시마다 조경수로 심고, 요리에 넣고,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나에게는 1995년 중국에서 발행된 목서 시리즈 우표가 있다. 우표에는 중국에서 볼 수 있는 네 종의 주요 목서가 그림으로 담겼는데, 이 그림만으로 중국의 목서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됐다. 우표에는 꽃이 미색-노란색인 ‘금계’, 흰 꽃의 ‘은계’, 주황색 꽃에 향기가 강한 ‘단계’, 은계와 비슷하고 향이 옅지만 1년 내내 꽃을 피우는 ‘사계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금목서라 부르는 종은 ‘단계’이다. 목서는 ‘오스만투스’라는 속명으로 중국을 넘어 서양에서 활용됐다. 이들 속명조차 그리스어 ‘오스메’(향기로운)와 ‘안토스’(꽃)에서 유래했다. 이름 그 자체로 향기로운 꽃인 셈이다. 이 달콤하고도 상큼한 향은 에르메스, 샤넬 등 유명 향수의 원료이다. 목서속 식물의 향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은 데엔 향 자체가 좋은 이유도 있지만 꽃에서 꽃 냄새가 아닌 열매 냄새가 나는 것, 기존에 우리가 맡아 왔던 꽃 향 영역 밖의 향을 낸다는 데에 있지 않나 싶다. 흔히 향 업계에서 금목서 향은 살구, 복숭아, 자두, 가죽처럼 식물의 꽃과는 거리가 먼 향으로 비유된다. 식물 세밀화를 그린 지난 16년간 한 번도 목서속 식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박달목서마저도. 대부분 남부지역에 한정돼 재배되기에 목서속은 우리나라 누구에게도 주요 연구 대상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제주의 정원 한 군데를 기록하며 그곳에 식재된 금목서와 구골목서를 관찰해 그린 게 다였다. 목서속 식물의 꽃 향을 내내 맡았던 지난 3년은 내가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식물에 얼마나 문외한이었는지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싱가포르에서 계화떡을 먹을 때 중국인 연구자는 나에게 중국 사람들이 왜 계화(목서)를 귀하게 여기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중국에선 보름달을 가장 완벽한 존재로 여기기에, 보름달이 뜨는 궁극의 시기에 꽃을 피우는 목서 또한 신성한 존재로 생각한다고 한다. 이들 꽃 피는 시기가 특별한 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원의 나무 열매가 익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와중에 목서는 꽃을 피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가을바람에 쉬이 흩어지지 않는 목서의 아름다움을 감각할 적기다.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 이커머스는 물류, 이마트는 체험 강화… 고강도 쇄신 신세계[2024 대한민국 재계 인맥 대탐구]

    이커머스는 물류, 이마트는 체험 강화… 고강도 쇄신 신세계[2024 대한민국 재계 인맥 대탐구]

    백화점 2곳·호텔 1곳, 삼성서 독립이마트 앞세워 재계 강자로 우뚝2010년 이후 쿠팡 거센 도전 직면3조원에 사들인 이베이 효과 그닥정용진 회장 체제, 인적쇄신 속도지역 밀착형 쇼핑몰로 재탄생 박차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정용진(56) 신세계그룹 회장이 2021년(당시 부회장)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를 약 3조 4400억원에 인수하면서 내린 주문이다. 유통업계 최대 인수합병(M&A) 대어로 꼽힌 이베이코리아는 결국 신세계의 품에 안겼고, 신세계는 일약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 사업자 반열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는 유통 환경에 발맞춰 띄운 ‘승부수’는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오프라인 강자인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며 유통 1위 자리를 쿠팡에 내주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독이 든 성배’에 빗대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지난 3월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며 강도 높은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격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열사 수장을 대거 교체하는 등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알짜 백화점·할인점으로 매출 40조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를 모체로 하는 범삼성가 계열의 기업집단이다.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할 때 신세계가 가진 건 백화점 2개점(본점·영등포점)과 조선호텔뿐이었지만, 33년이 흐른 현재 전국에 153개(트레이더스 22개 포함)의 이마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12곳에 이른다. 같은 기간 1조 75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40조원을 넘어서며 재계순위 11위에 올라섰고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세계는 2011년 이마트를 인적분할하며 그해 ㈜이마트(할인점, 호텔, 스타벅스 등)와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등)를 분할 상장했다. 현재는 정 회장과 정유경(52) 총괄사장이 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지분보유율 각 18.6%)로 ‘남매 경영’ 체제를 이어 오고 있다. 두 사람의 어머니이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막내딸인 이명희(81)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씩 갖고 남매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마트의 매출이 지난해 기준 29조 4722억원으로 그룹(40조 6044억원)의 72.6%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그룹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지만 순익은 ㈜신세계에 역전됐다.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반면 ㈜신세계는 영업이익 6398억원을 달성했다. ●이커머스 공습에 수 조원대 실탄 신세계를 재계 강자로 만든 건 계열분리 2년 뒤인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내면서 시작한 대형마트 사업이었지만 2010년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체 물류망을 기반으로 신선제품까지 익일 새벽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내세운 쿠팡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신세계도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온라인 부문을 통합한 SSG닷컴을 설립했고 2018년엔 통합법인 SSG닷컴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마트(45.6%)와 ㈜신세계(24.4%)가 대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털매니지먼트로부터 1조원의 투자(30%)를 받을 만큼 사업을 키우려고 했다. BRV캐피털이 뿌리를 두고 있는 블루런벤처스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녀 구연경(46)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 윤관(49) 대표가 글로벌 파트너로 있는 벤처캐피털이다. 정 회장과 윤 대표는 2008년 결성된 국립중앙박물관 후원 모임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YFM)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회장은 “이마트는 더이상 오프라인 유통회사가 아니라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SSG닷컴에 힘을 줬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18%, 쿠팡 13%,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등) 12% 등이 포진된 상태였으며 SSG닷컴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결국 2021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한 수’를 두게 되는데, 이를 위해 이마트 성수동 본사(1조 2200억원)와 서울 가양점(6820억원)을 팔았으며 이마트·이마트트레이더스 서울 월계점과 고양 킨텍스점, 이마트 서수원점과 동탄점 등 서울·경기 핵심 자산을 담보로 1조원 규모의 부동산담보부대출까지 받았다. ●시너지 아직인데 1조원대 ‘풋옵션’까지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는 막상 신세계로 편입된 뒤 적자로 돌아섰다. 인수 직전 연간 영업이익 850억원을 내던 지마켓(G마켓, 옥션)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 갔고, 신세계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커머스인 SSG닷컴은 지금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던 당시 이미 쿠팡과 네이버 2강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던 상태라 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투자를 했다는 얘기다. 거기다 쓱닷컴이 어피너티와 BRV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맺은 계약도 올 들어 문제가 됐다. 당시 계약서엔 2023년까지 쓱닷컴이 총거래액 5조 1600억원을 달성하지 못하면 신세계가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풋옵션 조항이 있었는데, 신세계는 쓱닷컴의 거래액이 5조원을 넘었다고 주장한 반면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신세계 매출이 이중으로 잡히는 상품권을 포함해 거래액을 과대상계했다고 문제 삼으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신세계가 FI의 지분을 제3자에게 전량 매도하기로 합의하면서 문제는 봉합됐지만 연말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신세계가 이를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신세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춤하던 사이 공격적인 투자로 ‘저러다 망한다’는 소릴 듣던 쿠팡은 지난해 창립 이후 1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며 매출(31조 9298억원)과 영업이익(6174억원) 모두에서 이마트를 밀어내고 국내 유통업 1위 자리에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점유율은 쿠팡(24.5%), 네이버(23.3%), 신세계그룹(G마켓·SSG닷컴 10.1%) 순이다. ●18년 만에 회장직 오른 정용진 그룹이 최대 위기에 봉착하자 신세계 내부에선 일대 변혁이 일었다. 지난해 9월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 계열사 전체의 40%에 달하는 9명의 대표가 교체된 ‘파격 인사’가 시작점이다. 2019년 신세계에 합류했던 강희석(55) 전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경질됐다. 대신 오프라인 유통사업군인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를 통합하고 한채양(59) 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를 수장으로 선임했다. 3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 구매력을 키우고 상품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인데 올 상반기까진 실적 개선을 이뤄 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이 지난 3월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인적 쇄신엔 속도가 더 붙었다. 지난해 11월 주도적으로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한 정 회장은 최근 수시로 ‘똥밭에선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며 조직 쇄신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막대한 영업손실을 내며 이마트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신세계건설의 대표이사는 물론 영업본부장(상무)과 영업담당(상무)을 경질했다. 신세계건설에 대해선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본업으로 돌아가자” 내실 강화 신세계는 이커머스의 내실을 강화하는 한편 본업의 경쟁력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엔 G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전격 교체하면서 G마켓 대표로는 정형권(51) 전 알리바바 총괄을, SSG닷컴엔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본부장을 맡아 온 최훈학(52) 전무를 내정했다. 신세계 이커머스의 한계점으로 꼽혔던 물류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CJ와 전략적 사업 제휴를 맺은 신세계는 G마켓과 SSG닷컴의 배송과 물류를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했다. G마켓은 CJ대한통운의 내일도착 보장 서비스를 도입했고, SSG닷컴은 물류센터 운영권을 CJ대한통운에 이관했다. 신세계는 가격 경쟁력 강화와 체류형 매장 전환 등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출점을 중단하고 일부 점포를 폐쇄하기도 했던 이마트의 경우 아예 방향성을 고쳐 잡았다. 영업 기반인 외형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마트는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최근 5년간 10개의 점포(할인점)를 줄였는데 이제 더이상의 매각은 없다는 기조다. 대신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체험과 휴식이 어우러진 지역 밀착형 쇼핑 공간으로 이마트를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지난 8월 말 5개월 만에 새로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은 오픈 약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되며 향후 전략을 이어 나갈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활짝 핀 벚꽃…길조라며 반겨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활짝 핀 벚꽃…길조라며 반겨

    봄의 화신인 벚꽃이 가을에 꽃망울을 터뜨려 화제다. 단풍이 드는 10월에 벚나무 한그루 전체가 꽃을 피우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으로 이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소양로 H카페 앞 25년생 벚꽃 한그루가 지난 6일부터 서서히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다. 9일부터는 나무 전체 가지마다 꽃을 피워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화사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3월 말~4월 초에도 다른 나무들과 함께 꽃을 맺었던 이 나무는 잎이 모두 진 뒤 다시 기운을 내 봄을 선사하고 있다. 벚꽃 관광 명소인 완주 소양초~송광사간 도로변에는 많은 벚나무가 식재돼 있지만 가을에 꽃을 피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은 사상 최고 찜통 더위를 겪은 벚나무가 10월의 멋진 날에 다시 꽃을 피운 것은 길조 중의 길조라며 반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벚나무, 철쭉 등 봄에 꽃이 피는 나무들이 간혹 가을과 초겨울에 개화를 하는 것은 기후변화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벚꽃 꽃말은 순결, 뛰어난 아름다움, 절세미인, 교양, 부, 번영 등이다.
  • 책버스킹ㆍ분류난감… 지금 여기, 도서관의 ‘오래된 미래’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버스킹ㆍ분류난감… 지금 여기, 도서관의 ‘오래된 미래’ [박상준의 書行(서행)]

    아파트 지하상가서 출발한 도서관이제는 지역 커뮤니티로 자리매김사서가 ‘컬렉션’ 들고 떠나서 소통동네가게 9곳 ‘수풍로상단’ 등 협업우리가 바라는 도서관의 내일 지향호암미술관·희원 들러 단풍 물결 보고민속촌 마을 탈출·귀신 술래잡기 체험미션 깨면서 한국식 핼러윈 무드 만끽‘백남준아트센터’에선 예술 감성 충전녹지와 어우러진 건물·뒤편 풍경 장관미래의 도서관에서 종이책은 사라질까? 사서의 역할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대신할까? 그런데 그것만이 도서관의 미래일까? 경기 용인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관의 ‘오래된 미래’다. 이미 2000년부터 책과 지역사회의 플랫폼 역할에 집중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여전히 책과 사람에게 있다고 믿는다. 물론 오늘의 도서관을 여행하는 우리에게는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책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그네와 다락방의 시끌벅적 빌라와 상가가 공존하는 도심의 주택가,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은 단연 두드러진다. 마치 너른 그늘을 가진 당산나무 같기도 해서 이용자들에게 이렇게 손짓하는 듯하다. ‘여기 도서관이 있어요!’ 도서관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다행한 일이다. 그러니 동네 안에 ‘작은도서관’이 점점 늘어나는 것일 테고. 느티나무도서관은 느티나무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공공도서관이다. 2000년 박영숙 관장이 ‘느티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아파트 지하상가에 어린이도서관을 연 것이 출발이다. 2007년 지하 1층, 지상 3층의 도서관 건물을 지으며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뜻있는 시민들의 후원 등으로 운영 중이다. 입장에 앞서 외벽에 간판처럼 자리한 설립 취지 글을 읽는다. ‘만남, 소통, 어울림이 있는 마을문화를 꽃피우는 곳’이라는 문구는 느티나무도서관 아래여서 더욱 각별하다. 이제 우리의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려 노력 중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이 방식으로 존재했다. 공립이 하지 못하는 참신한 시도와 실험을 계속 했고 지속하는 중이다. 그 여정은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미래, 우리가 바라는 도서관의 내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꽂이 옆에 그네와 다락방도 있는 시끌벅적한 도서관’이 달갑다. 1층 문을 열자 먼저 ‘사회를 담는 컬렉션’이 눈에 띈다. 보통 팝업 형태의 북 큐레이션을 두는 위치다. 이용자와 사서들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도서관의 얼굴 같은 자리다. 사회를 담는 컬렉션은 여러 개의 책장이 줄을 잇고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차별과 낯섦을 너머’ 같은 주제가 붙어 있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서로의 이야기다. 컬렉션의 주제는 부정기적으로 바뀐다. 느티나무도서관은 매주 목요일을 집중 업무일로 정해 문을 닫는데, 이날 사서들은 지역사회의 이슈와 이용자의 편의 등을 고민한다. 그리고 컬렉션에 어떤 주제를 추가하고 유지할지, 또는 교체할지 토론한다. 결정의 기초가 되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반응과 관심사다. ‘컬렉션 버스킹’으로 얻은 자료가 대표적이다. ●꿈과 꿈, 여기 붙어라! 뮤지션의 버스킹은 들어봤어도 도서관 컬렉션의 버스킹이라니. ‘컬렉션 버스킹’은 느티나무도서관 사서가 도서관 컬렉션을 들고 여행을 떠나 시민을 만나는 행사다. 2019년 전주독서대전을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수원 상상캠퍼스,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등에서 16회나 말을 걸었다. 지난 9월에는 ‘골목을 바꾸는 작은 가게들2’라는 주제로 용인시 와인바, 자동차정비소, 카페 등 다섯 곳에 컬렉션 책장을 꾸렸다. 책을 비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의 이야기와 질문을 듣는 창구다. 누구든 목소리를 전할 수 있고 사서들이 그에 답을 한다. 도서관 내부 계단 벽 ‘당신의 이야기, 사서의 답장’이라는 게시물이 그 흔적이다. 처음 엄마가 된 이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뭘 배워야 하나요?”라고 묻자, 사서는 두 권의 그림책 추천과 함께 “정답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문제라면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다. 멘털 관리법,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등 다양한 질문과 사서의 답이 오간다(느티나무도서관의 뉴스레터 neutinamu.stibee.com로도 받아 볼 수 있다). 도서관 계단에는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게시물이 또 있다. 지난해 5월 ‘예술하는 마음’을 주제로 열렸던 ‘마을포럼’ 소식과 그림 두 점에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마을포럼은 이용자가 제안하고 도서관이 여는 공론의 장이다. 2016년 겨울에는 다섯 명의 청소년이 입시를 벗어나 자신들의 취향이 담긴 그림을 전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의 바람은 작은 포럼 ‘꿈’으로 실현됐고 청소년 가운데 김영혜 작가는 3년 뒤 ‘예술하는 마음’ 포럼에 예술가로 참여했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 ‘비타민’과 ‘두 발 밑은 은어’는 도서관 계단에서 꿈꾸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어른들은 ‘여기 붙어라!’로 서로 협업한다. 누군가 제안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손을 맞잡아 같이 배우고 탐색하는 모임이다. 때로는 팀을 이뤄 새로운 일을 ‘작당’하기도 한다. 3층 느티나무 메이커스의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재봉틀 등은 그때 힘을 발휘한다. ‘삶에 필요한 것을 손수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 9곳의 ‘수풍로상단’은 그렇게 탄생한 협동조합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서가의 구성 역시 흥미롭다. 도서 라벨에는 십진분류 대신 직관적인 주제와 번호로 이용자 편의를 도모했다. 한쪽에는 ‘분류난감’ 서가도 있다. 사서들이 분류하기 곤란한 책을 어디에 놓으면 좋을지 이용자의 의견을 묻는 서가다. 이용자들은 ‘비망록’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비망록은 책 속에 도서카드처럼 들어 있는데 키워드를 중심으로 짧은 독서 소감도 남길 수 있다. 분류난감 서가에서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지여울 번역, 다른),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의 탄생’(양영란 번역, 에코리브르) 같은 책의 분류를 고민하며 비망록을 만지작거린다. 십진분류를 따르면 어렵지 않을 것 같다가도 또 막상 결론을 내리자니 모호하다. 그 순간은 잠시 사서가 된 듯하다. 아마 아이들과 이용자들도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그러니 ‘분류난감’은 분류가 난감한 책이기도 하지만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끄는 방안이기도 하겠다. ●느티나무 아래 책과 사람들 난감한 분류의 책들 앞에서 고심하다가 정작 그 옆 컬렉션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든다. 그러고는 오롯한 독서의 자리를 탐색한다. 너른 창으로 햇빛이 번지는 1층 공용 좌석과 이미 아이들이 자리 잡은 좌식의 골방을 두리번대다 2층으로 걸음을 옮긴다. 정이립 상주 작가와 눈인사를 나누고 넝쿨 가득한 창가의 내밀한 좌석을 기웃대지만 이번에는 어른들이 선점했다. 반대편으로는 가장자리 틈새를 차지한 중학생들이 난간 밖으로 발을 내밀어 흔든다. 살랑살랑, 그 템포에 맞춰 고개를 끄덕대다가 결국 1층 입구 쪽 그네에 앉는다. 딱 30분만 읽으려 펼친 책은 알베르토 망겔이 쓴 ‘밤의 도서관’(강주헌 번역, 세종서적)이다.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이라는 부제가 느티나무도서관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책은 단순 연구조사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관련된 것끼리 모아 놓고 분류된 책들은 인간의 정신에서 변하지 않는 부분과 변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하나의 주제 아래 책과 만화와 DVD, 기사, 법령 스크랩 등을 모둠 한 느티나무도서관의 컬렉션 서가가 그러했다. 과연 미래의 어느 시점, 이곳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고 변하는 것은 무엇일까. 혼자 골똘히 자문하는 사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오후) 4시 30분부터 그림책을 읽습니다. 같이 그림책을 읽을 분들은 지하 2층 뜰 아래로 오세요.” ‘낭+독회’ 프로그램이다. 이용자 가운데 누군가 제안하고 또 다른 이용자들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이뤄지는 낭독이다. 지하로 내려서니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소리 내 책을 읽고 있다. 틀 만들고 각 잡는 낭독회가 아닌 게다. 10분 남짓 지나 다시 찾았을 때는 아이 한 명이 더 늘었다. 고규홍 작가는 ‘나뭇잎 수업’(마음산책)에서 ‘300년 된 느티나무는 잎이 몇 장일까?’ 묻는다. 식물학자들이 헤아렸는데 무려 500만 장이라고 한다. 가을을 물들이는 느티나무 단풍은 자연 속에 있다. 그리고 이곳 느티나무도서관의 책과 사람들 속에도 있다. ●한국민속촌, 조선시대 귀신과 놀다 용인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여행지는 에버랜드다. 하지만 가을에는 에버랜드 옆 호암미술관이나 전통정원 희원을 목적 삼는 이가 적지 않다. 이미 호암미술관 홈페이지는 10월 1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예약제로만 운영한다고 공지한다. 단풍 나들이로 인한 혼잡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정영선 조경가가 디자인한 한국식 정원은 이처럼 탐스러운 가을 풍경을 자랑한다. 용인시 기흥구 일대도 좋다. 한국민속촌과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미술관의 아트로드를 잇는 구간은 무척 알찬 가을 여행지다. 한국민속촌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더이상 전통 가옥만 휙 둘러보고 나오는 곳은 아니다. 상황극 등을 통해 방문객과 호흡하며 조선시대로 훌쩍 시간 여행을 떠나는 여행지다. 올해 가을은 ‘귀신사바 귀신놀이’를 주제로 잡았다. 11월 10일까지 운영해 한국식 핼러윈 분위기를 느껴 볼 수 있다. 특히 기이하고 이상한 ‘마을 탈출’ 콘텐츠와 ‘귀신 술래잡기’ 등이 관심을 끈다. 마을 탈출은 민속촌 곳곳에서 금줄놀이, 말놀이, 이름찾기 등의 다섯 가지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와 참가자를 놀라게 하지만, 소통하고 대결하는 형식으로 참여를 이끈다. 귀신술래잡기는 다섯 명의 귀신과 스무 명 가까운 현장 참여 관객의 술래잡기다. 일정 구역과 정해진 규칙 안에서 쫓고 쫓기는 광경은 무서운(!) 웃음을 자아낸다. 민속촌을 돌아다니는 귀신들과 대화를 하거나 기념사진을 찍는 것 역시 오싹하지만 흥미진진하다. 귀신 분장과 의상 체험 또한 꽤나 사실적이다. ●영감이 필요할 땐 백남준 백남준아트센터는 한국민속촌에서 차량으로 약 10분 거리다. 백남준 작가의 작품은 다시 봐도 놀랍기만 하다. 여전히 유효한, 시대를 앞선 예술이다. 그래서 영감과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반복해 찾는 이가 많다. 물론 영상세대인 아이들 또한 흥미를 가지고 감상한다. 1층 ‘TV정원’은 그 첫 번째 환대다. 열대식물 정원에 여러 대의 텔레비전을 배치한 작품은 자연과 기술의 관계 맺기다. 이런 형식의 미래정원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1974년에도 그러했을까 하면 작가의 상상력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1984년 1월 1일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실시간 연결한 생방송 ‘굿모닝 미스터 오웰’, CRT(브라운관) TV 모니터 3대와 첼로 헤드를 연결한 ‘TV첼로’, 자전거와 잠수 헬멧, 주유기 등으로 만든 ‘칭기즈칸의 복권’ 등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2층 메모라빌리아는 좀더 꼼꼼히 들여다보게 된다. 백남준 작가는 백남준아트센터를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불렀다. 그의 작품을 차례로 보고 나면 이 또한 ‘오래된 미래’가 사는 집인 것만 같다. 오는 12월 15일까지는 앤 덕희 조던, 우메다 데쓰야, 최찬숙 등 또 다른 백남준이 참여하는 기획전 ‘숨결 노래’가 열린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반사 유리로 된 외관 또한 특이하다. 도로 쪽에서는 반대편 녹지가 어린다. 그런 연유로 건너편에 작은 숲이 있는 줄 알지만 실은 지앤아트스페이스다. 갤러리와 레스토랑, 토분 숍 등이 모여 있는 복합공간이다. 땅으로 스민 구조가 특징인데 백남준아트센터와 다투기보다 공존을 선택한 배치다. 시간이 지나니 무성한 나무가 지상의 건물마저 숨긴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건물로 조성룡 건축가가 설계했다. 백남준아트센터 건물 뒤편도 꼭 둘러볼 일이다. 바닥의 벽돌이 옹벽을 이루고 다시 그 벽은 센터 유리벽에 비쳐, 유선의 길이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언덕 위 상갈공원 또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하다. 그 너머는 경기도박물관과 경기어린이박물관이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걸어 오갈 수 있다. ■용인 느티나무도서관 -오전 10시~오후 9시(화, 수, 금, 토), 오후 1시~오후 6시(일) 월, 목요일, 법정공휴일 쉼 -누리집 www.neutinamu.org
  • 한림원 “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한림원 “한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산 자 죽은 자 연결 등 독특한 인식”아름다움과 끔찍한 폭력성의 조합한국 넘어 세계적 보편성 높이 평가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 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강은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이는 것처럼 연약한 인간의 마음에 깃든 고통을 차갑게 관조하며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켰다. 그는 최대한 중성적인 시선으로 인류 사회의 비극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그 속의 고통과 혐오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해 왔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다. 세 편의 연작소설로 이뤄진 이 작품은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하는 다면적인 면모를 보인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통해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이 조합된 이 소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독자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몰입하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의 주류로 편입시켰다. 한강 문학의 또 다른 큰 물줄기는 사회적 시선이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소설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다. 한강은 초기작부터 폭력이란 인류 보편의 주제에 천착해 왔다. 1998년 발표한 첫 장편 ‘검은 사슴’부터 폭력과 삶의 비극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 작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백지연),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한강을 뛰어넘는 한강의 소설이다”(신형철) 등 문단의 상찬을 받았다.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담겼다. 한강은 소설 제목에 대해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당 소설은 프랑스 기메 문학상과 메디치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은 ‘흰’이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면서 시 성격도 지닌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깊은 슬픔을 자아내고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스웨덴 한림원 역시 고통과 폭력을 응시했던 한강의 작품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 보편성을 지니고 있음을 높게 평가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국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며 여성으로는 공동 수상자를 포함해 역대 121명 가운데 18번째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자 두 번째다.
  • “한강, 노벨상 전화 예상 못한 듯…아들과 저녁식사”

    “한강, 노벨상 전화 예상 못한 듯…아들과 저녁식사”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54)이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마츠 말름 한림원 상무이사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후 “한강과 전화로 얘기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수상자 발표 1시간 전 한강에 통보 전화를 걸었다는 말름 이사는 “그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상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한강과 오는 12월 열릴 노벨상 시상식 준비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소설 ‘채식주의자’ 등을 쓴 한강은 이날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강의 작품세계…시적 언어로 벼려진 예민한 감수성제주 4·3, 광주 5·18 등 역사적 사건도 세밀히 살펴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 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피덕인 것처럼.”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강은 작은 새가 날개를 피덕이는 것처럼, 연약한 인간의 마음에 깃든 고통을 차갑게 관조하며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킨 작가다. 그는 최대한 중성적인 시선으로 인류 사회의 비극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그 속의 고통과 혐오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해 왔다. ● 부커상 안긴 ‘채식주의자’ 한강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이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하는 다면적인 면모를 보인다. 소설은 2007년 출간됐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한강의 DNA를 오롯이 담고 있다.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독자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몰입하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문학의 특수성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 사회를 향한 깊은 시선…‘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의 또 다른 저류는 사회적인 시선이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이 ‘작별하지 않는다’다. 프랑스 기메문학상과 메디치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서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을 담았다. 책은 4·3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담겼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 것, 즉 작별할 수 없다는 의지를 오롯이 드러낸 작품이다. 한강은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의 의미에 대해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도 그런 비극의 연장선에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 서정성과 서사성을 겸비한 ‘흰’ 한강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은 ‘흰’이다. 결 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면서 시 성격도 지닌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깊은 슬픔을 자아내고,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오싱젠은 “진실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곧 작품의 품격을 결정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사회에 도전한다”고 했다. 한강은 지금까지 진실에 대해, 삶의 낙폭에 대해, 인간을 둘러싼 부조리에 대해, 남성중심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그런 한강에게 노벨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며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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